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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이름 쉽게 바꿀수 있다/대법원/내년 1년간…개명절차 간소화

    ◎담임교사 확인땐 모두 허용/학부모 9% “이름 고쳐주고 싶다” 국민학교에 재학중인 어린이에 대한 개명이 내년 일년동안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된다. 대법원은 26일 내년 1월 1일부터 국민학교에 재학생의 경우 학교에 제출하는 신청서외에 다른 절차나 소명자료 없이도 이름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학교아동에 대한 개명절차 간소화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현행 개명절차는 이름을 함부로 바꿀경우 개인의 동일성에 대한 식별이 곤란하고 사회질서와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허가에 제한을 두어 왔다.불가피한 사유로 개명을 원할 때도 호적이나 족보,주위사람들의 의견서등 까다로운 소명서류 첨부와 법원의 복잡한 개명절차때문에 대부분의 신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등 사실상 개명이 어려워 민원의 소지가 돼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국민학생의 경우 개명신청만 하면 인명용 한자(2천9백64자)에 없는 이름이나 「악마」 「지존파」등 일반관념상 용납할 수 없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원하는대로 이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족보상의 항렬자를 따르기 위한 목적 ▲친족간에 동명자가 있거나 ▲부르는 이름이 호적이름과 상이 경우 ▲한글이름을 한자로 바꾸기 위한 경우 ▲이름이 욕설로 들리거나 수치감을 느끼게 할 경우 개명이 허용된다.이밖에 이름이 부르기 나쁘거나 남녀 성별에 어울리지 않거나 흉악범등을 연상케 할 경우에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이에따라 희망아동은 재학중인 학교 담임교사의 확인만으로 소재지 법원에서 개명절차를 밟을 수 있게 했으며 각 법원은 개명을 허가한뒤 해당 시군의 호적담당부서에 개명신고서를 일괄적으로 보내주는 등 개명신고절차도 대행해 줄 계획이다. 개명 희망자는 전국의 각 교육구청에 배부된 개명허가신청서 및 개명신고서 양식에 따라 학교장을 통해 각 관할 법원에 신청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한편 대법원이 지난 6월 전국의 6개 국민학교에 재학중인 아동 7천2백73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학부모 6천1백3명가운데 8.91%인 5백44명이 자녀의 이름을 바꾸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개명을 원하는 이유로는 이름의 발음이 저속하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가 12.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성명철학상 나쁘다(12.7%),한자이름을 한글이름으로 바꾸기 위해(10.39%)등의 순이었다.또 이름을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한 이유로는 개명 허가절차를 몰라서가 59.67%였다.특히 절차는 알고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못했다는 응답자도 13.4%나 됐다. 대법원은 내년 한햇동안의 실시결과를 바탕으로 미취학 아동이나 중·고·대학생가운데 희망자에 대해서도 개명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주는 방안의 시행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한편 중학교 이상의 개명은 이미 사회적으로 이름이 통용화되어 있거나 법적으로 인정이 되어있기때문에 이를 신중히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 서울신문 선정/국내 10대 뉴스/꼬리문 사건·사고에 충격… 허탈

    ○김일성 사망 분단과 민족상잔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북한 김일성이 7월 8일 새벽2시 82세를 일기로 사망함으로써 한반도에 일대 변혁의 단초를 제공했다.우리 내부에 조문파동도 일으켰던 그의 사망은 분단 50년만에 성사직전까지 갔던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아쉬움도 함께 가져왔다.세계는 지금 김정일의 공식적 권력승계 지연사유에 관심을 보이면서 북한내 권력구조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존파 충격의“살인” 사회에 대한 적대감으로 4차례에 걸쳐 모두 5명을 살해한 뒤 부유층을 겨냥해 또 다른 범행을 기도했던 김현양등 지존파일당이 검거돼 추석연휴 온국민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사체소각로까지 갖춘 살인공장을 차려놓고 중소기업체사장 소윤오씨(42)부부를 살해했던 이들은 기관총을 이용,러브호텔을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뻔뻔히 말해 시대의 아픔을 되씹게 했다. ○전국 곳곳 도세적발 9월초 인천 북구청에서 시작한 세무비리는 불과 1백여일만에 부천시 3개구청과 서울·부산 등 전국 50여곳에서 속속 드러나 국민의 분노가 증폭됐다.지금까지 밝혀진 횡령액만도 1백억원대를 넘고 있다.세도들은 대부분이 6급이하로 상급자등에게 뇌물을 상납,범행을 은폐해 왔다.특히 일부 법무사들이 연결고리로 깊숙이 개입,세무행정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도시가스 대폭발 참사 12월 7일 하오 서울 아현동 도로공원안 지하 도시가스기지에서 대형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12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인근 가옥 1백여채가 불에 타 4백여명의 이재민을 냈다.사고는 가스회사 점검반원들이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않고 작업을 하다 가스가 외부로 누출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대형가스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87년만에 폭염… 가뭄 7월 23일 서울38.2도,51년만의 최고기온.24일 서울38.4도,기상관측이래 87년만의 최고기록.새벽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도 한달가까이 이어졌고 대구에서는 낮기온 35도를 넘는 날이 25일이나 지속됐다.장마가 실종되고 태풍마저 올듯 말듯 비켜가 전국이 생활·농업·공업용수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남부가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황영조 마라톤 아주 제패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양쪽에서 마라톤의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황영조 단 한사람 뿐이다.최우수선수상은 마땅히 그에게 주어야한다.히로시마아시안게임의 최우수선수를 뽑는 자리에서 일본 교도통신의 기자가 내세운 주장에는 반박이 있을 수 없었다.지난10월9일 일본의 하야타(조전)를 막판에 제치고 이룩한 황영조의 역전우승은 온 아시아가족을 감동시킨 명승부였다. ○정부조직 대개편… 전면 개각 김영삼 대통령은 정부조직을 30년만에 크게 개편하고 그에 따른 전면적인 개각을 단행,세계화를 지향하는 「이홍구내각」을 출범시켰다.12월 3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에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는 등 2원 14부 6처의 정부조직이 2원 13부 5처로 축소됐다.이어 17일 이총리가 임명되고 23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통과되자 바로 개각이 단행됐다. ○토초세 위헌 판결 부동산투기의 억제와 땅값안정을 위해 제정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이 7월29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 불합치」판정을 받았다.이미세금을 낸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과세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속출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이에 따라 토초세법의 세율체계와 유휴토지의 판정기준 등이 전면 개정됐다. ○성수대교 붕괴… 32명 사망 10월 21일 상오7시40분쯤 성수대교가 붕괴돼 무학여중·고생 9명등 출근길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일어나 국민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내렸다.다리상판의 연결부위가 끊어져 일어난 이 어이없는 참사로 이원종서울시장이 물러나고 이신영서울시 도로국장등이 구속됐으며 다른 한강다리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이 실시됐다. ○군 하극상… 장교탈영 사상 처음으로 현역장교 2명이 하사관과 무장탈영한데 이어 군사격장에서 사병이 소총을 난사,장교 2명을 사살하는 등 군기 해이사건이 잇따랐다.지난 9월 27일 일어난 장교무장탈영사건은 「장교길들이기」란 하극상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초급장교의 통솔력문제도 함께 제기했다.이 사건으로 군 기강확립이 군내 최우선과제로 떠오른 가운데10월 31일 사격장 난사사건이 또다시 발생,군기강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요구하게 했다.
  • 사건·사고로 본 1994년/기자방담

