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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염전 노예 그 후 1년] 일할 곳도 없고 해봤자 月 5만원… 가족은 염전 주인에게 “다시 데려가라”

    [단독] [염전 노예 그 후 1년] 일할 곳도 없고 해봤자 月 5만원… 가족은 염전 주인에게 “다시 데려가라”

    7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역 인근 뒷골목. 여관과 여인숙 간판이 빼곡하게 내걸린 골목에 땅거미가 내려앉자 60~70대 여성들이 하나둘 나왔다. “놀다 가세요. 놀다 가. 방 있어.” 이들이 호객하는 대상은 오갈 데 없이 역전을 떠도는 인부들이다. 한 여인숙 주인은 “넉 달 동안 우리 집에 머물던 60대 ‘염부’(소금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인부)가 그저께 사라졌다”며 “(염전이 쉬는) 겨울 내내 밀린 방값, 술값을 염전 주인이 내주면 해마다 이맘때쯤 일하러 갔던 사람인데 야반도주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년간 김 양식장과 고기잡이배에서 일했다는 홍모(56)씨는 “염전이나 김 양식장 업주, 고기잡이배 선주들이 인력을 구할 때 소개비를 아끼려고 직접 와서 인부들과 얘기를 해 본 뒤 밀린 방값, 술값 등을 대신 내주고 데려간다”고 설명했다. ●가족에게 인계됐지만 한 달 만에 돌아오기도 신안군 염전에서 장애인과 노숙인 등 무연고자들에 대한 강제노역과 폭행, 임금 착취, 인권 유린 등이 불거진 지 1년이 흘렀다. ‘현대판 노예’ ‘염전 노예’라며 여론이 들끓었다. 불법 인력 유입의 창구로 목포 시내 직업소개소가 거론되면서 당국의 집중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관업으로 등록된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여전히 불법적인 인력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직업소개소를 통하려면 인당 70만~100만원을 소개비로 건네야 하는 데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면 소개비를 날리는 셈이어서 염전 주인들이 이런 방식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전 주인들이 숙박업소를 통해 염전 인부를 구하는 방식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목포역 앞에서 40여년간 장사를 했다는 상인은 “장애가 없다면 누가 죽도록 일하고 돈도 잘 못 받는 염전에 가겠나. 염주들이 데리고 가는 사람은 누가 봐도 좀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국은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숙박업소까지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경찰과 지방노동청이 지난달 3주간 합동으로 일제 점검한 결과 ‘염전 노예’ 사건이 최초로 불거진 신의도에서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염부가 10여명 발견됐다. 또한 합동점검단이 조사를 한 염전 336곳 가운데 11곳에서 23명의 염부들이 총 1억 90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임금 체불 외에 폭행 등 다른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염주 5명을 상대로 내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구출됐다가 염전으로 돌아온 염부들도 눈에 띄었다. 12년간 염전에서 일했다는 문모(51)씨는 경찰 조사 후 강원도의 가족에게 인계됐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염전으로 돌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적장애가 의심된다고 격리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구출된 염부 중 다수가 신안 일대에서 또다시 염전 일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염전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의 임금 체불과 인권유린을 막으려면 장애인 인권단체 등 전문가를 참여시켜 상시적으로 염전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경찰 일제조사 때 지적장애인 진술 조력인으로 참여했던 박수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팀장은 “그나마 노하우가 쌓인 경찰 인력이 정기인사로 교체된데다 현재 도서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 7곳에 2~3명씩 있는 인권수사팀에는 장애인 인권을 다룰 전문인력이 없다”며 “이들이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염부들을 한두 번 면담한다고 해서 인권유린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알아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적장애인 구출만 하고 사후대책 전무 지자체 등 당국의 사후 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염전 노예 피해자들이 생활해 온 노숙인 재활시설의 한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구출만 이뤄졌지 사후 관리나 대책은 전무했다”며 “지적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보호작업장에 들어가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임금은 5만~2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대부분이 시설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답답해하다가 자진해서 염전 주인에게 받아 달라고 연락할 정도”라고 전했다. 글 사진 신안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목포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 세상으로 돌아왔던 ‘염전노예’ 세상에서 버림받고 돌아갔다

    [단독] 세상으로 돌아왔던 ‘염전노예’ 세상에서 버림받고 돌아갔다

    김모(51·지적장애 2급)씨는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13년간 ‘염전 노예’로 살았다. 지난해 당국의 일제단속 이후 섬에서 벗어난 김씨는 전북 남원에 사는 누나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김씨가 없는 삶에 익숙해진 가족들은 그를 외면했다. 13년간 그를 노예처럼 부려 먹은 염전 주인에게 연락해 그를 또다시 섬으로 보냈다. 지난해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진 신안군 신의도에서 구출된 지적장애인과 노숙인 등 염전 노동자(염부) 63명 가운데 40여명이 염전으로 돌아가거나 노숙 생활을 전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여가 흐른 지금, 염부들에 대한 폭행·감금 등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등 노동 착취는 여전했다. 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경찰, 노숙인 재활시설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의도에서 구출된 63명 가운데 현재 소재가 파악된 인원은 전남 무안과 서울의 노숙인 재활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사는 13명에 불과했다. 20여명은 염전으로 돌아갔다.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김씨처럼 염전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나머지는 무안, 광주 등의 노숙인 재활시설에 입소했거나 다시 시설을 떠났다. 염전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여전했다. 신의도 염전에서 만난 A(38)씨는 매달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하루 10시간씩 염전은 물론 텃밭 농사일까지 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염전 주인이 급여통장과 인감도장을 관리했고 임의로 돈을 빼서 쓴 기록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일제단속만으로는 ‘염전 노예’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염전의 77%(850여곳)가 몰린 신안군의 염전들은 주인 대다수가 외지에 살면서 섬사람들이 임대하는 ‘소작농’ 형태로 운영된다. 통상 1정보(염전 넓이 단위, 약 3000평)에 1명의 염부가 작업할 만큼 고되고, 저임금 탓에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장애인과 노숙인 등이 불법적으로 염전에 유입되는 까닭이다. 한편 염전 노예를 뿌리 뽑고자 지난해 2월 꾸려진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특별수사대는 4월 말 해체됐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목포, 영암 등 7개 경찰서마다 2~3명으로 구성된 인권수사팀이 있지만 염전 850여곳을 관리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신안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신안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 [염전 노예 그 후 1년] 아는 형에게 속아 염전으로… 2년 뼈빠지게 일했지만 손엔 담뱃값만…

