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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北, 연일 南 협박… 美와의 대화 지렛대 삼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北, 연일 南 협박… 美와의 대화 지렛대 삼나

    북한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 2094호를 주도한 미국을 겨냥하지 않고 연일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8일 “남한을 볼모로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처럼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고 간 뒤 미국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는 ‘벼랑 끝 전술’이자 ‘지렛대 전략’이란 것이다. 지난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공식 성명에서 단 한 차례 ‘워싱턴 불바다’를 언급했을 뿐, 미국을 향한 직접적 군사위협 발언은 자제해 왔다. 대신 화살을 한국으로 돌려 ‘정전협정 백지화’(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제2의 조선전쟁, 서울 불바다’(외무성 대변인),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청와대 박살’(조평통) 등을 운운했다. 북한 매체들도 최근 전시를 대비하는 평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활발히 송고하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 국면에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길에 오르는 등 미국은 중동보다 동북아 문제를 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심을 끌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소외받을 수 있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관계자도 “지금 워싱턴은 북한과의 대화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 당사자인 데다, 군사적 자신감을 과시하면 북한 군부와 주민의 충성까지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대남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제재 결의안에 동참하며 북한으로 하여금 강수를 두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수년간 북·미 직접 대화에 목을 맸던 이유는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해줄 유일한 주체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마주 앉아 핵 문제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북·미관계가 개선돼 북한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이 팽팽해지면 북한은 지정학적 유용성을 적절히 활용해 양쪽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북한은 탈냉전 직후인 1992년 북·미 간 첫 고위급 만남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구애하기도 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키리졸브가 적당한 선에서 끝난다면 북한도 이후에 함부로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韓日, 갈등의 과거 딛고 공생의 미래 고민할 때

    요즘 동북아가 지구촌의 핫코너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뿐만 아니라 긴장요인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씨줄날줄로 얽혀 있는 동북아 국가들 간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오죽했으면 머나먼 유럽의 정치지도자마저 “동북아의 지역 분쟁 상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걱정했겠는가. 민족주의와 패권주의가 뒤엉킨 동북아의 신냉전 기류는 이제 전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내일 서울신문과 도쿄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다’라는 제하의 국제포럼을 동북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해야 할 이유다.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와 타이완·몽골·북한 등 동북아 지역에는 세계의 절반을 넘는 5조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몰려 있다. 역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3조 달러로 세계 경제의 21%를 차지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여부가 동북아 국가들의 역량에 달려 있을 정도로 동북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북아에는 대립과 갈등이 만연해 있다. 한·일 간에는 독도, 중·일 간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일 간에는 쿠릴열도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이 상수(常數)로 작용하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로 번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기축통화인 엔화를 무기로 주변국을 딛고 일어서려는 보호주의는 동북아의 또 다른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사의 굴레를 과감히 떨쳐내고 미래로 가야 한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지만 역내 협력체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이 당장 어렵다면, 경제협력이 일차 해법이 될 수 있다. 한·중·일은 매년 두 차례 3국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 등 18개 분야에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이 중 경제분야가 10개를 차지한다. 한·중·일은 이미 지난 연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지 않았나. 동북아에서 갈등이 확대재생산된 데는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립과 반목의 과거사를 털어내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각계 민간 지도자와 지식인들의 역할도 요구된다. 반성할 게 있으면 과감히 반성하되 더 이상 과거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동북아 국가들이 공생·공영의 미래를 열어 나가도록 하는 일은 각 부문 리더들의 몫이다.
