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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그룹 1000억 지원 ‘일단 숨통’

    정부, 1000억+α ‘조건부 지원’ 각국에 선박 압류금지명령 요청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개인 돈 4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도 한진그룹의 담보 제시를 전제조건으로 ‘1000억원+α’의 장기저리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일단 한 고비는 넘기게 됐다. 한진그룹은 6일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 회장의 사재 400억원과 대한항공의 대출 600억원 등 1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대출해 주기로 한 600억원은 한진해운이 소유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터미널 지분과 채권을 담보로 실행된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54%를 가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이미 법원의 관리하에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해상화물 하역처리와 긴급화물 항공편 대체 수송 등의 방안도 추진한다. 한진그룹의 지원책은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의 승인을 거쳐 진행된다. 한진그룹이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항만이용료와 하역비, 유류비 등 미지급금 문제로 바다를 떠돌던 선박들은 입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미지급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부족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면서 “선박 전체가 정상 운항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도 이날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직접 지원하기로 한 1000억원과는 별개의 돈”이라면서 “담보 없이 빌려주는 건 국민 세금을 기약 없이 붓는 것이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확실한 담보를 내놨을 때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에서 압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각국에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협력 업체들에 대한 고용지원과 함께 상황에 따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급한 불 끄자’…당·정 한진해운에 장기 저리로 1000억+α ‘조건부’ 지원

    ‘급한 불 끄자’…당·정 한진해운에 장기 저리로 1000억+α ‘조건부’ 지원

    국내 해운업계 1위 기업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조건부로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당정은 6일 국회에서 한진해운 대책 협의회를 열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한진해운의 자산이 담보되거나 한진그룹 차원에서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촉구했고, 정부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이 제시한 대책은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해외 항만의 선박 가압류를 막기 위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나서 각국을 상대로 ‘스테이 오더’(압류금지명령)가 내려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과 관련된 업체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부산 등 직접 관련성이 큰 지역의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질 경우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어 해상에 대기 중인 선박의 선원과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식수, 음식물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1조 2000억원 정도의 선박건조 펀드가 마련돼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국적 해운사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9이닝 9포지션’ 흥미·승리 다 잡다

    ‘9이닝 9포지션’ 흥미·승리 다 잡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한 선수가 한 경기의 모든 수비 포지션을 소화했다. 오클랜드 산하 싱글A 스탁턴 포츠에서 뛰고 있는 멜빈 메르세데스(24)는 지난 3일(현지시간) 시애틀 산하 베이커스필드 블레이즈와의 홈 경기에서 아홉 포지션을 모두 해냈다. 1회 3루수로 나섰던 그는 2회 유격수, 3회 2루수, 4회 1루수, 5회 포수, 6회 좌익수, 7회 중견수, 8회 우익수로 뛴 뒤 9회 마운드에 올라 한 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8-3 승리를 이끌었다. 2014년 드래프트 16라운드로 지명됐던 그의 올 시즌 포지션은 3루수였지만 대학 등에서 1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일곱 포지션을 모두 해봤다. 투수로도 두 차례나 등판해 2와 3분의1이닝을 던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 더 많은 관중을 모으기 위해 릭 매그난테 감독이 제의한 것을 받아들였다. 메르세데스는 가장 힘들었던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았다. 그는 “낮은 공은 조금 받기 힘들었지만, 신에게 감사하게도 모든 것이 잘됐다”며 포수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1965년 오클랜드의 버트 캄파네리스와 1968년 미네소타의 세자르 토바, 2000년 텍사스의 스캇 쉘던과 디트로이트의 셰인 할터가 한 경기에서 모든 수비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시장 언덕길 따라 3층 같은 7층 건물… 속 깊은 요셉처럼 약현 성당 보호했나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시장 언덕길 따라 3층 같은 7층 건물… 속 깊은 요셉처럼 약현 성당 보호했나

