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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폭탄 전면전 한계… 정밀타격형 압박 작전 [오일만의 천태만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은 ‘비관세 장벽’을 주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1기 행정부 시절 고율 관세를 앞세운 정면 돌파 전략이 국제사회의 반발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한계에 봉착하자 2기 들어서는 훨씬 정교하고 은밀한 수단, 즉 규제를 활용한 압박 방식이 전면에 등장했다. 비관세 장벽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 환경, 국가안보, 기술보안 등 공익 목적을 앞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자국 산업 보호와 전략적 경쟁국 견제를 위한 정밀 타격형 무역무기로 쓰인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수출입 통제, 첨단기술 외국인 투자 제한(CFIUS),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의 국적 차별, 환경·노동 기준 강화 등은 최근 미국이 자주 활용하는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 회색지대에 머물며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낮추는 동시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의 부상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기존 다자무역 질서의 무력화가 주요한 배경이다. 심판 역할을 했던 WTO가 강대국에 휘둘리면서 자유무역을 강제할 수 있는 국제적 권위가 약화됐다. 이 틈을 타 각국은 규제를 ‘국가 주권의 영역’으로 돌리며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한 비관세 장벽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구조적 허점을 정확히 짚고 들어갔다. 자국 법령, 환경 기준, 투자 심사, 기술보안 등을 무역 정책과 결합시키며 규제와 통상을 통합한 ‘신통상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호주의를 넘어서 무역정책을 안보정책과 산업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재구성하는 접근이다. 관세 전략의 피로감과 외교적 비용 증가도 비관세 장벽이라는 새 도구를 선택하게 만든 배경이다. 1기 행정부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 미중 무역전쟁 등은 단기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담과 인플레이션, 동맹국의 반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관세는 그 자체로 적을 만들고, WTO 규범에 정면으로 저촉되며, 보복을 유발하는 도구였던 것이다. 2기 행정부는 보다 표적화된 압박 수단으로 비관세 장벽을 택했다. 보조금 지급 요건 제한, 수출 통제, 기술이전 금지, 환경·노동 기준 상향 조정 등은 특정 국가와 기업에만 불이익을 주되 전체 교역 질서를 뒤흔들지 않는 방식이다. 이는 동맹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산업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치적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보조금 수혜 요건에 생산지·소재 국적 제한을 둔 조치는 WTO 제소를 피해 가면서도 강력한 차별 효과를 낳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상을 단순한 경제 영역이 아닌 안보와 기술 패권의 연장선으로 본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이전을 막고, 외국인 투자를 통제하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을 겨냥한 일종의 포위 전략이자 자본과 기술의 흐름을 다시 국경 안에 가두려는 시도다. 특히 수출 통제와 투자 심사는 미국 국가안보 전략과 직결된다. 이는 더이상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지정학적 충돌과 패권 경쟁의 수단으로 격상된 상태다. 비관세 장벽은 무역과 안보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 국가 간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 통상의 경쟁력은 세율이 아닌 인증과 표준을 선점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21세기의 통상정책은 관세율보다 인증서와 심사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시장 개방이나 교역 조건 완화는 더이상 ‘공정한 경쟁’의 기준이 아니며 비관세 장벽은 미국의 지정학적 무역도구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 [사설] 속속 닥쳐오는 ‘주한미군 조정론’… 절실해지는 ‘안보 자강’

    [사설] 속속 닥쳐오는 ‘주한미군 조정론’… 절실해지는 ‘안보 자강’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와 미 본토 방어 강화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국방 잠정전략 지침’을 내부에 배포했다고 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서명이 담긴 이 비밀 지침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처음 공개된 군사 전략 문건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전략’ 이후 중국 견제는 미 대외전략의 중심축이 됐다. 이번 지침서에서는 중국의 잠재적 대만 침공을 다른 어떤 잠재적 위협보다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특히 “인력·자원의 제약 탓에 다른 전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적시한 부분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 두겠다는 확고한 방향 전환인 것이다. 우리로서는 당장 주한 미군의 역할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움직임이다. 지침에 따라 미국이 향후 군사력 운용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면 주한미군 내 일부 미사일·공군 자산이나 해병대 병력이 유사시 대만 방어에 전개되는 ‘기동형 전력’으로 전환된다. 대북 정찰, 감시, 정보 수집 등 첨단 전략 자산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침서는 “중국 아닌 러시아와 북한, 이란의 위협에는 해당 지역 동맹국들이 억제 책임을 맡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을 주요 위협국의 하나로 분류하면서도 동맹국에 대응 역할을 떠넘긴다면 한반도 방어 체계는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한국의 독자적 역량 강화와 방위비 기여를 강력히 요구하기 위한 밑자락 깔기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향후 방위비 협상은 물론 전력 증강 문제에서도 미국의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층화다.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맞서는 데 집중할수록 북한은 역으로 안보 공백을 노리고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고도화·상시화될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전략 전환에 동북아 지역의 안보 균형이 흔들리면 한국은 중국·북한의 이중 압박에 노출되는 구조적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몰두하게 되면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관심은 그만큼 희석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냉정한 전략적 판단으로 안보자산 재편에 나서야 한다. 안보에서의 ‘한미 연합’이 여전히 핵심 축임은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의 동맹관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해야 한다. 소리소문 없이 기민하게 안보 자강에 초점을 모아야만 할 순간이다.
  • [재테크+] 미친 금값 또 천장 뚫었다…조용히 웃는 연예인 누굴까?

