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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 사외이사의 민낯

    금융사 사외이사의 민낯

    금융 당국은 지난해 KB금융 사태 이후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사외이사의 활동과 보수를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연간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거나 사외이사가 관련된 학회에 기부금을 몰아주는 행태는 여전했다. 공공성이 특히 강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만이라도 사외이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신문이 18일 은행권과 보험사 등 시계열 분석이 가능한 32개 금융사가 이달 공시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평균 36개월 동안 이사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개정되기 전 선임된 일부 사외이사는 최고 10년간 사외이사를 했다. 현재 금융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 임기는 2년, 보험·카드사의 사외이사 임기는 3년으로 최대 5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선임된 282명의 사외이사들 가운데 교수·연구진이 37.9%(10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권 출신이 18.8%(53명), 관료나 정계 출신이 15.6%(44명)로 뒤를 이었다. 사외이사의 보수는 연간 3000여만원에서 1억원까지 차이가 컸다. 은행권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SC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지난해 이사회 10회, 감사위원회 8회, 감사위원추천위원회에 2회 참석하고 9800만원을 받았다. 회의 참석시간이 총 106시간이므로 시간당 92만 5000원인 셈이다. 보수 외에 지급된 업무활동비 1400만원을 더하면 연봉이 1억 1200만원에 달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월 300만~700만원의 기본급을 주고 회의 참석 시 30만~100만원을 더 줬다.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사외이사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비 명목으로 120만~5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의 계열사를 통한 기부금 몰아주기도 여전했다. KB금융은 사외이사가 임원인 학회에 계열사 등을 통해 2011~14년 7차례에 걸쳐 1억 4000여만원을 기부했다. 신한금융도 2011~12년 사외이사가 대표인 교육 재단과 협회에 각각 2억원과 700만원을 지원했다. 사외이사를 했던 한 교수는 “해외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학회가 민간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활동을 위해서 이 같은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혜택으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이 공시한 이사회 회의록에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사례는 거의 없다. 또 내부 평가에서 대부분이 최우수(S)나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전문성, 이해도, 공정성, 참석률 등을 바탕으로 이사회와 직원, 본인의 평가를 종합해 최종 점수를 산출하지만 주주의 평가는 빠져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차보고서 공시를 계기로 사외이사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보수의 적정 수준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과도한 혜택으로 인해 낙하산, 관치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면서 “선임 과정을 공개하고 사후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 선발 단계부터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해야 한다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 [몸집 불리는 AIIB와 향후 국제금융질서] 힘빠진 美… 내부서도 가입 목소리

    미국은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믿었던 우방국들이 잇따라 참여를 결정하거나 저울질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AIIB의 투명성 등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AIIB가 미 주도의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형국이 되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영국의 AIIB 가입 결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영국이 (AIIB가) 높은 기준들을 채택하도록 요구하는 데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많은 토론의 결과로 볼 때 우리는 AIIB가 지배구조, 환경·사회적 안전망 등과 관련된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영국의 결정에 대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AIIB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지난해 7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의 AIIB 가입을 제안한 것에 대해 “현 시점에서 AIIB가 지배구조 등 높은 기준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WB나 ADB 등과 협력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 한 외교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 전에 중국이 주도하는 AIIB 가입을 결정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어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일각에선 미국도 AIIB에 가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참여는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이 체면을 유지하면서 (AIIB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시아 지역 개발에서 AIIB가 발휘할 자금 제공력을 인정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 가입을 위한 공동 원칙을 수립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명예소장도 FT에 기고한 글에서 “투명성이나 부패방지 등에 대한 기준이 후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정당하지만 표현방식이 잘못됐다”며 “밖에서 투덜대는 것이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초원의 들소처럼 금융 개혁 하겠다”

    “초원의 들소처럼 금융 개혁 하겠다”

    “아프리카들소인 누는 건기가 되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수백 킬로미터 이상의 대이동을 감행합니다. 길목에서 사자와 악어들로 인해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에 떠나야만 합니다.”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취임식을 하고 아프리카들소 누의 비유를 들어 금융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우선 금융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와 고령화,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금융이 시대의 요구에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획일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 개혁 차원에서 자율책임문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검사·제재 관행을 쇄신하고 개인 제재를 기관·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며 비공식적 구두 지시를 공식화·명문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문견이정’(聞見而定·현장에 가서 직접 듣고 본 이후 싸울 방책을 정한다)을 인용하며 “매주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가계부채를 신임 금융위원장의 첫 과제로 꼽는 이가 적잖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느는 속도가 심상치 않고 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융위가 미시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 매각 역시 임 위원장이 풀어야 할 당면 현안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용두사미로 그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 체계 개편 등을 확실히 마무리해 동력을 잃은 금융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핀테크 관련 과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핀테크 산업의 방향을 금융 당국이 제시해 시장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美·中 차관보 동시 방한… ‘안보·경제’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미국과 중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 당국자가 같은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다. 세계 주요 양대 강국(G2)인 미·중은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여 왔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고차방정식’ 앞에서 그동안 애매한 입장을 보여 온 우리 정부가 자칫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시험대에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5일 저녁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류 부장조리는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하고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할 계획이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16일 오후 방한해 17일 이 차관보 등을 면담한다. 러셀 차관보는 동북아 출장 중 중국, 일본을 함께 들르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만 방문한다. 미·중 고위 당국자가 하루 간격으로 방한해 우리 정부와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러셀 차관보의 방한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이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류젠차오 부장조리의 방한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중 고위급 간 교류 차원이라는 입장이나 양국 간 민감한 현안들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전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측이 다급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미국은 러셀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이 중국 주도의 AIIB에 가입하는 문제와 관련,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공식 논의를 자제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의 진전된 메시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15일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드 배치에 관한 부지 조사를 실시했고 아직 어디 배치할지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이달 말까지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는 미국이 최근 영국의 AIIB 가입 발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모호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양측에 빌미를 주고 있다”면서 “사드가 북한이라는 안보 불안 때문이라는 점과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AIIB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양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재계 인맥 대해부 (3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민영화의 득과 실] 朴정부 청사진 제시 못해 ‘시계’ 멈춰… “경쟁체제 도입 재도약을”

