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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불국사 뒤편, 자비심 치솟게 하는 오르막 계단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불국사 뒤편, 자비심 치솟게 하는 오르막 계단

    ‘삼국유사’에 나오는 경주 불국사의 창건 설화는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도 배웠던 것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재상 김대성이 경덕왕 10년(751) ‘전세(前世)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현세(現世)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창건했다’는 내용이다. ‘김대성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국가가 완성을 보았으니 30년 남짓한 세월이 걸렸다’고 적었다. 그런데 ‘불국사 고금창기(古今創記)’에 나타난 창건 시기와 주체는 전혀 다르다. 528년 법흥왕의 어머니 영제부인이 발원해 창건한 뒤 574년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부인이 중건했고, 훗날 김대성이 크게 개수했다는 것이다. ‘불국사 사적(事蹟)’에는 눌지왕(417~458) 시대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어느 시점의 창건 이후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경덕왕대 완성된 것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불국사는 임진왜란으로 2000칸의 대가람이 모두 불타버리고 만다. 선조 37년(1607)부터 순조 5년(1805)에 이르는 40차례 수리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확인된 ‘불국사 복역공덕기(復役功德記)’는 정조 3년(1779)의 복구 공사 과정을 적은 것이다. 당시 불국사 재건에는 지역 유림과 지방관도 힘을 보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승려 동은이 1740년 지은 ‘불국사 고금창기’는 ‘삼국유사’를 비롯한 몇 가지 사료를 짜깁기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먼 과거의 사실이 아닌 임진왜란 이후 불국사의 변화에 대한 언급만큼은 어느 정도 신뢰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관음전처럼 남아 있는 기록이 없다시피 하다면 더욱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불국사 유명세에 가려… 대웅전 돌아가면 보여 하기는 유명세를 타는 문화재가 지천인 불국사에서 관음전을 기억하는 사람부터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대웅전을 지나 뒤로 돌아가면 나타나는 작은 전각이 관음전이다. 우리 절집을 두고 흔히 자연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살려 지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불국사는 전체적으로 밋밋한 오르막에 지어졌다. 그런데 관음전에 이르면 갑자기 지형이 산처럼 치솟는다. 관음전 계단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라면 오르기가 망설여질 만큼 매우 가파르다. 자연 지형을 살렸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땅을 돋운 듯하다. 급격한 계단의 기울기 또한 의도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돋운 땅… 3대 관음성지 입지와 같아 하기는 한국의 ‘3대 관음성지’는 모두 섬이나 바닷가의 산에 자리잡고 있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석모도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이 그렇다. ‘4대 관음성지’로 여수 향일암을 추가하면 입지의 공통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대개 보살은 진리를 구하면서 중생을 제도(上求菩提 下化衆生)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지만, 관음은 중생에게 무한한 대자대비(大慈大悲)를 베푸는 존재다. 절대적 자비심으로 중생을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권능을 실행하는 것으로 불교에서는 믿는다. ●‘절대적 자비’ 관음신앙 상징성 가치 새겨보길 관음신앙은 많은 불교 경전에 모습을 보인다. ‘화엄경’의 관음보살은 남쪽 바닷가의 흰꽃이 만발한 산에 머물면서 사랑으로 중생을 제도한다. ‘법화경’의 관음보살은 마음 깊이 그 이름을 간직하고 염불하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아미타경’의 관음보살은 아미타불의 뜻을 받들어 중생을 보살피고 극락정토에 왕생하도록 한다. ‘능엄경’의 관음보살도 ‘법화경’에서처럼 현실에서의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는 존재다. ‘고금창기’에는 ‘관음전 주변에 동서 행각과 해안문(海岸門), 낙가교(迦橋), 취죽루(翠竹樓), 연양각(緣楊閣)과 관음보살이 지혜를 밝히던 석등 광명대(光明臺)가 일곽(一廓)을 이루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화엄경’에 나오는 관음보살 상주처를 상징하는 불사(佛事)와 작명(作名)이 어느 시기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관음신앙의 상징성이 극대화된 관음전의 건축적 가치가 제대로 부각된다면 불국사의 의미는 물론 재미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새 영화] ‘퀸 오브 데저트’

    [새 영화] ‘퀸 오브 데저트’

    세기의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라는 영화가 있다.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무너진 뒤 혼돈에 빠진 중동을 누비며 아랍 민족의 독립을 도왔던 영국 군인이자 고고학자였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1935)의 삶을 그렸다. 오스카 7관왕에 빛나는 이 작품은 세계 100대 영화를 꼽을 때마다 늘 한 자리를 꿰차는 명작이다. 로렌스를 연기한 피터 오툴을 비롯해 알렉 기네스, 앤서니 퀸, 오마 샤리프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영상에 모리스 자르의 음악까지 영화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의미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철저한 남성 영화’라는 점이다. 7일 개봉한 ‘퀸 오브 데저트’는 말하자면 ‘아라바아의 로렌스’의 여성판이다. 여성을 역사의 중심으로 데려왔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로렌스 못지않게, 오히려 그 이상으로 이라크와 요르단 건국에 큰 영향을 끼친 거트루트 벨(1868~1926)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이자 탐험가, 고고학자, 한때 영국 정부의 정보원이기도 했던 그는 중동 곳곳을 여행하며 그 누구보다 현지 정세를 속속들이 꿰뚫었던 여장부였다. 열강 출신답지 않게 아랍 민족의 삶을 존중하며 중동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랍 유목민 중 하나인 베두인족은 자신들을 이해해준 단 한 명의 외국인으로 지금까지도 추앙하고 있을 정도다. ‘아귀레 신의 분노’(1975), ‘노스페라투’(1979)로 유명한 독일 출신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시대를 앞서간 여인을 재현했지만 거장의 범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콜 키드먼이 벨 역할을 맡아 열연했는데 그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다만 실존 인물의 20대 시절부터 연기하는 키드먼에게서 세월의 무상함이 엿보이는 게 아쉽기는 하다. 그는 한국 나이로 지천명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견주는 재미가 쏠쏠할 듯. 특히 두 작품에 모두 나오는 로렌스를 비교하는 맛이 있다. ‘퀸 오브 데저트’에서는 로버트 패틴슨이 로렌스 역할을 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The Best 시티] 빗장 풀린 금단의 땅, ‘서울의 허파’ 꿈꾸다’

    [The Best 시티] 빗장 풀린 금단의 땅, ‘서울의 허파’ 꿈꾸다’

    우리 땅이지만 100년 넘게 온전히 우리 것일 수 없던 터.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껴안은 곳. 200년 된 느티나무 군락지와 사라진 한강의 지천이 원형대로 있는 땅. 무질서한 개발 탓에 맥이 끊겨버린 서울의 녹지축을 다시 이어줄 마지막 고리…. 서울 용산구 면적의 9분의 1(242만 6748㎡)을 차지한 주한미군기지 터는 우리에게 셈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이 주둔지로 택한 이후 일본군, 미군 등 외국군이 군복만 갈아입으며 점해온 금단의 땅이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이 터는 내년부터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으로 모두 옮겨가면 자연생태와 역사를 품은 ‘용산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용산구는 용산공원 조성을 발판 삼아 녹색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폐철로를 걷어낸 자리에 만든 경의선 숲길공원, 용산역 앞 널찍이 자리잡을 리틀링크, 용산참사 터에 들어설 용산파크웨이 공원 등이 효창공원과 용산가족공원, 응봉공원 등 기존 공원들과 어우러져 ‘서울의 허파’가 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미군기지 때문에 구민들은 건축물 고도 제한, 개발 배제 등 피해를 봐왔다”면서 “이 터를 살아 숨쉬는 생태 환경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녹색 비전의 핵심은 당연히 용산공원 조성이다. 현재 용산구의 시민 1명당 누릴 수 있는 공원 면적은 7.2㎡(약 2.2평)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6번째로 적다. 도봉과 은평, 노원 등과 달리 도심이라 남산 일부 외에는 마땅한 산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 1인당 공원면적 2배로 늘린다 성 구청장은 “242만㎡인 용산공원이 만들어지면 인구 1인당 공원 면적이 16.89㎡(약 5.1평)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 부지는 여의도 면적의 84%나 되고 서울숲(115만㎡)보다 2배가 넘는다. 특히 산에 있는 서울의 주요 공원·녹지와 달리 평지에 자리잡는 까닭에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리게 된다. 뉴욕 중심부에 자리한 센트럴파크에 비견되는 이유다. 공원 조성 공사는 2019년 첫 삽을 뜨고서 9년간 이어진다. 청계천 복원 공사 기간(2년 3개월)보다 4배 길다. 공원을 다 지으려면 앞으로 10년 이상 남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공사가 모두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각 단계 때마다 공원을 조금씩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르면 2019년부터 초대형 도심 공원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부터 3년간 진행될 1단계 공사 때는 기름 등 화학물질로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고 미군이 쓰던 시설 중 야구장 등 체육시설과 녹지 등 고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임시 개방한다. 2단계(2022~2024년) 공사 때는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가 미군기지 터의 생태를 복원한다. 용산기지 안에는 서울의 옛 도심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200여년 된 느티나무 20여 그루 등 식물 군락지와 한강 지천인 만초천 등이 제대로 된 꼴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 3단계 공사 때는 한미연합사령부 등 용산에서 이전하지 않는 시설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주변지역과 공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마무리 공사한다. 공원 조성 때 생태 복원만큼 중앙정부와 용산구가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 역사성 살리기다. 용산구 향토사학자인 김천수(39)씨는 “용산기지 안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명과 암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130여개나 있다”고 말했다. 1908년 지어져 일본군 장교 숙소로 쓰이다 해방 뒤에는 소련군 숙소, 국군 본부 등으로 활용됐던 현 주한미군 합동군사업무단 건물, 일제의 만주사변 전사자 충혼비를 재활용해 만든 한국전 전사자 추모비, 의병대장 강기동부터 장군의 아들 김두한, 시인 김수영, 백범 김구의 암살범 안두희까지 수많은 이들이 거쳐 간 위수감옥 등이 대표적이다. 성 구청장은 “공원 안에는 새 건물은 거의 짓지 않고 기존 역사 유적들의 가치를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산공원 주변으로는 새 도심형 공원들이 들어선다. 2009년 1월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용산 4구역에는 용산파크웨이가 생기고 용산역 앞을 빼곡히 메웠던 자리에는 리틀링크가 만들어진다. 성 구청장은 “이 공원들이 용산역부터 용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녹지로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과 비슷한 크기의 용산파크웨이(1만 7615㎡)에는 만남의 광장과 소규모 공연장, 정원 등이 들어차는데 2020년 완공된다. 공원 앞으로는 지상 31~4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5개 동이 들어선다. 용산역 앞 공유토지 1만 2000㎡(3630평)에 2020년까지 조성되는 리틀링크는 대규모 공원 또는 광장이 자리잡을 지상층과 지하광장이 조성되는 지하층으로 이뤄진다. ●무차별 ‘개발’보단 ‘삶의 질’ 택하다 용산공원과 주변부 공원이 생기면 그동안 허리가 잘렸던 서울의 남북 녹지축이 복원된다. 최윤종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장은 “북한산부터 북악산, 남산을 거쳐 한강, 관악산까지 이어져야 할 녹지축이 빌딩숲이 된 용산 등 도심에 가로막혀 왔다”면서 “녹지축이 살아나면 서울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북서지역(가좌~홍대~대흥~공덕~효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의선 숲길공원 6.3㎞ 중 용산 구간 약1㎞의 조성이 오는 5월 끝난다. 한편에서는 용산에 공원 조성보다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이 쏟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산과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의 김인수 소장은 “미국 뉴욕에서 1850년대 센트럴파크를 만들 당시 ‘비싼 땅에 무슨 공원을 짓느냐’는 반대가 들끓었지만 이후 뉴욕을 명품도시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면서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100년 뒤 그만한 크기에 정신병원이 들어섰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시민들의 삶과 휴식에 공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영등포공원이나 서울숲 조성 이후 주변 부동산 가격이 높아졌던 사례를 보면 시민들이 삶의 쾌적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은 “2004년 미군으로부터 아리랑택시 부지를 돌려받았을 때처럼 행정가적 역량을 발휘해 공원 조성 때 구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새영화] 여성판 아라비아의 로렌스, 니콜 키드만 주연의 퀸 오브 데저트

