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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아줌마

    ‘학문적 동지’.요즘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MBC드라마 ‘아줌마’에서 아내 오삼숙(원미경)이 남편 장진구(강석우)에게 여자친구에 대해 추궁하자 둘러대면서 ‘학문적 동지’라 한 것을 비아냥거리며 받아친 말이다.남편의 ‘이성친구’를 빗댄 것이다. ‘아줌마’는 가부장적 집안의 ‘순종적인’ 며느리인 전업주부가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변신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홈 드라마다.기존의 홈 드라마는 고부관계,시누이와 올케 등 가족간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대개 그 결말을 가족의 조화로운 삶에 맞춰 왔다.특히 남편의 외도를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용서라는 묵시적 한계를 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그러나 드라마 ‘아줌마’는 이런 ‘용서와 화해’라는 묵시적인 한계를 깨버리고 어려서부터 여자들을 훈육해온 ‘순종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아내 오삼숙은 많이 배우지 못해 남편과 가족들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면서도 순종적 삶에 만족하지만 남편과 가족이 보여주는 허위의식에 분노한다.현실적으로세쌍 중 한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는 세태다. 그러나 TV에서는 여전히 이혼을 꺼린다.그런데도 여성의 삶에서 가장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이혼을 감행하는 오삼숙은 더이상 ‘배우지못해 무식한’ 아내가 아니다.호주제 폐지,엄마성 물려주기 등 지식인 여성들과 여성운동단체들이 주장하는 구호가 그의 삶 속에 온전히녹아 있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변모하는 것이다. 많은 아줌마 시청자들이 오삼숙의 이혼에 ‘통쾌해’한 것도 아마‘그래도 가정이 울타리’라며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강박적 삶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남성들과 젊은 시청자들이 지루하다고 느낀 이혼에 따른 법률적인 절차를 다룬 부분이 주부 시청자들로부터는 오히려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아줌마’로 사는 이 시대의 주부들이 무엇을생각하며 사는지를 보여준다.드라마가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인 대학교수의 허위의식을 조롱하는 등 지식인을 너무 희화화한다는 비판도없지 않다. 그러나 지식인의 이중성에 대한 묘사는 지식인 집단에서볼 수 있는 부정적 측면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지식인들의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들을가로막는 사회적·제도적 장치들을 개선해야 할 시대다. 박찬 논설위원 parkchan@
  • [사설] 韓부총리 색깔시비

    지난달 31일 MBC에서 방영한 한완상(韓完相)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TV특강’내용 중 일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이특강은 한 부총리가 상지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지난달 5일 ‘21세기의 가치와 덕목’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것으로 방송사측이 4주 가까이 지난 뒤 방영하면서 화면 자막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소개한 것이다.특강의 큰 줄기는 한반도 냉전의 얼음이 6·15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깨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평화유지에 든 비용에비하면 대북지원은 비중이 크지 않으며 후손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망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한 부총리가 특강 중에 현재의 남북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냉전얘기를 꾸며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문제삼고 있다.이같은 시비는 특강내용의 큰 문맥은 접어 두고 작은 가지를 붙들고 색깔론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그러나 따지고보면 ‘북한 퍼주기’론을 펴는 사람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극우 보수적 시각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교류협력사업을 폄하하고 마치 우리 경제가 이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한 것도 일면의 사실이다. 한 부총리의 발언은 교육 및 인적개발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의자격으로 언급한 것이 아닐뿐더러 대학총장 시절 시사·교양 프로에출연하여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이를 두고 시비를 확산시킬 이유가 없다.한 부총리의 임명은 청와대도 발탁 배경을설명했듯이 그의 교육 경력 등 전문지식과 통일부총리를 지낸 행정경험과 경륜 그리고 개혁성을 높이 샀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한 부총리는 누구보다도 민족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깊고 통일지향성이 강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세 교육을 총지휘하는 정책책임자로서 한부총리는 비열한 색깔 시비에 구애받지 말고 보편성과 다원주의 원칙아래 창의적인 인간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 2001 길섶에서/ ‘위험한 지식인’

    영국의 저술가 폴 존슨은 위선과 허위에 가득찬 지식인의 실상을 그렸다.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늘 주위 사람과 싸우는 편집증 환자였다. 유명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심한 알코올 중독에 거짓말쟁이였다. 요즘 읽을 만한 글이 없다고 한다. 남 흠집내려는 글도 흔하다.불륜을 주제로 한,그렇고 그런 3류 소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글 쓰는이의 삶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아니면 문제 많은 삶을 과거보다덜 위장하기 때문일까.아리송하다. 조혜정 연세대 교수의 지식인 충고는 들어둘 만큼 빛난다.“개인적으로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삶을 살면 비관적인 미래를 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우리 주변에 근원적인 논의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것은 실은 그 필자들이 일상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적인 불안감이 상승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개인적인 삶을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삶의 ‘짜증’을 독자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그래서글 쓰는 이는 자신의 삶이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이상일 논설위원
  • [대한광장] 공생의 언어 공생의 정치

