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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거장 ‘바진’ 다시 읽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1904∼2005). 반혁명분자로 몰려 문화대혁명 10년 내내 혹독한 시련을 겪은 그는 ‘문혁’을 이렇게 압축한다.“그것은 바로 ‘좌’라는 외투를 걸친 종교적 열광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짐승이 뒤바뀐 과정 역시 ‘혁명’이라는 외투를 걸친 봉건주의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비극의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지식인의 고뇌를 그대로 보여주는 바진의 대표작들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황소자리에서 펴낸 수상록 선집 ‘매의 노래’와 장편소설 ‘가(家)’.‘매의 노래’(홍석표 등 옮김)는 중국 산리엔(三聯)서점에서 출간한 ‘바진수상록선집’ 중에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산문들을 골라 실었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추악한 실상과 혁명의 광기 속에 죽어간 동료 작가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바진의 말대로 아무리 수천, 수만 송이 꽃으로 치장해도 거짓말이 진리로 변할 수는 없다. 바진은 문혁의 야만성을 소리 높여 고발한다.“10년 문혁 중에 나는 수성(獸性)의 대발작을 충분히 보았으며, 언제나 조반파가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늑대’가 되는지 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사람과 짐승이 뒤바뀌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요컨대 문혁은 ‘혁명’이 아니라 ‘광란’이며, 인성과 문화를 철저히 파괴한 한바탕의 대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막심 고리키의 ‘매의 노래’에 나오는 상처입은 매는 율모기를 향해 이렇게 내뱉는다.“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창공을 날아보지 못한 네가 어찌 자유의 희열과 창공을 나는 삶의 쾌락을 알겠느냐.” 떨어져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벼랑 끝에서 최후의 비행을 시도하는 매. 바로 그 절체절명의 매처럼 끝까지 창공을 나는 매로 살고 싶었던 작가가 바로 바진이다. 바진의 본명은 리야오탕. 바진은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포트킨을 존경해 그들 이름의 한자음을 따 필명을 지었을 정도로 무정부주의에 심취한 급진적인 청년이었다.소설 ‘가’(박난영 옮김)에는 바진의 젊은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20세기초 격동기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새로운 사상에 눈뜬 젊은이들이 봉건적 가부장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인민의 독초’라는 조반파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중국 신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꼽혀온 작품이다. ‘중국 현대소설선’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 황소자리는 ‘가’와 더불어 바진의 ‘격류삼부작’으로 불리는 ‘봄’‘가을’을 비롯, 선총원(沈從文)의 ‘변성(邊城)’ 등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중국 현대 소설들을 잇따라 펴낼 계획이다.김종면기자jmkim@seoul.co.kr
  • 보수단체 “대북포용정책 철회하라”

    북한 핵 실험 사흘째인 11일에도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온 대북포용 정책을 전면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지식인선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대표들과 전직 군·경찰 간부, 교육자 등 100여명은 11일 국가비상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시국 선언을 했다. 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은 김상철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는 선언문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으로 대한민국은 존망이 걸린 비상시국을 맞았다. 정부는 북한 핵개발을 도운 6·15 남북 공동선언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미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제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한·미연합사 해체 중단, 금강산관광·개성공단사업 등 대북지원 중단,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솔선수범 실천, 노무현 정권 퇴진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 박홍 서강대 이사장,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 박성현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 현소환 전 연합뉴스 사장,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국민행동본부와 나라사랑어머니연합 회원 30여명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북한 핵 실험 사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반민족 행위를 한 김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과 재계 원로들이 북핵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적 해결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단은 11일 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이 초래하게 될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를 논의했다. 원로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북핵사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파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남덕우 전 총리를 비롯해 송인상·김각중·김준성·이현재·이홍구·이승윤·나웅배씨 등 전직 총리나 경제부총리, 재무부장관, 전경련 회장을 지낸 원로들이 참석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도 참석했다.안미현 윤설영기자 hyun@seoul.co.kr
  • 성인? 평생 친구가족을 위해 몸바치는 사내

    성인? 평생 친구가족을 위해 몸바치는 사내

    “보통 사람이 어떻게 친구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겠습니까? ‘성인(聖人)이나 할 수 있는 일이죠.” 중국 대륙에 한 남성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친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사오우(邵武)시에 살고 있는 한 60대 남성은 자신의 가족을 돌봐달라는 친구의 유언을 좇아 지금까지 무려 39년 동안이나 친구 가족들을 자신의 몸보다 더 훌륭하게 돌보고 있어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고 있다고 동남쾌보(東南快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69세의 주방웨(朱邦月)씨.가족을 돌봐달라는 친구의 유언을 좇아 지금까지 39년째 그의 가족들을 돌봐주고 있다.그것도 20년전 교통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은 상황에서…. 주씨가 친구 가족을 떠맡은 것은 지난 196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주씨는 당시 사오무 탄광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구웨이자오(顧偉照)씨와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샤먼(厦門)대학 상대를 졸업한 인텔리 출신인 구씨는 66년부터 시작된 문화혁명으로 샤팡(下放·중국이 당·정·군 간부를 비롯해 지식인들의 정신을 개조하기 위해 농촌이나 공장으로 내려보내는 일하게 한 것)당해 이곳에서 탄광의 채탄부로 일을 하고 있었다.심장병을 앓고 있던 그는 이곳의 채탄부 일이 너무나 힘에 겨웠다. 그러던중 67년 5월 어느날 저녁,구씨는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켜 열명길에 올랐다.임종하기 직전 그는 주씨의 손을 잡으며 남아 있는 아내 주링메이(朱玲妹)씨와 4살된 큰아들 구중화(顧中華)군,그리고 5개월된 유복자(나중에 어머니의 성을 따 주샤오화라고 이름 지음)를 돌봐달라고 유언했다. 주씨는 이때부터 친구의 가족을 돌보기 시작했다.특히 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결혼도 하지 않았다.친구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마음에서 애옥살이지만 힘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의 앞날에는 또다른 어려움이 닥쳤다.이들 모자가 모두 장애인인 탓에 성인이 됐지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돈을 벌만한 경제력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주씨에게도 큰 불행마져 닥쳤다.86년 5월 16일 근무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어버렸다.이 때문에 의족을 한 그는 현재 칠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병든 이들 모자가 오로지 주씨만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요즘에는 조그마한 희망이 보인다.유복자였던 샤오화씨가 샤면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정상인 못지 않게 훌륭하게 생활하고 있는 덕분이다.특히 그는 미니 홈피를 만들어 눈물겨운 삶을 소설로 풀어 쓰는 등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벌써 40여편이 올려져 있다. 샤오화씨가 올린 40여편의 소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씌어진 것이다.그가 왼손 무명지만으로 한자 한자 컴퓨터에 쳤다.샤오화씨는 이 소설에서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하느님이 나를 잔인하게 웃기고 있다.나를 유복자로 태어나게 했으며,어머니와 형,나 세사람 모두 장애인으로 만들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그렇지만 나는 굳게 믿고 있다.하느님이 나에게 사랑하는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0)명분주의와 속물주의를 넘어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0)명분주의와 속물주의를 넘어서

