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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연어알에서 캐비아까지, 짭조름한 생선알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연어알에서 캐비아까지, 짭조름한 생선알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언젠가 일식집에서 연어알을 손질해 본 적이 있다. 뜨겁기 직전의 소금물에 알집을 통째로 담근 후 손으로 조심스럽게 알을 떼어야 하는 작업이었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여 무턱대고 알집을 잡았다. 생각보다 알이 잘 떨어지지 않고 자기들끼리 뭉친 걸 다시 떼어내느라 꽤 곤욕을 치렀다. 급기야 터지고 버리는 게 더 많다며 벼락 같은 주방장의 호통이 떨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래서 알이 비싼 거구나.’주방의 과학자라고 불리는 해럴드 맥기는 생선알을 두고 “물에서 얻는 음식 중 가장 비싸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생선알이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철갑상어알인 캐비아에 한해서다. 세간에 진미로 꼽히는 트러플(송로버섯), 캐비아는 푸아그라(거위 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장 비싼 식재료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생선알은 그 자체론 매력적인 식재료라 하기 어렵다. 생선알에는 생선보다 많은 지방과 아미노산이 들어 있지만 소금과 만나 발효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풍미가 깃든다. 캐비아의 연원은 고대 지중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중해 연안에서 잡힌 풍부한 생선은 해안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기도 했지만 교역을 위해 염장 가공 처리를 해야 했다. 함부로 버리는 게 없던 시절인지라 생선알도 소금에 통째로 절이거나 소금물에 담가 보존처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선알에 있는 효소가 작용하면서 원래의 맛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을 얻을 수 있었다.철갑상어알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먹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캐비아와는 사뭇 달랐다. 고대의 캐비아는 지금처럼 귀하진 않았다. 철갑상어알을 통째로 소금에 완전히 절인 후 단단하게 압축한 형태였는데 오늘날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특산품인 보타르가와 비슷한 형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보타르가는 주로 참치나 숭어알을 알집째 소금에 절인 후 오랜 시간 해풍에 말려 만든다. 우리나라의 말린 어란과 모양새나 생산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아주 얇게 저며 술안주로 먹거나 치즈처럼 갈아서 파스타 위에 뿌려 먹는 용도로 쓴다. 좋은 보타르가는 오래 숙성된 치즈나 과일의 산뜻한 풍미를 갖고 있어 생선알이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연구자에 따라 13세기, 혹자는 15세기 어느 시점부터 철갑상어알은 오늘날과 같은 가공 방식을 거쳐 고급 음식이 된 것으로 본다. 캐비아는 소금물에 절인 후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품종과 원산지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결정되는데 염도에 따라서도 등급이 나뉜다. 보통 5% 내외, 높게는 10%대로 염장하는데 2.5~3.5%대로 옅게 염장한 ‘말로솔’ 캐비아는 풍미가 극에 달하지만 보존기간이 짧다는 약점이 있기에 가격도 가장 비싸다.진미로 꼽히는 캐비아지만 맛은 품종과 가공 방식에 따라 천양지차다. 품종에 따라 벨루가, 오세트라, 세브루가 등으로 구분하는데 어디서 서식하느냐, 자연산이냐 양식이냐에 따라서도 맛에 큰 차이가 있다. 캐비아는 같이 비교되는 트러플이나 푸아그라처럼 폭발적인 풍미를 가졌다고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감각을 가까스로 집중해 음미해 보면 다른 생선알에선 느끼기 어려운 복잡 다양한 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구나 그 진가를 알아채기 어렵기에 고급 음식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렇듯 생선알 세계의 정점에 캐비아가 있다 보니 다른 알들은 캐비아의 대체품 취급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연어알이다. 색도 맛도 캐비아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어 요즘엔 캐비아의 대체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캐비아를 일상적으로 구할 수 없던 러시아인들에게 연어알은 한줄기 빛이었다. 연어알의 일본식 명칭 이쿠라는 원래 생선알을 뜻하는 러시아어 이크라에서 비롯됐다. 연유는 알기 어렵지만 러일전쟁 뒤 러시아 음식이었던 연어알이 일본 음식에 스며들었다. 일식에서는 캐비아처럼 가볍게 소금물에 담그거나 간장과 미림에 절여 감칠맛을 극도로 끌어올려 사용하기도 한다. 연어알조차 비싸게 느껴진다면 청어알이나 날치알이 대안이다. 큼직한 연어알이나 캐비아에 비하면 크기가 매우 작고 별다른 풍미 없이 주로 톡톡 터지는 식감을 주거나 색을 입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음식의 형태와 질감을 변형하는 분자요리가 시작된 스페인에선 인조 캐비아까지 등장했다. 청어 살코기와 오징어 먹물, 전분 등을 이용해 캐비아와 유사한 대체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캐비아보단 말도 안 되게 싸지만 그렇다고 크게 저렴한 편이 아니라 정말로 캐비아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굽이마다 절경이구나… 흑산도야, 잘 있었구나