    ◎성수대교 붕괴… 「건설한국」명성 먹칠/세금비리·도시가스폭발 겹쳐 충격 증폭/지존파·박한상 범행땐 도덕성 파탄 분노/통신구화재… 정보망 관리부실 드러나/「장교 길들이기」 등 군의 하극상 이슈화 □참석자 ◇사회부=정수완 주병길 박현갑 박찬구 김환용 박용현 김태균 이순녀 기자 ◇전국구=김동진 김학준 기자 94년 갑술년은 초대형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해였다.지존파·온보현·박한상·증인보복 등 악마적 범죄가 꼬리를 물었고 성수대교붕괴·아현동가스폭발사건 등 부끄러운 후진국형사고도 봇물터지듯이 이어졌다.여기에 인천세무비리에서 불거진 공무원들의 세금도둑질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대다수의 선량한 서민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그리고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의 기강문란사건도 시민들의 불안증후군을 가중시켰다.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1년동안 사건·사고현장을 발로 뛴 일선 취재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재조명해 본다. ­올 한해는 「재난의 해」였습니다.최근 한 잡지에서 어린이5백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10대뉴스를 선정했는데 1위는 성수대교붕괴,2위 지존파살인사건,3위 충주유람선화재사고,4위 온보현택시강도,5위 비행기추락사고,6위 세금비리,7위 서태지악마사건,8위 국민학생투신자살,9위 김일성사망,10위 조창호소위귀순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어린이들은 「나라망신」「너무 끔찍해서」「정부가 국민을 속여서」등등의 선정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동심에 비친 10대뉴스는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고 봅니다. ­올해 최대의 뉴스는 단연 성수대교붕괴였습니다.출근길에 느닷없이 무너진 성수대교는 다리 하나가 끊어진 물리적 사고가 아니라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들이 마치 가슴 한쪽을 한강에 빠트린 것과 같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성수대교붕괴의 여파는 2주 동안 수도 서울의 시장을 2명이나 갈아치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검찰의 성수대교 수사 당시 이원종 전 서울시장을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새벽닭이 울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구속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던 한 검찰간부가 결국 이 전 시장을 귀가시킨 뒤 『새벽닭이 죽어버렸다』며 자조어린 말을 내뱉은 것은 두고 두고 법조주변의 이야기거리가 됐지요. ­성수대교붕괴가 세계 각국의 톱뉴스를 장식하면서 건설대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깍아 내려 버렸다고 봅니다.무엇보다 서울시민에게는 출퇴근길 한강다리를 지날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려야 하는 불안감과 교통체증이라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이 사고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교훈과 자성의 계기가 되었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가혹하고 엄청난 것이었어요.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는 육·해·공에 이어 지하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어이없는 사고였습니다. 대낮 주택가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12명의 인명피해와 70여명의 부상자 그리고 6백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대형사고의 발생원인을 추적해보면 항상 확인되듯이 이 사고도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공원지하에 가스기지를 설치한 당국의 사고불감증이 부른 「예고된인재」였다는 점이 국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폭발현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30여m나 치솟은 불기둥과 주택가를 뒤덮은 화마가 휩쓸고 간 뒤 숯덩이가 된 시신을 놓고 신원확인작업을 벌이는 가족들의 울부짖음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시신을 찾는데 유전자 감식이라는 첨단기술이 동원됐지만 평소 달고 다니던 귀걸이와 의치·금이빨·시계·열쇠 등 금속물이 시신찾기에 한몫을 단단히 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1일에 발생한 서울 종로의 지하통신구화재사고도 사상최악의 통신대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지나칠 수 없는 대형사고였어요. ­그렇습니다.이 사고로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이 소실되면서 유·무선전화와 행정전산망,은행온라인망,교통신호등,무선호출등이 두절돼 정보화시대의 첨단시스템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줬습니다. ­이들 사건·사고가 부실공사와 관리체계의 허술함,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면 박한상,온보현,지존파,증인보복사건 등은 도덕불감증시대의 인간성상실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말해줬습니다. ­박한상사건은 「사람의 아들이기를 포기한 패륜아」,택시강도 온보현사건은 「택시 한번 잘못 타면 목숨 잃는 세상」,지존파는 「비뚤어진 인간성 때문에 일어난 광란의 살인극」으로 특징을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곪고 병든 우리 사회의 도덕적 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 잔혹극이었죠.김경록의 증인보복살해사건도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한 가정을 처참하게 파괴한 삐뚤어진 젊은이의 전형이었습니다. ­국민을 경악과 공포에 몰아 넣은 박한상사건은 사건 초기부터 박이 용의자로 의심받았어요.그러나 『아들이 설마…』하는 마음에 얘기도 꺼내지 못했었죠.그런데 박이 부모의 삼우제를 지낸 직후 재산상속을 위해 아버지의 인감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모가 드러나게 됐지요. ­이 사건을 계기로 강남의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된서리를 맞았고 자식교육의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어요. ­6명의 살인집단이 4차례에 걸쳐 5명을 살해하고무기와 백화점고객명단까지 입수해 또 다른 범행을 기도하려한 지존파사건은 충격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하는 한탄과 자조에 빠지게 한 엽기적 사건이었습니다.특히 부유층 등 특정계층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KKK단에서 볼 수 있는 「증오범죄」의 전형을 띄었다고 분석됩니다. ­『압구정동 야타족을 죽이고 러브호텔로 쳐들어가려 했는데 결행을 못해 분하다』『여자는 어머니도 믿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등 이들이 독기어린 말을 내뱉는 것을 TV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전남 영광의 한 외딴 단독주택을 「살인공장」의 아지트로 정해 시체 소각로까지 만들어 철저하게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시체를 태울 때 냄새를 없애려고 그 자리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범행동기를 보면 짐승같은데도 범행수법은 치밀하고 용의주도해 악마들의 집단임을 입증했지요. ­극적으로 이들로부터 탈출해 사건을 알린 이모양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도 묘사되지 않은 드라마였다고 생각됩니다.목슴을 부지하기 위해 범인들의 살인제의를 받아들여 애인을 사살한 뒤 공범으로 행세해야 했던 이양에게 동정과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죠.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검의 수사검사는 『세상에 신과 악마가 존재한다면 이 사건이야말로 악마의 대리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고 말했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택시를 몰고 다니며 여자승객들을 상대로 납치·살인행각을 벌인 온보현사건에서 온은 8월31일부터 9월14일사이의 불과 보름동안 훔친 택시를 이용,6명의 부녀자를 연쇄납치해 3명을 성폭행하고 2명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온은 1심공판에서 변호인이 사형제도의 폐지를 역설하자 『지금까지 하신 말씀은 한마디로 쓸데없는 말씀입니다.나같은 놈은 죽어야 합니다』고 말하더군요.이 사건은 불특정다수를 범행대상으로 삼는 「사회저항형사건」의 무서움을 새삼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 악마적 사건을 계기로 인간성회복을 위한 운동본부가 조직됐고 각 지역간의 공조수사 헛점을 보강하기 위해 경찰 광역수사단이 설치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입니다. ­올해 일어난 사건·사고 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됐던 사건은 도세사건이었습니다.세금도둑의 줄임말인 「세도」라는 신조어는 올해 언론이나 국민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 내린 말이 됐습니다.「세금있는 곳에 비리있다」는 오래된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지요.9월 인천 북구청에서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부천과 서울 등지로 옮겨 붙으면서 전국으로 확산돼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사건 취재과정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아요.특히 인천의 큰 세도 안영휘씨는 20년간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퇴직하면서 「납세자의 애로사항을 지방세정에 잘 반영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는 것이지요.이밖에 세도들의 대부분이 평소 청백리로 행세해 상을 받지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습니다.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온 어떤 독자는 안씨를 「올해의 인물」에 뽑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9월27일에 일어난 울산 장교탈영사건과 10월31일의 양주 사병총기난사사건은 「장교길들이기」와 「전대미문의 하극상」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적전대치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군의 총체적 위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요.모든 국민들은 군이 자체정화작업을 통해 「무너진 군기로 인해 땅에 떨어진 사기」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으며 우리 군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서강대 박홍총장의 『주사파 배후에 김정일 있다』『북한장학금 받은 교수 있다』『정부·여당에도 주사파 있다』『청와대·안기부에도 주사파 있다』는 주사파 씨리즈발언은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기승을 떨쳤던 올 여름을 강타했습니다. ­이밖에 철도·지하철파업과 조계사폭력사태,대학내 김일성분향소설치,충주유람선화재,서해 훼리호침몰,KAL기 제주도착륙사고,검찰의 12·12사건 불기소처분 등도 올 한해를 진동시킨 사건·사고로 기억될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신문사 안에서 「잔치(대형 사건·사고)때 한번 쓰려고 기르는 돼지」로 지칭되는 사건기자들은 정말 정신차릴 틈이 없을만큼 비지땀을 흘리며 뛰어다닌 한해였습니다.「액땜」이라는 우리 말이 있는 것처럼 올해의 모든 불행한 일들이 앞으로 더욱 잘되기 위한 액땜이 되어 을해년 새해부터는 평화로운 일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 세계화시대의 문화의식/임영방 국립현대미술관장(일요일 아침에)