    지난주 일요일에 평소 친분이 있는 교수의 부탁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그는 청소년의 민주적인 토론문화를 다지는 일이야말로 시민사회의 기초라는 믿음을 가지고 어느 민간단체를 어렵게 꾸려왔다.지금껏 그의 활동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다만 간곡한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그냥 하루를 때운다는 기분으로 중학생 토론모임의 사회를 맡았을 뿐이다. 오전과 오후 대략 여섯 시간에 걸쳐 진행된 그 모임은 중학생과 학부모가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토론모임의 주제는 ‘우리 안의 미국’이었는데,사실 중학생에게는 너무무거운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 그 교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주문했다.모든 토론자에게 균등한 발언 시간과 기회를 주고,사회자는 토론 내용에 간여하지도 자신의 의도를 주입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나는 토론 결과를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어쨌든 주최측 주문을 존중하기로 했다. 사회자로서 내 역할은 단지 기술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그 다음에 나머지 토론자들을 적절한순서에 따라 지명했을 뿐이다.다만 모든 토론자는 3분 이내에 발언을마쳐야 했고 그 시간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제한을 가했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어떤 경이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원래기대가 크지 않았으므로,토론 과정에서 생성된 일련의 변화가 더욱더놀라운 경험으로 다가왔던 것이리라.학생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산만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하지만 한차례씩 발언을 거듭할수록 점차 특정한 주제에 몰입하면서 의견을 활발하게 나누는 것이 아닌가.그들은미국에 관해 실제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거론하면서공감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십수년간 대학강단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런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다.나이 어린 중학생들의 토론이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낳은 원인은 무엇인가.발언 시간 및 기회의 균등한 배분,그리고 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단순한 조건이 그들 사이의 교감을 생성하고 확대한 것이다.나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사람들 사이에 권력의행사를 줄일 때, 그들이 좀더 평등한 관계와 균등한 조건에서 만날때,공감의 영역을 확대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사실 기성세대는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이 간단한 조건을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도하지 않는다.지식인들의 토론을 보라.자의적으로 권력관계를 설정한다음에 자신만이 발언 시간과 기회를 독점하려고 한다.상대방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토론에서 남는 것은 다툼과 균열과 적대감이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전해주는 이 사람들의 언어는 사회 전체의 불쾌지수만 높일 뿐이다.매스컴의 선정주의 또한 이 과정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 단순한 조건을 중시하지 않는다.우리는 그것을이론적으로만 인정할 뿐 몸으로 체감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오늘날의 정치가 공생이 아니라 공멸의 길로만 나가는 것도 정치인들이 정치 언어나 담론의 장에서 균등한 기회의 원칙을 애써 무시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추론일까. 나는그들이 이 원칙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기성세대가 사회 전면에서 퇴장하고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토론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들어선 후에야 아마도 공생의 언어가 등장할 것이다.그때비로소 우리는 공생의 정치를 무대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먼 훗날의그 무대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이 영 석 광주대교수·서양사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2)진교훈교수의 ‘생명윤리사상’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우선 용어부터 명확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생명공학’과 ‘생명과학’이 혼용되더니 요즈음은 ‘생명공학’으로 굳어진 느낌인데 생명이라는 단어와 공학이라는 단어는 궁합이 안맞는 같기도 합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생명공학이라는 말을 싫어 합니다.반생명적이기 때문입니다.생명을 공업화 한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기술지배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조작은 결국 기술이지요? 그렇습니다.게놈 테크닉이라는 것이 전기충격이나 화학요법으로 세포에서 핵을 분리시켜 다른 핵을 바꿔넣는 작업이니까요.그 이전 까지는 과학입니다.생명의 신비를 연구하고 푸는 것이므로··.어쨌든인문학에서는 조작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습니다.그런데 공학에서는 당연시 합니다.실험실에서 하는 일상적인 연구가 변형,조작이니까요.바로 이 부분 때문에 생명윤리라는 것이 제기 됩니다.생명을 돕는 차원을 넘어서 생명 그 자체를 기술적으로 조작하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어떤 기술에 대해 사전에 윤리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일종의 파쇼라는 주장이 있습니다.이를테면 자동차 매연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석유 때문에 걸프전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용자들의 윤리 문제이지 자동차 발명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동양에서는 모든 기술에 윤리가 따라 다녔습니다.그러니까 ‘아는것이 힘이다’ 했을 때 이미 윤리가 포함돼 있어요.그런데 서양에서‘아는 것’ 즉 지식은 가치중립적입니다.서양의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잘 알다시피 노벨이라는 사람이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하고 그 폐해가 너무 심각한 것을 보고 평화상 기금을 마련했지요? 그건 폐해가발생한 이후의 조치입니다. 동양에서도 전쟁에서 성(城)을 공격할 때폭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그 제조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고 대량생산 체제로 발전시키지 않았어요.사전윤리지요.따라서 사전 제어 시스템이 없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때 어떤불행이 오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지요. 서양의학도 마찬가집니다.매우국부적이고 일방적입니다. 생명공학은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의료기술입니다.여기에상업적 동기까지 가미됐습니다. ●언론인 등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여론조사에서 90% 가까이가생명공학을 반대한다고 응답하면서도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의 길이 있다면?” 하고 물었을 때 같은 비율로 치료에 응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생명공학은 유전성 치매,알츠하이머병등을 앓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의술”이며.건강한 사람,즉 생명공학의 시술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제기하는 윤리문제는 너무 속편한 주장이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을 꺼려 합니다.그런데 그 식품을 취급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생각이 다릅니다.그렇다고 그들 소수의 생각이 옳다고할 수 없지요.자기의 이해관계와 결부된 판단은 옳은 판단이 아닙니다.내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교통법규는 지키지않아도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지요. ●생명공학이 관심을 끌면서 생명의 시작과 죽음에 대한 논쟁이 재연됐습니다.특히 세계적인 추세는 뇌사를 죽음으로 간주하고 있는 데윤리학회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뇌사를 죽음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철학도의 소관은 아닙니다.다만뇌사를 죽음으로 판정하게 된 동기가 장기이식과 관련이 있다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1967년 남아공 의사 버나드 씨가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했습니다.그 때 심장이식에만 관심이 쏠렸지 심장의 출처는 비밀에 부쳤는 데 그 심장은 사형수 것이었지요··.1983년인가권투선수 김득구씨가 미국에서 뇌진탕으로 사망했는 데 의사가 사망판정을 했지만 심장이 뛰고 체온이 있으니까 그 어머니가 한사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나는 그 어머니 주장이 이해가 갑니다.결국 김득구의 장기는 기증됐어요.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그 네브라스카주가미국에서 최초로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한 주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 지금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약 300명,신장이식을 기다리는사람은 약 600명이라고 합니다.세계적으로는 몇만명 되겠지요.이들을위해서 아직 심장이 뛰고 체온이 남아있는 몸에 메스를 들이대 장기를 도려낸다고 생각해 보세요.또 기왕 죽을 사람이라는 전제가 뇌사판정을 앞당길 우려는 없을까요? 뇌사판정이 전적으로 의사의 소관이지만 그것이 장기이식과 연관되면 음모가 개입될 수 있습니다.그런의미에서 나는 사형제도도 반대합니다. ●뇌사를 사망으로 보는 이유로 불가역성,즉 소생확률이 거의 전무하다는 의학적 결론이 있습니다. 소생 가능성과는 상관 없습니다.뇌사 상태가 완전한 죽음이냐 이거지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논리에 따르면 의식없는 몸이무의미한 것은 사실이지요. 바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서양의학에 아직도 정신이 제외된 몸을 단순한 물체로 취급하는 철학이 깔려 있어요.국제항공협약에서도 사체는 일반화물로 취급,무게에 따라 요금이 책정됩니다.뇌사를 죽음으로보는 철학적 근저가 유물론·기계론적 가치관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세포 한개에서 온전한 생명을 복제해 냅니다.뇌세포에만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그렇게 보면 생명공학 시술이 외과적 장기이식 보다는 훨씬 생명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수정란을 만듭니다. 실패확률이 높으니까요.그 중에 하나 사용하고 나머지는 5년 후 버립니다.극단적으로 말하면 조기유산이 수없이 저질러지는 거지요.현재도 약 4,500개 수정란이 냉동보관중에 있습니다.치료용이라고합시다. 소수의 치료를 위해 생명의 존엄성 자체를 훼손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렇지만 이미 판도라 상자는 열렸습니다.쥐,양,소,침팬지 까지 복제가 됐으니까요.지금까지 보면 공상과학은 곧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불원간 복제인간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요.다국적 기업이 막대한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생명공학의 대중화 시대를 예견했기 때문이아닐까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 끼어들어 대중화를 여는 것입니다.생명의 자본화 내지 상업화인데 그렇게 되면 생명의 유일회성파괴,단성생식으로 인한 혈족 파괴 등 상상불허의 위험사회로 가는겁니다.다국적 기업들은 유전공학이 농작물에서 당장 돈을 벌고 있습니다.앞으로는 농민들이 씨앗을 기업에 사야 하니까요.그런 의미에서지적소유권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며칠 전,스티븐 호킹이 말한 신인류 출현은 바로 그에 대한 경고 입니다.생명윤리학과 생명윤리에 관한 법은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제약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과학기술이 가치중립이므로 과학자글은 연구의 한계를 모를수있기 때문입니다.모든 사람에게 윤리가 적용되는 것처럼 생명과 관련된 기술과 연구에도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요구되고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국가생명윤리자문위위원회의’ 항시 활동이 요청됩니다. *진교훈 교수 “생명윤리…첨단 생명공학의 발전 밑거름”.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수명의 연장과 물질적 부(富)를 보장했다.특히산업혁명 이후 상아탑의 과학이 기업과학,시장과학으로 바뀌고 이 때부터 과학기술은 지적 호기심과 공포의 대상,또는 이윤추구의 도구로바뀌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싹트기 시작한 것도 대강이무렵 부터다.구체적으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원폭투하로 8만명이 희생된 후가 된다.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자들의 성찰은단지 성찰일 뿐이었다.철학자들이 과학기술에 제동을 건다는 것은 달리는 기차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격이나 마찬가지였다.어떤 기술이든지 신기술이 나오기 전에 윤리적 타당성을 따져 보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적이 없었던 게 그 좋은 예다. 기술이 인류에게 풍요와 편리를 제공한다는 믿음에 의의를 제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생명공학은 과학기술의 첨단이다.지금까지 인간의 삶을 돕는 수단이었던 과학기술이 이제는 인간의 생명 그 자체를 복제하거나 변형하는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생명윤리 문제가 제기된 배경이다. 여기서 생명윤리란 생명공학,즉 의료윤리와 과학기술의 윤리를 말한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에 한정했던 전통윤리를 자연계로 확대한 생태윤리도 포함 한다. 생명윤리가 새롭게 주목을 끄는 이유는 생명공학의 상업적 이용으로전통윤리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새로운 갈등들이 늘어 나고 있기 때문이다.장기이식,유전자 변형,생명복제 등은 전통윤리의 범주를 벗어난다.여기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또 다른 나는 존재 하는가?’‘나쁜 유전자는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이 따르지 않을수 없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세계의 학자들이 모여 연구, 토론을 시작했고우리나라도 1998년에 생명윤리학회가 창립됐다. 198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술윤리’라는 용어를 사용한 진교훈(秦敎勳)교수는 문제의 해결을 기상천외한 데서 찾지 않는다.“생명에대한 외경,겸손,사랑을 깨달아야 한다. 거기서 생명윤리가 나오고 생명공학과 같은 첨단의학은 이 윤리를 동반할 때만 인류에게 복음이될 것”이라고 말한다. △진교훈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졸업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철학 박사 ▲한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한국철학적 인간학회 부회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장 ▲서우철학상 저술상 수상 ▲저서:‘철학적 인간학 연구’1·2.‘현대 평화사상의이해’‘현상학과 실천철학’‘문화철학’‘현대사회와 정의’‘한국인의윤리사상’‘21세기를 여는 한국인의윤리사상’‘환경윤리학’ 등 다수
  • 反세계화 지속 추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반(反) 다보스포럼’을 기치로 내건 세계사회포럼(WSF)이 개막됐다. 환경운동가,좌파 지식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운동가 3,500여명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남쪽 1,600㎞ 떨어진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을 갖고 앞으로 5일 동안 가두행진,워크숍 등을 열기로 했다. 울리비우 두트라 브라질 리우그란데 주지사는 개막연설에서 “사회포럼은 실업과 절대빈곤,굶주림,차별,전쟁,토지소유의 집중화,집단소외,환경파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의 조직된 운동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널드사와 싸워 승리한프랑스의 농민운동가 조제 보브,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미망인 다니엘 미테랑 여사,수하르토 대통령을 실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도네시아의 학생운동가 디타 사리,칠레 작가 아리엘도르프만,우루과이 정치평론가 에돠르도 갈레아노 등 내로라하는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했다.조제 보브는 사회포럼이 “진정한 시민운동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강준만교수 조선일보에 ‘포화’

