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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반값 등록금, 지방선거 공약이 아닌 이유/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반값 등록금, 지방선거 공약이 아닌 이유/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이른바 ‘반값 등록금’ 문제로 요즘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연 1000만원대의 고액 등록금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반값 등록금’이라는 아이디어는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 즈음해서 한나라당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용어는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선동적이다. 또 정치인의 발상답다는 생각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솔깃할 만한 ‘당근’이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반값 등록금이 여론에 편승해 목전의 이익만 노리려는 얄팍한 수단이어선 안 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설익은 공약이나 정책을 내세우게 되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공약이나 정책은 쉽게 폐기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나 김해 신공항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인들이 국민 간·지역 간 갈등을 해소해 화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분열과 불화를 유도하는 것은 그 본분이 아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신뢰의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 정치의 목적은 민심의 막힌 곳은 뚫어주고, 꼬인 곳은 풀어주는 데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해법을 고민하고 풀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반값 등록금으로 표현되는 등록금 인하가 단순히 대학만을 옥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여건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단순히 등록금만 내리면 학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등록금 인하를 포함해 학생들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사회경제적인 토대와 틀을 다듬고 점검해 주는 게 정치인들의 몫이다. 시위에 나서는 학생들 틈에 정치인이 동참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의 방향과 이념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은 단순한 상품으로 치부되거나 대체될 수도 없고 대학생을 소비자로, 대학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할 수도 없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대학의 존립 목적과 교육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개인이나 단체는 목적법인인 학교법인을 만들어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당연히 여기에는 재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립학교법은 기본적으로 교육용 목적재산을 전제로 하는 육영사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학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의 형태로 학교 경영에 필요한 비용을 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물론, 학교 재단법인의 수익성은 등록금만으로 학교 경영에 필요한 경비를 망라하는 데 부족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등록금을 걷더라도 거기에는 스스로 내재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수익용 재산이 거의 없거나 제 구실을 못하는 재단에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가를 내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대학은 전적으로 등록금에 학교 운영 경비를 의존하므로 등록금을 고액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등록금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어떤 형태로든 학생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될 수 있는 이유다.
  • [지방시대] 산동네와 인간의 재발견/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산동네와 인간의 재발견/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산동네와 인문학. 얼핏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은 실제로는 매우 밀접하다. 지금까지 빈곤한 마을이나 산동네를 압도한 가치들은 크게 “낡은 집들을 빨리 허물자.”는 개발 논리와 “헌 집 다오, 새 집 줄게.”로 표현되는 재개발 논리, 그리고 도시 외곽 팽창을 통해 이들을 교외화하려는 ‘신도시 논리’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논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세계도시’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적 공간팽창의 메커니즘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말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확장 위주의 ‘세계도시’는 더 이상 유효한 패러다임이 아님이 증명됐다. 그 대신 재생과 복원, 창조의 가치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을 내포하는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을 ‘창조도시’에서 찾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사실, 창조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산동네는 깡그리 밀어버려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해당 도시의 애환과 역사를 간직한 서민적 삶의 보고다. 이러한 산동네를 재생하고, 복원하고, 또 창조하려면 공간 개발에 집중하는 물신적(物神的) 가치보다는 삶의 복원과 재생에 집중하는 인문적(人文的) 가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부분의 산동네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심지보다 상대적으로 공동체의 끈끈한 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공동체 정서는 공간과 문화 재생의 중요한 잠재적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산동네를 재생하려면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을 보존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동네 자체의 정체감을 인식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적 접목이다. 인문학의 궁극적 지향점을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산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재발견’이다. 산동네 주민을 단순하게 조합원 중의 한명으로 보지 않고, 곧 뜯어 없앨 집 한 채의 소유자로 보지 않는 시각이다. 비록 애환을 품고 살아가지만 나름대로 삶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지닌 인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질적인 시각의 차이다. 산동네에 지금 필요한 건 무분별한 개발의 삽질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마음의 쟁기질이다. 사회가 주거문제로 양극화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불편함보다 자존심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인문적 프로그램으로 인간적 체통을 세워주는 데서 주거문제는 접근해야 한다. 산동네의 개발 구상 이전에 공공정책이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 바로 인문적 프로그램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문학은 빈곤, 질병, 알코올, 범죄 등에 대한 기능적 치유뿐만 아니라 삶의 정체감, 자기 존중감, 전통과 공간에 대한 애착, 세상에 대한 배려를 가능케 하는 실존적 역할이 더 크다. 지금 전국의 많은 산동네가 재생철학 없는 무분별한 개발의 손길로 어지럽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인문적 프로그램을 통한 자생적 변화를 보고 싶다. 그건 작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문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후미진 재개발 구역 마을 입구에 스프레이로 뿌려진 글귀가 떠오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자존심이다!’
  • [지방시대] 새 도로명, 준비 - 조정 더 필요하다/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지방시대] 새 도로명, 준비 - 조정 더 필요하다/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새 도로명 주소의 전면 시행이 2년 연기됐다. 도로 명칭에 대한 불만과 혼란이 곳곳에서 발생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앞 도로의 경우를 보면, 대학 정문과 담을 끼고 돌아가는 도로에 ‘최루백로’라는 새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대학가 최루탄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이삼십년 대학에 근무한 사람조차 그 정확한 뜻도, 이름의 유래도 모른다. 알고 보니 옛날 그 지역에 살았다던 효자의 이름이라고 한다. 새 주소 사업이 시작된 1997년 이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막상 시행을 앞두고 불거진 문제들을 보면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시급하고 효과적인 조치와 함께 도로 명칭 조정 등 준비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새 주소 최종 확정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지난해 10월 새 주소가 예비 고지된 이후 명칭 변경에 대한 이의신청을 거쳐 올해 6월 말까지 새 주소가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이의신청 기간도 짧고, 국민들 사이에 오해도 많다.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이 2년 연기된 것은 기존 지번과 새 도로명 주소를 병행 사용하는 기간이 연장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도로명 주소를 법정 주소로 사용하는 시기가 2년 연기되고 그 기간 동안에는 명칭 이의신청을 통해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심지어는 국민 불만이 지속되면 기존 방식대로 되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새 주소 최종 확정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명칭 변경에 대한 이의신청 요건을 완화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새 도로명 주소 거주민의 5분의1 이상 동의를 얻은 이의신청 서명부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한 후 새주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나 지역주민 의견을 취합하기 쉬운 경우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당수 거주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 어디 만만한 일인가? 바꾸고 싶으면 주민 5분의1 이상 변경동의서를 받아오고 그러지 못하면 그냥 사용하라는 것인데, 이건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또한 새 주소 명칭을 조정할 때는 그 초점을 ‘식별력’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새 주소 명칭 부여 사유의 상당수가 필자의 대학 주변 사례와 같이 옛 지명이나 인명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터라 새 주소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찾기 쉬운 이름, 예를 들면 대학이나 이름이 알려진 산업체나 시설물이 있는 주변 도로는 그 명칭을 따서 ‘OO대학로’, ‘OO전자로’, ‘시청로’ 등으로 하면 식별하기가 매우 용이할 것이다. 끝으로, 새 주소 체계에 따르다 보니 같은 동네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이웃 간에 번지수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소 식별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다. 도로명과 일련번호 원칙에 충실한 결과인데, 이 문제는 현실에 맞게 반드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15년 준비했는데, 문제를 안고 무리하게 추진하느니 기왕 늦은 바에 조금 더 준비하고 조정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국민들은 새 주소가 그리 시급하지 않다.
