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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63) 회장이 이끌고 있다. 9남매(8남 1녀) 가운데 작고한 몽필씨를 제외하면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번째 ‘큰 형님’이지만 MK(몽구),MH(몽헌),MJ(몽준) 등 이른바 3M으로 불리는 화려한 다른 형제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원래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래저래 세간에서 멀어진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친의 후광으로만 생각하지 못할 정 회장의 ‘몫’이 있다. 역시 ‘왕 회장’의 아들답게 때로는 부친과의 담판을 통해 새 사업을 추진하고, 때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다른 형제들과 대화로 풀어내며 회사를 일궈왔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를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개발시대에 쭉쭉 뻗어나가던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 6개의 금강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홈쇼핑, 지역케이블 방송사업 등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유통그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이 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3300억원에 이른다. ●부친 설득해 한강가에 세운 명품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들은 정 회장을 사실상의 창업자라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이야 자동차, 중공업 등 부친이나 삼촌들이 키워온 중후장대한 기업을 물려 받았지만 정 회장의 출발은 그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기껏해야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회사가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가 된 압구정 본점을 짓고 그 이후 이윤을 남겨 1988년 무역점을 짓고 또 다른 백화점을 문여는 등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룹사로 발전된 것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은 대규모 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건축법상 근린상가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다. 당시 현대아파트의 건설주체인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에 백화점 진출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고 배나무 밭으로 황량했던 이 곳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누가 봐도 백화점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현대가 백화점 사업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던 기업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정 회장은 백화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현대가 유통경험이 없는 데다 아파트 단지 배후에 한강이 흐르고 백화점 옆에 고가도로(동호대교 연결)가 가로지르는 등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부친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강이 흐르고 부촌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 여건이 비슷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본가를 찾아가 사업 보고서를 보이며 백화점 사업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왕 회장도 아들의 집념 어린 설득에 결국 사업 참여를 결심했다. 현대가에서는 이를 두고 “몽근이한테도 이런 사업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정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신규 출점을 주저하고 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정 회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98년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2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키고, 서울 천호점도 문 열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임을 일반에 각인시키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역발상 기조에 대해 당시 유통의 흐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정 회장의 정면 돌파형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국지 꿰뚫는 ‘리틀 왕회장’ 정 회장의 이런 일면은 평소 삼국지 등 각종 전략 서적을 즐겨 읽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신규 백화점 출점후 임원들과 갖는 자리에서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을 즐겨 인용한다.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 연합군과 치른 전투 내용을 줄줄이 꿰며 승전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과 전투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형상이다. 골격이 큰 몸집에 굳게 다문 입, 솥뚜껑처럼 큰 손과 발은 여지없이 현대가의 혈통을 지닌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이 들면서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과 걸음걸이를 보면 부친인 왕 회장과 흡사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매일 오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에 있는 백화점 본사 4층 회장실에 출근, 굵직한 사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6개 백화점과 중동점 등 7개 백화점 가운데 하루에 2∼3군데의 백화점을 순시하는 이른바 ‘점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포당 30분 정도 걸린다.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나타나는 정 회장을 보고 매장 직원들이 인사하면 “어잇!”하며 꼭 화답을 한다.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직원들도 정 회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매장을 지나다 고객들을 만나면 먼저 지나가도록 자신은 비켜 서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었다. 정 회장의 현장 중시 스타일도 부친과 닮은 꼴이다.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는 늘 그의 발걸음이 닿는다.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왕 회장’을 보는 듯하다고 현대백화점 맨들을 말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대화로 풀 것을 강조한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브리핑 도중 간부들간에 이견이 생기자 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자상한 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백화점을 둘러보아도 상품이 진열돼 있는 멋진 매장보다 주차장, 식품 작업장 등 구석진 곳을 먼저 찾는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봉투에 넣지도 않고 자신의 지갑에서 20만∼30만원씩 꺼내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라.”며 격려금을 건넨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면 “회식 잘 했냐.”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정 회장 생일에는 시내 모음식점에서 전·현직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 부부는 물론 장남 지선씨 부부도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 ‘주차장 제일론’을 갖고 있다. 임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매장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은 주차장”임을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의 주차장 진입로 폭이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넓은 것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 하나에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황산덕가(家) 손녀 며느리로 맞아 경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평사원으로 있던 우경숙(54)씨와 결혼, 슬하에 지선(33), 교선(31) 등 2남을 뒀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야무진 외모에 차분하고 깔끔한 성격의 우씨를 내심 며느리감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우씨의 친정은 평범한 집안으로 부친은 우호식 전 현대그룹 고문이다. 우씨는 중앙여고를 졸업했다. 장남 지선씨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가 3세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파이듯 그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촌형제들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외아들 의선(35)씨와 가깝다. 아무래도 지선씨가 손아래 동생이다보니 의선씨로부터 사업상 조언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사업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지선씨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황서림씨와 2001년 10월 정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결혼, 장남 창덕(1)군을 두고 있다. 서림씨는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선후배와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99년부터 1년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근대미술관 뉴미디어 부서에서 부지배인을 맡았고,2000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 조교를 지냈다.2000년 7월부터 뉴미디어와 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웹 프로듀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선씨는 서림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아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서림씨 역시 정 부회장의 과묵하고 남자다운 면이 좋았다고 한다. 교선씨는 경복고,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하게 생활해 같은 학과 친구들조차 그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현대가의 3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에 따르면 지갑에 돈도 별로 없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통학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드러운 성격에 논리도 갖춰 친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중재역할을 맡곤 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고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2녀 중 장녀인 승원(30)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승원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에 다녔던 재원이다. 교선씨와 승원씨는 학교가 같은 미국 뉴욕에 있어 유학시절 자연스럽게 1년6개월 정도 사귀었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허 부회장은 32년간 스프링과 차량 시트 등 자동차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의 오너겸 전문경영인이다. 연 매출 3600억원 정도다. ●현대백화점 이끄는 파워 엘리트 하원만 현대백화점사장은 1978년 입사해 기획·관리·영업·구매·마케팅 등 백화점 업무를 두루 거쳐 2003년 1월 현대백화점 사장에 오른 백화점통이다.“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현대백화점’을 새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부드러운 외모이지만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음식재료나 요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식품 책임자를 할 수 있냐.”며 지난해 식품 책임자 전원을 요리학원에 다니게 했다. 또 여성 심리를 모르고는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여성 심리를 알 수 있는 책 읽기와 ‘엄마를 잡아라’나 ‘왓 위민 원트’와 같은 영화 감상도 권하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백화점협회장으로 취임, 일본백화점협회와의 68년 만의 교류방문 등을 펼치고 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영업·관리·기획 등 백화점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2003년 부사장을 달고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경영지원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맡고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내 투자·인사 등 주요 핵심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조직으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회사내 권위, 형식, 온정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 사장은 평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비상해 보고하는 임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다. 열가지 사안을 한가지로 압축해 신속정확히 처리하는 업무방식과 건강 및 체력관리 등 자기관리가 워낙 치밀해 빈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간부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는 위트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곤 해 인간적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리·회계·재무 등 관리 및 지원업무를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영업본부장직을 맡다가 올부터 현대백화점H&S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일, 생활 모든 면에서 폭이 넓은 CEO이다. 특히 진솔한 대화를 통한 친화력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룬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것과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광균(부사장) 한국물류 대표는 74년 현대그룹에 입사, 현대백화점 천호점장·무역센터점장·현대백화점 H&S 대표이사를 거쳤다. 낙후된 물류 시스템을 바꿔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백의 머리와 걸쭉한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홍성원(부사장) 현대홈쇼핑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으로 ‘열린 CEO’라는 의견수렴 제도를 운영, 현대홈쇼핑의 무형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새벽 집 근처 산 바위에 앉아 하는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명상에서 얻은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일쪽지를 이메일 형태로 아침마다 전직원에게 보내 새로운 업무 활력을 제공한다.