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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리뷰] ‘모범생들’

    [연극리뷰] ‘모범생들’

    내신이 1등급이면 인생도 1등급일까. 공부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어떤 고등학생들에게는 그렇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보다 책상 앞에 앉는 1분, 1초가 더 소중한 아이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다. 어쩌다가 학교는 전쟁터가 되고, 친구는 적이 되었을까.연극 ‘모범생들’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초연한 이 작품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모습의 명문 외고 3학년 학생들을 조명하며 경쟁적인 교육 현실을 꼬집는다. 상위 3%에 드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믿는 모범생 김명준과 박수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커닝을 모의한다. 졸부집 아들로 학교에 잔디를 깔아 주고 입학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안종태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두 사람의 계획을 엿듣게 되고 명준과 수환의 꾐에 넘어가 얼떨결에 작당에 가담한다. 돈으로 시험 답안지를 산다는 소문에 휩싸인 비열한 반장 서민영까지 이 일에 휘말린다. 커닝은 결국 실패하지만, 모범생들은 한 친구를 희생양으로 삼아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채 소위 사회적인 엘리트로 성장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을 신조로 삼은 모범생들의 그릇된 욕망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비춰 씁쓸하게 다가온다. ‘강산도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연극이 묘사하고 있는 현실엔 유통기한이 없다. “이 이야기가 여전히 사회에서 통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고 슬프다.” 김태형 연출가와 지이선 작가의 소회처럼 ‘모범생들’이 직시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생경하지 않다. 치열한 고3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가면 삶이 바뀔까.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 성인이 된 후에도 인생이라는 시험을 늘 마주하고 사는 ‘수험생 처지’는 여전하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김태형 연출가 특유의 감각적인 무대 활용이 돋보였다. 무대 위 소품은 책상 4개와 의자 4개뿐이지만 허전함 없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극의 정교함을 살리는 시계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 음향 효과와 더불어 배우들의 군무는 극에 리듬감을 더한다. 8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5만원. 1588-521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여의도 5.5배 신도시급… 오산 연계 ‘육·해·공 통합기지’

    여의도 5.5배 신도시급… 오산 연계 ‘육·해·공 통합기지’

    11일 미 8군사령부의 신청사 개관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주한미군의 평택 시대가 열렸다. 캠프 험프리스는 64년간 서울 용산기지에 자리잡았던 주한미군의 지휘부가 단순히 경기 평택으로 거처를 옮겨 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택기지는 육·해·공 통합 기지로서 한반도 유사시 신속 대응이 가능한 전략점 거점이자 한·미동맹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주한미군 기지 이전은 오랜 기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1990년에 한·미 당국이 기본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용산기지 이전을 추진했지만 3년 만에 비용 문제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 다시 용산기지를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를 한데 모으기로 합의했고 이듬해 용산기지이전협정(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협정(LPP)의 국회 비준, 평택시 지원특별법 제정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전 준비도 본격화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계획했던 이전 사업 완료 시점은 2008년이었다. 계획보다 9년이 더 걸려서야 캠프 험프리스가 제 기능을 하게 된 셈이다. ‘대추리 사태’ 등 기지 주변 주민 반발의 영향이 컸다.주한미군 평택 시대가 열리면서 전국 91개 구역, 2억 4000만㎡에 흩어져 있던 주한미군은 이제 평택과 대구 등 2개의 허브로 집결된다. 캠프 험프리스는 해외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로 1만 3000명의 주한미군이 거주한다. 미군 가족과 군무원 등을 더하면 거주 인원은 2020년쯤 총 4만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5.5배 크기인 1488만㎡ 부지에 한국군 측 226동, 미군 측 287동 등 총 513동 건물이 들어선다. 주한미군사령부 등 지휘시설과 병영 외에도 사격장 등 훈련시설, 학교와 병원을 비롯한 각종 복지시설도 대부분 갖추져 있다. 기지 조성은 연말까지 마무리되며 비용 17조 1000억원 중 8조 9000억원을 우리가 부담한다. 캠프 험프리스는 경기 오산 공군기지와 연계돼 ‘조인트 베이스’(통합기지)로 운용된다. 유사시 항공기를 타고 오산 기지로 들어오는 미군 증원 전력이 평택기지로 이동할 수 있으며, 함정을 통해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병력은 철도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주일 공군·해군 기지와 제3해병원정군 등이 있는 일본 오키나와 기지처럼 육·해·공 통합기지로 기능하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평택기지의 병력 이동 등은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는 차원에서 우리 군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택기지에는 아파치 롱보우(AH64D) 공격헬기, 다연장로켓(M270), 팔라딘 자주포(M109A6), 단거리 방공체계인 어벤저(ANTWQ1), 에브럼스(M1A2 SEP) 전차,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M2A3) 등이 배치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난 2월 처음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당시 한국에 도착한 직후 바로 캠프 험프리스로 직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캠프 험프리스를 한·미동맹 강화의 중요한 거점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평택기지는 용산기지보다 후방에 위치해 있어 북한군의 남침 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의 역할은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방사포 사정권에는 그대로 포함된다. 패트리엇(PAC) 부대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평택기지를 방어하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아빠의 8억원 짜리 람보르기니 박살낸 10대 아들

    아빠의 8억원 짜리 람보르기니 박살낸 10대 아들

    아빠의 람보르기니를 몰래 몰고 운전하던 철딱서니 없는 16세 아들이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더커버리지’는 말레이시아의 한 소년이 면허도 없이 람보르기니 아반타도르를 몰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큰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4일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주 샤알람에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16세 소년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차고에 주차된 아버지의 람보르기니를 허락 없이 몰고 나온 뒤 거리를 내달렸다. 더커버리지가 인용한 페이스북의 한 사고 목격자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던 람보르기니가 중심을 잃는가 싶더니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의 프로톤 퍼소나(말레이시아 현지 차량)와 정면으로 부딪쳤다”고 증언했다. 두 차량 모두 크게 파손됐고, 두 차량의 운전자 모두 다쳐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람보르기니를 몰던 소년은 운전면허가 없었다”면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철부지 아들의 아버지이자 람보르기니 소유주의 신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연방정부가 일반인에게 수여하는 작위인 ‘탄 스리’를 받은 사람으로만 알려졌다. 신형 람보르기니 아반타도르는 8억원 남짓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수도권 ‘개별 공장’ 규제로 난개발 막는다

