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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軍 병영인권 감시체계 구축이 급선무다

    경기 연천지역 육군 의무대 내무반에서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사건이 국민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식을 군에 보냈거나 앞으로 보낼 부모들의 불안감은 참아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듯하다. 실제로 사건이 터진 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군대에 내 아들을 보낼 수는 없다’는 분노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은 ‘입영거부운동’을 거론하는 목소리조차 없지 않다.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의원들은 “국방부가 국민에게 자식을 믿고 맡겨 달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앞서 여당 대표는 국방장관을 불러놓고 책상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장관도 자식이 있느냐”고 질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치권조차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국방장관은 “병영이 장병 개개인의 인격이 보장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의 모범지대가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위기감 없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인권은 그동안 조금씩이나마 개선의 길로 가고 있었다고 믿는다. 같은 차원에서 병영의 가혹행위 역시 수많은 희생의 대가를 치르면서 최소한의 개선은 이루어졌을 것으로 많은 사람은 믿고 있었다. 그런데 대명천지(大明天地) 21세기에 필설로 옮길 수 없는 가혹행위가 윤 일병에게 가해졌다는 소식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을 윤 일병 부모의 심경은 물론 군대에 간 자식이 그 지경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군부모들의 마음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군은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엇을 실천했는지 모를 일이다. 윤 일병 사건 이후 육군의 실태조사에서는 현역장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무려 3900건이나 드러났다. 지난 6월 강원 고성의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인 가혹행위는 들어 있지도 않다고 한다. 실제 일어나고 있는 가혹행위와 비교하면 이 엄청난 수치조차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윤 일병 사건은 병영의 인권을 군 내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건을 공론화시킨 주체 역시 군의 인권보호 장치가 아니라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였다. 지금 장병들은 가혹행위가 일어나면 사실을 즉시 털어놓고 보호받는 것은 물론 재발 피해를 당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한다. 그런 만큼 군은 공허한 재탕 삼탕식 재발방지책을 내놓기보다 병영 인권 개선을 위해서라면 민간과도 협력해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 “철군한다”면서 가자 유엔학교에 또 공습…‘깡패’ 이스라엘에 반기문 “광기 멈춰라”

    “도덕적 범주를 넘어선 ‘범죄 행위’다. (이스라엘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이 광기를 멈춰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해 작심한 듯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유엔학교를 이날 미사일로 공격해 최소 10명을 숨지게 한 데 따른 것이다. 사망자 중 4명은 불과 5~12세의 어린이들이었다. 또 이곳에는 교전 능력조차 없는 팔레스타인 주민 3000명이 이스라엘군에 쫓겨 임시로 머물고 있던 상태였다. 수차례의 보호 요청에도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이 모여 있는 유엔 시설을 공격한 것만 벌써 일곱 번째다. 이렇게 무차별적인 민간인 희생을 촉발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전 세계의 분노가 쏠리면서 이스라엘이 ‘고립무원’ 신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일 “유럽 국민의 반감이 항의 차원을 넘었다”며 “이스라엘의 살상이 ‘국제사회의 왕따, 깡패’라는 비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도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한 무고한 이들의 끔찍한 죽음과 가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견딜 수 없는 폭력행위를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동안 말을 아끼던 미국도 이날 “수치스럽고 경악스럽다”고 강조했다. 우방국인 미국이 직접적이고 엄중한 비판을 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엔이 ‘전쟁범죄’로까지 규정한 데다 ‘반유대주의’ 시위가 확산될 만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원인이다. 여기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도청했다는 독일 주간 슈피겔의 보도까지 나왔다. 영국 노동당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의 침묵 아래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지상군을 대부분 철수시킨 데 이어 4일 ‘7시간 휴전’을 일방 선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4일 오후 3시)부터 인도주의적 원조와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향을 위해 7시간 동안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작전 중인 가자 남부 라파 지역은 제외됐다. 공습도 멈추지 않았다. 이날도 가자 북부 샤티 난민촌에서는 미사일 2발이 날아들어 어린이 1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고 가자 보건부가 밝혔다.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800명을 넘어섰다. 한편 이날 동예루살렘에서는 굴착기가 버스로 돌진해 들이받아서 지나가던 이스라엘인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경찰은 굴착기 운전사인 25살 청년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팔’ 학살 중단하려는 게 아니라...“작전 성공” 선언 목적?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팔’ 학살 중단하려는 게 아니라...“작전 성공” 선언 목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 지역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번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조치는 ‘승리 선언’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전면 철수한 뒤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마스는 ‘항전 계속’을 선언했다. AP·AFP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2일(이하 현지시간) 탱크 등 일부 병력을 가자 남부 칸 유니스 동쪽에서 이스라엘 접경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피란 중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통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8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맞서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이래 26일째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는 167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도 9000명에 이른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 내각이 가자지구 작전중단을 결정했으며 병력을 철수한 뒤엔 작전 성공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우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네타냐후가 거짓 승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하마스는 가자봉쇄 해제 전까지 항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어쨌든 가자의 인명피해는 줄어들 수 있겠다”,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그 이유가 일방적인 승리 선언이라니”, “이스라엘군 일부 철수,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이뤄진 것인가” 등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자에 떨어지는 미사일 생생 포착…민간 아파트 폭격

