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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코시안도 코리안” 뒷받침할 제도 시급/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광주발 서울행 KTX 고속열차 안. 정말 오랜만에, 옛 고등학교 동창 M을 만난다. 건장한 체구에 얼굴마저 검붉고 넓적해서 마치 내 고향 해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M 선생. 그는 현재 전남 화순에서 중학교 체육선생으로 재직 중이다. 전북 정읍역을 지나고 있을 때다. 친구는 불쑥 최근 농촌지역의 큰 현안으로 대두된 ‘결혼 이민자와 취학 자녀’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를 쏟아놓는다. “어이 친구, 자네는 ‘코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각지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을 온 여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0% 정도가 그녀들이 낳은 자식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가 싶네. 또 그런 예측 통계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네.” 코시안이라? 코시안(Kosian)이란 말은 본래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각국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2세, 특히 한국인과 결혼하여 낳은 자녀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련 당사자들은 이 말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신들도 이제는 ‘어엿한 코리안’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의 친구인 M선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화순군 관내 한 초등학교의 현황이랄까 사정을 예로 들려준다. “어이 친구, 화순의 D초등학교 경우 올해 3월초에 입학한 신입생 15명 중 9명이 아시아 지역에서 온 이민자 자녀들이라네. 물론 이 중에는 러시아 신부가 낳은 아이도 한 명인가 끼어있다고 하거든. 자아, 이렇게 본다면 이제 전라도의 농촌지역 학교도 60% 이상이나 이민자 학생들로 채워지게 됐다는 얘기인데…. 아마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상황일 거야.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랄까 대안이 바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러겠는가, 친구야!” 친구 M선생과 용산역에서 헤어진 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봤더니 과연 결혼이민자 자녀들의 증가 추세는 놀라운 모습이다. 먼저 결혼이민자 가구에 있어서 광주광역시 경우 올해 4월말로 1806가구, 지난해와 비교해 연간 51% 증가한 수치이고 전남은 3777가구(지난해 3537가구)를 기록하고 있다. 취학 아동수는 광주는 지난해 194명에서 322명으로 증가했고 전남은 전체 취학 아동수가 1500명인데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1364명이다. 지난해 말 전체 취학 아동수가 878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가 100% 증가한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 전남도는 본청과 순천·나주·영암 등 4곳에 ‘결혼이민자가족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외의 대다수 군단위에서는 그것마저도 없다. 해당 이민자들이 조사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어 그중 한 어려움이다. 아마 이런 현상은 가히 전국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농촌지역이 많은 전남의 경우 그 심각성이 커 이에 대한 연구와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론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도 그렇다는 의견이다. 코시안? 아니 결혼이민자와 그들 가족들이 떳떳하게 한국인으로,‘코리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적인 행정시스템과 교육시스템 그리고 민간협조기구도 하루빨리 발족·정착·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한국옷을 입고,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자녀들을 낳아 기르는 한 그들도 분명히 당당한 코리안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 [지방시대] 대구 뮤지컬 산업 경쟁력 강화 시급하다/오창균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구가 변화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섬유도시로 명성을 날리던 고장이 이제 새로운 산업 키우기에 나서면서 거듭나려 한다. 주된 관심 대상 중 하나가 뮤지컬이다. 실제로 요즘 대구를 찾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공연의 풍성함에 적잖이 놀란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공연마다 객석이 꽉 찬 광경을 볼 때는 도무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크고 작은 극장에서도 창작과 소개 활동이 활발하다. 여기에다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까지 열려 ‘캣츠’ ‘지킬 앤 하이드’ ‘시스터액트’가 열혈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니, 어느덧 대구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오늘날 공연산업은 여가 확산과 소득 증대에 따라 성장세가 뚜렷한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뮤지컬 시장이다.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르러 확실한 유망 문화 콘텐츠로 떠올랐다. 대구시민의 유료 공연 수요 역시 상당해 서울을 제외한 국내 다른 도시들 수준을 넘어선다. 이를 놓칠세라 대구시는 국제적 뮤지컬 도시 만들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의욕이 넘치고 안팎 사정이 우호적이라 해도 뜻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다.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앙정부의 관심없이 지방 몫은 없기 때문이다. 지방 문화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열악한 처지의 대구에서 모처럼 가능성을 드러낸 뮤지컬 산업이 튼튼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눈길 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적극적인 재정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구시가 그리는 뮤지컬 산업 육성은 헛된 꿈에 머물 뿐 강한 토대를 다져가기 어렵다. 우리 헌법 전문을 보면,“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아울러 제117조 제1항은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명시된 내용과 다소 다른 결과를 낳았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물론 중앙정부의 관심이나 재정지원이 대구 뮤지컬 산업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줄 절대 요소는 아니다. 일찍이 대구는 그 사실을 섬유 분야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당시 지역 섬유산업 관련 주체들은 자기완결형 체계 구축을 서두르기보다 큼직큼직한 하드웨어 조성에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디자인, 봉제, 마케팅 기술 개발과 고급인력 양성은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숱한 비판에 부딪혀야 했다. 대구는 뮤지컬 산업 기반이 엄청나게 약하다. 뉴욕, 런던,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적인 뮤지컬 공연 도시들이 지닌 특유의 판타지에 비해 대구는 미성숙 단계다. 공연시설도 번듯하게 내세우기 쑥스러울 정도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독특한 도시 판타지 조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자면 지역 스스로 도시 속에 문화를 담아내려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실천해야 한다. 오창균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CEO칼럼’ ‘녹색공간’ ‘문화마당’ ‘옴부즈맨칼럼’ ‘지방시대’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 ‘CEO칼럼’은 경영현장 리더들의 생생한 경험을 소개하며,‘녹색공간’은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환경칼럼입니다.‘문화마당’은 문화현장을 다각도로 조명하며,‘옴부즈맨칼럼’은 서울신문을 비롯한 언론보도를 날카롭게 분석·비평합니다.‘지방시대’는 지역별 전문가들이 중앙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모색합니다.■ 오피니언면 필진 명단(무순)●CEO칼럼 신상훈(신한은행장) 조영주(KTF 사장) 박창규(대우건설 사장) 송진철(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이영하(LG전자 사장) 유용종(워커힐 사장)●녹색공간 민경석(경북대 교수·물환경학회장) 한면희(녹색대학 대표) 김제남(녹색연합 정책위원) 안준관(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문화마당 이태동(서강대 명예교수·영문학)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신경숙(소설가) 허동현(경희대 교수·사학)●옴부즈맨칼럼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 김사승(숭실대 교수·언론) 최영재(한림대 교수·언론) 전혜영(고려대 학보사 편집국장·국문과 3년) 황용석(건국대 교수·신문방송) 금희조(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지방시대 임정덕(부산대 교수·경제) 오창균(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김준태(조선대 교수·시인) 방은령(한서대 교수·아동청소년복지) 김선범(울산대 교수·건축) 최형재(전주아름다운가게 대표) 남기헌(충청대 교수·행정) 송재호(제주대 교수·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 [지방시대] 지역별 협력이 상생의 길/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최근 전남 신안에 있는 흑산도와 홍도를 다녀왔다. 홍어, 전복, 해삼 등 풍부한 먹거리가 우리를 반겼고, 섬사람들의 친절한 안내와 인심은 우리 일행을 흡족하게 했다.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곳이었다. 작은 섬이었지만 2박3일 일정으로 아름다움을 모두 느끼기에는 너무 촉박했다. 