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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말 한마디에 빚 짊어진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말 한마디에 빚 짊어진다/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빨갱이 만세~.” 6·25 전쟁 때 어느 산골 마을에서 벌어졌다는 ‘웃픈’ 장면이다. 집으로 들이닥친 북한군 앞에서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도 일가는 총탄에 몰살을 당했다. 도대체 무슨 죄일까. 따지고 보면 알 만하다. 60여년 전에도 ‘빨갱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던 최악(?)의 명사였다. 그렇다. 아무리 만세를 삼창한들 환영한다는 뜻을 거스르고도 남는다. 두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른 이들에게 몹쓸 해코지를 가한 편협함은 별개 문제다.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글은 그 버금이다. 말은 정신과 흔적 사이의 소통에서 징검다리 노릇을 한다. 예로부터 얼, 말, 글을 강조했던 까닭이 아닐까. 말과 글은 얼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앞뒤를 견줬을 때 참뜻은 곧바로 드러난다. 어떻게 풀이하느냐에서 품격을 엿볼 수 있다. 듣는 입장이든 뱉는 입장이든 지위에 걸맞아야 한다. 결코 지위를 떠받들자는 게 아니다. 누군가 최근 ‘잠이 보약’이란 비유로 말썽을 빚었다. “잠을 못 이루면 의사를 통해 수면 유도를 해서라도 맑은 정신으로 지혜롭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권유에 그는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테는 잠이 최고인 것 같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언론들은 “잠이 보약”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깨에 짊어진 이슈로 보나 책임감으로 보나 그렇다. 이에 내놓은 변론이 걸작이다. “전체 대화 내용을 보면 보약이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잠이 보약’이란 표현과 과연 무엇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맥락을 헛짚으니 결국 중대사를 그르치고 만다. 언젠가 한 취재원이 도마에 올랐다. 광역의회 상임위원장이었다. 고교생 입시학원 심야 교습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였다.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데는 꽤 동의를 얻던 문제였다. 그런데 말 한마디가 무덤을 팠다. 가뜩이나 초·중·고교 교육 현장이 과열경쟁 체제인데 더 부추긴다는 집단 공격을 받은 터였다. 그는 “공부하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맞받아쳤다. 당초 꺼냈던 정책 제안은 금세 묻히고 말았다. 사실이라고 함부로 밝혀선 매우 곤란하다는 교훈을 남긴 게 소득의 전부다. 그렇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당사자뿐 아니다. 그것으로 그친다면 도리어 불행 중 다행이다. 피할 수 있었던 격론으로 허비한 시간은 사회에, 숱한 국민들에게 셈할 수 없는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크든 작든 리더라면 한마디 말에는 ‘보통 사람’과 견주기 힘든 무게가 실렸다. 거꾸로 ‘보통 사람’의 말엔 관대해야 옳다. 지나간 일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잘못 내뱉은 말을 돌이킬 길은 없다. 그러나 때로는 곱씹어야 한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일종의 ‘실패학’ 공부다. 위기 속에서 한층 필요하다. 어제를 기억하지 않으면 내일을 만날 수 없는 법이다. 오늘의 불행은 언젠가 저지른 잘못의 보복이다. 진리다. 진실을 따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책임이 무거울수록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누군가는 외친다. 발을 내딛기 전에 무엇을 밟게 되는지 잠시라도 생각하자고. 엊그제 한 후배의 말은 아프게 다가왔다. “대통령 하면 재미있겠죠?” onekor@seoul.co.kr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3만’에 흔들리는 뿌리 얕은 나무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3만’에 흔들리는 뿌리 얕은 나무

