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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유전자 지문 구축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유전자 지문 구축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9일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용문사의 은행나무 등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22그루의 유전자(DNA) 지문 구축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때 대경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DNA 지문은 사람의 지문처럼 생물체 고유의 유전자 정보인데, 은행잎 하나로 어떤 은행나무의 잎인지 식별할 수 있다. 이번에 완성된 은행나무의 DNA 지문은 법적 증거자료로 인정되기 때문에 복제된 유전자원의 보존·관리뿐 아니라 도난 및 훼손 방지에 활용할 수 있다. 범죄 수사 이외에 친자 확인에도 활용할 수 있어 천연기념물 나무의 과학적인 자식 관리도 가능하다. 본래 뜻대로 나이가 많고 큰 나무를 지정하는 천연기념물 노거수는 오랜 시간 마을 및 주민과 함께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은행나무는 불교, 유교의 영향으로 예부터 많이 심었는데 천연기념물 노거수 가운데 가장 많은 22그루가 지정돼 있다. 산림과학원은 2013년부터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천연기념물 노거수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은행을 만들고 개체별 DNA 지문을 작성하는 등 유전자원 보존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나무를 시작으로 소나무, 느티나무, 곰솔, 굴참나무, 이팝나무 등 천연기념물 노거수(10종 75그루)를 대상으로 복제 나무 증식 및 DNA 지문 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불안한 대치동… ‘카페 야자’하는 학생들

    불안한 대치동… ‘카페 야자’하는 학생들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에서 언어영역을 통합 국어로 어렵게 출제한다고 해서 그 기조에 맞춰 공부를 시키고 있었는데 문제(내용) 유출 논란으로 출제 경향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어요. 9월 모의평가는 물론이고 수능 본시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지난 7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한 학생의 어머니는 “6월 수능 모의고사 지문 유출부터 학원 시간 조정, 문과 정원 축소 등 논란이 잇따르는데 고3 애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도 대치사거리의 왕복 6차선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차 출퇴근 시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다.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주정차 차량의 행렬은 없었지만 아이를 태우기 위해 학원 주위를 빙빙 도는 차량은 쉽게 볼 수 있었다. 고3 문과생 아들을 둔 김모(48·여)씨는 ‘프라임 사업’ 같은 이공계 특화사업에 따른 대학의 인문계열 정원 감소 추세를 걱정했다. 그는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특정 과를 목표로 정하고 수년 전부터 시험을 준비하는데, 대학은 취업률 등 단기적인 목표에 따라 너무 갑작스레 정원을 조정하거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 같다”며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는데 요즘 교육정책을 보면 단 1년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고3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7학년도부터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은 인문사회계열에서 정원 2626명, 자연과학계열에서 정원 1479명을 줄이고, 공학 분야 정원은 4856명 늘린다. 교육부는 수능을 불과 6개월 앞둔 지난달 이런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오후 11시가 되자 학원에서 나오는 수험생은 없었지만 최근 심야 공부방으로 유행한다는 인근의 24시간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논의 중인 사설학원 교습 시간 조정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부 김모(49)씨는 “고등학생 사설학원 교습 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1시간 연장하겠다는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에 찬성한다”며 “아이들은 10시에 학원이 끝나면 시간이 애매해 오히려 독서실에 가서 늦게까지 공부하는데, 차라리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마무리하면 집에서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1 딸을 둔 박모(46·여)씨도 “사교육 과잉을 막는다면서 단순히 학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지금도 일부 학원은 여전히 창문 닫고 커튼을 친 채 수업한다”고 귀띔했다. 지금처럼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부 이모(46)씨는 “예전엔 단순히 시험만 잘 보면 됐는데, 지금은 수능에 내신에 비교과까지 챙겨야 할 건 많고 정책은 자꾸 바뀌니 엄마들도 불안해서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최대한 아이를 지원하고 싶은데 혼란만 커진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940만명 응시’ 중국 수능, 스티븐 호킹까지 응원 메시지

    ‘940만명 응시’ 중국 수능, 스티븐 호킹까지 응원 메시지

     “수험생 여러분, 합격을 빕니다. 여러분의 꿈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그 꿈을 향해 용감하게 앞으로 전진하십시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국의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올렸다. 중국 고3생들은 7일부터 이틀 동안 가오카오를 치른다. 이날 오전까지 41만명이 호킹 박사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17만 명이 퍼날랐다. 수험생들은 “온 우주의 기운을 받은 듯하다”며 즐거워 했다. 호킹 박사는 지난 4월 웨이보 계정을 개설하며 “나의 삶과 일을 중국인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올해 가오카오 수험생은 모두 940만명으로 작년보다 2만명 줄었다. 가오카오 응시생은 지난 2008년 1050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올해 6만 1000명이 가오카오에 응시해 10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2006년의 12만 6000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시험은 컨닝을 하다 적발되면 감옥까지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장 엄격하게 시행된 가오카오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국가 고시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최고 7년 징역형에 처벌하고 있다. 또 이번달부터는 수능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시험 응시자격을 3년간 박탈하는 규정도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오카오 부정행위는 매우 심각하다. 지난 해엔 장시(江西)성에서 대규모 대리시험 조직이 적발됐다. 대리시험 응시자를 일컫는 ‘창서우(槍手)’라는 말도 생겨났다. 수험장 인근에는 드론을 띄워 무선 주파수 탐지기를 작동시켜 수상한 신호를 감지하는가 하면, 얼굴인식, 홍채인식, 지문탐지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추기도 한다.  올해 가오카오에서는 전체 31개 성·직할시 가운데 26개 성·직할시 응시생이 동일하게 출제된 시험지로 문제를 풀었다. 베이징·상하이·톈진·장쑤·저장성은 자체 출제한 시험지로 가오카오를 치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강사가 출제 내용 유출한 수능 모평, 무너진 신뢰… 공정성 회복하려면