    감술년이 보름을 채 남겨놓지 않은 채 역사의 언저리로 사라져가고 있다.올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한햇동안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를테면 지존파 사건,성수대교 붕괴,충주호 화재,세금횡령,최근의 마포 가스관 폭발에 이르기까지 차마 기억을 되돌이키기조차 끔찍한 대형참사와 사건들로 점철된 올해는 그야마로 충체적 위기에 대해,시민정신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개발독재 시절에 경제성장에 가려 누적되고 은폐돼 왔던 모순과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지켜보며,이 문제가 도대체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가를 곰곰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도의 경제성장이 필요했던 시절에는 단시간내에 보다 많은 잉여가치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지상과제였을 것이다.그것을 위해 온 국민이 앞만 보고 내달려 온 만큼 삶의 질이란 측면에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양보하거나 포기해야만 했었다.그중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정치·경제의 발전이 문화발전과 분리된 것이아니라 통합된 것이고,문화발전은 사회의 총체적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도외시했다는 점이다.그렇다고 선진국 대열이 진입한 것도 아닌데 거품경제와 갑작스러운 부의 축적에 자만하여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말을 들을 만큼 우리는 그동안 가치있는 삶의 방식에는 무관심했거나 혹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해왔던 것이다.그렇게 누적된 모순들이 봇물처럼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인간답게 사는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이 깨달음의 대가가 아주 혹독하게 값비싸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지난 20세기의 격동과 갈등,반목과 대립의 시대로부터 새로운 경쟁과 질서의 재편을 요청하는 21세기를 앞두고 있다.21세기는 분명히 세계화의 시대이며,각종 정보의 생산,유통,보급을 통해 세계는 점점 더 좁아지는 첨단 정보사회의 시대일 것이다.그런점에서 미술의 세계화 역시 시대적 흐름이자 요청이며 필요라고할수 있는데 이것은 외양적인 교류의 양만으로 측정된수 있는 성질이 아님을 먼저 기억해 두어야겠다.여기에서 우리는 내년이 왜 미술의해로 지정된 것인가를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다.즉 미술문화를 통해 우리의 잘못된 관습을 바꾸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내부적으로 문화인으로서의 정신을 배양하고 그 의식을 가다듬는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지금까지 산업·경제·과학·생산이란 측면에서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며,또 이런 방향으로 인재를 육성해 왔다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미술의 해를 계기로 문화의식의 총체적 부재로부터 벗어나 가치있는 삶을 위해 문화인력을 개발하고,책임의식과 참여정신,그리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존중하는 시민정신의 함양을 위한 대안의 확보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가혹한 경쟁을 이겨내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문화적 전통이 생활문화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며,그것은 삶의 양식 속에 반영되어야 한다.즉 바람직한 시민정신은 문화에 대한 감각과 자신감 그리고 것을 아끼고 보호하며 사랑하는 마음과 그 실천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내년이 미술의 해인 만큼 미술문화를 통한 시민정신의 고양과 그것의 생활속으로의 뿌리내리기가 최종목표이자 사명이라는 사실을 환시하고 싶다.진정한 세계화는 바로 자기 내부의 혁명으로부터 시작하며,전통과 시민정신의 굳건한 뿌리 위에 형성된 문화발전이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 새해 중반이후 국운 트인다/역술가들이 본 을해년 나라운수

    ◎남북정상회담·이산가족 상봉/무역은 흑자… 에이즈 급속확산 「내년에는 통통한 돼지가 우리의 국운을 틔워준다」 성수대교붕괴·지존파·도세등 연중 꼬리를 물고터져 나왔던 사건·사고로 우울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내년 우리나라 운세는 전체적으로 「운수대통」이라는 전망이다. 장안의 「용하다」는 역술인들은 내년에는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지고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사회가 안정되는등 길한 해가 될것으로 한결같이 예언하고 있다. 이들이 주역을 통해 내세우는 근거는 음양오행에서 각각 나무(목)와 물(수)을 뜻하는 을과 해가 합쳐진 내년 을해년이 수생목의 상생관계를 이루는 발전적 형국이라는 것. 게다가 운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괘상또한 사물을 잉태한다는 의미의 「수뢰둔」상이어서 생산을 위한 산고가 내년 중순까지 다소 따르겠지만 중순이후 안정을 찾아 잃는 것보다는 얻는것이 휠씬 많게 된다. 가장 희망적인 소식은 연말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을 포함,이산가족상봉등 분단이후 유례가 없었던 통일의 일대 전기가 마련된다는것. 98년에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철학박사 최봉수씨(66)는 「동양의 우주관인 경세사관에 따라 내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화해교류 움직임이 결국은 98년 통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정역철학중앙회장 백운선씨(45)는 「북한의 김정일체제가 확고히 구축돼 남북대화의 물꼬가 후반기 본격적으로 트여 우리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지만 경제적으로는 잃는것도 있을것」이라면서 「국내에서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이러나 정계가 크게 재편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스타가 탄생할것」라고 내다보았다. 백씨는 또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겠지만 국내경기는 수요의 감소로 다소간 불황을 겪을 것이며 에이즈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급속도로 늘어나 전사회적으로 공포감이 확산되어 갈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 증인 보복살인극(94년/충격의 365일:3)

    ◎“우리가정 이젠 누가 돌보나요”/머리 맞아 불구된 아내 병원비 막막/「제2의 희생」없게 신변보호 강화를 『단순하게 생각한 법정증인 출석이 이처럼 큰 고통을 가져다 줄지는 정말 몰랐습니다.보복살인이라니요.그것도 아무 죄없는 어린 아들과 아내를…』 「지존파 연쇄살인사건」등 잇따른 강력범죄로 불안이 높아지고 있던 지난 10월 초순 경기도 수원에서는 법정증인가족을 대상으로 한 희대의 보복살인극이 벌어져 또 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4년전 강간피의자에 대한 불리한 법정증언이 불씨가 된 이 보복살인극의 피해자 김만재(김만재·38·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씨 일가는 이날 이후 계속되는 악몽과 허탈감에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범인 김경록(27)에게 아들 현(11)이를 잃었고 머리를 다친 부인 김순남(37)씨마저 여전히 반신불수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김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정증인 출석의 어리석음을 곱씹고 후회하며 딸 유미(13·국교6년),어머니 정진순(66)씨와 함께 부인을 간호하는일이 전부다. 트럭을 직접 운전해 상품을 나르던 생업마저 마음이 안잡혀 그만 두었고 병원비가 걱정이 돼 아내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가끔씩 일당을 받고 품일도 나가보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사건 이후 가장 허탈했을 때는 범인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됐을 때였습니다.딸과 함께 두려움에 떨며 파출소에서 보호를 받으면서도 직접 만나 그토록 원한에 사무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우리가족에게 남은 한은 어디서 풀어야 하겠습니까』 그 한을 풀기 위해 범인가족들을 상대로 또 다른 보복도 생각해보았다는 김씨의 모습에서 보복살인의 잔인성이 새삼 느껴져 온다. 그의 모습에서 보듯 이 보복살인극은 법정증인들이 범죄에서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많은 사건에서 입증됐듯이 날뛰는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용기있는 고발과 증언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이처럼 범죄피해자나 신고인들이 범죄자들의 보복대상으로 노출되는 상황은 치안의 위기상황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물론 범죄신고자 보호와 범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가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돼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규정에 그쳤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었다. 증인들에 대한 신분보장과 비공개증언 등 제도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처럼 얼마든지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무방비상태에서 피해자들이 갖는 또 다른 고통은 어느 누구도 그들의 피해를 보상해줄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김씨는 편의주의적인 법정증인문제에 화살을 돌린다. 『자신들이 불러 증언을 하도록 한 증인가족들이 절망속에 빠져 있는데도 검찰은 물론 법원에서 조차 누구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불구가 되는 정신적인 충격뿐 아니라 아내의 병원비를 물어야 하는 물질적인 피해까지도 자신의 몫이 돼버린 그는 얼마전 청와대와 법무부에 이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냈다.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내용과 함께.
  • 지존파 일당 검거/서울 서초서 고병천 강폭4반장(인터뷰)

