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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행궁 복원(외언내언)

    올해는 조선조 정조가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흠모의 정을 담아 오늘날 수원성으로 불리는 화성을 축성하지 2백주년이 되는 해.수원시는 요즘 이를 경축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수도를 수원으로 옮기려 했다.그가 천도를 결심한 것은 지극한 효심때문이었다.수원에서 남쪽으로 10여리 떨어진 곳에 화산이라는 자그마한 산이 있고 그 산에 사도세자의 무덤이 있다.정조는 아버지무덤을 매일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선정을 펴려고 했던 것.그의 꿈은 무산됐지만 화성은 1794년 착공돼 1796년 완공됐다.정조는 성만 쌓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5백77칸(1천1백20평)이나 되는 거대한 행궁도 건설했다.행궁은 임금이 지방에 행차할 때 머물던 곳으로 조선조시대에는 10여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화성의 설계자는 다산 정야용.정조는 다산에게 「만세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성을 쌓으라」고 간곡히 당부했고 다산은 임금의 효심을 받들어 지성껏 성을 쌓았다.축성공사에 동원된 인원은 기술자만 1만2천여명,목수 3천35명,석수 6천24명,미장이 2백95명 등이다.또 석재 18만7천6백여개.벽돌 69만5천여장이 들었다.화성은 조선조때의 성으로는 가장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수원시는 화성축성 2백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화성행궁을 복원키로 했다.총8백97억8천여만원이 소요되는 행궁복원은 오는18일 첫삽을 뜨고 월드컵축구가 열리는 2002년 완공하도록 되어있다.이 거대한 공사는 경복궁복원에 버금가는 조선조 왕실건물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효의 복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화성행궁의 원형복원에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수원의 향토사학자들이 서울대 규장각에서 「화성행궁도」등 관련자료들을 찾아 냈기 때문.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담겨있는 이 행궁의 복원이 점차 사라져가는 효도사상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황석현 논설위원〉
  • 창조·도덕적 능력 키우는 교육 시급/박성수(시론)

    과학영재들이 모인 한 대학의 학생이 이번 한학기동안에만 다섯번째 자살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또한 이제 열한살에 불과한 초등학교 6학년의 불쌍한 소녀가장을 동네사람 열넷명이 악마같은 쾌락의 대상으로 삼고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동료학생들의 집단폭력으로 한 학생이 목숨을 잃게 된 비극이 알려진 뒤에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니 지난 몇년동안 있었던 패륜적 부모살해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사고같은 것이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이 무엇에서 실패하고 있나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증거라고 하겠다.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도덕적 능력을 제대로 배양하였다고 하면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하겠다.단편적인 지식중심으로 치달아온오늘의 교육이 바로 그 책임을 져야 할 주범이라고 하겠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식중심의 교육이 되기 쉬운 역사적 상황에 있었다.해방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가들의 지식,기술,기능을 수입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훈련해야 농사도 짓고 공장도 돌아가게 할 수 있었다.서양의 제도,과학,기술을 들여와서 산업을 일으켜야 했다.결국 훌륭한 교육이란 선조들의 정신과 업적을 배우고 계승하며 선진국가들의 문명과 기술을 전수받는 것이었다.그러한 교육을 열심히 해서 이제 우리들은 경제를 기적적으로 발전시켰고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기만 하는 교육으로는 이제까지 누적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을 슬기롭게 이겨내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우리교육의 위기는 「지식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다.도리어 21세기에 필요한 지적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21세기에 요구되는 지적능력이란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능력이다.외국에서 아직 모르고 있는 지식을 끝없이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때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능력은 남과 달리 생각하고 하나의 현상에 창조적 정신으로 접근하는 지적능력이외에도 그 현상에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몰두하는 정서적 능력과 함께 도덕적 용기를 체계적으로 배양할때 제대로 기를 수 있다. 최근 우리사회 일각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감성지능 또는 정서적 지능의 개념은 인간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 정서적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다니엘 골만의 이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충동의 조절,인내력,열정과 자발적 동기,공감과 사회적 기민성,자기자신에 대한 이해같은 것이 감성지능에 포함된다.감성지능의 개발은 교육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으며 현대인이 겪고 있는 정서적 고통과 도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적 위기는 창조적 지성의 발전과 정서적 능력의 함양을 소홀히 하는 것에서도 비롯되지만 도덕적 능력의 향상을 위한 교육적 노력이 지식의 전수에서 그치는 것에도 있다.정서적 능력이나 도덕적 능력은 구조화된 교실의 활동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길러질 수 있다.그러나 그러한 능력은 근본적으로 자연스러운 생활속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을 교육적으로 다루어 나아갈 때에만 제대로 길러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교육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교실보다 더 큰 사회와 자연속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의미의 교육을 망각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21세기의 도전에 대처하는 길은 크게 세가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첫째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둘째 위기와 시련에도 넉넉한 마음으로 슬기있게 대처하는 정서적 능력을 함양하는 것,셋째 사람·일·공동체·자연을 남다른 애정으로 돌보는 도덕적 인격을 닦아 나가는 것 등의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나가느냐에 한국의 장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 조각가 김영중(이세기의 인물탐구:100)

