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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커다란 귀 가진 상냥한 정당 돼야”

    “정의당, 커다란 귀 가진 상냥한 정당 돼야”

    똑똑한데… 시민들이 말 걸기 꺼려 귀 열고 당원·지지자들 얘기 들어야 당 혁신하면 스타 정치인도 나올 것 우린 야당… 與와 인권 등 각 세워야 “지금 정의당은 조금 무서운 느낌인데, 시민들이 말을 걸 수 있는 상냥한 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의당은 4·15 총선에서 6석 확보에 그친 후 ‘혁신’이라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주제를 꺼내 들었다. 오히려 눈길을 끈 건 진보정당 경험 대신 다큐멘터리 감독, 유튜버, 싱어송라이터, 연세대 자퇴생 등의 이력을 지닌 젊은 여성정치인이 혁신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정의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장혜영(33) 혁신위원장은 2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정의당의 가치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원인 중에는 똑똑한데 말을 걸기는 꺼려지는 이미지 탓도 있다. 저도 그랬다”고 말했다. “회사 건물 같은 여의도 당사도 당원을 환영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대문에서부터 환영하지 않으면 바쁜 시민들은 우리를 쳐다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커다란 귀’로 당원과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의당의 혁신을 넘어 지금 시대의 정의로움을 규정하겠다는 게 장 위원장이 밝힌 포부다. 장 위원장은 위원장직 수락 이유에 대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했다”면서 “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됐고, 다음 세대 정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필연적으로 답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혁신위는 지도체계 개편을 포함해 리더십 교체 등을 논의해 8월 ‘혁신 당대회’에 혁신안을 올려야 한다. 장 위원장은 “어떤 리더십이 적절한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토론 과제”라면서도 “일단 혁신위는 지금 커다란 귀를 만드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진보정당의 스타 정치인은 스스로 시대의 변화를 만들며 탄생하는 것이지 아이돌처럼 육성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당의 혁신과 함께 실제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표현되며 정의당에 상처가 된 두 당의 관계는 21대 국회에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거치면서 정당 정치의 축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누가 뭐래도 여당은 민주당이고 저희(정의당)는 야당이다. 민주당과 함께하는 민주연합의 시대가 지났다는 건 이번 선거에서도 증명됐다”고 잘라 말했다. 오는 5일 임시회 소집처럼 민주당에 협력할 것은 하겠지만, 존엄과 인권, 평등과 관련된 일을 민주당이 질질 끄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섭게 각을 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전화통에 불날 각오를 하며 여러 의제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의당이 추구해야 할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자 장 위원장은 “이것이 정의니까 모두 따라와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어떤 부정의와 맞서 싸울 것인지부터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정의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정의로운 게 무엇인지 규정하는 혁신안을 만드는 게 지금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민주당, ‘공수처 기권표’ 금태섭 징계…당내서도 비판 제기

    민주당, ‘공수처 기권표’ 금태섭 징계…당내서도 비판 제기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어 경고 처분을 결정하고 28일 이를 금태섭 전 의원에게 통보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금태섭 전 의원에 ‘경고’ 징계 일부 당원이 올해 초 공수처 법안에 기권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당에 제출한 것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낸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공수처가 오히려 검찰과 정권의 유착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권은희안에는 반대, 윤소하안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금태섭 전 의원은 이르면 이날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금태섭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를 가지고 징계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114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에도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언행불일치‘라며 당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쓴소리를 낸 바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비난 세례를 받았고, 결국 4·15 총선 때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 공천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해찬 “낮은 수준의 징계”…조응천 “소신 투표에 징계? 부당” 이와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강제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 조치도 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면서 “경고는 사실상 당원권 정지도 아니고 말이 징계지 내부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밝혔다.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소신대로 판단한 것을 갖고 징계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부당함을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책임을 졌다. 더 어떻게 벌할 수 있나”라며 국회법 114조 2항을 언급하고는 “국회법 정신에 비춰보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보수의 얼굴’로 불리던 한기총, 31년 만에 몰락하나

    ‘보수의 얼굴’로 불리던 한기총, 31년 만에 몰락하나

    오랫동안 개신교 대표 연합기구이자 얼굴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했던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대형 교단들이 대부분 탈퇴해 허울뿐만인 연합기구란 평가가 무성하더니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을 받은 것이다.●금권 선거·이단 논란으로 쇠퇴하기 시작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극우 정치 행위로 인한 혼란과 분열의 끝이다. 현재 임시 회장을 중심으로 한기총 재건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긍정적인 앞날을 기대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오히려 `해체의 결정적 신호탄´이란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1989년 12월 28일 한경직 목사 등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결집으로 창립된 지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동안 개신교계 안팎에서 이어지던 한기총 해체설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판결이다. 앞서 1월 말 전 목사가 단독 입후보해 제26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선거 과정과 대표 자격을 문제 삼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전 목사 측이 선거 당일 자신의 반대파로 분류된 총대(대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던 사실을 인정했다. 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총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법원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목사의 자격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한기총은 규정상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로 대표회장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전 목사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법의 자격 조건을 사회 실정법이 재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목사는 지난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당시 배임수재와 기부금품법 위반, 불법시위 주도 등 10여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번 판결로 전 목사는 개신교계 활동 전반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에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 지지를 호소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한기총 비대위는 전 목사가 구속되자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을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한기총은 전 목사의 직무정지 이후 공동회장인 김창수 목사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공동회장 중 최고연장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한기총 정관에 따라 법원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김 목사는 위기 수습과 한기총 재건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비대위 측과 전 목사 지지자들의 견제에 막혀 벌써부터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 제3의 한기총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임명에 따라 한기총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 사정과 형편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보수 개신교 대표 연합기관’ 정체성 잃어 한기총의 위상은 `보수 개신교의 얼굴´이란 일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한 군소 단체 집합체에 불과하다. 가입된 교단과 교회가 그리 많지 않다. 개신교계 조사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회와 단체는 전체 기독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79개 소속 교단 중 대형 교단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탈퇴했고 남은 건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명목만 회원으로 남아 있다. 썰물처럼 이어진 교단과 교회의 탈퇴로 회비를 납부하는 교단과 교회가 거의 없어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상근 직원을 6명에서 2명으로 줄였고 최근엔 사무실 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건물주로부터 사무실 반환 소송이 제기됐다. 한기총이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이란 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운영난에 국한하지 않는다. 개신교계 안팎에서 부닥치는 정체성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여기에는 전 목사의 거듭된 일탈과 파행 탓이 크다. 전 목사는 `대통령이 간첩이다´, `연말까지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항한 정치색 짙은 막말로 줄곧 비난을 샀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신성 모독 발언을 쏟아내 기독교계 안에서도 원성이 자자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한기총 해체´와 `전광훈 목사 구속´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 24만명이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한기총의 추락은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움직임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끝에 갈라져 나간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다. 그동안 몇 차례 한기총과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최근 임원회의에서 통합 추진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한교연 임원들은 통합 중단을 결의하면서 `현 시점에서 양 기관의 통합은 대화 결렬로 인해 더이상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기총을 연합기구로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한교총 등 다른 기관으로 흡수 가능성 농후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성균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협의체인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최근 한기총의 회원 자격 유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지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한기총의 회원 자격이 공식 논의되진 않았다”면서도 “종교 수장들이 한기총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개신교 측 회원을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차기 회장을 누가 맡든 한기총의 재건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지하기도 힘든 연합기구의 버거운 독립 대신 다른 연합기구와의 통합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통합 형식은 한교총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교총은 2017년 25개 주요 교단 대표들의 친목단체로 시작했지만 현재 보수 개신교계의 명실상부한 최대 연합기구로 부상했다. 한교총 관계자들은 한국 개신교 전체의 90%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31일 보수 개신교계가 함께 참여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행사도 한교총이 주관해 추진한 사안이다. 한교총은 특히 지난 3월 법인 주무 관청을 서울시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정부와 보수 교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부와 개신교계 대표가 만난 자리에 한기총이 배제되고 한교총이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정부가 개신교계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교총 대표만 참석했다. 한교총이 사실상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하는 보수 기독교의 얼굴로 등장한 형국이다. 껍데기만 남은 보수 아이콘. 한때 기세등등했던 `보수 개신교의 얼굴´ 한기총은 결국 역사의 뒷길로 사라질까. 지난 27일 총회를 열어 한기총 탈퇴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사실상 한기총에 남아 있던 마지막 대형 교단으로 기록된다.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직후 기성 총회장이 총회에서 전한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교단은 이제 한기총에서 탈퇴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연합기관과 함께 한국교회의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진중권 “검찰 트집 엉뚱”vs이재명 “손가락 말고 달 봐라”