    ◎“검거 늦었으면 또다른 살인 부를뻔” 『아무리 일해도 미흡하게 생각되며 새해에는 더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일단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겠죠』 지난9월 희대의 살인집단 지존파 일당을 검거한 서울 서초경찰서 고병천(45)강폭4반장은 올해 다룬 사건에 대한 소감을 묻자 대신 새해 포부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수사 베테랑인 그에게 마저 지존파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던지 『당시 이들을 검거하지 못했더라면 10일뒤 출소 예정이던 두목 김기환과 모여 또다른 살인을 자행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당시 검거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이면 경찰투신 20년째인 고반장은 그러나 이 사건으로 12일동안 6시간밖에 자지못했던 일등 그동안의 어려움을 뒤늦게 털어 놓았다. 제보를 받고 직원 6명과 함께 지난9월 18일 지존파 아지트가 있는 전남 영광으로 내려가 이들을 검거하고 구속송치하느라 밥먹은 기억도 나지않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지트에 다이너마이트 등 각종 살상무기가 대량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동료가운데 일부는 집에다 「마지막 전화」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범인 가운데 김현양에게 온 편지사건도 잊지않고 있다.서울·대구등 전국각지에서 여중생들이 보내온 편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뜯어 보았으나 자신에게 온 것이 아니라 범인들 가운데 탤런트 차인표와 비슷하게 생긴 김현양에게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반장은 편지내용에 대해 『사람을 죽인 것은 용서할 수 없으나 오빠의 처지는 이해한다는 내용이었다』면서 『혹시 어린 학생들이 이 사건을 잘못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 「인간도살」 지존파사건 그후(충격의 365일/94년:1)

    ◎극적탈출 여인 “요즘도 악몽”/영광 주민들 살인공장 철거 추진/범인6명 사형 확정… 참회의 빛도/도덕성회복 절박성 일깨워… 모방범죄 예방 과제로 『요즘도 악몽을 꾸나요』 『예,그럼요』 『쓸쓸하다든가 지내는데 힘들지는 않아요』 『그렇지는 않아요.늘 이렇게 지내왔는데요.뭘…』 「살인 집단」지존파 일당에게 붙잡혔다가 8일만에 극적으로 탈출,경찰에 신고한 이모씨(27·여)가 최근 경찰과 통화한 내용 가운데 일부이다. 이씨는 요즈음 큰언니집이 있는 대전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생활비는 4년전부터 살아온 서울 전세집을 처분해서 마련했다. 이씨는 아직까지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현장을 목격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경찰이 매일 꼬박꼬박 안부전화를 걸어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대전으로 내려가는데다 스스로 살인마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기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큰 언니집과 인천에 있는 둘째 언니집에도 들르고 가끔 서울에도 올라와 부모를 만난다. 경찰의 수사마무리 직후에 대전 언니집에 이어 열흘동안 있었던 인천의 K수녀원 원장에게 편지도 쓰고 기도도 빠뜨리지 않고 있으며 며칠전부터는 그동안 별러왔던 운전을 배우기위해 자동차학원에도 나가고 있다. 이씨는 새해 1월쯤에는 서울에 올라와 수예점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건직후 걸핏하면 깜짝깜짝 놀라고 날마다 납치되는 꿈을 꾸는 등 극심한 피해공포증세를 보인 이씨를 정신병원에 보낼 생각까지했던 가족들도 이제는 한시름을 놓았다. 지존파 일당의 살인아지트가 위치한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마을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나 악몽을 하루빨리 잊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건발생이후 도덕재무장운동을 펼치기도 했던 이마을 20여가구 주민 60여명은 요즈음 지존파가 범행때 사용했던 두목 김기환의 집을 철거하기위해 불갑면 등 관계기관과 협조,김의 형(31)의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장 강상균(강상균·44)씨는 『고향의 명예 실추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왔던 주민들이 요즘도 사건현장 앞길을 지날 때마다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 아지트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을 주민들은 사회에 대한 맹목적인 적대감에 사로잡혔던 이들의 범행에서 가정교육의 중요성과 도덕성 회복이 시급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존파들이 저지른 악마적 범행은 기소된지 25일만에 사형이라는 극형으로 단죄됐다. 지존파 일당 6명은 지난 10월31일 사형선고를 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구치소측은 이들이 주로 종교 및 교양서적등을 읽고 있으며 기독교 등 종교단체에서 보내온 「참회하고 참사람이 되라」는 내용의 편지에 답장도 써보내고 있다고 전한다. 자신들이 저지른 엽기적 살인사건을 참회하며 가톨릭 등 종교에 귀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인간의 본성을 차츰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사법처리는 일단락됐으나 이들이 남긴 가진자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모방범죄의 문제·증인보호의 문제점등은 새해에도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흉악범 정신세계 분석/로버트 레슬러저 「FBI심리분석관」

    ◎20년 수사경험 토대 범인상 분석 「지존파 범죄」「택시운전사 온보현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도 「선진국형」살인유형이 자리잡아 가는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곧 해외토픽에서나 보아온 「마구잡이로 범행대상을 골라 매우 잔혹하게 범행하는」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게 아닌가 해서다. 이런 점에서 흉악범들의 정신세계를 분석한 책 「FBI 심리분석관」(미래사 펴냄)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은이 로버트 레슬러는 FBI(미 연방수사국)수사관으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연쇄살인범들의 숨겨진 범죄심리와 수법을 캐는 「범인상분석」방식을 확립한 장본인.그는 ▲몸 속 피가 가루로 변해가기 때문에 남의 피를 마셔야 한다고 믿은 「흡혈귀」 리처드 체이스 ▲범행현장에 「더 많은 사람을 죽이기 전에 제발 나를 잡으라」는 낙서를 남긴 대학생 윌리엄 하이랜스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해등 7건의 집단살인을 한 히피그룹 「맨슨 패밀리」의 두목 찰스 맨슨등 살인마들을 오래동안 면담해 그들의 심리와 수법을체계화할 정도로 밝혀냈다. 따라서 레슬러를 비롯한 FBI심리분석팀은 범행 현장에서 예컨대 「범인은 백인 남자,20대 후반,고졸의 학력,키 170㎝가량」이라고 바로 끄집어낼 정도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연쇄살인범들의 범행은 어떤 심리에서 비롯될까. 지은이는 그들이 근본적으로는 성범죄자이며 그 바탕에는 「비뚤어진 성적환상」이 깃들어 있다고 분석한다.그리고 그 원인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된 어린시절의 경험,외설물의 범람,물질중심적인 풍토 등 산업사회가 키워낸 병리현상을 지적했다.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절실히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너온 이 책이 의미있다면 이같은 시의적절한 경고때문일 것이다. 소설과 영화로 큰 인기를 끈 「양들의 침묵」이 지은이의 수사경험에서 소재를 구했다는 것도 흥미를 더해 주는 대목이다.
  • “잇단 인재 반성 계기로 삼아야”/김추기경 서울구치소 방문

    ◎사형수 11명·「성수대교」 수감자 면담 【의왕=김병철기자】 김수환추기경은 9일 상오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방문,사형수 11명과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연루돼 수감된 이신영 전 서울시도로국장,양영규 전 도로시설과장,여용원 전 동부건설사업소장등을 위로 면담했다. 평화방송 사장 박실언신부,서울교도사목 담당 김우성신부와 함께 서울구치소를 찾은 김추기경은 약 1시간동안 수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강복했다. 김추기경은 대구에서 교도사목 담당 신부로 있던 당시 사형집행에 입회했던 경험을 밝히고 당시 죽음을 신앙으로 의연하게 받아들이던 사형수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수감자들에게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구치소 방문을 마친 후 김추기경은 구치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 『평소에도 수감된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원했고 더욱이 성탄절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수감자들을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지존파가 인간성을 포기한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은 일시적인 격한 감정 때문이었지 근본적인 인간성에 결함이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김추기경은 『그들이 세상에 한과 원망을 가진채 죽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을 뉘우치고 참된 인간의 모습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참사는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사람들이 충실히 대비하지 않은데서 생긴 인재』라면서 『이같은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우리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진실한 인간성을 되찾는 것』이라면서 『자기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웃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 유아교육 이대론 안된다/이원영 중대교수·유아교육과(일요일 아침에)