외국 여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 반성의 시간이었으며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해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 소중한 시간이 됐다. 이 지면에 홍도, 흑산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지면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황홀한 모습을 내가 소개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직접 한번 경험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만약 괜히 왔다고 야속한 생각을 하게 된 방문객이 있다면 지역 주민과 협의해 보상해 줄 용의가 있다는 말로 확실한 보장을 하고 싶다. 이쯤에서 흑산도 홍도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말 만족스러운 방문이었지만 귀에 거슬린 한 가지가 있어 지적해 주고 싶은 것이다. 흑산도에서 안내를 하는 분이나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흑산도에 있는 상품이 진품이고, 반대로 홍도 분들은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부엌에 가서 얘기를 들으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 들어가서 얘기를 들으면 시어머니 말이 맞아 누구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두 섬사람들의 말을 들은 뒤 음식을 먹자니 나도 모르게 이 음식은 자연산일까? 국내산일까? 의심하는 속 좁은 사람이 돼 있었다. 물론 한정된 관광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해 수입을 높이려는 지역 주민의 경쟁심이 지나쳐 일부의 사람만 그러리라 이해한다. 섬에 계시는 분들이 더 잘 알지만 양쪽을 서로 칭찬하고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이 두 섬의 살 길이다. 만약 두 섬 주민간 불신이 생긴다면 관광객은 다른 볼거리를 찾아 떠날 것이다. 몇십년 전만 해도 ‘길거리의 강아지도 돈을 물고 가게에 갔다.’는 관광 안내원의 말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수입이 주민들의 경쟁심을 자극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 가라 했듯이, 홍도는 흑산도로 관광객을 유인하고, 흑산도는 홍도로 손님을 유인하는 방법이 두 지역이 같이 잘사는 방법이요, 옛 영화를 되돌리는 길임을 확신하기에 이러한 운동을 전개해 보길 권한다. 이런 일이 비단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산품 경쟁이나, 유명인사 출신지, 설화 배경을 놓고 대결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이 국정의 주요 방향 중 하나였다. 지역별로 이제 지역도 살 만하게 되었다며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어떤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은 똘똘 뭉쳐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연대는커녕 ‘나만 살면 된다.’는 자세로 타 지역을 폄하하고 비난하면서 지역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과정은 치열한 투쟁의 역사였다. 물론 상대는 경쟁자인 지역이 아니라 중앙 권력이었다. 모든 정보와 권력이 집중된 수도권에 맞서 연대해 경쟁했어야 할 지역이 공격방향을 잘못 찾은 것이 지역균형발전이 더뎌진 이유이다. 홍도와 흑산도가 서로 도와야 더 잘살 수 있듯이 지역이 연대하는 것이 지역이 사는 길이요, 수도권과 상생하는 길이다. 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 [지방시대] ‘하버 리더스클럽’이 필요하다’/임정덕 부산대 교수

    부산의 경제는 항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산대 동북아지역혁신연구원은 항만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말 기준으로 사업체수의 8.8%, 종사자의 10.3%, 생산액의 20.7%를 차지하고 부가가치도 20.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계획이 수립되고 시작됐을 때 가장 먼저 산업화된 지역이 부산이었다. 항만과 항만 관련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산의 주력 산업은 항만을 떼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부산은 세계 항로상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고 유라시아 대륙을 배후지로 두는 등 항만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부산항이 세계적인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항만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기능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컨테이너 물동량과 항만 부가가치에서 부산에 훨씬 앞서 있고 로테르담은 물동량에서 부산에 훨씬 못 미치지만 항만 관련 부가가치면에서는 부산보다 월등히 앞선다. 예로부터 ‘항만을 가진 도시 중에 못 사는 도시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항만이 있는 부산이 지금 국내에서조차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역경제 발전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의 성패는 사람이 좌우한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길러야 하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시켜야 한다. 부산에는 항만 관련 인재를 기르는 고등교육기관이 있고 항만 관련산업 종사자나 기업가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 있다. 이들 과정에서 배출된 기업가를 한데 묶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들 기업가를 통해 지역산업정책 수립에서 기업 등 산업계의 목소리가 전달돼야 하고 항만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제안도 계속돼야 한다. 또 경쟁 항만과 도시가 어떻게 준비하는가 살펴봐야 하고, 우리 스스로의 국제적 비즈니스 맨 면모도 갖춰야 한다. 세계를 보는 눈과 세계를 향한 산업 활동만이 부산항이 사는 길이란 말이다. 이를 위해 항만 정책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한 항만연구 모임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부산대 동북아지역혁신연구원이 개설한 ‘항만 물류혁신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중심이 돼 준비 중인 ‘하버 리더스 클럽(Harbor Leader’s Club)’은 눈여볼 만한 모임이다. 이 클럽은 항만물류 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해 비즈니스 클럽을 만들고 부산항 물류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 모임은 부산의 산업 중심인 항만 관련 산업이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동북아 항만도시의 유사한 성격을 가진 단체와 자매결연 또는 연대해 공동 번영을 꾀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만약 동북아 도시에 이런 성격의 단체가 없으면 앞으로 우리가 결성을 유도, 동북아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면 된다. 선진국이나 선진 항만도시에는 항만 관련 클럽과 클럽하우스가 반드시 있다. 클럽 가입은 개인에게 영예스러운 일이며 지역 기업가로서의 활동과 자격을 인정받는 수단이 된다. 물론 사교의 기능도 가진다. 이제 부산에서도 항만 산업 및 업종과 관련한 클럽과 모임이 많이 결성돼야 한다. 이들 모임을 통해 기업과 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을 활성화하고 품격과 품위를 갖춘 교양인도 많이 배출해야 한다. 이들이 부산의 경제와 지역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임정덕 부산대 교수
  • [지방시대] 공무원 퇴출,기준과 원칙 엉성하다/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충청도 사람을 평가할 때 ‘매사에 느림보’라는 말로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며칠 전 충북지역에 지역학자 모임인 지방자치학회와 시민단체가 주최하고 대학의 연구소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있었다. 주제는 ‘무능 공무원 3% 퇴출제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느림보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무능 공무원 3% 퇴출운동은 울산시를 시작으로 서울시 등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이미 논의 중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무능 공무원 퇴출 정책은 지자체장의 소신에 의한 혁신 차원의 제기이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단체장들이 원론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지역 학자와 개혁의 선두격인 시민단체가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의미 또한 남다르다. 이 시점에서 ‘무능 공무원 3% 퇴출정책’이 왜 제기됐는가. 작지만 강한 정부를 만들어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증진, 주민만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공무원이 전문성이 있고 친절해야 지방정부도 경쟁력이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라고 규정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민만족 행정서비스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무원을 보는 주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시간외 근무수당 수령사건, 공무원 인사와 관련된 금품수수사건, 기타 윤리성 부족에 의한 예산낭비 사례를 접하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무능·태만 공무원에 대한 의무 퇴출계획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3.8%, 잘못된 조치라는 의견은 16.3%로 나타났다. 많은 주민이 무능 공무원을 퇴출하는 정책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토론자 모두가 “정부 경쟁력 향상의 일환으로 공무원 조직의 개혁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일부 자치단체의 무능 공무원 3% 퇴출정책이 지니는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몇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충북지역의 일부 단체장들은 무능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공직개혁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기존 자치단체에서 제시한 공무원 퇴출 정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퇴출 대상의 선정이나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성실이나 부적격이라는 포괄적인 기준제시에 문제가 있다. 