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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팡이 선물 13년… “못다 한 효도하는 마음”

    지팡이 선물 13년… “못다 한 효도하는 마음”

    공무원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13년째 지팡이를 선물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18일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에 따르면 충북 충주시 주덕읍사무소에 근무하는 이상홍(57)씨로부터 최근 ‘효도 지팡이’ 2000개를 받았다. 청소차량 운전사인 이씨가 자신의 밭에서 수확한 1년생 잡초인 명아주의 단단한 줄기를 말려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이다. 명아주 지팡이는 가볍고 단단해 지팡이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다. 통일신라시대 임금이 장수한 노인에게 명아주 지팡이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씨는 2000년 청와대에서 이 지역 노인에게 선물한 명아주 지팡이가 인기를 얻자 이듬해부터 지팡이 제작용 명아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쪼개거나, 업무가 일찍 끝나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그해 200개의 지팡이를 생산해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이씨의 선행이 알려지자 2002년부터 여기저기서 지원의 손길이 빗발쳤다. 주덕읍 노인회와 새마을부녀회가 지팡이 제작을 돕겠다고 나섰고, 시는 재료비 750만원을 지원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제는 한 해 2000개 정도의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지팡이 제작과정은 그리 단순치 않다. 4월쯤 밭에 명아주를 심은 뒤 지지대 등을 세워 줄기가 잘 자라게 한다. 이어 9월 말 수확해서 물에 삶은 뒤 껍질을 벗긴다. 마지막으로 사포질을 한 뒤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해야 명아주 지팡이가 완성된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지팡이는 줄잡아 2만 2000개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지팡이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를 하는 마음으로 지팡이 선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해는 사비 100만원을 들여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시가 지원도 해줘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일을 하고 있다”면서 “4년 후 퇴직을 해서도 지팡이 제작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 곽호종 충주지회장은 “이씨가 만든 지팡이는 가볍고 손에 잘 맞아 인기가 높다”며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들 모두가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성을 혐오하고 억압하는 종교에 대한 도발

    성을 혐오하고 억압하는 종교에 대한 도발

    침대 위의 신/대럴 W 레이 지음/김승욱 옮김/어마마마/408쪽/1만 8000원 “가서 신이 없는 섹스를 즐겨라!” 저자는 이 책의 본문 마지막에서 성(性)에 대해 이렇게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침대 위의 신’(원제 SEX & GOD)은 성생활에 종교가 끼어드는 것이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의문을 품고 다양한 조사를 한 뒤 쓴 책이다.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성을 왜곡하고 있는지 탐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현대 종교의 세 가지 핵심적인 믿음이 성적인 왜곡과 성적인 테러로 이어지고 수많은 근거 없는 주장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그것은 ▲내세에 대한 믿음 ▲모든 것을 지켜보고 모든 것을 아는 신이 내세에 우리가 얻게 될 지위를 결정한다는 믿음 ▲신이 그 내세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로서 특정한 성행동 이외의 모든 성행동을 배제한다는 믿음이다.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며, 복수심 강한 신이 특정한 성행동만 요구한다는 믿음에 겁먹은 신도들이 성적인 자기 실현이나 충족에 이르지 못한 채 겉으로만 순종하면서 속으로는 비참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섹스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 때문에 성적으로 억제되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강렬한 충동을 느끼는 자신이 신에게 반항하며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종교적으로 금지된 성행동을 한 뒤 몇 주 동안 기도를 하며 회개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생물학적인 충동이 다시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다시 금지된 행동을 한 뒤 또 회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사이클이 반복될 때마다 자신이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마음을 달래는 방법은 다시 종교에 기대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럼으로써 종교는 스스로를 널리 퍼뜨리는 목적을 달성하고 섹스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저자 대럴 W 레이는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조지피보디대학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대 초반에 불가지론자(不可知論·사물의 궁극의 실재, 절대자, 신은 알 수 없다는 입장)가 되었으며 40세에 무신론자가 되었고 지금은 종교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단체인 RR(Recovering from Religion)을 설립해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열린세상] 원자력 안전의 마지막 보루는 원자력안전위원회/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원자력 안전의 마지막 보루는 원자력안전위원회/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0일, 정부가 그동안 진행해 온 원전 부품 품질 서류 위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품질 서류가 약 30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라 아직 조사가 일부 남아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전되고 있는 원전에 대해서는 모두 조사가 끝난 것이라고 한다. 최근 10년간 부품에 대해 전부 다 뒤져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품질 서류가 위조되어 원전에 납품된 부품은 주로 공기필터, 밸브, 볼트, 지지대 스터드와 같은 것으로,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품은 없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부 케이블, 수소제거 설비와 같은 기기가 있었지만, 지난 5월 위조된 서류를 통해 성능이 검증되지 못한 케이블이 설치돼 원전 운전을 정지한 원전 3기(신고리 1, 2호기, 신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는 안전을 위해 원전을 긴급히 정지시켜야 할 만한 건은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원전이 불시 정지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원전 설비나 부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최근 10년간의 원전 정지 사건과 서류 위조 부품과의 연관성을 분석해 본 결과 다행히도 연관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발생한 불시 정지가 부품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 측면에서의 문제 비중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품질 서류 위조가 확인된 부품, 기기에 대해서는 교체할 부분은 모두 교체하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시험을 거쳐 다시 품질 서류를 발행하거나 운전 가능성 평가 등 안전성 확인 작업들을 모두 끝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 성능이 불량으로 나타나 케이블을 전면 교체해야 하므로 준공시기가 늦어지게 되었다. 화재 테스트에 실패한 케이블의 불량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력 비상사태가 일상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정부는 앞으로의 조사 과정에서도 원전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 발견되면, 재빠르고 강력한 조치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재빨리 출범시켜 국제 사회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의 신임을 얻는 데에도 큰 덕을 보았다. 그래서 원안위는 한국 원자력의 안전판만 되는 것이 아니고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는 원안위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의 원자력은 그동안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 와서 이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하고 핀란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추가 수출 등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데 집안 꼴이 말이 안 되면 수출은커녕 조롱당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한국의 원자력이 르네상스를 구가한다고 할 때 무언가 비상사태가 터질지 모르니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충고가 있었다. 그 이후로 후쿠시마 사태가 터졌고 원전 비리가 드러났다.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원자력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데 부정부패에 얼룩진 원자력의 잘못을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가며 지속할 수도 없고 부정부패의 고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다.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무슨 수출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원자력은 이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원전 수출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고속로 개발 등 제4세대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인정해 주듯 한국의 원자력은 더욱더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큰 역동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지나간 잘못을 일벌백계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원자력, 세계 속에 중흥하는 원자력이 되기 위해 밑바닥부터 안전을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하겠다. 그래서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이 두 곳의 말이 원자력 안전의 바이블이 되겠다는 각오로 일 할 때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서 신용하는 한국의 원자력이 될 것이다. 원자력 안전 만큼은 권력의 어느 기관과도 타협하지 않는 냉혹한 안전 문화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 [프로농구] 공격 빠르게! 흐름 살리고!

