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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가 걸어온 길] 1.바람의 시인, 시대를 말하다(상) 고은

    [명사가 걸어온 길] 1.바람의 시인, 시대를 말하다(상) 고은

    “프랑코가 곧 죽을 모양이다. 사르트르가 그자를 ‘라틴의 돼지’라고 부르고 그놈이 어서 죽기만 기다리노라고 말한 것이 통쾌하다. 거리의 사람들. 독재를 견디어내는 이 인내의 일상 체념과 방관의 일상이야말로 독재의 온상이다. 의병의 역사, 봉기의 역사가 있었으나 그것의 분출 자체가 타자 의존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저항보다 순응과 피동의 역사가 더 길다. 혁명, 영구혁명은 관념인가. 창조는 어떤 경우도 혁명적이지 않으면 창조가 아니다.” 1975년 11월 15일 고은(당시 42세)은 청소년기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온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독재를 견디어내는 이 인내의 일상 체념과 방관의 일상이야말로 독재의 온상이다’는 대목에서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1974년 11월 18일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로서 ‘문학인 101선언’을 주도했던 침묵을 깨야 한다는 결단이 느껴진다. ‘창조는 어떤 경우도 혁명적이지 않으면 창조가 아니다’에는 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지면 안 된다는 철학이 강하게 배어 있다.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 연말 경기도 안성 자택에서 만난 고은은 책으로 벽을 쌓아 지은 고분 같은 서재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쪽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서재는 어두운 듯하면서 환했다. 미닫이문을 터서 만든 10평 안팎의 장방형 서재는 시인에게 어머니 자궁 같은 안온함을 준다고 했다. 짙은 감색 셔츠에 같은 색 실크 머플러를 목에 두른 고은은 고요했다. 전설처럼 떠돌던 술에 전 낭만의 시인이나, 열정의 시인, 독재에 저항하는 시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팔순의 성찰하는 고은이 보였다. 어쩌면 이것이 본래의 고은일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고흐를 열망한 내 소년기를 부쉈다 ‘한국의 고흐’가 되고 싶었던 17살 예술지상주의자였던 소년의 운명을 맨처음 뒤틀어 놓은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외삼촌 집에서 본 고흐의 화보집을 보며 꿈을 키우던 고은에게 한국전쟁은 감당할 수 없는 참극이었다. “좌익이 점령했을 때는 우익이 죽었고, 우익이 돌아오자 좌익이 죽었죠. 내 고향에서만도 이 죽음의 재앙이 세 번 되풀이됐다. 군인들이 와 시체를 파내서 옮기라고 했는데, 그 작업을 하고 나면 보름 동안 씻고 또 씻어도 시체 냄새가 몸에서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인간 하면 서로 죽이는 행위, 고향 하면 핏줄끼리도 이데올로기 때문에 싸우는 그런 것만 연상됐다. 죽음에 대해 아무 준비도 없던 10대 어린애가 그것을 만난 것이다. 소년 자체가 부서져버렸다.” 고아의 의식이 투철하다는 고은은 한국전쟁으로 조상과 끈이 끊겼다고 생각했다. 고향도 무섭고, 핏줄도 무서웠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피에 주려 있는가를 본 소년의 정신은 온전해지지 못했다. 정신착란으로 집을 뛰쳐나갔고, 자살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전쟁통에 군산고를 중퇴했는데, 전쟁 중에 그는 모교인 군산북중학교 국어교사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혐오들이 밀려오던 터에 1952년 출가를 했다. 1957년에 전등사 주지를 지냈고, 1958년 ‘불교신문’을 창간해 주필을 맡았던 그는 1962년 환속했다. 등단은 1958년, 26살 때다. 시인협회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이 실렸다. 현대시인이 100명 정도에 불과하던 시절이라 그는 현대문학 2세대 정도되는데도 1세대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김동리, 오상순, 김수영 등과 어울리며 살았다. 유미주의자였던 그의 예술관과 삶의 방식을 전복시킨 것은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자살이었다. 잊어버린 과거가 된 전태일의 죽음이 술에 절어 나른했던 시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서울 무교동에 현란한 고층건물들이 서 있는데, 당시에는 바라크였다. 낮은 건물뿐이었다. 통행금지 시절이었는데, 술을 마시고 돌아갈 수가 없으니 주모에게 사정하고 아첨해서 술집 탁자 같은 데서 자곤 했다. 그날도 아마 그런 날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인데 신문 쪼가리들이 바람에 굴러다니더라. 묵은 신문이었는데, 사회면과 사설면에 ‘노동자 분신자살!’이라고 써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죽음이 워낙 육친화되어 있다 보니 죽음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떠지더라. 어, 이것 봐라! 일종의 죽음의 비교라고 할까. 그런데 이런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풀빵 10개로 점심을 때우고,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우이동 판잣집까지 버스비가 없어 한밤중까지 걸어가고, 그런 인간의 삶이 나오더라.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게 뭔가. 현실을 깨달았다. 거대한 착취와 비인간화,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다락방 지옥의 밀실 같은 곳에서 소녀들이 가혹한 노동을 하고, 폐결핵으로 피를 토하고.” 민주화 전위? 뒤늦게, 엉거주춤 서 있었다 현실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그를 두고 사람들이 ‘초개’라고 했는데, 그는 밀물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에 각성이 됐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1970년대 봉제공장의 노동현실을 설명하던 그는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와 “사람들은 내가 민주화 운동의 전위에 섰다고 하는데, 사실 뒤늦게 뒤꽁댕이를 따라다니면서 한 것이다. 뒤늦게 엉거주춤하게 거기에 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전태일의 죽음에 나만 충격받은 것이 아니다. 서울대 법대생들도 다 깨쳤다. 나중에 감옥에서 만난 조영래, 장기표, 걔네들도 다 깨쳤더라. 나는 지식인이랄 것도 없고 예술인이었는데 전태일의 죽음의 폭풍이 나까지 몰아세웠다. 그래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작가들도 뭔가 해야겠다. 그때 자기 몸을 던지는 행복이 생겼다.” 동료 작가들은 물론 선후배 작가들까지 뭉치도록 앞장서서 나갔다. ‘나를 빼고 몰래 하면 안 된다’는 작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설득하면 다소 보수적인 현대문학 1세대 선배들도 동참했단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간사가 된 배경이다. 당시 자유실천문인협회의 주장은 5가지였다. 구속자를 석방하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자유민주주의 정신의 절차에 따른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라 등이었다. 당시 세종로에서 시위하고 그와 조해일, 윤흥길, 박태순 등 7명이 연행됐다. 고은의 본격적인 빵살이(감옥살이)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부터 시작됐다. 1977년, 1979년이 자유실천문입협회 건이었다. 1980년에는 김대중내란음모죄에 연루됐다. 죽음이 목젖까지 찾아왔던 때다. 1988년 정부가 월북·납북작가 작품들을 해금하자, 고은은 더 나아가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북한의 작가동맹 소속 작가들과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한다. 이것이 문제가 돼 1989년 다시 투옥됐다. 국가가 달아준 ’별’이 4개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운동이 본격화될 때 그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1987년)를 맡았다. 국가와의 갈등이 완화된 건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였다. 그의 나이 60세 때다. 1993년 처음으로 여권이 나왔다. 그전까지는 임시여권만 발급됐다. 시인 고은이 ‘세계의 시인 고은’이 된 시점도 그때부터다. 1970년부터 1993년까지 23년간 그는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의 각종 폐해를 해소하고,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의 시인’으로 살았다. 한국전쟁으로 상처받은 그는 이제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는 독특한 통일 이론이 있다. 다연방 통일제를 주장한다. 북한의 언어는 문화어(표준어)-평양중심의 언어로 통합된다. 남한은 표준어는 서울 종로에 사는 중산층의 언어다. 마포에서 쓰는 언어도 아니다. 그런데 표준이나 통합은 말살이다. 시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투리, 지역어는 다 신성한데 다 말살되고 있다. 이것은 나쁜 단일화다. 그래서 나는 사투리와 지역어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등 20여개 연방으로 만들어서, 수상최고회의를 국가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는 남북한 통일된 국가를 꿈꾼다. 스위스, 말레이시아, 미합중국, 넓게 보면 중국도 다 연방 아니냐.” 그는 100년 안에 아시아에도 유럽연합(EU)과 같은 국가연합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구상이 한낱 백일몽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로 80세인 고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태어나 식민지와 1945년 해방과 분단, 1948년 대한민국 건국,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민주화혁명, 1961년 5·16군사쿠데타,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몰락, 1980년 서울의 봄과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민주화운동, 1997년 외환위기와 극복까지. 롤러코스터보다 더 다이내믹한 인생이다. 침묵할 수 없던 시대, 그것은 선물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대는 조용할 수 없는 시대였지만, 남들보다 더 격렬하게 부딪치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 시대가 나에게 준 것도 있고, 내가 시대에 준 것도 있다. 이것이 맞물려서 심상치 않은, 비일상적인 삶의 연대기를 갖게 됐다”며 허허롭게 웃은 뒤 “사람들은 나를 ‘풍운아’라고도 부르지만, 돌아보면 시대가 나에게 준 선물과 같은 것이 많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고은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고언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역사의 유산을 정리해본 적이 없다. 민족끼리 싸우는 삼국시대, 후삼국시대를 고스란히 복제하고 있다. 그런 바보 같은 땅이 어디 있나. 치유되지 않은 삶을 자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판이다. 피의 흔적을 닦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당대의 정당성이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역사라고 할 수도 없다. 길들여져 있는 체제에 의해 쉽게 변경될 수 없는 관행, 제도가 있으니 현안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당대에 손가락질당하고, 역적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온한 꿈을 꾸고 확산해야 한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대피… 파티… ‘종말의 날’ 몸살 앓은 지구촌