    [재테크+] 미친 금값 또 천장 뚫었다…조용히 웃는 연예인 누굴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또 다시 경신하면서 ‘금테크’(금과 재테크를 합친 말)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금에 투자해온 배우 전원주와 걸그룹 있지(ITZY)의 유나 같은 연예인들은 선견지명을 입증하며 재테크 고수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금 가격은 온스당 3106.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그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투자 붐을 일으킨 결과입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18% 이상 상승했으며, 이번 달 초에는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승세가 전 세계적 경제 불안정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분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산업 보호와 무역 적자 감소를 위한 일련의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오는 4월 2일 추가 관세 발표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금값 상승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금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금이 연말까지 온스당 33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3063달러에 이어 내년에는 33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이전 예측치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입니다. 싱가포르 OCBC 은행 분석가들은 “안전자산이자 물가 상승 시대에 자산 가치를 지켜주는 금은 최근 지정학적인 우려와 관세 불확실성이 더해져 투자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렉스 컨설턴트 에드워드 메이어도 “관세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금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찍이 금에 투자해온 연예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테크 고수로 알려진 배우 전원주는 지난해 3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을 많이 사둬야 한다”며 “내 금고에는 금이 가득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원주는 앞서 2022년에도 은행에 금만 10억원어치를 저축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는 금테크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금은 가지고 있으면 든든하다. 무거워도 돈이라 안 무겁다”라며 독특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걸그룹 있지의 멤버 유나 역시 금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인 연예인입니다. 유나는 지난해 10월 라디오 방송 인터뷰 중 금테크 성공담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신곡 타이틀곡인 ‘골드’와 관련해 진행자가 “있지 멤버들은 ‘골드’를 좋아하나?”라고 질문하자, 유나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조금씩 샀다. 한 돈씩 한 돈씩 샀다. 이후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 “이곳은 미국 땅!”…美 밴스 부통령, 아내와 그린란드 방문해 ‘군침’

    “이곳은 미국 땅!”…美 밴스 부통령, 아내와 그린란드 방문해 ‘군침’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하며 미국 병합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AP통신 등 외신은 밴스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최북단에 있는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를 방문해 이곳이 미국 영토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덴마크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당신들은 그린란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금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린란드를 훨씬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더 많이 보호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미국 병합 야욕을 드러내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이달 13일에도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 안보를 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병합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번에 밴스 부통령이 아내 우샤와 고위 관료들을 이끌고 그린란드를 찾은 이유는 병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이는 미국의 침략”이라면서 “우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1분 1초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병합하려는 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 섬으로 수백 년간 덴마크 자치령으로 있었다. 그린란드는 광물, 석유,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곳으로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북극 일대에 새 항로가 열리면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진 상태다. 특히 이곳은 북미 대륙과 유럽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 [포착] 총 850m 교량으로 탱크 상륙…위성으로 본 대만 침공용 中 특수 바지선

    [포착] 총 850m 교량으로 탱크 상륙…위성으로 본 대만 침공용 中 특수 바지선

    해안가 인근에 길게 늘어선 중국의 특수 바지선 모습이 위성으로도 확인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중국이 ‘침략’ 바지선과 심해 케이블 절단 기술로 국방 관계자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이 언급한 침략 바지선은 최근 위성사진과 소셜미디어로 공개된 중국의 새로운 특수 선박을 말한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바지선 세척이 줄지어 해변까지 이어져 있는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가 이후 삭제됐다. 광둥성의 잔장 부근에서 촬영된 이 바지선은 긴 교량이 앞으로 쭉 뻗어 나와 선박끼리 연결해 긴 통로를 만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바지선 3척으로 만들어진 통로 총길이가 850m에 달하는데 대만 상륙 작전을 위한 용도로 분석했다. 곧 긴 교량을 해변 너머 도로에 안정적으로 내린 후 트럭과 탱크 등을 하역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 이번에 CNN이 보도한 위성사진에는 이 모습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24일 미국 위성회사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해안가 인근 바다에 세 척의 특수 바지선이 연결된 기괴한 모습이 쉽게 확인된다. 미 해군 함장 출신인 토마스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중국의 특수 바지선은 인민해방군의 상륙 작전 능력에 상당한 업그레이드를 준다”면서 “대만 침공이 발생할 경우 화력 우위가 확립되면 이동할 수 있는 부두를 형성해 대량의 탱크와 장갑차, 중장비를 운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CNN은 기록적인 깊이에서 해저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는 중국의 신형 절단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선박과학연구센터가 개발한 이 도구는 기존 두 배에 달하는 최대 4000m 수심에서 통신선을 절단할 수 있으며, 중국 심해 잠수정 펀더우저와 스트라이버, 하이더우 등에 장착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도구의 원래 목적은 민간용 인양과 해저 채굴이지만 다른 국가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태평양 괌 근처 케이블이 끊기면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통신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괌 기지는 미국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구글을 포함해 10여개의 군사와 민간용 광케이블이 깔려있다.
  • [강유덕의 유럽 프리즘] ‘방패’를 든 유럽이 불러올 변화