    진중권 “검찰 트집 엉뚱”vs이재명 “손가락 말고 달 봐라”

    이재명 “검찰이 내 정치생명 끊으려” 토로에진중권 “잘못 아셨다. 그건 ‘문빠’들” 지적이재명 “손가락 말고 달을 논해야” 재반박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재심 논의와 검찰 개혁 문제를 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틀째 설전을 벌였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증언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가 30일 “검찰이 내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다.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밝힌 데 대해 진 전 교수가 “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었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가 다시 이를 “동문서답”이라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이어진 것이다. 발단은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이 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29일 보도되자 바로 다음 날인 30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둔 자신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촛불혁명 후에도 증거 조작과 은폐로 1370만 도민이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도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그들”이라면서 “천신만고 끝에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의 화려한 언론 플레이로 선고 전에 이미 저는 상종 못 할 파렴치한이 됐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던 고통과 국민의 오해는 지금도 계속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한 전 총리의 재심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다.그러자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님이 잘못 아셨다. 그때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들이었다”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혜경궁 김씨’ 운운하며 신문 광고까지 낸 것도 ‘문빠’들이었고, 검찰은 그냥 경선에서 도지사님을 제끼는 데에 이해가 걸려있던 친문(친 문재인) 핵심 전해철씨에게 고발장을 받았을 뿐”이라면서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던 그 사람들은 놔두고 엉뚱하게 검찰 트집을 잡으시는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31일 다시 글을 올려 “한 전 총리나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를 떠나 증거조작과 마녀사냥이라는 검찰의 절차적 정의 훼손에 저도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절대 진리일 수는 없기에 법에도 재심이 있다.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위증교사죄를 범했다면 처벌돼야 하고, 무고함을 주장하는 피고인에겐 다시 심판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절차적 정의로, 유무죄의 실체적 정의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달의 생김새보다 손가락이 더럽다고 말하고 싶은 교수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교수님에겐 손가락이 중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달이 더 중요하다. 가시는 길 바쁘시더라도 달을 지적할 땐 달을 논하면 어떻겠느냐”고 재반문했다. 이 지사와 전 교수의 SNS 설전은 지난 3월 조국 전 장관 문제를 놓고도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진 전 교수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씨에 대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보다 더 파렴치한 일도 있었다”고 하자 이 지사가 “조 전 장관에 대한 마냥사냥과 인권침해를 그만해 달라”고 맞받았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전광훈 털어낸 한기총… 추락하는 위상 끌어올릴 수 있나

    전광훈 털어낸 한기총… 추락하는 위상 끌어올릴 수 있나

    막말·신성모독 이어진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 한기총 존폐 기로오랫동안 개신교 대표 연합기구이자 얼굴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했던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대형 교단들이 대부분 탈퇴해 허울뿐만인 연합기구란 평가가 무성하더니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극우 정치 행위로 인한 혼란과 분열의 끝이다. 현재 임시 회장을 중심으로 한기총 재건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긍정적인 앞날을 기대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오히려 `해체의 결정적 신호탄’이란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1989년 12월 28일 한경직 목사 등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결집으로 창립된 지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동안 개신교계 안팎에서 이어지던 한기총 해체설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판결이다. 앞서 1월 말 전 목사가 단독 입후보해 제26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선거 과정과 대표 자격을 문제 삼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전 목사 측이 선거 당일 자신의 반대파로 분류된 총대(대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던 사실을 인정했다. 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총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법원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목사의 자격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한기총은 규정상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로 대표회장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전 목사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법의 자격 조건을 사회 실정법이 재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목사는 지난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당시 배임수재와 기부금품법 위반, 불법시위 주도 등 10여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번 판결로 전 목사는 개신교계 활동 전반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에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 지지를 호소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한기총 비대위는 전 목사가 구속되자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을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보수개신교 상징’ 옛말 전체 기독교의 3% 정도 한기총은 전 목사의 직무정지 이후 공동회장인 김창수 목사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공동회장 중 최고연장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한기총 정관에 따라 법원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김 목사는 위기 수습과 한기총 재건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비대위 측과 전 목사 지지자들의 견제에 막혀 벌써부터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 제3의 한기총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임명에 따라 한기총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 사정과 형편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기총의 위상은 ‘보수 개신교의 얼굴’이란 일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한 군소 단체 집합체에 불과하다. 가입된 교단과 교회가 그리 많지 않다. 개신교계 조사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회와 단체는 전체 기독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79개 소속 교단 중 대형 교단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탈퇴했고 남은 건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명목만 회원으로 남아 있다. 썰물처럼 이어진 교단과 교회의 탈퇴로 회비를 납부하는 교단과 교회가 거의 없어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상근 직원을 6명에서 2명으로 줄였고 최근엔 사무실 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건물주로부터 사무실 반환 소송이 제기됐다.한기총이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이란 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운영난에 국한하지 않는다. 개신교계 안팎에서 부닥치는 정체성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여기에는 전 목사의 거듭된 일탈과 파행 탓이 크다. 전 목사는 ‘대통령이 간첩이다’, ‘연말까지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항한 정치색 짙은 막말로 줄곧 비난을 샀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신성 모독 발언을 쏟아내 기독교계 안에서도 원성이 자자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한기총 해체’와 ‘전광훈 목사 구속’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 24만명이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한기총의 추락은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움직임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끝에 갈라져 나간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다. 그동안 몇 차례 한기총과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최근 임원회의에서 통합 추진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한교연 임원들은 통합 중단을 결의하면서 `현 시점에서 양 기관의 통합은 대화 결렬로 인해 더이상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기총을 연합기구로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성균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협의체인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최근 한기총의 회원 자격 유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지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한기총의 회원 자격이 공식 논의되진 않았다”면서도 “종교 수장들이 한기총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개신교 측 회원을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이 보수 기독교 얼굴로 등장할 듯 결국 차기 회장을 누가 맡든 한기총의 재건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지하기도 힘든 연합기구의 버거운 독립 대신 다른 연합기구와의 통합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통합 형식은 한교총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교총은 2017년 25개 주요 교단 대표들의 친목단체로 시작했지만 현재 보수 개신교계의 명실상부한 최대 연합기구로 부상했다. 한교총 관계자들은 한국 개신교 전체의 90%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31일 보수 개신교계가 함께 참여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행사도 한교총이 주관해 추진한 사안이다. 한교총은 특히 지난 3월 법인 주무 관청을 서울시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정부와 보수 교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부와 개신교계 대표가 만난 자리에 한기총이 배제되고 한교총이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정부가 개신교계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교총 대표만 참석했다. 한교총이 사실상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하는 보수 기독교의 얼굴로 등장한 형국이다. 껍데기만 남은 보수 아이콘. 한때 기세등등했던 ‘보수 개신교의 얼굴’ 한기총은 결국 역사의 뒷길로 사라질까. 지난 27일 총회를 열어 한기총 탈퇴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사실상 한기총에 남아 있던 마지막 대형 교단으로 기록된다.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직후 기성 총회장이 총회에서 전한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교단은 이제 한기총에서 탈퇴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연합기관과 함께 한국교회의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윤미향 폭로’ 이용수 할머니에 “노망” “질투” 2차 가해 확산

