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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통합민주 ‘적과의 동침’

    정동영·통합민주 ‘적과의 동침’

    ‘적과의 동침’은 이뤄질까. 한때 통합민주당이 주장한 이른바 ‘배제론’의 핵심 대상으로 거론되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5일 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대표와 얼굴을 맞댔다. 불과 한 달 전과 너무 달라진 모습이다.3인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서로 손을 잡고 “이렇게 손 붙잡고 있어야지…”라며 장시간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회동 이후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 가능한 한 추석 전에 국민경선을 종료키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립 서비스’와는 달리 정 전 의장과 두 공동대표의 속내는 각기 달라 보인다. 전북 출신인 정 전 의장은 전통 지지층 복원을 위해선 통합민주당을 대통합의 대열에 끌어들이겠다는 셈법이다.‘대통합 주역’과 ‘호남 민심 확보’라는 수확을 거두며 ‘호남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 전 의장은 “민주당이 빠진 대통합은 대통합이 아니다. 두 분이 대통합의 영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 공동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박·김 대표는 정 전 의장과 궤를 달리한다.‘대통합’을 얘기하지만 범여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 전 의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중심으로 후보 중심 통합론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영입작전에 나선 것이다. 당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유력 주자가 없는 데다 의원 영입을 통한 세 불리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고조되는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 수정인 셈이다. 통합민주당 주도의 세력통합을 위해서는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의 민주당 경선 참여가 ‘필요조건’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제론’의 주창자였던 박 대표는 이날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주요 직책에 있었던 인사라 하더라도 정책 노선이 중도개혁주의에 동의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포용성이 넓어졌다.”면서도 “중도개혁주의자들이 만든 신당이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래서 속내가 다른 세 사람간 ‘적과의 동침’은 한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의 꿈은 이뤄지나?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의 꿈은 이뤄지나?

    한나라당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다. 급기야 권력을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조롱까지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세번째 눈물을 흘리지 않고 꿈에 그리던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그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국민 10명중 7명 정도가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에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이 벌어지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70%를 훨씬 넘던 한나라당 빅2의 지지도가 60%대로 떨어졌다. 더구나 민심 변화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20대, 화이트칼라, 학생층에서 빅2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민이 골육상쟁의 한나라당 경선에 역겨워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근본 이유는 경선승리가 곧 본선승리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고 더구나 선거구도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는 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은 노무현·정몽준 간의 후보단일화 전까지는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새로운 선거구도가 만들어지자 한방에 무너졌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이념성향에 대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비율이 39.8%로 ‘보수적이어야 한다’(17.3%)는 것보다 2배이상 높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현재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상황 변화에 따라 모래성과도 같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이 끝나면 바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특성 때문에 내부 분열 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경선에서 패배한 측은,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선 승리 후보가 차라리 패배하는 것이 낫다는 불순한 의도를 실행에 옮길 개연성이 있다. 벌써부터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면 분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러한 징조가 보인다. 여하튼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풍요 속에 빈곤과도 같이 한나라당 정권교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남은 경선기간 동안이라도 빅2가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나 정권창출의 목표를 진정으로 공유하면서 뜨거운 동지애를 보여준다면 가능하다. 현재 여론지지 구조상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상대방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결코 본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전 시장의 핵심 지지계층은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여성·고연령·저소득·영남·보수계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다. 빅2의 지지층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나라당에 축복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경선 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싹트게 되면 한나라당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정권창출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야당의 경우 끊임없이 참회하고 개혁하며 미래 세력을 규합하더라도 힘든 게 정권창출이다. 만약에 한나라당 빅2가 이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상대방 죽이기식 네거티브 검증을 계속한다면 대선 실패는 산사태처럼 올 수 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세번째 눈물을 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체되는 비운을 맞이할 수 있다. 누구 말대로 침몰하는 배에서 카드놀이를 한 무책임한 정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차베스식 ‘환란 치유법’ 한국 신자유주의에 대안?

    ‘차베스=대안’이란 등식이 최근 한국 진보진영의 뚜렷한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대통령 차베스. 오는 6일부터 3일간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통어다. 포럼에선 ‘베네수엘라:차베스 정부의 식량주권 입법화 과정’ ‘베네수엘라의 개혁과 혁명’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된다.‘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한 견제를 목표로 베네수엘라가 주도하고 있는 ‘미주대륙볼리바르대안(ALBA)’에 대한 탐구작업도 벌인다.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당대)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시대의창) 등 차베스를 주인공으로 한 책들도 여럿 출간돼 있다.‘차베스 미국과 맞장뜨다’(시대의창)는 최근 5쇄를 찍었다. 인터넷에선 ‘한국 사회의 개혁, 그리고 차베스’란 만화도 인기를 모으고 있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국제뉴스도 넘쳐난다.‘차베스 미국과’의 저자 임승수씨는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그늘에서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사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차베스 열풍’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고민 ▲한·미 FTA 타결로 커진 미국식 경제모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는 노무현 대통령식 참여민주주의의 실체 등…. 차베스에 대한 한국 진보진영의 지적탐구는 이런 갑갑함을 뚫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다. 최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목하는 쪽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 이하 새사연)이다. 인터넷 정책토론공간인 ‘이스트플랫폼’엔 아예 ‘차베스 모델’이란 코너까지 만들어 지속적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대안을 제시하는 국민적 동의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이 문제의식에 가장 훌륭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라고 밝혔다. 한국보다 10여년 먼저 ‘IMF 처방전’을 받은 베네수엘라는 사회양극화 심화 등 세계화의 필연적 부작용을 한국과는 정반대 방법으로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49%에 이르는 빈곤층이 차베스 집권 이후 34%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차베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우선적 근거다.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 민경우 사무국장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 대통령이 한국 현실의 대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베네수엘라에서 한·미 FTA와 위기에 처한 농업의 대안을 찾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민 사무국장의 지적처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가 한국의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모델 자체가 완성형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차베스에 대한 평가도 양갈래로 나뉜다.‘희대의 혁명가’란 평가에 ‘포퓰리스트’와 ‘독재자’란 꼬리표가 동시에 따라다닌다. 현재 차베스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통합사회당이란 대중정당 건설을 통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정치실험을 진행중이다. 실험이 실패할 경우 차베스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독재국가로 전락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베스는 과연 한국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한국 진보진영은 차베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한국사회포럼은 어떤 곳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한국사회포럼이 변신을 꾀한다. 단체 활동가 중심의 ‘전문가 포럼’에서 수천명이 모이는 ‘대중포럼’ 형태로 전환한다. 이 같은 변화는 2007년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은 세계화진영의 전초기지인 다보스포럼의 대항마로 전 세계 반신자유주의 운동가들이 개최하는 세계사회포럼의 한국판이다. 노동, 평화, 여성, 민주화, 이주노동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최대의 토론마당이다. 올해 포럼의 중심 주제는 현 시기 한국사회가 직면한 굵직굵직한 현안 중심으로 짜였다. 포럼 조직위원회가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한·미 FTA 저항 국제민중포럼’과 ‘식량주권 대토론회’. 민경우 조직위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한·미 FTA에 관한 대응은 저지싸움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FTA의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크다.”면서 “농업 부문에서도 농민들이 ‘전업농업’이 아닌 ‘국민농업’이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중포럼으로의 전환도 이런 고민의 소산이다. 민 사무국장은 “사안이 중할수록 소수 활동가가 아닌 대중의 문제의식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사람이 아닌 다수의 광범위한 문제의식이 결집돼야 대사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87년 항쟁 20년, 민주화의 역설: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운동’,‘외환위기 10년, 그 야만의 시대’ 등의 비판적 토론도 예정돼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정치권 “선거권 허용대상 어디까지냐” 이견