    좋은 나라를 일구는 데는 반드시 그런 나라를 가꾸게 하는 정신문화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다. 좋은 정신문화의 밑바탕이 없이 좋은 나라를 이루었다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불가능하다. 우리도 우리 나라를 좋은 나라로 가꾸기 위하여 그 바탕이 되는 정신문화의 터전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조선조 500여 년을 지탱해 온 주자학적 정신문화가 더 이상 21세기적인 정신문화의 기틀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그 주자학적 정신문화의 뿌리는 깊이 땅에 박혀 있어서 주자학이 심어 놓은 순수주의적이고 도덕주의적인 흑백적 사고를 특히 한국의 지식인들이 대체로 은연중에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그와는 정반대로 경제와 기술을 전담하고 있는 기업과 실업계에서는 주자학적 도학사상보다 실용적이고 실사적인 실학적 사고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한국사회에서 좌파적 도덕주의가 높이 흔들고 있는 깃발로 상징되고 있고, 후자는 우파적 실용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프랑스의 파리가 센 강을 끼고 좌안에는 대학가를 지배하는 좌파적 사상이, 우안에는 금융실업가를 석권하는 우파적 사상이 각각 우세하고 있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 사회에는 우리보다 격돌이 훨씬 덜하다. 좌파든 우파든 정신문화가 깊어야 고요히 사색하면서 좋은 세상을 창조하기 위한 지혜가 나오지, 철학적 사유를 결여한 감정적인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세상을 더욱 불행하게 한다. 좌파는 우파를 미워해 극좌적 공산주의와 한 통속이 되거나, 우파는 좌파를 싫어해 극우적 파시즘을 동경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국의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근원이 외래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주자학적 도학(道學)과 반(反)주자학적 실학(實學)의 유학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도학사상의 원조는 맹자(孟子)고, 실학사상의 원류는 순자(荀子)라는 데 이의가 없겠다. 나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21세기에는 맹자류의 도학적 도덕주의와 순자류의 실학적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서 나는 19~20세기에 걸친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의 이론(프랑스의 사회학자 쥘리앵 프뢴드의 저서 ‘막스 베버의 사회학’에 의거)에 잠시 의존하고자 한다. 맹자의 도덕주의는 베버가 말한 가치합리성(rationality of value)에 연관되고, 순자의 실용주의는 목표합리성(rationality of goal)과 관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합리성은 돈벌기의 목적, 승진하기 위한 목적, 집짓기의 목적 등과 같은 결과에 성공적으로 이르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행위를 분명히 조직하고 자각하고 있는 합리성을 말한다. 가치합리성은 자기의 합리적 행위의 결과에 따라 가시적 결과를 얻으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동기적 가치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행위다. 즉, 행위자가 자기의 신념을 집행하기 위하여 어떤 어려움도 불사하는 행위다.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단지를 한 옛 효자의 행위나,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바친 애국열사의 행위가 가치합리성이다. 이것은 목표합리성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행위처럼 보이나, 행위자 당사자의 판단에서 보면 자기가 믿고 있는 신념의 가치에 합리적으로 봉사했을 뿐이다. 맹자의 사상이 가치합리성이라는 이유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不忍人之心)인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바탕하여 모든 행위를 도덕적으로 발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정치마저도 측은지심과 연관되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정치함’(不忍人之政)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맹자의 도학사상과 도덕주의는 인의충신(仁義忠信)과 같은 ‘하늘의 벼슬’(天爵)을 버리고, 세속적 인간의 벼슬(人爵)을 탐하는 인간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면서 저 ‘하늘의 벼슬’을 불변의 황금률로 마음에 간직할 것을 권장한다. 그런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도심이고,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것을 그는 도학정치라고 여겼다. 이것은 순자의 사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 순자도 유가이므로 인의충신의 덕목을 귀하게 여기지만, 그 덕목이 내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그 덕목들이 유효한 사회적 결과를 낳게 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덕목들은 현재의 인고(忍苦)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각 개인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결과의 목표성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부모에게 효도하여 노후에 편하게 모시려는 목표가 인간에게 각자의 일에서 현재를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자는 내면적 도덕가치의 계발보다 사회적 제도를 예법(禮法)의 이름으로 잘 만들어 제도의 목표합리적 경영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익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맹자와 순자의 각각 다른 합리성은 다른 윤리의식을 심어준다. 이 다른 윤리의식은 합리성의 차이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이다. 베버에 의하면, 맹자적인 도덕이상주의는 가치힙리성의 정신을 잇는 신념윤리(ethics of conviction)에 상응하고, 순자적인 현실실용주의는 목표합리성의 정신을 존중하는 책임윤리(ethics of responsibility)와 상관적이다. 그리고 이런 각 윤리의식의 극단적이고 상징적인 대표자로서 베버는 신념윤리에 칸트를, 책임윤리에 마키아벨리를 대입시켰다. 마키아벨리는 고향 피렌체 도시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신념윤리로서 비난받을 수 있는 수단을 사용했다. 이것은 행동인에게 필요한 목표달성적 책임윤리의 의미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칸트는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가장 높은 도덕적 신념을 설파했다. 칸트의 신념윤리는 사회적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행동인의 윤리라기보다 오히려 개인의 도덕적 양심의 차원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이 두 가지 윤리의식이 극단적으로 이율배반적이지만 서로 대립적으로만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에는 두 가지 종류를 다 적절하게 병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두 가지 합리성과 윤리의식이 불가양립적인 모순은 아니지만, 그러나 서로 궁합 좋은 일치를 이룩하는 것은 아니라고 베버가 이미 밝혔다. 가치합리성과 신념윤리가 너무 넘쳐나 조선조 도학 정치시대처럼 실용적인 현실주의가 거의 숨을 죽이고 살았을 때에는, 순수성이란 선의 탈을 쓴 악마가 세상을 지배한다.‘순수성의 악마’라는 말은 프랑스의 가톨릭 철학자인 무니에가 쓴 말로서, 순수의 명분으로 사회를 도덕적으로 지배하려는 사회의 도덕화 사상과 상통한다. 도덕주의자들은 이런 도덕주의적 지배의지가 얼마나 악마적인가를 모른다. 