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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터리 인사이드] 경항모 건조하면 정말 나라가 흔들릴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경항모 건조하면 정말 나라가 흔들릴까

    “경항모 건조에 2조원, 함재기 등에 3조원”7만개 일자리 생성…경제효과 35조원 예측美전문가 “소규모 분쟁, 원거리 모두 적합”“경항공모함을 건조하면 10년, 20년 뒤에는 국방비 전액을 여기에 투입해야 한다.” “경항모 전단 유지비만 30조~40조원이 든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말 무서운 예측입니다. 경항모 1척을 도입하는데 이렇게 많은 유지비가 들어간다면 우리 국력은 금방 소진될 겁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도 인도, 브라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태국 등 세계 많은 나라가 항모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가까운 일본도 경항모 도입을 추진하고 있죠.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5868억달러로 세계 10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세계 10위권 국가의 국력이 경항모 단 1척으로 소진된다면 세계에 항모를 운영할 나라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경항모 유지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경항모 건조하면 국방비 전액 투입?지난 4일 해군은 충남대와 ‘국가안보의 핵심전략자산, 경항공모함의 필요성’을 주제로 ‘경항공모함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해군이 직접 전문가들을 초청해 경항모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겁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전문가 세미나는 많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비난과 조소도 많았습니다. 언론 보도도 행사의 개괄적인 내용을 전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몇 가지 숫자에 주목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충남대의 길병옥 국가안보융합부 교수는 경항모 건조에 2조원, 함재기 20대 및 해상작전헬기 8대 도입에 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길 교수는 “경항모 운용유지비는 통상 건조 비용의 10%임을 고려할 때 연 2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국방예산은 50조 2000억원이었습니다. 전력유지비는 13조 8000억원입니다. 경항모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입니다. 그리고 경항모 전력화에 아직 10년의 기간이 남아있습니다. 길 교수는 건조비와 유지비를 분할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2030년쯤엔 유지비가 1% 미만이 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력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물론 한 해 2000억원이라는 예산은 막대한 금액입니다. 항모 건조예산 2조원도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보한 세계적인 조선 기술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의 항모 건조기술은 선진국 대비 8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누가 전수해준 것도 아닌데, 해군은 이미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180여개 핵심기술 중 비행갑판 설계, 전투체계 등 160여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길 교수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할 경우 오히려 경제적 파급효과가 35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7만 15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방산중소기업 육성 효과와 수출효과 각 3조원, 항공산업 육성 효과 2조 7000억원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근거없이 경항모를 무작정 ‘돈 먹는 하마’라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길 교수는 “구축함, 잠수함, 다목적·대잠 헬기, 조기경보 헬기, 근접 방어 시스템, 항대공 유도탄 방어시스템 필수 요소는 이미 국방 중기계획에 포함돼 추가 예산소요는 많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항모 건조시 경제적 파급효과 35조원” 다만, ‘장밋빛 환상’은 경계해야 합니다. 적절한 예산 균형은 필요합니다. 중형항모(4만~6만t급)의 공격력이 더 높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훨씬 더 큰 건조비와 유지비가 소요됩니다. 도입 계획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뜻 거액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계획을 수정해 중형항모 예산을 감당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예 항모 사업을 엎자’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세미나에선 ‘이탈리아의 교훈’도 제시됐습니다. 왜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항모를 도입하게 됐을까. 해군 소장인 정승균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과거 이탈리아도 ‘우리는 지중해 중앙에 위치한 불침항모여서 항모가 필요없다. 지상 발진 전투기로 영국 함대를 격침할 수 있다’고 오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소장은 잠수함사령관을 지낸 대표적인 해군 전술 전문가입니다.항모가 해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40년 11월입니다. 당시 영국 항모 일러스트리어스호에서 발진한 함재기 21대가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항을 기습공격해 전함 3척을 격침하고 순양함 2척을 대파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불침항모’ 이탈리아의 어이없는 패전 다음해인 1941년 3월에는 영국 항모 포미더블이 참전한 ‘마타판 해전’이 벌어졌습니다. 이탈리아 해군은 함포로 영국 함정들을 수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순양함 4척이 가볍게 파손되고 뇌격기 1대를 잃은 영국과 달리 ‘벌떼’ 공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전함 1척과 순양함 3척, 구축함 2척을 잃고 지중해 통제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가 경험한 6·25 전쟁 때도 있었습니다. 정 소장에 따르면 일본에서 발진한 전투기는 불과 15분만 공습할 수 있었는데, 조종사들은 “링 위에서 눈을 가리고 경기하는 권투선수처럼 급하게 폭탄을 던지고 날아왔다”고 했습니다. 반면 항모에서 발진한 함재기들은 5~10분만에 현장에 도달했습니다. 북한군 포로들은 “파란 비행기(함재기)가 가장 무서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미국 국방정보국(DIA)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새로운 경항모는 F35B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F35B 확보 시 공습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규모 분쟁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공중작전 수행을 위한 원거리 플랫폼으로도 적합하다”며 “한국 해군의 작전능력은 경항모 전투단 보유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항모 도입으로 과연 나라가 흔들릴까요. 아니면 국방력이 높아질까요. 이런 의견을 참조해 앞으로 사업 추이를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부천 상동호수공원에 식물원·카페 갖춘 생태 식물원 5월 문연다

    부천 상동호수공원에 식물원·카페 갖춘 생태 식물원 5월 문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쌩쌩 찬바람이 불어도 사계절 우리는 상동호수공원 테마식물원으로 소풍간다.” 경기 부천시 상동호수공원에 미세먼지 등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식물을 심어 사계절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생태문화밸리 테마식물원이 조성된다. 부천시는 상동호수공원에 3000㎡ 규모 테마식물원을 사업비 72억원을 투입해 오는 5월 완공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시는 열대 지중해 사막식물 등을 심어 이국적이고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곤충서식처 및 수변환경 등 상호작용이 가능한 식물원을 조성해 다양한 체험기회도 마련한다. 또 중앙휴게 공간에 쉼터를 조성해 사계절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줄 계획이다. 테마식물원은 상동호수공원의 호수와 숲을 형상화한 거북이·새둥지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장축 73.6m, 단축 43.7m, 높이 8~18m 규모의 타원형 돔구조 온실건축물이다. 내부에는 테마식물존 7개소와 카페·쉼터·구름다리 등이 조성되고 바오밥나무·야자나무 등 300여종에 3만 2000본의 수목이 배치된다.다양한 테마로 조성되는 식물원에는 먼저 ‘관엽원’ 테마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 알리고무를 비롯해 원종고무나무 화염수, 용혈수, 포과수, 호프만, 블랙올리브나무, 수도칼림마 등 56종을, ‘화목원’에는 인디언라일락, 봉황목, 나비목, 베고니아, 포장화, 황종화, 부겐베리아 등 59종이 선보인다. 또 ‘야자원·수생원’에는 대왕야자와 카나리아, 성탄야자, 여우꼬리야자, 휘닉스야자, 코코넛야자 주병 야자. 알로카시아, 토치징가, 푸르메리아, 씨홀리, 바링토니아 등 49종이 배치된다. ‘향기원’에는 함소화와 오렌지자쓰민, 야래향, 일랑일랑, 부룬펠시아, 무늬자스민 등 23종을, ‘고사리원’에는 브라질고사리, 해고, 딕소니아,, 박쥐란, 인아고사리, 콩고 등 25종을 식수할 예정이다. 또 ‘바오밥동산원’에는 바오밥나무를 시작으로 부겐베리아, 백섬광, 호주매화, 송엽국, 네오게리아, 부자란 등 35종을, ‘열대과수원’에는 꽃바나나, 말레이애플, 딸기과바, 소세지나무, 레몬쿼, 하귤 등 55종이 배치된다. 부천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에도 언제나 찾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특화된 시설을 도입해 체험·볼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여가공간 욕구 충족과 삶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기존 상동호수공원 일대가 식물원과 카페를 도입한 테마공원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인류 최초의 상징 기호?…12만년전 소뼈서 인위적 흔적 발견