  • [지방시대]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교육자치제가 출범한 1991년 이후, 교육감 선출제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바뀌었다. 교육위원회에 의한 간선제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과 교원단체 선거인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또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방식을 거쳐 2007년부터는 주민직선제로 변경됐다. 그 결과,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최초로 16개 시·도에서 교육감이 선출됐다. 그러나 ‘1인 8표제’ 도입으로 인해 교육감 선출은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주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선거 전부터 ‘로또선거’ ‘줄투표’ 등 잡음에다 과다한 선거비용 등의 논란이 일었고, 선거 후에는 진보와 보수성향의 단체장이 갈등을 빚었다. 현 직선제는 주민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문제점도 많다. 첫째,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후보자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은 선거구역이 같은 해당 시·도지사 선거와 같다. 올해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38억원 이상이 들었고, 경기도의 경우에도 4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둘째, 교육행정과 일반자치단체의 행정은 밀접히 연계돼야 하지만,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이념적으로 충돌하게 되면 협력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셋째, 지금과 같은 동시선거에서는 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며, 이는 정확한 정보 없이 투표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넷째,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고, 프랑스에서는 아예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감 선거는 미국의 일부 주 외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데, 이마저도 2008년 기준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한 14개 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민직선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자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나, 이보다 느슨한 형태로 두 후보자가 정책적 연계를 맺고 출마하는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실적으로 정치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들은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이는 노동계와 교육단체·시민단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유권자가 교육감의 교육이념을 보고 투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우리는 이미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갈등을 경험했다. 현재도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간 정책이념의 차이에 따른 충돌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소모적인 행정비용과 피해는 교육수요자들의 몫이다. 교육감 선거가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도 벗겨보면 어느 선거 못지않게 가장 정치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볼 때, 러닝메이트 제도나 후보자 간 정책연계 표방형은 설득력 있고, 타당하다.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행정-교육 간 협력체계를 수월하게 다질 수도 있다. 결국 이는 교육수요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지방시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5년의 단상/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5년의 단상/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며칠 전 제주의 한 언론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에 위임됐던 경관 관리 책임이 도로 총리실(지원위원회)로 환원돼 제주도의 특별자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제주는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등 굵직한 이슈가 많은 곳이라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이 기사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된 경관 관리 권한을 움켜쥔 특별자치도의 ‘개발 만능주의’가 난개발을 부추기면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벌써 5주년이다. 특별자치 시행 5년을 맞아 제주자치도는 정부와 공동으로 5년 종합평가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이 체감하는 특별자치도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특별자치호’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그간 제주 도정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는 거의 매년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권한을 더 이양해 달라.’는 것. 도민들도 특별자치만 되면 대한민국의 자치시범도가 될 것이며, 더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란 장밋빛 희망 속에 이런 도정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권한 이양이라는 분권 논리의 이면에는 ‘내국인 카지노’나 ‘케이블카’ 등 그동안 도정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개발 드라이브 정책이 감춰져 있다. 물론 이는 제주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에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겉은 성년이되 실제는 아직도 어린아이 수준이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목도한다. 전국적으로 ‘개발지상주의’가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담론으로 통한다. 이는 이른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동안 ‘지방분권’은 ‘균형발전’과 함께 지방자치의 주요한 두 가지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논리적 수단으로만 작용, 균형발전이 토건형(土建型) ‘개발 등권주의’ 양상으로 귀결될 위험을 내포해 왔다. 또 지방분권이 중앙-지방사무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관점보다는 중앙정부의 일을 얼마나 더 가져오느냐의 ‘관-관 분권’으로 인식, 권력분점 양상으로 이해되어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권력 수단으로서 분권에 대한 인식은 지방의 소위 ‘성장연합세력’의 기득권 논리와 맞물려 지방의 정책독점, 권력독점의 또 다른 논리로 작용한다. 개혁 정책이었던 분권이 개혁되어야 할 지방의 권력구조와 기득권 유지 수단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자율’과 ‘참여’의 지방자치 정신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독점과 배제를 통한 지방권력화로 이어져 ‘참여에 의한 협치’라는 지방분권의 기본정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해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진정한 자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의 비전과 소통의 거버넌스를 실천할 수 있는 지역리더와 참여자치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역량있고 깨어 있는 지역주민이 없는 이상,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한동안 빛보다는 그림자를 더 자주 드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지방시대] 분양가상한제 나아갈 길/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분양가상한제 나아갈 길/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신축주택은 하루라도 살았다면 시장에서 중고주택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중고주택은 신축주택가격의 85% 정도 낮은 수준이고, 일본은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중고 아파트 가격이 신축 아파트 평당 구입가격의 64% 정도 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신축주택의 가격은 당연히 중고주택의 가격보다 높다. 너무나 뻔하고도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 각국의 주택시장에서 당연한 얘기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일부지역에서는 중고주택에 비해 신축주택의 가격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그 가격 차가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중고주택의 가격이 신규 분양주택의 새로운 가격기준이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형성에 있어서 나타나는 기이한 문제의 본질은 중고품이 신상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택가격의 전복 현상은 개인의 자산 축적 욕구와 공공의 정책적 판단 오류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주택가격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돼야만 하는, 다시 말해 금융상품화 및 주택의 자본예속화로 인해 주거로부터 자유를 박탈하는 사회풍토에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을 포함한 민간주택 등도 원가에 적정수익률을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것이다. 즉, 주변 주택가격의 시가보다 낮게 신규분양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는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정책적·심리적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 국면에서는 주택사업자의 공급의욕 감소,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사업 지연 및 공급물량 감소, 중고주택에 비해 저렴한 신축주택을 기대하는 투기 수요의 양산으로 인한 주택시장 내 수요 왜곡 현상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의 적극적인 개선 및 폐지가 요구된다. 물론, 전면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85㎡를 초과하는 분양주택에 대해서 폐지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다. 적어도 이 규모의 주택을 분양받고자 하는 수요층은 어느 정도 구매력을 확보하고 있는 계층이며, 일정요건의 금융조건에 부합하면 충분히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60~85㎡ 미만의 주택이나, 60㎡ 미만 소형분양주택의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1인가구, 2인가구의 증가나 고령화로 인해 노인세대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소형주택은 복지적 주택개념에 입각해 신규분양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60~85㎡ 미만의 주택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특성을 살리고, 지역실정에 맞는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괄적이고 무차별적인 분양가상한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서민형의 소형주택은 강력한 가격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중·대형의 주택은 민간사업자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합한 가격수준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주택자본주의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정비해야 할 과제다.
