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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새정부,지역 특수성과 소수 배려해야/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지방시대] 새정부,지역 특수성과 소수 배려해야/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입춘(立春)을 맞이한 제주섬은 제주시내 옛 도심의 중심인 관덕정 일원에서 ‘탐라국 입춘 굿놀이’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하는 절기이기에 추위와 액운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들 제주목관아 마당으로 나와 굿도 보고 국수도 먹으며 서로 어우러진다. 올해는 무자년,60년 전 제주를 휩쓸고 간 4·3사건이 일어난 지 한 주기가 흘러간 해라서 입춘을 맞은 제주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절절하다. 올해는 또한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이다. 경제 우선주의를 내걸어 성장 동력을 키우고 서민·중산층의 주름살을 펴겠다던 대통령 당선인의 희망찬 약속들이 바로 눈 앞에서 실현될 듯 많은 새로운 정책들이 국민 앞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새 정부의 시책에 따라 각계 각층이 갖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이전 정책의 연속보다는 단절과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럼에도 국민의 공감을 전제한 위에 지역과 사회계층간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기본 방침일 것이다. 제주도가 소수와 약자, 특수성을 대표하는 지역임을 고려할 때 국가 형평성을 가늠하는 시범적인 지역이 될 수 있다. 그 사례로 최근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제주도 관련 정책 및 조직 개편 내용을 들여다 보자. 제주4·3사건위원회의 폐지, 농촌진흥청 폐지, 영어교육도시 특구의 확산 등이 현재까지 제주지역에서 거론되는 사안들이다. 모두 제주도민들의 의구심과 반감을 사고 있는 정책 변화이다. 제주4·3사건위는 반세기에 걸친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1999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어렵게 만들어진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 기구이다. 국가의 법에 의해 원만하게 과거청산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새 정부가 위원회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제주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중앙의 지역에 대한 인식이 천박함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주민의 청원, 국회의 입법, 정부의 집행, 민원 해소로 나아가는 민주 국가의 운영질서를 정부가 나서서 뒤집어 엎는 행위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농촌진흥청 폐지에 대해서 제주지역의 농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제주의 국립 난지농업연구소는 감귤시험장 운영, 흑우 개량, 말 육종 등 제주형 특수 농업·축산업의 육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을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지역에 대한 형평성 인식이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교육 국제화 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이 법이 추진되면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거한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제주의 특수성을 전제로 한 특별자치도의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인 교육산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특수 지역에 대한 배려로서 제공된 형평성이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실용’을 내세운 새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부동산 완화정책, 영어몰입교육 정책, 농업·해양 관련 부처 통폐합 등에서 보듯이 자칫 사회 계층, 지역간 형평성을 잃어 버릴 정책 테스트를 하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낮은 곳의 서민 대중, 지역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제주가 다시 변방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제주섬 사람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었으면 한다.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 [지방시대] 지방분권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지방분권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1991년 지방의회 재개에 이어 95년 지자체장의 주민 직선과 함께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그동안 중앙집권적인 논리에 희생된 민주화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탄생했다. 정치·행정사에 매우 의미 있는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군사정권에 의해 말살된 민주정치의 원혼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지펴져 우리 대표를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것만이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임을 항변했다. 임명 자치단체장을 두고 지방의원만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하는 지방자치제는 ‘반쪽 지방자치’라며 자치단체장의 주민 직선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주민 직선에 의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한다고 해서 우리가 염원하던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없다는 교훈을 체득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2003년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고 2004년 주민투표,2005년 주민소송,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입, 지난해 주민소환제와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하는 등 분권국가의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방분권의 참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지방분권 개혁의 문제점을 진단해 국가개혁을 바르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좌파정부가 추진해온 지방분권 개혁을 넘겨받은 자크 시라크와 니콜라 사르코지의 우파정부 경험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한 사람은 좀더 지방분권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헌법을 개정했고 한 사람은 보다 더 발전적인 분권정책으로 국가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우파정부도 지방발전과 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실용지향적인 지방분권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 먼저 국정통합을 이끌 수 있는 지방분권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내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해 통치권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필요성 때문이다. 지방의 행·재정 등을 총괄적으로 지원 관리해 국정과 지방행정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와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자치단체장 출현시 예상되는 국정 표류를 차단하고 국가 주요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 합당한 중앙 및 지방정부간 바람직한 관계 설정도 절실하다. 즉 국가와 지자체와의 관계가 국가의 통일성 내에서 유기적인 협조와 연계성 있는 분권화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지배논리가 너무 강해서도 안 되지만 지방의 독립적 논리가 너무 강해서도 안 된다. 바꿔 말하면 국가와 동떨어져 지방행정을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의 문제가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국가 문제가 지방의 문제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서로 통합의 논리에서 분권화를 조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논의됐던 시·도지사가 국무회의에 참석해 함께 국정을 협의하는 제도는 긍정적이다. 한걸음 더 나가 정치적인 연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방의회가 국회와 연계성을 가지면서 지방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고민해 봐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적인 지방자치, 통합적인 국정관리, 고품질 주민서비스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지방자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증진시켜 지방과 국가의 발전이 선순환하는 실천적이고 효율적인 지방자치 틀을 만들어가는 것도 여기에 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지방시대] ‘지방화’ 체감온도 높이려면/김남호 강원대 IT대학 학장