    헌법재판소가 28일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선거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권은 각론에서 정파별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 안에 선거법이 개정돼 재외국민이 실제 투표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열린우리당은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는 주민등록이 살아 있는 유학생, 주재원 등 해외 단기체류자에게만 우선 선거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단기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면에는 지지계층 차이에 따른 유불리 계산이 깔려 있다. 단기체류자의 경우 젊은 유학생이 대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많고 영주권자는 오래전 이민을 간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가 많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현재 관련 선거법 개정안이 7개나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좀처럼 심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온 이날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냈다. 이에 따라 6월 국회 처리는 물건너갔다. 이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오는 12월 대선부터 시행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해외 불법 선거운동 등에 대한 각종 제어장치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일단 단기체류자에게만 선거권을 준 뒤 차츰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은 주민등록 여부로 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이므로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또 다른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개인 노무현’ 선거법 憲訴] ‘후보 단일화’ 겨냥한 親盧 후보 띄우기?

    [‘개인 노무현’ 선거법 憲訴] ‘후보 단일화’ 겨냥한 親盧 후보 띄우기?

    승산이 희박해 보이는 헌법소원을 노무현 대통령이 끝내 강행한 이유는 뭘까. 진정성에 방점을 찍는 시각도 있다. 선거법의 모호성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으니 불합리한 법 규정을 바로잡아 보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헌법재판소에 갈 만큼 절박한 사정이니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지분 확장 노린 강수? 하지만 아무리 법적으로 ‘개인 노무현’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의 정치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 이후 노 대통령의 발언과 이를 둘러싼 선거법 위반 논란이 한나라당 대선경선과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헌법소원까지 이어진 노 대통령의 ‘무한 질주’가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 정국을 겨냥해 시간적·공간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노 대통령이 사전에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갖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이 범여권의 대통합에 회의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원칙과 명분 없는 대통합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치세력간 이해조정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도발’이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경쟁을 목표로 자생력이 취약한 친노(親盧)후보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마련해 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자기의 정치 지분을 확장하고, 이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잇따른 강수(强手)는 그 수단인 셈이다. 끊임없이 공격적인 이슈를 제기해 참여정부의 정치적 노선을 재천명하고, 유일한 자산인 도덕성과 정책 성과를 사수(死守)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범여권의 대통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면서 “노 대통령의 행보도 김 전 대통령과의 경쟁 속에 정국 주도권을 쥐고 레임덕 없이 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노 진영 대선 어젠다 주도용? 현상적인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노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친노 진영의 대선 후보군(群)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노 대통령의 행보는 친노 진영이 대선 어젠다를 주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쟁점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면, 친노 후보들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정치 투쟁’이 실제 대선 국면에서 노 대통령 본인이나 친노 후보군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 것인지는 예단키 어렵다. 친노 후보군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나 정책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 채 노 대통령의 ‘우산’ 속에 안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들쭉날쭉 여론조사의 진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열린세상] 들쭉날쭉 여론조사의 진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5년마다 수난이다. 대선이 있는 해가 되면 지지도에 불만을 가진 후보로부터 조작시비를 받는다. 또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며 신뢰성을 의심하는 언론보도도 등장하며, 들쭉날쭉 지지도를 접한 국민의 항의도 만만치 않다. 아무 문항이나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고,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다.’는 비난은 대개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도에 집중된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한나라당 유력후보들의 지지도를 놓고 소란스럽다. 조사기관마다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는 국민도 헷갈리고, 보도하는 언론도 곤혹스러워한다. 물론 당사자인 대선후보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선주자의 지지도가 차이 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문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지지도 문항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이다.‘다음 대선주자들 중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오늘 당장 선거가 있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이다. 전자는 당장의 투표행위를 가정하지 않은 ‘호감도’에 가까운 질문이므로, 적극적 지지층이 아니어도 대개 응답에 참여한다. 당연히 ‘모르겠다’는 응답 유보층은 줄어든다. 반대로 후자는 구체적인 행위를 가정하는 질문이므로 적극적 지지층이 아니면 후보 선택을 유보하므로 무응답층이 늘어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도는 어떻게 물어봐도 별 차이가 없으나,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층에서도 지지도가 높은 이명박 후보는 질문방식에 따라 지지도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사실 여론조사는 여러가지 까다로운 통계학적 전제들을 가진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에는 오차(error)가 존재한다. 모집단인 전체 국민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 표본을 뽑아 결과를 내는 만큼 표집오차(sampling error)가 반드시 생긴다. 여론조사 옆에 항상 표기되는 표집오차는 장식이 아니며 법으로까지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표집오차 범위 이내에서 오르고 내린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표집오차 앞에 ‘95% 신뢰구간’이라고 표기된 말은 대개 100번 중 95번은 맞지만,5번 정도는 틀릴 수도 있으니 알아서 보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가끔 오차 범위 이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장하여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그려놓은 도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또 앞서도 설명했듯이 문항의 차이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문항이 다른 데도 조사결과가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또 문항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보면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많은 조사기관들은 서로 다른 질문을 사용한다. 따라서 후보 지지도는 가능한 한 동일한 조사기관의 추이를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조사기관들의 자료를 함께 비교한다면 반드시 문항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며, 그러한 차이에 대한 설명 없는 보도는 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지지도에 목숨 거는 듯한 모습이 영 위태로워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한때의 지지도라는 것이 무의미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다. 국민의 생각을 한데 모아 정리해주는 장점이 있는 대신, 오차가 존재하는 등 그 한계도 명확하다. 또 조사방법이나 표집과정에서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한계조차도 여론조사가 가지는 특성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나 정치인에게나 어느 무엇보다 유용한 참고자료이기도 하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 ‘노대통령 발언’ 선거법 위반여부…세가지 시나리오

