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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로스쿨,정원 논의를 넘어서서/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로스쿨,정원 논의를 넘어서서/김형태 변호사

    엊그제 교육부는 로스쿨 정원 2000명안을 확정했다. 그 안에 따르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5대 권역별로 대략 총 20여개 안팎의 로스쿨이 생긴다. 서울의 중위권 대학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그 숫자가 여전히 적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로스쿨 논의를 살펴보면 다분히 법조계와 대학 간의 정원을 둘러싼 이익다툼에 치우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은 곧 정의라 믿고 법에 많은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법이란 대개 이익을 둘러싼 여러 집단 사이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일 뿐이다. 나아가 많은 경우 법은 타협의 산물도 아니고 승자의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이미 정확히 짚었다.“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중인 로스쿨 논의는 법조와 대학중 힘이 센 측의 승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떻게 내용을 채워서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할 일이다. 우선 정원을 늘리면 국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그만큼 양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액수가 크거나 복잡한 민사사건과 형이 중한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아무리 증가해도 의뢰인이 지불해야 할 수임료는 낮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이나 기업 부문의 전문적인 법률 수요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법률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법률 수요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변호사들의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기술자들은 여전히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송거리도 안 되는 다툼이나 질 수밖에 없는 사건을 마구 법정으로 가져가 사회적 총 비용을 높이는 변호사들도 상당수 나타나겠으나 어차피 치러야 할 대가다. 과잉공급으로 변호사가 먹고살기 어려워지는 문제 역시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적절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지원자가 줄어 스스로 해결되게 되어 있다. 로스쿨 정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간이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줄 법조인 배출이 가능한가이다.3년 동안 억 단위의 학비와 생계비가 필요한 현 제도하에서 서민자녀들이 법조인이 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혀 버렸다. 교육부안은 대학선정시 사회적 취약계층의 특별전형비율이 5% 이상이면 60점 만점을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반영비율이 총점 1000점의 6%에 불과해 대학들에 중대한 고려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 현 제도로는 결국 돈 있는 계층만 법조인이 될 우려가 아주 높다. 철도상업화나 비정규직 차별대우에 항의하는 철도노조의 파업도 현행법상 직권중재로 넘겨지면 불법이다. 이런 법을 만들고 또 파업에 대해 50억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노동자의 자녀도 로스쿨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안의 사회적 취약 계층은 물론 중간이하 계층의 입학전형 및 등록금 지원에 관해 대학에 최소한의 의무조항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판·검사 선발방식도 반드시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로스쿨 제도하에서는 별도의 판·검사 임용시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로스쿨 수료후 바로 판·검사로 선발되어 계속 그 직을 유지하는 한 판·검사들은 관료화될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사회는 특권화되고 전관예우로 이어지며 바깥 일반사회와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또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만이 ‘진짜’ 변호사로 대접받는 과거로 되돌아가게 된다. 대략 변호사 경력 5년 이상에서 검사를,10년 이상에서 판사를 임용제로 선출 또는 임명하는 법조일원화가 이번 기회에 같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
  • [한국의 대표기업] (3) SK 에너지

    [한국의 대표기업] (3) SK 에너지

    1980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한석유공사가 시장에 나왔다. 당시 선경(현 SK), 삼성, 남방개발이 치열하게 맞붙었다.2차 오일 쇼크가 전국을 강타했던 때라, 정부는 원유 도입 능력을 으뜸으로 쳤다. 행운의 여신은 선경 편이었다.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회장(1998년 별세)이 미국 시카고대에 다닐 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같은 기숙사를 썼던 것이다. 공적인 사세(社勢)와 사적인 인연까지 더해져 선경은 사우디로부터 일정 수준의 원유 공급을 보장받았다. 결국 석유공사는 선경 품에 안겼다. 오늘날의 SK에너지가 있게 된 시초다. ●두번의 석유파동이 키운 에너지 전문기업의 꿈 그렇다면 최 회장은 왜 정유회사에 손을 뻗쳤을까. 당시 선경은 ‘스마트 학생복’으로 유명한 섬유 전문 그룹이었다. 올해로 입사 22년째인 SK의 한 임원은 1일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화학섬유의 주된 원료가 석유이다 보니 선대 회장(최종현)께서 언제부턴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라는 바람을 갖게 됐다. 여기에 70년대 두번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회사에 대한 꿈이 더 강렬해졌다.” 국내 1호 정유사인 석유공사 인수로 최 회장은 숙원을 이루게됐다. 그룹의 간판이 섬유에서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1983년 최 회장은 또 한번의 결단을 내렸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유전개발(예멘 마리브 광구)에 뛰어든 것이다.1988년 이 광구에서 처음 석유가 쏟아지자 최 회장은 “자원 확보가 설사 회사에는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는 국가적 이득”이라며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SKT 제치고 그룹내 시가총액 1위 등극 SK에너지는 지난달 창립 45주년을 맞았다. 모태인 석유공사 설립일(1962년 10월)을 기준으로 해서다. 석유공사는 1980년 선경에 인수되면서 ‘유공’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7년 SK㈜를 거쳐 올 7월 SK에너지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그 사이 하루 3만 5000배럴이던 정제량은 84만배럴로 24배 늘었다. 울산공장은 정제량 기준 단일 공장으로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크다. 예정대로 내년 SK인천정유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하루 정제량 100만배럴 이상(111만 5000배럴)의 매머드급 정유회사가 된다. 정유회사의 경쟁력을 가늠짓는 고도화 설비(질 낮은 벙커C유에서 고부가가치의 휘발유 등을 뽑아내는 장치) 능력도 하루 16만 1000배럴(현재 10만배럴)로 늘어난다. 시련도 있었다. 낙후된 지배구조를 틈타 국제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공격해온 것이다.2003년을 떠들썩하게 한 ‘소버린 사태’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사적으로 기업 체질을 변화시킨 결과, 재무지표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2004년 순익이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3년째 조(兆) 단위 이익을 내고 있다.10조원을 맴돌던 매출은 2005년 마침내 20조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주가가 껑충 상승, 1일 종가(20만 4000원) 기준 시가총액이 약 19조원으로 불어났다. SK텔레콤(17조 2537억원)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맏형 지위를 굳힌 것이다. ●신헌철 사장,“포스트 석유시대도 준비” 최근 SK에너지의 눈에 띄는 움직임은 해외사업 강화다.“회사의 성장과 생존은 글로벌에 달려 있다.”는 최태원(최종현 회장의 맏아들) 그룹 회장의 강력한 주문과 무관치 않다. 이미 세계 14개국 26개 광구에서 5억 1000만배럴(하루 2만 4000배럴)의 원유를 확보해 놓았다. 우리 국민들이 250일간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 양을 2015년까지 10억배럴(하루 10만배럴)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현 경영진의 야심이다. ‘마라톤 최고경영자’로 유명한 신헌철 사장은 “요즘처럼 고유가의 환경 변수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려면 자원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틈날 때마다 강조한다. 수소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포스트 석유시대’를 향한 대비에도 들어갔다. SK에너지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100대 석유기업(90위)에 포함됐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4위다. 미래 목표가 몇 위인지 물었다. 돌아오는 홍보 담당 임원의 대답이 걸작이다.“1등도 좋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회를 어떻게 더불어 행복하게 하느냐이다.” 그룹의 모토인 ‘행복날개’가 떠올랐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컨벤션업계 시장 쟁탈전 뜨겁다