    뉴 리치 뉴 하이라 하면 자동적으로 올드 리치 올드 하이를 생각한다. 뉴(new)가 있어 올드(old)가 있고, 올드가 있어 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뉴와 올드는 역사에서 과거와 현재처럼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오는 순차(順次) 관계가 아니라 나란히 존재하고 나란히 서는 병존(竝存) 병렬(竝列)하는 관계다. 시차가 있다 해도 뉴 있는 곳에 올드가 있고 올드 있는 곳에 뉴가 있다. 그래서 뉴와 올드는 서로 대비(對比)되고, 서로 차별화된다. 뉴와 올드의 구분 시점은 대개 할아버지 대(代)다. 아버지가 어떻게 크나큰 부(富)의 성(城)을 쌓고, 높으나 높은 지위의 탑(塔)에 오르는지 아들은 아버지를 보아서 잘 안다. 물론 아들인 내 대(代)에 와서 그 부와 지위에 이르렀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그 위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그 성과 탑에 이르렀는지는 지금의 나는 알 수가 없다.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드는 누대(代)라 하고 뉴는 당대(當代)라 한다. 주목할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공통적으로 누대 상층인 올드는 높이고 당대 상층인 뉴는 낮춰 보는 것이다. 올드는 자기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선대로부터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려받아 부도 쌓고 지위도 올라간 것이다. 반대로 뉴는 자기의 피와 땀과 노력과 그리고 출중한 능력에 의해서 리치(rich)도 되고 하이(high)도 된 것이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서도 금수저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이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올리고 낮추는 것은 정반대인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 상식으로는, 특히 한국 사람들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명칭부터 서양 사람들은 뉴 리치 뉴 하이를 업스타트(upstart)라고 한다. 업스타트는 아주 낮은 지위나 낮은 계급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높은 지위에 이른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말로 벼락부자, 벼락출세아고, 거기에 건방진 놈 어정뱅이라는 함의(含意)도 있다. 요사이 전문기술 혹은 첨단지식으로 만들어진 기업, 스타트업(startup)도 그런 폄하가 있고, 모험적이며 그래서 위험도도 높은 벤처 비즈니스(venture business)도 비슷한 비하가 있다. 우리도 뉴 리치와 뉴 하이, 이 당대 상층을 졸부며 졸귀라고 부른다. 이 졸부(猝富) 졸귀(猝貴)의 졸(猝)자는 치졸하다는 졸(拙)이 아니고 업스타트처럼 ‘갑자기’라는 의미의 졸이다. 그것도 졸(卒)자 옆에 개견(犬)자가 붙어 있듯이 개(犬)가 갑자기 나타나듯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별안간 나타났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순수 우리말로는 뉴 리치 졸부는 ‘벼락부자’이고 뉴 하이 졸귀는 ‘벼락감투’다, 우리는 보통 어제 그제 부자 되고 높이 된 사람들로 생각하지만, 그 기간은 짧게는 어제 그제이고, 길게는 2세대, 30년에서 60년이라는 세월이 그사이에 있다. 이 졸부 졸귀는 동양에서는 공자시대 이래 써오던 말이다. 졸부귀불상(猝富貴不詳)이라는 경구가 바로 그것이다. 졸부 졸귀는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상서(祥瑞)롭지도 않고, 길(吉)하지도 않다는 뜻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래로 즐겨 써오던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것도 졸부 졸귀의 형태로 본다. 곤궁하기 그지없던 사람이 과거에 합격해서 혹은 갑자기 출세해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정작으로 놀라고 부러워하는 사람은 자기와 다름없이 미천했던 범부(凡夫)나 우매한 부녀자들이라는 것이다. 동서양이 왜 이렇게 뉴 리치 뉴 하이를 그들의 노력 그들의 능력에 상관없이 다 같이 낮춰 보느냐. 거기에는 ‘뿌리 깊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린다’는 경험론이 동서 공히 작용해서다. 적어도 3대 이상 더 나아가 수수백년의 세월을 견디어 땅속 깊이 내린 뿌리여야 진액을 빨아 올릴 수 있고, 그때 어떤 태풍에도 견뎌낼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나무들은 대개 서구 노()대국들이나 미국, 일본에 있다. 독립한 지 이제 겨우 2세대, 기껏해야 2세대 반 정도의 신생국들은 그런 뿌리 깊은 나무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뉴 리치 뉴 하이가 모든 신생국들의 공통 현상이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 올드 리치 올드 하이는 3장(長)이 있고, 뉴 리치 뉴 하이는 3만(慢)이 있다고 말한다. 기막힌 비유며 기막힌 차별화다. 올드의 3장은 지혜(wisdom)와 자제(temperance)와 용기(courage)라는 세 장점이다. 한 가문이든 기업이든 지혜는 세대를 거듭해야만 축적된다. 이런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고, 저런 딜레마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의 지혜는 세월을 견디어 온 만큼 쌓인다. 그 쌓인 지혜가 바로 현재 상황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고 해답이 된다. 욕망이며 감정은 쉽게 억제되지 않는다. 많이 가진 자의 욕망은 적게 가진 자의 욕망과 크기가 다르고 무게가 다르다. 감정의 분출도 욕망의 크기만큼 세차다. 그 세참이 만들어 내는 타자 상처의 면적과 깊이는 가난한 자 지위가 낮은 자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고를 한번 저지르면 십년 적공(積功)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새에 무(無)로 돌아간다. 욕망을 억제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자제(自制)가 신조(信條)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제한 것만큼 오래갈 수 있고 오래가는 것만큼 자제력도 몸에 밴다. 올드는 그 자제의 상징이다. 그냥 늙은 것이 아니라 ‘자제’함으로써 늙은 것이다. 그래서 올드가 ‘올드’ 되는 것이다. 뉴가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올드들의 용기(勇氣)다. 서부 영화를 보면 저렇게 목숨을 내거는 용기가 어디서 나올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영화라서 그렇거니 하지만 올드들의 용기는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실제에서 그러하다. 그 용기는 불의(不義)를 외면하지 않는 것.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 거기에 생명을 거는 위험이 따라도 생명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국가와 공동체의 안위(安危)가 걸리는 것에는 예외가 없다. 지난 수백년간 서구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앞장서 싸우다 가장 많이 죽은 사람들이 바로 이들 ‘올드’들이다. 그래서 헤일 수 없이 많이 선 동상(銅像)들의 나라가 그들 나라인 것이다. 뉴들의 3만은 자만(自慢)과 교만(驕慢)과 오만(傲慢)이다. 이 3개의 어휘 뒤에 붙은 만(慢)이라는 한자의 자전적 의미는 거야(倨也)며 방자(放姿)로 풀이한다. 거야는 거만한 것이고, 방자는 조심함, 삼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즐겨 쓰는 낭만(慢)의 만(慢)은 이 한자 자전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일본 사람들이 프랑스어 로망(roman)을 처음 표기할 때 한자 글자로 낭만(慢)이 일본 발음으로는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3만의 자만은 스스로 뽐내고 자랑하는 것이고, 교만은 버릇없고 잘난 체하는 것이고, 오만은 남을 업신여기고 예의가 없는 것이다. 올드들의 3장을 한마디로 겸손(謙遜)이라 한다면 이 뉴들의 3만은 거만(倨慢)이다. 겸손과 거만-올드들의 3장에 비하면 뉴들의 3만은 모두 단점이고 그것도 치명적 단점이다. 이런 단점들을 지탄하고 비하하는 것은 차치하고, 그 이전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가 의심된다. 옛날에도 3만필망(三慢必亡)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3만 가진 사람치고 망하지 않는 사람 없다는 말이다. 그래 아니라도 뉴들은 올드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정치며 다른 사회 경제구조 속에 산다. 그들이 날마다 치르는 경쟁은 가열(苛烈)함을 넘어 사생(死生)을 넘나든다. 불공정시비가 그칠 날이 없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태에서, 또 예측불허의 기상예보를 들으며 폭풍우 치는 험난한 바다를 넘어가야 한다. 그사이 나도 모르게 내 작은 성공을 과시하고 과신하는 3만이 내 안에 솟아났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3만은 3장에 이르는 통과의례(passage rites)일 수도 있다. 설혹 그렇다 해도 뉴들은 올드들의 그 3장을 끊임없이 체득해 가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세상의 법칙엔 변함이 없다. 올드들의 금수저는 그냥 금수저가 아니라 희생이라는 뿌린 씨앗의 대가다. 그 3장의 덕(德)이 오늘날 너무 큰 득(得)이 된 세상의 원리를 뉴들은 습(習)해야 한다. 연세대 명예교수
  • 朴특검 “주권자인 국민 요구 따라… 지위고하 막론하고 수사”

    국민적 분노에 부응 의지 천명 “檢 도움받아 자료 이첩받겠다” 기존 수사 최소화… 뇌물죄 집중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른 수사다.” 30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관련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특검제 자체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제도지만 이번만큼은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2012년 내곡동 특검 등 현직 대통령 비위를 대상으로 한 특검 수사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통령에 대한 헌법상 불소추권의 벽에 막혀 압수수색이나 대면조사 등 정상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박 특검이 ‘국민 주권 명령’을 언급한 것은 헌법상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의 권한으로 박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사 원칙에 대해 “수사 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의도로 읽힌다. 기존 검찰 수사에 대해선 “검찰과 우리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도와 가면서 자료 이첩 등 성실히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나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범 관계라는 기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최소화하고, 대신 제3자 뇌물죄 적용 등 검찰이 매듭짓지 못한 과제들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또 그동안 수사를 진행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상당수 검사·수사관을 특검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여론에 대해서는 “예단을 갖고 수사하는 건 수사관답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수사 초반 대면조사에 대해서는 “진척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죄 등 사건 실체에 걸맞은 혐의 적용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면서 “초반에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출석 여부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은 줄인 채 신속히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향후 특검 수사는 특검보 및 특별수사관 선발, 파견 검사 차출, 사무실 임대 등 최대 20일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본격 가동된다. 이후 70일간 수사한 뒤 박 대통령의 거부가 없다면 30일간 수사를 연장할 수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지검 2차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친 박 특검은 검찰 내 대표적인 강력통·특수통으로 손꼽힌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미래 무인자동차 산업과 글로벌 시장 전략/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열린세상] 미래 무인자동차 산업과 글로벌 시장 전략/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최근 삼성의 하만의 인수합병(M&A)은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먼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인수합병이라는 점과 나아가 그 분야가 무인자동차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동차전장(부품) 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분야와 텔레매틱스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다. 또한 이번 합병은 일반 국민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역삼각합병’의 형태여서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 합병은 주로 브랜드 가치가 높거나 혁신 지식재산 보유 기업의 경우 이를 유지하기 위한 합병 형태이다. 물론 이번 합병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 또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간 글로벌 합병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국내 기업 풍토하에서 이번 합병은 적어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는 있다. 특히 혁신 기술을 습득하고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성한다는 등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래 무인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가히 혁신적이다.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리게 되면 자동차의 개념이 기존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즉 무인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가 부동산, 사무실, 집, 컴퓨터, 움직이는 가상세계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향후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인포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용어도 창출됐고 나아가 원거리, 계측장치 및 전자 등을 융합한 텔레매틱스라는 신조어도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무인자동차가 이들 미래 유망산업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구심점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즉 무인자동차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지위를 점할 뿐만 아니라 인포테인먼트나 텔레매틱스 등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에서도 무인자동차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분야의 특성상 혁신 기술의 개발 또는 선점이야말로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번 빅딜을 통해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자체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해 이미 검증받은 기술을 취득하는 새로운 전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빅딜이 국내 기업 문화에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산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국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미래 무인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자동차 개념이 아닌 현실세계 공간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기동력을 가진 컴퓨터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무인자동차 산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새롭게 미래 방향성과 시각을 재정립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휴대전화에 이어 미래에 가장 유망한 분야가 자동차 관련 산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분야는 좀더 도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이고 기술집약적이며 특히 지식재산 친화적인 면이 있어서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의 멋진 활약상이 기대된다. 따라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추어 혁신 기술 개발 및 세계화 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이나 지식재산벤처 기업 역시 좀더 공격적으로 도전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개별 기업 측면에서도 글로벌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 기술 개발의 선점에서도 전통적인 방안보다는 좀더 혁신적으로 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오픈 이노베이션 또는 글로벌 인수합병 등이 좋은 예가 된다. 글로벌 합병 전략 등은 혁신 기술 습득뿐만 아니라 부가해 글로벌 네트워크 또는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시의회 김창원의원 “시 직영병원 홍보-마케팅 경쟁력 미약”