    오는 12일 막을 올리는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는 ‘경희대 3인방’ 등 대형 신인의 등장, 새로운 외국인 선수의 출현, LG 등 전력을 보강한 팀들이 적지 않아 예측 불허의 시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개정된 프로농구연맹(KBL) 경기 규칙도 관전 재미를 북돋울 것으로 보인다. ‘24초룰’과 ‘볼이 백보드 뒤로 넘어가는 경우’에 대해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적용하고, 속공 파울에 대해서는 적용 기준을 세분해 엄격히 판정하기로 했다. KBL은 기존에 공격 선수가 슛을 던졌는데 공이 링에 맞지 않아 에어볼이 됐을 때 24초 버저가 울리면 24초 바이얼레이션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24초 버저가 울려도 수비수가 완벽하게 공을 잡으면 바이얼레이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수비팀이 곧바로 속공으로 전환함으로써 경기를 더욱 빠르고 박진감 넘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 과거에는 공이 링을 맞고 백보드 뒤로 넘어가도 바이얼레이션으로 인정했으나 이제는 백보드를 넘어가도 골대 지지대 등 시설물에 닿지 않으면 바이얼레이션이 되지 않는다. 역시 경기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칙 개정이다. 속공 파울은 기존과 달라진 부분은 없고 세분화됐을 뿐이다. 공격팀이 속공 때 공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수비수가 의도적으로 파울로 끊거나 공격 선수와 바스켓 사이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뒤 또는 옆에서 부당한 신체 접촉을 하면 속공 파울이 적용된다. 그런데 과거에 각 팀 감독들은 심판에 따라 속공 파울 휘슬을 불고 안 불고 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불만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KBL은 속공 파울 휘슬을 불 수 있는 다섯 가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태풍 다나스 북상 부산국제영화제 ‘된서리’

    태풍 다나스 북상 부산국제영화제 ‘된서리’

    태풍 다나스 북상 부산국제영화제 ‘된서리’ 10월 태풍 ‘다나스’의 북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된서리를 맞았다.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BIFF조직위원회는 해운대 비프빌리지 ‘파빌리온’에서 예정됐던 8∼9일의 모든 야외 행사를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관객라운지로 옮겨 진행한다고 밝혔다. 태풍 다나스의 이동 경로에 부산이 위치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풍 다나스의 북상으로 조직위는 파빌리온에서 예정된 ‘이상일 감독과 와타나베 켄, 야기라 유야’(오후 3시), ’임권택과 임권택의 배우들’(오후 6시 30분) 등 2건의 오픈 토크와 임권택 감독의 핸드 프린팅(오후 7시 30분) 행사를 모두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관객라운지로 장소를 옮겼다. 9일에는 ‘친구2’의 야외무대 인사를 비롯 7건의 행사를 실내인 비프힐 1층으로 옮기고 3건의 야외무대공연은 아예 취소했다. 조직위는 이와 함께 태풍 다나스 북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파빌리온 주변 등 야외에 설치된 협찬사 홍보부스를 모두 철거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지에 설치한 천막과 간이건물의 유리를 철거했다. 영화의전당 측도 태풍 다나스의 북상으로 인한 강풍에 대비, 건물의 빅루프를 지탱하는 단부지지시스템(지지대 2개)을 가동하는 등 태풍 대비에 들어갔다. 웅장한 규모 때문에 기네스북에 등재된 영화의전당 빅루프(162.53x60.8m)는 초속 65m의 강풍과 진도 7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단부지지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BIFF조직위 한 관계자는 “영화 상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야외무대 행사도 실내로 옮겨 진행하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야외무대 등 임시 건물은 철거했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상황을 봐가며 다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서울 사랑하게 해주는 ‘택리지’/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서울 사랑하게 해주는 ‘택리지’/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그러면서 ‘창조’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 각계에서 내리는 정의는 그야말로 각인각색 ‘창조적’으로 다양하다. 필자가 창조에 대해 하나 더 덧붙이고자 하는 정의는 ‘3D’다. 즉, 창조를 하기 위해선 다른 존재, 다른 생각, 다른 행동(Be Different, Think Different, Act Different)이 반드시 요구된다. 무조건 과거를 허물어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세우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역발상으로 바라보고 결합시켜 새로운 방안으로 물꼬를 터 활용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기본요건이다. 혁신과 비교하자면, 혁신이 과거를 벗어야 할 허물로 상정한다면 창조는 과거를 디디고 일어설 지지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창조는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도 함께 돌아보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 택리지’는 창조적 사고와도 통한다. ‘서울 택리지’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오늘날의 서울이 되기까지를 돌이켜보게 하는 기획이다. 서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어떻게 발전해 갈지를 성찰하고 전망하게 해준다. 매주 금요일 연재되는 노주석 기자의 ‘서울 택리지’는 구해보기 힘든 과거의 사진자료와 현재를 대비해 상전벽해의 변화를 거듭한 서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게 한다. “얼마 전인데도 까마득하네”하며 어린 시절 서울의 그때 그 모습을 떠올리며 아스라한 향수에 젖게 하기도 한다. 화신백화점 터가 어떻게 변해왔고, 거기에 얽힌 풍운아 박흥식의 흥망성쇠, 화신백화점 터가 서울에서 갖는 의미 등도 생각거리를 제공해줬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의 소나무가 앞산의 소나무를 뜻한다는 것과 같은 서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운상가가 ‘세계의 기운이 모인다’는 뜻으로,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는 취지로 조성되었다는 것은 새로 안 사실이었다. 애독자로서 덧붙여 바라는 것은 유행가, 영화, 소설 등 문화에 비쳐진 서울 모습 등도 관련이 있을 경우 같이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령 유행가에 등장하는 ‘제3한강교’의 변천 스토리, 소설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에 등장하던 선술집에서 강남포차로의 변천사,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관련한 강남 개발사 등등 ‘장소’적 접근뿐 아니라 ‘문화적’ 시각에서도 서울 스토리가 소개되길 바란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는 인문지리적 접근을 갖춘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였다. 노주석 기자의 ‘서울 택리지’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서울의 정치·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신 인문지리지로서 서울에 관한 ‘스토리’를 보다 더 발굴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것과도 통할 것이다.‘서울 택리지’가 한 신문의 기획물을 넘어 ‘끊임없이 진화 중’인 서울의 발전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데 지표가 되는 기록물이 되었으면 한다. 때마침 10월 12일과 26일에 선유도, 여의도, 반포 한강공원에서 한강 스토리텔링 투어가 진행된다고 하니 참여해 ‘진화 중인 한강의 박동’을 체험해 보고 싶다.
  • [수입차 특집] 보다 강하게, 보다 편리하게… 세단의 공습