    ‘윤미향 폭로’ 이용수 할머니에 “노망” “질투” 2차 가해 확산

    하태경 “명백한 2차 가해, 인격 살인이자 범죄”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국회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 등 2차 가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할머니는 대구에서 지난 7일과 25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며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 제기와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포털사이트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할머니를 겨냥한 온갖 혐오 표현과 인신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 이후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이 이 할머니 비판에 가세하면서 표현 수위들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댓글에서는 “노망이 났다”, “치매다” 등 할머니의 발언 내용과 무관한 노인 비하 발언과 조롱이 쏟아졌다. 또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등 지역 비하 발언까지 잇따랐다. “기억이 왜곡” 정치인·유명인들도 가세 정치인과 유명인의 발언도 이어졌다. 윤미향 의원이 당선될 때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할머니가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며 이 할머니 발언의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던 변영주 감독은 할머니의 첫 회견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않나. 그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이라면서 “당신들의 친할머니들도 만날 이랬다저랬다, 섭섭하다 화났다 하시잖아요”라고 썼다가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했다. 이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을 재차 비판하자 온라인에서는 친여 지지자들의 SNS 모임을 중심으로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보수단체와 야당 측이 할머니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국회의원 출마 경력에 “노욕 발동”“가짜 위안부” 등 음모론 제기 언론을 통해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던 이 할머니를 윤 의원이 만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는 할머니가 ‘질투심’에 기자회견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는 “자기는 국회의원도 못 하고 죽게 생겼는데, 새파랗게 어린 게 국회의원 한다니까 못 먹는 감에 독이라도 찔러넣고 싶었던 게지”, “구순이 넘은 나이에 노욕이 발동했다” 등의 글들이다. 이 할머니가 ‘가짜 위안부’라며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나왔다. 한 블로거는 포털사이트에 위안부들을 ‘사기꾼’으로 지칭하며 “이용수 할머니는 아예 위안부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선동해 돈을 벌던 인물이었다”는 글을 올렸다.“이 할머니 어렵게 낸 목소리 배제 억압돼선 안돼” 이에 대해 이 할머니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과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음모론 등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인격살인이고 반인륜 범죄”라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 연구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이토록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어렵게 목소리를 낸 할머니가 배제되고 억압받는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임기 끝 나경원 “미래 위해 멈추지 않겠다”

    임기 끝 나경원 “미래 위해 멈추지 않겠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지지자들에게 “결코 녹록지 않았던 정치 여정에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나 의원은 지난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비례대표 국회의원(17대 국회)을 시작으로 재선의원으로서 두 번의 최고위원과 보수 정당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후보를 지냈다. 2014년 서울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최초의 여성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고 19대 국회에서는 보수정당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나 전 의원은 2002년부터 정계에 입문해 18년 이어진 정치 여정을 21대 총선 패배로 마무리하게 된 데 대해 “값진 여백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오늘의 나경원을 있게 해준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라는 생각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성찰하겠다”며 “보수의 가치, 보수의 정신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지만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쳐나가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KDI “SNS 이념 극단성, 정치인보다 심각”

    KDI “SNS 이념 극단성, 정치인보다 심각”

    유권자 대다수는 극좌·극우 성향 아냐 사표방지 위해 즉석 결선투표제 도입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와 인터넷 뉴스의 진보 또는 보수의 이념 극단성이 정치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에서의 이런 극단적인 이념성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의 여론 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SNS에서 보수 성향 이용자가 진보 성향이 강한 키워드를 쓴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대로 진보가 보수 키워드를 쓴 경우도 2.7%에 그쳤다.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성향 키워드를 쓴 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이념적 극단성이 심하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뉴스도 마찬가지다. 보수 매체에서 진보 키워드를 쓴 비율은 1.2%, 진보가 보수 키워드를 사용한 경우는 4.4%에 불과했다. 이는 정파적 대립 관계가 명확한 국회의원보다 더 극단적인 비율이다. 국회 회의록(2015년)에 나타난 보수 의원의 진보 발언은 10.3%, 진보 의원의 보수 발언은 13.9%로 측정됐다. 이런 분석은 KDI가 다음소프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자리 및 실업 ▲북한 ▲조세·재정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 성향 키워드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역사교과서에 대해 보수는 ‘올바른 교과서’, 진보는 ‘국정교과서’란 표현을 쓰는데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키워드를 사용한 비율 등을 분석한 것이다. 국회의원 집계는 국회회의록의 텍스트 분석 자료를 이용했다. KDI는 진보와 보수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SNS를 주요 도구로 활용해 현실 정치와 온라인 여론 형성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치 양극화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야 정당 간 이념 성향 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권자들은 아직 여론 양극화 현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KDI는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다양한 성향과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의 사표 방지를 위해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자를 표기하는 ‘즉석결선투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트럼프, 트위터 등 “문 닫게 할 수도” 백악관 “곧 행정명령 서명”

