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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형 칼럼] 유리그릇 같은 경선가도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한때 뒤뚱거리다 재가동되었다.음모론을 제기하며 경선 포기를 검토하던 이인제 후보가 다시 경선에 참여했기 때문이다.지난 3월9일 제주에서 시작한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은 울산·광주·대전·충남·강원을 거쳐 이번 주말엔 경남에 이어 전북에서펼쳐진다.16개 시·도별 경선 일정으로 보면 이제 3분의1지점을 통과해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그동안의 과정은 불과 20여일밖에 안 되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 고해’ 사퇴 이후 7명의 후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사퇴했다.금품살포,줄세우기 시비에 이어 급기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음모론으로 한바탕 요동을 쳤다. 국민 경선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중의 눈과 귀를 주말‘정치 흥행장’으로 끌어모으는 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1인 보스정치·밀실정치에 찌들어온 한국 정당정치에 새로운 기대를 불러왔고,유권자 가슴에 잠복한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기도 했다. 반면 경선이 진행됨에 따라 부정적측면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후보간 경쟁이 비전이나 정책으로 승부를 걸지않고,비방성 인신 공격으로 일관할 때도 있다.‘대안론’과 ‘대세론’으로 말싸움을 하는 듯하다가 어느새 우리정치판의 숙환인 색깔론,지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민주당 경선 현장에서 ‘전라도와 빨갱이’라는 금기에 가까운단어들이 튀어나올까봐 조바심을 갖는 당원들이 많다고 한다.그같은 무자비한 색깔론이 횡행하는 날이면 국민참여경선의 거창한 구호는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색깔론과 정책노선의 대결은 분명히 다르고,또 달라야 한다.전자가 특정 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 없이 무조건 색깔로 덮어씌우는 것이라면,후자는 해당 후보의 개별 정책방향과 이념을 객관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안을 갖고 경쟁하는 것이다.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 유권자들이 해당 지역 출신 후보를 단순히 선호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특정 후보진영이 지역성을 이용하여 다른 후보들에 대한 적개심을증폭시키고,이를 득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민주당경선이 지금과 같은색깔론과 지역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선 의미 자체가 퇴색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원이나 경선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경선이 끝나는 4월27일이 결코 ‘결승 지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한 정당의 정치 행사에 굳이 ‘충고’하는 것은 이왕이면 모처럼의 정치 실험이 성공해 한국정치 개혁의 작은단초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음모론 공방이나색깔론 제기,또는 유력한 후보의 사퇴 소동 등은 봄날의보슬비나 기껏해야 초여름의 비바람에 불과할 것이다.올 12월 대선 본선으로 가는 길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천둥번개와 폭풍·태풍이 불어닥칠지도 모른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정치 상황 변수는 간단치가 않다.6월 지방선거 후 결과에 따라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민주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패배했을 때를 가정하면 그 후폭풍이 대선 후보에 대한 인책론으로 비화될 공산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다.지방선거를 전후로 하여 신당이 가시화될 수 있다.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제기하는 이른바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른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칠 수도있는 것이다.여기에 남북관계 교착 국면의 대전환 등 상황변화도 대선 가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어느 정당이건 앞으로 대선 정국을 휘어잡으려면 민심을사로잡아야 한다.이제 경선 일정의 절반도 못 마친 민주당은 일부 ‘정치 흥행’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결코 민심을 얻은 것이 아니다.지금의 경선 국면도 조금만 잘못다루면 부서지는 유리그릇 같은 것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이경형 /논설위원실장khlee@
  • [사설] 제주·울산 경선 의미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주당의 ‘국민참여 대통령후보 경선’이 제주에 이어 울산에서 치러졌다.전국적으로 경선이 마무리되고 후보가 결정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두 지역의 경선으로볼 때 ‘열린 정치’라는 정당 민주주의 발전의 한 장을기록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국민경선의 참뜻은 바로 정당이 민의를 대변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당 후보를 결정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의 두 지역 경선을 보면 이런 조짐들이 보여다행스럽다.10일 울산 국민경선 생방송을 시청하려는 네티즌들이 몰려 민주당 홈페이지 접속이 한 때 불통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도 국민들이 그만큼 국민경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여론조사나 정당 관계자들의예상과 다른 후보가 특정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나타난 것은 경선제도의 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경선을 보면서 몇가지 부족하고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두 곳의 민주당 경선은 정치사적인 의미도크지만 상호 비방,향응제공 및 금품살포 의혹,동원정치라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내주는 구태들이 여전히 불거져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후보들도 정책의 차별화나 정치적 비전과 소신을 분명히 밝혀 표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상대방 비난과 의혹제기로 반사적인 이익을 얻고자하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오죽하면 당 선관위가 제주 첫 경선에서 상대방 비난에 치중한 일부 후보들에게 경고조치까지 내렸겠는가. 민주당의 제주 경선에서는 한화갑 후보가,울산 경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시중에서는 여론조사나 당 주변의 예측과 다른 후보가 1위를 했느니,표심에지역성이 반영됐느니,앞으로 어떻게 판도가 변해 갈 것인지 등에 대한 화제가 무성하다.민주당은 국민들의 관심을유도하고 바닥 민심을 반영하자는 것이 바로 경선을 도입한 취지인 만큼,이런 참뜻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앞으로 남은 경선 과정에서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타락·혼탁 양상을 일절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민주당은또 우리 정치발전에 의미있는 첫 걸음을 떼고있다는 정치개혁에 대한 책무도 잊지 말기 바란다.
  • [매체비평] 방송위 독립성 훼손 안돼

    작년 방송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위성방송 재송신과 지역민방 역외 재송신 문제 등 방송정책의 혼선에 책임을 지고 방송위원장이 사퇴했다. 국회에서 위성방송 의무 재송신 채널을 KBS1과 EBS로 제한하려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압력을 받아 왔던 방송위원장이 사퇴한 것에 대해 대부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방송위원이나 위원장은 쉽게 사퇴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독립성의 문제인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결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인정을 하여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그리고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고치겠다고 방향과 가닥을 잡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결과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선택에 불과한 것이었다. 혹시 정치적 고려의 결과가 아닐까 의문을 가지는 것도 이때문이다.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이는 사실상 방송위원의독립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그럴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현재와 같이 국회의 교섭단체들이 의석 비율을 적당히 고려하여 나누는 방식으로 추천하고,여야의 정치적 균형을 고려하여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상황에서 방송위원이 독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공석이 된 방송위원의 임명을 앞두고 정치적 인물은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독립성을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더군다나 새로 임명하는 인물은 방송위원임에도마치 방송위원장을 임명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방송위원장은 방송위원들이 호선으로 추천한다.'는 방송법 21조의 취지조차도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위원 독립성 못지 않게 방송위원의 전문성 또한 중요하다.방송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은 물론 안된다.그리고 단순히 방송계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전문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은아니다. 방송위원회는 규모만 커진 방송사가 아니라,한국 방송의 운명을 결정하는 방송정책 담당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방송정책에 관한 자기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이어야 한다.아니면 임명시에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거치든지.우여곡절을 거쳐 방송위원장이 새롭게 임명된다면 방송위원회는 무엇보다도 최근 방송위원회가 밝혔던 정책들의 혼선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최근에 있었던 정책의혼선은 모든 정책의 애초 취지 즉 초심을 고려하지 않아서발생했다고 본다. 즉 지역민방은 ‘지역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서울의 방송들을 마치 전국 방송처럼 착각하고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위원회가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방송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방송의 공영성과 다양성은 어떻게 보장할까’에 대해서.물론 궁극적으로 수용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라는 전제 아래 말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 [이경형 칼럼] 부패를 끊는 급소