    굽이마다 절경이구나… 흑산도야, 잘 있었구나

    전남의 보물 같은 섬… 얼마 만이냐 지난 두 해 남짓, 섬에 들어가는 걸 꺼렸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다. 옮는 것보다 옮길 것이 걱정됐다. 거리두기가 마침내 끝났다. 섬을 찾는 것에 대한 거리낌도 해소됐다. 이제 멀고 먼 섬으로 떠날 차례다. 너무 멀어 검게 보인다는 전남 신안의 흑산도, 붉은빛 감도는 기암들의 절창이 일품인 홍도를 묶어 돌아봤다. 흑산도는 육로 관광이 보편적이다. 이웃 섬 홍도가 해상 관광 위주인 것과 다소 다르다. 흑산도엔 25㎞ 남짓한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다. 1984년 착공해 우여곡절을 겪다 26년 만인 2010년에 완공됐다. 관광택시를 탈 경우 외부 세계와의 연결 고리인 예리항에서 진리, 사리 등 순으로 돌아보는 게 보편적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돌 수도 있다. 다만 어느 방향으로 돌더라도 해넘이는 흑산도 최고 전망대인 상라봉에서 맞는 게 좋다.●청잣빛 바다·그림 같은 풍경 먼저 사리(沙里) 마을 쪽으로 간다. 주민들 표현으로는 모래미란 곳이다. 갯마을 풍광이 수려해 호사가들은 ‘흑산도의 소렌토’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소렌토를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곳이 모래미를 닮았다면 청잣빛 바다와 기암절벽, 노송 그리고 예쁜 집들이 산수화처럼 펼쳐져 있을 게 분명하다. 사리엔 흑산도를 대표하는 명소 ‘복성재’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조선 최고의 자연과학자 중 한 명인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신유박해(1801) 때 유배 생활을 하며 ‘현산어보’(玆山魚譜, 자산어보)를 집필했던 곳이다. 꽤 오래전 생면부지의 흑산도를 가슴 깊이 각인시킨 책을 만난 적이 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생물 교사였던 이태원이 ‘현산어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2002년부터 이듬해까지 내리 다섯 권이 간행됐다. 생물도감 같은 책이지만 어패류에 대한 해박한 설명과 정교한 생물들의 그림, 흑산도에 머물며 촬영한 사진 덕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유배지서 ‘현산어보’ 지어낸 정약전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정약전의 위대한 유산을 ‘자산어보’라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대목이다. 그 이전에도 ‘현산어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지만 당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玆山魚譜’의 독음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다. “나는 흑산으로 유배되었는데 ‘흑산’이라는 이름이 컴컴하여 두려우니 가족들이 편지에서 번번이 ‘玆山’이라 하였다. ‘玆’ 역시 검다는 말이다.” 정약전이 ‘玆山魚譜’ 서문에 밝힌 내용이다. 여기서 ‘玆’은 ‘자’로도, ‘현’으로도 읽힌다. 한데 ‘지금’, ‘여기’ 등의 뜻일 때는 ‘자’로 읽지만 ‘검다’의 뜻일 때는 玄(검을 현)이 두 개 겹친 ‘현’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한문학자들의 주장이다. 이태원은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 ‘유암총서’란 책에 “금년 겨울 현주(玄州)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라는 대목이 나온다. 글 말미에는 “현주서실(玄州書室)에서 글을 쓴다”며 글 쓴 장소도 밝혔다. 여기서 ‘현주’는 흑산도를 뜻한다. 책 제목에 나오는 ‘유암’은 저자 이강회의 호다. 이태원은 유암을 “다산의 제자인 이청의 친구이며, 다산과도 친밀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흑산도를 ‘玆山’이라 처음 표현한 이도 다산이고, 그의 제자 이청과도 친하게 지냈으니 유암이 흑산을 ‘현주’로 표현한 것은 다산이 흑산을 玆山이라 부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누리집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전남 강진 사람인 유암이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의 제자였다는 것이다. 이로 미뤄 본다면 유암이 스승의 발음에 따라 ‘玆山’을 ‘현산’이라 불렀을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현재로선 ‘자산’인지, ‘현산’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장삼이사는 그저 흑산도가 얼마나 먼 절해고도였으면 ‘검고 검다’는 표현을 썼을까 헤아려 보는 정도로 충분하지 싶다. 다만 코로나 시국에도 지난해 개봉을 감행했던 영화 ‘자산어보’는 독음을 ‘자산’으로 분명히 했다. 전문가에게 자문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상 많은 이에게 익숙한 이름을 제목으로 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유배자들 흔적 남겨놓은 문화공원 사실 영화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장창대’(변요한)란 인물이다. 정약전과 더불어 ‘현산어보’의 공동 저자나 다름없는 이다. 영화 ‘자산어보’가 보여 주려 했던 수평사회, 그러니까 양반과 평민이 공존하는 평등사회는 장창대가 있어야 완성된다. 한데 그의 흔적은 흑산도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정약전(설경구)의 이름만 남았을 뿐이다. 그게 못내 아쉽다. 이제라도 정약전 동상 옆에 장창대의 동상을 함께 세워 그를 기려 보면 어떨까 싶다. 복성재 아래는 유배문화공원이다. 1148년 고려 의종 때의 정수개부터 1898년의 뇌물수수 죄인 김홍륙에 이르기까지 흑산도로 유배된 수많은 이를 기억하는 조형물들이 조성돼 있다. 사리는 돌담(등록문화재)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앞 해변에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숭어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든다. 수백년 전 정약전도 이 장면을 보며 신기해했겠지. 멀고 먼 한양의 임금에게도 진상했다는 숭어 어란은 이런 천혜의 여건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상라봉 전망대는 흑산도 최고의 조망처다.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특히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다. 멀리 홍도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장쾌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열두 굽이 ‘용고개’를 휘돌아 오르는 맛도 일품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 했던가. 상라봉 일대를 뒤덮은 늙은 동백나무 잎들이 역광 아래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상라봉 정상의 봉수대까지 오르는 것도 좋겠다. 파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배낭기미 해수욕장, 죄인을 감금했던 옥섬 등 사방이 툭 터진 흑산도 일대 전경과 마주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이미자, 46년 만에 흑산도 찾아 노래 전망대 한편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흑산도 아가씨’는 1966년 발표된 이미자의 노래다. 흑산도 예리항에 여객선이 닿을 때면 항구 전체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질 정도로 흑산도를 대변하는 노래로 인식되고 있다. 한데 정작 섬 주민들의 가슴을 적셨던 이미자는 흑산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다 가까스로 2012년 그의 공연이 흑산도에서 열렸다. 노래가 발표된 지 무려 46년 만의 일이었다. 노래비 옆에 세운 이미자 핸드 프린팅은 공연 당시 조성한 것이다. 흑산도는 세계적인 ‘철새 휴게소’다. 동아시아와 대양주에 놓여진 ‘철새 고속도로’ 경로 중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이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다. 국내에 기록된 560여종 가운데 400여종이 이 일대에서 관찰될 정도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정약전이 물고기가 아니라 새에 관심이 많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현산조보’를 유산으로 받았을지도 모른다. 철새 관련 시설도 들어섰다. 신안철새전시관은 진리에서 열두 굽이 도로 가기 전에 있다. 흑산도는 물론 전 세계 다양한 새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초입에선 법정스님 사진과 동박새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난데없는 법정의 출현에 얼떨떨하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법정의 출가 이야기 듣는 철새전시관 법정은 대학생이던 1952년에 친구들과 흑산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전시된 사진은 출가 전 ‘대학생 박재철’이 흑산도 진리의 모래톱에서 친구들과 찍은 것이다. 사진 속 ‘박재철’의 손엔 동박새가 든 새장이 들려 있다. 당시 흑산도 옆 다물도에 살던 친구가 법정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그런데 사진보다 후일담이 더 의미심장하다. 당시 동행했던 친구의 말을 빌리면 법정은 목포로 돌아가자마자 새장 속의 새를 풀어 줬다고 한다. 그리고 세 해 뒤 ‘청년 박재철’도 세속을 박차고 보다 넓은 정신세계를 향해 날아올랐다.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말이다. 그가 바로 ‘무소유’로 법명을 날린 법정스님이다. 철새전시관에서 모퉁이 하나 돌면 새공예박물관이다. 야외 전시장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 새 조각이 전시됐다. 생경한 나라의 작품들이 이채롭긴 하지만 실제 흑산도 권역에서 발견되는 우리 철새들을 모티브로 삼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전시관 위에 있는 진리당은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공간이다. 당각시 전설이 깃든 각시당(처녀당), 해변 쪽의 용왕당 등으로 이뤄졌다. 각시당에서 용왕당까지 약 150m 구간에 성황림이 우거졌다.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 늙은 소나무, 신우대 등이 제법 깊은 숲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흑산도에는 볼만한 팽나무가 세 그루 있다. 흑산성당 옆의 팽나무 두 그루는 연리지다. 회색빛 둥치가 매우 독특하다. 무심사지 삼층석탑을 품고 선 팽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수형도 좋지만 뿌리 부분을 봐야 한다. 뿌리가 옛 비석들을 휘감고 자라고 있다. 비석의 위치에 따라 둥치가 기묘하게 휘었는데 그 모습이 더 특이하다. 흑산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1958년 세워진 등록문화재다. 외형도 독특하고, 다양한 빛깔로 실내 곳곳을 비추는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다. 아울러 우리나라 형태의 지도바위, 유배 온 면암 최익현이 남긴 지장암 글귀 등의 볼거리들도 잊지 말고 찾아보는 게 좋겠다.●흑산도 찾았으면 홍도 함께 2박 3일 홍도는 흑산도의 연관 검색어 같은 곳이다. 관광객 대부분이 흑산도와 홍도를 묶어 2박 3일에 걸쳐 돌아본다. 이웃 섬이라고는 해도 흑산도에서 홍도까지는 쾌속선으로 30분을 더 달려야 한다.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흑산도의 여러 섬과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천사(1004)섬’으로 알려진 신안의 섬 중에서도 늘 수위에 오를 만큼 빼어난 경치로 소문났다. 섬은 코로나가 엄습한 2년 동안 텅 비었었다. 관광객이 찾지 않아서다. 흑산도도 그랬지만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인 홍도는 특히 충격이 컸다. 그와 관련한 애처로운 이야기 한 자락. 2020년 4월 초에 대구의 관광객이 홍도를 찾았다. 당시 대구는 코로나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로 정부가 선포한 ‘특별재난지역’이었다. 외지에서 대구로 가는 것도, 대구 사람들이 외지를 방문하는 것도 극도로 꺼릴 때였다. 소식을 접한 최성진(52) 홍도 1구 이장이 서둘러 여객선에 올랐다. 이들의 입도를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멀리 대구에서 온 관광객은 결국 홍도에 내리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비록 공포에 짓눌려 벌인 일이었다 해도, 자기 마을을 찾은 외지인을 돌려보낸 것에 대해 주민들의 심사가 편할 리 없었다. 사과 전화는 물론이고 미역, 멸치 등 홍도에서 나는 갯것들을 선별해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구 관광객은 아직 홍도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홍도 관광 하면 대개 유람선 관광을 백미로 꼽는다. 홍도 바다는 기암괴석들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홍도 볼거리의 으뜸이라는 1경 남문바위부터 무려 33경에 이르는 기암들과 마주할 수 있다. 안내원의 해학적인 설명을 들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면 2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유람선은 남문바위와 슬픈여바위에서 잠깐 정박한다. 기념사진을 찍으라는 취지다. 슬픈여바위엔 생선회를 파는 어선이 늘 대기하고 있다. 한 접시 3만원인데 경험 삼아 맛볼 만하다.●‘1년 탈 없이’ 염원 담은 깃대봉 365m 주민들의 삶을 엿보려면 역시 땅을 밟고 다녀야 한다. 덜 알려졌을 뿐 홍도 육로 관광도 해상 관광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홍도는 남북으로 7㎞ 정도 길쭉하게 뻗은 섬이다. 섬에 도로도, 차도 없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가 전부다. 섬 가운데에 깃대봉(365m)이 높이 솟아 걷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짧은 코스로는 1구 바로 옆 죽항당산을 다녀올 만하다.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당산이다. 전체 코스는 1㎞ 정도다. 죽항당산엔 동백나무가 많다. 300년은 족히 살았다는 노거수들이다. 산자락 좁은 길이 늙은 동백에서 떨어진 붉은 꽃들로 낭자하다. 당산 위엔 일출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지중해의 항구 마을을 보는 듯한 이국적인 풍경과 기암절벽들이 절경을 펼쳐 낸다. 좀더 걷고 싶다면 섬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홍도 1구에서 깃대봉을 넘어 홍도 2구 마을까지 이어지는 4㎞ 남짓한 산길이다. 깃대봉 능선 아래로 목재 데크 산책로도 있다. 해안 절벽 사이로 난 길은 완만하게 능선을 타고 오르다 깃대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만난다. 여기서 문제 하나. 홍도 깃대봉의 높이는 얼마일까. 정상 표지석엔 365m, 네이버 지도엔 360.5m, 다음 지도엔 367.8m로 표기돼 있다. 제각각이다. 최 이장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주민들이 1년에 한 번은 꼭 깃대봉을 오른다고 했다. 일 년 365일 동안 탈 없이 지나게 해 달라는 바람을 담아 산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의 믿음을 기준으로 삼으면 365m가 정답인 셈이다. 홍도 2구는 1구보다 먼저 사람이 정착했다는 마을이다. 하지만 1구가 관광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상 적막한 마을이 됐다. 마을 옆엔 수형이 빼어난 소나무들이 있다. 바람에 시달리며 자라느라 이리저리 굽고 휘었다. 이 모습이 독특해 소나무 작품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촬영을 위해 2구 마을에 머물기도 했단다. 조붓한 솔숲 길을 오르면 곧 홍도등대다. 1931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다. 섬 끝자락에 선 말간 등대의 모습이 아름답다. 등대가 굽어보고 있는 풍경도 빼어나다.●이장, 돌려보낸 관광객 찾아 대구행 홍도는 이름처럼 붉은빛 감도는 해안 절벽이 일품인 섬이다. 특히 저물녘 햇살을 받아 절벽이 붉게 물들 때가 진수다. 할 수만 있다면, 저물녘에 유람선을 타길 권한다. 홍도를 나오던 날 쾌속선에 홍도 1구 최 이장이 함께 탔다. 그가 가는 곳은 대구였다. 코로나 때 입도하지 못했던 관광객 집에 일이 생겨 위로차 찾아가는 길이란다. 그 미안해하는 마음과 애틋한 정이 보통이 아니다. 언젠가 대구 사람들이 홍도를 방문하는 날도 오겠지. 홍도 사람들은 아마 구석구석 극진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그때 그들이 함께 보고 나누는 풍경들은 얼마나 새롭고 아름다울까. ■ 여행수첩 -흑산도까지는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홍도는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도초도를 경유해 가는데, 도초도 이후부터 파도가 높아지며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홍도 1구에서 2구까지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도선이 무료로 오간다. 하지만 2구 마을 주민이 없을 경우 운항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의 배를 이용할 경우 최소 4만원이다. 1구에서 깃대봉을 넘어 2구까지 걸어서 다녀오려면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흑산도 SUV 관광택시는 4인 기준 6만원이다. 2시간 정도 섬 곳곳을 돈다. 일반적인 택시 기능도 한다. -두 섬 모두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있다. 비수기인 요즘은 여유가 있지만 성수기 때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흑산도와 홍도는 5월이 지나야 겨울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다. 다소 두툼한 옷을 챙겨 가는 게 좋다. -말린 홍어를 각종 양념과 버무려 내놓는 홍어무침이 별미다. 다만 양이 적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생선회는 전부 자연산이다. 계절에 따라 종류도 바뀌는데, 수온이 찬 요즘은 우럭과 노래미를 맛볼 수 있다.
  • 러 억만장자 “아무 수혜자 없는 푸틴 미친 전쟁… ×떡 같은 러군”