    고대 마야 달력 주기가 끝나는 날인 21일(현지시간) ‘지구 종말설’로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일각에서는 종말의 날을 이용한 파티 등 상업주의까지 판치면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종말론이 마야 달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재차 진화에 나섰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고대 마야인들이 남긴 마야 달력 주기를 근거로 일부 종말론자들이 ‘지구 종말의 날’이라고 주장한 이날,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구 종말에 대한 온갖 소문이 퍼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두려움이 확산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이날 호주 서부 퍼스의 하늘에서 포착된 ‘지옥의 문’ 사진이 유포돼 종말론을 부추겼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바위산인 부가라치산과 세르비아 루탄주산, 터키 시린제 마을 등은 종말의 날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온 종말론자들과 각국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아르헨티나 우리토르코산에서 집단 자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아르헨티나 당국이 이 산에 대한 접근을 통제했다. 미국 미시간주 라피어카운티와 제니시카운티에서는 종말론이 기승을 부리자 일부 학교가 수업을 취소했다. 종말론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중국 당국은 종말론 유포 세력으로 신흥 종교집단 ‘전능신’(全能神) 교단을 지목하고 신도 1000여명을 붙잡았다. 러시아의 한 박물관은 지하 벙커를 이용해 ‘종말론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박물관 측이 1500달러(약 160만원)를 받고 대피 장소 티켓 1000장을 팔았다는 것이다. 영국 솔즈베리 평원의 석기시대 원형 유적인 스톤헨지에는 ‘지구 종말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 수백명의 관광객들로 들썩였다. 마야 문명의 근거지인 멕시코는 이날을 최후의 날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날로 포장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야 문명의 대유적지인 멕시코 치첸이트사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예술가들과 히피, 모험가들로 붐볐다. 이들은 지구 종말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시작을 뜻한다고 확신하면서 새 시대의 탄생을 기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전 세계가 종말론으로 들썩인 가운데 나사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마야 종말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사는 “마야 달력은 일반 달력에서 12월 31일이 끝나고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1984년 10월 16일 밤. 아홉 살 종선이는 세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부산의 한 파출소에 있었다. 아버지가 새 신발과 옷을 사주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도 본 날이었다. 한낮의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종선과 누나는 파출소 앞에 나타난 검은색 차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복지원. 종선은 일련번호 ‘84, 10-3618’을 달고, ‘소대’로 불리는 숙소에 배정됐다. 그리고 지옥은 시작됐다. 복지원 생활은 군대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 군 출신이라는 원장을 정점으로, 명령 체계는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하얀색 속옷, 트레이닝복, 검정 고무신으로 일년을 버텼다. 오후 8시 취침에 새벽 4시 기상. 일어나면 30분 안에 모든 소대원들이 세면을 끝내야 했다. 아침식사를 시작하는 6시까지 종선과 아이들은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했다. 식단은 일년내내 같다. 꽁보리밥에 시래기 된장국, 생선이 썩은 듯한 전어젓과 소금 뿌린 배추김치가 전부다. 이나마도 먹는 시간은 몇 분 정도다. 조장이 부를 때 순서 안에 들지 못하면 얼차려를 받았다. 바지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거나 소매 속에 손을 감추면, 시키는 것을 제대로 못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조장의 기분이 언짢으면 가차 없이 기합이다. 기합보다는 맞는 게 오히려 낫다. 명치나 복부를 맨주먹으로 후려치고, 무릎을 꿇린 채 손등을 허벅지에 대고 손바닥을 때려도 구타가 차라리 나은 이유는 ‘금방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세게 맞아 뼈가 부러지고 척추나 허벅지를 잘못 맞으면 장애인이 된다. 그러던 중 “네 누나 미친년 다 됐다.”는 말이 들렸다. 결국 누나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다. 누나는 정신이상자를 수용하는 신관으로 옮겨졌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병동의 높은 창문에 매달려 누나를 살폈다. 종선은 그때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다. 극악무도한 성폭행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자유롭지 않았다. 이곳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시설이었다. 12년 동안 운영되면서 공식적으로 3500여명이 수용됐고, 이 중 513명이 폭행·질병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 시신 일부는 해부용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혹소설인가. 한종선(37)씨가 1984~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29일 전화통화에서 종선씨는 “전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혹한 시간이 남긴 상처와 치욕의 응어리를 짧은 통화로 풀어내긴 곤란하다는 의미다. ‘살아남은 아이’(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문주 펴냄)에 그는 ‘그 3년’을 글로,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20년 전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제 당한 일처럼 묘사가 매우 세세한 이유를 묻자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몸에 새겨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1987년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형제복지원의 부패를 수사하면서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가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쏠린 전국적인 관심도 잠시, 당시 권력층의 외압으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들에게는 잊으려 애를 써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을 올린 종선씨는 “블로그에 쓸 때는 가급적 정제하려고 했다. 책에 담은 내용도 많이 순화시켰다. 있는 그대로 더 심하게 쓰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부가 종선씨의 기억이라면, 2부 ‘괴물들의 대화’는 전두환 정권에서 행해진 통치자의 폭거, 민간인을 향한 야만적인 국가 폭력, 침묵의 카르텔과 되풀이되는 비극 등을 살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 영상원 교수는 ‘짐승들의 우리와 그 바깥 인간의 시간’에서 1980년대 초 브리태니커 판매원이었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김용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과 복지시설의 행태, 당시 사회상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전 대표는 지난여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하던 종선씨에게서 기억을 끄집어내 완성시키고 세상에 알렸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형제복지원과 침묵의 카르텔’에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왜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종선씨는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이 과연 나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에 목소리를 내면 이미 늦다. 상처는 평생 가기 때문이다. 앞서 끔찍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방관하는 순간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바꿔보자’거나 ‘갈아 엎어버리자’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폭력 속에서 잊혀진 인권을 환기시키는 기회로,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1만 4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아우디 스포츠세단 S6 어떤 차