    인류 최초의 상징 기호?…12만년전 소뼈서 인위적 흔적 발견

    이스라엘에서 12만 년 전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날카로운 돌로 기호를 새겨넣은 동물 뼈 화석이 발견됐다. 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히브리대 등 국제연구진은 중서부 람라의 중석기 유적에서 발굴한 동물 뼈 조각에서 6개의 평행하지 않은 새김(조각) 흔적을 발견했다.길이 3.8~4.2㎝의 이들 조각이 새겨진 뼈는 당시 중동 지역에서 흔히 서식한 안콜소(오소록스)라는 거대한 멸종 소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또 이런 표식을 한 현생인류는 오른손잡이이며 날카로운 부싯돌로 사전 계획에 따라 단번에 완성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중석기 인류가 이런 상징물을 만들어 왔다고 믿어왔는데 이번 발견과 같이 이런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최근 들어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조각은 인류 조상의 상징적인 활동에 관한 한 가지 사례일 가능성이 매우 크며 레반트 지역(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및 지중해 연안)에서 사용한 이런 형태의 메시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이 특정 뼈를 선택한 이유가 이 동물의 지위와 관계가 있고 사냥꾼들과 사냥한 동물들 사이 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말했다.이들 뼈 조각은 네샤르(Nesher) 시멘트 공장 건설 부지에서 단단한 암반 침전물이 발견돼 고고학자들에 의한 발굴 조사가 이뤄지면서 발견될 수 있었다. 중석기 시대 발생한 카르스트 지형 싱크홀이 침전물을 비탈진 곳에 가두는 밀폐된 퇴적 분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연구 책임저자인 히브리대 고고학연구소의 요지 자이드너 박사는 “이 지역은 중석기 시대 사냥꾼들이 사냥한 동물을 도축하던 캠프나 모임장소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구진은 뼈 조각에 새겨진 기호를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3차원 영상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인 하이파대의 이리스 그로만야로슬라브스키 박사는 “우리는 실험실 분석과 미시적 요소 발견을 바탕으로 선사시대 사람들이 부싯돌로 만든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조각을 새겼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분석을 통해 이런 조각이 도축 동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새긴 것임을 입증했다. 자이너 박사는 “지구상에서 발견한 가장 오래된 상징적 조각 중 하나를 발견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이번 발견은 인간의 상징적 표현이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동시에 이런 상징의 정확한 의미를 아직 알 수 없지만 추가 연구가 이런 핵심적인 내용을 밝혀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국제제4기학연합(INQUA) 동료검토 학술지 ‘쿼터너리 인터내셔널’(Quaternary International) 최신호(1월 20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포토] 담요 함께 나눈 ‘낭만 일출’

    [서울포토] 담요 함께 나눈 ‘낭만 일출’

    한 커플이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중해 앞에서 일출을 보면서 담요를 함께 덮고 있다. AP 연합뉴스
  • [씨줄날줄] 황해/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황해/임병선 논설위원

    2010년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는 바다안개(海霧)에 갇힌 배 안에서의 잔혹한 살육극이 몸서리가 처지는 영화다. 흐릿함과 끈적거림이 교직하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중국과 남북한 해상 경계의 모호함을 방증하며 이곳에서 충돌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암시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두 차례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의 상흔이 깊은 바다다. 국제수문기구에 따르면 황해는 제주도에서 상하이 부근 양쯔강 하구까지를 선으로 그어 동중국해와 구분한다. 보하이만(渤海灣)과 나누기도 하지만 합치기도 한다. 남북 1000㎞, 동서 700㎞로 평균 수심은 40m, 가장 깊은 곳이라야 105m로 거대한 대륙붕을 형성한다. 빙하기에는 거의 뭍이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기원전 3000년대에 한반도에 농업이 전래되는 통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는 이 바다로 서진(西晉)에 사신을 보냈다. 신라는 진흥왕 때 한강 유역을 점령한 뒤 황해 건너 당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어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고려 때 예성강 입구 벽란도(碧瀾渡)가 국제항으로 발돋움한 것도 황해를 통해서였다. 황해는 어찌 보면 동북아의 지중해라고 할 수도 있다. 황해란 명칭은 황하, 화이허, 양쯔강에서 흘러드는 강물 때문에 누런색 바다라고 해 붙여졌다. 1737년 프랑스인 당빌이 제작한 지도에 처음 이렇게 적혔다. 1952년 중국 국무원이 공식 인정했고 우리도 특별한 지정학적 이해 충돌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따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황하를 연상시켜 중국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며 ‘서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령도와 소청초의 연간 해무 일수는 100일이나 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며 물살도 빨라 상업적이든 군사적이든 움직임이 쉽지 않은 바다다. 그런데 거의 매일 중국 해군 경비함이 동경 124도를 넘어와 공해에 진입, 이 일대를 ‘내해’(內海)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듯해 문제다. 동경 124도는 2013년 중국이 우리 해군 보고 넘어오지 말라고 경고한 선이다. 그래 놓고 자신들은 이 선을 넘어 10㎞나 한국 쪽으로 접근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뭘 했느냐고 타박을 한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어제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전협정에서 경계를 뚜렷이 획정하지 않았고 중국과 남북한 모두 민감해 이제껏 방관했다”면서 “중국이 전력 강화를 공언한 2013년부터 중국 해군의 군사행동이 차츰 늘어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도 적절히 비례적 대응 원칙으로 대응해 왔다. 다만 떠들썩하게 알리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bsnim@seoul.co.kr
  • 나폴리 항에 70t 고래 사체 끌어와 “어린 고래들이 우리를 안내하더라”

    나폴리 항에 70t 고래 사체 끌어와 “어린 고래들이 우리를 안내하더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지중해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에 가장 커다란 덩치의 고래 사체를 나폴리 항구에 끌어다놓았다. 스쿠버다이버 대원들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나폴리 근처 소렌토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무게가 70t이나 나가는 고래 사체가 바닷물 속에 있는 것을 확인해 20일 나폴리까지 옮기는 어려운 과제를 마쳤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19일 두 척의 배가 사체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린 다음 배를 예인하듯 끌기 시작했다. 그런데 죽은 고래의 후손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 고래들이 줄지어 따라 와 안타까움을 안겼다고 경비대 간부가 전했다. 어린 고래들이 사체의 위치를 알려주며 처리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스쿠버 요원들은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다시 바다로 돌아간 어린 고래들이 혹시 다른 신호를 또 보내오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 중이라고 간부들이 전했다. 아울러 사체를 해체한 뒤 나중에 거대한 고래 뼈를 박물관에 전시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스페인 유적서 발견된 수정 단검…이베리아인 “마법의 힘 깃들었다” 믿어

    스페인 유적서 발견된 수정 단검…이베리아인 “마법의 힘 깃들었다” 믿어

    스페인에서 발견된 고대 수정 단검이 온라인상에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 18일 과학전문매체 ‘ZME 사이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수정 단검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 세비야주에 있는 한 고대 유적에서 발견됐다. 스페인 그라나다대와 세비야대 공동연구진은 발견 장소에서 수정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점으로 미뤄 이 단검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위한 특별한 물건이었다고 추정했다.이베리아 반도 남부 마을 발렌시나데라콘셉시온에 있는 ‘몬텔리리오의 톨로스’(Tholos de Montelirio)라는 이름의 이 유적은 2007년부터 2010년에 걸쳐 발굴된 길이 44m의 고인돌(거석묘)로, 그안에서는 다수의 부장품이 발견됐다.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수정 단검이다. 길이 약 21㎝의 수정으로 된 이 검날 근처에서는 상아로 된 검자루와 검집도 함께 발견됐다. 수정 단검이 제작된 시기는 연대 측정 검사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인 기원전 3000년쯤으로 나타났다. 단검의 형상은 이 유적 주변에서 발견된 다른 석기들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역에서는 수정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수정은 석기 재료로 쓰기 위해 먼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수정이 구하기 힘든 광물이었다는 점에서 이 수정을 가지고 만든 단검은 이 지역의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위해 특별히 만든 석기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고대 이베리아 반도의 지중해 연안 지역에 살던 선주민인 이베리아인은 수정을 생명력을 상징하거나 마법의 힘이 깃든 돌로 여겼다. 따라서 이 단검은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도 논문을 통해 “수정으로 된 도구를 제작하는데는 고도의 조각 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석기 중 기술적으로 가장 세련된 수정 석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이 고인돌에서는 수정 단검 외에도 수정으로 된 화살촉 25개도 발견됐다. 그리고 남녀 25명 분의 유골도 발견됐는데 추후 조사에서 사인은 독약 복용으로 밝혀졌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국제제4기학연합(INQUA) 동료검토 학술지 ‘쿼터너리 인터내셔널(Quaternary International) 2015년 8월호에 실린 바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해양 쓰레기 해결 열쇠? 지중해 해초, 매년 폐플라스틱 8억6700만 개 없앤다

