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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7 부동산대책, ‘규제의 빈틈’은 있다”

    “6.17 부동산대책, ‘규제의 빈틈’은 있다”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갭투자 여지를 차단한 고강도 6·17 부동산대책에도 ‘규제 빈틈’은 있다.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전세자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거나 대출규제에 오피스텔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 등이다. 건설·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에서 빠진 서울 재개발 단지, 다세대 주택 등 틈새시장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서 지적하는 6·17 대책의 ‘규제 우회로’를 22일 짚어봤다. 우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 중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만 분양자격을 얻게 되는 ‘재건축 거주의무’ 규제 적용 시기는 올 연말이다. 즉 조합설립 인가를 12월 전에만 신청하면 2년간 해당 지역에 산 조합원이 아니어도 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이나 비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등이라면 규제 적용이 안 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히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도 재개발, 리모델링 사업에는 거주 의무가 없는 만큼 재건축 대신 이쪽으로 투자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큰 ‘투기과열지구 3억원 초과 주택 구입 시 전세대출 회수’도 지역을 잘 따져봐야 한다. 상당수 국민이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집을 사면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줄 알지만 조정대상지역 내 집은 해당이 안 된다. 예컨대 서울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사는 사람이 부천, 안산, 남양주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다면 전세대출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투기·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에서는 여전히 갭투자가 가능하다. 또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집을 산 것이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6개월 내 새로 산 집에 들어가야 하는 ‘전입의무’도 없다. 만일 현재 전세가 아닌 월세로 살고 있다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산다고 해도 전세 낀 매매인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번 대책의 초점이 수도권 전역으로 규제를 ‘광역화’한 데 있는 만큼 기존 규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서울 시장의 후폭풍도 눈여겨봐야 한다. 서울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고 상승도도 뚜렷하지만, 여전히 9억원 미만 집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새로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이 많은 만큼 오히려 서울 중저가 아파트로 부동자금이 계속해서 몰릴 우려가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으로 대출규제가 확산한 만큼 노원, 강북, 구로, 금천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이 몰린 서울지역은 되레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규제에서 빠진 김포, 파주 등 비규제지역 역시 벌써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요동치고 있다. 김포 공인중개업소는 “운양동 반도유보라 2차 59㎡(전용)는 대책 발표 전 3억 600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나흘 만에 호가가 5000만원이 뛰었다”고 전했다. ‘투기과열지역 내 전세대출 규제’에도 우회로는 있다. 다음 달 중순쯤부터 시행되는 전세대출 규제에는 주택이나 빌라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파트’만 규제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칩거 정치’로 정국 반전? 중량감·명분 있어야

    ‘칩거 정치’로 정국 반전? 중량감·명분 있어야

    YS, 3당합당 이면합의 공개되자 칩거로 돌파박근혜, 2008년 총선 전후 칩거 ‘친박’ 챙겨정치적 중량감·명분 갖춰야 실익 챙길 가능성 김종인, 속리산 찾아 주호영과 대응책 논의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원 구성에 반발해 국회를 떠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일주일째 사찰에 머무르면서 ‘칩거 정치’의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거물 정치인들은 정국 돌파구를 찾는 전략으로 칩거를 선택했다. 때로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해 위험 부담도 있지만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칩거 사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대표이던 1990년 ‘3당 합당’의 이면합의인 내각제 합의문서가 공개되자 이에 반발해 경남 마산에 내려간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각제 합의각서 공개는 나를 읍해하려는 행위”라며 ‘내각제 포기’를 내걸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자 칩거를 결행했다. 여권 분열을 우려한 노 대통령은 결국 내각제 포기를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내 계파갈등 국면에서 주변 사람을 챙기는 방법으로 칩거 정치를 활용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 인사가 대거 탈락한 공천 결과에 반발해 지원유세를 멈추고 대구 달성에만 머물렀고, 총선 후엔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이 수용되지 않자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한 바 있다. 칩거의 사전적 의미는 집 안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은 외부활동은 자제하면서도 언론 등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면서 반전 기회를 모색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인의 칩거는 일종의 정치행위”라고 정의한 뒤 “여론의 주목을 끌 수 있고,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국 반전을 위한 카드로 활용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 또한 게임의 룰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칩거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칩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적 명분이나 정치인의 중량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YS가 칩거했을 때 상도동계가 다 들고 일어나면서 YS에게 힘이 실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국 칩거 후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정치적 중량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대표나 대선후보급 정치인이 쓸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주 원내대표의 칩거와 관련, “북한문제와 3차 추경안 처리 등 정치권 상황이 엄중해 복귀가 이번 주를 넘겨선 안 될 것”이라며 “야당으로 명분이 넘어온 지금 여의도에 복귀해야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로 주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김 위원장의 방문에는 송언석 당대표 비서실장과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보은 지역구의 박덕흠 의원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불발 후 여대야소 정국에서 제1야당의 역할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도 더는 소탐대실의 자세가 아닌, 더 큰 대의를 위해 비우고 채우는 순리의 정치가 필요한 때임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적었다. 원 구성 협상 재개의 선제조건으로 여당의 양보를 다시 한 번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美中 ‘신냉전 전쟁터’로 변한 WHO 총회

    美中 ‘신냉전 전쟁터’로 변한 WHO 총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는 18∼19일 화상회의 형태로 열리는 제73회 세계보건총회(WHA)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행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대만 참여 문제와 감염병 기원 조사요구 등을 두고 두 나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회의 내내 두 나라 대표들의 피 튀기는 설전이 예상된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정부의 전·현직 고문들은 ‘두 나라 관계가 수십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올해 1월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까지 폐기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대만이 올해 WHA에 참여해 국제사회에 복귀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WHA는 유엔 전문기구인 WHO가 1년에 한 번씩 유엔 회원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보건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표결하는 자리다. 대만은 1971년 중국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등 모든 유엔 기구에서 회원 자격을 잃었다. 이후 WHO에 옵서버(정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의에 참석 가능한 회원) 자격을 타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다가 친중 성향 마잉주 전 총통(2009~2016)이 들어서자 중국의 협조로 2009~2015년 WHA에 옵서버로 참석했다. 하지만 반중 성향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2016년부터 옵서버 자격이 박탈됐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 인적 교류가 활발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컸지만 이날 기준 확진환자 440명, 사망자 6명에 불과하다. 치사율도 1.36%로 ‘모범 방역국’인 한국(2.4%)보다 낮다.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중국과 WHO 발표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분석 결과를 근거로 신속하게 입출경 봉쇄와 정보 공개 등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대만은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에 기증하는 등 ‘코로나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대만의 경험을 공유하자”며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해 WHA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며 유럽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이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부 장관도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장(장관)과 통화해 “대만이 WHO 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예 미국은 워싱턴DC 중국 대사관이 위치한 거리명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처음 경고하고 숨진 의사 리원량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대사관의 주소는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3505번지’에서 ‘리원량 플라자 1번지’로 바뀐다. 대만의 WHO 재참여를 지렛대삼아 ‘중국 때리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이 WHA가 코로나19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국제적이고 독립된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계와 정보기관들의 회의적 반응에도 “감염병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며 조사 요구 주장을 굽히지 않자 미국을 대신해 EU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의 천쉬 대사는 “중국은 코로나19를 완전히 패배시킨 뒤 정확한 기원 조사를 위해 국제 전문가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는 안건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미는 사실상 신냉전기에 있다. 미소간 냉전과 달리 신냉전은 전면적 경쟁과 급속한 탈동조화가 특징“이라면서 “중미관계는 몇 년 전, 심지어 몇 달 전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위완리 학술위원도 미중관계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과거에는 미 정치권에서 친중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만 反中에 다시 불붙는 홍콩… 美는 ‘中 길들이기’ 지렛대로