    컨벤션업계 시장 쟁탈전 뜨겁다

    국내 컨벤션 업계에 시장 쟁탈전이 불붙었다. 킨텍스(경기도 일산), 벡스코(부산), 엑스코(대구),aT센터(서울 양재동) 등 신생 종합전시장들이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면서 코엑스(서울 삼성동)의 ‘10여년간의 독주’가 마감되고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컨벤션업은 전시·회의·연회장 등을 갖추고 대규모 국제회의와 산업·무역전시회를 유치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산업계의 수요가 폭증하고 무공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2000년대 들어 국내 대형전시장 수가 3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코엑스 작년 점유율 42%로 급감 업체간 치열한 경쟁은 수치로 알 수 있다.1988년 개장 이후 2000년대 초까지 주요 행사의 90% 이상을 독식했던 코엑스는 지난해 국내 유치 점유율이 전년 50.6%(총 288건 중 146건)에서 42.1%(총 321건 중 135건)로 급감했다. 반면 킨텍스는 11.1%에서 13.1%로, 대구 엑스코는 6.6%에서 9.0%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는 2.8%에서 6.2%로, 서울 양재동 aT센터는 3.8%에서 5.9%로 각각 늘었다. 엑스코의 경우 자체 주관 행사가 코엑스에 이어 국내 2위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회의와 전시회 등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코엑스는 해외바이어 유치·지원 전담기구인 ‘바이어 마케팅센터’를 운영하면서 ‘원스톱 바이어 유치지원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과 ‘대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후발업체들에 더 이상 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쇼핑몰 연계 멤버십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내부에 대단위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2005년 국내 최대 규모(5만 3541㎡)로 설립된 킨텍스는 상대적으로 좁은 전시공간 등 코엑스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모터쇼, 기계산업대전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행사를 대거 유치했다. 전시장 임대료도 하루 ㎡당 1500원으로 코엑스보다 100원 싸게 책정했다. ●임대료 낮춰 지역특화 전시회 주력 킨텍스의 관계자는 24일 “2010년 호텔, 스포츠몰, 아쿠아리움, 차이나타운 등으로 구성된 ‘전시지원단지’가 완공되면 규모가 코엑스의 3배에 이르게 돼 업계 1위 달성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aT센터는 파격적인 임대료를 제시하며 타깃별 전문 전시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농수산 관련 행사의 경우 임대료(하루 ㎡당 1220원)를 50% 할인, 국내 최저 수준인 610원만 받는다. 코엑스의 38% 수준이다. 벡스코는 바다와 접해 있는 장점을 살려 비즈니스·레저 겸용 공간이라는 데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엑스코는 지역특화 전시회에 주력하고 있다. ●행사 소형화로 質 저하 우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코엑스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를 독단적으로 결정했지만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면서 “컨벤션 업계가 경쟁 체제에 들어가면서 고객 서비스가 크게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컨벤션센터가 생겨나다 보니 행사가 지나치게 소형화돼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쟁도 좋지만 국제적인 수준으로 질적 향상을 이루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디자인 일자리 2만 4000여개 창출 기대

    디자인 일자리 2만 4000여개 창출 기대

    서울시가 21일 ‘세계 디자인 도시(WDC) 2010’으로 선정된 것은 산업·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시정책에 가장 잘 반영한다고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성과도 있지만, 미래도시의 가능성에도 큰 점수를 얻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권위있는 국제디자인단체로부터 첫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서울은 도시 브랜드 제고, 디자인산업의 경쟁력 확보, 외국인관광객 유치 효과 등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20곳과 경합해 최고 점수 국제산업디자인단체 총연합회(ICSID)는 20일(현지 시각) “서울은 디자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풍요롭게 함으로써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그럴 의지가 충분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서울은 시청에 부시장급 디자인 총책임자의 임명, 도심 한복판에 디자인 총괄지원시설의 건립 계획, 디자인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DB)·가이드라인·조례 제정 등 관련 정책을 인정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도심개발에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적용, 엄격히 감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은 또 삼성·LG·현대 등 하이테크 디자인 제품들의 도움을 받아 국제도시로서 품격높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산하 통상산업진흥원(SBA)을 통해 산업·패션 디자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이날 심사에는 ICSID의 페터 첵 회장을 비롯해 영국의 마크 뉴슨, 국제그래픽디자인협회의 쟈크 랑게 회장 등 국제적 유명인 5명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서울에 최고 추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 싱가포르, 두바이, 토론토 등 20개 도시들과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제고로 경제산업 효과 서울은 2010년부터 1년 동안 ‘디자인 수도’의 모델로서 지위를 누리게 된다. 내년 3월 ICSID와 관련 협정(MOU)을 체결하고 WDC 로고 사용, 사업 추진, 홍보 등을 한다. 수상의 간접적인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디자인시장의 규모는 연간 7조원(2005년)에서 2015년 15조원으로 늘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디자인 전문기업도 올해 1575개에서 2012년 2500여개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2만 4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도시 브랜드를 높여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도 있다. 서울시는 권위있는 ‘세계디자인공로상(가칭)’을 신설, 세계 유명인들을 자연스럽게 불러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자인 전시·판매 행사인 ‘세계디자인페어’도 열어 서울이 산업디자인의 중심 도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결국 국내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울에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에 수상 요인이 된 서울시의 산업·공공 디자인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에 ‘월드디자인플라자’, 상암동에 ‘다자인창작스튜디오’, 동교동에 ‘대학디자인클러스터 지원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WDC 선정으로 서울이 도시 명예와 경제산업적 효과를 동시에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 ‘2010 디자인 수도’에

    서울 ‘2010 디자인 수도’에

    서울시가 세계디자인단체가 주는 ‘세계디자인수도(WDC)’의 첫 수상 도시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21일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의 페터 첵 회장이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CSID 총회 폐막식에서 서울을 2010년의 세계디자인수도로 지정, 발표했다.”고 밝혔다. ICSID는 회원 단체인 국제산업디자인연합(IDA)의 위임을 받아 서울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지정했다. 서울은 ‘디자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풍요롭게 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취지에 따라 2010년 한해 동안 디자인수도로서 지위를 부여받았다. 서울시의 디자인 수도 선정은 세계 패션·디자인 중심국인 이탈리아의 토리노가 이번 총회에서 2008년 디자인수도 시범도시로 지정된 것과 비교해 큰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는 20여개 도시의 경쟁을 통해 첫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 선정 심사위원을 맡은 첵 회장은 “심사위원들은 서울의 디자인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특히 서울에는 세계적인 하이테크 소비 제품들과 함께 디자인에서 국제적인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해 왔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기업 제품들이 세계적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서울이 아시아의 신흥 디자인 중심 도시로 부상했다는 점이 선정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회장에서 수락 연설문을 통해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서 “이제는 서울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인 디자인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디자인 수도 지정을 계기로 디자인 산업에 창조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디자인이 세계를 바꾸는 힘’이란 메시지를 발산하는 중추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DC상 ‘세계 디자인 도시(World Design Capital)’상을 말한다.1957년 설립돼 50년 전통을 가진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가 올해 이 상을 신설했다.2년마다 수상 도시를 선정한다. 산업 및 공공 디자인에 대한 도시정책이 효과가 크고 시민의 삶 등 품격을 높인 도시에 상을 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통사 망내할인 경쟁저해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망내 할인’과 관련,“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공정위는 19일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국점감사 자료에서 “일반적으로 망내 할인은 휴대전화 가입자를 독과점 사업자에게 쏠리도록 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망내 할인보다는 원가 할인이 경쟁촉진과 소비자 후생의 증대에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가입자간 통화요금을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가입자가 몰릴 경우 신규 시장진입 등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그러나 “SK텔레콤의 경우 정통부 장관의 요금인가를 받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이어서 정통부가 요금을 인가하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가를 받으면 SK텔레콤의 망내 할인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또한 “국정감사 답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가입자가 쏠리면 경쟁제한의 폐해가 나타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일 뿐 조사 등의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SK텔레콤과 KTF 등은 2500원을 추가로 내면 자사 가입자 간 통화요금을 30∼50% 깎아주는 요금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요금을 내리라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편법적인 조치로 기본요금이나 가입비 등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이마트 ‘가격파괴=시장파괴’

