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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권자 89%,“지자제선거 참여”/선관위 조사

    ◎「지역공헌」 많은 후보 먼저 선택/절반이상이 “금전·물품 받은적 있다” 중앙선관위가 일반유권자·국회의원·정당간부·지식인층 등 2천7백94명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결과 89.4%가 지방의회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나 지자제선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월 실시해 6월 밝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9%가 지방의회선거에 「반드시 참여」,12.5%가 「아마 참여」,9.2%가 「그때가서 결정」으로 나타났고 1.2%만이 참여치 않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선거전의 과열 여부와 관련 ▲기존선고보다 더 과열 35.9% ▲변함없은 29.9% ▲덜 과열 26.9% ▲모르겠다 6.9%로 나타나 지자제선거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못지 않게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또 후보자 선택기준으로서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공헌도(61.4%)를 인물(32.9%) 정당(4%)에 비해 압도적으로 꼽음으로써 지자제선거에서의 정당역할 축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이제까지의 각종선거에서 물품수수(44.1%) 음식접대(33.9%) 금전수수(14.6%) 등의 위법선거운동사례를 경험했다고 밝혔으나 금품 및 향응제공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향없음 65.7% ▲오히려 다른 후보에게 투표 14.2% ▲주는 후보에게 투표 5.6% ▲기권 1.5%라고 대답,금품공세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이어 선거에서 걱정되는 점으로 과열선거운동(50.4%) 연고의식심화(25.1%) 유권자타락(11.0%) 관권개입(8.0%) 등을 들었다.
  • “옐친등 급진파,정권탈취 기도”/고르비,내전발발 경고

    【모스크바 AP 연합】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26일 만일 최근 발생한 가두시위를 조종중인 급진 개혁파 세력들이 자신을 대통령직에서 축출하는데 성공을 거둔다면 소련에는 내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백러시아의 수도 민스크에서 지식인들에게 연설을 통해 급진 개혁파의 기수인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보리스 옐친을 비난하면서 옐친 등은 최고회의와 인민대표대회 등의 기관을 이용,합법적으로 정권을 차지하려다 실패하자 가두시위 및 파업,단식투쟁 등을 꾸미고 선동하는 「신볼셰비키주의」 방식의 전술로 정권탈취의 지침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급진 개혁파들은 기존체제의 해체 등을 요구하면서 합법적인 의회가 아닌 근로대중들에게 직접호소,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획책중에 있으며 이같은 그들의 기도는 성공할지 모른다고 내다보면서,그러나 그들의 강제적인 정권탈취는 거의 틀림없이 내란을 몰고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도덕성 인식과 그 실천 사이(사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의 회복이나 윤리의 재건을 외치는 일은 허공을 향한 독백으로 그치기 쉽다. 외치는 자체부터 쑥스럽고 듣는 이에게는 자칫 자조·자탄의 실소나 자아내게 할 뿐이라는 것도 현실이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양심과 양식이 황폐해 있다. 더구나 그 황폐화를 주도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우리 사회 지도층이며 지식인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암담해진다. 돈을 먹고 부정입학을 시킨 대학 교수가 누구인가. 뇌물로 외유한 국회의원이 누구인가. 이른바 「워터웨스트(수서)」 사건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이 누구인가. 그들은 하나 같이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윤리 도덕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마당에 누가 어디에 대고 어떻게 그 회복과 재건을 외친다고 할수 있을 것인지 망연해진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긴 해도 그 와중에서나마 도덕성 회복을 위한 자정의 외침이 있었음을 본다. 그 하나가 지난 7일 채택된 「국회의원 윤리강령」이고 다른 하나는 20일에 한국경영자 총협회가 채택한 「기업윤리 헌장」이다. 그 내용들을 훑어보면 그야말로 공자 말씀이다. 「국회의원 윤리강령」의 경우 그 내용대로만 처신을 한다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선량이 될 것인지 알수 없게 한다. 7개항의 「기업윤리 헌장」도 그렇다. 오는 3월4일까지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시한을 앞두고 1월31일 현재 18.4%밖에 처분하지 않은 재벌도 끼였을 이 총회의 자정선언은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로만 된다면 노사분규도 없어질 것 같고 소비자단체들도 설 땅을 잃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같은 강령이나 헌장이 미사여구의 구두탄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결연한 실천의지이다. 세상이 시끄러우니까 호도용으로 혹은 전시용으로 내놓았다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할 때는 차라리 처음부터 않느니만 못하다. 잘해 보자고 채택한 터이니까 박수는 쳐야겠지만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윤리·도덕의식 속에서 어느만큼 실효성을 거두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듯싶다. 이런 움직임과도 관련하여 제 아무리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다 하더라도 그래도 거푸거푸 외치고 싶은 것이 역시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이다. 그것을 이루어내지 못할 때 우리는 끝내 공멸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되어 온 일이기는 하지만 20일 노태우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와 당직자 회의에서 깨끗한 공직풍토의 조성을 재강조한 뜻도 거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말을 평범하고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우리의 자정노력은 공직자사회와 윗물부터 시범을 보일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탄하고 자조하는 데에서 그쳐 버린다면 내일이 어두워진다. 또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은 기실 어제 오늘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적폐이기도 하다. 그것이 민주발전 과정에서 도마위로 표출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 할 때 우리는 그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 「국회의원 윤리강령」이나 「기업윤리헌장」의 정신은 그들만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 실천의지로써 건강사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 외언내언

    우리 나이로 치자면 올해 80세의 일본노인 와카마쓰 미노루(약송실)씨. 이 노인은 웬만한 한국의지식인보다도 한국의 전통·문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고도 깊다.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젊은 날부터 시작된다. 1932년 천리외국어학교의 조선어부를 졸업하고 한국에 건너와 당시의 경성제대 법문학부의 문학과에서 조선어를 전공하는 것부터 그렇다. 원로 국어학자 김형규박사와 동기동창.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서는 계속 한국에 대한 책자들을 펴내어 온다. 그 첫째가 75년에 내놓은 「대역주해 한국속담선」. 이어 「한국의 수수께끼」(77년),「한국의 고시조」(79년),「한국의 길흉화복」(81년)을 일본어와 대역하면서 주해를 달아 펴냈다. ◆82년에는 「한국의 관혼상제」,83년에는 「한국말 편지쓰기」를 펴내고 85년에는 「한일 속담사전」과 「한국 풍류얘기」를 펴낸다. 「풍류얘기」의 경우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강희맹의 「촌담해이」 등등 여러 문한에서 발췌한 것. 그 다음 그의 관심은 「조선통신사일기」 쪽으로 기운다. 그것을 일본말로 번역해 낸 것이 「해차록」 등 10여권. 노령을 무색케 하는 정력적 저작활동이다. ◆이 한국통 노인이 이번에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를 일역해 냈다(서울신문 19일자 11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관이 희박한 요즈음의 일본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이순신장군의 위대한 모습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표지에는 일본의 「그림책 태합기」에 실린 「이순신의 지혜가 왜병을 물리치는 그림」을 복사하여 더욱 인상적. 그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충무공의 충효신의에 새삼 감복했다고도 말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뒷돈을 대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숱한 일본사람에게 한국을 올바로 이해시키는데에 보람을 느끼면서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일본인. 「와카마쓰(약송)」가 아니라 이젠 「오이마쓰(노송)」라면서 서글피 웃는다. 한국이 보내는 영예를 안겨줬으면 싶은 마음이다.
  • 북의 말못할 사정은(사설)