    대검 중수부가 ‘이용호 게이트’의 한 핵심 인물을 잡는다고 3∼4개월 동안이나 출국금지를 한다,전국에 지명수배를 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붙잡지 못했다.그런데 특별검사팀이 추적을 시작한 지 보름 남짓해 문제의 인물을 검거했다.특검팀의 개가에 검찰은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니 안타깝다. 부패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마음 먹기에 달렸지 그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무엇보다 권력형 부패는 부패를 키우고 연결해 주는 ‘급소’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우선 권력형 부패를 차단하는 급소는 핵심 권력기관,핵심 부서 인적구성의 연고주의를 깨는 것이다.한국사회에서 가장 강력한위력을 발휘해온 것이 지연과 학연이다.그중에서도 도(道)단위 지역성과 고등학교별 학연이 가장 뿌리가 깊다.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이 39년 만에 처음으로 이명재 신임검찰총장을 검찰 외부에서 발탁했다.신임 총장의 검찰 후속인사는 국민적 기대 속에 이 연고주의의 끈을 끊을 수 있는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곧 드러날 대검차장, 서울지검장,검찰국장,대검 중수부장 등 이른바 검찰 ‘빅 4’의 인사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둘째,권력기관에 대한 상호 견제와 보완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최근 검찰의 신뢰 위기는 정치적 중립성의 결여에서나온 것이다.여기에는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검찰이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자성을 회복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국가 공권력 행사의 주무 기관이자핵심 권력기관으로서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검찰의 내부반성만으로는 되지 않는다.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검찰의공소권 독점과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는 장치를 강화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검찰청 설치는해법이 될 수 없다.비록 예산과 인사권에 있어 독립성을 부여한다 해도 결국 검찰총장의 산하에 있기 때문에 ‘확대증편된 중수부’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검찰이각종 의혹 사건에 철저한 수사를 거듭 다짐했지만 벌써 특별검사가 세번씩이나 나오지 않았는가.이보다는 특별검사제상설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특별검사 상설화가 검찰 기능을 2원화하고,검찰 조직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는지적도 일리가 있다.그렇다면 3년 정도의 한시법으로 시행한 뒤에 존속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특정 권력기관의 정보 독과점을 방지하고 공유 체제를 갖춰야 한다.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각종 게이트는 많은 부분이 정보의 독점과 정보를 사익에 악용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권력기관간의 정보담합이 자주 문제되었다.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정보가 사실대로 보고되지 않고,몇 개의 권력기관이 정보를 사전에 조정·윤색하여 보고함으로써 국정운영이 민심과 이반되는 결과를 빚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패 유형을 보면 특정기관의 정보 독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내 수지김을 죽인윤태식의 게이트도 국가정보원의 정보 독점이 비리·부패의 원인이 되었다.이런 측면에서 핵심 권력기관간의 정보공유는 매우 시급하며,정부 내부의 정보배분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넷째,권력기관 간의 연결 통로에 투명한 칸막이를 설치할필요가 있다.청와대와검찰,국정원과 검찰,검찰과 경찰,검찰과 국세청 등을 잇는 통로에 부패의 급소가 있게 마련이다.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반드시 검사장급 검사를 임명할 필요가 있는가.서울지검장은 매주 2회씩 검찰총장에게독대 보고를 해야만 하는가.수사·조사 등에 관한 권력기관을 넘나드는 보고 체계에 칸막이를 해야 한다.정치권력의입김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검찰도 일반 부처 업무 보고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끝으로 연고주의를 전파하는 부패의 급소 가운데는 동창·동향으로 무장한 ‘마당발’ 로비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온정주의로 접근하는 청탁 문화도 마찬가지다.이들 급소를 과감하게 찔러 잘라내야 한다.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khlee@
  • [2002 관광월드컵 현장을 가다] 프랑스-마르세유