    거침없는 글쓰기로 ‘언론성역’에 도전해온 전북대 강준만(신방과)교수가 조선일보의 보도태도와 주요 필진에 대해 ‘전방위 비판’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를 집중분석한 비판서를 이미 더러 출간하기도 했지만 이번강 교수의 글은 비판의 강도나 날카롭기가 예전과는 또다르다.마치조선일보와 전면전이라도 선포하고 나선듯한 느낌이다. 최근 출간된 ‘인물과 사상’(제17권,개마고원)에서 강 교수는 지면대부분을 조선일보 비판에 쏟았다.강 교수가 첫머리에서 문제삼고 나선 것은 조선일보의 지역감정 관련 보도태도. 강 교수는 ‘지역감정조장이 사시인가’라는 글에서 “예전의 영남패권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여 거의 문제삼지 않던 반면 오늘날의 호남편중 인사는 조금이라도 ‘편중’기미가 있다 싶으면 뻥튀기를 하면서 폭격을 퍼붓는 식”이라며 “이게 바로 (지역감정 조장) ‘공식A’”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교수는 “지난 4·13총선 등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인사들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으나 조선일보는 단한번도 이를 제대로 비판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1920년창간이래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호남출신 인사가 단 한명도 기용된 적이 없는 사실 등을 들어 “조선일보 자체가 지역감정 조장의 소굴”이라고 비판했다. 또 ‘남북대결주의가 사시인가’라는 글에서는 “조선일보는 ‘반통일적’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멸공통일’과 또 ‘멸공’을 실현하기 위해 전쟁을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몇 개월째 조선일보사설을 분석하다보니 조선일보가 (대북보도에서)마치 떼를 쓰는 어린애 같아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비꼬았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신문사인가,정당인가’에서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과의 ‘띄워주고 받아주기’식의 공생관계를 꼬집었다. 한편 강 교수가 ‘일전불사’를 밝힌 글은 그 다음에 나온다.강 교수는 조선의 ‘얼굴마담’격인 필자 세 사람을 ‘너무도 엽기적인 김대중 주필’‘극과 극을 치닫는 류근일 논설주간’‘엽기적 픽션 작가로 데뷔한 조갑제’로 지칭하면서 ‘싸움’을 걸고 나섰다. 우선 김대중 주필에 대해 “누군가를 매도하고 싶을 때 흔히 ‘공중에 띄웠다가 떨어뜨리기’수법을 흔히 사용한다”고 꼬집고는 (97년12월 대선 전후의) 주사(酒邪)사건과 영작문사건의 당사자인 김 주필이 사과 한마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류근일 주간에 대해서는 “‘맹목적 마키아벨리즘’에 찌든 사람”으로,또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대북정책의 골수 이데올로그로,국가안보를 위한다는 핑계를 대고 ‘대통령 모독’을 밥먹듯 저지른다”고 비판하고는 “그는 마치 엽기적픽션작가로 데뷔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강 교수가 이 세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아니나 그동안 제대로 된 ‘싸움’은 한번도 없었다. 고함소리를 질러도 ‘메아리’가 없으니 강 교수로서는 싱겁고 섭섭했던 모양이다.그는 “그동안 나의 ‘조선일보 비판’에 대해 조선일보사측은 물론 그 어떤 지식인으로부터도 그에 대한 반론을 접한 적이 없다.…나를 상대해줘봐야 나를 키워줄 뿐이라는 생각으로 나의비판에 대해 침묵하면서 ‘혹 명예훼손소송으로 보복할만한 건수 없나’하는 쪽으로만 신경을 쓰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일단의 심경을 이 책에서 밝혔다. 정운현기자 jwh59@
  • [이사람] 피아니스트 이희아양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난을 극복한 사람들,평범하지만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독특한 개성의 사람들,다른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는 사람들,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엿보는 ‘이사람’ 시리즈를 2주일에 한번 월요일에 싣는다. 정오의 햇살이 피아노 위에 내려앉는다.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희아가 피아노 앞에 앉는다.그녀의 네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춘다.잘린 허벅지로 특수 제작한 페달을 밟으며 네 손가락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한다.환상적인 선율이 그녀의 작은 거실에 울려퍼진다.희아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세상의 불편함을 뛰어넘었다.피아노를 칠 때는 살아 있음을 느끼는 행복한 순간.그녀의 피아노 소리는 희망의 멜로디가 되어 넓은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네 손가락의 파아니스트인 이희아(16).그녀는 지금 주몽중학교 2학년이다.주몽학교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희아는 태어날 때부터 한 손에 손가락이 두개씩 밖에 없다.다리는 막대기처럼 가느다랐다.발가락도 하나씩 밖에 없었다.세 살때 기형인 허벅지 아래를 잘라냈다. 희아는 그러나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불굴의 의지와노력으로 그 장애를 뛰어넘었다.열 손가락으로 치는 다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연습으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가 됐다.하루에 5∼10시간씩 연습했다.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엉덩이가 짓무르기도했다.그렇다고 피아노에 천재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가장 뛰어난 재능은 육체의 장애와 고통을 이기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참을성이다.희아는 태생적 비극을 극복하고 ‘희망의 낙원’을 만들어가고 있다.그녀의 아름다운 삶의 풍경은 검은 탐욕과 허영의 탁류가 흐르는 혼탁한 사회 속에 희망과 구원의 빛처럼 빛난다. 희아는 세월의 그릇을 알차게 채워오고 있다.희아에게는 ‘오늘 하루’가 중요했다.내일은 늘 불안했다.어릴 때의 집은 병원이었다.여섯 살때까지 거의 병원에서 지냈다.그 후에도 허벅지에 물이 생기는증상과 뇌출혈 등으로 자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희아는 정상적인 어린이들 보다 더 밝고 명랑하다.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아이들이 놀려대도 피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심하게 놀려대는 어린이들이 있으면 “그래 나는 귀신이다.귀신이랑 놀자”라며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놀리는 아이들을 곧 친구로 만드는놀라운 친화력이 있다.희아의 얼굴에는 그늘이라고는 조금도 없다.조그만 얼굴에 귀여운 눈 그리고 분홍빛 머리핀이 잘 어울리는 희아는동화 속의 아이처럼 예쁘다.집에서는 허벅지로 종종 걸음을 하고 밖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한다. 희아의 이야기는 국내 뿐 아니라 CNN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네 손가락의 즉흥환상곡’이라는 동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99년에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탔다.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신지식인 청소년’에 선정되기도 했다.2000년 1월23일에는 서울에서 독주회를 가졌다.같은해 10월 중순에는 호주를 방문,8차례의 연주회를 가졌다. 오늘의 희아 모습 뒤에는 자신의 눈물겨운 노력과 어머니의 헌신적인 희생 그리고두명의 피아노 선생님이 있다.희아는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손가락을 자유롭게 놀려 글씨라도 예쁘게 쓰고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피아니스트가 되게 하려는 마음까지는 없었습니다”라고 희아 어머니는 말한다.그런데 피아노 선생님 구하기가 어려웠다.장애아라고 모두 거절했다.그러던중 희아 어머니가 근무하던 산부인과 병원의 간호사로부터 조미경‘숲속 피아노 학원’ 원장(33)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희아가 건반을 힘껏 눌러도 피아노 소리는 제대로 나지 않았다.손가락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었다.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조미경 선생님은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습니다.정말 열정적이었죠.나도 엄하게 키웠는데 조 선생님은 나보다 더 엄했습니다”라고 희아 어머니는 그 때를 회상한다. 희아는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난 92년 전국 학생연주평가회 유치부에 나갔다.주최측은 당초 연주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혐오감을 준다며 희아의 출전을 거부했다.그러나 조 원장의 끈질긴노력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희아는 와이만의 ‘은파’로 최우상을 탔다.그후 여러 연주회에서 많은 상을 탔다. 희아는 99년 베로니카 수녀님의 도움으로 김경옥 서울음대 강사(46)를 만났다.김 강사는 일주일에 두번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희아는김 강사의 ‘음악성’이 있다는 말에 힘을 얻고 있다.“희아는 감성지수가 높은 것 같습니다.음악성이 있어요”라고 김 강사는 말한다. 희아 어머니는 두 사람의 선생님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희아는 요즘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영어는 재미있어요.그런데수학은 너무 어려워요.”집에서 쉴 때는 컴퓨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가장 좋아하는 탤런트 안재욱의 노래를 잘 부른다.안재욱과 같이찍은 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요즘은 4월20일 아셈홀에서 있을니르바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모차르트의 콘체르토를 연습하고 있다. 희아는 꿈이 많다.“대학에 가서 부전공으로 영화를 공부하고 싶어요.강제규 감독님의 ‘쉬리’처럼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시나리오도 쓰고 영화 음악도 만들고….그러나 가장 큰꿈은 백건우 선생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예요.” 희아는 헬렌 켈러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그는 연주회 때의 수익금을 장애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희아는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싶어한다.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와 힘이 되고 싶다고 한다.“장애인들 뿐만 아니라삶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되고 싶어요.”이창순 편집위원 cslee@. *희아만큼 감동적인 엄마 우갑선씨. 희아 어머니 우갑선씨(46)의 삶은 소설보다도 더 감동적이다.그의삶은 보통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희생의 연속이다.그러나 우씨는 그 희생을 행복의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며 거친 세상을 살아왔다. 우씨의 어린시절은 유복했다.아버지는 진주에서 약국을 운영했다.팔 남매의 둘째딸로 태어났다.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원호병원(지금의 보훈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그 병원에서 포병학교를 수료하고 67년 포병소위로 임관했다가 같은 해 사고로 척추부상을 당한 후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환자를 간호하게 됐다.그것은 운명적 만남이었다.집안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 남자와 결혼했다. 희아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후 태어났다.“유전적 요인이나 감기약 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희아가 태어났을 때 마음이많이 흔들렸습니다.그러나 하느님이 보살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우씨는 희아를 당당하고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공중목욕탕에도 데리고 다녔다. 우씨는 희아가 태어난 후 산부인과 조산사가 됐다.희아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출근하며 일했다.그러던 중 유방암이 발병했다.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수술후 2년이 지났다.그런데 갑상선 호르몬 이상으로 요즘도 힘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우씨는 지금 희아와 둘이서 산다.1급 척수 장애자인 아버지가 지난해 6월 장 천공 등의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희아 아버지의 죽음은 가족에게 너무 큰 슬픔이었습니다.아직도 실감이 안나요”희아 아버지의 죽음으로 연금이 4분의 1로 줄어 생활이 더 어렵다.희아네는 서울 상일동에 있는 신생보훈빌라에서 산다. 우씨는 92년 장한 어머니상을 탔다.그는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말한다.“보잘것없던 희아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 심형래 감독의 ‘2001 용가리’