    “대통령의 헌법 투쟁이냐, 한나라당의 정치적 탄핵심판이냐.” 대선 정국이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체회의 유권 해석에 따라 또 한차례 요동치게 된다. 선관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 선관위 유권 해석은 세갈래로 나눌 수 있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과 아니라는 결정, 그리고 절충형의 경우다. ●“선거법 위반→노대통령 행보에 치명타”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공무원으로서의 중립 의무(선거법 9조),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60조),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85조),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86조), 사전선거운동 금지(254조) 등을 위반했다며 노 대통령을 선관위에 고발한 상태다. 6일 선관위 주변에서는 이러한 고발 사유를 선관위원들이 대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내려지면 선관위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협조 요청, 시정 명령, 경고, 수사 의뢰, 고발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수사 의뢰나 고발은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측은 선관위에서 ‘납득 못할 결론’을 내리면 헌법소원 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헌법소원 청구자격이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어서 각하로 이어질 수 있다. ●“위반 아니다.→한나라, 검찰 고발 가능성”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게 된다. 청와대 압력에 헌법기관이 굴복했다며 대국민 투쟁에 나서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 이런 기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선언’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직접 검찰에 노 대통령을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선관위의 이런 결정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듯 노 대통령 퇴임 후 형사소추 가능성까지 지적한 상태다. 반면 노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이러한 유권 해석을 토대로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행보를 더욱 더 강도높게 펼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정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법조계나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고, 선관위는 이를 거역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위반…고발 않기→청·한나라 공방 계속될듯 정치적 중립의무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위반이라고 유권 해석을 내리고 나머지 선거운동 금지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협조 요청, 시정 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리는 선에서 ‘타협’하는 경우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2004년에도 나왔던 것으로 선관위로서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절충 가능성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공무원 선거운동 금지나 사전선거운동 금지 여부를 놓고 팽팽한 공방전을 펴는 것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에서는 17대 대선이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대통령 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이미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여서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한나라 토론회 여론조사] 응답자 12% “지지후보 바꾸겠다”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힌 응답자는 전체 700명 중 12.2%(85명)로,100명 중 12명가량이 지지후보 변경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니오.’(65.3%),‘잘 모르겠다.’(18.7%)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 가운데 정책토론회를 시청했거나 관련 보도를 접한 응답자(365명) 중 지지후보 변경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12.1%(44명)로 나타났다. 토론회를 인지하지 못한 응답자(335명) 중에서도 12.4%에 해당하는 41명이 지지후보를 변경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론회의 영향뿐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100명 중 12명 정도가 지지 후보를 변경할 수 있음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경 의향을 밝힌 85명의 지지후보 변화를 살펴보면 이명박 전 시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로 바꾸겠다는 응답이 1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박 전 대표에서 이 전 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응답자가 12.3%로 나왔다. 또 이 전 시장에서 원희룡·홍준표 의원로 바꾸겠다는 응답은 각각 1.4%였으며, 박 전 대표에서 홍 의원으로 바꾸겠다는 응답도 1.4%였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명박→박근혜’가 ‘박근혜→이명박’보다 6.5%포인트가량 높게 나온 것이 박 전 대표가 토론회 평가 및 대통령감 적합도 1위를 차지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박근혜’ 응답은 성별로는 남자(31.9%), 연령별로 50대 이상(25.9%), 출신지별로 서울(52.7%)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토론회 시청층 42.9%와 토론회 비인지층 12.3%가 이 전 시장에서 박 전 대표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반면, 토론회 뉴스인지층의 18.1%는 박 전 대표에서 이 전 시장으로 바꾸겠다고 답해 토론회 시청이 지지후보를 박 전 대표로 옮기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KSDC 김형준 부소장은 “바뀐 후보를 제시하지 않은 응답이 63%일 정도로 응답자들이 매우 신중했다.”며 “향후 정책토론회가 계속 이뤄져 지지후보 변화 추이를 살펴봐야 어떤 요인들이 지지후보 변경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5) 교육 민주화 어디까지 왔나