    성 요셉 아파트.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이다. 가톨릭 성자의 이름이 붙은 아파트라니? 게다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으로 일컬어지는 약현 성당이 바로 옆에 있다니? 약현 성당은 명동 성당보다 6년 앞선 1892년에 세워졌다. 설계자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코스트 신부로 명동 성당과 같다. 명동 성당은 사대문 안, 약현 성당은 사대문 밖과 그 너머의 경기도와 황해도 일부까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등 역할의 분담이 있었다. 명동 성당의 주보성인이 성모 마리아였기 때문에 그 준비 과정에 해당하는 약현 성당은 마리아의 남편인 성 요셉을 주보성인으로 모셨다고 한다(*이상 약현 성당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그 중요한 주보성인의 이름이 바로 성당 옆 아파트에 붙여진 것이다. 대중적인 지명도는 낮지만 아파트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건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 두 건물 사이에는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종교적 이유에서 이 아파트가 세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회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공동 주거를 마련했다거나, 혹은 신앙 공동체를 위한 시설이었다거나 하는 등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와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성 요셉 아파트는 약현 성당의 수익 사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종교 단체가 건물을 지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은 물론 종종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 연재에서 다룰 예정인 신문로의 피어선 아파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지어진 건물이다. 다만 개신교인 장로교 교단과 관련됐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통적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이 두 건물은 지어진 연대도 비슷하다. 성 요셉 아파트는 1971년 6월 20일에, 피어선 아파트는 같은 해 11월 10일에 각각 사용 승인을 받았다. # 답사의 시작은 서소문 공원부터 성 요셉 아파트의 답사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인근의 서소문 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약현 성당 자체가 한국 가톨릭의 순교지인 이 서소문 처형장 터를 내려다보는 장소에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로 영세를 받은 이승훈의 집 또한 이 근처였다고 전한다. 약현(藥峴)이라는 이름은 ‘약초밭이 있던 고개’를 의미하며 지금의 중림로가 바로 약현이다. 이처럼 고개 옆 언덕 위에 지어진 약현 성당에서는 그 주변 일대가 잘 내려다보였을 것이다. 사실 이 서소문 처형장은 지난번 서소문 아파트 편에서 이야기한 욱천, 즉 만초천의 모래사장이었다. 지금은 복개됐으나 유난히 모래가 곱고 아름다웠다고 하는 바로 그 하천이다. 모래라서 처형된 사람의 피가 금방 스며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만초천 위에 지어진 서소문 아파트도 여기서 경의중앙선 철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지척이다. 청파로로 들어서서 브라운스톤 북서쪽 코너에서 보면 주변의 고층 빌딩 사이로 뾰족탑, 그리고 그 앞에 길게 누워 있는 누런색의 건물이 보인다. 약현 성당과 성 요셉 아파트다. 약현 성당이 능선 위에 있다면 성 요셉 아파트는 그 바로 아래에 낮게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높이의 건물로도 성당 북쪽으로의 경관은 거의 다 막힌다. 그 방향으로 서소문 공원도 일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이 자리에 성당을 지은 취지에 위배되는 배치다. 지금이야 워낙 고층 건물이 많아서 경관이 거의 다 막혀있지만 성 요셉 아파트가 건립된 1970년대 초만 해도 이 일대에 높은 건물은 거의 없었다. 당시 성 요셉 아파트의 건립은 약현 성당으로서는 매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성 요셉 아파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본다. 청파로를 향해 우뚝 선 한림학사가 이 아파트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건물은 서로 떨어져 있다. 이 일대는 시장 지역이다. 한때 칠패(七牌)시장으로 불렸고, 지금의 이름은 중림시장이다. 마포에서 만리재를 넘어온 어물과 곡물을 파는 시장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종루, 즉 종로의 시전을 능가하는 큰 규모였으나 상권이 많이 축소된 지금도 아침이면 어물 시장이 열린다. 그 시장의 일부가 좁은 언덕길을 따라 오르는데 그것이 성 요셉 아파트의 저층부를 이룬다. 통인시장과 한 몸을 이룬 효자 아파트나 인왕시장에 인접한 원일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그 시장의 소음과 혼잡으로부터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이 아파트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 아파트 지어 인접한 시장의 소음·혼잡 차단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과 성 요셉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아파트 옆 언덕길 어딘가에 성당으로 들어가는 부출입구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 직접 찾아도 보고 주민들에게도 물었는데 찾지 못했다. 약현 성당의 부출입구는 완전히 반대쪽인 중림로 쪽으로 나 있다. 즉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 보면 약현 성당과 성 요셉 아파트는 인접해 있을 뿐 별다른 물리적 연결 고리 없이 분리돼 있다. 모르고 보면 경관이나 접근 등의 측면에서 성당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들어선 건물 같은데, 막상 건립 주체가 성당이었다니 좀 의아하다. 두 건물 사이의 긴장된 관계는 성 요셉 아파트 안에 들어가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성 요셉 아파트의 복도는 약현 성당 쪽으로 나 있다. 이쪽이 남쪽이므로 결국 이 아파트는 북향이다. 즉 주거 가구는 약현 성당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남향 선호가 워낙 강해 마주 보는 중정형 아파트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이 연재에서 여러 번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는 그런 고뇌가 아예 읽히지 않는다. 아파트를 짓기는 짓되 시선은 성당 밖으로 돌리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복도에 창이 나 있지만 상당히 높아서 성당 쪽을 잘 볼 수 없게 해 놓은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사적 252호로 지정된 이 유서 깊은 장소가 갖는 안온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잘 유지되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약현 성당 마당 한구석에 앉아 늦은 오후의 햇살이 성당 벽면에 드리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로 느껴진다. 건축은 수많은 대립과 모순의 관계 속에서 내리는 괴로운 결정의 과정이다. 다만 이 경우는 너무 ‘모 아니면 도’의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성 요셉 아파트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제3의 좋은 대안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찾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약현 성당이 세운 건물치고는 성당과의 관계가 좀 뜻밖이라 그렇지 사실 성 요셉 아파트는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배울 것이 많은 건물이다. 일단 지형의 흐름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있는 건물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고갯길을 따라 지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형과 건물, 그리고 길 사이에 서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툭하면 대지를 평탄화해서 경사지를 계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토 대부분이 경사지인 한국에서 경사지를 최대로 이용하는 건물의 유형이 발달하지 않았음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 오래된 아파트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선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부의 공간 구성 방식이다. 경사지를 따라 아래에서 올라가다 보면 건물이 한 층씩 한 층씩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형적으로나 동선적으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데 성 요셉 아파트는 이 문제를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하고 있다. 즉 건물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그 중간과 양 끝에 계단실을 두어 편복도로 연결한 것이다. 건축물 관리대장에도 이 두 부분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그래서 개념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건물의 전체적인 윤곽이 단순하다. 다만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저층부의 각 부분에서 레벨을 미세하게 조절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낮은 층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높은 층은 7층에 해당한다. 실제로 건물 안을 다녀보면 처음에는 미로 같지만 금방 구성의 논리를 알게 된다. 주어진 문제를 매우 간결하고 상식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설계자의 생각이 읽히는 부분이다. # 선형식 서소문 아파트와 닮은 듯 다른 매력 성 요셉 아파트 최대의 특징은 역시 가장 대표적인 선형식 아파트라는 점이다. 특히 이 유형에서 최대의 라이벌이라고나 할 서소문 아파트가 또한 지척이다. 이 두 아파트는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이다. 일단 지어진 시기도 비슷하다. 서소문 아파트는 1971년 1월 23일에, 성 요셉 아파트는 1971년 6월 20일에 사용 승인을 받았으니 이 둘은 동갑이다. 게다가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두 건물의 길이도 115m 내외로 비슷하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둘 다 곡선형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중간에 두 군데가 꺾인 직선의 조합이다. 만약 완전히 곡선으로 지었으면 개념이나 조형면에서는 근사했겠지만 가구 배치, 콘크리트 타설 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기술로서는 이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두 아파트의 차이점도 많다. 서소문 아파트가 만초천이라는 물길 위에 자리 잡은 것처럼 성 요셉 아파트도 물길 위에 지어진 것이라는 자료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오류다. 물길에 대해 매우 자세한 조선 시대나 일제강점기의 지도 어디를 봐도 이 자리에 물길은 없었다. 성 요셉 아파트는 그냥 자연 지형 위에 지어진 건물일 뿐이다. 토지대장에도 종교용지로서 면적이 1790.8㎡에 달한다는 기록이 엄연히 나와 있다. 물길 위에 지은 건물이면 다르게 기술됐을 것이다. 또한 서소문 아파트가 계단실형인 데 반해서 성 요셉 아파트는 편복도식이다. 서소문 아파트는 거의 평지에 면하고 있지만 성 요셉 아파트는 경사지에 지어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선형식 아파트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서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건축적 가치를 보여 주고 있음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꼭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만이 우리에게 감동과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아파트는 설계자가 누구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익명의 존재가 계획하고 구상한 건물들인 것이다. 다만 지어진 지 45년에 불과한 두 건물이 너무 낡은 상태로 있는 것은 안타깝다. 약현 성당이 1892년에 지어져 무려 124년이나 나이를 먹었고, 그 사이에 한국전쟁, 심지어 1998년에 취객의 방화로 인한 화마까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안팎 모두 멀쩡하게 잘 남아 있는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모쪼록 중년을 맞은 이 두 아파트가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건강하게 잘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서울시의회 김태수의원 “용마산역 ‘용마폭포공원’ 병기 청원 통과”

    서울시의회 김태수의원 “용마산역 ‘용마폭포공원’ 병기 청원 통과”