그냥 순수한 도덕적 선의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도덕적 동기의 순수성이 인의(仁義)라는 가치를 지키는 도심 자체가 되어서 국가사회를 살리기 위한 거짓말과 변칙을 자행하는 것을 불순하고 잡스러운 것으로 비난한다. 조선조 중종 때의 조광조는 가치합리성과 신념윤리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그는 조선 유학사에서 올곧은 선비로 높이 숭앙받는다. 그러나 그는 여진족 추장 막고내가 침략해 오는데, 위계를 써서 그를 생포하려는 군사전략을 맹렬히 비난한다.‘어찌 군자의 나라에서 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거짓부리인 위계를 쓸 수 있는가?’ 하고. 이 조광조의 고사를 ‘순수성의 악마’와 같은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사색당쟁의 대부분이 나의 순수가 상대방에게 악마로 둔갑하여 나타난 결과가 아니겠는가? 20세기 프랑스의 토미즘 철학자인 마리탱은 그의 ‘인간과 국가’에서 맹자적인 도덕이상론과 왕도사상을 ‘정치의 도덕적 양식’이라 명명했고, 순자적인 실용현실론과 패도사상을 ‘정치의 기술적 양식’이라고 언명했다. 전자의 특징은 국가사회를 물질적으로 번영케 하기보다 정신적으로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도록 하여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국민정신을 유도해나가는 정치형태라고 규정하고, 후자의 특징은 국가의 대외적 외교성공과 안보역량 강화, 국민생활의 물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정치에 주력하지만, 그 성공을 가져오는 수단이 도덕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정치형태라고 마리탱은 설파했다. 그는 전자의 형태는 과잉도덕주의(hypermoralism)의 위험성을 늘 안고 있고, 후자의 형태는 사리사욕의 부패와 그 위험성을 은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도덕주의는 독선주의의 표독한 독재를 초래하기 쉽고, 사리사욕의 부패는 금권정치의 타락상을 가까이 하게 된다. 순자의 철학은 자연의 본능을 대신한 친본능적 인간지능의 경제기술적 능력과의 연결마디에서 세상과 인간을 보았고, 맹자의 철학은 자연의 본성을 대신한 인간의 반본능적 도덕주의와의 연결마디에서 인간과 세상을 보았다. 경제주의와 도덕주의는 다 철저한 지성주의(39회 글 참조)의 작품이고, 인간중심주의의 산물이다. 경제기술적이거나 사회도덕적으로 인간이 이 우주의 지배자라는 의식이 그 기본에 깔려 있다. 순자적 예법주의나 맹자적 도덕주의는 이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인간지성의 두 가지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그 동안 두 가지 지성주의의 택일로 세상을 다스리려 했다. 두 사상이 서로 이율배반적인데, 그나마 서로 덜 배척적으로 동거시키는 나라는 흥융했고, 우리처럼 수화불상용(水火不相容)으로 적대시하는 나라는 위기를 맞았다. 영국이 프랑스보다 근대화의 시작에서 훨씬 상호 덜 배척적인 정신문화의 길을 갔기에, 영국이 프랑스보다 후발국이었는데, 드디어 프랑스를 능가하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프랑스의 문인 사학자 모루아가 그의 ‘프랑스사’에서 통탄의 슬픔을 안고 기술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도덕적 명분주의가 지나치게 공허하여 내용이 없는 형식적 사고방식의 형해(形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정반대로 현실주의는 너무 맹목적으로 타락하여 속물주의적 사고방식에 천착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공허한 명분주의와 맹목적 속물주의의 두 극단을 피하는 것은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양극단에 젖지 않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한국의 정신문화는 묘용(妙用)을 존중하면서도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쏠림 현상을 더 많이 표출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정신문화의 자기 함정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인간사색/강준만 지음

    “한국에서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발달돼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높은 인구밀도와 특유의 정(情)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에가 가장 중요한 게 인간관계일 텐데, 왜 그 연구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걸까.” ‘지식인들의 지식인’‘논평가들의 논평가’로 불리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펴낸 ‘인간사색’(개마고원)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은 ‘생존 처세술’로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런 지식이 개인 차원의 암묵지(暗默知)로 머물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분석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한국인론’이라는 큰 틀 아래서 한국인의 인간관계 행태와 유형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시도한다. 사랑, 욕망, 청춘, 진실 등 4개의 주제로 나눠 다룬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현대판 유정회” vs “십자군 운동”

    “현대판 유정회” vs “십자군 운동”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연대 움직임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연일 가시돋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현대판 유신정우회(유정회)의 과거로 가는 수구동맹”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한나라당은 “얼치기 좌파에게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십자군 운동”이라며 반박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2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발전적 보수 시민운동,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사상운동을 표방했던 뉴라이트가 한나라당에 들어간 것을 보니 과거로 가는 수구동맹에 편입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안타깝다.”면서 “한나라당의 유정회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유정회는 멀쩡한 지식인들이 유신정권에 발탁돼 독재권력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면서 “뉴라이트도 바깥에서 운동을 한다면 수구세력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텐데 한나라당에 들어가 생명력을 잃게 됐다.”고 꼬집었다. 노식래 부대변인은 “수구세력을 변화시키겠다던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뜬금없이 한나라당과 연대하는 것은 정치욕과 출세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이중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이에 한나라당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수구 좌파에게 더이상 나라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구국의 일념에서 생긴 것이며, 얼치기 좌파가 망쳐놓은 경제와 교육을 회생시키기 위해 탄생한 합리적 개혁보수 세력”이라면서 “2007년 대선에서 수구좌파를 상대로 한 한나라당의 십자군이며, 정치적 동지로 함께 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놈 촘스키 등 지음

    ‘미국의 양심’ 놈 촘스키는 일관되게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지식인과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그는 지식인에 대해 ‘잘 훈련된 개’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놈 촘스키 등 지음, 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펴냄)는 미국의 독립방송 ‘얼터너티브 라디오’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진보 성향 잡지 ‘더 프로그레시브’에 실은 인터뷰 중에서 눈에 띄는 내용만 골라 엮은 책. 유머러스한 글쓰기로 미국을 비판하는 ‘제5도살장’의 작가 커트 보네거트, 진보적 정치관을 지닌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 본 대로 쓰고 쓴 대로 행동하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 역사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는 라틴아메리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등과의 대담이 실렸다. 인터뷰의 대가답게 바사미언은 상대로부터 흥미로운 코멘트를 이끌어낸다.“내가 지옥에 가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열대의 나라에서 훈련돼 지옥의 불이라도 견뎌낼 겁니다.”라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말이 그 한 예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과학 지식인의 탄생 토머스 헉슬리(폴 화이트 지음, 김기윤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종의 기원’ 이후 벌어진 진화론 논쟁에서 찰스 다윈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보인 전투적 태도로 인해 ‘다윈의 불도그’라 불린 토머스 헉슬리. 