    신세계 이마트의 가격 파괴 발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경쟁·협력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좋지만 납품업체에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 등 영세 유통업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공정위 “예의 주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대형마트가 값을 싸게 공급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지만, 그 부담을 제조업체에 넘기면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 유통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이마트 등을)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조만간 ‘대형 유통업체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유통팀 관계자는 “이마트가 PB확대를 본격화하면 경쟁하던 중소 유통업체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싼 값에 납품을 요구하는 등 ‘하도급 폐해’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11월 중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전문가, 신중한 입장 전문가들은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중소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공정한 기업활동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문상영 박사는 “대형 유통업계의 가격 인하는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대형할인점과 제조업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면서 “중소 제조업체는 할인점 입장에서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만큼, 이들과 어떻게 상생하느냐에 이마트의 새로운 전략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고, 정부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는 “시장 논리로 봤을 때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점”이라면서 “다만 이마트는 이번 조치를 통한 이익을 중소업체와 함께 나누고, 또한 중소업체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등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경쟁업체들, 대응책 고심 할인점 업계는 1위 업체의 공격적인 경영이 미치는 파장을 지켜본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미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PB상품을 얼마나 더 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PB상품을 선보인 홈플러스측은 이미 2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할인점간의 경쟁 구도보다는 제조업체들의 역학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이마트가 2,3위 제조업체에서 PB상품을 공급받으면 물량이 크기 때문에 1위 제조업체와 직접적인 경쟁구도가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PB상품 확대의 핵심 타깃으로 꼽히는 식품과 의류 업계 관계자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휴를 맺으면 낮은 공급가로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우리 주력 제품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다고 경쟁사와 제휴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이마트,“법저촉 여지 없다.” 신세계 이마트측은 “제조업체의 브랜드인 내셔널 브랜드(NB)의 가격 결정권은 제조업체의 몫이고, 자체 상품(PL)의 가격 결정권은 이마트에 있다.”면서 “이마트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NB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이마트의 자체 상품을 만들면서 이마트에 납품하는 457개 협력업체들과 협의해 가격을 정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하등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이영표 이두걸 박건형기자 tomcat@seoul.co.kr
  • [新 라이벌전] (22) 해운업계 30년 맞수 한진해운 vs 현대상선

    [新 라이벌전] (22) 해운업계 30년 맞수 한진해운 vs 현대상선

    ‘마도로스들의 애증의 30년’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 해운업계의 쌍두마차인 두 회사만큼 애정과 경쟁으로 엮인 라이벌도 드물다. 여자를 금기시했던 과거 뱃사람들의 세계와 달리, 나란히 ‘여자 선장’을 둔 점도 공통점이다. ●매출은 한진, 영업이익은 현대가 우위 사업의 시작은 현대상선이 1년 빨랐다.1976년 설립됐다. 이듬해 한진해운이 ‘정석호’를 띄우면서 30년 애증사가 시작됐다. 팽팽한 균형이 처음 깨진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현대상선이 그룹의 질주와 함께 1위를 꿰차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체제 아래 차돌처럼 단단했다. 그러나 그룹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급기야 현대상선은 핵심 사업부(자동차 운반선) 매각이라는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이때가 2003년. 착실하게 내실을 닦던 한진해운이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이때 뒤바뀐 순위는 지금껏 계속된다. 우선 덩치에서 한진은 현대를 크게 앞선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한진 6조 513억원, 현대 4조 7341억원이다. 해운회사의 위용을 말해주는 지배선단(1년 미만 기간으로 빌려쓰는 단기용선을 제외한 총 운영 선박수)도 한진이 160척, 현대가 112척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현대가 더 크게 웃었다. 매출은 여전히 한진에 뒤졌지만 영업이익에서 한진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현대가 1180억원, 한진이 311억원이다. 벌크선(곡물 등 주로 마른 화물을 실어나르는 배)에서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부터 벌크선 영업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현대가 대박을 터뜨렸다. 현대는 벌크선이 많고(매출 비중 36%), 한진은 상대적으로 적은(20%) 까닭이다. 한진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줄었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현대상선의 주가(4만 4950원)가 한진해운(4만 4200원)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현대측은 17일 “사업구조 다변화의 힘”이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한진측은 “벌크선이 일시적 이상 호황을 보이지만 대세는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이라고 반박한다. ●두 여성 오너 ‘조용한 경영´ 닮은꼴 선장(오너)이 여자라는 점도 흥미롭다. 현대는 현정은(52) 회장, 한진은 최은영(44) 부회장이다. 업계 경험은 현 회장이 선배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에 합류했다. 최 부회장도 공교롭게 남편의 별세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조수호 회장이 눈을 감으면서 올 3월 등기이사로 데뷔했다. 현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면, 최 부회장은 아직 ‘배우는 과정’이다. 최 부회장은 한달에 한두차례 서울 여의도 사옥 11층 개인 사무실에 들러 경영 현안을 보고받는다. 요란하지 않게 회사를 장악해가는 스타일은 두 사람이 닮았다. ●박정원‘열린경영’ vs 노정익‘감성경영’ 박정원(62) 한진해운 사장은 35년을 바다와 함께한 해운맨이다.1972년 한진해운에 입사해 지금껏 한 우물을 팠다. 이에 비해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정통 뱃사람은 아니다. 그룹 기획실에서 ‘브레인’으로 활동하다 2002년 현대상선으로 옮겼다. 모두 격의 없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굳이 차이점을 두자면 박 사장은 열린 경영, 노 사장은 감성 경영이다. 박 사장은 사장실 문을 항상 열어놓는다. 합기도 유단자이기도 하다. 노 사장은 일년에 네 번씩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재즈를 즐기고 임직원들 앞에서 색소폰도 직접 연주한다. 두 사람이 내세운 청사진은 각각 ‘비전 2017’과 ‘2010 프로젝트’. 한진의 비전 2017년은 2017년까지 매출액 25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에 총 20만평 규모의 부산 신항 터미널을 완공, 현대의 추격에 쐐기를 박을 작정이다. 현대의 2010 프로젝트는 2010년까지 매출 100억달러(약 9조 3000억원)를 달성, 글로벌 톱10에 재진입(현재 18위)함으로써 옛 영광을 재현한다는 목표다. 한때 현대가 누렸던 지위, 즉 세계 8위는 공교롭게 현재 한진이 차지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2) 아시아 이민자와 사교육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2) 아시아 이민자와 사교육