    가자에 떨어지는 미사일 생생 포착…민간 아파트 폭격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사이에 두고 무차별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선명하게 포착된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7월 마지막 주 초반에 포착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이스라엘의 F-16 전투기가 해당 지역으로 근접해 미사일을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은 시내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 건물에 명중했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내에 있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혼비백산한 모습이 역력하다. 공습을 받은 아파트에 살던 한 남성은 “주민 35명과 함께 미사일이 떨어지기 직전에 대피했다”면서 “곧장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의 공습이 임박한 것 같으니 어서 몸을 숨기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그들이 내 집을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나와 가족들은 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해당 미사일이 떨어진 지역에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20만 명에 달하는 현지인들이 집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구역인 아파트 건물에 미사일을 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반복된 휴전 협정과 휴전 파기가 반복되면서 민간인의 희생은 눈덩이 불어나 듯 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유엔과 미국의 중재로 1일 오전 8시부터 72시간 동안 사망자 시신 수습, 비상식량 지원 및 시설 복구 등을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한시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는 파기됐다”면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공격에 이스라엘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곧장 가지지구 남부에 탱크 포격을 가했으며, 이 공격으로 최소 700명이 사망, 2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의 가지주고 공습이 25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가지자구의 사망자는 1500명을 넘어섰다. 희생자는 대다수가 민간인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말레이 총리 “우크라 말레이기 추락 지역서 휴전해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 수습 공조를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휴전을 촉구했다. 라작 총리는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여객기 추락 현장 주변에서 전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라작 총리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여객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이 분쟁과 관계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이들이 희생자들을 존중하고 사건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을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격추됐다.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이 중 네덜란드인이 195명으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인은 43명, 호주인은 2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추락 현장 주변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교전이 진행 중이라 사건 2주가 지나도록 시신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희생자 유품을 멋대로 훔치는 일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80여 구의 시신이 아직 수습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여 구의 시신을 수습해 와 현재 네덜란드 힐베르쉼 군기지에서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라작 총리는 이날 힐베르쉼 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 원인을 밝혀낼 국제조사팀은 그동안 교전으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다가 이날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네덜란드 및 호주 경찰과 법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조사팀은 우선 시신과 유품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미핥기가 연약하다고? 사람목숨 뺏는 숨겨진 맹수

    개미핥기가 연약하다고? 사람목숨 뺏는 숨겨진 맹수

    이빨도 없고 시력도 나쁘며 생김새도 귀여워 위협을 느끼기 힘든 포유류 개미핥기가 실은 인간의 목숨을 뺏을 수 있는 무서운 동물이라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 메디컬 스쿨 연구진이 “개미핥기는 사람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맹수에 가까운 동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개미핥기는 개미를 주식으로 하는 이빨이 없는 빈치상목 포유류로 주로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밀림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크고 긴 머리와 길쭉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으며 끈끈한 침으로 뒤덮인 혀를 이용해 개미들을 잡아먹는다. 이때 개미핥기는 돌 부스러기도 함께 빨아들이는데 이것이 이빨 대신 먹이를 소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통상적인 개미핥기의 생활방식을 보면 눈도 잘 안보이고 이빨도 없어(다만 후각은 매우 뛰어난데 인간의 약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협적인 존재라고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생김새까지 전혀 포악하지 않아 밀림에서 개미핥기를 만난다고 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이 개미핥기에 의해 희생된 인명사례가 비교적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브라질 서부 마투그로수두술 주에서 한 75세 남성이 대퇴부 동맥절단으로 인한 출혈과다로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지역 일간지에서 크게 보도됐던 해당 사건에 대해 과학자들은 동물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실은 대형 개미핥기가 남자의 목숨을 뺏은 것이었다. 유사한 사례는 2년 후 아마존에서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2012년 8월 1일,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의 한 지역에서 47세 남성이 앞 사례와 마찬가지로 개미핥기에 의한 대퇴부 동맥절단으로 인한 출혈과다로 숨진 것이다. 당시 이 남성은 두 아들과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선 상황이었는데 그들 눈 앞에 2m에 육박하는 대형 개미핥기가 나타났다. 남성은 즉시 라이플총을 꺼내 사살하려 했지만 그의 개도 함께 위험에 처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나이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놀랍게도 남자가 나이프를 꺼내기 직전 이 개미핥기는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앞다리를 이용해 남성의 몸을 제압한 뒤 날카로운 앞 발톱을 휘둘러 치명상을 입혔다. 순간적으로 남성의 아들이 총을 발사해 개미핥기는 사살됐지만 동맥이 절단된 이 남성은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개미핥기 종류 중 큰개미핥기(Myrmecophaga tridactyla)의 경우는 다 자라면 평균 몸길이가 1.8m에 이르며 앞발톱이 칼날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은 단독생활이 일상화되어 있어 맹수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 즉시 난폭해지는 습성이 있다. 앞선 사고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생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국제 자연 보존 연맹(IUCN)에 따르면, 큰개미핥기는 현재 ‘취약동물’로 분류돼있다.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맹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뭔가 이질적인 분류 같지만 실은 아마존 밀림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자동차 사고 등으로 해마다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개미핥기에 의한 인명사고는 사람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자연과 환경의학 저널(Journal Wilderness and Environmental Medicine) 이번 달 호에 게재됐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인도 서부 산사태… 200여명 매몰

