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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당신의 ‘마음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한성열(66)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긍정 심리학’의 대가로 꼽힌다. 인간의 심리, 자아, 감정 속에 인간이 속한 문화의 특이성이 표출된다는 ‘문화 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학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심리학과 70학번으로 입학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올해로 만 30년이다. 지난 2월 28일 정년퇴임과 함께 ‘명예교수’로 자리를 바꿔 앉은 그가 후학 양성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인터뷰를 청했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 로비에서 90여분간 ‘행복과 소통’을 주제로 진행됐다.→ 2014년에 쓴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 드립니다’에서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했느냐고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마음 건강은 무엇이고,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하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 건강을 등한시합니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하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체육 과목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마음의 건강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자살률이 높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음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게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 건강의 핵심은 ‘화병’에 있습니다. 화병은 1994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오른 한국 특유의 마음의 병인데, 유독 화병이 많은 건 그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거죠. 저는 간단하게 말하면 속에 담아 두질 않습니다. 기분 나쁜 게 있으면 바로 풉니다. →말로 풀면 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상대와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방법을 모르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죠.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게 대인 관계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라’, ‘어른을 공경해라’만 알려 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이좋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어떻게’(how to)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규범만 알려 주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는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거죠. 화가 나는 이유는 수십, 수백개이고 인생에서 화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없어요. 우리는 화를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화를 내지 말라, 억눌러라라고 가르쳤지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건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여성은 이걸 수다로 풀죠. 남성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배우다 보니 맑은 정신에는 못 하고 술기운을 빌려 자기감정을 표현합니다. 40~5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죠. 성별을 불문하고 자기가 가진 감정을 상대방과 풀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해요. →수다를 떨었어야 했나요. -수다는 부정적인 게 아녜요. 마음 건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수다는 자기의 화를 풀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는 이를 회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가끔 모았다가 술 한잔하고 푸는 거죠. 갑자기 쌓인 화를 풀려니 남자들끼리 하는 술자리에서 유독 다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밖으로 향하는 화병은 남을 향한 폭력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나를 때리는 우울함이 됩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이 심해지면 살인이 일어나고, 나를 때리는 폭력이 계속되면 자살로 이어지는 거죠. 화병은 남을 죽이거나 나를 죽이거나, 누구 하나는 죽여야 끝나거든요. 마음의 불이랄까. →보통 우울과 행복은 맞은편에 있는 개념으로 봅니다만 교수님은 우울이나 불안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울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단 얘긴가요. -지난 100여년간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을 낮춰 주고 우울한 사람들을 우울을 낮춰 주면 행복해진다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지요. 하지만 우울한 사람의 우울을 낮춰 주면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울과 행복은 상관이 없어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행복감을 높여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요.→1930년대 하버드대학생 268명의 70년 인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제1조건은 돈, 명예가 아닌 ‘관계’라고 합니다(한 교수는 2005년 이 같은 연구 내용이 담긴 조지 베일런트의 ‘성공적 삶의 심리학’을 번역해 소개했다). 그런데 요즘 혼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20대’를 칭하는 ‘관태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일까요. -관계를 맺는 게 이익인지, 혼자 있는 게 이익인지 따져 봤을 때 혼자 있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내가 너와 친구로, 파트너로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꺾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관계에 공을 들이기보다 혼자 하는 걸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는 거죠. →얼마 전 서울신문 기획 시리즈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젊은 세대는 정당한 노력보다 관계, 일명 ‘빽’을 성공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금수저 계급론’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성공하려면 혼자 있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니 굉장히 모순적이네요. -맞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한 시대가 변화하는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시험 잘 보는 친구들이 수능을 보고, 고시를 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했죠. 그런데 앞으로는 단순히 머리가 좋다, 기억을 잘한다 이런 것들은 인공지능(AI)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 선생님한테 배우기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더 친숙하듯 의사나 변호사, 판·검사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 자체가 많아졌고, 다양한 곳에서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해도 예전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습니다. 인간 관계가 넓어 손님을 더 많이 유치하는 사무장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끝이 났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떻습니까? 부모와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끊임없는 환상을 심어 주고, 정작 인간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아 왔습니다. 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거죠. 시험 볼 때면 스마트폰을 뺏는 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가 퇴행적인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내야지요. →경제, 사회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바뀌었는데 아직 교육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출세해 별장을 사는 것이 성공이었다면 지금은 별장을 가진 친구를 많이 사귀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개미형 인간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잘 맺어 별장 있는 친구들을 사귀는 거미형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인 겁니다. 혼자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보다 지식과 정보가 오가는 유통망 한가운데 네트워크를 쳐 놓고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인 거죠.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육은 시험 성적이 개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단순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이 하는 4차산업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간은 마음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건 대인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거든요. 부모가 자녀에게 성공이라고 알려 주는 가치관이 혹시 19세기, 20세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다름을 인정하라.’ 말은 쉬운데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점점 분극화, 파편화, 분절화돼 가고 있는데,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어려운 일 아닌가요. 중요한 것을 알면서 왜 인정은 없고 갈등은 심화하는 것일까요. -우리 전통문화 자체가 부모 자녀 동일체 의식이 강합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중 가화의 ‘화’(和)는 화목 화, 즉 가족 구성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화목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목소리는 그럼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이것이 아버지이자 남편의 목소리였던 겁니다. 아내는 부창부수로 따라가고, 자녀는 부모 말에 순종해야 하는 게 ‘가화’(家和)의 의미였던 것이죠. 왜 우리나라가 유독 그러느냐고요.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외침을 많이 겪다 보니 한 사람이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 사람이 책임을 가져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의견을 물어 통합하는 건 불가능했지요.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조직을 해치는 사람인 걸로 교육받게 되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딜레마는 지금까지는 이 문화가 발전에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물이 될 거란 겁니다. 쉽지 않지요. 거대한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민요는 10명이 나와도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서양의 합창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등 다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화음을 이루잖아요. →5060 중년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꼰대.’ 이것만은 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년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중년의 아저씨들이 꼰대 소리 좀 덜 듣고 살 수 있을까요. -중년은 젊은이라는 축과 늙은이의 축이 만나 갈등을 겪는 시기입니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상태죠. 그래서 중년은 힘이 듭니다. 더 힘든 건 힘들다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청소년은 밖으로 고함을 지르지만 중년은 속으로 우는 세대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실패한 인생 같으니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큰 시기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5060세대가 막 입사했을 때보다 지식도 많고 기술도 많습니다.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건 오로지 경험밖에 없는데, 문제는 늘 이 경험으로 밀어붙이다가 꼰대가 되는 겁니다. 지혜라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듣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지혜가 있는 척하는 사람은 상대가 묻기도 전에 자기 경험부터 들이밉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와서 물어볼 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멘토가 되는 방법은 후배와 멘티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내 이야기를 원할 때 한다는 겁니다. 듣고 싶지도 않은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아주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죠. 먼저 묻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주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정리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행복을 좇지 마세요…그저 오늘을 즐기세요” 한성열 교수가 말하는 행복이란 “행복요? 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진 ‘뻔한’ 질문은 이렇게 뻔하지 않은 답변에 속절없이 허를 찔렸다. 당신이 ‘긍정심리학’의 대가라고 하니, 그런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했을 사람이면 마땅히 행복도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만들어(?) 지녔을 법하다는, ‘행복하다’는 답변을 내심 조롱할 요량으로 한껏 날을 벼리고 날린 물음이었다. 정말 고맙게도 한 교수는 기자의 ‘기대’를 완벽히 저버렸다. 솔직했고 담백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빨간 도트 넥타이에 코발트블루 셔츠와 먹색 재킷, 그리고 이를 감싼 블랙 트렌치코트로 한껏 멋을 낸 그의 옷차림이 결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 한마디로 입증해 보였다. “누가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냐고 물어본다면 ‘즐겁다’고 답할 겁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설파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과도 맥이 닿는 듯했고, 장자의 안빈낙도(安貧道)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은 걸까. 한 교수가 말을 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잘못된 명제’를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오늘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되는 겁니다. 행복이란 걸 얻으려고 무엇을 하면 할수록 행복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에게 행복이란 열심히 살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살면 얻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내일 행복하자고 오늘 참거나 미룰 목표는 아닌 셈이다. “행복이라는 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게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불과 100여년 전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사랑이란 말도 마찬가지예요. 이전 우린 ‘만족’이라고 했고, ‘정’이라고 했죠.” 정년을 맞은 한 교수는 그럼 앞으로 무슨 일로 열심히, 즐겁게 오늘에 충실할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교역자들에게 심리학과 상담 기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인 ‘상담 목회 아카데미 예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10여명의 교역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전액 무료 수업을 받고 있죠. 일반인들을 상대로 ‘만남과 풀림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왜 이제야 묻느냐는 듯 한 교수의 말이 빨라졌다.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고, 기자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 ‘뇌관’ 터질라…유엔 차원 추가 대북제재 경고한 셈