또한 자치단체 경쟁력 증대 차원에서 퇴출제를 추진하기보다 자치단체장의 선언적 결정에 따라 추진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체장의 의도에 따라 퇴출제가 변질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지방정부에서 시행 중인 무능 공무원 퇴출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몇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기존의 임용과정, 배치전환과정, 교육훈련과정, 성과평가과정의 인사개혁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이들의 연장선상에서 퇴출 공무원을 가려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1회성 평가보다는 공무원 실적평가제의 제도화를 통해 평가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기적인 평가와 평가에 따른 교육훈련의 실시 등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단체장의 전제적인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의회 역할 강화, 인사청문회제 도입, 인사위원회 구성 및 역할의 독립성 강화방안이 있어야 한다. BSC(Balanced Scorecard·성과평가제) 등 도입으로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높은 공무원에게 합당한 보상과 승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당근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 [지방시대] 울산 신도심의 도시관리/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울산의 신도심은 울산이 시가 된 1962년부터 지금까지 역동적인 도시개발의 진원지이다. 신도심은 또 공업도시 울산의 산업화와 상업화의 첨병이자 도시개발의 광풍과 소비문화의 질곡, 도시문화의 질펀함이 밤낮으로 대비되는 곳이다. 신도심은 100만평이 넘는 대공원과 월드컵축구장, 국제 규격의 수영장과 양궁장, 문화예술회관, 법조타운, 대학, 울산역과 종합터미널, 국가공단까지 갖추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이 하나의 축을 이뤄 공존하고, 인간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한계 사이에서 굉음을 쏟아 내는 곳이다. 하지만 신도심은 지금 숨이 가쁘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들은 도시의 ‘허구적 랜드마크’로 추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구도심과 다른 에너지가 넘친다. 오늘과 내일뿐, 어제는 없었던 도시처럼…. 이같이 구도심과 지극히 대비되는 곳이 신도심이다. 울산은 한국 근대사의 전환점에 섰던 유일한 경제도시였고 지금은 한국의 ‘산업수도’이다. 울산에서의 공업화, 울산의 ‘공해도시화’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가능했을까. 이는 심도심이 해왔던 두 얼굴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대화, 산업화, 도시화 상징으로서의 신도심은 어떤 틀속에서 관리되고 만들어져야 할까. 구도심이 역사성 복원이 우선 과제라면, 신도심은 현대성의 관리가 당면 과제일 것이다. 신도심은 구도심과 달리 역사성보다는 역동성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울산·온산의 두 개 국가산업단지와 산·강·바다 등 자연의 연계를 통해 도심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또 신도심의 도시관리는 새로운 것을 채워 넣기보다 채워져 있는 것을 잘 정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베를린·뉴욕·파리·도쿄·런던·보스턴 등 세계의 대도시들은 이제 도시 리노베이션,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관리와 이미지 개선에 힘쏟고 있다. 조그만 블록 도시환경을 개선해 시범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판 1개라도 제대로 정비된 격조있는 거리, 멋스러운 건축물과 색채가 조화된 가로는 건축물들을 조금만 개선해도 가능한 일이다. 이웃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처럼 건축물을 통한 환경 개선이나,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처럼 주요 지점에 잘된 건축물 몇개만 자리잡도록 유도해도 도시 전체의 품격이 살아난다. 기존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그 품격이 다시 주변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선순환이 도시정비의 물꼬가 되도록 해야 한다. 2007년 지금, 울산의 재개발이나 재건축 붐은 도시의 고품격화가 아니라 시한부 도시의 광풍을 보는 듯해 어떤 전율까지 느끼게 된다. 저렇게 많이, 저렇게 높이, 저렇게 마구잡이로 개발해도 되는 것일까? 저렇게 많이 짓는 데도 분양가는 왜 그리 높을까? 도시의 격에 맞지 않는 고층들이 즐비한 태화강가에서 느끼게 될 괴이한 도시경관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미친듯 부수고 새로 짓는다. 울산은 이제 차분하게 도시관리를 생각할 때다. 돈이 되니까, 이윤이 크니까, 제도가 그러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까 해도 된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발과 보존을 ‘제대로’하자는 말이다. 제대로 된 틀에서, 제대로 된 정신으로,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려는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자꾸만 새로 만들어 끼우기보다는 끼워져 있는 것들을 잘 관리하고 정비하는 ‘제대로 된 틀’을 갖추는 것이 절실한 때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 [지방시대] FTA와 제주농업의 활로/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주농업, 특히 감귤과 축산이 감당해야 할 타격이 만만치 않다. 준비된 개방, 적극적인 응전이 필요하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두바이, 가난했던 나라 두바이는 상상력 하나만으로 사막 위의 뉴욕을 세웠다. 거기에는 가능성을 향한 꿈과 이를 채워가는 창의력, 실천력이 있었다. 과감하면서도 열린 리더십이 바탕이 되어 꿈과 비전을 펼치고 실천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우리도 FTA를 계기로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옹골차게 내놓을 때가 되었다. 이 위기를 우리의 삶과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기회로 전환할 새로운 모드가 필요하다. 최근 제주의 성장속도를 보면 매우 더디다. 더딘 성장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속성장을 위한 엔진, 즉 촉매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통섭, 즉 복·융합화이다. 그 시작은 관광과 농업, 그리고 환경의 만남에 있다. 농업은 농업대로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여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고, 관광은 관광대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농촌관광, 체험관광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막대한 투자비나 판로, 가격 등 농민들이 안고 있는 친환경 농업에 대한 불안 요소들을 효율적인 제도를 통해 해소해 준다면, 친환경농법은 ‘삼다수’에 이은 청정제주의 또 다른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청정 독립국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하고 집중화하며, 각종 농가 부채를 해결해 준다면 농민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근심과 부담을 덜고 농사만 지을 수 있게 된다. 먹는 샘물 ‘삼다수’의 기업가치는 무려 5000억원에 달한다. 하루평균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면 에비앙을 능가하는 초일류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으며, 이것은 제주가 지닌 많은 상상력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돈’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느 것보다 눈여겨볼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관광을 성장동력으로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임팩트가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관광객 카지노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가족과 함께 예술과 문화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가족명소가 된지 오래다.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고 있다. 관광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쇼핑. 현재 재경부와 관세청이 갖고 있는 면세에 대한 권한을 자치도로 가져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한도를 높여 전 세계 각종 브랜드와 상품을 제주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한다면 면세점 쇼핑이 제주관광의 충분한 매력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자고 하는 것이 특별자치 아닌가. 특별자치의 혜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FTA는 당장은 제주에 타격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것들을 뒤돌아보게 하는, 급변하며 돌아가는 세계의 상황을 인지하게 하는, 그래서 온고지신(溫故知新)하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전히 잠재된 가능성을 무한히 간직한 제주는 이것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단, 새로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효율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제주만이 간직한 매력요인들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발상의 전환, 블루오션은 어려운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지방시대] 우리의 우모자(umoja)를 찾아서/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지난달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연단의 뮤지컬 ‘우모자’를 감상했다. 무대 한쪽에서 나이 지긋한 모습의 내레이터가 자신의 지난 삶을 회상하면,40명 정도의 배우들은 노래와 춤으로 그 삶을 표현하였다. 