    [수입차 특집] 보다 강하게, 보다 편리하게… 세단의 공습

    수입차 열풍이 거세지면서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이 12%에 이르렀다. 수입차 업체들은 연말까지 중대형 세단 영역을 집중 공략해 여세를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신차들이 앞장선다. 이들은 외형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와 편의장치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국내 업체와 손잡고 만든 내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 룸미러 등을 새로 장착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돋보인다. 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을 강화해 힘과 연비가 좋아진 점도 공통된 특징이다. ■한국형 내비로 길 쉽게 찾는 C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다양한 편의 장치와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격을 한층 높인 2014년형 C클래스를 선보였다. C클래스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콤팩트 세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형 C클래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C200 아방가르드 에디션C ▲C220 CDI 아방가르드 에디션C ▲C63 AMG 에디션 507 등 세 가지 에디션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새로 나온 C클래스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 룸미러 하이패스, 후방 카메라 등 편의 장치가 더욱 강화됐다. C200과 C220 CDI 모델에는 바퀴에 17인치 멀티 스포크 휠을 기본으로 적용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국내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현재 차량 흐름을 반영해 빠른 길을 안내해 주는 TPEG를 적용한 3D 입체 내비게이션으로 편리한 주행을 돕는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하이패스 기능이 추가된 룸미러도 적용했다. C250 모델에는 룸미러 하이패스와 후방 카메라가 탑재됐다. C클래스의 새로운 에디션 모델은 18인치 5스포크 휠과 검정 유광으로 처리된 그릴, 어둡게 처리된 헤드램프가 기본 장착돼 세련된 디자인을 강조했다. 내부는 검정색 아르티코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 등으로 꾸며 외관과 조화를 이룬다. C200 아방가르드 에디션C는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27.5㎏·m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ℓ당 11.1㎞이다. C220 CDI 아방가르드 에디션C는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40.8㎏·m이며 복합연비는 ℓ당 15.6㎞이다. C63 AMG 에디션 507은 국내에 단 10대만 선보인다. 507마력의 강력한 엔진과 최고 280㎞/h의 속도를 자랑한다. 가격은 1억 780만원으로 희소한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C클래스의 가격은 4750만원부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12번의 베스트 셀링 믿고 사는 파사트 디젤과 해치백 열풍을 주도하며 국내 자동차 트렌드를 주도해 온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를 통해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 패밀리 세단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파사트는 지난해 8월 한국에 들어온 이후 12번이나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톱10 안에 들며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파사트 2.0 TDI의 경우 1~8월 2352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 6위에 올랐다. 폭스바겐코리아 토마스 쿨 사장은 “파사트는 품격과 실용성에 운전의 재미와 연비까지 한국 고객들이 중형 세단에 기대하는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한 폭스바겐의 전략 차종”이라고 자평한다. 1973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500만대 이상 팔린 파사트의 인기 비결은 세련된 디자인과 넓은 실내 및 수납 공간을 갖춘 실용성, 탄탄한 주행 성능에 있다. 특히 트렁크는 4개의 골프백과 4개의 보스턴백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탁월한 연비도 한몫한다. 공인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4.6㎞/ℓ에 달해 운전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좌석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요추 지지대가 내장돼 장거리 주행 시에도 편안하다. 한국형 3차원(3D) 리얼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블루투스 핸즈프리 및 오디오 스트리밍 등을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즐거운 주행 환경을 구현했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2.5 가솔린 모델 3810만원, 2.0 TDI 모델 4140만원이다. 한편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매력을 전파하고자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전시공간 ‘파사트, 공간으로의 여행’을 12월 5일까지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파사트 차량을 상설 전시하는 한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도 전개한다. 11월 5일까지 매일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 사이에 행사장을 방문해 고객 카드를 작성하거나 사진 차량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면 파사트 시승권 등을 제공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날렵한 얼굴 가진 판매 1위 뉴 5시리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보여 주겠다.” 김효준 BMW 대표는 최근 5시리즈의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5시리즈는 1972년 출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6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특히 2010년 나온 6세대는 지금까지 100만대가 넘게 팔렸다. 국내에서도 6세대 520d는 올 들어 8월까지 6744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라 있다. 뉴 5시리즈는 BMW의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할 무기다. 520d x드라이브, 530d x드라이브, M550d x드라이브 등 3종을 처음 들여와 라인업도 총 9종으로 늘어났다. 외관은 통풍구와 앞뒤 범퍼, 후미, 헤드라이트 등이 바뀌어 더욱 역동적이고 날렵한 인상이다. 사이드미러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방향지시등을 새로 넣었다. 편의 사항으로는 발동작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기능, 앞뒤 전좌석 열선, 전동식 트렁크 등이 추가됐다. 또 처음으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연비는 소폭 향상됐다. 520d 기본형 기준 16.4㎞/ℓ(복합연비)에서 16.9㎞/ℓ로 개선됐다. 520d 기본형 기준 가격은 90만원 오른 6290만원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품격 있는 외모에 안전수준 높인 아발론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처음으로 공개된 아발론은 미래 도요타 세단의 방향성을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아발론은 도요타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기능, 성능 및 안전 수준을 강화하고 다양한 편의 장치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1일 발표되는 4세대 아발론은 북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시된 아발론은 올 상반기에 3만 7471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651대)보다 125% 상승했다.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량을 따져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별 판매 증가율이 평균 157.6%에 이른다. 미국 시장의 인기비결은 단연 우아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이다. 4세대 아발론은 미국 자동차전문지 켈리블루북의 대형 세단 잔존가치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넓고 편안한 실내 디자인이 높은 점수를 받아 이 매체의 ‘10 베스트 패밀리카’에도 선정됐다. 3D 레이어드 계기판 등 고급 차량이 주로 적용하는 프리미엄 디자인을 적용해 자동차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 베스트 인테리어’에도 선정되는 등 출시 이후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기관이 주는 상을 받으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실속 찾는 젊은이에 안성맞춤 G25 스마트 지난 6월 출시된 인피니티 G25 스마트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한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고성능에도 소비자가격을 4340만원에서 3770만원으로 570만원 낮춰 경제적인 매력까지 갖췄다. 사전 계약 실시 후 10일 만에 100대가 팔렸고 7월 이후 두 달 동안 2~3배씩 판매가 늘었다. 인피니티 G25 스마트는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대 엔진으로 14년 연속 선정된 VQ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221마력, 최대토크 25.8㎏·m의 동급 대비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수동 모드가 포함된 7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G25는 2011년 미국 컨슈머 리포트가 실시한 스포츠 세단 테스트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 흐르는 듯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외관과 함께 내부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앞뒤 바퀴 차축 간 거리인 휠베이스가 2.85m로 동급 대비 가장 넓어서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10개의 스피커를 장착하고 보스의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해 고품질의 음향을 제공한다. 여성 운전자들을 위해 손톱이나 액세서리로 생긴 미세한 흠집을 자동으로 제거해 주는 ‘스크래치 실드 페인트’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부산 ‘영화의 전당’