  • [北 3차 핵실험 강행] 北 리스크 학습효과… 주가·환율 영향 미미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무덤덤했다. 주가는 소폭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되레 떨어졌다. 미리 예고된 악재인 데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1, 2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 시장이 휴장했고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의 공식 대응이 아직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11포인트(0.26%) 내린 1945.79로 장을 마쳤다.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 하락 후 다시 복원되는 상황이 반복돼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시장 위협 요인이 아닌 것 같다”면서 “오히려 북핵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은 되레 주식을 1353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 2일(1740억원 순매수)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 매수세다. 원화가치도 ‘거꾸로 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달러당 4.9원 내린 1090.8원으로 마감, 5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통상 북한 리스크는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환율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핵실험을 확인하자 차익실현 차원에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당일 쇼크’도 없는 수준이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때는 주가가 33포인트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원이나 올랐다. 2009년 5월 25일 2차 때는 사흘새(거래일 기준) 주가는 42포인트, 원화가치는 22원 떨어졌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충격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단련되어 온 만큼 3차 핵실험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도 같은 견해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한범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 핵실험에 반대 의사를 보인 만큼 주변국들의 반응과 유엔 안보리의 경제 제재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북한의 맞대응 수위 등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대선 이후에 세대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분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2030’과 ‘5060’의 세대 갈등이다. 대학교수로서 나는 2030세대와 삶을 함께하며 우리 때와 다른 게 무엇인지 늘 관찰한다. 나는 5060세대에 속하는 2030세대의 아버지이지만, 오늘은 우리 20대 청년세대의 처지를 얘기하고 싶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시대의 화두다. 지난 30년간 통계를 보면 20대의 좌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2011년 20대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위였다. OECD 평균(63.7%)과 비교해도 5.2% 포인트 낮다. 20대 취업 자리는 1981년 367만개에서 2011년 365만개로 줄었다. 반면 ‘사오정’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이른 퇴직이 이슈가 된 4050세대를 보면 오히려 1981년에 비해 일자리가 2~3배 늘어났다. 40대는 334만개에서 661만개로, 50대는 186만개에서 508만개로 늘어 일자리의 혜택은 20대에 비길 바가 못 된다. 헌정 사상 5060세대 인구가 2030세대를 역전한 최초의 대선 결과를 본 20대는 저출산·고령화가, 정부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라는 점을 실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는데 5060세대 유권자 구성비율이 점점 더 커질 것은 뻔하니, 진보성향 청년들에겐 정치적 희망이 안 보일 것이다. 이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보장제도가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억울한 마음도 들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우리 20대는 날이 설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허약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우리 세대의 희생으로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데 지금의 난관은 예전과 비교도 안 된다, 취업할 곳이 수두룩한데 애들이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 요즘 세대는 도전은 안 하고 편한 것만 하려 한다며 몰아붙인다. 주위의 20대를 보면, 그들 부모의 경제 수준이 어떻든 다들 삶이 팍팍하다. 이 취업난에 ‘스펙이 뭐라도 하나 더 있어야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0대인 우리는 오랜만에 동창끼리 만나 대학시절 D·F 학점을 안주 삼아 얘기할 수 있지만, 요즘 20대에겐 딴 나라의 풍경일 뿐이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교수들은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들의 전화를 받으며 난감해한다. 태어나 보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안의 당당한 나라가 되어 유창하게 영어를 해야 하고, 지정학적으로 중국어까지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으로 직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헛된 공부에 시간 쏟지 말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20대의 일천한 경험으로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교수들은 성실과 열정이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뜬구름 잡는 말씀만 하신다.수상, 인턴, 아르바이트, 연수,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으로 가득찬 대학생 이력서를 어떻게 더 차별화하라는 것인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고만고만한 아이들끼리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취업 준비는 산으로 가고, 결국 휴학을 하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고 하나 대기업만 보며 버틸 만큼 간 큰 아이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을 니치마켓으로 보고 파고드는 상술이다. 20대를 위한 취업·면접 컨설팅, 힐링 강연과 캠프. 대학이 감당하고, 기성세대가 봉사로 도와줘도 충분한 것들에 20대는 돈을 써야 한다. 우리 눈에 철없고 나약한 20대는 공공장소에서 생각 없는 행동에 분노하고, 독도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 애국심도 있다. 취직하면 해준 것도 없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오는 착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조금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세대들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20대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다그치지 말고, 나약하다고 야단 먼저 치지 말고, 보듬고 들어 주며, 먼저 마음을 열어 함께하고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견디고 뚫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렇구나. 힘들지?” 이 한마디면 세대 갈등은 조금씩 치유될 것이라 믿는다.
  • 외국인 ‘썰물’… 환율 하루새 19원 급등

