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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착하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안착하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지방대학 출신들도 공직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올해 5급 공무원 공채 2차시험 합격자 313명 중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에 따라 일반행정에서 6명, 재경직에서 2명 등 8명의 지방인재가 추가로 합격했다.”면서 “2차 시험에는 총 2086명이 응시해 8.1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다음달 16~17일 면접시험을 거쳐 259명의 최종 합격자를 가려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사이버 국가고시센터(http://gosi.kr)에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균형인사지침에 따라 2007년 5급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처음 실시됐다. 합격자의 20%까지 지방소재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는 제도다. 무조건 합격자의 20%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합격점수선에서 -1점 이내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첫해인 2007년에는 2명(2차 합격 기준)이 나오는 데 그쳤고, 2008년 4명, 2009년 3명 등 합격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명, 올해에는 8명까지 늘어났다. 새로운 제도로 인해 지방대학 출신 수혜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까지 5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 적용 기간을 5년 더 연장했다. 그나마 최종 합격자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5명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면접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안배하느냐에 따라 지역 출신을 배려하겠다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올해 역시 몇 명이 최종 합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 또한 여전하다. 행안부에서는 인천, 경기권 대학까지도 지방소재 대학으로 분류하고 있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이 받는 소외감은 크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회가 사무처 8급 공무원을 선발하면서 비수도권 대학 출신들을 최대 30%까지 선발하는 내용의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하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추가 합격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점수 차이도 별로 크지 않긴 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초기에 실효성을 강화하려다 보니 ‘서울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왔고, 추가 합격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으니 ‘지방 배려 취지 무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朴 “빈부격차 치유가 제게 주어진 사명”

    朴 “빈부격차 치유가 제게 주어진 사명”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15일 경남 마산 지역을 찾아 ‘국민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주로 과거사를 중심으로 언급됐던 과거와 미래의 통합에서 소득과 지역 등의 격차를 줄이는 통합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쇄신과 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겪은 뒤 첫 지방 일정에서 본격적으로 민생행보에 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경남도당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가진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격차, 힘있는 사람들과 조직된 사람들에 가려진 약자와 소외계층의 격차와 상처를 치유해야 미래의 문이 열린다.”면서 “그것이 바로 저와 우리 당에 주어진 막중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두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갈등 중 하나”라고 언급하고 “과감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 전국 어디에 살든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 상황을 염려해 “여러분의 회생 없이 100% 대한민국은 구호일 뿐”이라면서 “피해 농어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의 정책을 펴겠다.”고도 다짐했다. 박 후보는 앞서 오전 경남대 캠퍼스에서 경남대를 비롯해 가야대·창신대·문성대 등 인근 총학생회장단들과 만나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반값등록금, 학자금 대출이자 ‘제로 금리’,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기회 확대 등에 대해서도 약속했다. 박 후보는 16일부터 시작되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언급하며 “롯데 이대호 선수가 올해 일본으로 진출해서 롯데가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잘해 줘서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발전도 마찬가지로 뛰어난 인재가 다가 아니고 모든 국민들이 각자 안 보이는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함으로써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동선·이윤수 전 의원 등 전 민주당 의원 20명이 이날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과 함께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유신 반대를 위해 격렬하게 투쟁했던 사람들이지만 지난 과거와의 화해와 용서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마산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간은 왜 그토록 탐하는가…흔적없이, 희미한 냄새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프탈렌’ 인생인데”

    “……인색한 놈, 같이 자자고 하면 난리 나겠다.”(115쪽) 이혼한 지 수십 년 만에 전 부인(남편)이, 혹은 헤어진 지 오래된 과거의 애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나, 좀, 안아주라.’고 요구하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정년퇴임을 몇 개월 남기지 않은 백용현 교수는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첫 번째 부인 손화자가 찾아와 안아달라고 하자, 머뭇거렸다. 외로움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손화자는 “나 간다. 삐쳐서 이제 안 올지도 모른다.”하고 표표히 떠나 버렸다. 65살이 되는 늙은 남자는 자궁암으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과거의 부인을 안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도덕의 문제였을까, 관행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소설에 쓰여있는 대로 한 줌의 권력을 이용해 여제자들을 성희롱하며 늙은 여자와는 동침해 보지 않았던 백용현의 결벽증이었을까.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12년차 소설가 백가흠(38)의 첫 번째 장편소설 ‘나프탈렌’은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사랑이 소유욕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다. 희미한 냄새를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이야말로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인간의 삶과 닮았나 보다. 백가흠은 각각의 인간이 타인과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전면에 드러내 놓고 이런 거창한 철학적 문제를 물어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머리가 복잡하지 않은 채 이런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이야기꾼이다. 소설의 주된 공간은 전주 만공산(萬空山) 하늘수련원이다. 만 가지가 비어 있는 산기슭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육체와 마음의 병으로 허허롭게 비어 있다. 비어서 채울 수 있거나, 채우려고 비워 버리거나 해야 한다. 주요한 인물은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하늘수련원에 요양 온 이양자와 그녀의 엄마 김덕이 여사, 백용현과 그의 첫째 부인 손화자, 백용현이 욕망하는 20대 중반인 조교 공민지, 공민지의 여동생으로 이양자의 남편이자 지방대학교수인 민진홍의 불륜 파트너이자 맹랑하게도 이양자를 찾아와 남편을 양보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민정 등이다. 탈북해 자본주의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최영래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중 주인공은 아무래도 소설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 김덕이 여사다. ‘작은 엄마’의 딸로 태어나,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같은 운명을 물려주게 된 김덕이 여사는 30살이나 많은 유부남의 곁을 과감히 떠나면서 운명을 개척했다. 말기 폐암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살려놓는 대신 자신이 죽음을 떠맡는다. 불완전한 삶을 온전하게 만든 소설 속 유일한 인물이다. 노망난 친어머니의 죽음이나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인의 죽음 앞에서 느닷없이 정신을 무너뜨리는 완고하고 억센 사람들의 모습은 ‘물질’에 목적을 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각성시킨다. 미처 중요하다고 깨닫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은 부담일 뿐이다. ‘잘해 줄 걸’이라고 후회한들 되돌이킬 수 없다. 타인이 소멸한다는 것, 죽는다는 것은 멈춰버린 시간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탐했던 물질의 정체를 밝혀보게 된다. 돈이거나, 섹스, 떠나 버린 사랑, 젊은 육체 등이다. 백가흠은 작가의 말에서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했다. 소설가를 꿈꾸던 시절 ‘마음이 가난’하고 ‘낮은 자’를 위해 소설을 쓰겠다고 했던 그는, 용케도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찾아내고 위로하고, 화해로 이끌어 냈다.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시간의 흐름이 뒤섞이지만 어려움 없이 과거와 현재를 구별해낼 수 있다. 늙음이 자신과는 관련없는 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38살의 작가는, 당신들, 잘살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시의적절한 기획 시리즈 돋보여/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시의적절한 기획 시리즈 돋보여/이갑수 INR 대표