    경기 화성, 경남 김해 등 수도권 및 대도시 외곽의 비도시지역에 소형 개별 공장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비도시지역 개별입지에 공장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개별입지 공장 허가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개별입지는 공단 등 기반시설을 갖춘 계획입지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개인이 매입해 공장부지로 사용하는 지역이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개별입지의 공장 건축 허가 전 주변 토지이용 실태나 주변 경관과의 조화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비도시지역의 공장입지 관련 개발행위 지침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별 공장등록 현황과 개별입지, 계획입지 비율을 파악해 개별 공장이 난립한 지역은 공장 총허용량을 축소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3년마다 수도권의 공장 허용 면적을 정하는 공장총량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 2018~2020년 공장총량을 배정한다. 앞서 2015~2017년 수도권 공장 총허용량 590만 8000㎡ 중 개별입지는 64%, 계획입지는 36%인데, 국토부는 이 비율을 3대7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지자체가 성장관리방안을 수립하는 등 개별 공장 난립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경우에만 공장총량을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장관리방안이란 지자체가 도시에 인접한 비도시지역 중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에 대해 계획적인 개발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국토부는 개별 공장을 준산업단지나 공장유도지구 등 준계획입지로 이전할 경우 국고를 지원하는 등 계획입지로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개발한다.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에 대한 입지 규제는 강력한 반면 소규모 개발은 규제가 심하지 않다 보니 화성, 김해 등 대도시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비도시지역 개별입지 난개발이 국회 차원에서 공개적 논의가 이뤄질 정도로 심각해졌다. 특히 화성의 경우 2006년 말 4146개이던 공장이 지난해 말 9053개로 10년 새 배 이상 늘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아보카도 ‘한 입’ 먹다 멕시코 산림 사라진다

    아보카도 ‘한 입’ 먹다 멕시코 산림 사라진다

    “아보카도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게 제일 맛있죠.” 28살 최선아씨가 아보카도에 푹 빠지게 된 건 ‘아보카도 명란 덮밥’을 먹고 나서다. 최씨는 “외국에서 처음 먹었을 때 영 입맛에 안 맞았었는데 명란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면서 아보카도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떠올렸다. 마침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에서도, 하루 세 끼를 직접 해 먹는 TV프로그램에서도 아보카도가 등장했다. 최씨는 “일주일에 두 개 정도 먹는데 많이 먹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아보카도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보카도를 검색하면 연두색의 과육을 사용한 생소한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브런치 카페나 일반 음식점에서도 아보카도를 사용한 덮밥이나 샐러드, 캘리포니아 롤, 주스, 파스타, 커리 등을 선보이고 있다. 누군가는 풍부한 영양 섭취를 위해, 누군가는 부드러운 식감과 맛 때문에, 또 누군가는 유행 때문에 일명 악어 배(eligator pear)라고 불리는 이 과일을 먹는다. ●아보카도 열풍은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다 실제 2016년 아보카도 수입량은 2915t으로 전년도 대비 92.4%나 늘었다. 전체 과일류 수입 중량이 전년도에 비해 4.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다른 과일들에 비해 아보카도의 인기가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증가세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00t 쯤이던 수입량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 2014년 1000t을 뛰어넘었다. 이듬해엔 50% 이상 폭증해 1500t을 넘어섰고,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는 2876t으로 전년도 전체 수입량에 버금가는 양이 한국에 들어왔다. 2015년부터는 매해 2배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아보카도는 생육최저온도가 -4~-5℃ 정도고 -2℃만 내려가도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온난한 기후의 국가들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미국과 뉴질랜드,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수입하고 있다. 2007년에는 멕시코에서의 수입량이 높았지만 200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아보카도 수입량이 훨씬 높다. 아보카도의 수입량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일찍이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돼 급속도로 수입량이 늘었던 미국의 경우 국민 1인당 아보카도 소비량이 1989년 0.5㎏에서 2015년 3.17㎏으로 26년 새 7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에서도 아보카도가 생산되기는 하나 소비량의 82%를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아보카도 소비국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기세도 놀라운 수준이다. 중국에 수출하는 멕시코 아보카도 물량은 최근 4년간 160배나 늘었다. 멕시코산 아보카도 가격이 미국 도매시장에서 10kg당 27.89달러로 작년 거래가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린 골드’를 캐기 위해 환경을 버렸다 아보카도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아보카도를 ‘그린 골드’(초록색 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아보카도 최대 생산국인 멕시코에서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겪고 있다. 멕시코의 주요 아보카도 산지인 마초아칸주에는 이미 서울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아보카도 경작지가 있다. 너도나도 금광을 캐듯 숲에 있는 소나무를 벌목한 뒤 아보카도 나무를 심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매해 농장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아보카도 나무는 한 해 생산량이 많으면 이듬해 생산량이 적은 특징을 갖고 있다.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아보카도는 기존의 산림에 비해 훨씬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또 생산된 아보카도를 실어 나르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나무들이 벌목되고 있다. 아보카도 농장 주변의 동식물들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아보카도 나무에 사용되는 비료와 살충제 또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농부들 또한 살충제의 여파로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아보카도에 대해 ‘윤리적 소비’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보카도를 덜 쓰는 요리 방법 등이 제시되는가 하면, 아보카도 소비 자체를 줄이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내 생산을 통해 수입량을 줄일 수 있을까 이색적인 식재료를 향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비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고 국내 생산의 가능성이 엿보일 경우 자체 생산을 꾀하기도 한다. 이미 제주산 애플망고나 파파야가 시장에 안착했고, 체리의 국내 수요가 급증하자 5년 내 수입산을 대체할 국내산 체리를 생산하겠다는 농촌진흥청의 발표도 있었다. 망고나 체리는 2016년 기준 수입량이 각각 1만t 이상이었다. 아보카도의 경우 국내 생산이 필요할 만한 수요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아티초크와 여주 등과 더불어 아보카도도 적응성 시험을 실시하고, 도내 적응 품종 선발과 재배기술 개발, 시설 및 노지 재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한반도 평균 기온이 올라가자 아열대성 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보카도 국내 재배가 성공한다 할지라도 전세계적인 아보카도 인기에 따른 멕시코 산림 파괴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아보카도를 재배하지만 생산 단가가 낮은 멕시코산 아보카도 수입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아보카도’를 꿈꾼다 ‘착한 소비’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사례를 팜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팜유는 초콜릿, 치약, 립스틱 등 수많은 제품에 쓰인다. 그러나 무분별한 팜유 재배 확대 때문에 거대한 우림이 사라지고 오랑우탄 등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불법 화전 농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발생한다.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팜유 재배의 문제점들을 소비자들도 인식하게 됐다. 기업들에 팜유 사용 정책에 대해 압력을 넣는 등 ‘착한 소비’를 하는 시민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네슬레, 허쉬, 켈로그 등 거대 기업들은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팜유 재배를 하는 공급자들과만 거래할 것을 약속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부장은 “아보카도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친환경 재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아보카도 농업에도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통해 친환경 재배를 하라는 압박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나리 수습기자 mnin1082@seoul.co.kr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바닷물로 작동하는 배터리