    얼마 전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을 읽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우리들 각자의 삶에도 적용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 적용해 본다면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이다. 오늘날 전국의 모든 대학은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육, 연구분야의 대표적인 평가 지표인 취업률이나 논문 편수 등의 지수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토해내고 있다. 이는 조직이 큰 중앙 정부나 그보다 작은 지자체에서도 거의 같은 현상으로 나타난다. 위대한 국가, 위대한 지방정부, 위대한 대학이 어떤 것인지는 최소한 눈에 보이는 각종 성과지수의 높낮이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빈부의 차가 극심하거나 지역적으로 불화가 심하면 결코 위대한 나라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이 많은 불행한 가정보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않더라도 행복한 가정은 위대함으로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정은 부부 사이에, 또한 부모와 자식간에 따뜻한 정이 흐르는 융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지방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여기에서 찾고 싶다. 지역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의 총체적 행복지수를 극대화하는 것이 위대한 지방시대로 들어서는 요체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어떤 특정한 단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특정 소수만의 행복을 구현하는 것이 아닐진대, 모든 구성원을 잘 아울러 의식과 목표의 공유를 이끌어낼 수 있고 계획의 강력하고 치밀한 실행과 성과의 공정한 분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의 정립이 위대한 지방시대를 여는 필수 요소라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가깝지만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지방화의 체감 온도와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지방의 특색을 살려 스스로 잘살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지만 아직도 중앙집중시대의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도시행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나 서비스도 나아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대학이나 기업과의 관계에서 관청은 여전히 높은 문턱을 유지하며 군림하고 있다. 오히려 표를 의식한 자치단체장들이 임기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단편적이고 이벤트성 사업(체육 시설, 각종 회관 건립, 축제와 각종 세계대회 유치 등)에 치중하며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지역 리더들의 철학 빈곤과 지역내 자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 때문이다. 지방자치에도 지역 사회를 꿰뚫는 혜안과 철학이 밑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새로운 리더십에 의해 목표와 인식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스펀지에 물이 빨려들듯 스며들어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대왕으로 불리는 이유는 확고한 통치 철학과 정책을 수립하여 사회의 제반 분야를 살피고 백성이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치를 펴고 시스템을 안정화시켰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건설 등을 위한 거대담론도 필요하지만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 밀착형, 맞춤형 정책들의 개발과 실천이 절실하다. 진정으로 ‘좋은 지방시대를 넘어 위대한 지방시대’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장, 지역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남호 강원대 IT대학 학장
  • [지방시대] 창조도시 부산을 위하여/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도시도 진화한다. 생물이나 의식이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목표나 구성 등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효율적으로 또는 편리하게 사는 것이 오랫동안의 도시목표였다. 아파트 주거 방식, 지하철 등 대량 수송수단, 고층화에 의한 밀집도 증가와 대형 마트 등의 규모의 경제와 클러스터 같은 것이 도시생활의 상징이었다. 그 결과 많은 부문의 표준화, 일체화 등의 경제적 효과가 존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혼잡이나 교통정체는 불가피한 대가로 여기게 됐다. 최근 50여년 이래 인류의 경제성장과 발전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 결과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 생활의 질, 지속 가능 발전과 환경, 웰빙 등의 용어와 개념이고 문화 또는 문화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도시는 이에 맞춰 도시계획, 건축물, 생활방식 등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도시의 색깔이 달라지고 건축물의 양식이나 기능이 바뀌었다. 도심내 공원이나 만남의 장소가 달라지고 있고 개성이나 자유, 쾌적함, 아름다움이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도시의 창조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중심에 찰스 랜드리라는 영국인 학자가 있다.‘창조도시’,‘도시 만들기의 예술’,‘문화 융합도시’라는 역작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랜드리가 최근 부산대 동북아지역혁신연구원이 주최하는 동북아 도시발전 포럼에서 주제강연을 했다. 그는 창조적 도시라는 것은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잠재적으로 창의적이어서 창의성의 문화를 그 안에 배태하고 있는 곳으로 정의한다. 창의성은 단순히 예술이나 창의적 산업만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환경 생태적으로 또 행정적이나 정치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창조도시는 차별성, 다양성, 독자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신뢰, 창의, 능력 있는 시민들을 길러 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창의성은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창조도시는 지휘자의 지휘봉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연주자들이 자신의 곡을 만들어 내면서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재즈연주와 같다. 오늘날의 첨성대와 같은 고전적인 유적은 그 당시의 혁신과 창의를 대표하는 작품이었다. 창조적인 행정은 법이나 규칙을 강조하는 것보다 원칙을 제시하고 제안이나 추천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이 있으나 자율은 규제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 즉 리더십에 달려 있다. 랜드리가 허남식 부산시장과 면담시 제안한 내용은 우리가 사려 깊게 수용할 가치가 있다. 즉 부산시가 도로건설에 쓰는 예산의 1%를 우수한 인재양성에 쓴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만약 부산이 도로나 각종 시설에 매년 1조원의 예산을 쓴다면 그 1%는 100억원이 되고 매년 100억원 또는 그 이상을 창의적인 마인드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 내거나 불러 오는 데 쓸 수 있다면 부산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2008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지방정부도 새롭게 태어날 필요가 있다. 그 변화의 중심은 시민이 공감, 공유할 수 있는 목표이고 그것은 창의성을 앞세우는 것이다. 창조는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변화이고 개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창의성과 창조도시의 주체는 사람이다. 새해에 부산시장과 지역의 민간 리더십이 부산을 창조도시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계획을 시작하기를 제안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 [사고]오피니언면 필진 바뀝니다

    [사고]오피니언면 필진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CEO 칼럼’‘문화마당’‘지방시대’‘옴부즈맨 칼럼’의 필진 일부가 새해부터 바뀝니다. 이와 함께 젊은이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한 칼럼 ‘글로벌 시대’가 신설됩니다. ■ 필진 명단(무순) ●CEO 칼럼 윤만준(현대아산 사장) 이원걸(한국전력 사장) 정이만(한화63시티 사장) 오세철(금호타이어 사장) 김진수(CJ제일제당 사장) 원완권(우림건설 사장) 스튜어트 솔로몬(메트라이프생명 사장) ●문화마당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김성곤(서울대 영문과 교수) 이윤택(연출가·동국대 연극학과 교수) 윤대녕(소설가) ●지방시대 김남호(강원대 IT대학 학장) 조진형(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 정책연구소장) 홍완식(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최진혁(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강형기(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박찬식(제주대 연구교수) 김선범(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김준태(시인·조선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금희조(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영재(한림대 언론학부 교수)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 전범수(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종대(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용락(연세대 사회학과 3년) ●글로벌 시대 마크 러셀(문화비평가·미국인) 최정아(CEO 웰컴 대표) 정희섭(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박한진(KO TRA 중국직무 전문가) 전혜경(유니세프 도쿄사무소 조정관) 박현정(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양창영(호서대 교수·해외동포연구소장) 위성락(중앙대 겸임교수·외교부 대사)