그를 포함한 과학분야에 종사하던 영국인들은 1840년대부터 줄곧 자신들을 과학자라 부르지 않고 ‘과학지식인(man of science)’이라 불렀다. 과학자라는 말이 기술자와 같은 특정 분야의 전문인으로, 사회·문화적인 제반 사안에 균형잡힌 시각을 지닌 지식인과는 동떨어진 페르소나를 암시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한 사람의 과학지식인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여준다.1만 8000원.●인도 경제를 해부한다(삼성경제연구소·KOTRA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미국의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인도가 2012년경에 중국의 경제성장을 추월하고 2050년엔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도는 중국과 달리 인구가 광활한 지역에 골고루 분산돼 있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도시는 뭄바이·델리·콜카타 정도이며,100만명 이상인 도시가 30여 곳에 이르고, 나머지 대부분은 드넓은 농촌에 흩어져 있다. 때문에 시장을 공략하기가 매우 어렵다. 풍부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한 인도진출 조감도라 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1만 8000원. ●우경화하는 神의 나라(노 다니엘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신의 나라’라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세계를 통해 일본의 우경화를 분석. 일본인에게 일본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신의 나라’다. 월간중앙 객원 편집위원인 저자는 이런 신의 나라가 영원히 지켜지는 만세일계(萬世一系)를 위해 아시아에 ‘진출’해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통치를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일본인의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천황주의 사상을 지닌 우익인사와 일본 극우인사들의 총본산인 ‘일본회의’,‘신도정치연맹’ 등 거대 보수단체를 ‘신의 나라의 마법사’라고 부르며 이들의 언행을 전한다.1만 2000원.●보쉬의 비밀(페터 뎀프 지음, 정지인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쉬의 대표작 ‘쾌락의 정원’의 비밀을 추적한 아트 미스터리. 보쉬는 450여년 전 초현실주의 화풍을 탄생시킨 화가로 특히 육체적 쾌락에 대한 갈망과 죽음의 공포 등을 기괴한 상징으로 표현한 작품 ‘쾌락의 정원’은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는 보쉬가 이단이었다는 독일 미술사가 빌헬름 프랭거의 학설을 축으로 ‘쾌락의 정원’에 담긴 그림 속 상징과 수수께끼들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전2권. 각권 9800원.●한국 사회의 신빈곤(한국도시연구소 엮음, 한울 펴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문제의 실상을 주제별·대상별로 분석. 오늘의 한국 사회의 빈곤현상을 ‘신빈곤’이라는 개념으로 접근, 새롭게 빈곤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탈북자의 문제까지 다룬다. 상대적 박탈은 신빈곤의 중요 원인. 이런 종류의 신빈곤으로는 주거빈곤, 건강상의 빈곤, 교육적 빈곤 등을 꼽을 수 있다. 책은 신빈곤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그 담론적 족쇄 때문에 빈곤문제의 진정성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경계의 메시지도 던진다.2만 4000원.
  • 儒林(69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3)

    儒林(69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3)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3) 신유학의 집대성자 주자. 주자가 신유학의 완성자라고 불리기보다 집대성자(集大成者)로 불리게 된 것은 주자가 태어난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주자가 태어난 시대는 어떤 의미에서 맹자가 태어난 시대와 비슷한 사상적 혼란기였다. 물론 맹자와 주자는 1500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난 사상가였으나 맹자가 태어난 시기는 고자, 양자, 묵가, 농가, 법가 등 백가(百家)들이 쟁명하고 있던 백화제방(百花齊放)의 혼란기였다. 이 혼란 속에서 맹자는 유가의 검투사로서 강호의 무림고수들과 일일이 죽느냐 사느냐의 사생결단의 필살검을 휘둘렀으며,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전설적인 유가의 맹장이었다. ‘사단론’과 ‘성선설’의 대표적인 맹자의 철학사상은 그들과의 싸움에서 오히려 발전, 형성되었으며, 따라서 맹자는 훗날 아성(亞聖)으로까지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주자가 태어난 시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상가로 가득했던 학문적 르네상스시대였다. 다만 다양한 사상들이 격전을 벌였던 맹자의 백가쟁명 시대와는 달리 주자의 시대에는 거의 모든 사상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신유학 하나만의 철학으로 각기 나름대로 독창적인 화음을 구가하고 있었던 혼성합창(混聲合唱)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독특한 시대적 배경은 송(宋) 대로 들어오면서 많은 사상가들은 기존의 도교나 불교에 실망하고 염증을 느꼈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많은 사상가들은 이제껏 유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여 온 인간의 문제에서 한차원 높은 조화의 원리로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주돈이의 ‘태극’과 ‘음양론’, 장재의 ‘기론(氣論)’, 소옹(邵雍)의 ‘수리철학(數理哲學)’, 정호, 정이형제의 ‘성리론’ 등의 신유학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는 중국에 있어 사회계층의 변동, 곧 중국문화의 주체세력의 변화로 말미암은 사회적 현상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당대 말엽부터 이제까지 중국의 사회와 정치를 지배해오던 호족들이 망하면서 도시의 공상(工商)계급이 큰 부를 쌓아 새로운 세력으로 대두되고, 서민들의 영향력도 급격히 신장하였다. 기존의 사대부들은 족벌 때문에 저절로 지배계층에 오른 계급사회의 일원이었는데, 당대 말엽부터 시작된 송나라의 사대부들은 거의 모두가 남보다 몇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 부와 학문을 쌓음으로써 지배계층에 올랐던 서민들이나 중산층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자기 힘으로 이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전의 학자들처럼 정치세력에 아부하는 비굴한 지식인들이 아니라 무조건의 전제정치를 용납할 수 없었던 절조 있는 지식인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절대적인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 했으며, 이 때문에 그들은 모든 현상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절대원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유학인 ‘성리학’을 통해 ‘공자-증자-자사-맹자’에게로 전해지다가 한동안 끊어진 유교를 다시 복원 계승함으로써 ‘이기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존재론, 즉 ‘절대원리’를 추구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에 늘 정신적 대립각을 세워 온 유럽은 자본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를 3세대에 걸쳐 시도했었다.1세대의 극복시도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거대한 관료주의의 괴물로 치달음으로써 실패했다. 소련의 붕괴가 이를 입증한다.2세대는 네오 마르크시즘 운동으로서 관료화에 빠지지 않고 도덕적 이성에 의하여 소외로부터의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 등 이른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사상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들의 철학사상이 지닌 고매한 도덕적 이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거리감을 지울 수 없었다. 첫째로 60년대 내가 유학생이던 당시의 한국은 아직도 고도자본주의 사회에로 진입할 기미도 없었던 저개발 최빈곤국이었다. 반대로 신좌파운동은 그들 사회가 이미 맛보고 있는 풍요한 고도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그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이들 사상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20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이 경고한 ‘지식인의 아편’인 혁명적 관념의 유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둘째로 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상사회의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현실성에 큰 의문을 가졌었다. 