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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재벌 2세 12명, 단체로 ‘알바’ 나선 이유?

    中 재벌 2세 12명, 단체로 ‘알바’ 나선 이유?

    내로라하는 집안의 재벌 2세 12명이 단체로 ‘여름 공사현장 아르바이트’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난팡르바오(남방일보)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양저우대학에 다니는 재벌2세 대학생 12명(남자 11명·여자 1명)이 여름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은 지난 5일. 이중 한 명인 샤오싸이펑(沙塞峰)군은 친구들과 함께 ‘재벌 2세의 편견을 깨보자’는 취지에서 이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이들은 분가할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생계를 의탁하는 젊은 세대, 특히 든든한 부모 지원 하에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재벌 2세를 가리키는‘컨라오주’(啃老族)라 불린다. 샤오는 “우리가 재벌 2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편견도 많다.”면서 “재벌 2세가 ‘컨라오주’라는 편견을 깨고 진짜 삶을 배우려면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이들은 광저우시의 한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가 일용직 노동자로 14일간 일했다. 현장 직원들은 이들이 재벌 2세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용돈을 벌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으로 대했다. 샤오는 “비록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힘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편안한 여름방학을 포기하고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재벌 2세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사연을 시민들은 “일부 재벌 2세의 이러한 행동으로 편견이 깨지진 않을 것”이라며 석연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더 많은 재벌 2세가 ‘컨라오주’의 이미지를 벗고 사회를 위해 모범이 되는 삶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국이 놀랐다”-워싱턴,뉴욕에 5.8 강진

     초가을처럼 선선하고 화창한 날이었다. 23일 낮(현지시간) 기자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근처 지하철역 옆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움직이더니 뒤집어질 듯 옆으로 기울었다. 순간적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했다. 10초 정도 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졌다. 길 가던 사람들이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30대 남성에게 “지진일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토네이도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에서 지진이 났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9·11테러 10주년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혹시 테러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그는 “설마?.”라면서도 일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건물들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한 몇몇이 “(테러가 아니라)지진이 났다.”고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만나는 미국인마다 이구동성으로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워싱턴은 지진과는 무관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후 1시 51분 발생했고 규모는 5.8이었으며 진동은 최대 45초까지 지속됐다. 진앙은 워싱턴DC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버지니아주 마이너럴 지역의 지하 6㎞ 지점이었다. 지진은 북쪽으로 캐나다 오타와까지, 서쪽으로는 시카고까지, 남쪽으로는 애틀랜타 이남까지 퍼졌다. USGS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서 이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897년 길리스 카운티의 5.9 지진 이래 1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지진은 ‘대서양판’이 ‘(미국)동해안판’을 밀어내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 동부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1986년에도 캐나다 퀘벡에서 6.0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2억년 전에는 이곳이 활발한 지진대였다고 한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으나 건물 파손으로 다친 사람들이 있었다. 워싱턴 시내의 건물들이 심하게 흔들렸으며, 유서 깊은 내셔널 성당 첨탑에서 장식물 3개가 부러져 떨어졌다. 168m 높이의 워싱턴기념탑의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헬기가 탑 근처를 근접 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건물이 흔들리자 9·11테러 때 공격을 받았던 국방부는 곧바로 직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고 헬기가 떠서 상공을 경호했다. 백악관과 의회에도 소개령이 내려졌다.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전화가 불통됐다. 병원, 미장원 등의 예약이 취소됐고 은행은 전산망 마비로 일찍 문을 닫았다.  특히 9·11 테러의 악몽을 겪은 뉴욕 시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안 그래도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돼 온 터였다. 고층건물에서 일시에 뛰쳐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벤 파이롤리(68)는 건물이 흔들리면서 내부 장식물이 쏟아져 내리자 테러가 난 줄 알고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식 도중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대피하는 신부의 모습도 보였다.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부지에서 진행 중이던 건설 작업은 일시 중단됐고 JFK공항 등엔 한때 소개령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한동안 발이 묶였다. 맨해튼 검찰청에서 기자들에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을 브리핑하던 검사들도 화들짝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버지니아의 노스 애너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직후 안전시스템이 작동해 즉각 가동이 중단되는 등 안전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밝혔다. 버지니아 주 컬피퍼 카운티에 있는 성인보호감호센터가 파손되면서 재소자 80여명이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 지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서도 감지됐다. 골프를 치던 중 지진 발생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전화로 안보관계 참모회의를 열어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日정부, 후쿠시마 원전 주변토지 임차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주변 토지를 장기 임차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장기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게 된 원전 주변의 토지를 임차해 해당 주민들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사고 원전 반경 3㎞ 이내 지역과 사고 원전 반경 20㎞ 이내인 경계구역 가운데 방사선량이 높아 주민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의 토지를 일괄 임차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지를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조상 때부터 살아온 토지를 잃는 데 대한 주민의 상실감과 거부감을 고려해 장기 임차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냉각이 정상화하는 시점에 경계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문부과학성 조사결과 원전 반경 20㎞ 이내 35개 지점의 연간 누적 방사선량이 20m㏜(밀리시버트)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해당 지역에 대한 경계구역 해제를 유보했다. 연간 누적방사선량 20m㏜는 주민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린 ‘경계구역’ 설정의 기준이었다. 원전에서 3㎞ 떨어진 오쿠마마치에서는 연간 누적방사선량이 508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100m㏜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15곳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 反한류 움직임, 찻잔 속 태풍인가 위기의 시작인가