  • [지방시대] 지방 대학과 지자체의 상생/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지방 대학과 지자체의 상생/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우리는 지금 저출산·고령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농촌을 포함한 지방은 상주인구 감소로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대도시로, 또 지방의 대도시에서는 교육 등을 이유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고민은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증가율,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교졸업자가 2012~2015년에는 60만명 초반을 유지하지만 2021년에는 42만 6000여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초·중등은 물론 대학 교육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곧바로 대학의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인구의 감소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위기로 직결된다.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현재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과 지자체의 역할과 소임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그 지역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유형·무형의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 창달은 그 한 예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지식정보화사회,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평생학습사회, 모든 경계가 물리적·화학적 차원에서 무너져 내리고 합쳐지는 융·복합시대 속에서 원리와 체계를 세워주고 있다. 유형과 무형의 세계, 미시와 거시의 세계를 이어주는 철학과 비전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고 이끌어 주는 것은 아무래도 대학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보더라도 오늘날 대학은 또 다른 차원에서 그 역할과 소임이 막중해졌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는 특히 인문학과 순수예술과 같은 영역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들이 그 지역에 상주, 지역사회가 그들이 터득한 지식과 기술과 능력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식생산 연계망을 지역사회의 공공영역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박물관·미디어센터와 같이 공공성이 강조되는 시설물들을 구축하고 늘려나감으로써 지역문화를 창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과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지역의 품격을 고양시킬 수 있다. 지자체의 이러한 정책과 지원은 대학을 학교기업화·취업기관화하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욱 중요하다. 모르는 사이에 대학의 교육적·학문적·사회비판적 가치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오로지 경제적 가치만 부각되는 현 상황에서 바로 대학을 대학답게 살려주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학과 산업체의 협력관계는 대학 내에 설치된 산업협력단을 통하여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으나, 대학과 지자체 간의 협력프로그램은 극히 소수의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과 지자체는 그 지역의 경제적·정신적·문화적 차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역할과 소임에 대한 재인식과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핀란드의 쿠오피오 시가 지역 소재 대학, 정부기관 그리고 기업체 등과 협력해 시와 그 주변을 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웰빙지역으로 만드는 ‘건강쿠오피오 프로그램’은 건강특화도시를 추구하면서 시와 대학과 기업이 상생하는 좋은 본보기다.
  • [지방시대] 굿바이 하야리야(부산주둔 미군부대名)/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굿바이 하야리야(부산주둔 미군부대名)/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부산 도심에 아주 넓은 빈 땅이 있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 주변 53만㎡ 넓이의 이곳에는 작년까지 하야리야 미군부대가 주둔했다. 이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으로 초대 사령관의 고향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일본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경마장으로, 또 징용병의 훈련소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고 미군이 진주하면서 미군부대로 바뀌었다. 이후 지속적인 부산시민의 반환 요구에 힘입어 2010년에 비로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100여 년 만에 돌려받은 애환 서린 장소다. 반환이 되자 그 용도에 대해 갑론을박하던 부산시는 아파트 건축의 유혹을 물리치고 고심 끝에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현재 세계적인 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처럼 넓은 공원이 조성된다면 여느 곳 못지않은 명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공원을 추진하는 과정에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다를 끼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부산의 지형에서 연유하는 부산사람들의 공원에 대한 독특한 인식이다. 부산은 어느 도시보다 많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성 탓에 항상 산과 녹지를 함께 볼 수 있다. 이러한 여유 때문인지 집 주변에 녹지와 공원을 만들려는 갈급함이 그동안 비교적 덜했다. 집만 나서면 10분 이내에 산을 마주해 녹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공원 확산에는 한계가 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평지형, 근린형 공원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부산사람들의 다이내믹한 기질을 반영하듯 완전 녹지형의 평면적인 공원보다는, 일정시설과 테마가 있는 공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하야리야부대 내 50여개소의 건물과 시설을 재생하고 활용해 역사와 콘텐츠가 있는 공원을 조성하기로 시민적 합의를 이룬 건 이같은 맥락에서다. 많은 논의 끝에 이 공원은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식민지와 미군 주둔의 어두운 기억이 많은 세대는 하야리야라는 명칭에 부정적이다. 또 이 땅을 반환받는 데 크게 이바지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시민공원’이라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쨌든 하야리야부대는 이로써 영욕의 세월을 끝내고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이 공원 조성 과정에도 서울과 지방의 차별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용산의 미군기지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정부가 전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나, 하야리야 부지는 지방정부가 알아서 조성해야 한다. 분단의 짐을 나눠야만 했던 냉전시대의 피치 못할 사정은 감안한다 하더라도, 부산의 도심 발전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주변을 슬럼화시켜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도시적 과제는 어떡할 것인가. 국가가 공원 하나라도 조성해 피해주민과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안 그래도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방정부에 1000여억원의 공원 조성 비용을 떠맡기는 건 아무래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공원을 누릴 권리는 보편적 시민권리이기에 서울과 지방을 차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일하는 차별보다 나쁜 것이 노는 것의 차별이다. 