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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는 내가 꺾는다”… 美 민주당 잠룡들 벌써 경선 레이스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는 내가 꺾는다”… 美 민주당 잠룡들 벌써 경선 레이스

    2020년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11월 4일)를 650여일 앞둔 시점이지만 민주당 경선 레이스는 벌써 막이 올랐다.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일(현지시간) 기준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등록된 2020년 대선 후보자 수가 45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출마 입장을 공식화했거나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온 민주당 대선 주자는 줄잡아 40명에 이른다. ●후보 등록 450명 넘어… 민주당 주자만 40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47대)을 지낸 조 바이든(77), 2016년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78) 버몬트주 상원의원,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엘리자베스 워런(70·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등 베테랑 기성 정치인 외에도 11·6중간선거 때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 현역인 거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접전을 벌이다 석패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다크호스로 떠오른 베토 오루크(47) 전 하원의원, 반(反)트럼프 기치를 내건 여성, 50대 이하, 유색인종, 억만장자 대권 잠룡들이 ‘대선 모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할 당내 경선 후보자가 뚜렷하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 진영에 비해 공화당이 조용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부 도전은 매우 드물며 성공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라면서 “해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벤 새스 네브래스카 상원의원 등이 당내 경선에 도전한다면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진정한 보수주의를 보여 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2월 첫째 주 화요일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예비경선)는 대선 풍향계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승리를 거둔 대선 경선 후보는 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일찌감치 경선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탐색위원회를 꾸린 워런 의원에 이어 지난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53·여) 뉴욕 상원의원이 19일 아이오와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질리브랜드 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성차별적 발언에 반대하는 ‘여성 행진’ 시위를 찾아 “민주주의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일어서 요구할 때 작동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구를 물려받은 질리브랜드 의원은 11·6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활발하고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정치인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해리스 의원, 킹목사 기리며 고향서 유세 시작 ‘유색인종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카멀라 해리스(55·여)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업적을 기리는 연방공휴일인 21일 고향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유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보도했다.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의원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거쳐 주 역사상 역대 세 번째 여성 상원의원 자리를 꿰차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해리스 의원을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꼽기도 했으며 해리스 의원은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유색인종 여성을 대통령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내보였다. 미국령인 남태평양 사모아 태생의 힌두교도인 털시 개버드(38·여) 하와이 하원의원은 이라크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최연소 여성 후보다. 검사 출신으로 3선을 지낸 에이미 클로버샤(59·여) 미네소타 상원의원까지 합하면 차기 대선은 역대 가장 많은 여성 경선 후보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선거 전문가 헨리 올슨은 “2020년 대선 당 대표 후보가 남성이 되더라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는 반드시 여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대선 당시 장남의 사망을 계기로 막판에 대권 도전을 포기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권 후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본인과 가족들도 강한 대권 도전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한 민주당원과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나보다)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기꺼이 출마하지 않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러한 자질을 갖춘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70대 후반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그가 민주당의 여성·아프리카계 미국인 후보를 원하는 여성 및 소수민족 유권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과 8년간 국정을 함께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와 막역한 사이이지만 지난달 1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내 신예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오루크 전 의원을 비밀리에 만난 뒤 “정계에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수석 전략가를 지낸 데이비드 액셀로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그(오루크 전 의원)의 말과 행동이 선거용처럼 느껴지지 않고, 진심으로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오루크 전 의원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심상찮다. 진보 성향 시민그룹 ‘무브온’은 지난달 민주당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오루크 전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을 제치고 15.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전국 유권자들에게 ‘젊고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오루크 전 의원의 호소력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견줄 만하다고 더힐은 전했다. 무브온은 2016년 대선에서 ‘샌더스 열풍’을 주도한 집단으로 차기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억만장자 블룸버그·슐츠도 출마 가능성 거론 지난 4일 발표된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CAPS)·해리스폴 여론조사에서 오루크 전 의원(7%)은 바이든 전 부통령(28%), 샌더스 의원(21%)의 뒤를 잇는 민주당 내 인기 대선주자로 꼽혔다. 오루크 전 의원 외에도 지난해 8월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코리 부커(50) 뉴저지 상원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멕시코계 이민자 출신 훌리안 카스트로(45) 전 연방주택도시개발 장관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비정치권에서는 블룸버그통신 창업자로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77)와 함께 전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워드 슐츠(66) 전 스타벅스 회장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돌연 사임의사를 밝혀 차기 대선 출마설이 불거졌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유타 상원의원은 “불출마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롬니 의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 직위를 추락시키고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해 당내 경선 논의에 물꼬를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화당 제프 플레이크 의원도 꾸준히 출마 시사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당내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한 존 케이식(67) 오하이오 전 주지사, 지난 상원 중간선거에 불출마한 제프 플레이크(57) 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은 꾸준히 경선 출마 의지를 시사해 왔다. 이들이 당내 경선에 도전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은 낮지만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초유의 상황인 데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경우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당내 경선을 치를 경우 그 후유증으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힘을 낭비하는 바람에 대선 본선에선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세상에 사라져서는 안 되는 책들이 뭐가 있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책이라고 무조건 숭고한 것은 아니고 실상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많다. 저명한 글쟁이의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이라는 공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진짜 이야기’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tvN ‘알쓸신잡3’에서 사람들에게 권했던 그 책이다.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는 2008년 첫 출간됐으나 2014년 4권이 완결된 이후 절판된 바 있다. 방송 이후 화제에 오른 책을 애니북스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해 다시 펴냈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1927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원치 않은 혼인을 하고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엄마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의 일생은 ‘전형적’이지 않다. 영화나 다른 극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배제된, 날것 그대로의 삶이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도 일가친척 중에 독립운동을 한 이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이 세운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며, 결혼한 지 닷새 만에 해방이 돼 남편이 군대에 끌려나가지 않게 되자 해방이 너무도 싫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한국 근현대사의 온갖 풍파를 정통으로 다 맞는 것에 반해, 작가의 엄마 이복동녀씨의 삶은 어지간한 장삼이사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역사, 체감되는 역사다. 엄마가 입때껏 잊지 않고 있는 북청 사투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녘에서는 엄마, 아버지 각각을 기준으로 손위 형제는 큰어머니, 큰아버지이고, 손아래는 아지미, 아재비다. 호칭에서 엄마 쪽과 아버지 쪽의 차별이 적은 셈이다. 엄마가 전하는 명태 식해, 순대 등의 북한 음식 레시피도 글의 찰기를 더한다. 딸에게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그걸 또 살뜰하게 기록하는 딸의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별거 아닌 내 인생도 옮기면 기록이 되겠거니 싶어 기운도 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베트남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맞짱을 뜰 기세다. 중국 측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의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로이터통신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 초안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COC’(Code of Conduct)는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분쟁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3월부터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해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베트남은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 온 중국이 근거로 제시한 이른바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COC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 시니어 펠로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 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 3000억 달러(약 5974조원)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ft3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와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에 인공섬을 잇따라 건설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해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베트남은 특히 과거 자국이 관할하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가 1974년과 1988년에 중국에 각각 강제로 점령당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가 2013년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도발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힘 자랑을 하려던 중국이 베트남 공격에 나섰으나 번번이 패퇴하는 바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한 이후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해 1월 29~2월 5일 워싱턴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송이가 말을 안 듣는다. 엉덩이를 때려 줘야겠다.”(小朋友不聽話 該打打股了) 불과 한 달여 전인 1978년 12월 25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베트남군은 당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키고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주 지도부는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군 6만여명이 1979년 2월 17일 전격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이 국민 총동원령으로 맞섰다. 주력군이 캄보디아 쪽에 배치돼 있어 민병대와 여성들이 전투에 앞장섰다. 중국군은 20만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졸전 끝에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애송이’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190년 전인 청(淸)나라 때도 마찬가지다. 건륭제(乾隆帝)는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20만 대군을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맞섰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작전을 펼쳤다. 청군은 궤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서야 했다. 베트남은 939년 중국 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에 접어든 틈을 타 독립한 이후 명(明)나라 때 일시적으로 식민지가 됐던 20년간을 빼고는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줄곧 독립을 지켰다. 독립 이후 중국 역대 왕조와 여러 번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마다 승리했다.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이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남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이 베트남 힘의 원천인 셈이다. 때문에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다. 2011년 5월 중국 해군이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을 끊었을 때 베트남 전역이 반중(反中)시위로 들끓었다. 군부는 “중국이 파라셀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2014년 5월 중국의 석유시추 장비 설치에 항의하던 베트남군이 다치고 어선이 파손됐을 때도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화교들은 탈출했고 결국 중국 해군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한 항의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조항이 중국에 특혜를 제공해 자국의 땅을 팔아넘기고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고속도로 점거 및 차량 방화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반중시위는 수도 하노이시, 남부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반중 정서에 밀린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조항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사태의 기저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은 반중 감정이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당당히 맞짱 뜨는 베트남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상어가족’ 영어판,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진입