    트럼프 對中압박도 작용한 듯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 출렁 주가·환율·채권 트리플 약세로 10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강력한 추가 조치’를 거론하며 북한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것은 최근 극도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 상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 이후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이 한반도 인근으로 모여드는 상황에 북한이 6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할 경우 자칫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의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날 수석대표들이 합의한 강력한 추가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4차·5차 핵실험 이후 각각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 채택에 합의하고 제재 이행에도 동참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 준비 징후가 잇달아 포착되자 선제적으로 추가 제재를 경고한 셈이다. 대북 원유 수출 차단,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 제한 등 최근 한·미 당국이 추가 제재 요소로 논의 중인 방안들도 성패의 키는 모두 중국이 쥐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선다”고 강조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역할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에 착수하고 군사적 옵션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략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중국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외교의 명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다시 고개 드는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원화값·채권값이 트리플 약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먼저 손을 터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7.7원 오른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22%)는 전 거래일보다 4.1bp(1bp=0.01%) 올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또 고개드는 ‘코리아 리스크’..손터는 외국인

    또 고개드는 ‘코리아 리스크’..손터는 외국인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스피를 뚫을 듯 하던 코스피는 다시 힘을 잃었고 원·달러 환율은 올랐다. 채권금리는 일제히 오르면서 주가·원화값·채권값이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손을 터는 양상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7원 급등한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13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5일(2133.00) 이후 18거래일 만이다. 장중 한때 2128.35까지 떨어져 2130선을 내주기도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 속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한국 쪽으로 이동하는 등 한반도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두 약보합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0.03%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08%)와 나스닥지수(-0.02%)도 모두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항공모함 전투단이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경고와 일종의 중국 압박 메시지로 동해로 이동하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다”며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한반도 정세불안까지 겹쳐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4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을 2000억원 가까이 대량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45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고,개인이 홀로 65억원 순매수했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날 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1bp(1bp=0.01%) 오른 연 1.722%로 장을 마쳤다. 5년물도 5.5bp 올랐고, 10년물은 6.0bp 상승했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많이 팔았다”고 분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시장님이 미스 월드 우승자…“세계 최고의 미녀 시장”

    시장님이 미스 월드 우승자…“세계 최고의 미녀 시장”

    지브롤터 시장에 2009년 미스월드 케인 알도리노 로페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미스월드 대회의 우승자가 한 도시의 시장님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이라는 외신들의 평가가 나온다. 2009년 미스월드 대회서 왕관을 차지한 케인 알도리노 로페스(30)가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남단의 영국령 항구도시인 지브롤터 시장으로 취임했다. 지브롤터는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개시되면서 영국과 스페인의 영유권 분쟁이 다시 불붙은 지역이다. 이런 연유로 지브롤터는 가장 뜨거운 도시가 됐다. 로페스는 시의원들의 만장일치 지지로 역대 최연소 시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여성으로는 3번째로 시장 자리에 올랐다. 파비안 피카르도 행정 수반의 통치를 받는 지브롤터에선 시장은 의전직이다. 로페스는 취임 후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영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지브롤터는 영국령이고, 언제나 그럴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왜 우리가 국기가 바뀌는 걸 원해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지브롤터가 영국 영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로페스는 지난 2009년 지브롤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스 월드 왕관을 거머쥐면서 거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시장에 취임하자 현지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여의도 80% 크기의 작은 도시다. 현재 3만 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령이 된 이후 300여 년 동안 스페인이 계속 공동 주권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면서 EU의 지지를 등에 업은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한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려 하자 영국도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며 맞서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도착한 사드…외교부 “한미 공조해 중국에 사드입장 전달”

    한국 도착한 사드…외교부 “한미 공조해 중국에 사드입장 전달”

    사드 발사대 2기를 포함한 일부 장비가 지난 6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 국방부는 7일 한미 양국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사드를 최대한 빨리 작전운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사드보복 수위를 높였던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외교부는 한미 공조 하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나선 중국에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서 추진하는 사안”이라며 “사드가 오로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조치이고,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중국측에 전달하는 문제에 대해 한미간 공동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다며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에 대한 한미간 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조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이 방한할 경우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협력,최근 동북아 지정학적 상황 등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틸러슨, 美국무장관에 곧 취임…인준안 상원 통과