    [명인·명물을 찾아서] 부산 ‘영화의 전당’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센텀시티 내 ‘영화의 전당’이 부산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9월 개관 이후 매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될 뿐 아니라 수려하고 웅장한 경관을 자랑하는 건물과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색깔이 변하는 빅 루프의 야경은 색다른 볼거리를 연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의 전당은 낮에는 웅장함으로, 밤에는 화려함으로 다가온다. 빅 루프와 스몰 루프의 발광다이오드(LED) 경관 조명은 수영강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주말 저녁마다 시네마운틴 외벽에 연출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3D 이미지를 현무암 외벽에 투사해 마치 벽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영화·영상예술의 즐거움과 다양성을 경험하는 열린 공간 영화의 전당. 영화도시 부산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국제건축설계공모전을 통해 오스트리아의 쿱 힘멜 부라우사가 기본설계하고 한진중공업이 시공한 영화의 전당은 해체주의 디자인 건축물로 독특한 건축미를 지녀 국내외 건축 관계자, 건축학도들에게 필수 견학코스가 되고 있다. 3차원으로 꺾이는 곡선과 직선, 비대칭 구조 등으로 인해 최고 난이도의 시공기술이 적용됐다. 4000t의 거대한 빅 루프를 지탱하는 캔틸레버(외팔보), 기둥 없는 곡선형 구름다리, 대형유리를 연속으로 이어붙인 커튼 월, 지붕 중앙이 뚫려 있어 비가 샌다는 오해를 받은 빅 루프, 유사시 빅 루프를 지탱하는 단부지지시스템, 빅 루프와 시네마운틴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시스템 등 첨단 건축기술의 결정체다. 영화의 전당에 들어서면 큰 지붕 2개와 대형 스크린이 있는 야외극장이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이 163m, 너비 61m로 축구장 1.5배 규모인 빅 루프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명물이다. 빅 루프는 유일한 지지대인 더블콘 기둥에 받혀져 다른 한쪽은 허공에 뜬 형태의 외팔보 구조로 설계됐다. 기둥에서 북쪽으로 85m가 뻗어 있어 ‘세계 최장 외팔보 지붕’으로 기네스북 인증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장으로 사용되는 야외극장은 위로 작은 지붕이 있어 실내인 듯하면서도 산들바람이 부는 상쾌한 야외공간이기도 한 매력적인 곳이다. 4000여명 수용 규모의 대형 영화관이자 공연장이다. 가로 24m, 세로 13m인 스크린은 고정식 야외스크린 중 국내 최대 크기다. 영화제 기간에는 객석이 5500석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표가 가장 먼저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북쪽의 9층 높이 시네마운틴은 3개의 영화관과 1개의 공연장이 있는 전당의 핵심 건물이다. 중극장(413석), 소극장(212석), 시네마테크(212석) 등 3개 영화관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기획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영화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관람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6층에는 넓고 쾌적한 라운지가 있어 조용하게 예술영화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인기다. 2~3주 단위로 기획전이 이어진다. 국내외 영화인과 분야별 전문가 등 특별 강사를 초청하는 영화강연(시네클럽), 영화해설(시네도슨트) 프로그램도 수시로 이뤄진다. 6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면 나타나는 하늘연극장(841석) 앞 로비는 유리를 연속으로 붙인 경사창 등이 색다른 공간미를 보여 준다. 야외광장으로 나오면 높이 10.2m의 대형 미술장식품이 눈길을 끈다. 한쪽에서 보면 부산시조(市鳥)인 갈매기, 다른 쪽에서 보면 여인의 모습인 랄프 산더(독일)의 작품. 남쪽의 비프힐 2층 영화 자료실과 아카데미는 영화의 전당의 숨겨진 보물이다. 자료실 안쪽 영화감상실에선 1만여편의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30여개의 상설강좌와 많은 특별강좌가 열린다. 김기향(46)씨는 “평소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영화의 전당에서 운영하는 영화 교육 프로그램 등이 영화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당은 매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전 세계 영화인과 마니아들의 축제의 장으로 변하며 글로벌 영상·문화 허브를 꿈꾸는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숭례문 ‘대형 퍼포먼스’ 사고로 무산