    러 억만장자 “아무 수혜자 없는 푸틴 미친 전쟁… ×떡 같은 러군”

    틴코프 “러시아인 90%가 전쟁 반대”“‘Z’ 그리는 건 일부 10% 멍청이·바보”“수혜자 없고 무고한 시민·군인 죽어가”“푸틴 체면 살리며 학살 막을 출구 마련해야”전쟁에 재산 반토막 나… 5조 5000억원유명 러 발레계도 “푸틴 때문에 떠난다”영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한 러시아 억만장자가 수만명의 희생을 낳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 한 명의 수혜자도 없는 미친 전쟁’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설립자 올레그 틴코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이 미친 전쟁의 수혜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무고한 시민과 군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러시아인 90%가 전쟁에 반대한다”면서 “물론 ‘Z’를 그리는 멍청이들도 있지만, 어느 나라나 10%의 바보들은 있다”고 말했다. ‘Z’ 기호는 러시아군 전차와 트럭 등 장비에 ‘승리를 위해’라는 의미를 담아 그려진 표식으로 러시아에서는 이번 전쟁을 지지하는 상징이 됐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방향을 뜻하는 ‘서쪽’, 러시아군의 첫 번째 타깃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극적 병력 손실, 군대 ‘개떡’ 같아”“모든 것들이 아첨·비굴에 빠져 있어” 틴코프는 “러시아 정부 관료들은 더는 지중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다”면서 “사업가들은 남은 재산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장군들이 숙취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며 “계속되는 후퇴와 비극적인 병력 손실로 그들의 군대가 ‘개떡’ 같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다른 모든 것들이 ‘개떡’ 같고 아첨과 비굴함, 족벌주의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군대가 좋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러시아어로 글을 쓰던 틴코프는 영어로 “친애하는 서방 연합이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면서 학살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출구를 마련해 달라”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인도적으로 해달라”고 적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일부 러시아 재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틴코프만큼 전쟁을 맹비난한 재벌은 없었다고 평가했다.러, 우크라 전쟁에 ‘침공’ ‘공격’ 쓰거나반대 공개성명 내면 최고 15년형 처벌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칭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고 러시아군에 반하는 공개 성명을 내면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틴코프 뱅크 측은 “현재 그는 틴코프의 임직원이 아니며 그룹의 운영과 관련 결정 내리는 것이 없다”며 그의 ‘사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틴코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가 중 하나로 2006년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를 설립했다. 틴코프 뱅크는 현재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신용카드 사업자이기도 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틴코프의 재산도 반 토막 나 약 34억 파운드(약 5조 5000억원)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오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푸틴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과 친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러시아 밖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국에 등 돌리는 유명 러 발레계 스미르노바 “조국 러시아 부끄러워”안무가 “푸틴 있는 한 러에 안 돌아가” 푸틴 대통령의 침공 전쟁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발레계도 동참했다. 러시아 출신 유명 발레리나를 비롯해 하나둘 고국에 등을 지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발레계의 고립이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예술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볼쇼이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올가 스미르노바(30)는 지난달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스미르노바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텔레그램에 “조국 러시아를 부끄러워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반전 메시지를 남겼고, 그의 이런 행동이 볼쇼이를 떠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당시 무릎 수술 이후 두바이에서 재활 중이었던 스미르노바는 귀국을 포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모스크바로 돌아가면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뿐 아니라, 위험해질 것”이라며 귀국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볼쇼이의 예술감독 출신으로 세계적인 안무가로 꼽히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는 3월 말로 예정됐던 모스크바 공연을 준비하던 중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바로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라트만스키는 “푸틴이 대통령직에 있는 한 러시아에 돌아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떠나려는 것은 러시아 무용가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으로 모스크바의 네미로비치 단첸코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로랑 일레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표를 냈다. 러시아에서 활약하던 영국 출신 무용수 잰더 패리시와 이탈리아 출신 자코포 티시도 마찬가지다. NYT는 앞으로도 고국을 떠나는 러시아 발레계 인사들의 행렬이 이어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쥐약 먹고 죽어 세상을 구한 남성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쥐약 먹고 죽어 세상을 구한 남성

