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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욱 월드포커스] 反美가 선택카드 될 수 없다

    새해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는 미국의 국내외 변화이다. 한마디로 금년의 미국은 상처 받은 독수리처럼 상당히 혼란스럽고 울분에 찬 모습을 보여 줄 가능성이 많다.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전력투구해온 이라크 전쟁은 이미 네오콘의 참패로 판정났다. 이제 부시 행정부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상처를 덜 받고 이 참담한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공산화로 끝난 제2의 월남전이 아니라 휴전으로 마무리지은 제2의 한국전쟁이 바로 부시 행정부가 바라는 목표가 되어버릴 정도로 지금 부시의 입장은 초초한 모습이다. 4년 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렇게 비참한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세계적 석학이라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침공을 지지했다.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와 독일도 찬성했고 러시아나 중국조차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격렬하게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키신저나 후쿠야마나 모두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철군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주장한다. 부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블레어 영국 총리마저 등을 돌렸다. 그래서 결국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했고 그렇게 네오콘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라크에서 핵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하고 미군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 이유는 한마디로 네오콘의 오만 때문이었다.9·11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으로 선제공격 이론이 등장하면서 극명하게 표출되기 시작한 네오콘의 오만은 아무 객관적 증거도 없이 다만 상대가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관적 의심만 있으면 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어떠한 군사행동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극단적 일방주의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네오콘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번영을 이룩하는 엄청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산 위의 외로운 요새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문제는 네오콘의 몰락 이후이다. 럼즈펠드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고 그 후임에 보다 온건한 게이츠가 임명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네오콘의 몰락이 네오콘적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오콘의 독주가 가능했던 것은 럼즈펠드 같은 개인 때문이라기보다 미국적 예외주의와 수월주의가 만들어 낸 제국적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오콘은 단지 이들 시스템을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활용했을 뿐이다. 이들의 오만과 독주를 가능하게 했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것이 미국적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고민이다. 미국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우리는 좋든 싫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소중한 안보자산으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 새로운 질서가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한·미관계의 기본 골격을 훼손시킬 수는 없는 게 우리의 지정학적 한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반미가 선택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절단할 수는 없다. 특히 금년은 한국에서 대선이 있는 해이다. 지난 선거에서 반미주의는 매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후유증은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있다. 시스템 개조의 진통을 앓고 있는 미국이 올해는 우리 국내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한·미관계는 물론 우리 국내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부시 “이라크 미군 증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이라크 문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미군을 증원한다고.”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날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처음 시인한 데 이어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이 예고없이 이라크를 방문한 직후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2006년을 (미국에게) 실패한 1년으로 요약하면서 “이라크 내란 세력이 미국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이라크를 방문중인 게이츠 국방장관이 돌아오는 대로 미군과 해병대를 얼마나 증파할 지를 보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미군의 대규모 증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존 애비제이드 중부군 사령관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애비제이드 중부군 사령관이 이라크 추가 파병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단견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애비제이드 사령관은 “추가파병은 이라크군에게 치안확보 임무를 넘기는 시기만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면서 “군사력 외에 외교·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당적 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ISG)도 이라크 미군 철군을 권고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19일 인터뷰에서는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을 거명하며 “페이스 장군이 쓰는 재미있는 문구가 있는데,‘우리는 이기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지 않고 있다.’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긍정적인 상황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정파간 폭력행위”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중간선거 직전까지도 이라크에서 “분명히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호언장담했었다.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이 검토하는 병력 증강 방안에는 6∼8개월간 1만 5000명∼3만명의 미군을 더 파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dawn@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원작 독창성 깨야 번역이 산다