    국보 1호인 숭례문 뒤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하고 이를 촬영하려던 이명호(38)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의 퍼포먼스가 캔버스가 넘어지는 사고로 좌절됐다. 이 교수는 1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18일 오전 2시부터 기중기 3대를 동원해 숭례문 뒤에 흰색 초대형 캔버스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오전 6시 45분쯤 캔버스를 지탱하던 지지대 한쪽이 무너지면서 캔버스 틀이 숭례문 주변 울타리와 감시초소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숭례문에는 피해가 없었다. 이에 숭례문 관리소의 현장관리를 전제로 행사를 허용했던 문화재청은 오전 7시 30분쯤 퍼포먼스를 중단해 달라고 이 교수 측에 통보했다. 이로써 50여명의 스태프와 2억 1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행사는 무산됐다. 이 교수는 “경기 용인의 야구장에서 벌인 리허설과 구조 검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숭례문이 화마에 스러진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복원된 숭례문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지난 14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한 과수원에서 만난 윤영선(51)씨는 땡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사과나무들을 살폈다. 이제 막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한 사과 알은 여자 어른 주먹만 했다. 윤씨는 “뿌리만 튼튼했으면 알도 실하고 더 많이 달렸을 텐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이맘때, 윤씨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추석철 본격 수확시기인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볼라벤, 덴빈, 산바 등 3개의 대형 태풍이 사과밭을 휩쓸고 지나갔다. 1000그루의 나무 중 800그루가 맥없이 쓰러졌다. 애지중지 키운 사과들은 우수수 떨어졌다. 한 해 농사를 순식간에 망친 것이다. 지난해 태풍을 겪고 나서 장수 사과농가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철제 지지대를 세우고 뿌리를 튼튼히 하는 발근제도 일일이 손으로 뿌려줬지만 뿌리 길이가 30㎝밖에 안 된다. 나무는 손으로 밀면 금방 쓰러질 듯 흔들린다. 홍형수 장수군조합 공동사업법인 마케팅팀장은 “지난해 일으켜 세운 나무가 올여름 열매를 맺어도 일부러 따서 버린 농민들도 있다”면서 “영양분 손실을 막아서 나무만이라도 살려보려는 몸부림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매가 많이 달리는 수령 8~11년 된 나무들이라 농가 손해가 컸다. 장수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의 주산지다. 720개 사과농가가 연간 1만t의 홍로를 생산한다. 홍로는 달고 식감이 좋지만 쉽게 물러서 저장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수확량 전부가 추석 무렵 팔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태풍 때문에 400t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홍 팀장은 “태풍에 놀란 농민들이 올해는 낙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80% 이상 가입했다”고 전했다. 폭염은 농가의 또 다른 근심거리다. 사과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크기가 크고 맛도 달다. 지대가 높아 시원한 편이었던 장수군은 최근 3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로 밤에도 잔열이 남아 있어 사과 열매가 미지근하다. 미약수농원을 운영하는 백영만(51)씨는 “사과도 사람처럼 더위를 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크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따기 전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비가 와서 열을 좀 식혀주고 기온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 탓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올 추석 5㎏ 상자에 11~13개가 들어가는 큰 사과의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태풍과 병충해 피해만 없다면 크기가 중간급 이하인 사과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나일염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지난 3~4월 냉해를 입은 배와 달리 사과는 작황이 좋아 지난해보다 가격이 10%가량 내려갈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5만~6만원인 과일 선물세트보다 30% 정도 저렴한 3만원대 사과세트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CJ오쇼핑, 中企 해외진출 지원 강화

    CJ오쇼핑, 中企 해외진출 지원 강화

    빨래 건조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홈파워’의 김대성 대표는 2011년 주력 상품인 건조대 생산을 중단하고 설비시설 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국내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하고 타사 상품과도 차별화가 안 돼 매출이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김수철 CJ오쇼핑 부장은 김 대표를 찾아가 인도에서 빨래건조대를 팔아보자고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인도에는 집안에서 빨래를 말린다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김 부장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서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 옷을 말릴 수밖에 없어서 실내 건조대의 잠재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세탁기 보급률이 낮은 인도에서는 손빨래를 많이 하는데 물을 흠뻑 머금어 무거운 전통의상을 걸어 말리려면 튼튼한 건조대가 필요했다”면서 “홈파워와 상의해 건조대의 지지대를 보강하고 접합부위를 강화한 상품을 만들어 CJ오쇼핑의 인도 현지 합작회사인 SCJ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홈쇼핑의 장점을 살려 방송에서 건조대 활용법을 알려주자 인도 주부들의 주문전화가 밀려들었다. 5000개가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현재도 월 2만개가 꾸준히 팔린다. CJ오쇼핑은 홈파워처럼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기로 했다. CJ오쇼핑은 8일 서울 중구 필동의 CJ인재원에서 해피콜, 휴롬, 동경모드 등 94개 협력업체를 초청해 동반성장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발표된 상생협력안의 뼈대는 해외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의 상품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지 소비자 수요에 알맞게 상품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도록 CJ오쇼핑이 ‘마케팅 상담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상품을 공급하는 자회사인 CJ IMC를 통해 CJ오쇼핑이 진출한 중국, 베트남, 태국 등 6개국의 8개 홈쇼핑채널에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2004년부터 100여개 중소기업이 CJ IMC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CJ오쇼핑 해외 법인의 국내 제품 매출액 170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 판매액이 1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CJ오쇼핑은 200억원 규모인 상생펀드를 400억원으로 늘리고 시중금리보다 최대 1.8~3.3% 포인트 낮은 이자율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매년 30억원 범위 내에서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삼성정밀화학 합작사 물탱크 폭발 3명 사망

    삼성정밀화학 합작사 물탱크 폭발 3명 사망

    26일 오후 5시 30분쯤 울산 남구 여천동 소재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SMP사의 신축 공사 현장에서 물탱크가 폭발하면서 붕괴돼 근로자 노모(21)씨 등 3명이 숨지고 정모(27)씨 등 12명이 부상했다. 중상자 4명 중 일부는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과 회사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용량 1400t짜리 물탱크에 물을 채워 누수현상을 확인하던 중 하중을 이기지 못한 탱크가 터지면서 일어났다. 근로자 15명은 물탱크 주변에 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탱크와 지지대 등 구조물에 깔리거나 물에 쓸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황을 설명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SMP사는 삼성정밀화학과 미국 MEMC의 합작 법인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자동차 정비내역 전산입력 의무화