    日 反한류 움직임, 찻잔 속 태풍인가 위기의 시작인가

    일본 등지의 반한류 정서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후지TV 본사 주변에서는 6000여명이 “한류 방송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일본의 한 케이블 방송사는 “장근석(한류스타) 인기가 과대포장됐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보내기도 했다. 앞서 아이돌 그룹 비스트는 비자 문제로 일본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 같은 반한류 기류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거대 흐름으로 확산될 것인지 주목된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대지진 때문에 일본 진출을 미뤘던 가수들의 일본행이 줄줄이 대기 중이고 해외 K팝 콘서트도 잇따라 잡혀 있다. 오는 25일에는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도쿄 부도칸에서 ‘유나이티드 큐브 인 재팬’이라는 제목의 대규모 패밀리 콘서트를 연다. 다음 달 4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도쿄돔에서 ‘SM타운 인 도쿄 스페셜 에디션’을 개최한다. 국내 가요계는 해외 일각의 반한류 움직임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비스트의 입국 거부는 서류상의 문제 때문이지, 반한류 정서 때문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일본에서 뛰어난 실력과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K팝 열풍이 일시적인 반한류 기류로 흔들릴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류 공연을 여러 차례 기획한 김헌기 전 아시아TV 사장은 “지난주 일본을 다녀왔는데 2PM 등의 공연에 2만여명이 몰리는 등 현지에서는 아직 큰 반감을 느낄 수 없었다.”면서 “오히려 독도 문제와 결부시켜 정치 이슈화시킨다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다음 달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걸그룹 2NE1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내 보수세력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문화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더라도 반한류 정서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 차단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홍승성 대표는 “해외 현지시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성급하게 진출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결국은 실력과 좋은 콘텐츠로 반한류 정서를 이겨내야 하지만 그에 앞서 현지 프로듀서들과의 공조를 통해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요평론가 임진모씨도 “현지 기획사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류) 저항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일본 저널리스트 후루야 마사유키는 지난달 국내서 열린 ‘한류 콘텐츠 글로벌 진출 활성화 콘퍼런스’에서 “초기와 달리 K팝 가수들이 최근에는 티켓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는 등 손쉽게 일본에 진출하려는 상업적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슬슬 K팝에 싫증내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다양성 있는 음악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한국 드라마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가세해 우후죽순처럼 한류 콘서트를 개최하는 데 따른 가요계의 우려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김헌기씨도 “한류 분위기에 편승해 검증되지 않은 그룹이 해외 콘서트를 여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면서 “한류를 전략적인 상품으로 여긴다면 정부도 민간 영역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번쯤 점검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때”라고 역설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8] 국가별 훈련 캠프 선택 특징은

    [대구세계육상 D-8] 국가별 훈련 캠프 선택 특징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은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나름의 훈련 캠프를 선택했다. 캠프 선정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일찌감치 입국한 미국 선수단(150여명)은 대구 시민운동장을 훈련 캠프로 삼고 훈련에 돌입했다. 신흥 강국 자메이카 선수단(50명)은 대구 인근의 경산 종합운동장에 캠프를 차렸다. 또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선수들은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영국 선수단(67명)은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적응 훈련에 나섰다. 독일 선수들(75명)은 19일부터 서귀포 강창학 경기장에서 구슬땀을 쏟는다. 우선 미국은 접근성을 이유로 대구 시내의 시민운동장을 캠프 장소로 낙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선수단 규모가 워낙 커 집단 이동이 편한 곳을 물색했다. 숙소인 인터불고호텔과도 가깝고 시설이 완비돼 있어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운동장 옆에 야구장이 있는 것도 미국선수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자메이카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인 경산 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단거리 선수들이다 보니 대구스타디움과 가장 가깝고 환경이 비슷한 경산 종합운동장을 찍은 것 같다.”면서 “경기장이 최근 문을 열어 시설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유럽 5개국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이 투척 거점 도시로 키우는 목포를 택했다. 목포국제축구센터는 연습장이 많고 야외 수영장도 갖춰 선수들이 몸을 풀기에 제격이다. 목포국제축구센터는 노르웨이, 스웨덴 대표 선수단 주방장에게 주방을 개방,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곳 관계자는 “한국대표팀 창던지기 코치인 핀란드 출신 카리 이하라이넨의 추천으로 북유럽 5개국이 왔다.”고 전했다. 강호 영국은 대구와 비슷하게 무더우면서도 바다를 낀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각종 운동 기구를 사들이고 물과 얼음 등을 지원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영국 대표팀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최강 독일은 제주 서귀포를 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때 독일이 적응 훈련을 했고 준우승까지 하는 등 좋은 인연이 있는 곳이어서다. 당초 독일은 일본과 서귀포를 놓고 저울질했으나 일본의 지진·쓰나미로 지난 3월 서귀포로 일찌감치 방향을 틀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간 총리 퇴진 후 日 우경화 우려… 면밀히 살펴야”