    서울신문을 매일 보면서 눈에 띄는 기사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홍보(PR)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필자는 과감하고도 창의적인 ‘편집의 미’를 발견할 때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촌철살인의 헤드라인들을 볼 때마다 적절한 감탄의 단어들이 쉽게 떠오르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다른 매체에서는 소홀히 다루거나 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시의적절하게 기획시리즈로 심층 조명했다. 또 공공정책 분야에 특화된 신문이라고는 하지만 기사의 오디언스(Audience)는 누구인가, 왜 이런 기사를 다루는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공공열전 2012’와 같은 기사도 돋보였다. 8월 24일 자 1면 머리기사인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을 계기로 3회에 걸쳐 다룬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기사는 답답한 대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취업률을 대학 평가에 반영한다는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문제점을 적시했다. 제자 취업에 목을 매는 지방대 교수들의 단편들과 예술대 중심의 대학같이 특성화된 대학들에는 불리하다 할 정도로 대학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대학 평가에 반영되는 취업률 20%에 대한 적절성, 취업률의 적용범위, 취업률 산출 시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도 적절했다. 덧붙인다면 대학의 역할과 존재라는 본질을 감안할 때, 아무리 이 사회가 취업 만능주의에 빠졌어도 취업률이 과연 대학 평가에 필수 요소인가 하는 점을 큰 틀에서 이슈로 다뤄 줬으면 한다. 평가에서의 취업률 반영 문제가 정부와 대학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열풍에 빠진 요즘 취업률 탓에 인문학 관련 학과가 폐쇄되어 갈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모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이라는 3회 시리즈 기사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농협의 문제점과 개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슈인 농협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다. 이 시리즈는 올 3월에 50년 만에 수술대에 올린 농협 조직이 살아나고 있는지, 아직 혼수 상태인지 지난 6개월의 변화를 점검하는 기사였다. 2회의 농협경제지주 관련 기사에서는 농협 계열사들이 농민들의 편이라기보다는 비료값 담합 같은 행위로 오히려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과 함께 거대 공룡 농협의 복잡한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파고들었다. 농협 금융을 주제로 한 1회에서는 규모, 수익성 면에서 타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해 꼴찌만 기록하는 농협금융지주의 현실을 열거하였는데, 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쉽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쟁점이다. 지난 8월 20일에 피자가게 주인에게 성폭행당한 서산의 어느 여대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신문은 이틀 뒤부터 5회에 걸쳐 ‘짓밟히는 알바생의 인권’이라는 타이틀로 취급했다. 우선 발빠르게 심층기사로 구성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가장 열악한 노동 현실의 밑바닥에 있는 알바생들의 수당문제·인권문제 등과 제도적 허점들을 지적하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법으로 마무리 지은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 가지 사족을 붙여 본다면, 기사 안에서 거론된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들 중 어느 업체는 실명으로 소개되고 어느 브랜드는 “모 업체…”와 같이 비실명으로 거론된 것은 실명 공개 여부의 기준이 무엇이든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경제면에 매일 보도되는 사진기사 중 일부 기사의 사진 설명에는 해당 기업체나 브랜드가 실명으로 공개된 반면, 또 다른 기사의 사진설명에서는 브랜드가 언급되지 않아 자칫 형평성에서도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
  • 세종·국민대 등 43곳 정부 재정지원 제한된다

    세종·국민대 등 43곳 정부 재정지원 제한된다

    국민대·세종대 등 43개 대학(전문대 포함)이 2013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가야대·경주대 등 13곳은 학자금 대출 제한까지 받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와 학자금대출제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살생부’ 방식의 평가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교과부는 이날 선정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중심으로 10~11월 중 현지실사를 거쳐 12월 경영부실대학을 지정, 컨설팅을 거쳐 학과 통폐합, 교육여건 개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전체 337개 대학(대학 198·전문대 139) 중 43개교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대학 23·전문대 20)에 포함됐다. 이 중 13개교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대학 7·전문대 6)으로 분류됐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소재지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대학이 9개, 지방대가 34개이다. 올해 신규 지정된 재정지원 제한대학 30개교 중 24개교는 지난해에도 하위 30%에 속했던 곳들이다. 또 취업률 허위공시가 적발된 동국대(경주)·서정대·장안대·대경대 등 4곳은 하위 15% 여부와 상관없이 재정지원제한에 포함됐다. 앞으로 이 대학들은 내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신청 자격에 제한을 받을 뿐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의 정원도 증원하지 못한다.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은 여기에 더해 신입생 학자금 대출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수시모집 등에 이미 지원한 수험생은 불이익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 지난해 평가에서 살생부에 오른 17개 대학 중 지금까지 명신대·성화대·건동대·벽성대·선교청대 등 5개 대학이 강제 또는 자진 폐쇄했다. 교과부가 발표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평가는 큰 틀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성과(취업률·재학생 충원율), 교육여건(전임교원 확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지급률·등록금·법인지표), 교육과정(학사관리) 등 모두 8개 지표가 적용됐다. 이 중 재학생 충원율(30%)과 취업률(20%)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일부 지표는 적용 기준이 수정되기도 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전임교원확보율 반영 비율이 5%에서 7.5%로 늘었고, 교육비 환원율은 10%에서 7.5%로 줄었다. 학생의 정부보증 학자금 융자에 대한 대학별 상환 정도를 나타내는 상환율 지표는 지난해까지 10% 반영됐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이 밖에 법인의 대학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전입금비율·법정부담금 부담률 등 법인지표가 새롭게 반영됐다. 전문대는 평가 가중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던 재학생 충원율 지표를 지난해 40%에서 올해 4년제 대학과 동일하게 30%로 낮췄고, 대신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록금 부담 완화 지표를 각 2.5%씩 올렸다. 이 밖에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체능계 대학은 평가 참여 여부를 대학이 결정하도록 했고, 예체능계 졸업생은 프리랜서도 취업자로 인정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처음 시도한 돈줄 끊기 카드인 ‘재정카드’가 사립대의 방만한 운영 개선 및 구조조정에 상당한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가 올해 제외된 대학들은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거쳤다. 대부분 ‘지표 맞춤형’으로 학교 시스템을 바꾸고, 수치 끌어올리기에 애썼다. 특히 각 대학별 취업률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목원대는 지난해 40.1%였던 취업률이 56.8%로, 상명대는 44.6%에서 66.3%로 급상승하는 등 웬만한 상위권대 수준까지 높였다. 상명대 관계자는 “예체능계 학생이 많아 취업률 지표에서 상대적 불이익이 있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제자들의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자리를 알아보고 독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하)해법은 없나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하)해법은 없나