    오는 9월부터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자동차의 수리내역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행거리를 속이거나 침수 차량을 정상 차량으로 속여 파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정비·매매·해체재활용(폐차)업자가 정비·성능점검 내역을 자동차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전송하는 ‘자동차 생애주기 토털 이력정보체계’를 9월부터 가동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자동차 생애주기 토털 이력정보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자는 차량 안전에 관련한 주요 정비내역을 72시간 이내에 자동차 토털 이력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전산 입력해야 한다. 매매업자는 성능검사기록부를, 해체재활용업체는 폐차 인수증명서를 입력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 및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재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만 보험개발원을 통해 정비내역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종합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전체의 51%에 불과하고 정비내역도 침수차량과 사고차량에 한정됐다. 이에 따라 절반 가까운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중고차 거래 시 주행거리를 속이거나 사고 전력을 속여 팔아도 소비자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비 내역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사고 차량이나 자차수리 차량 모두 정비업체를 거친다는 점을 착안, 정비업체가 의무적으로 정비 내역을 시스템에 전산 입력하도록 했다. 입력 내용은 엔진오일 교환 등 소모성 제품 교환을 뺀 안전과 관련한 모든 정비 내역이 해당된다. 정비업자는 종합·소형·원동기·전문정비(카센터) 업체 등 모든 정비업체가 포함된다. 안전 관련 정비는 엔진, 변속기, 크로스멤버(차량 전면 지지대) 수리, 판금, 문짝 교체 등으로 세부 내역은 9월 중 고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토털 이력정보시스템이 가동되면 고질적인 주행거리 조작이 줄어들고 자비부담 차량 수리내역도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전문 정비업체가 불법으로 수행하는 판금, 도장 등과 같은 불법 수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그러나 정비업체와 정비 의뢰자가 짜고 정비 내역을 고의로 누락시킬 경우 이를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고, 정비 누락이 만연하면 소비자를 함께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황성규 자동차정책과장은 “자동차 정비 내역이 드러나면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자동차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몽골에 전통가옥 지어준 수출입銀

    몽골에 전통가옥 지어준 수출입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외곽 바얀주르크구(區) 차이츠 지역의 게르(ger·몽골의 이동식 주택)촌. 지난 20일 수출입은행의 봉사단 10여명이 2m가량 되는 70여개의 나무 막대와 씨름을 했다. 나무 막대 하나하나를 게르 가운데의 기둥 지지대가 받치고 있는 원형 나무의 홈에 끼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장익환 수은 사회공헌팀장은 “그래도 땅을 골라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보다는 힘이 덜 든다”고 말했다. 나무 골조가 완성되자 다음 작업은 쉬웠다. 양털을 압축한 펠트를 나무벽에 몇 겹 두르고 나무 골조에는 비닐과 하얀 천을 덮었다. 2시간이나 걸린 땅 고르기 작업부터 게르 완성까지 4시간가량이 걸렸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남미성 수은 무역금융부 부부장은 “나무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게르는 유목민인 몽골인의 특성을 고려한 주택이다. 반나절이면 철거나 조립을 해 이동할 수 있고, 100만원 상당인 재료도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게르가 도시로 들어왔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겨울이면 영하 52도까지 떨어진 ‘차강조드’(하얀 재앙)라 불리는 재해로 유목민의 20%가 가축을 잃었다. 먹고살 수단을 잃은 유목민은 게르만 들고 상경해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 수은 봉사단 20명은 20~22일 한·몽골 문화복지센터와 연계해 게르를 짓고,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를 가르치고 몽골의 전통놀이를 배웠다. 2010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수은은 우리나라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집행기관이다. 지금까지 몽골에 지원된 EDCF는 총 716억원이다. 국립의료원 건립을 위해 대기 중인 619억원까지 합하면 1335억원이다. 수은은 개발도상국에 자금뿐 아니라 직원들의 봉사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의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현지 사람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도 높이기 위해서다. 2009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네팔, 베트남 등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울란바토르(몽골)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FA컵] 프로 1부는 달랐다

    프로축구 수원이 10년 만에 열린 ‘지지대 더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에 진출했다. 수원은 8일 경기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 32강전에서 2부 K리그 챌린지의 FC안양에 2-1로 역전승했다. 후반 7분 안양 정재용에게 중거리포를 내줘 0-1로 끌려간 수원은 후반 42분 안양 수비수 정현윤의 자책골로 가까스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종료 직전 하프라인에서 올려준 프리킥을 서정진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역전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FC서울도 홈에서 가진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김현성, 데얀, 이상협이 릴레이골을 터뜨려 3-0 승리, 16강에 안착했다. 5년 연속 16강을 밟은 서울은 1998년 우승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FA컵 트로피에 한 발짝 다가섰다. 전북은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실업팀 용인시청을 2-0으로 물리쳤다. 외국인 선수 케빈이 혼자 두 골을 뽑아내며 팀의 16강행을 이끌었다. 경남 김해종합운동장에서는 부산이 역시 실업팀인 김해시청을 1-0으로 제압했다. 후반 12분 임상협이 터뜨린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냈다. 그러나 대구FC는 홈에서 가진 수원FC와의 경기에서 후반 45분 김한원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졌고, 대전도 고양FC에 같은 점수로 패해 1부의 자존심을 구겼다. 전남은 실업팀 강릉에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이겼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축구] 10년 만에 되살아난 ‘지지대 더비’