    “그가 한 일 중에 유일하게 값어치 있는 일은, 그가 죽은 뒤에 한 일이었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영국 정보요원 이완 몬타구가 웨일스 남성 글라인두르 마이클(사망 당시 34)에 대해 내린 신랄한 평가다. 1943년 연합군이 벌인 대담한 사기극에 그의 시신이 이용돼 2차 세계대전을 두 달 앞당겨 끝낼 수 있었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다. 영국 BBC가 15일 콜린 퍼스가 주연한 영화 ‘작전명 민스미트 (Operation Mincemeat)’가 이날 자국에서 개봉된다는 내용을 전했다. 미국에서는 다음달 11일(현지시간) 넷플릭스로 공개되고, 국내에서는 5월 12일 첫 선을 보인다. 민스미트는 다진 고기를 의미한다. 역사가 벤 매킨타이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43년 4월 연합군이 누가 봐도 유럽 전선의 반격을 위해 상륙해야 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대신 사르디니아 섬을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겠다는 대담한 사기극을 기획했다. 영국군 소령이 작전에 관한 기밀문서를 간직하고 이동하다 숨져 표류한 것처럼 꾸몄는데 바로 마이클의 시신을 이용한 것이었다. 매킨타이어는 “그야말로 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영웅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1930년대 대공황 기간에 아버지가 광산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가난을 피하려고 런던으로 왔다가 부랑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국 그는 극단을 택하고 말았다. 4월 24일 작성된 검시 보고서에는 독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오는데 매킨타이어는 그가 너무 배가 고파 실수로 쥐약이 든 빵을 먹었던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어쨌든 마이클의 시신이 런던 킹스크로스의 창고에서 발견된 뒤 검시관 벤틀리 퍼체이스에게 넘겨졌는데 그 때 이미 사망 확인서에 낙하산 훈련 도중 추락해 숨졌다고 기록하라는 상부 지시가 떨어졌다. 영국 첩보요원 찰스 콜몬델리와 몬타구의 손에 시신이 들어오자 신원을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시작됐다. 이 기막힌 작전을 처음 구상한 이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었다. 1930년대에 벌써 표류하는 시체를 이용해 적에게 가짜 작전 계획을 누설해 속인다는 구상이었다. 1942년 말까지 북아프리카 전선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연합군은 독일이 장악한 유럽 가운데 “부드러운 하복부”에 관심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시칠리아 섬을 통제하면 지중해를 드나드는 선박들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연합군이 유럽의 열세를 만회하려면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 명백해 보였다. 문제는 너무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아주 지독한 천치를 빼놓고는 모두가 시칠리아란 것을 알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해서 나치를 속이기 위해 철저하게 조작해냈다. 마이클의 시신을 영안실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철저히 세부사항을 연구했다. 마틴 소령이 가짜 문서들을 담은 가방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듯 품에 안고 있었던 것처럼 시신을 꾸몄다. 열쇠, 우표, 담배, 성냥, 메달, 극장 티켓, 새 셔츠 영수증, 아버지의 편지, 로이드 은행의 초과 인출 통지 등 세세하게 위조했다. 또 바닷물 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특별 잉크로 적었다. 매킨타이어는 나치를 가장 결정적으로 속일 수 있는 장치로 마틴의 약혼녀 팸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들의 섬세함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영화 내용을 너무 많이 스포일러한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인다. 아무튼 두 요원은 시신을 드라이아이스를 가득 채운 용기에 담아 스코틀랜드로 이동해 잠수함 HMS 세라프 호에 태우고 바다로 나가 두 차례 적의 공습을 받고 잠수함이 파괴되는 바람에 마틴 소령이 탈출하다 숨진 것처럼 시신이 조류를 타고 스페인 해안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시신은 1943년 4월 30일 스페인 연안 우엘바의 정어리 잡이 어민 눈에 띄었다. 당시 스페인은 중립을 표방했지만 나치와 여러 모로 가까웠다. 영국 첩보부는 스페인 정부에 기밀서류가 담긴 가방을 신속하게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전보를 보내 한 번 더 속였다. 스페인 정부가 기밀을 넘기자 독일군 정보기관인 아브웨르는 곧바로 낚였고, 그리스 침공 계획을 담은 마틴의 서류가 아돌프 히틀러의 책상에까지 전달됐다. 영국 해군 사령부의 암호해독반은 히틀러가 주력 부대를 시칠리아에서 사르디니아 섬으로 옮기도록 명령한 것을 확인한 순간, 테이블을 두들기며 뛸듯이 기뻐했다. 1943년 7월 10일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한 뒤 38일 만에 이 섬을 점령했고, 이탈리아와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의 붕괴를 이끌어 연합군은 유럽 반격의 서막을 열 수 있었다. 마이클의 시신은 우엘바에 묻혔는데 묘비명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절대 아니었던 그 남성”
  • 협치 리더십 번영 이끈다

    협치 리더십 번영 이끈다

    안팎으로 지도자의 역할이 특별히 부각되는 시기다. 국내에서는 정권교체의 과도기 속에서 새로운 권력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해외에선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은 가운데 각국 지도자들이 갈등과 협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3년째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은 지도자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나라의 운명을 더욱 직관적으로 확인하게 했다. 어떤 정치체제나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지도자 개인의 행보와 특성은 여전히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로마사 전문가인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지도자 또는 지도자가 될 인물의 성과와 비전만큼 ‘본색’이 중요한 척도라며 기원전 2세기 이후 로마사의 가장 굴곡진 500년을 이끈 지도자 9명의 본색을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이 본색이 어떻게 나라를 뒤바꿨는지 풀어낸다. 역사의 흐름을 지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돌아보는 것도 색다르지만 무엇보다 무려 20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역사를 지금에 빗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읽힌다는 점이 흥미롭다.책은 공화정 말 혼란기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509년 시작된 공화정은 시민의 단합을 강조하며 로마를 지중해 패권국으로 키워 냈지만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된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제정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내부에선 빈부 격차 심화로 귀족파와 평민파의 대립이 커졌고, 그 시기를 오간 지도자의 경험과 판단은 갈등을 키우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지도자에겐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개혁을 추진하려 하면 귀족이나 평민 어느 한쪽의 극심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무산되거나 복수를 당해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누구보다 위기 상황을 먼저 포착할 만큼 선견지명을 지녔고, 이를 해결할 구체적 개혁안까지 제시했지만 기득권의 저항을 뚫지 못한 데다 지나친 권력욕으로 개혁의 명분마저 잃어버린 그라쿠스 형제(티베리우스·가이우스)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개혁안으로 얻은 시민들의 지지까지 놓치고 끔찍한 최후를 맞은 두 형제를 두고 김 교수는 ‘나만 옳다는 고집형’의 본색을 지녔다고 꼬집는다. 로마의 가장 유명한 지도자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선을 넘는 자기 심취형’으로 분류됐다. 카이사르는 여러 지역으로 쪼개져 있던 갈리아 전역을 속주로 편입하고 다양한 개혁을 밀어붙여 제국의 토대를 놓은, 사실상 제정의 창건자이면서도 공화정의 상징인 원로원의 권위를 무시하고 독재를 꿈꾼 폭군이라는 이중 평가를 받는다. 세금 개혁, 달력 개정 등 민생 문제도 해결하고 평민들의 큰 지지를 얻자 스스로 종신 독재관에 오르며 본색을 드러내고 강력한 권력욕과 명예욕을 휘두른 그는 암살을 당한다. 김 교수는 “인권변호사 카이사르와 종신 독재관 카이사르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본질을 되새긴다. 카이사르와 정반대 본색을 보여 주며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조차 일방적인 통치보다 동의를 구한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포기를 모르는 야심형’의 좋은 예로 거론된다. “천천히 서둘러라”, “대담한 장군보다 신중한 장군이 더 낫다”는 그의 말처럼 집요하고 정확하게 목표를 성취하고야 마는 야심과 탁월한 품성은 77세까지 평화로운 삶을 보낼 수 있던 그만의 본색이기도 했다. 로마 43대 황제인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함께 다스리는 협치형’도 눈길을 끈다. 황제 두 명과 부황제 두 명의 4제 통치로 로마의 번성을 이끌었고, 로마사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제위에서 물러나며 ‘박수 칠 때 떠난’ 황제가 된 그의 본색은 요즘 같은 갈등과 대립의 정치에서도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 코로나19 신규 감염 2주째 감소… 한국, 5주 연속 세계 최다