    해양 쓰레기 해결 열쇠? 지중해 해초, 매년 폐플라스틱 8억6700만 개 없앤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800만t 이상의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한 열쇠를 지중해의 한 해초가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스페인 마요르카섬에 있는 해변 4곳에서 채취한 한 해초의 표본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양을 측정했다.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이하 P. 오세아니카·학명 Posidonia oceanica)라는 학명의 이 지중해 해초는 가을철 폭풍 등의 영향으로 잎줄기가 떨어져 나와 바다 위를 멤돌다 해안으로 떠밀려온다. 이중에는 뿌리줄기 일부까지 떨어져 나와 서로 엉키면서 이른바 ‘넵튠 볼’(Neptune ball)이라고도 불리는 공 모양을 형성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수집한 P. 오세아니카 잎줄기 표본 중 50%에서 플라스틱 파편이 발견됐으며 1㎏당 플라스틱 개수는 최대 613개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형태는 대부분 파편(61%)이지만 알갱이(33%)와 발포 고무(2.9%) 형태도 상당수 발견됐다. 성분은 폴리에틸렌(PE·50.5%), 폴리프로필렌(PP·32%), 폴리염화비닐(PVC·6.9%) 순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크기는 0.55~287㎜로, 평균 9.08㎜였다.이와 함께 수집한 넵튠 볼 표본 중 17%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플라스틱이 뒤엉켜 있었다. 죽은 해초 잔해 1㎏당 플라스틱이 최대 1470개가 발견됐는데 이는 이런 형태에 플라스틱이 더 쉽게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 대다수는 필라멘트·섬유(64%) 형태였고 그다음으로 파편(21%)과 필름(8.1%), 발포 고무(5.4%) 형태로 나타났다. 성분은 폴리에틸렌 테라프탈레이트(PET·35%), PE(21%), PP(13%), 폴리아미드(PA·10.8%), PVC(10.8%) 순으로 나타났다. 크기는 1.05~59.02㎜, 평균 9.48㎜였다. 이런 플라스틱은 식품 포장지나 병뚜껑, 식기류, 화장품 또는 의류 등 일상 용품에서 나온 것으로, 물고기와 바닷새 그리고 해양 포유류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플라스틱 중 일부는 다시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번 자료를 이 해초 목초지에서 매년 발생하는 넵튠 볼 개수(추정치)와 더해 매년 8억6700만 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을 걸러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저자인 안나 산체스비달 교수는 “이 해초 목초지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번 발견으로 환경 기관들이 이런 해초 목초지의 보존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도록 장려하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P. 오세아니카는 암컷과 수컷의 유전자를 임의로 섞는 양성생식과 달리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해 증식하는 단성생식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복제 개체는 15㎞의 거리에 걸쳐 분포하며 나이는 무려 12만 5000년에 이른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 해초의 군집 지역은 플라스틱을 포획해 제거하는 이번 새로운 역할 외에도 이산화탄소와 퇴적물의 중요한 저장고이자 많은 해양 동물이 새끼를 키우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이 종은 지중해에서만 서식하지만, 포시도니아속에 속하는 비슷한 해초들은 호주 등 연안의 얕은 바다에도 살고 있어 앞으로 이들 종 역시 플라스틱을 없애는 순기능이 있는지를 연구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왕 케밥왕 사업왕