    A:“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진으로 합류하시면 어떤 문제를 내실 건가요?” B:“고전시가에서 OO를, 현대소설에서는 XX를 낼까 합니다.” 학교 교장과 교사의 대화라면 문제가 없어보이지요. 하지만 A를 유명학원 강사, B를 수능 6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교수라고 가정해봅시다. 그것도 수능 전에 이뤄진 것이라면요. 엄청난 일일 겁니다. 수능은 한 문제 만으로도 등급이 나뉘고, 수험생들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죠. 하지만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한 6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 영역의 출제 내용이 상당 부분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평가원은 유명 입시학원 국어강사 이모(48)씨가 모의평가 전 강의했던 내용이 모의평가에 그대로 출제돼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중세국어 문제가 비(非)문학 지문으로 나온다고 ‘예언’하고 고전시가, 현대소설에 나올 지문까지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수학에서도 이런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시험 출제 닷새 전인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대입 커뮤니티에는 “수학 영역에서 21번은 미분, 30번은 적분, 29번은 평면운동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대로 출제가 됐습니다. 한 교사는 “미분, 적분, 평면운동은 시험에 필수로 출제되는 내용이고 주로 뒷부분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3개 문항의 번호까지 정확히 맞히긴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연이라 보기엔 어렵다고 했습니다. 학생들 처지에서 이른바 ‘적중률’이 높은 강사는 실력이 뛰어난 강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 한 문제로 등급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로선 학교 수업보다 적중률 높은 강사의 수업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부는 ‘모의평가인데 뭐 어떠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원이 매년 6월, 9월 두 차례 주관하는 모의평가는 일반 수능 학력평가와 무게가 많이 다릅니다. 평가원은 이 두 시험을 가지고 11월 수능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6월, 9월 모의평가 출제진을 11월 수능 출제에 포함시킵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평가원이 유출 사실을 알고도 모의평가를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학생과 학부모를 크게 실망시켰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유출 논란 기사 댓글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뭔 짓을 못하겠느냐”는 푸념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비교과 활동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입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공정하다고 평가받는 수능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니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유출 사건을 그저 문제가 된 강사를 조사하고 적당한 선에서 결론짓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해당 강사나 학원 등은 정보 수집에 탁월한 학원으로 소문이 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수사의뢰를 받고 언론이 문제를 거론하자 뒤늦게 나선 경찰과, 이번 일의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 같은 평가원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번 일의 전모를 모두 밝혀내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gjkim@seoul.co.kr
  • [현장 블로그] “승자는 李선생, 부럽다”… 모의평가 유출 뒤 학원가의 역설