관념적으로 아무리 멋져도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면, 나는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고 늘 생각했다. 더구나 인간사회는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습장이 아니기에, 관념적 사유로 현실을 대체하겠다는 혁명적 발상을 나는 저어했다. 특히 1세대 ‘사회주의=관료주의’의 실패가 늘 나로 하여금 2세대 신좌파운동의 사상에 선 뜻 동의하기를 어렵게 했다. 더구나 그 당시에 나의 철학공부를 이끌어 주던 두 정신의 스승이 있었는데, 프랑스의 메를로-퐁티와 가브리엘 마르셀이었다. 전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다가 소련의 스탈린주의가 실현하는 사회주의 혁명의 낭만적 허구를 보고서 이상주의 사상의 거짓을 고발한 철학자였다. 그는 또 현실역사가 이성의 빛과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모호성으로 엮어진다는 것을 서술하면서, 인간역사를 오직 의미의 역사로 환원하고자 하는 과잉 도덕적 명분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후자는 가톨릭 철학자로서 인류의 역사세계가 이미 ‘깨어진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 악을 박살내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진 절대선 지향이 결국 국가주의적 나치즘과 계급주의적 공산주의와 같은 광적인 격정의 정치체제를 만들게 된다고 고발했다. 다음 3세대의 자본주의적 비판운동이 다시 등장했다. 해방적 이성의 자기 소외극복 운동으로 마르크시즘을 승화시키려는 2세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한 마당에서 생긴 포스트 모던적인 운동이 3세대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미 너무 농염하게 성숙하여 마르크스주의로 새 사회를 창조하기가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비마르크스적인 자본주의의 극복이 시도되었다. 이번에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푸코, 들뢰즈, 알튀세르, 보드리야르를 중심으로 한 사회사상의 운동이 생겼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을 몇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적 정치권력의 상품적 대중화를 비판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심어 놓는 무의미한 허무주의적인 흐름을 그대로 빨리 노출시켜 자본주의가 허무주의로 종말을 맺게끔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들은 약간씩 허무주의자들이다. 들뢰즈와 알튀세르가 좌우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푸코가 에이즈병에 걸려 50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특이한 일이겠다.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을 잠시 훑어보자. 단적으로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은 초월의 정신을 망각한 현대 소비사회의 정신부재의 경박성을 슬퍼하면서, 그런 삶의 경박성의 원인이 바로 소비사회의 자본적 본질인 모든 것의 기호화(signalization)에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물건은 어떤 가치에 대응했었다. 사용가치든 교환가치든 물건은 인간의 구체적 욕망의 충족을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집은 어떤 정신적이고 내면적 가치를 가족에게 주었었다. 그러나 이제 집은 단지 상상적인 상품의 기호적 가치만을 지시해서 헌 물건 버리고 새로 사듯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소비품목에 불과하다.TV프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아서 리모컨으로 쉽게 손가락 끝으로 바꾸듯, 모든 것은 소비자의 순간적 변덕에 따라 움직이는 기호와 같은 ‘환영’(幻影=simulacrum)에 불과하다. 고도소비사회에서 자동차도 기능가치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나 삶의 스타일이나 허세나 으쓱대고 싶은 욕망의 환영을 만족시켜 주는 일시적 대용물일 뿐이다. 그런 욕망의 환영은 마치 옛 사회주의 소련의 한 청년이 서방 자본주의의 대명사 같은 블루진을 입고 다니거나, 아프리카 부시맨의 어떤 사나이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서방 콜라병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싶어하는 그런 환영과 유사하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블루진이나 콜라병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차이의 기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다른 어떤 기호의 환영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자본주의의 본질은 노동과 정신적 가치 등 모든 것이 다 시장의 교환가치로 전환되어 상품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비판이론은 이미 지나간 시절의 가치유물에 불과하고, 이제 사회는 모든 것이 기호적 교환과 같은 ‘흉내내기’(simulation)의 차원으로 전락하여 실재적 가치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든 흉내내기의 환영은 소비사회가 부추긴 차이화의 조작 코드에 인간이 멋모르고 덩달아 춤추는 껍데기에 불과함을 연상시킨다고 보드리야르는 진단한다. 차이화 코드는 소비사회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차별화 기호의 놀이에 해당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차이의 환영 속에서 각각 섹시(sexy)해지기 위해 돈을 마구 쓴다. 섹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상품으로 잘 전달되기 위하여 남들을 유혹하는 기호고, 각자는 대중사회에서 차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과감히 더 섹시하게 튀어 보이게끔 스스로를 기호화한다. 모든 이는 다 섹시한 차이를 연출하기 위해 환영을 좇는다. 보드리야르가 그의 저서 ‘소비사회’에서 기술한 것처럼 ‘소비는 기호(sign)가 흡수하고 기호에 의하여 흡수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영상으로 비쳐진다. 브라운관이나 컴퓨터의 화면, 유리처럼 투명하나 절연체와 같은 차가운 매체의 통로를 통하여 세상을 구경하거나, 백화점의 상품을 훑어본다. 충격적인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자동차 유리를 통하여 감정이 절연된 상태에서 구경하는 정도의 감정만 사람들이 갖는다. 서로 관여하는 진실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금방 지나가는 일시적 참상에 불과하고, 먼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도 그것은 TV화면의 순간적 그림으로 보는 환영일 뿐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우굴거리나 그들이 사람들이라고 여겨지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환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냥 사람 비슷한 환영들이 득실거릴 뿐이다. 아무도 대중을 사람들의 실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현실을 실제로 느끼지 않고, 차가운 기호로 대체되어 실제로 느낀 척 흉내낼 뿐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소비사회를 형이상학적 근거를 상실한 ‘환영’의 사회,‘흉내내기’의 사회라고 불렀다. 이런 사회를 그는 또한 실재가 증발되고 환영이 진짜보다 살을 그 위에 더 덧붙이는 ‘초과실재’(hyperreality)의 사회라고 명명했다. 이 초과실재가 바로 환영이고 흉내내기의 허상과 같다. 그는 이런 환영의 흉내내기와 같은 기호가치(value-sign)만이 비대해진 소비사회에는 환영처럼 무수하게 지나가는 기호적 ‘초과실재’에 의하여 인격의 파탄이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파탄을 그는 ‘내파적 폭력’(implosive violence)이라 불렀다. 예컨대 게임이나 쇼핑에 미친 사람이 상상적 초과실재를 현실로 착각하고 자기 내부에서 환영으로 배가 불러 파열한다. 본디 내파(內破=implosion)는 음운론적으로 외파(外破=explosion)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영어의 ‘tap(탭)’,‘cut(컷)’에서 파열자음의 음가인 ‘t’,‘k’ 등이 첫 발음에서는 바깥으로 폭발하는 외파적 파열음이 되지만, 끝 발음의 파열자음인 ‘p’와 ‘t’는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으로 파열이 잠기는 그런 음가를 지닌다. 이것이 외파음에 대한 내파음의 의미다. 