나를 비롯한 모든 관객들은 그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몸놀림을 할 때 흥에 겨워 몸을 들썩거리다가도 영혼을 태우듯 신비한 소리를 내뿜으면 숨을 죽이며 무대 속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뭐 특별한 것은 없었다.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한 무대장치로 관객에게 볼거리를 서비스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40명 정도의 배우들이 번갈아 가며 무대로 나와 노래하고 춤을 출 뿐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마치 머리 한쪽을 얻어맞은 듯 멍한 느낌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우모자를 보기 전 내 머릿속에 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주민들의 모습은 고난과 억압에 찌든 가엾은 모습이었다. 만델라를 통해 비로소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비스러운 소리를 내뿜으며 열정적으로 무대를 휘젓는 그들에게서 가엾은 원주민들의 모습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지난 세월동안 자신들이 늘 살아있었고 힘이 있었으며 행복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어찌 그들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았겠는가. 인간으로서의 치욕은 또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겠는가. 그들의 삶이 척박하고 억압과 고통의 세월이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 우모자는 ‘함께하는 정신(the spirit of togetherness)’이라고 한다. 내레이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주민들의 지난 세월을 우모자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힘든 날엔 힘들어서, 기쁠 때는 기뻐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고 했다. 그저 눈을 마주치면 흥얼거리게 되고 서로 장단을 맞추고 두드리다 보면 저절로 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에게 우모자는 바로 노래와 춤이었다. 내레이터는 앞으로도 그들의 삶이 우모자와 함께 변치 않을 것이며 여전히 행복할 거라고 말했다. 신기한 것은 나 또한 그들의 삶이 진정 행복하게 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고통 속에서 기쁨을 찾고 즐기는 에너지가 있었으며 가난을 힘들어하지 않는 영혼이 늘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가슴 아픈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모습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묘사하였던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따갑도록 듣는 얘기중의 하나가 ‘오천년 한의 역사’다. 그 얘길 듣고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늘 당하고, 슬프고, 한심하다는 느낌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충청권은 역사적으로 백제의 흔적이 가장 깊게 깔려있는데 이 역시 ‘패망의 역사’로 전달된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힘이 빠지고 불쌍해서 가엾기만 한 것이다. 우리도 좀 다르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사실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이름을 좀 바꿔주자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지난 삶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를 붙여주면 안 될까. 언제까지 우리의 삶을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인가.‘한 많은’ 역사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영혼’의 역사로,‘패망의’ 역사가 아닌 ‘투쟁과 승화’의 역사로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 우리도 지난 삶을 자랑스러워하고 앞으로 희망과 긍지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 [지방시대] 5·18정신의 진정한 의미/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예증하듯이 5·18은 엄청난 상처였으나 마침내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졌다.12·12와 5·17 쿠데타에 이어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 세력이 민족과 민주주의에 준거한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었음이 그것이다. 이른바 전직 두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세기적 재판’을 받기 위해 ‘나란히’ 법정에 서야 했다. 1996년, 대법원은 피고들을 판결하면서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명백한 선언을 했다. 1980년 5월 이후 계속되어온 ‘5월싸움’은 어김없이 모든 시민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먼저 5·18은 시인 김정환이 노래했듯이 ‘끝까지 우리들 인간성을 배반하지 않았던’ 나눔과 베풂의 문화를 창출한 공동선의 전범(典範)을 보여주었다. 계엄군이 투입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광주시민들끼리는 살인·강도·절도사건 하나 없이 모두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를 아름답게 재현했는데 그것이 이후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도덕적 모델이 되었다. 둘째로 분단국가에서는 여차하면 군부세력이 출몰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5·18의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시민대중은 국토와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세에 의존하는 단순한 환상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 일어서자는 의지가 확실한 목소리로 표출되었다는 것이고 넷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부문 운동이 종국엔 하나로 만나는 연대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다섯째로는 1948년의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 거창민간인학살사건의 재조명과 역사재평가운동 등이 그것이다. 여섯째로는 불교·천주교·개신교 등이 각 종파를 초월하여 ‘함께하는 나라사랑운동’이 우선 큰 족적을 남겼다. 그렇다. 이 땅의 민주주의운동과 통일운동에 온몸을 바친 젊은 영혼들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는 경구가 말해주고 있듯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5·18의 연장선상에서 촉발된 1987년 ‘6월항쟁’에 동참한 대다수 국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마침내 나라발전에 커다란 활력소를 불어넣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5·18은 우리나라 전체구성원과 해외 700만 동포,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의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읽혀지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운동으로 보편성과 영원성을 부여받고 있다. 해마다 5월 그날이 돌아오면 노래처럼 입술에 올리고 싶은 슬로건이 있다.‘5월에서 민주주의로,5월에서 통일로’가 그것이다. 결국 이 말에서 찾아지는 5·18의 진정한 의미는 갈라짐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됨’ 속에서만이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로 손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어루만져주는 세상’그것이 5월정신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 [지방시대] 세계육상대회 성공은 시민의 손에/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대구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그동안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닥치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저마다 수심 가득했던 얼굴이 근래 부쩍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는 이러한 표정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한 시민들이 모처럼 화사한 게 당연하다. 더욱이 육상 불모지에다 중앙정부의 지원조차 충분히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선수와 두터운 마니아 층을 가진 모스크바를 눌러 이겼으니 감격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던 대구가 글로벌 차원의 도시 경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여전히 상당한 저력과 외교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위원회는 세계 곳곳에 개최 의지를 알렸고, 한 치 오차 없이 상세한 부분까지 준비를 마친 가운데 국제육상경기연맹 현지실사단을 맞았다. 여기에다 대구시장은 세련된 감각, 유창한 외국어 실력, 놀라운 스포츠 이해력으로 위원회 활동을 뒷받침했으며, 시민들은 자발적인 참여 속에 엄청난 유치 열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년 후 대규모 육상 잔치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대구의 미래를 바꾸거나 상황 반전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결과는 오로지 지역의 열린 자세와 자원동원 능력에 달렸다. 우선 경제적이고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육상대회 개최 도시는 대구라 하더라도 경북과 한데 어울릴 때 고장의 역사와 다양성이 더 빛난다. 일류 도시, 희망의 도시 대구가 간직한 역동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구미·포항의 산업시설, 경주·안동의 관광자원을 동반 홍보한다면 그야말로 상생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최근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구체적인 실천이기도 하다. 시민 참여의욕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찍이 로스앤젤레스는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에 힘 입어 올림픽을 무사히 마쳤고, 서울 올림픽 당시에도 시민 수만 명이 봉사정신을 발휘했다. 