  • [지방시대]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어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일자리 부족과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나이 지긋한 이는 또 그대로 걱정이 많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던 노동시장 여건이 외환 위기와 구조 조정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경제 환경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저소득 가정과 중산층에 불어닥친 충격이 매섭고 고통스럽다. 사실 대다수 가정은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벌이가 불안정해질 경우 하루하루 견뎌나갈 길이 막막하다.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엄청나 그렇다. 당장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면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하기 곤란할뿐더러 가족 상호간 갈등마저 잦아진다. 열악한 고용 사정이 가족 내부에 긴장을 더하는 조짐들은 숱하다. 우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가장이 식구들을 상대로 드러내는 불만과 분노는 서로에게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주거나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이혼율은 외환 위기 이후 두드러지게 늘어나더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상당수가 이혼에 이른 주된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들어 달라진 살림살이와 가족간 유대 약화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은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고통이다. 우리 사회 보호시설 아동 수만 하더라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는 매년 수천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그만큼 방치된 아이들이 많고,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복지시설로 양육을 떠넘기는 부모가 의외로 적지 않다는 뜻이다. 노인보호시설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힘겹게 사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다 못해 스스로 집 나서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부양할 능력이 모자라 제 부모를 노인시설에 위탁하는 자식도 여럿이다. 현실이 이처럼 안타까운데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긴장상태에 빠진 가정의 고통은 가까운 시일 내 끝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제 기반 흔들림으로 인한 부작용은 일부 가정의 절박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쉽게 풀기 힘든 과제를 던져놓았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이 이웃의 어려움을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각박해진 나머지 문제 해결에 애쓰는 대신 사회 통합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다양한 이해 집단이 타협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저마다 쏟아내는 갖가지 요구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실망스러운 오늘을 더 나은 내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양보와 관심이다. 지금껏 그늘진 곳에 관심 기울인 사람들은 많았으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서툴렀고, 관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예 양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양보와 관심 나누기에 익숙한 곳일수록 개인이나 사회의 긴장이 적다.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한 한 해의 끝자락이다. 어느덧 계절은 추위를 더해 가는데 구석구석 따스함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부디 새로 시작될 다섯 해 동안에는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이 덜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에 훈훈한 온기가 돌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들이 벅찬 희망에 들뜰 수 있기를 바란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지방시대] 大選보다 중요한 교육감선거/ 남기헌 충청대 교수 행정학부

    전국이 선거 열풍이다. 불과 하루 남은 19일이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에서는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같은 날 대선과 함께 충북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뽑는다. 따지고 보면 충북은 두배의 선거 열풍이 불어야 하는데 현장은 시큰둥하다. 교육감 선거일이 언제인지 모르는 도민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교육감 선거는 임명제로 시작해 학교운영위원회 등이 선출하는 간선제에 이어 주민이 뽑는 직선제로 진화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이 바뀌면서 올해 들어 전국에서 직선제를 도입했다. 충북의 교육감 직선제는 부산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번 선거는 교육자치 정착의 실험대다. 주민이 교육행정의 수반인 교육감을 직접 뽑아 교육정책 전반에 그들의 소리가 담긴 교육자치가 이뤄진다. 당선자는 주민 대표성이 확보된 교육 수장이 된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은 간선제의 몇가지 폐단이 불러왔다. 정치권 뺨치는 타락선거와 인사권, 재정 운용권 등을 미끼로 선거 운동을 벌이거나 금품 향응을 건네는 선거 부정이 판을 쳤다. 후세를 교육하는 교육감은 이같은 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것은 시대적 요청이었다. 물론 직선제에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선거 비용이 과다하게 들고 주민의 무관심과 교육 행정에 정치적 중립을 이루지 못해 교육자치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직선제가 실시된 부산시교육감 선거를 분석해 보면 투표율이 15.3%에 그쳤다. 당선자가 유권자 대비 5.2%의 지지를 얻어 당선돼 주민 대표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비용이 수십억원 들어간 것도 직선제의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지방자치제와 같이 지방교육자치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현실에 맞게 뿌리 내릴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도민이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어떤 인물이 되는가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선거 기관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언론도 대선에 가려진 도민들의 무관심을 돌려 놓아야 한다. 후보자 정책 토론을 마련하고 뉴스에 교육감 후보를 비중있게 다뤄 주민들의 인식을 깨우쳐야 한다. 시민단체 또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과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열린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선관위도 형식적 선거업무 보다도 시대에 걸맞은 홍보기법을 개발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충북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 교실을 늘려주고 강당을 지어주겠다는 후보가 능사가 아니다. 교장·교감직을 빌미로 지지를 일삼는 후보도 배척해야 한다.21세기 충북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민주적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이 절실한 때이다. 유권자들은 공약을 면밀히 분석해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내세우고 있는 청렴성과 도덕성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자칫 지난 지방선거 정당참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대통령 후보와 같은 번호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기호에 집착하기보다 각 후보들의 정책 공약과 전문성 정도를 토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북교육감 선거는 단순히 교육계 수장을 뽑는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 생활과 방향을 결정하는 최초의 민선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면에서 대선보다도 중요할지 모를 일이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 행정학부
  • [지방시대] 지저분한 선거를 상쾌하게/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17대 대선이 이제 8일 남았다. 여드레 후이면 향후 5년 동안 국정을 이끌 대통령이 선택되는 것이다. 임기는 5년이지만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몇십년의 설계가 바뀌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 입시제도가 없어질 수 있고, 유지될 수도 있다. 대학생들은 취업의 문이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다. 여성들의 권익 신장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어르신들의 노령연금액수도 달라진다. 남북 관계도 변화돼 북한 관광이나 이산가족 문제 해결도 달라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정책 추진도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모든 분야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럼에도 지금 논쟁은, 당신은 자격이 없고 나만 자격이 있단다. 그러니 유권자들도 어떤 사람이 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편안하고 품위있게 할 것인지의 판단보다는 이미지에만 관심을 표명한다. 지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선 후보들의 지역 공약을 보아도 그렇다. 지역공약은 모든 후보가 ‘판박이’이다. 후보 캠프에 자문교수나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지역 공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연구소에서 요청한 현안 사업을 공약으로 짜깁기해 내놓기 때문이다. 지역에 대한 고민이 없고 투자도 하지 않는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분권운동을 하는 전문가나 단체가 요구한 지역발전 3대 특별 의제나 10대 대선 의제에는 획기적이고 상쾌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1시·도 1로스쿨 정책과 정원 확대라든지 지역 대표성 상원 설치, 국가균형원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후보들은 형식적인 대답만 하고 있거나 심지어 아직까지 대답도 없다. 정쟁거리에는 “나도 있소.”하고 신속하게 나서지만 정책 결정에는 너무 신중하다 못해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다. 