    틸러슨, 美국무장관에 곧 취임…인준안 상원 통과

    메이저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 렉스 틸러슨이 곧 미국 국무장관에 취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첫 외교수장이다. 미국 상원은 1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인준안은 찬성 53표, 반대 42표로 가결됐다. 공화당 의원 52인이 사실상 전원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민주당 의원 일부가 찬성 또는 기권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곧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은 텍사스주 출신으로 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5년 이상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은 미국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다. 이러한 틸러슨의 친러 성향과 외교 분야를 포함해 공직 경험이 없다는 점이 인준의 방해요소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지도자의 한 명이자 국제적 협상가다. 광범위한 경험과 지정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틸러슨을 평가하며 국무장관에 지명했다. 틸러슨은 강력한 대북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적으로, 북핵 문제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틸러슨은 또 중국의 대북 압박을 ‘빈 약속’이라고 비난하면서 필요시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도입 의사도 내비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北제재 강화… 북핵·미사일 대응 다른 정책 펴야”

    “美, 北제재 강화… 북핵·미사일 대응 다른 정책 펴야”

    ‘북한 정권 교체 모색, 북한 미사일 선제공격,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대북 특사 임명….’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모인 상·하원 의원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저마다 쏟아낸 북한 핵·미사일 도발 대처 해법이다. 공통점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북핵 위협이 더 점증할 것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대북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대북 정책 옵션 재평가에 집중한 북한 위협 대응 점검’ 청문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우려하며 그동안과 다른 대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주재한 밥 코커 위원장은 대북 비핵화 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북한 정권 교체 모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선제공격 준비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기조 3원칙인) 외교, 억지, 제재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노력을 배가하는 동시에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北 핵 포기 안 해… 일괄 타결 꿈에 불과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은 “북한 지도자의 성명에 따르면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만일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핵무기로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딘 의원도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일각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데 지금의 북한 지도부는 절대 핵 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가) 상호 관심사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동시에 타협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도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 정부는 앞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일본 배치와 본토 미사일 방어시스템 강화 등 대북 방위 태세 강화를 포함한 ‘위협 감축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며 “테러지원국 재지정, 혹독한 제재 이행 등을 통해 대북 압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 지도자가 핵프로그램을 내부 통치 정당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어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창은 닫힌 것 같다”며 “북한은 현재 미·중 간 지정학적 불신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미·중 관계와 분리해 대처할 수 있도록 북핵 문제를 따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고위급 대북특사를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BDA식 제재 효과적… 中 압박해야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 취했던 아시아 은행(마카오 BDA) 제재가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 등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통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더욱 압박해 북한을 엄중히 단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한 정책홍보 문건을 통해 북한, 이란과 같이 미사일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를 억제하기 위해 첨단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긍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던 2016년 9월쯤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향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일본과 호주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일본은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돼 있고, 2016년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합의를 궁극적으로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적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억제를 위해 미국, 일본, 한국과 함께 통합된 영공 및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동맹들 간 연계를 추진함에 있어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주요한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추진해 왔으나 한·일 간 역사적 구원(舊怨) 등으로 인해 정체돼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 할수록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 것이고, 미국은 이를 매개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더해 중국의 군사력이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면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군사행동을 억제·방어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의 외연을 호주까지 넓히려 할 것이다. 이미 미·호(美濠) 동맹과 미·일 동맹은 삼국이 정기적으로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정도로 밀접히 연계돼 있고, 이를 통해 일본과 호주의 안보협력 관계는 ‘준동맹’(quasi-alliance) 관계로까지 증진돼 있다. 만약 미사일방어 협력을 매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본격적으로 구동되고 기존의 미·일·호 안보협력과 연동된다면, 미국의 아·태 지역 동맹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물론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중국 봉쇄로 인식하고 강력히 반대한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대립이 심화되면 될수록 미국의 동맹국들이 한층 더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다. 그러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비롯한 미국의 아·태 지역 안보정책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어느 정도 협조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기회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안보협력을 더욱더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위상 권력’(positional power)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공동의 안보정책을 협의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율해 나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 호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 간 안보협력이 비전통안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안보의 영역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In&Out] 기초과학과 과학 외교/정우성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POSTECH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자는 교과서를 믿지 않는다. 교과서가 수정할 것이 하나도 없는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과학의 진보와 신기술 개발 같은 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진리와의 투쟁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험 답안지를 채우기 위한 암기를 했다. 이제야 교과서의 한 문장을 적는 과정에 숨겨진 학자들의 수많은 땀과 열정을 생각하게 됐다. 비단 필자의 전공인 과학 과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배웠던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현실은, 연구 현장에서 느꼈던 선진국의 거대한 벽과 국제공동연구의 어려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경제적 지위는 많이 상승했다. 과학기술 역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어떤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학자와 대학, 연구소도 여럿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선진국이라 불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가 되면 과학 선진국을 부러워한다. 우수 인력을 양성하거나 해외 학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나마 많은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거침없는 과학기술 투자를 보면 주변 강대국과의 경쟁이 더욱 두려워진다. 반도 국가여서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가 과학기술에도 적용되나 싶다. 예전보다 더 많은 견제가 있을 것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우수한 인력과 튼실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에 불과한 건 아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봤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사회에서의 관계 등에도 과학기술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흔히 중국의 문호를 연 계기가 ‘핑퐁외교’로 대표되는 스포츠 외교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도 민간 외교를 담당한다. 다만 스포츠만큼의 대중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한다. 과학기술계가 과학대중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한 탓도 있다.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의 역할을 산업 발전으로 좁혀서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전 시절 동유럽과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소련 등이 영구중립국인 오스트리아에 공동연구소를 만들어서 교류했다. 이탈리아에는 제3세계와 선진국을 연결하는 국제이론물리센터가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미국과 북한도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함께 연구하며, 민간 교류의 문은 닫지 않았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단지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로 제한되지 않는다. 보다 다양한 과학외교 활동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나라도 선진 기술을 수입해 산업에 적용하는 데 치우쳤던 후진국의 위치를 벗어나, 중견국 외교 차원의 글로벌 과학 활동이 요구된다. 과학기술은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거나, 개도국을 지원하며, 지역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게 해 줄 수 있다. 특히 국가 간의 이해 대립이 덜한 기초과학은 우리나라의 과학외교 지평을 넓혀 갈 좋은 출발점이다. 동북아의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아시아·태평양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며, 나아가 국제사회를 이끄는 과학기술 글로벌 강국 구축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됐다. ‘과학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 文 “트럼프 시대, 국익 우선 외교 펼쳐야”