    번역은 모순들의 변증법이다. 과정인 동시에 산물이고 효과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 번역자는 원문에 대한 충성과 목표언어의 가독성을 조율하는 이율배반에 괴로워한다. 맛깔 나는 아홉보다는 어색한 하나 때문에 비난받는 번역행위는 그야말로 모진 작업이다. 언어학적으로 정밀한 번역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다듬어져야 작품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대리번역처럼 윤리성을 기만해서는 문화 산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로고스와 파토스, 에토스 사이의 갈등과 그 극복을 고민해 온 미국 템플대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 ‘실천가’인 로렌스 베누티가 저술한 ‘번역의 윤리-차이의 미학을 위하여’는 번역학자와 번역가들에게 동시에 주목받은 저서이다. 그에 따르면, 번역에 대한 문화적·법적 홀대의 원인은 원작자의 진본성과 재산권에 집착해 온 서구 낭만주의와 개인주의에 있다. 영미권 출판물의 압도적 불균형 또한 식민시대 이후에도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련된 문화적·경제적 착취, 이른 바 번역의 스캔들을 은폐한다. 베누티는 이러한 스캔들의 양상을 언어·문화·제도·경제·지정학적 관점에서 폭로하면서, 영어를 중심으로 세계화되는 시대에 국가들 사이의 문화, 정치, 경제 교류에서 요구되는 차이의 윤리를 제안한다. 바로 이 점에서 그의 책은 다른 학술적 이론서들과는 두드러진 차별성을 가진다. 제1장(혼질성)에서는 자신의 이론적 윤리적 입장을 밝힌다. 그는 여러 언어들의 텍스트 사이의 투명한 소통을 전제하는 언어학적 번역학의 한계에 대하여, 모든 문화적-언어적 상황의 혼질성을 인정하자는 균등주의를 강조한다. 제2장(원저자성)에서는 번역 폄하의 근저에 자리잡은 ‘원저자’ 개념을 다루고 있다. 특히 19세기 말 의사((擬似)번역의 분석을 통해, 작품이 원저자의 독창성의 표출이라는 서구적 소유권 개념을 비판하고, 원저자성에서 파생되는 집단적 성격, 즉 번역의 원저자성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제3장(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번역 홀대의 원인이 낭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특수현상에 있음을 파헤친다. 제4장(문화적 정체성의 형성)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일본 문학, 성서번역의 분석을 통해서 번역이 한 문화의 기존 가치나 정전(正典)을 공고히 하거나 변형시키는 가운데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행로를 보여 준다. 제5장(문학의 교육론)에서는 영미 문화에서 번역의 억압이 문화적 나르시시즘 및 정치경제적 패권주의에 뿌리박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문학과 번역의 교육현장에서 추진할 덕목을 제안한다. 제6장(철학)에서는 언어철학(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의 시각에서 언어와 매체의 중개를 통해 번역이 철학에 기여하는 몫을 고민한다. 제7장(베스트셀러)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고민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지적 베스트셀러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제8장(세계화)에서는 근대 이후에 이루어진 생산적인 번역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영미 일변도의 불균형한 번역문화를 보정할 방안을 촉구한다. 여러 언어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서 수집한 생생한 보기를 어휘와 문체 그리고 문예학과 텍스트 과학적 시각에서 균형 있게 조명한 이 책을 모든 전공분야의 학생, 출판기획자, 특히 이론에만 경도되어 정작 번역은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박여성 제주대 독일학 교수
  • ‘차베스이후 남미’ 전문가 진단

    차베스의 당선은 예견된 결과이다. 미주기구도 선거가 평화적이고, 대중참여도 활발했다고 평했으니, 야권의 선거 불복 캠페인도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그는 내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을 이끌게 된다. 인구 2600만명의 소국 대통령이 왜 이렇게 국제여론에서 논란거리가 되는가? 모두 석유 덕분이다. 고공행진하는 유가 덕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그는 반미적 볼리바르주의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볼리바르주의란 미국에 대항하는 중남미의 연대를 강조하는 사상이다. ●차베스 모델은 카스트로 그의 외교적 행보에는 영웅적 대망이 숨어 있다. 독립 영웅 볼리바르나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를 자신의 역할 모델로 생각한다. 군인 출신인지라 모든 것을 대결로, 전략과 전술로 생각하는 지정학적 사고도 보인다. 노조 지도자 출신이기에 모든 것을 협상으로 바라보는 룰라의 리더십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미국이 중동문제에 몰두하는 사이에 공백 상태로 남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석유외교를 통해 새로운 지역맹주로 발돋움하는 꿈을 꾼다. 그는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하는 ‘볼리바르적 대안의 미주’(ALBA)를 내세웠다. 경제통합 이외에도 중남미의 공중파를 통합하는 체인인 텔레수르, 베네수엘라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연결되는 남미가스망, 빈국의 시력상실자에게 시술하는 ‘기적의 미션’, 나아가 다자간군사조약인 남미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석유외교의 실태를 한번 보자.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250만배럴이다. 석유수출국기구의 쿼터량은 360만배럴이지만 시설의 노후화와 투자 부족으로 할당량도 못 채운다. 하지만 2005년 배럴당 67달러까지 오르면서 국가재정은 든든해졌다. 그래서 그는 주변국가들에 맘껏 돈을 뿌린다. 카리브 소국들에 석유를 저가에 좋은 금융 조건으로 공여하는 ‘페트로카리베’가 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국가들에는 페트로아메리카를 통해서 특혜를 주고 있다. 나아가 베네수엘라는 안데스공동체에서 탈퇴, 메르코수르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안데스 국가들에도 페트로안디나를 만들어 비슷한 조건 아래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특별히 쿠바에는 석유를 연간 460만∼580만t을 제공한다. 쿠바 국내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고정가격인 27달러(2005년)에 제공해 약 10억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권도 10억달러어치를 사서 키르치네르 정부의 시름을 덜어줬다. 선심 공세 덕분인지 지난해 5월에 미주기구의 사무총장 선출에 이변이 생겼다. 항상 미국이 미는 후보가 당선된 전례와 달리,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카리브 17개국이 미는 칠레의 미겔 인술사 장관이 당선됐다. 그러나 랠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 열린 미주정상회담에서 카리브 국가들은 미국과 반미 노선의 갈등 속에서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안을 지지했고, 볼리바르적 대안에는 등을 돌렸다. 미국의 지중해인 카리브 해역의 소국들이 미국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룰라의 브라질도 실리추구형 외교를 실행한다. 반미적 수사의 부담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에 돌리고, 자신은 중간에서 이익만 챙긴다. 지역대국의 경험이 있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베네수엘라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리 없다. 고공행진하는 유가가 쉽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외교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갈길 먼 볼리바르적 대안 하지만 반미 블록이 차베스의 리더십 아래 결성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것 같다. 한때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는 부시를 ‘악마’라고 묘사한 바 있다. 