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지방 재정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599
  •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비용 3兆 감감… 정부 지원 절실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비용 3兆 감감… 정부 지원 절실

    서울지하철공사가 지하철 1∼4호선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오는 2008년까지 2조 8240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안전대책 사업비 1조 353억원, 안전 및 서비스개선 사업비가 1조 5087억원, 노후시설 개선 사업비 2800억원 등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가 3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혼자서는 마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사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해서 서울시민의 35%가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때문에 서울지하철공사는 자체적인 고강도 구조안을 포함한 재원조달 방안을 내놨다. 서울지하철공사가 2조 8240억원 가운데 7672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2조 890억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안이다. 우선 서울지하철공사가 목표한 대로 7672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년쯤 흑자경영으로 돌아서야 가능하다. 공사측은 사당역과 수서역 등 환승역을 신개념 역사로 개발해 3447억원의 수익을 얻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경영개선 노력으로 2307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이밖에 전동차 내장재에 대한 국고지원 1918억원을 감안하면 7672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공사측은 나머지 2조 890억원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하철 초기 건설비의 40%인 8921억원을 국가가 소급해 지원해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사가 이처럼 주장하는 것은 도시철도공사와 부산·대구·인천·광주지하철공사의 형평성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초기 서울지하철공사비의 2.7%만 국고로 지원했지만 도시철도공사에는 23.3%, 부산지하철에는 33.1%, 대구지하철에는 49.8%까지 지원했다.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무임수송비용도 전액 국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역시 철도공사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무임수송비를 지원받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또 전력요금도 산업용 전력요금의 62% 수준인 농사용 요금을 부담하고, 현재 25년으로 돼 있는 철도차량 사용연한을 폐지하면 각각 273억원과 3921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립대 손의영 교수는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무임수송비용은 정부관계 부처가 분담, 지원하고 지하철 개통 20년이 넘어 재투자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노후시설의 교체, 보수 및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비 역시 중앙정부가 매년 6000억∼7000억원씩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지자체 재정운영 성적표 공개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의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재정분석제도 혁신방안을 마련, 올해 하반기중 시·도 및 시·군·구 등 250개 지자체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자체를 특별·광역시와 도·시·군·구 등 5개 유형으로 나눠 재정건전성 지표 등을 9등급으로 평가, 그 결과를 지방재정공시제도를 통해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재정분석 및 진단결과에 따라 우수 단체에 대해서는 특별교부세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체에 대해서는 재정진단을 실시,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이행토록 권고할 방침이다. 만일 이행결과가 미흡할 경우, 보통교부세를 감액하는 제재조치가 취해진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제주 사실상 ‘자치共’ 된다

    앞으로 제주도에는 법으로 명시된 규제를 조례로 완화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제주도 특성에 맞게 관광·교육·의료산업 중심지로 개발된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윤성식)는 20일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고 이상적 분권모델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도 보고됐다. 윤성식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를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해 홍콩·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분권 시범도’와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입법·재정·조직·인사 등 자치행정 전분야에 파격적인 자치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안에 ‘제주특별자치도 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특별법에는 제주도에 한해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열거하고 조례로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현행 법이 특별자치도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될 경우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와 관련해 법률안 제출 요구권도 부여된다. 또한 재정자립을 위해 제주도에서 징수되는 세금은 전액 제주도에서 사용토록 하고 총액수준에서 현재보다 모자라면 정부가 추가 지원한다. 시행이 불투명한 교육자치 및 자치경찰제도도 우선 도입키로 했다. 모든 기구·정원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고 외국인 채용 등에 대한 특례가 인정된다. 스위스 등에서 운영 중인 재정주민투표제와 주민발안투표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주민참여 수단도 확대된다. 해외 기업들이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고, 사람과 상품·자본의 이동제한도 풀린다. 각종 조세감면을 늘리고, 무비자 입국을 확대하는 한편, 영어의 공용화 기반이 구축된다. 관광·교육·의료산업도 핵심산업으로 집중 육성된다. 국제회의 및 스포츠, 체험형 종합관광 휴양지 조성 등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교육 인프라구축 강화를 통해 해외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줄기세포치료병원을 세우는 등 선진의료제도 도입의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키로 했다. 한편 김태환 제주도 지사는 “제주도에 특별한 지위와 권한을 부여한 것은 국가발전을 제주도가 견인할 수 있도록 한 훌륭한 시책”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조덕현기자 chejukyj@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⑦ 지구촌 노인들은…

    [큐! 아름다운 노년] ⑦ 지구촌 노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문제의 핵심이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 복지비용 증대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아본다. #유럽 프랑스는 19세기 초 고령화 현상을 보일 만큼 유럽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고령화가 일찍 나타났다. 수명의 연장과 함께 출산율 저하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꾸준한 가족 및 교육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는 유럽에서 아일랜드 다음으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해소됐다. 하지만 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이 21.8%,75세 이상이 8.7%를 차지하고 있다.10명 중 3명 정도가 노인인 셈이다. 이같은 고령화 숙제를 풀기 위해 프랑스는 내실있는 육아정책을 펴고 있다. 임신부에게 특별수당이 지급되며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가정의 아기는 3세가 될 때까지 매달 150∼160유로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 보조금은 사실상 모든 가정이 받고 있다. 탁아보조금,2명 이상 자녀수당, 편부·모 수당, 개학수당 등 각종 수당과 부모의 직장생활을 위해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사회복지의 본고장인 영국도 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오는 2025년에 19%에 달할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노동인력 부족, 의료복지 비용의 증가, 연금지출 확대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초고령화 현상에 대비해 출산휴가 확대, 정년제 폐지, 연금제도 개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들의 육아 및 사회생활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유급 출산, 육아 휴가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 여러나라 중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낮다. 출산율은 현재 1.3명에 불과하다.2050년에는 1.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정부예산의 3분의1이 노령연금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데 쓰였다. 유럽각국이 출산장려 정책을 펴는것은 생산활동 인구를 늘려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강보험과 실업보험의 국가 재정부담을 줄이는 대신 개인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미국 비교적 고령화에 재빨리 대응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도 가속도가 붙고 있는 고령화 추세는 큰 걱정거리다. 일각에서는 사회보장 재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2030년 초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뼈대는 노령연금제도와 보충급여제도다. 이 제도들은 노후의 소득보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충급여제도는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통해서도 소득 확보가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현금을 보충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른 퇴직자들의 증가와 이들의 연금 수혜기간 확대로 기금 운영이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기반은 아직까지는 튼튼한 편이지만 퇴직자 연금 지급액이 세수보다 많아지는 2018년 이후가 걱정이라고 한다. 지난 1960년대에는 5명이 내는 세금으로 1명의 퇴직자가 연금을 받았지만 2075년에는 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의 경우 고령화는 장래문제가 아니라 당장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일본의 고령화 비율은 19.5%로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2050년에는 고령화 비율이 무려 35.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국가의 사회보장비용 부담도 심각하다. 연금·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지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인구와 노동시간 감소로 경제 규모는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국민연금보험료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육아지원책의 일환으로 현재 60%대인 육아휴업률을 2009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고 연차휴가 이용률도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일 방침이다. 이와함께 고령화대책도 적극 도입, 추진된다. 내년부터는 65세까지 고용할 의무가 기업에 부과된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도 지급한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외국의 노인 주거복지 정책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주거시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앞선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주거복지정책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서비스가 사회복지차원에서 제공된다. 노인들이 지역사회내의 적합한 주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노인이 자가 소유의 노인주택을 신축할 경우 건축자금을 최고 100%까지 융자해 준다. 노인전용 임대주택이나 조합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비영리단체에는 연방정부가 최장 40년간 저리로 융자를 해준다. 저소득층 노인들이 임대용 노인주택에 입주하면 임대료의 일부를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보조해 주는 등 지원책이 풍부하다. ●임대주택 입주땐 임대료 지원 유럽 국가 중 사회복지가 가장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의 노인복지 기본 방향은 노인들에게 독립적·정상적인 삶이 유지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의료·주택·사회서비스를 보장한다. 스웨덴은 노인들에게 주택비용을 보조해주거나 주택공급법 및 사회서비스법 등에 따라 다양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1985년에 제정된 주택공급법(Housing Supply Act)은 모든 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들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공급과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스웨덴 노인의 약 50%는 자기 소유의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인들 대부분은 65세를 전후해 노인아파트로 이주한다. 또한 소수의 노인들은 요양시설 및 노인병원, 노인전용 서비스주택 등에서 생활한다. 소득규모 또는 신체적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시설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 공영주택 입주 혜택 일본은 노인주거복지시설 또는 노인주택과 관련, 노인복지법과 공영주택법 등을 두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복지시설 및 노인복지계획, 재택서비스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비용부담, 지정 법인, 유료 노인홈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공영주택은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해 건설하는 주택으로 저소득자 이외에 노인, 심신장애인 등이 우선 입주할 수 있다.65세 이상 노인의 3∼5% 정도가 이러한 공영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5%의 자부심’ 서울토박이