    文 “트럼프 시대, 국익 우선 외교 펼쳐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대를 맞아 국익 우선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상황에서 한국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국익 우선주의’를 천명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美·中 사이 균형외교로 국익 추구할 듯 문 전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트럼프 취임과 한국의 정책방향’을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문 전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들어섰다”며 국익 우선의 외교, 맞춤형 협력외교, 책임안보를 위한 외교, 통상외교 강화 등 4가지 외교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안보와 외교 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지 못했다”면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우리의 경제 영토를 대륙과 해양으로 확대하는 교량외교가 국익 우선 외교”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다. 실제 문 전 대표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국가 맞춤형 협력 외교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70년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발전시키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지속적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등 한·미 안보 협력에 새로운 현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기조하에 당당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송영무·정의용 등 외교·안보 인사 영입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취약 분야로 꼽힌 외교·안보를 보완해 줄 영입 인사들을 대거 소개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과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방효복 전 육군참모차장, 이영주 전 해병대사령관, 외교에서는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전 의원, 이수혁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등을 영입했다. 문 전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조짐에 대해 “우리는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교역이 여전히 세계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70년간 유지된 국제질서가 급격하게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23일 미국과 일본, 중국의 3국 전문가를 대상으로 가상좌담회를 개최해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도 각국의 입장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좌담회에 참가한 전문가는 스콧 슈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한반도문제 포럼주임)이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통상 압박이 있을 가능성을 전망했다. 반면 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펼친 갈등이 1라운드였다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반도와 대만을 고리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 2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를 제안했다. →트럼프 취임식 및 이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미국에 계속 의지해야 하나. -슈나이더 연구원:미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과 맺은 공약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주의자’가 될지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추구하고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 결과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조가 심화되면 한국은 불편해질 것이고 외교정책에도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 교수:미국 우선주의가 유아독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역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면적인 무역 전쟁은 모두에게 출혈이 크며 중국 상품을 봉쇄하면 미국에 더 큰 혼란이 생긴다. -오쿠조노 교수:도발적인 북한과 거대한 중국 등을 상대하고 있는 한국에 현실적으로 한·미 동맹 없이 자체적인 안전보장은 쉽지 않다. 미국을 붙잡아 놓을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적 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는 필요하다. 이슈에 따라 자기주장을 펴면서 자기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서 미국 변수도 있지만 한국 변수도 있다. 한국에 급진적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조의 흐름 자체도 달라지고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대미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국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진 교수:미국은 70년 동안 한국의 제1협력국이었고 북한은 한국의 제1적대국이었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대결을 벌이는 한 한·미 관계는 한국의 대외관계에서 최우선순위다. 트럼프 취임으로 불확실성이 가미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슈나이더:한국을 주요 동맹으로 보는 미국의 기존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정부 초대 외교안보라인도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 FTA 등 통상 이슈는 압박이 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한·미 관계는 어느 정도 한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본다. 한국은 트럼프로부터 떠날 수도 있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더욱 강한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 수도 있다. -오쿠조노 교수:한국은 한·미 동맹이란 틀을 국가안보 체제와 국가안전을 지키는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국가 존속유지를 위한 기본 전제인 셈이다. 한국에 중국은 여러 입장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만 미국과 대등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미·중 사이에 균형외교란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은 거대한 중국의 흡입력과 압박을 대처하는 데 미국을 끌어들여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이 됐다. 지나친 의존으로 중국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해지거나 문제가 생길 때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은 작지 않다.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험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오쿠조노 교수:기본적으로 강경 대응이 예상되지만 필요에 따라 극적인 타협도 불가능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 정치인과 다르다. 이념보다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흥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괄 타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한을 보는 미국과 한·일 양국의 시각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유지, 존립을 국익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결정적일 때 북한의 숨통을 틔워 주면서 한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 핵, 미사일 문제를 공식적으로 용인할 수도 없다.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해 온 대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을 가진 대만이다. 한·미의 문제는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을 가져버렸다는 데 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사드를 둘러싸고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진 교수:6개월 정도는 서로 지켜볼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북한 역시 이제까지 상대한 미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 북한은 제일 힘든 상대를 만났다.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북·미 관계 개선은 한국부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안전 우려가 발단이다. ‘안전 대 안전’의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 -슈나이더:북한이 도발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협상도 가능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멈추고 노선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유리하고 유연한 조건에서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트럼프 정부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다각도의 충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무형의 보복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은 균형이 맞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이 사드를 둘러싸고 한국과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킨다면 결국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미국은 이후 중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하나의 쟁점으로 만들어 다뤄야 할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다. 중국의 역할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데려오고 북한이 중국의 국익을 위협하고 있으니 이를 멈추라고 설득하는 데 있다. -진 교수:중국은 사드를 단순한 군사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전략 문제로 본다. 대중국 봉쇄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대신 해결하라고 하는데 중국은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 대북 제재로 단둥 경제가 죽어간다는 말도 나온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 관계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최근 주장을 살펴보면 사드의 목적이 대북 방어가 아니라 중국 압박용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오쿠조노 교수:센카쿠 열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 길들이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반하는 경우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인정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자의적인 측면이 강한데 한국, 일본 등은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지키도록 촉구하고 견제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도 결국 같은 맥락의 문제로 중국에 대한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 교수: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끊기 바라지만 중국은 1300㎞에 이르는 국경선을 맞댄 국가가 적대국으로 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북·중 70년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북한을 괴멸시키라는 요구를 중국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오쿠조노 교수:일부 한국인은 중국이 마치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때로는 중국을 믿었는데 배신당했다는 주장을 한다. 한국인의 착각이다. 중국 외교에서 한반도는 미국을 상대하는 대미 외교상의 가치를 지닌 카드다. 북한이 존재한다는 것, 한반도가 분단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은 중국에 국익이다. 북한이 불투명한 상황일수록, 한국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된다. 북한리스크를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 중국에 불투명한 북한이 있는 것은 한국을 다루고 한반도 정책을 펴는 데 유리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했는데 리더가 될 수 있나. -슈나이더:중국은 미국에 비해 리더다운 행동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아직 중국은 멀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가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 -진 교수:중국은 세계 지도국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럴 조건과 자격이 갖춰지지도 않았다. 트럼프가 실책한다 해도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유무역과 안보는 다른 개념이다. 자국의 안보를 해치며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은 한국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 왔던 전방위적 협력은 전방위적 대결 관계로 변할 것이다. 미국이 기어코 중국과 대결을 펼치려 하고 한·미 동맹이 그 역할을 한다면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차기 정부의 사드 재협상 가능성은. -진 교수:사드는 한국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최선은 사드 배치를 차기 정권으로 미루고 한·중 양국이 소통과 협상을 통해 적당한 해결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 야당 의원만 상대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말을 들으려 한 적이 있는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를 하나. 사드를 미국이 주도하는 한 누가 집권해도 중국은 반대한다. 사드의 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한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국의 국력과 반비례한다. 국력이 약할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강할수록 중요성이 약화된다. →대일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슈나이더:위안부 협의는 정상적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한 단계였다. 그러나 지금 그 합의는 흐트러지고 있다. 향후 어떤 합의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는 위안부 합의와 그에 따른 후속 상황이 한동안 한·일 관계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의 원칙을 유지하되 외교적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진 교수: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드 배치로 한·중이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등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미·일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란다. -오쿠조노 교수:아베 정부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한·일 관계라는 양자 관계로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패권을 추구하는 거대한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새로 짜려고 하고 있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기보다 자신들에 의한 새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경제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안전보장상 위협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같은 가치관의 한·일이 손잡으면 중국이란 거대한 존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중국을 국제 질서 안에서 건설적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국제적인 시각, 거시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로 침략전쟁의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진 교수:위안부 문제는 한국에 살에 박힌 가시와 같다. 건드리면 계속 아프다. 가시를 뽑으려면 일본이 참다운 사죄를 해야 한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 주지 못하는 한 위안부 문제 합의가 재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쿠조노 교수: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지만 한국 내에서 위안부 합의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고노담화, 아시아 여성기금 등의 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2015년 합의는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것이다.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지층인 보수개헌 세력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제법과 국제 관례에 따른 결정을 지켜 줬으면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안보적 이익과 역사·영토 갈등을 분리할 수 있나. -슈나이너: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더욱 진전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결국 역사 문제는 계속 남아 양국 관계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제약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정보 공유 등 안보적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북핵에 대한 공동 대응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쿠조노 교수:한·일 두 나라의 정책결정자와 정부 관계자는 양국 안보 협력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일 안보협력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한·일 안보협력의 수위와 성사 여부는 한국 국내 문제에 달려 있다. 일본은 언제든지 협력에 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일본은 보고 있다.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태도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 협력의 전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우리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북한 문제도 한·미, 한·일,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 -오쿠조노 교수:한·미·일 3국은 기존 질서를 무시하며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부상이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핵과 미사일을 쥐게 된 북한의 위협이다. 전에 비해 소형화되고 정밀화된 미사일과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한·미·일 3국의 공통된 위협이다. 당장 국가 안전보장상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북한은 불투명하고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든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이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진 교수:동북아에 ‘작은 나토’ 즉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구축되는 것은 중국엔 악몽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군사동맹 관계가 약화되고 ‘지경학적’ 경제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역사문제는 화약통과 같다. -슈나이더:북·중·러 3각 관계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안보관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약하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 북·중·러 3국으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트럼프 시대에 양자로든 다자로든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스콧 슈나이더 미국 내 손꼽히는 동북아 및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겸 한·미정책 프로그램 국장이다. 북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CFR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아시아재단 서울지부 대표를 역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등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계 부인과 2녀를 두고 있으며 한국말에도 능숙하다. ▶오쿠조노 히데키 일본의 대표적인 소장파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함수 관계 속에서 분석해 왔다. 1964년 후쿠오카 출신으로 일본 방송협회(NHK) 기자, 아사히신문 기자 등 5년 가까이 국제 문제 및 동북아·한반도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한반도·동북아 문제로 특화돼 있는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로 있다. ▶진징이(景一)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3년 지린성에서 태어난 진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지역연구소 객원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지금은 베이징대 교수 및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월요 정책마당] 공공외교 시대, 세계인을 절친으로!/최영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월요 정책마당] 공공외교 시대, 세계인을 절친으로!/최영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제가 유재석을 볼 수 있을까요?”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를 꼭 챙겨 본다는 네팔인 타파가 질문한다. 아랍에미리트인 후메이드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암송하고, 러시아인 뮤지컬 배우 에브게니아는 소리꾼과 아리랑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매년 추석 즈음 KBS TV에서 방영되는 ‘퀴즈 온 코리아’ 2016년 본선 참가자들이다. 지난해 ‘차세대 글로벌 지도자’로 초청된 우간다 인권운동가 빅터 오첸은 “과거 아프리카와 같은 시기에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를 겪었던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격상된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민주화와 정보화의 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 수단의 획기적 변화로 이제 외국 정부만를 상대로 하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외국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우리 외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외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외교활동인 ‘공공외교’는 정부 간 외교보다 훨씬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성격을 띤다. 즉 가치, 문화, 지식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민간단체, 개인들도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외국인들을 친구로 만드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은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국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공공외교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공공외교를 정무외교, 경제통상외교와 함께 외교의 3대 축으로 삼고 공공외교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최근 몇 년간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첫째 정부는 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문화예술, 지식, 정책홍보 등을 통한 한국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계기로 ‘퀴즈 온 코리아’와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을 포함한 다수의 사업이 시작되거나 확대됐다. 또 2016년에는 ‘공공외교법’이 제정·시행돼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공공외교 활동을 통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둘째 급변하는 글로벌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는 정책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국민들, 특히 여론주도층이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이나 우리의 외교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우리의 외교적 지평과 운신의 폭을 보다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각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강화하고, 북핵문제 등 주요 외교사안 관리 차원에서 미·중·일·러 등 전략지역을 대상으로 정책 공공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 현지 맞춤형 한국 매력 확산을 통해 외국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 공공외교를 실시하고 있다. 180여개 재외공관이 현지 사정에 맞춰 정무·경제·문화 융복합 방식으로 추진하는 ‘한국주간’(Korea Week) 행사는 대표적인 현지맞춤형 사업이다. 이 같은 행사들은 한류 콘텐츠의 해외 진출과 시장 개척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개개인이 공공외교의 중요한 주체라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청년 공공외교단과 시니어 공공외교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국민모두가 공공외교관’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은 “당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한 사람을 얻는 것이 잠수함 하나를 갖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국의 친구로 만드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를 추진해 나갈 때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목표와 시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보다 많은 외국 국민들이 한국을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절친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 “올해 최대 리스크는 기상이변·난민·테러”