    역대 월드컵 대회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98 프랑스 월드컵 대회도 옥의 티가 있다.바로 훌리건의 난동이다.마르세유는 경제·문화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대회 도중 발생한 훌리건 난동은 월드컵 대회의 성공을 깎아내린 ‘절반의 성공’이었다.훌리건 문제는 프랑스 월드컵대회와 마르세유가 던져주는 또 다른 교훈인 셈이다. 영국과 튀니지가 맞붙은 마르세유의 벨로드롬 경기장.훌리건 난동사건으로 무려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프랑스에오는 것은 환영이지만 나머지는 떠나라”고 한 미셸 플라티니 프랑스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의 경고가 무색해졌던 것이다. 이듬해인 99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결승전을 앞두고는 아예 마르세유시(市) 전체에 금주령이 내려졌다.마르세유의 지역 연고팀인 올림픽 마르세유(OM)팀과 이탈리아의 파르마 경기를 앞두고 마르세유 경찰당국은 레스토랑과 바가 아닌 곳에서 술을 팔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10개 도시 가운데 마르세유에서 훌리건 난동이 심했던 것은 마르세유의 축구열기가 지중해의 따가운 햇살만큼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마르세유의 중심지인 구항(舊港) 바로 앞 벨쥬거리에 있는OM(올림픽 마르세유) 카페.축구단과는 무관하지만 카페 OM의 내부는 축구팀 OM의 각종 우승컵과 선수들이 입던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벽에 장식된 빛바랜 신문 스크랩들은 마치 축구팀 OM의 홍보전시장에 온 것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종업원들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찻잔을 나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석양이 지고 손님이 뜸해지는 저녁무렵부터는 대형 TV화면에서 OM팀의 축구경기를 녹화방영해 주면서 손님을끈다.축구에 대한 열정적인 지역성과 상업성의 조화다.카페OM 외에도 축구경기를 방영해주는 카페는 아일랜드 맥주를파는 오브라디 등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르세유는 훌리건 사건으로오점을 남겼지만 경제·문화적으로는 상당한 변모를 했다.우선 마르세유하면 떠올리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마르세유의 나쁜 이미지는 마피아가 들끓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고,경제난이 심각하며,예술이 없다는 세가지.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예술이 없다’는 얘기는 죽음의도시에 다름아니다.마르세유시는 월드컵을 계기로 재도약을다짐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세 가지 연속 이벤트를 만들었다.98년 월드컵 대회,99년 정도(定都) 2,600년행사,2000년 새 천년 행사였다. 월드컵 대회 당시에 612만 유로(약 72억원)를 한달내내 시내 거리와 해변 곳곳의 문화축제행사 등에 투입했다.월드컵경기가 열렸던 벨로드롬 경기장을 비롯해 주변 도시환경도개선됐다.마르세유 시측은 중앙정부와 프랑스월드컵조직위원회의 지원과 시의 예산으로 메워나갔다.월드컵 대회에서 4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들었고 99년 도시건립 2,600년 기념행사에는 30만명,2000년 새 천년 행사때는 40만명의 관광객이몰린 것으로 마르세유 시청은 추정했다. 마르세유 시청의 기 필립 대외담당총국장은 “마르세유는원래 관광도시는 아니었는데 이미지가 완전히바뀌었다”고자랑을 늘어놓는다.번듯한 기업이 없던 마르세유에 요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게다가영화 촬영지로도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마르세유는 문화적인이미지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마르세유시의 노력은 적어도 시민들에게는 상당히 먹혀든 것으로 나타났다.마르세유시청이 월드컵 대회가 끝난 직후 1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마르세유 월드컵이 다른 도시보다 성공적이었다는 응답은 93%였다.대중 교통시설이 나아졌다는 응답이 76%,관광문화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응답이 74%였다. 특히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줬다는 응답이 91%였다는 사실에기 필립 국장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마르세유(프랑스) 박정현기자 jhpark@ ■지중해의 관문 '마르세유'는 어떤 곳. ‘엄청나게 좋아하든지,아니면 아예 싫어하든지…’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인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인마르세유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평가다.사람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곳이 바로 마르세유다.태양과 정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르세유를 좋아하게 되지만그렇지 않은 사람은 혐오하기 쉽다는 얘기다. 파리에서 살다가 마르세유로 이사와 3년째 택시운전을 하고있다는 40대 후반의 롤랑씨는 태양이 좋아서 마르세유를 찾은 사람이다.일을 끝내고 구항(舊港)에 즐비한 카페 한 곳을찾아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쬐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그는“테라스에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나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마시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다”며 흐뭇해 했다. 복잡한 파리생활에 비길 바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강하게 부는 바닷바람,거리 곳곳에 마구 날아다니는휴지조각, 아랍인들의 모습 외에도 이웃 상점주인이 대낮에권총강도를 당했다는 뉴스는 아마도 금방 도착한 관광객들의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하거나 곧바로 도시를 떠나고 싶게 만든다. ▲2,600여년의 고도(古都)=로마 사람들이 이곳에 도시를 만든 것은 2,600여년전이다.마르세유는 99년에 정도(定都) 2,600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마르세유의 옛 이름은 ‘마살리아’다.그러나 누가 왜 그렇게 지었는 지는 분명하지않다.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는 마르세유가 연방주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도시이름을 박탈당해 ’이름없는 도시’로 남기도 했다. 마르세예즈(Maeseillais)는 ‘마르세유 사람’과 동시에 ‘프랑스 국가’를 뜻한다.1792년 프랑스 혁명군 장교 클로드조제프 루제 드 릴이 애초 ‘라인군의 전가’라는 제목으로작사했던 노래다.하지만 라인군에 복무했던 마르세유의 의용군(마르세예즈)들이 부르면서 파리에 입성해 ‘라 마르세예즈’로 불리면서 널리 보급됐다. ▲가볼만한 곳=마르세유의 사크르 쾨르(성심성당)인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사원에 올라보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푸른 지중해에 보이는 것은 이프 섬. 사원에서 내려와 벨쥬 부두거리에서 페리호 표를 사서 이프섬으로 떠난다.배로 15분 가량 걸리는 이프섬은 바로 뒤마의소설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 소설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갇혀 있던 곳이고,실제로도 많은 정치범들이 갇혔던 감옥이다. 마르세유 시내에서는 구항의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의 카페·레스토랑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맨발의 북아프리카인들이 특유의 토속인형을 갖고 관광객 주변을 맴도는 모습은 흥미롭다. 마르세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는 부야베스.옛날 선원들이 먹던 생선수프와 모듬 냄비식 생선요리는 프랑스 내에서도 마르세유의 명물로 꼽힌다.얼큰하고 구수한 맛이 우리에게 낯설지는 않지만 약간 비린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한 사람당 우리 돈으로 3만5,000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인내심이 필요한 곳=두 개 노선이 있는 지하철이 가장 편한 교통수단이다.마르세유에서의 운전은 프랑스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다.길거리를 몰라 머뭇거리면 영락없이 뒤에서는욕설과 경적소리가 날아오는 것이 파리지앵들과 다를 바 없다. 마르세유는 최근들어 문화시설을 크게 보강해 각종 공연과박물·미술관들이 적지 않다.구 마르세유 박물관,로마부두박물관에는 1세기경 사용되던 대형 항아리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마르세유의 박물관들은 걸핏하면 사전예고없이 문을닫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장 로마적인 곳=파리에서 마르세유로 내려오는 고속도로는 ‘태양의 도로’라고 불린다.푸른 나무보다는 바위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프로방스 지역이다.프로방스는 마르세유와 함께 가장 로마적인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인 동시에 북아프리카인들이 많은 곳이다.외국인을 가장 혐오하는 극우보수주의자인 스킨헤드족들이 많다.오랑쥬는 2,000년전 고대극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케사르가 이 지역에서 승리를기념해 만든 개선문이 볼거리다. 마르세유 박정현기자
  • 경남 캐릭터 ‘경남이와 경이’

    경남의 특성을 미래 지향적으로 표현하면서 지역성과 비전을 나타낸 캐릭터 ‘경남이와 경이’가 탄생했다. 경남도는 지역의 특성인 기계산업과 첨단산업을 컨셉트로 설정,톱니바퀴를 남자와 여자로 의인화하여 다양한 활동성과 표정을 현대 감각으로 표현한 캐릭터를 확정,29일 공개했다. 캐릭터 경남이는 ‘씩씩한 기상과 앞으로 전진하는 힘’을 표현하고 있으며,경이는 ‘맑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도는 환경·문화·스포츠 등 각종 이벤트 등에 캐릭터의기본형과 응용형을 활용,도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로 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미디어 신간

    *** 지역신문이 나아갈 길은?.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장호순 지음,개마고원 펴냄) 전국지 흉내내기에 바쁜 지역신문의 제작방향 및 경영전략 제시와 함께 해외 지역신문 분석,인터넷시대에 직면한 지역신문의 생존방안,대안언론으로서의 지역신문의 역할 등을 담고있다.9,500원. ***지방일간지 지역성 분석. ◆한국 지방일간지의 지역성(한국언론재단 펴냄) 국내 44개 지방일간지의 지면 구성을 제목과 면의 성격에 따라 분류·분석해서 이를 중앙일간지와 비교했다.지방지가 지역문제를 보다 심층·전문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8,500원. ***신문기자 가이드 핸드북. ◆신문기자를 위한 모범적 실천 사례집(한국언론재단 펴냄) 미국 프리덤포럼이 99년에 ‘자유언론,공정언론’ 프로젝트 수행의 결과로 펴낸 두 권의 보고서 가운데 하나를 펴낸 것으로 신문기자들의 가이드 핸드북.(02)2001-7831. ***한국언론 믿을 수 있나. ◆한국언론의 신뢰도(한국언론재단 펴냄) 한국언론의 신뢰도에 대한 본격 연구서로 언론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요인과 문제점을 언론 내적인 측면과 언론을 둘러싼 외부환경적 측면에서 한국적 상황에 기초하여 분석하고 있다.14,000원
  • [대한칼럼] ‘게이트공화국’ 對 ‘의혹 부풀리기’