    ‘상어가족’ 영어판,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업체가 북미 구전 동요를 새롭게 만든 ‘상어가족’의 영어판 ‘베이비 샤크’(Baby Shark)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 2주째 진입했다. 15일(현지시간) 빌보드가 공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베이비 샤크’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38위에 올랐다. 이 노래는 지난해 7월 빌보드 ‘키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 처음 등장했다가 지난주 ‘핫 100’ 32위에 갑자기 올라왔다. 한국의 가요가 아닌 동요가 ‘핫 100’에 진입한 것은 ‘베이비 샤크’가 최초다. 역대 ‘핫 100’에 들어간 한국 노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 2위), ‘젠틀맨’(2013년, 5위) ▲방탄소년단 ‘아이돌’(2018년, 11위),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207년, 28위), ‘디엔에이’(2017년, 67위) ▲원더걸스 ‘노바디’(2008년, 76위) ▲씨엘 ‘리프티드’(2016년, 94위) 등이다. ‘상어가족’은 2015년 국내 교육 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가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을 통해 내놓은 동요다. 북미권 구전 동요를 편곡한 2분 길이의 노래로 ‘뚜뚜뚜루루~’라는 쉽고 반복되는 후렴구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귀도 사로잡았다. 지난해 8월 영국의 오피셜 싱글차트에 진입해 화제가 됐고, 지난해 국내 유튜브 인기 동영상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6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21억 9000만회를 뛰어넘었다. 이 노래는 북미권에서도 화제가 되며 엘렌 드제너러스, 제임스 고든, 카일리 제너 등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 40위 안에 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도 단 한번밖에 진입하지 못했고, 힙합그룹 우탱 클랜은 아예 진입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美 백악관 “이방카 세계은행 총재 후보 아냐..선임 도울 뿐”