    외국인 ‘썰물’… 환율 하루새 19원 급등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면서 환율이 하루 새 20원 가까이 올랐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9.0원(1.77%) 오른 1093.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09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1월 6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19일(16.20원)보다 상승 폭이 더 크다. 이날 환율은 오름세로 시작, 108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다 마감 30분 전부터 급격하게 올랐다. 외환딜러들은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세가 환율 급등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로 바뀐 것이다. 장 막판 급등세에 ‘패닉’에 빠진 딜러들이 원화 손절매에 나선 것도 상승 폭을 키웠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국인 주식 매도 물량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많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송금 수요 자체가 20원 가까이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재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사이 북한이 핵 실험 의지를 피력한 것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기는 했지만 이 또한 폭등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다. ‘과열’(오버슈팅)로 보는 진영은 환율이 다시 조정(하락)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유로화 수요 확대, 이번 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3차 양적완화(QE3) 조기종료 언급 가능성, 코스피 부진 등을 들어 환율 추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반대 시각도 있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0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세계적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펀드 운용 기준이 바뀐 것도 시장을 자극했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본 외국인들이 자동차, 정보기술 등의 주식을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뱅가드가 25주 동안 꾸준하게 한국 주식을 팔 거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유로화와 달러화의 강세도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이라면서 “달러 하락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물량이 장 막판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해양 행정수요 많고 지리적 여건 우수해야”

    “해양 행정수요 많고 지리적 여건 우수해야”

    해양수산부 청사 입지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해양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해양 행정수요가 많고 지리적 여건 등이 우수한 곳에 청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전인수격으로 자신의 지역에 해수부가 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지자체들에 대해 해양·수산 산업발전 등을 위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요구했다.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은 청사 입지선정과 관련, “우선 행정수요가 많은 곳이어야 하며 다른 부서와 원활한 업무 추진이 가능한 지역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전 장관은 “부산이 항만도시인 부산에 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적극 유치에 나서다 보니 호남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해양과 관련한 현안이 많은 만큼 과연 행정수요가 어디가 많은지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 전 장관은 해수부가 현안 및 민원 해결은 물론 이런 문제를 원활히 처리하는 기능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타 부처 및 관련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만큼 시너지 효과 차원에 가급적 이들 부처와 가까운 곳이나 정부종합청사 등에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남발전연구원 조상필 지역발전연구실장은 “특정 지역을 떠나 지리적 여건이 우선 돼야 한다”며 “특히 제2의 영토가 해양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해양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동일 국가수호정책연구소장은 “지역 이기주의를 내세우면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국가안보와 국가발전적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백 소장은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인데다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해양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며 “해수부가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큰 연관성이 없지만 해양 관련 국가정책을 총괄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무관치는 않다”고 설명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선임연구원은 “행정 효율성 및 해양경쟁력을 위해 행정중심축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해양수산 관련 산업은 현장이 중요한 만큼 수요가 많은 지역이어야 한다”며 “신규 입지보다 이미 해양항만 산업, 대학 연구기관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최 선임연구원은 “항만 등 지리적인 조건과 24시간 허브항이 운영될 수 있는 자연적 조건 등도 필요하며 지역 이기주의에 치우치지 말고 해양산업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해수부 고유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여수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인천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동북아 안정, 한·미·중 전략공조 성패에 달렸다

    우리와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지도체제를 정비한 상황에서 맞은 올해는 오랜 동면(冬眠)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을 일성(一聲)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주변국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박 당선인의 발언에 북한이 고무돼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북한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에 사뭇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박 당선인이 남북 관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분단 체제의 연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로 인해 이미 남북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득실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를 넘어 미·중 관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와 미국, 중국의 다각적 공조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대선 전 대외정책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한·미·중 3자 전략대화는 안정적인 정세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해법과 남북 간 교류 확대를 함께 도모할 최적의 전략기조로 여겨진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중의 아시아 패권 경쟁과 중·일 간 영토 분쟁 및 군사적 긴장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류하지 않도록 할 방파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도 한·미·중 3각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일은 긴요하다. 관건은 중국이다. 그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며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 중국이 얼마나 한국 정부나 한·미 공조에 보조를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지난달 북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에 임하는 중국의 소극적인 모습만 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40여일간 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과 조각(組閣)을 통해 향후 대외정책의 뼈대와 기조·운용 방향을 정립하게 된다. 중차대한 시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집권 3년째인 2005년 ‘동북아 균형자’를 자임하며 독자 외교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역학관계를 소홀히 한 설익은 접근 탓에 한·미 동맹에 부담만 안겼을 뿐 외교적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미·중을 같은 거리에 두는 게 아니라 한·미 공조의 틀로 중국을 한 발짝 더 당겨 실질적인 3각 공조를 이루는 방향이 돼야 한다. 세심한 실천구상을 짜기 바란다.
  • 정부, 강제동원委 인력 감축