    ‘2001용가리’(제작 영구아트무비)의 첫시사가 있던 지난 8일 오후서울 허리우드극장.“직원 86명과 함께 밤잠 못자고 만들었습니다.용기를 주세요.” 기자시사회장에서 으레 듣는 소리이지만,이날 심형래감독의 인사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에 겹친 ‘하루’시사쪽으로 기자들이 몰려가 더 썰렁해진 극장안.지난 99년 7월 개봉 당시 그는 ‘신지식인 1호’라 추켜세워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주인공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업그레이드 용가리’는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평가받아 마땅한 미덕을 지녔다.무엇보다 컴퓨터그래픽과 화질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는 점이다.심 감독이 영화를 손질하기 시작한 건 99년개봉이 끝난 직후부터.용가리와 괴수 사이커의 대결을 다룬 줄거리는그대로 두고, 이후 16개월동안 원판의 약 80%를 다시 손본 결과다.추가로 35억원을 들였으니 원판제작비(115억원)까지 합하면 150억원을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 사실,심감독의 지난 2년은 편치 않은 시간이었다.세종문화회관과의독점상영권 다툼에서 패소한데다,‘신지식인’이란 거품정책으로 본의아니게 ‘바지저고리’가 된 형국이었다.영화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그의 근성과 용기는 그래서 한번쯤 주목받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우리말로 더빙된 ‘2001용가리’는 메가박스 스카라 등 서울시내 9개관,지방 21개관에서 20일 개봉된다.극장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터에그나마 배급사 AFDF와 손잡은 덕분이다.“할리우드 메이저와 한판 붙어볼랍니다.” 심감독의 배짱과,용가리의 귀환에 박수부터 보내고 보자. 황수정기자
  • 김정일 訪中/ 경제특구 시찰할듯

    16일 현재 상하이(上海)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된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앞으로 6일간 중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은 체류기간 동안 상하이의 상징이자 공업·금융·첨단산업지대인 푸둥(浦東)개발지구를 시찰할 예정이다.개혁·개방의 전진기지이자 공업지대인 광둥성(廣東省) 선전(深과)경제특구도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푸둥(浦東)=서울시만한 신도시 개념의 푸둥지구는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 장기 전략의 하나로 국가차원에서 개발한 곳.푸둥개발계획은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상하이 공산당서기였던 88년 당시 시장이던주룽지(朱鎔基) 총리와 함께 만들었다.푸둥을 홍콩에 버금가는 금융도시 만들어 중국이 ‘아시아 경제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상하이(上海) 발전의 핵으로 삼겠다는 것이 개발 목표였다. 푸둥은 뉴욕의 맨하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그 중에서도 루자쭈이 금융무역구는 80층을 넘는 빌딩들이 숲을 이룬다.푸둥을 가로지르는 폭 100m의 스지다다오(世紀大道)는 파리의 샹젤리제를벤치마킹했다.도로외곽에는 경제발전 외에 인간의 삶을 함께 생각한다는 모토 아래 4겹의 나무숲을 만들었다.스지다다오는 푸둥을 가로질러 연간 8,000만여명의 여행객과 50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능력을 갖춘 푸둥 신공항까지 이른다. ■다롄(大連)=랴오둥 반도의 서남쪽 끝에 위치한 다롄은 인구 550만명의 대도시.중국의 항구·공업·무역·관광 도시다.면적은 1만2,000㎢.현재 중국에서 가장 개방된 도시로 외국기업 투자가 활발한 지역이다.중국내 경제기술개발구 중 하나며,주로 일본기업들이 전자산업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97년 포항제철이 공장을 세웠으며,LG산전 등이 진출해 있다.수만명의 조선족과 1,000여명의 한인이 체류하고 있다. 다롄은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곳’,‘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90년대 초 중국 8대 원로인보이보(薄一波)의 아들 보시라이(薄熙來) 시장 재임 6년간 연 16%의고성장을 이뤘다.90년대 후반 울타리를 없애자는 캠페인에 따라 시청사 등 주요 관공서와 일반 대형 건물들까지 담을 허무는 등 도시 미관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선전=세계 최대의 정보기술 산업기지로 떠오르는 ‘중국 경제특구1호’다.1980년 중국 개혁·개방의 전진기지이자 이후 20여년간 중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초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변화의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곳. 중국의 100대 기업 중 무려 23개의 기업이 광둥성내에 있고,수출실적을 따져봐도 선전-상하이-둥관의 순이니 선전특구는 그야말로 중국경제성장의 1등 공신인 셈이다. 선전시를 이같은 정보기술 산업의 세계적 생산거점으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젊고 의욕있는 인재들의 대거유입으로 인한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이런 이유로 일본·대만·한국업체 등을 비롯,외국계 전자부품업체들도 최근 이곳으로 대거 몰리고있다. 선전특구 주민들의 평균연령은 30세를 넘지 않는다. 선전특구는 오는 2008년까지 조성될 2,000만평 규모의 북한 개성국제경제지대(개성공단)의 선행모델이 되고 있어 남북한의 경제적 실익과도 관계가 깊은 곳이다. 이진아·이동미기자jlee@. *상하이 어떤 곳인가. 양쯔강 하류에 자리잡은 세계적인 무역항 상하이(上海).상하이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42년부터다.아편전쟁 뒤 체결된 난징조약에 의해 개항구(開港口)가 됐기 때문이다.그로부터 158년이 지난지금 상하이는 세계 10번째 안에 드는 무역·경제·금융의 중심지로탈바꿈했다. 상하이시는 4년 전부터 장강(張江) 하이테크개발구 거리를 야심차게개발하고 있다.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장강의 모델이다. 장강은 상하이가 기술도시임을 대변해준다. 상하이시와 중국 정부가 1996∼2000년까지의 5개년 계획중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곳은 푸둥(浦東)특구.지금은 세계 100대 기업중 57개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외국금융기관 46개 지점과 142개 사무소도 개설됐다.푸둥은 상하이가 경제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이다. 상하이는 한국에도 친숙한 도시다.상하이의 마땅로(馬當路)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옛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임시정부 청사에는 1926년 12월부터 1932년 5월까지 6년동안 이곳에서 활동한 임시정부 요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문헌·실물자료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상하이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 외에도 상하이방(幇)의 역할도 크다.상하이 출신이거나 이곳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해온 상하이 인맥을 일컫는 상하이방은 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 겸국가주석을 정점으로 주룽지(朱鎔基) 총리,쩡칭홍(曾慶紅) 당조직부장 등이 포진해있다.쉬쾅디(徐匡迪) 현 상하이 시장도 주 총리가 밀어주는 실세다.황쥐(黃菊)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상하이시 당서기는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푸둥 개발주역 쉬쾅디 상하이시장. 푸둥(浦東)특구를 실질적으로 일궈낸 쉬쾅디(徐匡迪) 상하이(上海)시장(64)은 당간부 출신이 아니면서도 고위직에 오른 전형적인 기술관료다.그의 고속 출세에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도움이 컸다.하지만 과학기술과 교육분야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는 36년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59년 중국 베이징(北京) 철강학교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야금학을 가르쳤다.항공기에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개발해훈장을 받을 만큼 야금학에서는 일인자였다.중국인으로는 드물게 80년대 영국과 스웨덴에서 유학했다. 89년 상하이시 교육부장에 임명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3년 뒤인 92년에는 상하이시 행정부시장으로 승진했다. 그해 상하이방의 도움으로 중국공산당 중앙후보위원에 올랐다.94년에는 시 부서기,95년에는 시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97년에는 당중앙위원으로 임명돼 권부의 핵심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그는 상하이를 방문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푸둥특구의 눈부신발전상을 소상하게 보여주고 북한 정보기술(IT) 개발의 모델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충식기자
  • 대한매일을 읽고/ 서울시의 서정주 기념관 건립 안될말