잠시 눈을 돌려 대통령선거 경선 전과정을 살펴보아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몇가지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이제는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 실현 불가능한 것을 의제 선점용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거의 1년 동안 있어왔던 당내 경선에서 싸움만 했지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100명이 넘게 거창한 명분을 걸고 출마를 선언했다가 설명도 없이 출마도 못한 사람들은 정치를 희화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기탁금 5억원을 내고 출마했다 후보 사퇴를 하는 사람들은 왜인지 투명하게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럴 듯하게 포장해 내놓지만 이면에는 다른 거래가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협상 과정에서 선거비용 보전까지 주장한 사람도 있다니 출마를 거래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국가기관이 이런 것은 조사해 주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서서히 유력한 후보가 부각되고 그 후보 중에서 나와 이해관계가 맞는 후보를 선택하는 상쾌한 선거를 원한다. 그런데 거래나 자신의 지분을 높이는 관점에서 선거를 이용해가니 국민들은 정치를 지저분하게 보는 것이다. 진검승부 8일이 남았다. 선거운동이 지금까지 국민과 유권자를 염려하게 하고 짜증나게 한 빚을 갚으려면 근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권자가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과 후보의 정강정책에 맞고 실현 가능한 공약만을 제시해 선택해준 유권자가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해줄 의무가 정치권에는 있다. 이제부터 유권자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솔직한 계획을 내놓아 상쾌한 선거가 되길 바란다. 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 [지방시대] 명품도시 울산을 향하여/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이 달초 울산을 다녀간 정부합동 감사반의 지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태화루 아래 선상 카페에서 감상하는 폭포수, 수변의 오페라 하우스, 수벽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 요트장과 남산 케이블 카, 연어 이벤트, 형형색색 조명 받은 다리들….” 딱딱할 것 같은 감사반의 이런 권고에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반응과 ‘발상의 전환을 위한 충고’라는 등 여러 반응이 일었다. 조금은 꿈같은 아이디어의 실현성 여부는 차치하고, 변화하는 도시 울산의 미래와 생태도시를 향한 발길에 힘을 실어준 고맙고 신선한 충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시꺼먼 매연에 찌들어 있는 공해도시로만 생각했던 울산 한복판, 전국 수영대회가 열리고 연어가 돌아오는 태화강에서 감사반들이 얼마나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그런 ‘낭만적’인 권고를 쏟아냈을까. 아마도 깨끗한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변신에 감동한 나머지 그런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돌아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권고가 울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아주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여건도, 의욕도, 가능성도 없는 도시에 그런 권고는 무의미하다. 이제 세상이 변한 만큼 울산도 변해야 한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과거, 환경이야 어떻든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집이면 됐지만 이제는 ‘조망권’에 ‘일조권’에 ‘경관’을 따지고 삶의 질과 주거의 질을 강조하는 시대다. 이제 ‘도시 경관’은 도시생활에서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실 울산은 도시경관에 관한 한 선구적인 도시다. 지금은 많은 도시가 경관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울산시는 1996년 건축행정과를 도시미관과로 바꾸었고 2001년 ‘도시경관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해 경관의 골격과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다. 나아가 2005년에는 ‘태화강변 경관계획’을 세우고 경관관리 지침까지 만들어놓은 상태다. 또 울산 남구도 내년 1월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해 도시경관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 관리할 참이다. 울산은 국부를 창출해 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산업 수도’이지만 그동안 공해도시의 대명사로 공장의 검은 연기를 연상시킨 도시였다. 그런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이 수영대회와 연어의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 도시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체험하고 있다. ‘울산발 인사실험’도 성공적이고,‘울산발 생태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경관 실험’,‘디자인 실험’이 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간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도시경관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110만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의 저자인 영국의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유럽 최고 문화컨설팅 조직회사인 코미디아 설립자로 도시혁신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는 “궁극적으로 도시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도층의 자질”이라고 했다. 또 도시 지도층의 5대 핵심 덕목의 첫째는 예지(foresight)라고도 했다. 여기에 집중력·호기심·개방성·창조성·협동성·조직력·결의까지 갖추고, 시민의 창의성을 도시의 기풍(ethos)으로 진작시키는 분위기만 살려간다면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 디자인 명품도시로 만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 [지방시대] 지역문화는 ‘초콜릿 상자’다/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것(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인생이란 어떤 (좋은)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영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말했습니다. 초콜릿 원료가 상품으로 나와 소비자들 손에 쥐어지기까지 많은 공정과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더구나 상자 안의 어떤 초콜릿을 고르더라도 만족할 만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실험을 거치고, 실패를 해본 뒤라야 진정한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지역문화 역시 초콜릿 상자와도 같습니다. 무궁무진하고, 보석과 같은 콘텐츠와 사람이 가득해 어떤 것을 집어들더라도 지역 문화를 꽃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고품격 초콜릿 상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원과 투자,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한 자치단체의 문화예술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다된 시각이었지만 지역 문화와 예술 발전을 위한 열기는 그야말로 ‘후끈’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먼저 털어놓은 ‘애로사항’은 문화의 중앙집중현상 때문에 ‘지역문화가 죽어가고 있다.’는 푸념이었습니다. 대형 뮤지컬이 지역에서 엄청난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공연을 하지만, 이것은 서울에서 만든 기획일 뿐이며 서울의 연출가와 배우들이 만들어놓은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자치단체와 더불어 문화 분권을 시도하고 활성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10년 전의 고민과 현재의 고민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한계를 한탄만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역문화를 지역 활성화의 근간으로 삼아 문화도시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지역 혁신의 주요 정책으로 확산시키고 있었습니다. 현재 지역정부의 예산 중 문화예산이 3%를 넘는 지자체는 매우 드물며,1%가 채 되지 않는 곳도 태반입니다. 이것마저 지키고 가꾸는 문화정책이 아닌, 부수고 혹은 새로 세우는 개발비용으로 생각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그래서 당장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 경제 발전을 통한 문화적 발전, 사람을 모으는 발전으로 이해되고 실천된다면 살기 좋은 마을(지역) 만들기는 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산업도, 문화도 결국 사람입니다. 정확히 ‘전문 인력’입니다.‘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쳐야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은 없듯 어떤 일에 미쳐야, 즉 전문가가 돼야 결국 그 일에 미칩니다(이릅니다). 지역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지역문화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 데 미친 자치단체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이치에 맞게 계획하고 수행하는 데 미친 공무원들이 있어야 하며, 이를 적절하게 뒷받침하고 단호하게 평가내릴 줄 아는 미친 활동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문화로 받아들이며 지켜가는 미친 시민들, 즉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우리 동네 꼬불꼬불한 길을 쭉쭉 뻗은 아스팔트길을 내달라 하는 시민보다 정감어린 돌담과 흙먼지 나는 골목길을 지켜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날. 그래서 지역 경제와 문화가 병행 발전해 창조적 인재가 몰려오는 살맛나는 그 날을 위해 지켜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품질좋은 초콜릿 상자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집어들더라도 지역의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맛있는 초콜릿이 나오는 그런 초콜릿 상자 말입니다.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지방시대] 공연장 밖의 아이들/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10월의 마지막 날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는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회가 있었다. 