    용마산역의 ‘용마폭포공원’ 병기로 공원의 인지도 상승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주민들이 나섰다. 청원 소개의원인 서울시의회 김태수 의원(중랑2. 더불어민주당)은 5일 서울시의원회관 교통위원회에서 열린 270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 오화근 외 1,276명의 주민이 지난 8월 25일 중랑구를 통과하는 7호선 용마산역의 ‘용마폭포공원’ 병기를 해달라는 청원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하철 역명 제개정과 병기는 해당 자치구에서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 구(區)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출된 안건을 지리, 교통,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시지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용마산역은 중랑구 면목4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동양최대의 인공폭포인 용마폭포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폭포공원은 1991년 개장 이래 중랑스포츠 클라이밍경기장, 대형 잔디광장, 높이 21미터와 51미터의 인공폭포와 연못 등 다양한 체육․여가 시설이 들어서 있어 서울시 최고 수준의 공원 규모로 탈바꿈했다. 문제는 공원의 인지도가 낮아 지역주민 외는 방문객이 뜸한 실정이다. 이에 김 의원과 주민들은 용마산역의 역명에 용마폭포공원 병기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서영교 국회의원도 힘을 보탰다. 서 의원은 공원 인지도 상승과 함께 방문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마산역의 용마폭포공원 병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명 병기는 국가·시 정책 추진에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하여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그 외에는 기관과 단체 등의 민원해소 및 지하철 운영기관의 수익 창출을 위해 역명병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태수 의원은 “1996년 11월 7호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용마산역은 2010년 이후 승객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음에도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만한 유인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용마폭포공원을 용마산역에 병기함으로써 용마폭포공원의 인지도 향상은 물론 방문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하철 운영기관의 수익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폐차장 돌며 CCTV 가리고 폐전선 훔친 몽골인 3명 검거

    폐차장 돌며 CCTV 가리고 폐전선 훔친 몽골인 3명 검거

    폐차장을 돌며 6800만원 상당의 폐전선 등을 훔친 몽골인들과 장물아비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34)씨 등 몽골인 3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이 훔친 폐전선 등을 사들인 B(60)씨 등 장물업자 2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몽골인 3명은 김포와 동두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김제, 군산, 김해 등 전국의 폐차장을 돌며 범행장소를 물색했다. 이들은 최근 수개월간 54차례에 걸쳐 폐전선 26t을 훔쳐 팔아 6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주로 인적이 드문 야간을 틈타 폐차장으로 들어와 폐쇄회로(CC)TV를 천으로 가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사실상 5년 전부터 절도행위를 해왔으며, 장물업자 장부상 기준으로 피해액이 1억 60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붙잡힌 3명 외에 지난 6월 출국한 나머지 몽골인 C(33)씨를 지명수배했다. 피해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80여곳을 분석, 피의자 차량의 이동 동선을 추적하던 중 파주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하고 잠복, 귀가 중이던 피의자 3명을 체포했다. 경찰관계자는 “한번 절도 때마다 폐전선 300~500㎏씩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소량씩 훔쳐가 장기간 범행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물업자로부터 압수한 거래 장부를 토대로 구속된 몽골인들의 여죄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프로야구 선수가 모든 수비 포지션을 혼자 소화했다…그게 가능할까?

    프로야구 선수가 모든 수비 포지션을 혼자 소화했다…그게 가능할까?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의 한 선수가 한 경기에 모든 수비 포지션을 소화하는 일이 일어났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싱글A 스탁턴 포츠에서 뛰고 있는 멜빈 메르세데스(24)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베이커스필드 블레이즈와의 홈 경기에 투수를 포함해 9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다. 메르세데스는 1회 3루수로 경기를 시작해 2회 유격수, 3회 2루수, 4회 1루수, 5회 포수, 6회 좌익수, 7회 중견수, 8회 우익수를 소화한 뒤 9회에는 직접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8-3 승리로 이끌었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16라운드로 지명됐던 그의 올 시즌 주 포지션은 3루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대학과 ´서머볼´에서 1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7개 포지션을 모두 해봤던 유틸리티 선수였다. 투수로도 두 차례나 등판해 2와 3분의1이닝을 던진 기록이 있었다. 앞의 세 포지션은 틈틈히 훈련해왔다.    따라서 너끈히 이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 MiLB 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 해봤던 포지션들이었다”며 크게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도전에 나선 것은 릭 매그난테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서였다. 실전 경험이 없는 앞의 세 포지션은 틈틈이 훈련해 준비했다.    가장 힘들었던 포지션은 많은 야구팬들이 짐작할 수 있듯이 포수였다. 팀의 유망주 그랜트 홀메스와 배터리를 이뤘는데 메르세데스는 “불펜에서 투구를 받으면서 미리 연습을 했다. 낮은 공은 조금 받기 힘들었지만, 신에게 감사하게도 모든 것이 잘됐다”며 포수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몇 차례 있었다. 지난 1965년 9월 8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소속이던 버트 캄파네리스가 한 경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고, 1968년 9월 22일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의 세자르 토바. 2000년 9월 6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던 스캇 쉘던과 같은 해 10월 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 셰인 할터가 이런 기록을 남겼다. 눈치챘겠지만 이날 앞의 전례나 메르세데스의 경우나 모두 정규시즌 종료에 맞춰 마지막 홈 경기에 더욱 많은 관중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었다.    지난해 3월 12일에는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 윌 페럴이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5개 시범경기 구장을 돌면서 지명타자까지 포함해 10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이벤트는 암 치료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HBO 프로그램 촬영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메르세데스는 “모든 포지션에서 경기를 바라본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일“이라고 흡족함을 표시한 뒤 ”모든 선수들이 “이번에 나 어디로 가?”라고 물었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농을 했다. 타석에서도 4타수 1안타(2루타) 1볼넷을 기록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백인극우단체, ‘SNS 전쟁’에서 이슬람세력 눌렀다

    백인극우단체, ‘SNS 전쟁’에서 이슬람세력 눌렀다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백인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주의자 등 백인 극우주의의 성장속도가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최근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트위터 상에서 최근 4년 동안 백인극우주의자의 성장폭은 600% 가까이 기록해 IS의 성장속도롤 훨씬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미국나치당, 민족사회주의운동 등 미국 내 주요 백인극우주의 단체 18개의 트위터 계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2년 약 3500명이던 팔로워가 올해 2만2000명으로 부쩍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임을 확인했다. 반면 IS는 한동안 SNS에서 조직세를 확장해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조직의 위기를 겪으며 트위터 확산은 정체되거나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에는 약 36만 개 계정이 테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은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계정은 최근 팔로워 숫자는 물론, 트윗 갯수가 IS를 앞지르고 있음에도 처벌받지 않은 채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분석에 따르면 최근 늘어난 트위터 공간에서 백인극우주의자들의 활동은 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집중돼있다. 트럼프가 후보 지명을 전후로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자단체인 KKK의 못지 않은 발언과 행동을 일삼으며 그들의 지도자 역할을 자임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구팀의 JM버거 박사는 "SNS의 백인극우주의자들은 반복되는 해시태그(#) 등을 사용해 하루에도 수백 차례의 트위터를 날리고 있다"고 최근 급격한 확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정부·한진, 추가 자금 지원 평행선

    43개국에 선박 압류 금지 신청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고 한진도 더이상의 여력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4일 “물류 혼란 사태의 해결을 위해 먼저 한진그룹과 조 회장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그룹이나 대주주 등이 담보를 제공하는 등 먼저 행동에 나선다면 채권단도 측면 지원 정도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 측의 담보를 전제로 한 지원 방침 언급은 사실상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데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한진해운은 채권단 등에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남은 담보도 거의 없어 대금을 돌려받기가 어렵고 나중에 변제 때에도 자신들이 1순위가 되기 어렵다고 채권단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의 미지불금은 하역·운반비 2200억원, 장비 임차료 1100억원, 유류비 400억원 등 3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한진그룹은 경영권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자구안과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 등 9개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한진해운 선박이 정상적으로 입항해 화물을 하역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 및 터미널 등과 협의하는 한편 한진해운이 43개국 법원에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신청하면 해당 국가에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백인극우주의 SNS 성장속도, IS보다 훨씬 빨라