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고 패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bori@seoul.co.kr ■ 장남은 백화점, 차남은 H&S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두 아들에게 백화점 관련 주식을 증여하며 자신의 지분을 계속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장남 지선(33)씨는 현대백화점 지분 15.72%에 현대푸드시스템의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 사실상 20.02%의 백화점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차남 교선(31)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친으로부터 현대백화점 H&S의 주식 56만주(10%)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지선씨는 현대백화점, 교선씨는 현대백화점 H&S로 형제간에 경영권 관할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H&S는 여행사 현대드림투어와 기업들의 명절 선물사업을 하는 백화점 특수판매 회사로 이뤄져 있다. 지선씨는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이사)으로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2003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지선씨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경영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세차례에 나눠 한달에 한번씩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계열사의 투자·인사는 물론 업무 조정·통합 역할까지 진두지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부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씨는 부회장이 되자 마자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할인점이 없는 사업구조와 신규사업 진출 부진으로 미래 성장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유통이든 유통이 아니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문도 구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구름도 끼고 햇볕도 드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의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매칭그랜트’제도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매달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는 이 제도는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소신껏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정 부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올해 계열사별 신년 업무 브리핑 이후 간부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스타일로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웬만해서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동생 교선씨는 지난해 1월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형 지선씨보다 선이 굵고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 형제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무실 4층에서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bori@seoul.co.kr ■ ’숨은 실세’ 우경숙 고문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54) 고문은 현대가의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한 활동파다. 현대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대부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소리없이 문밖 출입을 했던 집안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훗날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르다. 우 고문은 사실 정 회장과 결혼후 현대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을 내조하는 전형적인 주부에 머물렀다. ●비서실 근무하다 며느리 낙점 현대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현대가에 시집와서인지 우 고문은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한다.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을 하기 전인 70년대 후반 울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 우 고문은 수시로 울산 방어진 수산시장에서 ‘참전복’을 공수해 청운동 본가로 보냈다.“정말 복 덩어리 음식이 참전복인 만큼 어른들 건강에 좋다.”며 살이 통통한 자연산만 고집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사에만 신경쓰던 당시 우 고문의 대외 활동이래야 1985년 백화점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 압구정동 본사의 작은 건물 직원식당에서 창립기념일 등에 참석하는 수준이었다. 우 고문은 회사 행사에서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과 과일 등을 담아주는 일을 했다고 당시 직원들을 기억한다. 그러던 우 고문은 백화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우고문은 상무 직급을 달고 현대백화점의 신상품 개발 담당 업무를 맡았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절실했던 시기다. 그래서 백화점 PB(자체브랜드)개발에 주력했다. 상품개발부 직원 30여명과 함께 그가 개발한 자체브랜드는 ‘시그너스’‘벨라지’‘아르모니아’ 등이다. 특히 아르모니아는 강남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로 히트를 쳤다. 96년에는 전세계에 10개의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신규 매장 출점에 까다로운 이탈리아 하이패션 브랜드 ‘지비에르돈나’를 압구정점에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수완도 당시 상품개발 부문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우 고문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패션을 보는 안목과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계절에 앞서 주력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아 담당 바이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틈틈이 집에서 그리는 서양화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나면 미술전이나 각종 전시회를 찾는 것도 우 고문의 패션 센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최근 몇년사이 점포수 확대와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 H&S와 분할되는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간 투자, 인사에 관한 업무조정 및 중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씨’집안에서 백화점 경영을 섭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3년 장남인 지선씨가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우 고문에게 쏠리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졌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장남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우 고문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면서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이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백화점 분위기도 살핀다. 가끔 백화점 영업이나 환경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5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본점 옥상을 잔디공원으로 바꿔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이 함께 하는 지역 사회단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우 고문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영어 듣기 답안지 사전유출

    전국 중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영어 듣기평가시험 답안지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대전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치른 1학년 영어 듣기능력평가의 답안지가 사전에 대전 대신중학교 기간제 박모(34) 교사에 의해 유출됐다. 박 교사는 유출 답안지를 시내 집현전학원 강사에게 전달했으며 이 학원에 다니는 30여명의 학생들이 이를 보고 미리 학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교육청은 학원측이 학원생들의 점수를 높여 학원을 홍보하기 위해 박 교사를 통해 답안지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평가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중학교 학생들의 영어 듣기능력을 진단하기 위해 연 4회 실시하는 것이며 일부 학교는 평가 결과를 영어과목 수행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 시험의 답안지(20문항)는 4지선다형으로 미리 전국 중학교에 배부되며 시험 당일 교육방송(EBS)에서 문제를 듣고 답을 고르도록 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를 통해 해당 학교장과 교사를 징계하기로 했으며 이번 영어 듣기능력평가시험은 성적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발언대] 방폐장 방사선 문제없다/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나 또는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참사를 연상하여, 방사능 물질을 우리에게 큰 재앙을 주고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근래에는 부안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입지선정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류는 수많은 자연 방사능 물질을 먹고 마시며 그 속에서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사람 몸 그 자체만 해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원소인 칼륨-40을 갖고 있다. 평균적으로 70㎏인 성인 몸 안에는 약 140g의 칼륨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16.4㎎이 방사성 동위원소이고, 이 것들은 몸 안에서 초당 4250번의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알코올성 음료 속에도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음식물 중에는 상당한 농도의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생선이나 연체동물 등의 해산물에 포함돼 있다. 그외 여러 음식물에 납-210 등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 즉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자연 방사능 물질을 먹을 수밖에 없다. 건물 안에는 라돈이 상당량 존재하는데, 특히 새집을 지을 때 건축자재로 쓰이는 화강암 등과 같은 천연 재료로부터 라돈이 상당량 방출되고 있다. 특히 겨울에 단열문제로 창문을 밀폐하게 되는데, 이때 라돈과 이것이 붕괴돼 생성된 방사성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다량 축적이 되어, 그 폐해는 심각하게 된다. 이것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위험정도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맞먹고, 화재로 인한 사망보다 4∼7배, 비행기 사고로 죽은 경우보다 약 7∼30배 정도로 추산될 정도다. 특히 해변의 모래를 농축한 액은 우라늄광보다 더 많은 방사선의 위험을 준다고 한다. 그외 지구 밖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으로 인해 우리는 연간 약 2.4mSv의 자연방사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방폐장 운영 목표치의 무려 200배 이상이 되는 양이다. 그러나 새로 지은 집에서 살거나,TV,X선 촬영,CT촬영 등의 인공방사선을 쪼이면 주위에서 받는 방사선의 영향은 방폐장 운영 목표치의 무려 수만배에 이를 수 있는 실로 비교가 될 수 없는 수치다. 따라서 방폐장에 의해 받는 방사선의 영향은 자연방사선에 비해서는 거의 무시해도 될 만큼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을 1998년 배출량의 80%로 줄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를 만드는 데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기소모를 강제로 줄이면 우리 경제는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고 수력발전소를 지어 해결하자니 땅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로서는 계속 귀중한 토지를 수장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태양에너지 역시 경제적이고 대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력발전소 못지않은 광활한 토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핵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과 같은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반핵운동 단체의 압력에 의해 핵발전소를 줄이고 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적고 수력발전을 할 만한 지형적 조건이 풍부해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도 에너지 생산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방폐장 건설을 늦출 수 없다. 이제 우리가 후손들에게 후진국의 쓰라림을 남겨주지 않으려면 핵 이용과 방폐장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특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그 속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나 기술자를 신뢰하고,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다 함께 지혜를 모아 방폐장을 하루속히 건설해야 한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 원전센터 선정공고 앞서 부지조사 우선 실시키로

    정부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원전센터) 부지 선정과 관련, 절차를 공고하기에 앞서 부지조사를 먼저 실시하기로 했다. 한갑수 원전센터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은 7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지선정 절차 공고 전에 원전센터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전 부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정부도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자체 신청접수 후 주민 반발 등으로 부지조사 자체가 무산됐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당초 선정절차를 공고하고 지자체 신청을 받은 뒤 부지조사, 주민투표 등의 순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사전 부지조사에 40∼60일이 걸리는 만큼 이달 초 절차를 공고한 뒤 오는 9월쯤 최종 부지를 확정한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도 한두달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수일내에 수도권과 인구밀집지역 등을 제외한 100여개의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부지조사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라면서 “부지조사를 추가로 요청하는 지역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경북 영덕군 주민이 원전센터 유치청원서를 지방의회에 제출했으며, 경주시 의회도 유치운동에 나서기로 의결했다. 경북 포항시·울진군, 전북 군산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재벌 2·3세는 ‘5%룰’ 예외?