    오는 25일 평양에서 열기로 예정돼 있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북한측의 일방적인 중단선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은 18일 방송을 통해 「회담을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대화를 기피하고 대결과 전쟁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남조선 당국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 예로 팀스피리트 훈련과 걸프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경계태세 강화를 트집잡았다. 북한이 발표한 성명내용에 「중단」이라는 명확한 표현이 없어 회담이 속개될 수도 있다는 여백을 남겨놓긴 했으나 예정된 회담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예상밖이다. 북한이 4차 회담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것이란 조짐은 그동안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감지되어 왔었다. 북한 외교부는 지난 1월26일 팀스피리트 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고 김영남 외교부장은 2월1일 기자회견에서 『팀스피리트 훈련은 회담에 인위적인 장애가 되고 있으며 회담 취소 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내부사정을 감안한다고해도 회담을 중단하기보다는 연기하는 쪽을 택할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북한이 예상외의 강경한 입장을 선택했을까. 팀스피리트 훈련이 회담 중단의 명분이긴 하지만 그 보다는 북한의 내부사정이 회담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직면해 있는 것을 반증한 것으로 보여진다. 팀스피리트 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선동해온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위급회담을 평양에서 열 경우 스스로 선동논리를 뒤집는 결과를 자초한다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량난을 포함한 경제위기와 함께 김정일의 세습을 반대하는 반체제 세력의 끊임없는 도전이 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권력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강경파는 남북 관계를 보다 경색시킴으로써 위기감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을 결속시키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걸프전운운도 이와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평양에서 전시와 같은 수준의 방공훈련을 4번이나 실시한 것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식량난으로 고조되고 있는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지식인계층을 중심으로한 반체제세력의 도전을 철저히 분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또 지자제 선거를 앞둔 남쪽사회의 혼란을 부채질 해보자는 속셈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근시안적인 전락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도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반체제세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폐쇄를,대내적으로는 강압만을 고수한다면 북한의 현체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급변하는 주변의 정세를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간의 대화는 끊임없이 진전되고 교류는 축적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대일 수교협상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편협되고 근시안적인 자세에서 탈피,대승적인 사고의 전환을 받아들이길 다시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 왜 「성전」인가/아랍의 시각/반이스라엘단체 간부 LA타임스 기고

    ◎“이스라엘 건국 이래의 분쟁이 전쟁 초래/미가 이기겠지만 중동혼란은 가중”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지식인인 사리 누세이베는 21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걸프전쟁에 관해 서방세계와 아랍권은 근본적인 시각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인 「인티파다」(봉기)를 주도하고 있기도 한 누세이베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걸프전쟁에 관한 「서방시각」과 「아랍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두개의 시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서방시각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아랍관점을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걸프전쟁을 정치적 노력에 이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으로 보고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인 등 일부 아랍세계는 외교의 실패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세계는 유엔헌장과 국제적 합법정부에 대한 침략행위는 1990년 8월2일에 일어났으며 이번 분쟁은 지리적으로 아라비아만에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랍시각은 다르다. 아랍의 관점은 중동분쟁은 적어도 1948년 이스라엘 국가창설과 이에 따른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주로부터 잉태되었으며 지리적으로도 중동의 다른 지역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걸프전쟁과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중동문제는 지리·역사·종교·문화적으로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가 보고 있다. 미국은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랍세계는 미국이 포괄적인 중동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평화 회의를 거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28개국의 다국적군이 합동으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구은 이스라엘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랍의 관점은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전쟁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사막의 폭풍」 작전의 주요 파트너라는 것이다. 서방세계는 걸프전쟁을 유엔 결의안의 정당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 및 원리를 보호하기 위한 「도덕전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아랍관점은 걸프전쟁은 유엔 결의안의 선택적 실행이며 비도덕적 전쟁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쟁에는 기술적으로 고도의 정글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방세계는 중동문제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중동 및 새 국제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승리는 더 많은 분쟁을 촉발시켜 중동은 앞으로도 불안·혼란·폭력이 난무하는 위험지역으로 남게될 것이다. 미국은 걸프전쟁이 끝난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재조명하고 아랍·이스라엘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아랍권은 미국이 이번 전쟁으로 중동의 평화중재자로서의 신임에 커다란 손상을 입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많은 아랍인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난 1967년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로부터 철수하라는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방세계와 아랍권은 이같이 많은 시각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 불신과 반목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방과 아랍세계는 중동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언어가 존재한다. 같은 말을 사용하더라도 그 정치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걸프전쟁이 계속되면서 인명피해가 늘어나면 같은 말에 대한 정치적 해석의 차이는 더욱 증대될 것이며 그만큼 상호화해는 멀어질 것이다. 논리상으로 새 국제질서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강점에 대한 국제적 제재조치와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공화국의 독립투쟁에 대한 크렘린의 탄압에 대해서도 같은 국제적 제재조치가 취해져야 할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참다운 새 국제질서의 정착을 위해 즉각적인 협상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 서울대 부정입시의 충격(사설)

    거액을 받고 학생을 부정입학시킨 교수와 그들에게 뇌물을 준 학부형들이 구속되었다. 뇌물에 의한 부정입학의 소문이나 실례는 기왕에도 간헐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었으므로 새삼스럽게 놀랍지도 않다. 다만 이런 일이 마침내 국립서울대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충격을 준다. 역사가 짧은 신설학교나,이른바 명문교가 아닌 대학들에서 부정입학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고 일류 명문이나 국공립 대학들에서도 같은 비리가 저질러진다고 호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았던 것은 최고지식인인 대학교수의 도덕성을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입학이 예체능계의 입시생을 상대로 일어난 일이고 예체능계의 경우와 일반 과목의 입시를 몰아서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입시생은 서울대지만,심사부정에 가담한 교수들은 「서울대 교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심각성은 바로 그점에 있다. 예체능계 입시의 경우 부정을 막기 위해 별의별 장치를 다해왔다. 심사 교수들을 이리저리 바꿔서 자기학교 학생을 자기학교 교수가 평가하지 않게 만들었고,수험생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휘장을 치기도 했다. 심사위원 위촉 통고도 고사장 입실 1시간전에 해서 사전접촉을 차단하는 장치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도 기기묘묘한 방법을 다 동원하여 부정을 행사했음이 드러났다. 이 결과를 미루어 볼 때 예체능계의 입학시험은 전체가 총체적으로 비리에 오염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타대 교수들이 부정으로 뽑아준 수험생을 받아들여 서울대가 교육시키게 되어있는 이런 체제가 용납된채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이 그런 혐의에 진한 심증을 준다. 그동안 드러난 입시부정의 경우에는 학교측이 공모하여 불실한 재단에 보탬이 되기 위해 꾸미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정에 선과 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이 착복한 것은 아닌 경우였던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정원 8명중 4명을 부정으로 합격시키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뇌물을 심사위원들이 나눠서 챙긴 이번 경우는 그 부패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국립 서울대학조차도 이렇게 오염의 범위에 들어 있다는 것은 환멸을 느끼게 한다. 실기를 필요로 하는 예체능계열 입시의 이런 현상은 대학입시의 부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도 곤란하고 재능있는 학생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데도 큰 문제가 있다. 근원적으로 예술교육을 일괄해서 4년제 대학이 맡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술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단지 대학을 가는 걸로 예술교육의 길을 유린해버리고 교육내용 또한 재능을 발굴하고 집중해서 심화시키고 수련하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는 문화부가 주관하는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안의 국립예술학교 설립안을 본격적으로 서둘러 보아야 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예술계 입시를 싸고 도는 온갖 부정입학의 문제가 다 드러나서 척결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 더는 현직 대학교수가 부정으로 구속되는 몰골을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 리투아니아공 유혈사태/고르비,“사전에 몰랐다”