    “간 총리 퇴진 후 日 우경화 우려… 면밀히 살펴야”

    강상중(61)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1998년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동포로서 처음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뿌렸다. 강 교수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이 열린 서울 동작구 현충원의 현충관 한편에 부인과 함께 있었다. 30여분간 선 채 각별한 마음으로 고인을 추도했다. 추도식 뒤 30여분간 함께 걸으며 그를 인터뷰했다. ●대학시절 모국 방문 ‘뿌리’ 깨달아 그의 이름은 나가노 데쓰오였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 주변으로부터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하는 시선을 받고 뿌리에 대한 마음의 압박과 사회와의 부조화를 겪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말수가 적어졌다. 재일동포의 배경이 드러나는 역사 시간은 고통이었다. “왜 내 부모의 조국은 갈라져 싸우는가. 나는 어느 곳에도 귀속될 수 없는 역사의 쓰레기인가.”라며 고민했다. 와세다대 정경학부에 재학 중이던 1970년대 초. 어머니의 고향 경남 진해를 방문했을 때 ‘반(半)쪽바리’인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고향 사람들을 대한 후 “내 뿌리가 여기 있구나.” 하고 깨닫고는 이름을 강상중으로 바꿨다. 같은 대학 재일동포 학생이 자신의 하숙집 앞 신사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분신자살한 것을 본 뒤 “나의 조국, 나의 뿌리를 똑똑히 보자.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다짐하게 됐다. 재일동포 차별은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됐다. 독일 유학 후 대학 강사 자리를 얻기도 어려웠다. 글을 모르는 부모님이 “같은 일본인이라고 전쟁으로 내몰 때는 언제고 하루아침에 외국인이라고 지문날인을 하란 말인가.”라고 한 말이 가슴을 울렸다. 타국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부모님의 비통한 역사를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것이 재일동포 2세로 사는 그의 숙제가 되었다. 세상 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조국을 원망했다. 부끄러웠다. 그런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은 “나에게, 재일동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감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조국이 다가온 듯했다는 것.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낸 김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감정을 갖게 됐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 퇴임 뒤 여러 차례 그를 면담했다. 내년 추도식에도 오겠다고 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로서 조국에 대한 희망도 절절했다. 우선 남북 긴장 완화를 기원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남북 긴장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통일이 이뤄진다면 세계에 한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경제 외수 의존도 줄여야” 조국의 경제 체질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위기 때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걱정된다. 내수를 키워야 한다. 외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경제가 환율 변동에 지나치게 출렁거리는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고용 안정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일본의 우경화도 우려했다. “간 나오토 총리가 물러난 뒤 대연립정권이 탄생할 경우 평화헌법이 개정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이 우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국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동아시아의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마련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서울신문 애독자라는 그는 16일 서울에 와 이날 오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2011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요한 데 메이 국내 최초 초청 2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바탕으로 작곡한 동명의 교향곡을 비롯해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꼽히는 네덜란드 작곡가 메이가 코리아심포니를 직접 지휘한다. 첼리스트 지진경이 협연한다. 메이 교향곡 제1번 ‘반지의 제왕’, ‘카사노바’ 등. 3만~5만원. (02)3486-1245. ●이화경향콩쿠르 60주년 기념음악회 31일 오후 8시 서초동 예술의전당. 1952년 부산 이화여고 가건물에서 시작된 콩쿠르 60주년을 맞아 역대 입상자들이 축하무대를 연다. 신수정(1회) 이경숙(5회) 김대진(24회·이상 피아노) 윤혜리(30회·플루트) 김민지(60·첼로) 등과 수원시향이 함께한다. 3만 3000~11만원. (02)780-5054.
  • 제주도민 70% 해저고속철도 찬성

    제주도민의 70%가 호남과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고속철도 사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발전연구원 이성용 박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도민 404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 조사를 한 결과 70.2%인 281명이 호남∼제주 간 해저고속철도 건설에 대해 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반대 의견은 119명(29.8%)이었다. 해저고속철도 사업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지역경제 발전(25.3%), 물적·인적 교류 확대(24.2%), 교통수단 다양화(19.6%), 관광객 유입 증가(16%), 기상 악화와 무관한 본토 교류 가능(11%) 등의 순으로 꼽았다. 반대 이유는 환경 파괴(31.9%), 비용 대비 경제효과 불확실(23.5%), 지진 등에 따른 물적·인적 피해(16%), 섬 고유의 특성 상실(12.3%), 신공항 건설과 배치(7.6%) 등의 순이었다. 해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69.9%가 긍정적인 반응을, 7.2%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정 요금은 김포∼제주 항공요금을 기준으로 ‘80% 수준’이 54%로 가장 많았고 ‘100% 수준’이 16.4%, ‘90% 수준’이 11.9%, ‘50% 수준’이 4.7%, ‘110% 수준’이 4.5%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응답자의 32.2%(130명)가 해저고속철도에 대해 들어 보지 못했다고 답해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美 7월 생산 0.9%↑… 올 최고