    美 백악관 “이방카 세계은행 총재 후보 아냐..선임 도울 뿐”

    김용(59) 세계은행(WB) 총재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38) 미 백악관 보좌관이 거론되자 백악관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 총재의 중도하차 원인이 트럼프 정부와의 정책적 불화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후보자 인선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블룸버그통신은 제시카 디토 백악관 공보부국장이 “(이방카 보좌관이 WB 총재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못박았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대신 이방카 보좌관과 참모들이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과 협력해 후임자 인선 작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총재 인선에 관여하는 이유는 그가 최근 2년 동안 여성 기업인들을 돕기 위한 WB 기금 설립에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지난 7일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업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다음달 1일 전격 사임을 선언했다. 김 총재의 갑작스런 사임은 트럼프 정부와의 정책적 불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시절 인선됐던 김 총재의 기후변화나 개발지원 등 정책이 미 석탄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콜버트 킹 워싱턴포스트 칼럼리스트는 김 총재 후임 인선에 대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이 WB을 제어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난항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1980년 자신이 WB 이사회 미측 대표로 있었을 당시 올던 클라우센 총재 선출 과정을 회고하며 “지미 카터 당시 정부가 수개월간 물밑 작업을 했기 때문에 선출 작업을 형식적인 요식절차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의 ‘나홀로 전략’이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년간 WB 이사회 내에서는 미국을 두고 총재국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최대 주주로서 충분한 영향력과 국제적 지지를 받아왔다”면서 “그러나 WB의 다자주의에 적대감을 표출하고 세계 빈곤 완화 개념에 냉담한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을 선출하는 현실은 각국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사회는 오는 4월 춘계회의 전까지 새 총재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WB 최고경영자(CEO)가 임시 총재 역할을 수행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로비 윌리엄스, 담장 두고 갈등하던 지미 페이지에게 ‘소음 고문’

    로비 윌리엄스, 담장 두고 갈등하던 지미 페이지에게 ‘소음 고문’

    1990년대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44)가 자택 증축 문제로 이웃인 록 레전드 지미 페이지(75)를 괴롭히려고 블랙 서배스의 음악을 크게 틀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윌리엄스는 런던 홀랜드 공원 근처 자택에 지하 수영 풀을 만드는 문제로 지난 5년 동안 페이지와 갈등을 빚어왔다. 페이지는 윌리엄스의 바로 옆집인 타워 하우스에 46년 동안 살아왔다. 1870년대 지어져 1등급 보존 주택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그는 윌리엄스의 지하 수영장이 만들어지면 문화재 보존이나 발굴 등에 지장이 초래된다며 반대해 왔다. 지난달 로열 보로 오브 켄싱턴 앤드 첼시 시의회는 윌리엄스에게 조건부 허가를 내줬는데 진동으로 이웃에 피해를 주면 안되고 지반 붕괴 등의 피해가 없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여졌다. 또 만약 두 가지를 위반하거나 페이지의 자택에 피해를 줄 위험이 확인되면 허가가 취소된다고 명기됐다. 그런데 시의회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리치 블랙모어가 이끌던 블랙 서배스뿐만 아니라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등의 음악을 크게 틀어 페이지를 화나게 하려고 작정했다는 것이었다. 윌리엄스의 자택은 2등급 보존 주택으로 윌리엄스가 사들이기 전에 영화감독이며 미식 비평가인 마이클 위너가 살았다. 이 서류를 누가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니”란 서명은 남겨져 있다고 BBC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윌리엄스의 대변인은 이날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주장들은 “완벽한 거짓이며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한 소식통은 윌리엄스가 페이지와 레드 제플린에 함께 몸 담았던 로버트 플랜트를 흉내내는 복장으로 페이지를 괴롭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긴머리 가발을쓰고 나이가 들어 배가 산처럼 나온 플랜트를 조롱하기 위해 셔츠 아래 베개를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왜냐하면 플랜트는 늘 셔츠를 벗은 채 공연해 이렇게 배가 나왔다면 결코 이런 모습으로 공연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워 하우스는 1875년부터 1881년 사이에 빅토리아 시대 유명 건축가인 윌리엄 부르지스가 중세 잉글랜드 건축물에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1949년 1등급으로 지정된 뒤 레이디 제인 턴불과 배우 리처드 해리스가 소유했다가 1972년 페이지에게 팔았는데 당시 원매자 가운데는 데이비드 보위도 있었다. 방마다 특정 주제로 장식돼 있는데 페이지는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의 주택 프로필에는 소개돼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주한미군 철수 참여’ 브라운 전 美국방 별세

    ‘주한미군 철수 참여’ 브라운 전 美국방 별세

    미국 지미 카터 정부 당시 국방장관을 지내며 주한미군 부분 철수 계획에 참여했던 해럴드 브라운이 지난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별세했다. 91세. 5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고인의 딸 데버러 브라운과 미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은 그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카터 정부 당시 주한미군 부분 철수 계획에 참여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맞짱 뜨는 베트남의 결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맞짱 뜨는 베트남의 결기