    대만 反中에 다시 불붙는 홍콩… 美는 ‘中 길들이기’ 지렛대로

    지난 11일 치러진 제15대 중화민국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선거에서 대만 유권자는 자신들을 이끌어 갈 지도자로 차이잉원 총통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은 첫 번째 임기(2016~2020) 내내 정치력 미숙 등으로 부정적 평가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압박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이고 대만의 수교국들도 속속 단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대만 문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 길들이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13일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재집권하자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차이 총통이 재선 일성으로 “(중국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전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못 박았다. 겅 대변인은 “대만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차이 총통의 당선을 축하한 것과 관련해 “이들 국가의 행동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명하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적 경로로 항의할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사평(사설)에서 “차이 총통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고 대선 경쟁자였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모함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면서 “대만 독립이라는 급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차이 총통이 대선 역사상 최다득표로 당선되면서 대만 독립 추구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을 차단하려는 베이징의 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당장 홍콩 정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홍콩 시민 3만여명이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다. 올해 9월 치러질 입법회(한국의 국회 격) 선거에 대만처럼 완전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였다고 홍콩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맞서 홍콩 정부는 12일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대표의 홍콩 입국을 금지했다. 그가 홍콩 시위 사태 확산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조만간 중국이 대만에 대해 직간접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린잉위 대만 국립중정대 교수는 중국 군용기가 대만을 위협 비행하는 등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안 관계는 2016년 차이 총통이 집권하면서 크게 나빠졌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1기 때부터 군사,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만을 압박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인들의 대만 자유 여행도 제한해 연간 1조원이 넘는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전투기와 대치하고 중국 군함과 군용기들이 대만을 포위한 형태로 훈련하는 일도 잦아졌다. 앞으로 이런 ‘전통적 방식의 위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만 전문가인 리모시 리치 미 웨스턴켄터키대 교수는 “얼마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들이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새로 수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뒤로 ‘차이나 머니’를 내세워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 지역에 있는 대만의 오랜 우호국들을 잇따라 단교시켜 자신의 편으로 돌려놨다. 중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군이 지배하는 태평양 지역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차이 총통이 취임한 뒤 엘살바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등 7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는 15개국으로 줄었다. 대부분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나라들이다.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2020~2024)에도 중국발 ‘단교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만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상이 커지면서 미국이 수교에 나서려 하자 1971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엔에서 탈퇴했다. 시간이 갈수록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비공식적 동맹을 지켜 주고자 노력하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다. 미중 관계도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차이 총통 재집권 뒤 직면할 중국의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그는 대만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군사적 지원책을 펴고 있어 중국의 ‘마지노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스 교수는 “중국의 가장 큰 어려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호주와 일본, 인도 등이 연대해 중국 견제) 요충지에 대만을 포함하고자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사실상의 국가로 인정하고 대만에 첨단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차이 총통에게 힘을 실어 줬다. SCMP는 “차이 총통 재선 승리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만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지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지금도 긴장 상태인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과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매개로 초유의 갈등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 대선과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이 대만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린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지금의 대만 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양안 관계가 얼어붙을수록 대만인들의 마음도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은 (대국적 차원에서) 양안 교류를 일정 부분 복원해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차이 총통이 급진적 노선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일국양제 수용 요구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인내의 한계’로 여기는 독립 선언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냉엄한 국제사회 질서 속에서 대만의 처지를 이해하고 ‘현상 유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은 학자 출신으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상대방을 설득하는 차이 총통 특유의 기질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많다. 같은 당 천수이볜 전 총통의 과오에 대한 학습효과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진보당 소속 첫 총통이 된 천수이볜은 자신의 임기(2000~2008)에 대만 독립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해 중국의 분노를 샀다. 그는 미국에서조차 ‘골칫덩이’라는 평가를 받아 고립을 자초했다. 민진당에는 ‘비현실적’, ‘급진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결국 천수이볜은 2008년 대선에서 국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민진당도 해체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를 겪었다. 현재 차이 총통은 중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차이 총통의 ‘전략적 인내’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정은, 트럼프 양보 얻어내려 압박 증대…위험한 치킨게임”

    “김정은, 트럼프 양보 얻어내려 압박 증대…위험한 치킨게임”

    美전문가들 北전원회의 분석…트럼프 ‘꽃병 언급’ 빗대 “원자핵 꽃병” 北 대화 여지 열어둔 데도 주목…“참을성 있고 유연한 접근법 필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발언과 관련,대미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여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조치로 분석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중단 폐기를 시사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공을 미국에 넘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3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김정은은 위험한 지정학적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그들이 가장 원하는 두 가지 양보, 제재 해제와 모종의 (체제)안전 보장을 얻기 위해 사실상 ICBM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2020년 북한의 대미 접근법은 과거 접근법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며 이는 점점 도발적인 시험을 통해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트윗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우리는 외교 게임에 지쳤고 인내심을 잃었다.그래서 우리는 핵 억지력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 전문가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와 함께 미국의 대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모종의 무기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며 “진짜 문제는 김 위원장이 어떤 형태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시험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 미국(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의 더 많은 제재,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스타일 위협 등의 대응을 이끌 것으로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영향력과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점차 고조시킬 것이라며 먼저 중거리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ICBM 발사에 대응해 ‘화염과 분노’ 시기로 돌아가는 등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되지만, 거듭된 양보도 안 된다며 “진로를 잘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트윗에서 북한의 ‘시나리오’와 관련, 고체(연료) ICBM과 부분궤도 폭격체계(FOBS·탄두를 지구궤도상에 쏘아 올리고 표적 부근에서 그것을 강하시켜 공격하는 방식) 등을 열거한 뒤 “북한은 너무나 많은 다른 것들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핵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윗에서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시험 모라토리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은 핵 전력을 시험하고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지 언제인가의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ICBM·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끝낼 것을 선언했다고 전한 다른 전문가 트윗을 소개하며 ‘열(원자)핵’(熱核)이라는 단어를 써서 “열핵 꽃병(The thermonuclear vase)”이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성탄절 선물’과 관련해 “예쁜 꽃병이길 희망한다”라며 그 의미를 축소, 도발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빗대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 사항과 달리 실제로는 고강도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대화 여지를 남겨놓은 데 주목했다. 엄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 대해 “ICBM 시험발사·핵실험에 대한 비공식 모라토리엄은 끝났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김 위원장은 또한 미국이 협상 접근법을 바꾼다면 북한은 여전히 외교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깊이가 미국의 입장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미국의 정책 변화에 달려있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이 ICBM을 날려 보내는 순간 타협 분위기는 연기 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대화의 길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화염과 분노’나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둘 다 나쁜 상황을 악화시킨다. (양자) 사이의 넓은 공간에서 책임감 있는 옵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과 관련,“어느 대통령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참을성 있고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랑 교수도 “김 위원장은 무장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핵)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언급한 대목과 관련, “그가 ‘범위와 깊이’, 즉 시스템 및 탄두의 수와 다양성에 대해 기꺼이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시급히 밀고 나아가야 할 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언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가 앞으로 있을 미국 정부와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이번 결정과 별개로 향후 협상에서 통상 압박을 더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미국과 패키지 딜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과의 여러 협상을 앞두고 너무 쉽게 카드를 써버린 것”이라며 “미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한 나라들 중에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이들 국가를 더 압박하는 효과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개도국 지위를 내놓은 한국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이와 같은 통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이 무엇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있을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공산품과 농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⑤] 알브란트 “유엔 대북 제재·美 최대압박 통한다는 건 환상”