    아우디 스포츠세단 S6 어떤 차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남자들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차가 바로 아우디의 스포츠 세단 S6다. 아우디의 ‘달리고 서기’ 기술의 집약체라고 봐도 될 듯하다. S6는 A6의 기본 보디라인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개성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아우디의 패밀리룩인 싱글프레임 그릴에 붙은 S6 엠블럼과 19인치 전용 휠은 이 차가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 앞부분 아래쪽에 위치한 초대형 공기 흡입구와 날카로운 눈매를 빼닮은 제논 헤드라이트는 알루미늄 빛깔의 양쪽 사이드미러와 어울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실내공간도 A 시리즈와는 다르다. ‘S’자가 새겨진 천연가죽 핸들이 적당히 작아 운전하기 편하고 머리 지지대와 하나로 연결된 시트는 피곤함을 줄여준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으면 ‘부릉부릉’하는 저음의 엔진음과 함께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크르릉’ 낮은 포효를 내며 순간 rpm이 5000까지 치솟는다. 속도계의 바늘이 160㎞를 넘는다. 이런 가속력은 ‘세계 최고의 엔진’으로 평가받는 휘발유 직분사(FSI) 방식의 엔진 덕분이다. S6에는 5200㏄급 V10 FSI 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55.1㎏·m의 괴력을 발휘한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경주대회에 6차례 출전해 5차례나 우승한 그 엔진이다. 핸들링도 민첩하다. 좀 작은 듯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가속력에 비례하게 제동력도 뛰어났다. 140㎞에서도 코너링에 쏠림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1억 1153만원. 누구나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런 녀석이 바로 S6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ADT캡스 챔피언십] 상금 50위 위하여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는 상금왕을 비롯한 최우수선수상, 최저타수상 등 타이틀 경쟁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게 있다. 상금 랭킹 51~70위 선수들이 ‘너 죽고 나 살기’로 치르는 순위 다툼이다. 50위는 다음 시즌 전 경기 출전권을 보장받는 기준이다. 통과하면 안정된 ‘밥줄’을 확보하지만 탈락하면 시드전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시드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옥의 레이스’다. KLPGT는 50위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에겐 예선을 거쳐 올라온 2,3부 투어 선수들과의 피말리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기량이나 실력보다 여러 변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50+50’. 나흘 동안 치러지는 시드전에선 상위 50명에게만 출전권을 준다. 이후 순위에겐 조건부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그마저 얻지 못하면 다음 시즌 ‘밥줄’을 잃게 된다. 지난해 시드전 경쟁률은 무려 7대1이었다. 한때 여자골프 최고의 투어인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었던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맘’으로 이름을 남겼던 박희정(32·현대스위스). 2010년 말 LPGA 투어를 접고 국내 시드전을 통해 국내 무대로 돌아왔지만 또 악몽같은 시드전을 치러야 할 처지다. 현재 상금순위 62위. 어떻게 해서든 이번 최종전을 통해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싱가포르 라구나내셔널 골프장(파72·6517야드)에서 개막한 ADT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쳐 64명 가운데 공동 40위권으로 밀렸다. 역시 LPGA 투어 출신이자 선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연(33·요진건설)은 시드전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상금랭킹 60위. 싱가포르의 급격한 날씨 변화, 컨디션 등 위험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시드전 예선이 열리는 전남 무안골프장으로 떠났다. 그러나 가장 치열한 곳은 커트라인 선상이다. 상금 50위, 51위의 오안나(롯데마트)와 이성운(비씨카드·이상 23)은 이날 각각 5오버파 공동 63위, 4오버파 공동 57위 등으로 밀려나 ‘발등의 불’을 꺼야 할 처지가 됐다. 국가대표 출신의 3년차 김세영(19·미래에셋)이 6언더파 66타를 쳐 오랜만에 선두로 나섰다. 상금 선두 김하늘(24·비씨카드)은 1오버파 공동 37위로 부진했다. 싱가포르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슈&이슈] “성장線? 고통線! 경부선 지하화하라” 260만명 행동 나섰다

    [이슈&이슈] “성장線? 고통線! 경부선 지하화하라” 260만명 행동 나섰다

    이연옥(49·여)씨는 서울 금천구 독산1동에 15년간 거주했다. 아파트 옆으로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철로가 지나간다. 창문을 열어두면 전화 통화나 TV 시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다. 밤에는 선로 보수 공사로 잠을 설친다. 이씨는 28일 “기차가 지나갈 때 앉아 있으면 덜덜거리는 진동이 느껴지는 수준”이라면서 “TV를 보다가 전화가 오면 소음 때문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큰소리로 외치듯이 말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지하로 철로가 들어가기 어려우면 아예 지붕이라도 씌워 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어려운 처지여서 지금껏 살아왔지만 수험생인 아이가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금천구 가산동에는 가산디지털단지(서울디지털 2·3단지)의 교통 요충지인 ‘수출의 다리’가 있다. 경부선 철로가 동서를 갈라놓고 있어 철로 위로 다리를 놓은 것이다. 매일 출근시간 광명 방면 철산교에서 수출의 다리를 지나려는 차량과 반대쪽 차량이 뒤엉킨다. 불과 500m인 다리를 건너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출퇴근 시간에 한 방향으로만 시간당 1000대의 차량이 지나간다. 이 지역 근로자와 사업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이 다리는 ‘지옥의 다리’나 ‘수출을 가로막는 다리’로 불린다. 수출의 다리 인근에는 대형 아웃렛 매장이 밀집해 있어 하루 정체 시간이 20시간에 이를 때도 있다. 최근 금천구에서 도로를 확장하고 진출램프를 보강하는 한편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주변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가산디지털단지 기업인 모임인 녹색산업도시추진협의회 유지홍(54) 전문위원은 “중소기업 사장과 하루 일당벌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몇 만명이 다리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낭비인가.”라면서 “교통혼잡으로 생기는 피해만 생각해도 매일 울분이 터져 경부선 지하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금천·구로·영등포·동작구와 경기 군포·안양시 등 6개 지자체는 지난 6월 안양시청에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철도의 지하화’를 공동 추진목표로 정했다. 8월에는 독자적으로 경부선 지하화를 주장하던 서울 용산구가 힘을 보탰다. 지자체들은 서울역부터 군포시 당정역까지 32㎞ 구간 철로의 지하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철도가 지하화되면 상부 공간을 녹색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도시 계획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주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부선 지하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고통을 참다 못한 주민들도 속속 참여했다. 7개 지자체 주민이 261만명, 경부선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이 76만명이나 된다. 7개 지역 시민단체가 지난 10일 ‘경부선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기찬 위원장은 “재향군인회, 새마을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거의 모든 시민단체가 지역색과 정치색에 상관없이 경부선 지하화를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지역 분단으로 인한 도시 불균형 개발, 교통혼잡, 상권 공동화 현상,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산업발전 저해를 일으키는 핵심 문제를 두고만 볼 수 없어 들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직접 각 지하철역과 지자체에서 2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서명부를 모두 취합해 다음 달 중 대선 후보와 정당,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에 전달하고 국책사업 추진을 촉구할 계획이다.시민단체와 지자체는 지하화로 생기는 토지 매각 등의 방안을 동원할 경우 총사업비가 5조~6조 5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통혼잡 완화, 산업단지 및 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정부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인선 지하화(48㎞) 사업에 13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온 만큼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생태체험공원과 수경공원, 메모리얼파크 등 녹지 공간을 대폭 확충해 시민들의 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모범답안 아닌 ‘자신만의 사전조사서’ 준비하라