    ◎선과 면의 결합으로 「인간주의」 실현/구상서 추상까지 고루 섭렵… 작품마다 실험정신/대형건물 미술품설치 의무화 등 미술발전 앞장/광주 비엔날레 「경계를 넘어」·세종문화회관 「비천상」 등 대표작 연대 정문에서 명지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연희조형관.건물 베란다를 둘러싼 청청한 송죽과 추상조각으로 이뤄진 하얀 돌기둥이 눈에 띈다.이 건물은 해방후 조각 1세대로서 이 시대 대가의 한사람인 우호 김영중의 미술관이다. ○해방이후 1세대 조각인 화단경력 40년에서 그가 쌓은 업적과 작업량은 엄청나다.우선 세종문화회관 외벽부조인 「비천상」,독립기념관의 상징조형물인 「강인한 한국인」군상,서울신문 외벽부조인 「질서」가 그의 작품이다.서울 어린이대공원내 소파 방정환을 비롯해 인촌 김성수,의제 허백련,고하 송진우,일민 김상만,가인 김병로,용인 호암미술관의 이병철,명창 임방울초상등 등 시비·화비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홍대·이대·중앙대 교수를 거쳐 한국미술가협회이사장,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장·심사위원장을 지냈고 63년 원형조각회를 창립한 이래 한국현대조각연합 상파울로비엔날레 한국현대미술전과 도시의 환경조각,음악과 무용미술전 등 대대적인 그룹전·기념전에 그는 빠짐없이 작품을 출품해왔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개인전을 연 적이 없고 자전적인 화집 한권도 갖지 못했다고 하면 아무도 곧이들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지난해 고희기념으로 후배들이 화집발간을 권유했을때도 그는 『내 화집을 내손으로 만드는 것은 쑥스럽다』면서 후학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도서,미술전문잡지,팸플릿과 각종 슬라이드·비디오테이프등 2만5천여점을 내놓아 그의 조형관에 미술자료실을 먼저 만들었다. 실제로 80년대 그는 재능있으나 가난하여 전시회를 갖지 못하는 35세미만의 젊은이들에게 작품발표의 장을 열어주었고 대형건물에 미술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서는등 누군가 해내지 않으면 안될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미술을 발전시킨 역력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호라고하면 그의 작품들은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이른바 한국성을 강조하면서도 국경을 초월한 「생명주의 추구」가 그것이다. 첫째 그는 면과 면의 만남이 선을 형성하고 선과 면의 결합에서 한국적인 형상을 발현한다는 확신이 투철하다.여인의 버선목에 나타나는 유연하고 완만한 곡선미는 예리하고 차가운 석질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만져질듯 부드러운 감촉을 만들면서 빛의 농도와 조사 각도를 통해 조각에다 발색과 채도 조명기법을 도입하고 있다.또 모뉴망 하나라도 그것이 사면팔방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광선과 환경과 상황에 따라 작품으로서 완벽할뿐만 아니라 면은 물론 표현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것을 면밀하게 계산해낸다.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성취하기 위해 구상에서 추상,반추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헤프닝과 실험과 조형양식을 고루 섭렵해왔다.그리고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피하지 않고 「홀로 선다」는 각오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오기를 멈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중고차 한대를 사서 해머로 두들겨 부수고 구겨서 이를 새로운 조형물로 재생한 적이 있고 널빤지에다 새끼줄을 이용한 입체적인 콜라주기법을 부조에 응용하는가 하면 풍경과 종을 환조에 달아 바람이 불면 종소리를 내는 「소리나는 조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천착하는 중에도 부르델과 마이욜의 지중해적 고요와 격정,슬픔의 상황고조를 극복해냈고 부랑쿠시와 아르프의 현대추상작품에서 보이는 유기적 생성표현에 집착하면서 미지의 어떤 것,보이지 않는 진실에 독해가능성을 부여하는 작업에 치중해 왔다. ○경력 40년… 개인전 연적 없어 먼저 그의 릴리프들은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회화성이 새롭다.흰 벽면 전체를 캔버스 삼아 양각과 음각으로 터치된 세종문화회관의 거대한 「비천상」은 그 것이 돌조각인데도 승천하는 천사의 움직임을 율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거대한 빌딩의 외부 혹은 내부벽면 부조 역시 밤의 조명속에서 마치 백색 유화물감만으로 마감한 싱그러운 마티에르와 볼륨을 살린다.초상작품도 마찬가지다.각 인물의 명철과 청념,정한과 인자,고매한 인품과 꿋꿋한 지조를 형형한 눈빛와 미소에 담아 그들의 지나온 역정을 고백성사처럼 들려준다. 기념조형물중에는 광주비엔날레 상징물인 「경계를 넘어」가 김영중 모더니즘의 압권으로 손꼽힌다.원형으로 휘어진 붉은 무지개다리는 하늘의 푸른 색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주를 향한 교량답게 극적인 긴장감과 지성미를 품고 눈부신 창공에 고고하게 걸쳐져 있다. 「단순히 조각을 위한 조각은 예술로서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다.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주의 실현이며 인간의 행복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때 비로소 예술가의 긍지가 빛난다」고 그는 말한다. 우호는 광주농림고시절 학교에서 전교생에게 점토로 작품을 만들게 하고 그중에서 우수작품에 선발되자 그때부터 그림과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조선조 중엽의 성리학의 태두인 하서 김인후의 13대 직계손이며 부친 김요흠씨는 전남 장성의 대지주로 그는 한서와 서예와 시조의 풍류가 있는 지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실수 용납않는 완벽주의자 해방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홍익대 조각과로 옮겨 대학을 졸업,58년 제7회 국전에서 「장갑낀 여인」이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을 때도 국전출품을 계속하지 않고 있다가 75년 국전의 재야영입 케이스로 국전 추천작가가 되었다. 지금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10살에서 30살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격의없이 어울리고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만년 미래지향형이다.요즘은 오는 11월4일로 잡힌 동아일보초대 첫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그의 조형관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고 있다.가족은 디자이너출신의 부인 임원순씨와의 사이에 8남매,위로 딸 7형제중 3녀 명수씨가 현대무용가이고 외아들 경수씨는 올봄 예일대 졸업후 귀국해 있다. 우호의 성격은 대체로 예의가 바르고 겉으로 부드러우나 일을 앞세우면 사적 애정을 떠나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속물적인 타협이나 시세에 편승하는 법도 없다.다만 정이 많고 친구를 좋아하는 다감한 일면이 그의 예술가적 기질이다. 미술평론가 김남수씨는 『조각가,교수.미술행정가로서 화단에서 쌓은 수많은 업적중에도 지난해 60일간에 걸쳐 무려 1백90만명의 관광객을 동원한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은 당연히 우호의 몫』이라고 평가한다.조각가 조성묵씨는 『생명이 있는한 그 삶의 정의로움과 사랑을 어찌나 중요시하시는지 거기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아마도 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그의 후배사랑을 주변에 전한다. 대문호 괴테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한 것처럼 이제 그의 형태는 「견고하고 명확하고 한정된 볼륨과 외부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균형잡힌 고요」를 성취한 가운데 절대를 향한 내면에 깊숙이 접근되고 있다.그리고 현대적인 균제미와 구상주의를 절충한 그의 상황조각은 최상의 배경인 자연의 풍광속에서 언제 어느 면에서 보든지간에 낯의 빛과 별들의 빛을 수용하면서 살아숨쉬는 생명주의를 실천해 내었고 결국 예술의 끝인 「휴먼」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연보 ▲1926년 전남 장성 출생 ▲46년 서울대 미대 입학 ▲56년 홍대 미대 졸업 ▲58년 제7회 국전 「장갑낀 여인」으로 문교부 장관상 수상 ▲62∼63년 홍대,서라벌대 출강 ▲63년 원형조각회 창립기념전 ▲73∼78년 이대 및 중앙대출강 ▲75년 국전추천작가 ▲77∼현재 동아미술제운영위원회 의장 및 심사위원 ▲80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86∼현재 서울신문사주최 서울현대조각공모전 운영위원장 및 심사위원 ▲9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및 심사위원장 ▲93∼현재 서울특별시예술위원 ▲94년 광주비엔날레조직위부위원장 ▲95년 「미술의 해」조직위원 〈작품출품〉한국현대연합조각전 서울미술대전 현대미술초대전 원로조각초대전 상파울루비엔날레 구상조각전 한국현대미술 어제와 오늘전 등 1백여회 출품 〈대표작〉독립기념관 「강인한 한국인상」,세종문화회관외벽 「비천상」,13도 창의군탑,서울시시설관리공단 「일하는 사람들」,광주어린이대공원 어린이탑 「희망」,마산종합운동장 상징탑,해남 명량대첩기념탑,서울신문사 내벽부조 「질서」,중앙일보사외부조각 「배달소년상」,동아일보 충정로사옥앞 「기수」,광주비엔날레상징 무지개다리 흉상및 동상등 수점 〈현재〉한국조각공원연구회장·한국미술협회고문·홍익조각회회장·한국성미술연구회 고문 〈수상〉대통령 표창(82년) 서울특별시문화상(88년) 예총 예술문화상(91년) 청곡문화상(93년) 옥관문화훈장(94년) 호암예술상(95년)
  • “대권논의 바람직 않다” 김덕룡 정무(오늘의 인물)