    재벌 2·3세들이 ‘5%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개정 5%룰에 따라 보유주식과 주식구입 자금출처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시행 첫회부터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은 ‘배짱형’,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근로소득’이라고 주장하는 ‘눈가리고 아웅형’, 증여받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솔직형’ 등 유형도 각양각색이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3668억원어치(4일 종가기준)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정작 어디서 얼마의 돈이 생겨 주식을 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구본무 LG 회장 아들로 입적된 구광모(30)씨도 수백억원대의 주식구입 자금출처에 대해 계열사 현물출자라고만 해명했을뿐 구체적인 자금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16)군과 금호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35)씨, 롯데 신동빈 부회장도 자금출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신고양식은 채웠지만 불성실 신고한 2·3세도 적지 않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37) 삼성전자 상무는 시가 5000억원어치(매입당시 450억원)의 보유지분 96만주를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으로 샀다고 신고했고,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37) 부사장도 시가 2761억원어치의 보유주식 88만주를 역시 ‘근로소득 및 배당 등 금융소득’이라고 신고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5) 기아차 사장도 기아차 주식매입 자금 440억원을 “일해서 벌었다(근로소득)”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33) 부회장은 ‘근로소득·배당소득·기타소득’ 등 여러가지 사유를 갖다붙였다. 지난해말부터 경영에 본격 참여한 대한항공 조원태(29) 부팀장과 효성 조현준(37) 부사장, 한국타이어 조현식(35) 부사장도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이라고 어물쩍 넘어갔다. 총수 아들이라고는 해도 직장인 연봉을 받는 이들이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근로소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이들은 ‘근로소득 등’이라고 ‘등’자를 붙여 허위신고에 따른 제재를 교묘히 피해갔다. 반면 한화 김승연 회장 아들인 김동관씨와 동부화재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30)씨, 동국제강 장선익씨 등은 증여받은 것이라고 솔직히 밝혀 대조를 이루었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제도 시행 첫 회인 만큼 일단 성실하게 다시 신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면서 “끝까지 허위신고를 시정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조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의결권제한, 지분처분명령 등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물오른 ★’ 박지성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월드컵 스타 박지성의 플레이가 절정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까다로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가 어느덧 한국축구의 중심에 우뚝 서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은 후반 9분 이영표에게 어시스트를 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차근차근 내용을 살펴 보면 박지성이 지닌 가치는 실제 이상의 놀라움마저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숙제인 수비 불안의 우려를 개선시킨 대목이 주목된다. 박지성이 포진해 있던 중원은 상대 공격에 대한 1차 저지선이며 압박의 시발점이다. 박지성이 탁월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공을 가로채는 장면은 그라운드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수비로 하여금 안정된 경기를 할 수 있게 공수를 원만하게 조율했다. 또 상대 수비라인의 공간을 교묘히 피한 시의적절한 패스와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공간 패스는 그날 공격의 ‘백미’라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3명이 둘러싼 압박 상태에서 과감한 돌파로 이영표에게 첫 골을 어시스트한 것은 값진 승리의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2∼3명의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사이를 물 흐르듯 빠져나가는 현란한 드리블과 볼 키핑 능력, 경기 전체를 읽는 한 차원 높아진 시야 등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그의 플레이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것이다. 나아가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해냈던 박지성은 피로 누적과 무릎 타박상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PSV에인트호벤 경기에 풀타임 출장, 네덜란드 정규리그 6호골을 뽑아내는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 무대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인 선수들과 달리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박지성과의 관계를 계속해 나가길 희망하는 장기 계약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연맹(AFC)도 홈페이지인 풋볼아시아닷컴을 통해 아시아 대륙 최고의 수출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해 유럽클럽챔피언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박지성은 향후 열리는 월드컵 예선과 7월 피스컵 국제대회에서 더욱 성숙된 플레이로 또 한차례 국내 축구팬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어선감척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연안어선은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됐으며 어장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선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과 함께 정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어천을 다섯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어장 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속칭 고테구리로 불린다. 일제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일본인들이 자행한 어법으로 광복이후 국내 어민들도 도입했다. 당시는 무동력이어서 어자원을 고갈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어업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연안에서의 조업이 금지됐으나 50년이 넘도록 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남 1815척… 절반넘어 해양수산부가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국내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 지역별로는 전남이 1815척(50.6%)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남((726척)·전북(656척) 등 순이며, 경기에는 단 한척뿐이다. 대부분 어업허가를 갖고 고테구리어업을 하고 있으며, 무허가 어선은 499척에 불과하다. 고테구리 어선들은 경남 홍도 및 남해 세존도, 전남 소리도와 백도주변 해역, 서해안은 전북 위도와 어청도사이 해역을 훑고 다닌다. 지난해 8월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는 제주근해까지 내려가 조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 김상옥 어업지도계장은 “도내에 선적을 둔 10t급 고테구리 10여척이 추자도 근해에서 조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조업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지만 종전에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조업했다.30∼50척씩 선단을 이뤄 조업하다 단속에 조직적으로 맞서거나 예사로 단속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업지도선 고의로 들이받기도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고,2003년 2월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고테구리 어선을 적발한 공무원 3명이 어민 김모(42)씨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어업지도선이 고테구리선을 적발, 선원을 검거하려고 하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27척이 몰려 방해했다. 고테구리 어선이 어업지도선을 에워싼 채 1척이 돌진, 선박을 파손시켰으며, 다음날에는 여수지역 어민들이 여수신항에 정박 중인 어업지도선을 국동항으로 강제예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테구리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성행했으나 동해안과 제주해역에서는 7∼8년 전쯤 근절됐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해안에서는 여전히 고테구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어업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미온적이었고,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반짝 단속에 그쳤고, 지난 96년이후 연간 3000여건이 적발되지만 생계형 범죄라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선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양부는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와 검찰, 해양경찰청,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어업은 물론 불법어획물 유통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고테구리 조업은 강력한 단속에 크게 위축됐지만 불법조업은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자망어선 선주 유모(54)씨와 통발어선 선장 제모(51)씨가 고테구리 어업을 하다 통영해경에 긴급체포됐다. ●연안 어업소득의 1.5배 달해 어민들이 고테구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손쉽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테구리 어선의 연간 소득은 2500만∼6500만원으로 여타 연안어업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어민회 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수입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달에 15일정도 조업하는 것으로 보고 판단하라.”며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은 부부가 조업하는 3∼5t어선의 경우 한번 조업으로 30만원정도 벌어 기름값 등 경비 10만원을 제하고도 20만원쯤 남긴다고 설명했다.10t이상 대형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선원 3명이 4∼5일 조업으로 400만∼500만원을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 고테구리 그물에 걸리는 어류는 고급 횟감인 넙치와 돔을 비롯, 새우 문어 등 저서어종. 자연산 선호풍조에 따라 활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아울러 몸길이 2∼3㎝정도의 치어는 가두리양식장에 넘길 수 있어 판매도 손쉽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고테구리 어업이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인 고테구리(小手繰)는 주로 20t 미만의 소형어선을 이용, 바다 밑바닥을 그물로 끌어 고기를 잡는 저인망 어업을 일컫는다. 고테구리 어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5∼30㎜ 크기의 촘촘한 그물망코로 만들어진 어구를 사용, 치어부터 성어까지 온갖 어종을 싹슬이해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고테구리는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수역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던 일본 기선저인망 어업이 그 유래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그만 목선인 무동력선을 이용하고 어구나 고기잡이 기술이 원시적인 수준이어서 그다지 문제가되지 않았는데, 광복이후 사회 질서가 혼란한 틈을 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테구리 어업을 막고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1953년 연안수역에서의 기선저인망 영업을 금지시키는 수산업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1965년 한·일어업협정때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어민들을 지원하자 일부 어민들이 동력선을 구입, 고테구리 어업에 나서는 등 한때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5000척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업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선 한척이 자루모양의 그물을 로프로 연결해 바닥을 끌면서 고기를 잡는데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展開板)을 달고 있어 어획량이 다른 어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구 끝부분에 자루를 매달아 놓아 치어의 남획은 물론, 어구가 바다 밑바닥을 끌게 돼 생태계를 파괴시켜 연안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바다청소선 ‘환경1호’ 홍기주 선장 양식장이 늘고 대형그물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서 바닷속이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해양부는 지난해 조사한 국내 10대 어장의 쓰레기 양은 2만t이고 연안어장으로 확대하면 40만t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수거실적은 2678t이고 이중 폐어망이 2400t에 그쳤다. 올해 정화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이 책정됐다.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소속으로 전남도 내 바다 청소선인 환경 1호(120t급) 선장 홍기주(55)씨는 34년차 선장이다. 유령어업이 무엇인가. -폐그물이 올라올 때면 주렁주렁 걸려 죽은 썩은 고기들의 냄새로 코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작은 고기나 게 등이 폐그물에 걸리면 이를 잡아먹으려는 좀 더 큰 고기가 순차적으로 걸려들어 죽어간다. 이를 어민들이 유령어업이라 부른다. 폐그물에 한 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 불법어구량은. -지난해 여수 관내 거문도 나로도 일대에서만 폐어구와 폐기계 등 800t을 건져 올렸다.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양식장에서 버린 10여m짜리 굵은 동앗줄과 여기에 끼어둔 고무, 태풍에 떠밀려 온 그물량이 엄청나다. 