    모범답안 아닌 ‘자신만의 사전조사서’ 준비하라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치러지는 국가직 7급 공무원 면접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문각 남부행정고시학원 서형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면접 경향을 분석하고 올해 전략을 소개한다. 최근 공무원면접시험은 갈수록 면접관과 응시생 간의 심리게임에 가까워진다는 평가다. 아무리 잘 정리된 내용을 발표하고 답변하더라도 목소리와 표정, 태도와 몸짓, 시선과 자세 등의 음성과 행동언어를 조화롭게 갖춰야 한다. 오랜 수험생활로 면접시험장에서 초긴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실력과 무관하게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 과도한 면접준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답변보다는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견해를 밝히는 것이 최선이다. ●직렬·조직따라 사전조사서 비중 작기도 지난해 치러진 국가직 7급 면접은 2010년 이후 강화되고 있는 공직관 검증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의 봉사·헌신 정신에 대한 검증이 비교적 폭넓게 이뤄지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윤리·준법 의식이 중복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강화된 면접 응시자 사전조사서에서는 3개 정도의 설문 항목에 대한 경험형 기술을 하게 되고 면접관은 사전조사서에 기초해 상세하게 질문을 한다. 면접관의 질문은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것이 80~90%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직렬이나 조에 따라서는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질문 비중이 작고 공직지원 동기 및 문제해결능력과 위기관리능력 등을 묻는 질문이 주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발표내용 작성장에서 조별로 같은 순번의 응시자들이 발표내용을 25분간 작성하게 된다. 신문에서 다뤄졌던 여러 사회적 문제와 현상 등이 문제로 출제되는데, 전형적인 서술형 문제는 아니며 구체적인 상황과 3~4장의 통계와 신문기사 등 첨부자료가 제시된다. 국가직 7급 면접은 면접 응시자의 필기시험 점수, 학력 등을 면접관이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방식과 행동중심의 역량면접을 기본으로 사전조사서 작성, 발표내용 작성, 발표면접 15분, 개별면접 20분으로 이루어진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올해 면접 경향은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2010년 3월 행정안전부가 밝힌 면접의 기본 방침에 따라 공직관 검정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관 검정은 면접 평정요소 가운데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를 집중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공익에 대한 봉사·헌신, 윤리·준법 의식, 역사의식·헌법 정신 등을 검증한다. 특히 봉사·헌신 항목에 대해서는 봉사활동이나 남을 도운 경험의 질을 중요시한다. 즉 진정성과 자발성,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면접에 앞서 수험생이 직접 쓰는 사전조사서는 국가직 면접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의 하나다. 2007년 이후 3개 내외의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경험을 기술하도록 하여 심층질문의 기초자료로 삼기 때문이다. 사전조사서는 최근 수년간 3개의 설문항목에 대하여 상세한 경험을 기술하는 방식이 이어졌으며 올해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사전조사서 설문 항목이 3일간 각각 오전과 오후조가 다르게 제시되었다. 항목으로는 ▲자발적으로 남을 돕거나 사회 또는 집단을 위해 헌신한 경험(봉사·헌신) ▲어려움을 이겨내고 노력해서 성과를 이룬 경험(목표지향, 성취) ▲이해관계가 대립한 경우에 균형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경험(팀워크, 의사조정능력) ▲긍정적인 행동으로 타인의 모범이 된 경험 ▲실패경험을 통해 배운 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경험 등 사전조사서 질문은 주로 개인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묻는 것들이 나왔다. 사전조사서의 질문은 수험생의 과거 경험과 행동을 통해 공무원으로서의 역량을 추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사전조사서는 모범적인 제3자의 경험이 아닌 자신의 솔직담백한 경험을 기술하는 것이 필수다. 사전조사서에 기초한 질문들이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짓이나 과장보다 담백한 답변이 유리하다. 또 답안지 같은 느낌이 들거나 학원이나 면접교재에서 배운 지나치게 형식적인 답변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작성하는 것이 직렬이나 면접관들의 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사전조사서 질문 가운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경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와 관리 방법’ ‘창의성을 발휘한 경험’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대처’ ‘상사의 불법적 행동을 알게 되었을 때의 처리’ 등은 실제로 공무원이 되었을 때를 가상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므로 특별히 잘 준비해야 한다. ●오전·오후조마다 면접 주제 다르게 출제 발표면접은 지난해 다양한 주제들이 면접날짜, 오전과 오후조마다 다르게 출제되었다. 2011년 발표 주제들로는 ▲지역축제 폐단과 활성화 방안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논란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 ▲공적자금 투입문제 ▲역외 탈세 과세방안 ▲교정시설 내 휴대전화 반입금지 조치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앙아시아 경제교류 확대방안 ▲산업재산권 분쟁제도(기술직) ▲친환경자동차(기술직) 등이었다. 발표주제는 시험문제처럼 논술식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사와 통계자료 등 참고자료를 주고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상황형 작성과제를 준다. 서 강사는 “면접관은 수험생을 떨어뜨리는 지옥의 사자가 아니라 공무원으로 뽑아주는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응시자의 건강한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곤조 저널리즘’/노주석 논설위원

    ‘곤조’(gonzo)란 용어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황당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곤자가스(gonzagas)에서 나왔다는 설과, 술자리에서 끝까지 버티는 작자를 뜻하는 미국 보스턴의 아이리시계 속어라는 설, 근성(根性)이라는 일본말 곤조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다. 정설은 없지만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악바리이기도 하고, 앞뒤 가림 없이 내지르는 꼴통이기도 한 그런 사람이다.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는 괴팍한 인간형이다. 우리말로는 ‘삐딱이’가 어울릴 법하다.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에 대한 해석도 자유롭다. 곤조라는 단어에 저널리즘을 갖다 붙인 것으로 이해될 정도인데, 기존 저널리즘이론의 신성불가침을 파괴하는 게릴라적 성격이 강하다. 이론창시자이자 20세기 최고의 곤조 저널리스트였던 헌터 S 톰슨(1937~2005)의 삶과 죽음을 살펴봐야 그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톰슨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였다. 프리랜서 기자로 샌프란시스코 오토바이 폭주족 취재를 청탁받고 1년 이상 폭주족으로 생활하면서 쓴 글이 ‘지옥의 천사들’이었다. 켄터키 경마의 세계를 다룬 ‘켄터키 더비는 퇴폐적이고 타락했다’에서 곤조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이어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야만성을 폭로해 이론적 지평을 넓혔다. 권총 자살할 때까지 술과 마약·담배에 찌들어 살았지만, 닉슨 대통령을 ‘정신 나간 돼지새끼’라고 몰아쳤다. 공격적인 정치칼럼은 팬덤을 형성했다. 그가 추구한 저널리즘은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객관적 글쓰기를 버리고 기자가 일인칭 화자가 되어 현장에서 까발리는 식이다. 다듬거나 편집하지 않고 당시 취재수첩에 적혀 있는 그대로 싣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의 허구는 어떤 종류의 저널리즘보다 진실하다.”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지침에 충실했다. “나는 뉴욕타임스 스타일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서 인어로 가득 찬 풀장에 떨어진 것 같다.”라고 기성 언론을 비꼬았다. 톰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럼주를 사랑하는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기 ‘럼 다이어리’가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언대로 탑에서 유골을 대포에 넣어 발사한 절친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았다. 요즘 대선주자들에 대한 언론의 줄서기가 횡행하면서 검증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톰슨 정신을 계승하는 곤조있는 기사가 대선국면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슈스케4 돌아온 ‘독설가’ 이승철 “시작에 불과하다”

    슈스케4 돌아온 ‘독설가’ 이승철 “시작에 불과하다”

    국가대표 오디션 Mnet ‘슈퍼스타K4’(슈스케4) TOP10 자리를 놓고 벌이는 눈물과 환희의 현장, 지옥의 관문 슈퍼위크가 본격적으로 방송되는 이번 주 5화에서 돌아온 ‘독설의 제왕’ 이승철 심사위원이 어떤 심사평을 내놓을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2009년 시즌 1부터 올해까지 4년째 ‘슈퍼스타K’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승철 심사위원은 그 동안 예리한 눈으로 지원자들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거침없는 심사평을 전해 독설 심사의 1인자로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방송된 ‘슈퍼스타K4’ 1화부터 4화까지 이승철 심사위원은 풍부한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심사를 하는 한편 독설 보다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훈훈한 심사평을 전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슈퍼스타K4’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주 방송되는 5화에서는 이승철 심사위원이 슈퍼위크 참가자들에게 한층 더 독해진 심사평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5화 예고편에서 이승철 심사위원은 슈퍼위크 현장에 모인 지원자들에게 “많이 보셨죠? 시즌1,2,3?”이라고 물으며 지난 시즌들에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엄격하고 날카로운 심사를 예고했다. 또 그는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라고 경고하며 지원자들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한 장면도 담겨있어 이승철의 독설심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슈퍼스타K4’ 제작진은 “이승철 심사위원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미션을 통해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TOP10을 가리는 슈퍼위크에서 예리한 독설가의 면모를 다시 드러냈다.”며 “이번 주 방송에서 한층 더 강력하고 엄격해진 냉철한 독설가 이승철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슈퍼스타K4’ 5화는 14일(오늘) 금요일 밤 11시 Mnet에서 볼 수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소시지 개’ 화제

