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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나눔] 혼잡통행료 돈벌이? 면학분위기 조성용?

    [생각나눔] 혼잡통행료 돈벌이? 면학분위기 조성용?

    캠퍼스 내 도로를 ‘지름길’로 활용하는 외부 차량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연세대가 고육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1일부터 학교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차량에 대해 통과비용을 기존 1500원에서 3000원으로 100% 올렸다. 적용시간대는 출퇴근 무렵인 오전 7시30분∼9시30분, 오후 6∼8시. ●외부인들 “대학이 돈벌이 치중” 그러자 비영리기관인 대학이 규정에도 없는 사실상의 ‘혼잡통행료’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사유지인 학교 땅을 자기 편의를 위해 이용하는 외부인들에게 ‘시설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2002년부터 캠퍼스를 질러가는 자가용과 택시들을 대상으로 1500원의 통행료를 받아온 연세대가 100% 인상이란 초강수를 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지난해 버스중앙차로제가 실시된 이후 북문(연희동 쪽)에서 들어와 동문(금화터널 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크게 늘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북문 주변이 캠퍼스를 우회도로로 활용하려는 외부 차량들 때문에 극심한 정체를 빚어 지각하는 학생과 교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과 비용을 올린 뒤 손님을 태우고 학교를 관통하는 택시가 50% 가량 줄어 학교 주차수익에는 별 차이가 없다.”면서 “돈벌이가 아닌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학교측 “외부차량 때문에 학생·교수 지각 늘어”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통행료가 3000원으로 오른 뒤 한 졸업생은 정창영 총장 앞으로 항의 e메일을 보냈다.1981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연희동에서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모씨는 “외부차량이 대학 면학 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단순 통과차량에까지 3000원을 물리는 발상이 최고의 지성 대학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서울대와 홍익대도 비슷한 문제로 2002년부터 학교 통과 차량들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정문으로 들어와 낙성대 쪽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은 주차 비용 명목으로 1500원씩을 내야한다. 서울 강북의 번화가에 자리잡은 홍익대도 마찬가지. 홍익대는 학교를 30분 이내 단기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외부인들 때문에 고민해 오다가 2002년부터 이들에게 무조건 1500원씩을 받고 있다. ●서울대·홍익대도 돈받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서울시 주차기획담당관실 박문규 과장은 “학교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캠퍼스 통과 차량에 주차비용이나 학교시설물 이용료를 물리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순 통과자들에게 주차비용을 징수한다면 주차장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여의도in] “朴대표는 국민의 언니”

    “박근혜 대표는 ‘국민의 언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의 재치가 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 임시국회 개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날 여야간 협상에서 양보한 뒤 원내 대책을 보고하는, 약간 무거운 자리에서다. 강 원내대표는 상임위원 정수 조정 원칙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국민 축구스타 박지성, 국민 여동생 문근영 등 요즘 인터넷 들어가면 국민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우리 당도 ‘국민의 언니’ 박근혜,‘국민의 선량’ 한나라당 의원,‘국민 정당’ 한나라당’으로 가기 위해 양보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순간 의총장엔 웃음꽃이 터졌다. 강 원내대표의 애드리브성 유머로 졸지에 ‘국민의 언니’로 떠오른 박 대표도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강 원내대표의 넉살로 상임위원 정수 조정문제는 별다른 ‘댓말’이 없이 넘어갔다. 그는 취임 이후 특유의 유머로 상임운영위 등 당내 회의를 부드럽게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김희정 디지털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강 원내대표가 오늘은 또 어떤 즐거운 말을 할지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에인트호벤, 세계클럽 6위

    박지성-이영표가 활약하는 네덜란드 프로축구의 명문 PSV 에인트호벤이 세계클럽랭킹 ‘톱10’에 진입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1일 웹사이트롤 통해 발표한 세계클럽랭킹 5월 순위에 따르면 에인트호벤은 총점 251점을 받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전달 13위에서 7계단을 껑충 뛰어오른 것. 에인트호벤은 최근 네덜란드 정규리그와 암스텔컵을 모두 제패해 2관왕에 올랐고,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도 강호 AC 밀란(이탈리아)과 명승부를 펼치며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라이벌인 인터밀란과 AC 밀란이 나란히 5월 클럽랭킹 1·2위에 올랐다. 전달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3위로 밀려났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리버풀은 17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클럽으로는 산둥 루넹(중국)이 113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수원 삼성이 119위로 그 뒤를 이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태극듀오’ 지성·영표 “독일행 맡겨”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은 우리에게 맡겨라.’ ‘태극듀오’ 박지성(24)-이영표(28·이상 PSV에인트호벤)가 다시 뜬다. 이번에는 유럽 무대가 아니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한국의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을 위해 심장의 박동을 울린다. 소속팀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리고, 네덜란드 정규리그와 컵대회 정상에 등극시킨 태극듀오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이틀 앞둔 1일 우즈베크 타슈켄트에서 대표팀에 합류, 오후부터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잇따른 경기 일정에 피로가 쌓였지만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아시아의 별’ 박지성은 대표팀 공격의 핵이다. 대표팀에선 주로 처진 스트라이커로, 소속팀에서는 윙포워드로 공격 2선에서 활약해 왔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상대 공격 흐름을 최일선에서 끊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찌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만큼 어떤 포지션에서든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 대표팀 수비진이 불안한 데다 안정환(29·요코하마)·박주영(20·서울) 등 멀티 능력을 갖춘 공격 자원이 풍부한 만큼 미드필드 중앙에서 공수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높다. 멀티플레이어 박지성이기에 가능한 구상이다. ‘초롱이’ 이영표는 대표팀 측면 수비를 진두지휘한다. 이영표는 소속팀에서 붙박이 왼쪽 윙백으로 나와 상대 측면 돌파를 봉쇄하고 빠른 발놀림으로 오버래핑,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윙백으로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2002한·일 월드컵에서 자신과 짝을 이뤄 좌우 붙박이 윙백을 맡은 송종국(26·수원)이 부상으로 빠진 데다 기대주 김동진(23·서울)이 자신의 빈자리를 메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곳이 주머니를 옮긴다고 날카로움을 숨길 수 없듯 이영표의 측면 돌파는 오른쪽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월드컵축구 공식 홈페이지(fifaworldcup.com)는 한국과 우즈베크의 전력을 비교분석한 기사에서 한국이 안정환의 복귀와 10대 축구신동 박주영의 가세로 전력이 한층 강화된 반면 우즈베크는 골키퍼 알렉세이 폴리야코프, 수비수 올레그 파시닌, 미드필더 블라디미르 마미노프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전력에 큰 공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삼성독주’ 나눔경영으로 포용