    베트남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중국에 대해 맞짱을 뜰 기세다. 중국 측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의 즉각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 초안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고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COC(Code of Conduct)는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분쟁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3월부터 협상에 착수했다.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해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베트남은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중국이 근거로 제시해온 이른바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COC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 시니어 펠로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가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 3000억달러(약 5974조원)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ft3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南沙群島,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와 파라셀군도(중국명 西沙群島,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에 인공섬을 잇따라 건설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해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베트남은 특히 과거 자국이 관할하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군도가 1974년과 1988년에 중국에 각각 강제로 점령당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 발 더 나가 2013년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도발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힘 자랑을 하려던 중국이 베트남 공격에 나섰으나 번번이 패퇴하는 바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한 이후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해 1월 29~2월 5일 워싱턴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송이가 말을 안 듣는다. 엉덩이를 때려줘야겠다(小朋友不聽話 該打打屁股了).” 불과 한달여 전인 1978년 12월 25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베트남군은 당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키고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주 지도부는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군 6만여 명이 1979년 2월17일 전격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이 국민 총동원령으로 맞섰다. 주력군이 캄보디아 쪽에 배치돼 있어 민병대와 여성들이 전투에 앞장섰다. 중국군은 20만 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졸전 끝에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애송이’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190년 전 청(淸)나라 때도 마찬가지다. 건륭제(乾隆帝)는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20만 대군을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맞섰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작전을 펼쳤다. 청군은 궤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서야 했다. 베트남은 939년 중국 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에 접어든 틈을 타 독립한 이후 명(明)나라 때 일시적으로 식민지가 됐던 20년간을 빼고는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줄곧 독립을 지켰다. 독립 이후 중국 역대 왕조와 여러 번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마다 승리했다.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이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남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이 베트남의 힘의 원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다. 2011년 5월 중국 해군이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을 끊었을 때 베트남 전역이 반중(反中)시위로 들끓었다. 군부는 “중국이 파라셀 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2014년 5월 중국의 석유시추 장비 설치에 항의하던 베트남군이 다치고 어선이 파손됐을 때도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화교들은 탈출했고 결국 중국 해군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간데 대한 항의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조항이 중국에 특혜를 제공해 자국의 땅을 팔아넘기고 결과적으로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경진압에도 고속도로 점거 및 차량 방화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반중시위는 수도 하노이시,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반중 정서에 밀린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조항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사태의 기저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은 반중감정이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당당히 맞짱 뜨는 베트남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진핑 “개혁개방 가속화” 아베 “새로운 내일 열 것” 카터 “미·중 해법은 존중”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지도자들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자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들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신년사에서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개혁개방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올해는 기회와 도전이 함께 있을 것이며 중국의 문은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의 속도는 정체되지 않을 것이며 열린 문은 더 커질 것”이라며 “국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지 중국의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의지와 세계 평화를 유지하면서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진실성과 선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도 계속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미·중 수교 40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협력이 양국에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새해는 일본의 내일을 열어 가는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으로 취임하면서 현재의 ‘헤이세이’ 대신 새 연호를 사용하게 되는 점을 거론하며 이렇게 밝혔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6년간의 경제 정책에 대해 “젊은층의 취업률은 과거(보다) 최고 수준이며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3000만명을 넘었다”고 자평했다. 외교에서는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협상, 북·미 정상회담, 중국과의 관계 회복 등을 거론하며 “큰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전후(戰後) 일본 외교의 총결산을 과감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중 수교를 끌어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미·중 관계를 바로잡고 현대판 냉전을 막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중국이 무역 불균형과 지적 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이전 등 미국의 오랜 불만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도 중국의 국민통치 방식과 지도자 선출 방식 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지원이 한반도 비핵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성인용 기저귀’ 폭발적 증가로 몸살앓는 일본

    [특파원 생생리포트]‘성인용 기저귀’ 폭발적 증가로 몸살앓는 일본

    인구 고령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일본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도 그 중 하나다. 가정과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기저귀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령자 인구 비율이 높은 일부 지자체는 쓰고 버린 기저귀 규모가 전체 생활쓰레기의 30%에 이르고 있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성인용 기저귀 생산량은 약 78억개로 최근 10년 동안 33억개(73%)가 늘었다. 이에 따른 기저귀 폐기물도 동시에 증가해 2007년 84만t에서 지난해 145만t으로 치솟았다. 가고시마현 시부시시에 있는 공공 노인홈(양로원) ‘가주엔’의 경우 전체 쓰레기의 90%가 기저귀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이 해마다 늘면서 사용량이 급증한 결과다. 일본에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고령자는 2015년 약 450만명에서 2030년에는 약 6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자체들은 밀려드는 기저귀 쓰레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성인용 기저귀는 유아용에 비해 사이즈가 월등히 크고 수분이 많아 소각 시설에서도 잘 타지 않는다. 사이타마현 후지미노시는 “한 번에 너무 많은 기저귀 폐기물이 들어오면 전체 쓰레기의 소각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병원이나 복지시설 등으로부터 나온 폐기저귀는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등에서는 민간업체에 위탁해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는 상황이다. 대형 개호시설 담당자는 “조만간 각지에서 기저귀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기저귀의 높은 수분 때문에 떨어지는 소각로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연료비가 추가로 들고, 이는 소각로의 수명 단축이라는 악순환을 만든다. 타고남은 재의 양도 많아 이를 매립할 처분장의 확보도 쉽지 않다. 오카야마현 다카하시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지자체 수입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저귀 쓰레기 증가에 따른 소각로 증설 및 운영비 증가 등으로 재정 부담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돌봄서비스 종사자들에 의한 낭비도 성인용 기저귀 폐기물의 증가를 부추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기저귀 제조업체들은 용도별로 흡수량을 달리 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흡수량 1000㏄가 넘는 것을 포함해 현재 약 400종류가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돌봄 현장에서는 무조건 흡수량이 많은 대형 제품을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배설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장을 쓰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노인에게도 기저귀를 채운다. 하마다 기요코 배설종합연구소 대표는 “잘못되거나 부주의한 사용이 기저귀 쓰레기의 증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환경성은 내년부터 지자체에 대해 기저귀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방침이다. 이토 히로시 기타큐슈시립대 교수는 “인구감소로 쓰레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날로 늘어나고 있는 성인용 기저귀 폐기물은 큰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며 “기저귀 쓰레기 재활용의 선진적인 모델이 지자체에 확립될 수 있게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실험용 고양이 소각 멈춰라” 美 상원, 법안 발의

