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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한반도 안보 위기의 현장들/이도운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한반도 안보 위기의 현장들/이도운 정치부장

    북한을, 정확히는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3월 16일이었다. 3월이지만 영하 20도의 추위가 몰아치는 시베리아의 한복판 체그도민에서 북한 공안요원 세명과 마주쳤다. 북한 벌목장과 탈북자를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북 요원들은 “왜 쳐다보는 기야!”라며 살기 어린 눈을 부라렸다. 다음날 상점에서 빵을 사러 나온 북한 벌목공 두명을 만났다. 고단해 보이는 얼굴에는 땟국이 흐르고, 갈라진 손등은 자라 껍질 같았다. 그 추위에 양말도 없이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측은함이 아니라 회의감이 밀려왔다. ‘풍요롭게 자란 한국 젊은이들이 과연 이들과의 통일이란 걸 원하기나 할까.’ 1995년 6월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일본 외무성 초청 프로그램으로 홋카이도의 자위대 지부를 방문했다. 자위대 간부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한다면 누가 이길까?” 그 간부는 당황스러운 기색 없이 “한국군도 강하다고 들었지만, 일본군의 전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얼마 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군사전문가는 말했다. “우린 이지스함도 없고(당시는 그랬다)… 전력상 일본을 상대하기 어렵다.” 1996년 3월 24일 오전.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한 공로명 외무부장관이 장쩌민(江澤民) 주석, 리펑(李鵬) 총리 등 지도부를 연쇄 면담한 뒤 미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 장관이 배웅 나온 중국 외교부의 천젠(陳健) 대변인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시간이 없어 (공식 면담에서) 미처 얘기 못했는데,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군사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교류했으면 한다고 전해 달라.” 2005년 1월 24일 저녁.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12층 콘퍼런스 홀에서 ‘네오콘 포럼’이 개최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축하파티 겸 단합대회 성격이었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포럼에서는 South든, North든 Korea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포럼이 끝난 뒤 ‘네오콘 선집’(Neocon Reader)의 저자 어윈 스텔저와 워싱턴포스트의 네오콘 이데올로그 찰스 크라우트해머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한반도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가?” 그들이 답변했다. “한반도는 중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이다. 미 정부는 앞으로도 중동정책에 집중하고, 북한 정책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2010년 8월 말, 정부와 청와대 개편으로 새로 임명된 고위관계자와의 오찬. 그는 우리 군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정권이 몇 차례 바뀌면서 능력 있는 지휘관은 정치바람에 다 날아가고, 그저 무난한 사람들만 남았다. 중간 간부들은 열악한 처우 때문인지 재테크 등 다른 곳에 생각이 많이 가 있는 것 같고….”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는 순간,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단편적인 사건들이 마치 파편들처럼 머릿속에서 터져나왔다. 현실은 과거의 기억들보다 좀처럼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북한의 지도부는 무모할 만큼 호전적이고, 인민들은 절망에 빠져 있다. 햇볕정책도, 압박정책도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었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한반도를 면밀히 관찰해온 일본은 “한국군의 전력이 예상외로 약한데….”라며 ‘조롱’하는 것 같다. 해상자위대가 독도에 접근할 때 한국 해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이미 이들의 머릿속에 있지 않을까. 중국은 여전히 경제 말고는 한국보다 북한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중국에 한국은 동북아의 독립된 정치·군사적 주체가 아닌 것일까.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는 “북한이 우리편”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미 간의 전략적 이해는 어느 단계까지 일치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연평도 포격을 보며 새삼 되돌아보게 된 한반도 안보 위기에 대한 단상들이었다. dawn@seoul.co.kr
  •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北과 외교파장 일라” 숨죽인 中