    [美 싱크탱크 브레인 ⑤] 알브란트 “유엔 대북 제재·美 최대압박 통한다는 건 환상”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효과가 약화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미국이 책임이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 전문가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최대압박’ 정책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제재 효과가 약해지는 것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지렛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비상임 연구원을 맡고 있는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지난 7일(현지시간) 38노스에 올린 글을 통해 “대북 제재에 관한 한 미국의 정책입안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은 유엔 제재가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자산이며, 그 바늘침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9일 전했다. 알브란트는 유엔과 싱크탱크, 국제기구, 정부 조직 등에서 경험을 쌓은 기간만 25년 이상이 되고 프랑스어와 만다린을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38노스 홈페이지 프로필 란에 소게돼 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 캠페인이 “폐차 직전”이라며 미국의 잘못도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제재위 전문가패널의 감시 및 이행개선 조치 권고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로 자초한 상처의 결과로 이런 곤경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완전하진 않지만 결정적인 압박의 원천, 즉 제재가 약화하는 것은 북한을 더 강한 위치에 둘 것이라고 우려했다.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임계점 아래에서 핵 능력을 계속 개발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 부족에 대한 잘못과 실패를 인정하거나 접근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 결렬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과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북미가 또다른 위기로 향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훨씬 더 강력하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외견상 북한을 응징하고 뭔가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체로 목표가 돼 왔지만 그 목표조차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 3년 후인 올해 환율, 연료와 쌀 가격 등에서 북한이 거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며 최대압박 정책은 성공한 모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또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새로운 결의와 다양한 수단의 이행이 필요하지만 2017년 채택된 결의안이 마지막이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실험을 자제한다면 유엔 안보리가 질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제재 조항이 채택될 시기에 북한은 이미 그것을 기피할 조치를 시작해 왔다면서 금지품목 사전 비축, 회피 기술의 급속한 확산,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꼽았다. 특히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향후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다며 “이런 도전 과제에 직면해 제재의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브란트는 유엔 안보리의 무능함과 대북제재위를 향한 방해 작업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결의안이 없을 경우 기존 유엔 1718 결의안에 따라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안보리 회원국 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무능력함이 잠재적 조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불화(bad blood)가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에도 스며들어 독립성과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증가했고,실제로 지난 8월 펴낸 중간 보고서는 감시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따라 이전 보고서의 절반 규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를 감시하고 보고하면서 이행 향상을 위한 조치를 권고하는 능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제재위의 의견충돌이 제재 시행을 방해하는 사례로 2017년 ‘결의안 2397’에 따른 북한의 연간 원유 공급량 50만t 제한 규정을 꼽았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이 한도를 넘었다는 정보를 제출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계산의 타당성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언론과 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고, 전문가패널이 다른 회원국이 제기한 계산 우려 등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채 북한이 한도를 위반했다고 결정하길 기대했다고 한다. 그는 “한 문제가 제재위에서 매우 정치화할 때 패널이 교착상태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마술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지난해 9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제재위 보고서에 포함됐던 러시아의 제재 위반 내용을 러시아가 빼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제삼은 일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의 위반사항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둔 채 러시아의 입장을 세 문장 반영한 패널 보고서가 안보리에 제출됐는데, 헤일리 대사는 그 문장까지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알브란트는 이 보고서가 역대 어느 것보다 가장 강력했는데도 헤일리가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작은 절차적 잘못을 과장했음이 드러날까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적 관계 역시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직통 전화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이 폭넓은 국가와 확고한 경제·외교적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관계는 외교 담당자가 전세계에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며 미중 무역전쟁, 한일 다툼, 북미협상 교착, 미국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 부족 역시 다른 나라가 제제 집행에 무관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알브란트의 원고 전문 보러가기
  • [씨줄날줄] 독일 국채와 DLS/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독일 국채와 DLS/장세훈 논설위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S)이 ‘쪽박 상품’으로 전락했다. 1조원가량 팔았는데, 원금을 모두 날린 투자자도 발생했다. DLS는 주가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확장형이다. 주가와 주가지수 외에 금리와 환율은 물론 원유·광물·농산물과 같은 실물자산까지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적정한 방식으로 합리적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DLS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사전에 정한 방식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만들었고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이 해당 상품을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담아 파생결합펀드(DLF)를 내놨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크(PB) 창구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1조원 가까이 판매했다. 평균 투자 규모가 2억원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상품은 기초자산으로 삼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0.7% 이상으로 떨어지면서 약정한 범위를 벗어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국제 경기에 대한 우려와 금리의 추가적 하락 등이 예상돼 독일 국채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만기가 4~6개월로 짧고 수익률이 고작 5%에 불과한데 원금 전액 손실의 큰 위험이 있는 상품이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데 부동산 가격도 억제하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고수익 상품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경쟁 금융사와 경쟁하려면 고위험·고수익의 파생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2016년 국제 유가 급락으로 유가에 연계한 DLS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DLS 기초자산에 대한 관심이 실물자산에서 금리 등으로 옮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금리에 연계한 D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며 ‘포장하기 좋은’ 상품이기도 했다. 문제는 판매자가 파생상품의 구조와 특징을 이해했느냐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쓰려면 리스크(위험)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현저하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있다. 완전 판매 절차를 준수했더라도 투자자 역시 ‘은행=원금 보장’이라는 예금 마인드의 틀을 깨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불완전 판매 사실이 드러나면 그 책임은 판매사인 은행들에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무조건적인 손실 보전은 경계해야 한다.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shjang@seoul.co.kr
  • 통상+외교+삼성전자 ‘3박자 경력’… 김현종,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