    온 세상이 ‘의혹’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이용호씨 비리 의혹사건으로부터 가지를 친 각종 의혹사건이 재생산되고 있다. 국민의 뇌리에 이른바 ‘게이트 공화국’으로 각인되고있는 지금의 현실 상황은 과연 실상인가,아니면 허상인가. 일면의 실상과 일면의 허상이 오버 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이용호 게이트’를 파고 들면 우리 사회의 음습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연고주의에 의한 커넥션의 단면도를 보는 듯하다.전직 장관,검찰 고위간부,국정원 간부,경찰 간부와 졸부가 지역성을 중심으로 학연,혈연의 전근대적인 고리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의혹의 장막’으로 둘러쳐진 방에갇혀 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는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유사 환경’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부 언론의 의도가 깔린 사회적 의제 설정에 그대로 포로가 되어버린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여기서 일부 언론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탈세 수사로 사주가 구속되는 등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언론사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세무조사의 역풍이 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면서 ‘의혹 부풀리기’가 에스컬레이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게이트 공화국’대 ‘의혹 부풀리기’라는 정치권의 기세 싸움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문제의본질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우선 권력층과 졸부의 연계고리를 키워주는 온상이 문제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의논리가 연고주의에 의해 차단되는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책 선택이나 행정부처 방침의 결정이 해당 공조직의 시스템에 의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정 집단이나 이너서클의 밀실 결정이 힘을 발휘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국가 사정의 중추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의 신뢰 회복도 여간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의혹 증폭’이 시중에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의 신뢰 추락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이번에 검찰이 초유의 ‘특별감찰본부’까지 설치하면서 자체 수사를 다짐했으나 결국 특검제 도입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도 따지고 보면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연유하는 것이다.검찰도 권력의 뒤치다꺼리 신세로 국민의 눈에 비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개혁의 기치를 높이들어야 한다. 한국 언론의 소나기성 보도, 편식증적 보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어쩌면 언론보도의 일반적인 현상으로굳어버린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게이트 공화국’의의혹 부풀리기로 신문 지면을 도배질하는 것은 그 정도가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단순히 증폭시키기보다는 검증쪽으로 방향을 잡아 소화하면서 보도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파놓은 ‘게이트 공화국’의 함정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반년만에 재개되는 남북대화 국면의도래나 이미 시작된 미국의 테러전쟁과 세계경제의 불안,어려운 국내 경제의 회생 등 산적한 과제를 더이상 방치해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보면 분명히 해법은 있다.여권의 입장에서 보면 일련의 의혹사건은 1년반밖에 남지 않은 임기말 국정운영에 심대한영향을 줄 수도 있다.가까이는 10월 25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멀리는 내년의 지방선거·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묘약’은 조기에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그야말로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면 성역없이 척결하는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말로야 쉽지만 여간 이를 악물지 않고는 해내기 어려운 것이다. 야당도 할 일이 있다.‘의혹 정국’을 내년까지 끌고 가정부·여당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대안을생산해야 한다.여권의 실패에서 오는 반사이익의 단맛에만탐닉해서는 안된다.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 쌀지원 당론의후퇴를 보면서 한 전직대통령의 말이 곰곰 씹혀진다.“햇볕정책을 비판하려면 달빛정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말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발언대] 지역축제 혈세로 환심사기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각종축제가 줄을 잇고 있다.특히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바람이 불면서 기초단체와 광역단체가 앞다투어 잔치판을벌이는 바람에 행사 이름을 일일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축제에는 아주 작은 규모라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들고,규모가 조금 커지면 수십억원을 금방 넘어 선다고 한다.이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잔치를 치르지만,많은 주민들은 자기 동네에서 무슨 행사가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내년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주민의 환심을사기 위해 잔치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북도내 시군이 주최하는 지역 문화행사만 하더라도 무려25개에 이르고 있으며 최근 5년 이내에 20개의 행사가 신설되는 등 지역축제가 난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축제들의 난립은 예산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전시위주로 흐르고 있어 관광과 연계성이 낮고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 축제를 살펴보면,축제를 열어야 하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지역성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축제,자치단체장의 판단과 의도가 개입된 관주도의 형식적 축제,축제와 관련없는 내용이 삽입된 급조된 축제,특정기간에 집중된 개최시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개최측은 축제가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하지만 잔치가 끝난 뒤 지역개발 사업으로이어지지 않는다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 제도가 지역과 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일꾼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택하려고 도입한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주기바란다. 이우성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 [CULTURE & JOB] 벽화미술가 유지환씨

    “벽화는 대중의 삶과 경험을 진실하게 보여 줍니다.화랑주인이나 거물급 인사들보다는 대중에게 칭찬받고 싶어요.” 유지환씨(32)는 벽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홍익대 회화과 재학시절 거리미술제의 벽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몸으로 때우는 공동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95년 대학을 졸업하고 모 광고회사에 1년 반 동안 다니면서 과자 포장지를 디자인했다.그 당시 C제과회사에서 만든 과자에 들어 있는 어린이용 로봇은 모두 자신이 디자인했다며웃었다. 대학 다니면서 익힌 포토샵 등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광고회사에 다니게 됐지만 인간의 느낌을 기계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껴 100% 수작업인 벽화로 돌아서게 됐다.유씨가 벽화를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이들의 방이었다. “외국에서는 부부가 결혼하자마자 벽화를 그리는 등 함께아이 방을 꾸미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부럽더라구요. ” 2년여동안 30군데 이상 아이들의 방에 해,달,별,동물 등 자연을 소재로 삼아 벽화를 그렸다.나비3m,높이2.5m정도의 방벽은 2명이 하루만에완성하고 값은 65만원을 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홀트아동복지회와 서울 농아학교에벽화를 그렸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울하던 아이들이 벽화를 보고 말이 많아지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그림을 접하기 힘든 농어촌 마을회관,고아원,시골 분교 등에 더욱 많은 벽화를 그려야 겠다고결심했다. 유씨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은 개그맨 서세원씨 등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진흥아파트의 색채작업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지역성과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을전혀 반영하지 않아요.삼성아파트,현대아파트 등 한 기업이만든 아파트는 모두 똑같잖아요.” ‘지하철 벽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서울 을지로3가 지하철역의 140m에 이르는 환승통로의 벽화도 유씨가 작업했다. 미키마우스,오줌발,안티히어로가 등장하고 1983년 소년중앙에 실린 잡지 광고를 베끼는 등 엽기발랄한 도안은 작가 이동기,강영민씨가 했다.보름동안 30명이 달라붙어 벽화를 그리면서 지하철 역사의 문이 잠겨 밤새 쫄쫄 굶기도 했고 작업을 시작한 첫 3일은타일벽만 닦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유씨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금액은 약 1,500만원이다.그는 이같이 시청이나 구청등과 계약을 맺고 벽화를 그린다. 지난해 여름 지하철1호선 중동역 안의 교각에 벽화를그릴 때는 2박3일 동안 단 2시간만 자며 작업을 하는 바람에 졸다가 지하철이 다니는 철로로 떨어져 죽을 뻔 하기도 했다. 유씨의 꿈은 벽이 존재하는 모든 곳 뿐만 아니라 그림이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치 못하는 곳에도 벽화를 그려넣는 것이다.예를 들어 시커먼 아스팔트만 깔려 있는 도로에도 각 도시의 초입에 그 도시의 상징이나 특산물 등을 그려넣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특히 지나갈때면 답답증이 나는 터널 안 내벽에도 벽화를 그려 ‘터널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 “제 평생 가장 감동적인 벽화는 홍콩의 한 80층 호텔의 모든 내벽에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수풍경을 그린 동양화였어요.” 유씨는 문화수준과 벽화는 비례한다고 믿는다.80층 건물벽전체를 벽화로 채우는 상상력과 결단력이 있기에 관광도시홍콩이 가능하다고생각한다. 그는 “탄광도시를 예술도시로 바꾸겠다는 정도의 도전정신과 새로운 벽화장르를 개발할 수 있는 창의력의 소유자만 벽화를 시작하라”고 큰소리쳤다. 윤창수기자 geo@. * 길거리예술 ‘그래피티' 강좌. 벽은 모두에게 열린 자유롭고 커다란 캔버스다.자신의 느낌과 의사를 개성있는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누구나 벽화가로 손색없다. 힙합문화와 함께 70년대 미국 할렘가에서 시작된 그래피티는 스프레이로 벽에 낙서하거나 만화 등을 그림으로써자신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었다.그러나이제 그래피티는 ‘문제많은 뒷골목 범죄자들의 낙서’에서 대중에게 친밀감을 주는 도시의 길거리 예술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피티를 하려면 약 1700∼2000원 정도 하는 스프레이를 구입한 뒤 시멘트벽에서 연습을 시작한다.아무 것도 발리지 않은 시멘트벽은 스프레이의 색상을 모두 흡수하므로 수성페인트를 2∼3번 바른 뒤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유성페인트는 스프레이와 함께 엉기므로 바르면 안 된다. 나무합판도 시멘트벽처럼 스프레이를 흡수하므로 수성페인트를 칠한 뒤 그래피티를 그리는 것이 좋다.검정색을 잘못 써서 지우려면 흰색과 라일락색,옥색 등 파스텔계열의색깔로 검정색을 덮어 씌우면 된다. 국내에서 벽화작업을 하는 업체는 대개 영세하고 사업영역도 좁다.누구나 쉽게 출발하고 망하는 분야라 오랫동안벽화사업을 지속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대부분 그림을 전공한 사람들이 벽화작업을 많이 하며 나이는 20∼40대까지 다양하다.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점점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윤창수기자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디지털 여성부를 클릭합니다