    김덕룡 정무장관은 여권내 「차기주자」의 한 사람이다.그러나 다른 주자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특유의 「잠행」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그가 두달여만에 공개석상에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지난 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노동대학원 개원1주년 학술대회 만찬에서 강연한 것이다.유난히 대중들 앞에 나서기를 삼가온 만큼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장관은 이 자리에서 강연에 나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그는 인사말에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특강정치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고 다른 주자들의 「특강정치」비판을 위해 강연한 것임을 못박았다. 그는 먼저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21세기로 진입하는 우리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고,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연의 한계를 설정했다. 김장관은 『현실에도 맞지 않는 차기니 대권이니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마땅함을 표시했다.이어 『우리 정치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흔히 한국경제는 2류,정치는 4류라고 하는데 그런주장에 반박할 수 없을 만큼 현 정치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피력했다.〈박대출 기자〉
  • 심기 불편한 민주당/신설 제도개선특위서 배제 당해

    ◎당직자들 2야 찾아가 거센 항의 민주당 의원들이 몹시 화가 났다.특히 국민회의측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신설될 제도개선특위에 무소속 의원을 뺀채 3당 여야동수로 위원을 선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총선때 2백만표를 얻은 정당인데,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첫 「폭발」은 3일 상오 국회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실에서 일어났다.제정구 의원과 김홍신 대변인은 독설로 가득찬 성명서를 들고와 제도개선특위에 무소속 몫으로 민주당 의원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협상이 검찰·경찰의 중립성 보장도 없이 결국 3김씨의 실리챙기기로 귀결되고 있다.이는 감나무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홍시를 챙겨먹는 「장물챙기기」와 다름없다』.그러나 국민회의 박총무는 『야당 연석회의와 보라매집회때 참석하지 않는 등 야권공조를 위해 도대체 도와준 게 뭐냐』고 맞섰다. 두 의원은 박총무와 1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하오 1시쯤 자민련 이정무 총무실을 찾았다.이총무가 자리에 없자 당직자들에게 『자민련은 지성인들이 모인 당』이라며 『다음 대선때 DJ는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하오에는 이중재 고문이 직접 나섰다.총무회담에 앞서 국민회의 박총무를 붙잡고 항의하려 하다 국창근 의원에게 저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나이드신 양반이 이러면 어쩌느냐』.다시 김영배 의원에게 다가섰으나 총무실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이고문과 민주당 의원들은 하오 8시 총무협상이 시작되기 직전 귀빈식당 앞에 다시 모였다.안으로 들어가는 여야총무들을 향해 『우리를 바보로 아느냐』『내일 본회의 투표가 제대로 될 것 같으냐』『본회의장에서 시신 하나 치울줄 알아라』고 마구 쏘아댔다.그러나 그 뿐,군소정당으로서 소외감만 맛보는 듯했다.〈양승현 기자〉
  • 광주·전남의 시위자제 요청(사설)

    송언종 광주시장,허경만 전남지사 등 광주·전남지역 기관장들과 최한선 전남대총장 등 7개대학총장들이 공동담화문을 통해 학생의 폭력시위자제를 촉구한 것은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은 「시·도민과 대학생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이란 담화문에서 『5·18민주항쟁은 우리 지역 주민들의 기개와 용기를 보여준 역사적 쾌거였으나 최근의 법적절차를 무시한 폭력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히고 『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함으로써 과거의 한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우리는 이들의 공개적인 시위자제 요청이 이 지역주민의 뜻을 대변한 것이라고 보며,학생들이 그뜻을 헤아려 폭력시위를 중단하고 면학에 정진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다. 우리가 여러차례 강조한바 있지만 폭력시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작태다.그럼에도 폭력시위는 빈발하고 있다.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올들어 일어난 폭력시위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0배가 넘는다는 것이 치안당국의 집계다.지난 14일에는 조선대학생회가 북한김형직대학과의 자매결연식을 강행,이를 막으려던 의경 한명이 학생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진 불행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시는 「과거의 비극」을 「미래의 영광」으로 바꾸기 위해 지금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2002년 월드컵축구경기를 이 고장에서 개최하기 위한 범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내년의 광주비엔날레를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하게 치르기 위해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때 학생들이 폭력시위를 계속한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월드컵축구경기 유치에 차질을 빚게할 뿐만아니라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도 어렵게 만들지 모른다.광주·전남이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공권력이 무력화된 고장」으로 인식된다면 외국인들이 어떻게 안심하고 이고장을 찾아 올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지역발전에 기여하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학생들은 이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멀리 던져 버리고 광주·전남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
  • 오정희씨,짧은 장편소설 「새」 출간

    ◎“열두살 소녀가 겪는 어려운 세상살이”/원고지 4백매 분량… 삶의 본질적인 어둠 탐사 삶의 어둠을 투시하는 단아한 단편에 주력해온 작가 오정희씨가 짧은 장편 「새」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원고지 4백장 분량으로 본격장편이라기엔 어중간하지만 오씨가 서사성의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는 징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설은 어린 소녀 우미를 내세워 그 의식세계를 1인칭으로 따라간다.엄마가 가출하자 남동생 우일이와 함께 외할머니댁,큰아버지댁을 떠돌던 아이는 어느날 아버지를 따라 「안집할머니」네 셋방으로 옮겨간다.셋집엔 이들 외에도 새를 키우며 사는 트럭운전사 이씨,공장에 다니는 동성연애자 문씨부부,외판원으로 떠도는 정씨,지붕에 고추를 널다 떨어져 반신불수가 된 주인집 연숙아줌마 등이 방 한칸씩 차지하고 살아간다. 이같은 설정이 얼핏 세태소설,풍속소설의 그것처럼 느껴지지만 「새」는 그와 정반대로 오씨가 「지긋지긋하게 걸어온 삶의 본질적인 어둠」을 탐사하는 길로 기울어진다. 이 소설에서 삶이란 근원적으로뿌리뽑힌 이들에게서 무언가를 거듭 박탈해가는 사악한 힘이다.외판원 정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통에 공소시효를 반년 남겨둔채 살인용의자임이 밝혀진다.불구의 연숙아줌마를 끔찍이 아끼던 남편 김씨는 트럼펫 연주하던 직장을 잃자 아내마저 버리고 떠난다.이같은 삶의 불모성은 우미의 경우 무엇보다 섬뜩하게 드러난다.그애는 학급아이들이 돌아가며 집에 초대하는 인형 「곰순이」를 데려다가 배를 가른다.「…(배속에는)심장도 허파도 위장도 창자도 없었다.더럽고 냄새나는 시커먼 헌 솜뭉치와 스펀지조각,자투리헝겊 따위가 빼곡 배를 채우고 있었다.…(다른 집에선)수영을 하고 햄버거를 먹고 피자를 먹었다구? 우일이와 나는 하하 웃었다.끄집어냈던 것들을 텅빈 뱃속에 다시 집어넣었다.굴러다니는 토막연필과 크레용도 밥상에 흘린 라면가닥도 넣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동생도 죽은 뒤 아무 보호도 애정도 없는 곳에 홀로 팽개쳐진 열두살 우미에게 삶이란 「물을 삼키듯 쓴약을 삼키듯」 울음소리를 삼켜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공포의 대상으로서의 삶,착란과 혼돈으로 이끄는 삶의 공간을 정확한 상징과 빈틈없이 정교한 구성에 담은 「새」는 오씨 작품세계에 독특한 새로움을 보태고 있다.〈손정숙 기자〉
  • 극복해야할 문제점과 개선책(지자제 1년 평가와 과제:중)