    ◎“현지 지휘관이 결정” 【모스크바 AP연합】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3일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수도 빌나에서 발생한 소련군의 유혈공격사태는 리투아니아 지역 군지휘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며 자신은 사태 발생후에야 보고를 들었다고 14일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열린 소연방 최고회의의 휴식시간중 가진 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나의 군지휘관은 13일 일단의 현지 지식인과 근로자들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군투입을 요청한 현지인들은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소연방 탈퇴독립에 반대,「구국위원회」를 결성한 중심인물들로 보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현지 군의 「방어방식」은 빌나지역 군지휘관이 결정했으며 그는 군의 투입사실을 리투아니아 군구의 한 부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하고 자신은 현지 군대가 13일 새벽에 행동을 취한후 아침경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으나 군투입을 명령한 현지 지휘관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고르바초프는 그러나 군대의 투입으로 사망자 14명 및 부상자 1백66명이 발생한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후 36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군투입경위를 밝힌데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최고회의 의장 비타우타스 란츠베르기스는 유혈사태후 처음으로 14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소련군의 학살행위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 「신년호」를 보면서…(사설)

    우리의 신년은 걱정으로 출발하고 있다. 모든 매체들이 어두운 새해를 점치는 특집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침체된채 새해를 맞은 경험이 최근 몇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해 원단부터 우리는 불안하고 우울하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민주화하고 경제적으로 중진국에 진입한 나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스스로도 확신하고 있고,남들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이런 수준에 이르렀음이 분명한데도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이며 21세기를 준비하는 결정적인 시기인 90년대의 벽두에 우리가 이토록 불길한 미래를 생각하며 우울한 새해를 맞아야 하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하는 강한 회의가 든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불길한 징조들은 발전단계에서 만나는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도성장을 지향하며 고속화도로를 달려왔고 그 달림의 속도에 짐스럽다고 한때 벗어 던지고 외면했던 「민주화」를 되찾아 짊어지고 「걷기」시작했다. 짐이 무거우면 달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달릴 수 없어지면 뒤처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어진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현실이 필연성을 지녔다고해서 그것이 노력없이도 극복될 수 있는 시련인 것은 아니다. 이 갈림길을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는 중진에서 도약하여 선진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그 역으로 퇴행의 늪으로 함몰될 수도 있다. 우리가 특히 불길을 예측하는 것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발밑이 도약을 하기에는 매우 부실하고,오히려 미끄러져 퇴행하기에 십상인 입지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약보다는 추락을 더많이 예측시키는 원인이 무엇인가. 신년호 매체들은 그 원인을 대체로 국민의식에서 찾고 있다. 부정직한 정치,부도덕한 경제,나태해진 근로자,절도 잃은 시민에게 두고 있는 것이다. 변혁기의 몸살에 미처 적응할 수 없을 만큼 참을성이 없는 국민을 냉정한 계산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며 갈팡질팡한 정책,민심을 얻기 위해 성숙한 역량도 없는 민심을 너무 추켜 올리는 무책임한 정치,시류에 얹혀서 진실을 말하기에 직무를 태만하는 지식인,선동체질에 중독된 대중운동가까지 합세하여 오늘처럼 어두운 현실에 이르렀음을 우리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새해가 어려움을 잉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제히 적시하고 있는 「신년호」들을 통해 한편으로 우리는 희망의 불씨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부터 바로잡는 노력은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산적하면 극복의 역량도 발휘된다. 통일지상주의 증후군이나 집단이기주의,소유박탈감의 만연으로 혼란과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면 다함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 「앎」이 좀더 탄탄하게 하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생사문제인 경제만 해도 우루과이라운드 EC,가트같은 것을 깊이 있는 지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 정당한 대응이 이기는 것임을 알게 되고 건전한 도덕성이 사회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힘들지만 정치인도 그것을 노력해야 하고 경제도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성숙해야 하고 참을성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하고 근면해야 한다는 것이 새해의 불길한 의문에 대한 해답이다.
  • 「독존」 버리고 「타협」 익혀야/새해 대담