    지존파,온보현,김경록 사건 등 우리는 지금 잘못 길러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동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게다가 성수대교까지 무너져 이젠 매일 살아가는 것이 겁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실은 잘못된 유아교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는 드문 것같다.도덕성의 기초가 형성되는 유아기에 각종 학원만 전전시키면서 지적교육만 하고 인격 교육은 하지 않았던 결과이다.온순한 품성,근면,정직,책임감등과 같은 사회적 덕목들은 청년이 된 그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유아때부터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쌓여 가는 잠재적 교육내용이다.질적 수준이 좋은 유아교육을 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돌이켜보면 이 젊은이들이 자라던 60∼70년대는 부모들이 자녀를 천재 영재를 만들려고 혈안이 되었던 시대였으므로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지적으로만 교육하였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 젊은이들의 마음에는 타인에 대한 미움과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만 가득하게 된 것이다.어머니를 내손으로 죽이지 못해 한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아예 부모를 칼로 찍어 죽인 사람 등 마음에 쌓인 미움을 그때 그때 처리하지 못하고 클 때까지 갖고 있다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유아기는 마음에 사랑을 담는 시기이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부모로부터 배우는 시기이다.유아들은 부모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함께 놀아 주고,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곧 그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기를 바란다.그런데 지금까지의 현상을 살펴보면 부모 자신의 시간이나 노력을 투자하기보다는 돈으로 교육하려는 경향이 많았다.엄마들은 자아 실현을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바쁘고,아빠들은 좀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바빠서 아이들을 상대해줄 시간이 없었다.도와줄 어른은 없이 유아들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똑똑하게 무엇이든지 혼자 잘 알아서 행동하도록 기대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돈의 액수만큼 아이들이 잘 자라주면 얼마나 좋겠는가?박한상사건이 일어난 직후 모 방송국이 고등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였는데 많은 학생들이 『부모들은 웃겨요.우리들한테 돈만 많이 쓰면 되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부모가 미우면 죽이고 싶을 때가 있지요.이해가 돼요』하며 서슴지 않고 이야기해서 놀란 적이 있었다.자녀들은 부모들이 자신의 사랑과 노력과 관심을 주기를 기대한다.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바쁜 이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심리적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직장 엄마를 둔 아이들의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다.옛날처럼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따뜻하게 대해주려는 주위 어른들도 줄어든 상태이다.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탁아 시설에서 키워져야 하는데 현재처럼 아이들의 의식주만을 해결하는 정도에서 운영된다면 지금보다도 더 나쁜 결과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지존파등을 길러냈던 시절보다 더 나쁜 세대를 길러낼지도 모른다.심리적 거리는 멀어도 물리적 거리는 가까웠던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앞으로는 둘다 멀어져 버리기 때문이다.유아기는 중요하다.유아기에 아이들이 도덕성의 기초를 확립할 수 있는 기본생활교육을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야 할 것이고 정부는 맞벌이 부모를 둔 장래 국민인 유아들을 어려서 잘 키워내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탁아 시설을 많이 세우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어떤 교육적 경험을 갖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때를 놓치면 큰 후에 이를 바로 잡기는 더욱 어렵다.여성들을 집에 잡아둘 수 없는 아니 잡아두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유아들을 어떻게 잘 길러낼 수 있는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지 않으면서도 유아들의 성격을 버리지 않고 키우려면 먼저 가정의 기능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하고 그 다음으로 자질을 갖춘 교사들을 기용해서 유아들을 기르고 교육하는 유아교육 정책을 국가적인 수준에서 세워야 할 것이다.
  • 우리는 개혁의 방관자인가/「신문로포럼」 월례조찬 연설 요지

    ◎국민 모두 「참여자」 될때 「미래」는 새기회로 사단법인 신문로포럼이 25일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는 월례조찬회에서 최한선 전남대 총장이 「우리는 개혁의 방관자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대안없는 방관자나 비판자의 위치에서 탈피,국민들이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해 주목된다.최총장 연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본다. 해방이후 다사다난했던 현대사 속에서 우리는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집권 초기 문민정부는 개혁의 기치 아래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 등을 전격 단행하여 국민들은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전 국민은 소위 고통분담운동을 내 일처럼 받아들였으며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저항도 이러한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기반으로 한 개혁의 바람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일으켰던 신선한 바람은 지난 해 우루과이라운드의 파고를 넘으면서 점점 약해지더니 최근에는 크고 작은 역풍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개혁의지를 의심하는 소리까지 들려온다.「개혁의 실종」이니 「총체적 부패」니 하는 주변의 말들이 바로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 준다.거기에 성수대교 붕괴,지존파 사건,인천 세무비리 등의 대형 사건·사고가 겹치면서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는 절망과 좌절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와 국가가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개혁을 통해 새로이 거듭나야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사라져 버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작금의 위기를 다시 한번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고 이제까지의 개혁추진 방식을 반성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또한 정부는 흩어진 민심을 수습한다는 「국면전환」차원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이 출발한다는 각오로 그리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수술」하겠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개혁은 구호성 캠페인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개혁은 일관되게,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과학적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개혁은 그 원칙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또한 개혁은 그 대상에 있어서 선별적으로,그 방식에 있어서 다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그러나 비능률·적당주의·한탕주의·형식주의·배금사상과 같은 의식개혁의 차원에서 논의될 것들은 국민들의 몫이다.우리는 나 자신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며,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이 바로 개혁의 대상임을 엄숙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국가 운명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온 국민이 국가발전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느냐 아니면 개인적 이해관계의 구습에 젖어 국가발전의 방관자나 대안없는 비판자로 머물러 있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개혁은 역사 속에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한 정권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의 작은 부분부터 지속적으로 개혁하라는 부름을 받고 있다.이 개혁에는 나 혹은 특수한 계층은 예외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개혁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개혁의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될 때 우리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개혁은 새로워짐을 의미한다.모든 사회조직은 생물유기체와 마찬가지로 항시 새로워지지 않으면 쇠락하기 마련이다.따라서 개혁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개혁은 결국 개방화·국제화·세계화·무한경쟁으로 표방되는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앞두고 민족과 국가의 번영을 이루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기틀로서의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선진사회를 빠른 시일 안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과정이다.때문에 개혁은 부정적·소극적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국가발전 프로그램에 맞춰 긍정적·적극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우리사회의 합리주의적 잠재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스스로의 자정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환경문제·교통문제·교육문제와 같은 부문에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적극 유도하여 지시나 규제·단속 일변도에서 벗어나야겠다. 개혁은 무엇보다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현재에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기대의 지평위에서의 위기이다.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할 시대적 요청 속에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미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넘지 못할 장벽이 될 수도 있다.우리의 건강한 요소들이 자생력을갖고 새로운 문명시대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국민의 역량이 집결되어야 한다.
  • “언론에도 개혁바람 불어야”/한국언론 현주소와 과제/특별좌담