    트럼프, 트위터 등 “문 닫게 할 수도” 백악관 “곧 행정명령 서명”

    아침에 깨어나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이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소셜미디어를 대표하는 트위터가 자신의 트윗 두 글에 ‘팩트 체크 요망’ 라벨을 붙여 ‘가짜 뉴스’ 취급을 한 데 대해 화가 잔뜩 나 전날 밤 “가만 두지 않겠다”고 밝혔던 그는 27일(현지시간) 아침에는 아예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들을 “문닫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장황하더라도 옮겨본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보수적인 목소리에는 완전 침묵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으며 그 전에 강하게 규제하거나 아예 문닫게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2016년(대선)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봤다. 우리는 우리 조국을 약탈하는 대규모 우편 투표 음모를 내버려둘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과거보다 더 정교하게 몰아가는 것을 가만 놔둘 수가 없다. 그렇게 놔두면 모두가 자유롭게 사기와 거짓, 표 도둑질을 하게 된다. 가장 잘 속이는 자가 이기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처럼 말이다. 행실을 똑바로 해라. 당장”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관련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행정명령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다만 이날 안에만 서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문제의 트윗은 “우편 투표가 근본적으로 사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다(제로!)”라면서 “우편함은 탈취되고, 투표용지는 위조되고 심지어 불법적으로 인쇄되며 허위로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캘리포니아주 지사는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투표 용지를 보내고 있으며, 그 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그들이 누구고 어떻게 거기에 왔든 받게 될 것”이라면서 “조작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트위터는 이 두 글 아래 파란 글씨로 “우편 투표에 관한 팩트를 챙기려면”이라고 표시하고 누르면 관련 소식을 알아볼 수 있는 이모티콘을 심었다. 트위터는 이달 초부터 잘못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 아래 이런 경고문을 붙여왔는데 정작 허황된 얘기를 자주 발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제서야 처음으로 경고문을 붙였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투표 절차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MSNBC의 앵커 조 스캐보로가 2001년 하원의원으로 일할 때 여성 보좌관 로리 클라우수티스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니 검찰이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연이어 올린 것을 방치한 뒤에 이런 경고 문구를 단 것이어서 주목된다. 남편 티모시 클라우수티스가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트위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트위터는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편집한 요약 설명을 제공한다. 트위터는 요약 설명을 통해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짓 주장을 했다”면서 “그러나 팩트체커들은 우편투표가 유권자 사기와 연관돼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 트윗들은 투표 절차에 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서 우편투표에 관한 추가적인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경고문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 문구가 붙여진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완전히 이중 잣대”라며 “트위터는 지금 2020년 대선을 방해하고 있다. 우편투표가 거대한 부정과 사기를 야기할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대해 트위터는 CNN과 워싱턴포스트의 가짜뉴스에 근거해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억압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는 8000만명에 이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남편 트럼프 따라 공개석상 ‘노마스크’ 멜라니아, 사석에선 마스크

    남편 트럼프 따라 공개석상 ‘노마스크’ 멜라니아, 사석에선 마스크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노마스크’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던 멜라니아 여사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5일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헬기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멕헨리 요새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평소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던 멜라니아 여사지만 이날 공개석상에는 남편을 따라 ‘노마스크’로 등장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은 물론 기념식 참석자 200여 명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비슷한 시각,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참전용사기념관을 찾아 참배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온라인 유세를 벌이다 10주 만에 첫 외부 활동에 나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내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나란히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노마스크’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보로 마스크 착용 여부는 친 트럼프냐, 반 트럼프냐를 가르는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자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25일 메모리얼데이 행사 참석 전 공개석상에서와는 달리 마스크를 쓰고 헬기에 탑승한 모습이 공개됐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용헬기 ‘마린원’(Marine One)에 탑승해 멕헨리 요새로 향했다. 현지언론은 멜라니아 여사가 헬기에서 내리기 직전 마스크를 벗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꾸준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지난 4월에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힘들 때 공공장소에서 천으로 된 얼굴 가리개를 쓰도록 권고한다”면서 직접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미 4월 초부터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이스트윙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책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월 백악관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는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멜라니아 여사 외에도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이자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역시 얼마 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스타운 공장 방문 당시 ‘마린원’에서 내리면서 마스크를 벗는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마스크’ 행보가 순전히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1일 미시간주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빌 포드 회장 요청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사실은 이런 심증을 더욱 굳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취재진에게 “뒤쪽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언론이 (마스크를 착용한) 그 모습을 보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 백신으로 노예 만들기” 빌 게이츠 음모론

    “코로나 백신으로 노예 만들기” 빌 게이츠 음모론

    IT매체 씨넷은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칩을 심으려고 한다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의 정치인 사라 쿠니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빌 게이츠를 범죄자로 지칭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5월 초엔 이탈리아 의회에서 ‘코로나 빌 게이츠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빌 게이츠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속에 칩이 숨겨져 있고, 이 백신을 맞으면 실시간 감시를 당할 수 있다는 음모론이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다. 빌 게이츠는 수년전부터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각종 백신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또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관련 언론 보도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빌 게이츠는 지난 3월 “미국은 코로나19를 셧다운 없이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나쳤다”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야후 뉴스와 글로벌 여론 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폭스뉴스 시청자와 공화당 지지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66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약 9만80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 음모론이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로 퍼지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수척한 모습으로 휠체어 탄 李할머니… 한숨, 울먹, 격앙의 1시간

    수척한 모습으로 휠체어 탄 李할머니… 한숨, 울먹, 격앙의 1시간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모습 드러내 일부 지지자 “할머니 못 지켜 드려 죄송” 한일 취재진·유튜버 등 몰려 장소 변경회견장 앞 보수단체·지지자 말다툼도 수척한 얼굴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기자회견이 예정됐던 25일 오후 2시보다 40여분 늦게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첫 기자회견 후 1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외부 도움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할머니는 최근 심적 고통에 쇠약해진 듯 이날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자리에 앉을 때도 2명이 부축했다. 이 할머니를 향해 일부 지지자들은 “할머니 힘내세요”, “할머니 못 지켜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직전 취재진의 사진 촬영이 이어지자 이 할머니는 고개를 숙였고, 이내 녹색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숨도 내쉬었다. 장내는 순간 숙연해졌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내내 울먹이거나 격앙된 목소리로 본인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다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1시간에 걸쳐 풀어놨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30여년간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이용했으며, 그들의 운동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 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윤 당선자가 호텔방으로 찾아와 사과한 것과 관련해서 말을 하던 중엔 목이 메는 듯 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날 윤 당선자는 끝내 기자회견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읽는 대신 자신의 심경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방식을 취했다. 지인들에겐 “내 생각은 직접 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할머니가 호텔을 나설 때 일부 유튜버와 할머니 지지자 간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들은 격앙된 상태로 서로 비난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호텔 앞에서도 실랑이가 이어졌다. 보수 성향 단체인 활빈단 관계자가 ‘수요집회에 이용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 폭로 충격! 실체적 진실 즉각 규명하라!’는 손팻말을 들자 일부 행인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장소가 변경됐다. 한일 양국 취재진에 유튜버 등 200여명이 몰리면서 기자회견장이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초 기자회견 장소는 이 할머니가 1차 기자회견 장소로 정했던 대구 남구의 한 찻집이었다. 해당 찻집은 평소에도 이 할머니가 주변 지인들을 만나 심경을 털어놓는 장소이기도 했다. 대구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어둑한 근대사에 돋보기…행간 속 민족을 사색하다