    대한매일 1월11일자 6면 칼럼 ‘서정주 기념관?’의 의견에 적극 찬성한다. 서정주 시인에 대해 일부 언론매체에서 국민시인이니 하면서 온갖추앙을 다하더니 서울시까지 나서서 기념관을 짓겠다고 한다는 것은무언가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무엇이 국민시인이고 기념관이란 말인가? 친일·친독재 행위를 한자를 국민시인이라고 부르고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을 설립한단 말인가? 이번 일을 보면서 나이 어린 세대가 어떻게 느낄지 심히 걱정된다. 우리나라 언론인·지식인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일제에서 해방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그잔재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곽기련 [soccerclub@hanmail.net]
  • [씨줄날줄] 서정주 기념관?

    우리사회가 아무래도 가치기준을 크게 상실하고 있는 것같다. 서울시가 미당(未堂)서정주(徐廷柱)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전도된 ‘가치기준’의 하나라 하겠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기념관건립을 둘러싸고 ‘국론분열’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터에 서울시가 정상적인 사고라면 미당 사후 한달도 안돼 그의 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미당이 지난 연말 작고 했을 때 일부 언론과 문인들이 ‘국민시인’으로 치켜세우며 그의 문학과 생애를 미화하자 비록 ‘모기 소리’정도 이지만 친일 행적과 독재영합을 비판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목소리가 작다고 미당의 ‘과거’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언론과 지식인 집단의 균형감각과 역사의식의 문제일 뿐이다. 모름지기 “문(文)은 인(人)”이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글의 가치가 달라진다. 몇해 전 헌정회(憲政會)일각에서 매국노 이완용의 글씨를 전시하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취소한 적이 있다. 이완용은 비록 매국노이긴 하지만 글씨(휘호) 하나만은 수준급이라 한다.그의휘호가 아무리 명필이라 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글씨를 방안에 걸어놓겠는가. 미당을 이완용과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는 친일을 반성하기도했고 그의 시와 문학이 한국문학사에 끼친 영향을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세금으로 미당의 기념관을 세우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미당은 일제 말기 친일문학지 〈국민문학〉과 〈국민시가〉의 편집일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친일작품을 썼다. ‘친일대표작’인 ‘송정오장 송가(松井伍長頌歌)’로부터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란 수필 등 평론·시·단편소설·수필·르포 등 10편이상의 친일작품을 썼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이승만과 전두환 등 독재권력에 영합하는 추악상을 보였다. ‘국민시인’, ‘국화시인’따위의 헌사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미당이 일제에 아첨하며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몰 때 그와 연배가 비슷한 장준하 등 청년들은 일본군을 탈출하여 독립군으로 조국광복전장에 섰다.미당이 독재권력과 한패가 되었을 때는 민주주의편에 서서싸웠다. 그리고 의문사를 당했다. 지금 장준하의 기념관 하나 짓지 못하는 우리사회가 서정주기념관을짓겠다고 한다. 서울시의 가치관에 이상이 없는가, 그리고 한국사회의 가치관은 건강한가? [김삼웅주필 kimsu@]
  • 관가 화제의인물/ 金材烈씨

    지난 93년 시중은행의 휴면계좌 예금을 빼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위해 청와대 전산망을 넘나들었던 ‘해커’ 김재열(金材烈·31·)씨가새해부터 한 회계법인의 전략기획팀장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김팀장은 지난 98년4월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예산처) 사무관으로특채돼 공공부문 개혁과 재정개혁을 주로 맡아왔다.개혁성과 능력을인정받아 고졸의 학력으로 석·박사 출신을 제치고 특채됐다.지난해말 사표를 낸 뒤 지난주부터는 안건회계법인의 전략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팀장은 “공무원 생활은 보람이 있었다”면서 “예산처 정부개혁실은 적은 직원에도 할 일은 많아 고생도 했다”고 털어놨다.지난해2월에는 예산처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국가채권관리방안에관한 종합적인 아이디어를 낸 게 주요인이다. 그는 또 예산처가 지난해 말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개편 시안을 내는 데 실무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지능지수(IQ)가 140인 수재로 지난 88년 전남 순천고를 졸업했다.대학입시에 실패한 뒤91년 5월부터 컴퓨터에몰두해 해킹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닦았다. 지난 94년 4월부터 98년 1월까지는 대우그룹의 기획조정실과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곽태헌기자
  • [여성 선언] 미당의 죽음과 문인의 의식