    기상이변과 난민, 대규모 테러가 올 한 해 세계를 뒤흔들 주요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10년간 세계의 경제 발전을 결정짓는 데 장애 요인으로는 빈부 격차 확대와 기후변화, 양극화 심화 등이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오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WEF 연차총회 개막을 앞두고 11일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2017’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WEF는 경제와 사회, 지정학, 기술 등 각 분야 전문가 745명을 상대로 30개 글로벌 리스크 중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기상이변이 1위였다고 밝혔다. 2~5위로 각각 비자발적 대규모 이민, 자연재해, 대형 테러, 대대적인 데이터 사기나 절도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 성장경로를 결정할 트렌드로는 빈부격차 확대, 기후변화, 양극화 심화, 사이버 의존도 심화, 고령화를 꼽았다. WEF는 보고서에서 “이미 불평등 확대와 양극화 심화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불러왔다”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앞으로 고난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트렌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더디게 회복하면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돼 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2015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상위 1%가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비해 2배 이상 확대됐다. 미국은 10%에서 22%로, 중국은 5.6%에서 11.4%로, 영국은 6.7%에서 12.7%로 각각 늘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지속되는 저성장과 부채, 인구구조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불평등 확대가 초래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면서 “만연한 부패와 단기적 이익 추구, 성장 이익의 불균등한 분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모델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유발 하라리부터 황석영까지… 기대작이 쏟아진다