    “실험용 고양이 소각 멈춰라” 美 상원, 법안 발의

    지난 5월, 미국 농무부(USDA)가 새끼고양이들을 실험에 사용한 뒤 소각 처리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원의회에서도 USDA의 동물학대 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0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프 메클리(민주·오리건) 상원의원은 전날 “USDA가 연간 최대 100마리의 새끼고양이를 길러 실험용 기생충 알을 얻기위해 기생충에 감염된 먹이를 주고나서 실험을 마친 뒤 이들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중단할 목적으로 상원 ‘키튼법’(KITTEN Act·Kittens in Traumatic Testing Ends Now Act of 2018)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실험은 지난 5월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화이트 코트 웨이스트 프로젝트’가 입수한 USDA 문건을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이 단체는 문제의 실험이 수도 워싱턴 DC 인근 벨츠빌에 있는 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험을 담당하고 있는 USDA 산하 농업연구소는 당시 “기생충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고양이들이 꼭 필요하다. 실험용 고양이 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런 고양이가 100마리나 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USDA의 실험 목적은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이 사람에게 옮는 것을 막고 식중독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 고양이는 기생충을 옮길 우려가 있어 민간에 고양이를 입양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USDA 측의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USDA가 동물 복지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메클리 의원도 여러 저명한 수의사 말을 인용해 실험에 쓰인 고양이를 안락사하는 대신 치료한 뒤 입양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키튼법은 지난 5월 하원의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이 법안은 마이크 비숍(공화·미시간)과 지미 파네타(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제출했으며, 지금까지 양당 의원 61명이 지지를 표명했다. 비숍 의원은 지난달 치러진 선거에서 재선을 이루지 못했다. 메클리 의원은 내년 1월 의회가 소집되면 상원에서도 양당의 지지를 얻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HQ 트리비아·바인 창업자 크롤 34세에 운명 “주검 옆에 약물 장비”

    HQ 트리비아·바인 창업자 크롤 34세에 운명 “주검 옆에 약물 장비”

    모바일 잡학상식 게임 애플리케이션 ‘HQ 트리비아(Trivia)’와 동영상 플랫폼 ‘바인(Vine)’의 공동 창업자인 콜린 크롤(34)이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자친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신고해 출동한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가 그의 주검을 발견했다. 연예 매체 TMZ 닷컴은 주검 주변에 약물 장비들이 널려 있었다고 초기에 보도했다. HQ 트리비아 대변인은 성명을 내 “우리의 친구이자 창업자인 콜린 크롤이 오늘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으며 깊은 슬픔과 함께 안녕이라고 말해야 한다. 유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이 믿을 수 없이 여려운 시간을 견뎌내도록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경찰이 고인의 나이를 35세로 잘못 고지했다며 바로잡았다. 크롤의 아버지 앨런은 일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능이 참 많아 그렇게 젊은 나이에 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다 소용없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창업한 HQ 트리비아는 올해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다. 초기엔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멜부터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버트까지 참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애플 스토어 톱 100 밖으로 밀려났다. 함께 회사를 만든 러스 유수포브는 트위터에 올린 추모 글을 통해 “난 그를 따듯한 영혼과 커다란 가슴을 가진 인물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는 세상과 인터넷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 형제여 영원한 안식을”이라고 밝혔다. 고인이 공동 창업한 6초짜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바인은 2012년 3000만 달러에 트위터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2016년 12월 트위터는 더 이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뉴스 AS] 北, 1973년 ‘주한미군 철수·군대 축소’ 골자 평화협정 南에 첫 제안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은 한반도 문제의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전쟁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과도기적 군사협정이었기에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했다. 정전협정 제4조 60항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들을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남한과 북한, 미국, 소련, 중국 등 19개국은 1954년 4월부터 6월까지 제네바회담을 개최한다. 회담에서 남일 북한 외무상은 “정전상태를 점차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조건들을 조성하며 쌍방의 군대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심의해 북과 남의 정부에 해당한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의”하면서 처음으로 평화협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北, 남북대화 결렬되자 ‘북·미협정’ 제의 이후 평화협정에 관한 논의를 주로 제기하고 주도한 측은 북한이었다. 김일성은 1962년 10월 최고인민회의 제3기 1차 회의 연설에서 “미국 군대를 철거시키고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을 데 대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남북조선의 군대를 각각 10만 또는 그 이하로 축소”할 것을 제시하며 평화협정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남북이 주체가 되며 주한미군 철수와 상호불가침, 군대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북한의 평화협정 구상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채택 이후 이듬해 열린 남북조절위 2차 회의에서 남측에 제안됐다. 하지만 1973년 남북 대화가 결렬되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로 정책 노선을 전환한다. 북한은 1974년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 회의에서 미합중국 국회에 보내는 편지를 채택하고 “남조선에 자기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모든 군수통수권을 틀어쥐고 있는 미국과 직접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공식 제의했다.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에 미국은 1975년 9월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제안했으며, 1979년 박정희 대통령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남·북·미 3자 당국 회담을 제의했다. ●북핵 6자회담 ‘동북아 평화 구축’ 모색 1991년 12월 남북이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상호 불가침에 합의하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에 주력한다. 1994년 북한은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북·미 회담을 제의했고, 이에 한·미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역제의해 1997년 12월 회담이 개최된다. 남한도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에 맞서 본격적으로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으나,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고수하던 북한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2000년대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구성되자 평화협정 논의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확대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6자는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며 별도의 적절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추진하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주장하면서도 핵·미사일 개발에 치중하면서 평화협정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올 판문점선언서 ‘정전→평화협정’ 명문화 하지만 2018년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전환하고, 남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최초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명문화하면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중국이 콩을 ‘미·중 무역전쟁의 화해 선물’로 선택한 까닭은