    ‘우리는 더 이상 강요된 침묵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결심에 이르렀다.´1986년 5월10일 동토(凍土)의 교육현장에 ‘교육민주화선언’이 울려퍼졌다.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 통치에 항거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사·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참교육’을 향한 치열한 대장정을 예고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6월 항쟁 이후 그 움직임은 급속도로 커졌고, 마침내 87년 9월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가 결성된 데 이어 89년 5월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참교육 쟁취라는 구호 아래 출범했다. 그로부터 20여년. 수많은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뤄낸 교육 민주화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전교조에 대해 투쟁 일변도로 변했다거나 교사들의 이익단체로 변질됐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법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시절과 대중 조직으로서 교육 운동을 펼치는 현재의 전교조는 교육 민주화와 관련해 어떻게 다르며 앞으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당시 교육 민주화의 산증인들과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로부터 교육민주화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군사주의 교육 잔재 여전 “교육 민주화라…,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7대 위원장을 지낸 김귀식(73 전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씨는 고개를 저었다. 교육 부문에서도 상당한 민주화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뿌리 깊은 고질병은 여전하다는 쓴소리였다.“군사정권 시대의 병영 문화 잔재가 아직도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교육도 신자유주의에 오염돼 ‘1등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1999년 1월 ‘교원노조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던 그였다. 하지만 교육 민주화의 대표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는 제도권 속에서 존재 이유를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그는 “학운위는 학교 민주화를 법제화한 엄청난 성과물로, 전교조가 그 도입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장의 독선을 합리화하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사학법 재개정은 학생보다 유권자 보고 결정”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자고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 내린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사학이라는 엄청난 유권자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아이들의 민주화 의식은 학교에서부터 길러지는데 아이들은 배제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에게는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교조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부 보수 언론이 침소봉대해 마치 전교조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발목만 잡는 집단인 양 잘못된 편견을 조장해 왔다.”면서 “물론 전교조도 정치적 대응을 줄이고 교육현장에서 연구한 것들을 실천하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변화에 한걸음 앞서 실천을 제9대 전교조위원장을 지낸 이수호(58)씨도 전교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교조가 처음 교육 민주화를 이끌었듯 다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었다.“사회 변화에 비해 교원노조 운동 내용이나 방식이 적절하게 변화하지 못했습니다. 정책 반대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한걸음 앞서 실천하는 운동을 해 나가야 합니다.”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사립학교가 자금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실제 운영만 교장·이사장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면서 “보수세력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외지역 공부방 지원사업 추진 교육 민주화 1세대인 이들이 전교조 합법화 등 제도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과 달리 2세대들은 교육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치적인 투쟁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대안과 대책을 실천하는 활동이다. 현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앞으로 교육 양극화 때문에 소외받고 있는 농·어촌과 도시빈민 지역,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교육복지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다음달 초부터 전국지역공부방협의회와 공부방 지원사업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관료주의적 행정에 교육의 質 구멍” 지난 4월 어느날, 경기 A초등학교 김모(49) 교사가 한창 오전 수업을 하고 있을 때 교실 책상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시교육청에서 보내온 공문이 팝업창으로 뜬 것이었다. “재학생 과거 병력을 파악하고자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씨는 날짜를 보았다. 바로 다음날까지 하라는 것이었다. 벌써 처리를 미뤄둔 공문만 5개나 되는 터에 또다시 공문이라니…. 김씨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현직에 있는 교사들은 이처럼 관료주의적이고 실적중심주의적인 교육행정으로는 진정한 학교 민주화를 꽃피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과정 연구와 학생에 대한 관심은 뒷전인 채 학교는 점점 행정중심 사회로 변질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갖가지 불필요한 공문을 남발하는 교육 당국도 문제지만 교육청 기관 평가에서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서, 혹은 근무평정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과다한 업무 처리를 마다하지 않는 교장·교감을 비롯한 교사 사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B초등학교 최모(57) 교사는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이 우선돼야 함에도 실제적으로는 교장 명령이나 교육청의 시책 사업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의 질 향상은 구멍이 뚫려버리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 기능이 점점 학원으로 밀려나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학교장의 사상이나 관점이 학교 경영을 실제적으로 좌우하느니만큼 민주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교장 연수 프로그램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C초등학교 하모(47) 교사는 교사 성장 프로그램이 미미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의 연수제도는 승진을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할 뿐, 진정으로 전문성을 기르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원 수급정책은 있지만, 교원 양성정책은 없다. 현재 교사는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양성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D고등학교 이모(32·여) 교사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등한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정년을 지키려는 기득권 교사들에 밀려 기간제 교사들은 재계약 불발, 정교사 임용 약속 불이행 등 갖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들에 대한 제도 개선 없이 학교민주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새모델 ‘대안학교’는 “2000년 전교생 28명으로 폐교 직전에 이른 남한산초등학교를 교사 4명이 주축이 돼 살려냈습니다. 이때부터 공교육 틀 안에서 이른바 대안학교의 정신을 실현해나가는 교육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18일 경기 광주시 중부면 번천초등학교 서길원(47·전 전교조경기지부 정책실장)교사는 ‘공교육 혁명’ 활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작은학교 교육연대’와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schooldesign21)’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학교’라는 모델은 2001년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교를 시작으로 이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2002년에는 충남 아산 거산초교,2003년에는 전북 완주 삼우초교,2004년에는 경북 상주 남부초교,2005년에는 부산 금성초교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국가교육체제 내의 학교교육 틀을 가지고 대안교육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교육과정 내용은 일반 공립학교와 다르지 않되 활동의 면면은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다. 예를 들어 남산초교 120여명의 전교생들은 여름과 가을에 일주일씩 열리는 계절학교에서 공예 등 문화체험활동, 예술활동 등을 펼친다. 다른 학교 역시 지역 대학생·문화예술인·귀농한 전문가 등이 자원봉사자로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학생 딸(12)과 초등학생 아들(9)을 대안학교에 보냈다는 전교조 참교육실장 진영호(48)씨도 “일반 학교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아이들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 주저없이 대안학교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길원 교사가 속한 작은학교 교육연대 모임은 앞으로 산촌유학·귀농모임과도 연대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서 교사는 “진정한 교육민주화는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학교 운동은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교육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언론학자 8명중 7명 “통폐합 반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찬반 여론은 조사기관, 방법에 따라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8명 가운데 7명이 반대했고, 네이버 여론조사에서는 60%의 네티즌이 정부 정책에 찬성했다.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보다 12% 포인트 높았다. 22일 실시된 CBS·리얼미터 조사에서 기자실 통폐합 조치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은 41.4%,‘언론사간 보도의 담합구조를 없애기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은 28.9%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반대 의견,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지지층은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였다. 반면 네이버가 22일부터 실시한 인터넷폴에서는 23일 오후 7시 현재 54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취재시스템 개선’ 항목을 선택한 네티즌이 61.5%(3370여명)로 조사됐다.‘반대-국민의 알권리 침해’ 항목은 36.9%(2000여명)가 선택했다. 한편 23일 본지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광운대 등 8개 대학 언론 관련 학과 교수 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명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은 1명뿐이었다. 전화조사 결과 성대 이효성 교수만이 브리핑실·기자실 축소 등의 정책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기자들이 정부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면 되는 것이지 굳이 기자실을 통해서만 정부 부처를 알고 정보를 알아내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처에 기자실을 둘 필요가 없다.”면서 “이번 기회를 영역별로 취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언론이 과거 관행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면서 “반발하기보다는 언론도 새로운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상현(연세대), 김승현(고려대), 김균(서강대), 박성희(이화여대), 이재진(한양대), 이기형(경희대), 김현주(광운대) 교수 등 나머지 7명은 ▲취재 자유의 제한 ▲비공식적 취재 관행 조장 ▲추진절차상 하자 ▲언론의 감시기능 제한 등의 이유를 들어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혔다.이문영 강아연기자2moon0@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대선주자의 ‘현찰’

    정치는 현찰로 한다. 경쟁자와 차별되는 정치 자산이 현찰이다. 말로만 ‘공약’(空約)하는 어음정치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 부도가 날 수 있다. 현찰이 있어야 정치적 파괴력이 따르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현찰은 ‘낡은 정치 청산’이며, 최소 20%의 고정 지지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과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자산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현찰은 청계천과 현대건설의 성공 신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그의 부모가 정치 자산이다.‘잃어버린 10년’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공유한 현찰이며,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최대의 정치자산이다. 그러나 나라를 운영하려는 정치지도자는 과거형 현찰만으로 부족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상대와 대립되는 미래지향적 이슈제기에 성공할 것인지가 대선구도의 관건”이라면서 “국익과 한반도 평화, 개방형 통상국가, 사회투자국가 등 미래가치가 담긴 화두를 선점하기 위해 후보 고유의 메시지와 정치행보를 일관성 있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현찰 싸움이 시작된다.21일 전국위에서 경선룰이 확정되면 경선관리위와 검증위가 잇따라 가동된다. 검증 공방은 오는 29일 광주에서 시작되는 4대 권역별 정책토론회로 이어진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각자의 자산을 다 쏟아부으며, 전면적 대결국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국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릴 기세다. 이 전 시장은 “과거 이회창 후보가 내부 검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는 논리로 공세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나 한·중 열차페리식의 설익은 정책으로 미래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증 공방이 분열의 빌미로 작용할까. 김우석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정치환경의 변화를 들어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과거 대선과 달리 당을 나가면 실패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워낙 강하다.”면서 “각 진영의 참모들이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도 원심력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양쪽 진영간 갈등의 본질이 정치적 생존권 확보에 있는 만큼, 최악의 분열상황과 정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범여권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모두 국민에게 내보일 정치자산이 부족하다 보니 지지율이 고만고만하다. 노 대통령의 현찰에 기대, 차별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거나, 계승에 따른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임기 중에 개혁과 통합을 이루려 했는데,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보는 이미지가 그래서 그런지, 통합은 힘들 것 같다. 대신 임기말까지 구부러진 것을 바로 펴는 것에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차기 후보의 현찰로 ‘개혁’보다는 ‘통합’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주말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합 메시지가 범여권의 각 정파나 주자의 ‘반한나라당’행보에 적잖은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정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공과를 계승·극복하는 정치 메시지와 어젠다 장악력이 범여권 주자에게 필요한 가장 큰 현찰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ckpark@seoul.co.kr
  • “한국 젊은세대 진보·보수 대립구도 떠났다”