    오는 6월 30일 업무 종료를 앞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인력 재배치와 감축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우경화 바람 속 일본의 역사 왜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변화에 역행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핵심 부서인 조사1과와 조사2과에서 각각 4명의 조사관을 지원 부서로 발령냈다. 조사1과와 2과는 강제동원 피해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할린 강제 동원자 등의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부서로 각각 9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전체 인원의 44%가 줄어든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던 조직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인원 30% 감축을 국회와 합의했다”면서 “조사 1, 2과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美의회 보고서 “고구려는 中 지방정부” 발간 연기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달 말 중국 측 역사 왜곡 주장이 담긴 동북아 역사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정부의 이의 제기로 발간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의회조사국은 동북아의 역사적, 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의 첫 부분에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었다는 중국 측 자료를 그대로 싣고 이에 대한 한국 등 주변국의 반론을 첨부하는 식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 사실을 파악한 한국 정부와 역사학계는 의회조사국 측에 중국의 역사 왜곡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싣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 같은 한국 측의 이의 제기에 대해 의회조사국 측은 보고서 발간 의도는 중국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중국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국 측은 “그렇다면 제대로 된 한국 등의 주장을 먼저 싣고 뒤에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 측 주장을 첨부하는 게 사리에 맞다.”고 설득했고 의회조사국이 이를 수용해 수정 작업에 나서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의회조사국이 한국 측의 설명을 듣고 문제점을 인식한 만큼 제대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어떤 식으로든 중국 측 주장이 오르는 것 자체가 한국에는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기업들, 위기가 기회임을 깨닫고 투자 나서야

    대기업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면서 곳간에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기업들이 당초 계획했던 올해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4조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늘었다. 지난 9월 말 현재 18조 8235억원으로 2010년 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을 늘려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을 당연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게을리하며 안주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장기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시된 신규시설투자금액은 6조 1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51% 줄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주눅들지 않고 투자를 대폭 늘리는 기업들도 있어 다행이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신세계인터내셔날, 로케트전기 등이 좋은 사례다. 이들 기업은 기존 라인을 고수익·고성장 분야에 활용하거나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가정신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로 재정 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게다. 가계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로 인해 소비 여력이 없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기업들마저 움츠리기만 한다면 성장도, 일자리도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내년 세계 경제는 하방위험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는 L자형 침체에 빠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재정절벽 협상은 초반부터 민주·공화당 간 힘겨루기로 난항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등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에 정치적 요인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되, 투자 활성화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 [美 오바마 2기] G2 ‘황금의 땅’ 미얀마 충돌

    오바마 정부 2기를 맞은 미국과 시진핑 시대를 연 중국이 ‘황금의 땅’ 미얀마를 놓고 격돌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재선에 성공한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3개국을 점찍으면서 집권 2기에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이라는 외교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백악관이 오바마의 순방 계획을 밝히자 9일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환구시보는 “오바마의 이번 방문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을 가속화하고 중국의 위상 확대를 억제하려는 복합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는 전략적 요충지·최대 천연가스 매장 최근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는 군사, 경제,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9월 미국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여사를 잇따라 미국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문에 이어 11개월 만에 이뤄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지난 50년간 미얀마에 공을 들여온 중국의 심기를 잔뜩 불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 1일 미 행정부가 세계은행을 통해 미얀마에 8000만 달러의 개발자금을 지원해 주는 등 선물 보따리를 안겨 줄 예정이어서 중국의 위기 의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7년 만에 이뤄진 미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에 당시 중국정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미얀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기싸움은 오바마 행정부 2기와 시진핑을 주축으로 한 중국의 새 지도부 간에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부주석은 클린턴 장관의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을 견제하고 나섰다. 당시 베이징에서 민 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을 만난 시 부주석은 “중국과 미얀마는 가장 일찍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미얀마와의 군사관계를 격상하겠다.”고 강조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미국을 경계했다. 중국이 몸이 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얀마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지난 50여년간 미얀마를 중국의 세력권으로 끌어오는 데 경제, 군사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인도양, 중국, 동남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 또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등 원유, 가스, 목재 등의 막대한 자원부국이다. 6000만명에 이르는 인구로 내수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풍부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832달러에 불과해 새로운 제조업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 지위를 지키고 있다. 