    [현장 블로그] “승자는 李선생, 부럽다”… 모의평가 유출 뒤 학원가의 역설

    “우린 선생님 편” 강의도 차질 없어 지난 2일 치른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언어영역의 문제 내용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수사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학원가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겨우 5개월 남짓 남은 수능을 생각하면 당연히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이 없습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형 이모(50·여)씨는 “문제 내용 유출 의혹을 받는 교사에게 강의를 듣는 아이가 ‘괘씸죄가 적용돼 그간 선생님이 짚어 준 부분에서 문제가 안 나오면 어쩌지’라고 걱정을 해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 내용 유출 의혹을 받는 강사 이모(48)씨도 강의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씨가 강의를 하는 학원의 입장은 하나같이 “선생님을 믿고 강의를 이어 나갈 뿐”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5일 이씨의 수업을 들으러 온 한 학생은 “압수수색까지 했다고 해서 강의가 취소될까 봐 걱정했는데 정상 수업을 한다고 학원에서 문자를 보내와 안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학원 강사들이 질투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안 그래도 잘나갔는데 화려한(?) 인맥까지 드러나면서 인기가 치솟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결국 승자는 이씨”라는 말도 들립니다. 10년 경력의 입시학원 강사 A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시는 지식 전달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보력 싸움입니다. 유죄든 무죄든 이씨는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겁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이씨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입니다. 이 죄의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꽤 강해 보이는데요, 사실 이씨는 초범이고 엄밀히 따져 문제 유출이 아니라 지문의 일부를 언급한 정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 봐야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학원가에 파다합니다. 앞서 말했듯 입시를 둘러싼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에는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수능의 무게가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중에 만난 한 학원 강사는 “수능 문제를 내고 푸는 과정도 교육의 일부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은 미뤄도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 내용 유출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문제 유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오히려 학원 강사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세태는 경찰이 풀 수 없습니다. 누가 나서야 할까요. 유출된 건 언어영역 문제 내용이지만, 드러난 건 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입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1 “아이고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노…. 같은 부산 하늘 아래에 살았는데 어째 이리 몰랐노.” 지난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부산 북구 평화의 집을 찾은 이모(59·여)씨는 울기만 했다. 34년 전 장을 보러 간 자갈치시장에서 계산하려고 잠깐 아들의 손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살이었던 아이는 물건을 사는 동안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밤새 아들을 찾아 자갈치시장을 돌아다니고 몇 날 며칠을 찾아다녔지만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인근 파출소마다 들러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그렇게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수십년을 살아왔다. 이씨가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며 딸(32)과 함께 부산 서부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잃어버린 지 오래된 가족도 이제는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경찰이 다 찾아 준다더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시도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부산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유성탁 경장은 아이를 잃을 당시에 나이가 워낙 어렸던 데다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개명을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 경장은 이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후 실종 아동전문기관에 동일한 유전자가 있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3개월 후 가족으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뒤 정확성을 위해 재검사를 했다. 그리고 또 석 달 뒤 전기수(가명)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상봉한 날은 기쁨과 행복, 미안함과 서글픔으로 범벅이 됐다.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장성했지만, 지적장애 탓에 어머니 이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어렸을 때는 장애가 없었는데….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하고는 또 한참을 울었다. 이씨도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가 건강이 안 좋아 당장 함께 살기는 힘들다. 유 경장은 “아들이 물 한 잔도 혼자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가 심해 돌볼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 “아버지 만나니까 좋지 않아?” “네, 뭐….” 14년 만에 만난 부자(父子)는 서로 말이 없었다. 아들(16)은 담담하게 아버지 허모(45)씨를 바라봤다. 허씨는 반가움이 밀려왔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와 아들을 제대로 껴안지도 못했다. 허씨는 2002년 아내와 이혼했다. 큰아들은 허씨가, 막내아들은 전 부인이 키우기로 했다. 두 살배기 막내아들에게는 엄마 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은 실종됐다. 허씨는 전 부인과 연락을 끊고 목포로 떠난 터라 실종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지난해 12월, 우연히 부산에 살던 지인과 전화를 하다가 막내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추스르고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허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실종 아동 찾기 사이트에서 엄지 손에 멍처럼 생긴 점이 있는 아이를 봤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전남지방경찰청 박광균 경위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박 경위는 아이가 지내는 부산의 한 보육원을 찾았고 사진을 찍어 허씨에게 보여 주었다. 박 경위는 “(허씨가)바로 자신의 아이라고 말하는데, 같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전자 감식을 진행했고 둘이 친자 관계인 것을 확인했다. 상봉은 목포에서 이루어졌다. 고등학교에 잘 다니는 아들이 마냥 대견한 허씨는 “더 열심히 일해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빨리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실종 대비 18세 미만 청소년 지문 등록해야 경찰은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을 통해 실종 가족을 찾아준다. 2011년 4만 3080건 발생했던 실종 아동은 지난해 3만 6785건으로 4년 만에 14.6% 감소했다. 경찰은 실종 아동이 매해 조금씩 줄어드는 것에 대해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18세 미만 청소년은 지문을 등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실종 같은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8세 미만 아동 896만 1805명 중 264만 333명(29.5%)이, 8세 미만 아동은 총 365만 6264명 중 237만 1844명(64.9%)이 지문을 등록한 상태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찾아 지문을 등록해 두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대구 서구에서 길을 잃은 후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하던 3세 아이는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고 지문을 이용해 30분 만에 부모를 찾았다. 경찰청은 오는 11월까지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교, 장애인·노인요양시설 등을 방문해 사전 신청자에 대해 지문 등록을 해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실종 시간이 길어질수록 찾기가 어려워져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문만 등록돼 있으면 잃어버린 자녀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문 등록에 대해 개인정보가 남을까 간혹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든 요청하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년간 유전자 분석으로 349명 찾아 유전자 분석으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34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성과를 거뒀다. 유전자 분석은 실종자를 찾으려는 가족과 경찰이 만들어 놓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DB는 실종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 있는 보호시설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확보해 놨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이 경찰서를 방문하면 유전자 채취용 키트로 구강 세포를 채취한다. 시료는 실종 아동 전문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분석하고 DB를 확인해 가족을 찾아 준다. 만일 가족을 찾았거나 본인이 원한다면 채취한 유전자도 폐기할 수 있다.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의 유전자 채취 건수가 2만 9113건에 달하는 데 비해 보호자 유전자 채취 건수는 2588건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에 일제 점검을 나가면 부모를 찾고 싶다며 먼저 유전자를 채취해 달라는 아이도 있다”며 “아동이 원하는 경우, 지적장애인은 동의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전자를 채취해 가족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실종아동 성장 예측 몽타주도 만들어 유전자 분석으로 지난해 8월에는 미국으로 이민 간 아버지가 40년 전에 실종됐던 딸과 상봉하는 기적 같은 일도 벌어졌다. 1974년 3월 지적장애인이었던 딸을 잃어버렸던 정모(71)씨는 지난해 3월 전남 순천의 동생집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정씨는 경찰서를 찾아 ‘죽기 전에 딸 얼굴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읍소했고, 그는 유전자 분석으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또 10년 이상 된 장기 실종 아동 가족을 위해 ‘성장 예측 몽타주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연구해 개발한 성장예측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종 당시 사진을 바탕으로 성인이 된 현재 얼굴을 예측해 몽타주를 그린다. 지난달 시범 사업으로 장기 실종 아동을 둔 가족 12명에게 몽타주를 주었다. 현재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 4곳에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12년째 강남 등서 언어영역 최고 강사 유명세