또 게나 낚지·문어 등이 들어가는 폐통발이 가장 많다는 게 문제다. 삼중자망은 길이가 200m 폭 20m도 넘는다. 농어잡는 유자망, 피조개와 새조개 채묘틀 그물 등 가지가지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새 그물도 적잖게 올라온다. 아마 달아나면서 잘라버린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작업하나. -한국해양기술원이 음파탐사기로 쓰레기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민들 신고로 잠수부가 확인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양식장과 어장이 형성된 곳에 쓰레기도 많다. 지형적으로 완도군과 신안군 해역은 섬으로 둘러싸여 조류의 흐름이 약해 쓰레기가 더 많다. 한 지역에서 3∼4개월씩 작업한다. 수심 7∼40m에 쇠갈고리를 던져 넣어 배를 끌면서 쇠줄로 감아 올린다. 길이 40m 폭 30m 짜리 그물이면 20t도 넘는다. 그물이 바닥 70㎝ 이상 박혀 있다가 배가 끌면서 튕겨 나와 100t이 넘는 배가 기우뚱할 때면 아찔하다. 그물이 크고 엉켜 있다 보면 2∼3일 동안 끌고 다니다 잠수부가 줄을 잘라 올리기도 한다. 이 쓰레기는 바지선으로 옮겨져 운반·처리된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믿겨지지 않았다.” 2003년 8월 4일 새벽. 그룹 비서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아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훗날 지인에게 “처음엔 얘 아빠(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시숙(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서 그룹을 지켜야 했다. 경영 전면에 나섰다. 스물한살에 현대가로 시집와 30년 가까이 살림만 했는데 세상에 나오는 것이, 그것도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가 평생을 일군 그룹을 덜컥 떠맡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지인의 얘기다.“나도 그 점이 궁금해 언젠가 한번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그 때는 (경영권 분쟁으로) 상황이 너무 다급해 두려워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때가 2003년 10월 21일. 그로부터 1년여.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관리종목’의 악몽에서 벗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4279억원)을 올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 역시 소폭이나마 첫 흑자(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839억원), 현대증권(580억원 추정치), 현대택배(74억원), 현대경제연구원(3억원)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거나 흑자를 지켰다.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다.201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지난해 말 6조 6400억원)으로 끌어올려 재계 10위권(현재 19위)에 입성하겠다는 현 회장의 ‘2010 프로젝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운’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의 해석은 다르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현 회장 취임후)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이 살아났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전에 비해 그룹의 방향이 매우 뚜렷해졌다.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배포와 결단력은 오히려 몽헌 회장(MH)을 능가한다는 게 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임원의 말이 재미있다.“현 회장을 보고 있으면 사업가 유전자라는게 따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업가 집안의 둘째딸 현 회장은 1955년 딸만 넷을 둔 사업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훗날 현대상선에 흡수된 당시 신한해운의 현영원(78) 회장이 아버지다. 일제때 ‘호남의 거부(巨富)’로 이름을 날렸던 현준호씨의 후손이다. 어머니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77) 현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현 회장에게는 외삼촌들이다. 현대가의 며느리 가운데 손아래 동서 김영명(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부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씨와 더불어 친정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현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나의 삶 현대의 길’에서 “기업가 집안의 엄격한 가정교육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씩 키워나갔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임원의 해석처럼 ‘유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가 집안의 가풍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현 회장의 자매들 이름이다. 언니가 일선씨, 여동생이 지선씨다. 현 회장의 시조카들과 이름이 똑같다.“정씨 집안과의 혼사는 숙명”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언니 일선씨는 수입 침장(沈臧) ‘쉐르단’으로 유명한 홈텍스타일코리아 유승지 회장과 결혼했다. 유 회장은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자 유유산업 창업주인 고 유특한씨의 아들. 현 유유산업 유승필 회장의 친동생이다. 동서지간인 유 회장과 생전의 MH는 나이가 같아 유난히 친했다고 한다.MH가 죽기 직전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유 회장이 함께 했었다. ●‘군인’ MH와의 첫 만남 대학(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때인 1975년 1월 어느날. 현 회장은 아버지를 따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선박 명명식에 갔다. 당시 아버지는 사업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홍콩 행정 장관(C.Y. 퉁)이 방한하자 때마침 열린 선박 명명식에 ‘모시고’ 갔다. 애초 맏딸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둘째딸의 성화에 딸 둘을 대동하고 나섰다. 몇달 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쪽에서 넌지시 연락이 왔다.“군대간 아들이 마침 휴가 나왔는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선박 명명식에서 ‘참한 인상의 늘씬한 재원’을 처음 본 정 회장이 단박에 며느릿감으로 점지한 것이다. 이 때가 75년 5,6월께. 현 회장과 MH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언젠가 현 회장이 사석에서 털어놓았다는 MH의 첫인상이다.“요샛말로 필이 꽂히거나 그렇진 않았다. 군인이라 머리도 짧았고…그래도 듬직해 보였다.” 첫 데이트 장소는 ‘군인 커플’답게 서울 태릉사격장. 이듬해 7월 두사람은 결혼했다. ●“나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 현 회장은 결혼 후 첫딸을 낳고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페어리 디킨슨 대학원에서 인간개발론을 전공했다. 귀국해서 얘들 키우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걸스카우트연맹(이사)·대한적십자사(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에서 ‘표 안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사업가로 나서게 되리라고는 그 자신 상상도 못했다. 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임원의 얘기다.“그룹 경영을 맡은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확실한 것은 배포가 여간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 참여를 결심한 것도,8개월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버텨낸 것도 이같은 배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인데 어디에 그런 배포가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 스스로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더라.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경영권 분쟁때의)그 지독했던 마음 고생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의지력도 대단하다. 더러 확신이 서기까지 결단을 늦추는 경향이 있어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확신이 서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번복하는 일도 없다.”결단을 내려놓고도 마음이 여려 ‘가신’들의 주장에 흔들리곤 했던 MH와는 대조되는 면모다. 현 회장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일화 한가지. 지난해 8월 그룹 비전을 선포할 때의 일이다. 당시는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던 때라 사내외에 선언할 ‘비전’이 매우 중요했다. 현 회장은 ‘용기와 자부심의 현대’라고 직접 쓴 쪽지를 내밀었다. 임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살림만 하던 사람이 기업 경영과 직원 심리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냉소도 은근히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용기와 ‘재계 1위 현대’에 대한 자부심이 절실한 때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선언문에는 이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다. 시간을 지체해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던 가신그룹(김재수 당시 경영전략팀 사장 등)에 대한 인사도 그 해말 전격 단행해 임직원들을 다시한번 놀래켰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 숙부의 난 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시삼촌과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집안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비즈니스가 얽혀있어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중립이 현 회장을 도왔다. 현 회장측은 분쟁의 단초가 된 금호생명 대출 200억원에 대한 정상영 회장의 보증과 관련,“정 명예회장은 조카(MH)에 대한 의리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경영권을 뺏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MH가 정상영 명예회장을 인간적으로 따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정상영 회장이 MH의 자금줄을 교묘하게 막았다.”면서 “이 때문에 MH가 ‘그룹을 위해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상영 삼촌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언젠가 몹시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KCC측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여전히 팔지 않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경영수업 받는 큰딸…‘코디’ 둘째딸… 사격 좋아하는 외아들 시어머니(변중석)가 아이 잘 낳는 보약을 하루가 멀다하고 들이미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가졌다는 큰딸. 딸을 낳자 시댁보다 딸만 넷인 친정의 실망이 더 컸다고 한다. 그 딸이 지금은 현 회장의 든든한 친구이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지이(28)씨다. 서울대 고고미술학과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나온 그는 외국계 광고회사에 다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난해 1월 3일 현대상선 재정부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올 1월 1일 대리로 승진했다. 회사 흐름을 가장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재정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게 하려는 현 회장의 의지가 읽혀진다. 경영권 분쟁때도 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 등 시댁 어른들과의 대면 자리에 반드시 지이씨를 데리고 나갔다. 맏이답게 찬찬하고 침착해 현 회장에게는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이 매우 좋다. 지난해 10월 그룹 해체후 처음 가진 신입사원 수련회때는 다른 ‘신참’들과 똑같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장기자랑도 마다하지 않아 주위의 경계심을 녹였다.‘싼타페’를 직접 몰고 출퇴근한다.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터울이 크면 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집안 어른들의 압력에 6년 7개월만에 가졌다는 둘째딸 영이(21)씨는 서울 상명여고 1학년때 혼자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만큼 당차다. 보스턴에서 한시간 거리인 사립 고등학교 ‘쿠싱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에 재학중이다. 언니와 달리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하면 엄마의 의상을 열심히 조언해준다. 막내 외아들인 영선(20)씨는 모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 지금은 휴학한 상태다. 군대를 먼저 다녀온 뒤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아버지 장례식때 고3(경복고) 수험생이었는데도 어찌나 많은 친구들이 빈소로 몰려왔던지 조문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를 닮아 총쏘는 것을 좋아한다. ●옛 영광 재현 꿈꾸는 핵심 브레인들 경영전략팀이 그룹의 ‘싱크 탱크’다. 다른 그룹으로 치면 구조조정본부에 해당한다. 현 회장 사람들로 전부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최용묵(57) 사장을 사령탑으로 이기승(55) 전무-하명호(47) 상무로 수직 연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경영권 방어전략을 촘촘히 짜 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파로,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현 회장 체제에서는 적임이라는 평을 듣는다.76년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84년 현대엘리베이터 창립과 함께 관리부장을 맡으면서 조직관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임직원들과 회사 앞마당에서 족구를 하고 삼겹살 소주 뒤풀이를 즐긴다. 이 전무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금융전문가의 보완을 절실하게 느낀 현 회장이 지난해 6월 외환은행에서 영입해온 이다.KS(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답게 머리회전이 빠르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나 핵심인맥의 자리를 굳혔다. 미국 디킨스대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하 상무도 재무 전문가다. 현대석유화학에서 지난해 말 그룹 심장부로 옮겨왔다. 그룹의 정신적 뿌리인 대북사업은 ‘서울대 트리오’가 이끌고 있다.“대북사업에 인생을 걸었다.”는 김윤규(61) 현대아산 부회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왕 회장때부터 ‘소떼 방북’ 등을 성사시키며 현대와 동고동락해 온 김 부회장은 MH가 그 앞으로 남긴 별도 유서를 통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라.”고 농담을 던졌을 만큼 2대에 걸쳐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얼마전 부회장으로 승진해 대북 라인 접촉 등 대외 업무에만 힘을 쏟고 있다. 대내 업무를 떼준 것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이자 ‘거리 두기’라는 해석도 있다. 