    코로나19 신규 감염 2주째 감소… 한국, 5주 연속 세계 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2주 연속 줄었다. 한국도 2주간 신규 확진자 감소세를 보였다. 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 세계에서 집계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35만 1818명으로 전주 대비 16% 감소했다. 이 기간 아프리카(-19%)가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이어 유럽(-16%), 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16%), 미주(-15%), 동지중해(-9%), 동남아시아(-5%) 순이었다. 한국은 이 기간 205만 837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WHO 회원국 가운데 5주 연속 가장 많은 수를 보고했다. 다만 확진자 수는 전 주 대비 16%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한 주 전 보고에서도 전주 대비 13% 감소한 확진자 수를 보였다. 전 세계 신규 사망자 수는 2만 6285명으로 전주 대비 43%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시아(-73%)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미주(-61%), 아프리카(-21%), 서태평양(-16%), 유럽(-15%)이 뒤를 이었다. 한국도 같은 기간 23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전주 대비 5% 감소했다. 한편 지난 3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4억 8906만 735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사망자 수는 615만 333명이었다.
  • WHO “세계 인구 99% 기준치 이하 공기 호흡..저소득 국가 불평등 현상”

    WHO “세계 인구 99% 기준치 이하 공기 호흡..저소득 국가 불평등 현상”

    전 세계 인구의 1%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는 건강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국가 국민들이 오염된 공기에 더 많이 노출되는 불평등 현상도 두드러졌다. WHO는 4일(현지시간) 세계 117개국 6743개 도시의 공기 질을 분석한 ‘WHO 대기질 데이터베이스 2022’ 보고서를 통해 세계인 99%가 오염된 공기로 숨쉬고 있다고 밝혔다.로이터통신은 2010년~2019년 화석연료 배출에 따른 미립자 물질과 이산화질소가 전 세계 도시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관측됐다고 전했다. 공기 오염 노출 인구 규모는 2018년 직전 조사에서 전 세계 92%로 나타났지만 WHO가 지난해 공기 오염 규정을 강화한 후 처음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7% 포인트 상승했다. 매년 전 세계 700만명이 대기오염 노출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가 경제 수준에 따라 공기 질도 다르게 나타났다. 아프리카와 서태평양 지역의 미세먼지 비율은 WHO 기준치보다 8배 가량 높은 반면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고소득 국가에서 WHO의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권고 기준치를 지킨 도시 비율은 17%인 반면 중·저소득 국가 도시들은 단 1%에 그쳤다. 중·저소득 국가의 기준치 자체가 낮거나 느슨한데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투자가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이산화질소 농도의 경우 중·저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 대비 1.5배 높다고 WHO가 밝혔다. 이산화질소 농도는 지중해 동부에서 가장 높았다. 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두 개의 건강 문제를 조기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는 걸 드러낸다”며 “지금보다 훨씬 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코트라, 중국 봉쇄로 막힌 수출 물류 보관·운송비 지원

    코트라, 중국 봉쇄로 막힌 수출 물류 보관·운송비 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4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일부 지역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물류비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중소기업이 중국에 도착한 수출화물의 운송 경로를 갑자기 바뀌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임시 보관해야 하는 상황 발생시 KOTRA 공동물류센터를 제공키로 했다. 또 다른 지역으로 긴급 운송하기 위한 중국 내륙 운송 서비스도 지원한다. KOTRA는 화물 보관료와 내륙운송비를 합해 기업당 최대 700만원을 특별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30여개사이며 지원 기간은 11월 말까지다. 중소기업 긴급 물류 지원은 올들어 네번째다. KOTRA는 연초 글로벌 물류사와 협력해 매주 70TEU 규모로 미국 동서부와 북유럽 주요 기항지에 선복을 고정 제공하고 있다. 선복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조치다. 나아가 지중해·중남미·호주 등지으로 확대를 위해 글로벌 물류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역별 물류난을 반영한 조치로 미국 LA와 롱비치 항만 적체로 운송 루트 변경이 필요한 기업에는 시애틀·타코마 등 우회 항로의 내륙 운송과 통관을 지원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근지 KOTRA 공동물류센터 20곳을 우선 지정해 중소기업이 화물을 보관하고 루트를 바꿔 다른 지역으로 안정적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창고보관료와 내륙 운송비로 최대 7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KOTRA 공동물류센터(226곳)를 임시 보관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을 확대했다.
  • [속보] 교황, 푸틴에 격노 “철없고 파괴적 침공”

    [속보] 교황, 푸틴에 격노 “철없고 파괴적 침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일부 강력한 통치자(potentate)가 갈등을 일으키고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 순방 중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이 이렇게 푸틴을 겨냥한 비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철없고 파괴적인 침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편이고 교황은 이번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지만,이날 발언은 교황이 격노했음을 보여준다고 AP는 평가했다. 교황은 지난달 13일 “도시 전체가 묘지로 변하기 전에 용납할 수 없는 무력 침략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지칭한 것은 기도할 때 등으로 한정해왔다.
  • [STOP PUTIN] 프랑스 국민배우 드파르듀, 친하게 지내던 푸틴에 등 돌려

    [STOP PUTIN] 프랑스 국민배우 드파르듀, 친하게 지내던 푸틴에 등 돌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가 좋았다. 2013년 세금 문제로 프랑스를 떠나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흑해 연안의 휴양지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여권을 받았다. 당시 둘은 악수를 나눈 뒤 서로 껴안았고, 드파르듀는 러시아가 “위대한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치켜세웠다. 2015년 그가 러시아의 크름(크림) 반도 합병을 지지하자 우크라이나가 5년 동안 그의 입국을 막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둘 사이를 갈라 놓았다. 그는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AFP 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러시아 사람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지도자들의 미치고, 용납할 수 없는 권력 남용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얼마 안돼 “두 나라는 늘 형제 국가였다”며 전쟁을 규탄하고 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또 1일 밤부터 사흘 연속 파리에서 열리는 공연 수익금을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우크라이나 희생자들에게”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일 드파르듀가 아마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설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드파르듀가 “민간인에 대한 공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며 그는 민족주의 요소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파르듀가 올해 초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 여생을 보냈고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시민권을 취득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 美 국방부 “러시아 우크라 침공 전쟁, 몇 주동안 지속될 가능성”

    美 국방부 “러시아 우크라 침공 전쟁, 몇 주동안 지속될 가능성”

    프랑스 AFP 통신 등 보도“러시아, 키이우 주변 병력 재편성…철수 아닌듯”“러군, 집으로 가는 정황 없어”젤렌스키 “러군, 살인 작정 괴물” 맹비난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벌인 전쟁이 몇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미 국방부 대변인이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국방부 언론 브리핑 자료·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변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병력이 동부 돈바스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키이우 주변의 병력을 재편성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아예 전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려는 의도로 보여 전쟁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키이우 함락에 일단 실패한 데 따라 주변에 배치됐던 병력의 20%가량을 전선에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어디로, 얼마 동안, 어떤 이유로 이동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다만 이들이 집으로 간다는 정황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병력이 벨라루스 등지로 이동해 재정비를 거친 뒤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돈바스가 재배치 후보지 중 한 곳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친러시아 지역인 돈바스에선 8년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분쟁이 이어졌고 우크라이나군도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그는 “한동안 질질 끌 수 있다”며 “며칠 또는 몇 주라는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유동적인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고 했다. 커비 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최정예 제82공수사단과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호를 각각 유럽과 지중해에 한동안 더 두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남부·동부 돈바스가 극도로 힘겨운 상황이며 특히 러시아 포위 공격으로 초토화된 마리우폴 주변으로 적군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에 대해 “불태우고 약탈하고 공격하고 살인을 작정한 괴물이다”라고 맹비난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날 국가보안 고위급 책임자 2명을 ‘반역자’로 색출해 파면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반역자 전원을 상대할 시간은 없지만 이들을 차례로 모두 처단할 것이다”라며 “이들 2명이 우크라이나를 수호할 의무를 배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국가보안 당국의 총괄 책임자와 헤르손 지부 책임자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에 맞선 전쟁에서 고위급 파면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 오줌 먹고 자란 올리브나무가 서귀포에 있다?