    우기를 맞은 인도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서부에 쏟아진 계절성 폭우로 30일 아침 마하라슈트라주 퓬 지역 말린 마을에 산사태가 일어나 최소 10명이 숨졌고 2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국가재난관리국 대변인은 “산사태가 덮친 가옥 50여곳으로 구급대원들이 달려가 2명을 구조하고 10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잠을 자고 있던 150~200명의 주민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300여명의 구조인력과 중장비, 30대의 앰뷸런스가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방정부 책임자 사우라브 라오는 “갇힌 주민을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어 정확한 희생자 숫자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이 15~20㎞ 떨어져 있는 데다 폭우와 산사태로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희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에서는 최근 우기가 시작돼 히마찰 프라데시, 우타르칸드 등 히말라야 지역에서 홍수와 작은 산사태가 발생했다. 우타르칸드에서는 지난해 홍수와 산사태로 힌두교 순례자가 6000명 가까이 숨지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 즉각 멈춰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이 이어지면서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급증하고 있다. 그제는 가자지구의 한 공원 놀이터에 포탄이 떨어져 어린이 9명이 숨지는 비극도 발생했다. 날아든 미사일에 목숨을 잃은 엄마 뱃속에서 한 생명이 의료진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태어났다는 소식은 전쟁이 빚어내는 참극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조차 힘들게 만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그 뿌리가 깊은 만큼이나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멀리 보면 지난 28일로 발발 100년을 맞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씨앗이 잉태된 이-팔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팔레스타인인 80만명이 추방당하고 1만 5000명이 학살되는 비극을 시작으로 21세기 오늘날까지 숱한 살육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만 해도 20일 남짓 만에 1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700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400여명이 희생된 2009년 공습을 크게 웃도는 규모의 인명 피해다. 내세운 명분이 무엇이든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은 그 행태가 야만적이라는 점에서 일말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를 공격목표로 삼았다지만 정작 그들의 미사일과 포탄은 학교나 병원처럼 최악의 사태에서도 보호돼야 할 시설까지 가리지 않고 있다. 희생자의 80%가 민간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자국 청소년 3명 살해 사건을 명분으로 들고 있으나 이는 가자지구가 아닌 이스라엘 서쪽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자 공습의 명분으론 군색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의도적 분쟁 강화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정치 통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이-팔 평화협상 재개를 저지하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엊그제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 우리 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90%가 넘는 이스라엘 국민들도 정부의 가자 공습을 지지한다고 한다. 이에 하마스 측도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양측의 의지로는 결코 지금의 살육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안 될 말이다. 지구촌이 힘을 모아야 한다. 보복이 보복을 낳으며 무고한 희생을 늘려가는 이 참극을 당장 끝내야 한다. 유엔은 지금의 무기력을 떨쳐내야 하며, 미국은 보다 강력한 의지로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 “검·경, 국민적 공분 달래려 유병언 일가 과잉 수사”

    “검·경, 국민적 공분 달래려 유병언 일가 과잉 수사”

    검찰과 경찰의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수사는 지난 29일 유씨 운전기사 양회정(56)씨의 자수로 1막이 끝났다. 하지만 ‘몸통’ 격인 유씨가 숨져 기소조차 할 수 없게 되는 등 처음 벌여 놓은 판에 비하면 초라한 양상이다. 30일 형법학자 등 전문가들은 “유씨 일가 수사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영근(한양대 교수) 형사법학회 고문은 “사건 초기 유씨의 도주 가능성을 간과하고 방심한 탓에 수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유씨 일가에 대한 이른바 ‘돼지머리(희생양) 수사’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분을 달래기 위한 과잉수사”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유씨 일가의 조력자에 대한 공개수배나 구속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오경식(강릉원주대 교수) 전 비교형사법학회장, 오 교수, 오영중(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단장, 하태훈(고려대 교수) 형사법학회장 등의 의견을 들어 봤다. 오 단장은 “검찰은 ‘유씨가 1200여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이 때문에 세월호 불법개조 등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그래서 침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여러 단계의 추론을 거친 논리를 근거로 유씨의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 교수도 “유씨가 세월호 매입과 구조 변경 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세월호 참사는 유씨 책임’이라고 규정한 뒤 수사하다 보니 스텝이 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영근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기 때문에 유씨 검거를 위해 검·경 인력을 대거 동원한 건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유씨 장남 대균(44·구속)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구속)씨를 압송할 때 수갑 찬 모습을 노출시킨 건 인격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배임·횡령 혐의가 전부인 유씨 일가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공개 수배하고 구속한 것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 단장은 “검찰이 이번 수사처럼 한다면 기업인 등 경제사범들이 출석을 거부할 때 옆에서 도운 비서들도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경제사범을 도왔다는 이유로 구속한 사례는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반면 오경식 교수는 “범인 은닉 및 도피 조력자를 공개 수배한 것이 평소라면 지나쳤다고 볼 수 있지만, 유씨 등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었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경이 ‘공적 싸움’을 하느라 유씨 검거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해 오경식 교수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경찰은 내사 때도 검사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서 “대균씨와 박수경씨 긴급체포 때도 경찰이 홀로 나서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검·경 부실 공조보다 기본을 무시한 부실 수사가 문제였다”면서 “유씨 은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의심해야 했고 현장 보존 등 기본을 지켰어야 했는데 상당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홍콩서 에볼라 의심환자… 다른 대륙으로 번지나