    서울시의회 김창원의원 “시 직영병원 홍보-마케팅 경쟁력 미약”

    서울시 직영 병원들의 안이한 경영 마인드가 질타를 받았다. 서울시의회 김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도봉3)은 11월 2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마케팅 및 홍보에 서울시 직영 병원들이 소홀함을 지적하고 시대에 발맞춰 갈 것을 당부했다. 직영병원들이 지적받은 항목은 홍보와 관련된 비용이다. 어린이병원은 소식지 발행 및 홍보 리플렛을 제작하는 데 2014년 341만원, 2015년 523만원, 2016년 589만원을 집행했다. 은평병원은 유관기관 및 원내에 배포하는 소식지 및 연보 발간 등에 2013년 685만원, 2014년 875만원, 2015년 364만원, 2016년 154만원을 집행했다. 서북병원도 소식지, 리플렛 등 제작 비용으로 2013년 451만원, 2014년 411만원, 2015년 458만원의 홍보비를 집행했다. 이는 병원 전체 예산의 0.02%~0.04% 수준이다. 김창원 의원은 “홍보 효과의 유무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지만, 홍보 자체를 등한시 하는 것은 각 병원들의 경영 개선에 대한 노력 부족”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병원들도 다각도로 홍보에 노력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공공성을 내세워 경영의 기본인 마케팅에 소홀한 것은 ‘경영 마인드 부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메르스와 같은 재난 발생 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언제까지 안이하게 ‘공공의료서비스’ 당위성만 갖고 나아갈 수 있겠느냐. 특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의원은 나아가 안이한 운영과 관련,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직영병원들이 세입, 세출도 맞출 수 없는 조직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말하며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로 가게 된다면 한 기관으로서 독립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고, 전체적인 경영 상황이 투명하게 파악될 수 있으며, 발전의 여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창원 의원은 “홍보 한 측면만 보더라도 관료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직영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태반주사 8개월간 150개 구입…감초·마늘주사도 구입”

    “청와대, 태반주사 8개월간 150개 구입…감초·마늘주사도 구입”

    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로부터 최근 2년여간 태반주사·감초주사·마늘주사 등 2000여만원어치의 약품을 사들였다고 문화일보가 22일 보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종류의 녹십자 의약품을 31차례에 걸쳐 구매했다. 구입처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이었고 가격은 총 2026만 9000원이었다. 녹십자 의료재단은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을 운영하는데, 병원장이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의사다. 김상만 원장은 2014년 2월 차움에서 퇴사하고 다음달 녹십자아이메드로 옮겼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최순득 자매에게 대리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들인 약품 중에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잔주름 개선·피로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이넥주를 2015년 4·11·12월 등 3차례에 걸쳐 50개씩(개당 2㎖) 모두 150개(74만 2500원) 사들였다. 만성 간질환이나 만성피로 환자 해독제 등으로 쓰이는 히시파겐씨주는 2015년 4월과 2016년 6월 각 50개씩(개당 20㎖) 모두 100개(35만 6400원) 구입했다. 노화방지·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에 총 50개(개당 10㎖) 27만 5000원어치를 샀다. 보도에 따르면 태반주사는 동네 의원에서조차 초기 일주일에 2~3회씩 맞아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구매 수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 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문화일보는 김상만 원장과 박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현재 주치의인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등에게 처방 여부를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경쟁으로 납품을 했다”면서 “구매한 녹십자 약품의 80%는 독감 예방접종용이며, 경호원을 비롯한 직원들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최순실 모녀 교육농단’ 책임자들 엄벌해야

    교육부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입학을 취소하라고 이화여대에 요구했다. 정씨의 이대 특혜 입학 의혹에 따른 교육부의 특별 감사 결과다. 교육부는 최씨 모녀와 입학 특혜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최경희 전 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특혜를 직접 제공한 교수들은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교육부의 감사 결과는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던 의혹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정씨는 원서 마감일 이후 획득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면접평가에 반영돼 최종 합격했다. 정씨를 챙겨 주려고 이대 교수들은 다른 경쟁 학생들의 면접 점수를 깎았다. 3학기 동안 8개 과목 수업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했다. 정씨를 대신해 교수가 직접 자료를 챙겨서 보고서까지 만들어 줬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최씨가 대학의 학사를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얘기다. 비선 실세의 입김이 아무리 셌기로서니 명문 사학이 이 정도로 한심하게 휘둘렸나 싶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특정 감사 결과에서도 정씨의 청담고교 재학 과정은 특혜의 연속이었다. 고교 3학년 때 수업일수 193일 중 고작 17일만 출석하고도 졸업장을 받았다. 정씨의 이대 입학 취소는 두 말 필요 없이 당연한 조치다. 학교 관계자들이 중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작 억울한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교육 농단에 영문도 모르고 정씨와의 면접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 총장과 교수들이 실세 권력과 결탁했다는 의혹 속에 위상이 추락한 학교에 다녀야 하는 재학생들이다. 권력에 엎드려 불의에 눈감은 교사, 교수들의 모습에 젊은이들이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안쓰러울 뿐이다. 그제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의 좌절감도 걱정이다. “돈도 실력이니 부모를 원망하라”는 정씨의 페이스북 글에 우리가 과연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부정부패가 곪아 터진 뒤에야 뒷북 감사한 교육부는 그래서 백배 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교육 현장을 농락한 권력놀음을 감지조차 못했다면 무능하고 수치스런 일이다. 정씨의 이대 입학 취소 정도로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은 권력과 결탁해 가장 엄정해야 할 학사를 주무른 학교 안팎의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 단죄해야만 이번 사태를 교육 반칙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 ‘엘시티’는 박근혜 대통령의 꽃놀이패?…엘시티 총정리