    “한국 젊은세대 진보·보수 대립구도 떠났다”

    “NL(민족해방)은 농경적 신체,PD(민중민주)는 기계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민주화 20년’ 진단은 상당히 독특하다. 진 교수는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0년을 특집으로 다룬 계간 ‘사회비평’ 여름호에서 ‘신체의 지질학’이라는 글을 통해 20년간의 구조변동을 한국인의 사회적 신체변화로 분석해냈다. 진 교수는 “급격한 지각의 변동이 지질학적 지층에 고스란히 기록되듯이, 급격한 사회의 변동 역시 한국인의 사회적 신체 안에 고스란히 충적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온갖 디지털기기와 결합되어 있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사이보그화한 신체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농경적신체(NL)는 민족주의 우선 그는 “NL,PD 등 운동권의 두 기둥은 한국사회가 거쳐온 두개의 발전단계, 그 과정에서 형성된 두개의 신체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NL은 산업화 과정에서 몰락한 농민들의 좌절감, 농촌지역의 소외감, 농민계급의 위기감 등을 ‘미제(美帝)’에 대항하는 민족주의로 승화시킨 ‘농경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80년대 운동권에서 NL이 주류로 떠오른 것은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도 여전히 한국인들 신체가 농경문화에 젖어있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산업적신체(PD)는 논리·원칙 중시 다른 한쪽 기둥인 PD는 70∼80년대에 이루어진 산업화의 정서를 대변하는 ‘기계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 진 교수는 “NL이 인간을 믿는다면,PD는 텍스트(문자)를 믿는다.”면서 “PD에게는 품성보다는 논리가 중요하고, 의리보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NL과 PD의 대립을 두개의 다른 이념의 대립이 아닌, 두개의 다른 신체의 대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진 교수는 87년의 정치적 체험공간은 농경적 신체를 지닌 NL과 산업적 신체를 지닌 PD가 공동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례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화신체는 노동이 오락화 그럼 2007년 우리의 신체는? 진 교수는 “IT분야에서 선두권에 속하는 한국은 이미 정보사회로 진입을 완료했다.”면서 “정보가 재화가 되고, 소비가 기호화하고, 생산이 정신화하고, 노동이 오락화하는 사회는 당연히 이전까지와는 다른 신체를 요구하게 된다.”며 ‘정보적 신체’의 등장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보적 신체를 가진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집단의 미래가 아니라, 자기 개인의 발 앞에 닥친 현실”이라면서 “텍스트 세대의 눈에는 ‘보수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는 이미 진보나 보수의 ‘이항대립’ 구조를 떠났다.”고 진단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뺄셈’의 권력투쟁 朴대博, 그리고 盧心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 갈등은 서로의 공약수를 줄여 차이를 부각시키는 ‘뺄셈의 정치’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내쫓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식의 이전투구가 이들에겐 권력의지와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인 셈이다. 통합하고 덧셈을 해야 할 범여권에서는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일부 주자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노골적인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지율 10%의 문턱을 넘는 사람에게 여권 지지층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범여권 주자에게는 떨칠 수 없는 ‘유혹’이자 악수를 자초하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엔 이번 주가 ‘박(朴)대 박(博)’의 분열 또는 봉합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전국위원회에 상정할지를 결정하는 15일 상임전국위원회가 중대 고비가 된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어느 한쪽이 밀려나가고,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느냐, 이 전 시장이 대타협을 선택하느냐의 두 가지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면서 “휴일과 주초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불리해지면 타협이 모색될 것이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무너지면 극단적 선택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선구도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나라당이 분열하고, 범여권이 ‘호남·충청 연합’을 중심으로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3자구도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따로 출마해도, 비노(非盧)와 친노(親盧)의 분열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4자필승론, 이 전 시장과 ‘반이(反李)’연합이 격돌하는 양자구도론, 박 전 대표의 산업화 세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는 영·호남 연대론 등이 그것이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한나라당의 내홍은 정치권의 모든 세력에게 대선 국면에서 다양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대선 구도 자체가 상당히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여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근태·정동영 두 전직 의장과 친노 진영의 대립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두 전직 의장이 노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이나 회동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노심(盧心)’으로 압축된다. 두 전직 의장은 청와대 주변에서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정치 동선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친노 진영의 영남신당설,‘선(先)정체성·후(後)대선론’ 등이 의혹의 배경이다. 청와대는 펄쩍 뛴다. 한 고위관계자는 “노심은 각개약진해서 뽑히는 사람을 추인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의 유시민 장관 인물평도 같은 맥락이다.“재능이 있고, 노무현 정치에서 일탈한 적이 없지만, 내가 마음에 둔다고 범여권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정치 고수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마음에 둔 후보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최근 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특정후보를 거론하거나 노심으로 오해받을 언급을 자제토록 당부한 것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의 간극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c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양金의 유산/이목희 논설위원