    ‘5%의 자부심’ 서울토박이

    “낚싯대가 따로 없어 나무막대 끝에 끈 매달아 쇠로 만든 낚싯바늘을 묶었어. 반세기 전만 해도 청계천에서 가물치도 건져올렸지, 아∼암.” 청계천 쪽인 서울 중구 장교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순형(69·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 전 서울의대 학장은 청계천 얘기가 나오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이렇게 지난 날을 돌아봤다. ‘서울토박이 중앙회’ 부회장인 그는 할아버지 세대 이전부터 서울에만 살아온 그야말로 진짜 토박이다. 뿐만 아니라 1960년 신도시로 개발됐던 불광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청계천 근처에만 살아온 ‘청계천 토박이’이니 청계천 복원공사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눈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만나 사랑맺은, 내 고향 서울은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는 곳이기도 하지만, 서울은 회원들에게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을 안겨주는, 어머니 품속과 같은 고향인 것이다. 이 속담 아닌 속담도 “600여년 전부터 타향에서 몰려든 8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고향을 지키려는 방어의식으로 생긴 얌체짓 탓”이라고 회원들은 그럴 듯한 해석을 내놓는다. 역시 서울토박이인 강동구 김종구(58) 기획재정국장은 “어릴 적 한강에서는 뜰채로 참복어도 엄청 많이 걸려 올라왔다.”면서 “그 맛이 요즈음 말로 짱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국장은 “이따금씩 강물 위로 시체가 떠내려왔는데, 미군부대 꿀꿀이죽이나 기껏해야 수제비국으로 연명했을 정도로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에 생긴 변고였다.”며 사연을 들려줬다. “불그런 색깔을 띤 복어 알이 둥둥 떠내려오면 가뜩이나 굶주린 눈에 얼마나 먹음직스러웠는지 모른다.”면서 “복어 알인 줄 꿈에도 모르고 뜰채로 덥석 건져올려 먹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고향은 지금 국립현충원이 있는 자리인데 현충원 분수대 쪽은 당시 콩밭이었다.”면서 “50년 전만 해도 50가구 남짓 모여 살았다.”고 덧붙였다. 동작동 248번지라는 사실도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향에 대한 흔적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한강으로 다이빙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필 바위에 닿는 바람에 생긴 상처라고 왼쪽 다리를 보여줬다. 서울토박이 중앙회 임기완(65) 상임부회장은 “7대째 210여년이나 서울에만 살고 있다.”면서 “현재의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터가 바로 선조들이 처음으로 둥지를 튼 고향마을이었다.”고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소개했다. 사도세자 생모인 영빈 이씨의 무덤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참봉(종9품·무덤 관리자) 벼슬을 지낸 증조부 이래 1969년 세브란스병원이 증축될 무렵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나 비석은 아직 백양로에 남았다고 집안 내력을 보탰다. ●“서울을 노래하자.”…판박이 활동 벗어나 야심찬 회원 배가운동 임 부회장은 “토박이 모임은 인증서까지 주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현재 ‘선조가 1930년 이전부터 현 서울시 행정구역내에 정착한 시민으로, 서울시 행정구역 안에서 계속 주거해온 사람과 신청 1세대의 자손’이라는 가입자격 규정을 뒀다. 현재 인증받은 사람은 2500여가구에 1만여명. 3대 이상 거주자 5만가구 20만명으로 늘리는 게 1차 목표다. 어느 시민은 최근 “제가 충북에서 태어난 것으로 돼 있으나 출생 1년 전후로 서울에 올라와 할머니, 아버지와 40년 가까이 살았는데 토박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문의해왔다. 서울토박이 중앙회는 가입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신청서 1부와 부친, 또는 조부의 재적등본 1부(자치구 발행), 반명함판 사진 2매를 내면 심사를 거쳐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란, 서울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슬로건처럼 젊은이들도 많이 들어와 서울 가꾸기에 동참할 것을 바라고 있다. 서울을 아끼는 만큼이나 수도이전 등 삶의 구조를 크게 바꿔놓을 사안에는 어느 모임에 못잖게 똘똘 뭉친다. “모이자, 서울광장으로…. 깨자, 우리 고향을 깨려는 검은 무리들….” 지난해 6월 29일 수도이전반대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가한 토박이들은 이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중앙회는 수도이전 반대 성명서까지 냈다. 최근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발표 때 한 회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혈세 10조원 이상을 들여 서울을 여기저기 분산시키려 한다.”면서 “12부,4처,3청을 옮긴다는데 토박이들이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중앙회에는 초등학생부터 90세가 넘은 장성기(95·성북구 정릉2동)옹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가입해 있다. 중앙회 산하에는 중랑·서대문·강북·송파·관악·중구지회가 따로 짜여졌다. 이 부회장은 “전해 내려오는 선조들 말씀에 따르면 족보가 불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최소한 10대까지는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되뇌었다.“한국전쟁이 끝나고 몇해 뒤인 1950년대 중반에만 해도 지금의 수색 근처에 조상들의 묘가 위로 10대까지 있었다.”고 했다. 서울토박이 중앙회 (02)2274-3291.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3대이상 거주해야 ‘성골’ 대접 3대째 내리 서울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는 100명 중 5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 서울에서 태어난 시민 가운데 31%는 서울을 고향으로 여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 가운데 조부모 세대부터 서울에서 살아온 서울토박이는 2004년 말 현재 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말 조사된 6.5%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시정연은 시내 2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 서울 서베이’ 결과 시민들 가운데 63.9%가 본인 세대부터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부모 세대부터 거주한 비율은 30.9%로 나타났다.2003년 본인 세대부터 57.2%, 부모 세대부터 33.6%와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토박이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전년과 같이 종로구(8.1%)로 나타났다. 원남동, 안국동, 궁동, 청운동, 삼청동 등 비교적 전통적인 가옥구조를 보이는 탓도 있다. 반면 서울토박이가 가장 적은 곳은 광진구(2.8%)로 조사됐다. 서울시민 전체에서 서울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67%, 고향으로 생각하지 않는 시민은 33%였다. 서울시민 고향인식도는 2003년도 63%보다 상승한 수치다. 서울을 고향으로 여기는 비율을 권역별로 보면 도심권(종로·용산·중구)이 75.9%로 가장 높았다. 자치구별로는 용산 81.6%, 광진 77.2%, 중구 75.4%, 강동 72.4%, 동대문 70.9%, 성북 70.5%였다. 반면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 지역인 도봉구(58.4%)와 금천구(59.6%)는 매우 낮아 정체성 확립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원조토박이들이 말하는 서울사람 “우리 토박이들을 업신여기니 청계천 사고가 일어나지….” 18일 서울 중구 수표동 56의 17 청계천 3가 골목길에 자리한 건물 4층 서울토박이 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자칭 ‘4대문 원조 토박이’ 10명은 고향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참된 서울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은데 끼워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사뭇 배어 나왔다. “프랑스에선 파리지앵, 일본에서는 에도코(江戶)라고 불리는 수도의 토박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도시에서는 도심 건물을 헐 때나 나무 한 그루를 잘라낼 때도 토박이들과 의논합니다.” “서울시가 서울만의 문화를 보존한다, 수도를 지킨다느니 하면서 토박이들에겐 관심도 없는데, 일을 잘못하면 우리가 나서서 혼쭐을 내야 합니다.” 이날 모임에는 회장단 13명 가운데 일정이 겹친 3명을 빼고 모두 찾아와 모처럼 얘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전통음식 등 서울문화를 들먹거리면서도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몰라도 정작 대대로 살아온 우리들 말은 듣지도 않고 활약하는 단체도 더러 눈에 띄더라고요, 참….” 각 지방 사람들의 성격이 식습관에서 유래한다며 음식 얘기로 돌아갔다. 서울 사람들은 맵고 짠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이는 음식을 만들 때 실고추를 위에 얹는 관습에 잘 나타난다고 입을 모은다. 고춧가루 쓰는 일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타난 성격이 악착같지 않다는 점이다. 원래 살던 고향이라고 당연히 여기다 보니 아등바등 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고의구(71) 부회장은 “내 분수만큼만 행세하지, 절대 남의 것은 쳐다보지 않는 성격”이라면서 “서울 깍쟁이라는 말도 남들에게 불필요하게 손을 벌리지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주지도 않는 성격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 사람들이 자존심 강하기로 치면 어느 정도냐 하면 말이지.‘맹추’라는 소리를 들었지. 예를 들어 일본인들이 광복 뒤 헐값에 처분하거나 버리고 도망간 집이 많았는데, 셋방에서 버틸지언정 들어가 살지는 않았어.” 그는 서울사람 대신 발빠른 외지인들이 집을 차지해 내로라하는 부자로 성장한 사례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나서려고 하지 않는 특유의 성격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부자 가운데서도 섣불리 모임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한다.”는 하소연도 쏟아졌다.“다른 향우회에서는 서로 나서지 못해 안달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오후 2시 시작해 6시까지 이어진 이날 자리에서 그들은 서울토박이로서의 자랑 아닌 자랑도 늘어놓았다. “산업화 물결로 갑자기 서울 인구가 엄청 늘면서 누구나 사투리를 쓰지 않으면 서울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서울 사투리도 있어서 누가 토박이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했걸랑요’ 등 ‘요’로 끝나는 말을 많이 쓴단다.‘다’로 마치는 말과 달리 여성스러운 말투여서 다른 지방 사람들로부터 ‘간지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웃었다. 중앙회 출범 10주년이던 지난해 11월에는 효재학교 동창인 이원임(여), 이상용, 박영한(이상 81) 회원들이 70여년 만에 우연히 한 자리에 모여 추억을 되새기는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토박이 모임을 만든 덕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채무 불감증 심각하다/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국가채무가 마른 날 산불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측정한 국가채무가 2004년 말 현재 203조원에 이른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전년 말보다 37조원(22.6%) 증가된 것으로서 사상 최대 규모의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채무의 증가 요인으로는 이미 집행된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15조원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조달 18조원이 주축을 이룬다. 정부 당국자는 적자성 부채 이외에 금융성 부채는 회수할 수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수준보다는 낮기 때문에 위험수준이 아니라는 상투적인 희망가를 덧붙이고 있다. 정부가 금과옥조로 삼는 IMF 기준이란 정부가 차주가 되어 상환의무를 부담하고 상환금액을 예측할 수 있을 경우에만 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지급보증으로 발행하여 공적자금에 투입됐으나 이미 손실 처리되어 정부부담이 확정된 예금보험기금 상환채권과 정부로 분류되지 않는 한국은행이나 공기업의 부채, 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연금채무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보증 공적자금 미상환액만 해도 60조원이 넘고, 공무원연금·교원연금·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 적자분 182조원과 국민연금 지급준비금 부족분 137조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정부 부담으로 귀착될 국가채무는 엄청난 규모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공적자금 채무와 부실 특수직 연금을 빼놓고 국채발행액만 따져 국가채무가 OECD 평균보다 적다는 변명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민은 국가채무란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을 모두 망라한 것으로 믿고 있다.IMF 기준을 빙자하여 정부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 확실한 국가채무를 감추는 것은 기업의 분식회계나 다름없는 파렴치한 일이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세수는 예상보다 줄어드는 데 비해 복지예산의 급격한 증가로 재정적자는 심화되고 국가채무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돈 쓰는 일에만 팔을 걷고 나설 뿐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 각 부처가 재정소요를 유발하는 법률안을 입안할 때에는 기획예산처의 엄격한 사전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결 과정에서도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 이전에 예산결산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법제화해야 한다. 국가채무는 후손에게 짐을 넘겨주는 가장 부끄러운 유산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늘리고 재정 지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조세감면을 과감히 축소하고 과세대상을 넓혀 나가야 한다. 징수상 경제성도 떨어지고 지출상 낭비로 심각한 부가세 방식의 목적세를 본세에 통합시키고 각종 기금 및 부담금을 조세체계에 통합하는 재정개혁 작업을 가속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부채도 국가채무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행 지방세제로는 지자체의 재정자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자체별 세수입 불균형도 심각한 형편이다. 지자체마다 중앙정부 교부금에 매달리고 있고 예산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세와 지방세 체계를 개선하여 지자체별로 재정자립도를 높인 다음 책임재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담배소비세와 같이, 판매된 지자체에 세수가 귀속되도록 부가가치세의 지방이양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의 가장 확실한 해결방안은 세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경쟁력을 제고하여 매출액과 고용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익을 내는 기업은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법인이익에 대한 법인세, 임직원 급여나 주주배당에 대한 소득세 등 줄줄이 연결되는 세금을 납부하여 국가재정을 살찌운다. 그러나 부실경영으로 손실을 내는 기업은 금융기관에 손실을 입히게 되고, 금융부실이 심화되면 공적자금이 또다시 국가채무로 이어지게 된다. 국가채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이익을 내는 기업가가 애국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기업 투자의욕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 예산처·조달청 ‘추진’…노동·복지부등 ‘검토’