    오줌 먹고 자란 올리브나무가 서귀포에 있다?

    지중해성 기후에만 자라는 올리브나무가 제주 서귀포에서 3층건물 높이만큼 자라 눈길을 끌고 있다. 서귀포시 올레시장 입구 KT서귀포 지점 건물 앞에 45년이 넘은 올리브나무가 늠름하게 자라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서귀포 출신인 김상완(52)씨는 “올리브나무가 거기에 서 있는 줄 몰랐고 올리브나무가 자라기는 하냐”고 반문했다. 한번쯤 봤을 수도 있는 그 나무가 올리브나무였는지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KT서귀포지점에서 28년 근무한 조남숙(58) 팀장은 “20여년 전에는 다른데는 심어도 안 자라고 죽는데 여기에선 왜 이렇게 잘 자라느냐고 가끔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때마다 술 먹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오줌 싸서 잘 자란 것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한 적 많다”고 귀띔했다. 이 올리브나무는 자연제주 이석창(65)씨 부친 故이준화씨가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서 전화국장까지 한 이씨 부친은 건물을 지을 1978년 당시 집 마당에 심어 놓은 올리브나무를 옮겨 놨다. 어림잡아 나이가 족히 45년은 넘었다는 얘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 아테나는 도시의 수호신이 되기 위해 포세이돈과 힘을 겨룰 때에 도시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올리브나무를 선물로 줬다는 얘기가 있다. 도시 사람들은 포세이돈의 바닷물을 대신해 여신 아테나가 가져다준 올리브나무를 선택했다. 결국 올리브는 신의 선물인 셈이다. 김창윤 제주도 감귤아열대연구과장은 “서귀포가 유난히 따뜻하긴 하지만 제주의 온난한 기후에서도 얼마든지 올리브나무의 노지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표”라고 강조했다. 사실 올리브나무는 5월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6월 우기가 닥치는 국내 기후와는 안 맞는다. 열매를 맺기 쉽지 않을 뿐더러 설령 맺더라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 소득작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지역에 적합한 노지재배 오일용 올리브 품종을 선발했다. 올리브 재배지역은 북위 30~45°, 남위 30~45°로 제주지역도 상업적 재배 가능성이 있다. ‘버달레’, ‘레시노’, ‘마우리노’, ‘코로네키’, ‘프란토이오’ 등 5품종이 노지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농업기술원은 2020~2021년 2년 동안 올리브 코로네키, 루카 등 11품종을 대상으로 추위를 견디는 정도, 개화 및 과실 특성, 착과 및 새순 발생 특성, 오일 성분 등을 분석해 ‘코로네키‘ 등 4품종을 선발했다. 수량 및 오일 함량을 고려한 결과 ▲코로네키 ▲루카 ▲프란토이오 ▲버달레 품종 순으로 제주 노지재배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주당 수량은 ‘코로네키‘, ‘루카‘, ‘프란토이오‘, ‘버달레‘ 품종이 1000g 이상이었고, 그중 ‘코로네키‘ 품종은 1만 1700g으로 월등히 많았다. 과중 기준 오일 함량 10% 이상 품종은 ‘코로네키‘, ‘프란토이오‘, ‘루카‘, ‘버달레‘이고 그 중 ‘코로네키‘ 품종이 12.2∼12.4%로 가장 많았다. 올리브 11품종에 대한 품종별 수체생육 및 과실특성 등 연구결과는 농업기술길잡이 ‘올리브’ 책자 및 새로운 제주농업, 농업기술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김창윤 과장은 “현재 제주에선 한경면 낙천리 등지에서 1.2㏊(약 3000여평)의 올리브 나무를 재배하고 있다”며 “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아직 없지만 제주에서 생산된 올리브유를 맛볼 날도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속보]‘신종 변이’ 또 출현…델타·오미크론 섞였다

    [속보]‘신종 변이’ 또 출현…델타·오미크론 섞였다

    유럽·미국서 ‘델타크론’ 신종변이 발견WHO “델타크론 확인, 매우 적은 수준”“중증도? 다른 변이와 다르지 않아” 최근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중 오미크론 변의가 검출된 비율이 100%에 달하는 등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가운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섞인 ‘델타크론(Deltacron)’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12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델타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세계 각국 보건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름만 보면 마치 델타 변이의 치명력과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인 전염력을 모두 갖춘 무서운 바이러스처럼 느껴지지만, 전문가들은 새 변이가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보건국 전염병학 에리카 팬 박사는 관련 브리핑에서 “델타크론은 지난해 여름(델타 변이)과 올해 겨울(오미크론 변이) 유행한 코로나19 변이들이 섞인 변종”이라고 소개했다. 팬 박사는 현재 전국적으로 소수지만 델타크론이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팬 박사는 “우리에게 이것은 다음 것(확산)이 올 것이라는 징조”라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델타크론 출현, “실험실서 오염 일어난 결과” 가능성도 델타크론은 지난 1월 지중해에 있는 나라인 키프로스공화국에서 최초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세계 우세종이던 델타 변이와 현재 세계 우세종인 오미크론이 혼합체인 변이의 출현으로 우려가 커졌다. 다만 당시 델타크론 출현은 실험실에서 오염이 일어난 결과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가운데 지난 8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은 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게놈 서열 데이터베이스인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델타크론 변이의 완전한 유전자 정보를 보낸 것으로 델타크론 변이가 공식 확인됐다는 의미다. 다만 전염병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이 혼합 변이를 우려하긴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최소 1월부터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할 능력이 있음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과학자들은 델타크론의 단백질 유전자가 거의 대부분 오미크론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감염 또는 백신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사람들은 델타크론에 대해서도 보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WHO “델타크론 확인, 매우 적은 수준” 연방질병통제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델타크론을 관심 변이 혹은 위험 변이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델타크론의 위험성이나 전파력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마리아 밴 커코브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유럽에서 델타크론이 확인됐지만,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WHO는 이 혼합변이를 추적하고 있고, 이 변이의 중증도는 다른 변이와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WHO는 오미크론 변이 이후 등장한 ‘스텔스 오미크론(BA.2)’ 변이에 대해서도 원조 오미크론보다 더 심한 중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 무능한 관료·울분 속 시민… 페스트, 코로나 시대 ‘거울’

    무능한 관료·울분 속 시민… 페스트, 코로나 시대 ‘거울’

    지중해 세계를 호령했던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은 19세기 이후엔 근대화에 뒤처지고 서구 열강에 휘둘려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지난 2년여간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는 허술한 전염병 관리 체계와 공포·불안에 시달렸는데, 이 같은 전염병이 120여년 전 쇠락해 가는 오스만제국을 덮쳤으면 어땠을까.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신작 소설 ‘페스트의 밤’은 역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서사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외부 충격에 어떻게 대응하고 진화하는지를 세밀히 묘사했다. 소설은 1901년 오스만제국의 속주 ‘민게르’라는 가상의 섬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촉발된 이야기를 다룬다. 오스만제국 술탄(황제) 압뒬하미트 2세는 유명한 방역 전문가이자 기독교인인 본코프스키 파샤를 이 섬에 파견하나, 이 섬은 이슬람교와 그리스정교회가 공존하는 문명의 충돌지였다.무슬림들은 방역 조치를 존중하지 않고 본코프스키는 거리에서 살해당한다. 압뒬하미트 2세는 다시 이슬람교도 의사 누리를 파견한다. 그는 압뒬하미트 2세의 조카딸인 부인과 민게르섬에 들어오지만 종교·정치적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역은 실패한다. 오스만제국은 구호선을 파견하기는커녕 전염병 확산을 우려한 서구 열강의 압력에 못 이겨 섬을 봉쇄하기에 이른다. 절망에 빠진 섬 지도층은 민게르가 독립국임을 선포한다. 작가는 방역을 강경하게 진행하려는 정부와 책임을 회피하는 무능한 관료, 방역을 거부하고 전염병을 믿지 않는 사람들, 종교·계층 갈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불신과 절망, 울분을 여실히 보여 준다. 특히 “페스트는 국가의 잘못이 아닙니다”(173쪽)라는 총독의 말에 반박하듯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는 존립 근거를 잃게 됨을 경고한다. 주목할 것은 민게르섬 주민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민족주의와 자유, 독립에 눈떠 가는 과정이다. 양대 종교가 공존하는 민게르는 나중에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이 되는 등 작가가 꿈꾸는 실험적 이상향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를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의 독재에 시달리는 오늘날 터키가 전근대적 오스만제국과 다를 바 없다고 우회적으로 꼬집는 듯하다. 작가는 2016년부터 이 소설을 집필하다가 원고 작업을 마무리 지을 즈음 코로나19가 터져 작품의 상당 부분을 다시 썼다고 한다. 음울할 수 있는 팬데믹 시대의 분위기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이 책은 1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역병을 맞는 인간의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매운맛을 뺀 고추의 다양한 표정들/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매운맛을 뺀 고추의 다양한 표정들/셰프 겸 칼럼니스트