    호주에서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이민자들의 ‘자녀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백수를 경험할 정도로 일자리가 적은 나라에서 자녀들이 명문대학을 나와야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맹모삼천지교’형 부모들이 늘면서 명문 대학에 보내려면 명문 초등학교부터 나와야 한다는 신념으로 불법적인 일도 마다않는다. 위장전입도 불사하는 것이다. 명문 학교가 있는 지역은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뛰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전업주부 황효진(42)씨는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교민들이 없는 곳으로 이사했다.”면서 “딸들은 호주교사로부터 영어 개인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교육을 위해 교민사회에서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 교민들도 다른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들처럼 대부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과외를 시키고 있다. 한국의 사교육 광풍이 싫어 이민 온 교민들조차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모순된 일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마스든고교 부설 IEC(영어집중교육센터)의 강연희(56) 교사는 “교민 자녀들은 영어와 수학 과외를 많이 받는다.”며 “영어는 모자라는 것을 채우려고, 수학은 전략 과목으로 만들려고 시킨다.”고 설명했다. 교민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예능과 스포츠 관련 과외와 학습지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초등 3∼4학년이 되면 5학년의 우수반 시험과 6학년 3월의 셀렉티브고교 시험에 대비해 사교육을 시킨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민은 사립고교의 장학생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시드니 총영사관 한국교육원 박인순(52) 원장은 “유학생이나 최근 이민자 가운데 ‘맹모삼천지교형’이 많고 특히 젊은 엄마들은 친구들의 자녀와 비교해 경쟁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불법 위장전입 성행… 고교 시험문제 유출도 사교육 비용은 학습지가 대체로 과목당 호주 돈으로 월 100달러(약7만 700원·이하 호주달러)선. 학원은 초등학교의 셀렉티브 준비반이 주중 1∼2회 또는 주말에 4∼5시간씩 집중반을 운영한다. 한 학기에 1000달러선 7학년(우리의 중1) 이상은 주로 영어, 수학, 과학을 배우며 과목당 350∼450달러. 수업은 90분씩 주 1회가 일반적이다. 예체능이나 학과목 개인 과외는 시간당 40∼100달러. 한국인 교사는 50달러선이 대부분이고 호주인 교사는 60∼70달러, 입시생은 100달러가 넘는다. 수영, 골프, 스케이트 등의 그룹과외는 시간당 20달러로 입장료는 따로 내야 한다. 승마의 경우 레슨 받는 동안에 말을 빌려야 하는데 그 비용은 최저 1000달러가 넘으며 돌보는 가격도 내야 한다. 교민 자녀들의 사교육 동선을 살펴보자.B자매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인 동생은 학습지로 영어와 수학을 매달 95달러에 배운다. 또한 피아노는 시간당 50달러, 수영은 그룹과외로 시간당 20달러, 스피치와 기계체조는 교내 특별과외로 30분에 12달러에 각각 배운다. 매주 토요일에 한글학교에서 한국어(10주 140달러)교육도 받고 있다.10주동안 발레와 영어 개인과외도 받았다. 명문 사립고교 1학년생인 언니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생과 같은 레슨들을 이미 받은 결과 6학년 때 사립고교 장학생이 되었다. 지금은 시간당 50달러에 영어 에세이 작문, 시간당 60달러에 수학, 시간당 50달러에 플루트, 시간당 40달러에 테니스를 각각 배운다. 매주 토요일엔 한 달 50달러에 네트볼도 배운다. 이 자매는 방학(1년에 네번) 때마다 학원의 종합반 특강에 다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주에 5일간,3시간 연속 수업해서 230∼250달러를 낸다. 다음은 C남매의 경우. 명문 사립고교 1학년인 누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 사립고교 장학생이 됐다. 시간당 100달러에 바이올린을, 시간당 50달러에 영어와 수학 과외를 받는다. 집안이 넉넉지 못해 그녀는 다른 아이를 가르쳐서 과외비에 보탠다. 유치원생에게 시간당 20달러를 받고 바이올린을, 초등교 2학년생에게 시간당 30달러를 받고 영어를 가르친다. 공립초등교 6학년인 동생은 셀렉티브고교나 사립고교 장학생을 목표로 누나가 다녔던 학원을 거쳤다. 하지만 두 곳 시험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사교육 열기로 학원들이 잘나가다 보니 권리금은 장난이 아니다. 평균 20만달러선. 학원의 위치나 명성에 따라 매출은 차이가 있지만 연간 30만∼50만달러가 보통이다.‘제임스 안 아카데미학원’과 ‘뉴칼리지’가 교민 운영학원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으며 시드니 시내 20여곳에서 성업 중이다. 현재 호주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 10억달러로 추정되며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영재반과 셀렉티브고교 시험문제가 사설 학원들에 불법 유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수백명이 유출된 시험문제를 똑같이 암기해 영재반 시험문제를 새로 낸 일도 있다. 작년 셀렉티브고교 입학시험에서 중국계 학생 10명의 표절이 적발됐다. ●백인 주민들 “아시아계가 교육풍토 망쳐” 성토 아시아계 이민자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 백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현지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며 많은 백인 부모들이 아시아계들이 교육풍토를 망친다고 성토했다. 토요일까지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공교육이 살아 있는 호주에서는 ‘꼴불견’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계 중산층은 자녀들을 사립이나 가톨릭고교로 보낸다. 사립고교 학비가 버거운 계층은 일반 공립고교로 자녀들을 보낸다. 아시아계 학생들로 넘쳐나는 셀렉티브고교를 기피한 결과다. 이런 대결구도는 학력경쟁에서 뒤진 백인들의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공부에만 매달리는 책벌레인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이런 백인들의 시샘은 어느 날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누려왔던 우월적 지위를 넘겨줄 수 없다는 백인들의 우려는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별 조치’로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는 자식의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 호주 백인들은 자식이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어느 교민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할 것 같다. siinjc@seoul.co.kr ■ “어중간한 대학의 학력보다 기술습득이 사회진출 유리” “과외는 학교에서 뒤처진 과목이 있을 때 필요하지만 학생 자신이 부족함을 깨닫고 지도를 요구할 때 시작해서 그 부분이 충족되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호주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단체활동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전문가인 시드니 총영사관 한국교육원 박인순(52) 원장은 6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조언했다. 박 원장은 교민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호주 주류사회로 진입하기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이민 1세대들이 자식을 잘 키워 이민생활의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선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호주 수업방식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부모들이 인식한다. 학습방법이나 리포트 작성방식 등 숙제방법을 지도받으면 그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고 생각해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교민들은 관할지역 공립학교보다 셀렉티브와 명문 사립고를 선호한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민들은 명문 사립고 입학 후보자 명단에 예약을 해두고 장학생 시험을 아울러서 준비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중국인과 동남아인, 인도인들의 교육열도 대단하다. 하지만 현지 백인들은 이민자의 특별한 삶으로 여기는 편이어서 3분의1은 무관심하고 3분의1은 백안시하며 나머지는 주시하다가 따라하기도 한다. 특히 소수의 극성파 호주사람들은 일대일 과외도 하고 이민자들이 추천하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민들처럼 계속하지는 않는다. 백인들은 특기교육과 예체능, 주말의 스포츠클럽 등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열광적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사교육으로 인해 가족간의 갈등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과외를 해보고 효력이 없으면 바로 끊기도 한다.”며 “과외를 못 시켜서가 아니라 과외를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박 원장은 “이민사회에서는 어중간한 대학의 학력보다는 확실한 기술 보유가 안정된 생활기반을 잡는 데 유용하다.”면서 “다양한 사회진출 방법이 있으므로 한국에서처럼 졸업장에 연연하거나 자녀에게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 자녀의 특기를 살펴 기술적으로 장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iinjc@seoul.co.kr
  • [사설] 현대차 무분규 타결 환영하지만