    유명 학원강사 이모(48)씨가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모의평가 국어영역 출제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학원가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그는 유명 사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서울 강남에서 인터넷 강사로 ‘데뷔’했다. 이후 12년째 강남구 대치동, 노량진 일대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언어 영역의 최고 스타 강사 중 한 사람으로 유명세를 이어 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해선 안 되는 일 저질러” 3일 이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강의를 수강 중인 정모(18)양은 “강의 능력만으로 업계에서 부동의 1위인데 왜 굳이 출제 내용을 유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 강의가 족집게처럼 문제를 찍어 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문제풀이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성향”이라며 “외려 익숙한 지문이 나오면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이씨의 현장 강의를 수강했던 수험생 이모(19)군은 “당시에도 모의평가 직전에 ‘지문 두세 개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그의 강의를 들었다는 김모(18)군도 “대치동에서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 술 한 잔 같이 할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있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문 1~2개 알려줄 수 있다” 말하기도 30여년간 입시강의를 한 강사 A씨는 “모의고사를 실시한 뒤 바로 해설서를 만들어서 배포하기가 힘들다 보니 과거에는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 강사들을 불러서 시험문제에 대한 해설 작성을 의뢰하기도 했다”며 “따라서 당시에는 암암리에 문제 유출이 가능하다는 분위기였지만 2008년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건이 터진 뒤로는 유출 경로가 막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세가 필요한 사람도 아닌데 업계에서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 입학 수시모집 비중이 70% 수준으로 급격하게 늘고 정시모집이 줄면서 입시업체들 간, 유명 강사들 간의 다툼이 점점 심해진 결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 입시업체 직원은 “치열한 경쟁으로 해당 학원강사가 결국 해선 안 되는 일까지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홍보전, 비방전이 이미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학원들 간에 최근 자중하기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일로 입시업체 전체가 욕을 먹게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평가원 ‘내용 유출’ 일주일 전 알고도 6월 모평 강행

    평가원 ‘내용 유출’ 일주일 전 알고도 6월 모평 강행

    5건 중 2건 특정 문학 지문 그대로 거론 31일 수사의뢰… “혼란 우려 시험 진행” 경찰, 유명 학원 강사 집·차량 압수수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지난 2일 치러진 6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 영역의 출제 내용이 상당 부분 유출된 것을 알고도 시험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은 유명 입시학원 국어강사 이모(48)씨가 모의평가 전 강의했던 내용이 6월 모의평가에 그대로 출제돼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중세국어 문제가 비(非)문학 지문으로 나오고 고전시가에서는 ‘가시리’, ‘청산별곡’, ‘서경별곡’, ‘동동’, ‘정석가’ 중에서, 현대소설에서는 ‘삼대’, 고전소설에서는 ‘최척전(傳)’이 출제된다고 강의했다. 이 강의 내용을 필기한 사진 파일이 평가 전 학생들에게 돌았고, 실제 2일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는 이씨가 강의했던 대로 출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평가원이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도 시험을 강행한 사실이 함께 드러났다. 평가원은 매년 6월,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주관한다. 시험 출제진과 검토진은 외부와 차단된 채 모처에서 2주간 합숙한다. 하지만 문제지가 인쇄돼 학생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합숙을 이어 가는 수능과 달리 모의평가는 관리 등을 이유로 출제 직후 출제·검토진이 합숙을 마치고 나오게 돼 있다. 이번 모의평가 출제는 지난 5월 1~15일쯤 진행됐다. 평가원에 제보가 들어온 것은 25일쯤이다. 결국 15~25일 사이에 출제·검토진이 이씨에게 출제 내용을 1차 유출하고, 이씨가 학생들에게 이것을 2차 유출한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25일 전후 5건 이내 제보를 받아 이 가운데 2건이 특정 문학 지문 등을 그대로 거론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돼 수능본부와 교육부 대입제도과 등에 알렸고 평가원장이 경찰 수사를 결정했다”면서 “당시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긴 했지만, 노트 파일처럼 아주 구체적이지 않았고 시험을 중단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우려돼 시험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원이 문제가 유출된 것을 알고도 시험을 강행했고 이런 일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평가원은 모의평가 출제진과 검토진에 ‘문제 등을 유출하면 민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안각서를 받고 있다. 평가원은 수사 이후 출제·검토진에 대한 보안 책임을 더 강화하고 이들의 합숙 기간도 조절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일 이씨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6월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의혹, 경찰 수사 본격 착수

    6월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의혹, 경찰 수사 본격 착수

    지난 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일부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 국어 영역 지문 중 한 사설학원의 강사 A씨가 강의 중 말한 내용의 지문이 다수 출제됐다. 강의 때 A씨는 “이번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 현대시와 고전시가, 현대소설 등에서 특정 작품이 출제된다”고 학생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시험에서 해당 작품이 지문으로 출제됐다. 또 A씨가 중세국어에서 비(非)문학 지문이 나온다고 예고한 대로 실제 모의평가에서 중세국어 문법영역 지문이 나왔다. 평가원은 모의평가 실시 전에 이런 내용의 문제 유출 의혹 내용을 제보받고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평가원은 “향후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시험은 수험생의 혼란을 우려해 예정대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에는 전국 2049개 고등학교와 413개 학원에서 60여만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SAT ACT 리딩 만점 받는 비결은?

    미국대학에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 기간에 준비가 얼마나 탄탄하게 이루어지느냐가 선택의 폭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인 SAT와 ACT 각 파트에 대한 촘촘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지난 4월 ‘리딩 트레이너 for SAT/ACT Reading’을 출판해 유학준비생들의 관심을 모았던 인터프렙은 이번에 같은 이름의 리딩점수 향상 프로그램인 “리딩 트레이너”를 개강한다. 강사도 수강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5년 인터프렙 여름특강 강의평가에서 1위를 한 테드이다. ‘리딩 트레이너’는 SAT와 ACT 섹션 중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학생들로서는 가장 점수를 올리기 어려운 리딩 파트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2시간 동안의 집중 훈련으로 체득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터프렙 여름특강 수강생 뿐 아니라, 학원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올해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향후 SAT·ACT를 응시하고자 하는 저학년들 모두 수강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지문해설과 정답오답 유형을 단순히 정리하는 기존의 리딩 교습법과는 달리, 리딩 트레이너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제한된 시간의 압박 속에서 단락 간의 유기적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읽어나가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킴으로써 리딩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업이다. 6월 3일(금)과 6월 10일(금) 양일에 걸쳐 누구나 참가 가능한 청강이 논현동 인터프렙 본관에서 있으며, 6월13일(월)에 개강한다. 청강이나 등록은 인터프렙 홈페이지 www.interprep.co.kr에서 할 수 있다. 청강 참석자 전원에게는 “리딩 트레이너” 1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의혹, 언어영역 유명 강사 이모씨 집 압수수색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의혹, 언어영역 유명 강사 이모씨 집 압수수색