    美행정부·의회 인사 만나 설득전 靑 “日과 대화 노력도 동시 진행”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청와대가 외교 역량을 쏟아붓는 가운데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에 10일(현지시간) 도착한 김 차장은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계자와 의회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외교·통일 정책을 관장하는 2차장을 맡고 있지만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을 지낸 통상 및 국제법 전문가다. 일본 경제보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에 몸담은 이력도 있다. 경제보복 파문이 불거진 뒤 지난 3일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미국의 중재를 끌어내려면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제규범을 어겼다는 점보다는 반도체 공급체인이 흔들리면 미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란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백악관과 미 행정부, 의회 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김 차장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WTO 제소 시점을 전략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대해 회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편이 미국을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 등판하게 하는 데 유용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김 차장의 ‘개인기’로 미국의 지렛대 역할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미국으로서는 한쪽 편을 드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역대급 케미’를 자랑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차장의 워싱턴행은 전방위 외교 노력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일본과의 양자협의를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 ‘희토류 수출 중단’ 히든카드, 무역전쟁에 약 될까 독 될까

    中 ‘희토류 수출 중단’ 히든카드, 무역전쟁에 약 될까 독 될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수석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江西)성 간저우(州)시에 있는 장시진리융츠커지(江西金力永磁科技·JLMAG)공사를 전격 방문했다. 시 주석이 찾은 JLMAG는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시 주석은 “희토류는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류 부총리와 함께 이곳을 시찰해 희토류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보복 카드로 쓸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 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소속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시 주석이 JLMAG를 시찰한 다음날인 21일 그의 전날 행보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南巡)하며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안팎을 유지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희토류를 보복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대외 시위용 메시지인 셈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稀土類)는 화학원소 번호 57~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다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 전도율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현대 산업의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원자재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페인트, 배터리, 형광체와 광섬유의 필수 요소다. 방사선을 막는 효과도 우수해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다만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분리와 정제, 합금화 과정이 어려운 탓에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 브라질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돼 있으며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손’이다. 특히 2014~2017년 미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80%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상호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미국의 관세폭탄을 비껴간 품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필요에 따라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주목할 점은 미국도 세계 2~3위권의 희토류 생산국이라는 사실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이 12만t(세계 7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다음은 호주(2만t·12%), 미국(1만 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의 순이다. 국가별 매장량도 중국은 4400만t(세계 37.9%)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브라질·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이 따른다. 중국이 매장·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희토류가 있어도 채굴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광물과 뒤섞여 채굴 비용이 비싸고 환경오염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희토류 정제 공장이 한 곳도 없는 탓에 희토류가 미중 무역전쟁 판도를 뒤흔들 하나의 카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미국은 희토류 확보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텍사스주에 미 최초의 희토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 업체다. 호주 서부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내 추출 작업 등을 하고 있다. 블루라인은 라이너스로부터 추출 작업이 끝난 희토류를 사들여 추가 가공한 다음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공급해 왔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미국에서 이를 가공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조성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미국에 얼마나 먹힐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실제로 중국은 이 카드를 사용해 성공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접근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큰 타격을 받은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 미네럴스가 에스토니아 희토류 생산업체 사일멧을 인수해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일본의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 등은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Nd)을 사용하지 않는 고성능 모터 개발에 착수했다. 희토류 무기화로 국제적인 신뢰도 잃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제소로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조사해 최종 협정 위반으로 판정했다. 유진 골츠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위협에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환경규제 덕분에 추출과 정제 과정이 비교적 손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희토류 생산에 우호적인 환경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세계 1위지만 중국 역시 첨단산업에 막대한 희토류가 필요한 만큼 2025년이 되면 희토류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희토류의 일부 종류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발견돼 미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여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희토류는 석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적고 제품 원자재로서 소량만 필요하며, 미국은 이미 희토류를 상당량 비축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khkim@seoul.co.kr
  • “친환경 전기열차 타고 지리산 산악관광… ‘천년 남원’ 만들 것”

    “친환경 전기열차 타고 지리산 산악관광… ‘천년 남원’ 만들 것”