    [강유덕의 유럽 프리즘] ‘방패’를 든 유럽이 불러올 변화

    이달 초 유럽연합(EU)은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자체적인 방위를 위해 8000억 유로(약 1264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5%씩 추가로 지출해 6500억 유로를 조성하고 EU 차원의 공동 차입을 통해 1500억 유로를 충당한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EU 회원국 중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속한 23개국의 방위비는 GDP 대비 3.5% 수준까지 늘어난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 수준인 2.8%를 넘어선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EU의 재정규율 예외를 전제로 한다. EU는 ‘안정성장협약’을 통해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시적으로 이 기준을 유예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방역과 경기 부양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고 지출 성격도 일회성이었다. 그런데 방위비 증액은 일시적인 추경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예산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가령 곧 출범할 독일의 보수연정은 방위비 증액을 위해 자국의 부채 상한선을 철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유럽의 사회복지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할 변화는 유럽 내 ‘독자적 핵억제력’에 관한 논의다. 현재 유럽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뿐이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의 핵억제력을 다른 유럽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과거 같았으면 타 유럽 국가들이 반발했을 제안이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독일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평화주의적 입장을 견지해 온 북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변화는 유럽만의 독자적인 방위 구상이다. 최근 수년간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정치세력이 힘을 얻어 왔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방위 분야는 각국의 주권이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으로, 그간 EU 차원의 통합은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평화 유지는 유럽 통합의 핵심 성과이지만, 군사력까지 통합하는 데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EU 차원의 통합 방위계획이 지지를 얻고 있다. 지정학적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나토에서 발을 빼려는 기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2010년대 후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압박과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는 유럽에 큰 위기의식을 안겨 줬다. 유럽이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이 시기에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의 움직임이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던 데 비해 지금은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은 이제 방위비 증강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단지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통합의 방향과 사회모델까지 가로지르는 변화라는 점이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 [열린세상] 친중과 반중을 넘어 극중으로

    [열린세상] 친중과 반중을 넘어 극중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코 중국이다. 탄핵 반대 집회를 가 보면 ‘중국 공산당 아웃’ 같은 표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수 대중은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이 중국이며, 중국이 명시적 전쟁은 아닐지라도 한국의 국가 역량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비공식 전쟁인 ‘초한전’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이 제기하는 국방, 산업, 사회 전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일치단결해야 하고 ‘반중’의 대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잠재적인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해도 된다는 판단이 자동으로 도출된다. 반중 정서의 폭발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계기는 2017년 중국의 한한령이었다. 이후 무역 갈등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중국 산업의 무서운 추격, 대중문화 영역에서 양국 민족주의 네티즌의 충돌을 겪으면서 반중 정서는 적어도 온라인 공간에선 기본적인 문법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은 어떨까. 정치인들은 몰라도 진보를 지지하는 대중들의 정서도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자녀는 꼭 미국에 유학을 보내는 것에서 그들이 중국보다는 미국을 선망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다.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라고 중국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역과 투자 면에서 정말 중요한 나라인데 그렇게 적대를 하는 건 옳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셰셰론’도 여기에서 도출되는 방법론이다. 구태여 한국이 문제를 삼지 않고, 중국과 대만 모두에 우호적인 의사를 표하면 외교적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의 중국론은 점점 더 많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미국의 지정학적 기획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중 갈등의 격화로 우리가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 미리 미국의 외교 노선에 편승해 대비를 하자고 이야기한다. 사실 우리가 얼마나 ‘셰셰’를 말하든 간에 중국이 미국에 거세게 도전할 것이며, 중국의 산업 발전이 한국의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수의 ‘중국 위협론’은 타당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학의 변동이 극대화된 오늘의 세계에서는 ‘셰셰’로는 해결이 안 되는, 고통을 수반하는 잔인한 선택의 순간이 정말로 찾아올 수도 있다. 보수의 중국 위협론에도 맹점이 있다. 보수는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해결할 수 없는 무수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이며, 트럼프의 미국이 다시 중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당분간 중국이 무너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럽과 중동에서도 도전을 해결해야 하는 미국이 중국을 단기간에 압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보수든 진보든, 많은 한국인은 여전히 ‘중국은 양말이나 파는 후진국’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가난하고 후진적인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을 위협하며 계속해서 발전하는 중국’이라는 도전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이 없이는 과격하거나 무의미한 구호만 남발이 될 뿐이다. 중국에 대한 태도를 정립할 때 일본과의 관계가 좋은 참고가 돼 줄지도 모른다. 과거 일본은 중국보다 훨씬 더 민감한 상대였고, 한국 정치는 언제나 친일과 반일을 둘러싼 무수한 논쟁에 직면했다. 그리고 한국이 선택한 것은 일본을 알아서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지일(知日)과 극일(克日)이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가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지 논하는 정치가 단순한 무시나 반대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자세일 것이다. 중국이라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의 도약과 재설계를 이야기하는 ‘극중(克中)의 정치’를 기대한다. 임명묵 작가
  • 한 대행 “통상전쟁에 모든 역량 쏟아야”…경제안보전략TF 격상도

    한 대행 “통상전쟁에 모든 역량 쏟아야”…경제안보전략TF 격상도

    정부가 그동안 경제부총리 주재로 개최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앞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의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한다. 한 대행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상관계장관 간담회를 갖고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대한 대응력을 제고하고 통상과 안보 이슈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대미 통상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주요 기업들과도 긴밀히 소통하기 위해 민·관 공동 대응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 대행은 전날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온 뒤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슬러 나가도록 하겠다”며 “제가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 담당 국무위원과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의 변화에 대응, 실천하고 또 지정학적 대변혁 시대의 대한민국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미 협의 진행 상황과 향후 대응 계획을 보고받았다. 한 대행은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라며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미국 상호관세 발표 관련 점검 및 대응을 더욱 철저히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 한덕수 대행 “국익 확보에 모든 역량…여야 초당적 협조 간곡히 부탁”