    중국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문서 가운데 ‘중국이 한국으로의 남북 통일을 지지한다.’는 내용 등 자국 및 북한과 관련한 민감한 대목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타당하게 문제를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며 “그(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폭로)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관들의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 및 첩보 수집 내막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던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도 영국의 가디언 등이 이날 공개한 중국 당국자들의 북한 평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의 중국 및 북한 관련 발언 등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측이 겉으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록 제3자 전언이긴 하지만 “중국도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한국에 의한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내용 등 민감한 부분이 적지 않아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레짐 체인지/구본영 수석논설위원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어제 미국의 외교 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인물평으로 미 국무부를 궁지로 몰아넣으면서다. 우방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깊이가 부족하다.”고 폄하할 정도였으니….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다. 외교 전문은 그를 ‘무기력한 늙은 친구’(flabby old chap)라고 표현했다. 아마 뇌졸중으로 쇠약해진 그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 정보통들이 보낸 동향보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활발한 근황은 그런 첩보를 무색하게 한다. 그는 연평도 도발 닷새 만에 3남 김정은과 함께 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포격 이틀 전엔 해안포 지휘부대를 찾았다고 전해진다. 2008년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북한 ‘정권교체론’(regime change)을 제기했다. CNN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우라늄 농축시설 시위와 연평도 도발을 자행한 북측을 겨냥, “정권 교체를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한 것이다. “한반도 위기에서 공화·민주당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대북 유화정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레짐 체인지론’은 2기 부시 행정부도 한때 검토했다.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녀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 동유럽의 공산정권들이 친시장 정권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관리’한 백악관의 실무자였다. 북한 정권교체론의 이면에는 미 조야의 좌절감이 배어 있다.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한 강온 전략 어느 것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검토한 영변 핵단지 폭격은 한국이 인질로 잡혀 있는 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대북 경제제재 또한 중국이 북한에 계속 뒷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지 않은가. 이런 딜레마 속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북 지도부를 교체하는 방안은 외견상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레짐 체인지’는 가능한 수단 측면으로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마찬가지다. 북한주민들이 들고 일어나거나, 궁정 쿠데타를 유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김 위원장이 북 내부에서 무소불위의 통제력을 행사하는 한 현실성이 적은 얘기가 아닐까. 다만 독재정권이 3대를 이어간 역사적 전례가 없다는 ‘상식’이 유일한 위안일 듯싶다. 굳이 “군사력이 경제력에 비해 비대한 나라는 반드시 멸망했다.”는 폴 케네디 교수의 연구 결과를 들먹일 필요도 없겠다.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kby7@seoul.co.kr
  • 美정부 첩보수집 어디까지…DNA·홍채 생채정보까지 수집

    미국 국무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급 인사들의 ‘신상 털기’를 해 왔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전세계 주요 언론은 ‘미 국무부가 간첩활동을 지시했다’며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자국 외교관들에게 ‘비밀지령’을 내려 유엔 최고위급 인사들의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와 팩스, 무선호출기, 항공 마일리지 계좌 번호까지 수집하도록 했다. 반 총장과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심지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들까지도 첩보수집 대상이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는 주재국 고위인사들의 유전자(DNA) 정보와 지문, 홍채 인식정보 등 생체정보까지 모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미 정부는 나아가 2008년 이후 최소 9개 대사관에 보낸 명령을 통해 지하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대호수’ 인근 국가들의 군부 인물 정보와 군 동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인사들의 동선과 이동수단 같은 정보도 관련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요구했다. 특히 중앙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 직원들은 현지 국가가 중국과 북한, 리비아, 이란, 러시아와 어떤 군사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미 정부는 우라늄과 같은 ‘전략 물질’ 이전과 각국의 무기 구입 내역 등에 정보 우선순위를 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푸틴-메드베데프 ‘배트맨과 로빈’ 미국 외교관들이 각국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도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럽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 “점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대변인이 되고 있다.”거나 “무기력하고 헛된 자만심만 강하다.”고 꼬집는 등 인신공격성 평가도 적지 않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배트맨(푸틴)과 그의 조수 로빈(메드베데프)’으로 표현했다. 공식적으로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상급자이지만 “그는 배트맨 푸틴의 조수 로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푸틴은 가장 힘센 수컷을 뜻하는 ‘알파 독’(alpha dog)으로 묘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 모욕에 민감하며 권위적” 이라면서 ”벌거숭이 임금님’에 비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위험을 회피하고, 그렇게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평하면서도 비판을 잘 견뎌낸다는 뜻으로 ‘테플론 메르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테플론은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등에 칠하는 물질로, 타격을 입지 않는 정치인을 부를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美국무부 파문 진화에 부심 미국 정부는 무책임한 폭로라며 위키리크스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을 돕는 전세계 인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위키리크스가 문건을 폭로하기 전에 문건에 드러난 외국 지도자들이나 해당 국가에 미리 이 내용들을 알려 문건 폭로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외교관은 정보요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글로벌 시대] 아프리카에서 바라본 G20 정상회의/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대표

    [글로벌 시대] 아프리카에서 바라본 G20 정상회의/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대표