    어둑한 근대사에 돋보기…행간 속 민족을 사색하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자 원로 비평가인 임헌영(79) 선생의 이미지는 불가피하게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선명하게 각인된다.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인한 투옥과 시련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로 상징되는 사회운동에의 투신이 한 축의 면모라면, 다른 한 축은 치밀한 자료 섭렵을 통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실증적·사상적 연구를 축적해 온 면모로 귀납된다. 그 가운데 연구소에서 오랜 열정과 공력을 다해 펴낸 ‘친일인명사전’(2009)의 성과는 우리 근대사의 어둑한 순간들을 현재로 소환해 반성적 자료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 권 분량에 4300여명을 수록한 이 책의 성과는 두고두고 임헌영 선생의 생애를 집약하는 표지가 돼 줄 것이다.●알리고 밝히고 세워 가야 할 역사 친일 행적을 밝히는 게 쉬울 리 없다. 당시 작업에 대한 폄하와 공격도 상당했다. 선생이 연구자들에게 강조한 점은 이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 조상 다루듯 하라.’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뺄 수 없을 경우에만 넣도록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창의적 교육관이 아니라 단순히 수동적 집행에 머물렀던 교육자 같은 이들은 모두 빠졌죠.” 민족사적 관점에서 반성적 자료가 되기에 족한 이들, 제국주의 협력의 자의식을 가진 이들만 추린 모종의 정예화 결과인 셈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쪽에서는 당사자인데도 이러한 과정을 흔연하게 받아들인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이 준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파인 김동환의 자제 김영식 선생은 전집에 아버지가 쓴 친일 문건을 다 실었어요. 아버지가 사죄할 기회가 없었는데 자신이 대신 사죄한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큰 힘을 줬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어쨌든 인명사전 출간 후 친일 청산에 대한 긍정적 지지자는 많이 늘어났고, 다수 여론조사에서 친일 청산 여론이 70%가 넘는다고 했다. “우리 연구소는 시민단체 가운데 가장 역사의식이 투철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것 같아요. 이제 저희 과제는 오늘도 여전히 일본이 옳았다고 하면서 학문이나 예술이나 경제 논리로 포장하는 이들과의 싸움에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일본의 새로운 파시스트들과의 싸움이 중요하지요.” 최근 연구소는 각고의 노력으로 서울 청파동에 새 건물을 마련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스튜디오를 만들어 팟캐스트를 찍고 그걸 유튜브에 공개해 일반 시민들과 연구소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파시즘 지지 세력과 우리 쪽 일부 세력이 보여 주는 정치적 화음에 주목할 때 아직도 연구소가 알리고 밝히고 세워 가야 할 역사의 흐름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물론 일본에도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우경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있고, 우리 쪽에도 민족 경험을 훼손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현재형을 돌파해 제대로 된 민족사를 쓰기 위해 선생의 헌신과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친일 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 설립된 연구소가 펼치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와 과거사 청산 작업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국내외를 망라한 작가들의 정치의식 탐색 사실 인터뷰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선생이 오랜만에 두 권의 역저를 잇달아 낸 데 있었다.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역사비평사, 2019),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소명출판, 2020)가 그것이다. 두 책은 대조적 속성을 띠고 있다. 앞의 것이 광폭의 발품과 해박한 독서력을 기반으로 해외에 눈을 돌렸다면, 뒤의 것은 한국소설의 맹장들에 대한 정치적 관점에서의 독법이 담겼다. 먼저 유럽문학 기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감옥에서 나와 여행을 못 다닌 게 원통했어요. 문화센터 같은 데서 강의하다가 외국 문인들의 박물관 방문 프로그램을 계획했는데 모집이 잘돼 제 뜻대로 계획도 짜고 진행도 했어요. 성공적이었지요. 이 책에서 다룬 분들은 모두 평화, 반전, 반제국주의의 작가들이에요. 민중적 정치의식을 가진 분들의 문학을 테마로 한 결과이지요.” 책은 영독불러의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 스탕달, 위고, 괴테, 횔덜린, 헤세, 바이런, 로런스 등이 선생의 열정적인 답파(踏破)와 재구성에 의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에세이풍으로 써 가는 선생의 친절하고도 에두름 없는 문장들이 책의 가독성을 한결 높여 준다. 위대한 작가들의 사생활, 특별히 외도 경험 같은 어둑 한 측면까지 훤칠하게 재현했다.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어떠할까? “우리가 위대한 시민혁명을 했는데도 여전히 발전된 정치의식이 빈곤하다는 것을 최근 절감했어요. 늘 흔들리고 위태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소설가들을 통해 역사를 올바로 보는 눈, 정치를 제대로 하는 힘을 빌리자고 생각했지요. 이왕이면 독자가 많은 작가들을 골랐어요. 되도록 각주를 빼고 연애소설 읽듯이 쉽게 풀어 갔습니다.” 책에는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등이 담겼는데, 문학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이병주가 다가올 것 같고, 문학의 자의식이 큰 분들에게는 최인훈과 남정현이 매우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 같다. “정치사 비판의 현장 중계는 이병주 선생이 최고봉이에요. 어떤 정치평론가도 못 따라가요. 최인훈 선생은 우리 문단의 고질병인 파벌을 넘어선 범례로 다루면 좋겠고요. 그 지성의 날카로움과 처연함이 단연 빛나지요.” 아직도 우리에게는 ‘정치’라는 말을 향한 기대와 혐오의 엇갈림이 있다. 그러나 정치야말로 가장 첨예한 예술이 아니던가. 책 서문에 인용된 나폴레옹의 말처럼 모든 공동체에서는 “정치가 운명”이 아니겠는가. 그 점에서 이 책은 선생의 사회적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비평가 임헌영’의 두께를 한 뼘 늘려 줄 것이다.●고단하고도 외로운 길 선생은 1966년 ‘현대문학’을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그 후 카프(KAPF)나 해방기에 대한 자료를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모았고 자료집을 냈으며 그 논리와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진력했다. 선생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지성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해방 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에서도 단골 필자였다. 이쪽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등단하기 전부터 카프에 대한 애정을 가졌어요. 해금 전부터 납월북 작가에게 관심이 많았고요. 그때는 대학 도서관에서 자료를 카메라로 직접 찍었어요. 해독이 잘 안 되면 살아 계신 분들께 전화로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을 걸었지요.” 임헌영 비평은 참여문학, 민족문학, 리얼리즘, 민중문학에 이르는 패러다임을 모두 품고 있다. 안으로는 동학농민혁명, 4·19혁명,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과 관련한 문학에 대해 꾸준한 비평을 해 왔고, 밖으로는 글로벌 시대의 해외동포문학에 대한 탐구도 줄기차게 수행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혀 갔다. 이처럼 선생은 근현대 민족 수난사와 함께하면서 디아스포라 문제에도 눈을 떴다. 물론 선생은 서정적이고 예술적인 언어도 세상에 많이 내놓았다. 이 점, 선생을 설명하는 데 퍽 중요한 균형추가 아닐 수 없다. 마침 연구소 곁 숙명여대에서 재직하는 권성우 교수가 동석을 해 줬는데, 권 교수가 선생께 ‘앞으로 어떤 책을 내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북한문학 한번 정리해야 하고요. 해외동포문학도 중요합니다. 해외동포 쪽은 제가 제일 먼저 손대지 않았나 싶어요. 문학사회사, 특별히 필화사에 애정이 가요. 아마도 필화사가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후로 두 분의 치열한 대화가 오갔다. 재일조선인문학, 특히 김석범과 김시종과 서경식에 대한 경험적 대화는, 비록 즉각적이었지만 임헌영 선생의 경험과 사유가 어디까지 뻗어 나가 있는지를 실물적으로 알려 줬다. “젊은 작가들의 세계를 평하기에는 이제 제 비평의 틀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변해도 문학의 원칙은 그대로라고 생각해요. 그걸 훼손하면 안 됩니다. 원래 문학은 문학 하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어요. 교양의 정점에서 문사철을 모두 이끌어 갔습니다. 손끝으로 하는 문학 말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학을 지금도 옹호하고 또 대망하고자 합니다.” 굵직한 의제들을 버리고 쇄말주의에 빠진 우리 문학에 대한 원로다운 문제 제기인 셈이다. 선생의 말씀처럼 근본적 문학의 위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되 변하지 않을 문학을 위해, 여전히 현재형 의제인 민족사 복원을 위해, 선생이 걷는 고단하고도 외로운 길은 아직도 가파르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 길은 누군가는 걸어 우리에게 비춰야 했던 오랜 지남(指南)으로 남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中 해커’까지 주장한 민경욱…‘“follow the party’ 증거”