    백인극우주의 SNS 성장속도, IS보다 훨씬 빨라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백인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주의자 등 백인 극우주의의 성장속도가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최근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트위터 상에서 최근 4년 동안 백인극우주의자의 성장폭은 600% 가까이 기록해 IS의 성장속도롤 훨씬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미국나치당, 민족사회주의운동 등 미국 내 주요 백인극우주의 단체 18개의 트위터 계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2년 약 3500명이던 팔로워가 올해 2만2000명으로 부쩍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임을 확인했다. 반면 IS는 한동안 SNS에서 조직세를 확장해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조직의 위기를 겪으며 트위터 확산은 정체되거나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에는 약 36만 개 계정이 테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은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계정은 최근 팔로워 숫자는 물론, 트윗 갯수가 IS를 앞지르고 있음에도 처벌받지 않은 채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분석에 따르면 최근 늘어난 트위터 공간에서 백인극우주의자들의 활동은 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집중돼있다. 트럼프가 후보 지명을 전후로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자단체인 KKK의 못지 않은 발언과 행동을 일삼으며 그들의 지도자 역할을 자임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구팀의 JM버거 박사는 "SNS의 백인극우주의자들은 반복되는 해시태그(#) 등을 사용해 하루에도 수백 차례의 트위터를 날리고 있다"고 최근 급격한 확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트럼프, 클린턴 저격수 데이비드 보시 영입

    트럼프, 클린턴 저격수 데이비드 보시 영입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일(현지시간) 본선 맞상대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과거 ‘화이트워터 게이트’를 파헤쳤던 데이비드 보시를 캠프 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시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보시에 대해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로, 믿음직하고 똑똑한 인물이다. 정치를 좋아하고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 줄을 아는 친구”라고 호평했다.  현재 보수성향 시민단체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회장인 보시는 앞으로 클린턴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는 저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시는 과거 공화당이 지명한 수석 조사관의 자격으로 화이트워터 게이트를 파헤쳤던 전력도 전력이지만, 최근에는 정보공개청구 소송 끝에 클린턴재단과 국무부 관계자의 통화목록을 입수해 공개하는 등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화이트워터 게이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설립한 ‘화이트워터 부동산 개발회사’의 토지개발을 둘러싼 사기 의혹을 일컫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86년 맥두걸에게 30만 달러를 대출해주도록 금융기관에 압력을 넣은 혐의와 위증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특검 조사를 받았다.  맥두걸이 1998년 교도소에서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사건은 잊혀졌고 클린턴 부부는 2000년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투자개발 문의에 답하거나 납세 신고를 하는 등의 일을 했던 빈센트 포스터가 클린턴 정부의 백악관 법률고문 시절인 1993년 7월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살해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돼 온 데다, 트럼프가 지난 5월 그 음모론에 다시 불을 지핀 터라 화이트워터 게이트는 언제든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프로야구] Mr. 꾸준함 5년 연속 150안타

    [프로야구] Mr. 꾸준함 5년 연속 150안타

    리틀야구 영상도 보며 타격 연구… LG는 한화 잡고 5위에 올라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7)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5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했다. 박용택은 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5회초 2사 2루 때 상대 투수 박정진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시즌 150번째 안타. 이로써 박용택은 지난 2012년부터 5년 연속으로 150안타 이상을 친 선수가 됐다.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처음 나온 기록이다. 박용택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서른줄로 들어서던 2009년 타율 .372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뒤 올해까지 매년 단 한번도 3할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안타 숫자를 봐도 부상으로 주춤했던 2008년(86개)에만 100개 밑으로 떨어졌을 뿐 2002년 데뷔이래 매년 100개 이상씩을 때려내고 있고, 출장 경기수로 볼 때도 2008년(96경기)에만 100경기 밑으로 떨어졌을 뿐 매년 세자릿수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꾸준함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달 11일 한국프로야구 사상 6번째로 통산 2000안타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박용택이 꾸준함은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에서 나온다. 그는 야구 선수로서 황혼을 앞둔 요즘에도 항상 다른 선수들을 관찰하며 연구하고 있다. 리틀야구부터 메이저리그까지 가리지 않고 동영상을 찾아내 수십번 돌려보며 타격폼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침대 맡에는 언제나 트레이닝 기구가 놓여져 있고, 비시즌에는 가족여행을 잠시 다녀온 뒤 곧바로 그라운드로 돌아와 다음 시즌 준비에 매진한다. 이렇다보니 2014년 겨울 박용택의 FA(자유계약)을 앞두고는 LG 팬들이 ‘박용택 재계약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박용택은 경기 후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감사하다. 오래오래 야구를 하도록 하겠다”며 “좋은 성적으로 가을야구에 꼭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택의 적시타에 힘입어 LG도 7-2로 한화를 눌렀다. 치열한 5강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는 이날 승리로 SK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한화는 LG와의 게임차가 4.5경기로 벌어지면서 9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살얼음판 대결을 펼치고 있는 SK는 고척에서 넥센을 만나 2-8로 패했다. 이로써 SK는 나흘 만에 다시 6위 자리로 돌아왔다. 반면 4위 KIA는 대구에서 삼성을 만나 16-8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완봉 역투를 보여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활약에 힘입어 kt를 1-0으로 눌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나 무당인데 같이 일해봅시다” 지명수배범 잡은 경찰의 ‘센스’