    ◎우리 정치문화 선진화의 길은 어디에/이기 집착은 갈등 조장,파국만 초래/보스 중심의 「사랑방정당」 사라져야/위정자 선택·감시는 국민의 몫… 지자제 선거 공명해야 제구실 기대/이용필 진덕규 ▲이용필교수=오늘의 한국 정치현실은 건국후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지난 42년간 5∼6차례 헌정중단을 겪었던 우리 헌정사의 명암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갈등이 심화되는 반면 현안문제는 타협이 안되고 이것이 다시 정치갈등을 증폭시켜 그 결과 헌정 중단이라는 파국을 자주 겪어온 것이 우리 헌정사의 두드러진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5공이후 6공화국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정치갈등이 지나치게 심화돼 공존의 여지조차 없어지면 곤란하다는 인식이 여야 지도자간에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지난 여름 야당의 의원직 사퇴도 상호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3∼4개월의 국회공전은 있었지만 국회 복귀로 종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민주주의가 장구한 세월을 통해다듬어져 온데 비해 우리는 민주화를 위한 「학습과정」 자체가 짧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기술이 미숙한데다 명분에만 집착,실리를 놓쳐 파국을 초래하곤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산층이나 지식층의 정치감각이 크게 세련되는 등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갈등을 포함해 사회 각 부문의 갈등 팽배로 지난봄 한때 「총체적 위기」라고 할 정도의 위기국면을 맞았으나 이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권력은 공유” 인식을 정치 지도자들도 이같은 국민의식 수준에 맞춰 동시적이든 계기적이든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이는 지도자간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진덕규교수=해방이후 40여년간의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정권장악에서 집권기를 거쳐 붕괴,몰락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유형을 답습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권의 획득 및 고착화 과정에서 상당한 분파성과특정영역에 대한 인사치중 현상이 나타나 일반 국민들의 정치욕구와는 간격이 생기고 국민불만이 누적됨에 따라 권력구조는 더욱 경직화하고 소수 집중화돼 왔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체제 변혁요구가 강해지고 마침내 시민저항이나 쿠데타 등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면 다시 소수세력이 국민합의를 무시한 채 정권을 장악하는 식으로 정치변동의 단순반복적 성격이었지요. 이로써 이른바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탄생된 6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의 정치과정은 국민의식과 괴리를 보여 총체적 위기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욕구를 수용하고 부응하는 정치라기 보다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지체 내지 유예시킴에 따라 정치혼란이 사회 각 부문의 혼란으로 이어져 파국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교수=우리 정치가 이처럼 답보상태에 있는 요인을 3∼4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고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심화·증폭되는데 비해 이를 수렴·해소시키는 제도권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해결이 지연되었다든가 최근 안면도 핵처리시설 문제로 말미암은 주민들의 과격시위운동이 좋은 예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사전에 행정적·정책적 수단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갈등을 초래한 것은 우리 정치체제의 관리능력의 부족이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두번째 요인으로는 정당정치·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5공에서 6공으로 넘어오면서 체제변화는 아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획기적 경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6·29로 6공의 정통성 문제가 해결돼 부분적으로 민주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완전한 민주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정당간 정권교체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근자에 진보세력이 정당 간판을 달고 제도권으로 들어와 다행이지만 아직 제도권·비제도권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의회정치를 마비시키는 요인입니다. 대중사회에서 정당정치를 확립하려면 당내 민주주의가 선행돼야 하고 당내 민주주의는 정당의 보스가 일방적 공천권 행사 등 전권을 갖는데서 벗어나 중간보스제가 정착돼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로버트 달이 말한 권력정치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정권교체시 등 변혁기에 힘의 공백도 메울수 있는 겁니다. 즉 정권교체기의 레임덕 현상이랄까,권력의 누수를 줄여 정권교체를 스무스하게 해주는 중간보스제를 통한 권력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소홀히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가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고 있는 것은 조금 전에도 얘기했듯이 저변이 넓어진 중산층과 지식층이 정치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민의견 수렴 미흡 ▲진교수=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5가지 정도의 영역을 중심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정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이념만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정의사회구현일 뿐 현실성이 결여돼 있어요. 추상적인 논의에 머물다 보니 정치목표나 이데올로기가 없는 사회로 떠돌고 있는 셈이지요. 정치 엘리트의 성격면에서는 보스의 자의성에 의해 충원되는 직업정치인들이 모든 영역을 다 지배하려다 보니 한계를 느끼게 되고 정치엘리트와 국민들간의 의식이나 능력 격차가 없어지거나 역전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소한 일정 영역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 제도화에 있어서도 국민정당 대중정당 민중정당이나 압력단체를 기간 조직으로 하는 정당이 없고 보스중심의 사랑방정당으로서 특정인의 권력창출기능만 하고 있는 현실이지요. 의회도 국민 다수의 의견마저 반영하지 못한 채 요식절차의 기능만 수행할 뿐이어서 의회와 사회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 과정으로서의 선거는 국민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합치는 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우리의 현실은 서로의 위치만 확인하는 분열 전주곡으로서 국민 의사와 관계없는 특정 지도자의 정당성만 부여해주는 역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문화를 살펴볼 때 중산층,특히 지식인들이 이제까지 보여준 태도는 비판을 전제로 논리성과 윤리성을 확보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논리나 대안없는 비판절대주의나 맹목적 지지일변도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총체적으로 급격히 부각된 것이 최근 1∼2년의 정치현상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여부는 우리의 자구노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삶의 질」 향상 ▲이교수=20세기 후반기 들어 선진민주주의 국가부터 통치력의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인간이 갖고 있는 자원은 제한된데 비해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돼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흐름은 우리 정치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즉 정치체제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데 반해 관리능력은 이에 못미치고 있지요. 예컨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무역마찰 등 우리 정치체제에 누적되는 중압감(정치적 스트레스)은 국민 대다수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여서 졸속으로 결정된다면 체제관리에 굉장한 문제를 초래하게됩니다. 또 우리 정치에 있어서 봄만 되면 과거 춘궁기나 풍토병처럼 위기가 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정치과정상 일종의 간헐적 스트레스에 대해 집권층이나 야당세력이 충분히 인식을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진교수=통치능력의 위기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40대 이상에게는 좋든 나쁘든 자기귀속 이데올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공중분해돼 이념공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40대 미만은 상업주의적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로 인해 감각세대로 돌변,인내라는 고전적 의미의 가치관 붕괴를 초래했지요.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도 크게 달라져서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려는 예전의 「삶의 영역보장」 단계에서 「삶의 질 고양」 및 정치요구 차원으로 높아졌습니다. 평등의식과 열정적 참여의지를 바탕으로 한 대등한 정치참여 요구에 대해 기존의 제도와 정치권 및 권력구조로 대응,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국민 욕구수준을 정치권력 구조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요. 때문에 정치영역이 의사당에서 거리로 옮겨가고 있으며 비제도권의 존재는 곧 제도권의 통치능력 한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정치는 마냥 표류하는데 가까스로 이 사회를 지켜가는 힘은 정치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오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 ▲이교수=우리 정치가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의회가 국민대표적 기능이나 정책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방금 지적하신 바처럼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떨어진 권력 헤게모니 쟁탈 내지는 갈등조장으로 끝나고 있지요. ○개혁만이 안정도모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은 선거제도와 시장경제 원리가 적절하게 결합이 돼야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여야 지도자들은 개인의 집권과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다 보니 선거와 시장경제 원리의 조합이라는 효용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화가 꾸준히 지속돼 더 나은 삶의 질을 유도할 수 있는 정치의 장이 마련돼야 합니다. 앞으로 지자제가 실시되면 또 한번의 소란과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과정은어쩔 수 없이 한번은 겪어야 하겠지만 자제제 선거에 있어서도 정권적·당략적 입장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합니다. ▲진교수=개혁이 없으면 정치는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이 정치안정을 가져오고 안정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지요. 그러나 6공화국은 안정면에서 한계에 와있고 개혁은 더디며 발전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치가와 국민들 사이의 의사합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3당 통합만 해도 특정 정치권력의 재창조가 아니라 국가 정치발전을 위한 신사고의 소산이라고 당사자들이 주장했던 기억이 나는데 얼마후 내각책임제개헌 합의각서가 있느니,차기 대권주자가 누구라느니 하는 등 국민의사와 관계없는 권력거래로 비침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환멸만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자제 문제만 해도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논의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다보니 국민과 자꾸 멀어지게 되는것이지요. 정치가들만의 게임으로는 미래가 밝아질 수 없습니다. 정치 지도자를 불신하는 국민감정은 요즘의 윤리·도덕적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양보하면 서로 이득 ▲이교수=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정치 지도자간의 신뢰구축이 전제돼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피차 조금씩 양보하면 서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데도 상호 양보를 안해 똑같이 손해를 보는 「죄수들의 딜레마」와 같은 상태로 빠져들고 있어요. 정치가 불안하니 경제가 제대로 뻗어나갈 수 없고,노사문제가 확산되고 각종 부조리 등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돋아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공백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정당정치가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가 곧 방종이라는 생각으로 흐르거나 개인이 너무 자기 이익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면 민주주의는 파국을 맞게 되고 「독재의 바다」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진교수=대처 영국총리에도전했던 해즐타인의 경우와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큽니다. 해즐타인은 50대에 총리가 되기로 목표를 정한 야심가입니다. 어려서부터 총리당선을 목표로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치졸한 얘기입니까. 국민의 인정과 지지를 받아야만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목표를 미리 정하고 이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방식이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바웬사가 노조지도자로서 폴란드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바웬사의 영역은 거기서 끝나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의 전문영역이 따로 있기 때문이지요. 바웬사의 정치권력 욕심이 폴란드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입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이제는 인내와 관용과 타협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과거 우리 정치체제는 이전의 권력구조를 희생으로 삼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인내와 관용을 갖고 하나의 장에서 역량을 경주해 협의하고 경쟁하기 보다는 분열과 소수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얘기고 이것이 바로 우리 정치사회의 해결과제입니다. ▲이교수=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못하고 2차 투표에 나서려다 결국 포기한 결정은 참으로 슬기롭게 여겨졌습니다. 바웬사의 경우도 사회주의 체제속에서 노동운동을 활성화시켜 오늘의 폴란드 민주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도 대처의 경우처럼 참신한 쇼크가 있어야 더 밝은 정치를 기약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정치 지도자들이 게임의 룰도 안 지키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야 지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때입니다. ▲진교수=범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 바로 올해지요. 올 봄에 지자제 선거가 실시되고 연말부터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6공화국 중반기로서 레임덕 현상이 불가피하고 무정부주의에 가까운자기규제결핍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건은 우리 정치를 매우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국민과 정치가의 의식과 실천의 대전환이 중요한 겁니다. 국민은 인식전환이 가능한 정치 지도자를 선별하고 감시해야 하고 정치 지도자는 국민선도 책임을 져야합니다. 6공화국이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결과로 우리 사회가 이념공백을 자초한 것 또한 사실이지요. 지하철 구내에서는 『공산주의자나 간첩신고는 안기부에』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남북한 총리회담과 문화·체육교류 관계로 서울에 우글우글한 「공산주의자」는 왜 신고대상이 안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득작업이 생략됐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공백이 생겨난 것입니다. ○대안있는 비판 중요 사회지도급 인사들도 정치 지도자를 비판하기는 하지만 이데올로기 문제가 심각했을 때 관념이 아닌 현실을 연구한 학자가 몇이나 되며 언론은 상업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다했습니까. 종교는 기복 종교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신적 가치확립을 위해 얼마나 매진했을까요. 우리 사회의 기성제도 정치가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시민운동에 기대를 걸게됩니다. 정당차원과는 달리 직업 및 이익·사회단체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차기 대권주자를 밀실에서 뽑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에 제약이 가해져야 합니다. 지도자는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지 밀실에서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선거가 선동정치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되고 올바른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이 돼야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대안있는 비판이 중요합니다. ▲이교수=우리 민족은 맨 주먹으로 이만큼이나마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만 보더라도 뛰어난 민족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이같은 훌륭한 자질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야말로 우리 지도자들의 소임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앞서 말한대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정치인들이 씨는 뿌리되 수확은 다른 사람이 거둘수도 있다는 식으로 신사고를 해야만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한 성장의 호기에서 아르헨티나처럼 하루 아침에 주저앉지 않으려면 그만큼 정치 지도자들의 자기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지요.
  • 여류작가 최정희씨