    [단독] [염전 노예 그 후 1년] 아는 형에게 속아 염전으로… 2년 뼈빠지게 일했지만 손엔 담뱃값만…

    7일 전남 무안군의 한 노숙인 재활시설. 황토밭을 지나 언덕배기를 10여분 올라가자 시설 이름이 적힌 나무 팻말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지난해 2~4월 신안군 신의도에서 구출된 ‘염전 노예’ 피해자 가운데 9명이 머물렀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3명만 남았다. 오모(가운데·36·지적장애 3급)씨도 그중 한 명이다. 오씨는 중학교 졸업 후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1년간 일했다. 돈을 만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가 월급을 고스란히 챙겨 갔다. 공장에서는 동료들의 괴롭힘이 끊이지 않았다. 오씨는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을 했다. ‘아는 형’(직업소개소 브로커)이 일자리를 준다고 해 목포에 갔다. 이때까지 염전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염전은 ‘지옥’이었다. 난폭한 주인과 ‘염부장’(염전 주인 대신 지적장애가 있는 염부들에게 작업 지시)을 만났다. 조금만 일이 서툴러도 손바닥과 주먹이 날아왔다. 염전에서 일한 2년간 받아야 했을 임금은 약 2000만원이지만 오씨 손에 쥐여진 건 담뱃값이 전부였다.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진 후 경찰의 도움으로 오씨도 자유를 찾았다. 20년 만에 경기 동두천에 사는 아버지와 형을 만났지만 가족들은 지적장애가 있는 오씨를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서울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머무르다가 무안의 시설로 옮겼다. 그는 지난 1년간 양파를 담는 망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개당 10원꼴로, 한 달에 10만원쯤 번다고 했다. 오씨가 일하던 염전 주인은 영리유인, 준사기,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밀린 임금을 받으려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법률 지원을 받아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오씨를 품지 않았던 아버지는 염전 주인이 합의금 3000만원만 내놓으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했다. 무안의 고아원 출신 나경철(가명·오른쪽·49·지적장애 3급)씨는 고교 졸업 후 축산과 양봉업에 종사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봉제공장에 다녔다. 서른 살이 되던 1996년, 직업소개소를 통해 목포로 내려왔다. 나씨는 지난해 4월까지 18년간 노예처럼 일했지만 사실상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염주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나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1억 3000만원을 입금했다. 시설 측은 나씨가 자립하도록 돕고 싶지만 불어난 재산 탓에 또다시 나쁜 길로 빠질 가능성이 커 고심하고 있다. 백성석(가명·왼쪽·50)씨는 지적장애가 없는데도 염전에서 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일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옷 공장, 신문 배달 등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20대부터는 서울 종로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백씨는 사회성이 매우 취약하지만 검정고시로 중·고교 졸업장을 취득할 정도로 지적 수준은 낮지 않다. 무안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무안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오승록 시의원 “장애인 가장 많은 區 중심으로 장애인정책 수립”

    오승록 시의원 “장애인 가장 많은 區 중심으로 장애인정책 수립”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노원구를 중심으로 장애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승록 서울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 노원3)은 지난달 31일 오후 노원구청 6층 강당에서 장애인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원식 국회의원, 김성환 노원구청장, 박근수 서울시 복지기획관, 윤재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 이종만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장, 김원제 노원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공동대표, 이흥주 노원구장애인총연합회 회장, 박향식 노원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장애인분과장, 허곤 늘편한집 원장, 하성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이성수 어울림센터 소장, 이재환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장, 윤영웅 노원구장애인체육회사무국장 등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오승록 의원은 서울시 자치구 중 노원구가 장애인이 27,739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 강서구, 은평구, 관악구, 중랑구, 송파구 순임으로 노원구에서 장애인관련 정책들이 수립되어, 서울시 장애인 정책들이 반영되어야 한다며, 공청회 취지를 설명했다. 윤재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과 이종만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장은 2015년 서울시 장애인 주요정책으로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에 대해 지원을 강화할 것이고, 장애인 일자리를 지원 할 것이며,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킬 것이고, 장애인 인권을 증진시키며, 장애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여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향식 노원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 장애인 분과장은 “노원구의 장애인 복지관이 교통이 불편한 곳에 밀집되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고 또한 프로그램도 지적장애인 프로그램 또는 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보니지체장애인들은 시설이용에 자연히 멀어지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허곤 늘편한집 원장은 장애인 거주시설 서비스 개선 방안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소규모화 추진을 통해 탈시설 및 지역사회정착 욕구가 있는 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 및 자립생활 촉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성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은 “장애인정보화교육이 컴퓨터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교육도 추가되어야 하며, 장애인이 병원에 입원하면 일반인과 다르게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간병이 필요함으로 이에 대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장애인을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이성수 어울림센터 소장은“중증장애인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의료혜택을 받는 것이며,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없어야 하는데, 현재 중증장애인들이 취업을 할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빠질 우려가 있어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들이 있다며, 이에 대하여 보완될 수 있는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가장 설득력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은 다음 토론회를 통해 심도 있게 토론을 하고, 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노원구, 서울시, 중앙정부에서 각각 역할을 나누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근수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서울시 정책에 반영하겠고, 또한 중앙정부에 요청하겠으며, 관련부서에서 조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승록 의원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서울시 장애인 정책이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노원구를 중심으로 하여 정책이 수립되어,모든 자치구로 확산시키고,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중앙정부, 서울시정책에 반영되도록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네 살에 머문 형제 “일상이 도전, 그래도 포기 안 해”