하야리야를 보내면서 지역차별도 함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방시대] 재·보궐 선거비용 정치권이 부담하라/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지방시대] 재·보궐 선거비용 정치권이 부담하라/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과학자들이 실험용 쥐 대신 정치인들을 쓸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널린 것이 정치인인 데다가 그들이 어찌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TED2010’ 강연에서 한 말이다. 살신성인 수준의 개그라고 해야 할까? 4·27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 우스갯소리를 떠올리자니 우습지만도 않다. 1998년 이후, 2002년 한해만 빼고 해마다 2~3회의 재·보궐 선거를 우리는 치렀다. 이번 4·27 재·보선은 총 38개 선거구(국회의원 3, 광역단체장 1, 기초단체장 6, 광역의원 5, 기초의원 23)에서 치러진다. 2007년 4·25 재·보선 때의 56곳에 비하면 적지만, 여전히 혈세가 아깝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재·보궐 선거는 아닌 것 같다. 폐해 가운데 으뜸은 무엇보다 돈 낭비다. 민선 4기 선거 후 2009년까지 모두 6차례의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단체장 35명, 광역의원 57명, 기초의원 92명을 다시 뽑는 데 총 425억여원의 시민 혈세를 날렸다고 한다. 이번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는 단일선거구로는 역대 최대인 113억여원이 든다고 한다. 강원도 11개군 평균 한해 예산규모가 2010년 일반회계 기준으로 2000억원을 약간 상회하고, 강원도 군 평균 지방세 수입 규모가 145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비용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그뿐인가? 국회의원 3곳의 보궐선거에 총 36억여원,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가 되어 공석이 된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 등 24곳에 110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위법·비리 등으로 물러나는 선거구 한곳당 수억 내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시민 주머니를 털어 뒷수습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 걸핏하면 원인자 부담 논리를 내세워 시민들에게 공공서비스 비용을 부담 지우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공직을 깁고 때우는 일에까지 시민 혈세를 이용한다면,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전언처럼 정치가 추잡한 사람들을 위한 속물산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재·보궐 선거를 하게 만든 정치인들의 위법과 비리는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기도 하다. 민선자치 16년째지만 투표율은 50%를 넘지 못한다. 지난 5년간 재·보선 평균 투표율도 32% 수준이다. 전체 유권자 10%의 표만 얻고도 당선될 수 있다. 이게 무슨 참여민주주의이고 민선자치인가. 이러니 기초의원제도를 폐지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재·보선 비용 전부를 원인 제공자인 당사자와 소속 정당에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보궐 선거 비용의 1%와 10%를 각각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이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나머지 89%는 잘못 찍은 죄로 유권자가 돈을 내라는 것인데, 현행 제도보다는 좀 낫지만 그건 몇푼 내고 면죄부 주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하면 2007년 경북 청도군처럼 뽑는 군수마다 비리로 물러나 군수선거를 세번씩이나 하는 일이 또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유권자를 속인 당사자와 소속 정당이 100% 부담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 [지방시대] 방사성 물질 유입된 지역의 우려/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방사성 물질 유입된 지역의 우려/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며칠 전 오후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하우스 설치 공사 인부들에게 “내일은 날씨가 좋아도 일하지 마시라.”고 했다. 다음 날 강력한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람 방향이 벌써 동남풍으로 바뀌었다. 서둘러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도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내면서도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난 식목일 세화오일장에서 배추 모종을 사서 정성껏 심었는데, 이 녀석들이 어찌될 것인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초보 농사꾼 주제에 유기농사를 한다고 하여 걱정반 놀림반 식의 시선을 받아온 터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 작은 결실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속에 농사를 지어 왔지만, 이건 도무지 불가항력이다. 그렇게 어렵게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 뭐하나. 이렇게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면. 구제역도 비켜간, 대한민국의 청정지역이라 자부하는 제주도도 방사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원자력의 심각성을 새삼 자각한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를 덮쳐도 이를 감수하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민들이거나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기 때문이다. 필자도 “인체에 위험이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싶다. 그러나 믿음과 현실은 같지만은 않은 법. 설령 백 퍼센트 믿는다 하더라도 이처럼 자주 노출됐을 때 영향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주민은 물론 관광객의 안전까지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제주도와 정부는 방사성물질의 유입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강구하는 게 우선이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제주도는 물론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의 안전 조치를 강구해 주기 바란다. 이참에 원전정책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20년 뒤 중국의 원전은 228기, 일본은 69기로 국내 원전을 빼더라도 300여기에 달하는 원전이 ‘핵 고리’(Ring of Nuclear)를 이루며 한반도를 둘러싸게 된다고 한다. 지금 “그나마 중국에서 사고가 안 나 다행”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중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강 건너 불구경’ 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는 말이다. 새삼 ‘지구촌’, ‘동아시아공동체’라는 표현이 절감되는 요즘이다. 실제 일본발 방사능 공포에 지구촌이 벌벌 떨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대부분의 민족과 나라들은 자국중심주의에 따라 발전을 도모해 왔으며, 경쟁과 전쟁도 불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구촌 한마을이라는 개념보다는 대립과 경쟁, 증오의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사회와 국가 모두 심각하게 병들어 고통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생명의 텃밭인 지구 생태계 자체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이제 우리 자연을 병들게 하는 인간 중심의 이기적 삶을 버려야 한다. 내 나라 중심의 이기적 생각도 버리고 이웃 나라를 내 나라처럼 대해야 한다. 