    한국왕 케밥왕 사업왕

    “23년을 터키에서 살고 한국에 온 지 올해로 25년째입니다. 한국에서 무역을 익히고, 터키 레스토랑 그룹을 경영하고, 이제 주한 외국인과 한국인 기업가가 함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GBA를 통해 교류와 확장의 묘미를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처음 올 때 사업 경험은 아예 없었고, 인생 경험도 적었던 애송이였으니 한국에서 다 배우고 익힌 셈입니다. 프로덕트 바이 터키, 메이드 인 코리아…. 그게 저, 오시난입니다.” ‘Global Business Alliance’, 약칭 GBA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온 기업가, 외교관, 스타트업이 한국인 기업가와 모여 국내외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한국의 세계화, 세계의 한국화’를 외치며 2019년 11월에 창립했다. 창립 몇 달 만에 코로나19 상황이 됐다고 염려를 전하자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GBA 사무실에서 만난 오시난 회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외국인 사업가와 한국인들을 한마음으로 만들겠다는 GBA에 코로나19 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와중에도 GBA는 지난해 많은 성과를 냈다. 우선 세계가 주목한 ‘K방역’의 기초물품인 방호복과 진단 키트 수출을 중개했다. 한국산 방역물품은 루마니아, 이라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유라시아를 넘어 알제리, 나이지리아, 베냉 등 아프리카까지 향했다. GBA는 또 화장품, 의료기기, 식품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길을 모색하는 비즈니스 회의를 140여회 열었다. 온돌부터 안전까지 모두 갖춘 한국 아파트를 눈여겨보던 중앙아시아 기업인도, K뷰티에 반한 중동의 사업가도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외국인 사업가들이 모인 GBA의 문을 두드렸다. GBA 회원들은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낯선 외국인의 모습이다. 오시난 회장은 “저처럼 귀화한 사람을 포함해 국내 외국인이 약 300만명이나 있지만 유학생, 사업가, 외교관들이 그중 약 10%에 달한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 다문화 가정 등 사회면에 등장하는 ‘도울 대상’으로만 외국인 이미지가 그려졌다는 지적이다. 그에 비해 GBA 회원들은 신문의 경제면에 등장할 법한 외국인, 그러니까 한국에 세금을 내면서 한국 제품을 자국에 소개하거나 역으로 한국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외국인들이다. GBA는 한국과 상대적으로 교역이 활발하지 않았던 중앙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와의 교류에 주력한다. 오시난 회장은 “아랍 부자들이 한 달 동안 몸을 가꾸는 데 100여만원 정도를 들인다. 그런데 이들이 써 오던 유럽·미국 제품에 비해 한국 화장품의 품질과 디자인이 뒤지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한국이 교류할 세계의 지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만이 GBA 회원이 될 충분조건은 아니다.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 사랑에 진심인 편’인 이들이 GBA에 모인다. GBA가 외국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곳곳으로의 여행을 설계하는 이유다. 외국인 사업가들은 한국을 더 자세히 알아 갈 뿐 아니라 한국 알리기에 열심히 참여한다. 지난해 11월 경북문화관광공사 주최 팸투어의 일환으로 풍기 인삼박물관과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했을 때에도 GBA 회원들이 한복을 입은 사진이 20개국의 SNS에 퍼졌다. 오시난 회장이 한국에 터전을 잡고, GBA를 설립한 계기 역시 ‘한국 사랑’에서 비롯됐다. 1997년 오시난 회장은 서울대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학업을 마치고 터키로 귀국할지 고민하던 2002년 그는 한일 월드컵에 출전한 터키 대표팀의 연락관을 맡다가 한국에 반해 버렸다. 3·4위전에서 맞붙은 한국팀 공식 응원단 붉은악마가 경기가 시작될 때 대형 태극기와 함께 대형 터키 국기를 펼치고, 터키팀 승리에 아낌없이 축하하는 한국 관중의 정이 좋았다. 지금도 그의 사무실에는 관중의 ‘터키’ 연호 속에서 터키 대표팀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사진이 놓여 있다. 이후 오시난 회장은 결혼해서 부산 처가를 갖게 됐고, 3남매의 아버지가 됐다. 2008년 귀화한 그는 “터키는 나의 모국, 한국은 우리 가족의 조국”이라고 했다. 오시난 회장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월드컵 이후 한국 무역회사를 다니다 2004년 직접 무역회사를 경영한 그는 자동차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비데 등을 터키에 수출해 한국 제품을 알렸다. 역으로 한국에 터키를 소개할 방법을 찾던 그는 이태원에 ‘미스터 케밥’ 음식점을 열었다. 터키·지중해 음식점이 드물었던 당시 미스터 케밥이 내외국인 모두에게 호평받자 자신감을 얻었고, 2011년 케르반 레스토랑 운영을 시작했다. 케르반 레스토랑 그룹은 16개 직영점을 두고 1년에 100만명이 방문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직영점을 4~5곳 줄이고, 눈물을 삼키며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오시난 회장은 한국 외식업자로서의 서러움을 절감하기도 했다. 오시난 회장은 “이태원 전철 승객이 하루 9만여명에서 코로나19 이후 6만명, 이태원 나이트클럽 집단감염 사태 이후 1만명 이하로 줄었다”면서 “2009년 이태원에 식당을 연 뒤 주변 매장이 비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은 공실률이 55%에 달한다”며 주변 상인들을 걱정했다.이태원의 케르반 본점은 GBA 탄생의 산실이기도 하다. GBA 설립을 한창 준비하던 2019년 오시난 회장은 케르반에서 이색 모임을 꾸렸다. 다양한 국적이 섞인 외국인들의 모임, 한국인과 외국인 사업가들의 만남을 구성했다. 50개국의 전통요리 음식점을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외국인이 모이는 곳인 이태원에서도 터키인은 터키인끼리, 파키스탄인은 파키스탄인끼리만 모이는 게 아쉬워서 마련한 자리였다. 오시난 회장은 “한국에 온 외국인들끼리 국적을 불문하고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다양한 국적으로 모임을 구성해 보니 실상은 달랐다”면서 “모임에서 나이지리아인들은 미국인을 처음 만났다고, 미국인은 이탈리아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재미있어 했다”고 전했다. 그런 모임에서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더 확장해서 GBA를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지난해 여름엔 방역물품 수출 중개 때문에 새벽 2~3시 퇴근이 예사였을 정도로 오시난 회장은 GBA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사업 기회가 자주 열리기에 그가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오시난 회장은 “지난달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일을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게 즐겁다”며 최근 협의 중인 이라크 대기업과의 사업을 귀띔해 줬다. 이 기업은 각종 한국 제품과 더불어 한국의 기술을 수입하는 데에도 관심이 컸다. 예를 들어 이 기업은 폐자재가 발생하면 태워 버리는 이라크와 다르게 재활용 기술을 발휘해 폐자재를 업스케일링하는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며, 폐자재를 재활용하면서 이라크의 공해 문제도 해결할 기술을 찾아 달라고 GBA에 문의했다. 과거 한국의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그랬듯 GBA가 주목한 지역의 국가에서 ‘사업보국’이 활발하게 실행되고 있음을 GBA가 관여하는 사업을 보면 알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에 처음 올 때 자신에겐 세 가지뿐이었다고 오시난 회장은 회상했다. 자신의 몸, 25㎏의 옷가방, 그리고 부친이 어렵게 모아 주셨을 200달러의 비상금. 아버지의 돈은 차마 쓸 수가 없어 반년 동안 김밥만 먹고, 방 두 칸에 주방 겸 거실 하나인 집에서 터키 유학생 5명이 식사 당번을 정해 부대끼는 과정을 거쳐 그는 한국에 정착했다. 이제 그의 옆엔 문득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가족과 사업을 함께 일구는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에너지를 확장시킬 플랫폼인 GBA를 키우고 있다. 오시난 회장은 “25년째 한국살이 중 처음 11년이 터키 국적자로 한국을 배워 가는 기간이었다면 2008년 귀화한 뒤 11년 동안은 한국인이 돼 터키를 알리는 시간이었다”면서 “GBA를 설립한 2년 전부터 한국의 세계화, 세계의 한국화를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며 웃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오시난 GBA 회장 프로필 -1973년생, 터키 이스탄불 출생 -서울대 산업공학과 97학번 -2002년 월드컵 터키대표팀 통역·연락관 -2004년 터키와의 무역업(IT 차량용품, 전자제품 등) -2008년 귀화, 한국 국적 취득 -2009년 ‘미스터 케밥’… 현재 ‘케르반 그룹’ 대표 -2019년 GBA(Global Business Alliance) 창립 -현 서울시관광협회 이사, 용산구 외국인 서포터스 단장
  • ‘코로나19 확진’ 마크롱 대통령, 자가격리 해제...지중해 별장 이동

    ‘코로나19 확진’ 마크롱 대통령, 자가격리 해제...지중해 별장 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2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크리스마스 전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로 이동했다. 다만 여기에서 머무는 기간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브레강송 요새는 대통령의 여름 별장으로 주로 사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베르사유궁 정원에 있는 거처에서,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파리 엘리제궁에서 7일 동안 자가격리를 진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확진 이후 피로와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이다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을 접촉해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장 카스텍스 총리 역시 두 번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자 지난 23일 이를 해제했다. 한편, 프랑스는 크리스마스였던 전날 2만262명의 신규 확진자와 159명의 신규 사망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프랑스 국적으로 영국에서 거주하다가 지난 19일 돌아온 한 남성이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클레오파트라 인종적 정체성(상)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클레오파트라 인종적 정체성(상)

    지난 10월 영화 ‘원더우먼’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 출신의 배우 갈 가도트가 새롭게 제작되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기로 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가도트는 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옹호한 전력이 있는데, ‘친이스라엘ㆍ반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배우가 아랍권에 속하는 이집트와 관련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아랍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클레오파트라 역 캐스팅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가도트의 출신이나 정치 성향과 별개의 문제도 얽혀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인종적 정체성’이 문제다. 요컨대 겔 가도트와 같은 외모를 가진 배우가 클레오파트라의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을 누군가는 던질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의 정체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는 고대 이집트인이면서 동시에 그리스인이었다.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출신의 알렉산드로스가 동방원정의 과정에서 당시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이집트를 정복한 것은 기원전 332년의 일이다. 그는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자신의 ‘헬레니즘 대제국’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 불세출의 영웅은 정복 사업을 마무리 짓자마자 예기치 않게 사망한다. 그리고 그 직후 제국은 4개의 왕국으로 쪼개지는데, 그 가운데서 이집트를 장악한 것은 알렉산드로스의 부하이자 친구였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인물이었다. 그가 이집트의 지배자, 즉 파라오가 된 뒤에 이집트는 300년가량 그의 후손이 통치했다. 이 그리스 계통의 왕조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라고 부른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역사 속에서 최후의 독립 왕조였던 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였다.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 내내, 그리스 출신들을 조상으로 하던 이집트의 지배계층은 일정 부분 이집트화되기는 했지만 문화적으로 그리스적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 왕조의 파라오들 대부분이 갖고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라는 이름도 그렇고, 클레오파트라(Cleopatra)라는 이름 역시 이집트식이 아닌 그리스식이라는 사실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클레오파트라는 분명히 이집트의 파라오였고 ‘웨레트-네브트-네페루-아케트-세흐’라는 고대 이집트어로 된 이름도 있다. 그리고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파라오들 가운데는 흔치 않은 그리스어와 고대 이집트어를 모두 하는 인물이다. 더불어 프톨레마이오스 1세 이래로 근 300년 가까이 왕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그리스인들과 토착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혼혈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마도 클레오파트라는 오늘날 동지중해 지역에 사는 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적어도 외모에서 이스라엘 배우 가도트가 클레오파트라의 역할을 맡는 것이 크게 무리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아프리카 중심주의(아프로센트리즘ㆍAfrocentrism)를 따르는 이들은 클레오파트라 역을 흑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심상 지도에는 ‘아프리카=흑인’이라는 등식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으레 이집트인이라면 흑인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일반적인 의미의 흑인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프리카 내륙 출신들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인식했고, 실제로 조형물이나 부조 등에서도 토착 이집트인을 흑인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설령 클레오파트라를 그리스인이 아닌 이집트인으로만 규정하더라도,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굳이 흑인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심주의자들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적 기반이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여동생이었던 ‘아르시노에의 유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하)편에서 계속 됩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찬바람과 함께 온 굴과 홍합의 계절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찬바람과 함께 온 굴과 홍합의 계절