    ‘지지대 더비’가 10년 만에 다시 열린다. 8일 경기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FA)컵 3라운드(32강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안양 FC와 클래식(1부 리그) 수원과의 대결이다. 더비 이름은 1번 국도의 수원과 안양을 잇는 고개 이름에서 따왔다. 1997년 김호 수원 감독의 애제자였던 코치 조광래가 안양 사령탑을 맡으면서 악연이 시작됐다. 2년 뒤엔 안양의 최고 스타였던 서정원이 프랑스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오면서 수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제대로 불이 붙었다. 당시 안양 서포터들은 1999년 3월 20일 수원과의 슈퍼컵 경기에서 서정원 이름이 박힌 안양 유니폼을 불사르는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두 팀의 뜨거운 라이벌 의식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2000년 4월 9일에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전반에만 3골씩 주고받은 끝에 수원이 5-4로 이겼다. 같은 해 9월 30일에는 안양이 3-2로 설욕하며 그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그러나 2004년 안양이 연고를 옮겨 FC 서울로 거듭나면서 지지대 더비는 끊겼다. 물론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관중을 끌어모으는 ‘슈퍼매치’가 됐지만 수원과 안양의 골수 팬들은 이를 진정한 더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대결은 장외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작부터 인터넷에서는 두 팀 서포터들의 공방이 뜨겁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FC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모교인 연세대 후배들과 쑥스러운 대결을 벌인다. 포항도 대학 축구 강호인 숭실대와 16강 티켓을 다툰다. 제주 수비수 홍정호(24)는 건국대와의 경기를 통해 1년여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샛재로 되짚어 갔다는 만기 일행이 말래 도방으로 되돌아온 것은 술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월천댁은 병자의 부러진 다리에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를 붙이고 감발로 싸 동여 놓았다. 만기 일행은 어찌나 황망히 길을 줄였던지 그 한절에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였다. 그들은 행수가 누울 아랫목 자리에 병자를 뉘었다. 월천댁의 알뜰한 구완에 병자는 얼추 기신을 차린 듯하였으나 어찌 된 셈인지 감긴 눈은 제출물로 뜨지 못했다. 얼굴이 죽장같이 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시 옷깃을 차근차근 뒤져 보았으나 역시 본색을 알아차릴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동무하는 행중이 푸념하였다. “기필코 궐자의 본색을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정신 차리고 일어나면, 제 가던 길을 찾아가겠지요. 우리도 그만하면 도리를 할 만치 했지 않습니까.” “생선과 나그네는 사흘만 되면 냄새가 나는 법인데… 이 위인은 우리들이 업어 온 날짜만 되어도 사흘이나 되는데 도무지 본색을 모르겠네요.” “활인했으면 되었지, 구태여 본색은 알아서 뭣하겠나.” 모두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거드는 말을 가만히 듣던 행수가 손사래치며 나직하게 말했다. “구완했다는 생색내려 하지 말고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게 도리일세.” 부기가 얼추 가라앉아 어섯눈을 뜨고 묻는 말에 대꾸할 만하게 된 것은, 의원이 당도하여 꼬박 뜬눈으로 구완하며 밤을 새운 그 이튿날 해질 무렵이었다. “이제 기신을 차릴 만하오?” 병자는 알아들었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십이령 비알진 기슭에서 노형을 발견하였소. 함자는 무엇이고 생업은 무엇으로 연명하오?” 위인이 내키지 않는 듯 한동안 대답을 주저하는 기색이더니 끙 하고 반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몸뚱이를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남행하는… 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초행길이라 조바심 나서 용수 걸린 집을 찾아 천방지축으로 헤매던 중에 험구를 만나 실족하고 말았습니다. 비알진 기슭에서 어찌나 곤두박질하였던지. 정신이 올지갈지해서 다른 것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초행길이라 하더라도 어째서 이곳으로 노정을 고쳐 잡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습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필경 길송장이 되어 개호주에게 물어뜯기거나 까마귀밥이 될 초개 같은 목숨을 성의를 바쳐 활인하여 주셨으니 그 은공 평생 잊지 않으리다….” “낯을 내자고 활인한 것은 아니오만, 입성이며 온몸에 어혈 자국이 낭자하니, 노형의 처지가 범상치 않음이오. 몸에서 누린내까지 나는 걸 보면 실족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싸다듬이로 된불조차 맞은 듯한데, 산속 길을 헤매던 중에 적변을 당했거나, 악소 패거리들을 만나 대판 시비가 붙었던 것은 아니오?” “….” “우리들은 울진 포구에서 검은 돌 마을 거쳐 현동 저자나 내성으로 가는 십이령길을 수시로 넘나드는 원상들이오. 댁의 본색을 알려고 아득바득 파고드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 십이령길에서 어떤 작폐가 일어나든,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할 처지가 아니겠소. 적변이 있었다면, 그 패당들을 소탕해야 할 것이고, 무뢰배들이 숨어 있다가 길손들을 등쳐 먹고 행리를 탈취한다면, 그 작폐 또한 저지시켜야 할 것입니다.” “시생은 원상도 아니고 농투성이도 아닙니다… 남도 쪽에 시생의 인척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도중에 이런 환난을 겪게 되었으나, 박이 터진 것처럼 도무지 기억이 희미할 뿐입니다.” 위인의 말투는 조근조근했으나 겪은 사연이란 내막이 허황되고 동에 닿지 않아 본색을 숨기려 한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굳이 기억에 없다고 모르쇠로 버틴다면, 더이상 파고들 빌미가 없었다. 박을 다쳐 기억상실이 되었다면, 사매질로 다스리지 못하는 이상 그대로 믿는 수밖에 용뺄 재간이 없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두 사람이 사타구니가 쓰리도록 열불 나게 걸어 당도한 곳은 샛재 턱밑인 비석거리였다. 이름하여 선정비나 공덕비란 것들은 길손들의 내왕이 번다한 길목에 즐비하게 세워두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번화한 곳을 가리켜 비석거리로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 곳에 숫막이 들어서고 간혹 들병이들도 술 단지를 끌어안고 길손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춘궁기를 앞두고 있는 시절이어서 내왕도 뜸하고, 숫막 경영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석거리에는 숫막 세 집이 나란하게 문을 열고 있었고,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돌을 쌓아 바람막이를 한 마방도 갖추고 있었다. 마방이 딸린 숫막에는 어림잡아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낙네가 나이가 이팔인 구월이라는 여식과 사팔뜨기에 밤이나 낮이나 눈에 눈곱을 달고 사는 늙은 중노미 한 사람을 데리고 숫막질을 하고 있었는데, 택호가 난데없는 월천댁이었다. 그것은 6, 7년 전에 역병으로 열명길에 오른 남편이 이곳에서 한식경 거리에 있는 말내(두천)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며 사람을 업어 내를 건네주는 월천꾼이자 길라잡이로 연명했기에 붙여진 택호였다. 월천댁은 여식 하나를 남기고 졸지에 명줄을 놓아버린 아비를 이곳 비석거리 언덕에 묻고 시묘살이를 하더니, 아예 이곳에 숫막을 열어 자리잡고 말았다. 죽은 남편의 무덤을 떠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한미한 집 자손이지만 심덕 한 가지는 열녀의 반열에 올려둘 만하였다. 궐녀는 샛재를 오가는 길손들 중에 반명하는 위인이든 상것들이든 층하를 두지 않고 상종하였다. 선비라고 호들갑스럽게 아양 떨며 납죽거리지 않았고, 상것이라고 체면을 깎고 홀대하는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간혹 도포 입고 행세한다는 표객이 궐녀의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객고나 풀자 하고 지분거리기도 하였다. “여보게, 술어미. 그냥 두면 곰팡이만 슬고 젓국 냄새만 등천을 한다네. 더러는 뒷물할 일도 생겨야 쓸모가 있는 게 바로 임자 불두덩 아래 붙어 있는 가죽방아가 아닌가. 어떤가? 내 말의 깊은 이치를 알아듣겠지? 임자가 살보시만 질탕하게 해준다면 먼 길 행보, 만리 행역이 싹 가시지 않겠는가. 해우채는 섭섭하지 않게 헤아려줌세.” “길거리에 나와 앉은 본데없는 계집이라고 깔보고, 실없는 언사가 낭자하시구려. 공규를 지키는 하찮은 계집을 상종하여 양반 행티 너무 마시오. 댁이 남행* 부스러기로 벼슬길 맛을 보았는지… 작둣간에서 풀무질이나 하다가 공명첩으로 양반의 직첩을 얻었는지 어느 개 아들놈이 알겠소. 말본새하며 행티 하는 거조가 댁이 겉보기와는 달리 가문 있는 집 자손이 아닌 것은 분명하오. 육허기가 목젖까지 차올랐거든 나보고 지분거리지 말고 봉놋방 외짝문 닫아걸고 혼자 실컷 용두질이나 해서 육허기를 채우시지요. 그러나 해보았자 허망하긴 마찬가질 것이오.” “술어미… 내 잠깐 실언을 했기로서니 면박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집구석이 망하려면 제석 항아리에 말 좆이 들어간다는 말이 있지요. 제가 간구하게 살다보니 댁과 같이 비위짱 사나운 꼴을 보아도 주리 참듯 참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가련하네요.” 그런 꼴같잖은 위인에겐 가차없이 면박을 주지만, 평소에는 범절이 더없이 무던한 아낙네여서 병자를 샛재까지 한달음으로 업고 온 것이었다. 병자를 좁은 툇마루에 내려놓자 파랗게 질린 월천댁은 불당그래를 손에 든 채로 부엌의 널쪽문을 밀치고 엎어질 듯 내달았다. 봉당 쪽마루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누운 병자를 이리저리 살피던 월천댁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장독을 입었는지 오장육부를 다쳤는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된장밖에 약이 없네요.” 정주간으로 달려가더니 된장을 한 바가지나 떠왔다. 우선 병자를 바로 눕힌 다음 서둘러 된장을 발랐다. 정한조가 말했다. “어성초나 소리쟁이 뿌리 말려둔 것은 없소? 어혈을 풀어주는 데 그만한 갈약*이 없소.” “쑥이나 명아주 말린 것은 있습니다.” “지네 말린 것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게 하면 그것도 효험이 좋소. 타박상에는 광대나물이 제격이오.” “지네나 광대나물 말린 것은 말내 도방에 당도하면 돌팔이를 불러 구처하시고 우선 된장이나 바릅시다. 된장도 만병통치라 하지 않습니까.” 부러진 다리와 상처에는 쑥을 두드려 발라준 다음, 소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로 싸매주고, 경황중에 끓인 미음을 떠먹였다. 그러나 병자는 미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병증이 뼈에 사무친 것이었다. 발을 싼 감발을 벗겨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동상까지 앓았던 듯 두 발등이 죽장같이 부어올라 있었다. 구완 않고 오래 방치하면 화농되어 썩어들어갈 것이 뻔했다. “어허 이런 야단이 없군.” “한군데도 성한 구석이 없네요. 말린 쑥은 있으니, 싸매주어야 하겠소.” *남행: 음직을 낮추어 부르는 말 *갈약: 상비약
  • 현대·기아차 美서 190만대 리콜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190만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차 사상 최대 리콜이며 주요 차종이 모두 망라돼 있어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리콜 사태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 아반떼·쏘울 등 16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9년 일본 토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와 달리 안전과는 직결되지 않은 결함이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190만여대를 브레이크등 스위치나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리콜되는 차량은 2007~2011년 생산된 제네시스 쿠페와 산타페, 쏘나타, 투싼, 베라크루즈 등의 현대차 모델과 옵티마, 쏘렌토, 쏘울, 스포티지 등의 기아차 모델이다. 리콜 차량 대수는 현대차가 105만 9824대, 기아차가 62만 3658대 등이다. 리콜 이유는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 때문이다. 이들 차종은 브레이크등 스위치가 작동 불량을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장치) 기능이 해제돼야 하나 이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기아차 측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를 차량 내 전자시스템에 알리는 스위치를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6월부터 무상 교환을 시작할 것임을 해당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2011년부터 2013년식 엘란트라 19만대가 에어백 문제로 리콜을 명령받았다. 이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지난해 9월부터 조사한 내용의 결과로, 해당 차량의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터질 때 에어백 지지대가 느슨해져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하이닉스 청주공장 염소 누출… 또 ‘쉬쉬’