모든 나라가 지구촌 한마을 한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금번 원전사태가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 [지방시대] 기후변화와 토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1)/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기후변화와 토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1)/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에너지 수요,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연소의 결과물인 이산화탄소의 증가, 여기에 유해물질인 에어로졸의 증가까지 보태져 대기 구성 성분의 변화가 기후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빙하 해빙, 북극 해양빙의 퇴각, 북반구의 적설 면적 감소, 해수면 상승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 4차보고서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산업활동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순응하기 위한 녹색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생태계의 보존과 인간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당면과제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토지문제는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의 관리, 주거지의 침수에 따른 새로운 안전·안정적 택지의 공급, 도시용 토지이용의 최소화와 비도시적 토지용도의 확대, 지구 온난화의 저지와 대기정화능력의 향상을 위한 산림자원 보존 등 복잡다양하다. 토지이용과 보전은 늘 대립적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유한한 공간자원인 토지를 최대한 유효하게 이용하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이용과 보전 모두를 조화롭게 이뤄내기 위한 정책방향의 모색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필요한 용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투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토지의 사유화에 의한 소유의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자본이 토지를 투자대상으로 보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향유하기 위한 도시용지 공급 확대와 토지이용 규제 완화로 인한 난개발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2008년 3월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각종 규제완화 정책들을 실시했다. 실용정부 이념을 정부정책의 주요 목표로 토지규제 완화(개발행위허가제, 공장규제완화제도 등의 토지 이용·개발규제 완화 및 각종 개발 사업 시 규제 간소화)와 도시용지 공급확대 정책이 더욱 강조됐다. 2008년 3월~2020년까지 3000㎢, 매년 250㎢의 도시용지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토지이용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비도시지역 내 토지의 도시적 이용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생태계 및 자연식생의 파괴는 복원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 자명하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민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정부의 토지이용 규제완화 노력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존 녹지대를 형성하고 있던 농지와 산지, 그리고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개발제한구역 등을 개발해 도시용지로 공급하는 정책들은 작금의 저탄소화 노력과는 상반되는 것이라 매우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쾌적한 정주공간의 제공은 공공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보전 또한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실용주의 정책은 파괴적으로 국토의 난개발을 조장할 수 있으며, 개발 조장을 위한 규제완화는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순응하기 위한 토지이용은 인간을 위한 토지이용을 최소화하는 길밖에 없다. 과감한 토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 [지방시대] 구제역과 ‘동물복지’/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구제역과 ‘동물복지’/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2000년 경기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이후 수차례 재발한 뒤 이제 다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4시 15분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에서 구제역 발생 신고가 접수된 이후 29일 현재 121일째다. 농림수산식품부 구제역 정보에 의하면 3월 3일 이후에는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지 않고 있고, 구제역 발생상황은 지난 8일 현재 202건의 신고 중 양성 150건, 음성 52건이라고 한다. 구제역 확산 저지를 위해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소·돼지 등 가축은 모두 살처분되어 매장됐다. 그런데 매장지의 지하수 오염 등이 2차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다. 정부는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고 매장하면서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구제역이 완결될 수 없고, 주변 환경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이제 축산정책 당국과 축산농가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특히 축산농가는 이윤 창출을 생각하되 고기와 우유, 달걀 등을 그들의 가족과 같은 국민들이 먹고 마신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 겨울 전국을 휩쓸고 간 구제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관계당국의 안이한 초동대처와 방역당국의 실수, 전문인력의 태부족, 축산농가와 가축분뇨업자·사료업자의 부주의 등이 어우러져 사태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3년에 작성된 구제역 방역백서를 준수하지 않아 구제역이 확산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당사자들의 세심한 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다. 구제역의 발병과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공장식 축산방식에 있다. 공장식 축산방식의 실태를 한번 살펴보자. 닭 한 마리당 차지하는 공간이 A4 용지 한 장보다 작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비좁은 아파트형 닭장 속에서 산다. 이러한 닭장들은 환기도 잘 되지 않고, 햇빛도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바닥도 축축하다. 이런 곳에서는 살모넬라균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번성하기 쉽다. 소나 돼지의 사육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돼지는 자기 몸이 겨우 들어가는 아스팔트 틀 안에서 산다. 돼지는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 사육환경이 청결하지 않으면 폐렴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돼지에게는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어미 소는 새끼를 낳으면 6개월가량 우유가 나온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임신시켜 우유를 나오게 한다. 이처럼 현재의 공장식 축산방식에서는 동물의 본능과 생활습관, 편안함은 철저히 무시되고 오로지 편의적인 가축 관리를 통한 이윤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나 돼지 등 가축들은 하나의 생명체라기보다는 우유나 달걀, 고기 등을 생산하는 기계로 취급되고 있다. 구제역과 같은 돌림병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려면 현재의 공장식 축산방식 대신 가축들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른바 ‘동물 복지’를 지향하는 방식의 축산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도입은 가축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 항생제 수요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양질의 축산물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 [문화계 블로그] 스타합작 패션 그림의 떡?

    [문화계 블로그] 스타합작 패션 그림의 떡?