    기자로서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취재하다 보면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 태산을 마주한 듯한 경외감과 동시에 언제까지 한국 정치가 양김씨 그늘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의 대립 양상은 대통령이 되기 전 양김씨 행적을 빼닮았다. 양김정치는 일정 국민의 지지를 반(半)영구적으로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영·호남이라는 지역기반과 함께 오랜 세월 민주화투쟁을 통해 쌓은 결과물이다. 양김씨는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능력을 갖게 되었다. 특정지역에서 양김씨의 공천은 당선이었다. 때문에 양김씨가 어떤 결정을 해도 수하 세력은 따라왔다. 수시로 당을 깨고 만들 수 있는,‘정치적 신(神)’의 경지에 이르렀던 셈이다. 양김씨는 고정지지층을 바탕으로 선거판을 요리했다.4자필승론,3당합당,DJP 지역연합 등 30% 안팎의 지지율로 당선되는 비법을 다양하게 추구했다. 범여권이 지리멸렬하자 이명박·박근혜씨가 45∼20% 지지율로 오랜 기간 1,2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서 착시현상이 생긴다. 자신의 지지층 대부분은 고정불변이라고. 양김씨처럼 버티고, 깨고, 붙일 능력이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한때 이종찬씨의 인기가 YS를 앞질렀다. 이씨는 탈당했지만 지지층은 따라가지 않았다.97년 대선에선 이인제씨가 비슷한 환상을 갖고 독자출마의 길을 걸었다. 그 역시 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얼마전 이번 대선을 전망하는 책을 냈다. 대선 핵심포인트를 10가지로 요약했는데 첫번째가 ‘대세론은 견고하지 않다.’였다. 양김씨 이후 대선 레이스를 ‘롤러코스터’로 봤다. 누구라도 내리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분의 본질은 경선 룰에 있지 않다. 이·박 두 사람이 그들의 위상을 양김씨와 동렬에 놓는다면 어떤 이유로든 당은 깨진다. 그러나 두 주자는 고정지지층을 놓고 불안해한다. 다자구도의 강렬한 유혹 속에서도 한나라당을 떠나면 패배한다는 심중을 내비친다. 이·박의 최종선택을 지켜볼 일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 불참은 ‘說’에 그쳐야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경선 불참은 ‘說’에 그쳐야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관련 폭탄 선언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스스로 경선 불참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 던지는 충격파는 상당하다. 기자는 지난달 초 칼럼(‘2등은 없다?’)에서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설을 다룬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 캠프는 펄쩍 뛰며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극구 부인했었다. 신뢰도가 높은 복수의 캠프 소식통을 통해 알아낸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기자에게 엄청난 항의 전화 세례를 퍼부었던 박 캠프였다. 그로부터 한달여만에 박 전 대표와 박 캠프의 주요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선 불참 시나리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물론 상황 변화는 있었다. 그때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없을 때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지루한 경선 룰 공방전은 별반 차이가 없다. 시나리오에는 ‘이명박 대체재’로서 기회를 엿보는 방안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승부가 뻔한 경선에 참여하기보다는 불참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우선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아 있는 경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 대선후보가 된 뒤 범여권의 대대적인 검증 공세에 치명상을 입거나 지지율이 급락,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올 경우 그때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박 캠프는 이 전 시장이 워낙 흠집이 많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탈당 후 독자 출마의 길을 걷는 경우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의 견고함이나 충성도로 볼 때, 그리고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실패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들어 부쩍 거론되는 ‘4자 필승론’, ‘+α론’이다.1987년 상황의 재연이다.4자 구도가 되면 30%대 후반의 득표율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3,4위의 득표율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독자 출마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동반 탈당 규모다. 현역 의원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의 불투명성을 안고서 박 전 대표와 ‘동행’할지는 의문부호다. 박 전 대표 역시 ‘한나라당은 내가 살려낸 당’이라며 강한 애착을 갖고 있어 탈당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나와 있다. 경선 불참설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그쳐야지 행동에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측의 억울함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민주주의는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도 맞다. 믿었던 강 대표의 ‘변절(박 전 대표측의 주장)’도 통탄할 노릇이다. 선수가 마음에 안 든다며 규칙을 바꿔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상대방은 1위를 달리는 강자다. 강자가 약자에게 베풀어야지, 어찌 약자를 더욱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가.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 독식구조’ 아래서 더욱 1위의 아량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지루한 경선 룰 다툼도 결과적으로 승부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공산이 적지 않다. 나중에 ‘왜 그랬을까’ 후회해 봐야 때는 늦는다. 이·박 양측이 당내 세력을 반분하고 있다면 본선에서 상대방의 도움은 더욱 절실할 것이다. 비 오는 날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혼자만 쓰고 가겠다는 몰염치를 이제부터라도 걷어치워야 한다. 최소한의 동료 의식 없이 어떻게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건가. 짜증 속에서 또 한 주를 보내야 하는 국민들이 불쌍하다. jthan@seoul.co.kr
  • [특파원 칼럼] 佛 대선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가지/이종수 파리 특파원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아직 후유증이 가시지는 않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당선자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3번째 대선에 패배한 사회당은 내분 조짐마저 보인다. 이번 대선은 내부 경선 기간을 포함하면 6개월 장정이었다. 참신한 이미지의 세골렌 루아얄의 부상, 사르코지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갈등,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의 돌풍…. 이처럼 극적 반전이 많아 볼 만한 드라마였다. 기자는 그 과정에서 권력의지의 ‘닮음’도 확인했지만 한국 대선 시스템과의 ‘차이’도 목도했다. 그래서 한국 맥락에서는 이해 안되는, 오해를 할 수 있는 점을 짚어보고 싶어졌다. 먼저, 사르코지 승리의 함의. 사르코지가 이겼다고 프랑스 사회가 우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혹은 프랑스 사회가 미국·영국식으로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걱정도 들린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보기에 사르코지는 철저한 실용주의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실용은 ‘표’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사회를 오른쪽으로 기울게 하거나 표나게 친미를 외칠 수 있을까. 자신의 정책이 좌파의 반대에 부딪치면 그가 개혁하려는 좌파적이며, ‘프랑스적인 것’의 하나인 광범위한 공공 서비스도 유지될 지 모른다. 국익에 어긋날 때는 미국과 각을 세울 수도 있다. 게다가 비록 패배했지만 사회당 루아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47%를 무시하지 못한다. 실제 그의 승리는 철저한 표 계산에 힘입었다.‘함께 살자’는 공동체적 정신만으로는 세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불안해하는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변화’를 내세웠다. 그리고 공약 하나하나에 ‘구체적 리더십’을 실었다. 필요할 경우 중도파나 극우파 유권자를 향한 공약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전 제시다. 결선투표 직전 열린 루아얄과의 TV토론을 보자. 그녀는 주도권을 잡으려 톤을 높였지만 추상적이었다. 반면 사르코지는 강경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수세적 모습을 보이되 구체적 수치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결과는 뻔했다. 구체성이 결여된 루아얄의 이미지 정치는 졌다. 둘째, 극우파와 노동자의 친화력. 극우파 후보 장-마리 르펜은 1차투표에서 10.44%의 득표율로 2002년 대선에 비해 추락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지지는 높았다. 그의 득표 가운데 28%가 노동자다. 다른 후보에 견줘 높다. 루아얄 지지층의 21%, 사르코지 20%, 프랑수아 바이루 17%가 노동자의 표였다. 르펜은 1차투표 직전 TV에 출연,“20년전부터 공산당은 노동자와 유리됐다.”며 “이제 내가 그들의 대변자”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역시 노동자들의 표심을 읽었다. 그의 표적은 이민 와서 정착한 노동자이거나 백인 노동자다. 대부분이 유럽 확대로 외국인 노동자가 새로 들어와 일자리가 줄어들까 두려워한다. 르펜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1995년,2002년 대선에서도 르펜에게 가장 환호한 계층이 노동자들이다. 마지막으로 결선투표의 함의. 한국과 달리 프랑스 대선은 절대 과반 득표자를 뽑는다.1차투표에서 한 후보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치른다. 다음달의 총선방식도 같다. 샤를 드골은 1965년 첫 직선제 대선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권위는 의회의 다수파에 대칭하면서도 이를 초월하는 개념”이라며 ‘대통령의 다수 개념’을 제안한다. 물론 결선투표 비용은 적지 않다. 그러나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대통령은 ‘정당성’과 ‘권위’를 지닌다. 뒤집어 보면 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당신들 절반 이상이 인정했으니 믿고 따라오라는…. 덧붙여 질문 하나. 프랑스 대선의 함의가 한국 대선 국면에 어떻게 비칠까. 예를 들어 결선투표를 도입하면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결선투표 기권율이 높아질까.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미즈노 나오키 등 지음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우리 안의 식민지주의’는 도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청년학생들은 집체 군사훈련인 ‘교련’이라는 과목을 학교의 정규수업으로 수강해야 했다. 아직도 사적인 이해를 공적인 것으로 포장한 의리 중심의 정치·사회문화가 일상화돼 있기도 하다.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미즈노 나오키 등 지음, 정선태 옮김, 산처럼 펴냄)는 이처럼 식민지배를 받은 우리나 타이완, 그리고 식민지배를 한 일본에 남아있는 식민지주의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규명한 책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20세기가 낳은 식민지주의의 구조를 먼저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 가운데 한명인 미즈노 나오키가 한국어판을 내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처럼 이 책의 저술 목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일본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의 2002년 여름 공개강좌 강연내용을 엮은 이 책은 비록 5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생활은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도달한 ‘종착점’이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은 국가나 제국의 이념이 깃들인 사회적·문화적·정치적·군사적 지층(地層)이기 때문에 그 사회 민중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다. 책은 학자 네명의 사례연구를 담고 있다. 미즈노 나오키는 일제가 조선인들의 이름을 가지고 어떻게 식민통치에 활용했는지 설명하면서 그런 일제 때의 관행이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남아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합병(1910년) 이후 ‘막둥이’ 등 조선어 이름의 호적 등재를 금지한 것이 식민통치의 효율성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밝힌 그는 그런 관행이 최근까지도 한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화는 총동원체제의 해체이며 그 속에서 작용하는 신체규율의 해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교토대의 고마고메 다케시 교수와 효고교육대의 마쓰다 요시로 교수는 타이완에 대한 일본 식민지배가 신사참배와 원주민 동화교육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진단을 통해식민지주의의 뿌리깊은 역사를 고발한다.1만 2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 대세론은 없다