    지난 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고사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3일 언어영역 유명 학원강사인 이모(48)씨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이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사처 입주 6~12층 별도 엘리베이터 운행… 타부처 공무원도 출입허가 받아야

    인사처 입주 6~12층 별도 엘리베이터 운행… 타부처 공무원도 출입허가 받아야

    공시생에게 보안이 뚫린 인사혁신처는 지난 4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며 세종청사 인근 민간 건물에 입주했다. 세종청사에 입주할 여유 공간이 없어 ‘세종미디어프라자’ 건물 6~12층을 통째로 빌렸다. 현재 인사처 건물 보안은 민간 보안업체가 맡고 있다.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서 방호관 2명을 파견해 주간에는 특수경비원 등 4명이, 야간에는 2명이 맞교대 근무를 한다. 인사처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자 인사처가 입주한 6~12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따로 뒀다. 민원인은 5층까지만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5층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과 출입증을 교환한 뒤 만나고자 하는 공무원과 동행해야 인사처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다. 다른 부처 공무원이 인사처를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세종청사 출입증으로는 인사처에 들어갈 수 없어 민원인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인사처 공무원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때 민원인이 따라 탈 수도 있어 전용 엘리베이터 주변은 유리벽으로 감싸고 출입증을 찍어야 열리는 문을 설치했다. 출입문에는 경비원 1명이 24시간 근무하며 출입증과 얼굴을 대조한다. 출입증 사진은 최근 3개월 이내에 찍은 것으로 전원 교체했으며 출입증을 목에 거는 줄도 전 직원이 주황색으로 통일했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1층부터만 운행하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운 직원은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이동해 전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한다. 5층 안내데스크 앞에는 엑스레이 검색대가 있고, 5층에서 인사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 출입문에도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건물 전체에는 47개의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사람의 동작을 감지해 이상한 행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고 CCTV 화면에 팝업창을 띄운다. 6층으로 향하는 비상계단은 철문으로 막았다. 사무실 앞에는 출입 보안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출제·채점 등의 시험관리부서에는 지문 인식 잠금장치를 추가했다. 시험관리부서 직원이 아닌 인사처 공무원은 이 방에 들어갈 수 없다. 2중, 3중으로 출입 관리를 하고 있지만 다른 청사 건물처럼 출입증을 찍으면 화면에 얼굴이 뜨는 ‘스피드게이트’가 없어 경비원이 출입증의 사진과 얼굴을 일일이 대조해야 하고, 경비 인력이 부족해 무리한 2교대 근무를 하는 등 아직은 취약한 부분이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인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며 “인력을 보충하고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하려고 최근 예산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통합 국어 어렵고 영·수 쉬웠다