    공기업 민영화 시계가 멈췄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정권 출범 때부터 국정과제를 비롯해 어느 어젠다에도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공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방향에 공기업 민영화는 빠졌다. 시계는 오히려 6년 전으로 되돌려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7개 기관에 대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당시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고 산업은행을 민영화시켰던 정부는 현 정권 들어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묶어 통합산업은행으로 재합병해 올해부터 공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오락가락한 대표적인 사례다. 15일 전문가들은 “민영화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굉장히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지금, 민영화 논의는 진행이 어려울 것이며 현 상황에서는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편의를 도모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세계 각국이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확대해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2002년 KT 민영화를 언급하며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절감으로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 정부의 재정 지원을 10% 줄이면 연간 2조원의 국민 세금이 절약된다는 논리였다. 2009년까지 총 6차례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 정부는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경영 효율화를 외쳤다. 그 결과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안산도시개발 등 일부가 민영화됐고 지역난방공사도 상장을 통해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한 민영화 논의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민영화보다 부실 공기업을 개선해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관장하는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에 민영화 논의 자체가 없다”면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상장에 대해서도 “올해는 어려울 것이며 지금은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논의가 국회의 반대 등으로 두 차례 무산되면서 현 정권 초기에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의가 격렬하게 일었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는 사라졌다. 그저 위탁판매업과 같은 비핵심 기능을 민간이 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학계 등의 민간위원 11명이 함께 참여하는 공운위 내 민영화 논의도 잦아들었다. 기재부 측은 “민영화는 해당 공기업의 주무 부처 의견이 중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공을 넘겼다. 상당수 자원 및 에너지공기업 등 40개 공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기업을 시장에 맡길 때 효과 여부를 따져보는데 현재로서는 공공의 필요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기업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공기업 경영 등을 해결할 최후의 방법이 민영화는 아니며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진행 중이던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를 중단한 상태다. 부실 경영으로 6차례나 매각이 유찰된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는 지난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민영화는 정치적 영역과 연결된다”면서 “정권 공약 사항에 민영화를 제시해서는 표를 얻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영화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민영화 추진의 최적기가 정권 초기인데 현 정부가 당시 청사진을 명확히 내놓지 않아 지지부진하다”면서 “이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향후 총선, 대선이 있다 보니 표심을 따지느라 민영화를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영화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정부가 분명한 정책 기조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력산업 민영화 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정권을 이어서 추진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인데 임기 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정책 어젠다로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를 하게 되면 정부가 통제해 온 요금이 가격 현실화를 위해 급상승하거나 그 이익이 특정 대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민영화 방식을 통한 정부의 독점 이익이 지금 구조에서는 대기업의 독점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대 공기업을 받아줄 곳이 재벌 등 특정 대기업에 국한되다 보니 에너지공기업 등은 특혜 시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영화는 상당한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데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진 지금은 공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영화보다 경쟁 도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포스코(옛 포항제철), 2002년 KT(옛 한국전기통신공사)와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 등 민영화된 대표적인 3대 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기업정책팀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시장에 경쟁 기업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민영화 이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포스코, 민간 통신사 간 대결 속에 SKT와 양자구도로 점유율을 높여 가는 KT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꼽았다. 단순히 오너 소유권이 공적에서 사적으로 옮겨 가는 것 외에 시장에서 경쟁 구도에 놓여야만 성공적인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곽 교수는 3대 민영화 기업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해 효율적인 경영 운용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적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장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외압에 흔들리고 경영권 승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등 책임 있는 기업 경영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요금 정책이나 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기존 KT가 맡고 있던 통신망에 대한 저렴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서비스 면에서 후퇴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포스코와 KT가 5년간 계열사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부당 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장된 8개사를 포함해 304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공기업 수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업별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는 온도차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민영화 이슈가 터져 나왔던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이 민간에서도 하고 있는 적자투성이인 우편·물류 시스템에 대해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 대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에너지공기업에 대해서는 론스타와 같은 외국 투기 자본을 비롯해 민간 독점 기업의 폐해, 요금 상승, 자원 구매 교섭력(규모의 경제 미실현) 약화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내부 경쟁 탈피 등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당장 민영화가 어렵다면 공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코레일이 자회사로부터 경쟁을 이끌어 내려는 것처럼 공기업이 혼자 하는 일을 민간 기업과 경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만 독점권을 줄 게 아니라 최저보조금입찰제를 도입해 민간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경우 기존과 같은 자원 직접 수주보다 공기업의 높은 신인도를 활용해 민간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간 매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英, 中주도 AIIB 동참… 美 “옳지 않다” 불쾌감

    영국이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영국의 참가 방침에 호주도 가입 ‘거부’에서 가입 ‘검토’로 돌아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가 올해 말 출범 예정인 AIIB 창립 멤버로 참여하겠다는 공식 의향서를 중국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AIIB는 이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며 “영국이 G7에서, 또 서방국 가운데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영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영국의 가입 사실이 알려지자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도 “그동안 요구해 온 AIIB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며 AIIB 참여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한다는 취지로 중국이 지난해 10월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은행이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인도, 태국 등 27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 동맹국들에는 가입 거부를 종용해 왔다. 우리나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참여 선언과 호주의 참여 검토 발언이 나와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때문에 관심은 미국와 우방국들 간 균열에 쏠리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의 발표 직전 미국 측이 “중국 요구를 잇따라 수용하는 영국의 방식은 옳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G7 차원에서 AIIB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영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원전사업에 대한 중국 투자 문제와 런던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하는 문제 때문에 혹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영국 측은 “AIIB 설립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영국과 아시아가 함께 성장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임종룡 “LTV·DTI 강화보다 ‘통합협의체’부터 시동”