    삼성그룹이 최근 강해진 ‘삼성경계론’에 대해 사장단이 2주 연속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대신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사회공헌과 국민여론 수렴을 강화하는 등 ‘정답’대로 나가기로 했다. ●“경제기여도 높이고 중기지원 강화” 삼성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1일 그룹 사장단 간담회인 ‘수요회’에서 ‘삼성 경계론’에 대해 논의한 결과 “삼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 일부 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국가 대표기업으로서 경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중소기업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오전 8시에 시작된 회의는 평소보다 30분 가량 늦은 10시가 다 돼서야 끝날 정도로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삼성이 사장단 회의에서 이같은 주제로 토의를 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독주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사장단이 허심탄회하게 듣고 단순히 ‘좋은 기업’에서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직접 논의해 보라.”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초 벌어진 ‘고대사태’ 이후 ‘지성의 요람인 대학마저 삼성에 굴복했다.’는 여론을 직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른바 ‘고대사태’와 ‘인재싹쓸이’ 등으로 악화된 ‘삼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보고서로 작성, 지난달 25일 사장단 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소는 “‘삼성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며 인정하는 층도 있지만 ‘삼성의 힘이 과도하고 우수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硏서 긍정·부정적 시각 분석 특히 IMF이후 삼성과 다른 그룹과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삼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해석했다. 실제 삼성은 지난 97년과 비교할 때 10대그룹 내 매출 비중은 23.8%(75조 6000억원)에서 30.4%(135조 5000억원)로 늘어나고 순이익은 27.4%(1740억원)에서 34.8%(15조 7000억원)로 커졌다. 지난 1주일간 내외부 ‘채널’을 통해 삼성에 대한 여론을 자체적으로 본석해 본 사장들은 “삼성경계론을 의식해 그룹이 경영을 축소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제안했다. 2시간에 걸친 ‘난상토론’끝에 사장단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청취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하고 사회공헌 활동과 협력업체·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친기업’ 여론이 절실하다며 사회의 ‘격려’도 부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경계론은 특별한 해법으로 풀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면서 “다른 그룹들이 분발해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 삼성의 비중이 작아져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1) 숨은 키워드‘궁궁을을’(弓弓乙乙)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1) 숨은 키워드‘궁궁을을’(弓弓乙乙)