    [고든 정의 TECH+] 바닷물로 작동하는 배터리

    제목만 보면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이온이 녹아 있으므로 바닷물을 채우고 전극을 넣으면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배터리가 이전부터 개발됐지만, 대개 수명 짧고 출력이 약해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해군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국가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미 해군의 무인 잠수정(underwater vehicles,UUVs)은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배터리 수명은 짧고 작전 중에는 충전할 수 없어 바닷물 속에서 장시간 작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닷물 배터리, 혹은 해수 전지는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없으면서 작동 시간이 매우 길어 수중 드론에 적합합니다. 이를 수중 드론이나 무인 센서 등에 활용하면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를 이용한 수중 드론을 개발하는 일은 복잡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바닷물을 교체하는 형태의 배터리는 독성 물질을 만드는 화학 반응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낮은 출력과 짧은 수명 등 극복해야 할 단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술적 돌파구가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 MIT의 연구자들이 설립한 오픈 워터 파워(Open Water Power)는 실제로 수중 드론에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과 성능을 지닌 바닷물 배터리를 공개했습니다. (사진)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양극과 니켈 합금 소재의 음극을 지니고 있으며 음극에서는 수소와 수산화이온, 양극에서 산화알루미늄과 전자를 내놓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계속해서 바닷물을 교체해주면 알루미늄 합금 전극이 산화되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따라서 수명이 정해져 있는 일회용 해수 전지이지만, 같은 무게의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10배의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환경에 안전하기 때문에 이런 특수 목적으로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면 현재 100해리 (185km) 정도 항속 거리를 지닌 수중 드론의 항속 거리가 1000해리 (1852km)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제 상용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기업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 배터리의 응용범위는 드론 이외에도 많습니다. 미 해군은 수중 센서용 배터리로 유용할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항공기 및 선박용 블랙박스의 전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에 노출되면 상당히 오랜 시간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매우 오랜 시간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수 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 연구하는 것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UNIST와 협력 기관에서도 해수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위에 설명한 해수 전지와 다른 방법을 이용한 2차 전지로 거의 공짜나 다를 바 없는 바닷물을 원료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과가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리튬 같은 자원은 없지만, 바닷물은 풍부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을 이용한 배터리는 언뜻 듣기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文대통령 ‘베를린 구상’] “7월 27일 기해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시청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통해 7·27 정전협정 64주년을 계기로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여건이 갖춰진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으며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도 언급했다. 평화협정 체결은 곧 ‘정전’에서 ‘종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의 군사도발로 일촉즉발로 치닫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한 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한반도 평화 구상의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구상의 핵심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도 1950년대부터 줄곧 주장해 왔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남북 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으나 1970년대 중반부터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거래’해 체제를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해 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공고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하는 한국 주도형 한반도 평화협정과는 간극이 크다.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 당국자 3명과 비공식 모임을 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뒤 평화협정을 체결할지 전쟁을 할지 이야기하자면서 한국은 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상의 한국 주도권을 약속받은 데 이어 6일(현지시간) 한국 주도형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언급해 외교 무대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천명했다.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정부를 배제하는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강도 높은 대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이끌어 낼 최고 협상 카드이기도 하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체제 보장 없인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 핵무기는 곧 김정은 체제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를 제안했다. 북한과 핵 문제, 평화협정을 논의할 첫 협상 파트너로 나서고자 북한이 핵 동결을 하며 성의 있는 조치를 보이면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고 남북 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중단의 첫 조치로는 대남·대북 방송 중단을 제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시점을 7·27 정전협정 64주년으로 정한 것은 ‘정전국가’에서 ‘평화국가’로 한반도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대내외에 보여 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베를린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동탄생활권 대단지 오피스텔, 오산 ‘르마레시티’ 주목

    동탄생활권 대단지 오피스텔, 오산 ‘르마레시티’ 주목

    최근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대단지 오피스텔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단지 오피스텔은 지역 상징성이 높고, 상가나 커뮤니티 등의 부대시설 면에서도 중·소규모 단지와는 차별화된다. 특히 규모가 클수록 구조 면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러 세대가 공용관리비를 분담할 수 있어서 관리비 절감에 유리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규모가 크다 보니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것도 대단지 오피스텔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역세권·중심상권 등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에 위치해 수익률 역시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소규모 오피스텔보다는 대단지 오피스텔 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대단지 오피스텔은 랜드마크 프리미엄, 최첨단 보안 시스템, 관리비 절감 등의 장점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대중교통, 쇼핑시설 등 수준 높은 편의시설을 도보권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중심상권 내 대단지 오피스텔을 적극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대단지 오피스텔이 인기몰이 중인 가운데 한국자산신탁이 경기도 오산시에서 분양 중인 ‘르마레시티’가 총 456실 대단지로 구성돼 관심을 모은다. ‘르마레시티’는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위치하며 지하 5층~지상 15층 1개동 456실 규모다. 전용면적 별로는 ▲전용 22㎡ 253실 ▲전용 24㎡ 170실 ▲전용 46㎡ 33실 등 이다. 오피스텔이 위치하는 오산시 원동은 동탄의 우수한 생활 인프라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위치이며 화성 동탄신도시와 평택 고덕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등 택지개발지의 최중심 입지이다. 각종 편의시설도 1km 내 위치하여 편리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또한 LG이노텍, 삼성반도체 등 13개의 산업단지와 오산대가 인접해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오피스텔 상가는 뛰어난 접근성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로 구성된다. 또한 상가 내에는 오산 최초 입점인 CGV, 뽀로로테마파크 등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키테넌트(Key Tenant: 성공투자의 열쇠처럼 상가나 쇼핑몰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점포)가 들어설 예정으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르마레시티’는 무엇보다 우수한 교통인프라가 눈에 띈다. 오피스텔 500m 내에 1호선 오산역이 있고 오산버스터미널이 가까이에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또한 경부고속도로 오산 IC가 700m 내에 위치하고 용인-서울고속도로가 인접해 수도권 및 화성, 평택, 용인 등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 가능하다. 단지는 동탄 생활권을 누림과 동시에 인근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오산시청이 위치하고 올해 7월 완공예정인 오산역 환승센터도 인접해 생활 편의시설을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LG이노텍 오산공장, LG전자 디지털파크, 진위일반산업단지와 동탄일반산업단지 등 13개의 산업단지와 438개 업체가 단지 주변에 위치해 있어 직주근접 프리미엄을 누리기 원하는 종사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르마레시티’는 오피스텔 뿐 아니라 단지 내에 복합테마쇼핑단지도 함께 들어서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원스톱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쇼핑단지 내에는 오산 최초로 CGV 영화관 입점이 확정됐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뽀로로테마파크도 입점한다. 특히 상가는 유동인구의 체류시간이 높은 ‘스트리트형 상가’로 구성된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보행로 양쪽에 연이어 배치되어 유동인구의 체류시간이 늘어 뛰어난 상권이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 단지 내 입주민 뿐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원동 이편한세상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까지 상가를 이용할 수 있어 상가의 배후수요도 풍부하다. 한편 ‘르마레시티’ 견본주택은 경기도 화성시 능동에 위치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최조웅의원 “위례별초 교실증축 예산 15억 확보”