    미국의 7월 산업 생산이 자동차와 컴퓨터, 가구 생산 증가에 힘입어 올 들어 최고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6일(현지시간)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증가 폭 0.4%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당초 전문가 예상치(0.5%)의 두배 가까운 실적이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핵심인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실업률도 9.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자동차 부문의 호조로 0.6% 증가했다. 자동차와 부품 생산은 4개월 만에 확대돼 연중 최대 폭인 5.2%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후유증으로 인한 부품 공급 중단 사태가 해소되면서 생산 활동이 회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를 뺀 제조업 생산은 6월 0.2% 증가에 이어 7월 0.3% 증가를 기록했다. 설비가동률은 200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인 77.5%로 올랐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상승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마트의 할인 체인 매출은 지난 2분기에 0.9% 하락해 9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럼에도 공장 가동이 2008년 8월 이후 가장 활발하고 인플레도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美경제 하반기 회복… 더블딥 없다”

    “美경제 하반기 회복… 더블딥 없다”

    “올 후반기부터 미국 경제는 느리게 회복될 것이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윌리엄 클라인 선임연구원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프린스턴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클라인 연구원은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실 소속 개발·무역연구소 부소장(1971~1973년) 등을 역임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원인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는 다른 경기 침체보다 오래 가는 특성이 있다. 금융위기가 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게 되고 이에 따라 경기가 침체된다.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지금은 거의 제로(0) 금리다.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올해 전체적으로 1.8%의 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은 2.5%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이다. 2~2.5% 성장을 침체로 볼 수는 없다. 물론 후반기 정치권이 2단계 부채 감축 협상을 제대로 진행할지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없나. -현재 주택 건설은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추락할 게 없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경제 체질 때문인가, 정치 불안 때문인가.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쳤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한 데다 정쟁이 미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으로까지 내몰았다. 정치권이 디폴트 위기를 초래하는 나라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곧 최고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을까.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오히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부채 감축에 진전이 없다면 추가 강등도 가능하다고 경고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쇠락을 의미하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단지 미국이 슈퍼파워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도록 경종을 울린 차원으로 본다. 실제로 별다른 타격이 없다. 국채 금리는 오히려 내려갔고 무디스와 피치는 여전히 미국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었는데 왜 경제는 회복되지 않나. -효과가 없는 게 아니다. 그 경기부양책으로 공황에 빠질 위기를 막았다. 두 차례 양적완화는 실물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줬고 경색된 금융시장에 활기를 부여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가까운 장래에 3차 양적완화를 할까. -나는 Fed가 3분기 경제상황을 좀 두고 봤으면 한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2분기 자동차 생산에 타격을 입혔는데 3분기에는 반등이 있을 것 같다. →Fed가 3차 양적완화 대신 ‘2년간 제로금리’를 천명한 이유는. -Fed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뒤집을 심리적 자극이 필요했다. 3차 양적완화는 시기상조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제로 금리 약속은 2003년 이후처럼 인플레와 금융 거품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2년간 제로 금리’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2년간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에 경기 과열이나 인플레 신호가 있다면 그 약속을 이행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일본은 10년 넘게 제로 금리를 유지했지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침체를 오래 겪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구글이 120억 달러를 들여 모토롤라를 인수했다. 미국 경제의 ‘동물적 본능’은 긴 침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을 지탱하기 때문에 일본만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를 경제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기업이 돈을 쓴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만약 미국이 더블딥에 빠진다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까.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장률이 4%에서 2~2.5%대로 떨어지는 정도일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지진 등 복합 재난 대응 정부 훈련 매뉴얼 제작

    지진, 원전사고 등과 같은 대규모 복합 재난에 대비한 정부의 훈련 매뉴얼이 만들어진다. 행정안전부는 17일 “대규모 복합 재난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훈련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최근 재난대비 관련 업체를 선정했다.”면서 “연말까지 연구 용역 보고서가 나오면 그에 따라 구체적인 훈련 매뉴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연구용역의 방향을 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과 교통, 주거 피해 확산 등과 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복합 재난을 한 가지 선정한 뒤 이에 맞는 훈련 유형과 훈련 참가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또한 훈련 계획에는 재난 상황에 맞는 기관의 대응부서와 인력, 시간대별 업무, 초동대응, 상황관리, 현장수습 관리 등 각자의 역할이 상세히 포함될 예정이다. 고광완 재난대책과장은 “지금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에 관한 법령이나 세부 기준이 없어 자칫 대응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면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각 부처에서 진행되는 훈련을 개선하고 안전한국훈련과 을지연습 등에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또한 신종플루와 구제역 발생 때 처음으로 중대본을 꾸리면서 빚어졌던 혼선을 감안해 중대본 운영과 역할체계 정립에 관한 연구 용역도 의뢰하기로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이티에 네번째 ‘한국발 단비’ 내린다