    임종룡 “LTV·DTI 강화보다 ‘통합협의체’부터 시동”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보다 관련 부처 간 정책 공조 기구인 ‘통합협의체’부터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임 후보자는 “LTV·DTI를 완화한 지 아직 7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내비쳤다. 또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금산 분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금융, 혁신성 평가에 대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임 후보자는 1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런 내용의 답변서를 지난 6일 국회에 냈다. 그는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데 문제 해결 차원에서 LTV, DTI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약 80%가 주택 구매 등 생산적인 곳에 사용돼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리파이낸싱’(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으로 가계 이자 부담도 크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과’가 있는 만큼 아직 LTV·DTI를 조일 때가 아니란 의미다. 대신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가계 부채 관리 전담 협의체’를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분석해 정책 공조에 나서자는 취지”라면서 “가계 부채 해결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 후보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금산 분리를 풀자’는 의견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금산 분리는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사금고화 등을 막기 위한 제도로, 입법 취지와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등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보면 그 기본 원칙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후 감시 방안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 시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금융서비스 보안 수준을 충실히 심의했는지, 금융서비스의 안전성이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지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 130년 국내 통신 산역사… 공룡 이미지 벗고 국민기업 날갯짓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KT] 130년 국내 통신 산역사… 공룡 이미지 벗고 국민기업 날갯짓

    KT는 ‘한국통신’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민영화가 된 지 13년이 됐지만 공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조직 규모가 방대하다는 의미에서 여전히 ‘통신공룡’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그러나 국내 통신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KT는 우리의 통신 역사이자 ‘통신 맏형’으로 통신 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KT의 뿌리는 조선 고종 22년인 1885년 생긴 ‘한성전보총국’(漢城電報總局·현 우정사업본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과 인천 사이의 전보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도 KT 광화문빌딩에서 내려다보면 세종대로 건너편 한성전보총국 터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일제 강점기 이후 정체된 한국 전화사업은 광복 후인 1948년 미군정으로부터 인수한 체신부를 중심으로 다시 부흥기를 맞는다. 박정희 정권 수립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비약적 경제성장은 거대한 통신수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체신부 내에 속한 정부기업 형태로는 기술변화에 따른 발빠른 대응과 공격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대세였다. 체신부의 전기통신 사업을 분리해 오늘날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A: Korea Telecommunication Authority)를 1981년 12월 설립했다. KT는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부터 일찌감치 인터넷과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1989년부터 무료 전자우편서비스, 공중영상회의 서비스, 공중기업통신망 상용서비스 등 초보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1994년 코넷(KORNET)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훗날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이동통신 시대를 연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도 앞서 한국전기통신공사가 1984년 2월에 출범시킨 것이다. 이 회사는 1992년 SK로 매각돼 지금은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변신, 지금은 모기업이었던 KT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KT 역사의 큰 아픔으로 기억되고 있다. 개방과 경쟁 시대를 앞두고 KT는 민영화 추진이라는 거시적인 목표 아래 1989년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전환한다. 1991년 한국통신(Korea Telecom)으로 회사 이름도 한 번 더 바뀐다. 정부 지분율을 꾸준히 줄여가던 한국통신은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모두 다 팔고 민영화에 성공한다. 민영화된 한국통신의 이름이 바로 지금의 KT다. KT는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각종 ‘최초’ 퍼레이드를 기록하며 업계를 이끄는 ‘맏형 행보’를 보여 왔다. 2004년 6월 홈네트워크 서비스 ‘홈엔’에 이어 2005년 7월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간 광통신망을 연결해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기여했다. 2006년 와이브로 상용화도 처음 성공시켰다. VDSL과 FTTH, 기가 인터넷 등 국내 최초와 최고 인터넷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 대중화를 선도했다. KT는 민영화 이후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키는 식으로 지배구조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KT 이사회는 8인의 사외이사와 3인의 사내이사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KT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민영화 직전보다 인원이 2만명 이상 줄었지만 조직이 여전히 커 투입 대비 수익성이 좋지 못한 점은 KT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공룡의 굴레’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실제로 KT의 직원수는 동종 업계 1위인 SK텔레콤(4200명)보다 5배가량 많은 2만명을 넘는다. 그러나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주력 사업인 유선전화의 수익은 매년 4000억원씩 줄고 있다. 민영화는 됐지만 주인이 없는 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문제로 조직이 크게 흔들리는 것도 발전을 저해한다. 민영화 이후 CEO 선임 때마다 잡음이 일었으며 이는 사내 파벌 갈등과 대규모 임원 교체 문제로까지 이어지면서 경영 안정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KT는 올 들어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국가 경제와 국민 행복을 추구하겠다며 새로운 경영 목표로 ‘국민 기업’을 내세웠다. KT는 2014년 한 해 이동통신 가입자 수를 87만명 늘렸다. 인터넷 가입자(812만명) 1위, IPTV 가입자(585만명) 1위 등의 성과를 이룩한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점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경제 블로그] 조용필 다음 무대 누가 오르고 싶을까요