    올해 출판계는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벼러 온 기대작이 적지 않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국내외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 ‘사피엔스’ 열풍 이을 ‘호모데우스’ 지난해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 ‘사피엔스’ 열풍을 일으킨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의 후속작 ‘호모데우스’(김영사)가 출간될 예정이다. 전작이 인류의 탄생과 진보를 다뤘다면 호모데우스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풀어낸다. 국내에 초역되는 미국 인류학자인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글항아리)은 1971년 초판이 나온 대작이다. 피부 접촉이 인간의 감각적 성장과 정신세계, 인간관계와 사회관습에 미친 영향과 상호작용을 문학, 인류학, 의학 등 온갖 텍스트를 통해 통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출판사는 “인류사에 남을 걸작 중 하나”로 자신한다. # 日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에세이 작품도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도킨스의 첫 방한 특별 강연이 열린다. 올해 출간작 가운데는 전 지구적 정치·사회·문화 지형 변화를 탐구한 책들도 적지 않다.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인 데이비드 하비의 신작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창비)은 독창적 시선으로 세계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그의 지적 이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관계 전문가 파라그 카나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그에 따른 인식 구조의 변화를 전망한 ‘커넥토그래피’(사회평론)와 일본의 대표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약 20만권에 달하는 장서로 웅장한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도 이목을 끈다. 한길사는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3’를 9년 만에 선보인다. 총 네 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저서 중 3편으로 큰 주제는 ‘식사예절의 기원’이다. 지난해에 이어 페미니즘 열풍을 이어갈 책도 기대된다.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인 ‘페미니즘의 역습’(가제·돌베개)은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과 딜레마, 21세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 국내 저자로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서울의 5대 궁궐과 종묘, 숨은 이야기를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전 2권·창비)을 펴낸다. 서양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15~18세기 유럽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탐색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전 3권·휴머니스트)도 출간된다. 실학자이자 한글학자인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한길사)는 표제어만 1600여개인 일종의 어휘 사전으로,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김주영 “마지막 장편 같다”… ‘뜻밖의 생’ 문단에서는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시집의 인기가 불러일으킨 ‘한국문학 붐’이 올해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황석영, 김주영 등 굵직한 서사에 능한 노장들부터 구효서, 공지영, 김영하, 공선옥, 이기호, 편혜영, 김애란, 황정은, 윤고은, 정지돈 등 중견 및 젊은 소설가들의 신작이 출간된다. 황석영 작가는 민주화운동, 방북과 수감 등 자전적 이야기를 오는 4월 장편 ‘수인’으로 펴낸다. 김주영 작가는 스스로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뜻밖의 생’을 3월 출간한다. 천진한 소년이 지혜로운 노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 오랜만에 소설집 내는 김영하·김애란 이외수 작가는 2005년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장편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가제)를 상반기에 발표한다. 김영하 작가는 2012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옥수수와 나’, 201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가 포함된 소설집을 7년 만에 낸다. 김애란 작가는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를 수록한 신작 소설집을 5년 만에 발표한다. 시단에서는 정호승, 나희덕, 심보선, 이병률, 이원, 신용목, 김언, 박준, 유희경 등 중장년층부터 젊은층까지 폭넓은 팬덤을 가진 시인들이 문학과지성사, 창비 시선집 등을 통해 새 시집을 낸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무크,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들도 포진해 있다. 지난해 2월 84세로 세상을 떠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소설 ‘창간준비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 ‘잠’과 첫 희곡 ‘웰컴 투 파라다이스’가 선보인다. 7월 여름시장을 겨냥해 나오는 오르한 파무크의 새 장편 ‘빨간 머리카락의 여인’은 국내에서 3년 만에 선보인 소설인 데다, 터키에서 3개월 만에 2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우리말로 처음 옮겨지는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4권) 출간도 보르헤스 팬들에겐 반가울 소식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포퓰리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정책은 북한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 관계도 불확실성이 커져 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위험분석가로 꼽히는 이안 브레머(48)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전망한 2017년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포퓰리즘 득세, 글로벌 리더십 부재,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질서의 분열 등으로 인해 그리 밝지 않았다. 브레머 회장은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도 대통령 탄핵 등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 등 전 세계적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포퓰리즘 득세에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정치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신흥시장은 성장했지만 미국·유럽 등에서 일자리를 뺏긴 중산층이 주류층, 지도자와 정당 등에 화가 났다. 또 ‘정체성의 정치학’으로 볼 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국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경제적 박탈감이 결합되면서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경우, 독일·프랑스 등은 그래도 경제가 받쳐줘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가장 큰 놀라움을 줬는데 미국인의 50%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고 워싱턴이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포퓰리즘의 승리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향후 5~10년 내에 신흥국가들도 포퓰리즘을 겪게 될지 여부다. 세계화로 덕을 본 중국 등에서 한순간 혜택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져 반발이 생기면 포퓰리즘이 글로벌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신(新)고립주의인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일방주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더이상 남을 위한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동맹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설계 역할도 축소하는 등 미국의 예외성·불가결성을 버리겠다는 것인데, 1945년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이 없는 시대, 즉 리더 그룹이 부재한 ‘G-Zero’ 시대의 공식 시작을 뜻하는데,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중동이나 유럽 등 다자구조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불황’(Geopolitical Recession)이 왔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면, 이제는 정치적 진공상태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온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불분명해 우려를 낳고 있는데. -트럼프의 불확실한 대외정책이 엄청난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외교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오바마는 시리아 등 중동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다루면서 강한 리더가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보다 더욱 ‘와일드카드’라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러시아와의 밀월을 예고한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대선 해킹 개입을 밝히자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이제 미국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동맹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 닥칠 많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헤징(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대러 정책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은 단기적으로 ‘라프로슈망’(화해·협력)이 이뤄져 오바마 때보다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외교정책의 최대 실패는 러시아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군대를 주둔시키자 결국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고 가능한 한 밖에 머무르려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대러 제재 등을 협의하면서 긍정적 관계를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독일 등 선거를 앞둔 유럽 다른 나라들도 걱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맹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반면 미·중 관계는 훨씬 더 큰 걱정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이 무역에서 폭리를 취하고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해왔으며 이제는 대만 이슈까지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중국은 멕시코와 달리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이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자동차기업 등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꾼다면 중국도 대미 정책을 바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긴장은 한국을 포함한 그(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거론했는데 한·미 관계 전망은.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대한 관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 일본의 방위 공약 확대 등을 밝힌 것에 대해 아주 기뻐했다. 아베는 자신이 강력 희망하는 TPP를 트럼프가 버리겠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 시대에 미·일 관계가 아주 좋을 것임을 강조했고, 이에 트럼프도 호응했다는 점에서 미·일 관계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고려할 때 한국 대통령이 향후 몇 달간 누가 될지도 모르고 (새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도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대외적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독자 제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미 양자 제재를 거부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특히 석탄 수출 제한은 중국이 다자 제재에 동참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자주의자가 아니라서 6자회담이나 유엔 제재에 회의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나서 북한을 옥죄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는 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미·중 간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북 대응은 실무 정책을 주도할 국무부 부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강경파 존 볼튼(전 유엔대사)이 되면 미·중,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되지만 합리적 성향의 리처드 하스(미외교협회장)가 되면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칠게 비난해 북한으로부터 나쁜 반응을 야기하고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TPP 파기, 무역협정 재협상 공약에 대한 평가는. -TPP를 없애는 것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다수 동맹이 참여하는 TPP에서 빠져버리면 동맹들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쏠릴 수 있고 이는 자본 흐름과 기준이 아시아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남미 등도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안 브레머 회장은 누구 : 정치적 위험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로, 뉴욕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맹활약하며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글로벌 정치위험연구·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을 세워 전 세계 다수의 정부와 투자자, 기업 등에 정치적 위험과 금융시장과의 연관성 등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제시한 용어 ‘G-Zero’(글로벌 파워의 공백 상태)는 미국 등 슈퍼파워의 역할과 국제정치 질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서로는 ‘자신을 위한 모든 국가: G-Zero 세계에서 승자들과 패자들’, ‘자유 시장의 종말: 국가와 기업 간 전쟁의 승자는?’ 등이 있다.
  • “냉전 후 가장 어려웠던 한 해… 내년 올해보다 더 힘들 수도”