    ‘나는 서울 은평구 보살(무속인)인데, 삼촌(무속인 일을 도와주는 사람) 일은 얼마나 하였는가?’ 지난달 24일 서울 은평경찰서 악성사기범 검거 전담팀 박재찬 경위가 무당들의 용어를 섞어 가며 문자를 보내자 서모(43·지명수배 10건)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2014년 10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음식점 배달원으로 취업한 뒤 현금이나 배달 차량을 훔쳐 달아나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챘고, 대포폰을 사용해 경찰의 추적을 2년이나 따돌렸다. 박 경위는 자신을 ‘브로커’라고 소개하고 ‘보살’ 역할을 맡은 이순의 경제2팀장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이 팀장이 “보시(급여)는 넉넉하게 줄 테니 일단 만나자”고 설득하자 서씨는 이튿날 KTX로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왔다. 도피 생활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서씨가 무속인과 일하는 것을 도피처로 삼아 왔던 것을 토대로 무속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탐색했다. 지난해 말 박 경위는 무속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함께 일할 보살님을 구한다’는 서씨의 글을 발견한 뒤 행적을 추적했고, 올해 3월 ‘삼촌을 구한다’는 댓글을 달아 미끼를 던졌다. 서씨에게서 연락이 없던 터라 포기할 무렵 5개월 만에 댓글에 남긴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결국 경찰은 1일 현금 460만원과 차량 3대, 오토바이 2대 등을 빼돌린 혐의(사기·절도)로 서씨를 구속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野 ‘김재수 부적격’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野 ‘김재수 부적격’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金 “당시 용인 전셋값 아주 낮아… 어머니 의료비 혜택은 행정착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이 떨어진다”며 ‘부적격 의견 다수’라는 내용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야당 단독으로 채택한 데는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 열린 인사청문회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야권 의원들만의 청문회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부동산 특혜 의혹과 모친의 의료비 부당 특혜 의혹 등이 집중 추궁됐다. 야권은 김 후보자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표적인 인사 검증 실패 사례라고 보고 낙마시키겠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1년 농림부와 업무상 연관이 있는 CJ가 건립한 88평짜리 빌라를 분양가보다 2억원 이상 싸게 샀고 매입금의 98%는 농협에서 금리 1.4~1.8%로 대출받았는데 당시 평균 시중 대출금리는 8%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경기 용인의 93평짜리 아파트에 7년간 1억 9000만원의 전세금을 내고 거주했다”며 전셋값, 저금리 대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CJ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용인과 수지 일대는 지난 10여년간 교통지옥에 난개발로 국민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전셋값이 낮았다가 최근 올라간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또 “농협에 이자를 낮춰 달라고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도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특혜를 받았나 생각될 수도 있어 송구하다”고 답했다. 더민주 김철민 의원은 김 후보자가 농림부 고위공무원이던 시절 모친이 차상위 의료급여수급자였다며 의료비 부당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시절 일어난 일이라 확인을 못했고 행정기관에서 걸러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어머니가 주민등록상으로 혼자 돼 있다 보니 지자체에서 그렇게 본 것 같다”고 옹호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김 후보자가 융자도 5억원 정도 가지고 있고 30년 이상 고위공직자로 근무해서 9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게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민주에서는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별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우 수석을 그렇게 구하고 싶다면 김 후보자의 지명을 취소하라고 말씀드린다”고 촉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野, 김재수에 “범죄적 행위”…“우병우 기준으로 검증했기 때문에 패스된 것”

    野, 김재수에 “범죄적 행위”…“우병우 기준으로 검증했기 때문에 패스된 것”

    야권은 1일 잇단 비위 의혹이 불거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시 당장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에서 내부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야권이 공조해 즉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의 의혹들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교할 수 없는 범죄적 행위”라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낙마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특히 김 후보자가 모 해운중개업체 명의의 93평 아파트에서 7년 동안 전세 1억9천만 원에 거주하고 관련 기업에 부실대출을 알선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고위 공직을 이용한 명백한 갑질이며 부당한 축재”라면서 “서민들의 가슴에 완벽히 상처를 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또 농협은행의 전액 대출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 노모가 지난 10년 동안 빈곤층으로 의료 혜택을 받은 점 등을 차례로 언급, “우 수석의 검증을 거쳐 지목된 후보자가 이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은 정부 인사시스템이 마비됐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적격 사유에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해임건의안을 비롯해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야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자과 관련된 의혹들을 거론하면서 “우 수석의 기준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이런 인사를 검증에서 패스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우 수석을 그렇게 구하고 싶다면 김재수 후보자의 지명을 취소하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어려워질 농어민, 축산농가를 위해서도 김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면서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인사청문회 해독법/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사청문회 해독법/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음주운전 은폐 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야당은 “부실 검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대통령의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오늘과 모레 잇따라 열린다. 이들 장관 후보자에게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2000년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지금까지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다. 공직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는 청문회를 여야가 정략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정쟁(政爭)의 장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특히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 더욱 시끄러웠다.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이런 일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은 우선 도덕성 등 공직 후보자의 흠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청문회가 열리는 시점의 정치·사회 이슈, 국회 원(院) 구성, 법안 처리 등 후보자의 검증과 아무런 상관없는 쟁점들이 인사청문회 처리와 연계되는 여야 간 정파적 대립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가 있는 공직자들을 걸러내는 청문회가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정치화’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직자 임명권에 대한 대통령과 국회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2003년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노 대통령은 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발끈했다. 보통 청문회에서는 ‘여방야공’(여당 방어, 야당 공격)의 구도이다 보니 여당 단독으로 ‘후보자 적격’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야당의 반발로 아예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당이 야당과 합세해 고 후보자의 이념성향 등을 이유로 ‘부적격’하다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국회가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좋지만 대통령 인사권 간섭으로 월권”이라며 고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오기 인사이자 반(反)의회적인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은 것은 인사청문회 결과의 구속력에 대한 논란이자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공무원 임용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 공직자 중 총리처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 국가원수로서의 임용권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권을, 국회는 동의권을 갖는 셈이다. 반면 국회 인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국무위원 등의 임용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의 동의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기에 대통령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이를 뒷받침한다. 헌재는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임명의 위헌 여부에 대해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해당하거나 헌법 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결정이나 국회의 해임 건의를 수용할지의 문제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존중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법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판결을 본다면 국회의 인준이 필요 없는 이 경찰청장의 청문 결과는 구속력이 없다. 그렇기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기용하려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하지만 헌재도 판결에서 밝혔듯이 인사청문회 결과를 수용하는지는 대통령이 국회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구속력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추를 마련하려고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취지다. 국회를 존중하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다. bori@seoul.co.kr
  • [新전원일기] 원주 ‘고니골’ 조영준 대표