    지난 3월 행정자치부가 ‘팀제’를 전면 도입한 이후 각 부처와 자치단체들도 도입 여부를 놓고 부산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전 부처에 확산하겠다는 행자부의 방침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행자부의 성공여부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거나, 부분 도입을 추진하는 수준이다. 16일 행정자치부와 각 기관에 따르면 현재 기획예산처와 조달청이 팀제 도입을 위해 직제 개정을 행자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2개본부만 팀제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달청은 본부 전체를 팀제로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소방방재청도 6월 중 팀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부와 노동부·보건복지부 등도 도입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고, 재정경제부도 부분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부처는 아직 행자부의 성공 여부를 살피고 있는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도입된 곳이 없지만 행자부가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중앙부처는 정부평가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파급 움직임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그에 비하면 아직 더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팀제를 전파하려는 분위기다. 우선 ‘혁신선도지자체’를 지정·운영해 팀제 도입을 확산할 방침이다. 자치단체 가운데 팀제 등 정부혁신모델을 시범 실시하는 기관을 선정, 정부 지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자치단체 부단체장 토론회’처럼 각종 토론회나 워크숍 등을 꾸준히 열어 팀제 도입 필요성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땅값 뛰어 SOC사업 차질

    땅값 뛰어 SOC사업 차질

    땅값 폭등으로 각종 개발사업 보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땅값 급등은 보상비 증가→재정 부담→국민세금 증가로 이어져 급격한 땅값 상승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6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땅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민자유치사업과 택지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 보상액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증가, 정부 재정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배보다 배꼽이 큰 보상비 착공을 앞둔 서수원∼오산∼평택 민자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용지보상비가 사업제안 당시(2002년)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보상비로 693억원을 예상했으나 보상 감정평가를 한 결과 보상비가 4000억원 가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도권 땅값 폭등으로 보상비가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도 보상비가 크게 늘어났다. 사업제안 당시 예상한 용지보상비는 224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공사를 앞두고 용지보상 감정평가를 한 결과 보상비는 무려 475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순수 공사비(1조 2900억원)의 3분의1이 넘는 돈이 땅값 보상으로 들어가게 됐다. 건교부는 보상비로 지난해 예산 400억원과 올해 531억원을 따냈다. 공사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건교부가 따낸 예산은 전체 보상비의 4분1에 불과하다. 건교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임광수 도로계획과장은 “보상비에 치여 국책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라도 투기억제정책이 실효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사업도 보상가가 늘어나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대전 서남부권 개발의 경우 기본조사도 들어가지 못하는 등 택지개발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토공이 당초 예상했던 가격과 주민들이 기대하는 보상비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사가 추진하는 충남 아산 신도시 2,3차 사업도 보상액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아 분양가 인상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도 차질 우려 연말 보상을 앞두고 있는 행정도시 예정지역 충남 연기군의 주민들도 공시가가 낮게 매겨졌다며 땅값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기군에 따르면 개별공시지가 의견수렴 결과 1000여건이 들어왔는데, 대부분 행정도시 수용 예정지인 남면·금남면 일대 주민들이 보상가를 더 타내기 위해 공시지가를 상향조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공공사업은 대개 구역고시-보상공고-기공승낙-착공 등의 순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공사 일정을 감안, 보상 공고와 동시에 땅주인과 협상을 벌이면서 기공승낙을 받아 공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주변 땅값이 오르면 땅주인들이 보상 협의에 응하지 않고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다. 특히 버티기는 현지인보다는 외지 소유자나 ‘알박기’투기꾼이 많이 쓰는 수법이라서 종종 사업추진에 애를 먹는다.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 박환성 상무는 “일부 지주들이 보상가를 더 타내기 위해 무작정 버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교부 김일환 민자사업팀장은 “사업지 주변 땅값이 너무 올라 보상가가 늘어나는 바람에 재정운영에 비상이 걸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보상가 증가로 인한 민자사업 차질 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양도세 실거래가과세 2007년부터 전면시행

    정부는 오는 2007년부터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등 비과세 대상을 제외한 주택·토지·상가·건물 등 모든 부동산의 과세 기준이 30년 만에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고 세 부담도 적잖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2007년부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를 전면 실시하겠다.”면서 “당분간 1가구 1주택 비과세 방침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실거래가 과세 문제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과세 대상인 1가구 1주택,8년 이상 살면서 경작한 자경농지, 농지를 교환하거나 쪼갠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거래가로 과세한다. 현재 비과세 대상 1가구 1주택의 요건은 서울과 과천,5대 신도시에서는 3년 이상 보유 및 2년 거주, 지방에서는 3년 이상 보유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라도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1년 이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는 지금처럼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미등기 양도나 분양권 거래, 투기지역내 부동산 등도 계속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지난해 양도세를 낸 납세자는 87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실거래가로 세금을 낸 사람은 28%인 24만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승용차 등 14개 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 탄력세율 적용 기간도 당초 6월 말에서 올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배기량이 2000㏄가 넘는 승용차의 특소세율은 10%에서 8%,2000㏄ 이하는 5%에서 4%로 당분간 20%씩 감면받는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인사]