    원로 여류작가 이자예술원 회원인 최정희씨가 21일 새벽1시50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산장아파트 가동 901호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12년 함남 단천에서 태어난 최씨는 1931년 소설 「정당한 스파이」를 「삼천리」지에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지식인 여성이 겪는 이중의 소외와 모멸을 절실하게 그린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대표작으로는 「지맥」 「인맥」 「천맥」 3부작이 꼽히며 「수탉」과 같은 작품은 심리묘사의 수법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일본에서 유치진·김동원씨 등과 함께 학생극예술좌에 참가,연극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작가로 데뷔하던 해 「국경의 밤」 「파초」 등으로 유명한 시인 파인 김동환과 결혼했다. 장례식은 23일 상오10시 자택에서 문인장(장례위원장 구상)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경기도 파주군 교리면 뇌조리 천주교 삼각지교회 묘지. 유족으로는 소설가인 김지원·채원자매가 있다. 914­8405
  • 한·소 정상회담을 보고(서울시평)

    ◎“제정러시아의 행보를 반추하라” 외교관계의 진행에 있어서 국민의 의식과 정부의 정책추진간에 시차가 생기는 일은 흔히 있다. 아예 국민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시대나 정치체제하에서는 그것이 별문제가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소련은 지금 격심한 국내정치의 혁명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소련국민들의 시각에서는 한국과의 수교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위시해서 소련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적인 희망을 갖고 있는 정도가 소련국민들의 일반적인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러시아 앞세우려 노력 그리고 소련에서는 과거 70년간의 공산주의 역사를 깨끗이 버리기를 주저하는 자세가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들은 「소련」을 뒤로 밀어 넣고 「러시아」를 앞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련으로서는 다만 군사대국을 이루었으나 다른 분야는 망치고 말았다. 이제 러시아를 부활시킴으로써 그들이 유럽문명의 일원이며 종교와 문화에 있어 위대한 독창적 전통을 갖고 있었다는것을 내세워 새로운 대국으로서의 자세를 세워 보려 하는 것 같이 보인다. 실패한 역사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위상설정에 대한 기대가 모두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이 소련국민들의 의식상태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수교하는 일에 대한 소련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의식간에 괴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국민들의 북한 김일성 체제에 대한 태도는 비판적인 단계를 넘어 혐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한국에 대한 태도는 어떠할까? 극히 일부의 지식인 그것도 고르바초프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김일성 정권이 우리를 비판하던 그 수사적 표현에 젖어있는 것이 지배적인 현상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후진국 중 경제발전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북의 변화 촉진에 기대 지난 6월초에 있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소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가 마치 내키지 않는 일을 저지른 것 같은 표정이 있던 것에 비한다면이번 모스크바정상회담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결심을 한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필자의 선입견인지 모르겠으나 고르바초프가 유럽의 정상들과 어울릴 때처럼 신나게 웃는 장면을 못 본 것 같다. 물론 국내문제가 어려워 크게 웃을 형편이 못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어떤 TV의 기자는 붉은 크렘린궁성을 가리키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별과 낫이 그려진 깃발이 나부끼는 저 높은 담 속에서 소련측 상대와 회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러시아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소련과의 관계설정이 이렇게 급속히 진행되는 데 어리둥절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저 좋은 세상이 오려나보다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좋은 세상이란 어떠한 것일까? 우리가 소련과의 외교관계 설정에 거는 기대는 북한 김일성 정권의 개방과 변혁을 촉진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나아가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고 남북한간에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가장 합리적이고 또 당연한 것이다. 소련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고 또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1989년 11월 현재 소련에 13억달러가 넘는 빚을 지고 있으며 1991년부터 경화로 소련의 석유를 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기왕에는 시장가의 반액으로 공급해왔는데 이 제도를 폐지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련의 영향력은 줄어든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모스크바선언에서 「남북한간에 정치적 군사적 대결의 종식」 운운하였으나 소련이 그 동안 표현해온 정책원칙을 천명한 데 지나지 않는다. 다만 소련이 그 동안 북한의 군사력을 부추기는 기본세력이었으나 이제는 그러한 정책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소련은 한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점에서 북한과 태도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사실은 기존 한미우호와 안보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는 최근 통상정책면에서 마찰을 빚어 전통적인 우방이라는 국민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젠 부산까지 영향력 이렇게 볼 때 한소 수교와 협력관계의 증진이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냉각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사실을 중요시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관계란 묘한 것이어서 예기치 않은 오해를 가져올 수 있고 이것이 또 외교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소련을 시장으로서의 가치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소련은 경제협력 못지않게 아시아지역으로의 전통적인 러시아적 세력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소련으로서는 북위 38도선이 종착역이었으나 러시아로서는 부산 또는 제주도가 종착역이었던 것이다. 외교에는 반드시 앞면과 뒷면이 있다. 우리의 한소 관계도 이같은 일반원칙의 거울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알바니아 첫 야당 출범/학생·노동자 중심 「민주당」 결성