    [새영화] 여성판 아라비아의 로렌스, 니콜 키드만 주연의 퀸 오브 데저트

      세기의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라는 영화가 있다.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이 무너진 뒤 혼돈에 빠진 중동을 누비며 아랍 민족의 독립을 도왔던 영국 군인이자 고고학자였던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1935)의 삶을 그렸다. 오스카 7관왕에 빛나는 이 작품은 세계 100대 영화를 꼽을 때 마다 늘 한 자리를 꿰차는 명작이다. 로렌스를 연기한 피터 오툴을 비롯해 알렉 기네스, 안소니 퀸, 오마 샤리프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영상에 모리스 자르의 음악까지 영화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의미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철저한 남성 영화’라는 점이다.  7일 개봉한 ‘퀸 오브 데저트’는 말하자면 ‘아라바아의 로렌스’의 여성판이다. 여성을 역사의 중심으로 데려 왔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로렌스 못지 않게, 오히려 그 이상으로 이라크와 요르단 건국에 큰 영향을 끼친 거트루트 벨(1868~1926)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이자 탐험가, 고고학자, 한 때 영국 정부의 정보원이기도 했던 그는 중동 곳곳을 여행하며 그 누구 보다 현지 정세를 속속들이 꿰뚫었던 여장부였다. 열강 출신 답지 않게 아랍 민족의 삶을 존중하며 중동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랍 유목민 중 하나인 베두인족은 자신들을 이해해준 단 한 명의 외국인으로 지금까지도 추앙하고 있을 정도다.  ‘아귀레 신의 분노’(1975), ‘노스페라투’(1979)로 유명한 독일 출신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시대를 앞서 간 여인을 재현했지만 거장의 범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콜 키드만이 벨 역할을 맡아 열연했는데 그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다만 실존 인물의 20대 시절부터 연기하는 키드만에게서 세월의 무상함이 엿보이는 게 아쉽기는 하다. 그는 한국 나이로 지천명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견주는 재미가 쏠쏠할 듯. 특히 두 작품에 모두 나오는 로렌스를 비교하는 맛이 있다. ‘퀸 오브 데저트’에서는 로버트 패틴슨이 로렌스 역할을 맡았다. 키드만이 여왕벌이라면 제임스 프랭코, 패틴슨, 데미안 루이스는 일벌 수준으로 등장하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뒤집은 모양새다.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김광영(46)씨의 논에는 우렁이가 살고 토종 참붕어가 산다. 추수가 끝난 논의 물을 빼는 날이면 아이들이 논두렁에서 양동이를 들고 기다린다. 바닥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철퍽철퍽 뛰어드는 아이들과 함께 여름내 살이 오른 우렁이를 줍고, 한쪽 둠벙에서 배를 뒤집고 펄떡이는 참붕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녁 밥상에는 우렁이 된장찌개와 참붕어찜이 오른다. 그가 경작하는 땅은 그만큼 순순하고 깨끗하다. 철저하게 자연 재배 방식을 고집하는 김씨는 대부분의 유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대전에 있는 신학대학 석사 과정 2학기 때 돌연 옷 보따리 하나 달랑 메고 논산으로 갔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슬슬 비가 그친다. 길가에 만개한 노란 개나리 군락이며 진달래 무더기가 말갛게 씻긴 낯빛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지는 산등성이에 돋아나는 연둣빛 봄의 기운이 더욱 완연하다. 금강의 한 지류를 따라 달리다 주변 풍광에 정신이 팔려 마을 초입에서 길을 놓쳤다. 마침 김씨로부터 전화가 온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딸기를 수확하고, 잠깐 짜장면을 먹으러 나왔는데 차가 고장 나 버렸다는 것이다. 곡절 끝에 만난 김씨는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28살에 내려와 18년 동안 흙과 함께 살았다는데도 어쩐지 도시의 자유로운 젊은이를 연상시킨다. # 신학도가 농부가 된 이유 한창 수확 중인 딸기 밭이 근처라 하여 자리를 옮겼다. 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작업장으로 들어가자 대형 고무 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M’(유용한 미생물) 발효액을 숙성시키는 통이다. 작업장 한쪽으로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있다. 김씨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사람이 땅과 새싹을 감싸 안고 있는 예쁜 그림 위에 직함과 이름이 쓰여 있다. ‘농부 김광영’ 그의 내면에 가득 찬 자부심이 그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는 듯하다. 김씨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른 사회에 대한 열망이 컸고, 처음 논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농민회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사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한 후에 마지막으로 만든 게 사람이잖아요. 그 이유는 땅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관리할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는 땅을 택했다. 공부보다도 말씀대로 살고 싶었다. 땅을 빌려 경작하며 배워 가는 한편으로 일 년 반 정도 목회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만 회의가 일더란다. 교인들 앞에서 자신이 말한 대로 살아야 하는데, 꼭 그렇게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더라고. 세월이 흘러 믿음으로부터도 멀어졌지만, 김씨는 지금도 가끔 교회에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특히나 해가 긴 여름날 저녁 혼자 들판에서 일할 때, 어디선가 익숙한 차임벨 소리가 들려오면 허리를 펴고 들판 너머 그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고. # 그들이 꿈꾸는 세상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와 함께 아내 박현희(43)씨와 아이들이 밭으로 온다. 씩씩한 세현이와 수줍음 많은 정현이, 호기심 가득한 공주님 다현이는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부리나케 딸기 밭으로 들어간다. 금세 한 바구니의 딸기를 따 와서 그대로 제 입에도 넣고 내 입에도 넣어 준다.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맛이 완연히 다르다. 단단한 육질에 새콤달콤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굉장히 큰데도 어릴 때 먹던 밭 딸기 맛 그대로이다. 부부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 만났다. 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박씨는 남편이 논산으로 온 후에도 학업을 계속하며 대전과 논산을 오갔다. “그때는 뭐든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농촌 현실도 잘 몰랐고.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나 서점 같은 게 없어서 그런 문화적 그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죠.” 처음에는 주위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농사를 지었다. 한 해 두 해, 하나씩 알아 가다 보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건강교실 같은 곳에 다녔는데, 의외로 아픈 사람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규모화된 ‘관행 농사’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여러 작물로 시험해 보다가 본격적으로 자연 재배로 벼농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8년째다. 처음 몇 년은 일반 쌀의 50%밖에 소출이 나지 않았다. 다수확을 위해서는 비료를 넣어야 하고, 비료를 넣으면 병충해가 생겨 약을 쳐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땅은 황폐해져 가는데, 그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만 해도 안전한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아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읍내에 있는 방앗간에 일반 쌀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부탁했는데, 그나마도 반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그 여파가 3년 동안 간단다. 땅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은 농사만 지어서는 갚을 길이 없었다. 김씨는 2만평까지 욕심을 냈던 것을 5000평으로 줄이고, 가을걷이가 끝나는 대로 일을 찾아 타지로 나갔다. 목수 일부터 빌딩의 선팅지 바르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 농장에서 하우스의 연탄만 가는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일산화탄소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하루 평균 2400장의 연탄을 갈았다. 박씨도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한편으로 학교에서 복지사로 근무했다. 겨울이면 남편은 타지로 나가고, 직장일과 병행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는 오롯이 박씨 혼자만의 몫이었다. 이사를 여덟 번이나 다녀야 했고, 겨울이면 물이 얼어 길어다 먹어야 하는 집에서 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는 농사법을 바꾸지 않았다. 여타의 작물들도 철저하게 무농약, 무비료를 고집했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더욱 확고해졌어요. 내 아이들이 이 논두렁,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 텐데, 저걸 따서 입에 넣어 우물거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약을 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은 더욱 할 수 없는 거잖아요.” 3년 전부터는 겨울마다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가는 대신 하우스 3동을 마련해 논산시의 주력 작물인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자연 재배를 추구했던 만큼 하우스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철저하게 무농약의 원칙을 지켜 벌레가 생기면 마요네즈를 물에 풀어서 뿌리고, 달걀 껍데기로 칼슘을 보충하고, EM 발효액을 만들어 비료 대신 뿌렸다. 힘은 들었지만 비싼 비료와 농약 값이 들지 않으니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하우스 3동에서 한 해 3000만~3500만원의 수익이 났다. 웬만한 도시 노동자의 연봉이 부럽지 않았다. 아직은 마을 단위로 공동 선별해 ‘무농약 마크’만 달고 출하하지만, 내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더 많은 농가들이 모여 ‘유기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해당 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검사하에 무농약 2년에 유기 전환기 2년을 거치면 5년째 절차가 마무리된다. 현재 완전 유기농 딸기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0.3%에 불과하다. 인증을 받으면 수익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직접 기른 안전한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자연 재배 쌀의 소출도 늘어 이제 70%까지 올랐다. 낱알은 더 통통해지고 쌀알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5000평의 논에서 직거래만으로도 1500만~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연 재배와 관행 재배의 차이를 산삼과 인삼에 비유한다. 물을 부어 며칠 동안 놔두어 보면 관행 재배 쌀은 부패해 악취가 나는 반면, 자연 재배 쌀은 그대로 발효가 된다고 한다. 처음에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찌든 땅을 해독시키기까지가 힘들지, 이후에는 그야말로 땅과 해, 바람, 별빛이 벼를 키운다. 그 노동력을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딸기 재배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자연 재배에 대한 자부심으로 쌀에 대해서만큼은 유기 인증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유기농 전문점이나 학교급식 등 좀 더 넓은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적절하게 판매하기 위해 지금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도매로 넘겨 버리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꼭 필요할 때 살 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자연 재배로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현재 20가구 남짓뿐이다. 젊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부쩍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충남도에서도 도내 전체 생산 작물의 70%까지 유기 작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건강한 땅과 바른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부부는 거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귀농을 고민한다면 그들처럼 아내 박씨는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내려와 부딪치든가,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일단 집만 구해서 내려올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본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어떤 작물이든 맞는 땅이 있고 맞는 사람이 있단다. 직접 경작해 본 뒤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김씨는 귀농 수강생 1인에 20인의 전문가가 붙는 ‘밀착 교육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스무 명의 귀농, 귀촌인이 모여 이미 70% 이상의 공정이 끝났다. 그는 또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논산재배 INTO THE WILD’라는 온라인 카페에 농사 일기를 비롯해 자연 재배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올려 정보를 나누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자연 재배 쌀의 직거래 판매도 같이 한다. 건강한 땅에서 나는 바른 농작물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김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세상이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13년 제2회 EBS 문학상 우수상 수상 ▲ 소설 ‘붉은 나무젓가락’, 그림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 옴니버스 에세이집 ‘가족이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등
  • 바다, 마을 그리고 굽이굽이 너를 따라