하지만 라틴바로메트로의 조사를 보면 인지도나 긍정적 평가에서 모두 부시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직 응답자의 26%만 차베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시의 경우는 29%로 3%포인트나 높았다. 볼리바르적 대안이 갈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 OECD, 내년 한국성장률 4.4%로 하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경제가 4.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보다 0.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OECD는 28일 내놓은 ‘2006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자·기업의 체감경기 악화와 가계부채비율의 확대가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 민간소비를 제약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OECD는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5.2%보다 낮은 5.0%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4.2%에서 내년에 3.8%로 둔화되고 수출도 올해 12.9%에서 내년에는 11.0%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중계석] 대북특사 적극 검토하라/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7일 현안인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최근 한반도 정세와 국민적 합의 형성 방안’ 포럼에서 발표된 고 교수의 발제문을 간추린다. 포럼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평화자문통일포럼과 북한연구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금은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등 근본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추가적인 상황악화 방지에 주력해야 할 위기상황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문제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할 경우 회복기에 들어선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핵·미사일 문제 등에 의한 남북대화의 전면 중단사태를 방지하려면 서울과 평양에 남북한 각각의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등 상시 대화채널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이의 전 단계로 개성에 남북공동의 대화사무국 설치 운영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특사파견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핵실험은 한반도 안보환경과 미국의 세계전략의 질적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조속한 협상진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할 수 없고, 핵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시전략으로 시간끌기가 어려워졌다. 북한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본격화되면 체제위기 심화에 따른 내부폭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속한 협상 진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충격요법을 통한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기회에 북한은 북핵해결의 가닥을 잡고 체제위기 해소를 위한 정책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안전을 담보한다면 비핵화를 실현하고 개혁개방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상국가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中-파키스탄 FTA체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과 파키스탄은 24일 통상과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중국으로서는 아세안과 칠레에 이어 3번째다. 두 나라는 핵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으나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합의안을 내지는 않았다. 두 나라는 지난해 42억달러이던 양자교역의 규모를 향후 5년 내에 3.5배 규모인 150억달러로 늘리기 위해 통상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또한 향후 5년간 무역과 합작회사, 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한 ‘5개년 개발계획’에 합의했다. 양국은 앞서 1255개 품목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조기 이행협정을 지난 1월부터 발효시켰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파키스탄의 제2위 교역국이다.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이 중국엔 규모 측면 등에서 크진 않지만 인도 등을 겨냥한 지정학적,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파키스탄의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했고 이런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파키스탄의 영토분쟁과 관련,“중국은 양국 분쟁의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카슈미르 분쟁해결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금 한줄기 빛이 보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핵을 비롯한 에너지와 통상, 인프라, 과학,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국방분야에서 두 나라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비롯한 항공기의 공동개발 등 장기적인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중국 방산업체는 현재 파키스탄 공군과 JF-17 전투기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에 일부가 파키스탄측에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jj@seoul.co.kr
  • 특수성·민족주의에 갇힌 한국사 재해석

    지난 2월 발간돼 화제를 모았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전면적으로 비판해 ‘해방전후사의 재재인식’이라 불릴 만한 책이 20일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서울신문 15일자 1면 보도> 역사비평사가 내놓은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에서 ‘근대를 다시 읽는다’(이하 ‘다시 읽는다’)로 제목이 바뀌었다. 28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을 동시에 뛰어넘겠다는 기획 아래 1·2권 각각 3부씩 구성했다. 편집진은 근현대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윤해동(성균관대)·천정환(성균관대)·허수(동덕여대)·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이용기(역사문제연구소)·윤대석(인하대)씨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왜 재재인식이 필요할까. 편집진이 밝힌 머리말 ‘한국 근대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의 주요부분을 요약해 재구성했다. ●‘재인식’은 시대착오적 좌우대립 ‘인식’의 마지막 6권이 출간된 이래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됐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섰다. 