    디지털과 여성부의 만남-.여성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하는 여성부에게 디지털이란 어색하고 감수성없는 기계의 냄새가 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3F(Fiction,Feeling,Female)로 상징되는 21세기의 주류 사회현상과 디지털,사이버,온라인,그리고 인터넷과같은 정보사회의 코드들은 산업사회의 특징인 규격화,지역성,선입관과 같은 물리적,정신적 제약을 뛰어 넘는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부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종합 컨셉으로 ‘디지털여성부’를 표방한 배경에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는 사람냄새 나는 디지털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여성정책은 그 특성상 노동,복지,인력양성 등 정부 각 부처의 여러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그 정책대상도 전국 각지,각계각층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반면 여성부는 102명으로 구성된 초미니부처이고 지역에서 정책을 수행할 소속기관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따라서여성부가 정책대상인 여성들에게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 꼭 필요하다. 여성부는 그 지름길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의 특성에서 찾았다.실시간으로 많은 정책수요자들과 동시에 대면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 사이버상에는 무한히 열려 있기때문이다.여성부는 여성정책이 수행되고 여성에 관한 모든 정보가 교류되는 ‘Women-Net’라는 광장을 사이버상에펼쳐 디지털 여성부의 문을 열 계획이다. Women-Net에서 구현할 여성정책의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여학생들은 남학생에 비해 자신의 직업선택에 대해 자신의 주변에서 적당한 역할모델을 만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특히 그 여학생이 지방 소도시 또는 농촌에 거주한다면 주변에서 다양한 여성취업형태를 접해 보기는 더욱 어려울것이다. 이런 문제를 Women-Net가 제공할 사이버 진로지도 컨텐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만일 남쪽의 한 섬에 거주하는 여학생의 꿈이 파일럿이 되는 것이라면,그 여학생은 이 사이트에서 여성파일럿과 연결되어 직업의 특성도 물어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동안 이런 진로지도는 각 직업군에 속한 여성들의 수기집 형태로 배포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었다. Women-Net은 여성부가 여성정책을 집행하는 영역인 동시에 여성과 남성,모든 여성정책의 수요자들이 여성부를 만나고 나아가 여성부와 교류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특히 디지털 여성부는 인터넷의 활용에 있어 다른 직업군보다 현저히 뒤처지고 있는 주부들이 Women-Net을 통해 인터넷세상으로 들어가는 넓은 관문이 되고자 한다.또한 이 곳을통해 여성부는 여성단체,또는 여성과 관련 활동을 하는 민간부분과 활발히 교류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될 Women-Net.남녀가 평등하게 서로 존중하며 권리와 책임을 함께 나눌 그 때를 위해 디지털 여성부!-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명숙 여성부 장관
  • 지역문화 탐방·대화 - 강원도

    “정부는 무슨 은전이나 베푸는 듯한 기분으로 새로운 문화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지만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없다.”“공연장도 적지 않고 대형축제도 많이 열리지만 업적홍보용에 그칠 뿐,주민들이 문화적으로 혜택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01 지역문화의 해’추진위원회(위원장 李重漢)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지역문화 현장탐방 및대화’가 28일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강원도 탐방 첫날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영서지역 7개 시·군 대표가 열띤 토론을 벌인 데 이어 간성도서관에서 열린 이틀째 대화에서도영북지역 5개 시·군의 문화활동가들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행사는,고성 출신인 서연호 고려대 국문과교수가 고향에대한 애정을 담은 ‘고성군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관한소견’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서교수는 “고성에 있는 두 군데 도서관은 장서만 늘리는 데 힘쓸 것이 아니라각기 다른 전문성과 지역성·접근성을 확보하는 한편 종합문화센터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어 “지역간문화교류는 서로 우수한 것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탐방 및 대화’도 다른 지역의 고민을 참고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기획가인 일본인 아오야마 마사토 CK플래닝 대표는‘지역문화 진흥과 활성에 대한 일본에서의 성공사례’를발표했다.가로정비사업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사이타마현(縣) 가와고에시(市)가 어떻게 문화도시로 탈바꿈할수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특히 “가로정비 운동은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라,주민과 개발자의 주체성을 존중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합리적으로 건의안을 도출하는 민간의 역량과 이를 수용하는 행정의 유연성을 강조,지역문화 관계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이어진 ‘대화의 시간’에 한정규 속초문화원 사무국장과 최형기 고성문화원 사무국장은 “무분별한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축제는 전국적 행사인 것처럼포장하지만,외지인이 거의 오지 않는데다 주민마저 외면해 동네잔치도 못된다”고 입을 모으고 “지역이야말로 문화예술기획자와 전문 문화행정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경재 양양문화원장은 “지역문화는 그 시대 그 지역에서,그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내용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해야 정체성과 차별성을 지닐 수 있다”면서 “더불어 많은 주민이 가꾸고 다듬는 정성에 의해 본연의 가치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역시 ‘주민의 공감과 참여’를 강조했다. 고성 서동철기자 dcsuh@
  • 민주 중하위 당직인선 언저리