    [新전원일기] 원주 ‘고니골’ 조영준 대표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우리나라 산천의 모습과 정서, 고향의 맛과 시골 사람들의 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일어서는 사람을 붙잡고 각종 야채들을 신문지에 싸서 둘둘 말아주던 아줌마들, 집 앞 나무에서 감이며 밤이며 바로 따서 가방에 찔러 넣어주던 이장님, 주름진 손을 흔들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촌부와 노모의 모습, 반가운 손님 왔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돼지 잡아 잔치 벌인 일 등. 나에게 각인된 농촌은 그런 구수한 정이고 따뜻한 마음이며 흐뭇한 기억이다. 그래서일까. 흙을 만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스스럼없이 다가가진다. 마치 몇 번 만난 사람처럼 인사를 나누게 된다. 자연과 마주하고, 그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정직하고 진실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 친환경 무농약 뽕… 잠든 양잠산업 깨우다 강원 원주시 고산리에 위치한 고니골 농장은 옛 지명 ‘곤의골’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곤의골 마을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천주교 교우 가족들이 피신해 정착한 곳으로 ‘곤란을 당했지만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저는 곤의골에서 태어나서 쭉 이곳에서 자랐어요. 농장 이름을 ‘고니골’로 붙인 것도 그 이유에서죠. ‘곤의골’ 발음이 어려워서 소리가 나는 대로 상호를 바꿨더니 ‘고니’라는 새를 키우는 곳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때문에 처음 3년은 답변하느라 고생했어요. 하하하”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가진 조영준(57) 대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10만평 규모의 고니골 농장은 국내 유일의 양잠테마단지로 120년 동안 4대째 양잠을 지켜온 가족 기업이다. 4대째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게다가 양잠은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어 꽤 오랜 시간 주춤했던 농업 아닌가. 하지만 조 대표는 단 한번도 자신의 길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 일을 도와서 할 때도 농사일이 힘들다거나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농부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고니골 농장은 3만평 규모의 친환경 무농약 인증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가루, 누에환, 누에 비누, 뽕잎환, 뽕잎차, 뽕잎나물, 뽕잎진액, 뽕잎비누, 오디잼, 오디진액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6차 산업을 수백년 전부터 했다고 봐야 해요. 자, 보세요. 콩을 심으면 1차 산업이죠. 메주를 쑤어서 장을 담그면 2차 산업이고, 그걸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3차 산업이에요. 단지 기존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특정한 이름을 붙여주질 못했던 것뿐이에요.” 백번 맞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도 1995년에 시작한 ‘뽕잎음식 무료 시식회’로 이미 오래전에 6차 산업에 발을 디딘 셈이다. 그렇게 출발한 무료 시식회는 ‘고니골 농장 고객 만남의 날’이라는 좀 더 멋진 타이틀을 달고 매년 7월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 올해로 벌써 27번째 생일을 맞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누에와 뽕잎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무료로 먹으며 건강한 맛을 즐기고 누에, 고치, 뽕잎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농장을 알리기 위해서 재미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1년에 한번씩 고객을 초청해서 정성껏 대접하는 것만큼 좋은 홍보 전략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에요.” 이 행사 덕에 고니골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향토산업 육성 사업으로 30억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양잠테마단지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지역에 흩어져 있던 13개의 양잠 농가를 모아서 법인을 만들었다. 사라져 가는 양잠산업을 살리고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셈이다. # 누에도 사람도 뽕잎을, 자연을 만끽하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뽕 따러 가셔야죠.” 조 대표가 건네준 시원한 뽕뿌리 달인 물을 한 입에 털어 마시고 따라나섰다. 뽕밭으로 가는 길에 나의 눈을 잡아끈 것은 수령이 120년 된 할배 뽕나무였다. 이곳에 있는 뽕나무 중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나무로 농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마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1982년에 심기 시작했다는 뽕밭은 녹차 밭처럼 고랑을 사이에 두고 정갈하게 심겨 있었다. 이제 녀석들은 누에들이 도착하면 영양 가득한 최고의 식사거리가 될 것이다. 5월 중순과 8월 중순, 1년에 두 번 개미누에 160만 마리가 고니골 농장에 들어온다. 누에는 워낙 예민해서 밥 끓이는 냄새, 찌개 냄새조차도 심하면 금세 죽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농장에 강아지는 고사하고 병아리 한 마리도 키우지 않는다. 누에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누에가 잠을 네 번 자고 5령기에 접어들면 하루에 먹어치우는 뽕잎 양이 어마어마하다. 160만 마리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뽕잎의 양이 대략 2t 정도가 된다. 2000평의 뽕밭을 이틀에 끝내는 꼴이다. 누에의 식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정오를 알렸다. 조 대표는 농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100여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식당은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 함께 식사하는 곳이다. 음식은 자연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했다. 최근 10년간 먹은 적이 없는 뽕잎 나물은 맛이 기가 막혔다. 뽕잎을 넣고 삶았다는 돼지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고기를 삶을 때 뽕잎을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기름 성분을 제거해 줘요. 뽕잎이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게다가 고기 맛도 한결 더 살려주죠. 그거 아세요. 원주의 대표 음식이 뽕잎황태밥이에요. 아, 그걸 맛보셔야 하는데” 뽕나무는 잎부터, 가지, 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효자 작물이다. 뽕잎은 가루와 환과 나물로, 가지는 밥, 국, 찌개를 만들 때 함께 넣어 끓이면 음식의 맛을 더욱 살려주며, 뿌리는 달여 마시면 잇몸 염증에 효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뽕잎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아낸 장본인이다. 사람들에게 뽕잎을 야채로 인지시키고 좀 더 쉽게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건조 뽕잎나물과 냉동 뽕잎나물을 만들어 한 살림에 납품하고 있다. 물론 뽕잎과 누에로 만든 가공식품도 함께 말이다. # 옥수수 밭에서도 살아남은 뽕… 희망을 배우다 1960~7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양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친구들도 하나둘씩 고향을 떠났다. 누에를 키우던 농가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뽕나무를 캐내 버리고 돈이 되는 특용 작물로 옮겨 갔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은 도리어 2만 그루의 뽕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모두가 등을 돌리는 사양산업을 끌고 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조 대표가 군대를 제대한 후 먼저 한 일은 형이 심어놓은 2만 그루의 뽕나무를 도끼로 찍어내는 일이었다. 결국 현실 앞에 가업의 의지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이 고향을 떠나고 뽕나무 2만 그루를 심느라 떠안은 빚은 고스란히 조 대표의 몫이 되었다. 한겨울인데다 산골짜기다 보니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낼 수도 없었다. 아버지와 조 대표 는 단둘이서 2만 그루나 되는 뽕나무를 도끼로 모두 베어 불태워 버렸다. 베어내고 남은 뿌리에는 제초제를 뿌렸다. 뿌리까지 모두 죽였으니 3대를 지켜온 뽕나무와는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이 선물한 생명의 힘은 강했다. 그 이듬해 봄이 되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뽕나무 뿌리에서 싹이 올라온 것이다. 그는 또다시 제초제를 뿌렸다. 싹이 또 올라오면 또다시 제초제 뿌리기를 수차례. 그리고는 고랑마다 옥수수를 심었다. 뽕나무를 키우던 3만평 땅에도 콩, 팥 등 잡곡농사를 지었다. 뽕나무는 마음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그를 불렀다. “영준아, 옥수수 밭으로 올라오너라.” 조 대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옥수수를 심은 밭인데 어느새 자란 뽕나무가 옥수수보다 더 높이 자라 있는 게 아닌가. “보통 옥수수가 2m 50㎝ 정도 자라거든요. 그런데 뽕나무가 햇빛을 보려고 살기 위해 뚫고 올라온 거죠.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니까 완전히 뽕밭인 거예요. 예전보다 더 튼튼하게 올라왔더라고요. 그 생명력에 감동을 받았죠.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배웠어요. 자신과 싸워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조 대표와 뽕나무는 어쩌면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뽕나무에서 배운 강인한 생명력이 그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다. 때마침 잡곡농사 때문에 농약 중독증에 걸린 그에게 농약을 멀리해야 하는 양잠만큼 적합한 농사는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인 양잠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제 고니골 농장은 연간 2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즐거운 테마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 가공, 유통, 체험으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4억원이나 된다. 오랜 시간 그 어떤 반대와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뽕나무밭을 지켜온 조 대표의 한결같은 의지 때문이리라. # LED 400만개 ‘빛의 나라’… 미래를 가꾸다 고니골 농장에 어둠이 깔리면 생명의 숲은 ‘빛의 나라’로 변신한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불빛 축제가 성공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가져왔다. 조 대표는 10만평에 400만개의 각종 발광다이오드(LED)와 대형 조형물, 그리고 레이저를 설치해 겨울밤 내내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 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조 대표의 도전정신이 또 한번의 홈런을 날린 것이다. “‘겨울에도 우리 농장을 찾게 할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조사를 했는데 겨울에 빛 축제를 하는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 이거다. 제대로 한번 해 보자 결심하게 된 거죠.” 마을 입구부터 시작되는 1만 송이 LED 장미길부터, 100m 사랑의 터널, 은하수처럼 빛나는 뽕나무 밭은 사람들을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산골짜기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던 17살 소년은 이제 원주를 대표하는 체험테마단지의 수장이 됐다. 고니골 농장의 빛 축제도 지역을 빛내는 겨울철 대표 축제가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올겨울, LED 빛으로 물들 고니골 농장의 모습이 궁금하다. 따뜻한 뽕잎 차 한 잔과 함께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마음에도 따뜻한 불이 켜질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 ‘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인연; 한 지붕 아래 작은 골목길…우연; 모래내 납작 건물의 손짓…필연; 어쩌면 50년 된 ‘첫’ 주상복합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인연; 한 지붕 아래 작은 골목길…우연; 모래내 납작 건물의 손짓…필연; 어쩌면 50년 된 ‘첫’ 주상복합