    [경제 블로그] 조용필 다음 무대 누가 오르고 싶을까요

    데뷔 40년이 넘은 가수 조용필에게는 여전히 ‘가왕’(歌王)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여러 가수들인 모인 대형 무대에서도 여전히 피날레는 조용필의 몫입니다. 그의 가창력과 무게감을 따라올 가수를 감히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난달 25일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가 된 임종룡 전 회장을 떠나보낸 농협금융지주에선 요즘 조용필 얘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금융사에 중견 가수의 조합이 좀 생뚱맞긴 합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농협금융은 임 전 회장이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영전’하는 바람에 회장 공백 사태입니다. 당초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않았습니다. 임 전 회장이 청문회(10일)를 통과하고 임명장을 받은 뒤에 회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게 전임 회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농협금융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진짜 속내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후보군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입니다. 임 전 회장이 선출됐던 2013년 6월과 지금 농협금융의 지위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올해부터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는 취업 제한 영리기관에 농협금융이 포함돼서죠. 퇴임 후 3년이 안 된 공무원은 물론 농협중앙회 출신도 농협금융 회장이 되는 데 제한을 받습니다. 결국 민간 금융사 출신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후보를 물색해야 합니다. 문제는 농협금융 임직원들의 눈높이가 너무 올라갔다는 데 있습니다. 신동규 전 회장이 중앙회와의 지배구조에 문제 제기를 하고 중도 사퇴할 때만 해도 “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는 회장”이라는 조건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임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고, 은행 자산도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금융권 변방에서 ‘리딩뱅크’를 꿈꾸기 시작했죠. 이런 눈높이를 맞춰 줄 수 있고, 중앙회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의 조건입니다. 현재 서치펌 두 곳에서 저인망식으로 후보군을 추리고 있습니다. 서치펌에서 추천한 인물이 회장에 발탁되면 연봉의 20%(5000만원)를 사례비로 줘야 합니다. 비싼 비용을 치러서라도 괜찮은 인물을 선임하겠다는 의지가 묻어 있습니다. 농협금융의 고위 관계자는 “조용필 다음엔 그 어떤 가수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임 전 회장 후임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슈퍼스타’는 언제나 등장하는 법입니다. 한때 ‘관피아의 놀이터’로 불렸던 농협금융이 외부 입김 없이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반듯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3부)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포스코] 2000년 민영화… 소유·경영 완전분리

    2000년은 포스코가 민영화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은 시기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단순히 손바뀜을 한 것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된 때이기도 하다.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전문 경영진의 전횡 가능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민영화 완료 1년 전인 1999년 3월, 전문경영진의 책임경영과 이사회의 경영감시 및 견제기능을 강화한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해 내부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투명경영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기반을 구축했다. 소유와 경영은 완전히 분리됐다. 전문 경영진이 책임경영을 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독립적인 이사회를 거치게 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도입한 사외이사제는 상장 기업 중 가장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포스코 이사회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7인과 사내이사 5인으로 구성된다. 7명의 사외이사 중 1명이 반드시 이사회 의장 및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사외이사 중심의 운영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2006년에는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회 의장과 경영진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해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고 경영진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정기적으로 사외이사만 참석하는 회의를 운영해 각 의제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의견을 수렴할 기회도 보장한다.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는 모두 6개에 달한다. 철강 투자의 검토와 심의를 담당하는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5개 전문위원회는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감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한다. 해외 유력 투자가들이 포스코 지분을 늘리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도 이와 같은 투명한 지배구조가 배경이 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대기업 계열사 47% 공시 위반… 공정위, 201곳에 과태료 6억

    대기업 계열사의 절반 가까이가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주의로 항목을 빼먹거나 숫자를 잘못 적은 경우가 많았지만 거짓 공시도 있어 소액주주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58개 대기업집단 소속 424개사의 공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201개사(47.4%)가 규정을 위반해 경고 조치와 함께 총 6억 3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기업별 위반 건수는 롯데가 52건으로 1위였고 SK(39건), 대성(36건), 포스코(33건), GS(26건) 등의 순서로 많았다. 임원·이사회 운영 현황 등을 공시하는 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는 179개사가 352건을 위반했다. 누락 공시(84.9%)가 대부분이지만 허위 공시도 7.7%나 됐다. 소유·지배구조 등을 공시하는 비상장사 중요 사항 공시에서는 74개사가 123건을 위반했다.
  • KB금융 ‘배타적 승계권’ 결론 못내… 당국 눈치 본 듯

    KB금융이 ‘배타적 승계권’ 도입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배타적 승계권이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제도다. 금융 당국은 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당국 눈치 등을 의식해 결론을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27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안 확정은 다음달 9일 이사회로 미뤘다.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는 “금융회사가 아닌 어떤 회사라도 잘하면 계속하게 하고, 잘 못하면 더이상 못 하게 하는 것”이라며 “현직 CEO의 연임 우선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논란이 제기된 만큼 좀 더 의견을 모아 다음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절대적 진리’ 갑옷 벗은 민주주의의 불편한 진실