    중국이 콩을 ‘미·중 무역전쟁의 화해 선물’로 선택한 까닭은

    중국이 미국과의 90일 간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간 이후 첫 선물로 대두(大豆·콩)를 선택했다. 미국의 첨단 제조업 제품이나 보잉 여객기처럼 부가가치가 높고 덩치가 큰 품목이 아닌 콩 수입을 가장 먼저 재개한 중국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보복관세를 부과한지 5개월여 만인 12일(현지시간) 콩 수입을 재개해 24시간 동안 150만~200만t의 물량을 사들였다. 미국 대두수출위원회는 이날 중국이 주문한 물량은 내년 1분기 선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콩이 미·중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콩과 해바라기씨 등 기름을 짤 수 있는 오일시드(Oilseed) 부문에서 세계 최대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 수입국이다. 대두는 식용유와 기름을 짜낸 뒤의 콩깻묵이 돼지 등 가축사료의 주요 원료 중 하나다. 특히 다양한 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콩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당장 물가가 크게 오르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탓에 서민 생활이 불안정해지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안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안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일환으로 지난 7월부터 미국산 콩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두 수입선이 막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브라질 등 남미산 의존도가 커지는 바람에 중국은 인플레이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돼지는 중국이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식재료이다. 콩 수입이 급감하면서 돼지고기 사료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돼지고기 값도 덩달아 수직 상승하는 통에 중국인들의 불만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4~9월 6개월간 매달 콩 가격이 전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그 여파로 지난 10월 돼지고기 가격은 6개월 전보다 40%나 치솟았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콩 수입에 나선 것은 그동안 대두 보복 관세로 중국도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는 증거인 셈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콩은 ‘귀하신 몸’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콩은 핵심 농산물이다. 지난해 중국이 사들인 대두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120억 달러(약 13조 5000억원)에 이른다. 미국 대두 수출의 57%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멕시코보다 8배 이상 많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로 올해 1~10월 미국의 대중국 콩 수출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나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중서부 농업지역인 ‘팜벨트’ 농민의 민심이 사나워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대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반색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콩은 강대국들의 무역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전략 무기였다.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이 증가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설명했다. 당시 지미 카터 미 행정부가 옛소련에 농산물 금수조치를 취하자 미국 농가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제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에서 돼지 등 가축사료용 대두 수요가 급증한 덕분에 미국의 콩 수출은 급속히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인 2001년보다 7배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산 콩 수입을 재개했지만 예전만큼 수입량이 회복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강하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부과했던 25%의 관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국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미 콩 수입선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 등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90일간 휴전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년 연초 열릴 예정인 미·중 무역협상에서 얘기가 잘 안될 경우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 재개가 번복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의 한 콩 수입업자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25% 관세 부과 때문에 현재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며 “현재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있는 대두가 꽤 괜찮고 아르헨티나에서도 콩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두 수입업자 역시 “즉각적으로 미국산 콩 수입을 재개하기 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며 “90일 간의 휴전이 중간에 깨질 경우 자칫하다간 수입한 미국산 대두가 통관을 못하고 묶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통일부 “北김일성 부인 김성애, 사망 관련 동향 있다”

    통일부 “北김일성 부인 김성애, 사망 관련 동향 있다”