공연시작 전 공연장 밖에 중·고생이 많이 있어 비올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몹시 기뻤다. 오닐은 기타 듀오의 잔잔한 반주 위로 눈물과 미소를 머금으며 겨울나그네 전곡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연주회 내내 필자는 가슴을 여러번 쓸어내렸고 팬들도 숨을 죽이면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비올라 선율에 한없이 젖어 들었다. 감동은 여기까지였다. 왈칵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은 벅찬 가슴을 안고 연주회장을 빠져나오는데 한무리의 중·고생이 모여들었다. 나보다 앞서가던 중년 관객들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자 어떤 이는 백 속에서 뭘 꺼내 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기도 했다.“공연티켓 좀…” 아뿔사 그거였구나. 어쩌면 요런 맹랑한 생각을 다 했을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고 감상문을 써낼 때 티켓을 첨부하게 한다. 이러한 수행 과제에 대해 필자는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강제적이긴 해도 과제 때문에 청소년들이 한번쯤 음악 공연도 보고 전시회도 찾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문화예술 감각도 쌓이게 될 테니까. 선생님들도 이걸 기대했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경험하고 느껴보면 조금 더 예술의 세계와 가까워질 거라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티켓을 구하고 인터넷을 뒤져서 감상문을 써내다니. 기막힌 것은 이 방법이 오래전부터 일반화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런 과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정말 안 하느니만 못 하다. 오히려 부정직하고 못된 처세술만 학습시키는 꼴이다. 티켓을 구해주는 부모나 건네주는 어른들은 공범자이다. 만약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더욱더 큰일 날 일이다. 학생들은 이런 하소연을 할지 모른다. 시간이 없고 비싸고 어렵다고. 그러나 이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잘 살펴보면 우리네 주변에 공연이나 전시회는 하루도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유명한 전문가들도 있지만 아마추어나 일반인들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자유롭게 발표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공간이나 대학 교정에서 이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고 무료인 경우도 많다. 대전만 해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박물관, 청소년수련원, 충남대, 카이스트, 대형 마켓 등에서 크고 작은 공연과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만일 찾을 시간과 여건이 안 된다면 DVD와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이용하면 된다. 좋은 작품과 친절한 해설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매스미디어 속에 넘쳐난다. 평소 이를 통해 좋은 작품을 감상하다가 시간이 나면 근처의 발표회장을 찾아보고 좀더 열정과 여유가 생기면 돈을 들여 프로페셔널한 세계에 빠져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그저 숙제를 던져주고 보고서만 평가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행여 자식이 공부시간을 뺏길까봐 티켓을 구해오고 자료를 수집해 주는 어리석은 부모들이 있는 한 그 어느 것도 기대하긴 어렵다. 선생님과 부모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예술세계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상적인 삶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며 내 것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고 함께해야 한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만 잘 살펴도 예술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단 한번이라도 공연장 밖에서 못된 처세술을 배우는 아이들의 공범자가 된 적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생활 속에서 함께 즐기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지방시대] 광주공항 국제선 폐지,다시 고려하라/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광주공항 ‘국제선’을 무안공항으로 옮긴다고 한다. 광주지역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 기타 관련 업체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밀어붙이기식’ 인상을 주면서까지 이 문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건교부는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라면서 “진도가 너무 나갔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더니 결국 2008년 6월까지 국제선 이전을 유보하는 선에서 일단 불을 끈 것처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주공항에 광주∼무안, 순천∼목포간의 고속도로가 완성되는 기간까지 한시적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매듭을 지으려는 것 같다. 물론 새로 개설되는 국제선은 광주공항에서가 아니라 무안공항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국제선 폐지에 따른 보완책으로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건교부는 지자체와 수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궁여지책으로 고속도로 조기 완성, 광주∼무안공항간 통행료 면제 등 몇 가지 지엽적인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자체의 맹렬한 항의에 다급해진 건교부는 “공군 비행장도 무안공항으로 이전키로 국방부와 기본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발표하면서 광주지역 여론 무마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선 폐지,‘이전 보완책’에 따른 건교부의 발표(11월1일)에 지역 여론은 시큰둥하다. 생계에 쫓긴 시민들은 당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지 않지만 “혹시 이러다 광주가 더 쭈그러들지 않는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전남도청을 무안으로 옮겨 광주시내 중심에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140만 광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새어나오는 판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1세기인 지금은 도시와 나라 발전에 ‘하늘길’이 가장 중요한 몫을 하는 이른바 ‘범세계적 에어라인시대’가 아닌가. 현 단계에서 보면 한반도의 남녘 중심 도시인 광주가 ▲5·18 민주성지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첨단산업 거점 ▲남도문화 중심축 ▲호남교육 중심지로서 보다 폭넓게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하늘길’, 특히 국제선의 활성화가 중차대한 시점이다. 이런 점들을 깊이 고뇌하지 않고 ‘광주공항 국제선 폐지, 무안공항으로 이전’만을 최상책으로 삼는다면 과연 후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심사숙고해 봐야 하리라. 그런 다음,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하는 작업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전남 도민, 광주 시민들의 바람일 게다. 필자는 바로 이런 생각과 함께 하늘길 개척이야말로 ‘정치+경제’적 측면만 아니라 ‘문화+경제’적 측면에서 재고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문화가 정치·경제를 리드하는 것이 오늘과 내일의 추세라는 점을 건교부 정책 입안자들도 고려하길 바란다. 거대한 선박 제조 못지않게 한 장의 CD, 한 사람의 영혼이 수천명의 밥그릇을 채워주는 일이 이미 문화 선진국에선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광주의 혼,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한 축이기도 한 광주의 하늘을 ‘국제선 폐지’로 막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광주의 하늘은 광주의 자존심이요, 그리하여 더 많은 세계인들이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지방시대] 대구 쿨한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대구가 ‘쿨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도시에 발전 동기를 제공하는 창의적인 집단을 유인하고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집단이란 바로 랜드리와 플로리다가 말하는 디자이너, 패션 리더, 건축가, 화가, 컴퓨터 마니아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일자리 창출형 아이디어 생산자이며, 창작이 필요한 경제활동 종사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창의적 그룹이 만들어내는 신종 직업 수가 2000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 절반 정도가 이러한 지식관련 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이제 어떤 국가나 도시가 발전을 앞당기고자 한다면 쿨한 멋과 창의적 집단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개 창의적인 사람들은 특정의 단단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직종에 전념하는 이들과 교제하기를 즐긴다. 평범한 것과 독특한 것을 두루 경험하기에 정신적으로 항상 열려 있다는 느낌을 준다. 분명히 개인주의자이지만 자신의 이념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사회적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철저하다. 이들 중 다수는 자주 최고급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면서도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작업장에 파묻혀 창작하느라 고민하고 땀 흘린다. 이처럼 세련미와 거친 면을 함께 지닌 집단은 변화를 외면한 채 규모만 큰 도시, 부패와 범죄가 만연한 도시보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미래지향적 성격의 도시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처의 도시 행정가들은 무작정 인구 증가를 바라는 대신 저마다 창의적인 인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려 애쓴다. 