    ‘절대적 진리’ 갑옷 벗은 민주주의의 불편한 진실

    민주주의의 수수께끼/존 던 지음/강철웅·문지영 옮김/후마니타스/354쪽/1만 8000원 지구촌 대세의 통치 시스템이라는 민주주의를 더 좋은 쪽으로 바꾸기 위한 학문적 노력이나 현장의 몸부림은 꾸준하다. 하지만 정작 대안적 차원의 실체 규명을 위한 속살 해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거개가 민주주의를 그 자체로 가치를 의심할 여지 없는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동지인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찬양이나 절대 지지의 개념이 아니었고 아테네 이후 오랫동안 금기의 대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어떤가. ‘민주주의의 수수께끼’는 많은 이들이 ‘이상적 통치 시스템’으로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민주주의를 비틀어 들여다봤다. 제목처럼 수수께끼 같은 민주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차근차근 털어내는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민주주의가 탁월한 지위를 얻게 된 까닭을 묻는다면 대개 두 부류의 답을 낸다. 첫째는 자명한 정치적 정의(正義)다. 민주주의가 명백히 최선이며 인간이 ‘지배받는다’는 외견상의 모욕을 어쨌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명료한 정당화의 유일한 근거 차원이다. 둘째는 근대 자본주의 경제가 잘 보호되면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보장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본래 민주주의는 지배구조를 분명하고 확고하게 특정하지 않는다는 속성을 들어 그런 이유를 다 거부한다. 그러면서 아테네, 그리고 프랑스대혁명 시대와 지금 사이에 민주주의의 의미가 급격히 변한 까닭은 정치적 기대의 엄청난 변천 탓이라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자본주의적 대의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 건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 기대 수준의 하락과 서구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필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고대 아테네인들은 데모크라시(민주주의)가 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저 정치적으로 특정 세력을 이롭게 하기 위한 통치 시스템이었을 뿐이다. 아테네에 민주주의의 제도적 틀을 도입한 클레이스테네스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덕적·지적 확신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클레이스테네스는 그저 경쟁세력 견제에 필요한 지지 확보 차원의 편의적 방편으로 민주주의를 썼던 것으로 풀이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테네의 몰락 이후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담기조차 꺼렸다는 점이다. 이 같은 금기의 민주주의는 역사가 투키디데스, 철학자 플라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됐다. 아테네에서 생애의 상당 부분을 보낸 세 사람은 지배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를 공개적으로 옹호한 신봉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플라톤은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만난 유례없이 혹독한 비판자”로 책에 등장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유럽 사람들이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싫어했음은 당연해 보인다. 대의제 민주주의 모델의 창시자라는 매디슨이나 슘페터가 ‘정치인에 의한 지배’를 말했을 뿐 출발점에선 민주주의를 부정한 사실도 들춰진다. 민주주의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아테네 몰락 후 2000년이 지난 17세기에 들어서였다. 홉스와 스피노자가 민주주의를 다시 꺼내 든 대표 사상가로 평가된다. 18세기 초입까지도 민주주의는 매우 저급한 수준의 단어였지만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의 거대한 정치적 파고가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책 속 ‘민주주의 이야기’는 옹호나 폄훼, 그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는다. 대신 ‘당연한 인정’이 아닌 ‘이유 있는 규명’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결말은 역시 발전적 대안을 위한 노력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좋은 것을 보장한다는 주장을 가장 끈덕지게 내세우는 제도이며 그런 주장에 일말의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형성되고 재형성되는 제도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신한금융이 포기한 ‘배타적 승계’…KB, 차기 CEO 선임 때부터 도입