    네 살에 머문 형제 “일상이 도전, 그래도 포기 안 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1층. 5평(16㎡) 남짓한 카페에 손님이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바리스타가 계산대에 섰다. “(어린이같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고객이 “아메리카노요”라고 말했다. “차갑게요, 뜨겁게요? 2500원입니다” 계산을 마친 그는 능숙하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넸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위탁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 1년 8개월째 일하는 최요한(20)씨가 주인공이다. 4세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인 요한씨가 간단한 주문 과정을 익히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4~5세의 지적 수준을 가진 그에게는 형처럼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란성 쌍둥이 동생이 있다. 자폐성 장애 1급인 동생 요셉씨도 서대문구 장애인보호작업장 ‘내일키움직업교육센터’에서 바리스타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자폐 증상이 심한 동생은 형보다 지적 수준이 낮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지만 바리스타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쌍둥이 형제가 바리스타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허모(44)씨의 도움 덕이다. 그는 “지적, 자폐성 장애는 원인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래도 포기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쌍둥이 형제는 이화여대 언어청각임상센터(현 발달장애아동센터) 등 치료시설을 찾아다녔다. 학창시절 허씨가 보조교사를 고용해 두 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장애인 교육 지원이 갖춰진 특수학교를 갈 수도 있었지만 일반인과 함께 생활해야 자립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비장애인 학교를 고집했다. 형제는 고은초-신연중-명지고를 다녔다. 남들에겐 일상이 쌍둥이에게는 도전이었다. 허씨는 “지하철을 타면 둘 중 한 명은 꼭 선로로 뛰어내리거나 사라지고, 음식점에 가면 다른 테이블 음식을 집어먹다가 쫓겨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장애가 있는 형제를 데리고 다니지 말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장애가 있다고 집에서만 생활하게 하면 양육이 아니라 사육 아닐까요?” 형제가 바리스타를 꿈꾸게 된 것은 고2 때였다. 담임 교사가 요리에 소질을 보이는 형제에게 바리스타를 권한 것. 음식이 나오길 참고 기다렸다가 먹는 것조차도 힘들어하는 다른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과 달리 둘은 계란 프라이, 라면 등을 척척 해냈다. 허씨는 “남편과 내가 먼저 떠나더라도 애들이 굶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요리를 하나씩 가르쳤다”고 했다. 허씨는 “요한이가 만들어준 라테,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뒤따랐다. 커피 제조법 동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고 새벽까지 실습했다. 2013년 9월 시험을 치렀고, 일주일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허씨는 “길을 가다가 주위에서 원숭이 보듯 쳐다보는 게 느껴질 때마다 울고 싶다”며 “그냥 다른 생김새를 가진 사람으로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연립주택. 민간복지시설인 ‘다운복지관’이 운영하는 그룹홈(장애인 공동생활가정) 4곳에서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13명이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그룹홈 식구들이 다음달 여행 갈 곳을 선정하는 것. 자치회장을 맡은 김성민(29·여·지적장애 3급)씨가 안건을 말하자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제주요” “춘천!” “나주는 안 되려나? 하하하.” “의견을 내주세요”라는 성민씨의 말에 김지환(36·지적장애 3급)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의견!”이라고 외쳤다. 지환씨는 성민씨에게 귓속말을 했다. “(강동구) 상일동 가자고 하네요. 자기 집.”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한 시간 가까운 논의 끝에 강릉으로 결론났다. 회의가 끝나자 성민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느릿느릿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배원경(39·여·지적장애 3급)씨와 정홍인(33·지적장애 1급)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재활교사와 함께 공릉동에 있는 보금자리 ‘다운인의 집’으로 옮겼다. 32평(105.6㎡) 규모의 아파트에 마련된 다운인의 집은 2004년 설립됐다. 가족 품을 떠나 자립심을 키우고 사회구성원으로 적응하자는 취지다. 성민씨 어머니 이순성(58)씨는 20일 “집에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다 해주니 공주가 된다”며 “떨어져 살아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 조미혜(60)씨는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면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드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운인의 집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한다. 지환씨는 “쓰레기 분리배출도 하고 쓸고 닦는 일도 직접 한다. 빨래까지 한다”며 활짝 웃었다. 집안일이 끝나면 각자 여가를 즐긴다. 성민씨는 “스트레칭도 하고 실내 자전거로 운동도 한다”고 전했다. 배씨는 “서태지 음악을 자주 듣고 TV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상에서도 자립을 꿈꾼다. 배씨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매실액 담는 유리병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성민씨는 다운복지관의 평생교육대학에 들어가 댄스, 미술, 도예를 배운다. 지환씨는 다운복지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동고동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서로 ‘가족’처럼 여긴다. 지환씨가 더 몸이 불편한 정씨의 면도, 세수, 목욕을 돕는 식이다. 동네 주민과도 여느 이웃처럼 지낸다. 김옥휘 재활교사는 “가끔 음식을 만들어서 아파트 이웃에게 돌리고 근처 음식점·노래방을 이용하며 안면을 튼 덕에 주민들의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지환씨 어머니 고옥정(66)씨는 “지나가다가 아들을 빤히 쳐다본 뒤 ‘왜 이렇게 생겼냐’고 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비장애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 행동을 하면서 장애인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보이는 행동은 싸늘하게 본다”며 “아이들을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용어 클릭] ■다운증후군 21번 염색체 수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특징적인 얼굴 때문에 눈에 잘 띈다. 신생아 600~800명 가운데 1명꼴로, 국내에서 연간 600명 이상이 태어난다.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지적 장애인은 2013년 현재 1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 말과 체온 나누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말과 체온 나누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가경이의 균형감각이 훨씬 좋아졌고 무엇보다 성격이 활발해졌어요.” 배혜숙(42·고덕동)씨는 18일 딸아이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재활승마 교실을 소개하며 활짝 웃었다. 올해 초등 5학년인 김가경 어린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걸음을 잘 걷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잘하는 게 없다며 주눅 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재활승마 교실에 다니면서 자신도 잘하는 게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배씨는 “승마가 재활치료에 좋다는 건 알았지만 장소, 경비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구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중증 장애아동의 체력을 높이고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해 ‘2015 장애인 재활스포츠 교실’을 운영한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매주 화요일 고덕동 방죽공원 운동장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재활승마 교실은 만 6~18세 1~3급 지적·자폐성·뇌병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층 장애아동은 수업료가 면제다. 일반 장애아동은 강습료의 50%만 내면 되고 나머지 비용은 구에서 부담한다. 구는 장애아동이 야외 활동을 통해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지난 2009년 재활스포츠 교실을 시작했다. ‘함께 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강동지회’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구는 또 체육활동이 가능한 중증 장애인에게 ‘장애인가족 재활스포츠교실’을 실시한다. 지역 내 생활체육동호회 회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풋살과 축구, 배드민턴, 철인·마라톤, 탁구, 등산, 게이트볼 등 7개 종목을 진행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사회복지시설 해피존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은 31일까지 사회복지과(3425-5728)나 해피존주간보호센터(429-5200)로 전화하거나 방문 접수하면 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지적장애 여고생 성추행한 여성… 항소심도 중형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지적 장애 3급 여고생을 흉기로 위협하며 추행한 여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허부열)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여성 동성애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B(18)양을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서너 차례 만났다. 같은 해 2월 A씨는 B양을 집에 데려가 “몸이 안 좋으니 허리를 주물러 달라”고 한 뒤 B양이 허리를 만지자 갑자기 일어나 B양을 바닥에 눕히고 양 손목을 눌러 제압한 채 몸을 더듬고 몸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한 카페에서 만나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B양의 목에 비비고, 필통에서 커터 칼을 꺼내 손에 상처를 내며 더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합의하에 피부 교감을 했을 뿐”이라며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월 범행 당시 A씨 목에 생긴 멍 자국은 B양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욱~ 하는 대한민국] (3) 불특정 다수 겨냥 ‘묻지마’ 범죄