    ‘엘시티’는 박근혜 대통령의 꽃놀이패?…엘시티 총정리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되며 검찰의 ‘대면 수사’ 대상에 오르고도 버티기에 들어간 박 대통령의 발언에 당장 야권은 물론 검찰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박 대통령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대상은 자신이 아닌, 부산지검에서 수사 중인 ‘엘시티’(LCT) 이영복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연루자들을 의미한다.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국민 단 5%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벼랑 끝 박 대통령이 ‘엘시티’를 반격의 카드로 꺼낸 배경과 함께 최순실에 가렸던 엘시티 의혹 전반을 정리했다. ● 9~10월 “이영복, 친박·여권실세 로비” 첩보가 돌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 검찰과 경찰은 물론 일부 언론사의 관심사는 서울이 아닌 부산을 향해 있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수사 중이던 엘시티 시행사 청안건설 이영복(66·구속)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을 지난달 24일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면서다. 검찰이 수사팀 확대를 결정하기 전 검찰과 경찰 등에서는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권을 위해 부산 지역 정치인은 물론 주요 공공기관 고위직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첩보가 돌기 시작했다. 첩보 내용에는 친박계(친 박근혜 계열) 국회의원 출신 지방자치단체장과 비박계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 등의 이름도 포함됐다. 이런 상황 속에 이번 수사의 키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 출신으로 대형 로비 수사 경험이 많은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특수1부장을 연달아 지내고 부산지검으로 온 임관혁 부장검사가 이끄는 ‘특별수사부’가 쥐게 되면서 부산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 도피한 이영복, 3개월 잠적 끝에 돌연 자수하다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 회장은 우선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엘시티 인허가권 승인을 위해 부산지역 정·관계에 고루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이 회장은 부산 동부지청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 8월 8일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이 회장의 잠적으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고, 야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검찰을 향해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이니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쏟아냈다. 이 사건은 이어 지난달 29일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폭로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해당 방송에서 한 제보자는 “그 땅(엘시티 부지)은 누구에게 아파트를 짓는다고 주면 안 되는 땅이다. 그런데 갑자기 법을 바꿔버리고, 모든 행위를 보면 다 합법이 돼 있더라”면서 “허가 난 과정들이 ‘설마 되겠나’했던 것들인데 진짜 해냈다. 오죽하면 대통령 백이란 소문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사팀의 규모 확대와 맞물려 자신에 대한 의혹도 불어나자 이 회장은 지난 10일 돌연 검찰에 자수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선 8일 가족과 지인의 설득 끝에 변호사를 통해 자수서를 냈고, 10일 저녁 이 회장과 가족, 지인 등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부산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후 8시쯤 천안 부근에서 이 회장이 “못 가겠다”며 자수 의사를 번복하면서 차량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가족들은 이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고, 이 회장은 결국 이날 오후 9시 10분쯤 서울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 고도제한 7배 411m의 초호화 주상복합 엘시티…특혜 범벅 사업비 2조 7000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엘시티 사업은 부산 금싸라기 땅으로 통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낀 6만 5394㎡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동(411m)과 85층 주거 타워 2개 동(331m, 339m)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6성급 레지던스 호텔과 관광호텔, 워터파크 등 각종 사업 시설이 해운대 백사장을 끼고 있다. 주거 타운은 882가구이며 전용면적 144~244㎡로 평균 분양가가 3.3㎡당 2700만원이다. 펜트하우스 2채는 3.3㎡당 7200만원으로 지난해 분양에서 평균 17.8 대 1, 최고경쟁률 68.5 대 1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엘시티 특혜 의혹의 핵심은 잦은 도시계획변경과 주거시설 허용 등 사업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면제와 교통영향평가 부실 등이다. 우선 당초 5만 10㎡였던 엘시티 터가 6만 5934㎡로 31.8% 늘었고, 해안 쪽 땅 52%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중심지 미관지구였지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로 풀렸다.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물 높이를 60m로 묶어둔 해안경관개선지침도 엘시티 앞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환경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영향평가도 단 한 번 개최해 심의를 통과했다. 또 오피스텔과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은 불허한다는 방침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엘시티 측의 요구에 ‘허가’로 변경됐다. 여기에 부산시는 온천사거리∼미포 6거리 도로(614m) 폭을 15m에서 20m로 넓히는 공사를, 해운대구는 달맞이길 62번길(125m) 도로 폭을 12m에서 20m로 넓혀주는 공사까지 해주기로 했다. 부산도시공사도 엘시티 터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시행사 측에 매각했고, 이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는 청안건설을 주관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국내외 건설업체가 손을 뗄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갑자기 ‘책임 준공’을 전제로 시공사로 등장한 배경에도 ‘윗선의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군인공제회와 부산은행이 엘시티 측에 수천억원대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 엘시티에도 드리운 ‘비선실세’ 최순실의 그림자…계모임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이나 특별수사본부가 아닌 부산지검이 수사 중인 이 사건이 ‘전국구’ 사건이 된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도 등장한다. 이 회장은 최순실씨와 최씨의 언니 최순득(64)씨와 함께 ‘청담동 계모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계모임 운영자(계주) 김모씨와 총무역 이모씨는 “가입한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 세 명이 우리 계모임의 계원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앞서 이 계모임은 최순실씨에게 각종 민원·청탁을 하는 창구로 활용됐고 이 회장도 계원이라서 엘시티 사업 민원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이 계모임은 35년 전 처음 시작됐다. 강남 일대의 건물주, 개인사업가, 원로 배우 등 평균 15~25명이 참여했다. 초창기엔 일정액을 내고 순번이 돌아오면 한 번에 1000만원씩 타 갔다. 지금은 규모가 더 커졌다. 매달 400만원씩을 걷어 한 번에 타는 곗돈이 1억원에 달한다. 최씨 자매의 한 최측근 인사는 “최순실씨가 평소 이 계모임에 대해 ‘라인(구성원)이 참 좋은 계모임’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1년 계모임에 가입했다. 엘시티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나와 자금 확보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씨는 “시기적으로는 이영복 회장, 최순실씨, 최순득씨 순으로 계모임에 가입했다”며 “최순실씨는 2013년 예전 계원으로 활동하던 분을 통해 먼저 계모임에 들어왔고, 2년 뒤 언니 최순득씨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까지 알려지자 검찰은 이날 오전 계주 김씨의 서울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 회장이 엘시티 시행사 유치와 1조 7800억원 짜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으려고 같은 친목계원인 최순실씨에게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 정·관계 인사 누가 떨고 있나?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박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당부까지 나오면서 이번 의혹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정관계 인사는 6~7명으로 대부분 엘시티 인허가 단계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서병수 현 부산시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엘시티 관련 로비 인사로 거론됐다. 허 전 시장은 엘시티 인허가 당시 부산시장을 지냈다. 우선은 서병수 시장이 소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 시장의 최측근 정기룡(59) 경제특보가 엘시티 사업 초기 자산관리와 인허가 담당 사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 경제특보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엘시티 총괄 프로젝트매니저를 지냈고, 2013년 5월까지 엘시티AMC 사장을, 2014년 9월까지 엘시티 고문을 지냈다. 당시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가 이뤄지면서 서 시장이 관련됐는지 의심받고 있다. 두 전·현 부산시장 외에도 부산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검찰에서는 친박과 비박을 막론하고 여당의 힘이 사실상 붕괴된 현 시점이야말로 부패한 정치인을 처벌하는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도를 회복할 기회라는 기류가 감돌고 있다. ● 박 대통령이 ‘엘시티’ 언급하자 ‘박사모’가 문재인 공작 나서다 이렇듯 현재까지 검찰 수사 안팎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엘시티 연루 정치인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이다. 그런데 사면초가에 몰린 박 대통령이 돌연 ‘엘시티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당장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대통령의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더민주와 함께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 이는 박 대통령과 더민주, 국민의당 나름대로 처한 정치적 셈법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먼저 박 대통령의 관점이다. 박 대통령은 당장 ‘질서있는 퇴진’과 ‘탄핵’ 혹은 거센 민심의 반발에도 버티기라는 세 가지 기로에 놓여 있다. 우군이었던 새누리당은 이미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섰고,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진성 친박’ 외에는 대통령 편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엘시티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자신에게 집중된 이슈를 분산시키고, 야권 인사 연루 의혹까지 제기할 수 있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이날 친박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박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박 대통령을 위한 여론전 ‘총동원’에 나선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조작에 들어갔다. 온라인 박사모 카페에는 박 대통령의 엘시티 수사 당부가 있었던 지난 16일 오후 “엘시티와 문재인으로 함께 검색해서 검색어 순위에 올리자”는 취지의 글이 오르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도 이 회장의 로비 대상에 포함된 것처럼 꾸며 여론을 흔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오후부터 문 전 대표의 이름은 엘시티와 ‘연관 검색어’에 올랐고, 일부 매체는 이를 기사화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1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인터넷상에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작성·게시한 관련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여성발전-인력개발센터 성과 향상 위한 지원 필요”