    4층짜리 넓고 깊은 독특한 평면 비례…1층 내부 복도는 가로·세로 3중으로 교차 세운·현대상가보다 건축 시기 앞서 주상복합 정의·추가 실증 연구 필요 # 하마터면 놓쳤을 ‘운명’의 좌원 아파트 답사를 다니다 보면 갈등이 생긴다. 원래 알고 있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제보를 받았거나 하면 일단 대상 건물에 대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고 네이버나 다음의 스트리트 뷰로 외관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여길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 건물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이유들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꾀가 나는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한된 지면에 가급적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똑같다. 일단 가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실물을 대하면 어떤 충실한 자료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구체성과 현실성이 밀려온다. ‘건물이 말을 거는 것 같다’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래내에 있는 좌원 아파트는 하마터면 만나지 않을 뻔했다. 그러나 생각을 고쳐 먹고 찾아간 것은 매우 잘한 일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홍제천이 모래내(沙川)라는 이야기는 이미 한 적이 있다. 유난히 모래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인데 실제로 홍제천을 따라 걸어 보니 옛말이 틀린 것이 없다. 서울 서북부 지역의 물이 모여 흘러서 만들어진 하천으로, 사실 그 모래 또한 북한산과 인왕산, 안산 등이 제 몸의 일부를 흘러내려 보낸 것이다. 한국 산들은 화강암 위주이기 때문에 하천도 그 화강암이 풍화, 마모된 모래와 자갈을 많이 품을 수밖에 없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에도 모래내가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홍제천 전체가 이런 모래 하천, 즉 모래내인데, 유독 그중 한 지역을 특정해서 또 모래내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다. 모래내의 서쪽 일대는 인근 가좌역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좌(加佐)라고도 불린다. 가좌는 순 한국어로는 가재울이다. 모래내의 물이 맑아 가재가 많이 살아서 그렇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지금도 인근 주민들이 홍제천 여기저기에서 물놀이를 할 정도다. 사람뿐 아니라 오리, 백로, 잉어 등등이 흔해서 특별히 눈길이 가지도 않는다. 그 물길에 기둥을 박아서 내부순환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과 인공이 매우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하천이기도 하다. 가좌역은 용산역에서 시작된 경의~중앙선(혹은 용산선)과 서울역에서 시작된 같은 이름의 경의~중앙선이 합쳐지는 곳이다. 이 가좌역에서 수색로를 건너면 길가에 낮고 넓적한 오래된 건물 하나가 웅크리고 있다. 심지어 건물 입구가 길보다도 낮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좌원 아파트다.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42번지가 그 주소다. # 폭 41m 전면부·후면부는 사다리꼴로 증축 좌원 아파트는 몇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우선 첫 번째로, 평면의 비례가 예사롭지 않다. 하늘에서 본 좌원 아파트는 크게 두 부분으로 돼 있다. 수색로에 면한 전면부는 폭 41m, 깊이 46m로 정방형에 가깝다. 지상 4층 건물이지만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건물이 길보다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워낙 전면이 넓어 더욱 그렇게 보인다. 나중에 증축한 후면부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이다. 건물의 평면이 이렇게 넓으면 특별한 설계상의 조치 없이 주거를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충정로 미동 아파트처럼 과감하게 양쪽에 복도가 있는, 외기에 면하지 않는 가구를 넣거나 (‘유람선형 평면’) 개방형, 혹은 천창형 중정이 있어야 한다. 좌원 아파트는 폭 대 깊이의 비가 각각 32m와 47m인 삼각지의 삼각 아파트보다도 더 넓은 평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삼각 아파트가 개방형 중정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좌원 아파트는 두 개의 천창을 넣어 환기와 채광을 해결했다. 주거로 사용 중인 3, 4층을 관통하는 2개 층 높이의 중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옥상에 올라가서 보면 두 개의 천창은 현재 막혀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건물 내부의 환기와 채광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또 다른 점은 내부의 복도 및 통로 구성에 대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건물 내부의 복도 구성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것과 아주 다르다. 1층의 경우 편복도나 중복도, 이런 차원이 아니라 무려 3중 복도가 나 있다. 그것도 한 방향으로가 아니라 두 방향으로 직교하고 있다. 따라서 그 안에서는 수많은 공간의 분화가 일어난다. 4x4의 마방진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나머지 층들은 이보다는 복도 구성이 간단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넓은 평면에서 오는 고뇌와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층은 실제로 가서 보면 상당히 놀랍다. 우선 복도와 도로 사이에 문이 없이 그냥 외기에 열려 있다. 게다가 그 바닥재도 일반적으로 건물 실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보도블록이다. 즉 복도라기보다는 도로가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마치 이 자리에 원래 작은 건물과 골목길이 서로 얽혀 있었는데 그 위에 넓적한 건물을 올려놓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 안이 워낙 복잡하고 황량하다. 건물 외곽에 있는 상가만 영업을 하고 있을 뿐 내부에서는 이렇다 할 상업 활동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2008년 11월 28일 밤에 1층 상가에서 합선, 혹은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있었던 것이다. 좌원 아파트의 연혁 또한 주목할 만하다. 건축물 관리대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1966년 12월 23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숫자는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아파트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올해로 50년이 됐으니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다. 이 연재에 등장했던,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건물 중에 이보다 더 오래된 건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있다면 19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옥인동의 2층 한옥 상가나 1950년대 말에 지어진 서울역 앞 상가 주택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런 기록에 근거해 말하자면 좌원 아파트는 한국 주상복합 건축의 시초라고 일컬어지는 세운상가보다도 오래됐다. 세운상가는 흔히 한 건물처럼 이야기하지만 엄연히 공사 주체와 건립 연도가 제각각인 무려 8개 건물의 집합체다. 그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이미 철거된 종로변 현대상가와 그 바로 뒤의 세운상가 가동이다. 현대상가는 이미 철거됐으나 현재 남아 있는 세운상가 가동의 경우 1967년 11월 17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좌원 아파트보다 약 1년이 늦은 것이다. 1967년 7월 27일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바로 그 전날인 1967년 7월 26일 육영수 여사와 김현옥 시장이 참석해 1, 2층 상가를 개장했고 그 위는 아직 공사 중이라는 구절이 있다. 5층부터 13층까지 아파트가 들어간다고 쓴 것으로 보아 현대상가를 의미하는 것 같다. 기사의 내용으로 보면 현대상가와 세운상가 가동(당시 아시아상가)은 비슷하게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즉 좌원 아파트가 세워지고 반년이 더 지난 후에도 세운상가를 구성하는 최초의 2개 동은 아직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건축물 관리대장상 엄연히 건립 시기가 더 이른 좌원 아파트가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건물의 지명도가 낮았거나, 혹은 주상복합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좌원 아파트도 연면적이 8677.24㎡의 대형 건물인 데다 총 4개 층 중에 절반인 1, 2층은 상가로, 3, 4층은 공동주거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만약 주상복합의 정의에 상가주택도 들어간다면 그 연대는 1950년대 후반으로 훌쩍 올라간다. ‘최초’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이 부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좀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 # 사용승인 4년 뒤 나온 ‘분양 광고 미스터리’ 좌원 아파트와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정보는 분양 광고다. 그 당시 아파트의 분양 광고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1971년 7월 21일, 그러니까 건축물 관리대장상의 사용 승인일로부터 무려 4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나온 신문 광고가 아직 전해진다.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건축물 관리대장의 사용 승인일이 잘못됐거나, 아니면 그 시점까지도 분양이 채 끝나지 않았거나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7월 21일자 광고인데 ‘7월말 입주보장’이라고 쓴 것을 보면 어떤 다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좌원산업 주식회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사업 주체의 이름을 딴 아파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쪽방 현실 속 ‘생활의 근대화’의 모순 시점의 문제와는 별도로 분양 광고의 내용 자체가 눈길을 끈다. 일단 ‘독신 아파트 분양 및 임대’라는 구절과 ‘고급 맨숀 아파트’라는 구절이 위아래로 놓여 있다. 같은 건물 안에 서로 다른 성격의 공동주거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형은 25평 이하고 독신 아파트는 8평이다. ‘동’이라는 글자의 의미가 의문인데 개별 건물이 아니라 가구 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코 잘 그렸다고 볼 수 없는 투시도는 허탈하리만큼 간단하다. 그러나 1층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복도와 출입구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좌원 아파트는 ‘생활의 근대화’를 주장하며 ‘독신 아파트’로 브랜딩을 했지만 실상은 어땠을까. 모래내 지역은 서울의 근대화 과정에서 도시 빈민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좌원 아파트가 들어서는 시점을 전후해 인구가 늘어나고 모래내 시장이 생겼지만 여전히 먹고사는 일이 어려운 곳이었다. 저 ‘독신 아파트’에 과연 독신자가 들어가서 ‘생활의 근대화’를 만끽하며 살았을까. 아직도 좌원 아파트와 관련된 자료에서 여전히 ‘쪽방’과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현실은 그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1979년 6월 29일자 동아일보에 당시 소방법 위반으로 입건된 시장 및 상가 아파트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그 명단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세운상가, 낙원상가, 반포 1단지 등 이 연재에서 다루고 있는 건물들이 줄줄이 나온다. 좌원 아파트도 여기에 포함돼 있는데 마치 약 30년 후인 2008년 11월 28일의 화재를 예견하고 있는 것 같다. 상가 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화재에 대한 불안이었다. 좌원 아파트는 이처럼 풍상도 많이 겪고 낡을 대로 낡은 건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본래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한국 주상복합 건축의 계보에서 가장 앞에 세워야 할 건물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 좌원 아파트의 공간 구성과 관련해 마침 이 건물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 대학원 김일현 교수 연구실 이우석씨의 도움을 받았다.
  • ´추다르크´´탄핵주역´에서 결국 제1야당 대표로