    [욱~ 하는 대한민국] (3) 불특정 다수 겨냥 ‘묻지마’ 범죄

    #1 지난 1월 1일 오전 4시쯤, 경기 부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라모(33·지적장애 3급)씨는 주점 문을 닫고 귀가하던 권모(50·여)씨 뒤를 조용히 밟았다. 라씨는 몰래 다가가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권씨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경찰은 라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라씨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 막걸리를 한 병 먹은 뒤 아무나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흉기를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2 지난달 1일 오전 9시쯤, 경기 안양의 한 식당. 한모(67·무직)씨는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A(55·여)씨를 흉기로 찌르고, 근처에 있던 B(61)씨를 깨물었다. A씨는 폐 아래 부분을 찔려 중태에 빠졌고, 경찰은 한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한씨는 식당에서 처음 본 피해자들에게 “날 왜 미행하느냐”, “혹시 자식이 보낸 것이냐”는 등의 말을 하며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인을 겨냥한 ‘묻지마 범죄’(우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한을 품은 특정인이나 치정 관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평소 누적된 불만과 적대감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절도·폭행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묻지마 범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1만 4000여건이 발생했다. 그중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자행되는 ‘묻지마 살인’만 연평균 400여건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정신장애 또는 환각 상태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이유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이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직장·학교·가정의 인간관계 혹은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원인이 되는 직접 대상이 아닌 제3자에게 분풀이하는 게 묻지마 범죄”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급격한 사회 변화와 경제 양극화로 경쟁에서 낙오되고 계층·세대간 갈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데서 비롯된 분노가 최근 묻지마 범죄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검찰청이 발간한 ‘묻지마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경제 빈곤층, 소외계층,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이 주로 우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배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저지르는 범죄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도 평소 부모와 연인, 직장 상사 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우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우발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범행을 저질렀을 때 본인에게 더 큰 피해가 올 것인지를 따져본 뒤 별다른 피해가 없을 만한 상대를 대상으로 삼는다”며 “묻지마 범죄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주로 여성·노인·아이·노숙인 등이 피해자인 까닭”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공익근무요원 이모(22)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빌라 앞에서 길을 걷던 김모(당시 25·여)씨를 흉기로 찌르고 벽돌로 20여 차례 내려쳐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씨는 ‘어린아이·여자·노인’ 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내면의 분노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분노조절 클리닉 등을 통해 묻지마 범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직장이나 지역사회의 상담센터 등을 활용해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우발적이라고… 19개월 딸 추행 아빠 ‘감형’