    민주당이 28일 중하위 당직인선을 끝으로 사실상 당직개편을 마무리했다.이날 발표된 인선내용은 선수(選數) 파괴와 호남인사 배제,전문성 중시가 핵심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이날 임명된 23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13명이 초선의원이다.원외인사도 조만간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할 최명헌(崔明憲) 전 노동부장관을 비롯,3명에 이른다. 반면 재선의원은 5명에 불과하고 3선·4선의원은 각 1명에 그쳤다.당4역 등 고위당직자들의 선수가 낮은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당을 젊고 활력있게 운영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이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위당직자 인선 때와 마찬가지로 중하위 당직인선에서도 지역성이철저히 반영됐다.호남인사가 가급적 배제된 가운데 수도권 출신인사들이 중용됐다.23명 가운데 호남인사는 3명에 불과하다. 총재비서실장 발표가 유보된 배경도 출신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알려졌다.당초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지난 27일 김 대통령에게 4선중진의 이협(李協·전북 익산)의원을 추천했으나 ‘호남인사를 대통령옆에 두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보류됐다고 한다. 반면 당료출신인 조재환(趙在煥)의원이 직능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그의 경력 외에도 동교동계 구파에 대한 배려차원으로 풀이된다. 전문성을 중시한 대목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5명이나 임명된 데서 찾을 수 있다.특히 국제교류협력단장에 임명된 유재건(柳在乾)의원은 15대 국회때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의 부총재를 지낸 인물이라는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국제적 감각과 두터운 교분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지난 19일 김중권 대표 지명으로 시작된 민주당 당직개편은 이로써만 열흘만에 매듭지어졌다.초·재선을 주축으로 전문성과 실무능력을겸비한 인사들로 새 진용이 구축됐다.동교동계 실세와 중진들로 이뤄진 이전 진용과 뚜렷이 대비된다. ‘일하는 집권여당’을 만들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내년 초 단행될 개각 등 당정쇄신 역시 이같은기조위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진경호기자 jade@
  • 국회 상임위 중계/ 재경·건교위

    ◆재경위 추가 공적자금 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둔 29일 막바지 조율에 부심했다.한나라당이 30일 동의할 것인가,동의하면얼마를 동의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여야는 공적자금의 엄정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특히 30일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한나라당의원들도 별 이의를 달지 않았다.문제는 얼마를 동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적자금 동의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며 정부가 요구한 40조원 전액을 동의해 줄 것을 주장했다.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전액 동의에 난색을 표시했다. 여야는 논란 끝에 민주당 3명,한나라당 4명,자민련 1명 등 8명으로법안심사소위를 구성,공적자금 관련 법안과 동의안 처리 문제를 계속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상용(李相龍) 예금보험공사 사장,엄낙용(嚴洛鎔) 산업은행총재, 강정원(姜正元) 서울은행장,박해춘(朴海春) 서울보증보험 사장등을 자진출두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공적자금이 투입된 뒤의관리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진경호기자 jade@◆건교위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무려2조 3,000억원을 추가로 증액하기로 결정,비난을 사고 있다.해마다상임위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민원성 사업비 끼워넣기가 되풀이기되기는 했지만,조(兆) 단위가 넘는 액수가 늘어난 것은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건교위를 통과한 예산안 순증액 규모는 건교부 산하 예산 2조1,115억원과 철도청 소관 예산 1,558억원 등 상당 부분이 국도 건설등 지역성 사업예산이다. 건교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증액된 예산안의 처리 여부를 놓고논란을 벌였지만 즉석에서 일부 사업비를 오히려 증액,예산심사소위에서 넘어온 예산안보다 많은 액수를 의결했다. 건교위 예산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윤한도(尹漢道)의원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기반을 확충할 수밖에없었다”고 말했다. 김영일(金榮馹) 건교위원장도 “한 푼이라도 깎는 것이 국회의 도리이지만 증액분의 상당 부분이 일반국도 건설(3,000억),지방도로 건설(1,000억),철도사업(4,970억),영남권 고속도로 건설 지원(1,400억원)에 들어가 증액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金元雄의원 일문일답

    15일 한나라당 개혁파 모임을 주도한 김원웅(金元雄·대전 대덕)의원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수구 노선으로만 가는 것을 두고보지 않겠다”고 역설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김용갑(金容甲)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남북 분단상황을극복하려는 민족적 고뇌가 결여돼 있다.우리 당엔 김의원의 주장에동의하지 않는 의원이 상당수 있다. ◆한나라당 내부 의견은. 개혁 성향과 재야출신,수도권·중부권 정치인 등이 김의원 발언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국민들이 실제 김용갑 의원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도 못사는데 왜 북에 퍼다 주느냐’는 등의 불만은 수구세력이부추긴 논리다. ◆일부 정치인이 지역감정과 통일문제를 연계시킨다는 지적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판만 하면 박수치는 지역정서가 문제다.정치인이 지역성에 영합하는 시대는 ‘3김’시대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앞으로 세력화 계획은. 이념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동지를 확대해나가겠다.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남북관계가 뒷걸음질치지 않도록 하겠다. ◆개혁그룹이 정치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향후 정책과노선 중심으로 정계가 개편돼야 한다.그런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할 것이다. 김상연기자
  • [김삼웅 칼럼] 우리사회 ‘천민성’ 어찌할까