    ◎언론자유 크게 신장… 권력화가 문제/여과없는 냄비식보도 태도 지양을/정론·대중지 구분… 양보다 질경쟁 해야할때 최근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에 대한 「선정주의」시비가 일고 있다.매스 미디어가 뉴스와 정보의 홍수속에서 서로 경쟁과 시간에 쫓겨 사건을 여과없이 보도함으로써 여론환기 기능과 계도기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정론지와 대중지의 구분이 필요하며 지나친 상업주의를 지양,사회의 공기라는 본래의 위치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서울신문은 창간 49주년을 맞아 우리 언론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진석 외국어대교수·박정희 서울YWCA회장·정진용 정무1장관실 정무실장·이중한 서울신문논설위원등 4명의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조명해본다. ▲정진석교수=최근 우리나라 언론이 고쳐야 할 점에 대한 글을 모일간지에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각계에서 강연요청이 잇따랐습니다.이는 언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그에 따른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지요.문민정부 출범후 언론의 자유가 한껏 신장되면서 「언론의 권력화」라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입니다.또 언론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로 흐르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습니다.언론의 자유는 많아지고 신문들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사회변화에는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박정희회장=최근 우리사회를 뒤흔든 잇단 대형사건을 보면서 언론의 신속·공정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계도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예를 들면 지존파사건에서 처럼 사건전모를 여과없이 기사화시키는 바람에 거센 비난여론이 일었습니다.또 문민정부출범 이후 개혁의 마지막 순서가 언론이라고 하는 말까지 있었는데 지금 얼마나 자체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는지…(웃음).저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영국의 BBC 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얼굴이 화끈해져 혼났습니다.만일 언론이 예전에 정치자금 문제를 끈질게 보도했다면 그런 일을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정진용실장=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접하는 것이 신문인데 요즈음 신문을 펼쳐들면 정치싸움,흉악범죄,대형사건 사고등 모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릴 정도로 한결 같이 어두운 내용들 뿐입니다.신문이란 「거울」을 통해서 비춰지는 사회상이 너무도 어둡다는 얘기입니다.사실보도 자체가 언론의 주요 기능임에 틀림없지만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의 고전적 기능인 계도성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중한위원=정교수께서 「언론의 권력화」라고 표현하셨는데 중요한 지적입니다.그러나 언론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독자나 정부,시민단체들의 많은 불만들은 언론의 당연한 임무들이 문민정부 출범이후 비로소 가능하게 된데서 나온 과도기적인 현상들입니다. 언론이 지나치게 권력화됐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에서 언론의 기능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 겁니다.또 선정적이고 어두운 기사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 일국의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이는 언론의 집요한 추적의 승리입니다.정작 필요한 보도는 하지 않고 선정성으로 치우치기도 하는 것은 지향점과 가치선택이 결여된 때문인데 이는 언론인이 스스로 나서서 고쳐나가야 합니다.그렇다고 끈질긴 추적은 피할 수 없는 언론의 책임 같은 것입니다. ▲정교수=신문 종류가 많아지고 면수도 늘어나면서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는데 독자에게 값진 정보를 주는 것은 2차로 미뤄져 있는 것 같습니다. ▲박회장=최근 민간단체등의 노력 때문인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채놀이·유흥업소 모집광고등이 종합일간지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문의 윤리의식과 관련해 짚고 넘어갈 부분입니다.이같은 광고는 최근 늘어난 생활정보지들조차 삼가고 있어요. ▲이위원=고해상도(고해상도)를 생명으로 하는 멀티미디어·위성방송시대를 앞두고 이제 신문도 그 나름의 해상도를 높여가야 할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인쇄매체의 해상력은 사고의 해상력을 높이는 것이지요.현재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양적·시간적 경쟁에 매달려 오히려 그 해상도가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언론 종사자로서 솔직한 제 느낌입니다.▲박회장=언론이 지난해 서해페리호 백운두선장 생존보도와 같은 오보를 냈을 때는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정정보도를 내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교수=예전에는 계도적·교육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왔지만 이제는 여론선도적으로 기능이 바뀌어야 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의 「특성화」가 필요합니다.미국에는 발행부수가 1백만도 안되지만 엄정한 정론보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있는가하면 수백만부를 발행하는 상업적 대중지도 공존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우리나라 신문은 평소에는 정론지를 표방하다가도 일단 사건·사고가 나면 모두들 대중지로 탈바꿈합니다.모두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우리 언론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입니다. ▲이위원=결국 신문의 가치선택이나 방향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서 비롯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모두 같을 필요가 없는데도 다들 같이 가는 방향에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신문의 남은 역할은 「정제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인데,이에 적합한 구조가 정착되어 있느냐가 현재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정실장=저는 이 기회에 공직자 입장에서 언론에 두가지만 주문하고자 합니다.먼저 언론이 「국익개념」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언론이 결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언론의 보도가 국가안보나 외교정책등에 심대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언론과 정부의 신뢰관계 구축입니다.언론의 취재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언론은 과거와 같은 감시역할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한걸음 더나아가 공익을 위한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중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위원=물론 신문은 그 자체로서 공익을 창조하는 기능이 있습니다.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불안정한 정치체제 속에서 살아온 나머지 주된 관심이 지나치게 정치에 편향되어 있는 실정입니다.정치를 통해 어떻게 살게 되느냐 보다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관심이 치우쳐 있습니다.따라서 사회제도에 관한 공익성을 창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교수=공익을 우선시하되 인권보호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이전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이 언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오히려 언론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박회장=성수대교붕괴와 같은 사고에 대해서 일과성으로 지나가지 말고 지속적으로 감시해 부실공사와 허술한 관리를 예방하는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랍니다.마지막으로 내년에 개막될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공정선거·공약준수여부등을 감시하고 확인·보도해 정치인들은 깨끗한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정실장=문민정부 출범이후 우리 언론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과거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는 「취약한 정통성」을 감추기 위해 이른바 「보도지침」 등을 통해서 언론을 통제한사례도 있었지만 문민시대에 들어와서는 지난 1년반동안 정부로부터 「언론탄압」 시비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따라서 언론의 「사회적 면책 특권」「언론의 폭력」「언론의 권력화」라는 용어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언론이 사회 여타분야에 대해 개혁을 외치고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언론개혁」에 좀더 과감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합니다. ▲이위원=언론도 변화를 깨닫고 있습니다.다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다매체·다채널시대에 신문을 얼마동안 보느냐에 대한 시간경쟁으로 가면 위험한 경향,즉 자극적인 기사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방향으로 나가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언론이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 「보고르선언」과 성수대교(이동화칼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대표들이 모여 채택한 「보고르선언」은 무려 4반세기이후의 구도까지 담고 있어 이채롭다.무역자유화 시기를 선진국 2010년,개발도상국 2020년으로 합의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먼훗날(?)의 일을 담고 있으니 장기적인 것에 익숙치 못한 우리로서는 이 선언이 과연 실천적인 것이냐,아니면 그야말로 선언적인 것에 불과하냐를 생각하게 된다.그러나 비록 후자라 할지라도 앞으로 후속 협의와 협상이 필연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기속력을 갖는 형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물 짜는일 중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수많은 진통이 따르겠지만 개별국가보다는 역내 모든국가의 공동이익쪽에 초점을 맞춰 협의는 진행될 것이고 그 결론도 도출될 수밖에 없다.선언정신을 구현시킬 후속세부협의가 곧 시작될 전망이지만 처음부터 단단한 각오와 철저한 준비로 임해야지,먼훗날의 일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등한히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혼신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10년을 보다 유용하게 만드는 것은이제부터의 남다른 각오와 준비에 달렸다.당초 2010년이 될뻔한 무역자유화시기를 2020년으로 만든 것을 시간의 유예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그 10년을 「시간을 벌었으니 천천히 하자」는 쪽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UR나 그 연장선상의 WTO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국제협약은 우리에게 구속력을 갖게 되며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보다 많이 영향을 주게 된다.따라서 협의과정에서 우리의 노력은 아무리 많다해도 부족하다.특히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그물을 정교하게 잘 짜야 고기를 잡으러 나갈 수 있는 것이다.먼곳에 있는 고기를 잡으려면 더욱 그렇다. ○먼곳을 볼줄아는 지혜 사실 우리는 먼곳을 내다볼줄을 너무도 모른다.과거사를 놓고는 지나치리만치 집착하지만 미래사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때문인지 생각조차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또 현재의 문제는 당장의 이익,당장의 손해만 따지기에 바쁘다.그러니 세상이 각박해질 수 밖에 없고 수많은 사회문제가 불거져나오는 것 또한 당연하다. 지존파사건과 성수대교사고를 비롯한 최근의 수많은 사건·사고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왜 터질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해답의 일단이 나온다. 이제는 당장의 일만이 아니라 먼훗날의 일도 읽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멀리 보아야 하고 내다보는 방법도 만들어나가야 한다.그러려면 우선 의식을 바꾸고 그다음에는 걸맞는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길게 보는게 중요하다는 의식이 일반화되도록 만들 수 있다면 반은 성공이다. 성수대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다리건설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모든 사람,공직자는 물론이고 화장에서부터 인부에 이르기까지 1백년,아니 1천년후에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임했다면 이런 사고는 있을 수 없다.이들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와서는 아쉬움과 후회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구호보다는 실천이다 그다음은 능력의 문제다.막연히 멀리 보는데만 그쳐서는 미래를 헤치면서 자기발전을 꾀할 비법이 나올 수 없다.실행을 전제로 한 정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적정한 목표를 정하는 능력과 이 목표에 도달할 계획을 만들 수 있는 능력,그리고 계획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만족스런 결과에 이를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장기가 아닌 단기계획에도 무리한 목표와 헛구호가 난무하고 있음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올해 대형공사장마다 「94 부실공사 추방의 해」라는 구호가 걸려있었으나 이것이 미친 효과보다는 성수대교사고가 준 효과가 더 컸다고 본다.이 사고가 준 경각심이 부실공사를 막는데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이 사고는 부실공사를 하면 왜 안되는지를 명확히 한 훌륭한 교훈을 주었다. ○다양한 시나리오 필요 보고르선언은 우리가 모처럼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대처할 기회를 주고있다.이 기회를 맞아 피하거나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먼저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2020년까지의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변수,통일이라는 변수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것인가,주변4강의 정치·경제적 변화는 어떨 것이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등이 망라되어야 한다.잡을 고기에 맞는 그물을 튼튼히 짜놓지 못하면 막상 고기가 나타나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 DJ 「12·12」 관련 발언 안팎