    아이티에 네번째 ‘한국발 단비’ 내린다

    ‘지진으로 허덕이는 아이티에 한국군이 전하는 네 번째 단비가 내린다.’ 육군은 16일 인천 효성동 국제평화지원단에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장병과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비부대 파병 환송식을 가졌다. 지난해 1월 아이티 대지진 참사 복구를 위해 단비부대 1진이 처음 파병된 이후 이번이 4진째다. 240명으로 구성된 단비부대 4진은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의무, 수송, 통신, 경비 등 임무별로 나누어 아이티 레오간 지역의 재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경비 임무 수행을 위해 해병대 장병 37명도 파병된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장병들은 그동안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대비한 아이티 현지 정세와 행동강령, 국제법 등을 익히고, 민간 업체에서 주특기별 맞춤식 교육을 받으면서 실무능력을 키웠다. 단비부대 4진을 이끌 이홍우 대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정성과 진심 어린 공병·의료지원 등을 통해 아이티의 단비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단비부대 4진에는 해외에서 유학하다 입대한 장병 18명과 해외 파병 경험이 있는 7명도 포함됐다. 또 2대에 걸쳐 해외에 파병되는 간부 6명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전에 공병장교로 파병됐던 아버지에 이어 단비부대 공병장교로 선발된 최보걸(학군 38기) 소령이 대표적이다. 단비부대는 그동안 4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도로 복구, 심정 개발 등 260여건의 재건 임무와 1만 3000여명을 상대로 한 환자 진료, 난민촌 방역 작전 등을 성실히 수행해 중남미 최고의 모범 파병부대로 인정 받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주가는 안다, 금융불안의 주범을

    주가는 안다, 금융불안의 주범을

    금융불안이 10일 넘게 계속되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원인이 곧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증시를 분석해 봤을 때 미국보다 유럽의 악재가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미국 리스크에만 집중하다가 유럽 악재에 충격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주요 33개국의 주가지수에 대해 2010년 말부터 지난 12일까지 하락 폭을 분석한 결과 그리스가 30.4%로 가장 컸다. 그리스는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금융불안의 진앙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금융불안의 전이 가능성으로 인해 70조원의 긴축안을 확정한 이탈리아(-21.2%)가 4위였고, 최우량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제기된 프랑스(-18.4%)가 10위였다. 하락 폭 상위 10위 안에 있는 8곳이 유럽 지역 국가였다. 반면,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단 2.6% 떨어져 29위였다. 33개 국가 중 하락 폭이 4번째로 낮았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13.3% 떨어져 18위,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2.6% 하락해 19위였다. 아시아 국가의 주요 증시들은 상대적으로 미국 증시보다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5.0%, 2.9% 상승하기도 했다. 대륙별로 봐도 유럽국가들의 주가지수가 지난해 말부터 평균 17.1% 하락하는 동안 미국 대륙과 아시아는 각각 9.6%, 7.8% 떨어졌다. 오성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분석 결과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불안의 근본적 원인이었으며 향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이 상승한 가운데 9월 680억 유로 상당의 채권이 돌아오는 이탈리아가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의 더블딥 우려도 분명 커졌다. 지난 6월 국제기구들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8~3.2%에서 2.5~2.7%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미국 경기 침체의 원인은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 때문이며 경기수축 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양적완화 정책이라는 미국만의 특별 정책도 남아 있다. 반면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럽의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EU의 자체 재정 지원 기금은 4400억 유로에 불과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드는 자금(9000억 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럽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도 필요하지만 EU 운용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더딜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안정은 글로벌 금융불안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수익을 거두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상장기업들이 109조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올해는 97조원 수준에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학 분야 등은 높은 가격으로 저장한 석유 가격이 내리면서 하반기에 고충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유럽 지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 산업도 전망이 불확실하다.”면서 “개인 투자나 정부 정책이나 산업별로 어느 대륙의 악재가 영향을 줄 것인지 반영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을지연습 16일부터 19일까지