    사상 최악의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 사태가 서아프리카를 휩쓰는 가운데 시에라리온의 ‘국민 영웅’이라고 칭송받던 의사마저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돼 숨졌다. 홍콩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등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로 퍼지는 양상이다. 시에라리온 당국은 현지에서 에볼라 치료를 담당해 온 고위직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이 29일(현지시간) 에볼라에 감염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00명이 넘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그는 남다른 희생정신으로 국내외의 찬사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국제구호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북부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으며 입원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이날 오후 눈을 감았다. 시에라리온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브리마 카르그보는 “칸은 이 나라의 유일한 에볼라 전문가였다”며 “시에라리온의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하루 전 라이베리아에서도 환자 치료 중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가 사망했다. 미국 의료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 소속 미국인 의사와 여직원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중화권 매체인 봉황(鳳凰)위성TV에 따르면 케냐를 방문했다 지난 28일 홍콩에 돌아온 한 여성 환자가 에볼라 초기 증상과 유사한 증세를 보여 격리 치료 중이다. 지난 25일엔 한 라이베리아 관료가 미국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기 직전에 에볼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여행객을 통해 다른 대륙까지 퍼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라이베리아의 한 감염자가 토고 ASKY항공을 타고 나이지리아로 건너가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드러나자 해당 항공사는 서아프리카 비행을 중단했다. 나이지리아 최대 항공사인 아리크에어도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망자는 672명이다. 지난 2월 기니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구토, 고열, 설사 및 출혈 등의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른다. 혈액과 땀, 분비물 접촉으로 감염되는데 아직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필리핀 한인 사업가, 납치범 공격에 사망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현지 납치범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다 사망했다. 2009년 이후 5년 동안 필리핀에서 한국인 40여명이 각종 범죄 사건에 연루돼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필리핀인 3명이 택시로 한국인 배모(58)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납치를 시도하다 저항하던 배씨를 숨지게 했다고 28일 밝혔다. 배씨는 범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권총에 머리를 두들겨 맞고 아스팔트 도로 위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배씨는 2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마닐라 올티가스 지역을 승용차로 지나다 변을 당했다. 범인들은 배씨와 함께 탄 부인 성모(55)씨를 납치한 뒤 몸값으로 50만 페소(약 1180만원)를 요구했다가 배씨가 숨진 사실을 알게 되자 성씨를 풀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납치에 가담한 3명 외에 택시 운전사, 성씨의 자가용 운전사 등 최대 5명이 납치를 사전 모의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찾기 위해 탐문 수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성씨가 열흘 전에 자가용 운전사를 채용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배씨가 사망하면서 올해 필리핀에서 범죄 사건으로 희생된 한국인 수는 총 9명이 됐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이 납치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함께 치유”… 단원고 동네로 이사 간 사람들