    ■ 건설교통부 ◇과장급 전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실무지원단 개청준비과장 朴商範△국토지리정보원 관리과장 李沆浩△건설교통인재개발원 전문교육과장 鄭必萬△공공기관지방이전단 이전지원과장 白承根△지속가능발전위원회 파견 朴河濬 ■ 환경부 ◇과장급 보직변경 △정책홍보관리실 재정기획관 朴熙定△감사관실 환경감시담당관 徐興源△국립환경연구원 연구혁신기획과장 李盛漢 ◇과장급 승진△홍보관리관실 정책홍보담당관 崔鍾元 ■ 농림부 ◇과장급 승진△국립종자관리소 밀양지소장 金禧烈 ◇과장급 전보△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장 任政彬 ◇과장급 파견△국가균형발전위원회 安鏞德 ■ 경기신문 △편집국장 金東一 ■ 코트라 ◇파견 △세계화상대회조직위원회 許丙熹 ■ 신한은행 ◇지점장 △방화동 崔烈△순천 朴來吉△제기역 曺析煥△정릉 영업점 개설준비위원장 金榮鎬
  • [부고]

    ●문정인(동북아시대위원장) 경석(자영업) 성종(한라대교수)씨 모친상 9일 오후 9시 제주도 제주의료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64)720-2191∼2 ●김을상(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씨 별세 대현(현대백화점 대리)씨 부친상 고영택(국민은행 강남역기업금융지점 과장)씨 빙부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3010-2235 ●김재구(전 안동성희여고 교장)씨 별세 영한(자영업)성한(INI스틸 설비과장)씨 부친상 손장우(동명기술단 부사장)배정석(공무원)씨 빙부상 8일 경북 안동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54)820-1673 ●나동엽(자영업)윤택(우리투자증권 상무)영택(자영업)용택(자영업)용철(영산강유역환경청)씨 모친상 9일 광주 금호장례식장, 발인 11일 오전 10시 (062)227-4382 ●임덕기(서부지방검찰청 시민옴부즈만)씨 모친상 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30분 (02)392-0499 ●나인석(시스켈리 상무이사)씨 모친상 성근환(대전청사 행정자치부)정모영(사업)씨 빙모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3010-2236 ●문희수(농협지점장)희열(엑스티엠텍 대표)희성(한영회계법인 상무이사)희종(세종대 교수)씨 모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5시30분 (02)3010-2291 ●안희창(한양대 성형외과 교수)희수(전문건설공제조합 채권관리팀장)씨 부친상 곽규대(SKNJC 대표)씨 빙부상 9일 한양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02)2290-9457 ●진영일(서울시교육청 총무과 서기관)씨 별세 8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30분 (02)921-1499 ●문한성(삼성테스코 CPR부문 사진부장)씨 모친상 8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2)3779-2194 ●나규식(구미 상모초교 교사·전교조 경북지부 교섭국장)씨 별세 8일 칠곡 가톨릭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53)326-2785 ●윤석흥(전 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씨 별세 치원(UBS증권 아시아주식부문 대표)씨 부친상 8일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2072-2011 ●이선(하남시의회 의장)씨 모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3010-2293 ●박도순(라인텍 고문)씨 부친상 최신석(변호사)이영표(재미 사업)이광호(재정경제부 국장)정흥모(경남정보대 교수)씨 빙부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31)787-1506
  •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현재 국내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완치도 어렵거니와 치료기간도 길어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항상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도 지치게 만든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의 애환과 보호시설 실태, 정부의 대책 등을 밀착 취재했다. 결혼 20년째인 주부 신영순(46·경기도 광명시)씨. 혈관성 치매환자인 친정 어머니(75)를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8년이란 오랜 병수발에 남편과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얼마 전 남남으로 돌아섰다. 딸에게 이혼이란 멍에까지 씌워준 어머니의 병세는 그럼에도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차라리 포기한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신씨는 “잠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대소변으로 온 집안을 도배질해 놓기 일쑤”라면서 “벌받을 소리 같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 역시 “오랜 병간호로 골병이 들어 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치매환자 가족,“아 울고 싶어라” 중소기업 중견간부였던 정창호(4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정씨가 집안에 눌러앉게 된 것은 치매환자인 아버지 때문이다.2003년 9월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아내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행동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오히려 대드는 아내를 나무랐지만 반복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중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버지는 ‘폭언’과 ‘배회’ 등 치매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던 정씨 부부는 결국 유료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소시켰다. 아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1년 2개월 동안 요양비로 자꾸 빚을 지게 되자,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중이다. 하지만 지금도 며느리만 보면 욕설과 함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요양원을 알아보았으나 ‘버림받은 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라야만 자격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보살펴야 될지 암담한 생각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 요양병상 2만여개에 불과 김제시 하동 노인종합복지타운내 노양요양원에는 치매와 중풍 환자인 노인 75명이 수용돼 있다. 중증 치매환자인 김갑순(88) 할머니는 지난 2003년 4월 이곳 요양원에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왜 이곳에서 생활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한다. 낮에는 집에 가겠다며 온갖 물건을 다 끌어내 짐을 싸놓는다. 감시가 소홀하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내 갈기갈기 찢고 밤에는 옷을 다벗고 알몸으로 병동을 돌아다닌다. 요양원 책임자인 오순자(여·보건6급) 계장은 “밤만 되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보채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치매환자들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공무원생활 23년째라는 그는 두세 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환자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유아상태에서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유료시설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해 입소 대기자들이 밀려 있다. 치매 요양시설은 경제적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가 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증증 치매노인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재정부담 줄이는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현재 34만여명의 치매환자는 10년 후 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재정적 부담으로 선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방치된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등이 안된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중간관리자나 간병인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박하정 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안타깝게도 치매노인 살해사건이나 노인 유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치매와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앞서 이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치닫는 현 세태를 상기시켰다. 박 심의관은 9일 “극빈층 노인은 현재 국가가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부유층 노인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치매환자를 둔 중산층이 매월 100만∼250만원의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장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상은 바로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와 정부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요양대상 노인이 있는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법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도 제시했다. 우선 2007년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및 중풍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5만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45∼64세 가운데도 중증 환자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들 요양대상 노인이 받을 서비스와 관련해 “요양시설에 들어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집에서 방문간호나 수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이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요양보험제 도입에 따라 가구당 매월 3000원 정도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심의관은 “일본의 경우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해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노인요양보장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겨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KCC 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페인트 ‘숲으로’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금강고려화학의 영문 첫글자를 아예 사명으로 정한 KCC는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한 기업이다.KCC 제품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리, 창호재, 바닥재 등 웬만한 건축자재는 거의 다 만든다.“없는 것은 시멘트와 철골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958년 8월, 스물두살의 대학생이 “장형의 유학 제의를 뿌리친 채” 직원 일곱명을 데리고 서울 영등포에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세운 게 KCC그룹의 출발이다. 땀에 흥건히 젖어 ‘슬레이트’를 직접 찍어내던 대학생 사장이 바로 오늘날의 정상영(69) 명예회장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왕 회장)의 막내동생이기도 하다. “왕 회장의 형제나 자식들은 대부분 크든 작든 기업체를 떼어 받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공장의 벽돌 한 장, 물빠지는 배수로 위치, 못 하나까지 직접 얹고 정하고 박았다.” 정 명예회장과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한 임원의 얘기다.KCC가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현대’라는 확실한 납품처 덕도 있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창업주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 KCC그룹은 지난해 1조 9000억원의 매출과 1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KCC건설(옛 금강종합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자동차유리 생산업체), 고려시리카(유리원료 제조사), 금강레저(골프장 운영업체) 등 7개 계열사 모두가 흑자를 내고 있는 재계 서열 29위(공기업 제외)의 알짜그룹이다. 특히 건축·산업자재 부문에서는 2위와의 격차를 갈수록 넓히며 독주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4월1일 현재 3조 5300억여원으로 현대백화점그룹(3조 7800억원)과 비슷하다. ●왕회장도 꺾지 못한 막내의 고집 그 자신 “공부가 싫어 소학교 졸업장이 전부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아우들은 유학 아니라 그 이상도 해주고 싶었던”(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가운데) 왕 회장은 동국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막내동생 상영(SY)도 유학보내려 했다. 그러나 SY는 “나도 내 사업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왕 회장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현대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가 사람들은 “막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학자금을 불모지나 다름없던 건자재 사업밑천으로 털어넣은 SY는 “통금시간(밤 12시)에 맞춰 퇴근하고 해제 사이렌(새벽 4시)에 맞춰 출근”했다. 운도 따라주었다. 때마침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 지붕이 속속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금강스레트는 찍어내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제법 돈이 모이자 젊은 상영은 슬몃 욕심이 생겼다. 당시 인기있었던 초콜릿시장 쪽을 기웃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장형의 호된 꾸지람이 돌아왔다.“초콜릿은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이왕 사업을 할거면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것을 하라.” 정신이 번쩍 든 SY는 이때부터 건축·산업자재 국산화에 매달리며 한 우물만 팠다. 변변한 기술 하나 없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던 도료(74년), 유리(87년), 실리콘(2003년)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다들 “무모하다.”며 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13년이나 걸려 완공한 전주의 실리콘공장은 SY의 뚝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진(45) 회장은 언젠가 사석에서 “전후복구사업과 수입대체 사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은 큰아버지(왕회장)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불같은 성정도 비슷하다. 왕 회장에게 혼쭐나 넋이 나간 현대건설 임원이 출입문 대신에 캐비닛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듯,KCC에는 한 임원이 정 명예회장에게 야단맞던 도중에 기절한 실화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아들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부러 13층 회장실에는 출근하지 않는 정 명예회장은 대신 지방공장 순시로 ‘취미’를 바꿨다. 전국 13개 시·도에 모두 공장이 한 곳씩 있어 발길 닿는 대로 불쑥 들러 젊은 날 자신이 직접 들여놓은 설비들을 살펴보곤 한다. ●5개국어 능통한 정몽진 회장 SY는 아들만 셋을 두었다. 지난 2000년 그룹 경영을 장남인 몽진씨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았다. 이 해는 그룹의 양축인 ‘금강’(슬레이트 등 무기화학 전문)과 ‘고려화학’(페인트 등 유기화학 전문)이 합병돼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장남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귀국후 1991년 고려화학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 영어는 그룹 안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다. 중국 곤산의 페인트공장 준공식 때는 유창한 중국어로 식사를 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실리콘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 과학자들과 담판을 벌일 때도 통역 없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런 그를 보고 정 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저렇게 잘 하는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왕 회장을 닮아 칭찬에 인색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 앞에서는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 회장은 ‘3대 키워드’로 제2 도약을 노리고 있다. 