    올해 을지연습이 16~19일 나흘 동안 실시된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을지연습에는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과 주요 중점관리 지정업체 등 3700여개 기관 44만여명이 참가한다. 하지만 지난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특별재난선포지역은 훈련에서 축소 또는 제외된다. 이번 을지연습의 중점 점검 사항은 ▲국지도발에 대비한 매뉴얼 검증 ▲민·관·군이 함께 하는 주민대피·이동 훈련 ▲디도스 공격 등 사이버 테러 대응 훈련 등이다. 특히 이번 연습은 지난해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 실행되는 국지도발 대비 정부연습으로 서해 5도와 접경지역에서는 주민의 대피훈련과 이동 훈련도 실시된다. 또한 훈련기간 중 불시에 사이버테러 대응 연습을 하고 18일에는 민방공 훈련으로 수도권 시민 대피훈련과 차량 통제도 계획돼 있다. 전남 영광 원전시설에서는 지진·해일 대비 훈련이 실시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CEO 칼럼] 석유 종말 시대를 대비하자/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CEO 칼럼] 석유 종말 시대를 대비하자/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인류가 과연 석유 없이 살 수 있을까? 중동, 아프리카 등의 산유국에 진출해 수많은 해외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석유 고갈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더구나 풍부한 원유 자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재정을 운용하는 이 나라들에서 돈을 벌어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터라 석유 없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수석기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가 쓴 ‘석유 종말 시계’라는 책은 석유 생산이 급속히 줄어드는 가까운 미래의 암울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이미 우리 세대는 세계의 석유 생산량이 최고치에 달했다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피크 오일(Peak Oil)의 경계에 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의 산업화 가속과 급속한 소득증대에 따른 개인 승용차의 급증으로 석유 소비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스타이너는 곧 석유 생산량의 급감과 자원 고갈에 따른 필연적인 유가 급등과 원유 고갈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모든 산업 생산품의 95%가 직·간접적으로 석유를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 농기계 등과 같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수단에서도 석유가 활용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가까운 미래에 갑자기 찾아올 석유 종말의 시대를 앞두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인류의 경험과 지식의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건설산업에서도 최근 새로운 에너지 개발과 활용, 에너지 절감기술에 대한 상용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시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인 시화 조력발전소가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심한 우리나라 서해안의 자연조건, 달이 선사하는 축복이라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은 석유 종말의 시대를 대비하는 훌륭한 신재생 청정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또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해 자체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 외부전력의 공급이 필요 없는 ‘제로 에너지(Zero-Energy) 아파트’ 기술의 개발도 한창이다.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정부도 2020년까지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그린홈 200만호’ 건설을 위해 각종 지원과 연구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일본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로 원전에 대한 인식이 다소 민감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또한 석유를 대신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이 청정에너지라고 하지만 아직 원자력에 비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유연탄과 석유 등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전체 전기생산량의 50%가 넘는다. 때문에 경제성이 뛰어나고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은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전기발전 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이 등장하기까지의 원자력을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철저한 안전시공과 운영이라는 대전제가 붙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해양 석유시추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자원재활용 기술의 발전, 대체에너지 개발속도 등을 고려하면 아직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 에너지가 필요 없는 원시의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한, 현재 시점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친환경 신에너지 기술 개발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미래 에너지 기술의 선점이야말로 석유종말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의 풍요를 약속할 선물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신에너지 기술 개발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미래 에너지 기술의 선점이야말로 석유종말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의 풍요를 약속할 선물이기 때문이다.
  • 비주류에서 주류로…밴드, 다시 날다

    비주류에서 주류로…밴드, 다시 날다

    요즘 밴드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은 그룹 ‘백두산’과 ‘부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밴드 음악은 1980년대 처음 전성기를 맞았다가 1990년대 ‘서태지와아이들’의 등장으로 주춤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를 평정하면서 밴드 음악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그랬던 밴드가 다시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두루 사랑받고 있다.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KBS 2TV ‘TOP 밴드’)이 지상파방송에 등장할 정도다. 원조 록밴드 ‘백두산’과 대중가요 평론가들에게서 밴드 음악 열풍의 이유를 들어봤다. 지난 9일 열린 ‘백두산’의 전국투어 콘서트 기자회견장에는 기자들보다 20대 남녀 팬클럽 회원들이 훨씬 많았다. 이들의 손에는 ‘우윳빛깔 유현상’, ‘미친 카리스마 백두산, 세계로 가다’ 등이 쓰인 현수막이 쥐여 있었다. 멤버들이 말을 할 때마다 회견장은 팬들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기자회견 뒤 만난 백두산의 멤버 유현상, 김도균, 박찬, 경호진은 “낯설지만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현상(57)은 밴드 음악 재조명의 일등 공신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백두산이 1986년 데뷔했는데 팬클럽 회원 중에는 백두산보다 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서 “록이란 장르, 특히 밴드 음악이 한때 대중들에게 외면받아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예능 프로 등을 통해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 공연하러 갔는데 유치원생들까지도 백두산을 알아봤다.”면서 “너무 유명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유현상은 백두산 해체 뒤 한때 트로트 가수로 전향, ‘여자야’ 등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다시 ‘로커’로 돌아왔다. 예능 프로를 통해 얻은 친근감은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유현상은 “이전에는 무대 위의 카리스마가 밴드의 정신이라고 생각해 다소 거친 복장에 무거운 표정, 말이 없는 신비주의를 표방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이 다소 거리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런 밴드 음악가들이 예능 프로에 나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니까 대중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좁혀진 거리감 덕분에 대중들도 밴드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음악의 힘이 커지면서 노래까지도 사랑받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현상은 동료 멤버 김도균 등과 함께 MBC 프로그램 ‘세바퀴’,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코너)과 엠넷 ‘비틀즈 코드’ 등에 출연해 기타 연주와 입담으로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3대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도균(46)은 록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는 해도 이러한 현상이 음원 판매나 공연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TV 프로 ‘TOP 밴드’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톱밴드 프로의 인기만 봐도 대중들의 관심도가 굉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원 시장과 공연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밴드 음악가들도 좋은 조건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이라도 만들어진 만큼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씨는 “밴드 음악은 이전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지금처럼 빛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룹 부활의 김태원 등 어느 정도 연륜이 있고 삶의 침체기 등을 겪은 밴드 음악가들이 예능 프로에서 감동 코드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힌 게 주효했다.”고 밴드 음악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성시권 대중음악 평론가도 “20년 넘게 활동한 밴드 음악가들이 재조명받는 것은 물론, MBC ‘나는 가수다’의 ‘YB’ 밴드와 ‘자우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이돌 음악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30대 이상의 대중들이 세시봉 열풍 등에 힘입어 진짜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밴드 음악 마니아층이 결집하기 시작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밴드 음악을 듣고 자란 30, 40대 성인들이 밴드 음악 부활을 가장 즐기는 듯하다.”면서 “아직 밴드 음악가들에 대한 주목이 공연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고 있지만, 구매력 있는 30, 40대 팬층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동대문역 승강기 추락…간 떨려 엘리베이터 못타겠다