    ”나보다 더 뚱뚱한 닥스훈트 있으면 나와봐!”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닥스훈트 한마리가 지옥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모양새 때문에 ‘소시지 개’로 불리는 이 개의 이름은 오비로 몸무게가 무려 35kg에 이른다. 보통 닥스훈트에 비하면 두배가 훌쩍 넘는 몸무게. 주인이 포기한 이 개는 최근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동물전문가 노라에게 입양됐다. 노라는 “연로한 주인이 오비를 돌보지 못해 입양하게 됐다.” 면서 “뚱뚱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개”라고 밝혔다. 죽음의 다이어트 과정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특별식단과 운동을 준비했으나 오비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은 것. 노라는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오비가 갈지자로 걸어 밖으로 나가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 면서 “일단 특별 식단으로 조금이라도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함께 키우는 다른 닥스훈트와 래브라도가 좋은 다이어트 모델이 될 것”이라며 “향후 15kg 이상을 감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3일(현지시각) 해외 유명 유머사이트인 크렉닷컴에 소개된 이들 벌레는 생김새도 물론 끔찍하지만 먹이를 잡아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보빗웜(Bobbit Worms) 일명 보빗 벌레로 불리는 왕털갯지렁이(학명: Eunice aphroditois)의 일종으로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몸길이는 최대 3m, 몸너비는 3cm 정도되며, 체절(몸의 마디)수는 500개에 이른다. 전 세계 온대, 열대 수역 얕은 바다에 널리 분포하며 암초지역의 틈새나 죽은 산호 아래에 서식한다. 이들은 완벽한 매복형 포식자로 모래에서부터 약 10분의 1정도만 몸을 노출하는데 무언가가 감지되면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들에게도 달려든다고 한다. 특히 이들의 공격은 때때로 먹이를 절반으로 잘라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가장 위험한 갯지렁이로 알려져 있으며 교미뒤 암컷이 수컷의 생식기를 물어뜯어 먹는다고 알려져 자신을 범하고 아이를 낙태시킨 남편 존 웨인 보빗이 자고 있을때 생식기를 절단해 유명해진 아내 로레나 보빗에게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보빗웜이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예를 들면 영국 뉴키에 있는 블루리프수족관에서는 매일 밤 모든 물고기를이 무언가에 잡아먹혔지만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한다. 낚싯줄과 바늘, 트랩 등을 설치해 봤지만 아침엔 줄이 끊어져 있고 낚싯바늘과 함께 미끼도 사라졌다. 이에 수족관을 분해한 뒤 조사한 결과 미처 바늘을 소화시키지 못한 거대한 보빗웜을 발견했다고. 래그웜(Rag worms) 참갯지렁이과의 일종으로 이 벌레 역시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몸길이는 약 0.9m로 보빗웜보다 작고 체절수도 120마디 밖에 안되지만 이들 벌레는 몇가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래그웜은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합성 재료보다 단단하고 가벼운 고유의 물질로 이뤄진 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들은 얕은 물에서 거미줄처럼 끈적끈적하고 늘어지는 망을 자신이 사는 구멍 입구에 치고 산다. 거미와는 다르지만 무언가가 망에 걸리면 그 진동을 통해 먹이가 걸렸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후 이 벌레는 먹이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린 끝에 천천히 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율러기스카 기간티아(Eulagisca gigantea) 남극 심해 675m 지점에서 발견된 괴생명체로,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몸길이는 약 20cm 정도며 2cm 크기의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으며 몸에는 무수한 빗자루털 같은 갈기가 붙어있다. 공개된 첫 번째 사진을 보면 볼록 뛰어나온 머리에 송곳니가 달린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입이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오는 페이스 허거라는 유충의 모습과 흡사하다. 또한 이들 벌레는 전신이 방탄복처럼 돼 있다고 한다. 벨벳웜(Velvet Worms) 피부가 우단 즉 벨벳처럼 생겼다하여 벨벳웜이나 우단벌레로 불린다. 이들 벌레는 발톱이 있어 유조동물문에 속하며 절지동물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환형동물인 지렁이처럼 유연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무수히 많은 작은 다리를 갖고 있지만 관절이 없어 달팽이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벌레 역시 육식동물로 자신이 느린만큼 먹이를 잡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벌레는 몸의 여러 부위에 나 있는 촉수를 통해 액체를 발사하는데 그 액체는 스파이더맨의 끈끈이와 흡사하다. 메탄아이스웜(Methane Ice Worms) 일명 메탄 얼음 벌레(학명: Hesiocaeca methanicola)로 불린다. 몸길이는 약 5cm 정도이며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이들 벌레는 지난 1997년 미국의 탐사팀이 멕시코만의 수심 550m 깊이에서 발견했다. 특히 이들은 절대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에서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그 지역은 과학자들이 “지옥의 방귀”로 부르는 메탄이 계속 생성되며 낮은 온도와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물과 결합해 메탄 아이스 혹은 메탄 하이드레이트라 불리는 얼음 모양의 물질에서 자라는 세균을 먹고 산다. 남극프러바시스웜(Antarctic Proboscis Worms/Nemertean Worms) 남극 구문 벌레 혹은 끈 벌레로 불리며 심해 바닥에서 서식한다. 몸길이 1.9m 정도되며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포식자다. 그 모습은 동물의 내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이빨이 없는 대신 먹이에 자신의 머리를 찔러넣는데 이때 강력한 산을 분비해 녹인 체액을 빨아먹듯이 흡수한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프로축구] 8위와 9위, 천국과 지옥 사이

    [프로축구] 8위와 9위, 천국과 지옥 사이

    내년 승강제 시행을 앞둔 프로축구 K리그가 ‘갈라설’ 날이 다가왔다. 26일 오후 7시에 일제히 치러지는 30라운드 결과 상위 8위까지는 ‘그룹 A’로, 하위권 8개 팀은 ‘그룹 B’로 갈라선다. 7위 제주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22일과 23일 29라운드를 치렀으나 공교롭게도 8위 인천(승점 39, 골득실 -2), 9위 대구(승점 39, 골득실 -5), 10위 경남(승점 37, 골득실 2), 11위 성남(승점 36, 골득실 -6)이 모두 승리하는 바람에 결국 30라운드에서 8위 한 자리가 가려지게 됐다. 성남이 가장 처진 데다 상대적으로 강한 수원을 만나 제일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머지 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기적처럼 그룹 A에 진입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처럼 팬들은 즐겁게 됐으나 구단과 코칭스태프를 ‘죽을 지경’으로 만든 것은 다음 달 15일 31라운드부터 작동하는 스플릿 시스템 때문이다. 3월 3일 개막한 올해 K리그 경기는 모두 352경기로 예정됐다. 30라운드까지 240경기를 마친 뒤 3주 휴식에 들어갔다가 나머지 112경기를 31라운드부터 12월 2일 44라운드까지 소화하게 된다. 그룹 A에 들어간 8개 팀끼리만 경기를 치른다. 그룹 B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쌓은 승점은 유지되지만 최종 순위는 그룹 안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 그룹 A에서 아무리 죽을 쒀도 8위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고 그룹 B에서 아무리 승점을 쌓아도 8위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경고 누적에 의한 출장 정지 징계는 1~44라운드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플릿 시스템이 시작되더라도 기존과 동일하게 경고 누적 3회마다 다음 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개인 기록도 연계된다.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을 가리는 개인 기록 순위도 1~44라운드 성적으로 결정된다. 시즌 종료 뒤 최다 득점 선수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최다 도움 선수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그룹 A와 그룹 B에 들어가는 팀의 마음가짐은 조금 과장해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그룹 A의 1위는 리그 우승의 영예를 얻으며 상금은 역대 최고인 5억원을 받는다. 1~3위에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강등 걱정 없이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룹 B에 들어가는 팀들은 내년 시즌에 신설되는 2부 리그에서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등의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17위와 18위 두 팀이 강등되고 내년 1부 리그는 16개 팀으로 운영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바그너 다시 보니 순수예술의 거장