    KB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부터 ‘배타적 승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직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제도다. 지난해 ‘KB사태’를 겪은 터라 낙하산 CEO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 제도는 앞서 신한금융이 도입했다가 논란이 일어 폐기한 바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배타적 승계를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최근 확정했다. 개선안에서 현직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수개월 전 연임 여부를 본인에게 직접 묻는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만약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회장 재직 시절 그룹의 경영 실적과 내부 평가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연임이 가능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영 실적”이라며 “경영 실적이 뛰어난 현직 회장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선진국 글로벌 금융그룹 대부분에서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장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외부 출신 영입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의 현직 경영진도 CEO 승계 과정에서 혜택을 누리게 된다. 국민은행장, KB국민카드 사장, KB손해보험 사장, KB금융지주 부사장, 국민은행 주요 그룹장 등으로 이뤄지는 경영관리위원회 멤버들을 1차 후보군에 포함시켜 이들을 차기 회장의 우선적인 후보로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다른 금융사 CEO나 학계, 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라도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사람이라면 1차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앞서 신한금융 역시 배타적 승계를 도입했다가 거센 반발로 철폐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2011년 한동우 회장의 취임 후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내용의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지만 2013년 한 회장의 연임 결정 당시 경쟁 후보가 이의를 제기해 이 조항을 없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부 입김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확립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너 서클’처럼 배타적인 승계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co.kr
  • 농협금융 후임 누가 되나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오전. 농협금융 임직원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농협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임 후보자가 조직을 떠나게 된다는 아쉬움과 함께 회장 교체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대주주라는 특수한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농협금융 초대 회장이었던 신동규 전 회장이 지배구조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도사퇴했던 아픔이 있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올해 농협금융 최대 리스크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라는 얘기를 직원들끼리 주고받았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출신 금융위원장이 배출됐다는 사실에 기대감도 적지 않다. 농협은행 직원은 “2012년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금융이 출범했지만 금융 당국과 시장에서 농협은행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았다”며 “농협을 잘 이해하는 위원장이 내정됐으니 금융 당국과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호흡을 잘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금융은 ‘경영공백 최소화’를 위해 설 연휴 직후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곧바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장 선출까지는 최소 2~3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장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08년 기재부 제2차관에서 물러난 이후 농협금융경제연구소 대표를 잠시 맡은 바 있다. 농협 내부에서도 김 전 위원장에게 호의적이다. 이달 말 취업 제한 기간이 끝난다는 점도 김 전 위원장의 선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지난해 말 퇴임했던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전무(부회장)와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상위 1%가 독식한 富 선별 복지가 대안…세부담률 20→30%로 올려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상위 1%가 독식한 富 선별 복지가 대안…세부담률 20→30%로 올려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낙성대경제연구소장)는 1930년 이후 한국의 소득 불평등 추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3년 전 내놓으면서 경제학계에 논란을 지폈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식으로 분석한 전례없는 논문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가져가는 반면 소득 하위 40%의 소득 집중도는 2.05%에 그친다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빈부 격차 문제에 천착해 속속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김 교수로부터 2015년 현재 대한민국 빈부 격차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 봤다. →발표하신 논문을 보면 빈부격차가 믿기 어려운 정도인데 이는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가. -이런 정도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소득 비중 통계가 있는 20여개국 중 상위 1% 소득 비중의 경우 미국이 가장 높고, 우리나라가 그 다음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상위 1%에 대한 쏠림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세계에서 중간 정도였다. 지난 20년 동안 소득불평등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얘기다. 악화 속도도 이례적으로 빠르다. →왜 악화되나.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층뿐 아니라 밑으로까지 확장된다. 우리나라가 두 자릿수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소득불평등이 낮은 수준으로 안정됐다. 그러나 이후에 불평등도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저임금을 무기로 선진국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였다. 하지만 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업체에 밀려난 국내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공장을 옮겨야 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일자리를 만들던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졌고, 사람들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서비스업의 대표적 업종은 통닭집이나 여관 등 도소매와 음식·숙박인데, 이 업종은 인구당 업소 숫자가 과다하고 수익률도 크게 낮기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의 소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용 없는 성장 과정에서는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 현상이 나타난다. 금융, 의료 등 숙련 노동자가 주로 일하면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뛰어난 산업만 성장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산업들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부족하다. 제조업의 쇠퇴와 질 낮은 서비스업의 과포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고소득층은 돈을 더 벌고 저소득층은 소득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이 갈수록 부유해지는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 경영 방식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 성과지향적 급여 체제, 스톡옵션 등 미국식 기업 지배구조가 보편화되면서 고소득층의 소득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자유주의 정책 확산에 따른 세제 정책의 변화도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70%에 달했다. 미국도 한때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세율의 누진성이 크게 후퇴했다. 최고세율이 38% 정도로 하락했다. 고소득층이 저축이나 자산소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세계대전, 대공황 같은 충격파가 없는 한 빈부격차가 크게 좁혀진 적이 없다면서 누진세 강화와 같은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자본 축적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자본에 의한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자본을 주로 가진 이들은 고소득층이다. 그만큼 불평등도가 심해진다는 얘기다. 기존에 중요했던 근로소득 비중은 축소되지만 자본소득 비중은 커지면서 그에 따른 세습자본주의의 모습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는 19세기 유럽과 닮은 형태다. 자본소득 중심으로 변모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누진세나 사회보장제도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80%로 높이자는 피케티의 주장에 동조하나. -세금을 부과하면 당연히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소득세가 과도하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의욕이 줄어들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성장이 더뎌질 것이다. 반대로 걷은 세금을 재원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부여하면 내수 확대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와 같이 피케티가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냐를 놓고 경제학적으로 따진 수치가 80%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최고세율이 80%까지 가면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했지만 북유럽 등 고복지 국가에서는 세율이 높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을 높여야 한다고 보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소득 상위 20%가 전체 소득세의 80% 가까이를 낸다. 하위 40% 이하는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해도 세금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소득세의 경우 누진성이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서민들 역시 소득세를 내고 있다. 특히 유럽은 보편 복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보편과세를 하고 있다. 일단 우리 국민의 전체 세 부담률은 소득 대비 20%대에 그치고 있다. 이를 30%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유럽의 경우 40~50%대다. 관건은 어떻게 세율을 높이냐다. 방식은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올리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보편적 복지는 우리 실정에서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보편 복지로 가려면 그만큼 국민들이 부담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별적 복지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선별적 복지를 한다면 세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조절할 수 있다. 만일 세제의 누진성을 높인다면 이미 누진성이 강한 소득세는 대안이 아니다.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게 대안이다. 사회보장기여금은 단일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간접세 인상의 경우 향후 통일 재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일종의 ‘보험’인 만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간접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간접세의 경우 사회적 반발이 적은, 징수 효율이 높은 세제다. 고복지 국가의 경우 간접세를 많이 활용한다. 그 다음에 많이 돌려주는 식이다. 간접세가 역진적이라고만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체 세수를 보고 세원별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의견은.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세율 인하 경쟁이 붙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은 부담스럽다. 또한 법인세 인상은 회사 직원들의 처우에 영향을 주는 등 여러 비용으로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이나 근로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 의식을 못할 뿐이지 인상된 법인세가 다른 형태로 국민들에게 부과되는 셈이다. 정치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일 수 있어도 법인세 인상 자체로 세수 부족이나 복지 재원 마련 문제가 해결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누진세 강화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증세를 어떻게 할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소득재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게 정해지면 재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세수부족 사태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야당 역시 장기 계획 없이 증세만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양쪽 모두 증세를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을 게 아니라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감안해 세목별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지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증세를 한다면 부자는 물론 중산층 역시 부담을 늘려야 한다. 아예 면세 대상인 저소득층도 수혜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중심 중공업에 집중… 매출22조·재계10위 ‘우뚝’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중심 중공업에 집중… 매출22조·재계10위 ‘우뚝’