    “객관성을 확보한다며 여러 가지 지표를 만든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제한 및 구조조정 수단으로 적용하는 대학 평가지표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물론 대학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제재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1960년대 후반 프랑스와 독일은 정부가 일반대학 입학인원을 일괄 선발해 각 대학에 할당하는 방식의 대학평준화를 시도했다. 일본은 2000년 478개교였던 사립대가 2010년 597개교로 급증하자 2006년부터 사립대 지원금 총액을 매년 1% 일괄 감축하기 시작했다. 또 일반보조금 대폭 삭감에 이어 2008년부터는 특별보조금도 동결했다. 특히 2007년부터는 정원이 미달된 학부나 학과가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일반보조금 삭감률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의 정부 지원금이 크게 줄어 경쟁력이 낮은 대학들의 파산 및 폐교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가 적용한 기준이 바로 교과부의 대학평가 지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학생 충원율’(30%)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취업률(20%) 등 다양한 지표를 복합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구조적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업률을 지표화해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취업률을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 지표로 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글로벌 평가기관들이 매년 내놓는 세계 대학평가에서도 ‘취업률’은 반영하지 않는다.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이 아닌 ‘학문의 전당’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적용하는 취업률 상대평가 방식은 통계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남자 졸업생의 취업률은 58.68%, 여자 취업률은 50.01%로 큰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도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취업률은 55.61%로 지방대 취업률 53.78%보다 높지만 경기·인천지역 대학의 취업률은 53.29%로 다른 지방대보다도 낮다. 서울소재 대학의 남자취업률은 64.43%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경기·인천지역 대학의 취업률이 낮은 것은 이 지역이 남성 근로자 수요가 많은 항만이나 중공업 중심지로 여성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현저히 낮아, 전체 평균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결국 여대는 남녀공학에 비해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고, 지역대학들은 서울권 대학들에 비해 기본적으로 낮은 취업률을 더 많이 끌어올려야 하는 불공정 게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인권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취업률 자체를 지표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스포츠에서 성별과 체급을 나누어 경기를 하는 것처럼 취업률도 최소한의 현실을 반영하는 공정한 척도가 돼야 한다.”면서 “지역과 규모로 대학을 나눈 뒤 성별로 취업률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취업률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대학을 교육적 관점이 아닌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대학의 취업학원화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대학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사립대 지원금을 대폭 줄여 확보한 재원을 대학의 교육개혁과 활성화 등에 투입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벌건 대낮에 막걸리병을 싸 들고 집에 들어가는 염 교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세 병이나 들고 아파트 방문을 열었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두 병을 비웠다. 손님이 온 것도 아닌데 혼자 마시겠다고 막걸리 세 병을 사 간 것부터가 예삿일은 아니었다. 크게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승과 하직할 자신이 없었나 보다. 염 교수는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의 죽음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큰 파장을 몰고왔다. 염 교수는 꾹꾹 눌러 참아왔고, 부인에게조차 말 못할 참담함을 자신을 버리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 시대 지방대학의 교수가 처한 비참한 현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고발한 것이다. 재앙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교수확보율을 들이대며 대학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이러다 큰일 나지, 사람 잡지.” 하는 우려가 염 교수 사건으로 현실화됐을 뿐이다. 이런, 사람 잡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염 교수는 줄을 섰다고 봐야 한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걱정했을 법할 일을 이 장관이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큰 감투를 주겠다고 해도 덥석 받을 일이 아니다. 알았다면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대학이라는 게 무엇을 하는 곳인가. 또 대학교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 서열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잣대로 대학을 후려친다. 대학이 뭐하는 덴가. 교육과 연구가 본령이다.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것이 고루하고 한심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대학이 그랬고 현재의 대학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대학의 가치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못하게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다. 입학할 때부터 이런저런 것 해야 취업하기 좋다 이런 식이다. 이 같은 풍토에선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미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꿈이다. 염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서예 하고 한문학 하는 교수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조선시대 선비정신을 계승했다고 봐야 한다. 고지식한 것은 당연하다. 현란하지 못하고, 능글능글한 웃음도 없을 터. 취업기술자보다는 백면서생 쪽에 훨씬 가까웠을 그다. 그런 그가 취업률 압박에 시달렸다면 정체성 혼란이 오는 것은 필연이다. 대학교수란 도대체 뭔가라는 실존적 고민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런 정체성 혼란이 교수 승진과 생존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의 정신은 피폐해지고, 삶은 퍽퍽했을 것이다. 대학교수가 취업을 시키는 사람인가. 아니다. 굳이 취업과 연관시킨다면 취업을 준비시키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논문 한 편 더 쓸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라고 죈다면 이게 정상이겠는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짓이다. 언론에 터져나오는 지방대 교수의 현실을 보면 초등학교 교사만도 못하다는 자탄이 틀린 소리도 아니다. 교육과 연구는 뒷전에 밀렸다. 취업을 못 시키면 교수직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런 가공할 공포는 다름 아닌 정부가 조성했다. 교과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대출제한대학이라는 낙인은 대학의 본령인 연구와 교육을 박탈했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대학에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원서를 넣을 리 없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 국립 타이완 사범대에서 석사,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실력 있는 역사학자다. 그 역시 “얼마 전부터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이런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의 탄식은 비단 도 교수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 교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대학에 대한 교육권력의 폭력이 도를 넘은 것이다. 가정사나 치정문제도 아니고 대학교수가 자살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ykchoi@seoul.co.kr
  • 지방대 교수, 국제저널 논문 ‘셀프 심사’ 의혹