    독일 철학자 니체는 책 ‘바그너의 경우’에서 음악가 바그너를 두고 “바그너가 도대체 인간이란 말인가. 그는 오히려 질병이 아닌가. 그는 음악을 병들게 했다.”면서 독설을 쏴댔다. 20대 청년 니체가 50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탁월하고 신성한 존재”라 추앙했던 것을 생각하면 니체의 변심은 엄청난 반전이다. 명확하지 않은 신의 존재와 가치판단의 혼동을 겪으며 급기야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 담긴 오페라를 내놓는 바그너가 체질에 맞았을 리 없다. 새로운 독일의 시대정신을 만들려는 이상에 젖은 니체에게 바그너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반유대주의 사상은 실망스러운 행보였다. 니체는 “내가 혐오하는 모든 것을 향해 바그너는 한 발짝씩 내려가고 있다. 반유대주의까지도.”(‘니체 대 바그너’ 중)라면서 바그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후 새롭게 바그너를 숭배한 인물, 히틀러가 등장했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던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민중들이 열렬히 신봉하는 바그너의 음악은 히틀러가 지향하는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데 더없이 적절했다. 히틀러가 가두행진을 할 때 경건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틀어 히틀러가 순례자이며 선지자라고 믿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바그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위대한 거장이거나 파시즘의 화신인 것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이 베트남 해안마을을 폭격할 때 울려 퍼지는 ‘발퀴레의 기행’과 같은 파괴적인 제국주의적 음악이거나,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처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바그너의 음악 성향과도 비슷하다.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 철학계를 이끄는 알랭 바디우가 내놓은 ‘바그너는 위험한가’(Five Lessons on Wagner, 슬라보예 지젝 발문, 김성호 옮김, 북인더갭 펴냄)는 새로운 바그너를 꺼내든다. 바그너에게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그너는 동일성의 원리에 빠진 전형적 음악가이고, 음악적 통일성과 총체성을 강제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 하지만 바디우는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총체성에 저항하는 표지, 완벽한 결말의 회피, 다수의 해석 가능성을 여는 경향 등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또 바그너를 순수예술의 종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총체성에서 분리된 순수예술로서 바그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바디우는 키치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시대에 맞서 니체, 하이데거, 아도르노, 라쿠라바르트에 이르는 서구 사상의 이론을 살피면서 바그너 상(象)을 재정립한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바그너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좋다. 1만 6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지옥의 사당역 3번출구’ 확장한다

    서울메트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3번 출입구를 확장하는 공사를 한다고 2일 밝혔다. 사당역 3번 출입구는 매일 출근 때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이 100m가량 줄을 서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는 곳이다. 서울메트로는 오는 7일부터 50일간 사당역 3번 출입구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1인용(탑승폭 60㎝)에서 2인용(탑승폭 100㎝)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할 예정이다. 교체 공사가 끝나면 한 줄로 내려가던 시민들이 두 줄로 이동할 수 있어 에스컬레이터 혼잡도가 크게 완화되는 데다 이용시간도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출근하는 승객들의 원활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교체 공사를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깔깔깔]

    ●사람심리 부동산 업자가 죽어서 천당에 가게 되었다. 천당 입구에 문지기가 말했다. “천당은 사람이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데가 없다.” 그러자 부동산 업자가 말했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란 말이오?” “천국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면 들어갈 수 있게 해 주겠다.” 결국 부동산 업자는 꾀를 내어 지옥의 땅값이 폭등했다는 루머를 퍼뜨렸다. 그러자 천당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지옥으로 내려갔다. 그때 부동산 업자도 짐을 꾸려 지옥으로 내려가는 게 아닌가. “아니 이제 천당에 들어갈 자리가 생겼는데 왜 그러나?” 그러자 부동산 업자가 말했다. “글쎄요. 아주 뜬소문 같지가 않아서요.”
  •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한국과 팔메도르(황금종려상)는 아직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제65회 칸 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독일 출신 미하엘 하네케(70)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네케는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3년 만에 팔메도르를 품에 안는 진기록을 세웠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4년 ‘도청’, 79년 ‘지옥의 묵시록’)와 다르덴 형제(1999년 ‘로제타’, 2005년 ‘더 차일드’), 에밀 쿠스트리차(1985년 ‘아빠는 출장 중’, 95년 ‘언더그라운드’) 등에 이어 7번째다. 물론, 3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은 역대 최단기간이다. 심사위원장 난니 모레티가 27일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7개 상 중 마지막으로 하네케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진심 어린 박수가 쏟아졌다. 70세 노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은 아니었다.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올 경쟁부문 22편 중 가장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주요 매체의 비평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8명이 만점을 줬다. 전 세계 주요 매체의 평점을 모으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도 크리스티안 문주의 ‘비욘드 더 힐스’와 더불어 가장 높은 3.3점(4점 만점)을 얻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수상소감의 말문을 연 하네케 감독은 객석의 아내를 가리키며 “영화 속 노부부처럼 우리도 결코 헤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영화감독과 오스트리아 여배우를 부모로 둔 하네케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의 비너노이슈타트에서 자랐고, 빈대학을 졸업했다. 영화평론가, TV 편집자 등으로 활약하던 하네케가 늦깎이 입봉을 한 건 1987년작 ‘일곱 번째 대륙’을 통해서다. 정작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미디어의 폭력성을 꼬집은 1997년 작 ‘퍼니게임’이다. 이후 칸 영화제의 주요 부문 트로피를 차곡차곡 수집했다. 2002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더니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2009년에는 ‘하얀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무르’는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은퇴한 음악교사 부부 조지와 앤은 80대에 들어섰지만, 신혼 못지않은 잉꼬부부다. 하지만 불행은 감기처럼 찾아온다. 부엌에서 밥을 먹던 앤의 동공이 풀리면서 어떤 외부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잠시 뒤 정신을 되찾지만 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내 앤의 다리가 마비되고 치매까지 온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조지에게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노년의 사랑과 치매 문제를 건드려 반향을 일으킨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여러모로(?) 떠오르게 한다. 논쟁적인 결말을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건 장 루이 트린티냥(82·조지 역)과 에마뉘엘 리바(85·앤 역)의 절제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심사위원 장 폴 고티에는 “믿을 수 없는 궁합”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1960~70년대 유럽영화 팬이라면 ‘남과 여’(1966), ‘제트’(1969·제22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트린티냥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할 법하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리얼리티’), 감독상은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디가스 감독(‘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이 차지했다. 영화제 내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은 이변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리얼리티’에 1.9점(4점 만점),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에는 2점을 줬을 뿐.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는 2.1이었다. 칸이 발굴하고 키운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는 또 다른 승자다.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플러터·코스미나 스트라탄)과 각본상 모두 그의 ‘비욘드 더 힐스’에서 나왔다. 몰아주기를 꺼리는 칸의 속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영국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토마스 빈테르베르 감독의 ‘헌트’에서 열연한 덴마크 배우 마스 미켈센의 몫이다. 한편, 단편 ‘써클라인’으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신수원 감독은 카날플러스상을 받았다. 유럽 최대규모 케이블 방송 카날플러스가 선정하는 이 상은 6000유로(약 890만원) 상당의 차기작 장비 지원과 더불어 카날플러스 배급망을 통해 유럽에 공개된다. ‘써클라인’은 중년 가장이 실직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하루를 소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신 감독은 “수상 덕분에 조만간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격려를 얻고 차기작 ‘명왕성’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 송상호 목사