    “올 9월이면 전문적인 상담 공간이 문을 엽니다. 유가족들과 치유상담을 시작했는데 아직은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하는 수준이죠.” 심리기획자인 이명수 박사는 지난 5월 아내인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웃을 자처하고 오랜 기간 소통한다면 세월호 사건의 유족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훨씬 짧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들의 활동은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가해자나 다름없는 정부가 주도하는 트라우마센터에는 유가족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주말을 제외하곤 이곳에 머물며 그룹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로 삶의 희망을 놓친 유가족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려는 ‘공동체 복원 운동’이 단원구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2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을 사고로 잃은 이곳에서 최소 5년간 머물며 이웃처럼 소통하겠다는 이 운동은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시도다. 20여개 단체가 참여한 운동은 이명수, 정혜신 박사 팀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장 팀이 각기 축을 이룬다. 전자 유가족의 마음을 열기 위한 상담 치료에 집중하는 반면 김 원장이 이끄는 기록팀은 ‘시민아카이브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기억저장소를 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희생자와 가족이 남긴 기록, 시민들의 위로 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기증받아 기록을 매개로 한 치유 활동에 나선다는 점에선 궤를 같이한다. 노란 리본에 담긴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김 원장은 “이미 침몰 당시 세월호 내부를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 3건을 비롯해 1000건이 넘는 기록을 유족으로부터 건네받았다”면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들었던 피켓과 기도문 등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 일행은 단원구 고잔동의 연립주택 두 채를 빌려 마련한 기억저장소의 내부 공사를 이달 말쯤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유가족들이 드나들며 사랑방처럼 머물 이 공간은 다음달 초 문을 연다. 연립주택 임대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돕는 등 지역사회의 호응도 높다. 단원구의 공동체 복원 운동은 앞으로 팽목항 인근 추모관 건립과 벽화 그리기 등 건축과 미술을 통한 치유 활동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협동조합이나 주민식당(밥차)을 꾸려 유가족의 생계에도 직접 도움을 줄 방침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나에서 우리로-공동체 의식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나에서 우리로-공동체 의식

    #1. 2008년 2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문을 연 청년 공동체 ‘빈집’. 3명의 백수가 가정집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주택 6채와 텃밭, 문화 공간인 ‘빈가게’, 은행 ‘빙고’, 학습 장소 ‘빈연구소’를 아우르는 30여명 규모의 생활 공간으로 성장했다. 장기 투숙객으로 불리는 구성원들은 ‘살구’ ‘들깨’ 등의 가명을 쓰며 수개월에서 수년간 원하는 만큼 머물다 떠나 간다. 자치회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운영되는 이곳에선 ‘내 것, 네 것을 따지지 않고 공유하기’ ‘환경, 생태에 관심 갖기’ 등 암묵적인 규칙도 존재한다. “음식을 나누고 함께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고민과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2.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마을’은 우리나라 공동체 운동의 산실로 불린다. 1994년 1월, 20여 가구의 젊은 부부들이 공동 육아를 위해 모인 뒤 지금은 8000여 가구 2만여명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규모가 커졌다. 마을극장과 마을축제는 이곳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출범 20년째를 맞으며 구성원의 다양화라는 고민도 떠안고 있다. 마을을 기웃거리던 20~30대의 미혼 젊은이들이 “우리가 놀 곳이 아니다”라며 이내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3인의 전문가 마을살이를 말하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고 살맛 나는 ‘공동체’란 무엇일까. 주민들이 힘을 합쳐 관계망을 형성하는 ‘마을살이’(마을공동체 운동)는 세월호 사건 이후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가치관을 되살릴 해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와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경제학 박사, 성미산 공동체 운동을 이끈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에게 우리 시대 공동체 운동과 지향점에 대해 들었다. →왜 공동체가 화두인가. -유창복(이하 유):시대가 험하니 공동체나 마을이 화두가 됐다. 결혼을 미루고 홀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늘고 결혼해도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출산을 포기한다. 노인을 돌볼 가정과 사회의 배려도 한참 부족하다. 가족이 제구실을 못 하니 허덕이면서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런 점에서 마을공동체는 매력적이다. 함께 모여 수다를 떨며 외로움을 덜 수 있다. 일종의 호혜적 생활관계망이다. →‘마을살이’에 대해 말해 달라. -유:지난 2월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공언했다. 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주변에 하소연할 곳이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로 부대끼며 고민해야 한다. 마을살이는 가족의 재구성을 촉진하는 희망이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혈연 공동체가 강조된다. -김서중(이하 김):혈연에 기반한 자연 공동체로의 회귀라는 환상은 위험하다. 종종 형식논리에 얽매여 (전체주의처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쪽으로 흐르곤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방식의 공동체, 그것이 추구할 목표다. →공동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작용도 커진다. -김:국가와 같은 큰 공동체에선 다수결을 적용해 소수 의견을 배제하곤 한다. 소수의 희생을 ‘숭고함’으로 포장하는 허위의식도 드러난다. 사실 공동체 내의 갈등 표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석훈(이하 우):우리 사회의 공동체 운동은 진행 속도는 빠르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다. 궤도에 올라 안착한다면 협동조합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부족한 청년층의 일자리까지 자급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국가 주도의 일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공동체 운동이 절실하다. →성미산 공동체 운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모범적이지만 정형화된 틀에 갇혔다. 구성원 가운데 큰 부자도 없고 가난한 이도 없다. 자녀를 둔 중산층 부부나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누군가 (비용을) 더 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 강북 지역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20대 청년들에게 개방적이지 않아 외톨이로 만들기 쉽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영역을 갖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유:성미산 운동은 공동 육아라는 주민들의 필요에서 출발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부가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풀어 왔다. 지금 이곳 공동체를 놓고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돼 돌아와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보면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공동체란 무엇인가. -김: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해하며 살아가는 ‘관계의 조건’이다.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이 자기 방어력을 상실한 현대사회에서 일종의 보호막이 된다. -우:경제적 매개 없이 공동체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조합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 큰돈 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고 조합을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 의식이 강조되면 자연스럽게 주민자치, 풀뿌리민주주의로 발전한다. -유: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의 역할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면서 스스로 알아서 해 보자는 자각으로 연결됐다. 과도한 역할을 서로 요구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적절히 알아서 일을 나누면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해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우크라女, 말레이 피격기 유품 훔쳐 ‘화장’ 논란