생각과 행동이 남다른 이들을 향한 일종의 매력 경쟁인 셈이다. 여기에는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뛰어들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 가운데 유럽 도시 다섯 곳을 선정해 디자이너, 패션 리더, 건축가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까닭을 밝혔다. 이유는 양질의 교육 여건, 사회적 다양성을 자본으로 여기는 열린 자세, 피가 끓고 심장이 뛰는 역동적 분위기에 있었다. 암스테르담이 그러하고, 더블린이 그렇다. 특히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옛 향기 깃든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멋스러울 뿐만 아니라 지적 분위기와 첨단 기술이 잘 어우러져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느니만큼 일종의 내부 수리에 나섰다. 도시디자인위원회를 구성해 대구의 외관을 다시 꾸미고, 도심지 일대를 새롭게 단장하려는 구상에 들어갔다. 창의적 인력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변화에 더디던 시민들 역시 다원성 부족을 발전의 심각한 제약요인으로 인식하면서 폐쇄적인 지역문화 걷어치우기에 아주 열심이다. 하지만 대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쿨한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못미더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건축물과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주는 형형색색의 표현물이 꽉 들어찬 서구 도시를 접한 사람이라면 의문 가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과묵한 도시가 크게 달라져 세계 곳곳의 창의적 인재들을 끌어모으리라는 기대조차 버릴 수는 없다. 행정과 시민의 실천 의지를 굳게 믿기 때문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지방시대] 지방자치도 수확의 계절 돼야/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온 나라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가을을 맞아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수산물을 소재로 한 축제가 특히 한창이다. 이러한 축제는 해당 지역의 주요한 산업기반인 농수산물의 판매와 홍보,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도작 농업의 문화를 축제화해 성공한 김제 지평선축제를 비롯해 고추, 배, 단감, 밤, 전어, 젓갈 등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다. 축제가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너무 축제가 많고 특색이 없으며, 경제성도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시·군 단체장이 재선을 위한 유권자 접촉 행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전북지역에서는 한 해 70여개가 넘는 축제가 있다고 하니 14개 시·군 평균 5개 이상의 축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지역은 중앙정부에서 임명한 단체장들이 이끌었다. 주민이 임명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임명권자인 장관이나 대통령에게만 충성을 했다.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이든, 소각장이든 지금은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업도 밀어붙이기로 처리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경찰력 등을 동원해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민선 단체장은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과거 단체장만큼 강력하고 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읽어내기보다는 지방자치 제도를 도입하니까 갈등이 많아지고, 단체장은 표를 의식해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막상 자신과 관련된 일에 갈등이 있으면 단체장에게 민주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축제가 갖는 본래 기능은 외면하고, 행사에 들어간 예산과 단체장의 낯 내기만을 지적하며, 축제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역축제는 지역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과거 강력한 중앙정부가 각종 정책과 예산,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지역은 중앙을 구성하는 부분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은 자신들의 특색을 잃었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집권 시절의 습관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 자신들의 지역을 발전시킬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를 수없이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의 노력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진정성에서 비롯된 활동들이지만 아쉬움이 많다. 경제자유구역이든, 기업도시든 각 지역이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해당 지역이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각 지방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각 지역의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말은 지방자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가 지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도록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결국 지역간 대립만을 낳는다. 또한 해당 정책의 성공을 위한 지역주민의 참여와 책임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한 사업이 아닌데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책임성을 갖기는 어렵다. 이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예산을 낭비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지방이 결정하고 지방이 책임을 지는 분권화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 [지방시대] 부산은 선진도시인가/임정덕 부산대 교수

    국민 소득이나 생활 수준으로 치면 한국은 확실히 선진국이다.1인당 소득이 한국의 3배쯤 되는 일본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잘살지 못한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특히 도시 생활은 높은 수준을 구가한다. 새롭게 들어서는 최신 건물, 날로 좋아지는 도로, 시민들의 옷차림 등에서 선진국인 일본보다 못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중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급 음식점의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비싼 곳이 많은 데도 호텔 레스토랑이나 고급 음식점은 성업 중이고 더 늘어난다. 외국의 명품 제조사가 한국 시장을 노려 진출할 정도로 소비에서도 선진국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승용차 생산 대수와 인구 대비 보급률에서도 한국은 선진국 중 상위를 차지하는 자랑스러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교통 질서, 교통 의식 측면에서는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히 도시의 교통 및 주차 질서에서는 웬만한 후진국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개선의 전망도 밝지 않다. 고도 성장에 따른 자동차 보급 속도가 도로나 주차면적 공급 속도를 훨씬 넘어선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진국 어느 나라도 도로부터 만들어 놓고 자동차를 보급하지는 않았다. 또 어느 선진국도 도로나 주차장 등의 시설 공급에 의해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는 도로율이 50%나 되지만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어느 대도시도 부산과 같은 무질서한 주차 질서를 보이는 곳은 없다. 뉴욕이나 도쿄에 차가 많지 않아서가 아니다. 부산을 포함하는 한국 대도시의 주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행정 당국이나 시민의 재산권 의식과 인권 의식 결여 및 이에 더한 패배 의식 때문이다. 자동차는 개인이나 소유주의 재산이고 소유주는 그것을 놓아 둘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장소를 사든지 빌리든지 해야 한다. 도로는 공공의 재산이고 재산 가치도 엄청나다. 그 도로를 무단 점유, 사용하는 것은 재산권의 침해이다. 어느 누가 자기 집 경계 내에 허가받지 않은 자동차나 물건을 놓아두게 용인하는가. 고발과 처벌이 당연히 뒤따른다. 그런데 어째서 공공 재산은 마음대로 써도 되는지 알 수 없다. 10년 전에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부산시의 도로상에 주차하는 승용차 1대 면적의 땅값 가치는 약 2000만원이었다. 도시 교통의 여건이나 자동차의 특성을 감안해 도로상의 주차가 불가피하다고 치자. 그러나 좁은 도로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또 간선 도로의 두개 차선을 점유해 통행 속도를 떨어뜨리고 사고를 유발하는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간선 도로를 제외한 부산의 대부분 도로에서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에 차를 주차시켜 사람은 차도로 다녀야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인권 침해는 어떻게 변명해야 하는가. 보행권도 없는 사회가 인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렇다면 차가 생활 필수품화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돈이 없기 때문에 은행 돈을 무단으로 쓰거나 배가 고프기 때문에 아무 음식이나 공짜로 먹어도 된다고 하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을 극복하지 않는 한 도시 교통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고 부산이 선진 도시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임정덕 부산대 교수