이런 변화는 ‘인식’류의 민족주의나 민중주의 관점을 낡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재인식’이 나온다 했을 때 기대했지만, 막상 책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좋은 글도 있지만 ‘재인식’이 한국에 끼친 영향은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결과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의 논리로 되돌렸다. 보수·기득권 세력이 오독해서가 아니라 ‘재인식’ 스스로 시대착오적인 좌우대립에 편승했다. ●‘재인식’ 문명론은 저열한 변종 두 책은 대립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립되지 않는다.‘인식’의 민족주의 대신 ‘재인식’은 애국주의를 내세우지만, 결국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다. ‘인식’과 ‘재인식’은 민족과 국가를 공유한 채 근대를 특권화했다. 또 ‘재인식’은 논리적으로도 민족과 근대를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재인식’이 운운하는 ‘문명론’은 근대주의를 극복하기는커녕 한발도 더 못나간, 또는 그보다 훨씬 저열한 변종에 불과하다. 문명론은 서구중심주의와 국가주의를 벗어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렇다면 재재인식이란? 한국사는 그동안 ‘특수성’과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지정학적 위치,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 피해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는 ‘근대 미달’이거나 ‘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근대내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는 특수한 민족사가 아니라 보편적인 근대안에서 해명될 수 있다. 서구의 보편-특수 구도에 휘말려도 안되겠지만, 한국의 특수주의에 매몰돼서도 안된다. 이들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소장학자들이 전개한 근현대사의 논지가 과연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지정학적 낙관주의의 종언/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북핵실험으로 이제 당사국의 패가 대충 드러났다. 미국의 압박 전술도 한계를 드러냈고, 한국과 중국은 역시 북·미관계의 인질임이 판명되었다. 오히려 북한의 노련한 수읽기가 돋보였다. 북핵 사태의 인질인 한국과 중국이 부산하게 뛰어다녀 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미국이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또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스스로 해제하지 않으면 별로 움직일 공간이 없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햇볕정책과 평화번영 정책의 바탕에 깔린 지정학적 낙관주의가 북·미대립이란 엄중한 현실 앞에서 좌초되었다. 동북아의 핵위기도 이제 충분히 장기화되었다. 왜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라크나 이란 문제보다 훨씬 쉽게,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터인데. 비용은 어차피 우리와 중국이 가장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1989년 냉전의 붕괴로 소련이 사라지자, 역설적으로 초강대국인 미국의 입지도 함께 흔들렸다.‘제국’ 미국도 대치하던 상대방이 사라지자 내외로 어려움에 노출되었다. 쌍둥이 적자로 경제적 입지가 약해졌고, 국내정치와 경제도 양극화의 길을 달렸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마이클 만은 현단계 제국 미국의 입지를 이렇게 표현했다.“군사적으로는 거인, 경제적으로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간섭꾼, 정치적으로는 정신분열증 환자,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허깨비.” 국제정치에서도 점차 지정학적 다원주의 경향이 등장했다. 유럽이 홀로서기를 시도했고, 핵심 맹방인 독일에서도 사민당과 녹색당의 반미주의 수사(修辭)가 등장했다.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했고, 나아가 러시아까지 가세하여 미국은 외로운 형국에 빠졌다. 미국으로서는 가차 없이 위축되고 있는 상대적 국력과 위세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일방주의 독트린도 바로 그런 심리적 위축감의 산물로 읽으면 큰 무리가 없다. 그동안 동북아에서도 안정적인 세력균형이 흔들렸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부상, 한·중 수교와 경제협력, 남북 데탕트로 인해 동북아의 대치선이 불분명해졌다. 특히 반미적 수사가 동원된 한반도의 민족주의적 열기는 3만명 이상의 미군을 주둔시킨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보면 현상 타파의 주된 모멘텀이 북한보다는 남한에서 나왔다고 볼 것이다. 중국은 특유한 노련함으로, 낮은 포복으로 대미외교를 수행했다. 중국은 외교노선을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화평굴기(和平掘起)로, 나아가 평화발전(平和發展)으로 말을 바꾸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나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핵 위기는 동북아 판세를 새롭게 짜는 거대한 팻감이다. 비단 북한 문제만이 아니라, 한·미관계, 남북한관계, 중·미관계, 양안문제, 미·일관계 모두를 엮어내는 지정전략적 게임인 것이다. 그러니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인정받는 강력한 역외 균형자로서 위치를 굳히는 카드로 이를 이용할 것이다. 6자회담이 곧 재개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회담은 춤을 추되 진행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되어 북·미 양자대화를 촉진시키는 촉매 구실을 하리라 한다. 이제까지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공을 상대방에 떠넘기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결국 핵실험을 용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중국은 어떤 해결책이 나오든지 비용만 대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인질의 입장이다. 인질 상태라면 누구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눈치꾼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기고] 민방위 ‘21세기형 지역안전공동체’로 발전하길/김동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본부장

    “여보세요? 네, 소방방재청입니다. 어디십니까?” “러시아 제1방송국 ○○○기자인데요, 민방위에 관한 인터뷰와 자료협조를 구하려고 하는데요.” 최근 아사히, 로이터,AP, 등 북핵 실험 이후 국내 주재 외신기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이 완화됨에 따라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가던 민방위업무가 국내외 관심의 초점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민방위가 등장한 것은 1949년 8월12일 체결된 ‘제네바협약’에서부터이다.‘오렌지색 바탕의 청색 정삼각형’의 민방위 표지는 무력공격으로부터 국제법상 보호를 받으며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평화활동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민방위제도는 전시 군사활동을 보조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군사문화의 잔재로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민방위제도가 1974년 월남 패망 이후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는 총력안보차원에서 1975년 9월 창설되었던 데서 비롯됐다.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어서 미·일을 중심으로 북한제재의 구체적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국민들 또한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군사적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그래도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언제 돌변할지 몰라 불안하다. 