    1894년 4월27일, 전주성 함락을 눈앞에 두고 전봉준은 휘하 장수들을 모아놓고 특명을 내렸다. 궁을(弓乙)이란 부적을 불살라 동학농민군들에게 먹이라는 것이었다.“궁을부는 신통력이 있다. 비 오듯 쏟아지는 관군의 총탄과 화살도 무력하게 만드는 게 궁을부다. 그 효력은 이미 큰 스승 최제우 선생께서 밝히신 바다. 궁을은 이미 너희가 잘 아는 ‘정감록’에도 나와 있다.” 그 명령대로 동학군은 모두 궁을부를 태워 나눠마셨다. 그 다음날 동학군은 호남제일성인 전주성을 함락시켰다. 궁을부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13자를 쓴 종이 쪽지로, 본주(本呪)라 한다. 이 글귀의 뜻은 한울님을 모시면 조화가 이뤄진다, 이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동학의 근본 교리를 압축해서 표현한 것인데, 신기하게도 궁을부엔 궁을이란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 왜 동학에선 이 부적을 궁을부라 했을까? ‘궁궁을을’(弓弓乙乙) 또는 ‘궁을’이 정감록의 가장 중요한 핵심어였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수많은 민중이 그 참뜻을 알고 싶어했기 때문에 민중 종교의 지도자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정감록의 핵심어라면 ‘진인’과 ‘십승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감록을 꿰뚫고 지나가는 숨은 키워드는 ‘궁궁을을’이다. 문제는 그 뜻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궁을’이란 두 글자를 뜯어보면 평이하다.‘弓’은 활이요,‘乙’은 갑(甲)에 이어 이른바 두 번째 십간(十干)이다. 그런데 누구나 빤히 알고 있는 이 두 글자의 뜻을 아무리 조합시켜도 무슨 말인지 감감하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이 용어는 정감록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학과 원불교에서도 중시되었다. 그 내력을 알아보자. ●‘정감록’에 보이는 ‘궁궁을을’ ‘감결’(鑑訣)에 이런 구절이 있다.“모름지기 인간 세상에서 몸을 피하는 데 산도 이로울 게 없고 물도 이로울 게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양궁(兩弓)이다.”는 것이다. 양궁은 궁을 두 번 쓴 글자다. 그런 점에서 ‘궁궁’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선생가장결’(李先生家臧訣) 중에도 “이로움이 을을궁궁에 있다.”는 대목이 있다. 정감록의 다른 곳에서는 ‘궁궁을을’이라 적기도 하였다. 일제시대 한국의 민속을 연구한 일본인 무라야마 지준은 ‘궁궁을을’을 한 글자로 줄여 약(弱)이라고 보았다. 궁과 을 두 글자를 포개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이로움이 약함에 있다.”는 뜻이 되어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다. 또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과 같은 강대국에 약한 태도로 의존적일 때만 살아갈 수 있다고 비꼰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선비결’(道詵秘訣)에도 ‘궁궁’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병자(丙子)에는 북쪽 오랑캐가 나라에 가득 찰 것이다. 산도, 물도 이롭지 못하고 이로운 것은 오직 ‘궁궁’이다.” 이것은 아마도 병자호란 때의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궁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피란처다. 요컨대 여러 예언서에서 자꾸 눈에 뛴는 ‘궁을’,‘을을궁궁’ 또는 ‘궁궁’은 난리를 피하는 최고의 장소임이 분명하다. 정감록엔 피란지로 손꼽히는 십승지가 있는데 왜 하필 ‘궁궁’이란 용어를 또 사용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1748년 ‘정감록’ 사건에 언급된 ‘궁궁’ 실록에도 ‘궁궁’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것이 처음 언급된 것은 1748년(영조 24) 5월이었다. 청주의 몰락 양반 이지서 등이 괘서, 즉 불온한 내용이 적힌 벽보를 붙인 혐의로 체포되어 왕의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용어였다. 이지서는 6촌 형제가 반란에 가담해 처벌된 일이 있어 꼼짝없이 연좌제에 걸려들었다. 그는 관직에 등용될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이 사건의 피의자인 박민추가 한 말 중에 ‘궁궁’이 언급되어 있다.“도선비기(道詵秘記)를 보면, 왜인(倭人)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남쪽에서 올라온다고 들었습니다. 이 때는 산도 아니고 물도 아닌 궁궁이 이롭다고 했지요.” 박민추 역시 우리가 앞에서 검토했듯이 ‘궁궁’을 피란처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인지 그도 잘 알지 못했다. 박민추가 읽은 18세기의 ‘도선비기’는 오늘날 남아 있는 ‘도선비기’와 비슷했다.“산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궁궁이 이롭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현재의 도선비기에도 똑같이 되어 있다. 다만 그 이야기가 전제하고 있는 시대상황은 완전히 다르다.18세기의 도선비결에는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쳐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도선비기에 보면,‘병자년 북쪽 오랑캐’가 문제다. 요컨대 청나라가 침입해온 병자호란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런 차이는 필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혹은 아유가이나 호소이 같은 일제 어용학자들이 슬며시 단어 몇 개를 바꿔 쓴 데서 빚어진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들로선 정감록에서 일본이란 나라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되돌아간다.1748년 사건 당시 충청도 문의 지방의 관리였던 김재형은 이지서의 벽보 사건을 직접 취조했던 사람이다. 그는 벽보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벽보에는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것이 남쪽에서 오는데 물도 이롭지 않고 산도 이롭지 않고 궁궁이 이롭다. 이 고을에 대인(大人)과 명장이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피란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김재형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더라도 ‘궁궁’은 피란의 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어디로 피란해야 되는가로 압축된다. 벽보에서 말한 “왜인 같지만 왜인이 아닌 사람들”이란 누구일까. 이지서는 이렇게 설명했다.“어떤 사람들은 곧 왜인이 쳐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왜인이 아니고 누군가가 거짓으로 왜인의 모양을 꾸며가지고 쳐들어온다. 이들은 무신년의 잔당(餘黨)들이다. 해도(海島)에 가 숨어 있던 사람들이다.” 사건 피의자 오명후는 그 정체를 울릉도에 숨어 있는 황진기(黃鎭紀) 일당이라고 말했다. 영조4년(1728) 무신년에 있었던 일부 소론과 남인들이 일으킨 반란에 가담한 장수가 황진기다. 요컨대 울릉도에서 황진기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올 때 피란할 만한 곳이 궁궁이란 이야기다. 이지서의 일당인 오수만은 ‘궁궁’의 뜻을 좀더 명확히 정의했다.“궁궁은 활의 허리(弓腰)를 가리키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구부러진 곳(劣處)에 숨으라는 뜻이지요.” 실록 편찬자는 이 대목에 주를 달아 놓았다.“궁요는 그 음이 열(劣) 자의 뜻을 해석한 것과 같다.” 정리하면,‘궁궁’은 궁요와 같고 그 뜻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후미진 곳이란 것이다. 이를 테면,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중에서도 꽤나 후미진 곳이 ‘궁궁’이란 말이다. 18세기 내내 ‘궁궁’에 대한 해석은 일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끼리도 해석이 엇갈리는 판이었다. 이지서 사건의 피의자 이영손은 ‘궁궁’을 머문다는 뜻을 가진 유(留) 자로 보았다. 다른 곳으로 피란가지 말고 집에 머무는 것이 최상의 피란법이요, 궁궁이란 견해였다. 사건의 주모자 이지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궁궁’은 광활하다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만일 광활한 지역이라면 태백산이나 소백산 기슭에 위치한 십승지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혹은 십승지 중에서도 비교적 터가 넓은 지역을 가리켰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지서가 ‘궁궁’을 개활지로 보았다는 점은 다른 피의자들도 증언했다. 어떤 피의자는 ‘궁궁’이 활활(闊闊)을 가리킨다고도 했는데 그 역시 광활하단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지서 사건의 피의자들은 ‘궁’의 음이 ‘활’인 점에 착안해 ‘궁궁’을 ‘활활’한 곳, 달리 말해 터가 널찍한 피란처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40년쯤 지난 1787년(정조 11)에 또 다른 ‘정감록’ 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는 ‘궁궁’에 대한 해석이 상당히 달라졌다. 사건 피의자 김서달의 진술이 주목된다.“근래에 떠도는 말을 들으니 청의(靑衣)가 남쪽에서부터 오는데 왜인 같지만 왜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 때는 산도 이롭지 않고 물도 이롭지 않으며 궁궁(‘좌’(坐)의 고자(古字))이 이롭다고 하였습니다.” 전에도 ‘궁궁’을 ‘머물 유(留)’자로 보는 견해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1787년 사건에서 김서달은 ‘궁궁’을 ‘앉을 좌(坐)’의 옛날 글씨체로 보았다. 피란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본 점에서는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서체에 대한 지식이 해석의 기준이 되었다는 점은 주목된다. 한마디로 말해,‘궁궁’이 피란처란 점에 대해서는 다들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어떤 피란처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골짜기일 수 도 있었고, 넓은 터, 또는 자기 집으로 규정되는 등 사람마다 견해가 달랐다. ●동학의 ‘궁궁’ 19세기 말 새로 등장한 동학은 ‘궁궁’이란 표현에 종교적 의미를 불어넣었다. 동학의 경전 ‘동경대전’의 ‘포덕문’에 보면 최고의 명약과 부적은 바로 태극이자 ‘궁궁’이라고 했다.‘궁궁’은 어느새 태극이 됐고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변형되었다. 오랫동안 특정한 공간을 뜻했던 ‘궁궁’이 추상적인 명사로 둔갑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어떤 학자들은 동학의 ‘궁을’이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명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동학에서는 ‘궁궁’을 영원한 생명, 완전무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은 틀림없다. 왜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정감록’에 나오는 ‘궁궁’이란 표현에 관심을 가졌을까?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정감록에 의지하였고 참된 ‘궁궁’을 찾아 십승지를 비롯해 각처로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제우 자신도 한 때 그런 체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정감록을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이미 지나간 임진왜란 때는 이로움이 송송(松松)에 있었다. 평안도 가산과 정주에서 서쪽 도적이 일어났을 때는 이로움이 집집에 있었다. 여보소, 세상 사람들아, 이런 일을 본받아서 살길을 찾아보세.” 최제우는 정감록의 내용을 연상하면서 임진왜란 때는 이여송·이여백 형제가 도와 살아났고, 서북에서 홍경래 난이 일어났을 때는 도리어 집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이로웠다고 회상했다. 최제우의 정감록 패러디는 계속된다.“우리도 이 세상에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 하네. 매관매직을 일삼는 세력자도 마음 다해 궁궁을 찾고, 돈과 곡식을 쌓아두고 사는 부자 영감들도 마음 다해 궁궁이라. 떠돌아다니는 거지와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마음 다해 궁궁이라. 풍수에 현혹된 사람들은 더러 궁궁촌 찾아서 혹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고, 혹은 천주교에 들어가 제 생각이 옳다하지만 그 말들도 따져보면 궁궁 뿐이네.” 최제우는 누구나 찾고 있는 것이 바로 ‘궁궁’이라 하였다. 심지어 천주교 신자들이 갈망하는 것도 ‘궁궁’, 즉 난리를 피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궁궁’의 궁극적인 의미는 종교적인 수련이었다. “제 몸 닦고 집안 살피지 않고 명당 찾아 두루 강산을 돌아본단 말인가. 덕이 없는 세상 사람들, 가서 볼 것이 무엇인가? 가련한 세상 사람들,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 하여 찾는다면 웃을 일 아닌가. 세상 잘못 만났다 한탄하지 말고 세상구경하세. 이로움이 송송에 있단 말 집집에 있단 말은 이제 알았지만, 이로움이 궁궁에 있다는 뜻을 어찌 알겠는가?” 이것은 ‘용담유사’에 실린 한 구절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해서 원망하지도 말고 길지를 찾아 헛되이 여기저기 헤매지 말라 했다. 최제우가 찾아낸 답은 간단명료했다.“한울님을 모시면 조화가 이뤄진다. 부디 이런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둔다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 이것이면 다 되었다. 한울님을 믿기만 하면 절로 후천개벽이 되는 것이었다. 이밖에 따로 ‘궁궁’이 있을 턱이 없었다. ●원불교의 ‘궁궁을을’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감록’에 매료되어 ‘궁궁’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많은 길지를 놓고 ‘궁궁’이 어딘지를 점쳤다. 원불교를 창건한 박중빈 대종사는 그런 세태를 비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최제우와 같은 입장이었다. 대종사는 ‘궁궁을을’의 종교적 의의를 새롭게 정리하려 했다. 그는 정감록을 신앙하는 민중을 원불교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해방 전 그는 제자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정감록’ 비결에 궁궁을을의 사이에 이로움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궁궁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일원(一圓)이다. 또 ‘정감록’에 도하지(道下地)란 말이 있다. 그것은 도하지(道下支), 즉 일원 대도(大道)에 의지해야 산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좌우간(左右間)이라 말하는 것은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싸우다가 죽는다는 뜻이다. 너희들은 좌익이나 우익이나 어느 편도 들지 말라. 그 싸움에 끼어들면 죽기 쉽다. 양심만 지켜라. 양심, 그것이 곧 일원이다.” ‘궁궁을을’을 대종사는 어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일원’이란 종교적 개념으로 보았다. 달리 말해 ‘일원은’ 바로 양심이라고도 했다. 양심을 기르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따라 살면 되지 따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 때문이었겠지만 원불교 신자들은 ‘궁을가’(弓乙歌) 라는 일종의 예언적이고 종교적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 노래를 지은 사람은 북창 정염(1506∼1549)이라고 하는데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 정염은 남사고와 더불어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예언가였다.‘궁을가’엔 구한말의 중요 사건과 8·15해방까지 예언되어 있다. 그 일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갑신년에 큰 별이 태양을 돈다/ 태양과 태음이 자리를 못 잡아 외국 여러 나라가 시끄럽다 (중략) 매번 끝 구절에 이 여섯 자로 궁궁을을 성도로다./ (중략) 지성으로 늘 부르면 외국군대가 못 쳐들어온다.//(중략) 부모처자 다버리고 길지(吉地) 찾는 저 백성아/ 예로부터 피란해도 그 얼마나 살았더냐./ 인의예지(仁義禮智) 어진 마음 사람 다치게 않고 물건 부수지 않으면// 오복(五福)이 내 몸이라 길한 별 비춤이 따로 어디인가/ 살아날 방법 내게 있어 부모처자 안전히 보존한다.” 노랫말에 보면,“궁궁을을성도”라는 6자 주문을 자주 외워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다. 원불교 3대 교조 대산종사는 이 주문을 나무아미타불로 바꿔 불렀다. 또한 위 인용문에서는 갑신년에 외국 세력이 시끄럽게 군다고 했다. 갑신정변(1884, 고종21) 당시 청나라와 일본이 개입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인용문의 말미에선 길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무 소용도 없다고 단언했다. 내 마음의 인의예지를 기르는 것이 그보다 낫다며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마디로 ‘궁을’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고 보았다. 대산종사는 ‘궁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두 손을 들어 둥글게 만들면 그것이 궁이다. 그 안에 ‘∽’을 하면 궁을이 되어 태극이 된다. 태극을 유교에서 무극이라고 하고 원불교에서는 일원이라고 하는데, 대종사님께서 이렇게 손을 들어 궁궁을을을 가르쳐주셨다. 우리 한국도 좋아진다. 태극기가 궁궁을을 아닌가? 또 이 한국에 일원 대도가 나왔으니 이 나라가 잘 될 것이다. 태극이 궁궁을을이다.” 궁궁을을은 태극이란다. 18세기만 해도 정감록의 ‘궁궁을을’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를 한 개의 빈 사발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중들은 꿈으로 그 그릇을 여러 가지 생각으로 채우기에 바빴다. 이 그릇은 결국 동학과 원불교에 이르러 종교적인 가르침으로 바뀌었다. 빈 그릇이 많은 정감록은 여전히 민중의 희망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하프타임] 피스컵 우승예상 1위 에인트호벤