    서울시의회 최조웅의원 “위례별초 교실증축 예산 15억 확보”

    서울시의회 최조웅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 제 6선거구)이 위례별초 교실증축을 위한 예산 15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예산으로 2018년 최대 22학급이 추가 신설될 예정이고, 증가하는 학생 수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쾌적한 교육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위례별초 교실 증축을 위한 예산으로 15억원을 편성했다. 위례별초는 2017년 지속적으로 학급을 늘려왔다. 특히 아파트 신규 입주 등 위례지역 학생 수의 현저한 증가도 예상되는 바, 근처 교육시설에 대한 정비와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최조웅 의원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 위례별초의 학급 증설을 위한 예산 편성에 주력을 기울였다. 증가하는 학생 수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특별 교실 등의 교육 환경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교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15억원으로 15학급을 우선 신축하고 향후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총 22학급을 증설할 예정이다. 최 의원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복지이다. 이번 교실 증축을 통해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추가적인 예산 투입을 통해 교실의 확충과 함께 안전하고 혁신적인 학급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20세기 예술사를 바꾼 두 천재가 만나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은행가의 아들로 화가를 꿈꾸는 폴 세잔(1839~1906)과 가난한 토목기사 아버지마저 일찍 여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에밀 졸라(1840~1902). 어린 시절부터 꿈과 사랑, 좌절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두 사람은 친구지만 예술에서는 둘도 없는 경쟁자였다. 둘은 서로를 동경하고 아끼는 친구이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평가를 서슴지 않는 비판적 동지이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은 파리로 올라와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20세기 예술계를 풍미한 두 사람의 애증을 그리고 있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던 에밀(기욤 카네 분)과 부유한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을 받던 세잔(기욤 갈리엔 분)은 완연히 다른 처지만큼 꿈도 달랐다. 세잔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화가로 자리잡는 것이 꿈이고 에밀은 궁핍한 파리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밀은 파리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반면 세잔은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늘 변방을 떠돌았다.영화는 화가, 소설가로서 창작의 고통보다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세잔은 과거 에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명 화가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친구의 성공을 마냥 축하할 수 없었다.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전학 온 에밀은 세잔의 도움과 보호가 없었다면 ‘왕따’가 되고도 남았다. 물론 세잔이 화가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것은 에밀의 권유가 큰 힘이 되었다. 엇갈린 운명은 둘 사이를 갈라 놓는다.세상이 몰라 주는 화가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물감을 대 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 탕기(1825∼1894) 영감이 세잔의 그림 중 사과가 있는 부분만 잘라 팔았다면서 동전 몇 닢을 건네주는 장면은 당시 세잔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혁명론자를 자처했지만 그림을 통해 상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세잔은 살롱전에 번번이 낙선하고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도 배척당한다. 그를 알아본 또 다른 인물이 ‘인상파의 장로’라고 불리는 피사로(1830~1903)였다. 그는 세잔에게 그림의 본질은 물론 인상파의 원리와 기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세잔은 어렵게 생활했지만 그의 자화상에서 드러나듯 자기 확신을 가지고 플랑드르화풍에 집중하면서 무미건조한 소재의 그림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그림’을 추구했다. 변하지 않는 그림의 본질, 자연의 본질을 끌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모든 자연은 “구와 원통, 원뿔로 환원된다”는 새로운 발견으로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림을 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식의 행위로, 생각의 영역으로 확장한 세잔은 후대에 영향을 끼쳐 피카소(1881~1973), 브라크(1882~1963) 등 입체파(Cubism)로 이어졌다. 세잔을 계승하고 뛰어넘은 후대 화가들에 의해 본격 현대미술의 막이 올랐다. 세잔이 화가로서 확신을 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에밀은 이미 26세에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자연주의적인 작품 ‘테레즈 라캥’(1867), ‘마들렌 페라’(1868)를 발표했다. 1868년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상해 집필에 들어가 1869년 ‘루공가의 운명’을 시작으로 1893년 ‘파스칼 박사’까지 총 20권을 완성한다. 총서에 포함된 대표작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등으로 문단에서 자리를 굳혔다. 에밀을 보며 세잔은 말한다. “나도 자네 글처럼 그리고 싶어.” 1886년 세잔과 에밀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밀이 출간한 소설 ‘작품’은 실패한 젊은 화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클로드는 밤낮으로 매달렸던 작품 앞에서 목을 매 죽고 만다. 그의 아들은 병에 걸려 죽고, 아내 또한 아들과 남편을 잃고 정신병을 얻고 만다. 자신을 비극적 주인공의 모델로 이용했다고 생각한 세잔은 에밀에게 “이렇게 훌륭히 추억을 담아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 결별을 선언한다. 당시 세상이 홀대했던 인상주의 화가를 옹호하는 비평을 쓰기도 했던 에밀은 당대 화가들의 경제적, 예술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세잔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세잔의 상대적 열등감이 자격지심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물론 에밀도 세잔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도입부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보면 세잔은 에밀을 업신여기고 젠체하는 부잣집 아들 특유의 거들먹거림을 보인다. 또 세잔은 에밀이 성공한 후 그의 집을 방문해 세간을 보며 케케묵은 중세스타일이라고 흉보거나 자신의 애인이자 모델이었던 가브리엘 미레이와 결혼한 사실을 가지고 빈정거려 에밀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사건은 세잔에게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파리를 떠나 고향에 돌아와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오랫동안 동거해 온 11세 연하의 오르탕스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엔 이미 16세의 아들까지 있었다. 자산가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많은 유산을 남겨준 덕택에 그는 가족들을 파리에 둔 채 고향에서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만 그렸던 그는 1895년 앙브루아즈 볼라르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대중들은 냉담했지만, 전문가들은 열광했다. 그는 감정이 배제된 절대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쉰이 넘어 단순히 대상의 모사가 아니라 ‘아는 사물’과 ‘보이는 사물’을 절충해 질감이 살아 있는 견고한 화면을 완성했다. 그는 실패한 천재가 아니라 늦깎이 천재였던 것이다. 영화는 아쉽게 세잔의 성공 이전에 막을 내린다. 금의환향한 에밀은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인터뷰를 한다. 기자가 묻는다. 당신의 친구 세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 그 친구는 천재입니다. 실패한 천재.” 친구의 귀향 소식에 한달음에 뛰어갔던 세잔은 문밖에서 그 말을 듣고 만다. 제아무리 성공한 위대한 예술가라도 평범한 속 좁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노원구 ‘제로 에너지 주택’으로 이사 가세요