    한덕수 대행 “국익 확보에 모든 역량…여야 초당적 협조 간곡히 부탁”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24일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주요 국정 현안들을 안정감 있고 속도감 있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치권에도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대행은 “직무가 정지된 동안 두 가지를 깊이 생각했다”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 위해 저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 숙고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미군 패권경쟁 격화 등 세계가 지정학적 변화와 경제질서 재편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 데 저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제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두겠다”며 “전 내각이 저와 함께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또 “제가 고민한 두 번째 질문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하는 점”이라며 “지금 우리 국민은 많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리가 힘들게 일으켜 세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번영하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달라져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명백히 목격하고 배운 것이 있다면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는 불행으로 치달을 뿐 누구의 꿈도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여야와 정부가 정말 달라져야 한다. 저부터 그러겠다”며 “대한민국이 합리와 상식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오로지 나라와 국민 전체를 보며 제가 들어야 할 모든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헌재의 선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했고, 관계 부처에 “엄중한 상황 속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국정 운영에 만전을 다하라”며 안보·치안 유지와 재난 관리를 위한 긴급 지시를 내렸다. 안보 분야와 관련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합참의장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도록 전군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외교부 장관에게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한미 공조와 우방국 협조를 공고히 하고, 우리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과 경찰청장 직무대리에 “과격 시위 등으로 인한 재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회 관리 및 주요 인사 신변 보호, 다중 운집 안전관리 대책 등 사회 질서 유지에 각별히 유의하고, 이와 관련한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대행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산불과 관련해 국방부·행안부 등 관계 부처에 가용 병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 인근 주민 대피, 입산객 통제 등 안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오후 한 대행 주재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개최해 경제, 사회, 안보 등 분야별 당면 현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 ‘직무복귀’ 한 대행 “급한 일부터 추스를 것…이제 좌우 없다”

    ‘직무복귀’ 한 대행 “급한 일부터 추스를 것…이제 좌우 없다”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4일 “이제는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우리 과제”라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도 총리가 직무 정지 중인 가운데 국정을 최선을 다해서 이끌어 주신 최상목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스러 나가도록 하겠다”며 “제가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 담당 국무위원과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응을 준비, 실천하고 또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잘 우리의 발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리 국무위원과 정치권과 국회와 또 국회의장님과 모두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매주 진행해 온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체제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또 주말 사이 전국으로 확산된 산불 피해와 관련, “오후에는 정말 큰 산불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을 뵙고, 특히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선 제가 직접 손으로 위로의 편지를 드릴 것”이라며 “정말 가슴 아픈 일이고 그분들의 명복일 빌어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특히 “우리 모든 국민들은 이제는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좌우는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우리의 과제”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복귀와 함께 다시 그러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또 우리의 젊은 미래 세대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 국민들과 정치권과 언론과 또 시민단체와 기업과 정부 국무위원들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곧 또 뵙겠다”며 집무실로 이동했다.
  • ‘직무복귀’ 한덕수, 마은혁 질문엔 답 안했다…“좌우 없다”

    ‘직무복귀’ 한덕수, 마은혁 질문엔 답 안했다…“좌우 없다”

    2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판결을 받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즉각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슬러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헌재의 탄핵 기각 판결 직후인 오전 10시 21분쯤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해 이같이 말하며 “제가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의 담당 국무위원과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리 국무위원과 정치권과 국회와 또 국회의장님과 모두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들은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좌우는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정말 큰 산불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을 뵙고 또 특히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 제가 직접 손으로 위로의 편지를 드렸다”며 “정말 가슴 아픈 일이고 그분들의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수습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피하고 “이제 곧 또 뵙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 K팝, K콘텐츠, K뷰티, K푸드… 그보다 먼저 ‘K정치’가 있었다[윤태곤의 판]

    K팝, K콘텐츠, K뷰티, K푸드… 그보다 먼저 ‘K정치’가 있었다[윤태곤의 판]