     한 지방대 교수가 국제저널에 투고한 논문을 본인과 제자가 직접 심사할 수 있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 등에서의 잇단 논문조작 의혹으로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연구윤리 이슈라는 점 때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문표절·철회 감시사이트인 ‘리트랙션워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인 학자가 이메일 주소를 조작해 자신의 논문을 리뷰(검토·심사)한 사실이 밝혀져 논문이 철회됐다.”고 전했다. 해당 학자는 문형인 동아대 의약생명공학과 교수로, 한약본초학·의약품 분석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철회된 논문은 모두 4건으로 국제저널 ‘약품 미생물학저널’ 1편, ‘국제식품과학 및 영양학저널’ 3편 등이다. 저널들은 문 교수가 ‘제3자 리뷰’ 원칙을 지키지 않아 논문심사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공지했다. ‘제3자 리뷰’란 논문을 객관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저자는 물론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을 리뷰어에서 배제하는 원칙이다.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최고 수준의 저널들은 리뷰어를 별도로 정해 관리하지만, 중하위권 저널들은 저자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리뷰어를 추천하면 개인적 관계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2명 이상에게 리뷰를 맡긴다.  이 과정에서 문 교수는 과거 자신과 함께 논문을 쓴 사람이나 제자를 리뷰어로 추천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전문가를 검색해 그 사람 명의로 가상의 이메일을 개설, 자신에게 리뷰 요청이 오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출판사들은 문 교수의 논문이 리뷰어에게 발송된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검토가 끝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 교수는 “한약본초학, 천연식물학 등은 해외에서 리뷰어를 구하기가 어렵고, 국내에서도 다 알 만한 사람들이어서 전혀 모르는 리뷰어를 구할 수 없다.”면서 “가상의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오타일 뿐 의도적인 조작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논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편의상 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재미과학자는 “논문조작의 새로운 슈퍼스타”라고 비꼬았고 다른 과학자는 “리뷰 과정의 구조적 한계는 항상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 공론화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중) 취업률의 맹점

    “우리 대학의 핵심인 의대·치대·한의대가 통계의 왜곡을 가져오는 주요인이라며 제외한 것이 결정적이었죠. 이런 지표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취업률이 낮은 종합대학의 순수학문 관련 학과를 없애라고 정부가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원광대 관계자) 원광대와 상명대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전북권 사립대의 맹주를 자처하던 원광대와 서울시내 중위권 대학으로 분류되던 상명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연간 40억~50억원에 이르는 교육역량강화 사업비를 못 받는 것은 물론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60~7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만큼 동문들의 비난도 거셌다. 이들 대학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취업률’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학사관리·교육과정 ▲등록금 부담 완화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법인지표 등 8가지 항목을 대학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중 취업률(20%)과 재학생 충원율(30%)의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대학의 학과 구성 등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해 하위 15%를 선발한다. 특정 지역에 하위권 대학들이 몰릴 경우에만 순위를 조정한다. 상명대는 예체능계 학과가 많아 취업률 지표에서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추계예대 역시 예체능계를 감안하지 않은 취업률 지표에 불만을 갖고 있다. 원광대는 취업률이 90%에 육박하는 의료계열 학과가 취업률 지표에서 제외된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의료계열 학과가 있는 학교가 소수라는 이유로 이들 계열을 지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부가 학교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대학가에는 구조개편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원광대는 올해 취업률 하위 학과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국문화학과·독일문학 언어전공·프랑스문화 언어전공·정치외교학·인문사회자율전공학부·자연과학자율전공학부 등 6개 학과가 대상이다. 대부분 기초학문과 사회과학에 집중됐다. 철학과는 2년간 폐지 유예, 국악과 음악은 음악과로 통폐합했고 미술 계열도 모두 합쳐졌다. 지난해 부실대학이었던 서원대도 연극영화과·화예디자인과·컴퓨터교육과·음악학과·미술학과 등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을 일괄적으로 폐지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부실대학이 아닌 대학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배재대·동아대·경인여대·계명대·청주대 등이 이미 올해 취업률이 저조한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북의 A대 관계자는 “결국 지표에서 불리한 학과들을 선제적으로 쳐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정부가 무리한 지표를 내세워 대학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다며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절대적인 취업률을 적용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은 뒤 대학의 자구노력 등을 통해 개선 여부를 따지는 ‘정성적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원도의 B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지방대의 취업 여건을 개선하면서 대학들의 취업률 높이기를 독려하는 것이 상식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상)지방대 교수의 비애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상)지방대 교수의 비애