    노원구 ‘제로 에너지 주택’으로 이사 가세요

    ‘온종일 에어컨을 틀어도 한 달 전기료를 5만원만 내는 게 가능할까.’서울 노원구가 5일 에너지 비용을 이처럼 획기적으로 낮춘 ‘제로 에너지주택’을 조성하고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제로 에너지주택은 노원구와 국토교통부, 명지대가 함께 국가 연구개발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노원구 하계동에 8월 말 준공되며 115가구를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 입주 대상은 신혼부부, 고령자, 산업단지 근로자다. 이 중 노원구(1순위) 또는 서울시(2순위)에 거주하는 신혼부부에게 70가구, 노원구 거주 고령자에게 12가구를 우선공급한다. 나머지 33가구는 노원구 또는 연접지역(서울시, 구리시, 남양주시, 의정부시)에서 근무하는 산업단지 근로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일반공급한다. 입주 신청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이며 예비입주대상자 선정 결과는 10월 20일 오후 4시에 발표한다. 제로 에너지주택은 태양광발전, 지열히트펌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단지 내 필수 에너지의 사용량 60%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에너지 생산 주택단지다. 고성능의 단열, 창호 등의 자재로 건축, 바깥과 실내 공기를 차단해 집안의 냉난방을 빼앗기지 않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앞서 구는 에너지 제로주택 조성을 위한 실험용 주택을 설치하고, 24시간 에어컨을 틀어 25도를 유지할 때 사용하는 전기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같은 면적의 일반주택에서는 700㎾를 사용, 전기료가 37만 4000원에 달했으나 실험용 주택에서는 233㎾로 5만원 정도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30년 전 ‘벌거숭이’ 강남신화 중심 되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30년 전 ‘벌거숭이’ 강남신화 중심 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6차 탐사가 지난 1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빌딩숲을 따라 진행됐다.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서 북상 중이라는 희소식 속에 치열한 선착순 마감을 통과한 투어단의 성별은 평소처럼 여성이 남성보다 갑절 많았지만, 평균 연령은 얼추 40대 초반쯤일 듯했다. 부부와 가족, 친구 단위 참석자가 많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해설을 맡은 박정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애교 만점의 ‘강남스타일’ 해설을 선보였다.30여명의 투어단은 국기원~국립 어린이청소년도서관~역삼공원~허바허바 사진관~특허청 서울사무소~강남파이낸스타워~한국고등교육재단~르네상스호텔 사거리~선정릉 매표소까지 3㎞를 걸으면서 포스코타워, 강남파이낸스센터, YSD타워, 캐피탈타워 등 유독 타워와 센터라는 이름이 많이 붙은 테헤란로 주요 빌딩의 변천과 가로정원 설치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강남 중의 강남’ 테헤란로변에 서울미래유산이 국기원과 허바허바 사진관 달랑 2개밖에 없다는 사실이 급조된 신생 도시 강남을 돌아보게 했다. 강남은 2000년 전 한성백제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서울의 발상지이지만 오랜 세월 잊혀졌다가 서울의 행정구역 확장과 함께 빛을 본 대기만성의 땅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강북에서 조선 왕조를 느끼고, 강남에서 한국을 떠올린다고 한다. 강북이 조선 왕조의 도읍 한양이라면 강남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고 할 만하다. ‘한강의 기적’이란 엄밀하게 말하면 강남 개발의 신화이며, 코리안드림의 완성이다. 진정한 한국 스타일이란 강남 스타일일지도 모른다.강남의 현대사는 경기도 광주, 과천, 시흥 같은 알토란 땅이 서울의 품에 안긴 1963년부터 시작됐다. 1962년 말 268.353㎢였던 서울의 면적이 일약 605㎢를 넘겼으니 경천동지할 확장이었다. 1963년 말 인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강남구 지역은 2508가구에 인구는 1만 4867명에 불과했다. 한남대교(당시 제3한강교)가 건설 중이던 1966~1967년 신사동 일대의 땅값은 3.3㎡당 200원이었으나, 1968년에 3000원으로 뛰었다. 1970년 초 서울 인구가 650만명일 때 강북과 강남의 인구 비율은 72대28이었다. 이 시기 서울시정의 최대 과제는 강북 유입 억제와 강남 분산이었다. 강남으로 유흥시설과 고속터미널을 이전하고, 주택단지와 아파트를 짓고, 명문고교를 이전시키면서 도시 기능이 서서히 역전됐다. 아파트 40만 가구에 아파트 거주율 약 80%가 강남의 자화상이다.●77년 이란과 자매 결연 전에는 ‘삼릉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7년부터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 21년 동안 강남은 정보기술(IT) 기업과 벤처, 제2금융권의 중심 도시로 자리잡았다. 강남 개발은 사실상 지하철 2호선 순환선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자춘 서울시장 시절 계획에 없던 종합운동장~삼성~선릉~역삼~강남~교대 노선이 그어지면서 교통 불모지 강남이 강북과 연결된 것이다. 1977년 말 서울 인구가 752만명일 때 강북과 강남의 인구비는 65대35였지만 1984년 2호선이 개통된 이후 강북과 강남의 인구비는 54대46으로 균형을 맞췄으며 2015년 말 현재 강남북 인구는 50대50이다.●86년 한전본사 필두로 고층빌딩숲 형성 강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너비 50m, 길이 4000m 테헤란로의 본래 이름은 3개의 능을 지난다고 해서 ‘삼릉로’였다. 1977년 서울과 이란 테헤란이 자매도시 결연을 하고 서울시에 테헤란로, 테헤란시에 서울로를 각각 만들기로 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2호선의 개통과 더불어 테헤란로에도 폭발적인 건축붐이 불었다. 1972년 들어선 국기원 청기와 건물 이외에는 길 양쪽이 발거숭이 상태였던 테헤란로는 1986년 한전 본사가 들어선 이후 무역회관, 인터콘티넨탈호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포스코센터 같은 20층 이상의 장대 같은 빌딩이 걷잡을 수 없이 들어섰다. 2호선이 가져온 공간 혁명이었다.강남의 도로는 거의 완전에 가까운 격자형 가로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영동대교가 너비 70m에 길이 3600m, 강남대로가 50m에 6900m, 도산대로가 50m에 3000m이다. 국가상징가로인 광화문 세종대로에 너비 100m, 길이 600m의 길을 만들던 중이었다. 1970년 말 서울의 자동차가 6만대에 불과하던 시절 “이렇게 넓은 도로가 왜 필요한가”라는 부정적 의견이 비등했다. 그러나 강남의 도로폭은 이후 전국 모든 신시가지 계획의 모델이 됐고, 만약 그때 현재 규모의 강남과 도로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강남신화’라는 이름의 열차는 중도에 멈춰 섰을지도 모른다. 창의력은 말랐지만 강남을 건설한 주역들의 배포와 스케일에는 찬사를 보낼 만하다.●차중심 거리… 사람 생태계 조성 노력중 건축가 유현준은 강남 테헤란로는 성공적인 거리이기는 하지만 명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앞, 강남대로와 비교해 왜 걷기 싫은 거리인지 이유를 조사했다. 핵심은 테헤란로로 대표되는 강남의 블록이 걸어다니기 위한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도시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세계의 수도 뉴욕의 블록이 가로 250m, 세로 70m 정도인데 비해 강남의 블록은 가로·세로 600m로 만들어져 있다. 사람이 걷는 행위는 시속 4㎞로 이뤄지는 데 반해 강남은 시속 60㎞로 지나도록 거대 블록으로 조성돼 있다. 그래서 단위 거리당 상점의 출입구나 블록의 모퉁이 수가 적다. 100m당 만나는 입구의 수에서 테헤란로는 비교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테헤란로변의 거대 빌딩들은 들어가서 보거나 먹거나 구매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걷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지 않는다. 사람 생태계가 순환돼야 빌딩 도시 테헤란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노주석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비닐봉지로 경비실 에어컨 못쓰게 봉인한 아파트 주민들