    “친절하고 살맛 나는 천년남원을 만들겠습니다. 시민이 바라는, 시민 중심의, 시민 속으로 다가가는 행정을 추진하겠습니다.” 이환주 전북 남원시장은 28일 “민선 7기는 남원발전의 큰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시기여서 남원발전 7대 분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특히 단체장은 당장 인기에 영합하는 시책을 추진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면서 지역의 앞날을 내다보는 행정을 해야 한다며 재세여려 재관여빈(在世如旅 在官如賓·자리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음은 물론 지나온 자리에 흠결을 남겨서도 안 된다)이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강조했다. 도시개발 전문가인 그는 남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으로 관광산업을 꼽았다. 이어 “영속적인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정주인구의 100배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3선 단체장이다. 남원시의 중장기 비전과 발전 전략은. “관광과 농업, 산업에 조화를 이뤄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과거 남원 관광산업은 ‘광한루’와 ‘춘향’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러나 이젠 변해야 한다. 체류형 관광을 위해 숙박·체험시설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농업 역시 중점 추진해야 할 또 하나의 축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책이 필요하다. 경지정리와 기계화는 필수다. 또한 산업단지 조성, 생활체육시설 확충 등 지역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과제다.” -지금까지 일군 성과를 꼽는다면. “서남대학 폐교 후속대책으로 국립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한 게 첫손에 꼽힌다. 관문에 있던 공동묘지 이전, 주생비행장 대체지 조성, 옛 남원역사와 지리산 허브밸리 조성 등 해묵은 난제도 말끔히 해결했다. 광한루원 주변에 관광타운을 조성해 관광도시 명성도 되살아나고 있다. 화장품기업 집적화로 친환경 화장품 산업 기반을 다져 일자리 창출 전망도 밝다.”-단체장의 정치철학을 실현한 사업이 있다면.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초단체장은 모든 정책을 결정할 때 애민정신을 근간에 두어야 한다. 남원예촌 조성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광한루원에 새로운 열린 공간을 만들고 구도심의 상권과 관광동선을 연계시켜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남원예촌 사업추진 배경과 운영 성과는. “612억원을 들여 광한루원 북문 주변에 전통한옥 숙박단지, 문화체험단지, 전통가, 추억의 거리를 조성하는 4단계 사업이다. 남원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1단계 전통한옥 숙박단지엔 최기영 대목장이 설계부터 완공까지 참여했다. 소나무, 황토, 옻, 콩기름 등 자연의 재료만 사용한 명품 한옥으로 2017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 2162명이 투숙해 머물고 간 관광남원 선도 시설이다. 광한루원을 찾는 연간 관광객 100만명을 구도심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남원은 맛과 멋, 소리의 고장이다. 관광산업 육성 방안은. “남원은 한류의 본고장이다. 또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을 지녔다. 남원관광의 핵심은 시내권과 지리산권을 묶어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다. 시내권에는 예촌 등 오감만족 체험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동부 지리산권에는 국악의 성지, 황산대첩비지, 백두대간생태교육전시관, 허브밸리 허브토피아관을 개관해 전천후 관광남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도심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품격 문화도시를 만들겠다.”-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최고 자산인데 남원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과거의 역사와 현대의 문화가치가 공존하는 고장이다. 춘향과 흥부의 이야기가 있는 사랑의 도시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져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의 고장이다. 어디를 가도 사랑과 활력이 넘치고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한다.” -남원가야와 읍성 복원사업 추진계획은. “남원가야는 1500년 전 운봉고원 일대에서 화려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다. 현재 고분군, 산성, 봉수, 제철유적 등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2021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영남지역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제철유적, 산성, 봉수 등에 대한 발굴조사와 정비, 학술대회도 추진해 가야문화유산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겠다. 남원읍성 복원사업도 벌인다. 2025년까지 330억원을 들여 북문과 북성벽 복원 정비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3차 사적지를 추가로 지정하고 토지매입과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 추진 상황과 전망은. “친환경 전기열차는 대한민국 산악관광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겨울철 도로결빙에 따른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리산권 자연·관광·문화·역사자원을 전기열차와 묶어 세계적 관광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갖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남원시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국내 첫 시도인 만큼 국가사업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추진 전략은. “국립공공보건의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여건으로 심사가 지연돼 매우 안타깝다. 정치논리가 아닌 국민 의료평등권을 보장하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전북도 등과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치권에 이해와 협조를 구하겠다.”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 일자리 창출 계획은. “노암 제3농공단지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데 이어 2020년에는 사매산업단지가 준공된다. 대산면에는 도내 최초로 드래곤 관광단지가 조성된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관광산업 육성에도 주력하겠다. 올해 600만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16개 사업을 마련했다. 지역청년 취업할당제로 120명이 기관과 기업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농산물 공동 브랜드 ‘춘향애인’ 인기 비결은. “시장이 품질을 보증하는 농산물이다. 남원 농산물의 우수성과 철저한 품질관리 덕분에 해마다 매출이 늘어난다. 농민들은 농사에만 전념하고 유통과 판매는 공동사업법인이 맡아 효과를 극대화했다. 1인 소비자 시대에 맞게 소포장 확대 등 한발 앞선 판매 전략도 주효했다. 전국 5대 브랜드 도약을 목표로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교육과 복지 증진을 위한 남원시만의 시책은.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복지는 현재를 위한 투자이다.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청소년수련관은 재능을 발굴하고 끼를 발산하는 방과후 요람이다.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복지시책으로는 지난해 치매안심센터를 개관했다. 읍면동 복지허브화, 찾아가는 복지간담회 등 복지 그물망을 촘촘히 하고 있다. 여성 권익신장과 사회적 평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환경조성에도 애쓴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수석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江西)성 간저우시에 있는 장시진리융츠커지(江西金力永磁科技·JLMAG)공사를 전격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이 찾은 JLMAG는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시 주석은 “희토류는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류 부총리와 함께 이곳을 시찰해 희토류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보복카드로 쓸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소속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시 주석이 JLMAG을 시찰한 다음 날인 21일 그의 전날 행보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稀土).”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南巡)하며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안팎을 유지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희토류를 보복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대외시위용 메시지인 셈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稀土類·Rare-earth element)는 화학원소 번호 57~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다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 전자제품 등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현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원자재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페인트, 배터리부터 형광체와 광섬유의 필수 요소고 방사선을 막는 효과도 뛰어나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이름과는 달리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다만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분리와 정제, 합금화 과정 등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돼 있으며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생산량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산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손’ 고객이다. 미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분의 4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상호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을 비껴간 품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필요에 따라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도 세계 3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이 12만t(세계 7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은 호주(2만t·12%), 미국(1만 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의 순이다. 국가별 매장량도 중국은 4400만t(세계 37.9%)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브라질·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이 따른다. 중국이 매장·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희토류가 있어도 채굴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광물과 뒤섞여 채굴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규제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현재 희토류 정련공장이 한 곳도 없는 탓에 희토류가 미중 무역 전쟁 판도를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은 희토류 방어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 텍사스주에 미국 내 최초의 희토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빼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생산 업체다. 호주 서부지역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내 추출작업 등을 하고 있다. 블루라인은 라이너스로부터 추출작업이 끝난 희토류를 구매해 추가 가공한 다음 자동차 회사와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공급해 왔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자국에서 이를 가공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미리 조성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가 미국에 얼마나 먹힐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 카드를 사용해 성공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釣魚島)열도에 접근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자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큰 타격을 받은 일본은 백기를 들며 중국인 선장을 즉각 석방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중국의 희토류 생산 독점에 대해 국제사회에 경종이 울렸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 미국 외교 및 안보 정책에 대한 영향’이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희토류 위협은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에 희토류에 대해 자문을 하는 유진 골츠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이러한 위협에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추출과 정제 과정의 비용이 비싸고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 역시 심각하지만, 일부 종류는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발견돼 미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석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희토류는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적고 제품 원자재로서 소량만 필요하며, 미국은 이미 희토류를 상당량 비축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희토류 생산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환경 규제 덕분에 추출과 정제 과정이 비교적 손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희토류 생산에 우호적인 환경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세계 1위지만 중국 역시 첨단산업에 막대한 희토류가 필요한 만큼 2025년이 되면 희토류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성급히 희토류를 정치 무기화할 수 없는 대목이다. CNN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중국에 대한 관세 위협, 대북정책 망가뜨릴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위협, 대북정책 망가뜨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위협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된 가운데 이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CNBC방송이 6일(현지시간)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전했다. 이날 CNBC ‘스쿼크박스 아시아’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더딘 미중 무역협상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오는 10일 2000억 달러(약 233조원)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이날도 대중 무역에서 연간 5000억 달러를 잃는다며 “더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조치 등으로 ‘최대 압박’ 전략을 북한에 취해왔지만, 북측과 밀착한 중국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정이 무산될 경우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이) 국경을 열면 며칠 안에 최대 압박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CNBC는 전했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사력이 계속 증가하리라는 것을 미국에 상기시키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도”라며 “김 위원장이 말하려는 것은 ‘지금 협상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점진적인 단계적 접근”이라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계적 비핵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정부의 ‘빅딜’ 일괄타결론 추구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대북 제재 안 먹히는 이유, 트럼프 기분대로” 코언 기고문 전문