    ‘中 해커’까지 주장한 민경욱…‘“follow the party’ 증거”

    “‘follow the party’는 중국 공산당 구호”檢, 민 의원 차량·휴대전화 등 압수수색구리체육관·선관위 CCTV 통해 유출 수사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4·15 총선 개표 조작 의혹의 근거라고 주장한 ‘follow the party’ 문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 의원은 지난 21일 의정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변호인과 함께 출석, 2시간가량 조사받았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투표용지 유출과 관련해 민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했다. 민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는 일정 기간 보관돼야 한다”며 “파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산조작 의혹과 관련해 “부정선거를 획책한 프로그래머는 세상을 다 속인 줄로 알고 뿌듯했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자기만 아는 표식을 무수한 숫자의 조합에 흩뿌려 놓았다. 그걸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배열한 숫자의 배열을 찾아내 2진법으로 푼 뒤 앞에 0을 붙여서 문자로 변환시켰더니 FOLLOW_THE_PARTY라는 구호가 나왔다”며 “이런 문자 배열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누가 계산해 달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중국 공산당 구호가 ‘영원히 당과 함께 가자’인데 ‘영원’을 빼면 ‘follow the party’가 된다”며 중국 해커 연루 의혹까지 제기했다.그는 “천재 해커가 자기만 알아볼 수 있게 만든 것을 다빈치코드처럼 누가 발견한 것”이라며 “‘follow the party’ 외에 영어로 된 문장이 하나 더 나온다. 그것도 큰 단서가 될 것이다. 다음 기회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 의원은 이날 의정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변호인과 함께 출석, 2시간가량 조사받았다. 민 의원은 “검찰이 투표용지 입수 경위와 제보자 신분 등을 캐물었다”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자 신원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출된 투표용지가 경기 구리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것이라며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대검은 지난 13일 사건을 의정부지검에 배당했으며 형사6부(김성동 부장검사)가 맡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했다.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민 의원과 변호인의 몸을 뒤진 뒤 청사 밖으로 나와 민 의원이 타고 온 차량을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민 의원의 변호인이 몸 수색을 거부하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민 의원의 변호인은 “투표용지 등 증거물을 제출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지 않기로 했는데 검찰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 청사에 들어가기 전 민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투표용지 유출과 관련해) 공범 또는 교사범 이런 식으로 부를 수도 있다는 변호인들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익제보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얘기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발전하므로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며 “공익제보를 받을 수 있는 접수자 유형이 있는데 목록 중 첫 번째가 국회의원”이라고 주장했다.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제보를 받았고 그 목적에 맞게 밝힌 것”이라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고 신분을 밝히면 처벌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 청사 앞에는 보수 유튜버들과 지지자 10여명이 나와 민 의원을 응원했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총선 개표가 진행된 구리체육관과 선관위에 수사관 등을 보내 민 의원이 투표용지를 입수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미 구리체육관 안팎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2~3개월 치 영상을 확보했다. 참관인 명단과 CCTV 영상에 찍힌 차적 조회 등을 토대로 개표장 출입자를 전수 조사 중이다. 특히 체육관 모퉁이에 설치된 CCTV 1기가 내부 전체를 비춰 투표용지가 보관됐던 장소를 드나든 인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무이슈]생사람 잡은 악플러에 달랑 100만원 때린 法