이런 의미에서 민방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현재의 민방위 대비태세에 대한 실태를 국민 모두가 함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며칠간 경기·전남지역의 민방위 대피시설, 비상급수시설, 방독면 등 장비 보관상태를 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피시설은 예상 외로 잘 확충되어 있었다. 특히 그동안 지하상가·지하철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방사선과 후폭풍으로부터 대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어떠한 화생방전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좀더 정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보완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방위 업무를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일은 국민들의 인식문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방위업무를 군사문화의 잔재로 인식하고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 국제협약에서 정한 바와 같이 전쟁에 의한 대량살상 및 파괴로부터 민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소에는 재난으로부터 같은 역할을 하는 ‘지역안전공동체’운동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내고장·내직장은 내가 지킨다’는 슬로건은 전·평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Safe Korea의 지름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미·일·중·러 등 세계 4대 열강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는 ‘고슴도치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고슴도치는 다른 맹수들을 공격할 능력은 없지만 자신의 몸 표피에 가시를 갖춤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 지금 우리는 그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민방위편제는 시대환경과 여건에 맞게 개선된다. 교육훈련프로그램도 현장 위주의 체험식 교육으로 바뀐다. 이밖에 시설장비에 대한 재점검과 문제점 개선으로 효율적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민방위는 자연재난이든 인적재난이든 모든 재난관리의 맏형 역할을 한다. 그 위상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민간 활용 서비스 제공, 안전교육 및 훈련 등 그동안 못했던 몫도 다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난의 예방은 국가의 과제이자, 국민 개개인의 과제이다. 나 자신을 위한 작은 투자로 생각하고 적극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소망한다. 김동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본부장
  •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끊임없이 인간은 전쟁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학적인 전제는 먼저 인간을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보려고 한다. 자연적인 평화상태보다 오히려 전쟁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치시킬 수 없는 이성의 힘에 의하여 인간은 평화상태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칸트의 ‘영구평화론’의 철학적 핵심도 놓여 있다. 동족상잔의 참화를 이미 경험했고 그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던 우리는 적어도 대량살상무기까지 투입될 수 있는 오늘날의 전쟁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이성적으로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개되는 한반도의 위기적인 상황 속에서도 ‘국지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북에 대한 제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평화주의자’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또 ‘안보불감증’이니 ‘안보과민증’이니 하는, 현사태에 대한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둘 다 평화를 너무 단순하게 안보의 종속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물론 평화는 안보가 보장되어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이론가 요한 갈퉁(J Galtung)은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은 물론 가난과 질병, 교육, 인종간의 차별과 갈등 같은 구조적이며 문화적인 폭력까지도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는 단순히 안보의 종속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핵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 사회 일각으로부터 계속 제기되는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평화 개념을 너무 좁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안보에 대한 위협적 요소로서 보기보다는, 적어도 소극적 의미의 평화를 위한 ‘안보투자’나 더 나아가 적극적 의미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평화투자’로서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평화는 오늘날 그 자체가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을 피하려거든 먼저 그것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며 ‘미국의 헤게모니가 싫으면 세계평화에 대한 희망을 묻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펴는 하케(Ch Hacke)라는 독일 본 대학의 정치학 교수도 있다. 비슷한 논리는 지금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도 보인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태와 더불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중국이 행동반경을 계속 확충하는 오늘날, 그러한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인지 신중하게 따져 볼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동북아의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큰 틀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수립했던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냉전종식이후 미국의 헤게모니에도 단지 짧은 역사적 기회만이 주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적어도 한 세대 또는 그 이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빨리 사회와 정치적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과 함께, 평화적인 세계지배를 위한 공동적 책임의 지정학적 중심 수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이 미래의 미국의 모습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적어도 한 세대 이후의 동북아 체제를 가늠해 보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겪어본 고통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놀랍게도 짧다. 앞으로 올 고통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그러나 더욱 더 한심스럽다.”라는 독일극작가 브레히트(B.Brecht)의 경고도 있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더 이상 ‘안보불감증’이나 ‘안보과민증’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수준의 논쟁에만 비끄러맬 수는 없다.