    법원이 생후 19개월 딸을 강제추행한 인면수심 아버지에 대한 항소심에서 형량을 대폭 줄였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민유숙)는 장애인 강간 및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모(44)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1심에 비해 감형된 것은 지적장애 3급인 부인 김모(32)씨를 강간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데다 딸 강제추행을 우발적인 범행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일상적인 대화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성관계의 의미 등을 잘 알고 있으며 성관계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딸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임씨와 김씨의 진술과 증거를 종합하면 강제추행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초범인 점, 범행이 다소 우발적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며 임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봤다. 2013년 6월 경기도의 한 모텔에 가족과 함께 투숙한 임씨는 TV로 음란물을 시청한 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목욕을 마친 딸을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0월 아버지 병문안을 가겠다는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막노동마저 없을 때 더 많아… 가난 대물림” “살 만한데도 아기 셋 뒀다고 보육료 주더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막노동마저 없을 때 더 많아… 가난 대물림” “살 만한데도 아기 셋 뒀다고 보육료 주더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취재하면서 만난 상위 1% 부유층과 하위 9.1% 절대빈곤층은 의외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만날 기회가 거의 없고, 그래서 서로를 마치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인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신문은 상위 1%와 절대빈곤층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탈리아 명품 수입업체 ‘에트로’ 대표인 이충희(60)씨는 자수성가해 상위 1%로 도약한 사업가다. 그는 6·25 전쟁 직후 태어나 가난한 윤리 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8남매가 자란 탓에 배를 주린 날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특급호텔 면세점장을 거쳐 1993년 명품 수입업을 시작해 성공한 그는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하는 등 활발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신인 김동민(45)씨는 충남 서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상경해 노숙과 쪽방 생활을 하며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생활을 전전했다. 현재 서울의 한 매입임대빌라에서 살면서 한 달 수입이라고는 열흘 정도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해 버는 80만~90만원이 전부인 전형적 절대빈곤층이다. 두 사람이 지난 16일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상연 특별기획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공감과 이견 사이를 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 평소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김동민(이하 김) 없는 사람은 너무 없고 있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 현실이다. 나 같은 서민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빈곤층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올라갈 가능성은 없고 현상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이충희(이하 이) 빈부 격차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있는 문제다. 특히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빈부 격차는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빈부 격차를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노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만약 노력을 통해 현 세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다음 세대라도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나도 어릴 때 배급쌀을 받아 먹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교사였던 아버지가 대학 등록금을 내 주신 덕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김 노력해서 돈을 벌고 적금도 넣고 재산을 불리면 좋다. 그런데 열심히 돈을 벌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버리니 돈을 모을 여유가 없다. 예를 들어 담뱃값만 보자. 이 대표님은 담배를 태우시나. -이 피우지 않는다. -김 나는 피운다. 담배는 서민의 기호식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가격이 하루아침에 2500원이나 오르니 힘들다. 서민들은 “안 오르는 건 내 월급밖에 없다”고 한다. 조금씩 저금해서 돈을 모으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가 저축한 효과가 없어진다. -이 4000원 하는 커피값을 30년간 모아 복리이율을 적용하면 2억 1400만원이 된다. 4500원 하는 담뱃값을 모아도 마찬가지다. 나는 2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통장에 있는 800만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최대한 돈을 안 쓰려고 노력했다. 출장 갈 때는 코펠을 갖고 다니며 라면을 끓여 먹고 중국집에 가도 백반 시켜 자차이(중국식 채소 반찬)와 함께 먹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10년을 안 쓰니까 돈이 모이더라. 버는 건 내 마음대로 안 될 수 있지만 쓰는 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 -김 나도 ‘담뱃값을 모아 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몸 쓰는 노동을 하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공사장에서 힘들 때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는 게 유일한 낙이다. 막노동하고 오면 너무 힘드니까 저녁에 술 한잔 하게 되고 그러면 아침에 술이 깨지 않아 일을 나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태껏 모아 둔 돈이 없다. 노후를 생각하면 저축해야 하는데 저축하는 습관도 안 돼 있고 월세, 공과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교육비가 워낙 많이 들어 빈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다들 어려웠다. 그래서 누구든 조금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 형편이 전체적으로 좋아졌고 경쟁이 심해졌다. 있는 집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해외연수를 보낸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없는 사람이 부자 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교육밖에 없다. 공부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독서와 어학 공부는 자기 노력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내 나이가 올해 환갑인데 요즘도 오전 5시 30분이면 일어나서 7시면 출근한다. 사무실 책상과 집, 차에 각각 돋보기를 두고 한 달에 책 2~3권씩은 읽는다. 독서는 내가 사회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정부에서 복지를 강조한다고 해도 결국 밥 굶는 사람에게 밥 한 끼 주는 수준일 뿐이다. 결국 내가 부지런해야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 -김 가난한 사람이 학력까지 떨어지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아주 어렵다. 나처럼 배운 게 없으면 공사장에서 막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다. 그마저도 꾸준히 일감이 있는 게 아니다. 겨울철에는 공사는 없는데 일하려는 사람은 많아서 일주일에 1~2일밖에 일하지 못한다. 한 달에 10번 일하면 많이 한 건데 수입은 8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김 한참 부족하다. 최근 지적장애인 언니를 혼자 돌보며 어렵게 살던 2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도 있지 않았나. 박근혜 정부가 서민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담뱃값 올리는 것만 봐도 더 이상 못 믿겠다. 없는 사람은 없어서 세금을 못 낸다.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내서 없는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 기본적으로 복지는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재정이 어느 정도 받쳐 줄 수 있느냐다. 없는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집중돼야지 모두에게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을 하면 실제 필요한 사람의 몫은 줄어든다.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 내 딸이 아기가 3명인데 매달 국가에서 보육료를 받는다고 한다. 왜 우리 딸처럼 살 만한 사람에게까지 돈을 주는지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을 두고 ‘게으르다’고 하거나 부자에게 ‘운이 좋다’고 하는 등 부정적 고정관념도 있는데. -김 ‘게으르니까 가난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이 대표님이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했는데 막노동하는 사람 중에도 새벽 2~3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많다. 일감 구하러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거나 폐지를 주워야 하니까. 열심히 하면 대가가 따라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서민은 계속 서민일 뿐이다. 부자는 그만큼 노력해서 부를 쌓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돈이 돈을 낳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자가 그냥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도 있지만 고생 끝에 부를 쌓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해 줬으면 한다. 부자를 보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배우려고 할 필요가 있다.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부유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부를 자녀에게 상속해 주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긴 하지만 재산의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부유층 사이에서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퍼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일례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4년 전엔 40~50명뿐이었는데 지금은 700명을 넘어섰다. -김 일부 공감한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부유층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땅콩회항’ 등 갑질 횡포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고소득층의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부자들에게 과세해서 나눠 쓰자는 얘기에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아무리 부자여도 자기 돈의 5%도 못 쓰고 죽으니까. 한 끼 먹는 데 드는 비용은 다르겠지만 김 선생님이나 나나 세 끼 밥 먹는 건 똑같다. 문제는 지나친 과세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김 기업 운영하시는 분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저소득층도 공과금이 밀리면 통장에 몇 푼 안 되는 돈을 지급정지시켜 못 쓰게 한다. 많이 버는 분들이 세금을 더 냈으면 좋겠다. →오늘 대담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 -이 김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니 가난을 벗어나기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가 없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적지만 100만원이라도 벌면 반의 반 정도는 저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근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지적장애 청년 NBA 특별무대에