    통일부 “구체적 확인시 공유하겠다”…1953년‘퍼스트레이디’첫 아들 체코 대사 김평일…김정일과 권력다툼서 밀려나북한 김일성 주석의 부인 김성애(94)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은 12일 김성애의 사망 여부를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성애 사망과 관련 동향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면 공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망 시점은 최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김성애는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으로, 1924년 12월 29일생이며 평안남도 강서군 출신이다. 김 주석은 첫째 부인 김정숙이 1949년 출산 중 사망하자 6·25전쟁 시기인 1953년 비서로 일하던 김성애를 새 부인으로 맞았다. 김성애는 결혼 이후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최고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후계구축 과정에서 전처의 장남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패배하며 비운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김성애는 슬하에 2남 1녀를 뒀는데, 첫 번째 아들인 현재 체코 주재 북한 대사로 있는 김평일(64)을 김 주석의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1970년대 초반부터 김정일 위원장과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김평일의 나이가 워낙 어린 데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등 핵심 부서에서 활동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상황이어서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김성애는 항일빨치산 출신 등 중요한 지지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김성갑 등 동생들의 비리로 권력장악에 실패하면서 물론 자녀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했다. 장녀 김경진은 현재 남편과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근무 중이고,막내아들인 김영일은 2000년 독일에서 지병으로 4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김성애는 김 주석이 사망할 때까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 등의 대외활동에 동행했으나,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북한 매체에서 마지막으로 공식 언급된 것은 1995년 2월 오진우 국가장의위원이 끝이었으며, 그동안 주변의 감시를 받으며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영화 ‘헌터킬러’ 주역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영화 ‘헌터킬러’ 주역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헌터 킬러'. 1995년 영화 '크림슨 타이드'가 개봉된 지 20여 년 만에 미 헐리우드가 만든 잠수함 영화이다. 미 국방부는 격침 당한 잠수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헌터 킬러’를 극비리에 투입시키고, 주인공 캡틴 ‘글래스’는 배후에 숨겨진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지상에서는 러시아의 대통령이 납치되어 전세계는 일촉즉발 위기에 놓이게 된다.이러한 줄거리를 갖는 영화 헌터 킬러의 제목 '헌터 킬러'는 공격형 잠수함을 뜻한다. 특히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칸소함은 미 해군의 최신예 공격원잠인 버지니아급으로 실제 존재하지는 않지만 향후 건조될 함정이다. 공격원잠은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공격형 잠수함으로, 적 잠수함과 함선을 격침시키는데 주로 사용된다. 이밖에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적의 핵심시설을 타격하거나, 특수부대원들을 침투시키는 목적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특히 냉전시절 미국과 영국의 공격원잠은 소련의 공격원잠과 전략원잠이 위치한 바렌츠해에 잠입해 적 점수함의 동향과 음문정보를 수집했다. 미∙영과 러시아의 공격원잠은 지금도 이러한 위험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50여 척의 각종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버지니아급 공격원잠은 지난 2004년부터 취역했다. 미 해군이 운용중이던 로스엔젤레스급 공격원잠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버지니아급 공격원잠은, 앞서 개발된 시울프급 공격원잠에 비해 건조비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연안에서의 작전까지 고려했다. 특히 시울프급 공격원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잠수함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3번함인 지미 카터함은 건조비용이 무려 37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미 해군 잠수함 가운데 최초로 캐드(CAD) 즉 컴퓨터 지원설계가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설계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비관통형 잠망경을 사용하는 최초의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으로 알려져 있다.최신형 소음차단기술과 펌프제트 추진기를 사용하는 버지니아급 공격원잠은 디젤 잠수함보다 조용한 원자력 잠수함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16척이 취역한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블록 별로 나뉘어 건조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진수된 사우스 다코다함의 경우 블록3로 최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특히 최근 중·러 잠수함 분야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로 가동 소음 제거 기술 적용해 탐지 위험성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6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탑재된 수직발사장치모듈 2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대형합성개구면소나가 장착되어 기존 소나 대비, 40%이상 향상된 탐지능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영화 '헌터 킬러'에 등장하는 아칸소함은 블록4로 건조될 예정이며 블록3보다 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급 잠수함 제원 취역년도 2004년 / 전장 114.8m / 폭 10.36m / 배수톤수 7,925톤(t) / 최대속력 25노트(46.3km/h) 이상 / 승조원 132명 / 무장 MK48 ADCAP 어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출처: 미 해군>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미국민이 모였다. 장례식장은 초청장을 받은 인사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수많은 일반인은 국립성당 주변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사실 아버지 부시는 인기 있는 미 정치인이 아니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41대 미 대통령을 지낸 그는 미·소 무기감축협정을 맺는 등 냉전시대 종식에 역할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로 재선에도 실패했다. 미 역사학자들이 매년 매기는 대통령 순위에서 아버지 부시는 전체 44명 가운데 17위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 사회는 폭발적인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상생’과 ‘품격’의 아버지 부시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 사회는 분열과 혼란의 연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라는 미국의 기존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트럼프식 분노는 이날 장례식장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4명(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그리고 아들 조지 W 부시)을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이며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만 악수했다.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으며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부부, 민주당 출신 카터 전 대통령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버지 부시는 달랐다. 그는 백악관의 마지막 날 밤, 자신의 재선을 좌절시킨 클린턴 당선인에게 ‘당신의 성공이 미국의 성공’이라는 친필 편지를 집무실 책상에 남겼다. “당신을 굳건히 지지한다. 행운을 빌며”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 편지가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대통령을 이어 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람들은 우리의 우정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아니고,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추모 열기는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찾아보기 어려워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갈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버지 부시는 1942년 봄 고교를 졸업한 직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미 해군에 입대했다. 예일대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최고 명문대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청년이 참전을 결정한 것도 놀랍지만, 아들을 전쟁터로 흔쾌히 떠나보낸 아버지 부시의 부모도 대단하다. 2차 대전에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아버지 부시는 1944년 9월 일본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4시간 동안 바다에 표류했고, 인근을 지나던 잠수함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행운이 그를 살린 것이다. 아버지 부시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 준 영웅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정치인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상생·품격의 정치’라는 메시지를 던진 아버지 부시. 그가 던진 메시지가 앞으로 미 정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hihi@seoul.co.kr
  • 트럼프 재선용 새판짜기… ‘군기반장’ 켈리 떠나고, ‘펜스 오른팔’ 온다