    美 압박·회유 등 한국의 능동적 외교 ‘K정치의 시발점’ 된 코리아게이트경제 부상·88올림픽 통해 질적 도약YS·DJ 거치며 도덕적 권위도 장착盧정부서 진화한 온라인 대중 참여정치 역동성과 함께 불안정성 키워 尹계엄 이후 혼란조차 선도성 담아 NYT, 한국인 유튜브 의존성 지적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부터 현재까지 한국 정치에 대한 외신과 해외 언론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인용 때도 외신 보도가 많았지만 양과 질 모두에서 지금이 압도적이다. 특히 과거와 다른 점은 레딧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틱톡이나 엑스(X·옛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SNS), 주요 해외 언론 사이트나 유튜브 콘텐츠의 댓글 등으로 나타나는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 반응이다. 구체적 통계를 찾긴 어렵지만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시민들의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동북아 바깥 나라 시민들과 이들의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관심도의 차이가 컸다. 그런데 지금은 유럽, 남아메리카, 동남아, 중동의 젊은이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 K콘텐츠를 다루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K팝 아티스트 팬 인스타그램 혹은 K뷰티 화장품 사용법을 알려 주거나 K푸드 먹방을 내보내는 유튜브 댓글 창에서 한국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낯 뜨겁기도 하면서 묘한 ‘국뽕’도 차오르는 장면들이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양 측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의 정치가 몇 달 동안이나 출렁거리고 있으니 주목받을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 속의 K시리즈 끄트머리에 슬그머니 붙어버린 ‘K정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K정치나 한국 정치나 실체는 같지만 한국 밖에서 소비하고 반응하며 그 일부를 수용하거나 영향을 받기도 하는 한국 정치를 ‘K정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美에 한국 국력을 투사한 K정치 K정치의 맨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타임지 표지를 두 번이나 장식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20세기 초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미국통으로 공산주의와 맞서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낸 인물이지만 미국 정부와는 거칠게 충돌하며 불화했던 인물, 미국 지식인 사회나 언론과 직접 소통하며 미 정부에 대한 압박까지 시도했던 카리스마적 독재자의 입체적 면모는 당시에도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겹쳐 보는 시각도 있으니 한국 정치뿐 아니라 K정치의 시원이라 할 만하다. 그다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쿠데타, 장기 집권, 북한과의 체제 경쟁, 눈부신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존재감은 이 전 대통령보다 더 크다. 지난 1999년 타임지는 아시아의 20세기 인물 20인을 선정했는데 마오쩌둥, 쑨원, 간디, 호찌민 등과 더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반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경제적 무능력 상태에 있던 나라를 산업 강국으로 키운 것이 선정 이유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승만처럼 박정희도 재임 시에 북한과 맞서면서 미국과 불화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한민국 중앙정보부가 박동선 등을 통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건네 친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스캔들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대문짝만 하게 폭로되고 미 의회 청문회에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출석해 박정희를 맹비난한 것은 K정치의 중요한 챕터다. 이 전 대통령 때는 군사, 경제 양면에서 신생 대한민국과 이승만 정부에 대한 미국의 원조와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갈등의 시작이자 끝이었고 북한에 우리나라가 먹히면 당신들에게도 손해라는 자해적 압박이 주된 전략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 때부터 양상이 상당히 달라졌다.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나 베트남전 파병이라는 외교·군사적 레버리지를 미국에 사용했다. 코리아게이트 역시 한국 정부가 통일교 조직, 재미교포 등 미국 주류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액을 들여 미국 정치인들을 설득, 회유, 매수한 사건이다. 도덕성을 떼놓고 본다면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양면에서 신장된 국력을 미국에 투사한 K정치의 능동적 면모의 시발점이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쪽은 경제성장과 단임제를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K정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5공화국은 12·12, 5·18, 대규모 시위와 진압으로 요약된다. 물론 그 이전의 폭압적 인권 탄 압에 비해 5공 시절에 대한 주목도와 ‘인지도’가 높은 것은 1980년대 한국의 위상, 경제력이 더 높아진 것과 연결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냉전의 첨병으로서의 효용뿐 아니라 중진국 국민이 된 한국인 한 명 한 명의 값어치가 5공 시절에 많이 올라갔다. ●냉전 종식의 신호탄 된 88올림픽 K정치가 외교관과 군인 그리고 정보원, 국제정치·외교안보 전문가, 기자와 인권운동가라는 소비층을 벗어나기 시작한 분수령은 88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 세력의 타협을 통한 직선제 실시, 평화적 정권 이양(정권교체는 아니지만),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 직후 개최된 서울올림픽은 진영적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신세였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달리 말 그대로 세계의 축제였다. 한반도에 국한해서 보자면 남북 체제 경쟁의 종말,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자면 냉전 종식의 신호탄이었다. 서울올림픽은 ‘소련’이라는 나라가 참가한 마지막 올림픽이기도 하다. 인권을 탄압하는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유무형의 규제, 체제 경쟁의 상대 선수에 대한 사회주의권의 배제와 냉대라는 족쇄를 떼내고 경제력이라는 엔진을 장착한 K정치는 질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서구에서는 자유 진영의 똘똘하고 자랑스러운 막내 취급을 받았고 동구권에서는 기존 선진국처럼 젠체하지 않는 신흥 부자 대우를 받았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달리 국제적 원죄도 없는 ‘워너비’의 자리를 차지했다. 민주주의 리더들이 차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시대가 되면서 K정치에는 도덕적 권위까지 장착됐다. 여야 갈등, 정치적 부패 등이 상존했지만 후진국형 국가 폭력이나 야당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우위 등은 사라졌다. YS 때부터 한국 대통령은 각종 인권상도 받는 존재가 됐고 노벨상 수상자인 DJ는 국제 정치무대에서 ‘구루’ 같은 존재였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 사이에선 “‘넬슨 만델라와 김대중을 존경한다’ 정도는 말해야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이 시기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라는 타격이 있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중국과의 수교, 남북 화해 모드, 일본 문화 개방, 반복적인 평화적 정권교체, 여소야대 정치 구도의 수용 등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K정치는 선진국형 보편성을 획득해 나갔다. ●2002년부터는 세계 정치 트렌드 선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K정치는 선진성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선도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정치의 새로운 트렌드들이 한국에서 시작됐고 전통적 선진국들이 한국의 뒤를 따르고 흉내 냈다. 2003년 2월 24일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실었다. HTML로 구현된 웹사이트 코드를 이해하는 세계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그의 취임과 더불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온라인 민주주의 국가임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웨보크라시(webocracy: 웹민주주의)의 등장은 이미 한국을 활기가 넘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나라로 만들었다”는 기사 속 문장은 지금까지도 효용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가디언’은 (2003년 당시) 영국에서는 5%에 불과한 일반 가정의 초고속통신망 보급률이 한국은 70%에 달한다고 전달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대선 캠페인과 ‘노사모’ 조직, 온라인 신문 오마이뉴스, 여중생 두 명이 사망한 미군 장갑차 사고로 촉발된 촛불 반미시위 등을 웨보크라시의 실제 예로 소개했다. 전통적 정치 선진국은 물론이고 3세계에서도 정당 활동가와 선거 컨설턴트, 사회운동가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한 대중의 자발적 참여라는 한국형 정치운동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운동인 무브온과 커피파티, 보수적 정치운동 티파티가 그 열매들이다. K팝보다 K정치의 ‘성취’가 오히려 더 빨랐던 셈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액 정치후원금 모금, 정치 리더 팬클럽, 정치 팟캐스트, 거대한 규모의 비폭력 촛불시위 등도 참여정부를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화한 한국형 웨보크라시, K정치의 산물들이다. ●편 가르기·선동 등 그림자도 짙어져 하지만 그 그림자도 점점 짙어졌다. 대중들이 강고한 정치 기득권을 길들이면서 정당정치의 구심력이 약해졌고 직접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서 대의제가 훼손됐다. 정치적 역동성의 다른 이름은 불안정성이다. 정권 교체는 곧 청산주의적 리셋을 의미하게 됐다.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편 가르기와 선동,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한 결집, 유튜브 의존이 정치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야말로 K정치의 가장 충실한 제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그 이후의 혼란조차도 K정치의 특성과 특유의 선도성을 담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고급 정보를 접하는 대통령이 참모들이나 정보기관의 보고나 주류 언론의 보도를 불신하면서 유튜브에 심취하고 유튜버가 전파하는 부정선거론에 공감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 아닌가?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국인들의 유튜브 의존성을 분석하며 계엄과 유튜브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노벨문학상의 한강과 오징어게임2, 블랙핑크 같은 소프트파워에서부터 반도체와 방산, 조선업 같은 하드파워까지 K시리즈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K정치도 주목도와 영향력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K와 달리 지금은 워너비가 아니라 반면교사다.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 “스파시바 김정은!” 쇼이구, ‘푸틴 중요친서’ 전달…북한군 목숨값 치르나