    레시피북은 마치 성경과도 같다. 종교적으로 신성시한다거나 절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언뜻 보기에 모호한 성경 구절의 행간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듯 레시피를 바라본다는 뜻에서다. 성경 구절을 단순히 암기하는 이도 있지만 그 구절의 의미를 해석해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들도 있다. 레시피북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이런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레시피는 거의 없다. 목자가 없으니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 가끔 레시피를 붙잡고 씨름을 한다. 답답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스스로 깨우쳤을 때 오는 희열 같은 게 있다.최근엔 중동 지역의 레시피를 연구하다 고추의 쓸모가 생각보다 꽤 다양하다는 것에 놀랐다. 단순히 음식에 매운맛을 주는 식재료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음식에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할 수 있는 유용한 식재료로서 고추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할까. 고추에서 매운맛은 존재의 이유이자 쓸모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매운맛을 빼놓고 보면 훨씬 더 매력적인 향과 맛을 부각할 수 있다. 고추는 스스로 맵기로 결심한 식물이다. 보통 열매를 가진 식물은 스스로 동물의 먹이가 돼 씨를 퍼뜨린다. 식물의 열매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종을 보존하기 위한 식물의 교묘한 전략 덕인 셈이다. 식물에 가장 고마운 존재는 조류다. 씨앗을 그대로 삼키고 배설할 뿐만 아니라 멀리까지 날아가 씨앗을 퍼뜨려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포유류다. 어금니를 이용해 열매를 씹어 먹으니 고추 입장에선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유류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매운맛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게 매운 고추의 사연이다.매운맛은 고추의 캅사이신 성분 때문인데 조류는 매운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도 조류가 열매를 쪼아 먹어야 하니 과육은 매력적인 맛과 향이 있어야 했고 온통 녹색인 야생의 숲에서 포식자의 눈에 띄기 좋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것처럼 달콤하면서 청량한 과육을 가진 형형색색의 고추가 탄생했다. 눈물 나게 매운맛을 제외하면 꽤 매력적인 자질을 타고난 셈이다. 고추는 15세기 콜럼버스에 의해 남미에서 유럽으로 소개됐고 이후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고추는 많은 이름을 얻었다. 콜럼버스가 고추를 발견한 최초의 섬 원주민들은 ‘아히’라고 불렀지만 후추, 스페인어로 ‘피미엔타’를 찾고 있었던 콜럼버스는 아쉬운 김에 고추를 ‘피미엔토’로 이름 붙여 스페인에 소개했다. 피미엔토는 영국에선 ‘페퍼’, 이탈리아에선 ‘페페로네’, 프랑스에선 ‘피망’, 헝가리에선 ‘파프리카’로 불렸다. ‘칠리’는 옛 아즈텍어에서 유래됐다.고추는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음식 작가 제니 린포드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재료에 묘미를 더해 주는 효과로 인해 향신료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한다. 고추가 단조로운 식단에 강한 자극을 주는 역할을 했고 특히 남유럽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처럼 무덥거나 습한 지역에서 훨씬 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아주 매운 일부 고추를 제외하고 고추의 매운맛은 속에 있는 씨와 피막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매운 고추는 땀을 쏙 빼게 하는 자극적인 매력이 있지만 맵지 않은 고추는 활용도가 훨씬 많다. 우리가 아는 파프리카는 맵지 않게 개량된 대표적인 고추다. 아삭한 식감과 달큼한 맛은 향신채보다는 채소나 과일에 가까운 특성이다. 페루에서는 아히 아마리요라는 맵지 않은 노란 고추의 과육을 갈아 셰비체에 넣거나 다양한 소스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의 고춧가루처럼 페루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스페인식 차가운 수프인 가스파초에도 맵지 않은 붉은 고추를 갈아서 넣는다. 대체로 산뜻하거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청량한 풍미를 불어넣고 싶을 때 맵지 않은 고추의 과육을 생으로 사용한다. 날것의 고추도 매력 있지만 익혔을 땐 또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게 크고 붉은 고추의 겉면을 숯불에 태워 껍질을 벗겨낸 ‘피미엔토스 아사도스’다. 구운 파프리카라고 이해하면 쉬운데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스페인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태우는 게 번거롭다면 간단하게 이국적인 고추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홍고추를 기름에 넣고 가볍게 익힌 뒤 잘게 썬 후 올리브유와 와인 식초를 넣으면 지중해식 고추 양념장이 완성된다. 기름진 고기에도 어울리고 생선에도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이다. 매워야만 고추라는 편견을 버리면 고추는 훨씬 다양한 표정을 보여 줄 것이다.
  • ‘재앙의 도시’ 방불…12㎞ 상공까지 치솟은 에트나 화산재 기둥

    ‘재앙의 도시’ 방불…12㎞ 상공까지 치솟은 에트나 화산재 기둥

    유럽 최대 활화산인 이탈리아 에트나산이 또 분화했다. 지난 11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분화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지중해 시칠리아섬 동남부 에트나산이 분화해 한때 비행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에트나산 남·동사면 분화구에서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왔다. 이탈리아지질화산연구소(INGV)에 따르면 자갈이 뒤섞인 화산재 기둥은 12㎞ 상공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카타니아 국제공항이 한동안 폐쇄됐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화산재가 온 하늘을 뒤덮자 이탈리아 당국이 주변 지역에 비행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공항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용암분출은 오후가 돼서야 멈췄다. 다행히 이번 분화로 사람이 다쳤거나 건물이 파손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에트나산은 높이 3324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다. 최소 2700년 전부터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1669년 폭발 때는 에트나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시칠리아 동부 최대도시 카타니아 일부를 덮쳐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1983년에는 용암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다이너마이트가 동원됐을 정도로 분화가 위협적이었다. 1992년 분화 때는 용암이 몇 달 동안이나 그치지 않아 군대까지 나서서 흙벽을 쌓아 올렸다. 1998년 이후에만 200차례 이상 분화했을 정도로 에트나산은 그 활동력이 왕성하다. 유네스코(UNESCO)도 에트나산의 지질학적 연구 가치를 인정해 2013년 6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에트산은 지난 11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분화했다. 화산재 기둥이 최대 10㎞ 높이까지 솟아올랐을 만큼 강력한 분화였다. 현지 공영방송 라이(Rai)뉴스가 “근래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날 분화는 시칠리아섬과 가까운 본토 칼라브리아주 일부 지역에서도 목격됐다. 근래 이 정도 규모의 분화는 2015년과 작년에 각각 한번 관측된 바 있다. 11일 분화 과정에서는 분화구 위로 번개가 치는 화산 번개 현상도 관측됐다. 붉게 타오르는 화산 위로 번쩍이는 번개가 마치 지옥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INGV 화산학자 보리스 벤케 박사는 “화산 번개는 격렬한 화산 분화나 화산이 물 근처에 있을 때 발생하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라면서 “에트나 화산에서는 지난해와 2013년, 2015년에 화산 번개가 관측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 [애니멀 픽!] 풍선 같네…사람과 함께 헤엄치는 거대 해파리