    【빈 로이터 연합】 알바니아 공산당 집권자들이 다당제를 준비중이라고 발표한지 하루만인 12일 학생과 지식인,노동자들이 이 나라 최초의 독립정당을 결성한다고 이 정당의 한 고문이 말했다. 티라나대학교 경제교수인 그라모츠 파슈코씨는 알바니아 수도로부터 전화통화를 통해 이 정당은 민주당으로 명명될 것이며 내년 2월 의회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 외언내언

    공산정권에의 투쟁이 한창이었던 81년 봄의 폴란드. 1천만 자유노조의 지도자로 이미 지구촌의 명사가 된 레흐 바웬사는 이탈리아의 한 여류 언론인과 만나 자평을 한다. 『…나는 좌파건 우파건 공산당이건 자본주의자건 사회민주주의 신봉자건,어떤 낙인이 찍히길 싫어한다. 나는 오직 민중을 위해 일할 뿐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젊어서 술을 많이 마시고 아가씨도 좀 건드렸다…』. 당시 38세로 여섯 아이의 아버지였던 가톨릭 신자가 지난날을 성찰하면서 한 말. 『나는 외교관도 아니고 모임의 사회자도 아니며 지식인은 더욱 아니다. 나는 세련되지 못한 노동자일 뿐이다』. 다른 자리에서는 이 말이 부연설명된다. 『나는 책 한 권 제대로 못 읽었지만 지식인들이 여러 시간 생각하여 결정할 수 있는 일을 1분 만에 결단 내린다』. ◆그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감성이 그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일까. 지난해 8월 자유노조가 주도하는 연립정부 수립 때만 봐도 그렇다.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신의 핵심참모인 마조비에츠키를 총리로 내세웠다. 그의 예민한 감성은 그때 이미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1년 남짓 지난 후 대권을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9일 실시된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바웬사는 티민스키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되었다. 자신이 밀어서 총리가 되었던 마조비에츠키는 지난달 25일의 1차투표 때 티민스키보다 뒤처진 3위에 머물렀던 것. 이 1차투표 때는 옛동지끼리의 대결이 세계의 이목을 모았었다. 마조비에츠키와는 개혁 속도가 느리다는 바웬사의 비난으로부터 금이 갔다지만,이런 진행은 바웬사의 계산에 미리 들어 있었던 것일까. ◆전 공산권 나라들의 어려움은 급박한 경제난 속의 성급한 기대감. 폴란드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상황에서 투사로 형성된 이 나라의 우상이 과연 정치지도자로서의 우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 “쿠웨이트인이여,광복위해 뭉치자”(세계의 사회면)

    ◎탈출한 언론인들 해외활동 활발/영등서 신문발행,이라크만행 폭로/자국민들에 독립심·저항의식 고취/라디오·TV 전파도 발사… “꿈과 희망”전해 『아랍 형제들이여!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긴급한 도움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무력 침공했던 지난 8월2일 쿠웨이트 라디오방송은 이렇게 다급한 아나운스먼트를 전하다 갑자기 벙어리가 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 가량이 지난 현재 이라크가 강점하고 있는 쿠웨이트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점령지하에서 쿠웨이트 언론은 숨통이 끊기고 만 것이다. 그러나 쿠웨이트 언론들은 현재 전국이 침탈당하는 수모를 참고 해외로 망명,「붓에 의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신문과 잡지,통신과 방송 등을 통해 쿠웨이트인들의 독립심과 저항의식을 고취시키며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2일 이라크에 의해 강점되기 전까지만 해도 쿠웨이트는 아랍저널리즘의 산실이었다. 주간지·월간지 등을 포함해 1백여종의 출판물이 쏟아져 나왔으며 6개의 아랍어 일간지와 2개의 영자 일간지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더이상 조국에서 언론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쿠웨이트의 대표적 언론인인 무하메드 알 루마히 편집장(?)은 지금 런던에서 「소트 알 쿠웨이트」(쿠웨이트의 소리)란 신문을 발행하며 조국 해방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하루 6만부가 발행되는 이 신문은 조국 쿠웨이트에 밀반입돼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한쪽면만 인쇄된 12쪽짜리 「소트 알 쿠웨이트」는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지원으로 지난달 1일 처음 발행됐다. 알 루마히 편집장은 조국 쿠웨이트를 떠나기 전에는 3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간신문 「알 아라비」를 발행,쿠웨이트 지식인층을 선도했었다. 그는 서방언론이 쿠웨이트의 비극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보도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점령군 이라크가 자신들의 신문을 통해 쿠웨이트 점령을 합법화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코란율법을 따라 신문을 통해 이라크의 만행을 폭로하고 저항의식을 고취시킨다』고 발행취지를 설명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선 「알안바」신문이 발행되고 있으며사우디아라비아에선 「알 시야사」신문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77년 설립돼 현재 세계 16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쿠웨이트 관영 통신 KUNA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아랍어와 영어로 쿠웨이트 소식을 세계로 전하고 있다. 한편,쿠웨이트 TV와 라디오는 이웃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파를 발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몸은 조국을 떠나 있지만 조국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쿠웨이트 언론의 적극적인 해외활동은 이라크군의 군화아래서 신음하는 쿠웨이트인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기약해주고 있다.
  • 체코,대소 국경에 「철의 장막」

    ◎경제난민 유입에 골치… 파등도 공동대처/합법적 입국자도 비자소지 의무화 추진 소련의 이민자유화법이 1주일 이내로 통과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서구는 물론 동국 국가들이 파도처럼 몰아닥칠 소련인 유입물결을 걱정,대책 마련에 속을 썩이고 있다. 소련의 이민자유화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등 서방국가들이 기회만 있으면 소련에 대해 요구한 것이지만 막상 소련이 이민을 자유화하게 되자 소련의 경제난민 유입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는 것이다. 소련 경제난민 유입의 길목에 위치한 동구 국가들은 자신들도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데다 소련의 사정을 잘 꿰고 있어 소련 난민유입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7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체코슬로바키아가 소련의 경제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소련과의 국경에 철책을 치기 시작했다고 프라하의 보도를 인용,보도했다. 서방국경에 설치된 철책을 얼마전 철거한 체코가 이제 지난날의 동맹국인 소련에 「철의 장막」을 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이 통신은 말하면서 체코뿐만 아니라 헝가리,폴란드 등 동구 3개국이 지난 1월 소련정부의 출국자유화 조치이후 비자가 면제되는 이들 경제난민의 대량유입 방지를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질 것에 대비,이들은 합법적인 입국에 대해서도 체재일수에 따라 외화소지의무 또는 비자제도의 부활을 신중히 검토하는 등 대응조치를 취하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만일 폴란드와 헝가리도 체코처럼 철책을 치게 된다면 냉전시대에 동구와 서구를 갈랐던 철의 장막에 이어 이제는 소련을 포위하는 새로운 「철의 장막」이 출현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해 준다. 소련의 이민자유화법 통과이후 동구와 서구로 빠져 나갈 사람물결의 숫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련 외무부의 한 공식보고서는 이민법 통과후의 이민 예상자를 연간 1백50만명으로 꼽고 있지만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지는 소련 전체인구의 10%에 달하는 2천2백만명을 잠재적 이민 희망자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이 자유롭지 못했던 89년 한해에만도 23만여명이 소련을 등졌다. 올해에도 주로 유태계·독일계·그리스계를 중심으로 40여만명이 소련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 희망자의 상당수가 지식인 전문가인 소련 이민현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민물결이 본격화되면 소련사회는 지적인 불모지가 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포를 떠나 희망을 쫓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자유이기는 하지만 소련의 이민법이 통과된 새해에는 우리는 또 다른 엑서더스를 보게 될 것이다.
  • 모스크바·겨울·노태우 대통령/이재근 본사 논설위원(서울칼럼)