    “스파시바 김정은!” 쇼이구, ‘푸틴 중요친서’ 전달…북한군 목숨값 치르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평양발 보도에 따르면, 이날 북한을 방문한 쇼이구 서기는 김 위원장과 2시간 이상 면담한 뒤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는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따뜻한 인사와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는 당신과 도달한 합의 이행에 최고의 관심을 기울인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 초기 단계, 우크라이나 상황, 다른 지역과 특히 한반도의 안보 문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협상은 오늘날의 역동적이고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유용하고 중요하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환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22일 조선중앙통신도 쇼이구 서기가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근한 인사와 중요친서”를 전달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깊은 사의를 표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전투적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특히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벌리고 있는 특수군사작전은 불굴의 힘과 애국주의, 정의의 위업에 대한 시위”라고 규정하며, 참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투쟁을 변함없이 지지하려는 것”은 북한의 “확고부동한 선택이며 견결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 강조파병 반대급부, 포로 처리 귀추김정은 방러 시기 조율 가능성쇼이구 서기는 지난해 6월 평양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조약은 양측의 광범위한 우선순위 분야에서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러북 관계 발전의 기본 원칙을 수립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 조약 조항을 준수할 무조건적인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한다”며 “이 문서 체결이 양측 이익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는 양측간 성취된 전략적 관계 수준을 높게 평가하며 이를 심화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조약은 한쪽이 침략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북러 관계를 군사동맹급으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쇼이구 서기가 북한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잡힌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와 북한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도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쇼이구 서기는 김 위원장에게 “북한 친구들에게 모든 중요한 지정학적 문제와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 연대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전승절 80주년 기념일과 8월 광복 80주년 기념일 등 올해 대규모 행사와 접촉이 많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행사를 명예롭게 기념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언급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쇼이구 서기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5월 9일 전승절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 방문 초대를 받은 김 위원장의 예상 방문 시기로 자주 거론된다.
  • 조태열 “한일관계, 양국 정치인들 노력 중요…현실은 기대에 못 미쳐”

    조태열 “한일관계, 양국 정치인들 노력 중요…현실은 기대에 못 미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한일관계와 관련, “양국 정치인들의 공동 비전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17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환경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 하에서 양국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양국 국민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정쟁은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80여년 전 (아서) 반덴버그 미 상원의원의 명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일본 국민이 먼저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픈 상처를 헤아리는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 국민은 분명히 그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추진한 ‘제3자 변제’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현 상황에서는 거의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있으면 이 해법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국민도 한 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 주시길 기대한다”며 일본 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지난해 ‘반쪽’으로 파행을 빚은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해선 “올해는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의미 있는 추도 행사를 함께 개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잇는 새로운 선언이 필요한지를 두고는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와 연계하에 검토될 사안”이라며 “일본 정부와 함께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한중일 3국의 협력에 대해서도 “미중 전략 경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이 있다”며 “그러한 관점에서 한일중 협력의 틀이 유용한 기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미북 대화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와 긴밀한 공조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그동안 이런 입장을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미측에 분명히 밝혔고, 미측도 대북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해 온 만큼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괗한 질문에는 “만약 미국이 증액을 요구할 경우에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우리의 포괄적 기여 수준과 규모가 얼마나 높고 큰지 그 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균형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국내 일부의 반중 정서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국내 정국이 안정되면서 차차 가라앉을 것”이라며 “한중 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광장] 트럼프의 실용적 패권주의와 손자병법