    “대북 제재 안 먹히는 이유, 트럼프 기분대로” 코언 기고문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제재 부과나 철회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직 당국자의 지적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재무부 대테러·금융정보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코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 ‘트럼프의 제재가 효과가 없는 이유’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북 제재의 철회를 명령했다고 올렸다. 그가 앞으로 다가올 제재 패키지를 철회한 것인지, 바로 전날의 (재무부 발표) 제재를 철회한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새라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재를 철회한다고 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렇게 트윗 하나로 정책이 바뀌는 현상은 미국의 혼란스러운 국가 안보 프로세스를 반영한다. 모든 제재에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더 광범위한 문제들도 역시 노출시켰다. 이를테면 북한, 이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제재를 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국가 안보의 위협을 해결하는 데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재무부의 노력 부족에 있지 않다. 재무부는 맹렬한 속도로 혁신적인 제재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제재들은 광범위하게 동원한다고 목표로 삼은 외교정책이 환상적으로 성취되게 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여러 해에 걸쳐 제재 노력들을 관장할 기회를 가진 난, 제재가 먹히려면 세 가지 요소가 절실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먼저 제재들은 명료하게 조율되고 달성 가능한 정책 목표에 이바지하기 위해 배치되어야 한다. 목표가 뒤섞이거나 달성하기 어렵다면 제재는 구동력을 얻지 못한다.  둘째로 외교·경제지원과 원조·군사적 신호 등 미국의 파워를 키우는 다른 수단과 병행해야 한다. 제재 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코언 전 부국장은 “불분명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위해 광범위한 제재를 일방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제재의 위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제재의 타깃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버리는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제재가 부과되고 철회되는 건 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과 좋은 관계임을 부각하면서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썼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정책 목표를 공유하는 국제 파트너들도 보완적인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있다. 우리의 제재들을 강력하게 만드는 중요 지렛대가 미국 달러와 재정 시스템인데 국제 무역과 재정을 지배하고 있지만 세상은 점점 상호의존적이 돼가며 현재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다.  대북제재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는 셋 모두 실패했다. 명료하게 조율된 정책 목표가 없다.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가 좋다고 북한의 위협이 중립화됐다며 우리 모두 “잠을 잘 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발 나아가 이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전체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고 자신만 직접 김 위원장과 협상 가능하다며 외교관들의 입지를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적인 제재를 돕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다. 2017년에 구축한 다면적인 압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더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언급함으로써 훼손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충동적인 트윗으로 대북제재를 철회해 재무부를 놀래기면서 더욱 약화됐다.  이란에서 양상이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다.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에서 발을 뺀 뒤 광범위한 이란 제재가 가져온 단 하나의 파장은 이란 경제에 미친 영향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는 유럽연합(EU)과 다른 주요국 경제에 의한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 특히 트럼프가 외형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던 정책 목표인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 제재 조치들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먼저 어느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재를 철회시키는 비용과 제재를 받으며 원조를 받는 것이 얼마나 더 이득인지 따져보는 것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은 뒤범벅 엉망이다. 의회는 강력한 제재안을 입법했고, 재무부는 “러시아의 사악한 행위 전반을 억제할 확고하고도 연장된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러시아를 밀어붙일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줬고, 대선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무법한 일을 계속되는 것,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개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혼동된 정책에 이바지하는 제재들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 역시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가방 안이다. 이란에서처럼 미국은 정권 교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러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러시아, 중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노력에 동참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들이 베네수엘라의 끔찍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제재 압력을 덜기 위해 권력을 내놓을 것이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마두로 정권이 실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제재가 원인이 됐다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명확하지 않고 획득하기 어려운 목표들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제재만을 광범위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제제의 위력을 약화시킨다. 다른 나라들이 달러와 미국의 재정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내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이 되는 나라와 사랑에 빠졌다가 딱지를 맞는 대통령의 기분에 좌지우지돼 부과했다가 철회했다가를 반복하는 제재들은 특히 더 위험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집중분석]북 개성연락사무소 철수 ‘나비효과’, 비핵화 판 흔드나

    [집중분석]북 개성연락사무소 철수 ‘나비효과’, 비핵화 판 흔드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20여일만에 북한이 개성남북공동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은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보내는 경고성 행동으로 분석된다. 우선 한국에게는 미국에게 북한의 의중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해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를 주선하는 역할을 맡았을 때와 달리 더 이상 한국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외려 중국과 밀착하고 러시아를 새로운 플레이어로 끌어들여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비핵화 협상의 빠른 진전을 가져온 ‘남·북·미’ 판을 흔들고 ‘남·북·미·중·러’의 고차방정식으로 바꿔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한다는 의미다. ●변화하는 남북 관계=북한은 최근 들어 한국에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좀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좀 더 세게 해보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22일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도 “(한국은)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해 운전자로서 한국이 움직일 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대북 입장 변화가 나오지 않는다”며 “북한이 한국보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러시아 카드 꺼내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의전책임자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선 확정과 각종 의전을 담당한다. 북러 양국이 정상회담 사전작업 중 최종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를 포함해 지난 14일 이후 경제협력, 문화 교류 등을 위한 북한 인사들의 모스크바 방문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방러를 요청했지만 무산됐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러시아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묘수다. 러시아를 방문하고 22일 귀국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러시아 측과 협의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러시아와의 대북제재 공조 관련 질문에 “현재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고, 일단 (북미 대화) 재개가 제일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북한 새로운 길에 중국은 필수조건=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초에 발표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새로운 길’에 중국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길이 핵무장화는 아니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외려 비핵화에 대한 보증 및 정상국가 인정을 미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등에게서 받으며 자력갱생의 길을 걷겠다는 기조가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대내 메시지도 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일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암묵적으로 느슨하게 할 경우 북한은 적어도 버틸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에 대북제재 공조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조치를 한 것도 이런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 대미·대남 강경노선 회기?=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는 한국에 대한 직접 조치 보다는 조만간 대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미협상 중단 상태에서는 남북도 수행할 업무가 없으니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를 깨겠다는 의도보다는 미국에 대한 경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 차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 인원 철수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고 판단하기 보다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을 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이번 철수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남북간 합의대로 남북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의 향후 역할은=한 마디로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한국이 지속적으로 북미 관계 촉진에 나서려면 미국과 관계가 굳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쉽게 말해 북한이 한국을 지렛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도록 해야한다는 의미다. 반면 대북특사를 파견하거나 지난해 5월 26일과 같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은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강경론이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경우 북한의 의도와 다르게 외교 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 부원장은 “지금은 북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중재자보다는 확실하게 플레이어로 뛰어드는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문정인 “北, 동창리 복구를 협상 지렛대로 쓰면 악수”

    문정인 “北, 동창리 복구를 협상 지렛대로 쓰면 악수”