    오는 7월15일 열리는 ‘피스컵 코리아’ 국제클럽축구대회 우승팀 예상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PSV에인트호벤이 2409표(70.1%)를 얻어 올림피크 리옹(프랑스,11.9%),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6.5%)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성남 일화는 4.2%로 5위에 그쳤다. 예상 최우수선수(MVP) 후보 조사에서도 박지성, 이영표, 마르크 반 봄멜 순서로 에인트호벤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다.
  • 이건희 회장, 동남아 화두는?

    해외 방문때마다 임직원에게 ‘경영화두’를 던졌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번에는 전략회의 장소로 동남아를 선택했다. 이 회장의 동남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무슨 주문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31일 삼성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오는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 참석한 뒤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의 현지 사업장 등을 둘러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회장은 베트남 남부 호찌민(옛 사이공)시의 한 호텔에서 나흘 동안 회의를 주재한 뒤,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정·재계 주요 인사와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 윤종용·이윤우 부회장,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 이상완 LCD사장, 최지성 디지털 미디어(DM)총괄사장 및 삼성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이 참석해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부인 홍라희씨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이 회장이 IOC 총회 참석을 검토중이고, 참석할 경우 현장경영의 연장선상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삼성 제품들의 현지 시장상황 등을 점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으며 컬러ㆍ프로젝션TV,LCD 모니터,DVD 플레이어, 양문형 냉장고, 고급 카메라폰 등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억 인구를 자랑하는 동남아시장에서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동남아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매번 해외 전략회의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 이 회장은 93년 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오사카·도쿄, 영국 런던을 돌며 제2의 창업으로 불리는 ‘신경영’을 선포했다.2001년 일본 도쿄에서는 ‘반도체 전략회의’를 열어 도시바의 제휴 제의를 뿌리치고 난드(NAND)플래시 사업 독자 진출을 결정했다. 그 해 중국 상하이 전략회의에서는 떠오르는 중국시장 공략 방안이 논의됐다. 이 회장의 ‘해외 전략회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아테네 전략회의에서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일류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브랜드 파워’를 강조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디자인 전략회의’를 갖고 감성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월드 프리미엄 디자인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최고 인기스타 박지성