    통합 국어 어렵고 영·수 쉬웠다

    2일 치러진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눠 치르다 올해 통합돼 출제되면서 고전문법을 묻는 문항 등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반면 수학과 영어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올해 수능은 결국 탐구 영역에서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수능 모의평가는 전국 2049개 고등학교와 413개 학원에서 동시에 시행됐다.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제 수능을 앞두고 6, 9월 두 차례 주관하는 공식 모의평가 중 하나로, 평가원은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오는 11월 실제 수능에서의 개선점을 찾는다. 평가원은 “학생들이 과도한 수험 준비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시업체들이 평가한 결과 지난해 A, B형으로 나눠 치르다 올해 통합된 국어 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어렵게 출제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기존 A, B형 패턴 문제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며 “특히 중세국어의 문법 제시문 등이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출제되고 지문 내용도 난도가 높아 3등급대 이하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학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인문계 학생들이 치른 수학 나형은 수학2의 집합과 명제, 함수 단원이 새로 출제됐지만 어렵진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성학원 측은 “기존 문제와 형태와 접근 방식이 비슷했고 대체로 수학적 정의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항이었다”고 밝혔다.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에서 어렵게 출제됐던 터라 모의평가가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수능은 만점자가 0.48%에 불과하고 1등급 컷도 원점수 94점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어려웠던 시험으로 꼽힌다. 이투스 측은 “전반적으로 교육부의 ‘쉬운 영어’ 출제 기조가 시험에서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수학과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올해 수능에서 탐구 영역의 중요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형 배재고 진학진로부장은 “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게 출제되면 탐구 영역 2과목 가운데 어떤 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수험생의 유불리 현상이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모의평가 정답은 14일 발표되며 채점 결과는 23일까지 수험생들에게 통보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나랏빚 갚으려 분투한 선조들 후손의 세계적인 자랑이 되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나랏빚 갚으려 분투한 선조들 후손의 세계적인 자랑이 되다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 내에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1129㎡ 규모의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대구의 자랑인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관심 분야나 의미를 찾는 여행이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국민성금으로 갚자는 ‘나라 빚 갚기 운동’을 말한다. 1907년 1월 29일 항일구국지로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대구지사원인 대구 광문출판사 김광제 사장과 부사장 서상돈의 발의로 시작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구의 유력 인사들이 ‘담배를 끊어 국채를 갚고 주권을 회복하자’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당시 일제는 군수품을 들여오면서 담배도 함께 도입, 대구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됐으며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담배 유통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대구시는 서상돈 선생이 살았던 대구 중구 서성로 6-1 고택을 복원하고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를 설립하는 등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대구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대구시는 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록물들은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수장고에 35점을 보관하고 있으며, 안동국학진흥원, 서울 금융사박물관, 독립기념관, 국가기록원, 서울대 규장각 등에도 있다. 개인이 소장 중인 자료도 있다. 이들 기록물 가운데 등재 신청하는 자료는 모두 2472건이다. 이 가운데 국채보상운동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그 과정과 목적 등을 담은 발기문과 취지문이 12건이다. 각 지역 연락문, 보상소 규약, 기부자 명단, 기부 영수증 등 국채보상운동 확산 과정이 담긴 문서는 75건이다. 누가 얼마의 성금을 냈는지를 기록하고 있어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증명한다. 일제가 국채보상운동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주고받은 보고서와 명령서도 121건 있다. 국채보상운동 전개상황이 기록된 언론 기록물은 2264건이다. 기록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김광제·서상돈 선생이 발표한 ‘국채 1300만원 보상취지’(대한매일신보 1907년 2월)이다. ‘지금 우리의 국채 1300만원은 대한의 존망이 달린 일이라, 지금 국고로는 갚기가 어려운 형편인즉 장차 삼천리강토는 우리나라의 소유도, 우리 국민의 소유도 되지 못할 것이라, (중략) 2000만 동포가 석 달만 담배를 끊어 한 사람이 한 달에 20전씩만 모은다면 거의 1300만원이 될 것이니’라는 글이다. 1907년 3월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경고 아 부인동포’라는 글에는 ‘정운갑 모 서씨 은지환 일불 두 냥쭝, 서병규 처 정씨 은장도 일개 두 냥쭝, 정운하 처 김씨 은지환 일불 한 냥 구동쭝, 서학규 처 정씨 은지환 일불 두 냥쭝…’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적혀 있어 여성들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위해 지난해 5월 8일 추진위원회 발대식과 선포식을 가졌다. 등재추진위를 161명으로 꾸렸다. 또 시민에게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취지를 소개하고 결의문을 선포했다.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지금까지 18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같은 달 2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국회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8월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와 학회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국채보상운동 자료전시회를 열었다. 등재 위한 보고회도 9월 개최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지난해 11월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목록에 선정됐다. 문화재청이 대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된 13건의 기록물을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 등재 신청 목록을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내년에 열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구시는 등재가 결정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추가로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에는 수십만점의 관련 기록물이 있다고 판단하고 최대한 자료를 모을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이 유네스코 등재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물은 물론 국채보상운동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는 대구이지만 이 운동이 확산돼 당시 전국 230여개 시·군에서 모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확보된 국채보상운동 기념물 전시회를 전국을 순회하면서 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부산 등지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채보상운동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들의 공통적인 현안이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기념물을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해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도록 국채보상운동기념관 홈페이지(www.gukchae.com )에 올린다는 전략이다. 책자와 팸플릿 등도 외국어판을 만들기로 했다. 등재 결정을 직접 판단하는 국제자문위원회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심사위원은 14명으로 이들에게 자료를 보내거나 특강 등의 명목으로 국내에 초청한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애국심과 외국자본 경계의 뜻을 담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은 지역을 넘어 국내외 사람들이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대구뿐 아니라 국내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써 달라”고 말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는 지난해 10월 현재 107개국에서 347건이 등재돼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것은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하권,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유교책판,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등 모두 13건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北, 위장 평화공세 끝… 긴장 높여 군사회담 성사 전략