첫번째 키워드는 해외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3곳(중국 2, 싱가포르 1)인 해외 생산공장을 앞으로 3년 안에 5개를 더 지어 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환경 파괴를 대체할 차세대 성장산업인 실리콘과 건자재 유통도 핵심 키워드다.“유통을 빼앗기면 이름없는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명예회장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보수적이다. 반면 회장님은 해외유학파답게 세계시장의 변화와 큰 흐름을 빨리 읽어낸다.” 장남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세 아들 가운데 가장 털털해 친화력이 좋다. 한때 고려대 ‘막걸리 시범조교’로 활약했던 술 실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임직원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벌이곤 한다. 요즘에는 위장이 나빠져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다. ●SY의 또다른 자부심 둘째 아들 몽익 둘째 아들 몽익(43)씨는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전공했다. 이어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국제재정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이 전과정을 4년만에 끝마쳤다. 금강과 고려화학 합병 직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도록 경영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주역이 바로 그다. 최근에는 사무실 기기를 최신 오피스용 가구로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룹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강화시켜온 덕분에 올 2월 KCC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물론 직급은 총괄 부사장으로 같은 대표이사인 형보다 아래다. 입사(89년 금강)는 형보다 2년 빠르다. 적절한 긴장관계를 통해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내려는 정 명예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KCC 지분을 몽진(17.7%)-몽익(8.82%)-몽열(5.29%) 세 아들에게 모두 나눠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형보다 더 꼼꼼한 편이다. 과묵해서 임원들이 말붙이기를 다소 어려워한다. 의외로 운동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잘한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체전에서 승마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농구·스키·수영 실력도 프로급이다. 골프는 싱글(핸디 10)에 가깝고 엄청난 장타다. 반면 정 회장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클래식이나 재즈 등 집에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정 회장이 동생 얘기가 나오면 사석에서 곧잘 하는 얘기가 있다.“딜(deal)은 아무래도 내가 좀 더 강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동생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협상을 통해 골격을 세우면 그 골격에 맞게 디테일을 짜는 것은 몽익이다.” 유난히 용산고 출신이 많은 것도 KCC가의 특징이다. 막내 몽열씨를 빼고는 3부자(父子)가 모두 용산고를 나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모교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은 유명하다. 장남 몽진씨가 이른바 ‘뺑뺑이’로 용산고에 배정됐는데도, 발표난 그 길로 친구들에게 한 턱 냈을 정도다. 용산고에 승마반도 만들어줬는가 하면 농구 코트까지 지어줘가며 허재 등을 영입, 오늘날의 ‘농구 명문’으로 키워냈다. 몽진씨와 몽익씨는 고등학교-대학교(고려대)-대학원(조지 워싱턴) 동문이기도 하다. ●‘스위첸’ 성공시킨 ‘리틀 정상영’ 셋째 아들 몽열 89년 미국 FDU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고려화학에 입사한 셋째 아들 몽열(41)씨는 97년 금강종합건설 상무가 되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건설 체질’이다. 공사판에서 소주잔 기울이기를 좋아하고, 낭만도 아는 기분파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룹 임직원들이 정 명예회장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존재다. 정 회장도 “우리 형제 가운데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막내”라며 “몽열이가 화나면 나도 무섭다.”고 농반진반 얘기할 정도다. 작고 단단한 체구나 사업 수완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2003년 사장으로 승진한 몽열씨는 주택사업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스위첸’(아파트)과 ‘웰츠타워’(주상복합)를 유명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여기에는 정 사장의 정보기술(IT) 지식도 한몫 했다. 컴퓨터학을 전공한 그는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IT를 일찌감치 접목시켰다. 선진국형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공사를 맡은 주택의 소프트웨어에도 “유별날” 만큼 공을 들였다. 덕분에 KCC건설은 도급순위 32위, 신용도 9위의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창업동지’ 조은주 여사 현대가의 가풍이 그렇듯 정 명예회장은 연애결혼을 했다.“큰형님 회사(현대건설)를 드나들면서 경리팀의 동갑내기 아가씨에게 반해” ‘작업’을 건 것이 결혼까지 이어졌다. 조은주(69) 여사다. 서울 진명여고를 나온 조 여사는 당시 이화여대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립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조씨는 ‘대학생 사장’을 남편으로 둔 덕분에 물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슬레이트공장 인부들의 밥이며 새참은 으레 그의 몫이었다. 직원들 식사를 지어 나르는 일은 그후로도 20년 넘게 이어졌다. 지금도 서울 서초동의 구사옥에서 근무하는 고참 직원들 가운데는 사원식당에서 밥을 짓는 조 여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큰며느리는 음대… 셋째며느리는 미대 자유연애로 결혼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들의 ‘사랑’에도 너그러웠다. 몽진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홍은진(41)씨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했다. 홍씨는 한때 아이스크림 ‘퍼모스트’로 유명했던 옛 퍼모스트유업 사장의 딸이다. 전자부품회사인 ‘퍼시픽 컨트롤스’ 홍준 사장이 처남이다. 그렇다면 소개팅 주선자는 누구일까. 다름아닌 사촌형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촌동생에게 친구의 처제인 음악도를 엮어준 것. 정 의장과 죽이 맞아 처제를 소개팅 장소로 내몬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과 주치의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임순호 박사다. “연애할 때 플루트를 불어주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정 회장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결혼후에는 한번도 플루트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투덜대곤 한다.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의 혼사는 몽익씨에 이르러 이뤄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 최은정(42)씨가 부인이다. 가톨릭 계통인 일본 성심대학 교육심리학과를 나왔다. 최씨의 언니 은영씨는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다. 조 회장이 몽익씨의 손위동서인 셈이다. 막내 몽열씨는 큰형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수잔(35)씨와 결혼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한자이름이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인이 ‘쌓을 잔( )’자를 썼다고 한다. 여자들의 사회활동을 싫어하는 가풍 탓에, 큰동서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동시에 그림을 접었다. 막내 며느리답게 활달한 편이다. ●‘숙부의 난’ 할 말 많지만… 정 명예회장은 조카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었다. 현대가 사정에 밝고 당시 분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명예회장님의 생각은 분명하다. 현 회장의 외가를 포함해 정씨 집안 사람이 아닌 제3자가 큰형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현대를 넘보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등 관련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라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몽헌 회장에게 200억원을 조건없이 내준 것이 ‘의리’가 아니라 ‘경영권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지나간 상처를 다시 헤집고 싶지는 않다. 명예회장님도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셨다. 다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명예회장님은 장조카인 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이 아버지(왕 회장)와의 갈등으로 방황할 때 형님 눈치 보지 않고 우리 회사 부사장 자리를 선뜻 내줬다. 또다른 조카가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시달릴 때 70억원을 조건없이 빌려준 분도, 몽헌 회장이 군 복무를 6년이나 할 때 뒤를 봐준 분도, 명예회장님이었다.” ●“숫자는 기본” 전문 경영인들 건장한 체격의 김춘기(59) KCC 대표이사 사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정몽진 회장이 “(그룹에)꼭 필요한 분”이라고 언급한 이다.75년 고려화학으로 입사해 꼬박 30년을 KCC와 함께했다. 특히 영업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당발 인맥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KCC의 영업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단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력도 흔하지는 않지만 ‘국가대표 스키선수’라는 경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때 우연히 본 스키영화 ‘백령의 왕자’에 푹 빠져 스키선수가 됐다. 대학생(경희대)때는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올림픽 대회에도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취직과 동시에 “스키는 깨끗이 잊었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꼼꼼함은 모든 임원들의 공통점이지만 김 사장은 유난히 치밀하고 숫자에 밝다.“노력은 능력을 앞선다.”는 게 30년 직장생활의 신조다. 김 사장의 좌우 양쪽으로는 정몽진 회장에 버금가는 영어 실력으로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호(55·부사장) 해외본부장과 전문 무기화학 지식으로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복동(58·부사장) 생산기술본부장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레저 박연구(51) 대표와 고려시리카 이성수(53) 대표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전문인력들이다.“학교 공부는 다소 게을리했을지 몰라도 추진력과 친화력은 (전교 1등보다)훨씬 낫다.”는 KCC의 독특한 사풍이 반영된 결과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원식(62) 사장과 금강화공의 한상기(57) 중국 곤산·신세균(55) 베이징 법인장,KCC 박성완(47) 싱가포르 법인장 등은 전문 기술인맥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일본 아사히글라스 출신의 시마나가 모토야스(61) 부사장 등도 KCC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들이다. hyun@seoul.co.kr ■ 정상영 일가 ‘밥상머리 교육’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 부부는 한주 걸러 일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이태원 본가를 찾는다.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다.“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며 자식들과 아침식사-사실상 새벽밥-를 함께 했던 왕 회장에 비하면 며느리들의 부담이 한결 덜하다. 음식도 각자 집에서 ‘주특기’ 한가지씩을 싸들고 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며느리들의 음식솜씨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 정 명예회장은 며느리를 들이면 반드시 반년씩 데리고 살았다. 그래야 가풍도 익히고 속정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학 내내 플루트만 불다온 큰며느리가 음식을 잘 할 리 만무했다. 둘째며느리에게 기대를 걸었다. 요리학원을 다녔다는 재벌가의 둘째며느리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내놓았다. 견디다 못한 정 명예회장은 급기야 “이러다가 굶어죽겠다.”며 하소연했다고. 그 며느리들이 ‘사원식당 주방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어머니의 특별지도 아래 지금은 ‘선수’가 됐음은 물론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식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그 영향을 받아 정몽진 회장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아들 명선(11)군을 굳이 외국인 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닌 집 부근의 일반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학교도 자가용을 태우지 않고 걸려서 보낸다.“어렸을 때부터 보통사람, 못사는 사람의 삶도 느껴봐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다만 큰딸 재림(15)양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해 “성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hyun@seoul.co.kr ■ 정 명예회장 ‘씨름꾼 경영론’ 왕 회장이 ‘빈대의 철학’으로 유명하다면 정상영 명예회장은 90년대 중반 ‘씨름꾼 경영론’으로 회자됐다.“씨름은 씨름꾼에게 맡겨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였다. 정 명예회장은 “씨름꾼이 아닌 사람이 씨름판에서 승리하기 어렵듯 기업간의 경쟁은 기업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강조했다.KCC그룹의 사시인 ‘맡은 자리의 주인이 되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왕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지역 거상들이 장악하고 있던 총판(판매실적에 관계없이 물건값 선지급) 체제에 맞서 팔린 만큼만 대금을 지급하는 코카콜라식의 ‘루트 세일’을 도입해 유통 혁명을 일으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생뚱맞기’ 그지없는 슬레이트 홍보영화를 만들어 275개 시·군에 배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큰형에게 영향받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렇듯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왕 회장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형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차이만 스물 한살이었다.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잠깐 초콜릿사업에 눈돌린 것 외에는 한번도 한 눈을 팔아본 적이 없는 그가 1970년 8월 현대차 부사장으로 홀연히 옮겨간 것도 “와서 미수금 70억원을 해결하라.”는 장형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자까지 회수해주고 다시 KCC로 돌아왔을 때는 1년 반이 흘러 있었다. 훗날 정 명예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내 사업에 공백을 가져 아쉬워한 적은 있었어도 불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왕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막내동생을 가까이 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KCC측은 펄쩍 뛴다. 한 임원의 얘기다. “92년 대선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던 왕 회장이 다시 산업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95년 KCC의 여주 유리공장 3호기 점화식에서였다. 또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지기 전까지 왕 회장이 거의 매일같이 들러 골프를 친 곳이 금강CC였다. 라운딩 멤버는 언제나 정상영 회장이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왕 회장 성격에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정 명예회장도 세상 사람들의 짐작 이상으로 장형에게 극진했지만, 왕 회장 역시 막내동생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Zoom in 서울] 서울 버스대란은 넘겼지만…