    현대차 노사가 10년만에 처음으로 분규 없이 임단협을 타결로 이끌어냈다. 현대차 노조는 지금까지 임단협 때 회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파업권을 남발해 왔다. 그 결과,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과 대외 이미지 손상, 노사간 불신 심화 등의 상처만 남겼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임단협 타결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교섭 결렬-파업-타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점에서 일단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타결이 상생과 화합이라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타결내용을 들여다보면 무분규 타결을 위해 회사측이 지나친 비용을 치르지 않았느냐 하는 의구심이 든다. 회사측은 이번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환배치’와 관련해 노조의 양보를 받아내려 했으나 제대로 협상도 못하고 포기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고용과 관련된 사안은 노사가 공동으로 심의·의결토록 함으로써 경영권 행사에 족쇄만 더 강화됐다. 지난 7월 해외 판매목표를 9만 5000대 줄인 상황에서 조합원당 임금부담은 490만원 늘어났다. 올 들어 현대차 노조의 정치파업에서도 확인됐듯이 명분없는 파업에는 여론은 말할 것도 없고 조합원들도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 속도로 볼 때 현대차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도 언제 허물어질지 모른다. 현대차 노조는 무분규 타결에 박수를 보내는 소비자들의 여망에 부응해 생산성 향상으로 화답하기 바란다.
  • 당권·대권 분리 논쟁 가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 제기한 당권·대권 분리 논쟁이 5일 한층 더 첨예해졌다. 오는 8일 경기도당 위원장 경선을 앞두고 경쟁 중인 이규택·남경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측에, 남 의원은 이 후보측에 섰었다. 이 의원은 “당 혁신위원회에서 만든 당헌·당규에 보면 대권과 당권이 분명히 분리되어 있다.”면서 “대선후보는 대통령 당선되는 데 집념을 갖고 당 지도부는 당무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의원은 “아직 대선도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 당권·대권 분리를 하자는 것을 국민들이 보면 벌써 한나라당이 대통령 다 만들었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 “대선 후보가 당선이 되면 당연히 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두 의원간 공방 이외에도 실무진 사이에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특히 2005년 11월 만들어진 당 혁신안에 있는 ‘대선 출마전 당직 사퇴’ 조항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임기가 남았음에도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점을 반추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전 대표와 달리 대선후보 지위인 이 후보는 당권을 완전 접수하려 하고 있다는 게 박 전 대표측 주장이다. 이 후보측은 정반대의 논리를 편다. 우선 이 후보측은 이 후보가 당권 장악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당헌 87조와 101조에 ‘후보 중심 당 운영’이 명시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87조는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후보가 우선해서 가진다.”는 규정이다.101조에는 “대선후보가 임명하는 선대위원장이 대선 때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 후보측에서는 오히려 박 전 대표측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공교육 살리는 대통령을 뽑자/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 공교육 살리는 대통령을 뽑자/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보수와 진보의 가장 첨예한 대치 전선은 국가보안법이나 남북관계법 등과 같은 국가 정체성 내지 안보관계 법률이 아니라 언론법과 사학법이었다. 전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후자의 일부는 개정되었다. 그렇게 된 근원적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언론과 사학이 기본적으로는 사적인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이 가지는 공적 성격을 빌미로 과잉 제한함으로써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2005년도에 거의 새로 제정되었다 할 정도로 전면 개정된 사학법은 올 7월27일 재개정되었다. 사학 측에서는 이 재개정 사학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새로 제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서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는 비록 이사 구성 방법의 변화는 있지만 제도 자체가 여전히 공교육의 주체로서 지니는 사학의 자율성을 과잉으로 침해하는 반공익적 제도이다. 임시이사제 역시 그 구성 등을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의 사학법인분쟁조정위원회에 맡김으로써 사학의 설립과 운영 주체와는 무관한 사람이나 집단이 사학을 탈취할 수 있게 하는 반영구적 관선이사제의 황금의 다리가 되게 한다. 교원인사위원회가 교원 임면 등 인사에 관한 심의기관의 지위를 갖는 것 역시 사학법인의 권한인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등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을 둘러싼 논란이 우리 사회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2006년 강남구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9만 4000원이라 한다. 학생 보유 가구수를 최소 8만가구로 잡아도 한 달에 약 560억원이니 1년이면 6700억원에 이른다. 다른 부대비용까지 보태면 1조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기러기 아빠로 통칭되는 해외유학 가구의 경비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들 돈을 공교육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다. 원인은 사학을 관학으로 여기고 그 자율성을 국공립의 학교보다 더 죄는 사학법 체제에 있다. 투명한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와 최저학력 보장을 위한 관학과 사학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의 손발을 죄는 각종 사학관련 법제의 재편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법인의 회계를 그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엄격하게 구분함으로써 사학을 앉은뱅이로 만드는 법이다. 또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전면 실시된 중등의무교육경비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에도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산정시 공·사립학교의 교원인건비 전액(법정부담금 포함)을 기준재정 수요에 반영하여 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의무교육 시행 전인 1973년에 제정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사립중학교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을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 무상 수혜권의 기본권의 취지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헌법위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교육당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의무교육을 받을 국민의 권리와 돈은 좀 들더라도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치 못하고 있다. 대선주자들 역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인 이들 문제들에 여전히 벽창호다. 그저 누가 더 못났느냐만 따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는 공교육을 외면하고 밖으로 나간다. 제17대 대통령은 공교육을 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 한국 1000대기업 특징 보니

    한국 1000대기업 특징 보니

    나이 25.61세, 딸린 식솔 1437명, 연소득 1조 1920억원.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평균 자화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코참비즈’(www.korchambiz.net)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16일 ‘대한민국 1000대 기업의 특징’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000위(매출액 기준) 안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은 평균 105개였다. 이는 105개 기업이 10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의미다.1000위 안에 진입하는 데는 평균 16년이 걸렸다. 현재 국내 사업체 수가 300만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3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진입´ 3000대1 경쟁… 16년 소요 업종별 생존율도 흥미롭다.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1000대 기업에 살아남은 회사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전기·가스·수도업이 100% 생존율을 기록했다. 해당 업종의 29개 기업이 모두 살아남았다. 건설업(85.9%), 금융·보험업(84.3%)도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부동산·임대업의 생존율은 불과 15%에 그쳤다.10개 기업 중 1.5개 기업만 1000대 기업에 턱걸이했다는 얘기다. 도·소매업(70.8%)도 평균 생존율(75%)을 밑돌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함을 의미한다. 제조업(72.7%) 생존율은 평균치에 약간 못 미쳤다. ‘빅10’의 절대적 지위는 다소 약화됐다.1000위권 가운데 상위 10등까지의 매출액 비중이 2002년 25.1%에서 지난해 21.7%로 낮아졌다.50등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기업의 매출액 비중이 같은 기간(53.0%→50.4%) 줄었다. 꼭짓점에 몰려 있던 매출액 편중 현상이 그나마 다소 완화된 것이다. 코스닥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77개사가 지난해 1000위권 안에 진입했다.2002년(65개)보다 12개 늘었다. 하지만 증권거래소를 포함한 전체 상장업체는 같은 기간 크게(395개→351개) 줄었다. ●해마다 10% 물갈이 ‘희비’ 순위별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내리 1·2위를 각각 차지했다.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은 같은 기간 각각 8계단이나 순위가 뛰었다. 현대중공업도 3계단 올랐다. 에너지·조선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LG상사는 37계단, 삼성물산은 19계단이나 밀려났다. 요즘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대한항공과 롯데쇼핑도 각각 5계단 밀려나며 30위권에 턱걸이했다. 1000대 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지난해 1437명으로 2002년보다 6.9%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매출액(9270억원→1조 1920억원) 증가율(28.6%)을 크게 웃돈다. 이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개선됐음을 말해준다. 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38%(579억원→799억원) 늘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홍준표·원희룡의 경제 공약