    바다, 마을 그리고 굽이굽이 너를 따라

    충남 태안은 해안 풍경이 좋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이 라면처럼 굽돌아 가면서 여기저기 절경들을 펼쳐 놓았지요. 조금 높은 언덕에 오르기만 해도 바다와 마을, 그리고 포구가 한눈에 잡힙니다. 이는 자리를 바꿀 때마다 다양한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런 풍경 즐기며 걸으라고 조성한 길이 있습니다. ’태안 해변길’입니다. 갯마을과 조붓한 고샅길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해당화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따스한 갯바람에 귀밑머리 날리며 걷는 것만으로도 봄은 가슴속에 차고 넘칩니다. 먼저 서해의 대표적인 갯마을인 서산부터 찾는다. 유기방 가옥(충남 민속 문화재 제23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태안이 목적지이긴 하나 다소 돌아간다 해서 조급해할 까닭은 없다. 이맘때 유기방 가옥은 활짝 핀 수선화들로 꽃대궐을 이룬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고택의 자태도 단아하지만, 노란 수선화와 어우러진 모습은 더욱 빼어나다. 이제 갓 꽃들이 피기 시작했으니 4월 중순까지는 주변이 온통 노란 빛으로 물들 터다. 지금 이 모습 못 보면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 고택이 속한 여미리도 둘러볼 곳이 많다. 고려시대 세워진 여미리석불입상, 300년 동안 마을을 굽어본 비자나무 등이 옛 건물 주변에 몰려 있다. ●학암포~영목항 230㎞ 리아스식 해안 태안은 세로로 길쭉한 반도다. 학암포에서 영목항까지 얼추 230㎞에 걸쳐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진다. ‘해변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이 해안을 따라 2011년부터 조성한 걷기 길이다. 코스는 모두 8개, 길이는 100㎞에 이른다. 그 가운데 몽산포, 별주부마을 등을 품은 제4코스 솔모랫길과 일몰 명소 꽃지해변이 속한 제5코스 노을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이번 여정에선 4코스 솔모랫길을 위주로 걸었다. ‘해변길’의 여러 코스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된 길이다. 몽산포탐방지원센터에서 드르니항까지 13㎞ 정도 이어져 있다. 험한 구간이 없어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이름에서 보듯 솔향기 가득한 솔숲과 부드러운 모래 밟으며 산책하듯 걷는 코스다. 들머리는 몽산포해수욕장이다. 개인 소유의 캠핑장을 지나야 하는 게 아쉽다. 도보 여행자에겐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관리사무실을 지날 때 왠지 기분이 머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변에 들면 병풍처럼 둘러친 솔숲이 객을 맞는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방풍림이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수직세상을 펼쳐 놓았고, 그 너머로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솔숲을 지나면 길은 달산포로 이어진다. 숲으로 난 길은 시원하고 촉촉하다. 쏟아져 내리던 햇살은 솔잎에 부서지며 은은하게 숲을 밝히고,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는 바닷바람과 촉촉한 공기에선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몽산포와 이웃한 곳은 청포대 해변이다. 해안가엔 작은 바위가 솟아 있다. 들물 때마다 잠기는 일종의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다. 이 바위가 바로 ‘자라바위’다. 안내판은 ‘별주부전’의 주인공 자라가 죽어 변한 바위라는 전설이 전해 온다고 적고 있다. 청포대 해변을 품은 원청, 양잠, 신온 등 세 마을이 ‘별주부 마을’로 불리게 된 것도 사실 이 바위의 전설에 기댄 측면이 크다. ●‘별주부전’의 전설 품은 마을 ‘별주부전’ 이야기야 익히 알려져 있다. 자라(별주부)의 등을 타고 용궁 간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이 일대의 지명 가운데 일부가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명과 흡사했다. 예컨대 ‘용새골’은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온 곳, ‘묘샘’은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간을 떼어 두고 왔다고 둘러 댄 장소라는 식이다. 자라바위도 비슷하다. 토끼에게 속은 자라가 탄식하며 용왕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죽은 자리가 변해 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세 마을이 ‘별주부마을’이라는 일종의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경남 사천의 비토(飛兎)섬에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전한다. 이 탓에 두 지역 간에 한때 ‘원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실제 ‘별주부전의 고향’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여정을 풍성하게 만드는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별주부 마을’을 나서면 길은 한서대학교 태안 비행장으로 이어진다. 산길 중턱에 서면 활주로와 계류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장난감처럼 작은 경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모습이 봄날의 꿈처럼 아련하다. 비행장 주변엔 염전이 많다. 이제 갓 초봄인데도 염전마다 ‘소금꽃’이 활짝 피었다. 염도가 오른 물이 증발하면서 물 위에 하얀 소금 결정을 피워 올리는데, 염부(鹽夫)들은 이를 소금꽃이라 부른다. 흔히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에 소금이 생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지 염부들은 “오뉴월, 치맛자락이 살랑댈 정도의 미풍이 일 때 소금이 가장 맛있게 익는다”고 전했다. ●240m 바다위 다리 ‘대하랑 꽃게랑’ 길은 이제 ‘하이라이트’로 향한다. 곧게 뻗은 길을 지나 작은 언덕을 넘으면 곧 드르니항이다. 항구 이름이 독특하다. ‘들르다’란 우리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신온항’으로 쓰이다가 2003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드르니항 건너편은 백사장항이다. 두 포구 사이엔 해상보도교가 세워져 있다. 길이 240m, 폭 4m에 달하는 거대한 다리다. 사람만 오갈 수 있는 인도교로, 2013년 조성됐다. 다리 이름은 ‘대하랑 꽃게랑’이다. 다리 위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짜릿하다. 바닷바람이 교각 사이를 훑고 지날 때마다 윙윙 소리를 내는데, 머리카락이 쭈뼛 솟을 만큼 전율스럽다. 바다 한가운데서 맞는 해넘이도 일품이다. 밤에는 경관조명이 켜지며 한결 요염한 모습으로 변한다. 눈으로 즐기는 호사가 이만저만 아니다. 4코스 솔모랫길은 여기서 끝나지만, 풍경은 계속된다. 5코스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시작해 꽃지해변까지 11.5㎞ 정도 이어진다. 전 구간을 다 돌아볼 수는 없더라도 꽃지 해변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해넘이 명소다. 예부터 백사장을 따라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꽃지’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다. 할매바위와 할배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지며 사위를 붉은빛으로 칠하는데, 태안의 여러 절경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날물 때면 두 바위는 모래톱으로 연결된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할배바위)과 이를 기다리던 아내(할매바위)의 전설만큼이나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나가 96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가는 게 간명하다. 서산유기방가옥을 들르려면 서산 나들목으로 나간다. 태안 해변길 가운데 솔모랫길은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남면분소(674-2608), 노을길은 안면도분소(673-1066)에서 각각 담당한다. 솔모랫길 인근의 마검포에서는 오는 16일부터 태안세계튤립축제가 열린다. →잘 곳: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리솜오션캐슬 리조트(671-7000)를 권할 만하다. 노천 스파인 아쿠아월드에서 걷기 여정의 피로도 풀 수 있다. 유황해수탕에서 꽃지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안면읍 정당리의 소무(050-2673-5119)는 유럽형 부티크 펜션이다. 객실은 만화가 허영만 등 문화예술계 명사 8명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사진과 작품, 책 등을 전시하고 취미생활을 공개하는 갤러리 형식으로 꾸며졌다. 1만 5000여종의 수목이 식재된 천리포수목원(672-9982)에도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맛집:요즘 주꾸미가 제철이다. 한데 어획량이 적어 거의 ‘금값’이다. 몽대포구 쪽에 맛집들이 많다. 포장마차 형태의 횟집들도 늘어서 있다. 태안의 별미 가운데 하나가 ‘아나고 통구이’다. 갓 잡은 붕장어를 양념 없이 굵은 소금만 뿌린 뒤 석쇠에 구워 먹는다. 만리포 옆 모항항의 음식점 대부분에서 맛볼 수 있다.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 태안읍 바다꽃게장횟집(674-5197)은 꽃게장정식으로 각각 이름났다. 글 사진 태안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잊고 산 결핵, 면역력 떨어지면 찾아와요