    요리사와 식도락가에게 차디찬 바람은 반가운 신호다. 우리가 두꺼운 옷으로 겨울을 준비하듯 바닷속 해산물들도 차가워지는 수온에 적응하기 위해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거나 산란기를 끝내고 다시 몸 다지기에 나서는 때이기 때문이다. 많은 해산물이 요맘때 제철을 맞지만 그중에서도 어패류, 굴과 홍합의 맛이 딱 이때에 꽉 차기 시작한다. 어패류는 영어로 셸피시,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조개류나 갑각류를 의미한다. 굴과 홍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바다와 인접해 있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식재료로 인식된다. 각지의 해안선마다 굴 껍데기나 홍합 껍데기 더미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보건대 우리가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즐기는 것처럼 오래전 해안가에 살았던 이들도 굴과 홍합으로 만찬을 즐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굴과 홍합은 날로 먹든 익혀 먹든 상관없는 재료이지만 날것으로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 복잡미묘한 풍미를 내는 성분들이 열을 가하면 일부 사라지거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신선한 상태의 홍합을 익히지 않은 채 먹기도 한다. 날로 먹었을 때의 홍합은 짜릿한 바닷물과 더해져 깊은 단맛과 감칠맛을 선사한다. 열을 가해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풍미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홍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사다. 굴과 홍합은 바깥의 염도와 균형을 잡기 위해 몸속에 아미노산을 축적하는데, 바닷물이 짤수록 삼투압을 유지할 수 있는 아미노산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아미노산이 풍부할수록 달고 깊은 맛을 내는 감칠맛이 더욱 선명해진다. 국물에 깊은 맛을 주기 위해 조개나 가리비 등 어패류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바다라고 해도 다 같은 바다가 아닌지라 출신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서해에서 나는 굴과 남해에서 나는 굴의 맛과 풍미가 다른 것이다. 남해 출신 굴은 서해 굴에 비해 몸집이 큰 대신 강한 맛은 덜한 편이다. 서해 굴이 작고 옹골찬 느낌이라면 남해 굴은 크고 연하다. 유럽산 굴과 아시아의 굴도 다른 풍미를 갖고 있다. 아시아 굴은 싱그러운 오이향, 해조류향이 지배적이라면 유럽의 굴에선 금속맛이 약하게 느껴진다. 개체에 따라, 먹는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껍데기 모양과 맛이 다른 굴을 맛보는 것도 이때에 경험할 수 있는 식도락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굴과 홍합을 어떻게 먹을까. 의외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홍합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벨기에다. 살이 튼실하게 찬 홍합을 화이트 와인과 다진 셜롯, 허브 등을 넣고 통째로 가볍게 쪄낸 홍합찜이 대표적이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도 즐겨 먹는 홍합 요리다. 우리와 다른 점은 홍합찜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다는 정도랄까. 달콤하면서 바다의 풍미를 한껏 안은 부드러운 홍합과 짭조름하고 바삭한 감자튀김은 의외로 궁합이 좋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조합이다. 대서양의 홍합은 겨울이 제철이지만 지중해에서 나는 홍합은 반대로 여름에 즐긴다. 지중해 쪽으로 가면 가볍게 올리브유를 두르고 데치거나 볶은 홍합 요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홍합 파스타는 바지락으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보다 훨씬 깊고 진한 풍미를 선사한다.날것을 잘 먹지 않는 유럽 사람들이지만 굴만은 예외다. 싱싱한 굴 위에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면 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레몬의 산이 혹시 있을 유해한 균을 살균해 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상큼한 산미가 굴이 가진 진한 풍미를 한껏 도드라지게 한다. 비릿한 잡맛을 가려 주기도 한다. 우리가 굴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레몬을 살짝 뿌려 먹는 것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정성을 들여 굴을 맛보고 싶다면 미뇨네트 소스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클래식한 미뇨네트 소스는 양파의 일종인 셜롯을 곱게 다져 레드 와인 식초와 소금, 후추를 섞어 만든다. 클래식한 것도 좋지만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주를 주는 것도 재미있다. 양파나 파, 고추처럼 향이 나는 채소나 허브와 같은 잎, 산미를 줄 수 있는 식초나 레몬, 후추나 정향 등 향신료를 넣어 여러 가지 맛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의외로 굴의 표정이 다양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맛볼 수 있는 작지만 큰 호사이니까.
  • 지중해 전복된 난민 보트에서 발견된 반지 주인 찾았는데

    지중해 전복된 난민 보트에서 발견된 반지 주인 찾았는데

    지중해를 건너려던 난민 보트가 전복돼 다섯 명이 숨졌다. 지난달 2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당시 구조에 나섰던 국경 없는 의사회(MSF) 이탈리아 지부 구조대는 절반쯤 침수된 난민 보트 안에서 붉은색 백팩 하나를 발견했다. 가방을 열어보니 두 개의 결혼 반지가 나왔다. 아흐메드와 두두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가방 안에서는 옷가지들과 신발, 화장실 휴지, 전화 충전기 등도 나왔다. 구조대원들은 가방과 반지 주인들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이탈리아 구호단체 관계자들끼리 공유하며 수소문했다. 놀랍게도 반지 주인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알제리 출신 20대 초반의 두 남녀가 어민들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건진 것으로 파악됐다. MSF의 문화조정관 아흐마드 알루산은 25일 영국 BBC에 “처음 수소문할 때만 해도 주인을 찾을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지중해에서 숨진 사람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구조된 아흐메드와 두두 외에 다른 13명에게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두 사람은 리비아에 살고 있다가 갈수록 위험해지자 유럽으로 이주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에 올랐다. 48시간을 항해했는데 배가 뒤집혔다. 숨진 이들 가운데는 18개월 된 소녀도 있었다. 아홉 살 소녀가 어머니와 언니(또는 여동생)를 잃는 비극도 있었다. 두 사람은 시칠리아 섬의 난민 등록 센터에 옮겨졌는데 이곳에서 비정부기구(NGO) 오픈 암스 이탈리아 지부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자신들의 백팩임을 확인했다. 알루산은 “곧바로 아흐메드와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반지를 왜 가방 안에 넣어뒀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러져 유럽에 가면 수리를 맡기려 했다는 것이었다. “아흐메드는 정말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물건이라 반지를 되찾게 된 것을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다섯 사람이 숨지는 과정을 목격한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살아남은 가족에게 시신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던 알루산은 반지를 찾아주게 돼 기쁜 심정이라면서도 두 사람이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백팩은 시칠리아 섬 연안의 오픈 암스 함정에 있어서 반지는 주인 손에 돌아가지 못했다. 코로나 봉쇄가 풀려야만 반지를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자신들도 빨리 목숨을 간신히 구한 주인들에게 반지를 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양극 사이를 넘나들다…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