    국내 최고(最古)의 기업이자 2013년 기준 매출액 21조 9365억원, 계열사 21개를 거느린 재계 10위(공기업 제외)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가(家) 3세이자 고(故)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여섯째인 박용만(60) 두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2012년 박 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다른 형제들은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3세의 자녀들인 4세가 각 계열사에 들어가 경영을 맡으면서 3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두산그룹을 보는 재계의 관심사는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두산그룹이 4세에 이르러서도 계속 전통을 유지할 수 있을지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그룹의 미래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두산을 지주회사로 해서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다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중공업 부문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식이다. 그룹의 최상위에 있는 ㈜두산의 지분은 두산가 3~5세들이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다. 두산가 3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것은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 회장으로 4.17%를 가지고 있다. 초대회장의 첫째인 박용곤(83) 명예회장이 1.38%, 넷째 박용성(75) 중앙대 이사장이 3.04%, 다섯째 박용현(72)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이 3%를 각각 보유한 상황이다. 4세의 지분 보유에서 가장 앞선 이는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53) ㈜두산 지주부문 회장 겸 두산건설 회장이다. 지분 6.4%를 보유하고 있어 두산의 미래가 그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또 장자 상속주의인 두산그룹에서 선대회장의 장손이 박정원 회장이기에 그가 두산 4세 경영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가의 4세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각 계열사의 임원이나 사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하게 회장 혹은 사장의 직함을 달고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 두산가 4세 가운데 대표주자인 박정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치고 1990년 두산산업 뉴욕·도쿄지사에서 근무하면서 그룹에 안착했다. 이어 1994년 오비맥주 이사대우, 1999년 두산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두산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9년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50) 두산중공업 부회장 겸 두산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경력도 돋보인다. 그는 2001년 두산이 인수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장남인 박진원(47) ㈜두산 산업차량·모트롤 부문 사장은 1993년 두산음료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의 전략 수립 부서이자 박용만 회장이 만든 트라이씨(Tri-C)에서 약 3년간 실력을 닦은 전략통이다. 박 이사장의 차남인 박석원(44) 두산엔진 부사장은 그가 맡고 있는 신규사업 가운데 선박용 저온탈질설비를 4년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독자개발에 성공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46) 두산건설 사장은 1994년 두산유리에 들어가 그룹에 합류했고 2006년 두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박 이사장의 차남인 박형원(45)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및 중남미 소형건설장비 시장의 영업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3남인 박인원(42) 두산중공업 전무는 2003년 두산에 입사한 이후 2010년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은 4세 가운데 가장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촌형제들이 MBA 과정을 밟으며 그룹을 물려받을 준비를 했다면 그는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 출신으로 아버지의 도움 없이 2006년 독립광고회사인 빅앤트를 설립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오리콤에 합류했다.박 부사장은 오리콤 합류 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캐논을 시작으로 한화그룹, 웅진식품 등의 광고 200억원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의 차남 박재원(30)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은 4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아직 유일하게 임원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2013년 말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했다. 이처럼 3~4세가 조화롭게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은 일찌감치 창업 100주년이던 1996년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 중심의 중공업으로 재편하기로 하고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지난해 9월 두산동아 지분을 예스24에 매각함으로써 소비재 사업 정리를 완료했다. 수출 중심의 중공업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면서 두산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두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998년 12%에 불과했지만 2013년 현재 64%로 5배 이상 커지면서 국내 매출 비중을 훨씬 앞섰다. 두산그룹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국적만 38개국, 4만 26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2만 1000여명이 해외사업장에 소속돼 있다. 그룹의 중심에는 두산중공업이 있다. 2000년 말 두산이 인수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민영화하면서 2002년 17%에 불과했던 해외 수주 비중을 2007년 이후부터 70%에 달할 정도로 확대하며 현상 유지를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연대보증 면제 기업, 정부와 이익 나눈다