  • [지방시대] 청주-청원은 이제 통합해야/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달 29일은 청주·청원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날이다.2년 전 두 자치단체가 주민투표로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했다 무산된 날이고 주민투표법상 통합 문제를 재론할 수 없는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날이기 때문이다. 통합을 재추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요즘 청주과 청원을 사랑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두 지역 통합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 언론들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과 교통·통신의 발달로 생활·경제권, 행정권 사이에 심한 괴리현상을 빚어 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자치행정을 달성하기 위해 1994년 관계 법령에 따라 전국의 자치행정구역 통폐합을 추진했다.90여개의 시군이 40여개로 도·농 통합시로 출범했다. 이후에 두 번이나 실패했던 여수시와 여천시, 그리고 여천군도 합쳐졌다. 그러나 청원군과 청주시는 두 번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청원·청주는 군의 중앙에 시가 위치하는 계란 노른자위 형태를 취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행정구역 통합이 절실한 곳이다. 이런 형태의 행정구역이 전국에 14개나 됐지만 13곳은 94년 통합되고 청주·청원만 지금까지 남아 있다. 통합이 왜 필요한 것일까. 청주와 청원지역은 삼한시대부터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 경찰구, 소방구, 택시영업구, 버스영업구 등도 이미 통합행정 체제로 운용된다. 보건의료, 공원, 체육시설, 영화관은 물론 생필품 구매 시설도 공동으로 이용한다. 행정구역이 형식적인 또는 지리적인 경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정의 효율성 면에서도 두 곳이 합쳐지면 공공 및 유관기관의 통합 운용으로 재정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돈을 발전 잠재력이 큰 청원지역 도시기반시설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주와 청원이 따로 노는 도시계획을 하나로 묶어 세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도농간 균형 발전을 합리적으로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주·청원지역 경제 자립의 최대 과제인 호남고속철도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에도 두 지역이 힘을 합칠 수 있다. 통합 반대자들은 10년 전 1차 통합 과정에서 나온 청원주민의 반대의견을 계속해서 내세우고 있다. 통합이 이뤄지면 세금이 증가되고, 청원에 혐오시설만 오고, 도시 중심 행정운용으로 청원이 소외될 것이라는 논리다. 또 통합하지 말고 청주·청원을 다섯개의 자치단체로 분리하자는 주장을 하더니 급기야는 청원시로 승격을 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해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청원이 존재해야 기득권을 누리는 청원군수와 공무원, 지방의원, 이장단, 농민단체, 정치사회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청원군과 청주시는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기존 통합지역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통합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청사진을 주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단체장은 자기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통합에 대한 장단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한다. 공개 토론회를 열고 정기 주민여론을 조사해 발표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두 지역 시민단체들도 통합의 장단점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객관성을 내세운 형식적인 보도보다는 정론직필로써 주민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행자부장관과 충북도지사는 청주·청원의 행정구역 통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도농 통합이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 [지방시대] 울산 재평가되어야 한다/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역사도시 울산, 산업수도 울산’ 울산∼부산간 7호 국도를 따라 부산 쪽으로 가다 보면 울산과 양산 경계인 회야교 입구의 대형 안내간판에 쓰여 있는 문구다. 울산은 ‘산업’과 ‘역사’가 어우러진 도시라는 뜻이다. 태화강 상류인 대곡천 주변은 그 자체가 역사박물관이다. 한국문화의 기원이라는 반구대 암각화에다 천전리 각석이 있다. 땅을 파는 곳마다 ‘고분’이 나온다. 최대 ‘공룡 유적’이 있고 ‘청동기 주거지’도 널리 분포해 있다. 그럼에도 외지 사람들이 울산 하면 떠올리는 두 가지의 낡은 도시 이미지가 있다. 공해도시이며 노사분규가 많은 노동자 도시가 그것이다. 울산은 공업도시니까 당연히 공해가 많은 도시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하늘은 시커멓고, 공기는 마시기 두렵고, 냄새 퀴퀴하고, 오염으로 나무가 죽어가고, 바다는 죽어버린 것처럼 생각한다. 또 어느 날 전국으로 나가는 TV뉴스 한 장면을 보고서는 과격한 노사 충돌로 골치 아픈 도시이며 노사분규의 메카쯤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보라. 울산 도심에서 서쪽으로 30분 가면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준령들이 즐비하다. 동쪽으로 30분만 가면 동해안 청정 해안이 넘실댄다. 인구 110만명의 대도시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에서는 몇년째 전국수영대회가 열리고 있다.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도 낮다. 이쯤만 열거해도 울산은 많이 ‘억울한’ 도시다. 도시는 늘 두 얼굴이다. 오래된 것과 새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함께 한다.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울산에는 당연히 노동자의 외침도 있지만 노사평화의 모범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처음으로 무분규 타결이라는 신화를 일구어 냈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13년 무분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로서, 인구에 비해 자동차가 많은 도시이다. 디트로이트나 도요타처럼 ‘자동차 공업의 메카’로서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공업화 45년 동안 공해를 많이 배출해 시민들은 오염된 공기를 많이 마셨고 공업화의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공해나 노사분규 같은 반갑잖은 소식만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생태도시를 위해 아무리 엄청난 투자를 하고 세계적 문화유산을 가진 역사도시라고 자랑해도 공해나 노사분규 같은 반갑지 않은 뉴스가 한두 번 나가면 소용이 없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있고 한국 자동차 공업의 메카이며 좋은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자랑이 빛을 잃게 된다. 울산은 이제는 더 이상 공해에 찌들고 노사 분규만 있는 과격한 이미지의 도시가 아니다. 한국 문화의 기원인 반구대 암각화와 한국 최대의 공룡 유적이 있는 도시다. 한국 공업화 45년의 일등 공신 도시이며 우리나라 산업의 10∼20%를 차지하는 도시다. 도심 한복판 태화강에서 전국수영대회를 개최하는 생태도시다. 이에 걸맞게 제대로 된 평가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울산의 환경투자가 보람이 있고 건전한 기업문화를 위한 지역 상공인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울산의 환경문제 보도로 취재 기자가 상을 받는 환경오염에 관한 논란은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민과 관이 쏟아 부은 엄청난 환경투자가 한낱 물거품이 되는 그런 도시가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유일한 ‘생태산업도시’로의 꿈을 접어버리는 억울한 도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울산이 재평가되어야 할 이유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 [지방시대] 농촌도 이제 ‘쇼’를 하라/송재호 제주대 교수·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쇼 곱하기 쇼는 쇼.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는 쇼.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 곱하기….” 흥겨운 노래와 쉽고 재미있는 몸 동작 캐릭터로 유명한 이 광고는 최근 CF계의 화제입니다. 캐릭터 숫자가 노래와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단순하지만 볼수록 깊은 인상을 줍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문화와 관광이 만나고, 관과 민이 만나고, 문화와 산업 등이 만나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이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아가 이 광고를 우리의 농촌 현실에도 대입시켜 봅니다. 갑자기 농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추석을 앞두고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을 듯해서입니다. 그러나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일컬어지는 한가위 앞에 넉넉하고 따뜻해야 할 우리네 고향을 떠올리면 답답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사 일이 힘이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래도 농사를 지어 자식들 학교 보내고 결혼시킬 수 있을 때만 해도 희망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누르디누른 들판을 배경으로 ‘올해도 풍년’이라는 9시 뉴스의 헤드 라인을 보기만 해도 배불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 시위에다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며 배추밭을 갈아엎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걱정하는 농가의 한숨 섞인 뉴스를 보면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치는 기분이 듭니다. 소비자들은 우리 것이 최고라며 ‘국산, 국산’을 외치는데 그것을 생산하는 농민은 한숨만 늘어가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희망의 불씨는 분명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농촌에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농촌 플러스 문화·관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농촌 곱하기 문화·관광’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상생을 통해 남루해질 대로 남루해진 농촌을 새롭게 단장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구석구석 문화·관광적 요소를 찾고 이를 가시화시켜야 합니다. 그런 다음 농촌 일상으로 천천히 흡수되어야 합니다. 