    서울시의회 김혜련의원 “여성발전-인력개발센터 성과 향상 위한 지원 필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제2선거구)은 11월 15일 제271회 정례회 여성가족정책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기관의 차별화된 사업의 필요성과 일자리의 안정성 평가를 통한 예산지원의 필요에 대하여 지적했다.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인력개발 기관으로서 여성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취업․창업지원 및 복지증진과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하여 “보편적 서비스를 지역마다 균형 있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사업의 추진이 필요하지만 기관별로 차별화된 특화사업이 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중복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도 여성발전센터의 경우 △계약직 55% △일용직 29% △상용직15%로 조사 되었고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상용직 45% △계약직 28% △일용직 25% 순으로 조사되어서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 지속성의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서울시정 4개년 계획 중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더 늘리겠습니다’ 핵심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여성일자리 10만개 창출 및 일자리의 질 개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모두 사업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예산지원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취업률과 같은 평가와 센터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성과 향상을 위해 예산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창원의원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회계-인사관리 방만 운영”

    서울시의회 김창원의원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회계-인사관리 방만 운영”

    서울시의회 김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도봉3)은 11월 11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에 대한 조직개편’을 권고하고 타 기관들에 대해서도 지적받은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전문직업 여성인력을 양성하여 여성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여성의 능력개발 및 건전한 사회참여를 유도하며 △여성복지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지역문화, 교육, 복지증진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2002년부터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으로부터 위탁운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펼치고 있는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서울시 여성인력개발기관 운영 및 평가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 결과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자체적인 업무 수행의 문제점으로 인해 목적 및 사업 내용과 달리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창원 의원이 밝힌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문제점은 ▶수년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조직 및 회계 관리의 부실함 ▶협력업체도움 미비 ▶타 재단에 비해 경미한 직원 징계 등이다. 김창원 의원은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능력개발원은 인사 규정 위반자에 대한 조치를 경미하게 하고 매년 조직, 회계와 관련된 사항을 지적받는데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등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운영평가에서도 협력업체와의 도움이 미비한 것이 나타나있다.”며 개발원의 사업 내용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 대상인 북부여성발전센터,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역시 다르지 않음을 말했다. 김창원 의원은 “여성 능력 개발 및 고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하도록 했던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관리, 지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조직 개편안을 제시하라”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강력히 권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침팬지, 1인자 곁 ‘호가호위’하는 버금수컷 있다 (연구)

    침팬지, 1인자 곁 ‘호가호위’하는 버금수컷 있다 (연구)

    영향력을 가진 친구와 친하게 지낼수록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 사람뿐만 아니라 침팬지에게도 해당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진은 지난 36년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수컷 침팬지끼리의 사회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한 집단에서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컷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컷의 경우, 우두머리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수컷에 비해 암컷과의 짝짓기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짝짓기 성공률이 높아지면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고, 이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버금수컷(우두머리 바로 아래 지위에 있는 수컷)으로서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두머리 수컷은 평범한 수컷들에 비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지만, 그렇다고 집단 내 암컷들을 모조리 차지하거나 지배하려고 하진 않는다. 전형적으로 침팬지 집단 내에는 상당한 수의 수컷 경쟁자가 있어 왔고, 짝짓기를 흔쾌하게 받아주는 암컷도 있기 때문이다. 버금수컷은 우두머리 수컷의 털 고르기를 돕는 등 하위관계에 있지만, 발정기가 되면 우두머리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쉽게 원하는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가 버금수컷에게 더 많은 짝짓기의 기회를 주는 행동, 즉 짝짓기 할 수 있는 암컷을 독차지하지 않는 행동은 다양한 사회적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집단의 수컷들과 싸워야 할 때, 자신이 짝짓기를 양보해 준 수컷 침팬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조엘 브레이 박사는 “이러한 침팬지의 사회적 특성은 버금수컷으로 하여금 단기간 내에 번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우두머리 수컷에게는 가능한 오래 우두머리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ICAO 이사국 6연임 쾌거의 의미/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기고] ICAO 이사국 6연임 쾌거의 의미/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인 1952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가입함으로써 국제 항공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 뒤 반세기 만인 2001년 이사국에 진출해 일개 회원국 자격을 넘어서는 대도약을 해 냈으며, 지난 10월 4일 다시 이사국 6연임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항공산업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세계 8위의 항공운송 대국이며, 11년 연속 세계 최고 서비스공항상을 받은 인천공항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ICAO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가 계속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탈락하는 등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회원국들의 이견이 많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글로벌시장기반조치(GMBM)에 대한 논의 등 분과위원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해 회원국 대표 1500여명에게 한국의 전통과 미를 선보였고,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는 등 총회 현장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결과는 압도적 승리였다. 투표에 참여한 172개 국가들로부터 총 146표를 얻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득표수로 이사국 6연임에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단 항공 분야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어려운 국가들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모한 우리나라가 항공 분야에서도 191개 회원국들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평가받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우리나라는 115개 개발도상국 항공 전문가 1400여명을 초청해 무상으로 항공기술 교육을 실시했으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ICAO 국제표준 및 권고를 효과적으로 각 회원국의 항공법규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70여개국에 무상으로 배포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이사국 6연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항공운송산업의 질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고 없고 서비스가 최고인 항공사, 환승률 높은 동북아 허브 공항, 안전을 보장하는 항공정비(MRO) 사업자,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감독 시스템 등을 실현해야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현재보다 두 배 많은 항공기가 전 세계 하늘을 날아다니며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열린 하늘’로 대변되는 국제항공산업은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항공(KLM)의 합병처럼 국경조차 사라진 무한경쟁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조종사, 승무원, 엔지니어와 같은 고임금의 매력적인 전문직 일자리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열어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항공운송산업의 국제 경쟁력에 달려 있다. ICAO 6연임 이사국으로서 우리는 항공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우리 젊은이들이 5대양 6대주를 훨훨 날 수 있도록 국적항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항공 전문가들이 다시 한번 지혜와 역량을 모아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 계급·불평등 사회, 결혼? 못하고 나 혼자 산다