    ◎단체장 인기 영합… 지역이기 심화/재정자립 기반 확충… 세원개발 등 노력을/중복업무 재정비… 국가사무 비중 낮춰야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지자제 실시 1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 등 6개 광역시와 과천 등 4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공무원·대학교수·30대 주요그룹 임원 등 오피니언리더 계층 5백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지자제는 1백점 만점에 평균 57점의 낙제점을 받았다. 항목별로는 자치단체 59점,자치단체장 65점,지방의회 의원 47점이었다.지자제의 문제점으로는 ▲낮은 재정자립도 ▲권한이양 부진 ▲지역이기주의 등이 지적됐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그동안 실시된 비슷한 조사에서 매번 지적돼 왔으며 실제로 지자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재정면에서 볼때 중앙의 지원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의 비율은 64 대 35다.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더욱 격차가 커 80.8 대 19.2다.각각 47 대 53,63.1 대 36.9인 일본과 비교해보면 지방재정 규모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재정규모의 취약성은 전국 2백45개 자치단체간 비교에서 더욱 뚜렷해진다.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62.2%로 나타나고 있으나 특별·광역·일반시 및 일부 구 지역만 89.9∼53.0%로 반을 넘을 뿐 대부분의 도 및 군지역은 43.1∼22.5%로 매우 낮다. 내무부 김재영 행정국장은 『단기적으로는 경영사업·민간위탁·수익자 및 원인자 부담원칙 적용 등을 통해 재정수요를 충당토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세원 개발·지방재정 재원 확충과 형평성 제고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한 이양이 부진한 것은 사무의 지방이양과 결부돼 있다.자치단체의 수행사무 가운데 국가사무가 큰 비중을 차지,자치단체의 업무영역을 크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법령·조례·규칙 등 총 6천5백21개의 사무 중 국가사무의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으며 경북도의 경우도 5천7백33개 중 35.1%가 국가사무다. 이는 사무중복을 초래,업무의 효율성을 낮추고 업무분담도 불명확하게 해 책임회피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따라서 인·허가 등 주민생활과 밀접하고 「현지성」이 강한 업무는 지자체로 대폭 이관하는 등 합리적인 사무배분 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한편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갈등과 마찰을 불러 일으켰던 지역이기주의는 과거 임명직 시절보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이 다음 선거때의 「표」를 의식,적극 대처하지 못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낙동강변 1백여만㎡ 규모의 위천공단 조성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대구시와 경남도·부산시의 첨예한 대립은 대표적인 예다.지역내 이해를 달리하는 주민들이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아 발생하고 있는 「님비주의」현상도 지자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다.충남 예산·당진·부여군 등이 각각 추진중인 공원묘지 조성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공법학)는 『민선 자치제 실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기주의는 중앙집권적·관료주의적 행정에 의한 비민주적 요소를 제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물』이라며 『이를 극복하는데는 정부와 자치단체,그리고 주민들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곽영완 기자〉
  • 독도와 대마도/한일관계사연구회 지음(화제의 책)

    ◎한일 영토인식의 편차 재검토 한·일 양국간 영토인식의 편차를 역사적으로 재검토한 책.「세종실록지리지」「숙종실록」등 한국측 사료와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태정관 지령」등 일본측 사료를 두루 검토,당시 우산도·송도 등으로 불리던 독도가 조선과 일본 양국 모두에 의해 조선 영토로 인정되었음을 밝힌다.또 일본은 독도의 군사적 가치에 눈독을 들여 「외국영해수산조합법」(1902년)을 제정,울릉도를 강제점령했으며 1905년에는 「시마네현고시」를 공포해 독도를 일본영토에 편입시켰다는 주장도 펼친다. 대마도 문제와 관련,이 책은 대마도는 고려 중엽부터 진봉관계에 의해 우리나라에 종속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조선측에서 대마도인들에게 관직을 제수했던 수직인제도도 양국관계를 규명하는 생생한 사례로 제시된다.이러한 종속관계는 대마도의 외교권이 메이지 정부에 의해 박탈될 때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견해.이밖에 조선시대에는 대마고토의식,대마번병의식,대마속주의식 등이 팽배했을 정도로 「대마도는 조선땅」이라는 인식이 확고했다는 점도 밝힌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마도가 조선땅이라는 주장은 일본이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강변하는 데 비하면 역사적으로 훨씬 연원이 깊고 입증자료도 풍부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지성의 샘,1만원.
  • 이대와 새 총장(외언내언)

    우리에게는 『이화여자대학교가 있다.』 역사가 단절되고 민족이 말살되는 시련을 겪을 때,독립을 갈망하며 피흘려 싸울 때,신흥 대한민국이 설립되어 근대화를 이룰 때,그 모든 국운의 고비에서 안팎으로 기여한 빛나는 여성인력을 1세기동안 길러낸 곳. 그 이화대학교가 새로 11대 총장을 맞았다.기혼의 한국여성 총장으로는 처음인 장상총장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기혼이나 미혼이 총장역 수행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그런데도 그 부분에 대한 화제가 두드러졌던 것에서도 「이화」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짐작된다. 여자만 다니는 대학은 우리에게 더 있고 세계적으로도 얼마든지 있다.그러나 한번 교정에 들어오면 한 학기가 다하기 전에 어느 다른 대학과도 닮지않은 「이화인」의 개성이 각인되는 독특한 학교가 「이화」다.진취적이고 거침없고 자부심에 넘치는 유능한 여성인력을 길러내는 「이화」를 세계가 인정한다. 딸이고 누이이고 어머니이고 할머니인 「이화인」의 영향에서 무관한 한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도 「이화」와 무관할 수 없다.특히 지금은 「좋은 어머니」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고급 지성으로 육성해 놓고도 녹슬려 묵혀두는 여성인력 자원의 낭비도 문제지만,다른 많은 앞서간 나라들처럼 우리도 가족의 붕괴현상이 걱정되는 세월에 이르러 있다. 「이화인」들이 깨달으면 그런 많은 우려를 줄일 수 있다.하이테크시대이고 정보화시대인 미래는 물리적 힘의 능력보다 정밀하고 섬세한 지력이 더욱 소중한 시대이다.그리고 협상과 타협의 평화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시대다.새로운 여성에게 우리는 그런 희망을 건다.그리고 새 총장을 맞는 「이화인」들이 그중의 많은 것을 충족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에게 이화여자대학이 있다」는 것을 긍지로 삼고 있는 우리는 그 희망이 이뤄질 것을 믿고 기대한다.〈송정숙 본사고문〉
  • 「변두리로 밀려난 외교」톰 대실 미민주당 상원원내총무(해외논단)