과거의 문명은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외부의 모순(계급투쟁)으로 외파하는 구조를 지녔지만,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은 스스로 인간이 기호처럼 흉내내기를 하다가 많은 기호에 헛배가 불러 내부에서 내파하여 폭발하는 폭력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본 소비사회에 대한 허무적 진단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3세대의 주장인 보드리야르의 사회학이 소비사회의 병을 진단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상이 소비적 인간사회를 구원하는 약이 아니고, 오히려 허무주의적 결말을 예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풍요와 편리, 그리고 낭비와 배금주의를 동시에 가져온 이중적 얼굴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서구의 사상은 마르크스로부터 보드리야르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적 소비사회의 병리(病理)를 잘 보았으나,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생리(生理)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나도 그 생리를 알지 못해 많은 시간 헤맸지만, 최근에 해체적인 존재론적 사유가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한 생리의 길이란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이기적이고 물질적 소유론을 그 동안 서구는 도덕적 형이상학적 당위의 가치론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하였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마르크시즘이나 네오 마르크시즘은 자본주의의 본능적 소유론에 비하여 반본능적 정신의 소유론에 다름 아니다. 본능적 소유론을 치유하는 길은 역시 자연적 존재론에 의해서 가능하지, 인위적 당위론으로 불가능하다. 보드리야르의 허무론도 결국 형이상학적 실체의 붕괴를 소비사회가 촉진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생긴 반본능적 형이상학적 소유론에 대한 그리움과 같다. 그러나 거기에 그의 사회학의 큰 약점이 있다 하겠다. 이것을 다음주에 더 설명하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김종면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葦巢悔 위소회

    옛날 중국 남쪽 땅에 몽구(蒙鳩, 뱁새와 비슷한 작은 새)라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깃털을 모아 둥지를 만들고 머리털로 그걸 엮어 갈대 잎에 매어 뒀다고 한다. 그런데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갈대 잎이 꺾이면서 알이 깨져 새끼가 죽었다. 둥지가 허술했기 때문이 아니라 둥지를 매어 둔 자리, 곧 갈대 때문에 그런 변을 당한 것이다. 전국시대 말 조(趙)나라의 사상가 순자가 학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자기가 설 자리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라며 들려준 비유다.‘순자’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이 고사에서 바로 위소회(葦巢悔)란 말이 생겼다. 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뚜렷한 주관을 가져야 한다.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육부총리로 내정되자마자 평소의 철학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의 평등주의 교육정책을 그토록 비판해오던 사람이 어떻게 그리 여반장(如反掌)으로 소신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이른바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지식장사꾼이니 지식기사니 심지어 지식매춘부니 하는 독설을 듣는 것 아닌가.‘순자’에 이르기를 학불가이이(學不可以已)라 했다. 학문이란 도중에 그만둘 수 없다는 뜻이다. 김 내정자는 그렇게 권력의 자리가 탐나거든 ‘학문포기’ 선언부터 하는 것이 도리일 듯하다. jmkim@seoul.co.kr
  •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그들은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 때때로 문맥에서 벗어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편향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한국정부의 관점에 대한 신뢰할 만한 표현을 얻기 위해 한국 매체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종종 뒤틀기,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인용이 발견된다.” 여기서 ‘그들’이란 한국언론이다. 표현만 완곡하다 뿐이지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조차도 한국언론은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낯뜨거운 비판이다. 한두 명이 이렇게 불평한 게 아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물었더니 공통적으로(consensus) 이처럼 말했다. 이어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는(frustrated) 미국 국방부 분석가의 증언도 나왔다.“한국측 소스는 미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미국정부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잘못 표현해서인지, 한국이 잘못 이해해서인지는 당신 판단에 맡겨둔다. 종합하자면 모든 것들은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shockingly bad)”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려는지에는 관심없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는 게 한국 언론이니,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만 유심히 보라는 통렬한 비판이다. 이런 증언들은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 페이퍼’ 편집인이 ‘미국 정책입안가와 평론가는 한국 관련 뉴스를 어떻게 얻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관료 등을 인터뷰한 결과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시스템의 현황과 개선 방향’ 국제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북핵위기·북한위폐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간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 파급력을 가진 강력한 이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한·미가 서로를 보도하는 행태가 ‘악순환’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보수적인 신문을 택해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한국 신문은 취재원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부나 기관·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이 별도 취재를 한다 해도 영어를 잘하는 지식인처럼 엘리트층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의 정보통제 아래서 생산된 미국 주류언론의 기사만을 중심으로, 그것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내용만 증폭한다. 이러면 미국 내 이라크 반전 세력이나 한국내 FTA반대 세력들에 대한 보도는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정 교수는 그래서 “상생의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두 얼굴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연구해온 스티븐 코스텔로 PGI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동북아정세와 관련돼 나름의 분석을 제시했다. 스티븐 회장은 한국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초한 실용적인 대북·대미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미간 마찰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정책을 별안간 역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외정책을 평가할 때는 “커다란 성공보다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이 한국정부를 비판할 때 기준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 다양성은 꼭 지켜야 할 가치”

    “미디어의 다양성이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이자 주필인 이냐시오 라모네(64)의 말이다.61개국에 200만부가 팔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주로 지식인층을 겨냥한 국제문제 전문월간지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 격이다. 라모네 주필이 한국어판 발행 기념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늘날 매체들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각기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비슷비슷하거나 심지어는 똑같기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신껏 ‘독창’하지 않고 모두 ‘합창’하고 있는 상황인 것. 그 배후에는 거대미디어재벌이 놓여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프랑스 언론들도 전투기나 미사일을 생각하는 다소 같은 거대 군수기업이나 로스차일드가문 같은 거대자본이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당연히 대외관계 등에 있어서 호전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요.” 