    비닐봉지로 경비실 에어컨 못쓰게 봉인한 아파트 주민들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일부 주민들이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을 비닐봉지로 밀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지난 3일 ‘어느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전에 산다는 글쓴이는 “오늘 아침 밀린 택배 찾으러 (경비실에) 갔다가 기겁을 했습니다”라면서 검정색 비닐봉지로 봉인된 벽걸이 에어컨과 계량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글쓴이에 따르면 이 에어컨은 입주민들이 아닌 아파트 도색업체에서 달아준 것이었다. 그는 “아파트 경비하시는 분들 계신 곳이 주차장 가운데라 늘 덥고 추워, 에어컨이 있으면 여름이라도 시원하겠다 싶었다”면서 “에어컨을 사용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알고 보니 이 아파트의 동대표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TV조선은 이 동대표들이 이렇게까지 한 건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일부 동대표가 검은 비닐봉지로 몸통을 가리고, 계량기까지 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TV조선은 전했다. 최근 한 아파트에서는 일부 주민이 ‘수명이 줄어든다’ 등의 황당한 이유를 들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전단을 뿌리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에 또 다른 주민은 반박 전단을 붙이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카타르 단교 사태 핵심은 ‘무슬림형제단’

    카타르 단교 사태 핵심은 ‘무슬림형제단’

    ‘걸프국 왕따’가 된 카타르가 장기화하고 있는 외교 분쟁과 관련해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 4개국이 단교 해제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3개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답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카타르는 주권 침해 요소 등이 있는 4개국 요구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해 이번 카타르 위기가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셰이크 무함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바 아흐마드 알사바 국왕을 만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전달했다. 카타르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약 그들(아랍 4개국)이 카타르가 걸프국가들에 영향을 준 정치·안보 문제가 무엇인지 입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고려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최후통첩하고 자신들의 뜻을 강요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달 5일 단교를 선언했고, 이후 단교 해제 선결 조건으로 13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번 갈등의 평화적 협상을 위해 중립을 자처한 쿠웨이트는 카타르의 답변 시한이 종료되기 직전인 전날 최후통첩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4개국은 48시간을 연장하며 압박했으나 카타르는 물러서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측 간 갈등이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핵심에 ‘무슬림 형제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걸프 아랍국들은 2011년 ‘아랍의 봄’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이 연쇄 붕괴한 뒤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적 대안으로 부상하자 아랍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경계하며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의 보수적 이슬람주의를 결합한 사회 운동이 세속 왕정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타르 국왕은 무슬림형제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 4개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국왕은 1961년부터 카타르에 머물러 온 무슬림형제단의 정신적 지도자 유수프 알카라다위(91)와 친분이 깊었다. 알카라다위는 카타르에 머물면서 교육 사업을 통해 자신의 추종세력을 확대했고, 그의 제자들은 카타르 정부의 요직에 다수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최후통첩 조건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 중단을 겨냥하고 있는 내용이 많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과의 단절과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친(親)무슬림형제단 언론인 알자지라를 비롯해 4개 매체의 폐쇄도 요구받았다. 이날 이집트 당국이 알카라다위의 딸과 사위까지 체포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당국은 이들 부부를 북부 알렉산드리아로 압송해 여러 테러조직과 무슬림형제단 관련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이 전했다. 물론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카타르는 단교에 따른 경제 봉쇄 조치를 서둘러 해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이고 4개국은 카타르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서구 동맹국들의 등을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이 아직은 서로의 입장을 굽혀 양보할 의지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1년 남기고 아쉬움 뒤로…‘3선 불출마’ 관악구청장