    ‘최고 인기스타는 박지성, 최고 인기종목은 축구’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로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에인트호벤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이 뽑혔다. 박지성은 팀을 올시즌 네덜란드리그 정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올려놓은 데다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득점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갤럽은 31일 전국 105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박지성이 46.3%의 지지를 얻었고, 최근 전성기 구위를 회복한 미국프로야구(ML) 텍사스의 박찬호가 30.1%로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또 박지성과 함께 에인트호벤에서 활약중인 이영표는 26.3%의 지지를 받으며 3위를 기록,‘네덜란드 듀오’의 활약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내 축구 붐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박주영은 예상과 달리 4위에 그쳤고,5위는 최근 슬럼프에서 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세리(CJ)가 차지했다. 안정환과 최희섭, 차두리, 이승엽은 각각 6∼9위에 랭크됐다. 한편 선호하는 종목 3가지를 선택하라는 문항에는 설문 대상자 중 무려 82.9%가 축구를 꼽아 야구(58.6%), 농구(40.5%), 배구(20.0%), 골프(13.6%), 이종격투기(5.4%)를 압도해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최고 상승세를 보이는 축구의 인기를 또 다시 실감케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박지성, 짜릿한 헤딩골

    ‘순둥이’ 박지성(24)이 짜릿한 헤딩골로 PSV에인트호벤의 시즌 2관왕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30일 새벽 네덜란드 로테르담 드 쿠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암스텔컵(네덜란드 FA컵) 결승 빌렘Ⅱ 틸부르크와의 단판 승부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머리로 꽂아넣어 4-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통산 18번째로 정규리그(에레디비지에)를 제패한 에인트호벤은 이로써 지난 89년 이후 16년 만에 2관왕(정규리그+FA컵)에 올랐다. 에인트호벤의 FA컵 우승은 8번째이며 2관왕은 4번째다. 박지성은 후반 29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헤페르손 파르판의 짧은 크로스를 몸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로빙슛을 때렸고 볼이 빌렘Ⅱ 골키퍼 모엔스의 손끝을 스치고 뒤로 흐르자 재빨리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네트를 갈라 쐐기골을 뽑았다. 한편 올 시즌 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한 박지성과 이영표는 31일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결전지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먼저 도착해 같은 날 출국하는 태극전사 동료들과 조우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재소자 교화 25년 ‘사형수 대부’ 박삼중 스님

    [어떻게 지내세요] 재소자 교화 25년 ‘사형수 대부’ 박삼중 스님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활동은 부처님과의 약속입니다.” 박삼중(74·부산 자비사 주지) 스님은 25년째 전국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교화활동을 해오고 있다. 재소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매스컴에 자주 소개해 한때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스님의 끈질긴 노력으로 몇몇 사형수가 무기형으로 감면되는 등 ‘사형수의 대부’ 역할을 해왔다. 근황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스님은 “바쁜데 부산까지 올 필요가 있느냐.”면서 전화로 한 시간 동안 얘기했다. 스님은 “이제는 되도록 외부에 알리지 않고 묵묵히 (부처님과의)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먼저 최근의 일화를 소개해 준다. “6개월 전 마산에서 딸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지요. 어머니도 사체유기를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함께 수감됐어요. 딸은 감옥에서 ‘제발 어머니만큼은 풀어달라.’고 눈물의 편지 수십통을 제게 보내 왔어요. 아들도 구명운동에 나섰고요. 딸과 어머니를 면회했더니 정말 사정이 딱하더군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존폐논란과 관련,“사형수를 많이 만난 입장에서 보면 재판장도 오심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법관으로 퇴임한 전직 판사도 ‘심리가 많다 보니 그럴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사형수 30명 중 1명 정도는 오심에 의한 희생자”라며 이럴 경우 재판부에서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박탈한 ‘사법살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며 사형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거론하면서 “사형수가 될 사람도 유력한 변호사들이 강력하게 변호하면 무기형으로 살아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까지 300여명의 사형수를 만났다. 다시는 이 땅에서 사형수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흉악한 범죄가 없는 세상을 희망했다. 특히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수들은 살아가는 모습이 깨끗하고 편안하게 웃는다.”면서 “그들은 짧은 여생이나마 후회없이 살려고 교도소 안에서 뜨겁게 봉사활동을 한다.”고 체험담을 전했다. 또한 “우리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다들 사형수이며 다만 유예자일 뿐”이라면서 한 사형수는 ‘1000일 기도’를 하며 (죽음을)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경외스러움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유명 교복업체가 기증한 15억원어치의 교복을 전달하기 위해 베트남엘 갔었지요. 한 교도소에 들렀더니 죄수들이 기립박수로 열렬히 환영하더군요. 아울러 베트남 정부의 도움으로 현지에서 베트남전 당시 전사자들을 위한 천도제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영국의 한 교도소를 방문했더니 보안과에 여자교도관이 많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면서 교도소측이 “우린 재소자들을 믿는다.”라고 설명해 더욱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건강관리를 묻자 “당뇨가 좀 있어 열심히 (교도소 등에)다닌다.”면서 늙을수록 일을 해야 살 맛이 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영화속 수능잡기]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실험실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최면술사, 또 한 사람은 피실험자다. 최면술사는 피실험자에게 최면을 건다. 당신은 오후 2시에 창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그런 사항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과연 피실험자가 오후 2시에 창문을 열지 자못 흥미롭다. 최면에서 풀려난 피실험자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왠지 불안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시계가 2시를 가리키자 실험실의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만약 누군가가 그에게 왜 창문을 열었느냐고 물으면 그는 십중팔구 답답해서 열었다고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창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로 하여금 창문을 열게 한 것은 최면이다. 우리의 일상행동들도 잘 따져보면 앞서 언급한 피실험자의 행동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가령 나는 내 의지에 따라 어떤 휴대전화를 구입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만든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광고의 유혹 때문에 그 휴대전화를 사면서도 우리는 내 판단력과 자유의지에 의거해 그것을 구입했노라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는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최면이나 유혹이나 무의식적 동기에 이끌려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 현명한 행동은 나의 분명한 판단력과 분별력있는 이성의 결과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가. 우리는 감정과 욕망에 이끌려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 법이 비일비재하다. 뉴욕주립대 스토니 브룩 분교의 아트 아론 교수는 사랑에 홀린 남녀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 기계로 검사했다고 한다. 실험결과 남녀가 연인에게 사랑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흥분제가 자연스럽게 분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도파민은 ‘사랑’이나 성적 욕구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한다. 음악과 문학과 미술 등 예술이나 사랑이 호르몬의 영향이라니 이거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허탈해 할 수도 있다. 영화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의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친구는 반드시 늘씬한 미녀여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 상담사 로빈스와 함께 고장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로빈슨은 할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특별한 최면요법을 선사하고, 바로 그날 할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가 나타난다. 할에게 그녀는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최고의 존재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그녀는 140㎏의 뚱뚱보에 지나지 않는다. 할의 행동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는 누굴까.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할의 행동을 조종한 최면술사일까. 그렇다면 그런 호르몬을 인간에게서 제거하다면 인간은 사랑을 느끼지 못할까. 사랑, 그것이 진정한 나의 요구인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피터 패럴리·바비 패럴리 감독, 기네스 펠트로, 잭 블랙 주연,2001년작.
  • [책꽂이]