대내 업무는 윤만준(60) 현대아산 사장의 몫이다.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가 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초창기부터 관여해 실무에 밝다. 서울법대를 나와 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MH와 함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일궜다. 김 부회장의 서울대 공대 직속 후배인 심재원(58) 현대아산 부사장은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업무처리가 치밀하다. 그룹의 ‘캐시 카우’(돈버는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노정익(52)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던 2002년 9월 사장에 취임해 1000원대이던 주가를 2만원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운반선 매각 등 뚝심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 들어온 1조원대의 현금이 없었다면 뒤이어 터진 대북송금·분식회계 등의 악재를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취임하자마자 승선 체험을 자청, 선원들과 거센 파도와 싸우며 하나가 된 덕분에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안홍환(55·부사장) 지원본부장, 회사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이재현(54·전무) 컨테이너본부장, 일반화물 영업을 이끄는 이동렬(56·전무) 벌크선영업본부장, 해양대 항해학과를 나와 선장으로도 근무한 ‘마도로스’ 신용호(56·전무) 해사본부장 등도 상선의 중추 세력이다. 2003년 6월 부국증권에서 스카우트돼 온 김지완(59) 현대증권 사장은 ‘현투(현대투자신탁증권) 책임분담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지어 그룹의 고민을 덜어주었다.‘숙부의 난’때는 오랜 증권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김 사장을 떠받치고 있는 노치용(53·전무) 도매영업본부장은 그룹 홍보도 겸하고 있어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셔틀 업무’를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때 설득력있는 논리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숙부의 난 당시 격전지(경영전략팀) 한복판에 있었던 현기춘(51) 현 현대엘리베이터 전무도 눈에 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또다른 한 축인 한승준(51) 전무와는 춘천고 같은반 친구이다. 기획·관리 전문가로 ‘선 굵은 CEO’로 불리는 김병훈(55) 현대택배 사장, 경제연구원 최초로 수익모델 창출에 도전한 재무관료 출신의 김중웅(64)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현(53) 현대경제연구원장 등도 그룹의 핵심 브레인들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약이 됐다. 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흔들리던 임직원들이 경영권이 위협받자 현 회장을 중심으로 차돌처럼 뭉쳤다. 이번 기회에 전열을 확실하게 정비해 그룹의 모태로서 옛 현대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겠다.” hyun@seoul.co.kr ■ ‘비운의 황태자’ 정몽헌 현대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현대맨은 “90년대 들어 언론에서 빅3(MK,MH, MJ) 운운했지만 그 때는 이미 왕회장이 MH를 후계자로 형제들에게 선언한 뒤였다.”면서 “좀체 칭찬을 하지 않는 왕회장이었지만 MH에 대해서는 심지가 깊은 아이라며 믿음을 내보였다.”고 전했다. 보성고와 연세대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슨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MH는 귀국후 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세워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급기야 2000년에는 그룹 단독 회장에 취임했다. ‘왕자의 난’의 상처를 털고 MH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4일 계동사옥 12층 집무실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만 했을 따름이다. 대북송금 특검 등에 따른 중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 측근은 당시 “극심한 중압감 때문이었다면 가족들이 낌새를 알아챘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일축했었다. 투신하기 직전, 가족과 식사한 것을 두고 미리 자살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역시 MH가 일요일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즐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MH는 바깥일을 집에 와 자상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등 가정적인 편이었다. 한 측근의 얘기다.“(대북송금·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되자) 나 혼자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그때는 혼자 감옥가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살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투신하기 두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자 부인(현 회장)에게 매일 순두부를 끓이라고 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투신 결심은 순간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소탈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머리도 좋아 따르는 이가 많았던 MH. 그는 그러나 끝내 아버지의 꿈(대북사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삶을 접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5살때였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며느리들 현대가의 며느리들은 4월을 ‘제사의 달’이라고 부른다. 시아버지(정주영 회장)가 생전에 워낙 제사를 중시한 데다 온갖 제사가 몰려있어 4월에는 아예 청운동 시댁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시아버지의 독특한 ‘밥상머리 교육’ 때문에 새벽마다 시댁으로 가 아침식사도 직접 준비해야 했다. 한 며느리는 “새벽 3시반에 갔다는 항간의 얘기는 다소 과장이고 이를 때는 4시반, 보통때는 5시나 5시반쯤 갔다. 시아버님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새벽마다 수행원들 몫까지 김밥을 엄청나게 쌌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언젠가 한번은 아들들이 꾀가 나 아침식사 회동에 몇번 빠졌다. 대로한 왕회장이 “모두 들어와 살라.”고 불호령을 내려 1년간 청운동 시댁 주변에 모두 모여산 적도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왕회장이지만 말년에는 겸상 식사도 허용했다고 한다. 맏며느리 이양자씨는 수도여대를 나와 한때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이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실질적 맏며느리 역할을 해온 둘째며느리 이정화(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인)씨는 당시 명문으로 꼽히던 숙명여고를 나왔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넷째며느리 이행자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유난히 여대 출신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여자는 여대를 가야 한다.”는 왕회장의 보수성 때문이었다. 이화여대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손녀 유희씨(고 몽필씨 딸)도 원래는 연세대 원서를 다 써놓은 상태에서 할아버지에게 ‘보고’했다가 된통 혼이 난 뒤 여대로 틀었다고 한다. 며느리든 딸이든 해외유학까지 다녀오고도 회사 경영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거의 없는 것도 유교적 가풍 탓이다. 왕회장은 “살림에만 신경쓰라.”며 며느리들에게 골프도 치지 못하게 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골프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훨씬 흐르고서야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아 골프장에 딱 세번 나가본 뒤 관뒀다고. 오는 10월 ‘금강산 골프장’ 개관에 맞춰 상징 티샷을 날리라는 임원들의 압력이 많아 여간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한때 기체조를 배웠으며 ‘걷기’ 가 취미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지역플러스] 경주시의회 ‘원전센터 유치위’ 가동

    경북 경주시의회는 전국 기초의회로서는 처음으로 원전센터(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 및 원전 특별위원회를 구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서울신문 3월29일자 8면 보도〉시의원 9명으로 구성된 시 의회 특위(위원장 이진구 의원)는 원전센터 유치를 비롯해 월성원전 안전성 등에 대한 전반적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 의회는 우선 산업자원부로부터 원전센터 부지선정에 따른 행정처리 절차를, 원자력환경기술원으로부터는 폐기물처분시설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각각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 日새역모, 교과서 대대적 채택공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하는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미화한 후소샤판 역사교과서가 검정이 통과되는 대로 대대적인 채택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후쇼샤판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주도했던 이 단체는 오는 10일 도쿄 분쿄시민센터 대강당에서 ‘일본은 역사교과서에서부터 바로 선다-안녕 반일(反日) 이야기’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아울러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일본 지방의회들의 ‘새역모’ 지지도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새역모’ 웹사이트(www.tsukurukai.com)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의회와 구마모토현 의회는 지난달 23일 각각 청원 등을 채택했다. 이같은 지방의회의 지지선언이 나오는 것은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국가주의를 강조한 교육기본법의 개정을 당 운영 방침으로 정한 데 이어 지방 자민당 의원연맹에 극우 성향의 교과서 채택에 협조토록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집권 자민당과 검정책임 주체인 문부과학성의 노골적인 지지 속에 ‘새역모’는 자신들이 만든 역사교과서의 채택률 10%(전회 채택률 0.039%)를 목표로 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차보다 사람…걷고싶은 서울로

    차보다 사람…걷고싶은 서울로

    #싱가포르 오차드거리 ‘벌금 공화국’으로 불리는 나라이지만 무단 횡단자들은 유난히 많다. 현지 관계자는 “횡단보도 보행자를 보호하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180 싱가포르달러(약 16만원)의 벌금을 매기지만, 무단 횡단만큼은 용인하고 있다.”며 “차량보다 사람 중심인 나라임을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차도가 도로 폭의 절반도 안되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다. 폭 15m의 널찍한 보도가 펼쳐지고,1.9㎞ 구간에 횡단보도가 43개나 있다. 길 하나 건너려면 지하도를 들락날락거려야 하는 우리나라 도심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도 보행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권리인 ‘보행권(步行權)’이 강조되고 있다. 보행로를 넓히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도로의 주인이 차량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이면 자가용을 주로 타지만 1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보행·대중교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통설이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풀이한다. ●사람이 주인인 거리로 ‘보행권 되찾기 운동’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은 ‘광화문∼시청∼숭례문∼서울역 숭례문’ 구간(태평로·세종로)이다. 지난 30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광장 횡단보도에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서울광장 앞과 세종로 사거리 주변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무교동·다동·북창동 등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은 지하도를 거치지 않고도 정동길에 닿을 수 있다. 오는 5월에는 태평로·남대문로 보행로도 기존보다 2∼5m 넓어진다. 회사원 김형진(34)씨는 “횡단 보도가 만들어진 뒤 점심식사를 마치고 덕수궁 옆 돌담길을 걸으면서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교회 등 명소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생겼다.”며 “시야가 탁 트이니 도시 자체가 생기발랄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덕수궁 돌담길의 시간당 보행량은 2400명으로 전년(828명)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청계천 주변 무교동길·돌우물길·종로구청길도 이달 말까지 차선을 줄이는 대신 보행로를 넓히고 나무를 심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월 청계천 복원 공사가 끝나면 ‘광화문∼숭례문’뿐만 아니라 서울광장·청계마당·숭례문광장까지 묶이는 ‘걷기 좋은 도심’이 탄생하게 된다. 특히 청계천 바로 옆 산책로는 도심 속 자연을 ‘논스톱’으로 산책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뚜벅이가 환영받는 공원 승용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었던 공원도 ‘뚜벅이’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남산공원은 오는 5월부터 ‘국립극장∼서울타워∼남산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남쪽 순환도로 3.1㎞ 구간의 차량 출입을 아예 금지한다. 대신 충무로역, 동대입구역을 서는 남산순환버스(이용료 500원)가 운행되면서 찾기 편리해진다. 이미 91년부터 차량통행을 제한한 북쪽 순환로는 산책·조깅 명소가 됐다. ‘월드컵공원∼선유도∼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를 운행하는 ‘맞춤버스’(이용료 지선버스와 동일)가 주말에 운영되고 있다. 특히 주말에 선유도공원에는 차량이 출입할 수 없다. 차량을 통해 드라이브만 할 수 있었던 ‘북악산 스카이웨이’에도 오는 6월 말까지 산책로(성북 구민회관∼팔각정)가 마련될 예정이다. ●볼거리가 있는 거리 지역별로 가꾸는 특화거리도 보행환경에 부쩍 신경쓰는 분위기다.‘2호선 이대입구역∼이대∼신촌역 구간’는 올해 말까지 ‘찾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다. 이대 앞도 전선을 땅에 묻고 이대거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된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변 건물 53개 동의 외관을 정비하면서 270여개 입주 점포의 간판을 모두 바꾸는 사업을 벌인다. 대학로의 ‘이화사거리∼혜화로터리’구간은 25개의 조각작품들로 유명하다. 원통형으로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 ‘애벌레 터널’, 인분 모양으로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만든 ‘더 푸프 테일(The Poop Tale·엉덩이의 우화)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디카족’도 간간이 눈에 띈다. 밋밋한 직선길을 점토 벽돌이 촘촘히 쌓인 곡선길로 바꾸고 마로니에 공원 뒷골목은 주말에 ‘자동차 없는 골목’으로 만들었다. 