이미 문화와 관광은 농촌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한 작은 마을은 간판 바꾸는 작업 하나만으로 세간에 마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의 참여와 합의, 지역 서예가의 서체라는 문화가 더해지고 곱해져 아름다운 간판 마을을 만들어냈고, 마침내 스쳐 지나가는 곳에서 머물고 싶은 마을로 살려 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이곳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촌 곱하기 문화·관광’은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바로 ‘쇼’입니다.‘농촌 곱하기 문화·관광’을 통해 얻은 결실을 잘 포장하고, 마케팅하고, 서비스하는 ‘쇼’가 필요한 것입니다. 농산물 생산만 하는 농촌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 가미된 농촌으로 탈바꿈해 일상 탈출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농촌으로’ 발걸음할 수 있도록 쇼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속칭 ‘쇼하고 있네!’의 쇼에 그쳐선 안 됩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한 문화, 지역사회에 바탕을 둔 관광, 이것을 선도할 사람 등이 어우러져 ‘살기 좋은 마을’을 향한 쇼가 지금 시작되어야 합니다. 무대는 농촌이며, 무대의 주인공은 농민들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농촌 곱하기 문화·관광 플러스 쇼’를 실천하여 살기 좋은 농촌마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그 날이 오기를 이번 추석 보름달에 빌어 봅니다. 송재호 제주대 교수·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 [지방시대] 말뿐인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지난 학기 대전에 사는 중학생 서너명이 서산의 한 아동센터에 와서 공짜로 잠잘 곳을 문의했다. 가출 청소년임을 직감한 상담원은 관련 기관을 찾아 보호하고자 했으나 당장 이들을 보호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쉼터는 멀리 천안에 있었고 그나마 제한된 수용 인원 때문에 그 곳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집으로 돌려 보내고자 이런 저런 이야기로 달래고 있던 중에 이들은 잠시 틈을 타 가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Net)가 구축돼 있다. 지역 사회의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연계해 가출이나 비행, 약물, 성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 청소년을 돕는 시스템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야심차게 구축한 것이다. 전국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CYS-Net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헬프콜 1388을 통해 위기 청소년이 발견되면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상담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도록 돼 있다. 즉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과 연계해 원스톱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갖춘 것이다. 언뜻 보면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대단히 잘 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충청 지역에서만 보더라도 지역 사회의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네트워킹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 청소년들이 발견돼도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다. 지역 내 허브기관이 하루 24시간 이 역할을 해 나갈 여건도 안돼 있다. 현재 청소년지원센터는 시·군 단위로 1곳이 있다. 대부분 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고 매우 열악한 상태다. 지역마다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지자체는 대부분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을 그야말로 쥐꼬리보다도 짧게 책정하고 있다. 단체장의 마인드나 지역 의회가 청소년 문제나 청소년지원센터의 기능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지방의 시·군은 특별지역 외에 대개 상담원 1명이 모든 역할을 떠맡고 있어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청소년 문제는 불행하게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그 문제의 양상도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이제는 비행 청소년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일반 청소년이라도 가정문제나 심리적인 문제로 가정 밖에서 일시적 보호서비스가 요구되는 일이 많아졌다. 수요가 없어 줄어든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청소년보호시설이 지역 곳곳에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이다. 가을엔 마음이 우울해지거나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난다. 지역사회가 모두 위기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한 자원이라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온통 위험요소들로만 가득하니 마음이 무겁다. 충청지역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권 내 청소년 쉼터는 2곳뿐이다. 지역지원센터가 위기 청소년을 발견하더라도 네트워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위기 청소년을 위한 홍보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웬만한 사람들은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헬프콜인 1388을 거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 1388을 아무리 눌러 봤자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한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 문제로 이어질 때 그 파장은 또 어떻겠는가. 기왕에 힘들여 좋은 제도를 만들었으니 그 효과가 한번 제대로 나게 해 보자. 국가와 지자체는 제도만 번듯하게 만들어 홍보할 게 아니라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도 해야 한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지방시대] 9월,가을은 우리의 스승입니다/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9월이 왔습니다. 몹시도 뜨거웠던 우리들의 이마를 식혀주며 먼먼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으로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나뭇잎들은 서둘러 여름날의 마지막 햇살과 수액을 더 열심히 빨아들이고 새들은 하늘을 멀리 날기 위해 깃털을 바지런히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9월은 나그네입니다. 우리들 몸속에 숨겨진, 아니 어쩌면 우리들 몸의 구석 어딘가에 숨어있을 영혼은 파란 불을 켜고 국토의 저편까지 여행을 떠나자고 보채고 있습니다. 마음에 빈곳이 많은 사람들은 가을꽃 한 송이라도 더 찾아 나설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밤에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책 페이지들을 한 장 한 장 부지런히 넘겨갈 것입니다. 9월은 고개 숙이는 달입니다. 벼들과 함께 하는 들길을 걸으며 ‘고개 숙인다’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깨달음에 이르는 달입니다. 고개 숙인다는 것―그것은 요란한 소리가 없이 오래오래 사유하고 사랑한다는 것, 스스로를 비우고 비워서 기도와 평화와 경건함으로 채워 넣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세상의 모든 열매는 익어야 고개를 숙이고 제 맛과 제 향기를 낸다는 것을 가을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9월, 가을은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들의 인생과 세상살이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9월엔 ‘작은 것들’도 크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 많은 것, 더 큰 것, 더 배부른 것을 찾기만 했던 우리들이 어쩌면 어리석은 부분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풀여치, 고추잠자리, 쓰르라미의 숨결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우주의 숨결을 이룬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9월이 오면 사람들은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누구나 노래하는 음악가가 됩니다. 누구나 저 높푸른 하늘에 그림 그리는 화가가 됩니다. 누구나 깊이 사색하는 철학자가 됩니다. 누구나 가슴 드넓어지고 여문 벼들이, 알곡들이 출렁대는 농부의 땀 흘리는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9월이 오면 사람들은 아름다워집니다. 깊은 산 물소리처럼 이웃사랑도 잔잔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대로 누군가와 더 나누고 싶어하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나눔과 베풂’의 시간을 가지려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손을 자주 넣는 달이 9월입니다. 9월은 미움을 모릅니다. 다툼을 모릅니다. 두 눈을 부릅뜨지 않습니다. 경박스럽게 날뛰지도 않습니다. 편을 가르고 누구를 시샘하지도 않습니다.9월은 아련한 시절 옹달샘의 새색시처럼 수줍음이 가득한 얼굴 그 모습입니다. 이슬이 맺힌 산국화처럼 청초할 따름입니다. 또한 9월은 전라도와 경상도,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서울과 지방, 남과 북을 편 가르려 하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반도 분단의 정치사회적 DNA에서 비롯된 섹티즘(분파주의)을 멀리 멀리 보내버리면서 우리 모두를 푸른 하늘 아래 하나로 두고자 합니다. 9월은 쓸쓸하기도 합니다. 쓸쓸하되 감나무 잎사귀에 내리는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잠든 아이를 등에 업고 바느질하시던 그 옛날 고향집 어머니처럼 그렇게 고요하고 고요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결실의 나라로 조금씩 발자국을 옮겨가는 사랑과 감사의 달인 9월. 이제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정치와 경제, 밥그릇과 ‘큰마음’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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