    1년 남기고 아쉬움 뒤로…‘3선 불출마’ 관악구청장

    “명예를 상징하는 능소화는 꽃이 시들 때까지 피어 있지 않고 잎이 떨어져요. 아쉽다고 할 때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이 4일 내년 지방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며 돌연 ‘3선 불출마’를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현역 단체장 중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유 구청장이 처음으로,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이어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유 구청장이 예로 든 능소화는 여름에 피며 가장 예쁠 때 시들지 않고 뚝 떨어져 버린다. 조선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 해서 양반꽃이라고도 불렸다. 유 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구청장 3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고 제 인생행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년간 제가 구상했던 사업들은 거의 실행에 옮겼으니 이제 새 사람이 새로운 구상과 철학으로 관악을 이끄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역이 빨리 의사를 밝혀 줘야 차기 구청장 나갈 사람들부터 시의원, 구의원까지 준비할 공간과 계획이 생기고 혼란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구청장 8년이면 오래 한 것이고 할 만한 일도 그만하면 다 했다”면서 “구청장은 내년 임기까지이지만 앞으로 20년 혹은 그 이상 다른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함평 출신인 유 구청장은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신문기자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선 뒤 특유의 입담으로 4년 3개월간 새천년민주당에서 대변인을 지내는 등 최장수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총선에서 네 차례 낙천·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2008년 9월 국회 도서관장(차관급)을 지낸 뒤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관악구에서 2010년 7월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유 구청장은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 도서관 운동 등으로 지역에 ‘지식복지’를 실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내 도서관은 취임 첫해인 2010년 5개에서 3월 현재 43개로 늘었으며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책은 45만권이 넘는다. 인문학 강좌도 대거 제공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비상 걸린 韓 주도 대북정책… 文 ‘뉴베를린 선언’ 수정하나

    靑 “대화 기조 유지… 압박 커질것” ‘북핵 동결 땐 대화’ 원론 담을 듯 이산가족 상봉은 타진 가능성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지금은 안보 위기 상황이고 압박과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할 때이지만 대화 역시 필요하다는 기조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압박과 제재의 강도가 지금보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핵을 동결하면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북한이 단박에 거절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압박 제재가 최고조로 가면 북한도 출구가 필요한 지점이 있을 것이고 한·미가 합의한 방식의 대화가 효력을 발휘할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8일 독일 순방 기간 베를린에서 대북 정책의 장기적 원칙과 비전을 담아 ‘뉴베를린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북핵 동결을 전제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8000만 시장의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한국 경제를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확장해 가는 구상이 이 선언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북한의 도발로 수위를 ‘톤다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뉴베를린 선언’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폐기를 촉구하고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의미다. ICBM 발사가 관련국 간 정보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정부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의 ICBM 배치 성공은 예견된 일인 만큼 이를 경우의 수에 넣어 한·미 간 북핵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독일에서 발표할 메시지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정치, 군사적 문제와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대북 인도 지원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북한 핵 문제와는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교류 정도는 ‘뉴베를린 선언’을 통해 타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끼줍쇼’ 규동형제 놀라게 한 박나래-장도연 ‘19금 춤판’

    ‘한끼줍쇼’ 규동형제 놀라게 한 박나래-장도연 ‘19금 춤판’

    박나래와 장도연이 ‘19금’을 넘나드는 진행으로 ‘한끼줍쇼’ 규동 형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5일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에는 밥동무로 박나래와 장도연이 출연해 광주에서에 ‘한끼’에 나선다. 이날 식사를 함께 할 동네 선정은 ‘한끼줍쇼’ 사상 최초로 복불복으로 진행됐다. 돌림판을 통해 선정된 지역은 바로 호남의 중심지이자 ‘빛의 도시’로 불리는 광주광역시. 그 중에서도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봉선동에서 규동형제와 박나래, 장도연이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갑작스럽지만 들뜬 마음으로 광주에 도착한 네 사람은 가정집 마당에 자라는 야자수 등 곳곳의 이색적인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벨 누르는 시간이 다가오자 박나래, 장도연의 엉뚱한 매력이 빛을 발했다. 박나래는 “미녀 개그우먼 박나래인데요”를 외치며 한 끼에 도전했고 혼신의 19금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박나래의 활약에 자극 받은 장도연 역시 ‘와이춤’을 발사하자 이경규는 “그만해!”라며 호통을 치며 당황했다. 벨 앞에서 펼쳐진 19금 춤판에 규동 형제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박나래와 장도연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한 끼 도전은 5일 수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울산 송정지구 내 프리미엄 돋보이는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 정당 계약 임박

    울산 송정지구 내 프리미엄 돋보이는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 정당 계약 임박

    울산 송정지구에 공급되는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는 송정지구 내 공급되는 마지막 민간 물량으로 수요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을 시작한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는 오픈 전부터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22일 1순위 청약 결과, 84㎡A 타입에서 최고 13.71대1을 기록했고, 전체 평균 경쟁률은 11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전 타입 해당지역 1순위로 조기 마감했다. 분양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를 피한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이면서 마지막 민간 물량 단지로 브랜드 프리미엄과 막차 프리미엄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앞으로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규모는 지하 1층 ~ 지상 최고 25층, 5개동, 420가구이다. 전 가구가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구성되며, 타입별로는 △84㎡A 310가구 △84㎡B 110가구다. 입주는 2019년 9월 예정이며, 7월 4일~6일까지 3일간 정당 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가 자리한 울산송정지구는 산업단지인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와 온산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단지가 가깝게 있다. 또 울산 구도심이 근접해 있어 시티병원, 농수산물 유통센터, 롯데마트, 메가마트, 북구청 등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뛰어난 교통망 역시 단지의 인기요인이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으로 이동이 수월하며, 7번 국도인 산업로와 북부순환도로가 가깝다. 동해남부선 송정역과 오토밸리로가 개통을 앞두고 있어 단지 인근 인프라는 더욱 개선 될 것 예정이다. 특히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의 브랜드가 보여주는 특화설계가 돋보인다. 전 세대는 남향 위주로 배치됐고, 맞통풍 가능한 4BAY 판상형 타입으로 채광과 통풍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주방에는 작은 창이 아닌 통창을 조성해 공원조망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성을 위해 현관창고, 주방팬트리, 안방 대형 드레스룸을 적용해 충분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 견본주택은 울산 남구 번영로에 자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전청사 24시] 외청장 내부승진이든 뭐든 빨리 좀… 내년 사업까지 빈손 우려