이밖에 광진구 뚝섬유원지∼어린이대공원 능동로, 석촌호수길(석촌호수 남측), 방아다리길(해태백화점∼길동자연생태공원), 광나룻길(어린이대공원역∼구의사거리), 강남대로(양재역∼양재 시민의 숲) 등 20여곳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돼 시민들이 즐겨찾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그곳을 걷고 싶다… 숨은 산책로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다. 굳이 교외까지 나가서 폼나는 드라이브를 할 필요는 없다. 서울에도 연인과 오붓하게 손잡고 거닐 수 있는 아담한 산책로가 군데군데 숨어 있다. 서대문 안산 신촌 연세대 옆 봉원사가 자리잡은 야트막한 언덕길. 해발 300m 남짓되는 정상의 언덕 전망이 일품이다. 경기대 뒤편 금화터널 윗길을 거쳐 홍제동으로 돌아 내려오는 4㎞ 남짓의 산책로가 된다. 올림픽공원·몽촌토성길 40여만평의 대지 위에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산책로. 야외조각공원의 200여 조각품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좋다. 몽촌토성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따라 걸으면 운동도 된다. 낙산공원 서울 한복판에 숨어있는 능선길. 동대문에서 대학로 뒤편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낙산 능선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면 된다. 낡은 골목 사이로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계산 천연림에 조성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다음달 1일 문을 연다.5개 구간으로 구성된 7㎞ 구간의 오솔길에서 각종 야생동식물을 볼 수도 있다. 남산 국립극장 뒤편에서 남산시립도서관 어귀까지 남쪽 순환로도 봄이면 각종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필동 남산 한옥마을까지의 20∼30분 산책하는 코스도 괜찮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로 유명한 곳은 단연 왕벚나무 1400여그루가 심어진 윤중로다. 특히 벚나무 아래에서 빛을 쏘는 투광조명 354개가 운치를 더한다. 하천변 중랑천(벚꽃), 양재천(왕벚나무·개나리), 안양천(유채·철쭉류) 등에서 꽃내음을 맡으며 물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오늘의 눈] ‘폭로의 덫’ 어디까지/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아들 채용청탁 의혹 등으로 낙마한 데 이어 아들 강상균(37)씨마저 2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사표를 제출하자 많은 동료들은 아쉬워했다. 그가 일 잘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채용청탁의 실체가 없음에도 부자가 함께 옷을 벗는 현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5급 계약직은 외국과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강씨가 ‘백’을 써서 들어갈 만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음해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부하직원에 대해 폭행을 일삼다 지난해 쫓겨난 인천경제청 전 과장의 투서에 의해 불거졌다. 강 전 장관 처제 등이 매입했다는 인천 용유도 땅 역시 개발정보를 일반인들도 1990년대 중반부터 알았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언제부터인가 고위 공직자의 치부가 제보자나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 사퇴는 거역할 수 없는 수순처럼 되어버렸다. 결과적 필연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마치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을 연상시킨다. 공인에 대한 국민들의 높아진 도덕적 잣대가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언론의 치열한 경쟁이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정확성이나 도덕적 결함의 심각성 여부에 대한 심도있는 검증이 이뤄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도 고려되지 않는다. 어느새 조건없이 공직자와 지고지선(至高至善)을 결부시키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성이 차지 않는 형국이 된 것이다. 강 전 장관은 “도덕성에 빈틈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정형화된 ‘공직관’은 조그만 틈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일련의 사태가 공인의 도덕성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폭로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옥석을 구별하지 않고 비리가 여론화됐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의 연속성을 책임져야 하는 공직자가 추풍낙엽처럼 스러지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imhj@seoul.co.kr
  • [부고]

    ● 도예가 토암 서타원 선생 도예가 토암(土岩) 서타원(徐他元) 선생이 28일 오전 5시 부산 기장병원에서 별세했다.58세. 1946년 경주에서 출생한 서 선생은 70년대 초부터 우리 전통 도자기 연구에 정진, 분청백자 재현에 힘썼고 89년에는 가야토기(다기 및 제기) 재현에 성공하는 등 토기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빈소는 기장군 기장읍 기장병원 2층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50분. 장지는 영락공원.(051)721-2231. ●김한수(서울신문 제작국 윤전2부)씨 부친상 27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손목1리 388번지 자택, 발인 29일 오전 9시30분 (055)933-3650 ●김병재(YTN 미디어방송본부 취재부장)씨 모친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낮 12시30분 (02)3010-2254 ●김현철(대우건설 차장)경옥(코밴인터내쇼날 대표)씨 부친상 2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410-6920 ●윤복현(노원산업 대표)철현(사업)태현(다인시스템 대표)씨 모친상 지선균(사업)씨 빙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010-2268 ●연규환(전 양주축협 이사)씨 별세 형흠(목축업)조흠(양주축협 계장)씨 부친상 28일 양주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8시 011-410-2188 ●이학만(자영업)학림(조림섬유 사장)학서(〃 부장)학준(여행사)씨 모친상 28일 을지병원, 발인 30일 오전 10시 (02)970-8747 ●차경만(전 LG씨름단 감독)씨 부친상 27일 진주의료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55)747-8110 ●우제호(대한법률구조공단 과장)승제·경종(사업)씨 부친상 박해련(서울지방국세청 계장)씨 시부상 조남기(자영업)진재영(여수공고 교사)신상욱(한진중공업 상무)나혜숙(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씨 빙부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30분 (02)3010-2295 ●홍승훈(한국금융신문 증권팀 기자)씨 부친상 이재진(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씨 빙부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3410-6917 ●박건배(박건배치과의원 원장)동배(사업)인배(재미사업가)씨 부친상 김지형(김지형치과의원 원장)씨 빙부상 28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30분 (02)590-2697 ●한승옥(숭실대 인문대학장)씨 모친상 28일 수원 한독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31)231-9125 ●손영일·영덕(영스테이틱헬스클럽 대표)영광(기윤농장 대표)씨 모친상 변상태(창문여고 교사)임상보(송림농장 대표)서창원(서울시지하철공사)씨 빙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92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67^MK)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격의없이 지내는 지인들은 정 회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곰같은 외모에 뱀같은 머리를 지녔으며 여우같은 행동가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현대의 한 고위임원은 서슴없이 정 회장을 ‘지략가’라고 정의했다. “현대차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차써비스 네 집안이 합쳐진 회사다. 그런데도 큰 잡음이 없다. 카리스마만 갖고서는 이렇게 이끌 수가 없다.MK가 대단한 지략가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햇볕도 잘 들지 않는 땅(서울 원효로)에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만든 이가 MK다. 다른 아들들이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한테 기업을 물려받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사실상 창업자나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이 결코 요행이나 우연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정 회장은 2000년 9월 그룹에서 독립한 지 불과 4년만에 현대차를 세계 6위 반열에 올려놓았다. 독립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으며, 종업원 수도 10만명을 넘는다. 총자산 규모 67조원(3월14일 현재)에 올해 매출목표액 85조원, 재계 서열 3위다. ‘싸구려 현다이’라고 비웃던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제 현대차를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한다. ●갤로퍼 신화에서 품질경영까지 서울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온 정 회장은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대자동차써비스(74년)와 현대정공(77년)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일찌감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후 기아차를 인수해 자동차 전문그룹을 만들기까지 평생을 차(車)와 함께 했다. 그를 가까이서 본 고위임원의 얘기다.“세상 사람들은 보여지는 외모와 어눌한 말투만 보고 MK의 저력을 더러 간과한다. 그러나 현대정공 시절, 그는 일일이 차를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냈다. 차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다.” 그런 정 회장이 충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98년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꼴찌를 한 것이다. 이듬해, 그 이듬해에도 꼴찌권을 맴돌았다. 엄청난 모멸감에 휩싸인 그는 “이제부터 등수는 잊어라. 대신 무조건 품질을 끌어올려라.”라고 일갈했다. 현대·기아차의 보도자료에서 ‘세계 톱5 진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본부가 즉각 하나로 합쳐지고,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품질 회의가 꾸려졌다. 올초 쏘나타는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컨슈머 리포트지)됐다. 몇년 전의 수모를 보기 좋게 설욕한 것이다. ●부인 이정화여사 실질적 맏며느리 정 회장은 평범한 ‘실향민’ 집안의 셋째딸(이정화·66)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다. 고향이 이북인 부인 이씨는 손위동서인 이양자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자 이때부터 집안의 실질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도맡아 했다. 시아버지 생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3시30분이면 청운동 시댁으로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시어머니(변중석)가 이 무렵 거동이 불편해져 병원 신세를 졌기에, 대식구의 아침 준비는 오롯이 며느리들 몫이었다. 틈날 때마다 현대아산병원을 찾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도 맏며느리인 그의 몫이다. 시어머니가 그랬듯,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다할 직함도 없다. 굳이 찾자면 그룹 계열사인 ‘해비치 리조트’(제주도 다이너스티 골프장과 콘도 등을 운영하는 회사)의 개인 대주주라는 정도다. ●외아들 의선… ‘ES 시대’ 개막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는 정 회장의 막내 외아들이자 현대가의 종손인 의선(35·ES)씨가 한 축이 돼 이끌고 있다. 이달초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 겸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자동차부품 전문회사) 부사장도 맡고 있다. 본텍·글로비스·엠코 등 비상장 계열사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너 3세’의 프리미엄만을 업고 사장에 오른 것은 아니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현대정공 자재부’에 94년 과장으로 입사, 현장감각을 익혔다. 이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건설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서 차세대 리더로서의 잠재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전 기아차 수출 500만대 돌파 기념식때는 임원들의 넥타이를 기아차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즉석에서 통일시켰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과 감각이 남다르다. 자기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상대에게 겸손하다는 느낌을 준다.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스갯소리도 곧잘 해 평이 좋다. 생전에 정주영 회장이 지선(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씨와 더불어 가장 예뻐했던 손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의 사촌여동생이 미국에 유학을 오자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95년 결혼에 성공했다. 훗날(2000년) INI스틸에 흡수된 당시 강원산업 정도원 부회장의 딸 지선(32)씨가 부인이다. 스물다섯, 스물둘의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한 두사람은 딸 진희(9)양과 아들 창철(7)군을 두고 있다. ●의사집안 대 잇는 큰사위 정 회장의 큰딸 성이(43)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 선호영 박사의 둘째아들 두훈(48)씨와 결혼했다. 역시 의사인 두훈씨는 현재 대전 선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목동 선병원, 중촌 선병원, 선치과병원, 건강증진센터, 유성 선병원 등이 모두 같은 계열이다. 서울집(한남동)과 대전을 오가며 병원 일을 보고 있다. ●금융 사업 이끄는 둘째 사위 93년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서 프로젝트팀 형태의 현대오토파이낸스㈜로 출발한 현대캐피탈은 우리나라에 자동차할부 금융업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카드 사태’ 등으로 현대카드가 어려워지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가 정태영(45)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다.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이자 MK의 둘째딸 명이(41)씨의 남편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그 분(정태영 사장)은 스스로를 오너의 사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아깝다며 골프조차 안친다.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골프에 할애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식이다.”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착실히 손실을 털어낸 덕분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올해 ‘동반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에게 직접 휴대폰을 걸어 물어봐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현대차 근무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갈걸(53) 부사장, 옛 현대그룹 문화실장을 지낸 김상욱(52) 전무 등이 그와 함께 금융소그룹을 이끄는 핵심 브레인들이다. ●꿈의 철강 라인업 셋째 사위-조카 한보철강(현 당진공장) 인수를 계기로 그룹은 열연(당진공장)-냉연(현대하이스코)-스테인리스(INI·BNG스틸)로 이어지는 철강 풀라인업을 달성했다. 