    지적장애인 안정훈(20)씨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프로농구(NBA) 올스타전 시범경기에 출전하기로 해 화제다.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단체인 ‘스페셜 올림픽스’는 10일 시범경기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지적장애인 12명 가운데 안씨가 포함됐다. ‘스페셜 올림픽스’는 안씨를 “어린 시절 대부분을 고아원에서 보냈고 지금은 서울 소재 특수학교인 다니엘고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12살 때부터 농구공을 잡았고 경기 안양고 농구부 등에서 7년째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씨의 키는 193㎝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신생아 유기한 ‘IQ 51’ 엄마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신생아 유기한 ‘IQ 51’ 엄마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지난해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아기를 쓰레기통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비정한 한 엄마가 저지른 이 사건의 재판 결과를 놓고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법원은 신생아를 유기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 알리시아 잉글러트(23)가 지적 장애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법의 심판'도 불가능해지는 셈. 사건은 지난해 8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고 잉글러트는 홀로 집 지하실에서 아기를 낳자마자 욕실에 그냥 방치해 두고 외출했다. 다시 이틀 후 이번에는 아기를 가방에 넣은 후 옆집 쓰레기통에 유기했다. 사실상 죽을 위기에 처했던 아기는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에 의해 발견돼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며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이다. 아동학대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미국에서 이 사건은 피고 잉글러트의 IQ가 51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통상 IQ 70을 지적 장애인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카렌 말름은 "잉글러트의 IQ 테스트 결과 51로 평가됐다" 면서 "통상 IQ 70 이하는 지적장애로 그녀는 현재 10-12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 밝혔다. 결국 이날 재판부는 정신 전문가들의 소견을 받아들여 피고 잉글러트가 지적 장애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그녀가 낮은 IQ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점, 특히 임신 기간 중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술마시고, 춤추고, 파티하는 사진을 올린 점은 논란거리다. 잉글러트의 변호인 제시카 피터슨은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 조차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면서 "재판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변호인인 나의 조력조차 받을만한 지적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신생아 유기한 ‘IQ 51’ 엄마 유죄일까 무죄일까?

    신생아 유기한 ‘IQ 51’ 엄마 유죄일까 무죄일까?

    지난해 8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아기를 쓰레기통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비정한 한 엄마가 저지른 이 사건의 재판 결과를 놓고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법원은 신생아를 유기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 알리시아 잉글러트(23)가 지적 장애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법의 심판'도 불가능해지는 셈. 사건은 지난해 8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고 잉글러트는 홀로 집 지하실에서 아기를 낳자마자 욕실에 그냥 방치해 두고 외출했다. 다시 이틀 후 이번에는 아기를 가방에 넣은 후 옆집 쓰레기통에 유기했다. 사실상 죽을 위기에 처했던 아기는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에 의해 발견돼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며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이다. 아동학대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미국에서 이 사건은 피고 잉글러트의 IQ가 51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통상 IQ 70을 지적 장애인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카렌 말름은 "잉글러트의 IQ 테스트 결과 51로 평가됐다" 면서 "통상 IQ 70 이하는 지적장애로 그녀는 현재 10-12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 밝혔다. 결국 이날 재판부는 정신 전문가들의 소견을 받아들여 피고 잉글러트가 지적 장애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그녀가 낮은 IQ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점, 특히 임신 기간 중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술마시고, 춤추고, 파티하는 사진을 올린 점은 논란거리다. 잉글러트의 변호인 제시카 피터슨은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 조차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면서 "재판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변호인인 나의 조력조차 받을만한 지적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세 장애아 쇠사슬 묶어 개집 가둔 목사