    4·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불패신화가 마침내 끝이 났다. 한나라당의 참패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허황된 대세론에 도취되어 오만하고 부패해진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집약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였다. 선거과정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반대도 비난도 없었다.‘무노무여(無盧無與) 선거’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향유했던 ‘반노(反盧)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오히려 한나라당이 심판의 대상이 됨으로써 패배했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돈 공천 비리, 후보 매수,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 사건, 의사협회 금품 로비의혹 등의 악재들이 부패한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여기에 공동유세 한번 하지 못한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 주자들의 과열 경쟁도 유권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한나라당의 참패 원인을 분석해 보면 당의 본질적 취약성과 뿌리깊은 착시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말부터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5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과거에 한나라당을 지지했고, 현재도 지지한다.’는 ‘한나라당 절대 지지층’의 35%가 ‘상황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모래성과도 같은 한나라당의 취약한 지지의 근저에는 지극히 낮은 정당 일체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나라당이 압승했다는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평소에 가깝게 느끼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언급한 사람은 28.0%였고,‘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주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목한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의 단순 지지도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취약한 지지 기반속에서 한나라당은 3가지 착시 현상에 깊이 빠져 있었다. 첫째, 진보가 급락하고 있는 것을 마치 보수가 강화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다. 한국선거학회의 여론조사 결과, 보수층은 1997년 대선에서 41.5%로 최고점에 달했지만 2002년 대선에서는 26.7%로 급락했다. 그 이후 2004년 총선에서는 26.4%,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27.4%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둘째, 진보세력의 무능과 실정으로 중도층이 보수 안정적인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한국 중도층은 97년에 비해 약 20%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그런데 이러한 ‘중도 강화 현상’은 보수층이 정체되고 진보층이 크게 줄어들면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중도층에는 변화지향적인 진보 성향이 상당 부분 내재되어 있다. 셋째, 여당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나와도 당선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한나라당은 충청 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대전 서을 선거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배했다. 누가 나와도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이 ‘맞춤형 후보’를 내놓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확인되었다. 이러한 착각들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채 구태정치의 길을 걷게 하고, 체질화된 부패구조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오만과 부패의 탑을 무너뜨리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금 사퇴하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대안부재론’과 같은 안이한 사고로 선거 참패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국민의 눈과 귀는 너무나도 정확하고 빈틈이 없어서 어떠한 현란한 술수로도 결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씨줄날줄] 죽음의 키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독설이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잇따라 주저앉혔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지리멸렬한 범여권, 도토리 키재기식의 예비후보군. 과거 볼 수 없었던 대권경쟁 지형이 집권 말기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추고 있다. 노 대통령이 비판하면 왜 견디질 못할까. 두가지 이유라고 본다. 첫째는 범여권의 통합후보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진보 쪽에 지분을 갖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비토하는 인사는 범여권이라고 해도 반쪽 후보밖에 안 된다. 이념적으로 진보 쪽, 그리고 호남 등 범여권 지지가 높은 지역의 표심은 통합후보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와 싸울 만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쉽게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다. 두번째는 명분과 현실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얘기가 맞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잘못된 시범에 환상을 갖고 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당을 쪼개고, 새로 만들어도 지지층이 따라다니는 정치인을 앞으로 수십년안에 다시 보기 힘들지 모른다. 마치 양김씨나 되는 양 신당 운운 해봐야 유권자들은 코웃음 친다. 기존 정당 중심의 후보 창출과 연대·연합이 그래도 범여권의 기회를 높일 것이다. 독주(毒酒)를 머금은, 노 대통령의 섬뜩한 키스.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정치판 경력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정운찬씨가 일찍 포기하는 바람에 죽음의 키스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지지율 10%선을 돌파해서 범여권내 대세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노 대통령이 감미로운 술을 머금은 키스를 하는 후보는 어떨까. 그 역시 살아남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의 인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대선구도가 친노·반노 구도로 가면 범여권의 승리 확률은 뚝 떨어진다. 노 대통령의 비토를 받지 않으면서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선주자. 난해한 관계 설정에 성공할 때 범여권 주자에게 빛이 보인다. 그 옆에는 노 대통령에 필적하는 지분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버티고 있으니, 참으로 풀기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맑은 물 밝은세상] (4) 지하수 오염을 막자