    “총장한테 불려갔다 나오면 당장 교수질을 때려치우고 싶은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충청권 모 대학 A교수는 26일 “총장실 벽에 막대그래프로 학과별 취업률이 그려져 있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이같이 털어놨다. 취업률이 낮아 매일같이 불려가면 총장은 “학과를 구조조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도 학과가 폐지되면 장담할 수 없다. A교수는 “오너가 있는 사립대는 정말 쫓겨날 수도 있어 취업률을 높이는 데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내 한 해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교수들 심정은 어떻겠느냐.”며 혀를 찼다. 낮은 학생 취업률 등을 고민하다 자살한 대전 Y(57·서예한문학과) 교수가 몸담았던 대학은 지난해 9월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뒤 교수를 대상으로 취업 성과급제를 전격 도입했다. 올 신학기부터 학생 1명을 교수 자신의 힘으로 취직시키면 50만원을 지급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전체 평점 중 취업률이 20%를 차지하는데 대학에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고 난감해했다. 지방대 교수들이 ‘취업 세일즈맨’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총장실에 불려갔다 온 교수들은 기업을 찾아가 제자들의 취직을 눈물로 호소한다. A교수는 “공부만 해 온 교수들이 무슨 인맥이 있겠느냐. 취업 세일즈를 계속 하다 보면 자존심 센 교수들은 갑자기 ‘멘붕’에 빠지고 만다.”고 전했다. 이 대학 교수 몇명은 최근 이런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 대전 모 사립대 이공계열 학부의 B(45)교수는 “대전의 공단부터 충남 당진, 충북 오송까지 안 다녀 본 곳이 없다.”며 “보따리장수가 된 기분까지 들 정도”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같은 대학 C(44)교수는 “취업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세미나나 연구 발표회보다는 기업체를 찾아다니다 다른 대학 교수를 처음 만나 인사할 때도 있다.”면서 “서로 웃으며 악수하지만 얼마나 쑥스러운지 모른다.”고 푸념했다. 대구 모 대학의 이모(58) 교수는 최근 서울의 중견 기업체를 다녀왔다. 이 기업 인사담당자인 제자에게 학생들의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어려워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는 대답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이 교수는 다음 주에도 경북 경산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가 제자들의 취업을 부탁할 작정이다. 이 교수는 “취업률로 학과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각 학과에 보내 모든 교수가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취업률로 평가하다 보니 교수들이 일년 내내 학생 취업에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름 없는 지방대일수록 교수들의 취업률 높이기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광주의 모 대학 교수는 “대학 홈페이지에 학과별 취업률을 공시하다 보니 취업률이 낮은 학과 교수들은 취업 목표율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체 방문 등의 각종 허드렛일에 매달리면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면서 “취업률이 오르지 않으면 학과가 폐지되거나 연봉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취업률 높이기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학과 및 교수별로 취업 인원을 할당하고 목표에 미달하는 교수에게는 성과급을 적게 주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대학도 여럿이다. 모 대학 총장은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교수를 불러 이른바 ‘조인트’까지 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취업 문제는 경기와 기업이 살아야 뒤따르는 것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을 난도질하고 이것이 먹이사슬처럼 대학을 거쳐 아래로 흐르면서 교수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수들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취업률이 오르지 않으면 상당수 지방대는 4대 보험만 되는 회사라면 업체를 가리지 않고 ‘가짜 취직’을 시키는 편법을 써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 취직이 안 됐는데도 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식이다. 몇몇 대학은 겸임교수를 뽑을 때 아예 대놓고 “몇 명이나 취직시킬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겸임교수로 중소기업 사장이나 인맥이 좋은 직장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은 또 학과별로 1명씩만 두게 돼 있는 조교를 ‘인턴조교’란 명목으로 2~3명씩 더 둬 취업률을 높이는 수법을 쓰고 있다. 지방대 교수들은 신입생 모집에도 내몰리고 있다. 대전의 모 대학 학과는 교수 숫자대로 권역을 나눈 뒤 고교를 찾아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 3 담임교사에게 “학생들 좀 보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린다. 이 대학 D교수는 “어떤 때는 술집에 있던 고 3 담임교사가 불러내 술값을 대신 내준 적도 있다.”면서 “이럴 때는 너무 처참해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모 대학 총장이 교수들에게 버젓이 “너희가 가르칠 ×은 너희가 데려오라.”고 했다는 말은 지금도 이 바닥에서 전설(?)처럼 떠돈다. 대전의 모 대학 E교수는 “대학이 교수들의 취업 달성률을 공개하면서 망신을 주는 마당에 교수로서의 명예와 체신을 무슨 수로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교수들이 신입생을 충원하고 졸업생을 취직시키느라 수업에 열정을 쏟을 시간이 없다. 강의는 오래전부터 뒷전이 됐다.”고 자조했다. 대구 한찬규·광주 최치봉·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실적 탓 사표 → 생활고 빚더미 → 신불자 → 묻지마 범행

    실적 탓 사표 → 생활고 빚더미 → 신불자 → 묻지마 범행

    퇴근 무렵 전 직장 동료와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김모(30)씨의 인생 행로는 경쟁 사회 피로증이 폭발할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김씨는 지방대를 중퇴하고 서울에 온 지 4년 만에 번듯한 금융회사에 입사하며 부팀장 지위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검거 당시 주머니에는 현금 200원과 4000원이 충전된 교통카드 1장밖에 없을 정도로 패배자나 다름없었다. 4000만원 빚을 진 신용불량자이기도 했다. ●한때 신평사 부팀장 승승장구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방대를 자퇴한 김씨는 2005년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인터넷 요금 전화 상담원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고 2008년엔 유명 통신사로 옮겨 휴대전화 미납 요금 추심 업무를 맡았다. 2009년에는 모 보증보험사 신용채권관리팀으로 옮겨 근무하면서 추심업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중 유명 신용평가사인 A사에 2009년 10월 입사해 휴대전화 해지전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실적을 쌓아 부팀장으로까지 승진했다. ●고시원 방세밀려… 냉장고 ‘텅텅’ 그러나 실적 경쟁에 따른 압박은 날로 심해졌고 부팀장이 된 뒤 신입사원 교육 등으로 업무가 많아지자 김씨의 실적은 점점 떨어졌다. 김씨는 일부 팀원들로부터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뭐하냐.”, “부팀장이면서 월급만 많이 받아 간다.”는 등의 비난을 듣게 됐다. 실적 압박과 동료와의 관계 악화로 결국 2010년 10월 김씨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2011년 3월 김씨는 대출영업 회사에 들어갔지만 기본급 없이 실적만으로 임금을 받는 체계에서 실적 저조 끝에 지난 4월 퇴사했다. 이후 그의 생계는 급격히 기울었다.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김씨는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에서 월세 20만원의 좁은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방세를 내지 못했다. 김씨가 살던 고시원 방의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먹다 남은 수프가 김씨의 궁핍했던 생활을 짐작하게 했다. ●“점점 빚 늘어… 피해자에 죄송” 생활고에 쪼들려 노트북까지 내다 판 김씨는 검거될 당시 수중에 현금 200원과 4000원이 충전된 교통카드 1장밖에 없었다. 김씨는 한 통신회사에 취업하려 했지만 생활비 때문에 카드빚 등 4000만원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가 돼 그마저도 실패했다. 자신을 험담했던 A사 동료 6명에 대한 김씨의 원망은 날로 커져 갔다. 한두달 전부터 자살을 결심하면서 6명에 대한 살인 충동도 느끼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6명이 떠오를 때마다 과도를 구입해 숫돌에 갈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새 직장에서 열심히 하면 다시 잘 풀릴 줄 알았지만 쉽지 않았고 점점 빚이 늘어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어제 집 밖에 나오지 않았어야 했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현장 옆 기동대 늑장 출동 논란 한편 김씨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늑장 대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의도 곳곳에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는데도 늑장 출동으로 인해 부상자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범행 장소에서 50m 정도 떨어진 새누리당사 앞에서 쌍용차 관련 농성을 경비하는 기동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 직원 4명이 현장으로 즉각 출동했고 지구대와 강력팀 형사들도 5분 만에 도착했다.”며 “불과 2분 사이에 범행이 벌어진 데다 피의자의 동선이 커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 컸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신진호·이범수기자 sayho@seoul.co.kr
  • [교수 죽음 내모는 취업률 스트레스] 취업률 전광판 공개 ‘굴욕감’