    막스 베버가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란 용어를 쓸 때 염두에 둔 것은 유럽경제사에서 상인·금융업자로서 특이한 지위를 차지해온 유대인들의 생활상이었다.천민(Pariah)이란 인도 카스트제도의가장 밑바닥층인데 유대인들은 종교적 특성으로 외부에 대해 스스로카스트화(化)하고 대부분 상업과 금융업에만 종사했다. 중세 봉건제에서 상업과 고리대금에 사회적 제한이 가해질 때 이들은 거꾸로 여기에 기생하면서 이득을 취했다. 베버는 근대자본주의이전의 영리활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모두 유대인의 상업활동과공통되는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았다.한마디로 천민자본주의란 비합리적이며 종교나 도덕상 비천하게 여겼던 생산활동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는 후기자본주의 과정을 넘고 있다.거듭되는 기업도산과금융사고,재벌기업의 타락상에도 불구하고 ‘생산활동’을 중심으로보면 천민자본주의 시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천민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반세기 전만 해도 유교원리주의 사회로서 인성과 사회윤리가 지나칠 만큼 도덕적이었던 사회가 왜 이렇게 천박해졌을까.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개인은 도덕적일 수가 있지만 사회는 결코 그와 같은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일수가 없다”고 주장했다.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은 도덕적인데 사회는도덕적이지 못한 것인가,아니면 그 반대현상인가. 우리 사회의 천민성은 심각하다.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를 일구고 독재의 압제에서 민주화를 이루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나라인데도 사회 심층에는 비민주성과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부패와 타락의 탁류가도도하다. 정실공천과 인물보다 지역성 투표,정의감을 상실한 정치의 무원칙과지역주의가 천민성의 원천이다.여당의 무능과 야당의 근거없는 폭로정치는 개혁과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고 검찰과 공직자들의 무소신과정치권 눈치보기는 국가기강을 흔들고 있다. 재벌의 후계싸움,주가조작,변칙상속,뇌물공여,탈세,기술개발 뒷전등 타락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호화판 생활을 하는, 재벌의 도덕성이 시궁창에 빠진 지 오래이다. 몸을 던져 개혁을 추진하고 분규를 해결하려는 공직자가 없다.“나는 나의 관을 메고 부패추방과 개혁현장에 나간다(附棺臨戰)”는 중국 주룽지 총리와 같은 각료가 보이지 않는다.부작용을 우려해 개혁을 외면하고 책임 회피용 정책에만 매달린다. 지식인·언론계의 천민성은 가관이다.일류대학이란 서울대 교수는모교 출신만 골라 뽑고 연고주의와 동종교배를 통해 끼리끼리 놀고나눠 먹는다.언론계는 천박한 상업주의와 선정주의로 여론을 왜곡하고 편협한 지역주의와 극단적 반공논리에 매몰돼 합리적 비판기능을상실했다.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정치인과 구시대 공작 전문가들이 정치공작 차원에서 루머를 퍼뜨리고 다시 시중의 ‘설(說)’을 바탕으로 정치 이슈화하고 비슷한 형편의 언론이 이를 증폭시킨다.실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국민정서’를 내세워 공격하고 검찰이 숨기고 있다고 매도한다.이리하여 국가 공권력의 권위가 실추되고 국민은 허탈감에 빠져 분노한다. 사회 지도층만 타락하고 부패한 것이 아니다.일반 국민도 별로 다르지 않다.최근 물의를 빚은 러브호텔로 상징되는 성타락 현상이나 걸핏하면 갈라서는 이혼율,제몫찾기에 환자를 외면한 의사,교실보다 광장을 택한 전교조 교사,국가의 명예가 걸린 국제행사에 맞춰 파업한대한항공조종사,부패타락한 경영진과 회사가 망해도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극렬노조의 모럴 헤저드(부도덕)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천민성을 대변한다. 마을마다 우뚝 솟은 교회와 성당과 사찰은 우리나라가 종교국가임을보여준다.그러나 종교지도자 중에는 사회정의나 사회봉사보다 교세확장과 기복신앙에 빠지고 더러는 세습까지 자행한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배우면서 청교도정신은 익히지 못하고 민주제도는 실천하면서 민주정신은 배우지 못했다.‘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과자본주의 정신’을 쓴 막스 베버는 △합리적 생활이론 △투철한 직업관 △금욕주의 훈련이 현대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이라 했다. ■김삼웅 주필kimsu@
  • 인터뷰/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누시 감독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는 해외 게스트는 크지시토프 자누시 감독(61)이다.크지시토프 키에슬롭스키와 함께 폴란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그는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개막 이틀째 인터뷰에서 “좋은 영화란 단순히 감성만으로도 직감할 수 있는것”이라고 작품관을 밝힌 그가 행사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챙겨봐야할 작품은 최소 12편.4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작품들을 심사하느라 숙소인 서라벌 호텔과 심사전용 비디오룸을 왔다갔다 하며 하루해를 보낸다는 게 영화제 사무국측의 귀띔이다. 자누시 감독이 한국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는 폐막식날또 하나 더 있다.14일 오후 2시 부산경성대 콘서트홀에서 네오영화아카데미 주최로 열리는 초청강연에 참석해 ‘현대영화의 세계성과 지역성’을 주제로 특강할 예정. 연출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해온 자누시 감독은 이번영화제에서 올해 모스크바영화제 대상을 받은 ‘성적으로 치명적인 전염병같은 삶’을 선보였다. 황수정기자
  • 내집마련 이렇게/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신규 아파트 당첨과 동시에 시세차익을 얻던 시대는 지났다.주택을보는 시각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의 수단에서 벗어나 주거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주택시장도 서서히 선진국형으로 자리잡고 있다.새로운물결이 주택시장에 조용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물량 위주의 공급시장이 다양한 상품,고급 주택 생산체제로 변했다.지역,시기에 관계없이 쏟아지던 아파트 공급이 점차 정확한 수요와 예측을 통한 공급체계로 돌아서고 있다.건설업체들도 분양성이뛰어난 인기 지역을 골라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아파트 공급업체들의 생존전략도 치열해졌다.한 눈에 인기를 끌 수있는 아파트를 짓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판촉전도 가열되고 있다. 집값 오름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대신 임대수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월세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신규 아파트,지역성 따진다 하반기에 아파트를 공급할 업체들이 최우선을 두는 것은 분양률.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만큼 결전장을 고르는 데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과거와달리 다소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일단 수요가 몰리는 곳이라야 아파트를 분양한다. 업체들은 하반기 분양 아파트마다 뛰어난 입지를 지녔다고 자랑한다한강을 바라 볼 수 있다거나 공원을 끼고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이 보장된다는 등의 홍보전을 펴고 있다.지하철역이 가깝고 높은 임대소득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분양 초기에 기선을 잡지 못해 고질적인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신규 아파트 공급이 소위 인기지역에만 몰리고 변두리나 지방 중소도시는 가뭄을 타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준농림지 개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도권 중소도시 아파트 공급이급감했다.정부가 정한 올해 주택공급 목표 50만가구는 물건너간 지오래다. ■새 상품 쏟아진다 주택업계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새 상품을 내놓고 있다.‘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한,다양한 모습의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과거와 같은 평범한 아파트로는 수요자들의 눈을 끌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한 평면 개발.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평면을 내놓고 있다.대형 건설업체들은 특화된 평면을 개발,특허를 출원할 정도다.외관도 바뀌고 있다.칙칙한 회색빛 아파트,획일적인 모습 대신 산뜻한 색채와 일반 건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체 설계가등장했다. 또 다른 대세는 상품별 차별화.초고속정보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것은 필수가 됐다.층별로 차별을 두는가 하면 고급스런 마감재를 쓰고 있다.이색적인 분양조건을 내세우는 마케팅도 등장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 인기 그동안 아파트 시장은 중대형 평형이 주도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30평형대 이하 작은 아파트가 인기다.중대형 아파트는 미분양이 많지만 소형 아파트는 그런대로 실수요자들이 몰린다. 건설업체들도 공급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대형 아파트를 빼고 작은아파트를 늘리는 추세다.특히 인기를 끌었던 용인지역에서는 대형 아파트 미분양이 심각해지면서 업체들이 큰 아파트 대신 30평형대 아파트를 늘려 짓고 있다.당초 설계를 변경,중소형 아파트로 다시 분양하는 사례도 있다. ■거래부진,매매가약세 신규 아파트 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시장도변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바닥까지 추락한 아파트 값이 98년말부터 급상승,단숨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오히려 오름세로 전환됐다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아파트 값이 제자리를 찾고 거래는 완전히 끊긴 상태다.주택시장이 혼란을 거듭하다가 깊은 침체에 빠져들었다. 값 움직임도 큰 집보다는 작은 아파트에서 감지된다.전세 물건 품귀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강세,월세 성장 올해 주택시장의 화두는 단연 전세.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전세값 오름세는 하반기까지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되다최근들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그러나 전세물건 품귀현상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세입자들이 전세 값을 올려주고라도 그대로 눌러살겠다는 경향이 짙어 물건이 돌지 않고 있다. 월세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도 새로운변화.오래동안 우리나라 주택임대시장을 이끌었던 전세추세가 월세추세로 대체되고 있다.저금리시대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주택시장의 관행을 따르면 월세는 전세보증금 기준으로 매달 2%를 받는다.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월세수입이 전세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월 2%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1.5%대로 떨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1%대 월세도 나오고 있다.전세시장은 줄고 월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간접투자 관심 고조 굳이 투자자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투자수익을 얻는 시대가 열린다.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대표적인 상품이다.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적고 안전하다는이점을 지닌 투자상품.시장 전망이 밝고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방식의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춰 투자회사를 통한 간접투자 상품이 등장하면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류찬희기자 chani@
  • [김삼웅 칼럼] 화해시대의 냉전수구 지식인