    [단독] 연대보증 면제 기업, 정부와 이익 나눈다

    연대보증 면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수익을 내게 되면 정부와 나눠 갖는 방안이 추진된다. 계약이나 증서를 통해 기업 지분을 받거나 옵션 거래(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선점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혜택’을 준 만큼 ‘대가’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보증 펑크’에 따른 손실을 메우고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전문가들은 “성과 배분 기준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세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지원책을 수익모델화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창업 기간에 상관없이 우수 기업의 창업·경영자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서지 않아도 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창업 3년이 지나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관계없이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창업·경영자가 반드시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 다음달부터는 AA등급 이상의 우수 기업은 연대보증이 자동 면제된다. 수혜 기업이 2000~3000개로 추산된다. 창업·경영자가 회사 빚을 떠안아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금이 들어간다. 금융위의 ‘비공개 업무보고 참고자료’에 따르면 연대보증 면제에 따른 예상손실액은 1500억원이다. 망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손실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 하여금 (연대보증 면제 혜택 기업들의) 위험 관리를 잘하도록 해 국민 세금 낭비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성과 공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을 직접 받으면 기업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어서 지분을 받을지, 옵션을 받아 추후 권리를 행사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이렇게라도 위험 대비 수익을 확보하는 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이른바 ‘꺾기’(대출을 빌미로 예금을 강권하는 것) 논란이 생길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을 눈먼 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창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책 방향에 따라 창업 시장이 흘러가거나 연대보증이 자동 면제되는 AA등급 등 우수 기업의 경우 수익을 나눠 줘야 하는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책을 수익모델화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우려했다. 금융위는 신·기보에 ‘사고율’과 ‘보증 공급액’ 두 가지 목표치를 주고 성과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보증액’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쓰면 사고율이 올라가고, ‘사고율’만 관리하면 보증 면제라는 애초 취지가 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투명경영·도덕경영 여부도 상시 확인하기로 했다. 기업이 회계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공시의무를 제대로 지키는지, 위법행위는 없는지 리스크를 상시 점검할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땅콩 회항에 ‘미운 오리’ 된 3세들… “그래도 경영승계는 될 듯”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땅콩 회항에 ‘미운 오리’ 된 3세들… “그래도 경영승계는 될 듯”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진 이후 한진가 3세는 전 국민의 주목 대상이다. 천민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다는 우리 국민의 좌절감과 재벌가 자녀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준 일련의 사건으로 성난 민심은 여전히 사그라질 줄 모른다. 이 과정에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창업주가 일군 기업 이미지 역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그나마 최근 유례없는 저유가가 대한항공의 유일한 버팀목인 셈이다. 한진은 사주 일가의 승진이 빠른 대표적인 기업이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25세로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불과 6년 만인 2005년 대한항공 상무보가 됐다. 당시 나이 31세였다. 한진칼 대표이기도 한 장남 조원태씨는 2008년 33세에 여객사업본부장이 된 후 이듬해 전무를 거쳐 지난해 대한항공 부사장이 됐다. 막내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24세인 2007년 과장으로 입사한 뒤 3년 만인 27세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현재 직함인 전무가 된 것은 29세 때다. 인생에서 어려움 없이 빠르게 승승장구만 해 온 탓일까. 한진그룹 3세들의 부정적인 행실과 언행은 업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소문이 널리 퍼졌다. 과거 임원진으로 배치된 3세들로부터 막말을 듣거나 서류 뭉치 등으로 맞았다고 증언하는 직원이 부지기수다. 2012년 12월 당시 전무였던 원태씨는 인하대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와 이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욕설과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시위대를 향해 조씨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2005년에는 승용차를 운전하다 시비가 붙어 70대 노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입건된 전력이 있다. 당시 나이는 30세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부 부팀장을 맡고 있었다.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는 언니 현아씨가 검찰에 출두한 지난해 12월 17일쯤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낸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조 전무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황급히 사과했지만 진정성에 대한 논란만 이어졌다. 지난해 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이 ‘낙하산’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3세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첫째 현아씨는 1999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 둘째 원태씨는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전문대학원(MBA), 막내 현민씨도 오빠와 같은 남가주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MBA를 마쳤다. 재계에서는 명문가를 자처하는 한진가(家)의 자녀 교육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3남매의 행실로 봐서는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답부터 얘기하면 ‘그래도 3세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의 후계 구도는 국민 여론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자녀들이 각자 얼마의 주식을 확보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시간이 지나면 터질 것만 같았던 분노도 사그라지기 마련이고 그때 후계 구도를 정리하면 그만이라는 게 한진그룹의 계산인지도 모른다. 한진가 3세들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한진칼 지분을 엇비슷한 규모로 보유 중이다. 3남매는 각각 사실상 지주사로 전환한 한진칼 지분의 2.5%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 보유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조 회장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15.6%와 현재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한진 지분을 각각 27.2%, 6.9% 쥐고 있다. 결국 3세 구도는 아버지인 조 회장에 의지에 달려 있다. 땅콩 회항으로 인해 유력한 경쟁자이던 장녀 현아씨가 구속된 상태고 현역에서도 물러났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둘째이자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진그룹은 순환출자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2013년 8월 대한항공의 인적분할(회사를 분리한 후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의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을 통해 한진칼을 출범시키며 ‘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깼다. 한진칼은 다시 지난해 11월 대한항공 주식과 신주를 맞바꾸는 방식의 유상증자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단단히 했다. 이어 12월 ㈜한진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5.28%를 블록딜로 매각해 정석기업이 ㈜한진을 거쳐 한진칼 지분을 갖는 또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도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 외 13인의 총수 일가는 지주사가 된 한진칼 지분 26.3%를 틀어쥐게 됐다. 관건은 조 회장의 복심이다. 그동안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 주는 데 있어 조 회장은 철두철미할 만큼 공평하게 분배했다. 그만큼 후계를 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항공업계에선 향후 한진그룹이 업무 영역에 따라 3개로 나뉘어 배분될 것이란 예상이다. 장녀 현아씨에겐 호텔과 관광 사업을, 둘째 원태씨에겐 대한항공 등 주력 사업을, 막내 현민씨에겐 저가항공사 진에어와 부대상품 판매 등의 계열사를 나눠 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 탓에 이 같은 구도에 적잖은 변수가 생겼다. 3남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조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화그룹] 김 회장 세 아들 보유 한화S&C가 경영권 승계 ‘중심축’ 될 듯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화그룹] 김 회장 세 아들 보유 한화S&C가 경영권 승계 ‘중심축’ 될 듯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가 한화생명,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한화의 지분 22.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32) 한화솔라원 상무가 4.4%, 차남인 김동원(30) 한화그룹 디지털 팀장과 삼남 김동선(26) 한화건설 매니저가 각각 1.7% 지분을 쥐고 있다. 김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아직 한화에서 3세 구도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3형제에게 무게중심이 넘어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때가 되면 한화S&C가 경영권 승계 과정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다. 비상장 IT업체이던 삼성SDS가 몸집을 키운 뒤 상장을 통해 실탄을 확보, 삼성가(家) 후계 구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 중인 것과 엇비슷한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까지만 해도 한화S&C 지분은 ㈜한화가 66.67%, 김승연 회장이 33.33%를 보유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5년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S&C 지분 66.7%(40만주)를 장남에게 액면가보다 100원 비싼 주당 5100원에, 같은 시기 김승연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도 차남과 삼남에게 각각 16.5%(10만주)씩 주당 5000원에 넘겼다. 덕분에 현재 한화S&C 지분은 김동관 상무가 50%, 김동원 팀장과 김동선 매니저가 각각 25%씩 보유 중이다. 다양한 시나리오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한화S&C와 ㈜한화 간 합병이다. 3형제가 장기적으로 그룹 지주사인 한화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대가로 한화 주식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물론 3형제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S&C 지분을 팔아 한화 지분 매입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거나 한화S&C 지분과 한화 신주를 교환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한화S&C의 몸집 불리기는 필수지만 걸림돌도 있다. 높은 내부 거래 비율이다. 한화S&C는 그룹 물량이 집중되며 2002년 83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9664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장 이번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 넘는 대기업 계열사에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대해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까지 재계에선 회사 내 지위나 역할 면에서 첫째인 김동관 상무가 동생들보다 한참 앞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세인트폴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는 미국 중고생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 중에서 회원을 뽑는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The Cum Laude Society) 회원이기도 하다. 김 상무는 졸업 후 공군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0년 1월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아이비리그 경영대학원(MBA) 진학과 회사 입사의 갈림길에서 그는 회사를 택했다. 입사 후 그는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지난해 9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을 거쳐 상무로 승진했다. 웨이트트레이닝과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Jiujitsu)를 좋아한다. 평소에 튀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퇴근 후에 직원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를 즐기는 소탈한 성격이다.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 팀장은 지난해 3월 입사해 현재 그룹의 디지털 업무를 담당한다. 디지털팀은 한화그룹의 온라인사업 및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형과 같은 미국 세인트폴고를 나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작은 공연기획사나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일했을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열혈 청년이다.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지난해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해 해외 및 국내 현장을 두루 다니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같은 달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회장은 이라크 출장길에 삼남을 동행시켰다. 국가대표 전 승마 선수이기도 한 그는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부문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개인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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