    배우 오드리 헵번과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는 40년간 친구로 지내며 여성스러운 ‘헵번 스타일’을 남겼다. 마돈나가 세계 순회 공연에서 입은 장 폴 고티에의 황금색 브라는 ‘란제리 룩’의 시초가 됐다. 국내에서도 스타와 패션 브랜드 간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은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해골’ 그림 티셔츠와 야구 점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선보였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패션 매장 ‘10 꼬르소 꼬모’ 3주년을 기념해서다. 제품은 이곳에서 한정 판매 한다. 가수 서인영은 니나리치 액세서리 디자인에 참여해 직접 가방을 만들었다. 아디다스 제품을 즐겨 착용해 온 걸 그룹 2NE1도 ‘위 아 오리지널스’란 이름으로 올 한해 아디다스와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전에도 스타들과 패션 브랜드의 ‘동거’는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협업일 뿐, 엄밀히는 이름을 빌려 주는 형태가 더 많았다. 한 패션 관계자는 “종전에는 협업이라고는 해도 단순히 화보나 광고 모델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빅뱅이나 서인영 등은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스타와 패션의 본격 만남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브랜드는 인지도 및 판매 상승, 스타는 이미지 개선 등의 효과가 따른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으로 간주된다. 이들 제품은 이미 인터넷 쇼핑몰에서 품절된 상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부작용’도 있다. 스타가 참여한 순간 제품 가격대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뱅이 디자인한 휴대전화 케이스는 8만원, 맥북 케이스는 11만 5000원이다. 하얀색 티셔츠는 15만원대, 휘장(와펜)이 몇 개 붙은 야구 점퍼는 무려 320만원이다. 빅뱅의 열성 팬이라도 선뜻 구매하기 힘든 고가인 데다 한정 판매인 탓에 사기도 쉽지 않다. 서인영이 디자인에 참여한 자그마한 탬버린 모양 가방은 30만원이 넘는다. 배낭은 50만원대다. 패션 블로거들은 “연예인이 디자인에 참여하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하기 어려운 튀는 제품이 대부분인데 가격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방시대] 산복도로를 아십니까?/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산복도로를 아십니까?/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국어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는 독특한 곳이 부산에 있다. 산복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시내 전역 산비탈 65㎞에 걸쳐 있는 이 산복도로는 부산의 지형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발달해 왔다. 부산이 산을 등지고 바다와 마주보고 있는 ‘배산임해’(背山臨海) 지형이어서 산등성이에 주거지역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멀리는 식민지시대 부두노동자들의 거주지로, 가깝게는 한국전쟁기에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의 거처로 쓰이면서 종횡으로 넓게 주거지가 발달했고, 이들 지역을 좌우로 연결하려고 도로가 형성됐다. 부산역에서 바다를 등지고 산을 올려다 보면 언덕배기에 촘촘히 들어선 집들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원도심의 산복도로는 연장 35㎞에 4개의 큰 산을 둘러싸고 이어져 있다. 이 원도심 산복도로 주변에는 30여만명의 주민이 가파른 계단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집들을 의지해 살고 있다. 영락없는 고지대다. 혹자는 ‘서민의 마천루’라 부르며 그 궁박함을, 또 다른 사람은 ‘항구도시의 성채(城砦)’라 부르며 경관적 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산사람 누구도 이 산복도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토박이를 제외하고 1960~70년대 대규모 이농으로 부산으로 전입한 많은 세대의 첫 거주지가 대부분 산복도로 주변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 집값이 싸고 텃세가 비교적 덜하기 때문이었으리라. 또, 한국의 산업화를 부산이 이끌던 시절에 부산으로 몰려든 수많은 신발·봉제공장의 근로자들의 부담 없는 주거지가 바로 이 산복도로 언저리였다. 도심으로 내려와서 이것저것 해 보다가 잘 안되면 다시 이곳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서 산복도로를 노래한 어느 시인은 “부산사람의 시작이자 끝이 산복도로”라 했다. 이 산복도로는 이제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전쟁, 근대화,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서민들을 넉넉히 품고 애환을 달래주던 그 역할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은 가파른 계단, 낡은 집, 방범문제 등을 호소하고 있으면서도 이웃 간의 인정, 공동체 유대감 등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산복도로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 르네상스가 복고와 인간성의 결합적 의미라면, 이곳이야말로 르네상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헐벗고 굶주리며 전국에서 피란 온 사람들을 넉넉히 품어 안았던 그 시절의 포용력을 다시 떠올려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또 이곳에도 예외 없이 재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원주민을 내모는 방식보다는, 아직 끈끈한 이웃 간의 정을 살리는 인간중심, 마을중심의 도시 재생을 해 보자는 것이다. 공간, 문화, 생활재생을 기치로 한 주민중심의 마을 만들기다. 이제 이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력수복형’의 르네상스 사업에 국가는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부산은 국가존망의 위기 때 국가와 피란민을 감싸안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도시계획은 엉망이 되고, 원도심의 쇠락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는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과 주민중심의 마을만들기 운동에 국가가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다.
  • [지방시대]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는 신중해야/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지방시대]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는 신중해야/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 교수

    2010년 말 현재 서울 시내에는 32개 구간에 총연장 105.9㎞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돼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혼잡 구간에서 버스통행속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아울러 버스 이용객의 편의 증진, 대중교통 활성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4년까지 2개 구간을 신설하고 4개 구간을 연장시켜 중앙버스차로를 총연장 126.7㎞로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중앙버스차로로 인한 문제점(안전문제, U턴 불편 등)이 누차 거론되어 왔음을 상기하면 앞으로 중앙버스차로를 확대·신설하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동작대로(사당역~이수교차로·약 2.7㎞) 구간을 예로 들어보자. 이 구간에는 2009년 11월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됐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동작대로는 전체적인 교통 흐름이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출퇴근 시간대에 일반차로를 이용하면 남태령에서 이수역까지 4㎞ 정도를 지나는 데 길게는 40~50분이 소요되기도 한다. 전에는 낮 시간대 일반차로의 소통이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지금은 평일 낮 시간대에도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동작대로가 이렇게 더 막히는 이유는 중앙차로 설치로 인해 일반 차로의 수가 감소하고, 버스들이 남태령(가로변 버스전용차로)에서 동작대로(중앙버스차로)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혼잡 때문이다. 마을버스, 지선버스, 통학버스 등은 일반차로를 넘나든다. 동작대로 양 옆에 늘어선 가구점의 트럭, 택배 차량 등은 바깥 차로를 차지하고 있다. 웬일인지 이들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는 건 보기 힘들다. 결국 동작대로의 일반차로는 두개로 줄어든 셈이고, 그나마도 버스와 뒤엉킨다. 그 여파가 남태령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동작대로뿐 아니라 여러 구간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2014년까지 6개 구간에 20여㎞를 더 설치한다니 중앙버스차로를 확대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동작대로도 문제점 해소를 위해 향후 중앙차로를 과천시계까지 2.2㎞를 연장한다는 것인데, 건설 기간의 혼잡과 투입 재원, 효과 등을 예상할 때 결코 좋은 발상은 아닌 것 같다.