이 꿈의 라인업에 정 회장의 셋째 사위와 조카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원갑(53) 부회장과 함께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를 이끌고 있는 신성재(37) 사장은 현대정공에 근무하던 시절, 정 회장의 동갑내기 셋째딸 윤이씨를 만나 결혼했다. 미국 페퍼다인대학 MBA 출신이다.98년 현대하이스코로 옮겨 수출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이달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본부장 시절에 1조원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액을 2조 3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장인’의 인정을 받아냈다. 김 부회장은 78년 현대건설 경리부로 입사해 건설과 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다. 이계안 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1년 7월 현대차에서 물러날 때 함께 사표를 냈지만 정 회장이 다시 발탁했다. INI스틸(옛 인천제철) 김무일(62) 부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철강 인맥이다. 정통 철강맨은 아니지만 취임하자마자 한보철강 인수를 보기좋게 성공시켜 정 회장의 신임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해 4월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장 INI스틸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수처위주 입처개진’(隨處爲主 立處皆眞·언제 어디서건 그 곳의 주인이 돼라)이 좌우명이다. 김 부회장이 지인에게 털어놓은 현대차의 타이어사업 진출 무산 뒷얘기가 재미있다.90년대 초반 현대차는 현대정공을 통해 타이어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정주영 명예회장이 “공예산업(타이어에 홈을 파는 작업을 공예에 비유)은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막판에 철회했다고한다. ●LS전선·김&장과의 혼사 BNG스틸은 젊은 나이에 타계한 동생 몽우씨를 생각해 MK가 조카들에게 대부분 맡긴 회사다. 몽우씨의 세 아들이 모두 이 회사에 있다. 큰아들 일선(35)씨가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룹이 2000년 말 삼미특수강(BNG스틸의 전신)을 인수할 때 실무를 맡아 내부사정에 밝다. 철강의 꽃으로 불리지만 유통구조는 낙후된 스테인리스 업계에 서비스센터(코일센터)를 도입해 새 바람을 일으킨 이도 그다. 운동을 워낙 잘해 그룹사 축구시합때면 직접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사촌인 의선씨와는 생일이 일주일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어려서부터 유난히 친했다. 유학중에 ‘어린 신부’를 만난 것도 똑같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일선씨는 같은 대학 심리학과로 갓 유학온 여섯살 연하의 구은희씨를 만나 96년 결혼했다. 현대가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 처음 혼사를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은희씨는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로, 구태회 LG전선(현 LS전선) 명예회장의 손녀이다. 결혼할 때 스무살이었다. 지금은 세 아이(창현·진주·창민)의 엄마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31)씨도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장 법무법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31)씨가 부인이다. 재정부에서 이사로 근무하다 미국 연수길에 올라 현재 미시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올 연말에 귀국한다. 미국 버클리대학 회계학과를 나온 막내 대선(28)씨는 지난해 11월 품질혁신부 대리로 BNG스틸에 합류했다. 아직 미혼이다. ●MK의 용병술 현대차그룹의 인사 시스템은 ‘예측 불허’다. 그런데도 떠난 사람들 가운데 그룹을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전직 고위임원의 분석이다. “MK는 아버지를 몹시 어려워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 아버지와 몹시 닮았다. 우선 그룹내에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현대차그룹에는 2인자가 없다. 웬만한 간부는 회장에게 모두 직접 보고한다. 충성 경쟁을 유발하는 셈이다.” 그는 “빈번한 패자부활과 적절한 견제도 MK 용병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를 그룹내 파벌싸움의 산물로 보는 이도 있지만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지 않는 MK의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자동차 전문인맥 ‘탱크 박사’ 김동진(55) 현대차 부회장이 단연 눈에 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전문 엔지니어로 국방연구소에서 ‘K1탱크’ 국산화를 주도하다가 78년 정 회장에 영입됐다. 정의선 사장과도 가깝다. 중국시장을 거의 개척하다시피하고 있는 화교 출신의 중국통 설영흥(60) 부회장과 ‘갤로퍼 신화’의 숨은 조력자 전천수(59·생산노무담당)사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정·재계에 발이 넓은 채수일(52·방송인 이숙영씨 남편) 고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사대우 5년 만에 사장이 된 MK의 대학후배 최한영(53·전략조정실장겸 마케팅총괄본부장)사장은 한때 ‘MK의 입’으로 불렸었다. 본인은 “99년 해외출장중에 갑작스럽게 홍보실 컴백 명령이 나 사표쓸 생각까지 했었다.”그렇지만, 곧이어 터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누구보다 MK의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GE캐피탈과의 자본제휴, 글로비스 지분 매각 등을 주도한 재무통 채양기(52·기획총괄부본부장)부사장도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다. 그가 쓴 ‘채권관리 실무교본’은 지금도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 필독서로 꼽힌다. 그룹 ‘암행어사’ 인 이전갑(58·감사실장)사장, 품질경영 전도사인 서병기(58·품질본부장)사장, 신차 기술개발 주역인 김상권(59·연구개발본부장)사장, 미국시장 공략의 중책을 맡고 있는 최재국(57·국내외 영업기획담당)사장, 김수중 전 사장의 계보를 잇는 ‘영업의 귀재’ 이문수(57·내수영업본부장)부사장, 치밀한 홍보맨 이용훈(55)부사장 등도 현대차를 이끄는 중추세력이다. 기아차의 선두주자는 단연 김익환(55) 사장이다.‘오너 아들’과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어 적잖은 부담이지만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영업·수출·홍보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다. 외모만큼이나 선이 굵다. 양쪽 날개로는 구태환(50·재경본부장)부사장과 김용환(49·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이 있다. ●‘오랜 동반자’ 정공 인맥 현대·기아차 출신들이 ‘신측근’으로 분류된다면, 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인맥은 ‘전통가신’으로 분류된다. 유홍종-박정인-김동진-김익환으로 이어지는 정공 인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언젠가 MK가 해외출장지에서 뜬금없이 막걸리를 찾았다. 현대차 출신들은 난색을 지었다. 정공 출신들은 “어떻게든 구해보겠다.”며 나가 정말로 막걸리를 구해왔다. 유홍종(67) BNG스틸 회장은 MK와 양궁 신화를 함께 써내려간 정공 인맥의 대부다. 그 뒤를 잇는 박정인(62) 현대모비스 회장은 현대차써비스가 일개 사업소(현대차 원효로사업소)에 불과했던 72년,MK를 처음 만났다. 이후 자재부장과 경리담당 대리로 황금콤비를 이루면서 30년 넘게 MK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인터넷 화상회의·전자결재 등을 정착시킨 ‘스피드 경영’으로도 유명하다.“맹꽁이”가 부하직원들을 나무라는 가장 심한 욕일 만큼 점잖지만 허점이 너무 없어 오히려 겁날 때도 있다는 게 아랫사람들의 얘기다. 서울 양재동 사옥을 사들일 때 점쟁이까지 불러 감정한 것으로 유명한 이중우(57) 다이모스(자동차부품회사) 사장, 등산 마니아인 김평기(60) 로템·위아 사장, 이여성(55) 서울시메트로 구호선 사장, 정석수(53) 현대파워텍 사장 등도 정공이 ‘뿌리’다. 서비스업체(해비치리조트) 사장에서 하루아침에 그룹의 신생 건설사업을 책임진 김창희(52) 엠코 사장도 시선이 쏠리는 인물이다. hyun@seoul.co.kr ■ 인간 정몽구회장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아침 꼭 라면으로 해장하는 버릇이 있다. 폭탄주 20잔도 끄떡없을 만큼 주량이 세지만 절제력이 강해 실수하는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폭탄주보다 소주를 즐긴다. 해외출장길에 수행원들이 맨먼저 챙기는 것도 소주와 라면이다.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를 닮아 먹성이 소탈하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서울 양재동사옥의 지하2층 중역식당을 애용한다. 임원들의 구내식당행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아버지와 다른 면이다. 왕 회장은 임원들이 구내식당에 나타나면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라고 접대비를 줬더니 기껏 안에서 먹는다.”며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가정적인 면모도 아버지와는 딴판이다. 주말이면 아들딸 사위들과 함께 곧잘 산을 찾는다. 대신 골프는 별로다. 좋아하지 않다보니 실력도 그저 그렇다. 여느 현대가 사람처럼 ‘새벽형 인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30분쯤 출근한다. 대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는 “겉 인상과 달리 마음이 매우 여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잘 자르지 못한다. 현대차는 한때 이사만 100명에 이르렀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러서야 MK는 “진급한 숫자만큼 자르라.”며 지난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어눌한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음 그를 접하는 사람들은 말뜻을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해석이 쉬워질 때쯤이면 “참모들보다 서너배는 빠르다.”는 그의 머리회전에 진땀을 흘리게 된다고. 어떤 이는 이를 “아버지의 ‘방목’과 형제간 경쟁과정에서 터득한 본능적인 생존지수”로 해석했다. 효심도 남다르다. 한 현직임원의 얘기다.“일을 하다 보면 종종 과거에 잘못 벌여놓은 일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MK는 ‘이거 참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고 잘했다고도 할 수 없고‘하며 말을 흐린다. 한번도 대놓고 선친때 일을 지적한 적이 없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을 텐데도 말이다. 형제들 일도 마찬가지다. 장남으로서의 원초적 책임감 내지 부담감을 늘 갖고 있는 느낌이다.” 경영권 분쟁때 동생(정몽헌)과 그토록 부딪쳤건만, 그 동생이 2003년 8월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졌을 때 맨먼저 사고현장에 달려가 시신을 수습한 이도 그였다. 한 전직 임원은 “빈소 뒤에서 나를 붙잡고 우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박성규라니까” 좀도둑 전락한 대도 조세형

    ”박성규라니까” 좀도둑 전락한 대도 조세형

    “일본으로 다시 밀항하기 위해 금품을 훔치다 잡혔는데 또다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25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5팀 사무실.1980년대 초 고관대작의 집을 잇달아 털어 ‘대도(大盜)라는 별명을 얻은 조세형(67)씨가 검은 점퍼로 얼굴을 가린 채 혐의를 시인하며 고개를 떨궜다. ●고개 떨군 대도 조씨는 전날 오후 8시15분쯤 마포구 서교동 치과의사 정모(63)씨의 3층 단독주택에 몰래 들어가 165만원어치의 손목시계 6개를 훔치려다 사설경비업체 S사의 전자감식장치에 걸렸다. 공교롭게도 S사는 조씨가 범죄예방연구 자문위원을 지낸 곳이다. 조씨는 옆집 담을 넘나들며 녹슬지 않은 솜씨로 달아났으나 가스총까지 쏜 경찰에 끝내 덜미를 잡혔다. 검거 직후 40대 노숙자 ‘박성규’라고 거짓 진술한 조씨는 경찰의 지문감식과 잇따른 추궁에 결국 진실을 털어놨다. 조씨는 지난 2000년 결혼한 부인 이모(44)씨와 최근 가정불화가 생기며 방황을 시작했고, 결국 일본으로 밀항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고급주택을 털 계획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3000만원 정도 모아 일본으로 갈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주택을 털다 검거될 당시 현지 경찰에 의해 오른쪽 어깨에 총상을 입어 4급장애를 갖게 됐으며, 이에 대한 보상절차를 밟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의 범죄 유전 16살 때부터 절도 행각을 벌이며 소년원과 감옥을 드나들던 조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권력가와 재벌 집만 골라 털며 한때 ‘의적’ 소리를 듣기도 했다. 조씨가 고관의 집에서 훔친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공개됐고,TV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조씨를 소재로 삼기도 했다. 1982년 검거된 뒤 이듬해 공판과정에서 탈주한 조씨는 5박6일 동안 서울 전역에서 경찰을 따돌리다 다시 붙잡혔다. 특수절도에 도주 혐의까지 추가되는 바람에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가 1998년 11월 청송교도소를 출소했다. 조씨는 이어 2000년 5월9일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자동차 액세서리 제작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부인 이씨와 결혼, 아들(5)을 낳고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001년 11월24일 선교를 위해 일본에 갔던 그는 도쿄 시부야에서 주택 3곳을 털다 경찰에 붙잡힌 뒤 2004년 3월18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무의탁 노인 도우며 참회도…지인 충격에 쓰러져 출소 직후 귀국한 조씨는 세간의 이목이 두려워 혜화동에서 면목동의 35평짜리 빌라로 이사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노래방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지난 1월15일까지 구기동 D복지선교회에서 무의탁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은 조씨의 범행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조씨가 봉사활동을 했던 D복지선교회 이모(70·여) 목사는 “부인과 함께 여러차례 무의탁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하며 생활도 넉넉한 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시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목사는 이날 충격에 못이겨 쓰러졌다. 소년범 시절부터 조씨를 알아오며 조씨를 범죄의 수렁에서 건지려 애썼던 최중락(77)전 경찰청 강력과장은 “평생 조씨의 결혼과 취업, 가석방 등을 위해 애쓰며 교화에 힘써 왔지만 이미 도벽이 굳어져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며 탄식했다. 경찰은 조씨의 주머니에서 1만원짜리 41장과 1000원짜리 57장 등 현금 46만 7000원을 발견, 추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궁하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도 조세형 행적 ●1963년 10월 26일 특수절도 혐의로 최초 검거 ●1970년대말∼1980년대초 권력가와 재벌 집 잇따른 절도행각 ●1982년 11월 검거 ●1983년 2차공판중 탈주,6일만에 검거 ●1983년 징역 15년, 보호감호 10년 선고 ●1998년 11월 청송교도소 만기출소 ●1999년 4월 사설경비업체 S사 범죄예방연구소 자문위원 위촉 ●2000년 5월 9일 이모(44)씨와 결혼, 서울 구기동 D복지선교회에서 무의탁 할머니 위해 봉사활동 ●2001년 11월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주택 3곳 털다 검거 ●2001년 12월 도쿄지방재판소에서 특수절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4년2개월 선고 ●2004년 3월 18일 가석방으로 출소,5일뒤 귀국 ●2005년 1월 15일까지 부인과 함께 D복지선교회 봉사활동