평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우려는 심각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르몽드, 그리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두 매체 자체가 1·2차세계대전으로 인한 충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라모네 주필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비판정신의 회복을 언급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1대 주주는 51%의 지분을 가진 르몽드 편집인 200여명이 모인 단체이고 독자조합(25%)과 직원조합(24%)이 2·3대 주주다.“이런 게 편집자와 독자가 함께 소유한 이상적인 모델이지요.” 뉴미디어의 높은 파고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었다.“월간지는 일간지와는 달라요. 폭 넓고 깊이 있는 정보와 분석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지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은 기존 신문보다 조금 작은 베를리너판형으로 월1회 40면씩 발행되고 1부당 가격은 7000원이다. 번역기사 70%, 한국판 편집진의 취재기사 30%가 실린다. 또 인터넷 서비스는 조만간 유료화해 인쇄매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고급독자를 겨냥한 월간지가, 그것도 유럽식 모델이라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것처럼 여기는 한국 풍토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타이완 천수이볜 시위 확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타이완은 지금 빨간 세상’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의 퇴진운동에 ‘불’이 붙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 중심 카이다거란(凱達格蘭) 광장(옛 총통부 광장)에는 11일 현재 사흘째 집단 철야농성이 진행중이다. 시위에 앞서 열린 집회 참가자는 최대 3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분노’의 표시로 빨간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시위의 양상은 과거 한국의 민주화 항쟁을 연상시킨다. 시민들은 시위대에 먹을 것, 마실 것을 제공하며 격려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들은 경적 시위 등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수도로 집결 중이고, 지방 자체적으로도 농성과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참가자들은 천 총통이 하야할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장담하고 있다.일단 1차 행사 마지막날인 15일에는 총통부를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대대적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시위는 100만명으로부터 30억원이 모금되는 등 민간의 지지도가 높은 데다 집권 민진당의 전 주석이자, 천 총통의 민주화 동지인 스밍더(施明德) 등이 나서 파괴력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과 중국 언론을 통해 보면, 천 총통의 하야는 이제 시간 문제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한 소식통은 “‘민중의 자발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민중의 에너지가 응집돼 터져나왔다기보다는 사전에 디자인된 측면이 크다.”면서 “기획성 이벤트가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 행사로의 대규모 모금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서 한때 ‘용도’ 문제에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교수, 명망가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 사회도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하야 운동을 펼치겠다.”고 의지를 다지더니 사실상 그만한 뒷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반(反) 중국 인사들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시위 참가자의 복장은 빨간색뿐 아니라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상관없다.”는 주최측의 참여 독려는, 시위대를 ‘통일’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jj@seoul.co.kr
  • 리영희 선생 전집 나왔다

    리영희 선생 전집 나왔다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리영희(77) 선생의 50년 저작활동을 결산하는 ‘리영희 저작집’(한길사 펴냄)이 출간됐다.‘전환시대의 논리’(1974년)에서부터 ‘우상과 이성’(77년),‘80년대의 국제정세와 한반도’(84년),‘自由人, 자유인’(90년)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94년)를 거쳐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200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12권이다.‘8억인과의 대화’,‘10억인의 나라’,‘중국백서’ 등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독자적인 저술이 아니라 번역 등으로 이뤄진 책은 제외됐다.2000년 병으로 쓰러져 구술로 쓰여진 ‘대화’ 이후 나왔던 단편적인 글들이나, 미발표 원고들은 마지막 12권 ‘21세기 아침의 사색’으로 묶였으니 완전한 전집이다. 57년 육군소령으로 예편한 뒤 합동통신사 공채시험에 합격한 리영희 선생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와 세계적인 냉전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뛰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료를 찾아 기사를 써낸 기자다. 그렇기에 1972년 한양대에 자리잡으면서 인식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저서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리 선생은 일련의 저작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우상들로 냉전에 편승한 반공·숭미사상을 지적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이 때문에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여러차례 해직·구속을 반복했고 ‘의식화의 원흉’으로도 꼽혔지만, 반대쪽에서는 ‘시대의 양심’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국언론재단은 18일 프레스센터에서 리영희 선생을 위한 출간기념회도 연다. 시인 고은이 전집 발간 기념으로 쓴 글에서처럼 그는 ‘우리 모두의 기념’이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표현처럼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사행성 성인 오락 게임에 빠져 가정을 잃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돈, 건강까지 잃는 사람들의 수가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사행성 도박 문화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이 갖고 있는 도박성의 의미와 함께 게임중독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기술과 영화 미학의 조화를 보여주는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시리즈를 총망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광대를 위하여’코너에서는 특유의 재치와 기지로 참여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심어놓는 배우 박용우를 만나본다.   ●내사랑 못난이(SBS 오후 8시55분) 호태와 차연은 대통의 소개로 나이트클럽 대리운전과 주방 일을 하며 두리 병원비를 모으고, 차연이 우연히 업소 가수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은 대통은 음반을 취입해도 괜찮겠다며 부추긴다. 그러던 중 차연은 업소 출연 가수들이 사정이 생겨 못 오면서 어설픈 차림새로 무대에 오르는데….   ●생방송 오늘 아침(MBC 오전 8시30분)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앞으로는 유심히 살펴야 할 것 같다. 야외 낚시터에 이동식 성매매가 침투,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함께 일 자리를 잃은 직업여성들이 등장해 낚시꾼들에게 성매매 미끼를 던지고 있다는데…. 성매매 장소로 전락한 야외 낚시터, 신종 변형 성매매 실태 그 현장을 고발한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7시10분) 100만개 동전 불상부터 억대 명품차 가득한 자동차 사원까지, 톡톡 튀는 태국 이색 사원을 찾아가본다. 엉뚱하고도 기발한 중국의 별난 직업들을 소개한다.1분 동안 손등 팔굽혀 펴기,106회를 가볍게 성공하고,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색 도전을 향해 뛰는 강철 인간.‘나약’씨도 만나본다.   ●HD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유럽 각국을 순방하고 수에즈운하와 홍해, 싱가포르 등지를 거쳐 돌아온 조선 최초의 해외 유학생, 유길준. 국비장학생이었던 그가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까닭은 무엇인가?7년 유폐 그리고 12년간의 일본 망명, 구한말 지식인 유길준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다.