    옛날 천주교가 박해받은 시절의 기록을 보면,신자들이 관리들 앞에끌려가 묵주에 침을 뱉든가 마리아상을 밟고 걸어보라는 요구를 받는대목이 나온다. 스스로 신자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고 증명해야만 한다는,존재의 신원에 대한 강요가 참으로 섬뜩하게 느껴진 대목이었다. 신앙의 자유가 개인의 권리가 아닌 시절 남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이도달해야 한 삶과 죽음의 막다른 벼랑은 ‘진실과 죽음’‘거짓과 삶’이라는 기묘한 조합을 우리 생의 한 원리로 인식시키기에 족했나보다. 최근 문인들과 지식인들은 한 노시인의 죽음 앞에서 비슷한 질문에봉착하게 되었다.일제강점기에는 학병입대 선동의 시를 썼고 5공 시절에는 독재자 얼굴이 “태양처럼 빛난다”라는 시를 쓴 바로 그 사람,광주항쟁 피해자들을 향해 “공권력의 적법한 행위이므로 배상 불가”라고 망언을 퍼부은 바로 그 사람,미당 서정주를 여전히 빼어난시인으로 추모할 것인가,아니면 버릴 것인가. 이것이 저 섬뜩한 질문과 닮아 있는 것은,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는 점 말고도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그 선택을 한 바로그 사람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가 명백히 드러난다는 점에서이다. 나는 지난 여름 미당의 ‘국화옆에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어용시비를 바라보며,친일·친독재 부역자들의 문학을 문학사 내부에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문학 가치평가의 메커니즘이 고장난 것이라는 요지의글을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았다.물론,미당 문학에 대한 성토나 비판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1980년대에 미당은 분명 젊은 작가들에 의해 배척된 사람이었다.그러나 90년대 들어 슬그머니 복권된 미당을 둘러싸고 오늘 현장의 문학을 선택하고 평가할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 보여준 상찬이나 침묵은 도무지그 이유를 가늠할 길 없는 신비로까지 보인다.그 무거운 침묵을 타고미당은 가장 찬양받는 국민시인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그 미당이 죽었다.당신들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이라도적어야 한다.미당이 당신에게는 어떻게 보입니까? 이제야말로 미당에대한 논평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그러므로 미당의 죽음은,그자체로서 바로 나 자신을 비롯한 문인·지식인들의 정체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용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당을 밟지 않는 것,그것은현재의 안락함을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며,자기 신앙을 배반한 대가로 목숨을 이어간 사람들,살아서 영혼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현재형 판본인 것이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거행하는,미당의 죽음에 대한 애도라는의례의 성격과 수위를 감상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한정신에 의해 조직되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비애를 맛본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미당 문학에 대한 부정과 그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인 것과 비교해볼 때,소위 주류언론의 꽃다발 바치기는 미당 옹호가 기득권 수호와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미당에 대한부정이 자기 삶에 대한 부정이 아닌 바에야,어떻게 찬양하기까지 하는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가스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낭만적으로 향수하며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는 아우슈비츠의 장교는 아름다운가? 한 사람의 생이 지금 우리사회 지식인의 신원을 결정짓는 척도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미당의 죽음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가 지금너무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아마도 앞으로는 생과 문학을 분리시키고도 당당할 수 있는 문인이 다시는 불가능하리라.미당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예사롭지 않은 공방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은 바로이런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죽음이 던지는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그리고 지켜보아야 한다.누가 미당을 옹호하는가,그리고 왜?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자인가를 우리가 아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미당의 죽음이 가져올 파장은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미당에 대한 추모의 수위야말로 조선일보 문제에도,과거청산 문제에도 한사코 발언을 꺼려온 문인들이 제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내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 “의식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노혜경 시인
  • 심형래씨 ”’용가리2’는 ‘쥬라기 공원’ 뺨칠것”

    ‘신지식인 1호’인 용가리의 심형래(沈炯來)씨가 업그레이드된 ‘용가리2’를 오는 20일 선보인다. 용가리는 2년전 개봉돼 300만명 관객을 모았던 영화.당시 격려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불모지인 한국 SF(공상과학)영화를 개척하면서미국 헐리우드 공략을 시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반면 드라마 전개는물론,컴퓨터 그래픽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용가리 2001’라는 이름으로 새로 내놓을 업그레이드 용가리는 거의 새로운 내용으로 돼 있다.하이라이트인 용가리와 라이벌 괴수 사이커와의 대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60동의 건물 미니어처를 제작했다.35억원의 제작비를 추가해 절반 이상을 새롭게 만들었다.현재 18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추가협상을 진행중이다. 심씨가 설립한 영구아트무비는 세계 2위의 SF영화 제작능력을 갖고있다고 한다.컴퓨터 그래픽 화면의 상당부분이 섬세함이나 선명도에서 쥬라기공원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주장이다.하드웨어 용량이 무려1,600테라비트에 달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한 위치에 있다는 게 심씨의 설명.타이타닉 2억8,000만달러,고질라 1억7,000만달러,스타워즈 1억1,500만달러,쥬라기공원 6,300만달러에 비하면 용가리 제작비는 적은 편(1,000만달러)이다.3,000만달러의 수입을 목표로 설정했으니 3배 장사다. 심씨는 첨단 SF및 3D(3차원)영화의 국제적 수준을 확보하는 것외에두가지 꿈을 더 갖고 있다.첫째 용가리를 세계적 캐릭터로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다.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종합영상테마파크를 건립해 관광상품화하는 것이 둘째다.130억원을 들여 연말에 내놓을 ‘드래곤 워즈’로 1억달러 수입계획도 세웠다. 박대출기자 dcpark@
  • [네티즌 칼럼] 네티즌의 역사적 의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우리가 본 것은 먹구름과 지붕 덮은 쇠항아리,그것을 하늘로 알고 20세기를 살아왔다.학교·교회·조합보다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이데올로기의 국가 장치인 언론. 이 일방통행의 메커니즘은 자유와 밥과 사랑을,그 가지지 못한 자의 역사를 외면했으며 더 나아가 억압과 착취와 비이성의 폭력을,그 가진 자의 역사를 찬양·고무·동조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지면은 철저하게 자본과 권력의 것이었다.히틀러는 ‘활자로 된 것이면 무엇이든 믿어버리는 우매한 대중’을 농락했다.우매했던 우리는 일간지를 펼쳐놓고 ‘간첩단 사건’따위 기사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10여년 전,어느 일간지에 나온 ‘서울 시민 80%가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해’라는 헤드카피의근거 자료는 외계인이 아닌 바로 우리였다. 우매하지도 무력하지도 않았던 지식인 역시 마찬가지였다.이들은 마르쿠제가 침을 뱉은 ‘긍정의 교양’을 몸으로 실천하며 가진자의 역사 창조에 ‘암묵적으로’앞장섰다.그렇게 종교는 초월적인 것이었고학문은 가치중립적인 것이었으며 예술은 독자적인 것이었다. ‘물 흐르는 곳으로 가야 사는 법’이라며 초지일관 권력의 품에서 새와 단풍을 노래한 어느 ‘서정’시인의 처세술을 인생관으로 삼은 자들의사설을,칼럼을,TV 교양강좌를 읽고 보고 들으며 그 지배 이데올로기를 ‘지성’이라고 불렀다. 하나의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네티즌이라는 유령이. 구한국사회의 모든 세력,즉 우익인 당·단체·언론,거대 재벌,입법·사법·행정부의 수구 세력은 이 유령이 내뿜는 이성과 정의의 촌철살인앞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는 다양하고 지면은 무한하다.이러한 ‘인터넷의 바다’에서 네티즌은 자신의 견해와 목적과 경향을 선언으로,언론으로,그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나아간다. 인터넷에서 국가보안법은 진작에 철폐되었다.박정희 무덤은 이미 침으로 뒤덮인 지 오래이며 할일이 많았다는 모그룹의 전회장은 감옥으로 갈 판이다.과거에는 볼 수 없었고,제도권 언론·방송에서는 지금도 보기 힘든이러한 여론은 심지어 대세가 되기도 한다.이것은 2001년 1월의 법과 제도가,그 안팎의 언론과 방송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비민주적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네티즌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네티즌’세 음절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가 묻어있다. 네티즌은 다른 세상에서 온 특정문명의 향유 계층이 아니다.자본과권력의 폭력에 저항한,그 지배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맞선 우리의또 다른 모습이다.공장·학교·거리에 묻어 있는 피와 땀이고 당(黨),유사 당,대항언론의 흔적이며 이러한 역사 위에서 여전히 생명력을유지하는 진보와 민주의 동력이다.제3의 물결이든 정보화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든,인터넷은 이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시장경제의구조악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대동맥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네티즌이 진보와 민주의 기관차 노릇을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구름한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렬 영화칼럼니스트 pissed@chollian.net
  • 미당 문학적 업적·친일 행적 네티즌들 찬반논쟁 뜨겁다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마쓰이 히데오여/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지난달 24일 하얀 눈을 맞으며 영원한 파촉(巴蜀)3만리를 향해 떠난미당 서정주시인이 남긴 대표적인 친일시 ‘오장(伍長)마쓰이 송가(頌歌)’의 일부이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화사집’‘귀촉도’‘질마재 신화’등의 주옥같은 시집을 발표한 미당은 언어의 마술사,시선(詩仙)등의 존칭을 받으며 국민문학의 최고봉에 오른다.그러나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을 통해 내놓은 10편의 반민족적인 작품과해방후 친군부적인 활동으로 ‘시대에 순응하는 시인’이라는 비판을동시에 받았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서정주, 전두환대통령 생일에 바치는 송시(頌詩)중〉 미당 서정주시인의 친일·친정부 행적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가 그의영전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한 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예술이냐 예술가의 행적이냐’로 양분되기 시작했다. 독자 한준희씨는 “조국의 양심이 되어야 할 지식인이 펜을 통해 이땅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면서 “도덕성이 결여된 시인은이미 시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안시인’(nckx@orgio.net)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20세기친일의 뿌리로 성장한 한국의 권력은 미당을 찬양했어야 했다”며 “시가 권력을 위해 사용됐다면 그것은 진정한 문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그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편 권태민씨(ktm0414@hanmail.net)는 “문학이 단지 그 예술로만 평가를 받는다면 우리는 껍데기만 맛보는 것”이라며 “문학의 내면에 자리잡은작가의 생각과 그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정신이며 정신은 곧 삶”이라는 경구를 인용한 노명호씨(christan72@hotmail.com)는 “살아온 삶과 일치되지 않는 미당의 아름다운 시 속에는 예술의 본질인 진실이 없다”면서 “진실과 분리된 미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감동을 가져 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승희씨(bbmaning@hanmail.net)는 “친일파를 비판하는 것과시인 서정주를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하면서,“미당의 문학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등단을 준비중인 문학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계석씨 (park6996@yahoo.co.kr)는 “모진 풍파와 세월 속에서 인고로써 피어난 미당의 업적은 지금 논할 수 있는가벼움은 아닐 것”이라며 “한 시대의 고뇌를 짊어지고 살다간 서정주시인의 인생사는 접어두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인1’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게시판을 통해 “아픈 역사는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지만, 한 인간의 죽음 앞에 다시칼자루를 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미당의 주검에 칼보다 더아픈 국화꽃 한송이를 얹어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고의 언어 예술가’와 ‘친일파’라는 양면의 길을 걸어온 미당서정주에 대한 네티즌들의 애증은 최근 대한매일 뉴스넷에서 실시한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75%는 ‘예술가의 행적’도 중요하다고 대답했지만,‘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울부짖은 소쩍새’와 ‘항공모함을 깨뜨리며 산화한 마쓰이 히데오’의 최종평가는네티즌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허원 기자 wonhor@
  • [김삼웅 칼럼] 동서 껴안고 남북 손잡으면