    동대문역 승강기 추락…간 떨려 엘리베이터 못타겠다

    동대문역 승강기 추락 사고가 발생, 지하철 이용객들의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2일 오후 6시 반 무렵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에서 승강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에서 한 승객이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하차한 뒤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추락했다. 추락 순간 엘리베이터에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아 다행히 인명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승강기 인근에 있던 승객들은 놀라 급히 대피했고, 엘리베이터는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서울메트로 측은 승강기의 도드레 로프가 낡아 끊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진 = YTN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新 골드러시] 머니머니해도 역시 金

    [新 골드러시] 머니머니해도 역시 金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골드러시’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탓이다. 덕분에 금 관련 상품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요 금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5.54~6.60%에 이른다. 이런 펀드에 6개월 전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21~29%의 수익률을 거뒀다. 100만원을 넣었다면 20만~30만원을 챙긴 셈이다. 금을 적립하는 금통장의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는 최근 1개월 수익률(세전)이 16.11%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 투자가 장밋빛 수익만을 보장하진 않는다. 금은 달러를 주고 사오는 수입품이므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값이 10% 올라도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졌다면 수익은 제로(0)다. 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이다. 한편 최근 금값이 오르면서 미국과 일본에서도 금을 사려는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 금값이 온스당 1700달러(약 180만원)를 넘어서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 앞바다와 시에라네바다 산맥 등으로 금을 찾으러 나서는 일반인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금광 대부분이 1940년대 폐광됐지만, 최근 제2의 골드러시 바람을 맞아 예전에 명성을 떨쳤던 알마도어 카운티 금광과 임페리얼 카운티 메스퀴트 금광, 브릭스 금광 등이 다시 채광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열도에서도 금을 대량 구입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져들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금이 최고의 매력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워싱턴 김상연특파원 오달란기자 jrlee@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 살인자를 가리키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 살인자를 가리키다