    양극 사이를 넘나들다…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

    #건축을 향한 여정 안도 다다오가 복서였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는 우연히 고서점을 지나가다 발견한 르코르뷔지에 전집에서 그의 스케치를 보고 자신도 건축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순간의 일이었으나 당시 그의 결정이 우연만은 아니었다. 안도는 일본 목구조 속의 빛과 공간감에 대해 감각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르코르뷔지에의 스케치에 반하면서 건축을 향한 신념은 굳어져 갔다. 무엇보다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답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남들이 대학을 갈 때 배낭을 둘러메고 거장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러시아 횡단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유럽이었다. 1965년 25세가 되던 해 안도는 유럽 여정을 마치고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을 경유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뤼니테 다비타시옹을 찾아 스케치에 전념했다. 그러곤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를 바라보며 건축의 원형을 서양에서 구하려고 했던 초기의 자기 생각을 되짚어 보고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간 마르세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프마르탱의 작은 오두막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의사가 수영을 엄격히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오솔길을 내려와 지중해의 바닷속으로 들어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의 유해는 해변가에 눕혀졌고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대가와의 만남은 공간적으로 이어졌다. 마르세유를 떠난 여객선은 지중해를 가로지르며 인도를 향해 떠나고 있었고, 안도는 배고픔을 잊은 채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라투레트 수도원 남쪽 파사드의 음률을 음미하고 있었다.#공간 건축을 향하여 필자는 파리 유학 중 1992년 9월 퐁피두센터에서 안도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모습은 모노크롬 그대로였다. 짧은 커트의 단발머리와 수도승 같은 그레이톤의 재킷을 입고 있었다. 강연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저에게 건축은 두 대립되는 사이(間)를 고민하고 방황을 계속한 끝에 자신의 의지를 예리하게 갈고닦은 그 순간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것은 공간의 형태, 서양과 동양, 내부와 외부, 추상성과 구상성, 부분과 전체, 역사와 현재,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단순성과 복잡성 등으로 결코 한자리에 머물 수 없는 양극 사이에 존재합니다.” 안도는 자연을 재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자기만의 공간언어가 필요했다. 안도는 공간언어 체계를 르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이라는 두 거장에게서 가져왔다. 르코르뷔지에로부터는 수평성의 자유로운 벽의 개념을, 칸에게서는 바로크의 침묵의 벽을 연구했다. 안도는 두 거장의 숨결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건축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근대 건축에서 건축과 공간을 해석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는 중력과 대응하는 자세에 있다. 그 해석은 정적인 공간과 동적인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정적인 공간은 수직적 개념이고 동적인 공간은 수평적 개념을 지향한다. 수직의 빛은 천창을 통한 신비로운 빛을 지향하고 수평의 빛은 다양한 오브제와 만나는 수평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공간 안도는 초기의 주택 프로젝트에서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운 공간 개념을 정(靜)적인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의 개념은 주위 환경이나 장소성을 중요시하게 되는데 동양에서의 집의 개념은 건물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영역’을 가리킨다는 의미이다. 그의 관심사가 지역성이나 주변의 자연환경에 집중하는 이유이다.공간의 경험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는 고베의 ‘바람의 교회’에서는 로코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긴 복도를 만들어 인간의 육감을 통한 공간을 연출했고, 시간을 공간에 불러들이면서 움직임이 있는 동(動)의 건축으로 진화한다. 시간은 건축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추상적인 시간은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공간을 빌려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의 개념은 공간의 폐쇄성을 무너뜨리고 공간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체험적 공간 속으로 유도한다.자연과 건축공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그는 초기의 연작을 통해 건축 공간 속에 자연을 표현하는 방법의 단계별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빛의 교회’에서는 정적인 공간 속에서 빛의 연출을 통해 잔잔한 무브망(움직임)을 유도하고 있으며, ‘바람의 교회’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교감시키는 선적 공간이 대두되고 있다. ‘물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진입로의 긴 여정은 새로운 공간 건축을 유도하는 시도가 됐다. ‘물의 교회’에서는 자연과 사계절에 대응하는 건축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정적인 건축 속의 움직임 그의 초기 작품은 일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정적인 공간에서 점진적으로 서양의 공간언어에서 오는 체험적이고 동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안도는 많은 회고록에서 르코르뷔지에를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스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과연 그는 르코르뷔지에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안도가 르코르뷔지에로부터 사사한 것 중 중요한 근대 5원칙이나 공간의 개념을 발견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는 오히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시노’ 주택에서는 필로티를 적용하는 대신 외벽이 지하까지 박혀 있으며 외부의 창은 수평성 대신 수직성을 띠고 있다. 또한 도미노이론에 대해서는 기둥의 하중을 분리해 공간에 자유를 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기둥의 상징적 의미가 상실되며, 따라서 최대한 지면과 접하는 벽이 기둥보다 더 자연과 교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초기의 작품에서 기둥은 일본 신사의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거나 오브제와 프레임의 역할로서 끊임없이 변하는 경계를 주시하고 있다.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을 설계할 당시 안도는 밀폐된 공간(3.6×14.5m) 속에서 수도승처럼 참선하며 빛, 소리, 온도가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공간 속에서 무의식의 상태가 됐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새소리와 함께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됐을 것이다. 자연의 빛에서 침묵이 만들어지고 온기와 새소리는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한 곳에 머물거나 어떤 부류에 속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인위와 자연, 움직임과 멈춤, 형태와 공간, 단순과 복잡, 이것들의 양극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다.#탈중심의 즐거움 필자는 학부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하던 중 한 건축가의 특강을 듣고 건축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 정림건축에서 근무하던 중 당시에 유행하던 해체주의를 공부하기 위해 파리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세계 철학의 중심지 파리에 해체주의에 대한 담론은 없었고 학생들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조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보고 뿌리도 없이 유행에 휩쓸리는 한국 건축의 한계를 경험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파리의 하늘 밑에서 나 자신의 존재는 없었다. 존재의 가치가 소외된 자신은 무한히 자유롭다. 하루를 끝내는 석양 아래에서 인간의 삶의 순수를 노래하는 어느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돌아가자. 대자연의 어머니의 품으로. 역사로부터 지켜지는 것은 아름답다. 너의 지친 노동으로부터 바람의 숨결로 너를 쉬게 하리라.” 콘텍스트는 땅을 읽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논리적 혹은 합리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아닌 경제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곤 한다. ‘콘텍스트 건축’은 태와 터가 지닌 역사의 주위를 맴도는 자연환경, 예를 들면 바람이 어떻게 불고 빛의 강도는 어떠한가 하는 식의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콘텍스트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순수의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에 사라진 휴머니티를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의 작품에서 정리되고 있다. ‘메종 드 고기리’의 부지는 개발업자들의 땅 나누기 수법에 자연이 난도질당한 곳이었다. 콘텍스트가 죽은 곳에서 건축물의 공간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밤나무가 우거진 대지를 처음 접했을 때 밤나무를 어떻게 내부 공간 깊숙이 끌어들일까 하는 화두가 계획의 중심이 됐다. 대지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과 감성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감성적 콘텍스트 계획의 시발점이다.‘메종 드 나튀르’는 부암동의 성벽에 세워진 건축물이다. 콘텍스트가 강한 부암동의 지형들에 순응해 자신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전통 공간에서의 채와 마당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내외부의 공간이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지면서 다양한 시퀀스를 제공한다. 시나리오적 공간과 전통 공간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이다. 빛과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정적인 공간과 이야기가 있는 동적인 공간이 있는 작품이다.‘메종 드 테르’는 정제된 매스가 자연의 소리와 만나는 소리의 집이다. 개울가의 소리를 담기 위한 발코니 공간과 새들이나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중정의 공간을 계획했다. 비어 있는 마당의 즐거움은 잔잔한 그림자와 작은 공연장의 소리를 담아낸다. 자신의 내부로의 느낌이 있듯이 건축공간도 내부의 공명에 의해 존재를 나타낸다. 움직임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 대상의 중심에 빠질수록 의식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중심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은 변방의 한가로움을 탐하는 즐거움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내면과 연결하는 것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오늘도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다. 건축가 전인호
  • 伊 스트롬볼리 화산 또 폭발…1㎞ 치솟은 화산재 기둥 (영상)

    伊 스트롬볼리 화산 또 폭발…1㎞ 치솟은 화산재 기둥 (영상)