    “냉전 후 가장 어려웠던 한 해… 내년 올해보다 더 힘들 수도”

    트럼프 당선·브렉시트 등 위기… 급변하는 국제 질서 대응 강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올해는 냉전 종식 후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여러 도전이 한꺼번에 닥치기 때문에 외교도 그렇지만 경제나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여건에 대한 냉정한 분석,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들, 예상하지 못한 위기 요인들에 적시에 선제적으로, 사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금년 가장 중요한 지각변동적인 사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고, 다른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의 언급을 소개한 뒤 “연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 도발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지역이나 국제질서적 측면에서 우리 주변 국가들의 기존 긴장이나 갈등 외에 지정학적인 경쟁 관계가 훨씬 첨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각국 국내 사정과 연계되면서 (갈등들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한반도에서의 상황과 주변 질서, 글로벌한 질서가 모든 측면에서 많은 도전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금년을 회고하며 느낀다”면서 “국내적 요인까지 겹치기 때문에 어려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지)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화해의 힘’만 강조한 아베… 사죄 한마디 없이 美日 동맹 과시

    ‘화해의 힘’만 강조한 아베… 사죄 한마디 없이 美日 동맹 과시

    아베·오바마 화해·유대 보여줘 戰後史 정리·中 견제 분석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75년 전 일본군의 기습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이 됐던 현장에서 두 나라의 역사적 화해와 강력한 동맹 관계를 연출했다. 아베 총리의 추모 방문은 ‘전후사(戰後史)의 정리’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당면한 지정학적,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결단과 조치로도 이해된다. 우선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란 측면에서 완결형이다. 오바마와 함께 애리조나 기념관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숨진 미국 군인의 이름이 적힌 위문 벽 앞에 다가가 헌화하고 나란히 묵념했다. 아베의 모습과 미·일 정상의 공동 추모 형식은 양국의 화해와 유대를 보여줬다. 가해자이자 패전국 총리로서 2차 세계대전의 전후사를 마무리하고 미·일 화해 및 동맹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를 마련한 주역이 된 셈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되고 미국의 원폭 투하로 끝난 태평양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얽히며 격렬하게 싸웠던 두 나라가 전쟁 시발지에서 화해를 연출하면서 역사의 한 매듭을 채운 셈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정리를 강조해 왔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아베의 방문은 아·태 지역과 국제사회에 대해 강력한 미·일 동맹의 결의를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두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항모를 중심으로 한 서태평양 진출 주시” 등을 언급한 것도 패권을 향해 질주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미를 담았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기본 가치의 공유 사실을 강조한 것이나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지역 및 세계 평화·안보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16일 일·러 정상회담을 갖는 등 대러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대중 견제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당분간 일본은 중국에 대해 유화정책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현상 관리 정책을 쓸 전망이다. 일본 국내 정치와 새달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다. 퇴역 군인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당선된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폄하했었다. 미국 퇴역군인회 등 보수층은 아베의 진주만 방문 및 희생자 위령을 요구해 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압승 후 줄기차게 진행해 온 대외 행보의 성과를 토대로 국내 정치적 입지 강화에 나설 움직임이다. 헌법 개정 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도 우려된다. 아베가 오바마와 함께 추모 행사를 마친 직후 아베 내각의 각료인 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이 태평양전쟁의 1급 전범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도 아베 내각의 퇴행적 역사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불타는 함정과 폭탄 더미 속에서 미국 젊은이를 떼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가해국 총리로서 “전쟁 참화를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사죄와 반성을 담지는 않았다.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며 미·일 동맹의 의의와 ‘화해의 힘’을 강조했을 뿐이다. 평화를 강조했지만 일본 평화헌법에 규정된 무력수단 포기 등에 대해서도 입에 담지 않았다.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일본이 전쟁을 한 아시아 국가에도 미국에 한 것과 같이 위령을 해야 한다”, “일본이 전쟁의 계기를 만든 점은 사죄했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미래지향’”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과의 관계… 노르웨이는 백기투항, 몽골은 치고 빠지기