    서울시 버스 노사 협상이 파업을 하루 앞둔 8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버스대란’의 위기는 넘겼지만 추가발생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게 됐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버스노동조합과 서울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노사 양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6차 조정회의에서 2005년 임금단체협약에 최종 합의했다고 8일 밝혔다. ●노조 주장 대부분 반영 서울버스 노사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40시간 근무제 1년 조기 실시 ▲상여금 지급시기 개선 ▲전 사업장 정년 61세 보장 등 쟁점사항을 놓고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8일 새벽 3시15분까지 13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협상결과 노조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수용됐다. 주 40시간 근무는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외에도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도입돼 61개 전 사업장에서 실시된다. 이에 따라 버스기사들은 현재 주 44시간·월 26일 근무에서 주 40시간·월 22일로 처우가 개선된다. 임금도 3.8% 인상돼 3년 경력의 운전기사 기준으로 약 257만원이던 월평균 임금이 약 265만원으로 오른다. 또 분기별 150%씩 모두 600%를 지급하는 상여금도 짝수달마다 100%씩 지급하기로 했다. 전 사업장이 정년을 61세로 정하자는 노조의 요구는 사업장별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별도로 협의하기로 정했다. ●변형근무 해법될까 이번 협상을 통해 타결된 임금인상·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올해 추가로 발생할 비용은 176억여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요금인상이나 재정지원 없이 변형·교대근무제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서울버스노조 방선재 홍보부장은 “변형·교대근무제 도입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것일 뿐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분란의 소지를 남겼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7월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누적된 적자다. 환승 요금 등으로 1000억여원의 손실이 났다.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은커녕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자를 보전해 버스서비스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이 준공영제의 기본취지”라면서 “이번 협상으로 변형·교대근무제 도입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배차간격이나 운행횟수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적자폭과 추가비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③ 호찌민의 친구들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③ 호찌민의 친구들