    [서울광장] 트럼프의 실용적 패권주의와 손자병법

    도널드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을 쓴 사업가 출신의 대통령이다. 그는 국가의 외교 안보도 거래로 여기는 통치 철학을 갖고 있다. “돈이 되면 그게 옳다”는 철학으로 국가를 통치했던 로마제국 9대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를 떠올리게 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로마의 국고를 채우기 위해 공중화장실에 부과한 세금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베스파시아누스처럼 트럼프도 ‘도덕적 리더십’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중심으로 세계를 움직인다. ‘오지랖 넓은’ 미국의 글로벌 개입을 축소하면서도 특정한 전략적 이익이 걸린 곳에 승부수를 던지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보편적 국제주의를 포기하는 대신 ‘선택적 개입’을 통한 미국의 힘을 유지하겠다는 실용적 패권주의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핵심은 ‘힘을 전제로 한 세계질서’를 지향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외교에 중점을 뒀다면 트럼프는 실용주의적 거래 외교로 차별화하고 있다. 다자주의 기반의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트럼프는 ‘싸우지 않고도 전쟁에서 이기는’(不戰而勝) 손자병법을 신봉한다. 자신의 저서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손자병법의 지혜를 배울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압박과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그는 ‘속임수를 활용하라’는 손자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제자다. 정치적·사업적 경쟁에서 의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태도를 유지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거래와 협상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가자지구 주민 이주’를 중심으로 한 트럼프의 중동 평화 구상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삼십육계 중 ‘타초경사’(打草驚蛇·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에 해당되는 이 수법은 손자병법의 ‘기습’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거래와 힘의 균형’을 통한 세계 질서 재편을 꿈꾼다. 이른바 ‘역(逆)키신저 전략’이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970년대 미중 화해를 통해 소련을 견제했던 것과 반대로 트럼프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영국 제국주의 핵심 외교 전략인 ‘세력 균형 외교’와도 맥이 닿는다. 유럽 대륙에서 어느 한 강대국이 지나치게 우세해지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영국 제국주의를 존속하려는 수법이었다. 중국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의 지정학적 고립을 유도하고 미러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적 실익까지 챙기는 수법을 차용한 듯하다. 트럼프의 미 우선주의는 필연적으로 국제기구 탈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2기 취임식 날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외교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다자 협상 대신 직접적인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국제 인도적 지원과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USAID의 전체 직원 1만명 중 290명만 남기고 대부분을 해고하거나 휴직 처리한 뒤 54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자랑할 정도다. 그동안 유지해 왔던 미국의 세계질서를 근본적으로 허물겠다는 트럼프의 실용적 패권주의가 성공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동맹국들의 신뢰 저하, 보호무역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동맹 체제를 흔들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집권 4년은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재편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글로벌 지정학적 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정책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 대졸자… 슈퍼리치… 재벌…넘치는 엘리트, 나라를 흔들다

    대졸자… 슈퍼리치… 재벌…넘치는 엘리트, 나라를 흔들다

    모든 국가는 반복적인 불안 겪어엘리트 과잉으로 내부 경쟁 격화실패자의 불만 커지면 국가 위기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린다.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하고 소수의 사회만이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작금의 한국 사회 역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 진화인류학자인 피터 터친은 나폴레옹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약 300건의 위기 사례를 통해 사회가 위기에 빠져드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더 많은 사회 권력을 가진 이들을 엘리트로 규정한다. 저자는 “엘리트 과잉 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 등 네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국가의 위기를 가져온다”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엘리트 과잉 생산”이라고 말한다.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되는 엘리트의 과잉 생산이 결국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규모가 큰 나라의 경우도 지정학적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엘리트 과잉 생산이라면서 미국을 예로 든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1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가 급증했고 2018년과 2022년에는 부유한 선거 출마 지망자의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이끄는 반엘리트 그룹이 엘리트를 갈아치우는 혁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슈퍼리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중의 궁핍화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지만 엘리트 내부의 충돌로 인해 미국 사회를 지탱하던 사회 계약이 약화하고 국민적 협력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 벨로베즈 협정으로 소련을 해체한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문화가 유사하고,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동 중인 ‘아노크라시’ 국가라는 점에서 같았다. 하지만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영과 안정을 누리게 된 것은 지배 집단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 국유 기업의 대규모 민영화로 인해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들의 과잉 생산과 그들 간의 충돌로 인해 거듭된 국가 붕괴가 이어졌다. 하지만 벨라루스는 국가가 주요 산업의 대기업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올리가르히의 등장을 막아 내부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생태학자로 연구자 경력을 시작한 저자는 1만 년에 걸친 역사에서 되풀이되는 중요한 양상들이 존재한다는 ‘역사 동역학’을 내세운다. 그가 내놓은 위기 사례 분석의 결론은 전반적으로 암울하다. 전쟁, 혁명, 감염병 등으로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한편 3분의2 정도의 사례에서는 엘리트 계층이 평민 계층으로 하향하는 대규모 이동이 관찰됐다. 한국 사회 역시 1980년대 이후 대학 졸업자를 양산하며 엘리트를 과잉 생산한 지 40년이 넘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불평등이 악화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고급 학위를 가진 젊은 인재들을 소화할 만한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난관에 부딪혔다”면서 “이 같은 불안정의 추동 요인은 이미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의 시민과 정치 엘리트들이 불안정한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포착] 120m 교량으로 탱크 상륙…대만 침공용 中 특수 바지선 포착