    개인이나 국가나 상승곡선이 있고 하강국면도 있게 마련이다.음지가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것은 음양설 이전에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20세기가 식민지와 분단시대의 하강곡선이었다면 21세기는 통일과 한반도 중심의 신문명 국가를 이끌 상승곡선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지금 비록 경제가 어렵고 얽히고 설킨 정쟁과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사회가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민족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 상승곡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시대를이끌어갈 중심세력이 형성되고 시대정신에 투철한 지식인 집단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국가를 상징하는 정신이 있고 지도 그룹이 존재한다. 영국의 기사도 정신,미국의 청교도 정신,프랑스의 국가정신,독일의융커 정신,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중국의 중화사상,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이 대표적이라면 우리의 민족정신은 무엇일까.박은식의 국혼(國魂)사상,신채호의 낭가(郎家)사상,문일평의 조선심(朝鮮心),정인보의 조선의 얼,함석헌의 씨알사상을 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의 중심사상은 신라의 화랑정신,고구려의 조의선인(衣仙人),고려와 조선의 선비사상으로 이어지고,국난기에는 고려의삼별초,조선시대의 의병,일제 망국기의 의·열사와 독립운동가, 해방후에는 통일과 민주세력의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려시대 이래 민족 정통세력은 역사의 주류가되지 못하고 항상 변방의 소외그룹이었다.반면 주류세력은 권력주의·외세지향·반민중적인 특성을 갖는다. 불행하게도 고려중기 이후 한국사는 이들 후자가 주도세력이 됨으로써 반도국가로 쪼그라들고 외세침략과 식민지 그리고 분단상태로 오늘에 이르렀다. 민족의 시련기에는 어김없이 양심세력이 구국·해방·통일운동에 나섰다.그대신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우리는 20세기 초에 망국을 겪고 분단의 대가로 해방이 됐지만,동서이데올로기 싸움의 대리전을 치르고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그동안 분단이 빚은 냉전시대의 민족적 희생과 낭비는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반도는독일처럼 전범국가의 죄값도,중국처럼 내전에 의한 것도,베트남처럼 반식민지투쟁 과정에서 갈라진 것이 아닌,순전히 외세의작용과 이에 놀아난 못난 정치지도자들 때문이었다.그래서 더 억울하고 분한 것이다.다행히 지난해 남북정상이 만나고 6개항의 합의문 도출에 성공했다.외세가 토막낸 강토를 우리 손으로 다시 잇는다는 상징성과 남북 동질성 회복,상호 의존성을 높이면서 경제적 실익을 얻자는 것이다.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자는 민족사적 염원이 모아졌다.통일의 전단계 과정으로 평화공존의 신뢰체제가 구축되고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데까지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지금은 민족역사상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분단 반세기 만에 통합의 상승곡선을 맞게 됐다.국가의 운명 역시 분열과 통합의 변증법적과정이라면 우리는 통합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문제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주변은 여전히 4강의 국제역학적 작용과 역작용이 한반도를 휘감고내부적으로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과 일부 언론·지식인들의 대북적대감정과 냉전논리,여기에 지역감정과 집단이기주의,이념적 간극,빈부격차,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국운 상승곡선의 덜미가 잡히게 됐다. 우리는 더이상 동족끼리 적대와 대결로 민족의 역량을 소진시킬 시간이 없다.더이상 시대착오적 적대감과 냉전논리로 화해와 협력관계를 역류시킬 여유가 없다.내부에서 정파간·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국력을 낭비하고 화합을 깨뜨리다가는 영원히 20세기적 공간에 머물게 된다. 국민 통합과 국가의 비전을 상실한 채 정쟁만 일삼는 ‘불임(不妊)의 정치’를 생산과 통합의 정치로 고쳐야 한다.신뢰받는 여당과 존경받는 야당이 건강한 두 날개로 정책대결을 하고 민족의 새 날을 열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동서가 껴안고 남북이 손잡으면서 모처럼 주어진 한반도상승곡선의 운세를 지켜내야 한다.이것이 21세기 첫해 벽두의 화두이고 시대정신이겠다. 김삼웅 주필 kimsu@
  • 대한매일 신년특집/ 뱀띠 4인 새해소망