    홍준표·원희룡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산업자본 분리 유지, 재벌상속에 대한 탈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후보 측은 “지분이 3∼4%밖에 되지 않는 재벌 총수가 황제적 지위를 누리는 왜곡된 구조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 “사회적 합의로 무파업 달성” 홍 후보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재벌의 중소기업 전문 영역 참여를 제한하고, 수입대체 중소기업 벤처기업은 10년 동안 면세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진입 규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 및 역차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파업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공약은 ‘빅 2’와 같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홍 후보는 노·사·정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부문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사회 대타협 기구 출범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법질서 강화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무파업을 달성해야 한다는 데서 이명박·박근혜 후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노동철학을 엿볼 수 있다. ●원 후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원 후보 역시 중소기업의 집중적 육성을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는 홍 후보와 의견을 같이한다. 원 후보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독립해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강력한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1가구 1주택 정착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시장친화적 토지·주택 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는 한편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세제·법률 및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박 양 후보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을 ‘세금 폭탄’이라고 비난하며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에까지 1가구 1주택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 환수 조세책 강화뿐 아니라 신도시 공영개발 확대, 대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네 후보 중 유일하게 10대 핵심공약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공약을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원 후보는 이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취재팀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9일로 베이징올림픽 ‘D-365’.2008년 올림픽 주경기는 1년이 남았지만, 중국은 지금 ‘장외 경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을 필두로 한 ‘기업들의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다. 이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코카콜라는 올해 초 중국에서 기존엔 없던 600㎖짜리를 새로 출시했다.S라인을 한껏 살렸으며 손잡이가 편해졌다는 평가다. 이 콜라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성화 봉송로 발표일인 4월26일 콜라를 무료로 나눠줄 때도 별도로 제작한 기념 캔을 사용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수도박물관은 ‘올림픽유치 기념 특별 전시회’를 열면서 콜라 부스를 따로 따내기도 했다.50년 전의 콜라병과 기념배지 등은 올림픽과 함께한 코카콜라의 역사를 한껏 과시했다.‘올림픽의 상징 기업’ 코카콜라가 2008 베이징올림픽 마케팅에 얼마나 일찌감치 뛰어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최근 중국에서 임금착취, 노조억압 등 시비에 휘말린 맥도널드는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유니폼을 바꾸며 이미지 제고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슈워츠는 요즘 매일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맥도널드가 얼마나 베이징올림픽을 지원하며, 성공을 기원하는지 강조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올림픽 공식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s)’들은 우월적 지위에서 이미 마케팅을 본격화해왔다. 삼성, 비자, 제너럴일렉트릭(GE), 맥도널드, 코닥, 파나소닉, 아토스 오리진, 존슨앤드존슨, 오메가, 매뉴라이프, 레노보 등 12개 후원사는 최근 중국 TV와 언론매체에 단골 광고주다. 로컬 기업들의 ‘유사’ 광고도 한창이다. 올림픽 로고나 상징 문양·색 등을 통해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한창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던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버드와이저는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 내 브랜드를 갑자기 영문(Bud)과 중문(百威)을 함께 쓰는 광고로 바꿨다. 월드컵 무대에 중국어 광고가 처음 진출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타깃으로 한 고도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으로 이번 올림픽은 중국 기업들에게 커다란 도약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 기업과 1차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기업들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聯想·Lenovo)의 양위안칭(楊元慶) 회장은 “올림픽은 우리가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비밀열쇠”라고까지 공언했다.2004년 17억 5000만달러에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롄상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7000만달러 이상을 내고 TOP이 됐다. 세계 각국에 ‘올림픽 PC시리즈’를 선보였고 광고는 올림픽 후원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코카콜라를 떠올릴 수 있는 빨란색을 채용한 노트북을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올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18%나 상승했다. 특히 현지 기업들은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지정하는 ‘로컬 스폰서’로 공식적인 홍보활동을 함으로써 외국기업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외국 기업들이 도리어 ‘앰부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색가전 브랜드 하이얼(海), 중국 최대 우유회사 이리(伊利), 중국이동, 중국 2위 은행인 중국은행 등도 올림픽마케팅에 뛰어든지 오래다.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1년을 ‘혁명의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
  • [지방시대] 청주직지문화특구에 거는 기대/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마침내 중앙정부가 직지(直指)의 진가를 알았나 보다. 지난 6월 인쇄문화산업진흥법을 만들더니 며칠 전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어 청주 고인쇄박물관 주변을 ‘청주직지문화특구’로 지정했으니 말이다. 청주직지문화특구는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지정된 국내 최초의 특구여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역의 조그마한 시민단체가 문화운동으로 시작한 직지찾기운동이 그 시발점이었다. 풀뿌리민주주의 실천이 낳은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직지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곱씹어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임에 틀림이 없다. 그 이유는 직지가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점이다.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그 가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직지는 인류사에 정보의 생산, 기록, 교류를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학습의 양과 질을 가속화시켰다. 현대의 지식정보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정보기술과 인간의 창조적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제시해 준다. 청주시와 시민단체가 정부의 관심 밖에 있던 직지의 세계화를 통해 청주의 세계화 전략을 구상하고 다듬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직지의 가치를 문화·경제와 연계해 청주의 세계화에 경쟁력을 확보한 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산업도시이자 세계 최고 인쇄문화도시로 승화시키자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번 특구지정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힘을 얻게 됐다. 직지특구의 계획에는 2010년까지 총 130억원을 들여 직지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하고 기반조성 사업, 직지문화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 사업, 관광자원 개발과 투어링사업 등 3개 분야에서 10여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구지정이 지방정부 경쟁력을 가져오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청주시가 정부의 특구지정 원칙과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때에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청주직지문화특구 지정이 직지가 지니는 상징성과 위상에 걸맞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선택과 집중이다. 행사를 위한 행사로 추진되고 있는 직지와 관련된 사업을 재정비해 직지의 위상에 걸맞은 사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이 나눠먹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직지 관련 사업과 예산도 재정비해 효율적으로 배분해야만 한다. 청주시 중기 재정계획과 도시 기본계획과정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둘째 청주직지문화특구의 지리적 범위가 재정립돼야 한다. 현재의 특구범위로는 직지를 통한 인쇄문화도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역부족이다. 추진 과정에서 기존 특구범위에다 그동안 연구돼온 직지문화지구를 도시계획에 담아 이를 연계한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직지문화특구 지정이 지니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과 배려, 중앙 정부의 인식 제고를 통한 행정력과 예산 지원도 절실하다. 특히 직지 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기획 운영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을 관리 운용하는 중심축다운 지위와 조직, 시설, 연구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 마인츠시가 구텐베르크의 세계화 100년 역사를 통해 세계적인 인쇄문화도시로 거듭난 점에 비춰 보면 청주직지문화특구의 지정은 청주시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직지의 가치를 살려 청주의 희망이 한국의 희망으로, 더 나아가 세계 지식산업의 희망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 [新 차이나 리포트] (4) 중국은 유통·물류 혁명 중