    잊고 산 결핵, 면역력 떨어지면 찾아와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소녀는 소나기를 흠뻑 맞고 그만 병이 악화돼 “내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는 잔망스러운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가을날 소나기가 소녀를 시름시름 앓게 했지만 죽음으로 이끈 건 결핵이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여주인공 미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도 애절한 사랑을 하다 결핵으로 숨을 거뒀다. 창백한 피부에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몸이어야 ‘비련’에 어울리다 보니 결핵 환자의 모습이 병적인 아름다움으로 미화돼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가 됐다. 결핵은 문인의 병이기도 했다. 이상, 김유정, 나도향, 채만식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상당수 문인이 결핵 투병을 했다. 하지만 결핵은 비련의 여주인공과 문인이 앓는 ‘낭만적’ 질병만은 아니다. 문인 가운데 유독 결핵 환자가 많았던 건 가난과 흡연, 잦은 음주 때문이다. 손현진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연구관은 “결핵은 대체로 폐에 생기는데 흡연은 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며 알코올 중독, 당뇨병, 스트레스, 영양 결핍 등 면역을 떨어뜨리는 모든 요인이 결핵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결핵 환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신규 환자 수는 남성 1만 8695명, 여성 1만 3486명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4배가량 많다. 손 연구관은 “남성의 높은 흡연율, 군대에서의 집단생활 등이 결핵 발생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아직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잠복결핵자라도 면역력이 강하면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는다. 문인뿐만 아니라 못 먹고 못살았던 그 시절 가난한 이들은 결핵을 앓았다. 그래서 결핵을 다른 말로 ‘가난의 질병’이라고도 부른다. 1965년만 해도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100명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인구 10만명당 1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핵에 걸리면 객혈, 호흡곤란, 무력감과 피곤함, 미열·오한 등의 발열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나 폐렴, 폐암,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관련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결핵에 걸린 예술작품 속 여성들이 하나같이 여윈 몸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핵은 대체로 폐에 생긴다.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열이 나며 기침 증상이 밤에 더 심해지면 폐결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결핵 발병 부위에 따라 신장결핵이면 혈뇨가 나타나고 배뇨 곤란·잦은 요의(尿意) 등 방광염과 비슷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척추결핵은 허리 통증,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 가지고 결핵 종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 2017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40세 성인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결핵 환자 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크리스마스실’이 기억 저편으로 밀려난 것처럼, 못 먹고 못살던 시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결핵도 잊힌 지 오래지만 없어진 질병은 아니다. 2015년 기준 국내 신규 결핵 환자 3만 218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10만명당 86.0명)란 통계가 말해 준다. 그냥 1위도 아니라 결핵 발생률이 2위인 포르투갈(10만명당 25.0명)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압도적 1위다. 북한의 결핵 환자는 세계보건기구(WHO) 추산 10만명당 442명(2014년)이다. 우리나라에 유독 결핵 환자가 많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다. 전쟁 전후 결핵이 많이 발병했고, 피란 생활을 하며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됐다.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공부하고 군대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결핵균이 더 많이 전파됐고, 이렇게 감염된 이들이 노년기 들어 발병하며 2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결핵은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결핵 치료를 시작해 2주 정도 약을 복용하면 대개 전염력은 사라진다. 그러나 결핵균은 증식 속도가 무척 느려 최소 6개월 약을 복용해야 하며, 복용을 마음대로 중단하면 아직 죽지 않은 결핵균이 다시 증식해 재발하게 될 위험이 크다. 또 기존 약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결핵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1차 치료는 6개월이지만, 다제내성결핵의 치료 기간은 2년이며 부작용이 많아 매우 힘들고 치료 성공률도 50~60%에 불과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길섶에서] 봄볕/손성진 논설실장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 봄볕이 따사롭다. 햇살 좋은 날, 야외에 나가면 쑥이며 냉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캐는 사람이 없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 이맘때면 산이며 들에는 바구니를 들고 쑥, 냉이를 캐던 아낙네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른 봄 채소가 나기 전에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쑥과 냉이는 귀한 식재료였다. 끓는 물에 어린 쑥이나 냉이를 넣고 된장만 풀면 향긋한 쑥국, 냉잇국이 된다. 쑥으로 설기나 떡, 부침개도 만들어 먹었다. 궁합 맞는 제철 음식으로 알려진 도다리 쑥국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도다리의 제철은 가을이라고 하니 잘못된 상식이라고 할까. 봄볕 하면 떠오르는 말이 며느리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 때문이다. “딸 손자는 가을볕에 놀리고 아들 손자는 봄볕에 놀린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근거가 있다고 한다. 봄볕은 자외선이 강해서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봄볕이 따스하다고 너무 쬐면 쉬 검어진다. 며느리, 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거의 없어진 요즘에야 다 흘러간 말이 되었지만 봄볕은 왠지 며느리들에겐 좀 서글픈 말이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4대문·한강·여의도·상암코스…문화·상쾌·벚꽃길·숲길 ‘매력 직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손수민(28·여)씨는 얼마 전부터 ‘따릉이’에 푹 빠졌다. 따릉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의 별칭이다. 짙어 가는 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는 아쉬웠던 손씨. 자전거로 경복궁, 덕수궁 담장길을 달리며 온몸으로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침에 자전거를 갖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누군가 손씨에게 따릉이를 소개했다. “자전거에 장점이 100개쯤 되고 단점이 10개쯤 된다고 칠 때 가장 큰 단점은 아무 때나 타기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점심을 일찍 먹고 시청역 근처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빌려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오면 기분이 너무 상쾌해서 오후 업무 능률도 쑥쑥 오르죠.” 공공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18일 ▲4대문 ▲한강 ▲여의도 ▲상암 등 공공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 4곳을 선정했다. 시는 “8㎞ 구간의 4대문 코스에서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세종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즐길 수 있고 한강 코스는 11.5㎞로 4개 코스 중 가장 길지만 오르막길이 없고 도로가 잘 닦여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코스’ 6㎞에는 샛강생태공원의 풍경과 벚꽃길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압권인 ‘상암 코스’는 자연과 도심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시는 4대문, 신촌, 상암, 여의도, 성수 등 5개 구역의 150개 대여소에서 2000대의 공공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동대문, 용산, 영등포, 양천구 등에 대여소를 신설해 450개로 늘리고 전체 자전거 수도 56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금은 ‘서울자전거 따릉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티머니 카드, 후불교통카드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이용권은 1일권(1000원), 1주일권(3000원), 30일권(5000원), 180일권(1만 5000원), 1년권(3만원)으로 나뉜다. 1일권은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통영은 진하다. 색이 진하고, 향이 진하고, 맛이 진하다.역사가 그러하고, 문화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다.좁은 골목에도 음악가와 화가의 삶이 얽혀 있고, 낡은 가옥에도 소설가와 시인의 인생이 묻어 있다. 얽히고 묻은 것들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참 농밀하기도 하다. 그래서 통영의 여운은 오래도록 맴돈다.강구안. 멀리 동피랑과 나폴리 모텔이 보인다세병관의 서쪽 망루인 서포루동피랑의 상징인 벽화세병관 마루에 앉아 회상하다 통영 앞에는 어김없이 비경, 예향, 미항이라는 수식어가 달라붙는다. 수식어 대신 ‘동양의 나폴리’만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통영이 나폴리가 되기 이전에 통영은 이순신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치가 떨린 조정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5개 수영을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을 마련한다. 뼈아픈 치욕은 무너진 궁궐의 재건보다 먼저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도록 했다.1604년에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은 300여 년간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본영이었다. 초대 통제사는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그의 한산도 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었다. 이후 6대 통제사가 지금의 통영으로 통제영을 옮겼다.삼도수군통제영을 거닐어 본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 발끝에서 단단하게 전해진다. 400년 넘게 닳은 돌층계 위로 겨울비가 흩날린다. 층계 끝의 문에는 지과문止戈問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칠 지止, 창 과戈, 즉 창을 거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칠 ‘지’자를 창 ‘과’자 밑으로 가져와 두 글자를 합치면 싸울 무武 가 된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창을 거두지만, 유사시에는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무장의 기상이다.무장의 다짐은 지과문을 지나 세병관에도 고스란하다. 세병관이라는 이름은 두보의 시구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가져왔다. ‘하늘의 은하수로 피 묻은 병기를 씻는다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 즉, 전쟁이 그치고 평화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씻을 세洗의 삼수변을 제거하면 먼저 선先이 된다. 평상시에는 세병이나, 유사시에는 선병. 평화를 바라는 마음 중에도 전투를 유념한다. 세병관의 현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단다. 목이 아프도록 현판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병과 선병 모두 결국은 백성과 조국을 지극히 아끼는 마음인 것을.삼도수군통제영과 어우러진 통영 시내의 모습이 통영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하다 국보 305호 세병관은 정면 9칸, 측켠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목조건물이다. 이는 우리나라 단일 면적의 목조건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세병관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의전과 연회를 행했던 객사건물이었으나 일제시대에는 기둥 사이에 벽을 세우고 초등학교로 사용됐다. 긴 세월 동안 몇 차례의 보수는 있었을지언정 삼도수군통제영의 다른 건물들이 소실될 때에도 세병관은 당당하게 세월을 견뎌냈다.세병관의 마루로 올라선다. 동쪽 망루인 동포루와 서쪽 망루인 서포루, 북쪽 망루인 북포루가 좌청룡과 우백호, 북현무로서 세병관을 감싼다. 정면으로는 멀리 미륵산 자락이 너울대고, 세병관 뒤로는 여황산이다. 마루가 맑고 서늘하다. 세병관 마루에서 바라보는 통영시내는 겨울비로 흠뻑 젖었다. 삼도수군통제영의 기와 너머로 통영의 땅과 바다가 들어온다.통영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숱하게 잉태한 이유를 파헤치다 보니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답이 나온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삼도수군통제영으로부터 파생된 것들로 인해 통영의 문화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란 말이다. 통제영의 12공방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통영 12공방 장인의 수가 가장 많아서 1895년 폐영 당시 2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생산품 역시 최상품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통영소반 위에 안주를 차리는 것으로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통영에서는 버선 한 켤레, 빗 하나, 갓 끈 하나조차 허술하지 않으니 그 안목들이 오죽했을까.한편, 통제영 300년이라 함은, 통제사가 300년 동안 부임했다는 이야기다. 통제사는 조선시대 정2품의 벼슬이었다. 정2품의 양반이 통제사로 부임하면 통영으로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식솔들과 노비들을 모두 끌고 온다. 일년 반마다 새롭게 부임하는 통제사는 한양의 최신식 유행을 퍼트렸고, 이는 통영의 복색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뿐만 아니라, 세병관에서 의전과 연회 때마다 연주되는 예악을 들음으로써 통영의 음악도 풍부해졌다. 예악은 궁궐이 있는 한양이 아니고서는 듣기 힘든 고급 음악이었다. ‘전라도 가서는 소리하지 말고, 경상도 가서는 춤추지 말라’고 했다. ‘통영 가서는 춤도 소리도 하지 말라’가 되겠다. 충청, 경상, 전라 수군이 모여 저마다 춤 한 사위, 노래 한 가락 읊조리는 곳이 삼도수군통제영이었기 때문이다. 춤과 소리를 잘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되고 융합되었고, 순간마다 땅은 비옥해졌다. 이후 이 땅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과 같은 근사한 꽃들을 피워냈다.서호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강구안 골목의 대표적인 조형물 ‘이중섭 물고기’강구안 골목의 오래된 가게 사이로 세련된 감각의 가게들이 함께 공존한다히히히 강구안, 정겨운 서호시장‘어, 나폴리 모텔이다.’ 통영의 강구안 해안가를 거닐다 중얼거렸다. 나폴리 모텔은 2009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 남여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는 장소다. <하하하>는 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영화로, 영화의 배경인 통영의 매력이 가득 담긴 영화다. 강구안에서 나폴리 모텔을 보니 ‘하하하’가 아니라 ‘히히히’ 하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이제 강구안은 늘상 웃음소리로 소란하다. 물론 영화 때문은 아니다. 오래된 강구안 골목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항구를 일컫는다. 통영에서는 중앙동, 항남동 등의 일부 해안을 옛날부터 강구안이라고 불렀다.통영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강구안이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이전으로 쇠락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골목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강구안 골목에는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70년간 이어 온 돼지국밥집, 55년 동안 풀무소리 끊긴 적 없는 대장간, 30년 넘은 목욕탕들이 여전히 소곤댄다. 그 사이로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카페들도 함께 살 비비며 공존한다. 골목 어딘가에는 화가 이중섭과 유치환 시인이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강구안은 새벽 1시에 후루룩 먹는 우짜우동과 짜장을 섞은 요리 맛처럼 달큰하고 뜨뜻하다, 히히히.서호시장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위치한다. 예전 서호만 터를 매립해 만든 새 땅에 자리한 시장이라 새터시장으로도 불린다. 이른 아침부터 서호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굴이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통통하고 뽀얀 굴이 곳곳에서 보인다. 볼락과 학꽁치가 지천이다. 시장 한 켠 방앗간에서는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 짜는 냄새가 번지고, 과일이며 나물이며 바구니마다 수북하다. 부지런한 상인들은 새벽부터 좌판을 벌였을 것이다. 알뜰한 사람들은 조금 더 싱싱하고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 시장 골목 여기저기를 누빈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뜨끈한 해장국으로 거친 속을 푼다.서호시장에는 시래기를 뭉근하게 끓인 시락국, 국물이 시원하고 맑은 물메기탕, 해장에 최고라는 졸복국 등 다양한 해장국 가게가 많다. 시장의 활기가 궁금하다면 아침에 갈 것. 오후가 되면 비교적 한산해진다.▶travel info 욕지도·통영FERRY욕지도 여행의 출발은 통영이다. 통영의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과 카페리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1시간 30분,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45분이다. 삼덕여객선터미널의 경우 통영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 떨어져 있으므로 교통편에 따라서 터미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통영→연화도→욕지도 하루 5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9,7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5,000~2만6,000원 삼덕→욕지도 하루 8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7,6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8,000~2만4,000원FESTIVAL 욕지섬문화축제 욕지섬문화축제는 욕지도의 대표적인 축제다. 1992년부터 10월 중순경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120여 년 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지도에 살기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와 고등어를 주제로 한 ‘GO(구마)GO(등어)페스티벌’과, 과거 어민들의 어선인 전마선을 체험할 수 있는 ‘전마선노젓기대회’와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STAY욕지도 옵타티오펜션 전 객실이 바다 전망이다. 일반형 객실 외에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머물면 좋을 복층형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복층형 객실의 2층 천장의 창을 통해 욕지도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www.optatio.co.krrestaurant욕지도 늘푸른횟집 욕지도의 싱싱한 고등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고등어회를 주문하면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등어회뿐만 아니라 욕지도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조림도 일품이다. 칼칼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055 642 6777통영 통굴가 제철 굴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가격에 따라 코스에 나오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통통하고 맛이 진한 굴을 다양한 요리로 즐겨 보자. 055 645 2088통영 분소식당 겨울이면 제철 물메기탕이, 봄이면 도다리쑥국을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드라운 물메기살을 호로록 맛보다 보면 어느새 속이 뻥 뚫린다. 졸복으로 만든 졸복해장국도 인기. 055 644 0495MUSEUM박경리 기념관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선생은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념관 내부에는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하여 유품,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뒤쪽으로는 선생의 묘소가 자리한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09:00~18: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 055 650 2541~3 pkn.tongyeong.go.kr윤이상 기념공원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공원. 전시실과 카페 및 기념품숍, 각종 공연과 세미나와 같은 실내행사를 위한 메모리홀, 야외행사장인 경사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윤이상의 생애와 함께 생전 사용하던 악기 및 친필 악보를 비롯하여 생전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테마공원 09:00~ 18:00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매주 목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단, 공연 및 세미나는 별도) 055 644 1210 www.isangyunmemorial.com통영옻칠미술관 옻칠과 회화를 접목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하고 안료를 배합하여 옻칠을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광채가 신비롭다.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36 10:00~18:00,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 추석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055 649 5257 www.otchil.org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지금이야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당장에 절도 혐의로 잡혀가겠지만, 옛날에 닭서리는 겨울을 나는 일종의 ‘동과의례(冬過儀禮)’였습니다. 비록 지금처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생활공동체로서의 이해와 결속이 단단했고, 인심이 순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또 지금처럼 기업형으로 닭을 기르는 양계가 아니라 일용할 고기를 얻고, 달걀을 얻기 위해 집집마다 닭을 길렀던 까닭에 거기에서 얻는 이득도 과외의 소득이라 여겼습니다. 지금이야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지천에 널린 게 달걀이지만 예전에는 달걀이 제법 근사한 선물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집마당에서 암수탉이 어우러져 낳는 유정란은 요즘의 그것보다 크고 맛도 좋았는데, 이걸 열 개씩 모아 지푸라기로 엮은 것을 한 줄로 쳤습니다. 그걸 장터에 가져가 돈을 바꾸기도 했고, 만만한 곳에는 선사품으로 전하기도 한 것이지요.  달걀로 소통했던 사회 달걀이 무슨 선물이 되느냐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제조업이 낙후해 물산이랄 것도 없었던 60∼70년대에는 달걀 한 줄이면 탄원서를 대신 작성해 준 읍내 행정서사나 면서기에게는 뇌물이라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뭔가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이 드는 답례품이었고, 부잡한 아이들 학교로 불러모아 가르치시는 고마운 선생님에게 드리는 스승의 날 선물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달걀 두 줄이면 쌀이 한 말’이라는 당시의 통념이 이걸 입증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딸아이 혼례 후 시댁으로 보내는 신부의 이바지에도 석작에 차곡차곡 쌓아 넣은 달걀과 닭을 통째로 곱게 삶은 닭이 빠지지 않았는데, 석작에 들어가는 달걀이 좋이 쉰 개는 되었던 터라 혹여 깨어질까봐 집검불을 치대 부드럽게 만들어서 달걀을 하나 하나 싸 넣던 이웃 어르신의 자상한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이미 세상에 안 계신 분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필자가 살던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10리 길이었습니다. 6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길을 밟아 학교를 다녔는데, 시골 국민학교 전교생이 물경 1000명을 헤아렸고, 우리 마을에도 1∼6학년 학생이 어림잡아 40∼50명은 되었을 것입니다. 