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언론개혁과 신문고시제 부활
어느 시대,어느 나라에 우리나라처럼 특정 정당이 사회에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기업의 행태에 대해 이토록 비호한 일이 있을까.지난 두 달동안 언론사 세무조사와 신문고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언론자유,참 좋긴 좋은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또 한편으로 “자유란 진정 무엇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5·16이후 유신정권,5·6공을 거쳐오는 동안 우리 언론의역사는 ‘탄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정부들어 비로소 어느 정도 언론자유를 누리게 됐지만,문민정부에서도 정보기관의 공작적 언론대책은 여전했다.한겨레신문을 ‘붉은 신문’으로 몰아간 안기부 문건이 그것을말해준다.또 “세무조사를 해보니 상당한 세금을 징수해야했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얼마만 받고 끝내라고 지시했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은 우리 언론에 개혁해야 할 요소들이얼마나 많은지,그동안 권언(權言)유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그러나 일부 언론은 진정한 언론자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을앞세워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 세월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는데 앞장섰던 언론이권력에 협력했던 대가로 얻은 막강한 힘을 빌려 이제 ‘언론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전횡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의신문고시제 부활은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것도, 길들이기위한 것도 아니다.특히 세무조사는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이루어진 적이 없는 기업으로서의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정상적 조사업무로,법률에 따라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일인 것이다.지금은 침묵을 강요당하던 군사독재시대가 아니다.무슨 말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언론자유가 만개한’ 시대다.이 밝은 세상에 세무조사를 한다고 신문사들이군사독재시절처럼 고분고분 길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국민이 얼마나 될까.더구나 거대 야당이 일부 언론을 그토록 지원하고 비호하여 마지 않는 마당에….
정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1999년 1월 신문시장을 ‘자율적으로’ 자정하겠다는 신문업계의 약속에 따라 지난 1997년 1월 처음 제정,시행해오던 신문고시제를 폐지했다.그러나 그동안 군부독재시대 권언유착으로 거대자본을 축적한족벌신문들은 공격적이고,폭력적인 판촉활동으로 부수를늘려왔다.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확대하면서 반시대적 논조로 여론을 왜곡해왔다.신문고시의 부활은 이처럼 왜곡된 신문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그동안 시민단체와 언론단체,양심적인언론학자들이 신문고시의 부활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문고시의 부활은 ‘자유’나 ‘자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마음껏 언론권력을 휘두른 족벌언론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언론시장의 70%를 독점하면서 수구기득권층을대변하며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시켜 오는 등 ‘언론만용’을 만끽하다가 국민들로부터 받게 된 업보인 것이다.자율규약 제정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소위 ‘빅3’가 선물제공이나 강제투입 등 부당행위로 납부한 위약금은 10개 중앙 종합일간지 전체 부과액의 75%를 차지한다.그런데도 이들은약속이나 한듯 신문고시 부활에 강력히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대 언론을 탄압하고 “권언유착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야당이 여전히 이들 ‘빅3’와 유착관계에서 신문고시제 부활과 세무조사를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로 몰아가고 있다.참으로 어처구니없는일이 아닐 수 없다.언론개혁은 시대의 요청이고 건전사회를 이루기 위한 시민운동이다.특정 언론사 간의 다툼의 문제도 아니요,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음모도 아니다.
친일,사대,반민주,그리고 민족대립과 지역주의 조장에 앞장서며 ‘편향’을 ‘공정성’으로 포장하여 음습한 구시대로 되돌리려는 부도덕한 수구 족벌언론이 언론 본연의자세를 찾도록 도와주려는 정화작업인 것이다.국민은 더이상 이 수구 신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뇌작업의 대상이될 수 없다.
△박찬 논설위원park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