    이탈리아 스트롬볼리 화산이 또 폭발했다. 일주일 사이 두 번째 폭발이다. 국제 화산 정보 사이트 ‘볼케이노 디스커버리’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스트롬볼리 화산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17분(UTC 9시17분) 일어난 폭발은 섬 내 모든 지진관측소에서 관찰됐다. 이탈리아 국가지진화산연구소(INGV) 측은 분화구 중앙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사면에서 일어난 강력한 폭발이 4분간 지속됐다고 밝혔다.분화구에서 치솟은 짙은 화산재 기둥은 1㎞ 상공까지 도달했으며, 화산재는 주민 수백 명이 거주하는 인근 마을을 뒤덮었다. 화산이 뿜어낸 용암은 ‘시아라 델 푸오코’ 산비탈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었고, 스코리아(화산암 파편)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폭발은 지난 10일에 이어 일주일 사이 발생한 두 번째다. 스트롬볼리 화산은 10일 밤 9시 4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화산 활동은 6분간 지속됐다. 지진관측소 카메라에는 스트롬볼리 화산이 시뻘건 용암을 분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평소보다 강력한 폭발이 일주일 사이 두 차례나 발생한 것에 대해 INGV 측은 불규칙한 간격으로 폭발이 있을 수 있으며, 정상적인 화산 활동 일부라고 설명했다. 해발 926m 스트롬볼리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다. 지난 2000년간 화산 활동을 계속하며 용암을 뿜어내 ‘지중해의 등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2002년 12월에는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6명이 다치고 가옥 여러 채가 파괴되기도 했다. 이후로는 소규모 분출만 간헐적으로 관측될 뿐 주목할 만한 폭발 없이 비교적 잠잠했던 스트롬볼리 화산은 지난해 여름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감지됐다.2019년 6월 29일 한 차례 폭발을 일으킨 스트롬볼리 화산은 7월 3일 사상 최대 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다. 예고 없는 대폭발에 관광객 1명이 사망했고, 섬에 체류 중이던 관광객 1000여 명과 주민 500여 명이 한꺼번에 탈출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2차례 폭발로 2㎞ 상공까지 치솟은 화산재가 섬을 뒤덮었으며, 흘러나온 용암 때문에 곳곳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후 4차례 더 폭발이 관측됐으며, 올해는 지난 2월과 3월, 7월과 9월에 분화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스트롬볼리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점치고 있다. 화산 분화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마그마의 성질인데, 스트롬볼리 화산은 하와이식 화산과 더불어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을 분출하기 때문에 비교적 분출 에너지가 적다는 설명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에르도안 “분쟁지 키프로스엔 2개 국가 있다”

    에르도안 “분쟁지 키프로스엔 2개 국가 있다”

    동지중해 영토 분쟁지인 키프로스의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방문, ‘2개 별도 국가’를 강조했다. 북키프로스가 1983년 11월 독립을 선언한 이후 터키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키프로스 정부는 “키프로스 문제 해결에 어뢰로 공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북키프로스 독립 37년을 맞은 이날 “키프로스 섬에는 2개 민족과 2개의 국가가 있다. (키프로스 문제) 해결 협상은 별도의 2개 국가에 기반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터키와 북키프로스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동지중해에서의 어떤 행보도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터키만 인정하는 북키프로스에는 터키군 3만 5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북키프로스 동쪽 바닷가의 버려진 리조트 도시 바로샤를 “소풍”이라며 방문했다. 바로샤는 1974년 터키군이 침입해 점령한 이후 그리스계 주민들이 쫓겨나면서 방치된 휴양지다. 키프로스 분단을 상징하는 ‘유령 도시’ 바로샤는 지난달 부분적으로 재개장됐다. 이에 대해 남부의 키프로스 공화국(키프로스)은 이날 성명에서 “터키 대통령과 불법 정권의 도발과 행동은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스도 “유례없는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터키는 지난 7월부터 동지중해에서 탄소자원 탐사를 시작하면서 그리스 및 키프로스, EU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프랑스와 그리스, 키프로스가 터키에 제재 부과를 주장하지만 다른 EU 회원국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달 말쯤 협상 재개를 위한 특사를 보낼 계획이다. 터키의 탄소자원 탐사는 해양 항로 확보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터키는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등의 석유 및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의 경유지여서 에너지 문제가 시급하지 않다. 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무슬림 세계의 패권국이 되고자 하는 터키는 1923년 로잔조약 이후 막힌 해양 항로를 동지중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내 아기는요?” 지중해 건너던 난민의 절규...올해 900여명 사망(영상)

    “내 아기는요?” 지중해 건너던 난민의 절규...올해 900여명 사망(영상)

    난민을 싣고 유럽으로 가던 선박이 리비아 훔스 해안에서 전복돼 수십 명이 익사했다고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밝혔다. IOM에 따르면 이 배에는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20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요셉이라는 이름의 생후 6개월된 기니 출신 갓난아기와 어머니가 포함돼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전복 사고로 어머니만 생존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스페인 비정부기구인 ‘오픈 암스’ 구조대원들은 아기를 안고 배에 탔다가 물에 빠진 어머니를 구조해 보트로 옮겼지만, 자신의 아이가 여전히 차가운 바다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녀는 “내 아기는 어디갔냐”고 소리치며 “아이를 잃어버렸다. 왜 아기가 아닌 나를 구조했냐”면서 절규했다. 얼마 후 구조대가 이 여성의 아이로 추정되는 생후 6개월 아기를 바다에서 건져 올렸지만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탈리아 당국에 치료를 요청했지만, 당국의 해안 경비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오픈 암스 구조대 측은 “우린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막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아이를 포함해 심각한 상황에 놓인 다른 난민들을 위한 긴급대피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우리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난민들이 탄 배는 거의 부서진 상태였고 수백 명의 사람이 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이중 일부는 어린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IOM은 지난 이틀간 지중해에서도 선박 두 척이 전복돼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사망했고, 200여 명을 구조했다고 이날 밝혔다.IOM에 따르면 올해만 지중해에서 최소 900명이 유럽으로 이주를 시도하다 선박 전복 등으로 사망했다. 일부 사망자는 구조 지연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중앙 지중해에서 구조선을 운항 중인 유일한 NGO 단체인 오픈 암스 측은 “이탈리아 현지 공무원들이 승인을 내어주지 않는 탓에 대부분의 구조선들은 항구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 지켜보고 있나? 수색 및 구조 능력을 높여서 우리가 그들을 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터키 이즈미르에 규모 7.0 강진 “최소 14명 사망, 400여명 부상”

    터키 이즈미르에 규모 7.0 강진 “최소 14명 사망, 400여명 부상”

    터키 서부 해안, 그리스 사모스섬 사이에 위치한 에게해 해역에서 지난 30일(현지시간)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AP·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후 3시쯤 에게해 사모스섬에 있는 그리스 도시 넹노 카를로바시온에서 14km 정도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지진의 규모를 6.6으로 추정하면서 진원이 지하 16.5km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지진으로 터키에서 최소 12명, 그리스에서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터키 서부 이즈미르주 주도 이즈미르에서는 약 10채의 빌딩이 무너졌으며, 그리스 사모스섬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이즈미르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갇혔고, 이즈미르와 사모스섬 일부 해안 지역은 지진에 따른 해일로 침수됐다. 이즈미르는 터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45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AFAD는 이날 저녁 8시 현재 이즈미르에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419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사망자 1명은 지진을 피해 도망가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붕괴되거나 손상된 건물 17개 채에서 수색·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즈미르주 주지사 야부즈 셀림 쾨슈게르는 “4채의 건물이 파괴되고, 10여 채가 붕괴했다”면서 최소 70명이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소개했다. 지진으로 인한 진동은 그리스 동부 섬들과 수도 아테네에서도 느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언론은 사모스섬과 다른 섬들의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사모스섬에서는 지진과 해일로 인명 피해와 함께 일부 건물과 도로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재난당국은 건물의 벽이 붕괴되면서 10대 청소년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모스섬 병원 관계자는 다른 4명이 가벼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의 동지중해 자원 탐사 문제로 대립해온 터키와 그리스 외무부는 이날 지진 피해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위로 전화를 했다고 밝히면서 “우리의 차이가 무엇이든 지금은 우리가 협력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샤를리 에브도의 조롱 만평에 에르도안 “보지 못했지만 …”