미얀마투자위원회(MIC)에 따르면 미얀마에 대한 투자액은 139억 달러(지난 4월 기준 누적액)로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3%에 이른다. 지금까지 미얀마에 63억 달러를 투자해 15.5%의 비중을 차지하는 홍콩(3위)까지 합하면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투자규모는 단일국가로는 따라올 곳이 없다. 미국의 미얀마 직접투자는 2억 4400만 달러로 전체의 0.60%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잇따라 해제하고 있어 미국의 미얀마 투자 규모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수치 자유’ 이후 서방화… 中엔 눈엣가시 하지만 대표적인 친중국 국가였던 미얀마가 최근 중국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중국이 36억 달러를 투자해 미얀마와 합작 사업으로 진행하려던 미트소네댐 건설을 테인 세인 대통령이 돌연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엔 ‘도발’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때문에 미얀마 정부가 2010년 11월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를 시작으로 민주화 국가로의 이행 과정을 밟으며 미국 등 서방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으로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인 수치 여사 모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어 미얀마를 전장으로 한 G2의 영역다툼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Weekend inside] 멕시코 마약전쟁 그 불편한 진실

    [Weekend inside] 멕시코 마약전쟁 그 불편한 진실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카르텔)인 로스 세타스의 두목 에리베르토 라스카노가 지난 10월 7일 멕시코 해군과 교전 중 사살됐다는 소식은 멕시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외신의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마약조직을 단속하던 특수부대 출신으로 ‘사형집행인’이란 별명이 붙은 라스카노는 멕시코와 미국이 각각 260만 달러(약 29억원)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악명 높은 거물이었다. 현상금 규모로는 또 다른 거대 마약조직인 시날로아의 재벌급 두목 호아킨 구스만에 이어 두 번째다. 어이없게도 하루 만에 라스카노의 시신이 로스 세타스 조직원들에 의해 감쪽같이 탈취되면서 ‘가짜 죽음’ 등 음모론이 불거지긴 했지만,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2006년 취임 직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 중 최대 업적으로 꼽을 만한 성과였다. ●마약조직 두목 사살 후 시신탈취로 음모론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2009년 3월 멕시코 8대 마약조직의 우두머리급 37명을 공개 현상수배했는데 3년 반 만에 이 중 16명을 검거했고, 7명을 사살했다. 다른 라이벌 조직원들에게 암살된 2명을 제외하면 남은 수배범은 호아킨 구스만을 포함해 12명이다. 특히 지난 9월 가장 오래되고, 막강했던 걸프 카르텔의 두목 2명을 잇달아 검거하면서 사실상 이 조직을 와해시켰다. 현재 멕시코 마약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로스 세타스와 시날로아도 올 들어 핵심 고위급 인사들이 체포되면서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칼데론 대통령이 지난 9월 임기 마지막 의회교서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년간 정부가 마약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과 불법 무기, 현금 규모는 총 145억 달러(약 15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통계로만 보면 칼데론 대통령의 마약범죄 소탕 작전은 꽤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집권당은 지난 7월 대선에서 야당인 제도혁명당에 패했다. 45세의 젊고 잘생긴 외모로, ‘이미지형 정치인’으로 여겨지던 엔리케 페냐 니에토가 승리한 것은 집권당의 강력한 마약범죄 정책이 오히려 폭력의 일상화를 야기하면서 국민들의 치안 불안과 공포심 등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성과 못지않게 상당한 희생과 부작용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마약조직과 연관된 범죄는 웬만해선 뉴스가 안 될 정도로 다반사로 일어난다. 범죄 수법도 끔찍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지난 9월 서부 지역 미초아칸주에선 목이 잘리고, 몸통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시신 7구가 발견됐다. 앞서 5월에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머리와 사지가 절단된 50여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대선을 며칠 앞두고 멕시코의 국제공항에서 마약 갱단이 경찰 3명을 사살한 사건도 벌어졌다. 멕시코 마약전쟁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알려면 시간을 거슬러 마약조직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 등 중남미 마약 생산지와 미국이라는 거대 마약 시장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멕시코는 1960년대부터 마약 중개수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멕시코에 마약조직이 처음 생긴 것은 1980년대 ‘마약왕’으로 불렸던 펠릭스 갈라르도로가 조직한 과달라하라 카르텔이 시초다. 그는 콜롬비아 마약 조직과의 연계를 발판으로 1989년 4월 체포될 때까지 멕시코 마약시장을 장악했다. 그는 조직을 여러 분파로 나눴는데, 이 분파들이 훗날 지역적 기반을 둔 마약조직으로 성장했다. ●불법마약거래 규모 年 최대 500억 달러 멕시코는 미국 내 마약 유통량의 90%를 차지하는 마약 수출대국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불법 마약거래 규모가 연간 13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마약이 멕시코의 주력 산업인 셈이다. 멕시코의 마약조직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미국이 1990년대 콜롬비아를 부추겨 콜롬비아 내 최대 마약조직이 붕괴된 데도 원인이 있다. 멕시코의 주요 마약 카르텔은 시날로아, 걸프, 후아레스, 나이츠 템플라, 티후아나, 라 파밀리아, 로스 세타스, 벨트란 레이바 등 8개 조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이 조직들은 서부 지역의 시날로아 연합조직과 동부 지역의 로스 세타스로 크게 양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날로아 연합조직은 경찰, 공무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한 뇌물 상납과 조직원 포섭 등을 영향력 확장의 주요 전략으로 삼는 데 반해 멕시코 군인들이 탈영해 만든 단체인 로스 세타스는 폭력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걸프 카르텔의 행동대 역할을 하다 2010년 독립해 북서부 지역을 근거지로 세를 넓혀온 로스 세타스는 지난해 8월 대낮에 카지노에 불을 질러 52명을 숨지게 했고, 지난 2월 몬테레이 교도소에 수감된 조직원들이 라이벌 걸프 카르텔 조직원 44명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할 만큼 잔인하다. 이들 조직은 끊임없이 영역다툼을 벌여 왔다. 특히 정부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으로 우두머리가 체포되거나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유혈충돌이 잇따랐고, 보복의 악순환도 계속됐다. 이들은 또 지역 정치인, 경찰과 결탁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언론기관에 대한 협박도 일삼고 있다. 심지어 ‘마약’(narco)을 브랜드화해 음악, 텔레비전쇼, 문학, 음식, 등 각종 분야에서 멕시코 문화의 일환으로 전파시키는 ‘현대적인’ 전략도 쓰고 있다. ●‘정권교체’ 새 정부, 소탕작전 부작용 줄일지 주목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칼데론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6년 12월 11일 미초아칸주에 병력 6500명을 파견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군대를 마약작전에 투입했지만 마약조직들이 미국에서 불법으로 밀수하거나 경찰과 군대로부터 훔친 유탄 발사기, 자동화기, 수류탄 등 중장비 무기들로 무장하면서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 초 멕시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망자 수는 4만 7515명이지만 전문가들은 5만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교전 중 사망한 군경과 마약조직원 외에 무고한 민간인들도 포함돼 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멕시코의 마약전쟁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다. 2000년 대선전까지 집권당으로서 마약범죄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제도혁명당 소속인 그는 당선 연설에서 “조직 범죄와의 협상과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마약조직과의 