    계급·불평등 사회, 결혼? 못하고 나 혼자 산다

    결혼시장/준 카르본·나오미 칸 지음/김하현 옮김/시대의창/428쪽/1만 8500원 갈수록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율은 낮아진다. 그런가 하면 동거와 이혼이 점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둘러싼 논란도 분분하다. 한쪽에선 도덕관념의 쇠퇴와 피임기술 발달의 결과라 말한다. 반대쪽에선 성 해방과 여권 신장에 따른 긍정적 귀결로 여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세태도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크게 갈린다. 미국 미네소타대 법과대학 학과장과 조지워싱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경제적 불평등을 결혼 세태 변화와 차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부분은 결혼 세태 역시 다른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결혼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교육 수준에 따라 기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오르내리는지를 풀어낸다. 그 풀어내기의 바탕에 소득에 따라 나뉘는 사회집단, 즉 계급과 불평등을 놓고 있다.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바뀌었고, 어려서부터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상위 계급은 자신의 계급을 더욱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근면하게 일하는 노동자 계급을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하던 계급 사다리는 아예 사라졌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은 사회적 성취 욕구와 비례한다고 여긴다.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늦추거나 등한시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태는 그런 관측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엘리트 여성이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집단이다. 거꾸로 가장 가난한 빈곤 집단에선 결혼하지 않는 추세가 강하고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면 곧바로 배우자를 찾아 나서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갈수록 심화된 불평등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 천장’ 탓에 여성은 중간에 밀집하지만 남성은 같은 성별 내 계급 간 격차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대99’의 사회에서 상위 1%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관측된다. 최상층 남성은 예전보다 소득이 늘어났다. 그에 비해 중간 관리자 남성과 숙련된 블루칼라 남성은 경제 불황으로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중산층 신화’를 누리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저자들은 이 대목에서 남녀 결혼관의 차이가 현격해졌음을 설명한다. 상층 남성들 사이에선 계급 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최상층의 여성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심화한다. 예전처럼 자신의 비서와 결혼하지 않는 경향이 도드라진 예다. 이에 비해 배우자 선택의 여건이 좋아진 상층 여성은 괜찮은(?) 상층 남성을 골라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그래서 상층의 집단은 더 결혼과 가정에 충실해진다. 그러나 중하층, 그중에서도 특히 하층 집단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하층 계급으로 내몰린 사람은 늘어나지만 ‘결혼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배우자는 줄어든다. 특히 여성 입장에선 원치 않은 임신을 해도, 집에서 빈둥대는 남자를 남편으로 거두기보다 혼자 애를 낳아 기르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바로 하층 집단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주원인이다. 지금 미국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덜 교육받고 덜 건강하며 덜 부유한 아이들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 전망의 배경에는 어른들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아이들에게 투자되는 자원 사이의 단절이 갈수록 커진다는 우려의 인식이 숨어 있고, 반갑지 않은 일들로 현실화하고 있다. 결혼한 부부의 절반은 이혼하며, 혼외 관계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와 비등해지는 추세다. 책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결혼 시장을 훑었지만 이미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포기한 젊은 세대, 즉 ‘3포 세대’의 유행어가 익숙한 우리의 세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주변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불평등으로 그동안 가족에게 일어난 변화를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는 저자들이 콕 짚은 한마디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이 변화는 다시 더욱 큰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은 그 자체로 파괴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제10회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수상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제10회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수상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황준환 의원(새누리당, 강서3)은 11월 3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제 10회 자랑스러운한국장애인상’ 사회정책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자랑스러운장애인상 위원회가 주관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은 장애인들을 위해 인권화합과 사회기여 및 자립재활 등을 통해 헌신하였거나 노력한 사람들을 발굴,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위해 제정되었다.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위원회는 명예회장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있고,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회장으로 있으면서 최봉실 상임대표와 함께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황준환 의원은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에 소득, 교육, 인권, 문화, 건강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 같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황의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의정활동을 할 당시인 2015년 제264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각 교육지원청의 교육공무직원 중 부족한 장애인 근로자 고용 인원에 대한 대책 강구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장애인 생산제품의 구매와 자활기업 생산제품의 구매율을 높여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도와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현재 고용되어 있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동료․선후배 등 업무 관련자의 관심과 배려로 이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업무지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에 대하여 세심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일반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게 우선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의원은 장애인뉴스가 선정한 ‘이달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서울시의원 초선으로서 서울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 서부지역 광역철도건설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12기 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시 의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운영위원회위원, 서울시교육청 교육복지위원회 위원 등을 맡는 등 시의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재직시 공항고등학교를 마곡지구로 2018년이전 개교를 이끌어 냈으며, 강서구 관내 학교환경개선 예산확보 등 교육환경개선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왔다. 또한 강서구민의 40년 염원인 공항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공청회 예산 확보, 육관문 지역 건축폐기물처리장을 이전하고 생활체육숲공원을 조성하라는 시정 질문을 통하여 용역예산 확보 등 주민숙원사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다각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다. 황의원은 본인이 장애인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국제기아대책 강서구 이사, 사랑의 장기운동본부 홍보대사, 한국장애인기업협회 자문위원, 강서구 장애인 체육회 이사, 지체장애인협회 강서지회고문 등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달의 인물로 선정된 황의원은 “환경의 어려움과 신체의 장애는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긍정적이면서 창조적 마음으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면 된다. 자기가 가진 장점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면 시련은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고 장애인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특혜받은 자들의 책임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특혜받은 자들의 책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가 오래전에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 문턱을 넘어가는 데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넘기 어려운 함정은 국민의식의 전환이다. 많은 나라가 선진국 바로 문 앞에서 주저앉고 만 것은 이 국민의식 전환의 실패 때문이다.” 이 말은 지금 바로 우리에게도 해당이 된다. 우리의 국민의식 전환 혹은 개조운동은 1910년 한일합병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돼서, 1920년대 초에는 말썽 많았던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의 ‘민족 개조론’까지도 나왔다. 지난 세기 48년 건국 후와 50년대와 60년대도 계속되다가 새마을운동에 이르렀다. 어느 시대든 역사의 동력은 국민의식의 전환에서 찾는다. 그러나 국민의식의 전환은 쿠츠네츠의 말처럼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제 우리의 역사동력은 일반 국민의 의식 전환보다 우리 사회 고위직층의 의식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고위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우리는 흔히 헌법을 바꾸고 유능한 정부와 유능한 정치인이 나서 협치(協治)를 잘하면 새 나라 새 역사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 시대는 정치제도를 달리하고 그 정치제도에 맞는 정치인을 뽑는다 해서 역사가 달라지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정치 고전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좋은’ 헌법, ‘좋은’ 제도, ‘좋은’ 정치인과 ‘좋은’ 국가를 등식화하던 정치 낭만주의는 이 시대의 것도, 다음 시대의 것도 아니다.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것이 좋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그리고 기필코 만들어 내야 할 새 역사의 동력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지금 우리 시대,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이 나라의 역사의 동력이다. 이 동력은 우리보다 앞서 민주화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이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200년 이상 선진의 지위를 변함없이 유지하게 했는가. 그 역사의 동력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왔는가. 그 어떤 동력으로 그들 민주화와 우리 민주화는 다른가. 산업화에선 그들이나 우리나 지금 차이가 없지 않은가. 산업화에서 따라잡았다면 민주화에선 왜 따라잡지 못하겠는가. 그 이유는 단 하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있고 없음이다. 그들은 그것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 그들도 우리도 다 같이 저성장 양극화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국민도 우리 국민도 심한 갈등에 날카로워 있고, 들끓는 분노로 다 같이 가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존경심을 유발하는 사람들이 있고, 계속 도덕심을 높여 주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사고와 행동 일상생활에서 지표(指標)가 되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계속 수범(垂範)을 보이는 계층이 있다. 그들이 있어 그들 나라는 계속 선진국이고,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그 오랜 세월 계속 지켜 나가게 하는 힘이 나온다. 그들의 존경심, 그들의 도덕심, 그리고 그들의 수범성이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오고, 바로 그것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된다. 그 동력이 지금 우리에게는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한마디로 특혜받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옥스퍼드사전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특혜는 책임을 수반한다’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특혜와 책임은 동전의 안팎이다. 동전은 반드시 그 안팎, 양면이 있어 동전이다.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없어진다. 책임 없는 특혜는 없다. 특혜를 받았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긴 눈으로 보나 짧은 눈으로 보나 특혜만 챙기는 특혜받는 사람, 그들의 수명은 너무 짧다. 그들이 끝나는 자리는 질타와 분노와 치욕만이 기다리고 있다. 특혜받는 사람들의 책임은 3가지로 나타난다. 삼행(三行)이라고도 한다. 그 3가지 행(行)은 희생(犧牲)이라는 말 하나로 축약되고, 그 희생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첫째로 목숨을 바치는 희생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혹은 심각한 안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 내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총알받이처럼 선두에 서서 싸우다 특혜받는 내가 먼저 죽어 줘야 한다. 내가 못 하면 내 자식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누려 온 특혜의 대가다. 공자(孔子)도 꼭 같은 말을 했다. 논어(語)에서 말하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이 그것이다. 둘째로 기득권(旣得權)을 내려놓는 희생이다. 전쟁은 아니라 해도 위기라 할 만큼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내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기득권은 특혜를 먼저 선점(先占)해서 오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앞서 차지하면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전철의 자리도 내가 먼저 앉으면 장애인이 와도 일어서지 않는다. 하물며 높은 자리며 소득이며 권력이랴. 논어에서는 기득권을 내놓으라 하면 ‘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못 하는 행동이 없다’, 무소부지(無所不至)라 했다. 그럼에도 그 기득권을 미련 없이 내려놓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특혜받은 자, 받는 자의 직심(直心)이다. 셋째로 배려와 양보. 헌신의 희생이다. 이는 평상시 일상생활 과정에서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고, 내 이해를 떠나 진심전력으로 남을 돕고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남 앞에 언제나 겸손하고, 소위 말하는 갑(甲)질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 국민 모두가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특혜받은 사람, 특혜받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갑질이라는 말은 유독 지금 우리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야만적 행태다. 특히 우리 고위직층의 위세·위압적 태도를 태양 아래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 드러내 주는 말이다. 자기 수양, 자기 관리가 전혀 안 돼 있음은 물론 거기에 가정교육과 학교교육까지 제대로 받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천민행위다. 선진 민주주의의 국가의 고위직층에서는 그 짝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우리 고위직층은 나라로부터 국민으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특혜의식이 없다. 내가 잘나서, 내가 능력과 경쟁력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올라와 있고, 지금 받고 있는 것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는 특혜가 아니라 내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준에서 보면 철면피나 다름없다. 특히 이 말을 쓰는 서구인들의 사고에서 보면 금수의 행동과 하나도 차이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금 우리가 간절히 찾고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 상층(上層)의 행태다. 상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짐으로 상류사회(High Society)를 형성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 그 전형적 예가 고위 정치인(국회의원)이며 고위 관료, 고위 법조인이다. 그들이 물러나고 나면 전관예우 그리고 ‘○피아’가 그들 이름 뒤에 붙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정반대되는 마피아라는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래도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우리의 기업가층은 고위직층에 비해 역동성(dynamism)이 있고 돌파력(breakthrough), 창발성(creativity), 거기에 현장(field) 감각과 방법론(methodology)이 있다. 지금 이 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되어 있는 것은 그들 기업가층이 있어서다. 그러나 고위 정치인 등 고위직층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 그들이 가져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팽개치고 오히려 기업인들을 규탄하고 있다. 정말 우리 상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천민 상층으로 내내 지속해 갈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동력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바로 현재 우리 고위직층을 보면 절망적이다. 그들은 모두 배가 불러 있다. 지난 세기 60년대와 70년대 그 배고픈 시절에 갖던, 반드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확고한 국가관도 없고, 소명 의식도 없고, 공익을 위한 열정도 없다. 거기에 기강까지 해이해 있다. 그러나 역사의 고비마다 우리 고위직층의 희생과 결단이 있었다. 서구인들도 오랜 역사 동안 숱한 위기를 경험하면서 그들 특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쌓아 오지 않았던가. 우리 또한 지금까지 그 허다한 난관을 헤치며 주저하지 않고 일어서 왔다. 그것이 우리 고위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연세대 명예교수
  • ‘입찰담합’ 日 미쓰비시·덴소에 과징금 철퇴