특히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2만 5000여 시민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순조로운 행사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만일 이번 스포츠 제전에서 또 다시 열광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대구는 국내 육상 붐을 조성하고 이웃에 전파하는 전초기지로 재탄생할 게 분명하다. 아울러 시급한 과제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글로벌 기준에 어울리도록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대구사람들의 인식은 세계 수준과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비록 대구는 나라의 관문 구실을 한다거나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에 다소 한계가 따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일 경우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멀리서 찾아 온 손님을 세계 수준에서 대접하는 자세, 국제적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안목이 곧 시민의 능력이자 지역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자칫 빠지기 쉬운 독점의 욕망을 견뎌내야 한다. 일단 대회 유치가 결정되었으니 우쭐해져 그저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 세계육상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마련하고 각 부문에 걸쳐 도약을 이뤄내자면 외부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유연성 발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삼아 알찬 성과로 이어가는 것도 대구시민의 몫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지방시대] 은신처 이론과 지속가능한 사회/최형재 전주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토끼와 늑대가 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면 먼저 토끼가 죽고 이어서 늑대가 죽는다. 물론 토끼와 늑대는 죽는 이유도 방법도 다르다. 초식동물인 토끼는 풀은 뜯어 먹어 보지도 못하고 육식동물인 늑대에게 먹이가 되어 사라지고, 먹이인 토끼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늑대는 먹을 것이 없어져 자신들끼리 싸우다가 굶어 죽거나 상처를 입고 결국 다 죽는다. 그런데 울타리 안에 은신처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토끼는 은신처 안에서 풀을 뜯으면서 살게 되고 이 곳에서 개체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 늑대의 먹이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 은신처 안에 사는 토끼도, 밖에 사는 늑대도 그 환경과 먹잇감에 맞는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하며 살게 된다. 적당한 은신처가 있을 때 종족을 유지하며 같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배고프다고 은신처를 없애버리고 배부르게 먹어버리고 나면 그 다음 소멸 차례는 먹어 없애버린 자들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동물세계의 ‘은신처 이론’이다. 최근 전북지역에서는 자연순환형 사회를 위한 첫걸음으로 ‘전북유채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창립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노란 꽃이 예쁜 유채가 고유가 위기와 화석연료의 과다사용과 대기오염, 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매우 유용한 상품이라는 데 착안하여 유채를 심어온 농민과 에너지 대안을 모색하는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손을 잡았다. 21세기 유채꽃이 아름다움과 식재료를 넘어 지구 환경문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다. 들판을 노랗게 덮은 유채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주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농촌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간다. 유채씨에서 짠 기름은 시민들이 먹거리로 사용하고, 발생된 폐유는 또 바이오디젤유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이 바이오디젤유가 화석연료인 경유를 대체하며,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과 줄기는 가축의 사료나 바이오매스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북은 유채를 비롯한 바이오에너지 확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근대농업이 출발한 대표적인 농도이며, 핵폐기장 갈등을 딛고 에너지 대안을 모색해온 경험이 쌓여 바이오디젤유 생산과 보급에 앞장서 왔다. 정부는 전북 부안을 신재생에너지특구로 지정했고 전라북도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채택하였다. 이렇게 보면 전북은 어느 곳보다 바이오에너지 보급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경제성이나 기술력 면에서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종자확보와 기술, 수송연료에 쓰일 바이오디젤유에 대한 사회적 신뢰, 석유사업법의 개정 등 많은 어려움이 앞에 놓여 있다. 경제성 역시 단순비교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고려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는 일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을 해결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위험과 FTA 타결로 신음하는 농민들의 고통과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이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은신처의 역할은 같이 생존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은신처를 유지하는 것은 여유와 넉넉함, 미래를 고민하고 미래세대에 부채의식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농민들의 희망을 걸어보는 유채에서 같이 생존하는 은신처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꾼 것이 부질없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 최형재 전주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 [지방시대] 돈많은 정부와 불편한 시민/임정덕 부산대 경제학 교수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반영하듯 공기업을 포함한 정부의 씀씀이가 엄청나게 커졌다. 물론 지방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산을 따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내용은 과거와 천양지차이다. 옛날에는 예산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편성되어서 민간 부문에 손을 벌리게 되고 나아가 유착이나 부정부패로 발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아직도 그런 사례가 더러 발생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공공적 감시가 강화돼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부 및 공공기업들만큼 예산을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가 투자하는 사업규모가 ‘조’단위를 넘는 것이 부지기수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정부가 벌이는 각종 사업은 시민 생활과 관련된 것이 많은 편이어서 자연스레 눈에 더 띄게 된다. 우리는 일선 구·군에서 그해 배정된 예산을 소진하려고 연말을 전후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 치우는 등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편성된 예산을 그해 집행하지 않으면 반납해야 할 뿐 아니라 다음해에는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지자체들은 어렵게 따낸 예산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급을 요하지 않는 사업인 보도블록 교체 등에 예산을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다시 말해 예산이 편성돼 있으니까 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더라도 상관하지 않기 때문에 집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돈을 쓰면 좋으니까 큰돈이 들어가는 공공시설도 미리 짓는 등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미리 해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면하는 효과가 있고 예산을 많이 쓸수록 공무원의 업적도 올라가니까 쓰지 않을 도리도 없을 것이다.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에서 부산대앞을 거쳐 미남로터리를 우회하는 ‘산복도로’가 그 대표적 사례중 하나이다. 신설도로인 이 도로는 아직 부산대학을 통과하는 구간의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로 양 옆으로 인도와 가로수가 있어 운치를 더해 주는 한적한 도로였다. 그런데도 지역이 점차 개발되고 주민과 통행량이 늘어나자 수년전부터 관청에서 곳곳에 신호등을 설치해 버린 것이다. 신호등은 교통 안전과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장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당겨 설치해 놓으면 시민 생활에 불필요한 규제를 주게 된다. 많은 운전자들에게 범법의 유혹을 조장하고 법을 지키려는 운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도시의 괴물로 변한다. 범어사 출구 쪽에서 남산고등학교에 이르는 1.2㎞ 정도의 도로에는 신호등이 4개나 설치돼 있다. 이 도로는 인근 금샘초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보행자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차량들은 보행자가 한 사람도 없는 건널목에서 장시간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급한 일부 운전자는 아예 신호를 무시하고 운행을 하는 등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며, 가끔 경찰이 숨어서 신호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함정단속을 하는 좋은 길목의 구실만 한다. 규제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때가 있지만 자율적인 능력이 한계에 이를 때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관은 가로등 하나, 보도블록 한장을 설치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 예산이 낭비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오히려 불편과 법규 위반을 조장하는 구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지식 경제시대이다. 정부에 돈이 너무 많아서 시민들이 불편하고 괴로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 교수