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꼭 필요하지만 대중교통은 전체 교통체계와 함께 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09년 서울시의 운송수단별 분담률은 버스와 승용차가 각각 27.8%와 25.9%다. 승용차 분담률을 고려할 때 중앙버스차로 때문에 승용차 소통이 악화돼 전체 교통흐름이 나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차로로 인한 문제가 많은데 이를 확대하기보다는 우선 현재의 도로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다시 동작대로를 예로 들면, 우선 중앙차로 시점 연장보다는 바깥차선의 불법 주정차를 철저히 방지해 일반차선 3개를 원활히 작동시키고, 평일에 남태령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시간제로 운용하면 중앙차로를 연장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전체 도로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앙버스차로별 영향분석을 철저히 해서 문제가 있는 구간은 그에 맞는 처방책을 우선 모색해 보고, 중앙차로의 연장이나 신설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지방시대] ‘한국형 복지모델’ 설계가 우선/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한국형 복지모델’ 설계가 우선/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의 사회적 관심은 복지예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만 증가하면 마치 복지정책이 완성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증가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3%보다 낮다. 그러나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성상 불가피하게도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OECD 평균보다 두배 이상 높다. 복지예산 증가만 주장하기에는 곤란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 현장에 시급한 건 뭘까? 첫째, 취약계층에게도 빈곤 탈출과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는 ‘꿈’을 줄 수 있는 ‘맞춤형 복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꼭 지원이 필요한 소수에게 생애주기별로 네트워크형 복지서비스를 집중시켜 결국에는 일자리를 갖게 해야 한다. 현재 방식으로는, 한번 수급자가 되면 그 가족들도 죽을 때까지 같은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둘째, 복지서비스를 줄 경우 추가인력도 동시에 따라붙어야 한다. 가령, 출산장려사업 등 기존에 없던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인력 보충이 불가피하지만 대책이 없다면, 복지사가 그 동안 홀로 사는 노인을 1주일에 한번 방문하던 것을 2주일에 한번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복지서비스 수준이 낮아진다. 따라서, 신규 복지프로그램이 생기면 추가인력 수요를 판단해 공급을 결정하고, 만약 기존에 수행하던 일 가운데 우선순위가 낮은 것이라면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셋째, 복지서비스 비중만큼 담당공무원 비중도 계산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보건복지 부문에 전체 공무원의 27%가 배분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7%에 불과하다. 복지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무원 수가 다르다. 넷째, 복지서비스를 위한 단기간제 근로자들의 배치를 지양해야 한다. 800명 정도의 공무원이 있는 A자치구에 2년 이하 기간제 직원이 300명 정도 있다고 치자. 이는 전국적으로는 10만명 이상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현행법 규정 때문에 2년을 못 채우고 계속 교체되면 복지 대상자들과 정신적 교감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간제 근로자들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든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채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부양 의무자는 있지만, 실제 부양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법 규정상 복지서비스의 사각에 있는 이들은 1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위장이혼을 통해 수급자 조건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수급자격을 갖추려면 3개월 이상 해외체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2개월 20일만 체류하다 귀국하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현장은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특수하다. 이 때문에 복지예산 증가에 좀 더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절박하지 않은 소모적 논쟁은 미룰 일이다. 지금은 복지서비스에 대한 섬세한 재설계가 필요할 때다. 이른바 ‘한국형 복지모델’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이유다.
  • [지방시대] 농고가 부활해야 농촌이 산다/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농고가 부활해야 농촌이 산다/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제주에는 지금 ‘농고’(農高)가 하나도 없다. 지난 8일, 도내 중등교육기관으로는 드물게 100회 졸업생을 배출한 ‘제주고’의 옛 이름은 ‘제주농고’였다. 이 학교는 ‘제주관광산업고’(2000년)를 거쳐 ‘제주고’(2008년)로 두번이나 이름을 바꿨다.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은 골퍼 양용은이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골프 명문교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문이지만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서귀포시에 있는 서귀농고도 ‘서귀포산업과학고’로 명칭이 바뀐 지 오래다. 이뿐일까. ‘농대’(農大)도 사라졌다. 제주도의 유일한 4년제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의 단과대 중 하나인 ‘농과대’도 ‘생명자원과학대’로 문패를 바꿔 단 지가 벌써 7년째다. 교육의 중심이 농학에서 생명공학(BT)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농대라는 간판으로는 신입생 모집이 힘들다는 현실적 고려에 순응한 결과다. 물론 이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제주지역은 이런저런 이유로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실업계고교, 그중에서도 농고로의 진학은 성인이 돼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1차적으로 사회적 좌절을 맛보게 하는 단계였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자존심을 크게 해치는 결과로 인식된 터라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깊게 각인돼 왔다. 이렇듯 농고라는 간판을 바꿔야 했던 그 절박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그간 여러 마을의 이른바 ‘마을만들기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농촌마을의 희망만들기에 도움을 준다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실제는 정부 프로젝트 따기 사업으로 변질되는 등의 불편한 광경들을 목격하게 되면서부터다. 필자 또한 이에 일조한 것 같아 자괴감이 앞선다. 진정 농촌마을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마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농촌에는 사람이 없다. 제주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육지의 농촌은 말 그대로 ‘아기 울음소리 들은 적’이 오래다. 농촌에 청년이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고가 부활돼 갈수록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같은 학교들이 전국에 세워져야 한다. 환경농업마을로 유명한 문당리의 지역리더인 주형로씨가 바로 이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농고에서 배우는 학생들이야말로 자존감 있는 농업인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을지도자로서 당당하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 농업은 제주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했고, 지금도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제주 경제를 실제로 맥박 뛰게 하는 혈액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향후 제주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농고의 부활은 시급하다. 농고의 현판이 제주는 물론, 전국에 하나둘 교문에 다시 세워지는 그날이 조만간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농고가 다시 살아야 농촌이 산다.