    ´추다르크´´탄핵주역´에서 결국 제1야당 대표로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뽑힌 5선 추미애(58) 의원은 서른일곱의 나이에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당론을 거스른 노동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두 차례 바닥을 경험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의 제1야당 대표이자 내년 대선 경선의 관리자로 21년 정치경력의 정점에 올라섰다. 또한 민주당 60년 역사상 첫 TK(대구·경북) 출신 선출직 대표라는 새로운 역사도 썼다. 추 대표는 대구의 세탁소집 둘째 딸로 태어나 경북여고를 졸업한 TK 출신이다. 전북 정읍 출신 서성환 변호사와 결혼해 ‘호남의 맏며느리’를 자청한다. 한양대 법대 졸업 후 제24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광주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DJ에게 부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호남에 뿌리를 둔 야권에 보기 드문 대구 출신의 젊은 여성판사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DJ는 “제가 대구 며느리를 얻었다”면서 “세탁소집 둘째 딸이 부정부패한 정치판을 세탁하러 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비례가 아닌 서울 광진을에 도전, 단박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야권 불모지 대구에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며 DJ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란 별명을 얻었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선대위 핵심인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었다. 새천년민주당 지도부를 대신해 ‘돼지엄마’로 변신해 ‘희망돼지저금통’을 들고 거리로 나가 57억원의 성금을 모으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자 DJ를 배신했다고 판단해 결별을 선택했다.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에서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고, 탄핵이 부결되자 삼보일배로 속죄했지만 17대 총선에선 ‘탄핵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탄핵은 가장 큰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또 “삼보일배를 진행한 이후 무릎 상태가 안 좋아져 아직까지 높은 구두를 신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8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르며 재기했다. 그러나 2010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당론을 거슬러 노동관계법을 처리한 탓에 2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소신이며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추 대표는 5선 의원이 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계파에 서본 적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친문’(친 문재인)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친노(친 노무현)와 앙금을 털어냈고,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표를 도운데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문재인 체제’의 버팀목이 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더민주 새 당대표에 ´추다르크´ 추미애

    더민주 새 당대표에 ´추다르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에 대구 출신 5선 추미애(서울 광진을) 의원이 27일 선출됐다. 추 의원은 여소야대 정국의 제1야당 대표이자, 내년 대통령선거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60여년 민주당 역사에서 대구·경북(TK) 출신이 지명직이 아닌 선출직 당대표가 된 것은 처음이다.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 대표가 있었으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경우였다. 추 신임대표는 이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54.03%의 득표로 이종걸(23.89%), 김상곤(22.08%) 후보를 넉넉히 따돌렸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추 대표가 선출되면서 앞서 친박 진영이 당권을 장악한 새누리당 및 청와대에 맞서 강경한 대여 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대구 출신인 추 의원은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를 재직하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서울 광진을에서 5선을 지냈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란 별명에서 보듯 강성 이미지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대 과정에서 소셜미디어(SNS)에 엄마, 주부로서의 고된 일상을 소개하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등 소통과 친화력 복원에도 애썼다. 아울러 이날 여성 최고위원으로는 양향자 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이, 청년 최고위원으로는 초선 김병관 의원이, 노인 최고위원은 송현섭 더민주 전국노인위원장이 각각 당선됐다. 양 전 상무는 57.08%, 김 의원은 55.56%, 송 위원장은 60.14%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권역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김영주(서울·제주), 최인호(영남), 전해철(경기·인천) 의원, 김춘진(호남) 전 의원,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충청·강원) 등이 선출됐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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