    [저자와 차 한 잔]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 송상호 목사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욕의 사전적 의미다. 대개의 경우 주는 쪽보다 받는 측에서 더 곤혹스러운 욕. 그건 정말 꺼리고 차단해야만 할 금기의 언어일까. 닫힌 교회가 아닌, 온 세상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열린 목회로 주목받는 송상호(43) 목사. 독특한 글쓰기로 소문난 그가 욕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풀어낸 책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리 펴냄)를 내놓았다. ●폭동이나 전쟁도 너무 화를 눌러놔서 그래요 “욕과 섹스의 근원은 같다고 봅니다. 근원적인 것들은 억압할수록 한꺼번에 폭발하지요. 평소 그걸 잘 정리하지 못해 폭동이며 혁명, 전쟁 같은 큰 화를 부르는 게 아닐까요?” 천박한 금기어쯤으로 인식되기 마련인 욕. 그러면서도 실상은 어느 사회, 계층에서건 늘 있는 이중성을 송 목사는 겨냥한다. 그래서 책에는 온갖 욕이 덜퍼지게 풀어진다. 그러면서 그 욕을 만들고 퍼지게 한 세상과 사람들을 곱씹게 만든다. 거칠 것 없는 ‘욕의 성찬’이다. “컴퓨터 게임을 배워 직접 해보았습니다. 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피해 청소년들이 교묘하게 욕을 해대더군요. 하고 싶어 하는 부류와 그것을 못 하게 하는 층 사이의 밀고 당기는 메커니즘을 욕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갖기 마련. 하지만 “역기능을 일방적으로 억압한 탓에 그 순기능이 가려지기 일쑤이며 욕도 다르지 않다.”는 게 송 목사의 주장이다. 강자의 약자 억압 논리. 그래서 그는 욕을 ‘세상의 균형을 잡는 왼쪽 날개’라 표현한다. “지난 총선 때 비난에 시달렸던 김용민 후보며 인터넷 방송 시절의 말로 공중파 출연을 중단한 개그맨 김구라씨의 ‘막말’ 파문은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 봅니다. (우리의) 그릇이 작은 거죠.” ●우리 그릇이 작아서 김용민 막말 못 받아줬죠 송 목사는 집안이 가난해 고교 1학년을 마치고 공장을 전전하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쳤다. 모태신앙에다 어릴 적부터 교회와 밀접했던 만큼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은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끊임없이 머릿속에 몰아치는 신앙에의 의문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고향 부산에서의 전도사와 목회 활동을 청산하고 1999년 상경했다. 지금 안성의 흙집에서 생활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혹시 그런 굴곡 많은 개인사가 ‘욕 책’으로 이어졌을까. ●예수도 선민의식 강한 사람에겐 독설 퍼부었어요 “사실 5년 전쯤만 해도 속에 욕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청소년과의 대화와 만남의 공간으로 직접 지은 집을 동네 어른들의 반대 탓에 허물고 나올 땐 정말 세상을 등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잘 알지도 못하고 무작정 (청소년 목회에) 덤벼든 제 탓이 더 크더란다. “저는 다행히 성찰을 통해 넘길 수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견디기 힘든 일을 만나면 시기하고 싸워 엎곤 하지요. 따져보면 욕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따로인 게 아니라 모두 피해자인 셈이지요.” 모순 덩어리의 꼬인 세상을 치유하는 첫 단계가 욕인 셈이다. 하지만 자기 성찰 없는 욕은 욕을 낳고 결국 욕 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사람이 욕을 적절하게 잘한다고 말한다. “예수도 욕에 관한 한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성경 속에 드러난 그의 말 ‘독사의 자식’ ‘지옥의 백성’ 같은 말은 그 시절 선민의식이 강한 사람들에겐 극한의 독설이었지요.” 예수의 위대성은 바로 그 반항과 권위에의 도전에 있다는 송 목사. 음이 있기에 양이 있고 또 양이 있기에 음이 있다면 음의 부분을 담당하는 욕을 몰아낼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맛깔나게 양성화하자고 힘주어 말한다. “못 하게 할수록 화가 뭉쳐서 사회에 독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숨어서 할 바에야 욕답게 제대로 된 욕을 당당하게 해야지요.” 글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청도에서 만난 세 가지 추억…산과 물, 인심 맑은 三淸의 땅

    청도에서 만난 세 가지 추억…산과 물, 인심 맑은 三淸의 땅

    파릇한 잎, 울긋불긋한 꽃. 산과 들이 색색으로 물듭니다. 그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입니다. 내 나라 안 구석구석이 가장 화사해지는 이때, 경북 청도를 찾아 나섰습니다. 산과 물, 그리고 인심이 맑아 ‘삼청(三淸)의 땅’이라고도 불리지요. 어디 맑기만 한가요. 산마루 곳곳에 살구꽃, 벚꽃이 흐드러지고, 마을 어귀의 연분홍 복사꽃은 한없이 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혹시 가을철 ‘청도 반시’의 고장으로만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청도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입니다. 시인의 연정, 그리고 편지 파란 하늘. 눈이 부시다. 시골마을 내호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청마 유치환(1908~1967)에게서 5000여 통의 연서를 받았다던 여류 시인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어렵게 찾아간 이호우·이영도 시조시인 생가(등록문화재 제293호)의 대문은 그러나 굳게 잠겼다. 시인과 외사촌 사이라는 옆집 노부부의 양해를 얻어 2층 베란다에서 생가 안쪽을 살핀다. 천리향의 그윽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뜨락엔 키 작은 풀들이 뾰족뾰족 자라고 있다. ‘ㄱ’자 모양의 담벼락 옆엔 허우대만 컸지, 도무지 튼실해 뵈지 않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필경 시인 오누이도 저 나무 아래서 술래잡기,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을 게다. 정운 이영도(1916~1976)와 유치환, 두 시인의 사랑이야기는 애틋하기 짝이 없다. 이종기 청도군청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경남 통영여자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청마는 같은 학교 가사교사 정운에게 마음을 빼앗겨 거의 매일같이 연서를 보내 구애했다. 1947년부터 1967년 청마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20년 세월이다. 그동안 보낸 편지가 5000통을 넘는다. 청마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물같이 까딱않는데//날 어쩌란 말이냐”라고 절규하면 정운은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청마는 이미 결혼한 몸. 정운 또한 남편과 사별하고 외동딸을 키우는 형편이니 그 사랑이 온전하게 결실을 맺을 리 없다. 결국, 청마는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란 시를 남기고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영도 시인은 그에게 받은 편지 중 200여 통을 추려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낸다. 시인의 생가 앞쪽 길은 꼭 영화 세트장 같다. 흙으로 쌓은 담과 여닫이 나무문이 달린 ‘영신정미소’,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사료판매소’, LP판에서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중앙소리사’ 등 낡은 풍경들이 이어져 있다. 시인의 집 바로 앞은 오래된 극장 건물이다. 영사기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영화를 보려고 줄 섰던 사람들 틈에서 시인 남매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가에서 50m쯤 떨어진 강변에 오누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동창천과 청도천의 함수머리로, 강물은 이웃한 밀양시에 접어들면서 밀양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공원은 단출하다. 남매를 기리는 시비 두 개와 몇 그루의 벚나무, 정자 한 채가 고작이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시인의 생가가 있는 청도의 끝자락에서 안쪽으로 되짚어 가는 길이 그렇다. 살구꽃, 자두꽃이 흐드러지고, 복사꽃도 연분홍으로 물들었다. 특히 청도는 복숭아 산지로 명성이 자자한 곳. 보이느니 복숭아밭이요, 즈려 밟고 가는 땅 위는 죄다 복사꽃잎이다. ‘새마을 운동 발상지’인 신도마을 앞 능수버들의 실핏줄 같은 가지엔 초록의 기운이 완연하다. 청도는 날개 펼친 나비를 닮았다. 도시가 옆으로 펼쳐진 형국이다. 이종기 해설사에 따르면 곰티재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산동, 왼쪽은 산서 지역으로 갈린다. 각 지역의 정서도 조금씩 다르단다. 평탄한 산서 쪽과 달리 산동 쪽은 상대적으로 험하다. 초야에 묻혀 살길 원했던 양반들의 고택이 즐비하고, 운문사 등 대가람도 산동 쪽에 몰려 있다. 매전면 동산리의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295호)와 하평리 은행나무(도 기념물 109호) 등을 줄줄이 지나면 금곡리 삼거리다. 동창천 맑은 물이 흐르는 삼거리 가운데엔 삼족대(三足臺)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대유가 후학양성의 근거지로 삼았던 정자다. ‘요족하지 않아도 먹을 게 떨어지지 않고, 나이 60세 넘게 산 데다, 벼슬도 할 만큼 했으니 이만하면 족하지 않으냐.’고 길손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갈래길 어느 쪽으로 가도 운문사에 가 닿지만, 다리 건너 오른쪽 길을 ‘강추’한다. 여든여덟 칸짜리 운강고택과 만화정 등 청도를 대표하는 고택과 정자가 죄다 이 길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선암서원도 잊지 말고 돌아봐야 한다. 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지나치기 십상이다. 삼족당 김대유와 소요당 박하담의 위패를 모신 서원으로 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건물마다 세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신지리와 이웃한 임당리 마을의 김씨 고택도 독특하다. 임진왜란 직전부터 16대에 걸쳐 내시(內侍)들이 살았던 고택이다. 성이 다른 내시를 양자로 들이다가 18대 이후부터 자식을 통해 대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세상 모든 존재에게 진리를 발걸음을 채근해 신라 고찰 운문사로 향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이다. 가람 초입, 수백m 늘어선 솔숲이 객을 맞고 있다. 자태 단아하고 공기는 청량하다. 소나무 사이사이 진달래가 활짝 피어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운문사에 들기 전, 꼭 찾아야 할 곳이 북대암이다. 솔숲 진입로를 지나면 왼편에 북대암 오르는 길이 나온다. 산자락 8부 능선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나, 그 뒤로도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북대암에 서면 운문사 대가람의 전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인 동시에 수백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이다. 여승들의 수도 도량답게 깔끔하면서도 화사하다. 하지만 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여느 사찰에 견줘 매우 적다. 운문사에선 ‘사물’소리를 꼭 들어야 한다. 가죽 있는 축생에게 진리를 전한다는 ‘법고’, 물속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목어’, 하늘을 나는 새와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는 쇠로 된 ‘운판’, 지옥의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범종’을 통틀어 ‘사물’이라고 부른다. 새벽예불 직전과 저녁 공양 이후(오후 5시 45분경) 사찰 입구의 2층 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사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문사는 법보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로전(보물 제835호), 삼층석탑(678호) 등 보물이 7개다. 만세루 옆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180호)이다. 이 나무는 해마다 음력 삼월삼짇날 막걸리 12말을 받아먹고 기를 보충한다. 글 사진 청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대구JC에서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청도나들목으로 나온다. 조금 더 내려가 매화로 유명한 삼랑진 나들목에서 되짚어 올라오는 것도 좋다. ▶맛집:청도읍 한재미나리마을은 평일에도 식도락가들로 북적댄다. 방문객이 돼지, 오리고기를 사와 농가 미나리밭에서 구워 먹는다. 미나리 한 접시에 1만원 안팎이다. 마을 초입에 미나리와 고기 일체를 파는 일반 식당도 즐비하다. 청도역 앞은 추어탕 거리다. 원조 청도추어탕(371-5510) 등이 알려졌다. 금천면 동곡리의 강남반점(373-1569)은 ‘스님짜장·짬뽕’으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비슬리조트관광농원(372-0900)은 한국관광공사 지정 ‘굿스테이’ 업소다. 각북면에 있다. 선암서원(070-4150-8445)은 한옥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 ‘三國志’ 권모술수 백과사전