    제네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서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M이 발주한 자동차용 컴프레서 입찰에서 입찰액을 서로 합의한 미쓰비시중공업과 덴소코퍼레이션에 각각 74억 800만원, 37억 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일 밝혔다. 컴프레서는 자동차의 냉매를 압축해 에어컨 시스템에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2009년 6월 GM이 전 세계 업체를 상대로 한 컴프레서 입찰에 참여하면서 연초 공급가격과 2년차 이후 공급가격을 미리 합의해 입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충수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컴프레서 시장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두 회사가 GM 입찰을 글로벌 시장 가격 수준을 높일 기회로 보고 저가 경쟁을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덴소는 세계 스크롤 컴프레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이고, 미쓰비시도 스크롤 컴프레서 생산에 특화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사업을 낙찰받았고, 글로벌 시장 가격이 이들의 의도대로 높게 유지되면서 덴소도 간접적인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인천공항 게 섰거라’ 中 푸둥공항 시설 확충 본격화… 동북아 허브공항 위협

    ‘인천공항 게 섰거라’ 中 푸둥공항 시설 확충 본격화… 동북아 허브공항 위협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연인원 1억 2000만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충한다.  1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푸둥공항은 현재 운용 중인 2개 터미널과 건설 중인 위성터미널과 함께 2035년까지 제3터미널을 신축하기로 했다. 활주로도 지금의 4개에서 1개를 더 늘리기로 했다.  린천 상하이시 공항건설지휘부 부장은 최근 국제도시 건축 박람회에서 상하이 지역의 여객 화물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따라 푸둥공항을 이 같이 확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위성터미널이 오는 2019년 6월 완공돼 가동되면 푸둥공항의 여객 처리량은 연인원 80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위성터미널은 건축면적 62만 2000㎡로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되며 연인원 3800만명을 소화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3 터미널이 오는 2035년 완공되면 푸둥공항의 전체 여객 처리량은 연 1억 2000만명 규모로 커진다. 이렇게 되면 푸둥공항은 양적 규모로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 등 경쟁 공항을 압도해 그 지위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의 여객 처리량은 2015년 4870만명 수준이다.  아울러 푸둥공항은 푸시 지역에 위치한 훙차오 공항과 직접 연결하는 철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연결 철도는 두 공항을 45분만에 잇게 된다.  훙차오공항에선 현재 중국 국내선과 한국, 일본, 홍콩 노선 일부를 운영중이며 현재 1터미널의 리모델링공사가 내년 말까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푸둥공항 제1터미널에 오는 2021년 개통 예정인 상하이-난퉁 간 연해선과 이어지는 상하이 동(東)역을 건설하기로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제 블로그] 美 통신공룡 따라 하다 ‘통신괴물’ 될라