날 좋을 때면 끼리끼리 까불면서 오가는 길이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그 길을 오가기가 정말 곤욕이었습니다. 황당한 얘기지만, 그 때는 우산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비가 내리면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학교 앞 우체국이며 방앗간 추녀 밑에서 우두망찰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쾌재를 부를 횡재는 마침 지나가는 버스가 그 많은 아이들을 태워주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고작 예닐곱 번 오가는 시골 버스 기사의 선심이 어린 아이들의 동심에 온기가 된 것이지요. 운전 기사는 마을 앞에 차를 세워 애들을 모두 내려주었는데, 그 때는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 애들이 저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내리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얼굴에 마마 자국이 있는 그 기사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장이 하루는 동네 사람들 뜻을 모아 마을앞 정류장에서 그 기사가 모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때 이장이 건넨 것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달걀은 요즘과 확실히 달랐고, 그런 달걀을 생산하는 것이 닭이었으니, 그게 ‘한 마리’라고 찍어서 쉽게 주문해 먹은 요즘의 치킨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습니까. 생산성을 처음 가르쳐 준 닭 그리고 달걀 다른 가축과 달리 닭은 키우고 번식시키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달걀을 열댓개 모았다가 알 낳는 둥지에 깔아놓으면 암탉이 알아서 그걸 품어 병아리가 깨곤 했지요. 이른 봄에 그렇게 알을 깔아두면 날이 풀리는 봄날 쯤 마당을 노란 병아리들이 누비고 다녔는데,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하는 동요만 불러봐도 그런 풍경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 닭을 키우고, 달걀을 모으는 일은 애들 몫이었습니다. 아침에 닭장 문을 열어 닭들을 풀어놓고, 때맞춰 모이를 주고, 해거름에 다시 닭장으로 불러들이는 일이야 시골 애들은 누구나 하는 일이었지요. 한낮에 암탉이 닭장에서 홰를 치고 나서면 달걀을 낳았다는 것도 애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막 낳은 달걀을 거머쥐면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달걀을 모으고, 모은 달걀이 다시 돈이 되고, 인사치레가 되고, 병아리가 되는 이 기막힌 생산성의 선순환과 상생의 가치를 시골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체득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닭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존재였다는 뜻입니다.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그런 닭이 또한 훌륭한 육류 공급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닭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이른바 ‘붉은 살코기’와는 다른 ‘흰 살코기’, 즉 육류 중에서는 효용 대비 부작용이 가장 적은 고기로 꼽힙니다. 단백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닭고기(가슴살)에는 23.0g이, 쇠고기 우둔살에는 22.3g, 쇠고기 안심에는 21.0g, 돼지고기 안심에는 14.1g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방은 닭고기 1.2g, 쇠고기 우둔 4.6g, 안심 7.1g, 돼지고기 13.2g 정도입니다. 얼른 봐도 닭고기가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 함량은 가장 많고, 지방 함량은 가장 적은 양질의 육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왜 싼 닭이 비싼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지를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고기 맛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동과의례’ 그 닭이 ‘서리’라는 ‘동과의례’의 중심이었던 이유도 금방 납득이 되지 않습니까. 봄부터 가을까지 애, 어른 없이 농삿일에 내몰리느라 힘들게 지내고 맞는 겨울은 ‘농한기’였습니다. 농촌에서는 제법 한가한 철이라는 뜻이지요. 겨울 농한기가 되면 치르는 관행적인 습속이 있습니다. 눈 덮인 산골짜기를 훑는 토끼몰이나 마을 사람들이 추렴해 돼지를 잡는 일이 그런 일인데, 여기에 닭서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돼지는 심심파적으로 삼기엔 너무 크고, 토끼몰이야 재수가 좋아야 한 마리 잡히는 것이니 그 중 확실한 것이 닭서리일 밖에요. 그렇다고 산적질 하듯 아무 집이나 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오 내오 없이 다 삼이웃인데 낯뜨거운 짓을 할 수는 없지요. 서리 대상을 꼽을 때 가장 맞춤한 방법은 또래 동무를 꼬드겨 그 집 닭을 서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유순한 농경민족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떼지어 출몰하는 화적과 외침에 의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토담을 높여 성벽을 쌓는 건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누군가가 밤새워 불침번을 설 수도 없으니 집집마다 똥개를 키워 밤낮 없이 집을 지키는 파수로 삼았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똥개가 볼품은 없어도 주인 섬기는 충성심 하나만은 대단합니다. 밤중에 이웃에 마실 한번 가려 해도 왈왈대는 똥개 때문에 주인이 몇 번씩 달래야 진정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니 개 무서운 줄 모르고 닭서리하겠다고 대들었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 그 집 아들이 서리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 주인이 한 걸음 먼저 들어가 똥개를 달래고, 그 틈에 한 놈이 닭장 속으로 기어들어가 닭 한 마리 낚아채 나오기란 식은 죽 먹기지요. 그렇다고 물색없이 덤벙거리다가는 산통 깨기 쉽습니다. 닭이 의외로 겁이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한겨울 찬 손으로 거머쥐려다가 닭이 놀라 푸드덕거리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미리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따뜻하게 덥혀둬야 합니다. 닭을 거머쥘 때도 마치 그림자처럼 다가가 양손으로 목덜미와 날개죽지를 잽싸게 싸잡아 횃대에서 들어내립니다. 이 순간에 버벅대다간 다른 닭들이 놀라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날개죽지와 목덜미를 한 손에 거머쥐면 끝입니다. 손에 들린 닭이야 발버등을 쳐봐야 소리가 날 일도 없고, 목덜미가 잡혀 옴짝달싹 못하니까요. 남은 일은 미리 점 찍어둔 골짜기로 줄행랑을 놓는 일입니다.  잡식의 운명 ‘육탐’ 이제 호궤할 일만 남았습니다. 사람들 이목이 미치지 않는 골짜기로 들어가 꽝꽝 언 소나무 가지를 툭툭 꺾어모아 불을 지핀 뒤 불땀이 달아오를 때 잉걸불 속에 닭을 묻어두고 히히낙락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닭털이 불길에 오그라붙어서 불길 속에 그렇게 던져둬도 살이 타는 법이 없습니다. 속살이 먹을만 하게 익었겠다 싶을 때 꺼내 부지깽이로 툭툭 터럭만 털어내면 먹음직스럽게 익은 뽀얀 속살이 이내 드러나니까요. 남들 눈길 피해 서리 하는 떠꺼머리들이 손 날랜 숙수가 아니니 솜씨 부릴 일도 없습니다. 죽죽 찢어낸 살집을 깨소금에 찍어 나눠 먹은 뒤 입 씻고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다음 날, 친구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밤에 족제비가 들었는지 살오른 씨암탉이 종적도 없다”면서 어른들이 입맛을 다시면 친구 녀석은 “족제비 그걸 가만 둬서는 안 되겠다”고 넉살 좋게 맞장구를 쳤을 것입니다. 잘 사네, 못 사네 해도 농투산이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는 육류 섭취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뼈 빠지게 일을 하지만 힘의 원천인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살집이 쪼르그라들 수 밖에 없고, 그러니 그럴 나이가 아닌 데도 주름이 자글자글 겉늙어보였습니다. 농사 짓고 산다고 맛있는 걸 분별 못할 리는 없습니다. 그들도 쇠고기, 돼지고기가 먹고 싶지만, 읍내 푸줏간까지 나가 통 크게 쌈지를 열 엄두가 안 나니 그냥 고봉밥에 김치로 주린 배를 채우고 맙니다. 그런 사람들이 겨울 농한기에 동네 사랑에 모여 노닥거리다가 입 맞춰서 닭 한 마리 서리하는 일은 흔했고, 설령 닭을 잃어버렸다 해도 그걸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 오른 암탉 한마리 해치우고 나면 얼굴에 기름이 오릅니다. 아침까지도 뱃골이 든든한 게 ‘이래서 고기, 고기 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이야 조석으로 고기 먹는 게 일상이라 ‘못 먹어서 얼굴에 버짐 필’ 일도 없고, ‘고기 맛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소증 걸린 지 오래’라는 푸념을 뱉을 일도 없지만, 예전에는 항용 하는 말이 ‘이밥에 고기’였습니다. 쌀밥에 고기 한번 실컷 먹는 게 또한 일상의 바람이기도 해서 명절 앞두고 부침개 지져낸다고 번철에 올린 돼지기름 닳아서 풍기는 냄새만 맡아도 회가 동하곤 했습니다.  섭생의 균형을 위한 원초적 일탈 ‘닭서리’ 그 시절엔 고기를 통해 얻는 모든 영양소가 결핍 상태이니 누구라도 고기에 ‘껄떡신’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육류 섭취를 제한하라는 둥, 동물성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둥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하지만, 너무 잘 먹어서 문제가 된 ‘식탁 혁명’이 완성된 것도 실은 20∼30년 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명색 잡식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줄창 곡류와 채소류만 먹다가 가끔 고기를 탐한다고 이상할 것은 없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섭생은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것입니다. 좋다고 줄창 고기만 먹을 일도 아니고, 싫다고 아예 채소류를 외면하고 살 일도 아닙니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당장이야 표가 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고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몸이지요. 요즘 흔히 듣는 ‘잘 먹고 잘 살아서 생긴 병’이 꽤나 됩니다. 비만이 그렇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그렇고, 당뇨도 많은 경우 췌장 혹사가 원인입니다. 이런 질환에 노출된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바로 그 섭생 균형이 깨져 있음은 보지 않아도 아는 일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먹지만, 여기에 ‘먹어줘야 하는 것’을 더해야 건강한 식생활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닭서리도 살펴보면 ‘균형 있는 섭생’을 향한 원초적인 욕구의 발현이었고, 거기에서 비롯된 우리 식의 일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욕구가 사회적 관점에서 권장할 미덕은 아닐지라도 관용의 틀 안에서 ‘그럴 수도 있는 일’로 통용되었고, 그런 섭생의 균형 추구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돼 ‘끈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jeshim@seoul.co.kr
  •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③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③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벌써 몇 번째 타이완 여행인지? 그럼에도 또다시 타이완으로 향한 이유는 새로운 기대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타이완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는 골목길을 만났다. ●옛 거리 타이완의 북쪽에 위치한 수도 타이베이. 17세기부터 유입된 한족들이 18세기 초 단수이강을 중심으로 터전을 잡고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1875년 타이중에 있던 타이완부臺灣府를 타이베이로 옮기면서 타이완 제1의 도시가 되었다.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타이베이의 100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 그 모습을 만나기 위해 ‘따시 라오제’와 ‘싼샤 라오제’를 찾아갔다. 100년 전 흔적 속을 걷다 따시 라오제Daxi Old Street 따시 라오제는 타이베이 인근 타오위안에서 가장 먼저 발전한 따시라는 지역에 형성된 100여 년 역사의 옛 거리다. 무역으로 번성했던 시절을 반영이라도 하듯 바로크양식의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긴 세월 동안 거리의 상점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겠지만 건물 건축 당시에 상부에 새긴 간판은 100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참 독특하다. 이곳의 특산물은 말린 두부 ‘또우깐’으로, 거리 곳곳에 두부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또 예로부터 목각인형 산업이 발달한 곳이어서 장난감 가게도 많다. 음식점, 기념품, 장난감 가게가 주를 이루는 골목 끝에 다다르면 100년 전 무역항의 역할을 했을 강변을 따라 카페들이 자리해 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타이베이역에서 열차를 타고 타오위안역 하차. 버스터미널에서 ‘츠후慈湖선’ 또는 ‘샤오우라이小烏來선(휴일에만 운행)’을 타고 따시 라오제에서 하차 매력이 철철, 늘 붐비는 옛 거리 싼샤 라오제Sansia Old Street 싼샤 라오제는 청나라 때 형성된 타이완의 대표적 옛 거리. 이곳 역시 강을 통한 무역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바로크양식의 지붕을 얹은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이 거리는 이색적이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타이완의 영화, 드라마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길이 뻗은 모양이 마치 활처럼 굽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청나라 때의 번화가나 시장 거리는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직선보다 곡선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약 100개의 상점이 과거 모습 그대로 아직도 영업 중이다. 각종 먹거리, 기념품, 전통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늘 많은 인파로 붐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찐니우자오金牛角’라는 황소 뿔 모양의 빵.지하철MRT 징안景安역 하차. 908번 버스로 갈아탄 뒤 싼샤에서 하차 ●문화의 거리 타이베이에는 아직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의 거리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두 곳이 ‘잉꺼 도자기 마을’과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줄 만한 곳들이다. 타이완의 도자기 굽는 마을 잉꺼 도자기 마을Yingge Ceramics Town 타이완 도자기의 본고장이자 최대의 도자기 마을이다. 오래전부터 도자기를 굽던 마을로 잘 정비된 거리 곳곳에 도자기 전문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생활용품, 기념품, 예술품, 장식품, 골동품 등 다양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여럿이다.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할 만큼 볼거리, 살거리, 체험거리가 풍부하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옛날 도자기 가마 또한 이색적인 볼거리다.타이베이역에서 열차를 타고 잉꺼鶯歌역 하차 오래된 창고에 예술가들이 모였다 화산1914창의문화원구Huashan 1914 Creative Park 1914년에 지어져 1987년 문을 닫기까지 타이완 최대의 양조장으로 운영되었다가 수년간 방치되었던 공간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실, 카페,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오래된 건축물과 최신 트렌드의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 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메인광장에선 시시때때 문화 공연들이 펼쳐지고, 골목 곳곳에서도 거리 공연들이 벌어진다. 오래된 창고 건물이 주는 독특한 건축미 때문에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지하철MRT 중샤오신셩忠孝新生역 ●야시장 외식을 즐기는 타이완 사람들의 습관에서 시작한 야시장 문화는 시내 곳곳에 수많은 야시장을 형성했다. 타이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야시장 투어는 타이완 여행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시장은 보통 해가 떨어지면 좌판이 깔리기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영업을 한다. 타이완 최대 야시장의 위엄 스린 야시장Shilin Night Market 타이베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시장. 타이완에서도 최대의 야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넋을 잃고 다니다간 길을 잃기 십상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미로처럼 복잡하다. 수많은 갈래의 야시장 골목길에는 값싸고 다양한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스린 야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닭튀김 ‘지파이’, 파인애플파이 ‘펑리수’, 큐브스테이크, 치즈카스테라 등이다. 지하철MRT을 타고 젠탄劍潭역에서 하차 현지인들이 더 좋아하는 야시장 라오허제 야시장Raohe Street Night Market 타이베이에서 스린 야시장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야시장이다. 관광객들이 많은 스린 야시장과 달리,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현지인이다. 스린 야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밀조밀한 골목 사이로 빽빽하게 늘어선 좌판이 그야말로 야시장 본연의 모습이다. 이곳의 유명 먹거리는 ‘화덕만두’. 화덕만두를 사기 위해 선 줄이 시장 입구를 막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버터소보루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스린 야시장의 대표 메뉴인 지파이, 큐브스테이크를 이곳에서도 맛볼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타이완 전통 야시장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스린 야시장보다 라오허제 야시장이 더 적합하다. 지하철MRT을 타고 쑹산松山역 하차 ●젊음의 거리 타이베이에도 서울의 명동, 홍대입구 같은 젊음의 거리가 있다. 타이완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을 만날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 타이베이의 명동 시먼딩Ximending타이베이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번화가다. 유명 브랜드 매장은 물론 맛집과 각종 숍들이 즐비하다. 일본 식민지 시절인 1908년에 지어진 타이베이 최초의 극장 ‘시먼 홍로우’도 이곳에 자리해 각종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먼딩에 갔다면 ‘핫스타 지파이’의 닭튀김, ‘아종면선’의 곱창국수, ‘삼형제빙수’의 망고빙수는 꼭 맛봐야 한다. 지하철MRT 시먼딩西門町역 하차 아기자기한 찻집이 빼곡 중산Zhongshan 카페거리 타이베이 교통의 요충지인 중산역 인근은 골목골목 카페가 빼곡한 ‘타이완의 삼청동’이라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예쁜 찻집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중심에 자리한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에는 타이완 버블 밀크티의 원조로 통하는 타이중의 ‘춘수당’ 분점이 자리하고 있다.지하철MRT 중산中山역 하차 딘타이펑 본점이 이곳에 융캉제Yong Kang Street 타이베이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맛집이자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 중 하나인 ‘딘타이펑’. 그 본점이 바로 융캉제 거리에 자리해 있다. 딘타이펑 본점은 식사시간만 되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밖에도 타이완의 3대 망고빙수집 중 하나인 ‘스무시하우스’와 파인애플파이 ‘펑리수’가 맛있기로 유명한 ‘선메리베이커리’도 자리하고 있다. 지하철MRT 똥먼東門 역 하차 딘타이펑 본점 타이베이 융캉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레스토랑 ‘딘타이펑’은 젓가락으로 쿡 찔러 구멍을 내면 좌르르 흐르는 육수와 함께 간장에 살짝 담근 생강채를 올려 먹는 ‘샤오롱바우’가 유명하다. No. 194, Section 2, Xinyi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평일 10:00~21:00 주말 9:00~21:00 +886 2 2321 8928 www.dintaifung.com.tw ▶travel info Taiwan 자유여행자의 든든한 친구, 내일투어 금까기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정을 자유여행으로 꾸민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유’롭지만 동시에 수많은 체크리스트를 모두 직접 채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체크리스트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다! 모두가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모든 일정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고, 일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어려워서다. 엉망진창의 일정으로 여행을 망쳐 버릴 수는 없는 법. 내일투어의 자유여행 브랜드인 금까기를 선택한 것은 이번 여행의 신의 한 수였다. 여행자마다 따라 붙는 여행 코디네이터는 한 명 한 명의 일정을 고려해 예약을 도와주고, 일정을 추천해 준다. 인터넷 창을 수십개 띄워 놓고 항공가와 호텔가를 비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 추천일정은 그야말로 추천일정이니 여행자의 마음대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전문가의 조언이 있으니 자신감이 붙는 건 당연지사. 금까기 홈페이지에서 현지투어를 미리 선정해 놓으면 예약 시간에 맞춰 미팅 장소에 나가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도 갖췄다. 타이완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투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까기 페이지에서 모든 여행의 모든 구색을 맞출 수 있다. 02 6262 5000 www.naeiltour.co.kr AIRLINE타이완 국적 저가항공사LCC인 ‘브이에어V Air’는 2015년 8월 말 부산-타이베이 노선에 신규취항했다. 현재 주 4회(월·수·금·일요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타이베이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화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등이 운항 중이다. FOOD푸항또우장Fu Hang Dou Jiang타이완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또우장’은 일종의 콩국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맛이 아주 담백하고 고소하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또우장 식당인 ‘푸항또우장’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실제로 2층에 있는 식당까지 이어진 줄이 1층까지 이어져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다림 끝에 맛본 또우장과 화덕에 구운 빵 ‘허우빙’, 길쭉한 튀김빵 ‘요티아오’의 맛은 감동이었다. No.86-108, Section 1, Zhongxiao East Roa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886 2 2392 2175 05:30~12:30, 월요일 휴무 또우장 TWD25, 요티아오 TWD22부터, 허우빙 TWD28부터 HOTEL가오슝 앰버서더Ambassador Hotel Kaohsiung아이허강과 바로 인접한 앰버서더는 가오슝에서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호텔로 유명하다. 객실에 들어서면 유유히 흘러가는 아이허강과 멀리 가오슝 항구가 내려다보인다. 장점은 결국 아이허강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노곤한 아이허강의 밤 분위기에 흠뻑 취해도 횡단보도만 건너면 호텔이니 느긋하게 취기를 즐길 수 있다. 202 Min Sheng 2nd RD., Kaohsiung City +886 7 211 5211 www.ambassadorhotel.com.tw 타이베이 시티호텔Taipei City Hotel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비교적 저렴한 숙박요금에 비해 객실과 조식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호텔 맞은편에는 대형마트가 있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닝샤 야시장이 위치해 있다. 모든 객실에서 무료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 No.172, Sec. 2, Chongqing N.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886 2 2553 3919 www.taipei-hotel.tw/ko-kr 홈호텔Home Hotel클럽, 바, 레스토랑이 밀집한 신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호텔에서 두세 블록 거리에 영화관과 백화점도 있다. 위치는 100점이지만 방음시설은 50점이다. 밤늦게까지 클럽 소음이 울려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다. No. 90, Songren Rd, Xinyi District, Taipei City +886 2 8789 0111 www.homehotel.com.tw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차민경 기자, Travie writer 김봉수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000타이완관광청 www.taiwan.net.tw, 브이에어 www.flyv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서울에서 속초·안동 2시간… 준고속철로 달려간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서울에서 속초·안동 2시간… 준고속철로 달려간다