    [아무이슈]생사람 잡은 악플러에 달랑 100만원 때린 法

    ‘코 (성형)하면 예쁘겠네’,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기자인가?’, ‘대가리에 든 게 없다’, ‘쓰레기’, ‘××××(여성의 생식기)’…. 회사원 A씨는 2018년 3월 날벼락을 맞았다. 당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이 의혹을 제기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겠다며 난데없이 A씨를 ‘신상 털이’했다. 문제의 사건과 전혀 관련 없던 A씨는 졸지에 정 전 의원을 음해하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꽃뱀’이 돼 버렸다. 이름과 사진이 인터넷에 삽시간에 퍼졌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그날 이후 그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신상 털이에 ‘혐의 없다’는 檢 A씨는 당시 게시자 60여명을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55명이 특정돼 검찰에 송치됐지만 결과는 ‘혐의 없음’. A씨는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털렸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A씨는 1년 후 이들 가운데 2명을 특정해 모욕죄 혐의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해외 계정이 많아 신원 특정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선례를 남겨 인터넷상의 수많은 ‘2차 가해’, ‘마녀사냥’을 막고 싶었다. 민사소송 비용은 한국여성민우회가 도왔다. 사건 발생부터 판결까지 2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에게 겨우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A씨가 얻은 것은 지독한 불면증뿐이었다. ●정 前 의원 “가해자 벌금 십시일반” 독려 A씨의 법률 대리인은 “피고인 중 한 명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였다”면서 “인터넷에는 아직도 허위 게시물 일부가 남아 있는데, 피해자가 받은 심리적 고통에 비하면 약해도 너무 약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정 전 의원은 방송(팟캐스트 정치신세계 445회)에서 가해자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사과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유리하다. 신상 털이한 분이 벌금 내는 상황이 오면 우리가 십시일반 모을 테니 걱정 말라”는 요지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A씨는 “엉뚱한 사람을 괴롭히고선 벌금을 모으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법’으로 사과 강제 못 하나 A씨는 악플러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현행법은 가해자의 사과를 강제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본인이 하기 싫은 사죄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모욕죄가 인정되더라도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 나른 허위 게시물을 추적해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리 법제가 인터넷 환경 등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모욕이나 개인정보 침해 예방을 위한 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의 제한 없이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익명게시판·해외 계정 범인 특정 어려워 법은 왜 악플러에게 관대한가 ‘손가락 살인’의 자유 허용될 수 없는데…인터넷 준실명제 관련 법안 통과 미지수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처벌을 하려 해도 대형 포털을 제외한 익명게시판이나 해외 계정의 경우 악플러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어폭력의 자유, 손가락 살인의 자유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면서 인터넷 준실명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인터넷 실명제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편 모욕죄를 인정하는 해외 국가는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모욕’의 개념이 ‘명예훼손’과 달리 주관적·추상적인 측면이 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2013년, 2016년 등 세 차례 모욕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 집권 2기 차이잉원 “중국식 일국양제 거부”

    집권 2기 차이잉원 “중국식 일국양제 거부”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대통령)이 20일 대만 타이베이빈관 야외무대에서 열린 집권 2기 취임식에서 라이칭더 부총통과 함께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은 지난해 홍콩 시위로 불거진 반중 정서를 등에 업고 올해 1월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베이징 당국이 일국양제를 앞세워 대만을 왜소화하려는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중국식 일국양제를 거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타이베이 AP 연합뉴스
  • [아무이슈]‘정봉주 성추행’으로 신상 털렸는데…재판 2년에 배상금 달랑 100만원

    [아무이슈]‘정봉주 성추행’으로 신상 털렸는데…재판 2년에 배상금 달랑 100만원

    ‘코(성형) 하면 예쁘겠네’,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기자인가?’, ‘대가리에 든 게 없다’, ‘쓰레기’, ‘XXXX(여성의 생식기)’…. 회사원 A씨는 2018년 3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의혹을 제기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겠다며 A씨를 ‘신상 털이’했기 때문이다. A씨는 눈 깜짝할 사이 정 전 의원을 음해하고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꽃뱀’이 돼 있었다. 이름과 사진이 퍼졌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나와서 법적 시비를 갈라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부모님이 놀라실까 두려웠고,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해당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이었다.● 신상 털이에 ‘혐의 없다’는 檢 A씨는 당시 게시자 60여명을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55명이 특정돼 검찰에 송치됐지만, 결과는 ‘혐의 없음’. A씨는 19일 “해당 검사가 상식과 법 감정은 엄연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면서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털렸는데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A씨는 1년 후 이들 가운데 2명을 특정해 모욕죄 혐의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해외 계정이 많아 신원을 특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선례를 남겨 인터넷상의 수많은 ‘2차 가해’, ‘마녀 사냥’을 막고 싶었다고 했다. 민사 비용은 한국여성민우회가 도왔다. 사건 발생부터 판결까지 2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에게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그동안 불면증을 얻었고 소셜미디어(SNS) 활동도 접었다. ● 반성 없는 그들…정 전 의원 방송서 “벌금 모아 주자” 발언까지 A씨의 법률 대리인에 따르면 피고인 중 한 명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였고, 나머지 한 명은 “반성의 기미는 있었다”고 한다.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의 피고인은 “억울한 정치인이 탄생하지 않도록 글을 쓴 거다. 대의 때문에 그런 거라 나는 잘못이 없다”며 수차례의 내용 증명도 받지 않았다. 여성의 생식기 은어를 사용하며 글을 올렸던 다른 한 명은 “진심으로 사과는 드린다. 그러나 모욕은 아니다. 생활이 어렵다. 기각해달라”고 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은 “사과라고 했지만 사실상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아직도 인터넷에 일부 허위게시물이 남아 있는데, 피해자가 들인 시간과 돈과 비교하면 처벌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정 전 의원은 방송에서 ‘모금 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분으로 오해되어서 얼굴 나온 A씨란 분인데. 그분 신상 털이 한 분이 꽤 많아요. 60명 입건됐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방송 빌어 신상 털이 하거나 부정적 댓글 쓰면 검찰 조사 들어가게 되면 불리할 수 있으니까… 어떤 분이 (정 전 의원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 오늘 글을 올렸더라고요. 사과하는 게 법적 다툼하는데 유리하다. 신상털이에 참가했던 분이 계신다면 사과 글을 올리고요. 또 그분이 제안한 게 만약 벌금 내는 상황이 오면 우리가 십시일반 모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60명 입건된 분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고 (물론)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자꾸만 진실이 아닌 걸로 몰려가면 안 되지 않나 이런 뜻으로 했기 때문에 그분들 우리가 좀 함께 도와주고 보호해줘야 할 거 같아요.” - 팟캐스트 정치신세계 445회 정 전 의원 발언 중 (2018.3.14.) 당시 정 전 의원의 팟캐스트 발언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A씨는 “엉뚱한 사람을 괴롭히고선 모금해서 벌금을 보충하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었다”면서 “법적 다툼에 유리하다고 하는 사과가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 ‘법’으로 사과 강제 못하나 A씨는 악플러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A씨는 “인터넷을 통한 2차 가해나 신상 털기에 대한 처벌이 더 강력하게 작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죄를 지었으면 반성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은 왜 ‘사과’를 강제 하지 못할까.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본인이 하기 싫은 사죄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면서 “피고인이 스스로 우러나서 사과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어루만지기 위한 그 이상의 조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법체계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모욕죄가 인정돼도 블로그, 카페, SNS 등에 퍼 나른 허위게시물을 추적해서 삭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우리 법제가 인터넷 환경 등 변화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모욕이나 개인정보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악플러 법적 처벌 어디까지 와있나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처벌을 하려 해도 대형 포털을 제외한 익명게시판이나 해외계정의 경우 악플러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어폭력의 자유, 손가락 살인의 자유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면서 인터넷 준 실명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인터넷 실명제와 크게 내용이 다르지 않아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모욕죄를 법정에 두는 나라는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우리나라 정도다. 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모욕(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 혹은 허위사실의 적시)과 달리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보니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과 2013년, 2016년 모욕죄에 대해 세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마스크 안써 폭행에 총격까지…美 대통령도 ‘노마스크’ 하는 심리는?