    전남 목포경찰서는 10일 장애인을 개집에 감금하고 보조금 등을 횡령한 사회복지시설장 고모(62)씨를 폭력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고씨는 전남 신안군 S교회 목사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1999년 10월부터 신안군 임자도에서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인 장모(10)군 등이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발바닥을 때리고 쇠사슬로 발목을 묶은 채 개집에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지적장애인 12명을 상습적으로 폭행·감금해 온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복지시설에 근무한 사실이 없는 오모(38)씨 등 5명에 대해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신안군에서 나온 보조금 1700여만원과 장애인 26명의 자활통장에서 3100여만원을 빼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7월 인권위원회가 한 장애인단체의 진정을 받아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드러났다. 양경우 목포경찰서 형사과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소강체육대상’ 10일 시상식 개최

    재단법인 소강민관식육영재단(이사장 정원식)은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7회 소강체육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본상 부문 공로상에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지도자상 김미정 유도 여자 국가대표 코치(용인대 교수), 언론인상 전영희 스포츠동아 스포츠2부 기자, 남자 최우수선수상 박성빈 요트 선수(대천서중), 여자 최우수선수상 정설화 사이클 선수(나주 다시중) 등에게 상금 5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된다. 일반 부문 남자 특별선수상에는 지체장애 1급인 사격 선수 박진호, 여자 특별선수상에는 지적장애 3급인 스노보딩 선수 이미연이 선정돼 각각 격려금 300만원과 트로피를 받는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빈곤층 5명 중 1명 “죽고 싶다”… 구석까지 못 가는 복지 온기

    빈곤층 5명 중 1명 “죽고 싶다”… 구석까지 못 가는 복지 온기

    “지쳤다. 나는 할 만큼 했다.” 지난 24일 지적장애 1급 언니(31)를 보살피다 자살을 선택한 류모(29·여)씨는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팍팍한 현실에 절망했다. 류씨가 살던 대구 봉덕동 원룸은 두 달치 월세(72만원)가 밀렸고, 아르바이트 수입은 넉넉지 않았다. 류씨는 숨지기 전 언니와 함께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음에도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했다. 지난 20일에도 집에서 연탄을 피웠다가 언니가 살려달라며 창가에서 소리치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가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 신림동에서는 경비원 조모(54)씨가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태워 숨졌다. 조씨는 유서에서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5년 3개월치 추가 수당 900여만원을 받지 못했고, 휴가도 못 갔다”고 회사를 원망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아내의 병시중을 해온 70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외계층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류씨의 죽음은 지난해 ‘송파 세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류씨 자매의 비극에서 보듯 정작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에 복지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송파 세모녀 이후에도 여전한 ‘복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9.4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28.5명으로 늘었다. 특히 ‘IMF 구제금융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8년과 2009년엔 자살률이 전년대비 각각 40.5%, 19.2% 상승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대부분 경제적 이유”라면서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빈곤층의 채무가 늘고 있으며 이들의 정서적 불안이 높아져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빈곤층의 20.2%가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2년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자살 충동률이 9.1%로 조사된 것을 고려하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 기회가 있다고 느낀다면 자살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외계층은 취업도 쉽지 않고,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어서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좌절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더불어 성공·경쟁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부원장은 “자살 위험군에 속해 있는 소외계층에게는 정신 상담과 함께 긴박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긴급 복지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경제 불평등을 줄여나가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지 않는 한 자살률은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조금만 낙심해도 쉽게 자살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쟁에 뒤처지거나 성공을 하지 않더라도 존엄감을 잃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지적장애 언니 홀로 뒷바라지에 “지쳤다”… 비극 선택한 20대 동생

    지적장애 언니 홀로 뒷바라지에 “지쳤다”… 비극 선택한 20대 동생

    지적장애 언니(31)를 홀로 보살피며 힘겹게 살아가던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지기 전에도 언니와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나 주위는 물론 관할 지자체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13분쯤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류모(28)씨가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다 탄 번개탄과 휴대전화, 현금 1만 3000원이 든 지갑이 발견됐다 류씨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 달라.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언니와 같이 죽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언니를 죽이고 싶은데 힘이 모자란다. 잘해 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류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6만원짜리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원룸에서 지적장애 1급인 언니와 살고 있었다. 경찰은 두 달치 월세, 도시가스 사용요금 및 카드할부금 30여만원을 내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동차보험이 만기되고 각종 통지서도 부담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류씨 자매는 갓난아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류씨가 유아기 때 재가하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키워 준 할머니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자 광주에 사는 삼촌 부부와 잠시 지내기도 했다. 삼촌 부부 품을 떠난 류씨는 대구에 한 마트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언니를 홀로 챙겨 왔다. 2000년 8월 언니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복지 혜택을 받게 됐지만 자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웃은 “2012년 7월 부산시설보호소에 입소했던 언니가 지난 13일 동생과 지내고 싶다며 돌아오자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류씨는 최근 언니와 수차례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언니가 집으로 돌아온 뒤 제주 여행을 함께 다녀왔지만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류씨는 지난 21일에도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언니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연기가 창 밖으로 새면서 목숨을 건졌다. 119가 출동한 사건인데도 이 자매는 대구시와 남구로부터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 언니는 경찰조사에서 “동생이 높은 곳에서 같이 뛰어내리자고도 했지만 죽기 싫어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역 장애인 자립센터 등은 류씨가 숨지고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첫 월급 받으면 죽은 엄마·아빠 만나러 제주 갈거예요”