    교외선 등 15개 지역 간 철도 포함, 목포~제주 해저터널 일단 제외 통일 대비 강릉~제진 연결 추가…74조 1000억원 재원 필요 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호남고속철 2단계(광주∼목포) 사업과 인천·수원·의정부발 고속철도사업을 빼면 시속 180~250㎞를 내는 준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제성과 건설기간 등을 고려, 무조건 고속철도를 까는 것이 아니라 고속철과 지역 거점 도시를 연결하는 준고속철도 건설과 기존 철도 노선의 속도를 높이는 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서울 강남 수서∼경기도 광주를 잇는 복선철도가 건설돼 강원도와 중부내륙행 철도를 수서역에서 타고 내릴 수 있게 된다. 3차 철도망계획은 서울에서 주요 도시 간 2시간대, 대도시권 30분 이내 이동을 목표로 한다. 서울에서 부산, 목포는 각각 2시간대에 연결되지만 서울∼강릉(5시간 30분), 서울∼안동(3시간 30분), 부전∼목포( 7시간 11분) 등은 장시간 소요된다. 계획에 포함된 지역 간 철도사업은 ▲대구광주선 ▲김천전주선 ▲교외선(의정부∼능곡) ▲원주춘천선 ▲호남선(가수원∼논산) ▲경북선·중앙선·대구선(점촌∼동대구) ▲보령선(조치원∼보령) ▲경부선(사상∼범일) ▲대산항선(서문산단∼대산항) ▲마산신항선(마산∼마산신항) ▲녹산산단선(부산신항선∼녹산산단) ▲반월산단선(안산∼반월산단) ▲금강산선(철원∼군사분계선) ▲경원선(연천∼월정리) ▲동해선(포항∼강릉) 등 15개다. 목포~제주를 잇는 해저터널을 통한 고속철도사업은 경제성을 이유로 일단 이번 계획에서는 빠졌다. 목포∼제주 해저터널(167㎞) 건설비는 16조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광역철도사업은 ▲동탄∼세교선 ▲서울9호선 연장(강일∼미사) ▲인천2호선 연장(대공원∼신안산선) ▲충청권광역철도 연장(대전조차장∼옥천) ▲양산울산광역철도 등 5개 사업이 선정됐다. 선로 용량이 한계에 이른 구간도 해소된다. 경부고속선 수색∼금천구청·평택∼오송 구간과 중앙선 용산∼청량리∼망우 구간 선로를 추가로 건설해 병목현상을 없애기로 했다. 서울역~금천구청역의 적정 열차운행 횟수는 일일 편도 171회이지만 현재 199회가 운행된다. 사업비는 수색∼금천구청(30㎞)에 1조 9170억원, 평택∼오송(47.5㎞)에 2조 9419억원, 용산∼청량리∼망우(17.3㎞)에 1조 3280억원이 들어간다. 영남과 호남을 잇는 경전선 전철사업도 완료된다. 경전선은 삼랑진∼진주는 시속 200㎞, 진주∼순천 150㎞, 순천∼광주송정 230㎞로 구간별 설계속도가 달라서 열차가 최대 속도를 낼 수 없다. 앞으로 경전선 진주∼광양(57㎞·1524억원)·광주송정∼순천(116.5㎞·2조 304억원), 장항선 신창∼대야(121.6㎞·7927억원), 동해선 포항∼동해(178.7㎞·2410억원), 문경∼점촌∼김천 구간(73㎞·1조 3714억원)은 전 구간 전철화 사업을 벌인다. 철도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산단·항만에 연결하는 철도망도 늘린다. 대야∼새만금항, 사곡∼구미산단, 합덕∼아산산단∼석문산단, 지천∼대구산단, 동해∼동해신항, 월곶∼인천신항, 부산신항선∼부전마산선 등 7개 항만 연결철도도 건설한다. 통일에 대비, 경원선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11.7㎞) 남측 구간 복원공사 외에 동해선 강릉∼제진 연결사업도 추가했다. 2006년 동해선 중 금강산∼제진, 남북구간을 연결했으나 정작 남측의 제진∼강릉 104.6㎞ 구간이 끊겨 있다. 강릉∼제진 연결 사업비는 2조 3490억원으로 추산됐다. 3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74조 1000억원(국고 53조 7000억원·지방비 4조원·민자 9조 5000억원·기타 6조 9000억원)이다. 박민우 철도국장은“지역 간 철도서비스 격차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더민주 간 조응천 “내 아픔 타인이 안 겪게 할 것”