    [新 차이나 리포트] (4) 중국은 유통·물류 혁명 중

    |상하이 광저우 이지운특파원|중국 광저우(廣州) 바이윈(白云) 신국제공항에서 10여㎞ 북쪽을 달리니 허허벌판에 피어 오르는 뽀얀 먼지가 눈에 들어온다. 대형트럭이 줄지어 오가고 포클레인을 비롯한 중장비들이 곳곳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가운데 덜렁 세워진 건물 하나. 세계적 택배 업체 페덱스의 막 지어진 분류센터라고 관계자가 소개한다. 페덱스의 아·태지역 허브가 막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필리핀 수비크에 있던 페덱스의 아·태 본부는 이 곳으로 옮겨진다. 올해 말까지 기반시설 공정을 마치고 내년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광둥성은 페덱스 유치를 위해 매주 200여편의 화물기가 사용할 ‘전용 활주로’를 제공했다. 지금 그 활주로를 닦고 있는 중이다. 페덱스의 아·태본부는 왜 이사하는가. 중국 물류산업의 시장성도 주요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페덱스는 지난 3월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DTW(天津大田)를 4억 달러에 인수하며 중국 택배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광둥성공항관리집단측은 “주장(珠江)삼각주라는 대규모 제조업 기지와 엄청난 무역량,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제행사 등은 택배회사로는 ‘치명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고 자랑했다. ●올 물류총액 73조 9000억위안 전망 중국은 지금 유통·물류의 혁명이 진행 중이다. 올해 중국의 물류총액은 73조 9000억위안(약 9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 중국의 사회물류총액은 15조 60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24.2% 성장했다. 중국은 WTO 가입 약속에 따라 유통·물류업을 전면 개방한 지 1년 남짓 됐을 뿐이다. 향후 발전가능성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 전문가들은 “2006∼2010년에 이뤄지는 11차 5개년계획 기간 중국의 물류총액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연평균 23%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06년 중국 전역의 물류업 부가가치는 1조 4120억위안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둥젠쥔(董建軍) 중국대외무역운수총공사 부회장은 “앞으로 5년 뒤면 중국의 물류시장 규모는 세계 2위인 일본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7년 전망과 관련, 중국 인민대학의 황궈슝(黃國雄) 교수는 “대대적인 유통업의 재편과 조정을 맞게 될 것”이라며 “외국 유통기업의 도전에 맞서 중국 내 유통산업 통합이 더욱 가속될 것이며 M&A도 자주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전문 유통매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규모를 갖춘 대형 그룹들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유통 전문업체 궈메이(國美)와 같은 일부 기업은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하고 가전 체인 산업의 집중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업체들 외자에 맞서 M&A 가속화 유통·물류의 전망은 중국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내수 진작’과 맞물려 그 성장 가능성에 안정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물류가 중서부와 동북부로 확대되는 상황은 ‘균형 발전’과도 부합하는 일이다. 동부 연해 지역 항구를 중추로 대형 물류 거점 몇 곳을 형성했던 것이 서부대개발, 동북 진흥 및 중부 굴기 전략의 실시와 함께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이다. 까르푸 중국지역 측은 최근 열린 ‘제2회 중국 중부지역 투자무역 박람회’에서 “중국에서 마트의 성장 가능성을 가진 도시는 최소 600곳에 달하지만, 현재 까르푸는 겨우 30여곳의 도시에 진출해 98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것에 그치고 있다.”며 확장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월마트 5년간 중국매장 2배 확대 계획 월마트는 향후 5년간 중국 매장의 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중국담당 테렌스 쿨렌 부사장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소도시로 점포를 확장함으로써 중국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내 46개 도시에서 8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월마트는 올들어 이미 지난해 전체 신설 점포수 15개에 육박하는 12개의 매장을 추가했다. 쿨렌 부사장은 “공격적 성장을 통해 주도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소매 유통체인들은 동부 연안의 1급 도시에서 매장 1개를 개설할 자금으로 4개의 매장을 열 수 있는 중·서부와 동북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서는 편의점들간의 전쟁도 본격화했다. 딩신(頂新)국제그룹 산하의 편의점 훼미리마트가 상하이점에 이어 광저우에 진출했다. 훼미리마트는 올해 광저우에만 점포 약 20개 개설할 계획이다. 코트라 광저우무역관의 박종식 관장은 “유통·물류의 확산은 중국내 엄청난 소비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면서 “이제는 유통·물류 혁명이 가져올 소비의 폭발을 준비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jj@seoul.co.kr ■ 세계 4대 특송업체 중국시장 80% 점유 |상하이 광저우 이지운특파원|전면 개방 첫 해인 2006년 중국의 유통·물류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한다. 국민경제에 대한 유통산업의 기여도가 높아져 도·소매업, 숙박·요식업 등에서 거둬 들인 부가가치세, 영업세, 소득세는 총 4200억위안으로 전년도보다 17%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내 유통기업들 신경전 점입가경 유통·물류의 성장은 무엇보다 소비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의 관련 연구 보고서들은 “농촌의 소비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상무부 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2006∼2007년 중국 유통산업 발전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 사회의 상품 유통 총액은 동기 대비 24% 증가한 59억 6000만위안으로 GDP 증가율을 훨씬 넘어섰다. 사회소비재 소매 총액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7조 6410억위안으로 1997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1인당 사회소비재 소매액은 5813위안,1인당 하루 평균 사회소비재 소매액은 2005년보다 1.8위안 오른 15.9위안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올해 사회소비재 소매액은 14% 증가한 8조 7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유통산업 투자 확대, 유통 인프라 여건 개선,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쇼핑의 비약적 발전, 프랜차이즈 경영 범위 확대, 프랜차이즈 기업의 실력 강화, 유통분야의 M&A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만큼 외국계 기업과 토종 관련 기업간의 전투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다국적 유통기업에 맞서 선점 효과를 내주지 않기 위한 중국내 유통기업들의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국제특급운송 분야는 외국 기업의 독점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 세계 4대 대형 특송업체인 미국의 페덱스와 UPS, 독일의 DHL, 네덜란드의 TNT는 중국 국제특송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2005년 말 중국이 물류업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면서 4대 특송업체가 독자,M&A, 가맹 등 방식으로 판매망 확대를 가속화하고 독점적 지위를 한층 더 강화했다. ●중국업체들 낮은 신용도·비싼 원가로 어려움 딩쥔파(丁俊發) 물류구매연합회 상무부회장은 국제특급운송, 항운물류, 자동차 물류 및 특수 철강재 물류 등 중국에 진입한 해외 제조기업과 요식업 분야에서 외자 기업들이 단기내에 깨지기 힘든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유통 업계는 유통분야의 낮은 신용도, 비싼 유통 원가, 유통분야의 기초론 연구 취약, 유통 분야 인재 부족 등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 토종 물류기업들은 인재 유치 경쟁에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중국의 보조 물류관리사, 물류관리사, 고급 물류관리사는 약 1만 7000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고급 물류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는 292명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인재난을 겪고 있는 12가지 업종 중 하나다. 일반적인 물류인재는 약 600만명이 부족하며, 이 중 고급 물류관리 인재의 수요는 매년 15%의 증가율로 늘어나고 있다.2010년이면 기존의 물류관리 인재 외에도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갖춘 인력이 100만명 이상 더 충원되어야만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거액을 쏟아 붓는 등 스카우트 경쟁에 나서고 있다. jj@seoul.co.kr
  • 수신료 부당인상 케이블TV 15社 적발