    “첫 월급 받으면 죽은 엄마·아빠 만나러 제주 갈거예요”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머슴’처럼 일했다. 머슴처럼 일했지만 ‘새경’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14년 남짓을 살았다. 박봉화(43·지적장애 3급)씨가 염전에서 벗어난 건 지난해 3월. 앞서 2월에 지적장애인 2명이 전남 신안군의 염전에서 감금 상태로 임금 체납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구출된 ‘염전 노예’ 사건이 불거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힌 덕에 그도 뭍으로 나왔다.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가 ‘좋은 직업을 소개해 주겠다’는 낯선 사내의 꾐에 빠져 신의도로 내려간 지 15년 만의 일이다. 2006년 탐문 수사에 나선 경찰 도움으로 잠시 섬을 벗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지닌 박씨에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아홉살 지능을 가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었고, 당시 지적장애 진단조차 받지 않은 상태여서 사회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제 발로 염전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3월 ‘염전 노예’ 일제 단속에 나선 경찰 도움으로 신의도를 나온 박씨는 전남 목포의 노숙인 시설에서 두 달여를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왔다. 8년 전과 달리 다시는 염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막막했다. 당장 무일푼 신세였다. 그를 노예처럼 부린 염전 주인 윤모씨는 준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윤씨 측은 재판에서 염전을 매형에게 물려받아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윤씨는 자신이 기소되자 재빠르게 박씨 이름으로 된 통장에 7년간 밀린 임금 약 8000만원을 입금했다. 재판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씨는 그 돈을 쓸 수 없는데도 본인 명의 현금 자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박씨는 염전을 벗어났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했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한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는 밀린 임금을 받은 뒤 비용을 내는 조건으로 입소했다. 신의도에서는 염전 일을 제외하면 염전주들이 특별히 간섭하지 않았다. 특히 겨울이 되면 염부들에게 1년에 딱 한 번 용돈을 쥐여줬다. 경제관념이 없는 지적장애인들은 외지로 나가 단 며칠 만에 돈을 탕진하고 돌아와 이듬해 용돈을 받으려고 묵묵히 일을 했다. 하지만 박씨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자 스스로도 대견할 만큼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도 구했다. 은평구립직업재활센터(중증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3개월간 직업훈련을 받고 지난 15일 근로장애인이 됐다. 이곳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적용 제외를 인가 받은 장애인 시설이다. 평생 처음 근로계약서도 쓰고 급여 통장도 만들었다. 양말을 포장하고 쇼핑백을 만드는 등 단순 작업이지만, 지적장애 3급인 박씨로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하루 8시간을 땀흘려 일하고 받는 월급은 30만원 남짓. 그래도 함께 일하는 장애인 중 박씨의 급여 수준은 평균 이상이다. 평일에 직장에 다니고, 휴일엔 종교 활동을 하는 평범한 삶이 그에게는 꿈만 같다. 다음달 15일 생애 첫 월급도 받는다. “나 … 염전 있을 때 죽은 엄마, 아빠 만나러 제주 갈 거야. 제주 사는 누나가 제사 모신대 ….” 부정확한 발음으로 단어만 띄엄띄엄 나열하는 정도였지만, 어느 때보다 박씨의 표정은 밝았다. 대구에서 태어나 열여섯에 돈을 벌기 위해 가출한 뒤로 가족과 연락이 끊겨 돌아가실 때 곁을 지키지 못한 부모님에게 생애 가장 번듯한 모습으로 인사를 드린다는 생각에 박씨는 벌써부터 설레고 있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로 통일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로 통일

     여성가족부는 여성·학교폭력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아동센터,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등 전국 34개 여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의 명칭을 ‘해바라기센터’로 통일하기로 확정, 1일 시행한다.  그 동안 센터 기능은 유사하나 명칭이 다르고 복잡해 혼란스럽다는 외부의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아동·지적장애인을 지원하는 센터는 명칭 뒤에 ‘(아동)’을 붙여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했다.  센터의 기능도 일부 조정된다. 그 동안 학교폭력피해자는 여성·학교폭력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위(Wee)센터로 주로 연계되는 점을 고려, 향후 해바라기센터의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해바라기아동센터에도 경찰관이 상근 배치돼 신속한 수사 지원이 가능하도록 경찰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해바라기아동센터는 그 동안 경찰관이 근무하지 않아 수사상담 및 진술녹화 지원이 어려웠으나, 금년 8월부터 지정된 전담경찰관(30명)의 방문 수사 지원을 받고 있다.  김재련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3개 유형의 센터가 여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수사·상담·법률·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명칭이 서로 달라 이용자가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을 ‘해바라기센터’로 쉽게 떠올려 필요한 도움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성폭력 관련 시설의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지난 12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성폭력피해상담소, 보호시설을 설치하려는 자와 교육훈련시설을 지정받으려는 자는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시스템으로 확인이 가능한 서류나 법인 출연금에 관한 서류는 별도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성폭력 관련 시설이 반기별로 관련 지자체에 제출토록 돼 있던 상담실적 보고도 삭제돼 불필요한 행정 규제가 개선됐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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