    더민주 간 조응천 “내 아픔 타인이 안 겪게 할 것”

    ‘박원순 측근’ 기동민, 성북을 출마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의 중심에 있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더민주는 이번 영입이 박근혜 정권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구 출신의 조 전 비서관은 대구지검 공안부장과 수원지검 공안부장,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보를 지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지천명의 나이를 먹고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이 바로 레테의 강을 건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면서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나’라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조 전 비서관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수차례 찾아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4·13 총선 서울 마포갑에서 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과 맞붙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제가 사는 곳이 마포라 그런 것 같은데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당과 얘기한 것이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특별히 말할 게 없다”며 표면적인 대응을 자제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에서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일을 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조 전 비서관은 “애초부터 저에 대한 비토(거부)가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의 반응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더민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성북을 출마를 선언했다. 성북을은 같은 당 신계륜 의원의 지역구로, 신 의원은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공천심사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문리가 트였고, 마흔 살에 미혹됨이 없었다.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이 돼서는 듣는 귀가 순해졌다.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더라. 공자가 늘그막에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움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불혹(不惑)은 자신의 주장이 보편 타당해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학문 이외의 다른 분야로 확대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분야에서 주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그 주장이 일리가 있고, 보편 타당해야 불혹의 나이라 할 수 있다. 불혹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천명(知天命)은 너무 추상적이다. 천명의 사전적 의미는 수명, 운명, 하늘의 명령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답이 기억난다. 40대였던 한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유레카! 철학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나이가 쉰 살 지천명이 아닐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앞선 세대만 해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약하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이를 채우기 위해 300개 기업에 예술인 1000명을 파견하기로 했을까. 불혹과 지천명의 세대인 우리 사회의 40대, 50대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19대 국회 246개 지역구 당선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40대가 66명, 50대가 118명으로 전체의 72.4%를 차지한다. 또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70% 이상이다. 고위공직자는 대부분이다. 40대, 50대가 우리 사회를 견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지천명 운운’ 했다고 한다. 그가 ‘지천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리랑TV 사장 등 고위 공직자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이런 게 다 ‘나잇값’을 못 해 일어나는 게 아닐까. 40대, 50대가 불혹과 지천명이라는 나잇값만 제대로 해도 우리 사회의 청렴도는 한층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세계적인 멋, 한국적인 맛… 관광한류 새 길 연다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세계적인 멋, 한국적인 맛… 관광한류 새 길 연다

    환골탈태,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등 2018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통문화를 새롭게 다듬는 등 분주하다.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계기로 산골마을을 세계 속의 도시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서울과 인천공항에서 1시간대의 복선 전철이 놓인다. 동해와 백두대간 등 청정 자연자원을 활용하면 올림픽 이후 세계 속의 휴양과 관광· 레저도시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시 통일신라 천년의 문화 품고 백두대간 청정의 자연 즐겨 통일신라 때 ‘명주군’에서 시작된 강릉은 천년의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청정 자연자원, 풍성한 먹거리가 어우러진 고장이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를 끼고 서쪽으로는 장엄한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둘러 관동팔경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비롯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등 뛰어난 문인 등 인재 배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흔아홉 구비의 전설이 깃든 대관령과 대한민국 명승 1호인 소금강,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오죽헌, 관동팔경의 으뜸인 경포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을 가진 정동진역,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경포호와 경포대 경포대 누각에 앉으면 낮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새들의 오가는 모습이 호수에 비쳐 신선들의 세계를 맛보게 하고 밤에는 달빛이 하늘과 바다, 호수, 술잔, 임의 눈동자를 비추며 시심(詩心)을 자극한다. 오죽헌과 선교장 율곡 이이 선생이 살았던 오죽헌(보물 제165호)은 바깥채, 안채, 어제각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조선 초기 한옥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통 기와집 집성촌이 만들어진다. 오죽헌과 지척에는 효녕대군 11세손이 지은 18세기 만석꾼의 한옥인 선교장이 잘 보존돼 있다. 강릉대도호부관아와 강릉향교 고려 때 창건한 강릉대도호부관아(임영관)는 중앙 관료들이 내려오면 머물던 객사(客舍)가 유명하다.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로는 가장 크고 배흘림 기둥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51호)로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강릉향교(보물 제214호)도 가 볼만하다. 정동진역과 모래시계 해돋이 명소,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를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일출과 함께 열리는 모래시계 회전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감자가루를 밀가루와 섞어 새알 모양으로 빚어 끓여 낸 감자옹심이와 바닷물로 간수를 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초당두부, 쌀과 조청 등으로 만들어 내는 100년 전통의 사천과즐(유과) 등이 유명하다”며 발달된 강릉 음식문화를 자랑했다. #평창군 대관령 양떼목장의 낭만 한 컷…태고의 신비 석회암 동굴 탐험 ‘해피 700!’ 해발 700m인 백두대간 고원지대에 있는 평창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 고장이다. 동으로는 급하게 동해를 지척에 두고 서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두며 서울로 이어져 있다. 석회암 지대에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굴이 있고 대관령 초지에는 소와 양떼가 거니는 목장이 있다. 자연자원과 어울려 오대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성지 순례와 평창의 맑고 푸른 전경을 하늘에서 굽어보며 즐길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계곡에서 즐기는 래프팅, 해마다 열리는 효석문화제와 해피 700 평창페스티벌, 평창 송어축제, 대관령 눈꽃잔치 등도 유명하다. 오대산 선재길 사계절 변화가 뚜렷해 인기 있는 명산으로 손꼽히는 오대산의 매력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6.2㎞ 구간의 선재길이다. 완만한 경사길은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완주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백룡동굴 5억년 전 태고의 신비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동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번에 20명까지 입장해 단체관람이 가능하며 하루 6~12차례 입장할 수 있다. 효석문화마을 장돌뱅이들의 고단하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유려한 필체로 그려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이 된 마을이다. 해마다 9월이면 굵은 소금을 흩뿌린 듯 흰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어 효석문화제를 더욱 빛낸다. 대관령 목장 아름다운 대관령 구릉지대에 펼쳐진 목장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대관령 양떼목장, 에코 그린캠퍼스, 대관령 하늘목장 등 관광형 목장이 밀집되어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양들에게 먹이 주는 체험이 인기이다. 에코 그린캠퍼스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광활한 초원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트랙터 마차를 타고 덜컹거리는 흙길을 지나가며 주변을 관람하는 이색적인 추억을 선사한다. 주변의 풍력발전 풍차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건강에 좋은 메밀 배추전를 비롯해 메밀 막국수, 메밀 전병, 메밀묵 등 다양한 메밀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부드럽고 쫄깃해 씹히는 맛이 일품인 평창 송어회와 대관령에서 생산하는 황태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고 말했다. #정선군 행복 두 바퀴 레일바이크 따라 시골장터로 떠나는 추억여행 산골의 특색을 살려 ‘연중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활짝 열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는 고장이다. 도시인들에게 향수를 불러 내는 정선 5일장과 산간계곡을 활용한 레일바이크, 폐광지역의 아픔을 극복한 강원랜드, 자연자원과 어우러진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등 전국 최고의 명품 관광지에 이어 삼탄아트마인, 지역명을 붙여 운행하는 첫 관광열차인 정선아리랑열차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토속적인 자원들이 어우러져 지속적인 관광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선토속음식축제, 곤드레산나물축제, 함백산 야생화축제, 정선아리랑제, 민둥산억제꽃축제, 고드름축제 등 다양한 테마축제도 끊이지 않는다. 정선5일장 맛·멋·흥이 어우러진 옛 시골장터의 모습을 그래도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산물 곤드레 등 산나물과 수수부꾸미, 메밀 전병, 콧등치기 등의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1960~70년대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선아리랑열차 관광전용 열차로 개방형 창문과 넓은 전망 창이 설치돼 어느 좌석에서든 정선의 빼어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선평역과 나전역에서는 아름다운 간이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아우라 지역에서는 정선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정선 레일바이크 페달을 밟아 정선선 구절리역~ 아우라 지역까지 7.2㎞ 구간을 달리는 오픈 열차다. 송천 계곡의 맑은 물, 푸른 숲, 강을 따라 난 철길 양쪽의 기암절벽, 한가로운 농촌 풍경 등 정선의 사계절 천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석탄을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갱도, 석탄차 등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다. 화암동굴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가지고 환상적으로 꾸며 놓은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이다. 280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석 광장에는 동양 최대 규모인 황종유벽, 마리아상, 부처상, 장군석, 석화 등 크고 작은 종유석이 있다. 전정환 정선군수는 “정선 5일장, 레일바이크 등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관광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 속의 고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 평창·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탕! 탕! 탕! 쫓고 쫓기는 새들과의 전쟁