    ◎외교정책이 정정대상 돼선 안돼/대선앞둔 미 정치인 외교논쟁에 국민들 외면/초당적 협조통해 미의 국제적 리더쉽 지켜야 미국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야당인 공화당의 클린턴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톰 대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미 외교정책에 관한 의회의 초당적 협력자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외교정책」(카네기학술재단) 최근호에 실린 그의 글 「변두리로 밀려난 외교」를 소개한다. 금세기 후반 들어 미국에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외교정책 현안은 동시에 일반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했다.보통사람도 외교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그 중요성을 이해했다.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탈냉전시대가 되자 외교정책에 관한 논의는 일반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정책입안자나 언론 엘리트만이 간여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한편으론 정치집회장에서나 외쳐지던 보호주의·고립주의의 슬로건들이 집회장 밖의 많은 사람에게 확산돼나갔다.뭔가 꺼림칙하고 위험한 사태의 변화다. 핵전쟁이 금방 터질 것이라는 위협은 이제 사라졌다.아직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지구종말의 시간은 다소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이 새로운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그리고 그 일을 맡을 준비는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우선은 더 시급해 보인다. 점차 통합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미국은 최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세계금융시장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이제 한 나라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면 그 여파는 즉각 인근국가 및 통상파트너의 경제에 「수출」되고 만다.국경의 개념은 그 어느때보다도 희미해져 국지 및 국제분쟁·이민·통상마찰 같은 전통적인 문제는 물론 환경오염·에이즈·무기확산 같은 새 문제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므로 외교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견실한 외교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뿐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쟁의 시대에 국가경제를 지켜주며 또한 여전히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제무대에서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견실한 외교정책은 미국이 떠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서 일반국민의 확고한 지지가 뒷받침될 때만 제대로 입안되고 실행될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중요한 외교문제를 시시콜콜한 정치적 논란거리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일반국민의 무관심을 초래했다.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이런 경향은 쓸데없는 열만 올리게 할 뿐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너무 정치논리에만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하고 있다.전에는 당은 달랐어도 민주·공화당 사이에 협력의 정신만은 엄연히 살아 있었다.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마셜플랜,소련의 붕괴,이스라엘·이집트간의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아프가니스탄 대소항쟁지원,폴란드 자유노조와 바웬사에 대한 지지,전략핵감축 등이 이뤄졌다.유감스럽게도 이같은 협력은 점점 더 먼 과거의 유물인 양 여겨지고 있다. 진정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달라서 양당이 맞서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외교정책에 관한 정치논쟁은 꼭 필요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일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그래서 일반 미국인은 이런 이슈를자기와는 상관없는 구경꾼의 입장에서 대한다. 일반국민이 접할 때쯤 외교정책은 아주 천박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정치인은 우스개나 조소거리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라는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을 거론한다. 국익에 직결된 핵심적 국제문제에 미국의 능동적인 리더십을 지키고자 한다면 미 의회는 당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국제주의적 시각을 가진 지도자들의 연합을 결성해야 할 것이다.당파적 정치수사학이나 선거캠페인 광고에서 한걸음 물러나 파당심리보다는 창조적 정신과 지성을 결집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처음부터 건전한 양당주의의 정신,그리고 의회·행정부간의 협조정신이 정책입안에 반영돼야 한다.지금까지는 아무 득도 가져다주지 않는 정치적 계산만 난무했다.대통령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당은 자신의 진정한 역할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야 할 것이다.〈정리=김재영 워싱턴특파원〉
  • 소설가 오정희(작가를 찾아:8)

    ◎“소설쓴지 30년… 원고지 두렵기는 처음 그대로…”/내느낌·체험으로만 글쓰는 나는 아마추어/하루 원고지 5∼6매가 고작… 많이 쓰면 밀도 떨어져/일상의 잔상들은 한순간에 피어나는 소설의 씨앗들/버려진 노인 등 변두리 인물통해 성의 어둠 조명 작가 오정희씨를 찾아 달리던 경춘가도 사위에는 여름더위가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빨랫줄처럼 빳빳하게 내리꽂히는 햇볕이 소양강 물줄기를 따라 들어찬 여관의 지붕이며 수초의 무더기들,구불구불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삶아댔다.어느새 돌아온 들끓음과 소란의 계절.그렇건만 남춘천역을 등진 오씨의 11층 아파트는 적요롭기만 했다.맞바람치는 널찍한 공간을 먼지 하나 없이 정돈해놓고 오씨는 툭툭한 삼베저고리에 말끔히 화장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며 인사치레를 했다.그러자 대뜸 『하루종일 걱정에 묻혀 지낸다』는 「엄살」부터 건너왔다.『작품 주기로 한 곳은 많은데 글은 더디죠,계간지 원고 석달만 미뤄주면 명작이 나올 것만 같은데 막상 닥치고 보면여전히 제자리걸음….소설쓴 지 30년이 돼가도 원고지 두렵기는 처음 그대로지요』 최근 오씨는 지난해 발표한 단편 「새」를 중편으로 손질,막 문학과 지성사에 넘겼다.하지만 「작가세계」 「창작과 비평」 등 계간지와의 「닳고 닳은」 부채가 줄을 서 있다.『출판사와의 이런저런 원고약속을 제때 지켜본 적이 거의 없다』며 주눅들어하는 작가.『살림할 시간마저 탈탈 털어 책상앞에 붙어 살지만 하루 원고지 5∼6장이 고작』이라고 넋두리다.함부로 말을 널어걸지 못하는 천성은 단어 하나마다 무수한 망설임을 낳게 하지만 정제된 그의 언어에는 성급한 원고지 열장과 맞먹는 내밀한 울림이 출렁인다. 거북이붓을 미안해 하는 마련으로도 그는 『많이 쓰면 밀도가 떨어져요』,더 나아가 『나는 좀 많이 쓰면 안돼,나는 내가 잘 알아요』라고 재빨리 못박아버린다.이러니 그의 글을 받으려는 편집자들은 오래 끓여야 깊은 국맛이 우러나는 정갈한 한정식을 기다리는 여유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삼베저고리 정갈한 차림 겉으로는 너무나도 말끔하고 평온한일상.그러나 이면에선 삶의 어둠에 가장 적확한 한마디가 아니고는 허용하지 않는 엄정한 태도.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반된 기질의 이 양립을 오씨는 『문학이 있어 나는 일상을 깊은 어둠에서 지켜내기 수월했다』고 나름으로 해석한다. 오씨의 작품은 많은 젊은 작가지망생을 한번씩 홀린다.몇해전 한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이 오씨의 표절이라 해서 당선취소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그 응모자는 오씨의 작품을 베끼며 습작하다 저도 모르게 그의 문장을 흉내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뚜렷한 사건이나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없다.거대한 사회적 함의를 품은 경우도 별로 없다.주인공은 거의 변두리에 팽개쳐진 인물이다.버려진 노인이나 아이,보잘것없는 주부가 대부분.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생의 깊숙한 무엇과 닿아 속으로 앓고 있다.무엇이 작가를 자꾸만 이런 속멍든 세계로 이끌까.또 그의 독자는 이 끔찍한 세계의 무엇에 그토록 번번이 끌려드는 것일까. ○작가지망생 습작용 인기 『제가 소설의 실마리를 잡는 것은 그냥 휙 지나치는잔상,이미지 같은 것들이에요.이것들이 물이 괴듯 마음속에 괴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밖의 소재를 만나면서 소설이 눈뜨지요』 그 예로 오씨는 지난 84년 교환교수 남편을 따라 2년간의 미국살이끝에 도통 고갈됐다가 불시에 글샘이 뚫린 89년작 「파로호」를 든다. 『당시 뭔지 모를 답답하고 황량한 것이 가슴을 꼭 누르고 있었어요.그러다 평화의 댐 계획으로 물이 말라버린 파로호를 보러 가서 비로소 그 뭔지 모를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호명할 수 있게 됐지요』 그래서 오씨는 자신의 글쓰기를 「씨뿌리기」에 비유한다. 『지난해말 「한국작가포럼」으로 프랑스에 다녀오고 올초엔 멕시코·페루 등 남미를 둘러봤어요.파리는 늙은 골동품 같았고 마야유적은 죽음에 대한 예감이며 인간의 본원적 회귀욕망에 대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어요.이런 외국체험을 날것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소설이 되지는 않겠지요.하지만 지구 저편 사람의 삶과 유적에서 받은 인상은 씨앗처럼 마음속에 떨어져 숨었다가 어느 순간 물을 만나듯 하나씩 되살아오를 거라믿어요』 문학이 상품이 돼버려 글쓰기도 생산이라는 요즘,많은 이가 장르를 넘나들며 팔방의 재능을 뽐낸다.하지만 오씨는 1년에 서너편의 단편을 「깎아」낸다.『예감도 아무 재능도 믿지 않는,내 소설쓰기는 완전한 수공업』이라는 그는 『작가는 문학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그러면서도 『나는 내 느낌,내 체험이 아니면 못써요.내속에서 익은 것이 절로 흘러넘쳐야 해요.그러니까 나는 아마추어라고 생각돼요.직접 겪지 않은 것도 만들어 끄집어낼 만큼 깊어져야 진짜 프로인데』라며 우물거린다.『문학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데도 시간을 뺏기기 싫다』는 오씨는 이제 우리 주변에 몇 남아 있지 않은 「장인」이다.이 속도의 시대에 보석처럼 더디게 깎아낸 작품을 들고 그는 사람을 홀리는 「장인」의 그물을 더 넓게 펼칠 것이다. ○1년에 단편 서너편 깎아 열아홉 겨울일기에 오씨는 「정결한 사랑,문학과 나 사이에 어떤 매개항도 두지 말 것.아름답고 힘 있는 문학을 살(생) 것」이라고 썼다.30년이 지난 지금도 『문학이란 나를 굉장히 매혹시켜요.작가로 출발했으니 다른 길은 없는 것 같애』라 되풀이하고 있다. 이 매혹을 만나려거든 곧바로 그의 책을 열어봐야 한다.그러면 아무렇지 않은 듯 건너온 우리 삶의 이면에 얼마나 섬뜩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이 소름끼치는 어둠을 회피하지 않는 몇몇 독자만이 오씨 작품이 감춰둔 기이한 안식의 세계에 가 닿게 되리라. □연보 ▲47년 서울생 ▲충남 홍성군 홍주읍 홍주국민학교 입학(54) 인천 신흥국민학교로 전학(55) 신문연재소설부터 야담류까지 남독의 시작 ▲3학년때(56) 경기도내 백일장에서 「오늘 아침」이라는 산문으로 특선 ▲수송국민학교(59)·이화여중(60)·이화여고(63)·서라벌예대(66)입학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당선(68) ▲강원대 신방과 교수가 될 박용수와 결혼(74) ▲대표작 단편 「번제」(70) 「봄날」(71) 「적요」(76) 「불의 강」(77) 「저녁의 게임」 「중국인 거리」(79년) 「유년의 뜰」 「어둠의 집」(80) 「별사」(81) 「동경」 「바람의 넋」(82) 「불망비」(83) 「불꽃놀이」(86) 「그림자밟기」(87) 「파로호」(89) 「옛우물」(94) 「새」(95) 장편동화 「송이야,문을 열면 아침이란다」(93)등 ▲이상문학상(79) 동인문학상(82)
  • 피터 린더트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 「성장방해론」반박(해외논단)