    일반적으로 미국인은 실용주의적이고 소련인은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보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개인생활이나 정치면에서도 미국에는 이상주의자,도덕주의자가 훨씬 더 많고 소련에는 냉소적인 현실주의자,실용주의자가 더 많다는게 소련 연구가들의 분석이다. 소련정치도 겉으로는 이데올로기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산주의 이상에 따라 움직여 왔으며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인 국가주의의 이해와 여러 사회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돼온 것이다. 도의적인 이상이나 이데올로기에 좌우되는 현상은 소련보다는 미국의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국민성도 그러하다. 소련 연구가들의 관찰이나 많은 여행기들을 살피면 소련 국민들,특히 러시아 국민들처럼 솔직하고 개방적인 생활태도를 갖고 있는 민족도 드물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서민의 생활과 대인관계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들은 대개 자연스런 감정으로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스탈린시대의 거칠고 얽매인 통제사회를 거치면서도 사람들의 행동은 거기에 물들지 않았고구김살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전후 시베리아에 억류되었던 한 일본인 작가는 그 저서에서 러시아인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러시아인은 밖에서 세사람만 모이면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부르는 합창소리가 바람에 실려 내가 있는 곳까지 들린다. 정말 소비에트식의 밝고 낙천적인 풍경이다. 소비에트권력의 침울한 어둠과 민중의 밝고 낙천적인 감성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볼가의 단가」에서 느껴지는 애조띤 감성은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그렇게 볼때 오늘날 저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공개)는 이 러시아적 소련 민족성의 필연적인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라는 한 탁월한 지도자에 의해 그것이 시대적으로 표출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 노선을 천명한 최대의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면 소련적 사회주의가 막다른 곳에 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페레스트로이카의 기둥은 당연히 경제개혁이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고르바초프의 모든 개혁정책은 결국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좋다. 60년대의 전반까지도 대부분의 소련국민은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가 인류보편의 가치를 갖는다고 믿고 있었다. 60년대 중반이후 일부 자유주의적인 지식인들이 체제비판의 소리를 높인바 있었으나 극히 한정된 소수였다. 특히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50년대 후반부터 경제개혁의 문제가 제기되어 60년대초에는 「이윤의 도입」을 둘러싼 경제논쟁도 빚어졌다. 65년에는 이른바 「코시긴 개혁」이 실시되는등 스탈린체제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각되고 있었으나 일반적으로는 60년대까지는 사회주의와 그 이데올로기의 신앙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70년대가 되자 소련체제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이제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졌다. 60년경 허풍쟁이 흐루시초프는 『70년에는 미국을 따라잡는다. 80년대에는 능력에 따라서 일하고 필요에 따라서 취하는 풍요한 공산주의 낙원이 도래한다』고 세계에 선언했다. 당강령에도 그렇게 기록하게 했다. 그런데 70년대가 되어도 소련에서는 고기나 소시지,기타 기본 필수품을 입수하기 위해 서민은 뛰어다니고 긴 줄을 서고 악전고투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경제상태가 나빠졌다. 지방에서는 육류가 몇년씩 상점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사태로까지 되었다. 사람들은 드디어 큰 환멸을 느꼈다. 70년대에 이르러 공산주의는 급속히 퇴색하고 풍화되어 버렸다. 당의 지도자가 아무리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설득해도 매일처럼 생필품을 사는 행렬꽁무니에 몇시간씩 서있어야 하는 서민들은 냉소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독주 보드카에 탐닉하며 울분을 풀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신할 가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소련을 우리는 어느만큼 아는가. 어느 사람의 표현대로 「무서운 속도」로 북방으로 달려간 우리에게 있어 소련은 정말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그들에게 느끼는 우려,당혹,두려움은 어디에 기인하는 가도 잘 살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상대를 너무 모른다는 데서 오는 것이다. 구한말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직접 그들과 교류한 역사가 없고 특히 냉전체제하에서는 원천적으로 접촉이 불가능했다. 더구나 고르바초프 정권하에서는 최근 몇년동안 그들 자신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중이어서 마치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 같은 어려움도 있다. 그들이 대국이라는 콤플렉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진짜 크렘린」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소 수교가 이뤄졌다. 거기에다 노태우 대통령이 소련을 방문한다. 전후 처음으로 아니 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국가원수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입성」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할 것이고 붉은 광장을 거닐 것이며 크렘레프스카야 제방도로를 달려 톨스토이가를 지나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붕괴된 대제국 오늘의 소련 대통령과 한 소간 정치·경제·문화협력을 논의하다가 때로는 과거를 바탕으로 역사도 얘기할 것이다. 바로 그 대목이 중요하다. 그럴적에 대통령은 반드시 다음과같은 사실들을 염두에 두고 조용히 얘기해야 할 것이다. 즉 멀리는 노일전쟁으로부터 시작하여 일제에 의한 한반도흥정,구러시아제국과 구한말의 관계에 이르러야 한다. 이어볼셰비키혁명을 전후한 한반도의 소용돌이에도 언급될 것이고 그 완전한 식민지화도 회상돼야 할 것이다. 전후 해방·독립·분단에 언급한데 이어 드디어 6·25 동족전쟁에서의 소련의 책임도 지적돼야 할 것이다. 82년의 무자비한 대한항공(KAL)여객기 격추사건은 또 어떻게 언급될 것인가. 나흘간의 짧은 일정속에 이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소 관계의 진정한 개선과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이 역사와 우호협력의 이름으로 반드시 여과돼야 한다. 그것이 한 소 관계의 진전과 노대통령의 모스크바 입성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초리인 것이다.
  • 방글라데시 대통령 사임 배경과 정국 전망