    우크라女, 말레이 피격기 유품 훔쳐 ‘화장’ 논란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이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 여객기에서 나온 마스카라로 메이크업 했다며 소위 ‘자랑질 셀카’를 올려 논란이 일고있다. 최근 사고 여객기가 추락한 도네츠크주 도시 토레스에 사는 여성 예카테리나 파크호멘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눈길을 끄는 사진 4장을 올렸다. 예카테리나는 한 마스카라 사진과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온 마스카라. 정확히 이야기하면 들판에서 온 것으로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곧 토레스시 들판에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있던 네덜란드 승객의 유품을 훔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녀의 팔로우 중 한 명이 이에대해 추궁하자 그녀는 “추락 지역에서 친구가 가져와 나에게 준 것”이라고 실토해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또한 그녀는 이번 여객기 피격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반군의 지지자로 친 러시아 성향 임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예카테리나는 문제의 글을 모두 삭제하고 계정까지 폐쇄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후폭풍은 컸다. 특히 몇몇 서방언론들이 줄기차게 우크라이나 반군들이 희생자의 유품을 훔친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 반군들이 추락현장을 수색하는 도중 희생자의 반지 등 유품을 훔치고 있다는 사진들이 게시된 바 있다.서방언론들은 “만약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행동” 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사실 확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의 총 희생자는 298명이다. 국적별로 보면 네덜란드가 191명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어 말레이시아(44명), 호주(27명), 인도네시아(12명) 순으로 집계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민사회단체 전국 곳곳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시민사회단체 전국 곳곳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시민사회단체 전국 곳곳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세월호 참사 102일째일 26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 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와 캠페인을 열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과 여·야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지난 16일 이후 어떤 의미 있는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권력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지난 24일 가족들과 시민들의 행진에 차벽으로 응답했다”고 비판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한 지 오늘로 13일째이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라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국회, 광화문 광장에서 끝까지 있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900여명(경찰추산)의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흔들었다. 박주민 세월호가족대책위 변호인은 “세월호 선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업무용 노트북의 데이터 복원 결과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한글 파일을 발견했다”며 “국정원이 세월호 증·개축 공사 결과를 꼼꼼히 지시하고 체크한 것으로 보아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라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대전, 경기도 고양시, 대구 등지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캠페인이 열렸다. 세월호참사대전대책회의는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대책회의는 대전역 서광장에서도 같은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한 뒤 추모 영상 상영과 함께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오후 6시부터 일산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0416 추모밴드’가 고양시 관내 삼송역∼대화역 사이 8개 지하철 역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피켓팅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약 한시간가량 진행된 행사가 끝난 뒤 오후 7시 30분부터 일산동구 장항동 미관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일렬로 서 피켓팅을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대구에서는 대구경북진보연대가 오후 5시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홍보집회’를 개최했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여야 합의 언제 되려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응원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난 반댈세”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반도와 닮은 오키나와 저항의 역사

    한반도와 닮은 오키나와 저항의 역사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개번 매코맥·노리마쯔 사또꼬 지음/정영신 옮김/창비/544쪽/2만 8000원 오키나와는 많은 이들에게 ‘일본 속 고통받는 미군기지 섬’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기지의 75%를 떠안고 있다. 15세기 해상왕국으로 번성했지만 19세기 후반 일본에 병합됐고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점령을 받다가 일본에 반환되며 굴욕과 희생의 땅으로 여겨졌다.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는 특별한 역사를 갖는 섬, 오키나와에서 이어졌던 저항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호주 국립대 명예교수와 일본 평화운동가가 의기투합해 미·일동맹의 패권주의적 팽창과 그로 인해 점철됐던 오키나와의 희생과 저항사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근대 일본국가에 병합된 오키나와인들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버려야 하는 황민화 정책에 시달렸다. 2차대전 중 3개월간의 무차별 폭격으로 유명한 이른바 ‘오키나와전’의 참상은 오키나와에 반(反)일본정서가 뿌리박히게 된 이유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오키나와전’ 당시 폭격으로 오키나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명이 사망했다. 일본군은 한 술 더 떠 연합군 스파이가 될 것을 우려해 오키나와인들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산간지역으로 강제이주시키고 자살을 강요했다. 일본군의 강제 아래 가족끼리 죽이고 죽는 참극이 빈발했다. 1972년 미국은 일본에 오키나와를 반환했지만 오키나와는 여전히 환경피해며 미군 성범죄 같은 기지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일 정부가 후텐마 기지를 대체해 거대한 새 미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대와 저항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책에선 오키나와와 한반도의 겹치는 현대사 속 굴곡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며 태평양의 두 번째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제주도의 상황도 자연스레 포개진다. ‘오키나와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저자들은 그래도 한국어판 서문에 이런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과 오키나와는 민주적이며 협력적인 전후 및 패권 이후의 질서가 이 지역 전체에 뿌리내리고 자라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팔 모두가 패배자… 연민이 답이다”