    ◎적정복지예산은 경제성장 방해 안된다/“사회비용 많으면 성장 정체” 반드시 성립안돼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면서도 아직도 한편에선 사회복지성 예산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피터 린더트 미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경제학교수가 경제전문 격월간지 「도전」 최근호에 기고한 이 성장방해론에 대한 반박견해를 소개한다. 국민으로부터 거둔 세금이 경제투자가 아닌 사회성 예산으로 쓰여질 때는 국가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생각하는 정치가나 학자들이 많다.돈을 많이 번 곳에다 세율을 높게 책정해 세금을 더 거두는 누진세제,빈곤층 복지금,실업수당,퇴직 연금,의료보조금,근로자 수당 등 한쪽에서 거둔 세금을 다른 쪽에다 나눠주는 양도성 지출이 현재의 각국 세입·세출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각국마다 세금을 기반으로 한 사회양도성 지출은 물론 여기에 교육예산을 얹는 사회성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이 비용은 예산의 투자재원을 깎아먹는 만큼국가총생산에 적지않은 손실을 가져온다고 주장되고 있다. 더 나아가 어떤 학자들은 국민 전부를 위해 투자되지 않고 특정계층으로 단순양도되는 사회양도성 비용 1달러는 총생산에 끼치는 마이너스 영향을 고려할 때 나머지 사회 전반에 그 1달러뿐 아니라 0.50내지 1.50달러의 추가손실을 준다고 추산한다. 그래서 높은 사회양도성 지출을 통해 국민간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하게 실행하는 사회복지성향의 국가는 경제성장에서 다른 나라에 뒤지게 마련이고 적자생존의 다윈 원칙에 따라 이 국가들은 문제의 이 사회양도성 지출 비율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다른 나라보다 사회복지와 연관이 깊은 선진공업 민주국가들을 살펴보면 이 적자생존의 방향전환 증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수긍한 「세금을 통한 정부주도 재분배 정책은 경제적으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는 예상은 어디로 간 것인가. 재분배정책의 고비용 이론에 따르면 정부기능의 재원인 세금을 가장 적게 걷는 한편 이 세금을 국민들에게 가장 덜 푸는정부가 높은 경제성장률로 「적자」생존해야 한다.높은 세율은 기업이나 근로자들을 세금이 더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몰아낸다는 것이며 비효율적 규모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비효율적으로 큰 세금양도성 정부프로그램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어떤 나라나 너나 할것없이 양도성 지출의 국내총생산 점유율을 낮추거나 최소한 동결하는데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나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별로 본 미국정부 재정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있다.지난 1962년이래 OECD국가중 양도성 예산을 가장 후하게 지출한 국가들은 그들의 사회성 비용을 절감하지 않았다.스칸디나비아 제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고사회성비용 지출국가의 재정에서 사회양도성 지출의 국내총생산 점유율은 계속 상승세였다.그래서 모든 나라가 저세입,저양도성지출의 같은 길을 택할 것이라는 일원화 예상이 들어맞는 대신 사회성비용을 높게 지출하는 나라와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아일랜드 스위스 등 낮게 지출하는 나라 사이의 갭이 오히려 더 벌어지는 이원화 현상이 한층 뚜렷하다. 사회성·양도성 예산지출을 높게 하는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경제성장률,즉 국민 1인당 생산증가율이 뒤떨어진다는 정부재분배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떤가.국내총생산에서 사회성 지출 비중이 높더라도 이는 결코 국민수입 감소나 수입증가율 감소와 함께 나타나지 않았다.같은 선진국중 정부의 사회성 지출 규모는 한정된 채 성장률이 높은 일본과 후한 사회성지출로 유명하되 성장률은 보통인 스웨덴을 대비하면 사회성비용과 성장률간의 역비례관계 현상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그러나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국외자,예외에 속한다.탁월한 경제성장률이 꼭 세금도 덜 걷고 덜 푸는 그 나라의 「작은」 정부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일본과 그리스를 제외한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하면 사회양도성 예산지출과 경제성장 간에는 역이 아닌 「정」의 상관도가 그려지는 것이다. 실제 빈곤한 국가나 성장이 멈춘 국가치고 복지국가는 하나도 없다.또 누진세제등으로 이렇게 저렇게 세금을 많이 걷고,이 세금을 여러 계층과 그룹에다 곧잘 양도하는 「큰정부」라고 해서 꼭 빈곤하게 되고 경제성장이 정체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과 스웨덴보다는 같은 알프스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대비시켜 보자.스위스는 거둔 세금을 납세와는 상관없는 계층에 양도같은 건 하지 않는 짜고 「작은」 정부인 반면 이웃 오스트리아는 복지나 연금 등 사회성 비용에 세금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는 「손큰」정부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오스트리아 경제는 스위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50년대 중반엔 오스트리아의 일인당소득은 스위스의 반에 지나지 않았으나 90년대 현재 85%에 이르고 있다.고비용 이론대로 하자면 오래전에 세금을 투자외엔 별로 쓰지 않는 다른 나라에 질질 끌려가야 하는 데도 말이다.〈정리=김재영 위싱턴 특파원〉
  • 서하진 첫 창작집 「책 읽어주는 남자」