    트럼프 재선용 새판짜기… ‘군기반장’ 켈리 떠나고, ‘펜스 오른팔’ 온다

    켈리 퇴진 공식화… 멍청이 발언 후 불화 “트럼프 충동 억제할 어른 또 한명 사라져” 후임 비서실장에 36세 닉 에이어스 유력 법무장관 윌리엄 바, 유엔대사에 나워트“엉망이 된 백악관을 남겨 두고 어른이 떠난다.” 예측 불허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백악관 내 ‘어른들’의 마지막 축이었던 존 켈리(68) 비서실장이 퇴진한다. 후임으로는 마이클 펜스 부통령의 ‘오른팔’인 닉 에이어스(왼쪽·36)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AP통신 등은 백악관 인사를 인용해 “에이어스가 차기 비서실장으로 최우선 카드”라고 전했다. 에이어스가 최종 낙점되면 1979년 지미 카터 정부 당시 34세로 비서실장에 발탁된 해밀턴 조던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젊은 비서실장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켈리는 연말에 물러날 것”이라면서 “누가 그의 자리를 채울지 하루 이틀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실장은 지난해 8월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백악관으로 입성한 지 1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백악관 ‘군기반장’으로 꼽혔던 그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결정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지난 4월 켈리 실장이 다른 참모들 앞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보도와 맞물린다. 후임 물망에 오른 에이어스는 어린 나이에 비해 정치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11·6 중간선거 직후 사석에서 에이어스에게 ‘정권의 2인자’ 자리를 제안했다”면서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에게 정치력이 부족한 켈리보다는 권모술수에 능한 에이어스 같은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전투경험과 국정운영의 노하우를 가진 켈리가 퇴진함으로써 백악관 내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축이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켈리 실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다. 3기 내각도 구체화됐다. 공석인 법무장관에 조지 H W 부시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가운데·68)가 지명됐다. 바 전 장관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의 후임으로 폭스TV 앵커 출신의 친트럼프 라인인 헤더 나워트(오른쪽·48) 현 국무부 대변인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의 후임으로는 마크 밀리 현 육군참모총장이 지명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BTS 데뷔 5년 만에 앨범 누적 판매량 1000만장 돌파… 美 그래미 입성은 불발

    BTS 데뷔 5년 만에 앨범 누적 판매량 1000만장 돌파… 美 그래미 입성은 불발

    방탄소년단의 앨범 누적 판매량이 1000만장을 돌파했다. 2013년 6월 데뷔 이후 5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8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가온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데뷔 이후 지난달까지 판매한 음반은 1002만 3081장을 기록했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점은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한 앨범이 전체 판매량의 49.9%(500만 3455장)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한편 방탄소년단의 후보 지명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미국 그래미 어워즈 진출은 아쉽게 불발됐다.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The Best new artist) 부문에는 클로이X할리, 루크 콤스, 그레타 반 플리트, H.E.R, 두아 리파, 마고 프라이스, 비비 렉사, 조자 스미스 등 8팀이 이름을 올렸다. 신인상 후보에 지명되진 않았지만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앨범 디자인에 참여한 파트너사 허스키폭스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Best Recording Package)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는 “방탄소년단 앨범이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에 지명된 것은 (앨범) 콘셉트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헌신을 기리는 것이자 새로운 돌파구와 이정표를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25일 미국 NBC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다음 목표를 “그래미에 가는 것”이라고 꼽은 바 있다. 지난 9월 11일 그래미 초청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래미박물관 클라이브 데이비스 극장에서 열린 콘퍼런스 ‘방탄소년단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도 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브로콜리 못 먹는 습관까지 물려주셨지만 역사는 명예롭고 위대한 신사로 기록할 것” 트럼프, 대선 맞수 힐러리와는 악수 안해 전용기로 텍사스 운구 뒤 부인·딸 곁으로 “눈을 감기 직전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은 ‘나도 사랑해’였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부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우리에게 그는 ‘천 개의 불빛’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아버지 부시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천 개의 불빛’은 부친이 1988년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민간의 봉사활동 단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쓴 것으로, 이들 단체가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불빛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자리잡으면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큰 차와 거액의 통장 잔액이 아니라 신의와 사랑’이라고 강조한 고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했다. 이어 “최고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순간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다 울먹이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빈은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여동생이며, 모친 바버라 부시 여사는 지난 4월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완벽에 가까웠지만 정말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고,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결함은 우리에게까지 유전됐다”고 고백해 미소를 이끌어 냈다. 이어 85세에 쾌속정을 타고 대서양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90세에 공중낙하에 도전한 일, 아흔이 넘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병실에 몰래 들여온 보드카를 마신 일화를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 전기를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 등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미첨은 “아버지 부시의 인생 신조는 진실을 말하고, 남을 탓하지 말고, 용서하고, 정도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그는 마지막 위대한 군인, 정치가였다”고 경의를 표했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은 흑인 최초로 미 성공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주교의 집전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1시 15분에 끝났다.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자리 잡았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 메이저 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각국 사절단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옆 자리의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했지만, 그 옆에 앉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동지애를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통령 전용기에 실려 장지인 텍사스로 향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6일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H 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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