    [애니멀 픽!] 풍선 같네…사람과 함께 헤엄치는 거대 해파리

    사람 만큼 큰 해파리 한 마리가 카메라에 잡혔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레바논 북부 해안 도시 바트로운 앞바다에서 현지 사진작가 이브라힘 찰호프가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대 해파리를 촬영했다. 사진 속 해파리는 몸빛이 엷고 밝은 청색이고 갓 부분이 둥근 생김새에서 노마드 해파리(학명 Rhopilema nomadica)로 여겨진다. 이 종은 최대 몸길이 90㎝, 몸무게 10㎏에 달한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헤엄치는 한 프리 다이버의 몸과 비교하면 해파리의 몸길이는 최소 1.6m로 보여 기존에 알려진 사실보다 큰 개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이버는 해파리 갓 부분과 접촉하고 있지만, 촉수에는 독이 있어 헤엄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노마드 해파리는 원래 인도양과 태평양의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종이지만, 1970년대 이후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입돼 그후로 지중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무리를 지어 해안에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 해변 방문객 수가 최대 10%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은 이 종을 유럽 해역에서 가장 심한 해양 침범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재 레바논쪽 지중해는 아름답고 큰 해파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계절이다. 난 다시 내가 사는 지역의 바다로 돌아와 그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육해공만 선 긋나… 우주·디지털까지 끝없는 ‘땅따먹기’

    육해공만 선 긋나… 우주·디지털까지 끝없는 ‘땅따먹기’

    극지방·우주·디지털도 국경 경쟁러·우크라 갈등엔 ‘크림반도’ 작용이·팔 수자원 둘러싸고 전쟁 불씨미·중 심해에서 벌이는 기술 경쟁  한반도 ‘DMZ’ 남북 특수한 경계평화적 해결 기대하는 기회의 땅코로나에 ‘바이러스 국경’도 등장국토의 3면이 바다인 데다 휴전선을 두고 있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경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간혹 누군가 철책을 넘어와 뉴스가 되기도 하지만 해방 이후 그대로 유지됐던 국경은 지금도 불변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국경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경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영국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 교수이 자 사회과학아카데미 연구원으로 지정학 권위자인 저자가 치열한 ‘땅따먹기’ 전쟁이 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국경을 정리했다. 교과서같이 정갈하게 쓰인 책을 한 장씩 넘길수록 하천과 바다, 산, 남극과 북극, 우주, 그리고 디지털 영역까지 국경이 사실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가까이 와닿는다.“대부분의 문화권에는 ‘국경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존재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매일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세계사의 변곡점마다 갈등이 촉발된 배경에는 국경이 있었다. 요즘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보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에는 특히 2014년 러시아가 ‘승인되지 않은 국경’이었던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보안군을 궤멸시키면서 격화된 맥락이 작용하고 있다. 이후 두 나라는 2018년 케르치 해협 통행을 두고 충돌했고 러시아는 아직도 24명의 우크라이나 선원들을 억류 중이다. 저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구와 해상 활동을 봉쇄할 요량이며, 국제 제재가 러시아에 가해지고 있지만 그 나라가 크림에서 떠날 기미는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물과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얻기 위한 국경전쟁도 끊임없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외교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가 1988년 “다음 중동전은 정치보다는 물 때문에 벌어질 것”이라 예고할 만큼 복잡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대수층과 인더스강, 나일강 유역 나라들이 벌이는 수자원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히말리야 국경을 지키기 위해 해발 고도 수천 미터 빙하 지대에 국경수비대를 둔 인도와 파키스탄, 지중해 키프로스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 유럽연합(EU), 심해에서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경 분쟁이 일어나면 각 나라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 지역사회는 생활 터전을 잃고 일상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저자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를 ‘무인지대’로 분류했다. 실질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국제정치의 틈과 금을 보여 주는 국경으로 특히 정전협정 이후 길이 250㎞, 폭 4㎞로 완충 지대를 둔 남북의 특수한 경계 상황을 지정학자 입장에서 풀어냈다. “남한 정부의 경우 DMZ를 일시적인 불협화음으로 취급하며 핵무장을 한 북한이 언젠가 DMZ를 넘어 침공해 올 수 있다고 여기면서도, 평화적 해결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모호하지만 언제든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언급하며 “비록 픽션이지만 DMZ가 지난 70년만큼 그렇게 확고부동한 게 아님을 제시해 준다”고 지적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제 국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넘나든다. ‘스마트 공항’처럼 갈수록 더 빠르고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디지털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을 닫고 열기를 반복하면서도 통제하지 못한 ‘바이러스 국경’도 새로 등장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일부 섬나라는 국경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더이상 먼 나라, 먼 이웃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국경은 점점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 [달콤한 사이언스] 극한기후가 투표 성향까지 바꾼다

    [달콤한 사이언스] 극한기후가 투표 성향까지 바꾼다

    지난 3일 4당 대통령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RE100’, ‘EU택소노미’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변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은 물론 일부 언론은 ‘대선 토론은 장학퀴즈가 아니다’며 반발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기후변화와 그에 대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상식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에 따라 시민들의 지지세가 크게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친환경 정책을 내놓는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세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빈 인구학연구소,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이탈리아 볼로냐대 통계과학과, 보코니대 사회정치과학과 공동연구팀은 극한 기후에 대한 경험이 정치권의 친환경적 태도에 지지세를 높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2월 8일자에 실렸다. 유럽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국 의회 내 녹색당처럼 환경을 강조하는 정당들의 의석수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과거 극한 기후에 대한 경험이 이 같은 변화의 중요한 동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질적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연구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EU집행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인 ‘유로바로미터’에 참여한 34개국의 데이터와 28개국 유럽 역내 국가들의 의회선거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기온, 홍수, 가뭄과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폭염이나 홍수, 폭설 같은 극한 기후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게 나타났으며 실제로 선거에서도 반영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향성은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남유럽 지역보다는 온대 대서양 기후나 서늘한 대륙성 기후를 가진 중부, 북부 유럽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극한 기후를 경험한 지역이나 나라라고 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나 지역 재정이 취약한 곳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낮았고 녹색친화적 정치인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기후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 때문에 친환경적 정책에 뒤쳐지는 지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피에로 스타니그 보코니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거나 막기 위한 정책제시나 행동 없이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유럽 중심의 연구결과이기는 하지만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니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성향은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교황에게 물었다 “신이 왜 아이들 고통 개입 않는지” 교황의 답은

    교황에게 물었다 “신이 왜 아이들 고통 개입 않는지” 교황의 답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이후 TV 토크쇼에 처음으로 출연해 신과 이주자, 어린이와 여성, 취미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교황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방영하는 일요일 밤의 인기 토크쇼 ‘날씨가 어떤가요(Che Tempo che Fa)’에 출연해 각별한 눈길을 끌었다고 dpa와 AP 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2013년 즉위한 뒤 현지와 해외 매체 인터뷰에 여러 차례 응해 왔으나 심야 토크쇼에 정식 출연해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인터뷰는 바티칸 교황청과 밀라노 스튜디오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진행자 파비오 파치오가 무고한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신이 왜 내버려 두는지 묻자 교황은 “그거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답했다. 교황은 이어 “내 믿음을 갖고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왜 아이들이 고통받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험담과 괴롭힘이 우리 사회에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험담은 정체성을 파괴한다”며 이는 가족과 공동체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주자들이 환영받고 사회에 통합돼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지중해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펼치는 선박들이 연안 국가들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은 주권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이주자들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밝혀야 한다”며 유럽에서 더 나은 삶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 간 연대 강화를 촉구했다. 진행자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유럽 내 긴장을 언급하자 교황은 “전쟁은 항상 파멸”이라고 말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다에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은 범죄”라며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지구와 모든 것을 죽인다”고 지적했다. 무거운 주제를 벗어난 가벼운 문답도 오갔다. 교황은 지난달 로마의 한 음반 가게를 깜짝 방문한 것과 관련해 클래식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면서도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처럼 탱고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시절 추억으로는 나중에 푸줏간 주인이 될까 생각했다고도 털어놓았다. 동네 푸줏간 주인이 주머니에 가득찬 돈을 모아 벨트에 넣어 차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황은 외롭다고 느끼거나 친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친구가 필요하고,또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적지만 진정한 친구들”이라고 덧붙였는데 어떤 사람들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평소 대중 연설을 마칠 때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당부를 듣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소한 나에 대한 좋은 생각을 보내달라. 난 언제나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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