    ◎「제붇」·「그림자 당신」등 10편 수록 서하진씨의 첫번째 창작집 「책 읽어주는 남자」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지난 94년 등단한 서씨는 단편 「제부도」로 제법 세간에 알려진 작가.심한 조수의 차로 길이 났다 끊겼다 하는 제부도를 배경으로 첩의 자식과 유부남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통속적 줄거리의 그 「제부도」도 이번 창작집에 포함돼 있다.하지만 창작집에 실린 10편을 꼼꼼히 읽어본 이라면 그 통속성이라는 것이 어쩌면 서씨가 택한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창작집의 소재는 비교적 다채로운 편.「조매제」는 고시출신 종손을 장가 들이려 4대 제사를 2대로 줄이는 과정을 그리며 그 종손의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그림자 거리」는 체제위협요소를 책임감시하다 정권이 바뀌어 미국으로 도피한 뒤 거꾸로 자신의 부하에게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이는 한 전직 공안간부의 얘기다.하지만 불화와 외도를 겪는 부부나 남녀를 중심소재로 한 글이 역시많다.표제작을 비롯,「그림자 당신」「그림자 여행」등. 이처럼 통속적인 소재는 하지만 교활한 글쓰기의 기술로 뒤집힌다.「그림자 외출」에서 주인공 지수가 외간남자와 바람피웠다는 혐의를 작가는 끝까지 실재인지 환상인지 판단하기 어리둥절하게 남겨놓는다.표제작의 주인공인 한 문학평론가는 여자친구인 채원과 정사를 치른 뒤 나눈 말과 행위가 자신이 심사중인 문학상 응모작에 되풀이 씌어있는 것을 본다. 이처럼 실재와 환상,책과 육체 사이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흔들리는 현대적 삶의 단면을 서씨는 섬세한 문체로 옮겨놓고 있다.〈손정숙 기자〉
  • 이대교수들 화났다/「난동」 고대생 성토… 대책 촉구

    ◎교수대상 서명운동… “강경대응” 고려대생들의 이른바 「5·29 이화여대축제 난동사건」의 파문이 학교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는 12일 난동관련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수준에서 징계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화여대는 고려대 홍일식총장의 공개사과와 「엄중 의법처리」 등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하오 이화여대 개교 1백10주년기념 대동제때 일어났다.폐막식행사인 줄다리기경기에 고려대생 5백여명이 기차행렬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한 이대생이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 등 사고를 낸 것. 고려대관계자는 『징계의 정도는 교수회의에서 결정되겠지만 관련학생들을 이화여대에 보내 사과한뒤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화여대교수들은 「범이화인 학원폭력근절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교수들을 상대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착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교수들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난동은 도저히 대학생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반지성적·반이성적 폭력행위』라고 비난했다.고려대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국에 고발하는 등 법적대응도 불사할 태세여서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김태균·박용현 기자〉
  • 명분없는 반민주적 작태 근절해야(사설)

    ◎뭐하자는 폭력시위인가 요즘 시민들은 느닷없는 학생폭력 시위에 의아해 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올바른 명분을 내걸고 캠퍼스 안에서 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린다든가 법과 학칙의 테두리내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는 것은 누구도 막을수 없는 그들의 당연한 권리다.그러나 명분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더욱이 불법·폭력적 방법으로 시위를 펼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요즘 빈발하는 학생폭력시위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일어난 학생시위는 2천7백13건이며 던져진 화염병은 4만3천6백여개라고 한다.이 집계는 하루평균 약 20건의 시위가 발생했고 화염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배나 늘어났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화염병 투척 20배나 늘다니 도심지의 폭력시위는 시민들의 심성을 거칠게 할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게다가 바쁜 시간에 시위로 막힌 도로에서 장시간 갇혀있어야 하는 시민들의 고통은 인내하기힘들 정도로 극심하다. 폭력시위는 한국의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손상을 끼친다.학생시위는 지금도 외신보도의 주요대상이 되고 있다.이런 보도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의 민주화 성취와 경제성장등 장점을 보도록 하는 대신 우리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한 측면을 각인시키게 된다. 과거에는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시위과정에 다소 폭력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시민들이 관대하게 보아 넘겼다.그러나 지금은 시위 명분뿐 아니라 시위방법에 대한 시민들의 눈길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념투쟁을 표방한 학생운동이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자 학생운동권이 강·온 양파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듣고있다.최근의 폭력시위는 강경파학생들이 그들의 투쟁열기를 과시하기 위한 막바지 몸부림으로 판단된다.그러나 이 분별없는 작태는 시민들은 물론 대다수 학생들로부터도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서강대의 「서강학보」와 홍익대의 「홍익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강대학생의 58.3%가 폭력적인 시위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홍익대학생의 80.3%도 폭력시위를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주체사상 지지 공개시위도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극소수 운동권의 못된 의식과 버릇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해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일부 철없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맹성을 촉구한다.대학생이라면 이성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릴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대학가에 스며든 좌경세력의 준동이다.공안당국은 최근 전국 98개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총련에 친북성향의 NL(민족해방)계가 득세,북한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공개적으로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폭력시위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이것은 대학가의 좌경세력 준동이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배후 좌경세력 발본색원을 우리는 경찰당국이 학생폭력시위에 단호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경찰은 그동안 「불법시위 원천봉쇄」「폭력시위 구속수사」등의 강경대응 방침을 수없이 되풀이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실천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폭력시위에 당국이 더이상 나약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다.차제에 폭력시위를 조종하는 좌경세력을 끝까지 추적,발본색원해주기 바란다. 한총련도 도시게릴라같은 무법천지의 폭력이 더이상 학생운동이란 이름으로 용인될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것이다. 이제 학생운동도 달라질 때가 됐고 캠퍼스도 제모습을 찾을 때가 됐다.우리는 합리적이고 순수한 새로운 학생운동이 대학가에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성장하기를 기대한다.이를 위해서는 학교당국은 물론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 딸깍발이 선비의 일생/이희승 구술 민경환 옮겨씀(화제의 책)

    ◎국어학 대가 이희승 선생의 소박한 면모 그려 국어대사전의 저자 일석 이희승 선생이 공부가 하고 싶어 나이 서른에 대학을 들어간 만학도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국어학의 대가 일석이 구술로 남긴 회고록을 풀어쓴 것.1시간짜리 테이프 50개분량인 글에서 일석은 딱딱한 학자의 껍질을 벗고 「인간」 일석의 소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1896년 풍속 엄한 양반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고루한듯 보이지만 속이 트인 아버지덕에 한성외국어학교에서 신식학문을 배운다.국어학으로 이끈 계기는 18세때 친지의 집에 놀러갔다 읽은 「국어문법」이란 책.언어학 과정 개설을 기다리느라 대학입학까지 늦추며 89년 타계할때까지 평생 국어학 외길을 걸은 일석의 평생이 자유연애,외솔 최현배와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 등 재미나는 일화를 곁들여 소개된다. 일석의 목소리는 한국 근대사의 파란만장한 격변을 증언할때 생생하다.클라이맥스는 뭐니뭐니해도 조선어학회사건.일제말 마구잡이식 민족탄압의 표본같은 이 일로 옥고를 치른 당시를 일석은 차분한 어조와 치밀한 기억력으로 되짚는다.우리 학계의 원로가 된 많은 학자들의 젊은 시절 일화들을 통해 근대지성의 풍속도를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창작과 비평사 6천5백원.〈손정숙 기자〉
  • 억지성 집단민원 “폭주”/민선단체장은 괴롭다