    北, 위장 평화공세 끝… 긴장 높여 군사회담 성사 전략

    G7성명에 “자위적 핵무력 강화” “NLL 경고사격은 계획된 흉계” 70일전투 한달만에 200일 전투 북한이 우리 해군의 북한 함정 사격에 대한 것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핵 개발 비난에 대해 주말인 28~29일 사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주까지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하자며 평화 공세를 하던 데서 또다시 표정을 바꾼 것이기에 ‘위장 평화 공세’가 끝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긴장을 높여 군사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2일 사흘간 국방위원회 공개 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담화, 원동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담화, 김완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 위원장 담화 등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 등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펼쳐 왔다. 그러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에 이어 총참모부는 지난 28일 우리 군이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단속정에 경고 사격을 한 데 대해 “긴장 격화를 노린 계획적인 흉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계획적 군사 도발 운운은 억지 주장”이라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는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위장 평화 공세로 보고 대화에 응하지 않자 강경 대응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NLL 문제가 과거 군사회담의 주로 의제였던 만큼 NLL 지역 긴장도를 높여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위장 평화 공세를 하다가 통하지 않자 군사적 긴장을 높여 (우리 측에서)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도 “1차적으로는 경고성 발언이지만 군사적 도발을 통해 위기를 고조시켜 자신들의 현안인 대북 방송, 전단 등을 중단시키려는 속내로 분석된다”고 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최근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벌였던 ‘70일 전투’가 끝난 지 한달도 안 돼 ‘200일 전투’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당, 국가, 경제, 무력기관 일꾼 연석회의에서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돌파구를 열어 나가기 위한 충정의 200일 전투가 선포됐다”고 보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대북 제재 중에도 통일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대북 제재 중에도 통일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5월의 신록은 너무나 신선해서 가슴에 활기를 주는 청춘과 같다며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라는 천상병의 ‘오월의 신록’이나,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는 피천득의 ‘오월’의 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시인과 작가들은 계절의 여왕 5월을 찬미해 왔다. 5월은 희망과 꿈, 그리고 도전이라는 단어들의 조합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5월은 많은 기념일이 빼곡히 차 있는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5월의 마지막 주에 개최되는 통일 박람회에 이르기까지 기념할 날과 큰 행사들이 집중돼 있다. 그런데 5월의 남북 관계를 들여다보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싱그러운 신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5월 6일 36년 만에 개최한 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남북 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향한 비전보다는 사회주의 강국을 조속히 건설해 나가기 위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인 전략노선으로 택하고, 2012년 헌법에 이어 2016년 당 규약에도 핵 국가임을 표기했다. 북한은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북한 비핵화를 국제 비핵화로 대체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절박성을 언급하며 과거 ‘통미봉남’에서 ‘통남봉미’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7차 당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을 우선적으로 개최할 것을 표명한 이래 당대회가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20일에는 국방위원회 공개 서한, 21일에는 인민무력부 통지문, 그리고 22일에는 원동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 담화를 통해 3일 연속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자 이에 대한 답변도 없이 또다시 동일한 내용으로 군사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심리전 중단과 전단 살포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 당국자 회담을 열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주요 걸림돌인 핵 문제보다는 김정은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최고 존엄’ 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권위의 문제는 북한 당국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 남북 간의 상호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과 평화를 회복시키는 조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북한이 공세적으로 제안하는 군사회담은 북한의 통일 정책과도 연계돼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한 이래 이번 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하루빨리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 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야 한다며, 우리대에 반드시 조국을 통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통일 준비와 관련해서는 비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교착 상태에 이른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며, 북한은 우선적으로 군사회담을 개최하고 이후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한 각급별 대화와 협상을 전개해 나가는 ‘민족통일 대강’을 내세우고 있다. 즉 5월의 공세적인 북한의 군사회담 제안은 ‘통일’을 앞세운 남북 간 대화 국면을 재개하기 위한 공세적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은 없는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즉 북한 비핵화의 전망이 밝지 않음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남북 관계의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어느새 ‘통일’의 화두를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낮아진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열정과 관심, 그리고 통일 준비는 남북 관계의 경색 여부에 따라 양은 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는 것이 아니라, 화롯불처럼 은근히 지속되는 것이다. 어쩌면 통일 준비는 지금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그리고 쉼 없이 준비해 나가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되는 ‘통일박람회 2016’은 왜 우리가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해 준다. ‘온 국민이 함께하는 통일 축제의 장’이 ‘남북이 모두 함께하는 통일을 기념하는 축제의 장’이 돼 참으로 즐겁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 너도 나도 ‘친 반기문’…친반 자처 정당만 4곳

    너도 나도 ‘친 반기문’…친반 자처 정당만 4곳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6일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13총선에서 ‘친반기문’을 자처하며 출범한 정당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을 앞세워 선관위에 등록한 이른바 ‘반기문당’은 ‘친반통일당’,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평화통일당’, ‘친반연대’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들의 창당배경은 하나다. 바로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기 위해 당을 설립한 것. 물론 이 정당들의 설립여부는 반 총장의 의사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반 총장이 대선출마에 ‘뜻이 없지 않다’는 것을 예전부터 짐작한 것일까? 정작 반 총장은 해당 당의 존재를 몰라 ‘무늬만 반기문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이들이 만들고 싶은 사회는 무엇일까? 반 총장의 ‘킹메이커’로 나선 4개의 정당의 공약을 살펴봤다. 1. 친반통일당 지난 3월 14일 중앙당 창당을 선언한 ‘친반통일당’은 “확 바꿉시다! 통일은 대박! ‘반기는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마자를 모집했다. 중도·서민의 당을 표방한 친반통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립정치에 환멸을 느낀 여러분들과 바른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진실한 행위로 사랑을 고백하며 반기문 UN 사무총장님을 대통령으로 추대한다’는 문구로 정당을 소개하고 있다. 친반통일당의 대표는 이문용 씨로 19대 총선 때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친반통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절대적 신념에 의거해 ‘선 대북 제재 후 평화교섭’에 나서겠다는 것이 그 방향성이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정·부통령제’,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가 있다. 그 외 눈에 띄는 공약에는 ‘다문화 애국 국민 심의제(실시간 애국심을 주입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 부여)’, ‘일자리 총량제’, ‘복지청(보편적 복지를 위한 기구)’, ‘4년제 발명 종합 대학’, ‘자살방지원(자살을 방지하고 자살률을 줄이는 직업)’ 등이 있다. 2. 친반국민대통합 지난 3월 10일 공식 출범한 ‘친반국민대통합’의 전신은 ‘국민행복당’이다. 충남 보령 출신의 류근찬 전 의원이 국민행복당 김천식 총재와 손잡고 3월 5일 현재의 당명으로 개정한 것이다. 친반국민대통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성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정부는 묻지마식 범죄 척결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신적 결함이 있는 피의자의 범행으로 일축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하는 곡으로 판단되며 곡명과 가사의 일부를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 등이 있다. 그 외 ‘대법관 민선 선출’ , ‘종교 장관 신설’, ‘셋째 출산시 시기별로 총 1억원 지급’이 이목을 끈다. 3. 친반평화통일당 ‘친반평화통일당’의 김호일 총재는 지난해 12월 9일 종전의 ‘한누리평화통일당’ 이름을 ‘친반평화통일당’으로 바꿨다. 경남 마산 출신의 3선 의원인 김호일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선 이제 충청권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은 반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선진 일류국가를 창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남북불가침평화조약 체결’, ‘낮은 단계의 연방제체제 유지’가 있다. 그 밖에 ‘임신 및 출산에 소모되는 모든 병원비 국가 부담’, ‘토·일 노인사원제도(일하는 성취감과 월 60만원 수입 보장)’, ‘기초생필품물가관리청 신설’, ‘대학 2중 구조로 개편(전문가양성대학과 취업전문대학)’, ‘당 소속의원 대중교통 출퇴근’ 등이 있다. 4. 친반연대 지난해 11월 6일 ‘친반연대’는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서를 냈다. 이들은 발기 취지문에서 “세계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며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의 지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반연대는 홈페이지를 비롯해 어떤 SNS 계정도 두고 있지 않아 정당 홍보에 소극적으로 보인다. 결성신고서에 기재된 친반연대의 사무소 주소로 직접 찾아간 ‘더팩트’의 보도에 따르면 ‘친반연대’는 사무소조차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 2층 규모의 연립주택에서 나온 집주인은 “장기문 친반연대 대표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친반연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은 이에 대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반 총장과의 개연성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친반연대는 ‘대한민국을 세계 모델 국가로’, ‘총선 200석 확보’, ‘반기문 총장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과 같은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금요 포커스] 전선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황인무 국방부 차관