타협설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오는 12월 취임하는 그가 칼데론 정부 아래서 행해진 핏빛으로 물든 마약전쟁의 부작용을 피하면서 마약범죄를 소탕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北 정변 中 개입 가능성… 우리 대책은 뭔가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다음 달 중순 발간할 보고서에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부’라는 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보고서가 아니며, 단순히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내용일 뿐이라지만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이 왜곡해 온 가짜역사를 역사적 진실과 나란히 게재해 같은 무게를 부여하는 것은 그 취지가 무엇이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그 같은 역사왜곡이 미 의회 보고서에 버젓이 담기지 않도록 외교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접하면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북한에 정변이 벌어질 경우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근거로 이 왜곡된 역사가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그 내용을 미 외교가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지만 가중되는 경제난과 취약한 권력기반 등을 감안하면 북한의 급변사태는 여전히 잠복된 뇌관이라 할 것이다. 중국의 북한 개입 가능성 또한 실제적인 외교환경으로 봐야 한다. 대미 억지력의 교두보인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개입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들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현실인식일 것이다. 북한 곳곳에 진출해 있는 자국 투자기업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할 소지 또한 다분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측면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북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왔고, 이를 통해 북의 급변사태에 개입할 명분 또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 시나리오는 현재 ‘작전계획 5029’로 정리돼 있다. 그러나 이는 2014년 전시작전권 한국 이양과 함께 해체될 한·미 연합사 체제의 시나리오인 데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유출, 대규모 탈북사태,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등 주로 북한 내부의 위기가 외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외교적·군사적 개입’이라는 중요변수에 대한 실질 대응책은 크게 미흡한 실정인 것이다. 다음 정부를 맡겠다고 나선 대선주자들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미 의회 보고서 논란에 함께 펄쩍 뛰는 모습을 보이며 표만 세고 있을 일이 아니다.
  • “고구려·발해는 唐 지방정부” 美의회보고서 역사왜곡 논란

    미국 의회가 다음 달 발간하는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에서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부라는 중국 측의 왜곡된 주장을 담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측의 주장도 함께 담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위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왜곡된 주장과 진짜 역사를 무분별하게 병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8일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은 다음 달 중순 발간할 보고서에서 한반도에서 급변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중국의 역할 등을 전망하면서 한반도와 관련한 중국 측 역사 인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고구려와 발해가 당나라에 예속된 지방정부라는 중국 측 주장과 함께 과거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 설정 관련 기록 등에 대해 기술하면서 한국 등 주변국의 상반된 입장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중국 측 입장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한다는 것을 소개하는 쪽에 가깝다.”면서 “어느 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보고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상원 외교위원회의 요청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통일 이후 중국의 움직임과 역할 등을 예상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면서 “부록으로 중국의 일방적인 역사관을 소개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논쟁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내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가 이른바 ‘동북공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중국의 억지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CRS 보고서는 전 세계 오피니언리더들이 두루 숙독할 정도로 권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전파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전문가를 보내 CRS 측에 우리의 주장을 설명했으며, 그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 초안이 나왔으며, 동북아역사재단이 국내 학계의 입장을 수렴해 이에 대한 의견을 CRS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해당 보고서는 미국 의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문서가 아니라 한반도 영토와 관련된 중국 측의 입장을 소개하는 수준”이라면서 “CRS 측에 우리나라의 동북아 역사 전문가를 파견해 입장을 전달한 만큼 우리 측 입장도 오는 11월 보고서에 부록으로 충분히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이 보고서의 목적은 향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예측하기 위해 중국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한반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것을 의원들의 참고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정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서울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삼척·철원 ‘러시아 가스관 노선’ 갈등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놓고 강원 철원군과 삼척시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5일 강원도에 따르면 철원군의회가 남·북·러 천연가스 교역 파이프라인 노선을 경원선축으로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미 인프라 구축에 나선 삼척시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원군의회는 최근 임시회 본회의에서 ‘남·북·러 천연가스 교역 파이프라인 노선 관련 건의안’을 원안 의결하고 “철원군은 한반도의 철도, 도로 등 교통의 중심지로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인 만큼 천연가스관은 경원선을 따라 건설되는 것이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또 “이 사업에 철원을 배제한 채 강원도 차원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않고 경제성과 접근성, 타당성 등을 무시하고 삼척으로 유치하려 한다면 지역 소외 정책으로 간주하겠다.”