    [맑은 물 밝은세상] (4) 지하수 오염을 막자

    지하수 오염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500여개 지하수에 대해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6.3%에 해당하는 지하수가 수질 기준치를 초과했다. 수질 오염기준 초과율이 2005년 5.6%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에 오염된 지하수도 발견돼 충격을 준다. 상수원뿐만 아니라 땅속의 물도 썩으면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수질 오염 치유 사각지대, 방사성 물질까지 오염 지난해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 학생들은 무더기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급식을 담당했던 대기업 계열사는 급기야 학교 급식 사업을 접었다. 식중독 원인은 식재료 납품 회사가 전염성이 강한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로 씻은 채소를 공급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식품 납품 업체가 정수를 거친 상수도를 이용했거나, 지하수를 사용하더라도 오염 여부만 확인했다면 이런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하수 수질 검사나 오염실태 조사를 가볍게 보아 넘기는 업체가 많아 대형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월에는 경기 이천시 장평1리 주민 180여명이 마시던 간이 상수도가 우라늄에 오염됐다는 뉴스로 충격을 받았다. 이천 사건을 보면 지하수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주민들은 14년 동안 안심하고 지하에서 퍼낸 간이 상수도 물을 마셨다.100m 깊이 암반수라 자신들이 마시던 물이 오염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땅 표면과 가까운 층의 물만 더럽혀진 것이 아니라 오염 물질이 바위 속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암반수라고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지하수 오염이 주변 지역에 넓게 번져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도 문제다.2003년 이 마을에서 4∼5㎞ 떨어진 이천시 부발읍 신하동과 이천 사음동 지하수에서 우라늄이 다량 검출됐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지하수만 조치했을 뿐 주변 지하수에 대한 오염 여부 등을 조사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 지하수 오염 치유 문제가 얼마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93개(마을 상수도 79개 포함) 지하수의 방사성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25개 지하수에서 폐암이나 위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이 미국 먹는물 기준치를 초과했다. 국내에는 자연 방사성 물질 관리 기준조차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장평리 지하수에서 검출된 우라늄은 미국 음용수 기준치(30ppb)의 54배에 이르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보다는 109배 높다. ●형식적인 수질검사, 지하수 오염 개선 뒷걸음 2005년 측정망별 수질 검사 결과 수질기준 초과율은 국가관측망이 8.9%, 오염우려지역 5.6%, 일반지역은 2.9%, 평균 5.6%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가관측망 7.4%, 오염우려지역 9.4%, 일반지역 4.0%, 평균 6.3%로 수질기준 초과율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하수 오염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오염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용하는 주민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상수도에 비하면 지하수 수질 감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전국 관정(管井)은 127만개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500여개만 수질 검사가 이뤄질 뿐이다. 측정 항목도 20개에 불과하고 중금속 등에 오염된 경우도 많다. 2005년 측정 결과 오염물질별 초과 빈도는 일반오염물질이 86%, 특정유해물질이 14%를 차지했다. 일반오염물질은 일반세균, 염소이온, 대장균군 등이지만 특정유해물질은 트리콜로에틸렌(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6가크롬, 톨루엔, 카드뮴, 비소, 수은, 페놀, 납 등 인체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이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농어촌 지역 소외계층이다. 이천에서 발생한 지하수오염 사고 역시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상수도 보급이 불러 왔다. 상수도 정책을 수질 개선과 함께 소외 계층에 대한 깨끗한 물 공급 확대에 맞춰야 하는 이유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부, 지하수오염 대책 지하수 수질 조사는 지역으로 나눠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일반지역(도시·농림·자연환경지역)은 시·도가, 오염우려지역(공단지역, 저장탱크 주변, 매립지 주변, 폐금속광산, 오염우심하천)은 지방환경청이 직접 조사한다. 국가관측망(수량 관측지역)은 건설교통부 소관이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진 지하수 오염 정밀조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올해 정밀조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9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 질산성질소 등 일반오염물질과 유기용제 및 중금속 등 특정 유해물질이 기준을 초과한 지점 가운데 초과횟수, 기준대비 오염초과율, 주변 지하수 이용량, 음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개 지점과 주변지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마을상수도 등 공공급수시설의 자연 방사능물질 오염 여부도 집중 조사한다. 전국적인 분포 조사와 함께 함량이 높은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자자체도 공공급수시설을 자체 모니터링한다. 방사성 물질이 많이 포함된 곳은 급수시설을 개선하고 대체 수자원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95억원을 투자한다. 올해에는 150지점, 내년에는 500지점을 조사할 계획이다. 방사성 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화강암지역 가운데 급수 인구가 많고 오래된 관정부터 실시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지하수 어떻게 쓰이나 전국적으로 연간 개발 가능한 지하수량은 116억t에 이른다. 경북과 강원지역이 각각 20억t으로 가장 많고, 이 가운데 37억t을 뽑아 쓰고 있다. 대부분 생활용수(48%)와 농업용수(45%)로 사용한다. 지하수 개발을 위한 관정은 해마다 늘어나 2005년 말 현재 127만개에 이른다. 선진국은 지하수를 공공재산으로 여겨 지하수 관련 법을 제정,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하 수자원에 대한 항구적인 보호·보전관리에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유롭다. 또 대규모 지하수층 발달이 빈약해 지하수 개발에 불리한 여건을 안고 있음에도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퍼냈다. 결국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은 지반침하와 지하수 오염을 가중시켰고, 오염된 지하수를 다시 정화하는 데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을 불러 왔다. 깊은 암반층에서 뽑은 지하수는 안전할 것이라는 속설도 깨졌다.2005년 수질 검사 결과 지층별 기준치 초과율은 충적층(굳지 않은 퇴적층)이 7.1%인 반면, 암반층은 9.9%로 오히려 높았다. 특정유해물질(10개)에 오염된 지하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카드뮴·6가크롬·납·수은·비소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과 TCE·PCE 등의 유기용제 등이 포함됐다. TCE·PCE는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오염이 심각하다. 오염우려지역과 국가관측망에서 특정 유해물질 초과율이 높은 만큼 오염 원인과 확산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급하다. 수질 검사에서 나타난 기준치 초과율은 검사 관정만 놓고 따진 것에 불과하다. 지하수는 특성상 대수층(물이 가득 찬 지하층)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므로 주변 지역이 넓게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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