    새천년의 첫해인 2000년이 가고 다시 새해 첫날이 밝았다.대한매일은 뱀띠해를 맞아 각계에서 일하고 있는 뱀띠 4인의 새해소망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이들은 학계,벤처업계,금융계 등 각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20∼60대의 뱀띠생들이다. 편집자주 김 주 연[숙명여대 교수] 전 병 진[하나銀마포지점장] 임 병 진[성진씨엔씨대표] 홍 자 영[한림대 대학원생]◆임병진(林炳辰·36) 성진씨엔씨 대표 저희 회사는 도난방지용 CC카메라녹화시스템이나 인터넷 방송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 97년설립됐습니다. 출범 당시 경제가 몹시 어려웠으나 꾸준히 성장해왔고 내년에는 매출 450억원에 순익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IMF타개책의 하나로 벤처기업을 키워 고용을 창출하고자했습니다.그러나 관리소홀로 정현준 사건,진승현 사건등 불미스러운일들이 터졌습니다. 우리 벤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타 회사가 없고 시가총액 상위업체가운데 벤처제조업체가 없다는 것입니다.단지 무슨 유행처럼 ‘닷컴’ 벤처만 넘쳐 난다는 것입니다.미국의 성공한 벤처는 컴팩,델컴퓨터,시스코 등 대개 제조업체입니다.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마이크로 소프트도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입니다. 우리도 내년에는 제조업 중심의 벤처가 믿음직한 산업으로 자리잡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병진(全秉鎭·48)하나은행 마포지점장 우리 금융계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지점장들이 대체로 법·상대 출신이어서 벤처기업의 능력을 평가할 실력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따라서 신용대출이 어렵습니다.벤처기업이 가진 것은 기술력과 열의입니다.금융계에는 이들을지원할 백업시스팀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임대표 기술평가는 기술신용보증기금 같은 곳에 맡겨도 되지 않습니까. ◆전지점장 그렇긴 하지만 대출을 해주는 사람도 기술을 알아야 대출규모를 결정할 수있습니다.자체적인 기술평가능력이 있어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하더라도 평가결과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재가공할 수있는 것입니다. ◆임대표 새해에는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모두가 불필요한 ‘자기중심’의 욕심을 버렸으면 합니다.미국의 경우는 몇십%의 주식을 가진 설립자를 찾아보기 힘듭니다.대부분이 5∼10%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설립자가 경영권에 집착해 수십%의 주식을 갖고 독단적으로 경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벤처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주연(金柱演·60) 숙명여대 교수(독문학) 임사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정신적 자세’가 문제같습니다.사회 전반적인 의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요즘 교육은 ‘참된 한국인이 되자’‘올바른 인간이 되자’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라거나 무조건 ‘세계화’ ‘정보화’입니다. 막연한 슬로건은 정치적 사고만 키우고 애나 어른이나 가릴 것 없이 사회를 권력 관계로 바라보게 합니다. 기술발전과 정보화,경쟁력은 ‘인문주의’적인 시각과 함께 가야 합니다.문학과 인문학은 사회를 종합적 유기적으로 작동케 하는 기본원리입니다. 사회를 통합하는 힘,그것이야말로 큰 생산성입니다.동시대인이라면서로의 생각들이어느정도 비슷하게 가야죠. ◆홍자영(洪慈英·24) 한림대 사회복지 대학원생저는 국제 앰네스티와 인권운동 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인권과 관련해 이런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선 도시빈민이나 농민층이 정보화·세계화할 수 있도록 컴퓨터 보급이 돼야한다는 겁니다.컴퓨터가 없으면 정보로부터 차단돼 소외되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교육의 첫번째 문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간격이에요.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있어요. 한 예로 제가 아는 분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첫날 선생님이 몽둥이로 탁자를 탁탁 두드리면서 ‘선생님 말을 잘 안들으면 혼내주겠다’고 하더랍니다.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가고싶지 않아 한데요.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도록,학교가 열린 공간이 돼야 합니다.이런 갭을 좁히려면 선생님들이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하고사회도 ‘아동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교수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정치적 시각이 아닌 상징적 시각에서 해석했으면 좋겠어요. 평화란 인권의 신장과 보호를 빼놓고는 요원합니다.우리사회는 ‘만성적인 인권 실종’ 상태입니다.초등학교에서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희망에 따른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또 학교당국의 자율권이 없다보니 학생 선발기준부터 교육이념이 반영될 수 없었습니다.대학이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할수 있는 자율권이 보장되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겁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교육개혁한다고 많은 교사들을 단기간에쫓아냈어요.‘지식인 죽이기’ 풍조는 평화와 역행하는 것입니다. 또 정확한 지식없이 소문이나 익명성을 내세워 인권을 침해하는 ‘스캔들 사회’도 사라져야 합니다.모 인기 여가수의 섹스비디오가 인터넷으로 유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기본적 인권에 대한 침해가 없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홍씨 최근 독거노인들과 인터뷰하기 위해 신림동에 갔어요.생활이너무 열악했어요.좁고 가파른 계단을 한없이 올라간 끝에 한 평이 안되는 단칸방에 계신 한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어요.아들로부터 생활비를 받기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 그 할머니의 꿈은 복지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을 마음 편히 드시는 것이었어요.그 말에 제 마음이 착잡했어요.새해부터는 눈칫밥을 먹지 않았으면 하는할머니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달동네에도 ‘희망’이 있어요.신림동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모은 고물을 팔아서 생활하시는데,“이렇게 몸 건강하고,일을 해서 한 몸 건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하세요.그분을보면 행복의 기준이 부와 명예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전지점장 내년에는 인생을 체크하는 표를 작성할 계획입니다.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보충하고 필요없는 것은 버릴 것입니다. 우선 나와 가족 회사를 위해 꼭 해야 할 것이 금연입니다.우리 지점에서 아직 나만 담배를 피웁니다.중간 책임자나 다른 직원이 피우면여직원들이 쪽지를 집어 넣지만 나는 책임자라고 봐주고 있습니다.집안에서도 창문을 열어 놓고 피우는데 애들이 뭐라고 합니다. 요즘 40,50대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영화가 ‘쉬리’라고 합니다.제목이 마치 집에가서 쉬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해서 그런 농담이나온 것이지요. 새해에는 금융계도 원칙이 서고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모든 문제는 원칙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데서 출발했고 원칙이 섰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입니다.무담보 기업어음의 경우 금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높은 금리에 해당하는 페널티가 있습니다.잘못될 경우 원금을 100%보전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토초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세금을먼저 낸 사람들만 바보가 됐습니다.농어가 부채의 경우도 부채를 갚은 사람들은 손해를 봤다고 느낄 것입니다. 어떤 사회든 원칙을 세우고 일해야 하지 일하면서 그때그때 맞는 원칙을 세우는 식의 대증요법으로 대응하는 사회는 잘 되기 어렵습니다. ◆임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내년에 셋째가 태어납니다.건강하게 태어났으면 합니다.또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회사에 투자하신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갔으면 합니다.세금도 많이내서 국가 재정에도 작지만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됐으면합니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내년부터 정부가 벤처에 돈을 저리로 빌려준다든지 하기보다는 벤처기업이 잘 자랄 수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벤처에 대한 직접 지원은 벤처의 체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망하게 하는 길입니다.정부의 역할은 인프라 구축과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김교수 새해부터 TV를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연일 개혁·구조조정을 보도하는 뉴스가 많아 보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가관을 확립하고 개인들은 ‘셀프 컨피던스(self confidence)’를 길러야 해요.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행복함이 있어야지요.벤처든 공무원이든,그런 자세가 생산성을 만듭니다.사회가 ‘평가’에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홍씨 개인적으로는 올해 꼭 달동네의 공부방 선생님을 하고 싶어요.또 ‘노인들의 빈곤문제’를 대학원 논문 주제로 쓰고 싶어요. ‘인권게임’이라는 놀이가 있어요.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죠.게임이 끝나고나니 꼴찌는 저같은 ‘여성’이었어요.맨마지막 ‘지시’가 ‘여성분들은 뒤로 10발짝씩 물러나세요’ 였거든요. 여성들 스스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깨닫고 제몫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유상덕·문소영 기자 youni@
  • 인터넷 ‘대안언론’ 급부상

    올 한 해도 언론계는 안팎의 여러가지 일들로 분주하고 소란스러웠다.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언론사 사장단이 북한을 다녀왔고,언론노조가산별노조로 전환하였으며,또 ‘안티조선운동’이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금년 언론계의 핫 이슈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신문의 약진을 들 수 있다.인터넷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인터넷은 전자민주주의 실현과 함께 대안언론으로 발돋움했다.금년들어 ‘머니투데이’‘i비즈투데이’‘i뉴스24’‘오마이뉴스’ 등이 창간돼 선을 보였다.이 가운데2월 22일 창간된 ‘오마이뉴스’는 ‘광주386 술판사건’,‘이정빈외교통상부장관 폭탄주발언’‘국회의원회관 욕설출처 보도’등의 특종보도로 기성언론을 긴장시켰다.이밖에 10여개의 웹진,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도 새로운 대안언론으로 부각되고 있다.10월 ‘시사저널’이 창간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인터넷이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의 제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지난 4·13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정치권을 강타한데 이어 1월 9일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한 ‘안티조선 우리모두’는 1년 내내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다.조선일보의 고려대 ‘최장집교수사상검증사건’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주축이 돼 전개한 안티조선운동은 급기야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의 참여와 소설가 황석영씨 등의 ‘조선일보 인터뷰·기고 거부선언’으로 사회전반으로 확산됐다.신동아,월간말 등에서 특집으로 다뤘는가 하면 ‘MBC 100분토론’에서 이를 토론주제로 다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시민단체의 활동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총선 당시 언론대책특별위원회가 가동돼 총선보도를 감시하였으며,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시민언론단체에서는 정간법 개정과 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 구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권력집단과 언론간의 갈등 역시 없지 않았다.‘조폐공사파업유도 의혹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감청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사설을 놓고검찰과 조선이 맞붙은 가운데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이 사건과 관련,김대중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논란이 됐으며,이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반박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12월에는 한나라당 기획위원회가 작성한 ‘대선전략문건’에서 언론장악음모가 드러나 한나라당이 언론계의 집중공격을 받기도 했다. 회사경영·인사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파행을 빚은 언론사도 적지 않았다.사장의 파행경영으로 시작된 CBS의 파업사태는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연합뉴스는 김근 사장의선임문제를 놓고 노사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연합뉴스와 함께 대한매일 등 정부소유 언론사의 소유구조 개편문제에 대해서도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이와는 별도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은 ‘고대앞 음주추태’로 물의를 빚기도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태어난 언론사노조가 11월 24일 산별노조로 전환한 것도 언론계로선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될만 하다. 8월 국내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가져다 준 선물로 평가된다. 통합방송법에 의거,연말쯤 신설문제가 가시화된 민영미디어렙은 방송광고시장의 독점체제를무너뜨리는 동시에 신문광고시장의 잠식이 예상돼 신문업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지난 8월 서울고법이 “반론보도 청구내용이 객관성이 없을 땐 안해도 무방하다”고 판결한것은 무분별한 반론보도 청구에 제동을 건 것으로 언론계가 주목할만한 판결이다. 정운현기자 jwh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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