    탕! 탕! 탕! 쫓고 쫓기는 새들과의 전쟁

    ‘탕! 탕! 탕!’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에는 긴박감이 흘렀다. 20마리의 기러기떼가 공항에 출몰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소속 조류퇴치팀(BAT) 요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엽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3시간째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러기떼는 공항에서 멀리 벗어나기는 커녕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지난 9일 김포공항에서 진에어 여객기 엔진에 쇠오리(추정)가 빨려들어가는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이 발생했던 터라 요원들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조류 63호 응답하라! 기러기떼가 북측으로 횡단 중이다.” 인천공항 1활주로 남측에 있던 조류 62호 요원이 무선으로 기러기떼 이동경로를 알렸다. 조류 63호 요원은 즉시 “분산하겠다”고 답했다. 분산이란 새를 공항 밖으로 내쫓는 것을 의미한다. 관제탑도 숨죽이며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기러기떼는 활주로에 내려앉지 않고 그대로 공항을 통과했다. 공항에서 기러기는 조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새로 분류된다. 덩치가 크고 경로가 일정치 않은 탓에 비행기와 충돌할 확률이 높다. 2009년 미국 항공사 US에어웨이 여객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것도 기러기떼와 부딪치면서다. 김진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장은 “2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때문에 공항 안으로 새 한 마리만 들어와도 신경이 곤두선다”면서 “겨울철 오리떼, 기러기떼와 한바탕 추격전을 벌이고 나면 진이 빠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국내 대표 공항답게 조류퇴치팀 요원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명이다. 김포·제주공항 인력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은 모두 총기 면허를 가지고 있다. 각자 한 대씩 총기도 소지하고 있다. 공항에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15분가량 떨어진 공항지구대에 가서 맡겨 놓은 총기를 찾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14일 오전 8시 30분쯤. 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에 주간조 요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들은 직전 근무조인 야간조로부터 밤사이 상황을 보고받았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 활주로 주변 곳곳이 빙판이니 조심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이후 총을 찾아온 요원들은 간이 무기고인 탄약고에 들러 60~70발가량의 탄약을 충전한 뒤 2인 1조로 팀을 이뤄 활주로로 향했다. ‘새들과의 전쟁’을 치르러 전장에 나가는 것이다. 탄약은 총 세 종류다. 새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기용탄부터 살상이 가능한 실탄과 공포탄 등이다. 1년에 9만~10만발가량을 쏜다. 김진현 소장은 “새가 활주로에서 꿈쩍도 안 해 비행기와 충돌이 확실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포탄을 주로 쏜다”면서 “우리의 임무는 ‘살상’이 아닌 ‘퇴치’”라고 강조했다. 공항 밖으로 내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새들에게 공항은 매력적인 서식지라는 것이다. 사방이 탁 트여 먹이를 찾기가 쉽고, 상위 포식자인 천적의 출현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점에서다. 총알이 멀리 날아오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도 있다고 한다. “총소리는 우렁차지만 30~40m 밖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걸 새들도 안다”면서 요원들은 혀를 내두른다. 조류퇴치 전문가인 남재우 인천공항 에어사이드계획팀 과장은 “공항 환경에 적응한 새는 아무리 총을 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맴도는 경향이 있다”며 “새들이 조류퇴치 차량과 다른 차량을 직감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항 주변에 논밭이 있고, 강이 흐른다면 새들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 김포공항이 딱 그렇다. 김포평야 옆으로 한강이 흐르다보니 파리목, 메뚜기목, 노린재목 곤충 등 새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 지천에 널려 있다. 기러기들이 자주 드나들고, 황로, 백로, 흰뺨검둥오리도 ‘단골손님’이다. 홍미진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연구원은 “조류 퇴치 못지않게 공항 주변 서식지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배수로에 새들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를 뿌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공항에는 인천공항에서 볼 수 없었던 폭음기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폭음기는 폭발음을 내는 장치로 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 천적 소리를 녹음해 놓은 경보기도 10대가량 확보해 놨다. 그런데도 완벽한 조류 퇴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항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연과의 싸움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연평균 148건이다. 전문가들은 비행기 이착륙 시에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한다. 항공기 엔진이 최대로 가동된 상태에서 새가 가까이 접근하면 진공청소기처럼 빨려들어간다. 다만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새가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면 엔진을 파손시켜 항공기를 추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항공기 설계 초기 단계부터 조류 충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작했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정창목 한국공항공사 항무계획팀장은 “우리나라 새는 외국 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비행기 1000대에 1번꼴로 충돌이 발생하지만 타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새가 엔진에 부딪쳐 엔진 앞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회전 날개가 파손된 경우 교체 비용만 약 3만 달러다. 고속활주 중 이륙 중단으로 브레이크나 타이어가 닳거나 손상되면 수리 비용은 10만 달러 선까지 치솟는다. 운항 지연에 따른 연료비, 지상 조업비 등도 추가로 들어간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조류 퇴치가 원시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선진국은 레이더망을 도입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류 경로를 파악하는 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육안에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일부 공항은 반경 10㎞ 내에 들어오는 새의 움직임을 파악해 관제탑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 대당 20억원이 넘는 장비다. 이에 인천공항 측은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비용 상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관제탑에 보고가 되더라도 기존 (이착륙) 정보와 접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조류 퇴치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방위산업 전문업체 LIG넥스원이 음향 송출기와 레이저 방사장치를 탑재한 반자동 로봇을 만들었다. 공군 비행장에서 1년 동안 시범 테스트도 거쳤다. 조류 퇴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다만 무인기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활주로에서 기기 오류 등으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당 가격이 20억~30억원에 달하는 점도 해결해야 될 숙제다. 남재우 에어사이드계획팀 과장은 “조류 퇴치에 첨단 기술과 장비를 도입한다고 해도 새를 완벽히 쫓아낼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며 “기계는 사람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전국 공항에 조류 퇴치 요원이 7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체계적인 훈련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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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 김명민 개혁안에 배신감

    (영상)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 김명민 개혁안에 배신감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이 김명민에 배신감을 느끼고 ‘킬방원’을 예고했다. 12일 밤 방송된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30회에선 이방원(유아인 분)의 심경의 변화가 그려졌다. 이날 이방원은 무명을 향한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었다. 단순히 무명의 뒤를 쫓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책략을 세워 무명을 불러낸 것. 이방원은 정창군 왕요(이도엽 분)의 호위무사로 있던 배신자 백근수를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왕요와 무명의 만남을 확인했고, 이를 미끼로 무명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이방원은 백근수를 죽인 자객 찾기에 혈안이 된 무명의 조바심을 역이용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무명의 일원인 육산(안석환 분)에게 “당신들의 규목화사는 어찌 실패했을까. 맹도칠약은 오직 내 손에 있으니”라며 도전장과도 같은 서찰을 보냈다. 육산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스스로 이방원 앞에 나타났다. 이방원은 특유의 배짱으로 육산을 자극했다. 이방원은 분이(신세경 분)에게 들은 무명의 암어와 무명 조직원인 지천태(초영/윤손하 분)의 이야기를 꺼내며 육산을 흔들었다. 육산은 지천태인 초영을 의심했고, 초영 역시 이성계(천호진 분) 파에 심어둔 비첩 연희(정유미 분)를 의심했다. 이방원은 비범한 지략과 상황판단력을 이용, 초영이 지천태임을 간파했고 연희로 하여금 무명의 조직원인 초영의 발목을 잡도록 했다. 육산의 마음에 불안의 불씨를 심어준 것도, 초영을 옭아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방원이 아무렇게나 만들어 낸 ‘맹도칠약’이라는 네 글자 때문. 결국 거듭된 위기 속에서 이방원은 초영을 잡았다. 그리고 이방원은 정도전과 정몽주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하지만 이 대화는 이방원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정몽주와 정도전이 꿈꾸는 개혁 속에서 왕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며, 신하조차 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왕의 혈족은 정치에조차 나설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자기 사람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하고 싶어 했던 이방원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더욱이 과거 홍인방(전노민 분)이 말했듯이, 현재의 하륜(조희봉 분)이 말하듯이, 이방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인물이다.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던 그는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이어진 31회 예고편에서 이방원이 “내 자리가 없다고. 아니 여긴 온통 내 자리가 될 거야”라고 굳게 결의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킬방원’으로 무서운 변신을 감행할 것임을 예감하게 했다. 사진·영상=SBS ‘육룡이 나르샤’ /네이버tv캐스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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