    “군자의 복수는 10년 지나도 늦지 않다.”(君子報讐十年不晩) 이 속담처럼 중국의 보복은 집요하다. 최근 노르웨이와 몽골이 무릎을 꿇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 때문에 중국과 외교·경제 관계가 끊겼다. 몽골은 지난달 18일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다가 호된 보복을 당했다. 보복 이유는 국가 통일성 유지라는 ‘핵심 이익’을 건드렸다는 것이었지만, 보복 방식과 상대국의 대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류샤오보에게 평화상을 준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에 본부가 있지만,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단체이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노르웨이가 중국 체제를 흔들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연어 등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비자 요건이 강화됐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덴마크 등이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에 올라타는 모습을 노르웨이는 6년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일 중국과 노르웨이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며 내놓은 공동성명을 보면 노르웨이가 ‘백기 투항’했음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는 “6년 전 노벨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연어 수출길이 다시 열린 노르웨이 수산업협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감격했다. 지난달 18일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던 몽골도 중국으로부터 통행료 부과, 금융지원 중단 등의 보복을 받다가 21일 결국 사과했다. 몽골 외교부는 “앞으로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몽골의 사과를 ‘치고 빠지기’로 보고 있다. 이전에도 무려 8차례나 달라이 라마 방문을 허용하고 사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몽골 불교가 티베트 불교의 한 분파이고, 몽골의 불교 신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추앙하고 있어 몽골 정부가 내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달라이 라마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이 ‘상습범’인 몽골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이유는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470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몽골과의 관계 단절은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핵심 이익’ 침해로 규정했다. 실제 사드가 배치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보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사드는 류샤오보나 달라이 라마처럼 이념·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가 확실한 무기 배치의 문제이다. 더욱이 한국이 사과할 일도 아니고, 배치 철회가 아닌 이상 중국이 사과를 받아들일 성질의 것도 아니다. ‘백기 투항’이나 ‘치고 빠지기’보다 훨씬 어려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音)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황동규 시인의 작품, ‘기항지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4시간도 넘는 뱃길을 따라 도착한 백령도(白翎島) 용기포 부두 선착장 축대에 오르면 머릿속에 맴도는 절묘한 노래다. 실제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 섬으로, 한국전쟁 당시 도화지에 연필로 금 긋듯 그려진 38도선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남북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항로거리로 220Km나 떨어진 먼 섬이지만, 오히려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이어서 육안으로도 늘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어 처음 이 섬을 방문한 민간인들에게는 꽤나 낯선 섬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에 있어서는 군사거점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섬이어서 현재도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 화북지역과 연결되는 항로상의 섬이기도 해서 중국입장에서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주요 지정학적 교역 요충지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백령도는 뭍에서 4시간 넘는 힘든 바닷길만 아니라면 아마도 제주도 버금가는 인기 섬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해안선 총둘레 길이가57㎞, 섬 전체 면적은 51.086㎢에 달하는 남한의 섬 중에서는 면적으로는 8위에 해당하는 큰 섬이니 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또한 주민 숫자만으로 5400여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해병여단이 주둔하고 있어 백령도는 의외로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섬이기도 하다. 이 곳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한국전쟁 시절 천연비행장으로도 사용되던 사곶해변과 형형색색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콩돌해안,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두무진 선대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곶해변의 경우, 석영으로 구성된 단단한 모래사장이 길이 약 3Km, 폭 0.2Km로 펼쳐져 있는데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비행기활주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세계에 해변을 활주로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이곳 사곶해변 밖에는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이자 지금도 RKSE라는 ICAO 공항코드까지 부여받는 진짜 공항이기도 하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한 방파제 사업으로 해변 가장자리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바닷물 침식현상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소형 렌트카 역시 모래에 바퀴가 빠져 꽤나 진땀을 흘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겨울바람 한 가운데 파도를 밟으며 해변을 질주하는 쾌감은 꽤나 이국적 경험이어서 백령도의 으뜸 명소로는 제격이다. 특히 타이어에 부딪히는 바닷물의 마찰감은 엑셀을 밟고 있는 발끝을 통해 몸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짜릿함 그 자체로 역대급 여행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사곶해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 제 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도 볼만하다. 규암으로 구성된 콩돌 크기 형형색색 자갈로 구성된 800미터 길이의 해안가는 모래로 구성된 해변가와는 달리 해안가를 거닐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더불어 관광지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또한 백령도를 대표하는 명물로는 두무진 선대암이 있다. 현재 문화재 명승 제8호로 지정된 곳으로 백령도 북서쪽 400m 지점에 4㎞가량 펼쳐진 50~100m 높이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2년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에서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의 절경이다. 이 곳에는 선대암 외에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물개바위, 부처바위, 잠수함바위, 가마우지 서식처 등등의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외에도 백령도에는 중화동 교회, 심청각 관광지, 등대해안 등 섬 구석구석에는 백령도만의 숨겨진 보석같은 명소들이 많다. 특히 여름 한철이나 휴가철에도 이 곳 백령도는 비교적 조용한 휴식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아 힐링을 원하는 도시인들의 방문 장소로는 제격이다. <백령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이 앞선다. 왕복 9시간의 뱃길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에 부칠 수 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는 최적화된 장소. 2. 누구와 함께? -혹시 북녘 땅을 바로보고 눈물지을 사연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황해도가 고향인 어른을 모시는 가족이라면, 50대 부부 모임으로 어울려 가도 좋은 장소. 해병대 출신 아저씨들의 추억의 장소. 3. 가는 방법은? -인천항 연안 터미널. 오전 7시 50분, 오전 8시 30분에 출항./ 해상기상조건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이 많으니 반드시 출항여부를 체크할 것. www.hferry.co.kr 4. 감탄하는 점은? -사곶해변에서의 드라이빙. 이 경험 하나만으로 4시간 넘는 배시간은 감당할 수 있을 듯.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그리 알려져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쉴 수 있는 섬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사곶해변, 콩돌해안가, 두무진 선대암, 심청각, 중화동교회 7. 먹거리 추천? -백령도 특유의 황해도식 메밀 냉면. 8. 홈페이지 주소는? -www.baengnyeongdo.co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대청도와 소청도. 10. 총평 및 당부사항 -필자의 경우 기상상황으로 인하여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시간에 딱맞는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늘 염두에 둘 것. 이때 읍내의 목욕탕 방문도 좋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마케도니아, 11일 조기 총선...정국 혼란 끝날까

    마케도니아, 11일 조기 총선...정국 혼란 끝날까

     발칸 반도의 소국 마케도니아가 11일(현지시간)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조기 총선에 들어갔다.  원래 마케도니아는 2018년에 총선을 치러야 하지만 정정 불안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선거 일정을 앞당겼다.  마케도니아에서는 2015년 2월 당시 총리이던 니콜라 그루에프스키(46)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명의 통화를 도청했다는 야당 측 폭로로 여야 간 공방이 격화돼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이 지속됐다.  중도우파 성향 집권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을 이끄는 그루에프스키 전 총리는 2006년 총리직에 처음 오른 뒤 지난 10년 간 정권을 유지했으나 도청 의혹과 직권 남용, 측근 부정부패 추문에 휘말리며 지난 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 VMRO-DPMNE는 조란 자에브(42)가 이끄는 야당 사회민주당연합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집권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루에프스키가 총리직에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루에프스키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에서 야당 대표인 자에브가 마케도니아를 외세에 팔아넘기려고 한다며 비난하며 지지층 결집을 당부했다.  자에브는 “마케도니아는 파멸과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며 지난 10년간 부정부패로 마케도니아의 발전을 저해한 집권당을 심판해줄 것을 호소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는 인구 약 200만명의 소국으로 동방정교회를 믿는 다수의 슬라브족과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알바니아계(이슬람교 중심)로 구성돼 있다.  마케도니아는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국가 수반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이며 임기는 5년이다. 의회는 정원 123석의 단원제이며 임기는 4년이다.  노동자 평균 월급이 350달러에 불과해 유럽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있지만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길목이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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