    헤겔이 지식인을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비유하여 역할의 ‘추종성’을 강조하였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이끌고 시대조류를 형성하는 것은 역시 지식인의 역할이다. 국가의 흥륭을 결정하는 요인은 건전한 정치세력과 올곧은 지식인그룹의 역할을 들 수 있다. 건전한 정치세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올곧은 지식인그룹이 존재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대정신에 투철한 지식인그룹이 존재하는 사회치고 낙후되거나 멸망한 국가는 없다. 불행히도 우리 근현대사는 올곧은 지식인이 소외되고 사악한 지식인집단이 주류가 되어 역사의 물굽이를 역류시키고 시대정신을 오염시켰다. 왜정시대 친일지식인의 반민족성이나 독재시대 어용지식인들의 반민주성 그리고 요즘 냉전의식에 중독된 반통일적 지식인집단의 행태를보면 사악한 지식인의 존재가 얼마만큼 역사발전에 저해하는가를 알게 된다. 2차대전후 프랑스와 독일이 파시즘지식인을 청산한데 비해 한국과일본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거대한 극우파워를 형성했다. 일본의 극우세력이나 한국의 수구집단은 ‘동조동근(同祖同根)’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 독초가 번창한 땅에 약초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원래 독초는 번식력이 강한데다 꽃도 아름답고 열매 또한 탐스러워 사람을 유혹한다. 양귀비꽃을 상기하면 된다. 해방과 혁명,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져도 ‘양귀비’로 상징되는 수구세력은 약화되지 않았다. 실로 우리의 비극은 여기서 기원한다.만악의 근원이다. 왜정시대 ‘내선일체론’이나 5공시대 ‘광주폭도론’그리고 요즘‘북한불변론’으로 이어지는 수구지식인의 ‘붓장난’은 민족의 이성에 칼질하는 망나니 짓이다. 한 시대가 지나면 이들의 ‘칼춤’이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지탄(指彈)’은 말 그대로 손가락질일 뿐,악의 존재는 멀쩡하다. 악초가 ‘손가락질’로 제거되는 일은 없다. ‘양귀비꽃의 마력’처럼 수구지식인일수록 미사여구·교언영색으로무장하고 허구의 논리로 민중을 매혹한다. 강고한 집단주의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준다. 왜정시대 ‘아시아 해방과 미·영귀축론’에는 친일파의 독초가 숨겨 있었고, 5공시대 ‘광주폭도론’의 배경에는 유신잔재가,요즘 내세우는 ‘상호주의원칙’에는 냉전회귀의 분단주의 비수가 꽂혀 있다. 기득권도 챙기고 논리성도 세우려는 냉전수구지식인의 이중성은 박쥐의 생태와 닮는다. 음습한 곳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박쥐처럼 기득권과 논리성의 가면을 바꿔쓰면서 기회주의적 줄타기를 거듭한다. 왜정시대가 행세에 편하고 독재시대가 치부에 적합하며 분단시대가 기득권 지키기에 유리한 때문이다. 그래서 한사코 해방을 기피하고 민주화를 거부하고 통일을 방해한다. 수구세력은 김대중대통령의 집권으로 한때 겁을 먹었다. 개혁·민주·통일이라는 수구세력이 가장 기피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J정부는 곧 지역성에 바탕한 거대야당과 수구지식인집단에 포위된 소수정권의 한계를 드러냈다. IMF 극복이라는과제가 개혁을 이완시켰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시대상황도‘물리적 개혁’을 막는 금줄(禁線)이 되었다. 권력핵심의 인적 구성도 개혁성보다 현상유지쪽에 치우쳤다. 이를 놓칠세라 ‘정권의 한계’를 간파한 수구세력은 지역주의와 반공정서를 바탕으로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남북화해협력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심지어 진보적 시민단체나 언론사 내부에서도 개혁을지지하면 ‘친여’로 몰려 비판된다. 독재시대에는 친여와 친야의 흑백론이 필요했다. 군정 대 반군정의 경계선이 확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과 수구,통일과 반통일의 잣대가 비판의 기준이 돼야 한다. 길은 없는가.깨어 있는 지식인그룹이 수구세력의 본질을 밝히고 그들의 반시대적 논법을 깨뜨려야 한다. 여야 개혁정치인들도 시대적과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더이상 수구지식인의 반시대적 ‘여론’이국민의 뜻으로 둔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북한 김용순총비서의 방남(訪南)에서 보듯이 남북관계는 지난 반세기보다 올 3개월동안 훨씬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민족사의 큰 경사다. 이런 시점에서 냉전의식에 절은 수구지식인들도 인식의 변화를 보였으면 한다. 마침 추석명절을 보내고 업무를 새로 시작하면서 이 기회에 한번쯤 민족과 역사를 생각하면 어떨까.수구지식인의 정체성회복이 시급하다. 김삼웅 주필 kimsu@
  • [발언대] 하회마을 주민 무분별한 상행위 자제 했으면

    안동 하회마을이 망가지고 있다고 한다.현지주민들의 무분별한 상행위 때문이라고 한다.관광지는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태로 망가지는경우가 많다.그러나 현지주민들의 잘못으로 쇠락할 수도 있다.90년대제주도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안동 하회마을이 관광지로서 인기를 얻는 것은 지금까지 비교적 잘 보존되어온 유무형의 전통문화유산때문이다. 바로 이 유산이 관광자원인데 이것이 망가지면 관광객들은발길을 다른 데로 돌리게 되어있다. 필자는 78년과 86년 두 차례 하회마을에 간 적이 있다.고즈넉한 동네분위기는 일품이었다.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당시 차를 몇번씩 갈아타며 포장도 안된 그 먼 하회까지 간 이유는 내가 요구하는 여행욕구를 하회마을이 만족시켜줬기 때문이다.주민들은왜 관광객이 하회에 오는지 깨달아야 한다. 주민들의 생계와 관련되어 있는 상행위를 없앨 수는 없으니 하회마을의 고유성과 동질성을유지하는 선에서 주민자치기구를 만들어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있다.문화재의 보존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손질해 가는 것이 좋다.사람의 숨결이 깃들일 때 문화재는 살아 빛나는 것이다. 또한 일별 주별 월별 연별로 수용능력을 파악해 관광객들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입장료 인상도 그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하회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좁은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순식간에 망가지게 되어있다.당국도 뒷짐만 지고 방관해선 안된다.하회마을은 좁고 제한된 지역성 때문에관리하기에 쉬운 관광지에 속한다. 99년의 경우 관광객 111만명에 연간 입장료 수입이 18여억원이라면작은 관광지치고는 결코 적은 수입이 아니다.수입은 주민의 소득증대,문화재 보호보존수리 및 자연환경보호,부대비용 등에 쓰여져야 한다.그래야 주민의 불만도 상쇄시킬 수 있고 문화유산도,자연환경도 보존할 수 있다. 관광은 주민들과 관광객,문화유산,자연환경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산업이다.‘관광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깨달아야 관광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보존될 수 있다. 고산자[시드니 UTS대 관광레저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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