    1931년, 호찌민은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체포됐다. 베트남의 빈 지방법원이 궐석재판으로 호찌민에게 이미 사형을 선고했기에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영국 식민지 당국이 그를 프랑스에 넘기지 않고 추방조치만 취해도 호찌민은 대기 중인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총독부로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일단 인도차이나 총독부 손에 넘어가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때 호찌민에게 행운의 밧줄을 던진 사람은 영국인 변호사 프랭크 로스비였다. 변론을 맡은 그는 호찌민을 빅토리아 감옥에서 빼내 보원로드 병원으로 옮겼다. 호찌민이 병원에서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다음, 영국 식민지 당국과 협상을 통해 호찌민이 싱가포르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수완을 발휘한 것도 로스비였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도착한 호찌민은 세관 관리들에 의해 체포되어 곧바로 홍콩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프랑스의 정보망을 따돌리고 호찌민을 탈출시키기 위해 이번에는 로스비의 부인까지 나섰다. 그녀는 친구인 라벤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홍콩 부총독의 부인으로 시인이기도 했던 라벤스는 지적이고 당당하며, 예의바른 식민지 청년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다. 호찌민이 영국 당국자의 호위를 받으며 몰래 상하이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로스비와 라벤스 덕분이었다. 이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우연한 행운이 아니었다. 호찌민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강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적들조차도 그를 직접 겪었던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그의 옹호자가 되었다.1945년 베트민의 근거지 떤자오에서 호찌민과 함께 지냈던 미국 공군 필런 중위는 훗날 호찌민을 아주 ‘온화하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군 정보관으로 인도차이나에서 일했던 장 라쿠튀는 ‘이 시대의 혁명가로서 이 정도 강한 인내로, 감히 힘의 질서에 도전할 수 있었던 사람이 달리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호찌민을 수행하며 기록영화를 찍었던 안선(An Son) 감독은 1957년 호찌민의 해외순방 시절을 잊지 못한다.11개국을 연쇄방문 중이던 호찌민이 어느 날 아침 수행하고 있던 일행들에게 어려운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모두 없다고 대답했는데 26세로 막내였던 안선이 당돌하게 손을 들었다. “아저씨가 너무 빨리 걸어서 찍기가 너무 힘듭니다.” 호찌민은 유난히 걸음이 빨랐다. 더구나 안선은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해 덩치가 큰 외국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뛰어야 했다. “신문 기자들은 수첩 하나, 사진 기자들은 사진기 한 대만 들고 다니지만 전 카메라에 녹음기, 배터리까지 하면 10㎏을 넘게 메고 뛰어야 합니다.” 다른 수행원들이 모두 나무라는 눈길로 안선을 흘겨보고 호찌민의 눈치를 살폈다. 안선도 아차 싶었는데 정작 호찌민은 환하게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그날 호찌민은 자주 안선의 위치를 확인하고 걸음을 늦추어 주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매일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일정은 안선을 녹초로 만들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죠. 그런데 잠결에 누군가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 느껴지는 거예요. 잠결에 얼핏 눈을 뜬 저는 깜짝 놀랐어요.” 벌떡 일어나려는 안선의 어깨를 호찌민은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어주고는 가만히 손을 흔들며 방을 나갔다. “정작 나는 그리고 나서 한숨도 자지 못했어요. 나는 일행 중에서 가장 어린, 아무 배경도 없는 촬영기사, 그것도 남부에서 올라온 사람일 뿐이었어요. 밤새 생각해보았는데 친아버지도 내게 그래 준 적이 없었어요.” 안선이 결혼해 아이를 얻은 다음이었다. 라오스국왕이 베트남을 방문해서 환영 연회가 열렸다. 연회가 끝난 다음 촬영장비를 챙기고 있는데 배웅을 나갔던 호찌민이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사탕을 집어서 그의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어주었다. 안선이 돌아보자 호찌민은 빙긋이 웃었다. “‘깜 험’ 가져다 줘.” 호찌민은 안선의 3살 난 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지도자가 호 아저씨였어요. 아저씨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 누구나 이런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죽기 전에는 내 심장 속에서 아저씨를 빼낼 수 없을 거예요.” 올해 일흔 넷의 백발 노인이 되었는데도 호찌민을 회상하는 안선의 상기된 얼굴은 소년처럼 해맑았다. 호찌민 주변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혁명 운동의 전 기간을 통해서 호찌민이 다수파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인맥과 세력을 형성해서 정치를 했던 지도자가 아니었다. 권력을 앞세워 인맥을 구축하고 명분을 내세워 다수파가 되려고 하지 않은 드문 정치가가 호찌민이었다. 그렇다고 호찌민이 카리스마가 없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그는 아주 강력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였고, 그의 곁에 포진한 매우 충성스럽고 유능한 인물들에 의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훼손되지 않고 지켜질 수 있었다. 호찌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호위하며 베트남을 이끌어온 사람들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셋 있다. 쯩 찐과 팜 반 동, 보 응우옌 잡이 그들이다. 쯩 찐은 1941년 호찌민이 베트남에 돌아와 주재한 제8차 당 전체회의에서 총서기장을 맡은 인물이다. 호찌민은 그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쯩 진에게 그 자리가 돌아가도록 했다.1920년대에 혁명청년회에 가담해 일찍 감옥생활을 한 그는 사교적이지 않았지만 원칙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었다. 팜 반 동은 행정과 재정에 관한 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호찌민이 주석과 겸직하던 총리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는 베트남 정부를 수립하고 체계를 잡아가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그의 ‘청렴’은 호찌민 정권의 위신을 높이고 대중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했다. 보 응우옌 잡은 호찌민의 진영의 가장 출중한 군사 전략가였다.1944년 12월22일,34명의 대원으로 ‘베트남해방무장선전대’를 창설한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작전을 성공시킬 때까지 무려 30년간의 저항 전쟁을 총지휘했다. 이 세 사람과 호찌민의 관계를 베트남 사람들은 ‘한 다리로 서 있는 학의 세 발가락’이라고 불렀다. 학이 베트남이라면 그 학을 받치고 선 한 다리는 호찌민이다. 그리고 그 다리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는 세 발가락이 쯩 찐과 팜 반 동, 보 응우옌 잡이다. 그 중에서도 보 응우옌 잡은 호찌민의 가장 충실한 동지이자 제자였다.1940년 신혼이었던 잡은 호찌민의 호출을 받고 아내와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첫 딸을 남겨두고 중국으로 갔다. 그가 떠난 다음 아내 우옌 티 꽝 따이는 프랑스 당국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아내의 언니인, 우옌 티 민 카이도 사이공의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형을 당했다. 잡의 아버지도 훼에서 프랑스군에 체포되어 이빨이 다 뽑히는 고문을 당한 끝에 죽었다. 호찌민은 악명 높은 꼰다오 감옥에서 갓 출감한 팜 반 동과 함께 쿤밍으로 온 잡에게 옌안으로 가서 군사과학을 공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여행허가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다.1940년 6월22일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자 호찌민은 두 사람에게 베트남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고국으로 돌아가서 이 상황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군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 무장투쟁의 책임자가 된 잡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다.34명의 대원으로 베트남해방무장선전대를 창설한 그는 이틀만에 프랑스군 초소를 공격하여 완승을 거두었다. 그 공격을 통해 무장선전대는 프랑스군의 무기로 무장하고 다음 공격에 나서, 다시 승리를 거두었다. 잡은 군대를 눈덩이처럼 불리며 북부 국경지대에 해방구를 확보해나갔다. 프랑스를 내쫓고 베트남을 삼킨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을 선언한 이튿날인 1945년 8월16일, 잡은 5000명으로 늘어난 해방군을 이끌고 하노이를 향해 진격했다. 하노이를 접수하고 1954년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를 궤멸시키면서 잡은 세계적인 전략가로 명성을 얻었다. 군사전문가도 아닌, 일개 역사교사 출신에 불과한 잡에게 군대를 맡긴 이유를 묻는 외국기자들에게 호찌민은 대답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졸업장이나 증명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재일 뿐이다.” 그래도 군단급 병력도 없는데 대장 계급은 지나치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호찌민은 명쾌하게 대답했다. “우리 베트남에서는 소장과 싸워 이기면 소장을 주고, 중장과 싸워 이기면 중장을 준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도 대장 아니었나. 이긴 잡도 당연히 대장이다.” 잡이 진정한 호찌민의 제자라는 사실은 디엔비엔푸 전투의 승리에서가 아니라 전술 변경 과정에서 확인됐다. 잡이 디엔비엔푸 전선에 간 것은 전투개시가 임박해서였다. 전선을 직접 확인한 잡은 ‘조기공격, 신속승리’ 전술이 중대한 오류임을 금방 발견했다. 프랑스군의 화력, 장비가 베트남을 압도하고 있었고, 포병과 공군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개시는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고, 병사들은 결사항전의 결의로 불타고 있었다. 작전을 연기할 경우 최고조로 끌어올려 놓은 병사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었고 또 우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잡은 중국 군사고문이 지지하는 ‘조기공격, 신속승리’ 전술을 ‘완벽한 준비, 완전한 승리’ 전술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잡은 사령관이었지만 무조건 명령하지 않고 토론에 붙였다. 토론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명분이 힘을 발휘한다. 잡은 인내심을 가지고 반대의견을 설득하고 공격을 연기했다. 그런 다음 병력을 대거 충원하고, 야포를 맨손으로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렸다. 이 ‘조기공격, 신속승리’ 작전수립에 참여했던 32사단장 레쫑똔은 만약 그 때 잡이 와서 전술 변경을 결단하지 않았으면 베트남은 결코 프랑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전선의 정치위원이던 팜 응옥 목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잡이 일단 멈추고 준비하자고 말했을 때 나는 옷을 벗어던지고 싶을 만큼 속으로 기뻤다.‘조기공격, 신속승리’ 전술에 따르면 자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로 평가받을까봐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도 하지 못하는 말을 잡이 했다.” 보 응우옌 잡은 디엔비엔푸의 전술 변경이 자신의 ‘지휘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최근에야 밝혔다. 명분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고, 개인의 영예를 위해 인민을 희생시키지 않는 호찌민의 노선을 그는 언제나 견지했다. 호찌민이 운명한 다음 살아있는 지도자들 중에서 베트남인의 가장 큰 존경을 받는 그는 지난 4월30일에 열린 승전3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직접 연설을 하고, 전쟁 희생자들을 챙겼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스승이자 동지인 호찌민을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1975년 4월30일, 사이공의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가장 먼저 잠든 호찌민에게 찾아가 그 사실을 보고했던 잡. 자신의 공적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의 대답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나는 호 아저씨의 노선과 방침을 직접 적용하고 실행해온 지휘관이었을 뿐이다.” 1983년 그가 ‘국가출산계획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거절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과 프랑스, 미국, 중국과 싸워 베트남을 지킨 전쟁영웅에게 그 자리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연히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받아들였고, 지금도 그것에 대해 말이 없다. 베트남이 지금까지 권력의 암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잡과 같은 호찌민의 사람들이 호찌민 정신을 자신의 삶으로서 지켜내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방현석 교수 bang80@jowoo.co.kr ●자료 사진을 협조해주신 주한베트남대사관과 베트남통신사(VNA)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애써주신 베트남통신사 부 주이 흥 서울지국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열린세상] 대학혁신과 CEO/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며칠전 연구진과 함께 대구의 영진전문대학과 포항의 한동대학교를 방문하였다. 이 두 대학은 지방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특성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여 고등교육의 성공적 혁신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대학 모두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극 부응하는 나름대로의 특성화 모델을 제시해 인적자원 정책 연구를 하는 필자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영진전문대학의 강점은 기업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우수 전문 기술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다양한 주문식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산업체 요구를 반영하는 교육과정의 지속적 개선,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에 의한 실무 중심 교육, 철저한 교육품질 보증제 시행 등을 통해 산업계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3000명이 넘는 산업계 종사자로 각종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네트워킹의 가동은 이러한 수요자 중심 교육의 주요 성공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영진전문대학은 이제 지역 기업들의 기술혁신 거점 역할도 수행한다. 영진전문대의 주문식 교육방식의 우수성은 높은 취업률을 비롯하여 전문대학에 관한 여러 평가지표에서 거의 무든 부문에서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으며,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의 단골 지정기관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문대학에 대한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산업기술 인력의 수급불일치가 심한 우리 현실에서 영진전문대의 사례는 분명 희망적 모범 사례이다. 한동대학교의 특성화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대학교육의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 급속한 기술변화와 글로벌 환경이라는 새로운 시대상황에 적극 부응하는,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이 대학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학문적 탁월성, 국제화, 인성교육이라는 3대 특성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 탁월성을 달성하고자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전공선택, 복합 전공교육, 팀티칭 및 토론식 수업운영, 산학협력 및 맞춤형 교육 등의 교육방식을 치밀하게 설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성과 도덕성 함양을 위해 무감독 양심시험 실시, 기독교적인 ‘섬기는’ 봉사활동, 그리고 영어·중국어·전산능력 등의 기초교육도 강조된다. 거의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사실, 교수들의 헌신적인 지도, 다양한 자주적 학습동아리의 활성화 등도 의미 있고 새로운 관행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생들에게 훨씬 더 많은 학습준비 시간을 요구한다. 영진과 한동의 두 성공사례는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 추진하는 하드웨어 개편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과 지원정책에 부작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력을 확보한 곳은 차별화하여 과감하게 지원하고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의 시장친화적 소프트웨어 정책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대학의 구성주체들 사이에서도 이제 산학협력의 강화 등을 포함하는 대학교육 혁신의 기본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두 대학의 성공사례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의 방향성 그 자체 못지않게 실제 혁신의 핵심 추진동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한동과 영진의 성공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성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책임자(CEO)가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남다른 열정과 유연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추진동인이라고 판단된다. 두 대학 모두 초대 총장이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통상적 기준으로 장기집권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열정과 훌륭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성공이 가능했겠는가? 그동안 우리 대학사회에서는 대학CEO나 주요보직을 갈라먹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결과 평등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변화와 경쟁의 대학 환경에서 이러한 방식은 그 적합성을 갖기 어렵다. 오늘날 대학CEO만큼 유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가 많지 않다. 대학은 어느 조직보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조직이다. 더욱이 대학은 이제 학문연마와 산업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학생은 가르치는 교수를 능가할 수 없고 교수는 총장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 감사원·지자체 짙어지는 ‘전운’