    강원도의 K대는 지난 4~5월 전체 27개 학과별 취업률을 실시간으로 교내 전광판에 공개했다. 학교 측은 “학교 차원에서 취업을 장려하고 교수들이 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불쾌해했다. 한 교수는 “학문의 성격에 따라 취업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취업률을 일괄 공개해 서열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취업률이 낮은 학과 교수들은 굴욕감마저 느꼈다.”고 밝혔다. 22일 대전의 모 대학 교수가 졸업생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대학들의 취업률 경쟁이 낳은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및 재정지원 제한 대학 등 부실대학 선정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취업률이 51%에 미달하는 대학을 부실대학 선정 때 우선 고려하기로 해 교수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자살한 교수의 학교에서는 “순수 인문사회계열 교수여서 취업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직·간접적으로 취업률 높이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졸업자 3000명 이상인 대학 중 취업률이 51%를 넘어선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수많은 대학들이 잠재적 부실대학으로 찍혀 있는 셈이다. 지방대 교수들일수록, 또 인문사회나 예체능 계열일수록 취업률 높이기가 더욱 어렵다. 수도권 대학의 교수들도 학생들의 취업률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학교 측에서 교수마다 학생 취업 할당량을 주거나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교수들에게 영업사원의 실적 압박과 같은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전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은은한 묵향을 뽐냈던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가 지난 22일 밤 자신의 집 안방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충청서단의 중견 서예가로 활동하다 뒤늦게 대학강단에 선 Y(57·서예한문학과) 교수는 정통 교수사회에서 볼 땐 늦깎이였지만, 환갑을 4년 앞둔 올해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역 교수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를 잘 아는 동료 교수는 “평소 점잖은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유족은 경찰조사에서 “Y 교수가 평소 졸업생의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말대로라면 대학 취업률에 등 떠밀린 교수가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것이 된다. 깜짝 놀란 대학 측이 “Y 교수의 학과는 순수 인문·예술 전공이어서 (졸업생) 취업률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취업률이 낮았던 이 대학은 지난해 재정 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이 대학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50%대였던 취업률을 올해 60%대로 끌어올렸다. 획기적인 개선이다. 취업률 스트레스와 자살과의 상관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예고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족과 대학의 주장이 다른 만큼 진실규명은 경찰의 몫이 됐다. 취업률을 높이는 데 교수를 내모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교육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논문 덜 써도 좋으니까 빨리 학생들 취업시켜 달라고 본부에서 얘기한다.”며 “대학교수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 빼고는 정체성 위기가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자 취업 안 시키고 싶은 교수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그러나 취업 한명 시켰느냐 못 시켰느냐가 교수 승진할 때 실적으로 반영된다면 곤란한 얘기”라고 말했다. Y 교수가 속한 서예한문학과 등 인문대는 취업률 제고에 한계가 있고, 이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Y 교수의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어느 곳에도 취업률로 대학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없다. 교육 정상화, 연구 정상화 측면에선 독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목원대 도중만(50) 역사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되면 서울 소재 대학 빼고 지방대학은 다 죽는다.”면서 “Y교수 사건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박사(博士)는 원래 관직이었다. 삼국시대 고구려에는 태학박사가 있었고 백제와 신라에도 역시 박사라는 관직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존경받는 사표로서 ‘교육’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박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자격이자 ‘학문의 정점’을 의미한다. 걸맞은 영예와 대우가 주어진 시절도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박사학위는 선망하는 직업인 대학교수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박사학위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초·중·고교 12년과 대학 및 석·박사 과정 최소 9년 등 21년 이상을 투자하지만 영예는 소수에게만 허락될 뿐이다. ‘고학력 실업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만 1645명. 이 중 취업자는 75.1%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다. 박사 4명 중 1명은 놀고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귀국 포기” 미국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일대에는 한국인 박사들이 넘친다.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소와 기업, 대학들의 근거지인 이곳에 있는 한인 박사만 줄잡아 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신분은 대부분 박사후연구원(포닥·post doctor)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포닥 재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포닥을 거쳐 한국에서 취업을 했다가 다시 포닥을 택한 사람들이다. 의대 연구실에서 일하는 김모(36)씨는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4년 정도 포닥으로 있다가 한국 지방대에 강사로 갔지만 시간당 몇만원씩 받고 일하는 것이 비참해 다시 돌아왔다.”면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년 정도 포닥을 하면 대부분 한국으로 갔는데 최근에는 8~10년차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만 수천명에 이르는 포닥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동부의 한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모(34·여)씨는 “기업의 연구원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비정규직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들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예 귀국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모(43)씨는 “대부분이 한국 복귀를 꿈꾸지만 미국 생활이 길어지면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그마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박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모(39)씨는 대덕단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택했다. 대전 지역에서 교수가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교수 자리도, 연구소 정규직 자리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박사학위로 얻은 것은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푸념했다. 이씨의 과 동기 중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7명이지만 교수는 단 한 명뿐이고 대부분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계·여성일수록 문제 심각 박사들의 위기는 ‘과잉’의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6141명이던 박사과정 졸업자는 지난해 1만 1645명으로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학사와 석사과정 입학생 숫자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박사과정 입학생은 연평균 6%씩 늘고 있다. 대학교수와 연구소 정규직, 기업체 연구직 등 박사학위 소지자가 원하는 자리가 박사학위 소지자만큼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미석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말만 해도 박사 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맥·학연 등 불공정한 채용 관행, 여성 배척 등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박사급 채용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사 취업난은 이공계보다 인문사회계열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공학계열의 박사학위 취득자 2935명 중 2308명(78,6%)이 취업했고, 의약계열은 2091명 중 1690명(80.8%)이 취업에 성공했다. 반면 인문계열은 1064명 중 412명(38.7%)만 취업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문학 박사는 221명 중 64명, 중문학 박사는 44명 중에 14명, 영문학 박사는 96명 중에 25명만 취업하는 등 어문계열의 취업난이 두드러졌다. 사회계열은 2120명 중 1465명(69.1%)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상경이나 법학 등 계열 특성상 졸업생 중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많아 실제 취업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632명 중 296명만이 취업했지만, 전공 특성상 프리랜서가 많아 뚜렷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 KEDI의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이공계 졸업생이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 순차적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있는 데 비해 인문계열은 교수 아니면 회사원뿐”이라면서 “인문계는 해외 진출도 힘들다.”고 밝혔다. ●박사 취업난은 구조적 실업 전문가들은 최근 박사들의 취업난을 구조적 실업으로 진단한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10년 전만 해도 고급 인력은 일자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부족, 선호도 및 눈높이 등에서 기인한 마찰적 실업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아무리 눈높이를 낮추고 구인·구직 정보 소통이 활발해도 배출되는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사가 만능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선택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맞춤형 인재정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한국콜마를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한국콜마는 1994년부터 대졸 연구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30여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구기관·대학·대기업 등으로 한정된 진로 선택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의 소규모 창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연구소를 만드는 일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인재들도 진취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 학위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석·박사 전문 리크루팅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을 창립한 우용태 창원대 교수는 “젊은 인재들을 해외에 파견해 핵심기술이나 학문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우수한 박사급 인력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박사 숫자를 조정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이 박사과정 정원을 1명 줄이면 석사과정 정원을 2명 늘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사과정 입학생의 3분의1을 상위 10여개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대학들에 석사정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박사 학위 남발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신진호기자 kitsch@seoul.co.kr
  • “부실 낙인 피하자” 하위권 대학 사활 건 ‘눈치싸움’