면서 “2017년부터 천연가스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최적 노선은 이미 경원선 노선이 3개 노선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철도망인 경원선과 연계한 파이프라인이 강력한 대안인데도 도가 파이프라인을 삼척으로 유치하고 동해남부지역을 에너지 클러스터화하겠다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이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도시를 선언하고 인프라 구축이 한창인 삼척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 도와 함께 이민 호산항 일대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고 항만시설과 배관망 등 모든 에너지시설이 집중 추진되고 있는데 철원군이 뒤늦게 러시아 천연가스파이프라인 경유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이성모 시 정보자원정책과장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에서 북한과 남한의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이 가장 경제적이고 국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 만큼 철원의 주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철원·삼척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시론] ‘중견국가’ 외교전략 적극 개발해야 한다/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중견국가’ 외교전략 적극 개발해야 한다/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는 가열되고 있지만, 주 논점은 국내문제에 함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의 승패는 대내문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 진영에는 대외관계에 대한 정책발표는 최소화하여 약점을 안 잡히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대외관계는 국가의 명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총생산(GDP)의 90%가 대외무역과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적 대치상황에 있으며,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 역내 갈등과 핵 확산을 부추긴다. 동아시아는 세계 세력 전이의 여파로 대규모 무력충돌의 발화점이 될 개연성이 가장 높다. 급변하는 국제 세력 전이와 불안정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어느 후보 진영에서도 정작 한국의 명운에 중요한 대외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제시된 대외·안보정책의 단편들도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 상상력과 비전이 부족하다. 선거 때마다 각 진영의 대외정책은 마치 우리가 강대국인 양 커다란 이상을 제시한다. 그러나 집권하면 공간적으로 한반도에 매몰되면서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나 편승외교로 귀결되었던 전례를 놓고 볼 때, 이번 선거도 더 나은 상황은 아닐 듯싶다. 적어도 2010년대에는 미·중 간에 세력전의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면대결은 어렵지만 미·중 관계는 갈등, 힘겨루기 및 협력의 국면이 복합적으로 엉키면서 전개될 것이다. 역내 중·일 간의 갈등도 더 고조되고 있다. 국제지위의 하강국면에 진입한 일본은 지역의 안정과 협력에 대해 배려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중국 지도부의 응집력은 불안정하고, 정책결정은 혼란스럽고, 대외문제에 관한 사회부문의 영향력은 국가주의적 양상과 더불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도 동북아로 돌아오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 노력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북한은 당분간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한국과 갈등을 지속할 것이다. 한·중 및 미·중 간에도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하려 할 것이다. 향후 5년의 대외문제는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중견국가 외교’의 비전과 전략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세계 15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의 지리적 시야를 남북관계와 한반도에만 고정시키지 말고 동아시아 및 세계를 향한 새로운 외교의 축들로 재구성해야 한다. 전략적인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경제·문화·과학적 공간을 적극 확대해 활용하는 유연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정학적·외교안보적 사유로써 풀 수 없는 한반도 문제 역시 역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과도한 변화, 목표, 이상은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일방적 편승외교나 중국에 대한 급속한 접근전략은 당사국들도 이제는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외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편승외교로는 복합성을 전제한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가 어렵다. 한국은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자 외교를 할 수도 없다. 중견국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미·중·일·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공통분모를 이끌어 내고, 지역안정과 협력의 공간을 창출해 내는 가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한국의 명운은 이 거칠고 변덕스러운 국제관계라는 망망대해를 잘 다룰 줄 아는 지혜롭고 유능한 선장을 뽑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 같다. 각 진영에 조속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천명하고 검증받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에 조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운명을 담당해야 할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준비는 결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 [씨줄날줄] 한·아이슬란드 수교 50주년/이도운 논설위원

    2009년 1월 15일 저녁,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북극권의 한겨울이었는데, 창문이 열린 집들이 많았다. “왜?”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난방을 최고 온도에 맞춰놓고 더우면 창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도대체 한 달에 난방비가 얼마나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3000크로나 정도”라고 한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3000크로나가 나왔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고의 지열(地熱) 개발국이다. 지열이 난방의 88%, 전력의 30%를 해결한다. 전력도 지열만으로 100% 해결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자원인 수력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슬란드가 보여주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면적이 10만㎢로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3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수산업 등을 발전시켜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 있는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9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경제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가고 있다. 지열을 통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것도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인들은 아이슬란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세계 최고의 지열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자본과 건설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또 아이슬란드 전역의 풍부한 물 자원 개발에도 한국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장 중에 올라비르 라그나 그림슨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시위대를 관저로 불러들여 커피를 대접했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정치학자 출신인 그림슨 대통령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서 경청할 만한 식견을 보여줬다. 그림슨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친 뒤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더 밝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친필 메시지를 써주기도 했다. 지난 50년, 두 나라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향후 50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두 나라가 아이슬란드의 지열처럼 뜨겁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꺼져가는 용산의 꿈(중)] 어정쩡한 용산구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또 다른 수혜자 중 하나는 사업 구역이 자리 잡고 있는 용산구다. 