    “이·팔 모두가 패배자… 연민이 답이다”

    “연민은 도덕적 의무입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실패하고 버림받은 이들의 어려움, 슬픔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림을 한번 그려 보는 것처럼 우리를 정의의 길로 되돌리는 것은 없습니다. 이 싸움에서 우리 모두는 패배자일 뿐입니다. 상대의 고통과 권리를 마침내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이 슬픈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 함께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돌며 평화를 전파해 온 다니엘 바렌보임이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양쪽 모두에 연민과 자제를 촉구했다. 대표적인 유대인 예술가였던 바렌보임은 1999년에는 중동계와 이스라엘계의 젊은 음악인으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분쟁 지역에서 공연했다. 2008년에는 이스라엘인 최초로 팔레스타인 시민권까지 얻었다. 2004년 ‘이스라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 수상 때 이스라엘 의회에서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나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연설한 일화도 유명하다. “2개의 여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여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주 무거운 심정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고 운을 뗀 바렌보임은 “지난 몇주간 가자에서 있었던 일들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싸움에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투쟁을 “정치적 싸움”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단순하게 “그 자그마한 땅을 부여받았다는, 돌이킬 수 없는 확신을 공유하는 두 민족 사이의 인간적인 싸움”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다른 논란을 다 빼고 주거지를 나눠서 공존하는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도 이 땅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에도 자결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서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한편 AF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24일 유엔 학교시설과 대피소를 폭격해 11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보도했다. 유엔 시설을 찾은 민간인까지 희생되자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수천명이 이날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7일부터 일주일간 충돌을 멈추고 다른 국가들의 참석하에 가자지구의 주요 경제·정치·안보 사안에 대해 추가로 협상하는 휴전안 등을 제안했으며 양측은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제 차가운 물 속에서 나오렴”

    “이제 차가운 물 속에서 나오렴”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의 기다림’ 행사에 참석한 진도지역 고교생들이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귀환의 염원을 담은 노란 풍선 100여개를 공중에 띄워 올리고 있다. 진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경찰 처벌 의지 따라 … 집회 소음 ‘고무줄 단속’

    경찰 처벌 의지 따라 … 집회 소음 ‘고무줄 단속’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앞.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여 오는 30일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서울신문 취재진은 소음 전문가인 박영환 소음진동기술사와 함께 경찰 측정 방식대로 집회 소음을 5분 단위로 끊어 30분간 6차례 측정했다. 6차례 중 4번은 법적 기준치 80㏈(비주거지에서 열리는 주간 집회)을 넘어섰다. 2차례만 기준을 밑도는 77.9㏈과 79.4㏈이었다. 기준대로라면 이날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소음규정을 위반했다. 집회 중 가장 시끄러운 때 5분씩 2번 소음을 측정해 평균치가 기준을 넘어서면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회 초반 소음을 측정한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사복 경찰관 3~4명은 별다른 제재 없이 현장을 떠났다. 경찰이 지난 4월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소음관리팀을 만들어 집회 소음 규제에 나섰지만, 소음을 자의적으로 측정해 정권과 기업 등에 비판적인 시위만 표적 단속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집회 소음 단속이 강화된 지난 4월 이후 소음 기준치를 넘었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건은 12차례였다. 모두 진보 성향 또는 노동단체가 주최한 집회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측은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5월 진행한 ‘삼성전자서비스 위장폐업 철회 촉구집회’ 때 모두 4차례 소음 기준을 어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진보단체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연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도 5월 중 3차례 소음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같은 기간 보수단체가 주최한 집회 중 경찰이 소음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한 행사는 지난 16일 어버이연합 집회를 비롯해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찰의 집회 소음 단속이 ‘시민 불편을 막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부 등에 비판적인 집회를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집회 때 경찰이 10분간의 소음을 임의로 측정해 처벌 근거로 쓰는 현행 기준 탓에 ‘고무줄 단속’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박 기술사는 “소음은 집회 내내 일정한 크기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객관적 측정을 위해서는 일부 시간이 아닌 집회 시간 내내 소음 측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찰이 처벌 의지를 가지면 노래를 부르는 등 소음이 커질 때 측정할 수 있고 처벌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소음이 작은 집회 초반 측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소음 단속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도 문제다. 현재 단속 대상 소음은 학교·주거지의 경우 주간 65㏈, 야간 60㏈, 도심 등 기타 지역은 주간 80㏈, 야간 70㏈ 이상이다. 80㏈은 진공청소기 소음 정도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란 다수가 모여 공동의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엄격한 소음 단속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충돌할 때 사생활의 자유 쪽에 손을 들어준 조치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더 우선되는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재난에서 배운다] “3·11 잊지 말자” 재해학습열차 운행… ‘부흥 투어리즘’ 새바람