    ‘三國志’ 권모술수 백과사전

    ‘쌍전’(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속이 후련해지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 문학의 4대 기서로 꼽히는 삼국지, 수호지, 홍루몽, 서유기 4권 가운데 삼국지와 수호지 두 책을 쌍전(雙典)이라고 지칭한 뒤 혹독하게 비판한다. 홍루몽과 서유기는 “그래도 동심(童心)과 불심(佛心)이 있”지만, 수호지와 삼국지는 “전자에는 흉악한 마음이, 후자에는 교활한 심보가 충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폭력과 권모술수를 숭배하는 책들이어서다. “이 두 권의 ‘위대한 고전 명저’에 심취하고 있을 때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쌍전을 일컬어 ‘지옥의 문’이라고 부른다. 아니, 그렇게 위험한 책이 왜 수백년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단 말인가. 저자는 쌍전의 문학적 성취는 탁월하다고 본다. 수호지는 독특한 캐릭터, 그것도 3~4명도 아니고 108명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들어 냈다. 삼국지는 수호지에 비하자면 조조, 유비, 관우, 제갈량 같은 몇몇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쳤지만, 그 인물들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문학 비평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서사예술이 매우 높은 단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문학’ 비평과 ‘문화’ 비평을 구분한다.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예를 든다. “미시마는 문학적인 파급력, 영향력 면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지만 노벨문학상 비평가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겼다.” 미시마가 추구한 무사도 정신에다 노벨상과 문학이 지향하는 고귀한 이상을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도 비교한다. 맥베스 역시 폭력과 권모술수에 대한 얘기다. 그러나 권력찬탈 과정에서 도덕적 각성 문제도 함께 다룬다. 단순히 맥베스가 몰락했다는 권선징악적 구조 때문이 아니라, 맥베스의 독백을 통해 끊임없이 그 괴로움에 대해 언급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쌍전에는 이런 도덕적 괴로움에 대한 언급이 단 한 곳도 없다. “두 나라 소설의 사상적인 경지, 인생의 경지, 미학적인 취미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컸다.”고 본다. 저자가 이런 관점을 취하는 이유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경험과 관련 있다. 저자는 중국이 겉으로는 마르크스주의니 마오주의니 하지만 “잠재의식 차원에서는 여전히 쌍전의 통치를 받았다.”고 본다. 실제 저자가 문화대혁명 당시 어떤 홍위병 조직의 승리비결을 들여다봤더니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첫째, 성실성은 필요없다. 둘째, 사당(死黨)을 결성한다. 셋째, 상대방에 먹칠을 한다.” 문화대혁명이란,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흉내낸 각 파당들이 수호지의 ‘조반유리’(造反有理)를 실행한 난잡한 쇼였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1부 수호지 비판, 2부 삼국지 비판을 통해 조반유리와 도원결의라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웃긴 논리인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사실 수호지는 워낙 그 내용이 폭력적이어서 비판이 손쉽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 것은 도원결의에 대한 비판이다. 이 문제를 다룬 7장 ‘의리의 변절’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의 탁견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 넘쳐난다. 저자가 고문헌을 보니 원래 의(義)는 순수한 우정이었다. 서양에서 이것은 정의(正義)로, 중국에서는 인의(仁義)로 발전했다. 그런데 ‘의’자에 결(結)자가 붙었다.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남을 배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우리끼리 나눠 가질 이익이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결의의 의란 단지 패거리 집단의 협소한 윤리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다. 자기네들끼리 화목하지도 않다. 이익이 걸려 있어서다. 저자는 “역사는 결의, 즉 형제간의 맹세는 결코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부단히 증명했다. ‘의’는 최후에 결국 ‘이익’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사상 수많은 형제들이 결의해 수많은 반란을 추진했지만, 일단 반란이 성공하면 “수많은 형제들이 의심받고 살해당했다.”는 것. 저자의 이런 날선 비판에 속이 시원해지다가도, 꺼림해지기도 한다. 저자가 한(漢)족 민족주의에 매여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가령 “중화민족의 가장 원시적인 기질” 운운하면서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논의를 빌려 원형(原形)문화와 위형(僞形)문화를 논하는 대목, 쌍전이 명나라 말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출몰했고 삼국지가 일러준 반간계에 걸려들지 않았더라면 만주족이 중원으로 진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대목, 명대에 유행한 양명학을 ‘위대한 심학(心學)’이라고 거듭 예찬(정통 성리학은 마음을 중시하는 양명학이 불교와 비슷하다 해서 이단 취급한다.)하는 대목 등이다. 한족이 제 앞가림을 잘못해 만주족이 집권했고 그 만주족이 이상한 문화를 만들었다는 뉘앙스 같다. 그런데 저자가 쌍전과 비교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홍루몽은 청나라 때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청나라 ‘덕’은 없고 청나라 ‘탓’만 느껴진다. 쉽게 말해 민족성과 국민성을 운운하는 이론에 대한 의문과 연결된다. 이는 저자가 문예이론가로서 루쉰의 영향권에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청말 만주족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한족 지식인들의 민족주의적 주장이 은근히 깔려 있는 것이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 줄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훨씬 편했다”

    한 줄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훨씬 편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3번 출구. 매일 출퇴근 시간에는 역 안으로 내려가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퇴근보다 출근 때는 무려 100m 가까운 줄이 만들어질 만큼 더 심각하다. 워낙 혼잡해 인근 아파트 경비원과 지하철 입구에서 무가지 신문을 내놓은 직원들이 나서서 줄 정리와 통제를 할 정도다. 12일 오전 8시도 별 차이가 없었다.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가 넘어서도 계속됐다. 3번 출구 앞에서 줄을 서는 이유는 1인용 에스컬레이터 때문이다. 사당역은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일뿐더러 경기 산본, 군포, 안양, 수원, 용인 등에서 오는 경기 남부 지역 버스들의 종점지다. 또 바로 근처에는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그러나 3번 출구에는 계단이 없다. 1인용 에스컬레이터만 있을 뿐이다. 계단을 없앤 뒤 오르고 내리는 한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것이다. 때문에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에스컬레이터가 지하철 고객들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4억원의 예산으로 지난 2009년 3월 12일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설치 이후 서울메트로, 서초구청 등에 항의가 쇄도했다. 경기 과천에 사는 회사원 박모(28)씨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고 난 후 출근 시간이 10분이나 더 걸린다. 직장인들에게 10분이 얼마나 큰 시간인데 차라리 계단이었을 때가 편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인정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2번 출구로 가라’는 내용의 안내 현수막만 걸어놓았다. 또 3번 출구의 통로를 넓혀 에스컬레이터를 확장하려면 도로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데다 지하에 15만 4000V에 이르는 전선이 매설돼 있어 불가능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에스컬레이터를 뜯어내면 중복 투자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면서 “에스컬레이터를 2줄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아·조희선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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