    ◎「강경투쟁」 이 대표 공식 “지원사격”/민주당 역학구도 염두… “영향력 확인” 분석도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12·12사건」에 대해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적으로 거들고 나섰다.『12·12관련자들이 잘못한 일이 없다면서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한 주간지와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12·12」에 대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의 발언은 「12·12」로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재단측은 『김이사장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2·12에 대해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김이사장은 오로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태민주지도자회의」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재단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물론 야권 일각에서도 『정치현안에 대한 자기주장보다 더한 정치행위가 어디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들 있다.정치권의 최대쟁점인 「12·12」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자기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 한 것이 아니냐 하는 풀이이다. 또 그가 뒤늦게 「12·12」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민주당의 당내 역학구도를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 많다.지자제 선거와 전당대회등 내년의 중요한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민주당 이기택대표와의 사이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그의 발언은 초강경투쟁으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이대표는 물론 향후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특히 이대표는 큰 힘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그래서인지 이대표 진영은 아연 활기를 띠며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김이사장은 여전히 이대표를 만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이대표의 강공드라이브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김이사장쪽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16일 이대표가 재야인사들과 가진 조찬모임에서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의 투쟁방식에 이의를 달고 나선 것도 이와 맥이 통한다는 관측도 있다. ◎오충일목사 간담회서 주장/“민주당은 국회 들어가 투쟁하라”/“민생현안 산적… 장외투쟁은 재야서 맡을것” 민주당의 재야인사 초청 간담회가 회의도중 비공개로 바뀌는 촌극이 일어났다.기대와 달리 민주당에게 원내투쟁을 권유하는 발언이 나온 때문이다. 「12·12사건」의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정기국회를 장기간 공전시키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16일 아침 재야인사들을 서울가든호텔로 초청,「12·12 군사반란자」의 기소를 촉구하는 간담회를 가졌다.다음주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전개할 장외투쟁을 앞두고 재야와 조율작업을 벌이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민주당에서는 이기택대표와 김원기·유준상·이부영 최고위원,신기하 원내총무등 당직자들이,재야에서는 신창균 「전국연합」고문과 이돈명 전조선대총장,이영희 교수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 첫머리는 예상대로 순조로웠다.이 전총장은 독일의 전범처리를 예로 들며 『12·12사건 관련자들에 대한공소시효를 없애 언제든 반드시 처벌해야 민족정기가 바로 선다』고 주장했다.이교수도 이에 동조했다.이문영 전고려대교수가 『이들을 기소해 지존파의 경우처럼 긴급심리로 3일 안에 판결까지 내려야 한다』고 한술 더 뜨자 민주당 당직자들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오충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에게 마이크가 돌아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오회장은 『민족정기의 확립도 중요하지만 법률정비나 농촌문제등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크다』면서 원내투쟁을 주장,앞서의 발언과 궤를 달리했다.그는 『「12·12사건」에 민주당이 운명을 건 듯한 모습에 국민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고 전하고는 『각계의 양심세력들이 장외투쟁을 벌일테니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가라』고 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고영구 회장도 『국회가 문을 닫아 갑갑한 상황』이라면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안기부의 간첩조작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뤄 달라』고 부탁했다. 이 때가 간담회를 시작한 지 40분 남짓 지났을 무렵이다.고회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간담회에 배석해 있던 이대표의 비서진들이 간담회를 취재하던 기자를 밖으로 내몰았다.『비공개이니 만큼 이해하고 나가 달라』면서 문을 닫았다.그것으로 끝이었다. 간담회장에서 밀려나면서 이대표의 당혹스런 표정을 언뜻 본 듯 했지만 그 뒤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다만 1시간쯤 뒤 「재야 인사들이 민주당의 투쟁에 적극 지지를 나타냈으며 대외협력위를 통해 공동투쟁방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는 김용석 부대변인의 짤막한 발표만 있었다. 지지발언이 계속될 때만 해도 설명을 곁들이며 도와주던 비서진들이 갑자기 비공개라며 기자를 내친 이유는 뭘까.민주당이 17일로 계획했던 재야세력과의 공동기자회견은 이날 간담회에서 재야쪽의 반대로 무산됐다.재야쪽은 오는 19일 독자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19일은 민주당이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을 감안해 투쟁을 자제하기로 한 날이다.뭔가 민주당과 재야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민주당의 정치색 짙은 공세에 재야가 불만을 나타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 온보현 사형선고/서울지법/연쇄납치 살해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김주형 부장판사)는 14일 훔친 택시로 부녀자 6명을 납치,이 가운데 허모양(26)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온보현 피고인(37)에 대해 살인죄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공판은 사건의 심각성과 국민의 법감정등을 감안,지난달 31일 「지존파」에 대한 사형선고때처럼 법원이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집중심리를 벌인 끝에 검찰의 구속기소 한달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 군은 그 「자리」에 있다/이재근(서울광장)