    하이닉스 청주공장 염소 누출… 또 ‘쉬쉬’

    22일 오전 10시 10분쯤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신고를 늦게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아 대기업들의 안일한 사고 대처 인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충북도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5분쯤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1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는 익명의 신고가 접수돼 뒤늦게 화학차와 방제 인력이 긴급 투입돼 수습에 나섰다. 신고가 난 지 4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사고는 반도체를 닦아 내는 밀폐 공간에서 근로자 2명이 염소가스 배관 지지대를 보강하는 작업을 하던 중 배관 이음새가 벌어지면서 발생했다. 가스가 누출되자 근로자들이 작업장 밖으로 나와 이 사실을 알렸고, 인근에 있던 또 다른 근로자 2명이 방독면을 쓰고 투입돼 벌어진 이음새를 조였다. 회사 측은 당시 건물 내에 있던 직원 100여명을 대피시키고 해당 생산라인을 50분가량 중단시켰다. 옆 건물에 있는 직원들은 대피시키지도 않았고 알리지도 않았다. 더욱이 하이닉스 측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사고 현장의 근로자들을 사내 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재산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사고 대처에 대한 안일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염소가스는 독성이 강하고 소량을 흡입해도 눈, 코, 목 점막이 파괴될 수 있다. 다량 흡입하면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이 곤란해진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염소가스가 30초 동안 극소량이 누출돼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누출된 염소가스는 자체 정화 시스템이 가동돼 안전하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측은 염소가스 누출량이 1ℓ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 당국은 염소가스의 공장 외부 누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가스밸브를 잠그고 작업을 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산업단지에서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주산업단지의 경우 지난해 이후 유독물질과 관련된 사고가 드러난 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1월 15일에는 ㈜GD에서 불산이 누출됐다. 이 업체는 지난해 8월에도 유독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LG화학 공장에서 휘발성 용매인 다이옥신을 담은 드럼통이 폭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청주산업단지에는 유독물질을 다루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등이 있는 데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누출 사고가 대형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청주산업단지의 유해물질 취급업소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 19일 방문,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둘러보고 간 뒤 3일 만에 발생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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