  • [지방시대] 의원들 해외연수 효과 거두려면/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인생에 있어서 청소년기는 정의롭고 진취적인 사고로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나라 지방의회가 재출범한 지도 올해로 십수년째이고 보면 청소년기에 접어든 셈이다. 지난해부터 지방의원이 유급직으로 신분변화가 이뤄졌으니 지방의회의 경쟁력향상을 통한 지방자치제 정착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시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지방의정에 대한 주민의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유급직으로 바뀐 지방의원의 구실이 무보수명예직 시절의 의원활동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지적받는다. 특히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 시각은 매우 냉혹하다. 최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발표한 지방의원의 해외연수 결과분석에서도 이같은 주민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주민 혈세로 가는 지방의원의 해외연수가 진정한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관광성 외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충분한 사전계획이 없이 급조된 일정에 의해 추진되고, 해외연수 결과가 지방정책 수립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해외연수 경비에 대한 정산이 관대하고, 해외연수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은 해외연수 무용론까지 나오게 한다.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선진국의 행정경험 견학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정에 유용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라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다만 주민들이 주장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무용론’을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의원 해외연수가 연수목적에 걸맞은 효과를 거두려면 다음 몇가지 사항을 유의해서 실시해야 한다. 먼저 해외연수가 왜 필요한지 지방의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해외연수 목적, 대상국가 현황, 기존 연수결과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계획을 충분히 세워 알찬 일정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 적용가능한 분야를 선택해 연수 후 정책수립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지역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사업은 선진 사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수 경비도 자치단체 예산집행의 모범이 되도록 정산해야 한다. 셋째 지방의원해외연수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심의위원회 제도가 도입되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해외연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면에서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원이나 공무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가 위원으로 위촉돼야 한다. 회의록도 위원회의 투명성과 독립성 증대를 위해 공개돼야 한다. 넷째 주민들의 동행이 필요하다. 현안문제일수록 지역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다녀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민관이 함께하는 민주주의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고 거버넌스 체제 확립에도 바람직하다. 다섯째 상임위가 다르다는 이유로 몇개의 위원회가 같은 나라, 비슷한 코스로 연수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연수대상 국가가 같으면 상임위원회간 공조체제를 통해서 해당 국가별로 우수사례를 체험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다. 상임위별로 필요한 정보는 연수결과 보고회를 통해서 공유하는 방법도 좋다. 끝으로 공인으로서의 품위유지, 연수시기의 적절한 선택, 비교론적 시각의 외국제도 연구, 연수결과의 심의위원회 보고 및 승인제도 도입 등도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 [지방시대] 울산,역사성 복원을 위하여…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시 승격 45년째인 울산은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신·구 도심이라는 이중구조로 성장해 왔다. 이제 울산은 20대의 열정,30대의 역동을 넘어 40·50대의 여유와 품격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선사시대 암각화와 500년 된 읍성을 갖고 있는 역사도시로서, 반백년 가까이 산업화를 이끈 산업수도로서의 선도적 역할에 어울리는 도시라면 이젠 뒤를 좀 돌아보아야 한다. 역사적 품격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울산의 도시 발원지, 도시의 역사적 원형, 휴먼 스케일의 도시경관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함, 동헌이나 읍성길 같은 오래된 건물과 도로,500년 된 꾸불꾸불한 골목길…. 울산 구도심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된 장소는 따듯하고 정겹다. 이런 울산의 구도심이 최근 울산 최초의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울산의 도시 원형인 구도심에서 일어날 ‘공간혁명’이다. 또 구도심 바로 위에는 새로운 도시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다. 전국 최초의 우정지구 혁신도시 건설사업이다. 넘어야 할 산도 여럿이다. 울산의 구도심에는 도시의 원형인 ‘울산읍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울산 구도심이 새로 갈아입을 옷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틀과 품격으로 만들어져야 할까. 구도심부 재구조화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첫째, 울산읍성의 존재이다. 울산읍성은 울산의 역사적 자존심이며 울산의 도시사적 상징이다. 도시에 하나밖에 없는 노른자요 핵이다. 울산 도시의 발원지이다. 그것을 일부나마 복원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후손을 위한 작은 배려이고 선대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의무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역사적 정체성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 재개발이라는 기회를 이용하여 새로운 틀을 짜되 근본은 도시 역사성에서 찾아야 한다. 도시에 역사가 없으면, 돈은 있어도 혼은 없고, 번영은 있어도 정신은 없는 도시일 뿐이다. 역사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가 좀 많은가. 구도심 재개발의 주제가 도시의 역사성이어야 하고 지속가능성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울산읍성을 중심으로 한 역사공원의 축과 핵을 재개발계획에 과감히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는 재정 확충 문제이다. 역사성 회복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역사적 의미가 있는 토지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 기부나 사회적 환원을 우리로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역사적 장소에 대한 토지 매입은 쉽지 않지만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울산시의 결단으로 태화루의 복원이 급물살을 타는 것을 보면 울산의 역사성 복원 의지는 큰 전기를 맞고 있다. 셋째는 혁신도시와의 관계이다. 지금 울산은 큰 전환점에 서 있다. 역세권, 국립대, 생태도시에다 혁신도시 건설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 혁신도시는 울산 중구의 구도심부 재개발과 맞물린 중요한 도시적 변수이다. 울산의 구도심부는 지금 전통의 보전과 첨단의 혁신도시 개발이라는 양날개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보전과 개발이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이 울산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 도심 재개발과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중구의 도시 재구조화는 울산에 엄청난 기회이면서 위기이기도 하다. 울산의 역사적 전통성을 회복하고 21세기 도시로 도약하느냐, 낡은 19세기적 도시개발 패러다임에 머물러 개발 이익이나 손에 쥐는 낮은 수준의 개발로 마무리를 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역시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도심의 역사적 상징성을 회복하고 도시성을 보존하며 그것을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건강한 의지가 살아 있으면 울산의 내일은 밝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 [지방시대] 농업과 관광의 만남,불어라 열풍아/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이래저래 농가의 한숨과 속앓이가 늘어가고, 또 깊어가고 있다. 농민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도시 빈민들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다 쓰러져가는 농업, 농촌마을 살리기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또한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으나 농업경쟁력, 살기 좋은 농촌마을은 허울만 좋았을 뿐,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숫자놀음과 정책 나열을 벗어던지고, 우리 마을의 미래를 냉정하게 설계하고 실제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을 개발·실행해야 할 때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돌발사태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돈으로 대신해서 막으려는 처방’이 아니라, 농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 대안사업 발굴·육성 등 세 가지 범주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농업과 함께 앞으로 접목을 시도할 관광 등 기존 산업과 미래의 대안산업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폭넓고 사려 깊은 구조조정을 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남아돌 수 있는 농가인력을 다른 산업 부문으로 전환하는 조치까지도 검토할 수도 있다.