    [대재난에서 배운다] “3·11 잊지 말자” 재해학습열차 운행… ‘부흥 투어리즘’ 새바람

    산리쿠철도는 일본 이와테현의 연안 108㎞를 달리는 조그만 철도 회사다.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산리쿠철도는 철로와 역 대부분이 파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북쪽 노선은 2012년 4월까지 상당 구간이 복구됐지만 남쪽 노선은 부분 복구에 머물렀다. 3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4월 산리쿠철도 전 구간은 완전히 재개통됐다. 이처럼 도호쿠 지방의 재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산리쿠철도는 동일본대지진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2011년 6월부터 ‘재해학습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이 열차를 타고 이와테현의 지진 복구 상황을 살펴봤다. 산리쿠철도의 남쪽 노선(사카리역~가마이시역 36.6㎞) 구간을 달리기로 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재해학습열차의 이날 승객은 이와테대학 공학부 신입생 46명이었다. 이와테대학은 지난해부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재해지역 견학 등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교육(COC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원 50명인 1량짜리 재해학습열차는 1주일에 평균 3차례 운행한다. 손님이 많은 6~7월엔 6차례로 늘어난다. 운행 3년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손님이 탑승했다. 출발지인 사카리역. 풋풋한 얼굴의 신입생들이 웃고 떠들며 자리에 앉자, 가이드로 나선 산리쿠철도 운행부의 구마가이 쇼이치 주임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를 시작한다. “TV에서는 복구가 완료된 곳만을 보여주죠. 지금부터 보겠지만 재해지 복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딥니다. 가설주택은 원래 1년만 임시로 살기로 한 곳인데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대체 주택이 지어지고 있어요.” 이와테현은 1896년 메이지 산리쿠 지진, 1933년 쇼와 산리쿠지진 등 옛날부터 큰 쓰나미를 많이 경험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열차는 다음 역인 리쿠젠아카사키역에 도착했다. 가설주택의 상점가 너머로 황량한 바닷가가 보였다. “원래 대지진 전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물이 높았지요. 다 무너지는 바람에 바다가 보이게 됐어요.” 그는 산리쿠 철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92억엔(약 920억원)이 든 산리쿠 철도의 복구 비용은 전액 국가에서 보조받았습니다. 원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라는 얘기가 있었죠. 우리는 매년 1억 2000만엔 정도의 이익을 내는 작은 철도 회사여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대지진 5일이 지난 뒤 일부 구간을 개통하며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것이 참작돼 전액 보조를 받게 됐습니다.” 산리쿠 철도는 이와테현 부흥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구마가이는 설명했다. 산을 통과하는 긴 터널을 지나 열차는 요시하마역에 닿았다. “이곳은 ‘기적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주택 4채밖에 피해를 입지 않았거든요. 피해가 적은 이유는 역시 메이지 산리쿠 지진 덕이었습니다. 요시하마는 당시 200명의 희생자를 내는 등 큰 피해를 입었어요. 이후 지자체에서 해안가의 특정 지역 아래로는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정했고, 그걸 오랜 기간 지켜왔기 때문에 해안가에 주택이 없어서 큰 피해가 없었던 겁니다.” 당초 이와테현은 올 4월에 복구 공사가 끝날 거라고 했지만,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구마가이는 말했다. “육지의 잔해는 많이 치워졌지만 바닷속 잔해는 거의 치우지 못했어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치우지만 언제 끝낼 수 있을지…. 그래서 아직 해수욕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바닷가 뒤쪽의 보조대는 공사 중인데, 과거 기준이 최고 5m였지만 지금 새로 짓는 보조대는 7~14m로 훨씬 높아졌습니다.” 마지막 가마이시역. 신일본제철의 공장이 있는 이곳은 대부분 목조 건물인 다른 곳과는 달리 철제 건물이 많다. 아직도 도시 안에는 쓰나미로 무너진 건물의 앙상한 철골이 남아있다. 쇼핑몰이 생겨나는 등 재건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인구 12만명이던 이 곳에는 현재 4만명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날 견학에 참가한 마스토 다쓰로(19)는 “동일본대지진 직후 자원봉사하러 온 적이 있다. TV에서 많이 복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안심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아직도 완전히 복구가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구마가이는 “재해지를 돌아봄으로써 동일본대지진을 잊지 말자는 측면은 물론 재해지에 관광객을 불러 부흥을 촉진하는 ‘부흥 투어리즘’의 일환으로 대지진학습열차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학생 30%, 회사원 70%의 비율로 찾고 있다. 내년에는 간토 지방에서 단체 수학여행도 많이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글 사진 오후나토(이와테)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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