    마스크 안써 폭행에 총격까지…美 대통령도 ‘노마스크’ 하는 심리는?

    미국의 한 경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고객을 제지했다가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졌다. 12일(현지시간) CNN은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형마트 경비원이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11일 관련 CCTV를 공개한 경찰은 지난 1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마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입장한 남성 2명이 제지하는 경비원들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피해 경비원 중 한 명은 팔이 부러졌다.13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편의점에서는 마스크 때문에 직원과 옥신각신하던 손님이 난동을 부린 일도 있었다. 폭스뉴스는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편의점에 들어간 남성이 직원의 제지에 격분해 10분간 난동을 부리다 유리문을 발로 차 깨뜨렸다고 전했다. 남성은 “마스크를 쓰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멍청하다. 왜 사람 얼굴을 가리는 거냐”며 화를 내다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귀가했다.미시간주 마트 경비원은 손님에게 마스크를 권했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CNN에 따르면 숨진 경비원은 마스크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여성 고객이 잠시 후 대동하고 나타난 아들의 총에 희생됐다. 미국은 확진자 141만여 명으로 세계 최대 감염국이다. 그런데 왜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걸까. "마스크=항복, 자유의 박탈"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유의 박탈로 여기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상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는 “사람들은 뭘 하라고 하면 그 조치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면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아로노프 밴더빌트대 교수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영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반대파에겐 이런 일시적 지침도 너무 큰 양보인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마스크를 쓰는 게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마스크가 ‘항복’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에이브럼스 뉴욕대 교수는 “일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는 것은 공포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남들에게 ‘겁을 먹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생각해 강함을 보여주려고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헷갈리는 지침을 내면서 일부가 마스크 쓰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헷갈리는 당국 지침, 대통령도 '노마스크'애초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권고를 내놨다가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확산에 대응할 필요성을 고려해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며 지침을 바꿨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당국자들도 마스크를 쓴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 특히 “나는 마스크 안 쓴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마스크 생산 시설인 허니웰 공장 방문했을 때도 ‘노마스크’를 고집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자들이 공포를 조장하려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취재 중이던 언론인들을 모욕했다. 14일 펜실베이니아 주의 마스크 유통업체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노마스크'다. 11일 기자회견에도 혼자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누구에게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 모두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에이브럼스 교수는 “메시지가 모호하면 사람들은 하고싶은대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닷컴’은 미국인들의 ‘노마스크’에 대해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느낌을 살리는 것에 대한, 인정받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최사랑, 허경영과 기자회견 “‘꽃뱀 발언’ 사과했다”

    최사랑, 허경영과 기자회견 “‘꽃뱀 발언’ 사과했다”

    가수 최사랑(44)이 허경영(70)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약 3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최사랑과 허 대표는 애초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국가혁명배당금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1시간 넘게 등장하지 않았다. 기자가 빠진 상황에서 뒤늦게 시작된 회견에서 최사랑은 허 대표와 쌓였던 앙금이 잘 풀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사랑은 15일 “(허 대표가 자신에게) 꽃뱀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며 “그동안 인연이 돼서 함께 지냈는데 서로 오해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제 새출발하면서 서로 돕고, 서로 잘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앞서 최사랑은 2018년 초 ‘허경영 스캔들’로 온라인을 달궜다. 최사랑은 허 대표와 연인 관계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허 대표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최사랑과 과거 연인 사이였음을 부인한 것이다. 이후 허 대표 지지자들은 ‘꽃뱀 척결 범국민 운동본부’라는 단체를 결성, 최사랑을 꽃뱀으로 몰고, 수억 원을 편취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최사랑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낙태를 한 사실까지 털어놓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12·12 직후 전두환 만난 美 대사 “全, 군부 장악에 미 도움 원해”

    12·12 직후 전두환 만난 美 대사 “全, 군부 장악에 미 도움 원해”

    “12·12는 ‘젊은 투르크’ 장교들의 쿠데타”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 직후 주한미국대사와 면담에서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불안감에 미국의 도움을 원했던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미 대사는 당시 본국에 보낸 보고에서 전두환과 신군부를 1908년 터키에서 군사혁명을 일으킨 젊은 장교들을 의미하는 ‘Young Turks’(젊은 투르크)로 지칭하며 ‘이들이 미국의 도움을 원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당시 상황은 미국 국무부가 한국 외교부에 제공한 43건의 140쪽 분량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미 정부 측 기밀문서가 필요하다는 5·18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 국무부에 5·18 관련 문서를 요청한 바 있다.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최근 관련 문서 43건이 우리 정부에 제공돼 1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공개됐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미 정부에 5·18 진상 규명 관련 기밀 문서 해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비밀해제된 기록물은 미 국무부 문서로 주한미국대사관 생산 문서가 포함됐다. 대부분 1990년대 중반 기밀이 해제돼 부분 공개된 내용이나, 이번에는 가려진 곳 없이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세력의 군사 쿠데타 직후인 12월 13일부터 이듬해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 선포,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인 1980년 12월 13일까지의 기록 일부다. 특히 신군부 세력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체포한 12·12 군사반란 직후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면담 내용도 포함됐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본국 보고한 1979년 12월 14일 면담 내용에 따르면, 대사는 한국군의 분열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질 위험 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전 사령관은 자신의 행동이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려는 노력이며, 개인적 야심이 없고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을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 사령관이 12·12 사태를 사전 계획했다는 사실을 숨기려 했으며, 이 사태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위험이 커진데 대해 매우 방어적으로 대응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또 “전두환은 현재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군부 내 다수의 정승화 지지자가 향후 몇주 동안 상황을 바로잡으려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전두환과 동료들은 (반대 세력의) 군사적 반격을 저지하는 데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며 “우리가 향후 몇주, 몇 달 간 매우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전 사령관은 미국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개입하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가벼운 형을 내리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미국의 개입을 강하게 부인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면담 전날 국무부에 보낸 전문에서, 12·12 사태를 ‘젊은 투르크’ 장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사실상의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5·18 전날인 1980년 5월 17일에는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을 완화하고 새 정부 구성 등 정치 일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실장은 “최 대통령이 며칠 내에 현 상황에 대한 중대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군부가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온건적인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라 최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5·18 당일에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면담했다. 이 사령관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의 공산주의 사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베트남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령관은 “최 대통령의 계엄령 승인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대규모 학생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병력을 뺄 경우 북한의 공격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그를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대통령이 압력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계엄령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미국 기자들이 정보 공개를 요구해 한국이 받았던 자료들은 사실상 많이 지워져서 온 자료들인데, 이번에는 전문이 공개됐다”며 “미국이 전향적으로 협조한 것은 사실상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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