    [대전청사 24시] 외청장 내부승진이든 뭐든 빨리 좀… 내년 사업까지 빈손 우려

    “청장 인사는 언제쯤 한대요?”, “연말까지 갈 수 있다는 말도 있던데…” “외청장은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정부 외청마다 ‘오리무중’에 빠진 기관장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기존 외청장들 짐 싼 채 대기모드 수개월째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누가’ 임명될지가 화두였지만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자 언제쯤 인사가 이뤄질지 ‘시기’에 대한 관심으로 급선회했다. 간부들은 인사 지연에 따른 혼란과 피로감마저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면서 “선장이 없는데 배가 제대로 가겠는가, 결국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했다. 각 기관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속내는 복잡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외청장들은 이미 5월 말부터 짐을 싼 채 대기 모드로 자리만 지키고 있다. 새 청장이 임명되면 물러날 처지이기에 ‘감 놔라 배 놔라’ 지시할 상황도 아니다. 차장들이 내부를 챙긴다지만 정권이 바뀌면 일부만 승진하고, 대부분 옷을 벗은 전례를 볼 때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4~18일 열리는 임시국회 업무보고를 누가 할 것인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임위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보고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정부조직개편, 기관장 인사 등이 결정되지 못하면서 정부 부처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탄핵 정국으로 인사가 중단된 후 문화재청은 국장 4명 중 2명이 5~6개월간 공석이다. 중앙행정기관 중 유일한 책임운영기관인 특허청도 5월 기관장 임기(2년)가 마무리되면서 차장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관마다 인사 공백 등이 심각하다. 내년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예산 심사, 특히 7월부터 시작될 주요 사업에 대한 2~3차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허둥대는 양상이다. 한 관계자는 “정책을 추진할 사람이 없는 데다 핵심사업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5월에 출범한 정부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감안할때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인식도 안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언제 기관장 인사가 이뤄질지 모르다 보니 국·과장 등 간부들은 여름휴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 조기 조직 안정 효과… 내부 승진설 힘받아 이런 가운데 외청장 내부 승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면서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청 고위 간부는 “차장은 정치적으로 무관한 내부 전문가로서 능력이 검증됐다”면서 “업무보고와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나태주의 풀꽃 편지] 풀꽃문학관의 손님

    [나태주의 풀꽃 편지] 풀꽃문학관의 손님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이다. 특별한 공휴일이므로 문학관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문화원에 가서 일을 하면서 문학관에 찾아오는 손님을 맞기로 했다. 원장실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11시 조금 넘어 핸드폰이 울렸다. 뜻밖에도 장선숙 교도관이었다. 장선숙 교도관은 서울 성동구치소에 근무하는데 내가 ‘장선숙 교감’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지난해 1월이었던가. 그의 직장으로 문학 강연을 갔던 일이 있었다. 문학 강연 중 가장 힘든 강연은 교도소나 구치소같이 특별한 장소에 있는 청중을 상대하는 강연이다. 말하기도 힘들고 드나드는 절차도 까다로워 마치 내가 수감자가 됐다가 나온 양 힘들다. 하지만 그날의 강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그 뒤로 장선숙씨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됐다. 솔선수범과 봉사정신이 특출해 지지난해에 교정대상을 받아 교감으로 특진했다고 한다. 우뚝하고 잘생겼다는 느낌이 강한 여성이다. 그 장선숙씨가 문학관에 왔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왔다는 것이다. 서둘러 문학관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올라서니 저만큼 문학관 잔디밭에 누군가가 보인다. 장선숙씨겠지. 그런데 구부정하게 엎드려 무언가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을 하는 걸까? 서둘러 문학관에 도착하니 장선숙씨는 맞는데 그의 한 손에 들려 있는 것이 궁금했다. 문학관의 꽃이나 풀은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나의 운영 방책이다. 더러는 남겨 두는 풀도 있고 일부러 뽑아 주는 꽃도 있기 때문이다. 장 선생, 손에 들고 있는 게 뭡니까? 아, 이거요. 잡초예요. 선생님 뽑기 힘드실까 봐 대신 뽑았어요. 과연 그의 손에는 풀이 가득 들려 있었다. 장 선생, 그 풀들 좀 보여 줘요. 장선숙씨 손에서 나온 풀 가운데는 봄맞이꽃이란 이름의 풀도 있었다. 그 풀은 이른 봄에 새하얀 꽃을 피워 내년 봄에 다시 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뽑지 않고 기르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풀을 장선숙씨가 뽑아 버린 것이다. 아이, 그걸 뽑으면 어떻게 해요. 내년에 보려고 기르던 건데. 그럼 어떻게 하지요? 괜찮아요. 다시 심으면 되니까. 우리는 매화나무 아래로 가 방금 뽑은 풀을 다시 심었다. 봄맞이꽃을 심고 돌아서니 그 자리에 손님이 사 가지고 온 화분이 있었다. 화분의 꽃은 수국. 분홍빛 예쁜 수국이었다. 내가 수국을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는 다시 풀밭으로 가 수국을 심었다. 수국을 심고 방으로 들어와 장선숙씨의 성장기를 들었다. 이야기는 길고 길었다. 고향이 전남 비금도라는 섬이라는 것. 집안이 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직장에 들어왔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 선생님으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 지금도 그 여선생님이 인생의 멘토라는 것. 누구의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듯 장선숙씨의 인생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씩씩하게 살자고, 아직도 세상은 희망이 있고 이루어야 할 꿈이 남았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공주의 한 음식점에 들어가 7000원짜리 김치찌개로 점심을 나눴다. 사흘쯤 지났을까. 집으로 소금 두 포대가 배달돼 왔다. 발신지는 비금도. 비금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발신자인 장미희씨는 도통 모르겠는 이름이다. 누굴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바로 장선숙씨의 언니 되는 분이었다. 동생한테 대접을 잘 해 줘서 고마워서 부쳤노란다. 7000원짜리 김치찌개 한 그릇이 무슨 대단한 대접이란 말인가. 혹시 비금도에 올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을 달란다. 동생 대신 자기가 대접을 하겠단다. 이건 참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비금도.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남해의 섬. 그곳에 이렇게 고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비금도란 섬이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고 정다워진 느낌이다. 그러하다. 이제 비금도는 나에게 그리운 곳이고 그리운 사람이 사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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