    싸게 공급하던 케이블TV의 단체계약 상품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비싼 상품에 포함시키는 수법으로 소비자들의 수신료를 더 챙긴 태광그룹 계열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태광티브로드 계열 15개 SO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억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CJ 계열 3개 SO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티브로드 계열 15개 SO들은 독점적으로 방송을 공급하던 지역에서 2005년 12월부터 저가인 단체계약 상품의 신규 계약과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 안산·의왕·용인·안성·평택·오산·군포, 인천 서구·남동구·중구, 충남 천안·아산 등지에서다. 그러나 이들 SO들은 경쟁사업자가 있는 부산 서구나 사하구 등지에서는 여전히 단체계약 상품을 받거나 계약을 유지했다. 티브로드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단체계약자의 50%가 고급형 등 개별계약으로 전환하면 매출이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태광티브로드 계열 SO의 이런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이 싼 단체상품을 비싼 개별상품으로 유도해 소비자의 수신료 부담을 올리는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태광티브로드 계열 8개 SO와 CJ 계열의 3개 SO는 지난해 4월 저가형 묶음상품에 있던 MBC ESPN과 SBS 스포츠, 드라마 채널 등 인기가 높은 채널을 고가형 상품에 편성, 저가형 묶음상품의 품질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 가입자들은 채널 편성의 일방적인 변경으로 불만이 생겨도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지 못했다. 나아가 기존의 인기 채널을 보려면 수신료를 50∼150% 더 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케이블TV 시장이 지역별로 독과점화하면서 인기채널을 비싼 상품에 편성해 수신료를 올리거나 계약을 중단하는 부당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같은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지역 독과점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역사에서 본격적인 공약대결이 시작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13대 대선부터다. 이전에는 ‘사사오입’ ‘부정선거’ ‘유신’ ‘체육관선거’라는 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약은 철저히 무시됐다. 민주화 이후의 대선 공약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아니었다. 공약이 선거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유권자의 선택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한 탓이다. 지역주의가 선거를 지배하는 구도가 계속되면서 정책공약은 유권자를 동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후보나 정당은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뭐든지 다 해 주겠다며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거나, 장밋빛 공약만 형식적으로 내놓았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공약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백지위임을 받은 것처럼 통치해 왔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유권자는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다행히 2002년 16대 대선부터 3김의 퇴장과 함께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이념적 경쟁이 자리잡으면서 정책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보를 강조한 노무현 후보와 보수를 강조한 이회창 후보가 원심적 대결을 펼치면서 공약의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15대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은 후보자간 정책 차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도 과거의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먹구구식 공약 역대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슬로건이나 구호로 끝난 게 대부분이다. 정당과 후보는 그럴싸한 수사로 공약의 기조를 제시했으나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재원과 추진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넉넉하고 고른 경제’,‘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균형잡힌 사회를 이룩한다.’는 등의 약속은 장밋빛이었지만, 실천방안은 회색빛이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신한국창조를 위한 10대 과제,77개 공약을 발표했다.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도 100대 중점공약을 제시했다.2002년 노무현 후보도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4대 비전과 20대 정책목표,15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으나 모두 실천방안이 결여됐다. 진정한 의미의 매니페스토 공약은 아니었던 셈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공약도 주먹구구식이 많았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제시한 물가상승률 2∼3% 유지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게 뻔한 주택 200만호 건설과 숱한 개발공약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1997년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5강 진입’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에서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2002년 노무현 후보의 경제성장률 연 7% 달성 공약은 이회창 후보의 6% 성장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우선순위 없는 망라형 공약 제한된 예산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우선순위가 제시된 공약도 별로 없었다. 공약의 기조와 10대 과제,100대 과제 등은 나열에 불과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교육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교육공약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역대 대선공약은 각계각층의 모든 유권자를 다 만족시키려고 했다. 우선순위를 부여하면 특정계층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고른 득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밝히기를 꺼린 것이다.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예산추계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유권자를 속여 온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는 무시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공약들이 망라돼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에 ‘깜짝 공약’이 등장해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정책공약보다는 정치공세가 주류를 이뤄 혼탁해진 경험도 많다. ●비전 아닌 선심경쟁 역대 대선공약은 ‘비전경쟁’이 아닌 ‘선심경쟁’이었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농가부채 전면탕감을, 김영삼 후보는 그린벨트 해제를 내걸어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14대 대선에서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제시한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군복무기간 단축, 예비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심성 공약의 단골메뉴다. ●깜짝공약·위헌공약으로 당선 돌발적인 ‘깜짝공약’이 선거판세를 좌우한 경우도 많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막판 선거 유세중 ‘88올림픽을 치른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갑자기 발표했다. 중간평가 공약은 6공화국의 족쇄가 됐으며, 결국 야당과 적당히 타협해 없었던 일로 처리됐다. 15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내각제 개헌이었다.1997년 11월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통령후보는 김대중, 총리는 김종필이 맡도록 하는 야권후보단일화에 합의했고,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1999년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고 했으나 이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16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계획과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40조원이 든다.”고 반박했지만, 노무현 후보 측은 “4조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정치공세에 눌린 정책대결 대선공약은 정치공세에 눌려 빛을 발할 수 없었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가짜 보통사람’,‘쿠데타의 주역’으로,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당을 깨고,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로 매도됐다. 14대 대선 초반부터 색깔론 시비, 현대그룹을 동원한 금권선거 시비, 초원복집 사건 등이 쟁점으로 부상해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다.15대 대선의 이슈는 정권교체,3김 청산, 세대교체 등이었다. 내각제도 정권교체와 맞물린 이슈였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DJ 비자금 사건, 경제파탄 책임론과 IMF 재협상론 등도 쟁점이었다.16대 대선에서는 여권의 대선후보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 등이 주된 이슈가 돼 정책대결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월드컵 열풍과 미군 장갑차 사건,DJ정부 말기에 터진 각종 게이트, 서해교전 등도 정책 선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니페스토 검증이 우선돼야 공약 입안과 집행과정의 폐쇄성도 문제다. 많은 학자와 당 관계자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공약이행 평가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권 인수위 등에서 공약이행계획을 작성하면 이것이 대외비 문서로 관리되거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인 매니페스토식 공약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길은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먼저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 앞에서 공개해 토론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선거캠페인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공약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현출 국회입법연구관
  • [서울광장] 간판과 실력/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간판과 실력/함혜리 논설위원

    ‘번쩍이는 것이 다 금은 아니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외모에 현혹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의 외모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외모란 비단 얼굴 생김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출신, 학벌, 배경, 지위 등 사람의 겉 모습을 이루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간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인격이 훌륭해도 간판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목받거나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간판 만능주의다. 간판의 대표적인 것이 학벌이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학벌을 중시한다. 어느 교수는 우리 사회의 학력주의에 대해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단번에 한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리려는 극단적 효율주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람들은 간판을 화려하게 꾸미려고 기를 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명문대 졸업장을 따야 한다. 기회만 닿으면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 좀더 급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조기 유학 보낸다. 조기유학을 보내려니 가족이 헤어져야 한다.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고, 멀리 떨어져 살다가 급기야 이혼을 하는 부부도 생겨난다. 이혼 가정의 아이는 사춘기를 견디기 힘들어하며 방황하다 결국 문제아가 된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불행의 악순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간판 만능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가짜를 양산하고, 이 사회에 불신의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 사건의 주인공 신정아씨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났더라도 고졸 학력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더라면 동국대 교수나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신씨가 석·박사 학위를 땄다고 당돌하게 거짓말을 한 것은 그런 풍토를 일찌감치 깨우쳤기 때문이다. 로비력과 재벌가 사모님들의 예술적 허영심은 이런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지만 실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해 주는 사회였다면 신씨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 만무하다. 받지도 않은 영국 학·석사학위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난 KBS-FM ‘굿모닝팝스’의 강사 이지영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진짜 자기 실력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의심의 대상이 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에서,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간판에 이처럼 집착하지 않는다. 실력이 검증되면 학력이 어떻든 그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버진 애틀랜틱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의 CEO인 리처드 브랜슨은 중학교 중퇴의 학력이다. 난독증과 학교 혐오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곱살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키워 파는 사업을 구상할 정도로 창의성과 모험심, 도전 정신이 뛰어났다.40세 이전에 이미 억만장자가 된 그는 200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리처드 브랜슨은 많은 청년 기업가들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중졸이면 어떻고, 고졸이면 어떤가?실력을 갖추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화려한 포장과 명성을 좇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하는 한 후진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증명서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간판 만능주의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마땅하다. 이번 신정아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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