  • 해외채권펀드 ‘쑥쑥’

    해외채권펀드가 뜨고 있다. 북핵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추구하고자 해외채권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해외채권펀드는 18개 자산운용사가 참여해 총 7907억원의 평가액을 기록했다. 푸르덴셜 자산운용이 2104억원으로 가장 많고, 알파에셋자산운용 1235억원, 동양투신운용 876억원의 평가액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피델리티 코리아와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사도 해외채권펀드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피델리티 코리아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국채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를 출시,52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사도 지난 23일부터 선진국 국채뿐 아니라 신흥시장의 국가 신용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채권 펀드를 출시,4일 만에 29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해외시장의 여건도 해외투자펀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석유, 금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던 자금이 급속히 해외채권펀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이란문제 등 예상하지 못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해외채권이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북핵 사태와 같이 국내 정세가 불안한 시기에 해외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해외채권펀드가 대안 투자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해외채권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스와프나 선도환 계약(장내거래의 선물환 계약과 같은 개념)으로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의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해외펀드 약점도 많다

    해외펀드 약점도 많다

    #사례 1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인 김모(63)씨는 최근 중국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5000만원을 넣었다. 정기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한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했던 김씨는 담당 PB의 조언에 따라 ‘고위험 고수익’의 주식형 펀드에도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런데 북한 핵 위기가 발생하자 불안한 국내 펀드보다는 해외 펀드가 오히려 수익률이 높고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사례 2 직장인 이모(39)씨는 지난해 가입한 일본 펀드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선진국이라 안전하다.’는 은행측의 말만 믿고 가입한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해 원금을 계속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환 헤지(위험회피) 계약을 하지 않아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까지 걱정하고 있다. 북한 핵 실험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해외 펀드가 재테크의 ‘황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펀드를 팔 때보다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해외 펀드를 가져다 팔고 있다. 일부 재테크 전문가들도 “투자 성향이나 금액과 상관없이 이제 해외 펀드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부추긴다. ●해외펀드의 약점 따져야 시중은행의 한 PB팀장은 “그동안 이미 해외에 분산 투자를 해온 부유층 PB 고객들은 해외 펀드로의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고, 해외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일반 고객들도 해외 펀드에 봇물처럼 신규 가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펀드 판매 1위인 국민은행의 해외 펀드 판매 잔액을 보면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 지난 9일 2조 2163억원을 기록했으나,23일 현재는 2조 2800억원으로 보름새 637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전 지역의 다양한 유가증권이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국내 펀드보다 유념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아무리 전문 투자기관이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운용되는 만큼 국내보다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위험 예측이 힘들다. 또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반면 해외 펀드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국내 펀드의 수수료는 연 0.9∼2%대에 걸쳐 형성되는 반면 해외 펀드는 대부분 1%의 선취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연 수수료가 국내 펀드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국내 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가 나지만 해외 펀드는 투자 대상은 물론 해당 국가의 상황에 따라서도 수익률이 달라진다. ●‘올인’은 금물 국내 펀드는 계약 해지 이후 3일이면 원리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해외 펀드는 환매 기간이 7일 정도여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 리스크가 크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환 헤지 계약을 하면 그만큼 수익률에서 손해를 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에 금융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해외 펀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 펀드보다 확실히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분산해서 가입하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PB지원실 김은정 차장은 “해외 펀드의 목적은 국내 시장에만 투자하는 리스크를 해외로 분산하는 데 있다.”면서 “해외 펀드의 비중은 전체 펀드 투자액 가운데 30%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특히 “소액으로 나눠서 우리나라 증시와 상관계수가 낮은 곳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외국인 경영인이 본 북핵이후 한국금융시장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에도 한국의 금융시장은 커다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실험 발표가 있은 지난 9일 하루만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불안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통과한 지난 16일에도 시장은 좀처럼 출렁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융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시장의 ‘내성’ 때문이라는 시각과 안보 불감증에서 원인을 찾는 등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과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핵 정국에 놓여 있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진단하는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의 두 경영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 “우려 있지만 철수 고려안해” 자산운용 규모 3278억달러(336조원)로 세계 20대 자산운용사 중의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블루머(38) 회장은 북핵 정국에 휩싸여 있는 한국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블루머 회장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빌미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북핵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예의주시할 것이나 자산운용 관리자로서 항상 비즈니스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시장은 일단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곧바로 회복력을 보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지금의 북핵 문제가 주가에는 단기 악재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 “자산운용, 투자은행, 프라이빗뱅킹(PB) 등 크레디트스위스의 전 사업부문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한 뒤 “한국시장 투자에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시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정학적인 불안정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를 유발할 것인지에 대해 “해외 투자 확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증가 추세”라면서 “한국이 아닌 다른 신흥국가(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이 지금 처해 있는 북핵 관련 사항 때문이 아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항상 일반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우리크레디트스위스운용이 지난해 6월 출범한 지 처음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펀드상품인 ‘동유럽 주식 펀드’와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 펀드’의 관련 기업 설명회도 있었다.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은 우리금융이 우리자산운용의 지분 30%를 크레디트스위스사에 양도해 만든 합작회사다. 