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 고도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 하나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에 지식기반을 덧붙이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는 생명공학과 정보화 등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해준다. 나아가 지역화와 패션화 등에 의해 관광과 농업을 결합함으로써 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나머지 하나는 농업과 관광을 묶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촌을 위협하는 시장경제의 여건 변화에 적응하면서 ‘농업=생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농촌이라는 하드웨어에 관광서비스란 소프트웨어를 접목함으로써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도시민들은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충전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찾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는 것이다. 농업과 관광의 만남을 위한 기반은 충분히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제 그 만남에 녹색·문화·관광·농업·체험이라는 콘텐츠를 접목시켜 농촌을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다.1차산업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여가와 체험의 2,3차를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6차산업의 기능을 갖추도록 농촌마을 자체를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고, 농촌 부활의 지름길은 농업과 관광과의 만남에 있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시장지향적 구조창출, 친환경 고품질 농업, 농업의 서비스화, 문화와 마케팅의 접목 등 통합개발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생태건강 산촌 만들기, 약쑥과 순무로 승부하는 인천 강화군, 경북 예천군 애그리바이오 클러스터, 백두대간 약초나라 강원 정선군,‘부래미를 팝니다’ 경기 이천시 부래미 마을, 농촌의 일상을 서비스하는 강원 화천군 토고미 마을, 농촌과 예술이 만나는 무안군 월선리, 아비뇽을 꿈꾸는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해신(海神)´을 넘어서고 있는 완도,‘강원도의 힘´ 평창과 정선 등등. 바야흐로 지역이 희망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봄바람은 일기 시작했고, 그 바람은 열풍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불어라 봄바람아, 불어라 열풍아! 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지방시대] 특목고가 과연 사교육 주범인가/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최근 민족사관고등학교는 미국의 AP테스트 주관기관으로부터 전세계 고교 가운데 최고의 학력을 인정받았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내린 평가이지만 이 학교의 기쁨이자, 우리나라의 기쁨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부에서는 민족사관고나 특목고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유는 이들 학교가 ‘너무나’ 좋은 학교환경을 만들고 ‘너무나’ 유익한 교육을 시키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좋은 학교에 가고자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얼마 전 어떤 교육부총리는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양하게 치러지고 있는 이들 고교의 입학전형을 내신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많은 젊은이들이 삼성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촌각을 다투며 공부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쌓고자 어떤 젊은이는 학원을 다니고, 고시원에도 틀어박혀 있다. 이들이 하루 24시간을 투자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데에는 기업의 근무환경이 이런 노력을 하고서도 들어갈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삼성을 보고 너희 기업에 들어가려고 ‘지나치게’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많으니 입사시험 강도를 완화해서 고등학교나 대학성적만으로 뽑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저런 규제로 기업을 조이면서, 결국 정부의 안대로 사원을 뽑게 만들었다고 하자. 이렇게 모인 인력으로 삼성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부가 사교육의 열풍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과 같은 사교육 과열현상이 정상적인 것도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에서 해야 할 일도 지금 같은 정책은 결코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정부의 정책은 민사고와 같은 좋은 학교 프로그램을 공교육을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다. 각 지역마다 민사고나 특목고 수준의 공립학교를 많이 만들어서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가 그런 여력이 없다면 좋은 학교환경을 만들고 있는 사립고교들을 격려하고, 교육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지역마다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면 된다. 그러고 나서 국가는 생활이 어려운 우수 학생들에게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즉 이들에게 필요한 개인교습과 학습환경을 국가가 충분히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에 살지 않아도,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열심히만 노력하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다만 그들의 이런 현상이 사회문제가 덜 되는 것은 다양한 진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대가와 보람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떠한 진로를 선택하든 그들은 당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젊은이들이 무조건 대학에 가려고 하거나 좋은 학교에 가려고 발버둥치는 사교육의 열풍을 탓하기에 앞서 사회에서 다양한 진로를 개발하고 어느 영역에서나 보람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주는 것을 먼저 했어야 했다. 안타깝지만 국가에 대해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민사고나 특목고는 척박한 교육환경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정부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들 학교가 더욱더 좋은 학교가 되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또 어떤 조건의 학생들도 이들 학교에 대한 진학의 꿈을 갖고 그 꿈을 펼치는 데 경제적 여건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특별지원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일이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지방시대] 광주,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어라/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이른바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하 문화중심도시)사업’이 비틀거리다 못해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안개바다에 표류하는 선박과도 같은 모습이어서 난감한 느낌만 안겨줄 뿐이다. 대통령령으로 출범한 지 3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이 사업의 방향이랄까 컨셉트와 목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5·18항쟁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는 설계도면은 어느새 반쪽이 돼 버렸고 새로운 설계를 위한 ‘랜드마크’라는 말이 지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다. 사업의 프로젝트라는 것이 아직까지도 전 시민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여 산 위의 구름처럼 바람이 불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문화종사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랄까 중구난방식 발언들만이 새된 스피커소리처럼 새어나오고 있을 뿐 실재로 사업 컨셉트를 리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대통령 직속 조성위원회), 문화관광부, 광주광역시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에 미래지향적 대안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지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느끼는 바로는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이렇듯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관장부서인 문화관광부와 관할지역 당사자인 광주광역시가 서로 엇박자를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로의 세(勢)를 놓지 않으려는 ‘기(氣)싸움’에 매달리다 보니 중앙부서와 지방부서 간에 미묘한 알력과 파열음이 생기고, 사업에 일관성(일원화)이 없어지고 이원화·삼원화되는 파행으로 치달은 나머지 오늘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광주시민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문광부와 광주광역시가 호흡을 같이하지 못하고 또 여기에다 대통령 직속으로 편재된 조성위원회(‘자문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유발시킨다.)