    “北, 큰 재앙 피해야”… 나비효과 우려 “하노이 노딜 쌍방책임… 실패는 아냐 9월 유엔총회 회동이 반전 기회될 것 김정은 ‘빈손’ 우려 서울답방 힘들 듯”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2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을 두고 “북한이 그것을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또 북미가 서로 자제하는 국면에서 한국의 촉진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빅딜’ 결단을 설득하려면 미국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레버리지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회담 결렬에 따른) 나비효과가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북측도 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미국도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만큼 판이 깨지는 상황은 아니다. 쌍방이 자제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 “노딜이지, 딜이 깨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통스러운 오디세이 같은 과정에서 좌절일 뿐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이어 “서로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일괄타결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 시각이고 북한도 나름의 계산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들고 나왔는데 더 현실적 제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에 빅딜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달라고 전화 통화에서 밝힌 데 대해 레버리지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비공식 회담으로 결과물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한 뒤 9월 말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동을 한다면 반전 구상이 될 것”이라며 “쉽지 않지만 꿈을 갖는 건 나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기했다고 밝힌 영변 핵시설 외 시설이나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핵무기 6개 분량의 핵물질을 북한이 생산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추정이 아니라 증거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선언의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란은 상존할 문제로 봤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탄핵 정국으로 끌고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유일한 외교적 성공 가능성이 있는 북한 문제에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회담 무산의 귀책사유에 대해서 그는 “미국도 국가이익에 기초해 협상했다고 할 것이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물어도 같은 얘기를 할 것”이라며 “양국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가서 ‘점진적·병행적 접근을 통한 타결’이라는 메시지를 줬으나 갑자기 ‘빅딜’로 나왔다”고 지적하고 “협상의 흐름에 있어서는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가 다시 “쌍방 책임”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에 대해 문 특보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가 없다면 평양에 가져갈 선물이 없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日은 이성 외교·中은 능구렁이 외교… 한국, 다른 접근법 써야”

    “日은 이성 외교·中은 능구렁이 외교… 한국, 다른 접근법 써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을 바라보는 국내외 반응은 제각각이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가 하면, 일본이 현 경색 국면을 국내정치에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명확한 것은 한국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중·일에서 두루 공부한 보기 드문 국제관계 전문가인 우수근(52) 중국 산둥대 교수에게 3일 한·중·일 관계의 지향점을 들어 봤다. -‘우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있더군요. 다른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행보를 언론에서 예측한 것이 맞아떨어진 게 적지 않습니다. “국가관계가 어떤 국면에 들어설 때가 됐는지,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면 답이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거죠. 그때 외교부에 쓴소리를 해대다가 ‘친일파’, ‘친중파’라는 딱지가 붙었지요. 요즘은 ‘간첩’이라고 불려요. 외교부 공무원들이 접하지 못하는 사람과 접하며,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 등을 취하니까 그렇다는 거였는데.” - 외교라인의 노력을 무시하는 거 아니었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됐는데, 이젠 외교·안보라인의 궤적을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과는 최악, 중국과는 데면데면, 러시아와는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로지 미국에 ‘올인’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어느 날 트럼프 대통령이 노(No)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아찔한 외교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요 직위에 거의 모두 미국 등의 서방 출신이 포진해 있어요. 이런 분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과연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미 외교를 더 스마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주변국들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한국 외교 문제가 많군요. “중국은 일본 외교에 쩔쩔 맵니다. 일본 외교를 냉철하고 앞뒤로 재고 또 재는 ‘철저한 이성 외교’로 본다고 합니다. 중국 외교도 일본 못지않게 매우 우회적이며 간접적인 ‘능구렁이 외교’입니다. 일본은 우리 외교를 ‘감정 외교’, ‘포퓰리즘 외교’라고 놀립니다. 한국은 이슈가 있으면 들불처럼 확 들고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에 동의하시죠. 외교에 감정이 개입되면 쉽지 않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전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제 자존심에 차치하고, ‘밀림의 법칙’과 같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감정을 앞세운 우리 외교가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나 할까요. 외교는 국민 감정에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서 8년 넘게 생활해 식견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이 불던 1990년, 군 제대 후 휴학하고 일본에 갔어요. 일본 주재원을 아버지로 둔 친구집에 머물렀는데, 아침은 물론 점심도 반찬 한 가지인 도시락으로 때웠습니다. 저는 흙수저가 아니라 ‘손수저’입니다. 하하. 가보니 ‘쪽바리의 나라’ 일본이 아니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죠. 일본을 알기 위해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법을 공부했습니다.”-대일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한데. “우리와 일본은 정말 다릅니다. 예컨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한국은 대성통곡을 하지만 일본인은 남들이 보는 데서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며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합니다. 오히려 무섭게 느껴집니다. 감정적으로 치고 들어가면 일본은 반발이 생깁니다. 그 차이를 알고 접근해야죠. 아베 총리나 우파 정치인이 한국을 ‘긁는’ 발언을 하면 우리는 ‘사이다’ 발언으로 맞대응합니다. 우파 정치인은 한국 언론의 보도나 국민 감정을 계산하고 발언하기에 우리 대응이 자칫하면 우파에 말려들면서 일본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일본 우파만 힘을 키우고, 해결은 까마득해지는 겁니다. 일본의 양식 있는 민간기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에게 잘 다가가서 우리가 아닌, 그들이 일본의 우파 정치권의 어리석은 행태를 계도하고 국민을 설득하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독도나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도 많이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일본어로 번역해 시민단체, 민간기구에 전달해서 우회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팍팍 치고 들어가면 역효과만 납니다. 그런 결과가 지금의 한일 관계가 아닐까요.”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땄는데 한중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일본에서도 국제법은 미국만 쳐다보니 종주국에서 공부해야 하나 싶어서 2002년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에 들어갔어요. 그때 같이 유학하던 중국인들이 왜 중국에선 공부하지 않느냐고 묻길래, 2003년 방문학자로 중국에 갔죠. 그때도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에 머물면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그 뒤로 14년간 살았습니다. 한중 관계는 풀렸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봅시다. 중국 입장에선 자국 안보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는 무기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만, 우리 한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중국 입장에선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대국인 중국이 치사하게 경제 제재 조치를 안 푼다’고 여기는데 중국은 자신이 가진 최대 무기인 경제력을 수단으로 삼은 겁니다. 미국이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는 것처럼. 당초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4단계의 제재 조치를 준비를 했는데, 최근엔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누그러졌습니다.” -중국 태도가 누그러진 배경은. “그건 우리의 노력이나 외교안보 라인의 성과가 아니라 순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관세니 무역전쟁이니 하면서 중국을 하도 흔들어대니 한국에 대한 태도가 완화된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리카나 중남미,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에도 공을 들이는데, 한국은 바로 옆에 있는 중견 강국입니다. 여차하면 자신들의 안보나 국익 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나라이니, 미중 관계가 험난한 상황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마냥 나쁘게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죠. 이럴 때 중국과의 데면데면한 관계를 해소할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교라인이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하지만 사실상 트럼프 입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요. “중국은 지금, 일본의 스모선수처럼 ‘초고도비만증’ 환자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도 못 건드릴 덩치이지만, 속으론 각종 질병이 겹쳐 합병증에 걸린 겁니다. 건강하려면 살을 빼야 하는데 그러면 스모선수로서 생명은 끝납니다. 중국은 부정부패, 빈부 격차, 환경 오염, 민족문제 등이 너무 많습니다.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6개국과 해상분쟁 중입니다. 이럴 때 우리가 중국을 토닥거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은 산업 첨단화를 위해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기술을 빼앗기고 주도권을 내줄까 봐서 안 해 줍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지분을 갖고 합작으로 중국에 들어가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어떤가요?” -우리 젊은층이 중국이나 일본을 제대로 알려면 어떻게. “한국 언론도 정치인만큼이나 ‘좀비’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뒤떨어지고, 기괴한 것 위주로 보도해요. 일본은 극우 정치인의 혐한, 반한 발언 보도가 많지 않나요.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이런 류의 보도를 부인합니다. ‘차이나 현상’, 들어 보셨어요? 중국에 대해 한국 매스컴을 통해 얻은 간접경험과 살면서 직접 경험한 게 엄청 차이가 난다고 해서 그리 이름 붙인 겁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2개의 일본’이 있습니다. 불행했던 역사가 반복된다고들 합니다. 왜 반복되는 걸까요? 바로 우리가 만든 거예요. 언론 책임도 많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주류 언론들이 보도한 홀대론에 대해 방송에서 아니라고 반박했더니 통째로 편집돼 나가지 않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좀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 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 “대북제재에 변화 줄 이유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 “대북제재에 변화 줄 이유 없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범위와 대북제재 완화 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이 당분간 대북재제 해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주 유엔 독일 대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프랑수아 들라트르 주 유엔 프랑스 대사와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봐서 알겠지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조금도 근접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현 대북제재 체제에 변화를 줄 어떤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들라르트 대사도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는 안보리 의제가 아니라면서 2017년 결의한 대북제재들은 유용하고 효과적인 지렛대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들라르트 대사가 언급한 유엔 안보리의 ‘2017년 대북제재’는 북한으로의 유류 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해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2375호)이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 내용을 놓고 결국 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해제만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했다고 다시 한 번 반박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호텔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적절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았다고 맞섰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전체 원자력 발전시설의 80%가 집중돼 있는 시설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하노이 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 및 사찰(검증) 방안이 포함될지가 관심사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국산 면제 여부 불확실…EU·日 협상 지렛대 쓸듯…세계 각국 90일간 로비전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수입자동차의 안보 위협 여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면제 여부 등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보고서 제출 시한을 두 시간쯤 앞두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때문에 미국의 통상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긴급히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위협용으로 뒷주머니에 넣어 두고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관세 위협’이 가장 효과적인 협상 수단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협상에서 관세를 위협으로 사용해 더 나은 조건으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범위로 어떤 수위의 관세를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상무부가 완성차나 부품에 대한 20~25% 관세 또는 화석연료가 아닌 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표적을 좁힌 차량에 대한 고율 관세를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90일 동안 한국뿐 아니라 EU, 일본 등 각국 자동차업체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 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과 EU, 일본, 캐나다, 멕시코에 모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 총생산은 4.4% 감소하고 이 가운데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면제를 받으면 한국의 총생산 감소 폭은 6.7%로 커진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한국도 면제를 받는다면 EU와 일본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총생산은 4.1% 증가하는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EU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에 대비해 200억 유로(약 25조 4000억원) 규모의 맞불 관세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정은 2년안에 성과 못 내면 어려워져”