    군인으로서 더러 열등의식을 느껴본적이 있느냐에 대해 장교 48%,하사관67%,병은 6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장교의 88%,사병의 71%가 언제나 또는 때때로 군복무에 보람을 느낀다.사병의 경우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보람감은 낮아진다.고졸이하는 77%,고졸은 75%,대학중퇴 또는 대학재학자는 68%,대졸이상은 41%만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어느 사회학자가 설문조사한 우리 군인들의 직업적 자부심의 정도다.몇년전의 조사지만 그만하면 의무병역으로서의 우리 군 장병들의 사기는 유지돼있다고 볼수있다.누가 뭐래도 우리 군은 국방안보의 의무를 다하며 항상 「그 자리」에 서있다. 지난 주초였다.한 사병의 총기난동사건이 있던날 저녁,사고지역과 인접한 다른 부대의 사격장 근무사병인 막내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총기사건 뉴스에 놀라있던터라 군말없는 안부 닥달에 아이는 『아무런 이상없다』며 태연해했다.역시 그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연이어 터진 크고 작은 군관련 사고에 걱정이 태산같지만 그래도 우리 군이 어떤 군대인가. 그간 몇가지 충격적인 사건 사고들을 놓고 군의 기강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무엇이 군을 그같은 무질서한 조직으로 비치게끔 했는지 국민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이었던게 사실이다.그것이 혹시 지난 1년여간의 군 개혁작업과 「바로 서기」과정에서 생긴 무사안일속의 기강해이라면 그 또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그래서 군 책임자를 질책하고 장교와 하사관들의 전반적인 자질을 탓했다.버릇없이 자라 군에 적응치 못하는 이른바 신세대 사병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군 당국의 냉철한 진단과 처방을 요구하기도 했다.그리고 이윽고는 군내부의 기강과 사기에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는 바깥사회의 온갖 일그러진 모습들을 돌아보며 자책한 바도 없지 않았다. 일컬어 「지존파」참극에 온보현사건,세금횡령사건과 증인보복 살인사건의 와중에 성수대교 붕괴,관광유람선 침몰사건등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들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과없이 그대로 군사회에 젖어들었을 것이다.사고내기 얼마전 바깥사회에 나들이 갔던 범행사병은 가정사정으로 「끼니도 찾아먹지 못한채」마음 상해서 귀대했다.그렇다고 범행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다만 그 무렵의 세태가 또한 어지러웠음을 어른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직업군인으로서의 장교와 하사관을 제외한 모든 사병들은 입영전에 이미 성인이었다.모두들 제나름대로 하나의 인격체인 것이다.그런점에서 사병들은 그 개개인이 모두 바깥사회의 반영이다.그들은 대부분 의무복무기간의 군생활을 자신의 가정이나 사회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그래서 엄격하게 말하면 군조직은 그들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흔히 말하듯이 「개조」할수는 없다.촉망받던 동료장교의 주검을 바라보며 『군경력이 1년도 안되는 사병을 가리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한 어느 장교의 말은 신세대 장병들의 행태에 관한한 정확한 표현이었다. 군이 사회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체계라고 볼때 군대사회와 그 군사회의 배경 또는 환경으로서의 바깥사회는 직접적으로 연결될수밖에 없다.따라서 상위개념으로서의 일반사회가 건강하고 활기넘치면 하위체계로서의 군의사기와 군기는 확고하게 유지되지 않을수 없다.확실한 것은,요즘의 의무사병들은 영내 생활에서도 그 자신이 결코 바깥사회를 벗어나지 않고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몸은 군에 있으되 마음은 밖에 나가있다.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사병들의 이른바 장교길들이기의 잠재의식적 연원은 여기서 찾아질수 있다.이 점을 파악하면 거꾸로 장교들의 사병길들이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군생활에 불만을 가진 사병이 탄약고에서 수류탄을 꺼내 내무반에 던지려할때 그 사병의 머릿속에 부모가 떠오르면 그는 결국 범행을 저지른다.그러나 소·중대장의 얼굴이 떠오르면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어느 예비역장성의 경험담이다.지휘관은 사병과 골육의 정(골육지정)을 나눠야 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지휘는 아버지처럼,통솔은 어머니처럼」이라는 지휘 통솔요령이 있다.위로부터의 지휘는 합법적 권위로서 할수있지만 전체로서의 통솔은 인격으로 해야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동안의 사건·사고를 위요한 군에 대한 질타와 가편은 이쯤해두자.그리고이제부터 군 조직·제도의 효율화및 경쟁력 제고노력과 함께 사회와 군대­민·군관계의 재정립등을 통한 강군육성책을 논의할 때이다.국방안보의 보루로서의 군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민·군의 협조체제가 얼마나 자발적이냐에 달려있고 이는 곧 민·군간의 신뢰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수있다.민·군관계를 개선하는 이상의 효율적인 군 사기진작책은 달리 없다고 본다.
  • 「일그러진 사회」 처방 봇물(의정 초점)

    ◎“윤리·가치관 바로 세워 병리 교치자” 4일 국회 본회의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야의원들의 입에서는 자극적이고도 자조적인 말들이 쏟아졌다. 「상상할 수 조차 없는,말하기 조차 싫은 사건」(김중위의원·민자당),「실로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채영석의원·민주당),「연습삼아 사람을 죽이는 인간사냥이 진행되는 기막힌 현실」(박세직의원·민자당),「계속되는 인재지변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국종남의원·민주당)등등….성수대교 붕괴사건,공무원의 세금비리사건,지존파 살인사건,군부대 총기사건등 최근 잇따라 터진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대변한 것이다. 여야의원들은 이같은 사회병리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을 내리고 따끔한 충고도 곁들였다.이날의 대정부질문은 정부측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기 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성격으로도 비쳐졌다. 박세직의원(민자당)은 먼저 『부정부패의 척결과 금융실명제의 성공,선거풍토 일신등 문민정부의 개혁성과는 역사에 길이 기록될 업적』이라면서도 『개혁을 추진할 때 나타나는 저항과 비판에는 의연하되 개혁의 결실 위에 안주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그는 이어 내각의 문제점을 『무슨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과거에 돌리고 책임회피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는 점』이라면서 『과거의 잘못 가운데 치유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정부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중위의원(민자당)도 목소리를 같이 했다.김의원은 『과거의 고도성장정책이 졸속으로 이루어진데 만병의 원인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부터 원점에서 국가발전의 목표와 전략을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영석의원(민주당)은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이 나라가 절대로 바로 갈 수가 없다』면서 집권세력의 각성을 촉구했다.국종남의원(민주당)은 『지존파,온보현사건에서 나타난 인륜의 붕괴와 더불어 성수대교 붕괴등 계속되는 인재지변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과만 남발하고 있다』면서 『고질적인 근무기강의 해이와 부패의식의 차단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사회병리현상의 치유책으로 가치관의 정립과 도덕성의 회복등을 꼽았고 이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답변에 나선 이영덕 국무총리도 『물질숭배,병적 이기주의,출세주의등이 만연되어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사회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정부의 목표를 『법질서가 존중되고 모두가 자유를 누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두고 있다』고 밝혔다.이총리는 『군의 기강 해이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듯 우리 사회의 무질서와 불신이 군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면서 『정부는 중단 없는 개혁으로 이같은 반사회적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 지존파 6명 항소장 제출

    소윤오씨(42) 부부를 포함,5명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지존파 두목 김기환피고인(26)등 6명은 3일 서울형사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 김 대통령 국정쇄신지시 주요내용

    ◎“「바다모래로 지은 아파트」 대책 강구”/여성이 마음놓고 밤거리 다닐수 있게/교량·철도 보수·관리예산 충분히 확보 김영삼대통령은 31일 상오 청와대에서 전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조찬을 나누며 국정 전반에 대해 실천지침을 내렸다.주돈식 청와대대변인이 전한 김대통령 지시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국정운영◁ 국회에서 국무위원해임건의안도 처리됐으니 이제는 심기일전해 새로운 각오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할 때이다.국정운영에 있어 몇가지 점을 각별히 유의해 달라. 첫째 국방이 튼튼해야 한다.세계 냉전체제가 해소됐지만 아직도 국부적 전쟁은 계속되고 나라마다 군비를 증강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국방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국가가 힘을 가져야 평화를 지키고 제일 큰 사명인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둘째 치안대책을 확고히 해야 한다.여성이 마음놓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치안이 유지돼야 한다. 치안력을 총동원해 지존파 사건 및 증인보복살해사건과 같은 반인륜적 강력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증인보복 살해범은 빨리 잡아야 한다. 셋째는 안전사고 예방이다.불행한 사고는 사전에 막지 못하면 사후에는 엄청난 희생과 몇배의 힘을 쏟아도 복구하기 힘들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장관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 점검해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라.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우리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성수대교사고에서 나타났듯이 수십만·수백만 시민의 생명 및 안전에 직결되는 교량 터널 등 각종 대형시설물의 점검 최종책임자가 과장으로 돼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울은 시장,각 행정기관에서는 부서장이 책임을 지고 점검하도록 제도상 미비점이 있다면 즉각 보완해야 한다.일부 아파트를 바닷모래로 지었다고 하는데 이들 아파트에 대한 각별한 안전대책도 세워야 한다. ▷주요현안문제◁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장관들은 제도상 대정부질문을 하니까 답변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성실한 자세로 국민에게 알릴 것은 알려야 한다. 국회답변을 홍보와 국민설득,국민의 소리를 듣는 기회로 삼아 국정발전에 활용해야 한다.장관들은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정도 신문 방송등 언론매체에 직접 나가 어려움이 있으면 국민들에게 호소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로 언론에 임해야 한다. ▲권총 밀반입문제=부산일대에서 권총이 밀반입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그들이 권총을 가지고 와 헐값으로 팔기 때문에 호기심있는 사람,정신이상자,악의를 가진 사람 등이 권총을 사 사고를 낼 여지가 많다. 자진신고를 통해 밀반입된 권총은 회수하고 밀반입을 막기 위해 세관감시를 철저히 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산심의=이번 예산심의에서는 교량 철도 터널 부실아파트 등 대형시설물에 대한 보수와 안전유지 및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적 뒷받침은 물론 예산에서도 미비점이 없도록 해달라. ▲공직기강 확립=모든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공무원사회만 경쟁보다는 침체와 안일이 지배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성실한 공무원은 임용연도 등에 구애받지않고 동료보다 앞서 인사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등 엄정한 신상필벌원칙을 적용함과 동시에 공무원사회에 과감한 풍토개선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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