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서 갖가지 불협화음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문광부와 광주광역시, 조성위원회가 서로를 존중하려는 대승적 자세에서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앞으로의 문화중심도시에 대하여 깊은 고뇌와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다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역할분담이 뒤따라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현장기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문화중심도시 사업에는 ‘광주’가 내놓을 컨셉트가 담겨있지 않습니다.”“추진기획단이 만든 두꺼운 책을 아무리 뒤져도 문화중심도시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안 보입니다.”“우뚝 솟은 랜드마크도 중요하지만 ‘민주·평화·통일’을 상징하고 또 그것을 보편적인 한국문화와 세계문화로 발흥시켜 나가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 거대한 문화의 전당을 짓는 하드웨어사업보다도 더 우선적이고 시급한 일이 아닐까요?” 현장기자들도 이런 뜻에서 말했을 것이다. 옛 전남도청에 들어설 아시아문화의 전당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1980년 5월의 ‘Free Gwangju’(자유광주)’를 소프트웨어로 담아 넣을 때 명실공히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생명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민족운동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 민족 전체구성원들의 고통과 줄기찬 희망 속에서 창출된 역사야말로 사실은 최고의 문화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지방시대] 지자체, 외국인노동자 지원에 나서야/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불과 얼마 전 발생한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체류외국인 보호시설 화재 참사는 많은 것을 되짚어보게 했다. 외국인 보호시설의 안전성, 종사자의 자세, 유사시 대처능력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소위 경제대국 한국이 과연 그에 걸맞은 외부인 수용 자세를 갖췄는가 하는 물음도 제기되었다. 이는 대구와 경북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 고스란히 적용 가능한 비판이자 의문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수는 40만명에 이른다. 중소기업 인력난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증가세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대구경북의 경우도 흐름이 유사하다. 최근 외국인노동자 규모가 3만 5000명 수준을 넘어섰는데, 장차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대부분 영세사업장의 갖가지 악조건을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외국인노동자 문제는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의 대응은 상당히 미온적이다. 경기도 일대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주민과 외국인노동자 사이의 경계 허물기에 나선 데 비해 적극성이 훨씬 떨어진다. 심지어 기초자료조차 미비하다. 사안이 지닌 갈등 잠재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거나 국제 노동력 이동을 국가간 상호작용의 결과라 여겨 오로지 중앙정부와 시민단체 관심사로 간주해버린 탓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외국인노동자의 심각한 정체성 혼란, 부적응, 소외는 그저 개인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지역 발전을 해친다. 낯선 환경을 접한 이방인들이 수월하게 자리잡을 때 기업 생산성 향상, 지역 세계화전략 실천, 우호적 외국인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면, 그러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수도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일찍 깨달아 행정과 민간 부문의 협력 속에 열린 지역사회화로 방향을 설정하고, 외국인노동자관련 예산·인력·공간 지원을 서둘렀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앞장섰다. 비록 뒤처진 감이 없지 않으나 대구경북도 한시바삐 외국인노동자를 대하는 시민의식 전환과 제도적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힘 쏟아야 한다. 지역의 세계화 관점에서 접근하면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기피업종 종사자는 뜨내기가 아니라 이웃이 된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 처우 개선은 지역의 인권 여건을 바꾸고 근로의욕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심층 실태조사를 통한 데이터 축적 역시 시급하다. 대구경북의 외국인노동자 수가 얼마인지, 출신국가별 분포는 어떤지, 체류기간과 등록 여부는 어떻게 되는지를 면밀히 파악해 정책수립의 기본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종교기관, 시민단체가 수행한 상담내용을 분석해 외국인노동자 생활환경과 공동체별 요구사항을 유형화할 경우 세부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사실 오늘날 우수 기업이나 인적자원은 대부분 창의적인 지역을 찾아 움직인다고 한다. 이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차이를 들춰내기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을 멀리하는 관용성이다. 서로 다른 문화, 외양, 생각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누구나 낯선 곳에 들어와 편안함을 느끼며 적응하기 쉬워야 놀라운 활력이 생겨난다. 나아가 그 속에서 새로운 지역 경쟁력이 길러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만큼 대구경북은 안팎의 비판과 의문에 지혜롭게 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지방시대] 우리는 비빌 언덕이 필요합니다/최형재 전주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70년대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농사일을 거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논밭에 거름 한 짐을 내고 학교에 가야 했고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4㎞를 달려와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지금이야 부모들이 등·하교뿐 아니라 학원까지 아이들을 모시고(?) 다녀야 하고 행여 고된 일을 시키면 아동학대라는 지적까지 나오지만 그 시절 어린 학생들의 가사노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밭농사를 제외하고 저수지를 확보한 네 마지기와 천수답 다섯 마지기를 짓고 있었는데, 농사라는 게 힘든 일이어서 항상 고달프고 힘든 과정이었다. 그래도 봄 가뭄이 심해 벼를 심지 못하게 될 때 아버지는 가장 힘들어하셨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하셨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하늘을 보고 한숨을 짓는 일 외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모내기 때를 넘기게 되면 메마른 논을 갈아 속는 셈치고 산도(山稻)라는 볍씨를 뿌렸다. 가을에 추수량이 훨씬 떨어지지만 한 톨의 쌀이라도 건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추수철에 산도를 거두며 아버지는 저수지 하나 만들어 물 걱정 없이 농사 좀 지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 저수지를 요즘 말로 하면 ‘사회적 인프라’일 것이다. 지금 지방에선 사회적 인프라 또는 ‘비빌 언덕’을 확보하지 못해 밤잠을 설친다. 중앙정부나 각 정당들이 인프라를 구축해주거나 지방의 비빌 언덕이 되어줘야 함에도 오히려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진흥법) 논의 과정을 보면 원망을 들을 만하다. 진흥법은 2001년부터 문화관광부가 타당성 연구용역을 시작하여 2004년 12월 태권도공원부지로 무주군이 최종 선정되었고,2005년 태권도진흥재단을 설립하며 추진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2월 국회의원 130여명이 발의한 특별법안이다. 진흥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해당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이유는 문화관광위에 계류 중인 경주특별법이 통과되면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당론 때문이다. 경주 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라고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 두 법을 연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진흥법과 경주특별법이 연계될 수 없는 이유를 여기서 논의하기는 지면관계상 어렵다. 더군다나 지역정서가 연계되어 있어 그렇기도 하다. 준비된 법안은 통과시키고 준비되지 않은 법안은 다음 차례에 절차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연계할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안을 연계시켜 진흥법안 통과를 미루는 것은 천수답에 농사짓는 농부가 하늘만 바라보듯 지방에서 국책사업을 하면서 준비도 없이, 계획도 없이 두 손 놓고 중앙만 바라보고 있으라는 격이다. 이번 진흥법만 하여도 절차를 거쳐 준비된 법안을 심의일정도 잡히지 않은 경주특별법과 연계한다는 것은 통과시켜 준다는 공개적인 약속과는 다르게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다. 찬반을 분명히 해줄 때 지방에서는 그 취지에 맞게 준비해나갈 수 있다. 찬성할 뿐만 아니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면 지방에서는 어디를 믿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라는 말인가. 천수답은 모내기철에 올 비가 추수철에 오게 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저수지가 없어 애타는 지방을 위해 중앙정부나 중앙당이 합리적인 사고로 저수지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최형재 전주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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