    감사원과 지방 자치단체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국 250개 지자체에 대한 감사를 앞두고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은 최근 감사원을 항의방문, 감사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회장단 감사원 항의방문 공동회장단 대표인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 등은 지난 4일 감사원장을 만나 ‘지방감사제도 개선 건의안’을 제출했다. 면담은 1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이에 앞서 공동회장단은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혔었다. 공동회장단은 건의안을 통해 “자치단체들이 감사원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 지방의회 등으로부터 과잉감사를 받고 있다.”면서 “중복감사와 과잉감사로 행정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지적했다. 공동회장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윤철 감사원장은 “민선자치 10년이 경과됐지만 지자체들이 지방기금 남용설에 제3섹터 부실운영, 이벤트성 행사 등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강해이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과정에서 전 원장의 고성이 밖으로 새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공동회장단측은 감사원이 지자체에 대한 감사를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동회장단 관계자는 “지자체 고유업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측은 “헌법과 감사원법에 따른 원칙적인 감사”라고 일축하고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250개 지자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지만, 중복감사를 피하기 위해 서면감사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과잉 또는 중복감사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9일부터 4개지역 암행감찰 감사원은 기관운영감사대상인 서울시 등 6개 광역시와 행자부, 시·도로부터 최근 감사를 받은 100개 지자체에 대해서는 실지감사가 아닌 서면감사로 대신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3년간 감사를 받지 않은 지자체가 전체 67%(168개)에 달하는 만큼 감사사각지대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다음달부터 본격 시작되는 지자체 감사에 앞서 우선 오는 9일부터 30명으로 구성된 지역기동감찰반을 가동, 중부·영남·호남·충청권 등 4개 지역에서 암행감찰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지방재정공시제’ 하반기 10곳 시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를 인터넷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지방재정공시제도’가 내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행정자치부는 2일 지자체의 살림살이 전반을 누구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공시제도를 올 하반기에 10곳에서 시범 실시한 뒤,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공시 표준안을 만들어 부채와 부채 절감노력 등 주요 재정지표에 대한 분석평가와 경상경비 절감, 업무추진 사용 명세서, 감사원 지적사항 및 개선대책, 중앙정부 재정평가 순위,1인당 세수, 전국 지자체 비교평가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공시 표준안에 의무공개사항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지역의 현안이 있으면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중이다. 또 공시대상에 지방채·채권·기금·공유재산의 변동내용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단체장이 제대로 살림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행자부에 이 같은 재정상태를 보고토록 할 방침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대형 공공기관 10개 시·도에 한곳씩

    대형 공공기관 10개 시·도에 한곳씩

    정부는 파급효과가 큰 대규모 공공기관을 10개 광역시·도에 일괄배치키로 했다. 건설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일 국회 건교위 전체회의에서 한국전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이전효과가 큰 공공기관을 수도권과 대전·충남·제주를 제외한 10개 광역시·도에 시·도별로 1개씩 일괄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들은 산업특화 기능군, 유관기능군 등으로 묶어 대전을 제외한 12개 시·도에 지역전략 산업을 고려해 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말까지 수도권 발전대책을 포함한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완료되면 전체 180개 공공기관은 시·도별로 10∼15개 기관(직원수 2000∼3000명)씩 분산 배치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전대상 기관의 이전지역 결정방식과 관련,“정부 일괄배치, 기관-지자체간 합의, 지역별 할당제를 놓고 검토한 결과 정부 일괄배치가 최선의 대안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도별로 1개의 혁신도시를 건설해 다수의 공공기관들을 집단이전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이날 이전대상인 10개 대규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희망 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주택공사는 충남,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는 충북, 가스공사는 인천을 1순위로 꼽았다. 석유공사는 인천, 광업진흥공사는 충남, 농업기반공사는 전북,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충남, 관광공사는 충청권을 가장 높게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은 유치경쟁이 심한 점 등을 이유로 이전희망 지역을 제시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을 선호한 반면 지자체들은 주로 ‘빅5’로 불리는 한국전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가스공사에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또 정부는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인원, 지방세 납부실적, 전체 예산을 근거로 대규모 공공기관과 평균 공공기관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전이 평균 공공기관의 5.3배로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주택공사 3.5배, 토지공사 3.2배, 도로공사는 2.8배, 가스공사는 2.0배 순이었다. 이날 발표로 일단 정부의 청사진이 나왔지만 확정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공기관들이 수도권 인근지역을 이전희망지로 꼽은 것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또 희망기관과 희망지자체가 서로 엇갈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공공기관이전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2조원으로 추산되나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자산(토지·건물) 매각대금은 8조 7000억원”이라며 “3조 3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추가 재정소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특별회계를 만들거나 (정부가) 차입하는 방식이 있다.”고 소개한 뒤 “특별회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며 현재 정부에서 (특별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설] 경남도의 은퇴자 모시기 경쟁

    경남의 일선 시·군들이 인구증가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도시지역의 은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농촌지역이 이미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지자체들의 이러한 노력은 인구 감소속도를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려면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일과 노후생활을 연계할 수 있는 농촌지역이나 지방의 중소도시가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별도의 조례까지 제정하며 다양한 실버 프로그램과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는 경남 지자체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욕만 앞섰지 수요자인 은퇴 중산층들을 유인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다.1990년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겨난 고급 실버타운이 성공리에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은 맞춤식 공급방식을 통해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베끼기식’ 프로그램으로 덤벼들었다가는 한두해만에 문을 닫은 ‘은퇴농장’의 복사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는 중앙정부나 농업기반공사 등 일부 공기업이 추진하려는 실버시범사업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뒤 지자체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선행과제라고 본다. 섣부른 민자유치보다는 실버타운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자체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반드시 감안돼야 한다. 특히 실버사업이 단체장의 치적용 사업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