    [금요 포커스] 전선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황인무 국방부 차관

    어느덧 계절은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6월의 열기는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호국영령들의 뜨거웠던 애국심과 유난히 닮아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안중근 의사,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이름을 남겨 줬다. 그러나 어렴풋한 숫자로만 기록되어 있는, 이름도 사진도 남지 않은 셀 수 없는 젊은이들 또한 절망과 불의가 뒤덮인 세상에 몸을 던졌다. 그들은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뜨거웠던 다부동과 눈발이 휘날리는 백마고지에서 하나밖에 없는 그들의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쳤다. 고귀한 삶과 죽음이 모두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 때문에 사지(死地)에 오기로 결심하였는지 오늘날의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들 삶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국방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모를 영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12만 4000여 전사자가 아직도 이 땅의 산과 들 어딘가에 묻혀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에 풍화되어 작은 뼛조각이나 단추, 칫솔 같은 조그만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국방부는 그 작은 흔적들을 단서로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더디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현재 9100여명의 국군 전사자를 찾았고 그중 113명의 신원을 확인해 그리던 가족 품에 안겼다. 그러나 이들의 직계유족은 대개 70~80대의 고령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유해 소재 제보와 유전자 시료채취 등 유해발굴사업의 국민적 참여가 절실하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도 어느덧 60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대치 중이고, 북한의 국지 도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고요했던 서부 전선에서 북한의 목함지뢰가 터졌다. 갑자기 닥친 위험에도 장병들은 놀라운 속도로 경계태세를 취하며 부상자를 옮겼다.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는 정신이 들자 동료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이후 전 군에서는 전역 연기 신청이 잇따랐다. 올해 초까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와중에 전역 연기를 자원한 장병은 1000여명이 넘는다. 바로 이들이 우리 국방의 근간이다. 젊음을 꽃피우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지만 지금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묵묵히 전선을 지킨다. 이들의 이름 또한 역사에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오늘날의 평화로움을 기록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 장병들이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서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전선에 내어주고 있다. 이것은 존중받아야만 하는 일이다. 이런 우리 장병들을 더 많은 국민들이 사랑해 주시기를 바란다. 따스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봐 주시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온기가 전선 장병의 시린 손을 녹이고 불의와 적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게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터미널에서, 기차역에서 만나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 주시기를, 아들 같고 동생 같은 이들의 듬직한 등을 한 번쯤은 두드려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국방부도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5년 병영문화 혁신 대책을 수립해 군 인권을 개선하고, 복지문화시설 확충 등 근무여건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3월부터는 전·공상 장병 민간의료 지원제도의 정비를 통해 장병들이 완치될 때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장병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은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진행될 것이다. 오늘 밤에도 이 나라의 아들딸들은 훈련으로 지친 몸을 야지에 기댈 것이다. 전선의 초병은 여전히 눈을 빛낼 것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는 초계함이 파도를 이겨내며 자리를 지킬 것이다.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꽃은 전선에서 피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모두는 어쩌면 빚을 지고 있을지 모른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그 고귀한 희생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 9월 제주도립 미술관 개관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 9월 제주도립 미술관 개관

    ‘물방울 작가’ 김창열(87) 화백의 미술관이 제주에 문을 연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지구’ 내에 들어서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공사가 다음달에 마무리된다. 전시 준비작업 등으로 정식 개관은 9월이다. 김창열미술관은 9800㎡ 부지에 지상 1층 연면적 1587㎡의 규모로 국비와 지방비 등 모두 92억원을 들여 2014년 4월 착공했다. 김 화백은 2014년 제주도에 자신의 작품 20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1957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요 작품들로 200여억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평안남도 맹산 출신인 김 화백은 한국전쟁 당시 1년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주에 자신의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고 제주도는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며 미술관 건립에 적극 나섰다. 김 화백은 청년 시절 서울대 미대에서 공부한 뒤 뉴욕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1969년부터 40여년을 프랑스 파리에 정착, 작품 활동에 전념해 왔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처음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인 이래 40여년간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해 왔다. 2004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국립미술관인 주드폼 미술관에서 초대전시전을 열어 주목받기도 했다. 주드폼 미술관에서 초대전시전을 연 작가는 일본 국적의 백남준과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우환, 김창열 등 단 3명이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토익시험장 소음까지 반영한 실전 MP3 제공... 똑똑해진 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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