  • 증시 외국인 매도 17일째

    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17일째 주식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가 ‘급등 직후 급락’현상을 보였던 지난해 4월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950선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60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들은 17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역대 최장 기록인 지난해(11월22∼12월14일)와 같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1일 연중 최고점(1022.79)을 찍은 뒤 급락,23일까지 55.98포인트(966.81)나 떨어졌다. 지난해 4월23일에도 최고점(936.06)에 오른 뒤 6일만에 73.21포인트(862.84)가 빠졌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는 5월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매도의 정점이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량 축소 가능성과 IT(정보기술)주 실적 개선에 힘입어 950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상승의 양대 축인 내수경기 회복 및 국내 투자금 유입 등의 호재도 건재하다고 진단했다. 우리증권 박성훈 선임연구원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단기적으로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기술적 분석상 반등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쯤에서 반등하면 1000선을 과감하게 넘을 것이 확실하다.”면서 “이경우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지고, 환율안정 기조도 자리잡아 금융주, 수출주 등이 모두 관심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부고]

    ●김서봉 前 미술협회 이사장 제1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낸 김서봉 화백이 지난 19일 오후 11시 숙환으로 별세했다.75세. 김화백은 한국미술협회 고문, 유네스코 국제조형예술협회 명예회장, 한국풍경화가회장,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 명예회장 등을 맡아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양훈씨와 해진·호진·수진씨 등 2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8시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 행사장에서 한국미술협회장으로 열린다. 발인은 같은 날 오전 9시30분.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동의 동화경모공원.(02)2072-2018. ●박화진(교학사 과장)왕진(협성대 강사)씨 모친상 이상택(용마엔지니어링 전무)김영준(경기식품 사장)씨 빙모상 20일 흑석동 중대부속병원, 발인 22일 오전 6시 (02)860-3570 ●이성실(KESI 대표·한국전력기술인협회 전북지회장)씨 부친상 이용숙(한국전력공사 전북지사 직원)임희영(태창산업 〃)씨 빙부상 20일 전북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10시 (063)251-2748 ●김장곤(한국수력원자력 상임고문)후곤(농장업)승곤(자영업)씨 모친상 20일 서울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5시 (02)2070-2032 ●유지성(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씨 별세 이월지(한양대 영문과 교수)씨 상부 유지선(J.SPEC 대표)지복(사업)지석(한화 부장)씨 형님상 19일 한양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290-9457 ●최엽종(전 동주대 부학장)씨 별세 광(한국외대 교수·전 복지부장관)정숙(동주여중 교사)씨 부친상 조병래(동주여상 교사)씨 빙부상 최정일(코리아다이나믹 회장)씨 형님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3410-6915 ●황호부(산은캐피탈 상근감사위원)씨 모친상 박병기(전 광양산업 상무)박매권(서상구치소 계장)이재한(사업)문태웅(신흥증권 성남지점장)씨 빙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4시 (02)3010-2239 ●임종렬(상명대 정치경영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한국가족치료연구소장)씨 별세 김순천(상명대 정치경영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씨 상부 2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392-0299 ●현준원(단국대 교수)씨 부친상 송기성(아산성현교회 목사)헌성국(서울무역주식회사 대표)씨 빙부상 2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392-3299 ●이상일(재미 사업)상인(전 동부화재 감사팀 차장)씨 모친상 19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6시 (031)787-1533 ●백학기(전 한국특수공구 사장)씨 상배 백우현(한국양돈컨설팅 대표) 문현(청산농원 대표)태현(자영업)사현(〃)광현(미국 거주ㆍ무역업)경임(동국대 교수)남열(주부)씨 모친상 오인섭(일산UT치과원장)씨 빙모상 백상엽(인바이오넷 팀장)씨 조모상 20일 오전 5시45분 강북삼성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22일 오전 8시 (02)2001-1096 ●조청명(포스코 혁신기획실장)성명(자영업)기명(도시철도공사 직원) 씨모친상 20일 오후 6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17호실, 발인 22일 낮12시(02)3410-6917
  • 외국인 11일째 매도 왜?

    외국인 11일째 매도 왜?

    외국인투자자들의 계속되는 매도세가 종합주가지수를 1000선 아래에서 꽁꽁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 유가상승 등이 어느정도 ‘예고된 악재’인 만큼 상승 기조가 꺾인 것은 아니라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력 IT 종목만 팔아 국내 증권시장 투자비중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11일동안 1조 9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주가상승 폭은 지수 870에서 1000까지 15%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의 양상은 지난해 10월과 비슷하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8일부터 13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면서 1조 835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주가지수 720선)에서 9월(900선)까지 25% 이상 힘차게 뛰어오르던 주가는 이내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주가하락 요인이 두 시점 모두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감, 외국인의 매도세, 타이완 등 주변국에 대한 비중 확대 등인 점을 들어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 11일 동안 LG전자(-2964억원), 현대자동차(-2488억원), 포스코(-1793억원), 삼성전자(-1693억원),LG필립스LCD(-667억원), 삼성SDI(-493억원) 등 주로 국내 주력 정보산업(IT) 종목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반면 외국인들은 일본 증시에서 3일부터 12일까지 5379억엔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간매수 규모로는 지난 1년동안 가장 많은 양이다. ●주가 차익실현이 매도 이유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에 나선 원인은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악재를 피하면서 그동안 주가상승에 대한 차익실현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시장의 악재란 ▲미국 쌍둥이 적자에 따른 금리인상 정책의 지속 ▲중국 위안화 절상의 변수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상승 등이다. 이날 고유가 쇼크가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물론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대부분 급락했다. 일본 증시도 외국인들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고유가에 따라 소비지출이 줄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에 자동차와 IT·전자 관련주들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가격조정의 이유는 외국인들의 10일 이상 매도세와 IT종목 가격반등의 무산, 고유가 등에서 비롯됐다.”면서 “960선이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며 지지선 이상으로 반등하더라도 일시적인 상승일 뿐”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악재들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세”라면서 “금리상승에 따라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의 열쇠인 IT업종의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1·4분기 실적발표 이후인 4월 중순 이후엔 매수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독도 자연석 청계천 광장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독도의 자연석이 서울 청계천 광장으로 옮겨와 전국에서 올라온 8도석과 자리를 함께 한다.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울릉군이 내린 특단의 조치다. 경북 울릉군은 16일 일본 시마네현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제정 조례안을 의결함에 따라 독도 자연석 1∼2개를 채취해 서울시에 기증키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연석 크기는 지난 1월 초 청계천광장 조성용으로 서울에 보낸 울릉도 자연석 몽돌(가로 1.5m, 세로 1.2m, 높이 1.5m)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울릉군은 이를 위해 조만간 잠수부 등 탐사반을 동원, 독도 인근 바닷속에서 자연석 채취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는 자연석 반출이 불가능한 데다 바위 섬이어서 자연석을 찾기 힘들어 바닷속 자연석을 선택했다. 천연기념물 반경 500m이내에서는 어떠한 훼손이나 반출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법규정이 장애물이지만 바닷속 자연석은 이 규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군은 특히 국민들의 정서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법적용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도 자연석 운송은 몽돌때와 같이 바지선으로 강원도 묵호항으로 옮긴다. 육지에 도착하면 서울까지는 차량을 이용한다. 오창근 울릉군수도 “독도 자연석을 청계천 시작점에 조성될 청계광장의 상징물로 사용하도록 서울시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울릉군이 독도 자연석을 보내주기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했다. 장석효 청계천복권 추진본부장은 “2개월 전부터 울릉군에 공문을 보내고 직원도 보내, 독도 자연석 반출여부를 타진했다.”면서 “그러나 울릉군으로부터 독도가 천연기념물이어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하는 통보를 받아 실망했는데 뜻밖”이라고 반겼다. 그는 이어 “독도 자연석에 대해서는 특별한 예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울릉 한찬규·김상화기자 서울 이유종기자 cghan@seoul.co.kr
  • 대학-변협 ‘로스쿨’ 세력다툼 가시화

    대학-변협 ‘로스쿨’ 세력다툼 가시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 구체화되면서 그동안 침묵하던 학계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법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를 잇달아 출범시키는 등 단체행동으로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집행부가 바뀐 대한변호사협회도 로스쿨 정원을 현 사법고시 선발인원보다 늘리는 것에 강력 반발하는 등 로스쿨 도입을 둘러싼 세력다툼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국립대 총장까지 나섰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9개 국립대 총장들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도(道)에 한개의 로스쿨을 설립하는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이 수도권 소재 명문 사립대 위주로 설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막겠다는 포석이다. 이 총장들은 건의문에서 “로스쿨은 각 지역의 미래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과거처럼 지방인재가 유출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이나 지역균형발전은 하나의 선언적 의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면서 로스쿨의 지방 설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날 참여한 총장들은 이른바 ‘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 소속으로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개 총장이다. ●교수들도 잇따라 모임 발족 전국법과대학 교수들의 모임인 ‘법학교육을 위한 전국교수연합(법교련)’은 지난 15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법교련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가 모태다. 법과대학장을 중심으로 로스쿨 도입에 대한 문제점을 의논하던 중 논의 주체를 평교수까지 확대, 전국적인 연대 기구를 결성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출범한 것이다. 법교련의 주장은 로스쿨의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 로스쿨 정원이 3000명선은 돼야 제대로 된 사법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오는 22일에는 ‘법학교육 정상화 추진 교수협의회(법추협)’가 출범될 예정이다. 경찰대 이관희(법학교수)가 주축이 된 법추협은 각 지역의 소규모 대학 법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는 중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6개 주요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71개 대학의 법대 교수 600여명이 동참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법추협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식 로스쿨제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4년동안 학부교육을 받은 후 5지선다형의 사법시험을 치르고, 직역별로 2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치면 법조인으로 인정하는 영국식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원 1000명 넘어선 안된다” 지난달 21일 천기흥 변호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한 대한변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로스쿨 도입방안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스쿨 등 사법개혁 논의에서 변호사 단체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변협은 향후 로스쿨제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정원 축소에 대한 의견을 강력하게 펼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정원이 현재 사시 선발인원인 1000명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한 법조인은 “학계와 변협이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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