  • 할리우드 여배우 극과 극 레드카펫 드레스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빛낸 드레스의 색깔은 흰색, 검정, 빨강이 대세였다. 빛이 반사되어 화려한 느낌이 나는 흰색과, 몸매가 날씬해 보이며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검은색은 전통적으로 레드 카펫에서 사랑받은 색깔. 빨간 드레스는 레드 카펫에 묻힌다는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금기시되었으나 몇 년 전부터 과감하게 선입견을 깨는 여배우들이 늘면서 오히려 입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색깔로 주목받고 있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아랫단이 넓게 퍼져 웨딩드레스 같은 느낌이 드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여신 같은 자태를 뽐냈다. 지난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샌드라 불럭은 베라 왕이 디자인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블랙 스완’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내털리 포트먼은 이 영화의 의상을 맡았던 로다테의 보라색 드레스를 입었다. 로다테의 디자이너인 케이트 앤 로라 멀리비 자매는 임신한 포트먼을 위해 긴 드레이프(주름)로 앞섶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허리선을 부각시키지 않은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니콜 키드먼은 흰색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붉은색 하이힐로 포인트를 주었다. 은으로 수가 놓인 디오르 드레스는 키드먼의 흰 피부와 조화를 이루어 여배우를 더욱 빛나게 했다. 케이트 블란쳇도 지방시의 흰 드레스를 입고, 반클리프 아펠의 빈티지 보석으로 장식했다. 귀네스 팰트로는 캘빈 클라인의 은빛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 브로치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샤론 스톤은 한쪽 어깨를 깃털로 장식해 마치 검은 백조처럼 보이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드레스를 입었다. 올해 아카데미 의상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콜린 앳우드가 받았다. 앳우드는 앨리스가 커지고 작아질 때마다 오트 쿠티르(맞춤복)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다양한 드레스 디자인의 변형으로 눈길을 끌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방시대] 지방도시 부동산시장의 앞날은/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지방도시 부동산시장의 앞날은/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가족과 가구의 개념이 요동치고 있다. 불과 10년 전에 견줘 본다면 가히 상전벽해다. 가구원 수가 감소하는 대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공가(空家)는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커다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도시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회구조의 변동이 주택수요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인구주택센서스에 따르면, 2010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총가구 수는 1733만 4000가구로 2005년보다 144만 7000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수 대비 23.3%인 403만 9000가구로 2005년 조사 당시 20.0%에서 3.3% 증가했다. 이러한 1인 가구 비율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28.4%로 가장 높고, 전남 28.2%, 강원 27.2%, 충북 27.4%, 충남 26.0%의 순이었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1인 가구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빈집이 2005년에 전국적으로 72만 8000호였던 것이 2010년에는 85만 1000호로 늘어 무려 16.9%나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만 9800호, 경기가 12만 6581호에 이르고, 나머지 52만 1619호는 지방에 분포했다. 현재 지방도시에서는 저이용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토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신규택지 개발 수요의 감소, 기존 공급된 택지의 미분양 상태 지속, 특정 지역의 특정 위치에 대한 수요만이 상존할 뿐, 그 외의 공간에 대한 수요 감소는 결국 토지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우려를 안고 있다. 주거 외에 별장이나 리조트 콘도를 갖든지, 교외에 주된 주택을 두고 도심에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공간을 소유하는 등 복수의 수요 창조도 생각할 수 있지만 한정된 수요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절대인구 감소에 의한 공간 수요의 감소는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더해 지방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이제껏 지방도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수요 공급처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주거를 중심으로 한 이동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기존 공급된 가족형 주거공간의 수요를 줄이고 원룸과 같은 기형적인 형태의 생활공간을 요구하고 있으며,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형 생활중심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수요를 감소시켜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이나 ‘공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증가하고 있는 빈집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저출산 등에 대한 대책은 지방과 대도시권에서도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방도시 부동산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종전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환경이 양호한 일부 지역이나 이용가치가 높고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가치를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의 상품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향후 지방도시의 부동산시장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사회구조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부동산대책과 80만채에 달하는 공간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부동산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지방시대] 로스쿨 이후 법과대학의 역할과 사명/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로스쿨 이후 법과대학의 역할과 사명/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2009년 3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개원으로 우리나라 법학교육 담당 교육기관으로 로스쿨과 법과대학(법학과)이 병존하게 됐다. 그런데 그동안 제기돼 왔던 법학교육에 관한 문제점들이 로스쿨 개원으로 일거에 해소된 것으로 간주되고, 소위 법조인 양성만이 법학교육의 전부인 양 법학교육에 관련된 일체의 논의가 멈춰 버렸다. 현 상황은 오로지 로스쿨의 안착만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로스쿨이 법학교육 자체를 완전 대체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로스쿨은 그 성공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선택된 실험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로스쿨 미인가 법과대학은 2017년 이후로는 변호사를 배출할 수 없으므로(변호사시험법 부칙 제4조) 법과대학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분위기와 시각에 편승해 공공연히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개원될 경우 법과대학의 진로에 대해 공무원시험이나 로스쿨 진학 준비, 준법조인을 양성하는 방안(패러리걸 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법과대학이 공무원시험 대비반으로 운영될 경우 종전의 법학교육에서 나타난 문제점, 즉 대학의 수험학원화, 교육의 황폐화를 그대로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패러리걸 안’은 법과대학에서는 일반 교양교육 수준에서 법학교육을 실시하되, 법률 인접분야로의 진출이 용이하도록 특성화하자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것이 법학 전공 교육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취지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러나 로스쿨 개원으로 법과대학 교수들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법학교육의 본질과 사명을 재조명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법학(iuris prudentia)은 인간학의 일종이다. 법의 세계에 있어서 총명(prudentia)이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무엇이 옳은가를 알고 부정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아는 덕이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법학은 실용학문이고, 실천학문이다. 따라서 가장 이론적인 것은 가장 실무적인 것이다. 로스쿨에서 법학 전공 교육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법과대학에서의 법학교육 내용이 이른바 교양·법학으로 전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당국과 교육과학기술부는 법과대학이 우리 현실에 맞는 발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 차원의 뒷받침과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특히 법과대학과 로스쿨은 역할을 분담해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상호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사고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역할이다. 법과대학은 통상적인 법학교육 외에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고등교육법 제28조), 로스쿨은 변호사라는 직역 외에 세계를 무대로 하는 국제적인 마당발 역할을 담당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그 역할을 세계무대로 넓혀 가야 한다. 이제, 법과대학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건 교수들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대학의 법학교육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대학교육의 성패는 제도보다는 궁극적으로 대학교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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