    2006년 10월 11일 오후 3시 인천 강화도의 한 선착장. 주변을 거닐던 관광객이 바다 쪽 석축에 걸린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저게 뭐지? 일반적인 바다 쓰레기 같지는 않은데….”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악!’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잘린 사람 손이었다. 바다를 떠돌다 뭍을 만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이었을까, 조류에 떠밀려 온 가련한 시신 조각은 축대에 기대어 제발 자기를 봐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40대 중반 여성… 남편 그리고 내연남 상식적인 얘기지만 바다나 강에서 발견된 시신은 육지에서 나온 것보다 신원을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다. 가장 보편적 방법인 지문감식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물속에서 붇거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형체가 훼손되기 때문이다.경찰은 망자의 손을 수습해 아이스박스에 넣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우선 규명해야 할 것은 자살이냐, 타살이냐 여부. 손목 절단이 흉기 등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토막 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신이 온전한 상태로 떠돌다 선박 스크루 등에 의해 절단된 것이라면 타살 외에 자살이나 사고사일 수 있다. 부검 결과, 타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과수는 “손목 절단면의 전반적인 모양새가 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한 일로 보이며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망자는 누구인가. 물속에서 부패한 손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지문이 나오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익사체나 부패가 진행 중인 시신은 주사기로 시신의 손에 실리콘을 주입해 지문을 떠 내지만 이 시신은 훼손 정도가 심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조사반은 고온처리법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뜨거운 물로 피부를 팽창시켜 숨어 있던 지문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한국의 지문감식 수준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이 방법은 2004년 동남아 지진해일 참사 때 큰 위력을 발휘했다. 9일 만에 경찰은 지문 채취에 성공했다. 중지에서는 활모양의 궁상문(弓狀紋)이, 약지에서는 말굽모양의 제상문(蹄狀紋)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당시 44세의 여성 A씨였다. 약 1개월 전 남편 K(당시 47세)씨에 의해 가출 신고가 돼 있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K씨는 “아내가 9월 15일 직장에 출근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내연남과 살기 위해 집을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A씨의 통화 기록을 조회하자 실제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A씨와 결혼을 하기 위해 이미 이혼해 있는 상태였다. 남편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가 더해졌다. 경찰은 내연남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는 분명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의심할 만한 대목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수사의 초점은 다시 남편을 향했다. ●아내와의 엽기적인 마지막 눈인사 “그놈과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죠. 걱정도 안 돼요.” 남편 K씨가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에는 부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경찰은 우선 K씨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출 이후 거의 500시간에 육박하는 녹화분을 샅샅이 뒤졌다. 지루한 녹화 화면과의 전쟁. 전체 분량을 절반쯤 확인했을 때 화면에 남편 K씨와 아내 A씨의 모습이 등장했다. 10월 2일 오전 10시 10분. 그들이 살던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남편 K씨 진술대로라면 가출 신고 후 부인과 만나는 일은 없었어야 하는 거 아냐? 아무래도 K씨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경찰들은 이쯤에서 용의자가 누구인지 80% 정도 확신하게 됐다. 다시 몇 시간 정도 녹화분을 더 돌리자 등에 뭔가를 짊어지고 혼자 내려오는 남편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큰 이불 보따리였다. 남편은 그걸 자기 승합차에 실었다. 얼마 후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아내의 핸드백을 갖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나머지 녹화분에서는 어디에도 부인 A씨가 집을 나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남편의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범행 이틀 뒤인 4일 남편은 경기 김포 등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김포는 시신의 손목이 발견된 강화도와 가까운 곳이다. 경찰은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 이틀 뒤 시신을 버린 것으로 판단하고 남편을 체포했다. 처음에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던 K씨는 계속된 추궁과 증거 제시에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바람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 졸라 살해했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쓰는 톱과 칼로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토막 낸 뒤 강화대교 밑 바다와 김포대교 밑 강물에 버렸다고 했다. 그는 가출해 내연남과 보름 이상 여행을 떠난 뒤 스스럼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K씨가 죽은 아내의 머리를 자기 인테리어 가게 지하 보일러실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 A씨의 눈은 청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아내가 눈을 뜨고 죽었는데 그 눈과 마주치는 것이 너무 무섭더군요.” 불행한 부부의 마지막 눈 맞춤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창립 50돌 전경련] (하)각계 제언

    [창립 50돌 전경련] (하)각계 제언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은 최근 들어 간 나오토 민주당 정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와 민주당 사이가 그리 좋지 않지만 재계가 정권을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은 지난달 “정부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다른 일본의 재계 단체인 경제동우회 하세가와 야스치카 대표간사도 “국민과 정치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권과 ‘찰떡궁합’ 사이였던 일본 재계가 대지진 등을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대부분 “부정적”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개혁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 경제 전체가 아닌 몇몇 대기업, 그리고 자기 조직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현 상태로는 일반적인 이익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스트 기관으로 머물려는 모습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경련이 연구 기능을 전문으로 하는 싱크탱크로 탈바꿈하는 등 우리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전경련의 현 모습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기업들이 뭉쳐서 (정부에) 로비를 하고 선전 활동을 하는 게 전경련이라면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어느 단체든 긍정적인 역할이 많다면 부정적인 면도 덮어지지만 전경련은 갈수록 존재의 필요성이 희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도 “전경련은 최근 로비 문건 사태에서도 봤듯이 정치권에 로비할 생각만 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우리 경제에 시급한 중소기업 정상화와 동반성장 등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하는 데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교수는 “전경련이 대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성 강화를 꾀하지 않은 채 대기업의 로비 단체로서 정치를 입맛대로 바꾸려 한다면 없어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은 상공회의소 등에 맡기고, 과거의 정경유착 관행에 젖어 있는 전경련은 발전적으로 해체, 재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경련을 유지하더라도 조직의 근본부터 탈바꿈시키려는 시도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과 영국경제인연합회(CBI) 등 전경련과 유사한 해외 단체들을 모범 삼아 국민 경제에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中企와 동반성장도 반대 급급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경련의 존재 이유는 대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고,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업이 사회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다시 사회에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공정성 제고가 전경련의 목적이 되도록 조직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경련은 특정 오너가 아닌 회비를 내는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더 나아가 장기적인 입장에서 우리 경제 전체의 청사진과 기업 공통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김승훈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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