    ◎“해결 안되면 다음선거때 보자” 압력/피해사실 뻥튀기·날조까지/조직폭력배도 돈받고 개입 억지성 집단 민원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대부분이 사실을 과장하거나 날조한 것이다.무작정 떼를 쓰는 것은 예사고,폭력성 시위·농성도 서슴지 않는다.조직 폭력배들이 이권을 노려 개입한 기미마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 번 4·11 총선 전에는 표를 볼모로 삼았으나,선거가 끝나자 집단행동을 무기로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5일 전국 경찰서에 보낸 전언 통신문을 통해 『최근 민원해결을 앞세워 조직 폭력배들이 사례비를 받고 해결사로 개입,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히고 『지난 해 6·27 지방선거 이후 전국에 접수된 민원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한 사실이 확실히 드러난 사례는 없지만 이권을 노린 폭력배들이 억지 민원에 직접 개입했거나 주민들을 부추겼다는 첩보가 입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시 Y타운 건축공사 현장 맞은 편 주민들은 『공사 때문에 집에 균열이 생겼다』며 1억2천만원을 보상비로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실제로 피해사실은 없었다. 신축공사가 진행 중인 인천시 K동 연립주택 부근 주민 28가구는 공사로 사생활을 침해받고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공사현장과 관할 구청에서 항의시위와 농성을 해 시공회사로부터 보상금 3천여만원을 받았다.그러나 시공단계에서부터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해 8월부터 재건축에 들어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시영아파트 전세입자 20여가구 1백50여명은 『영구 임대권을 보장하든지 이주비를 달라』며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전세 입주자는 재건축시 권리행사를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주하지 않고 집단행동으로 맞서고 있다.지난 4월 초에는 세입자들 외에 「전국철거민 연합회」 소속 청년등 1백여명이 강동구청을 점거하고 농성하다 2명이 투신,다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농약분무기를 개조해 화염방사기 2개를 만들었고 1t트럭 한 대분의 화염병을 준비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5동 산 101번지 지역은 지난 94년 10월 재개발지역으로승인이 났다.이후 세입자 1백여명이 구청으로 몰려와 『가수용 단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구청직원들은 당시 농성자 가운데 낯선 건장한 체격의 20대 청년들이 여러 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2462에서 3468번지까지 지하철 7호선 공사구간에서 무허가로 살았던 2백여명도 「거주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이 지역에서는 81년 이전부터 살았던 1천3백여명에 대해서만 거주권을 인정받았다. 영등포 구청 문화 공보실장 류종상씨(43)는 『민선 구청장 시대가 되면서부터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으니 일단 구청으로 가보자」며 무작정 집단 민원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이런 사례가 하루 5건 이상이나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김성수 기자〉
  • 민음사 창립 30돌 기념 「103인의 현대사상」 출간

    ◎20세기 대표적 지성 103인 사상 한눈에/가다머·들뢰즈·백남준 등 동서양인 망라/신진학자들 집필… 대상자 선정 편향 아쉬움 해석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동물행태학의 권위자 콘라드 로렌츠,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지성과 반역을 동일시했던 질 들뢰즈,실존주의 철학을 정립한 마르틴 하이데거,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한국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20세기의 지배적 사유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확대 심화시킨 현대의 대표적인 사상가 1백3인의 사상적 지형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됐다. 「국내 인문도서 출판의 본산」 민음사(대표 박맹호)는 올해 창립 30돌을 맞아 별도의 행사를 갖는 대신 「103인의 현대사상」이란 제목의 묵직한 책 한 권을 펴냈다. 특히 이 책은 각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을 뿐아니라 그들의 한국어판 저작목록도 꼼꼼이 싣고 있어 거장의 사상세계에 입문하고자하는 학생들을 위한 충실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30∼40대 신진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서구 사상가들의 지성사적 위상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의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이다. 다만 4명의 한국인을 포함,동양권에서는 고작 7명만이 선정됐을 뿐 대상인물이 유럽 특히 프랑스에 치중돼 있는 것이나 시인 김지하,재미정치학자 정화열,재미철학자 김재권씨를 한국이 낳은 20세기의 사상가 반열에 덥석 올려놓은 것은 지적 엄밀함을 상실한 것이어서 아쉬움을 준다. 『20세기 사상의 모습은 다채롭고 화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양일 뿐이다.오히려 전쟁과 혁명,풍요와 빈곤,자유와 소외 등 겹겹이 쌓인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것이 엮은이들의 진단.또 이 책에서 다루어진 자연과학자들은 쿠르트 괴델,자크 모노,에드워드 윌슨,일리야 프리고진 등 12명에 지나지 않지만 자연과학적 사유의 대대적인 발흥이야말로 20세기 사상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이밖에 인문·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된 거대 통합이론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현상학 등)이 붕괴함과 동시에 미셸 푸코·질 들뢰즈·롤랑 바르트·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등 프랑스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한,개별성과 차별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사상이 개화됐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한편 민음사는 지난 5월초 출범한 대중문화 전문출판 자회사인 황금가지를 통해 이달 중순쯤 노르웨이 소설「이갈리아의 딸들」을 낼 예정이며 올 가을엔 교양과학서 전문 출판사를 차려 발간하는 책들을 섹트별로 전문화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김종면 기자〉
  • 합리적인 한·일관계 소설 통해 정립 모색

    ◎홍성원씨 새소설 「그러나」1,2권/선조들 친일파 변신 동기·행적 등 추적 하나하나 논리로 따지기에 앞서 「있다」느니 「없다」느니 감정적 대응부터 하고 보는 대상 일본.그러나 문화·경제적으로 일본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다음 세대의 감수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이같은 모순되고도 비꼬인 관계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관계정립을 모색한 소설이 나왔다.홍성원씨의 신작 「그러나」1,2(문학과 지성사)가 그것. 소설의 중심인물인 현산 한동진은 1943년 만주벌판에서 독립투사로 생을 마감했다 해서 추앙받는다.그러나 그의 일대기를 쓰려고 자료수집에 나선 증손녀 사위 형진에 의해 말년에 친일로 돌았음이 드러난다.그런가 하면 친일인사로 낙인찍힌 동파 서상도에 대해서는 현산에게 독립자금을 댄 항일경력이 밝혀지기도 한다. 또다른 축은 일본과 중국으로 흩어진 현산 후손의 이야기.만주시절 류코라는 일본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현산의 아들 계평은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중국인이 되고 자신에게 조선의 피가 흐른다는사실에 절망한 딸은 일본에 사생아를 남긴채 나이 사십에 세상을 뜬다.지은이는 이 사생아 딸 사이코와 계평을 현산의 한인 후손들과 소설 말미에서 상봉케 하고 있다. 작가는 『첫째 열렬한 독립지사에서 친일파로 변신한 선조들에게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동기를 캐보는 일이 역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둘째 가깝고도 낯선 나라 일본과 성숙한 이웃시민으로 합리적 관계정립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손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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