    샤를리 에브도의 조롱 만평에 에르도안 “보지 못했지만 …”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놓고 프랑스와 터키가 외교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이번은 터키 대통령이 조롱 대상에 올랐다. 샤를리 에브도는 28일자(현지시간) 표지에서 속옷 차림에 캔맥주를 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와인잔을 든 히잡 차림의 여성과 같이 있는 모습의 그림을 게재했다. 부제에서 “에르도안: 그는 사적으로 매우 즐겁다”고 적었다. 술은 이슬람에서 금지된다. 에르도안은 이날 “잡지 표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분노하는 것은 나를 공격해서가 아니라 똑같은 매체가 우리가 너무나 존중하고 따르는 예언자에게 계속 무례하게 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우리는 이런 만평에 대해 필요한 법적·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샤를리 에브도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터키 검찰청은 이 잡지의 출판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터키 관영 뉴스통신사 아나툴루가 전했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의 신념과 종교, 가치관에 대한 존중이 없는 프랑스 잡지가 발행한 우리 대통령에 관한 출판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게재했다. 또 “그들은 상스러움과 풍기문란을 보여준다”며 “인권에 대한 공격은 유머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주간지 만평의 비판에 대해 “증오스럽다”고 맞대응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아탈 대변인은 정부는 불안과 협박 시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료회의 직후 유럽연합(EU)의 강력한 단합을 강조하면서 “프랑스는 결코 그 원칙과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에 대한 조롱 만평으로 언론 자유 수업을 한 교사가 살해되는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터키와 프랑스는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교사 살해 이후 프랑스의 세속주의 전통을 지키며 극단주의자들을 키우는 모스크를 폐쇄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에르도안은 마크롱이 프랑스의 무슬림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는다고 비난하면서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을 펼쳤다. 이에 프랑스는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또 EU 집행기관인 EU 위원회는 “EU 회원국의 상품 불매 요청은 터키가 EU 가입에서 더 멀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도 프랑스와 마크롱을 비난했다. 프랑스와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시리아와 리비아를 포함해 최근의 동지중해와 나고르노 카라바흐 문제에 이르기까지 불화를 겪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인도 소녀 카브야 “오빠에게 골수 이식시키려고 전 태어났어요”

    인도 소녀 카브야 “오빠에게 골수 이식시키려고 전 태어났어요”

    인도의 귀여운 소녀 카브야 솔란키는 생후 18개월이던 지난 3월 몸 속의 골수를 일곱 살 오빠에게 이식해줘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형제를 살리기 위해 제몸을 바친 미담으로도 여겨지지만 허술한 의료 규제를 틈타 어린 소녀에게 강요한 것이라 윤리적으로 온당하지 않은 일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오빠 압히짓은 지중해성 빈혈(Thalassemia)이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유전적 결함으로 적혈구의 산소를 조직으로 운반하는 혈액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피를 퍼나르지 못해 자주 수혈을 받아야 했다. 20~22일에 한 번씩 350~400ml 수혈을 받았다. 여섯 살이 됐을 때 이미 수혈 횟수가 80번이나 됐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아흐메다바드에 사는 아빠 사흐데브신은 영국 BBC 델리 주재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첫 딸에 이어 두 번째 얻은 압히짓이 “10개월 됐을 때 지중해성 빈혈이란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막막했다. 몸이 약했고, 면역이 안 돼 계속 앓았다. 치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내 슬픔은 배가 됐다”고 말했다. 아들을 돕기 위해 문헌을 뒤져 치료 방법이 있는지 찾고, 의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해서 골수를 이식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첫 딸과 가족 중에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2017년 ‘치료용 맞춤 아기(saviour siblings)’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전학적 선별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문제 없는 것이 확인된 배아만 시험관 시술을 통해 낳아 기른 뒤 수술이 가능한 나이가 됐을 때 장기나 세포, 골수 등을 이식하는 것이다. 궁금해진 그는 인도에서 최고의 임신 전문의로 꼽히는 마니시 뱅커 박사에게 지중해성 빈혈이 없는 태아를 낳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한 병원은 그에게 미국에서 딱 맞는 골수 조직을 찾아주겠다며 유혹했는데 500만 ~1000만 루피가 든다고 하는 데다 성공 확률이 20~30%밖에 안 된다고 해 포기했다. 이렇게 6개월 이상 배아를 형성해 오빠 것과 일치하는지 살펴본 뒤 엄마의 자궁에 이식했다. 그 뒤 카브야가 세상에 태어나자 다시 16~18개월을 기다려 몸무게가 10~12㎏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지난 3월에 골수 이식을 마치고도 조직들이 잘 받아들이는지 지켜보느라 7개월을 다시 기다렸다.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 압히짓이 더 이상 수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아빠는 말했다. 최근 헤모글로빈 수치를 확인했더니 11을 넘겼다며 이렇게 되면 완치된 것이라고 의료진이 얘기했다는 것이다. 수술 직후 카브야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져 며칠 동안 상당히 통증이 심했지만 이제는 거의 나았다고도 했다. 아빠는 카브야가 태어난 것이 그들 모두의 인생을 구해줬다고 기꺼워했다. “우리 모두 그 아이를 다른 두 아이보다 사랑한답니다. 그녀는 단순히 우리 아기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구세주예요. 우리는 영원히 그 아이에게 고마워할 겁니다.” 카브야가 세계 최초 사례는 아니다. 미국에서 20년 전에 태어난 애덤 내시는 ‘판코니 빈혈(Fanconi anaemia)’이란 희귀 유전질환을 갖고 태어난 여섯 살 누나에게 유전자를 기증하기 위해 태어났다. 당시에도 부모가 원해서 낳은 아이인지, 아니면 누나를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인지 논쟁이 벌어졌다. 2010년 영국에서도 일종의 ‘디자인된 아기’가 태어나 또다시 논란이 이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유전자 편집의 윤리 전문가인 존 에반스 교수는 독일 철학자 에마뉘엘 칸트의 명언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예로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면서 “우리는 부모의 동기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아픈 아이를 위해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되게 창조하겠다는 것이 아이를 갖는 단 하나의 이유였나? 그렇다면 아이들의 동의 없이 아이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하도록 밀어붙인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앞으로 이런 방식을 널리 활용할 수 있을까. 에반스 교수는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아기 탯줄에서 세포를 추출하는 방법, 다른 끝에는 장기를 적출하는 방법이 있다. 골수를 얻는 것은 그 중간쯤일 것이다. 위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증자에게 영구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장기를 적출하는 것 만큼 위험하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하는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린다고 했다.  그는 “아주 미끄러운 경사로여서 장벽을 세우기가 아주 어렵다. 골수만 채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변형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기자 겸 작가인 나미타 반다레는 “영국이라면 유전공학에 대해 까다로운 승인 절차가 있지만 인도는 허술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솔란키 가족 일에 판단하고 싶지 않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부모로서 나도 같은 일을 했을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규제가 필요하다. 최소한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 아이는 어떤 논의도 거치지 않고 잉태됐다. 레이더에 관측되지도 않은 채 이런 중요한 일이 진전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구자라트주 정부 관리인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판단하면 적절치 않을 일”이라면서 “우리는 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날 판단하기 전에 당신들을 내 상황에 들여놓아봐라”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부모는 건강한 아기를 원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좋게 하려는 데 비윤리적이란 것은 없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가문의 명예를 잇기 위해, 하나뿐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려는 등 온갖 이유로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왜 내 이유를 탐문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뱅커 박사 역시 “기술을 이용해 질병이 없는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왜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은 뒤 “우리가 인도에서 살펴야 할 근본적인 물음들은 규제와 등록이다. 잠재적으로 누군가 그릇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다운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알아보고 있지 않느냐며 유전자 제거는 다음 세대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압히짓의 기대 수명이 25~30세였는데 지금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며 동기가 정당함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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