    재정지원 및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등 내년도 부실대학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하위권 대학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하위 15%에 해당하는 부실대학 선정이 상대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다른 대학의 지표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300개 대학은 오는 15일까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9개 지표 입력을 마쳐야 한다. 교과부는 22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열어 하위 15% 대학을 걸러낸 뒤 이의 신청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부실대학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학자금 대출 제한은 물론이고 학생 정원 감축 및 학과 통폐합,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 교과부의 종합감사와 컨설팅 등을 거쳐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명되면 최악의 경우 폐쇄 절차를 밟기도 한다. 지난해와 올해 이미 4개 대학이 퇴출됐고 한 곳은 자진 폐쇄했다. 지방대 사이에서는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 중 두 곳 정도가 추가로 퇴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실대학 지정이 곧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들이 올 초부터 전 교직원을 동원해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 등 핵심 지표들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됐던 강원도 A대학 관계자는 “올해까지 부실 대학으로 분류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지표관리를 해 왔다.”면서 “교내 전광판에 학과별 취업률을 매주 공개해 교수들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역시 강원도에 위치한 B대학 교수는 “학생 정원을 채우기도 벅찬데 정부가 지방에 일자리를 마련해 줄 생각은 안 하고 무조건 수치만 채우라고 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다.”면서 “하지만 부실대학이 되면 그나마 교수와 학생 모두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대학 선정이 상대평가인 데다 지역별로 선정 최대치를 설정하고 있는 만큼 같은 지역의 비슷한 수준인 대학의 지표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한 정보전도 치열하다. 충북 C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부실대학이었던 모 대학이 올해 취업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소식을 최근 입수했다.”면서 “해당 대학이 편법을 동원했다는 얘기가 있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가에서 우리 대학이 부실대학이 되는 상황이 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의 제기를 해야 하는데 그에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고 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서울공과대학원생 수입/오승호 논설위원

    서울대 공대를 합격하고도 지방대 치·의과대나 한의대를 선택하는 일이 흔하다. 대입학원들은 광고 전단에 의대 합격생 명단을 따로 낸다. 아무리 좋은 이른바 명문 대학의 이공계 학과라도 그렇지 않은 대학의 의대나 치대보다는 못하다는 인식은 언제 사라질까. 서울대 공대가 대학원생 우수 해외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두 달간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 주요 공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 홍보전이다. 서울대는 괜찮은 자원을 공대 대학원에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유학 패턴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 떠나는 ‘일방통행’식이었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을 찾는 예는 흔치 않았다. 경상수지 통계에서도 해외유학 수지는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적자를 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외국 인재들이 국내로 많이 오게 해야 한다. ‘양방향’식 유학의 활성화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파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다른 대학들도 서울대 공대의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를 벤치마킹해 봄직하다. 이우일 서울대 공대 학장은 “상반기에 과학고 등 서울대 이공계 지원을 많이 하는 전국 32개 고교에서 설명회를 가졌다.”면서 지역에 따른 세 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아시아지역은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학생들에 비해 서울대로 오는 인재들이 많게 하고, 유럽 국가 대학들과는 복수학위제 등을 통해 오가는 학생들이 대등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 학생들이 더 찾는다는 사실은 솔직히 인정하되, 규모를 줄인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복수학위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는 “유럽 지역 대학은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 서울대 수준의 등록금만 내고 복수학위를 받게 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조지아공대 박사 과정의 복수학위제는 성사 단계에 있다.”고 소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의대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이 없어지면 우수 이공계 지원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교수들도 있다. 이공계를 안 거치고 학부부터 바로 의대를 지망하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어서다. 선거의 해를 맞아 서울대 폐지론이니, 국립대 공동학위제니 하는 공약들이 다시 등장했다. 이보다는 이공계를 살릴 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하위권대 출신은 성적장학금 제외”

    중앙대 일반대학원이 석사과정 성적우수 장학금 대상을 ‘본교 학부 출신’과 ‘언론 대학평가 결과 본교보다 상위대학 학부 출신’으로 제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성적과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대학 출신들만을 평가, 나머지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 자격을 박탈해 버린 것이다. 중앙대 측은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마련했다가 지난 2월 1일 ‘장학금 지급에 관한 시행세칙’ 26조에 포함, 공식화했다. 규정대로라면 중앙대보다 평가 순위가 낮은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대학원생은 성적이 뛰어나도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장학금은 입학금을 제외한 수업료 전액이다. 중앙대는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중앙대를 포함,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고려대·경희대·한양대·서강대 등 상위 10개 대학을 졸업한 학생만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 문제는 해마다 출신 대학의 순위가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 따라 바뀌는 만큼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자격도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대는 대학평가에서 2008년 14위, 2009년 13위, 2010년 12위에 이어 지난해 10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중앙대의 조치와 관련, “대학이 언론사가 내린 대학평가 순위를 맹목적으로 믿고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포스텍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학생을 끌어오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출신 대학의 서열을 학생 실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아 장학금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공정한 기회가 핵심 철학인 교육의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처사”라고 비난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26·여)씨는 “학생 대다수가 성적 우수 장학금은 중앙대 학사 출신 학생에게만 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측은 이에 대해 “이공계 우수 학생을 유치해 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영준·배경헌기자 apple@seoul.co.kr
  • 51% 의 덫… 대학들 취업률 거짓말