    [포착] 120m 교량으로 탱크 상륙…대만 침공용 中 특수 바지선 포착

    무려 120m의 긴 교량이 앞으로 뻗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특수한 바지선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 등 외신은 중국의 새로운 특수 바지선 3척이 해변에 배치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광둥성의 잔장 부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바지선은 전체적으로 기괴한 모습이다. 바지선 위에 기둥 몇 개가 보이고 긴 교량이 앞으로 쭉 뻗어 나와 선박끼리 연결해 긴 통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지선 3척으로 만들어진 통로의 총길이가 850m에 달하고 날씨가 나쁠 때 기둥을 낮춘 후 바닥과 접촉시켜 안정적으로 선박을 지탱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이 바지선이 대만 상륙 작전을 위한 용도인 것으로 파악한다. 곧 긴 교량을 해변 너머 도로에 안정적으로 내린 후 트럭과 탱크 등을 하역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 앞서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군이 대만 침공 상륙 작전에 대비해 이동식 부두(mobile pier)를 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언론 역시 중국군이 광저우 룽쉐다오 일대의 GSI 조선소에서 대만 상륙 작전을 위한 신형 특수 상륙용 바지선을 최소 5척을 건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더워존은 “중국의 ‘침공 바지선’의 새로운 이미지가 공개됐다”면서 “이 바지선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준비의 목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짚었다. 영국 지정학위원회 해상전력연구원 에마 솔즈베리 박사도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륙에서 대만을 침공하려면 인력과 장비를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많은 수의 선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이동식 부두는 침공에 특히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정부 “경기 하방압력 증가”…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

    정부 “경기 하방압력 증가”…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

    정부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넉 달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내수부진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전쟁으로 수출 둔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경제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제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 판단과 유사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 둔화’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12월 그린북에서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네 달 연속 ‘경기 하방 위험’ 또는 ‘압력 증가’ 등으로 최근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 지표를 보면 1월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2.7% 줄어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2.3%, 서비스업은 0.8% 각각 줄었고 건설업도 4.3%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0.6% 줄며 내수 부진이 이어졌고 설비투자는 14.2%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2월 소매판매에는 카드 승인액 증가율 확대, 승용차 판매량 증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소비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카드 국내 승인액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6.8% 증가해 1월(1.7%)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5.2로 1월(91.2)보다 개선됐다. 반면 수출 증가세는 둔화했다. 2월 일평균 수출은 23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보다 5.9% 감소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관세부과 현실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지원 강화,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과 수출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 대책 마련할 것”

    정부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 대책 마련할 것”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과 관련해 근로시간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반도체 R&D 근로시간 유연화 대책을 만들고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반도체는 기술 전쟁이지만, 또 속도전”이라며 “앞서지 않으면 후발 주자와 격차를 유지할 수도 없다. 이런 때에 우리가 근로시간 문제를 갖고 이렇게 오래 밀고 당기고 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여야가 국회에서 다 해준다고 해놓고 전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노동조합에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일자리가 없는 데서 노동조합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느냐”며 “우리 모두를 위해 이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국회 입법이 아닌 고용부 지침 개정 등 행정 조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현행 특별연장근로 3개월은 R&D 성과가 나오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6+6개월 정도면 기업들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불가피하게 근로시간을 초과해야 할 경우 고용부 장관 인가 등을 받아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R&D 1회 최대 인가 기간은 3개월 이내이며 최대 3번 연장할 수 있어 총 12개월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부 인가 서류가 복잡하고 근로자 동의를 받기 어려워 제도 활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검토하는 안은 1회 최대 인가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한 차례 연장해주는 식이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제시한 절충안과도 맞닿아있다. 안 장관은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에서 계속 논의를 진행하되 정부 차원의 비상 대책을 우선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중국은 우리 주력인 메모리 분야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고 대만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달아나고 있는 형국”이라며 “우리만 주 52시간제라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특별법에 근로시간 특례가 규정돼 있다”면서 “이 조항을 반대하는 야당의 비협조에 가로막혀 국회 논의 자체가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문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근로시간 관련 업계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과 동진쎄미켐, 주성엔지니어링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이 참석했다.
  • [재테크+] 트럼프가 쏘아 올린 침체 공포…미 증시 ‘최악의 하루’

    [재테크+] 트럼프가 쏘아 올린 침체 공포…미 증시 ‘최악의 하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열어둔 한 마디에 월가가 패닉에 빠졌습니다. 미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국채 시장만 ‘안전 피난처’로 주목받았는데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경계하면서도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근거로 즉각적인 침체 가능성에 있어선 대체로 신중한 입장입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7% 떨어졌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08% 하락했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4%나 급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S&P500이 8일 동안 7번이나 1% 이상 오르내리며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을 예상하고 싶지 않다”며 배제하지 않는 발언을 한 것이 증시에 후폭풍을 몰고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으로 부를 되돌리는 큰일을 하고 있으며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라고만 말했죠. 월가는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몇 년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며 성장했던 빅테크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15.4% 폭락했는데요. 2020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락세입니다. 머스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AI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도 이날 5.1% 하락해 올해 손실이 20%를 넘어섰습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 역시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파죽지세로 오르며 12월 11달러에 육박하던 비트코인은 현재 8만 달러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 인기는 높아졌습니다. 국채 가격이 오르고 이자율이 내린 결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이자율은 4.22%로 떨어졌습니다. 1월 4.80% 가까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입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은 올해 말 미국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전년 대비 2.2%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는 20% 수준을 예측하면서 백악관이 정책 변화를 철회할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약간만 높였다고 분석했죠.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전무이사는 “시장에는 항상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관세 문제에 압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혼란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럴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죠. 베렌버그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홀거 슈미딩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에 관해 이야기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쓸 돈이 있으며 노동 시장 역시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가 있을 것이므로 임박한 경기 침체 위험은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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