  • 법령지식 ‘업그레이드’

    법제처 직원들은 요즘 사내 통신망에 다양한 정보들을 올리는 데 열심이다. 부지런히 정보를 올리고, 또 남의 정보를 잘 읽어주면 점수가 높아져 ‘지식 마일리지’가 쌓이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최근 건설교통부 소관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심의하다가 고속도로의 ‘갓길’에 대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갓길은 과거 ‘노견(路肩)’이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불렸는데 1988년 건설교통부가 ‘길어깨’로 법령용어를 정비했다. 하지만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어느 나라 말이냐.”고 반대하며 갓길을 제안했고, 건교부와 문화부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갓길로 쓰게 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갓길이 여전히 건교부 관련 규칙에는 길어깨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다른 직원들은 “법제업무라는 것은 국어와 역사, 상식 등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법제처의 역할에 중요성을 느낀다.”고 댓글을 올려 놓았다. 올려진 정보는 ‘지식 마스터’인 국장 7명이 ▲우수 지식인 ▲우수 부서 ▲우수 동아리 등으로 나눠 심사에 들어간다. 분기별로 우수 지식인 1∼5위는 문화상품권 5장, 우수 부서와 우수 동아리 1∼3위는 20∼30장을 각각 상품으로 준다. 우수 지식으로 뽑힌 정보를 올린 사람에게도 문화상품권 5∼10장을 포상한다. 법제처 관계자는 7일 “지식 마일리지에 쌓이는 정보는 외부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순수 자체 제작된 것이어서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이란판 문화대혁명 서곡인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대학의 ‘사상 청소’를 독려하고 나섰다. 정교 분리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젊은이들의 사상을 오염시키는, 세속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강단의 독버섯들을 학생들이 나서 제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AP통신은 연말 지방선거를 앞둔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지식인들의 비판을 잠재우고 젊은층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학 정화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가진 대학생 간담회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왜 아직까지 강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지를 총장에게 물어야 한다.”면서 “정부를 향해서도 이들에 대한 퇴출정책을 지속하도록 학생들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언론에 대한 사상통제는 ‘신정 이슬람 공화국’을 표방한 이란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1979년 혁명을 통해 들어선 호메이니 정부는 집권초 수백명의 자유주의·좌파 교수들을 강단에서 쫓아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도 올해초 테헤란 대학에 유례가 없는 성직자 총장을 임명한 뒤 수십명의 자유주의 성향 교수들을 강제해직했다.하지만 아마디네자드의 이날 발언은 사상통제를 위해 정부기관이 아닌 ‘혈기왕성한’ 학생들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같은 ‘아래로부터의 사회개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홍위병들은 낡은 전통과 부르주아 잔재를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관료와 지식인 숙청에 앞장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헤란 대학의 사에드 알 아가 교수는 “아마디네자드와 측근들은 대학에서 반대파를 쓸어내고 젊은이들의 두뇌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면서 “문화혁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작통권 환수 반대” 지식인700명 성명

    전·현직 교수와 학자 등 지식인 700여명이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선진화국민회의는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성명과 성명에 동참한 지식인 700여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회견에는 박우희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이석연 변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노무현 정부는 안보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면서 “작통권 단독행사와 한미연합사 해체는 안보 악화와 미국과 일본에 대한 군사적 종속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김명회 한국학술연구원 원장, 김태길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박이문 연세대 특별교수,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허형 중앙대 대학원장 등이 서명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리영희 펜을 놓다

    한국 현대사는 리영희 선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전환시대의 논리’,‘8억인과의 대화’,‘우상과 이성’,‘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 그의 저서는 한국 사회를 덮고 있는 허구의 논리를 깨트리는 지성의 외침이었다.‘실천하는 참 지식인’,‘사상의 은인’,‘비타협적 진실주의자’ 등 수많은 찬사는 그가 우리 사회에 비춘 진실의 빛에 비하면 가을 기러기 털처럼 가벼울 뿐이다. 리 선생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50여년간의 연구와 집필활동을 접는다고 밝혔다.21세기 벽두 혼돈 속에 지성의 울림이 더욱 간절한 지금 그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1960년대 기사로,70년대와 80년대 책과 칼럼으로 겨레의 이성을 일깨운 ‘죄’로 그는 아홉 번 연행되고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 재판받고 언론계와 대학에서 두 번씩 쫓겨났다. 반공 성전으로 인식되던 베트남전이 베트남 민중의 해방전쟁이라는 것을 깨우친 것도 그였으며,‘중공(中共)’으로 알려진 사회주의 중국의 현대사에 눈을 뜨게 한 것도 그였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리와 돈을 좇아 소신을 헌신짝 버리듯 할 때, 그는 사회 발전에 지성의 동력을 제공하는 지성인의 역할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이제 지적 활동을 접는다 해도 깨달음을 주는 지성인의 역할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장엄한 석양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펜을 놓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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