    공공연히 떠돌던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에서 확인됐다. 교과부의 대학 재정 지원의 핵심지표인 취업률 51%를 맞추기 위해 대학들은 갖가지 부적절한 편법을 동원했다. ●위장취업에… 교비로 4대보험료 대납 교과부는 지난해 취업률이 2010년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거나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졸업생의 유지 취업률이 낮은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취업통계실태’ 감사에서 28개 대학이 취업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교과부는 적발된 대학의 취업통계 담당 교직원 164명을 징계하도록 대학에 요구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된 국고 4800만원도 환수조치했다. 대학들의 ‘취업률 뻥튀기’ 실태가 드러나자 대학이 마땅히 지켜야 할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지역별·학교별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인 수치를 제시, 재정지원 지표로 삼아 밀어붙인 교과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취업률 51%는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가르는 핵심지표였기 때문에 대학들은 목을 맸다. 대학들의 취업률 뻥튀기 수법은 다양했다. 유형별로 ▲허위취업 16곳 ▲직장 건강보험 가입요건 부적격자의 건강보험 가입 7곳 ▲과도한 교내 채용 3곳 ▲진학자 과다 계상 4곳이다. 학생들이 취업한 것처럼 꾸민 뒤 대학이 회사에 건강보험료와 인턴보조금을 대신 내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A대는 교수들이 운영하는 업체 13곳에 학생 63명이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학과에 배당된 실험실습비로 4대 보험료를 대납해 줬다. 경북지역의 B대도 학생 52명을 14개 업체에 인턴으로 이름을 올리게 한 뒤 업체에 인턴 보조금 5630만원을 지급했다. 보조금은 교과부가 교육역량강화사업비 명목으로 지급한 국고에서 나왔다. 1개월 미만의 일용근로자와 비상근 근로자, 1개월간 근무시간이 60시간에 못 미치는 단시간 근로자는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음에도 불구, 업체와 짜고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취업자로 포함시킨 사례도 8개 대학에서 적발됐다. 대학이 학생들을 직접 고용해 취업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E대는 지난해 3개월간 교내 행정인턴으로 178명의 졸업생을 채용, 취업률에 넣었다. I대의 학과장은 남편이 차린 회사에 학생 3명을 허위 취업시키는가 하면 부교수가 세운 연구소에 9명을 취업시킨 K대는 지난해 5월분 급여 223만 2000원을 지급한 뒤 조교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았다. ●교내 행정인턴으로 채용 ‘눈속임’ 대학들의 무리한 취업률 조작은 교과부가 취업률을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이나 구조조정·대출제한 대학 선정 등에 주요 평가지표로 삼은 탓이다.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취업률은 전체 점수의 20%가 반영되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 3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소규모 대학들에서는 학생 수십명의 취업 여부에 따라 대학의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만큼 취업률을 10% 포인트 올리기 위해 편법을 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또 “취업률 51%라는 쉽지 않은 수치를 일괄적으로 적용한 정부 정책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32개 대학은 말 그대로 표본조사”라면서 “감사를 확대하면 할수록 더 많은 대학들의 부도덕한 취업률 부풀리기 행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지방대생 작년 채용비율 3.5%P↑

    지난해 주요 대기업 20곳이 신규 채용한 신입사원 가운데 지방대 출신 비율이 전년 보다 3.5%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텔레콤, LG전자 등 주요 기업 20개사를 대상으로 ‘대학 소재별 채용조사’를 한 결과 2011년 대졸(전문대 포함) 신입사원 2만 5751명 중 42.3%인 1만 885명이 지방대 졸업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방대 출신 비중은 2009년 39.1%에서 2010년 38.8%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확대되면서 2년 만에 3.2%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지역인재 신규채용 비중으로 요구하고 있는 30%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 4년제 대학 졸업자 채용도 2009년 4107명에서 2011년 6301명으로 53.4%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 채용은 2009년 9185명에서 2011년 1만 2220명으로 3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5성 호텔만 털던 ‘럭셔리 절도범’ 결국 쇠고랑

    5성 호텔만 털던 ‘럭셔리 절도범’ 결국 쇠고랑

    5성 호텔만 골라 돌면서 상습적으로 절도행각을 벌인 50대 아르헨티나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범인은 체포 당시 또 다른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에두아르도라는 이름의 52세 남자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코르도바 등 아르헨티나 대도시의 호텔업계가 이를 갈던 절도범이었다. 범행수법은 간단했다. 남자는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5성 호텔에 투숙했다. ‘숙박기간은 하루, 지불은 현금’이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철저하게 지켰다. 호텔에 들 때마다 남자는 커다란 가방을 가져갔다. 가방에는 드라이버 등 ‘미션 수행’을 위한 각종 도구가 들어있었다. 남자는 밤이 되면 작업을 시작했다. LCD TV부터 고가의 화병, 그림, 포도주에 이르기까지 룸에 구비된 물건을 싹쓸이했다. 같은 층에 있는 빈 방까지 확인하고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 두둑하게 가방을 채운 뒤 태연하게 태연하게 호텔을 나서 도주하곤 했다. 여러 피해호텔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범인을 본 경찰은 몽타주까지 제작, 아르헨티나 호텔협회를 통해 업계에 뿌렸지만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범인은 범행 때마다 각각 다른 신분증을 사용, 플로레스, 고메스, 카르델리 등 다양한 성명을 대고 호텔에 투숙하며 경찰을 비웃었다. ’나이 50대, 키는 170cm 정도에 대머리인 남자’를 주의하라는 주의보까지 내렸지만 남자는 용케 검거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남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지방대도시 코르도바의 한 호텔에서 검거됐다. 몽타주를 눈여겨봤던 경비원이 밤 11시경 호텔에 들어서는 그를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남자의 가방에선 각종 도구와 20여 개 호텔방 열쇠꾸러미가 나왔다. 경찰은 현재 남자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사진=코르도바 경찰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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