    [경제 블로그] 美 통신공룡 따라 하다 ‘통신괴물’ 될라

    공정위 “시너지보다 소비자 폐해 커” 지난 22일 미국의 거대 통신업체 AT&T가 미국 3대 방송 콘텐츠그룹 타임워너를 우리 돈 약 97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앞서 국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도 방송·통신 융합의 시대로 가는 마당에 공정위의 합병 불허 결정이 국내 산업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두 인수합병 건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AT&T는 미국에서 전화, 인터넷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한 2위 사업자이고 타임워너는 뉴스채널 CNN, 영화채널 HBO,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입니다. 이종(異種) 사업자 간 결합이지요. 반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각각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이동통신 등 사업 분야가 겹칩니다. 더구나 미국의 두 회사는 각자 시장에서 2, 3위로 시장 지배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각각 이동통신과 케이블TV 분야의 1위 업체입니다. 이런 점에 미뤄 볼 때 공정위는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소비자가 비싼 사용료를 내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인수·합병으로 특정 업체가 공룡화되면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합병 시너지로 사업 효율성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해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기업이 생존과 멸종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새 사업에 진출하고 경쟁업체와 손을 잡고 유망한 벤처기업을 인수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와 경쟁당국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이런 기업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기존에 쌓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려는 공룡들은 환영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론] 우려되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경제학과 교수

    [시론] 우려되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경제학과 교수

    지난 10월 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수장들 명의로 ‘모든 사람에게 바람직한 무역의 작동’이란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이들은 기고문을 통해 저성장 지속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세계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무역에 대한 회의론과 보호주의의 득세가 무역 둔화 및 저성장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역이 경제 성장의 엔진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역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양질의 직장을 창출하며, 빈곤층을 줄이고 세계 전체에 경제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또한 무역 확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 대책을 강구하되 각 국가에서는 보호무역주의를 억제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기고문은 보호무역주의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현상을 다룰 뿐 핵심 내용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 과거 보호무역주의는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해 개발도상국이 채택했고, 선진국과 국제경제기구들은 자유무역을 추장해 왔다. 최근 들어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늘어났지만 세계경제의 자유화를 이끌어 왔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관련 조치도 늘고 있다. 오늘날 보호무역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고, 미래산업은 물론이고 전통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산업을 두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상 마찰이 격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는 자국산 소비 진작을 위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더니, 최근에는 불공정 거래를 응징하기 위해 자국의 관세법에다 ‘이용 가능한 불리한 사실’(AFA·adverse facts available) 규정을 도입했다. AFA가 적용되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백%대 반덤핑 조치가 미국 국내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WTO 규범 위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보호주의’도 많이 도입되고 있지만, 미국의 AFA는 과거 ‘제로잉’(덤핑수입 구제조치)과 마찬가지로 WTO 규범 위반이 될 것이다. WTO, IMF, 세계은행 등 세계경제를 관장하는 국제기구들은 WTO 규정을 위반하는 선진국의 일방적인 무역 조치에 대해 경고를 해야 한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에는 생산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으로 국내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또 미래 산업의 주도권 차원에서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한 측면도 있다. 또 양적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MES) 부여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옴에 따라 중국 견제 목적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의 포퓰리즘은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고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주력 시장인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보호무역 조치를 남발함에 따라 우리의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올해 부진한 수출은 내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올 1~8월 우리나라 수출이 8.8% 줄었는데 올해 수출이 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에는 2.5%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나 올해보다 나아질 게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한 나라의 역량으로 완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차원에서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의 중단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통상 역량을 개선해 양자 간 통상분쟁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한국 산업의 지위를 선점하고, 핵심 부가가치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통상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수요 에세이] 경쟁이 혁신을 촉진한다/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수요 에세이] 경쟁이 혁신을 촉진한다/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인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소설 ‘거울을 통하여’에 나오는 ‘붉은 여왕 효과’는 현시대의 기업들이 겪는 치열한 경쟁 상황을 잘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이 사는 나라는 모든 주위 환경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온 힘을 다해 뛰어야만 겨우 제자리에 머물 수 있고 만약 다른 곳으로 가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기업들도 온 힘을 다해 뛰는 경제 환경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기업가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경쟁과 혁신과의 상호관계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자에게도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산업 또는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기업의 혁신을 더 많이 유도하는가, 그리고 기업의 혁신 활동이 활발할수록 시장과 산업에서의 경쟁은 촉진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서 기업가정신을 역설한 유명한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경쟁, 특히 동태적 경쟁(dynamic competition)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라고 강조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혁신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가 가장 근본적인 전략일 것이다. 디지털 경제, 하이테크 경제로 대변되는 현대에는 스마트폰 사례처럼 신기술이 기존 시장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사례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혁신이 중·장기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시장 파괴와 장악을 유발하는 빅뱅 혁신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경제학의 대가이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업이 독점보다는 경쟁 상황일 때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등 혁신 활동에 더 많이 투자할 유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대의 독점 사례는 통신회사인 미국의 AT&T이다. 1900년대 초에 시작해서 무려 1980년대 중반까지 독점의 지위를 누렸다. 이 오랜 기간 독점을 누린 AT&T가 선보였던 가장 큰 혁신은 노란색, 빨간색 등 다른 색상의 전화기를 선보이는 것에 불과하였다. 전문가들은 만약 AT&T의 독점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휴대전화 기기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을 던진다.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은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혁신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경쟁적인 환경은 기업 규모가 작지만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거대한 대기업들을 상대로 보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슘페터와 애로 교수가 지적하다시피 경쟁과 혁신은 상호 선순환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순환의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구하는 바다.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는 부당한 카르텔 결성 및 기업 결합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들의 참여를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기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서 경쟁 압력을 낮추고 시장가격을 상승시켜서 소비자 후생을 침해한다. 이러한 경쟁 제한 행위들은 중·장기적으로도 소비자 후생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 폐해를 가져온다. 경쟁 제한 행위는 기업들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고 혁신 활동보다는 기업의 규모나 자본 등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게 함으로써 더욱 새롭고 획기적인 제품 개발을 통한 소비자 후생 제고의 기회를 빼앗는다. 또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부실기업의 퇴출을 억제해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 발전의 기회도 앗아간다. 공정한 경쟁은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 단기의 가격 경쟁도 중요하지만 장기의 성능·품질·생산성 등과 관련된 혁신 경쟁 역시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이 규모와 자본력이 아닌 기술력과 혁신을 기준으로 공정 경쟁의 장에서 다른 기업들과 실력에 따라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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