그런데 최근 주주 갈등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자 용산구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커지는 주민 갈등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입맛만 다실 수도, 그렇다고 사업 진퇴를 두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8일 용산구와 서울시,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순항할 경우 우선 용산구는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이득을 보게 된다. 업무지구 내 대규모 빌딩들과 주변 아파트에서 나오는 재산세는 지방세 중 구세(區稅)에 해당하기 때문에 용산구 금고로 들어온다. 업무지구뿐 아니라 동심원효과로 주변 땅값까지 상승하면 그만큼의 세수도 늘어 주판알을 튕기는 용산구의 손은 바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초 국토부 발표를 보면 용산구의 개별공시지가는 7.4%가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서면 지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지정학적 계산도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별개로 용산구는 사업 진퇴에 대해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관련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구 차원에서 여기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또 주민들끼리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어 구가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도 부담스럽다. 더불어 구는 용산참사의 트라우마까지 가지고 있어 개발사업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용산구가 지난 1월 중장기 계획으로 수립한 ‘2030년 중장기종합발전계획’에도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의 3대 도시비전 등이 제시된 종합발전계획은 국제업무지구, 한남뉴타운 등 지역 내 개발사업 진행을 전제로 수립됐다. 구 관계자는 “용산역세권개발은 구의 손을 벗어난 사업이라 말 그대로 구는 보조적 역할만 할 뿐”이라며 “섣불리 얘기했다가 화살이 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민 갈등이 심하니 구청장도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시론] 중국, 시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해야/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시론] 중국, 시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해야/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중 수교 20주년인 올해에는 언론에 중국 관련 뉴스가 자주 등장했다. 세 보지는 않았지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 소재 기사가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중국이 우리에게 지니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관광 부문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외국은 한국이고, 방한 중국 관광객의 수는 올해 전년보다 무려 50만명이 늘어난 28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중국인 규모는 이미 한국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출신 지역 또한 동부 연안에서 서부 내륙까지 2선, 3선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방한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라 하지만, 좀 과장하면 방한 중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먼 훗날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만만치 않다. 다음과 같은 의문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중국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중국관광객을 단순히 ‘큰손’이라는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뿐, 문화나 사람의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한 수 낮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왜곡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일천한 경험과 지식만 갖고 광활한 중국을 섣불리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건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요, 체계적인 대비도 부족했음을 뜻한다. 우리에게 바람직스럽고도 미래지향적인 대(對)중국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나는 한·중 간 다양한 인적 교류야말로 그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고 믿는다. 풀뿌리 민간교류는 시장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며, 양국, 나아가서는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일 3국 간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런 갈등도 국가 간 민간교류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면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하여 보다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한·중 간 청소년, 대학생 등의 교류는 정말 필수적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지금, 우리는 이들을 더욱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중국의 청년층은 지적 능력과 신기술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문화 전파 능력이 대단하다.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 학생들도 어느덧 6만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중국인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한국의 문화와 매력을 자국에 전달하는 훌륭한 민간외교관들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한국관광공사는 이들과의 교류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는 유학 편중 현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더 많은 유학생들이 가도록 하여 양국 간 이해도를 높이고, 중국 전문가가 더 많이 배출되게 해야 한다. 너무나 넓을뿐더러, 지역적으로도 이질적인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초등학교에서 고교생까지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또한 이따금 보이는 중국과 관련된 선정적인 기사는 주요한 보도거리가 아닌 한 언론들이 최대한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지구촌 시대의 독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이다. 특히 선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한국인들은 부지불식간에 중국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에, 중국인들은 반한감정에 빠지기 쉽다. 또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한·중 민간교류에도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 등 어느 모로 보나 세계 어디보다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법한 나라는 한국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느 다른 나라보다도 중국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를 보면 안타깝다. ‘거대 시장’ 이전에 ‘사람과 문화’로서 중국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자신을 투영해 보는 역지사지의 미덕, 이방인을 배려하는 우리 특유의 전통 미덕을 살리는 자세가 아쉬운 오늘이다.
  • 만화와 글로 쉽게 풀어낸 한국사

    앞선 철기문화를 지닌 가야는 왜 중앙 집권 국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신라에 병합됐을까.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정치부 기자 출신의 저자가 국력이 엇비슷한 소국들이 연합체를 이룬 가야의 정치적 배경과 신라와 백제의 간섭을 받아야 했던 지정학적 구도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통사가 역사 교육 강화라는 목표 아래 초등학교 5학년으로 내려온 것을 감안해 ‘한국사버스’(박찬구 지음, 니케주니어 펴냄)는 역사 속 한국의 주요한 장면 40개를 만화와 글로 쉽게 풀어 엮었다. 마치 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듯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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