한국시장 공략의 첫 작품으로 이번에 출시된 동유럽 펀드는 유럽연합을 기반으로 꾸준히 5∼8%대의 지속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동유럽 기업들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게 된다.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형 펀드는 에너지, 철강, 목재, 화학원료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의 천연자원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로 관련 기업들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낙관적 판단 내리기는 일러” “북한 핵 실험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아직 이르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의 필립 페르슈롱 상무(자산운용본부)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행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은 농협과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크레디 아그리콜의 자산운용사가 공동출자,2003년에 만들어진 회사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 10조원가량을 순매도(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은 것)했고, 북한의 핵 실험을 전후로 잠깐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이후 여전히 순매도세”라고 전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주식시장에서 814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이후 12일부터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페르슈롱 상무는 “주식시장도 북핵 실험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V자 곡선을 그리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북핵 사태에 대한 외국인의 입장이 아직은 중립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경제라고 지적한 페르슈롱 상무는 ‘물리적 충돌(군사행동을 지칭)’이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 한국 경제는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소비 위축은 “북핵 사태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북핵 사태가 낙관적인 기대치는 낮췄다.”고 밝혔다. 원·달러환율에 대해서는 북핵 사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많은 투자가들이 우려했던 1달러당 900원대로 내려가지 않고 940∼980원대를 유지할 전망이고, 이는 자동차나 정보기술(IT) 등 수출기업들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채권이나 주식시장은 여전히 좋은 투자처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핵 사태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사태 이후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이메일이나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페르슈롱 상무는 “상황이 심각하고 심각성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도 한국민은 50년간 이 상황에 살아서 그런지 익숙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산 지 1년이 조금 넘은 페르슈롱 상무는 “북한이 외부 세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과 같은 행동이 도움을 바라는 사람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외환보유고가 ‘북핵 쇼크’를 잠재웠다.”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융시장 주변에서 나온 평가들이다. ●외환보유고의 위력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미시 변수들이 동요되지 않았다.1997년 11월 외환위기 직후 보여줬던 패닉 현상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코스피지수는 북핵실험 당일에는 전 거래일(4일)보다 32.6포인트나 떨어져 1319.14를 기록했으나,5일 만인 16일에는 1356.72,18일에는 1354.26으로 마감하는 등 북핵쇼크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9일에는 15.1원이나 올라 달러당 960원대로 치솟았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여 95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40%에 가까운 외국인들의 자본유출이 거의 없었고, 금융시장이 안정됐던 배경에는 2200여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도이치방크,JP모건 등 외국투자 회사들도 “북핵쇼크가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풍부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도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A+’였던 것이 순식간에 B+로 9단계나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A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적정 규모 여부는 여전히 논란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에 근거해 마련한 외환보유고 적정 규모 수준은 3500억달러가량으로 본다. 이는 경상지급액의 3개월(700억∼800억달러)+단기외채(잔여만기 1년 이내의 외채 포함,1000억달러)+자본도피(국내거주자의 자본이전)+자본유출(외국인 국내투자분 유출 규모,2700억달러)+현지금융(해외법인에 대한 국내의 보증) 등을 고려한 액수다.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282억 2000만달러로 세계 5위다. 한은 변재영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현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통화안정채권 발행 규모(162조원)에 따른 이자만 연간 5조∼6조원에 이른다는 비난이 있지만, 북핵 등과 같은 사태에서 외환보유고의 상징적인 액수가 가져다 준 효과는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38∼39%), 자본자유화, 글로벌 경제에 따른 현지금융 확대, 북핵 등 남북관계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위험) 등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변수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외국계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의 최소 규모는 단기외채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넘어선 외환보유고는 수익성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윤증현 금감위원장 “금융시장 빠르게 안정 찾아가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북한 핵실험 소식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주최 오찬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美중심 체제 균열은 막을 수 없는 흐름”

    “미국의 몰락을 얘기하면서 그들의 언어인 영어로 강의해서 유감입니다.” 고려대 문과대 60주년 기념 특강을 위해 방한,11일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을 찾은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76) 예일대 석좌교수는 여유가 넘쳤다. 고령으로 인해 긴 연설은 무리일 것이라는 짐작도 있었지만 월러스틴은 가끔 유머를 섞어가면서 1시간 넘게 여유있는 자세로 강연을 진행했다. 주제는 ‘미국 이후의 세계에서 살기-지정학적 긴장과 사회적 투쟁’. 최근 불거진 북핵사태까지 버무려 국제정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1970년대 이미 체제 균열 시작 월러스틴은 슈퍼파워의 가장 큰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았다. 미국이 세계 최강자일 수 있었던 것도 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이 되어 보니 가장 강력한 생산력을 갖춘 나라가 미국밖에 없었다는 데서 찾았다. 여기에는 소련이란 존재도 기여했다.“소련은 적대적이었다고만 하기보다는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역을 훌륭히 수행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련이 있음으로써 미국은 자신만의 영역과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월러스틴은 1970년대 이미 미국 중심의 체제에 균열이 시작됐다고 봤다. 베트남전 패배와 서유럽과 일본의 성장은 정치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미국에 타격을 입혔다.“그 다음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단 한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이 균열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지요.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을 늦출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는 없다고 월러스틴은 단정지었다. 이미 큰 줄기는 바뀌었기 때문이다.●美 지도력 붕괴가 北 핵실험 불러 그렇기에 월러스틴 교수는 북한 핵실험 역시 미국의 지도적인 역할이 무너지면서 닥쳐온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봤다.“미국은 이제까지 강대국 외에는 핵을 가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못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등이 핵을 개발했을 때 미국은 분노했지만 어쩌지 못했습니다. 이라크는 핵이 없어서 침공당한 것이지요. 북한은 이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분개하고 있지만,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군사 경제 제재 운운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다. 월러스틴은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이 불러올 군비경쟁 가능성에 주목했다.“ 프레지던트 후(후진타오)와 핫라인이 없어 직접 묻지는 못하겠지만 아마 중국이 제일 긴장할 것입니다. 북핵 핑계로 일본이 핵무장에 들어가고, 타이완이 작은 나라의 유일한 기댈 곳으로 핵무기를 선택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북한과 친분이 깊은 중국이 이번 핵실험에 대해 북한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다. 이런 사태가 결국 파국을 불러올 것인가. 월러스틴은 한 걸음 물러섰다.“구체적으로 어떤 국면이 생성되고 또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들 손에 달렸다는 말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 해머링 맨