    “김정은 2년안에 성과 못 내면 어려워져”

    한반도 전문가인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생사결단을 했다”며 “하지만 2년 안에 구상했던 바대로 풀리지 않으면 김 위원장도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어렵게 권력 구조를 재편해 개혁개방으로 가고 있는데 효과를 못 보면 김 위원장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김 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북한 외부의 북·미 관계, 남북 관계에서 사건이 터지고 긴장 관계를 만들어 국내 위기를 밖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자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4차 북·중 정상회담 평가는. -중국이 북한의 후방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는데 안전 보장이나 경제 개선을 지원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것이 없었다. 후방이라는 것은 북한이 어려울 때 돕겠다는 뜻으로 그동안 쓰지 않았던 표현이다. 지금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개선이 너무 중요한데 중국이 어떻게 지원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건 알 수 없다.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함께 교착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이전의 혈맹 관계를 복원했나. -혈맹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냉전시대 사회주의권과 자본주의 국가가 대립할 때 열세에 몰려 있던 사회주의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그런 구조가 깨졌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역사적 기회이자 딜레마다. 북한의 본토 핵위협을 제거한 미국은 지금 급할 것이 없다고 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구실이 없어진다. 주한미군이나 전략자산 등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된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믿을 수 있는 곳은 한국, 일본 밖에 없고 필리핀도 못 믿는다. 북한은 중국이 경제개선을 도울 것이라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에 당장은 역할을 하기 어렵다. 대북 제재가 안 풀린 상태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가. -상식적인 문제다. 어느 나라든 외교는 너무 종합적이다. 중·미 무역전에서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이용할 것이 없다. 포괄적으로도 중·미 관계에서 북핵문제를 중국이 카드로 사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건을 복합적으로 봐야지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화된다는 식으로 직선적으로 보면 안 된다. 너무도 복잡한 인과관계가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미국과의 무역협상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공업화 시대의 기계 유물론적 인과론에 불과하다.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한국이 역할을 잘해왔다. 중간 중간 꼬인 문제를 잘 풀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협력을 위해 북한의 철도, 도로를 답사하고 있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과 경제협력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뭐가 어떻든 간에 남·북이 평화적으로 잘 가는 것을 누가 무슨 이유로 막겠는가. 문제는 미국과 조율을 잘해야 하는데 조율이 어렵다.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 변수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어려워진다. 남북이 주도해야 하고 남북 관계가 잘 풀려야 북·미 관계도 같이 잘된다. 내가 나를 존중할 때 남이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중국이나 미국이 어떻게 보나 하고 눈치를 보면 한 나라의 외교는 없다. 그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한·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한 관계는 경제, 문화 등 구조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질 조건이 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높으면 안 된다. 보수와 진보가 갈라져 있는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미지수다. 중국은 정부가 바뀌어도 당이 안 바뀌어서 그대로 가는 구조적 원인 때문에 한 정부와 아주 가까워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대북 정책, 외교전략, 미국과의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책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중국은 한국 정부처럼 북핵문제가 풀리면 자연히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게 중국의 기본 판단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자오후지(趙虎吉·66)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베이징대 정치행정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공산당 이념의 산실인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 고위간부를 교육하는 기관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08년 국가부주석에 오른 뒤 교장을 맡았다. 마오쩌둥(毛澤東),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국의 지도자들도 당교 교장을 지냈다. 저서로 ‘중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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