    ●샤먼(피어스 비텝스키 지음, 김성례·홍석준 옮김, 창해 펴냄) 산 자와 영들의 세계를 매개하는 치유자로서 존재해온 샤먼에 대한 입문서. 시베리아 설경에서 아마존 정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존하는 샤먼과 샤머니즘의 세계로 안내한다.2만 5000원. ●여성철학자(마리트 룰만 등 지음, 이한우 옮김, 푸른숲 펴냄)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철학사의 뒤편에 머물러 있던 여성 철학자들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철학사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페미니즘적 시각을 견지하며 소개한 철학 인문서.3만 2000원. ●제국의 태양 엘리자베스 1세(앤 서머싯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 펴냄) 1588년 영국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퇴하고 유럽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격상되는 격동의 시대 한 가운데 서서 ‘대영제국’의 깃발을 올렸던 엘리자베스 1세의 삶과 정치 이야기를 담았다.2만 7000원. ●바다에 오르다(김웅서 지음, 지성사 펴냄)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의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지은이의 선상일기이자 항해일지를 담았다.42일간 태평양 심해저를 탐사하며 겪은 하루하루의 일과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1만 6000원. ●왕부지, 대학을 논하다(왕부지 지음, 왕부지사상연구회 옮김, 소나무 펴냄) 중국 명말 청초 격변의 시기에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구체적 현실을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했던 왕부지의 ‘대학’ 해설서. 주자 등 선유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던 왕부지의 독창적 단면을 볼 수 있다.1만 8000원. ●글쓰기의 힘(김용석 등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글쓰기의 가치와 다양한 글쓰기 노하우를 실전적으로 살핀다. 독후감이나 자기소개서 등 실용적 글쓰기에서부터 평전이나 칼럼, 동화쓰기 같은 전문적이면서 시도해봄직한 글쓰기 작업을 소개한다.1만 5000원. ●권력과 광기(비비안 그린 지음, 채은진 옮김) 로마제국의 네로, 칼리굴라부터 영국의 헨리 6세, 프랑스 샤를 6세, 스웨덴 에릭 14세, 히틀러와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통치자들의 비정상적 성격과 행동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2만 3000원. ●세계 패션사(J. 앤더슨 블랙ㆍ매쥐 가랜드 지음, 윤길순 옮김, 간디서원 펴냄) 인류 생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의복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메소포타미아 시대에서 20세기 후반에 이르는 4000여년 동안 서양의 남녀 복식과 장신구 등이 정치·경제적 변화와 문화예술의 유행속에서 변해온 과정을 풍부한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 놓았다.4만 7000원.
  • 中 저항시인 베이다오

    中 저항시인 베이다오

    “톈안먼 사태 당시 내가 지은 시가 선전·선동의 도구로 인용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반체제 저항시로 ‘중국의 솔제니친’으로 불리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자주 이름을 올리는 베이다오(56).‘오늘’이라는 비공식 문학잡지를 발간, 중국 사회와 문화에 변화를 불어넣은 영웅에 앞서 인간적인 면모를 더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숱한 중국 젊은이들을 1989년 6월4일 톈안먼 광장에 서게 했다. 그러나 정작 베이다오는 그곳에 없었다. 몇달 앞서 정치범 석방운동에 참여했다가 망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지은 시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음과 위험에 맞서게 됐다고 생각하니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혁명의 기운이 감돌던 시대를 살았고, 그 정신이 초기 작품에 많이 반영됐지만, 이제는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말을 애써 전했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깊이 건드릴 수 있는 시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시를 쓰지 못했다.”는 베이다오는 “다음에 쓰는 시가 마음에 들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계시인대회에 참석한 이후 15년 만의 서울 방문이다. 당시 비밀리에 고은 시인을 만났는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이 민주주의를 성취했고, 경제 번영을 이룩한 것을 보니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교 2학년인 딸이 한국 대중음악을 알고 있을 정도로 ‘한류’ 열풍에도 익숙하다고 한다. 다만,“현재 급속도로 상업문화가 밀려드는 한국과 중국이 미국의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베이다오는 특히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반겨하면서도, 빈부 격차와 지역 격차가 심화되는 등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일본 지식인들과 언론의 비판 목소리가 약해진 것이 안타깝다.”면서 “오에 겐자부로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일본은 떳떳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시아에서도 유럽연합처럼 비슷한 연대가 이뤄져야 더욱 진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이 자세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베이다오의 작품 세계를 담은 ‘한밤의 가수’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최근 국내 출간, 소개됐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원정길서 ‘6연속 월드컵’ 쾌거를

    새달 3일과 9일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겨냥한 한국축구대표팀이 24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 센터에 소집됐다. 25일 중국 선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른 수원의 일부 선수와 네덜란드 태극듀오 박지성과 이영표(에인트호벤) 등은 조금 늦게 합류하지만 거푸 이어지는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전이야말로 한국으로서는 6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오랜 기간 동안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J리그의 안정환은 절정의 골감각과 공격력을 배가시켰으며, 친정인 포항으로 돌아온 이동국의 원숙한 경기 운영 또한 전력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박지성, 이영표의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는 항상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박주영의 합류 역시 한국팀으로서는 새로운 신무기를 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신무기를 어떤 전략과 전술로, 언제 운영할 것인지는 앞으로 남은 훈련을 통해 본프레레 감독이 결정할 사안이다. 부상으로 제외된 미드필드의 김남일과 수비의 핵심인 유상철의 공백 또한 본프레레 감독이 지혜를 다 짜내서 메워야 할 것이다. 그동안 경기에서 나타난 허술한 수비 조직은 많은 불안감을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견고한 수비 조직훈련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한편 이미 3패로 탈락이 거의 확실시 된 우즈베키스탄은 전력이 다소 떨어지고 동기를 상실하긴 했지만 아시아 최고팀인 한국을 이겨보겠다는 정신력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 3월30일 한국에 1-2로 패한 뒤 감독이 경질되고 몇몇 새로운 선수들이 기용돼 마음가짐도 새로울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익숙하지 않은 잔디나 기후는 우리에게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경기 장소인 쿠웨이트 역시 마찬가지다.4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항상 떠있는 높은 잔디, 그리고 광적인 응원 분위기는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세심한 대처와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원정 두 경기에서 1승1무로 승점 4점을 확보한다면 자력으로 독일월드컵 진출의 쾌거를 이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튼 어려운 여건이지만 최선을 다해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고 8월31일 상암벌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질 사우디아라비아전이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지길 기원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마광수의 섹스토리 새달2일 연재