    [거리 미술관 속으로] (1) 해머링 맨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거리 예술품이 3000여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게다가 서울시에서 올해 말부터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매년 수십∼수백여점씩 거리에 설치한다고 하네요. 서울 도심이 거대한 미술관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아는 만큼 재미있는 거리 예술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거리 미술관은 주1회(수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종로구 신문로를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조형물이 있다. 흥국생명 본사 건물 곁에 자리한 ‘해머링 맨(망치질하는 사람)’이다. 우선 육중한 몸집에 시선이 압도되고, 사람을 형상화한 몸짓에 눈길이 끌린다. 이 검은 거인은 미국 작가 조너선 보롭스키의 작품이다. 브롭스키는 해머링 맨을 통해 일하는 근로자와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망치를 내려치는 해머링 맨은 종종걸음을 치는 우리들의 모습인 셈이다. 해머링 맨은 1979년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스위스 바젤, 미국 시애틀, 댈러스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은 해머링 맨이 설치된 세계 7번째 도시다. 각국의 해머링 맨들은 이름은 같지만 일란성 쌍둥이들은 아니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나이 순으로는 서울의 해머링 맨이 막내지만 몸무게는 단연 1등이다. 키가 22m에 무게가 무려 50t이나 나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덩치만 큰 거인으로 얕보면 안 된다. 효율성도 갖췄다. 서울의 해머링 맨은 50초에 한 번씩 팔을 움직여 망치질을 하는데 그 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관리·운영비는 가장 저렴하게 든다고 한다. 다른 나라 해머링 맨들의 구동시스템이 팔에 달려 있는데 비해 서울의 해머링맨은 발바닥에 설치돼 있어 관리가 훨씬 용이하다고 한다. 우리의 해머링 맨을 자세히 보면 유독 울퉁불퉁한 측면 굴곡이 눈에 띈다.2002년 당시 해머링 맨 설치를 총괄했던 허정민 흥국생명 홍보팀장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작가가 남북 분단 상황을 주목해 지정학적으로 굴곡진 우리 현실을 몸의 굴곡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국이 하수상한 요즘 해머링 맨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PB들이 전하는 부자 동향

    [北 핵실험 파장] PB들이 전하는 부자 동향

    ‘여차하면 한국을 뜨겠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라면 사재기’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북핵 리스크’에 대한 국민들의 내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이번 핵실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산을 대거 해외로 이동시킬 뜻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부자들의 투자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10일 국내 최고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에 따르면 부유층 고객들은 표면적으로는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대북 경제 제재, 북한의 반발 및 추가 핵실험, 미국의 군사적 대응 등으로 장기화되면 부자들은 국내 투자금을 회수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게 은행 PB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은행 PB센터나 유학·이주센터의 상담은 “핵 위험이 장기화될 때 어느 곳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PB사업단 박승안 팀장은 “이번 핵실험은 북한의 핵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실행된 첫 사례”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부유층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김창수 팀장도 “당장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는 고객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에 변화를 주겠다는 고객이 많다.”면서 “해외 투자가 힘들었던 과거에는 외화 밀반출이라는 불법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투자가 자유로워져 합법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의 ‘보완재’ 개념으로 생각했던 부유층이 한국의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피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포트폴리오의 큰 축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오직 국내 투자 밖에 몰랐던 고령의 고객들까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부동산과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로의 ‘자본 이전’은 은행들의 해외이주센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올랐는데도 해외 송금과 달러 비축을 서두르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은행 해외이주센터 관계자는 “통상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때문에 송금이 줄어들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송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단 송금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민을 고민해 왔던 부유층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예 이민을 굳히고, 서두르는 경향까지 감지된다.”고 밝혔다. 부유층들의 이민이나 자산 이탈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부동산 등 해외 투자를 활짝 열어 줬다.”면서 “그러나 북핵 사태로 환율이 상승세로 반전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의 자본 유출까지 겹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투자·소비 위축… 국가신인도 타격 우려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국내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내수 위축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경기를 급랭시키는 ‘카운터 펀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칫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시장의 경색과 외국인 투자자본의 철수로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는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이나 ‘당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의 대응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셧 다운’을 거론할 정도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독(毒)’ 또는 ‘득(得)’이 될 수도 있다고 엇갈렸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상황이 과거와 달리 단시일내에 종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단순한 ‘벼랑끝 전술’로 보기에는 파장이 너무 컸고 ‘후폭풍’이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긴급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금융·국제금융·원자재·무역·생필품 등 5개 부분에서 관계부처별 대책반을 가동시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항공·물류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봐야겠지만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의 고위관계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신용등급이라도 떨어지면 제 2위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추석 연휴 뒤 찾아온 북핵 실험은 증시냉각에 따른 ‘부의 감소’ 효과로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경제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면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가 늘 리도 만무하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높아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시적 문제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지정학적 위험으로 번지면 국가신용등급과 국제금융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대응이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금값이 급등한 것으로 미뤄 국제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코리안 프리미엄’이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산자부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지만 펀더멘틀에 따른 게 아니어서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는 불안요인이 남아 꼭 수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호 박사는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북한은 우리 경제의 ‘변수’가 아니라 이미 ‘상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 무력제재를 가하거나 북한이 추가 행동을 취한다면 국내 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돼 금융시장에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협상 강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어 무조건 비관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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