    ◎9년 독재속 경제난… 민심 급속 이탈/공무원도 가세… 무정부상태 연출/“경원제공” 미·일·영의 퇴진압력도 작용한 듯/야반목·군개입소지 등 불안 여전 피플스 파워(민중의 힘)는 방글라데시에서도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수많은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4일 에르샤드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자 통금령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쏟아져나와 춤을 추고 폭죽을 터트리며 독재정권의 종말을 환희로 맞이했다. 방글라데시를 9년째 통치해오고 있는 에르샤드 대통령은 범국민적 반정부시위와 파업에 파침내 굴복,야당에 자신의 후임으로 선거때까지 과도정부를 이끌 부통령을 지명해주도록 요청했다. 에르샤드 대통령의 사임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독재정권의 비극적 종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독재정권은 방글라데시에서도 국민의 피를 보고서야 물러나는 정치적 악순환을 재연했다. 방글라데시의 유혈사태는 지난 10월10일 에르샤드 대통령이 내년 6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촉발됐었다.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에르샤드 대통령이 장기집권 야욕을 공식화하자 「군정종식」을 요구하며 반정부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에르샤드는 지난 82년 군참모총장일때 무혈 쿠데타로 집권했으며 86년에는 비상사태하에서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선거를 치러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다카대학을 진원지로 한 반정부시위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으며 날로 격렬해졌다. 특히 반목과 대립관계를 유지해 오던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이 이끄는 7개 정당연합과 8개 정당이 연합한 아와미연맹(AL) 등 주요 야당이 정권타도에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에르샤드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에르샤드 대통령은 반정부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11월27일 집권이후 두번째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 보안군과 경찰은 시위대에 발포하는등 강경대응을 보였다. 야당은 군과 경찰의 발포로 1백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사망자는 6명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반정부시위는 계속됐다. 국민들은 에르샤드 대통령의 퇴진때까지 총파업을 하자는 야당의 호소에 적극 호응,대부분의 은행등 금융기관과 상가는 문을 닫고 교통은 마비됐다. 대학교수 의사 등 지식인들도 반정부시위에 합류했다. 집권 자티야당 소속 19명의 의원이 사임하는가 하면 공무원들까지 총파업에 합류,국가전역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공무원 조정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에르샤드의 퇴진을 요구했다. 에르샤드 대통령은 집권이후 관료들과 군부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정하고 잦은 군인사를 통해 잠재적인 반대세력을 제거하며 정권을 유지해왔다. 야당의 분열도 그의 장기집권을 도왔다. 에르샤드정권은 어느정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 왔으나 장기집권에 따른 강압통치에 의한 불법과 부정부패가 자행되고 고질적인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하며 집권 후반기부터 민심을 잃기 시작했다. 정치분석가들은 국민들로부터 민심을 잃은 것이 에르샤드정권 퇴진의 직접적인 동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반정부시위가 범국민적 지지를 얻자 에르샤드 대통령에 대한 군부의 지지가 약화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에르샤드의 퇴진에는 방글라데시에 많은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일본 미국 등의 사임압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은 반정부시위가 계속될 경우 원조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미국과 일본 등은 방글라데시의 인권유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에르샤드 대통령은 93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내년 6월 대통령선거 이전에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방글라데시는 내년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일정이 예정대로 지켜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군부다. 군은 시민들이 다카시내 중심가에 있는 집권 자티야당사를 습격하는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으나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 야당 지도자들은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상태로 확대될 경우 군의 개입가능성이 있다며 국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20여개의 정당이 난립하고 있는 야당에게도 있다. 최대 야당인 BNP와 AL은 에르샤드정권 퇴진을 위해 공동투쟁을 벌였지만 이들은 뿌리깊은 반목으로 언제라도 분열될 소지를 안고 있다. 세계 최빈국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심각한 경제난과 지난 71년 독립 이래 한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도 없이 9차례의 암살과 쿠데타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정치풍토는 앞으로의 정국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대 야당인 아와미연맹을 이끄는 하시나여사는 『우리는 마지막 게임이 끝날때까지 정국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의 정치게임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피플스 파워의 신화를 창조했던 파키스탄의 부토는 실각했고 코라손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여전히 심각한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화에의 노정은 그만큼 험난한 것이다.
  • 외언내언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북한(54.9%)이며 다음이 일본(22.3%)인 것으로 87년의 한국갤럽여론조사는 집계한 바 있다. 이는 84년의 조사와 비교할 때 지적률에서 북한은 그대로이나 일본의 경우는 7.6%나 높아진 것이다. 일본의 평가가 이처럼 더 나빠진 것은 역사교과서 왜곡,동포 지문날인 등이 주된 이유로 지적됐다. 한국인의 외국관 의식조사가 요즘 실시된다면 일본이 단연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될지 모른다. 북경아시아경기대회 이후 공동응원,통일축구,총리회담 등으로 남북한간에 화해무드와 민족동질성 찾기가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초 「일본평론」이란 국내 시사잡지가 물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지식인들은 일반인보다 일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한일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비판태도는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보다 더욱 강하게 지니고 있다. 20대는 일본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로 평가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국민성은 크게 인정하나 정치·경제 문제는 결코 그러하지 않다. 이 조사는 특히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향상에 관한 현재와 같은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해 전체 질문대상자의 약 97%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일본국왕의 방한에도 찬성(30.2%)보다 반대(39.9%)가 많다고 전했다. ◆재일동포 지문날인 문제와 기술이전 등의 경제문제를 현안으로 하는 한일 정기각료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 회담이 67년부터 매년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가면서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일한국인 법적 지위향상·한일 무역균형·기술이전 문제가 단골 메뉴였다. 이번도 거의 비슷하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재일동포 1,2세의 지문날인,기술이전 문제 등 양국의 중요 현안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고서는 내년 1월초 가이후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도 또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문제들에 관한 우리 국민의 대일본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고르비·대처는 위대한 지도자(세계의 사회면)

    ◎“100년 앞 내다보는 통찰력 소유/국제정치 심리학자들 분석/미래에 대한 비전갖고 역사창조/현실직시 능력·강한집념 등 갖춰/부시·콜은 겨우 「20년앞 예견」 세계적 지도자의 위대함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오래전부터 늘 논란이 되어온 명제중의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정치지도자의 위대함은 카리스마에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터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판단기준이 어떻든 나폴레옹이나 처칠은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치심리학회 연례회의에 참석한 정치심리학자들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도 위대한 정치지도자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총리직 사임을 선언한 대처 영국 총리와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위대한 지도자로 분류했으나 콜 서독 총리와 부시 미 대통령은 위대한 정치지도자라고 평가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이며 미 합참의장 및 호주정부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엘리어트 자크는 『정치지도자의 위대성은 성품과는 별로 관계가 없으며 지금까지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은 적어도 1백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는 적어도 1백년이상 앞을 내다본 정책이므로 고르바초프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지적했다. 대처 영국 총리는 50년 내지 1백년 앞을 내다보는 정치가이며 부시 미 대통령은 20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정치지도자라고 자크는 말했다. 그는 그러나 레이건 전대통령에 대해선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기를 거부했다. 다만 지식인들은 레이건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만 밝혔다. 자크는 『나는 카스트로가 짧은 안목을 가진 지도자라고 믿을 수 없으며 모택동이나 호치민(호지명)도 비전이 있는 지도자였다』고 덧붙였다. 국제정치심리학회 회의에 참석했던 소련 대표들은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강한 집념,독립성 등은 위대한 지도자가 필히 갖추어야할 주요 요소들이라고 밝혔다. 소련 정치심리학자중의 한 사람인 블라디미르 바실리에프는 대처 총리는 위대한 지도자이며 특히 한번 결정을 하면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도 대처와 같이 강한 집념을 가진 지도자라고 말했다. 레닌그라드대학 정치심리학회 회장인 알렉산더 유리에프는 고르바초프는 강력한 지도자이며 특히 심리적인 면에서 레닌이나 스탈린과 같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리스 옐친도 진정한 지도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련 정치인들중 99%는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고르바초프는 이같이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함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학자들은 지도자의 위대성은 가르쳐질 수 없는 것이며 리더십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도 지도자의 위대함이 과연 어디에서 오는 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지도자의 공통점은 그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역사를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보통사람보다 훨씬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위대한 지도력의 필수요건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때때로 「위대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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