    “이 사건이 10년 후만 돼도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재판부는 알고 있다.” 1993년 이른바 ‘즐거운 사라’ 사건의 2심 재판장이었던 어느 부장판사가 했던 말이다. 그의 예측대로,10여년이 지난 지금 소설 ‘즐거운 사라’에 음란물의 멍에를 씌워 단죄한다면 한편의 난센스 코미디가 될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 마광수(55)는 이제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돌아왔지만, 그의 붓끝은 아직도 그 시절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내가 정말 섹스 얘기를 써도 될까요. 신문에 사랑과 성에 대해 연재한다니까 팔순 노모께서 눈물을 흘리며 말리셨습니다. 또 무서운 고초를 당하면 어쩔 거냐고….” 하지만 마광수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의 새 연재 ‘마광수의 섹스토리’에 임하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한다하는 작가들이 나이 오십만 넘으면 너나없이 ‘민족소설’‘역사소설’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교양주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요. 미국 작가 헨리 밀러는 여든 아홉에 죽을 때까지 섹스소설만 썼습니다. 나 또한 죽는 날까지 연애소설만 쓸 작정입니다.” 6월2일부터 시작하는 ‘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에세이, 콩트, 옴니버스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마 교수는 요즘 10권으로 된 중국 기서 ‘금병매’를 통독하며 새로운 연재물을 구상하고 있다.“콩트 쓰기가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콩트는 ‘서프라이즈 엔딩’, 즉 끝에 가서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나의 글은 한마디로 관능적 풍경화가 될 것입니다. 수위조절이 문제예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본때 보이기’라는 게 있어서….” ‘시대를 앞서 간 죄’로 40대를 온통 잃어버린 그는 지금 다시 한번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야한’ 글로 승부를 보려 한다. 최근 펴낸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의 제목처럼 자신의 선구자적 운명을 글쓰기로써 열어가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첫 시험대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창조적인 변태’가 사회에서 용납받아야 한다.”고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파리한 지성. 마광수는 과연 이번 서울신문 연재를 통해 어떤 섹스 스토리 혹은 섹스 히스토리를 풀어낼까. 수많은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당신의 성담론은 이미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반복적 집착’이란 화두를 내밀며 응수한다.“화가 김창열은 한결같이 물방물만 그리고, 이대원은 지금도 꽃나무만 그리고 있지 않나요. 나의 ‘성적’ 글쓰기 작업도 미술처럼 봐주면 안되나요. 문학은 억울합니다.” 그런 말을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그의 관능적 상상력이 숨쉬고 있는 한 마광수식 성애론은 늘 오색영롱한 빛깔로 변주될 것이기 때문이다.“국내 문단엔 여전히 쉽게 쓰면 우습게 보는 모종의 엄숙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많은 작가들이 아직도 문어체 글을 쓰고, 또 그런 걸 우러러보는 풍토가 엄존합니다. 나는 무슨 글이든 술술 읽히게 쓸 것입니다.” ‘마광수의 섹스토리’에는 마 교수가 직접 그리는 ‘색깔있는’ 삽화도 곁들여진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화가로서도 결코 손색없는 감각을 과시해 왔다. 그의 초감각적인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것은 ‘마광수 독자’만의 또 다른 행복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독일월드컵 2006] ‘포스트 유’를 찾아라

    ‘가자, 독일 월드컵으로.’ ‘본프레레호’가 다시 뭉쳤다. 지난 3월30일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은 뒤 55일만이다. 새달 3일과 9일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에서 잇따라 열리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죽음의 원정’을 열흘 앞둔 태극전사들은 24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첫 훈련에 돌입했다. 한국은 현재 2승1패(승점 6)로 각각 1승2무(승점 5)와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1∼2점차 앞선 A조 선두. 때문에 이번 원정길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할 경우 독일로 가는 길이 험난해질 수 있어 각오가 비장하다. 이날 소집된 선수는 전체 24명 가운데 16명.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는 오는 31일이나 새달 1일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인 네덜란드 태극듀오 박지성(24)-이영표(28·이상 PSV에인트호벤),25일 오전 합류할 예정인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와 김진규(20·이와타),25일 오후 중국 선전과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를 치르고 이틀 뒤 합류하는 이운재(32) 김두현(23) 김대의(31) 곽희주(24·이상 수원) 등 8명이 빠져 있다. 이날 NFC를 가장 먼저 찾은 선수는 ‘뉴킬러’ 김진용(23·울산). 김진용은 오전 9시 파주에 도착해 “설레서 잠을 설쳤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몰디브와의 월드컵 2차예선에서 입은 골절상을 딛고 6개월만에 NFC를 찾은 안정환(29·요코하마)은 단정해진 머리를 선보이며 “열심히 하려고 짧게 잘랐다.”고 말했다.‘축구천재’ 박주영(20·서울)은 오전 11시40분쯤 도착,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숙소로 향했다. 이번 소집의 백미는 공격수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 월드컵 예선에서만 4골을 터뜨리며 ‘본프레레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이동국(26·포항)을 필두로 ‘반지의 제왕’ 안정환, 프로에서도 한껏 물오른 기량을 선보여 본프레레호에 처음 승선한 박주영, 소속팀을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로 이끈 일등공신인 ‘리틀 차붐’ 차두리와 김진용까지 즐비한 공격수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소집의 가장 큰 과제는 수비 라인의 신속한 정비. 유상철(34·울산)이 빠진 수비라인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지 않아 집중 조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일단 유경렬(27·울산)-박동혁(26·전북)-김진규 등 기존 스리백을 중심으로 새로 합류한 곽희주와 김영철(29·성남) 김한윤(31·부천) 박요셉(25·광주) 등을 경쟁시킬 계획이다. 파주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오에 겐자부로(70)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일흔살이 되니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순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더라.”면서 “주변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이 내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진정한 과거 반성아래 양국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연설문과 4월 대국민 담화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일본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이에 부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포럼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말하는가. -가장 두려운 건 헌법개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정부와 여당, 재계 실력자들이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9조를 개정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자위대, 군비예산, 이라크 파병 등을 통해 사실상 헌법 9조를 지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개정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된다. 전쟁을 할 수도, 무기비축을 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 헌법을 지켜야 한다.50년전 평화로운 세계, 전후 새로운 국가를 꿈꾸며 만든 헌법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그건 지난 50년간의 내 삶,40년의 내 문학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중반 시작한 헌법 9조 모임은 헌법의 가치를 인정하고, 일본이 아시아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모임이다. 평론가, 극작가, 철학자 등이 중심이 된 지식인 운동인데 그중 내가 젊은 편에 속한다.(웃음)일본 각지역을 돌면서 강연을 주로 한다. 지금까지 2만 5000여명이 참여했고, 지역별로 1500개의 소모임이 조직됐는데 이는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선거 결과에서는 여당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희망을 얘기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헌법이 지켜지리라는 희망은 30%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린 희망을 버릴 수 없다.7월에 1만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준비중이다. 한국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문학적 전기(轉機)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스물두살때부터 글을 썼으니 올해로 48년째다. 현재 집필중인 장편소설 3부작을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2년 전 사망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존경하는 학자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죽기 일주일전 내게 논문 하나를 보내왔다. 베토벤이 마지막 생애에 자신의 음악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남긴 것을 인용하며 내게도 그런 ‘후기작품(Late works)’를 제안했다.‘안녕, 나의 책들이여’는 2년전 그렇게해서 시작됐다. 돌아가서 바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틈틈이 메모를 하고 있다. 정치나 개인이나 많은 모순들이 존재한다. 내게는 네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마흔한살 아들이 있다. 내가 죽은 뒤 그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가 내겐 국가나 사회문제보다 더 큰 모순이다.30%의 희망밖에 없는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내 소설작업과 일맥상통한다. 에세이집 ‘나의 나무아래서’에 등장하는 ‘자신의 나무’를 만난다면 지나온 삶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흥미로운 질문이다.‘안녕, 나의 책들이여’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숲에는 저마다 자신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앞에 서면 일흔살이 된 미래의 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어릴 적 살던 마을의 전설이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된 거다. 과거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소설가로 살아서 참 좋았다고. 그리고 젊은 독자들이 줄어서 슬프다고. 이 두가지를 들려주며 ‘이게 내 인생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민주주의적인 사람들로 자라나길 바란다는 얘기도 함께. 현재 일본을 우경화로 이끄는 정부 여당, 재계 인사들에게 천황은 어떤 존재인가. -천황 문제는 나도 분명하게 답변할 수 없다. 앞으로 일본인들이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과거 절대군주적인 천황제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도쿄대 불문과를 나온 오에 겐자부로는 1957년 ‘기묘한 일’을 발표하며 학생 작가로 등단했고, 이듬해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1994년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당시 일본 천황이 수여한 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다. 한국의 독재정권시절 시인 김지하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여하고,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뛰어드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명망이 높다. 그는 24일 ‘인간가치와 정치변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조발제를 한 뒤 포럼 기간 중 각종 강연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세계 문학거장 20명 입국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세계 문학거장 20명 입국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프랑스의 지성 장 보드리야르, 칠레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등 세계 문학거장 20여명이 참가하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이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된다. 공식 일정에 앞서 오에 겐자부로와 루이스 세풀베다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참가자들은 메인 포럼외에 대학·학회 주최 강연회, 작품 낭독회, 좌담회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갖는다. 또 27일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둘러보고,, 포럼 기간 중 참가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담은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포럼 전 과정은 대산문화재단(www.daesan.or.kr)과 서울국제문학포럼 홈페이지(www.seoulforum.org)를 통해 생중계된다. 행사 참관은 선착순 무료.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대인의 역사1, 2, 3/폴 존슨 지음

    역사상 가장 많은 위인을 배출했으면서도 가장 많은 적대자들을 만났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장구한 세월 세계 각지를 떠돌며 박해를 받았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정도 질문만으로도 보통 상식의 소유자라면 ‘유대인’이란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예수, 마르크스, 프로이트, 스피노자, 하이네, 샤갈, 아인슈타인, 벤야민, 나치, 홀로코스트, 록펠러, 모건,GE, 이스라엘, 중동분쟁…. 사람이든, 사건이든, 기업이든, 과거든, 현재든 모든 분야에서 유대인의 역사는 세계사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상식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도대체 무엇이 유대인들로 하여금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고통과 핍박을 견디며 위대한 성취를 거둘 수 있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너무 무지하거나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영국의 지성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1,2,3’(김한성 옮김, 살림 펴냄)은 그에 대한 비교적 충실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저작이다. 폴 존슨에 따르면 유대인의 역사는 아주 특별한 세계사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무시한 적대자들을 만났으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동질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이스라엘 건국에 이르기까지 4000년에 걸친 이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망되는’ 새로운 시각의 세계사를 만나게 된다. ●피해자 입장서 조망된 새로운 세계사 폴 존슨은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장 등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인문·종교·역사 분야에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가 유대인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시초는 앞서 나온 그의 저서 ‘기독교의 역사’를 저술하면서부터다. 기독교가 유대교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강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인류 최초로 인격적 유일신 개념을 창조했다. 그리고 신의 뜻을 헤아리기 위한 ‘지적 통찰’에 몰두하게 된다. 훨씬 뒤에 시작된 기독교가 오랜 역사를 가진 유대교라는 유일신교에 새로운 해석을 첨가한 종교라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대교의 교훈과 교의신학, 각종 의식, 성물, 그리고 근본적인 개념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유대인들의 지적 통찰 덕분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인류 최초로 인격적 유일신 개념 창조 중요한 것은 이같은 지적 통찰이 신에 대한 사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자(랍비)에 의해 다스려졌던 유대인 공동체사회를 통해 다양한 지성인 배출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중세에 자신들을 강제 격리시키기 위해 만든 게토 안에 거주할 때도 오히려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을 지켜가며 지성의 탑을 쌓아올렸다. 19세기 게토에서 해방되자 이들은 끊임없이 지성의 거인들을 쏟아냈다.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 인물들. 인간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전복시켰던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이론들도 사실은 천재들의 독창적 사유라기보다는 유대적 전통에 기인한 바 크다고 폴 존슨은 말한다. 이를테면 마르크스의 경우 진보개념에 관해 헤겔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의 역사관은 기본적으로 유대적인 것이었고, 그의 공산주의 천년왕국론도 유대인의 종말론과 메시아주의의 변주였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끊임없는 박해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경제적 번영이 가능했던 것에 대해 지은이는 ‘장소의 이동’이 주는 혜택이라고 설명한다.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언제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살았다. 때문에 이주에 있어서 전문가들이었고, 그 와중에서 특히 부에 집중하는 기술 습득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유가증권, 무기명채권 등 새로운 방식의 유동재산 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그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현대 자본주의에 가장 쉽게 적응해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반유대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유대인들이 단순히 세상을 떠도는 이주자들이 아니라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이방인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게 되면서 거꾸로 그들로부터 격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복합적인 인종과 민족들로 구성된 사회를 중시했던 그리스인들에게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고집하는 유대인들은 ‘사람을 싫어하는’ 민족으로 보였으며, 중세에도 음식과 도살, 할례 등 독특한 율법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대인들은 ‘꼬리를 감춘채 살아간다, 하혈로 고생한다, 악마를 섬긴다, 중세시대 흑사병은 유대인들이 마실 물에 독을 탔기 때문이다.’ 는 등의 루머와 음모에 시달려야 했다. 이같은 음모는 20세기에 이르러 유대인들이 세계정복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온의정서’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 지은이는 ‘역사가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고, 인류는 하나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유대인들만큼 강력하게 주장한 민족이 없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자신들이 신의 계획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과 인류에게 그 계획에 대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 아래 갖은 고난을 뚫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사명감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영역에서나 유대인들의 통찰력은 그 빛을 발했다. 지은이는 전 인류적 관점에서 이들의 노력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익한지에 대한 답을 내지는 않는다. 이는 결국 유대인들의 역사를 추적한 이 책을 읽고 독자가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이다. 각권 1만 5000∼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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