    한국 경제발전 경험을 설명하고자 25년 만에 다시 찾은 서아프리카의 자그마한 나라 시에라리온은 오히려 퇴보한 모습이었다. 룽기국제공항에서 수도 프리타운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리 연락선을 타고 한 시간여 바다를 건너야 했다. 25년 전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자 방문한 한국정부사절단에 모모 대통령은 공항과 수도를 잊는 해상교량 건설이 절실하다고 설명한 터였다. 한국이 숨 가쁘게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사이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로부터 비롯된 동족상잔의 처절한 내전으로 전 국토가 피폐하고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액운을 겪었다. 내전이 종식된 지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프리타운 거리에서 팔다리가 잘린 불구자들이 구걸하는 모습이 처연하며 국제기구가 운영하는 고아원에는 전쟁고아들이 넘치고 있다. 프리타운은 푸른 대서양을 따라 병풍처럼 이어진 구릉지역에 자리잡은 매우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암흑 속에 빠져든다. 전력사정이 어려워 가로등은 물론 심지어 교통신호등도 꺼지고 만다. 영국 식민지시절 건설된 꼬불꼬불한 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집 없는 야생 견들이 나돌아 다닌다. 그런데 어두운 흙탕길 골목에 들어선 판잣집들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손바닥만 한 중국제 TV 앞에 앉은 마을 주민들이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박수를 치는 것이다. 머나먼 동양의 나라 한국의 대통령이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의 지도자들과 함께 국제경제를 논하고 특히 아프리카를 돕고자 개도국 지원문제를 주요 의제의 하나로 삼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 한국사회가 아프리카에 대해 거의 무지하고 무관심한 데 반해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도 ‘KOREA’는 생소하지 않다. 한국이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기본적으로 국제위상이 높아진 덕도 있지만 문명의 이기인 TV와 인터넷의 보급에 힘입은 바 크다.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에서 유엔은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는데 반기문 유엔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또한 한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던 그날, 시에라리온 대통령 궁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는 코로마 대통령을 비롯, 전 장관이 참석했다. 시에라리온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1년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이 시에라리온보다 낮았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장관들 간에는 한숨소리가 나왔다. 코로마 대통령은 갖가지 역경에도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한국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시에라리온이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가르쳐 달라고 당부하였다. 한국으로부터 배우겠다는 아프리카의 국가지도자 수는 나날이 는다. 시에라리온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극심한 내전을 겪은 중부 아프리카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공개적으로 르완다는 경제성장 모델로 한국을 본받으려 한다고 천명하였다. 최빈국 르완다는 심지어 서울 G20 정상회의에 즈음하여 개최된 G20 비즈니스 회의에 사용될 커피를 전량 기부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선진원조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계기로 오는 2015년까지 대외원조액을 현재보다 3배나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 원조 규모는 OECD 권고치에 꽤 모자란다. 부족한 원조액을 최대한 적절히 사용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여러 부처와 비정부기구(NGO) 간에 흩어져 있는 원조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 대외원조의 첨병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보다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위상을 격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려운 나라를 돕겠다는 헌신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의 성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 [열린세상] 글로벌 해법의 전제조건/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열린세상] 글로벌 해법의 전제조건/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G20 서울 정상회의는 환율 등의 당면과제 해결에 아직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지배구조가 변모한 가운데 대부분의 문제들은 특정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요 국가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것은 매우 타당한 접근이다. 그런데 이번 협의과정을 보면 아직도 이슈를 자국중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응하려는 자세가 여전하다. 정치지도자들의 숙명적 한계이긴 하지만 이러한 자세는 문제의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세계경제는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이미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위주의 국제금융시스템은 그동안 교역의 활성화를 뒷받침해 왔으나 글로벌 유동성 공급으로 미국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기축통화로서 입지가 흔들리게 되었다. 달러의 역할을 대체할 대안 모색이 쉽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는 재균형(rebalancing)의 조정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더 이상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 즉 미국의 적자를 줄이지 않고는 지속성장을 도모하거나 기축통화로서의 입지를 지켜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조정의 핵심인 환율이 중국의 경직적인 환율체제로 조정되지 못함에 따라 미국경제는 아직도 적자 축소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돈을 찍어내는 무책임한 추가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에 나서게 되었을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경제의 회복 지연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G2의 이슈로 간주되고 있는 환율문제는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는 양자간(bilateral)의 해결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009년에도 세계 90개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보였던 다자간(multilateral) 문제에 대해 양자간 구도의 해결책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은 급격한 환율조정을 피하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에 절상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분명 글로벌 리더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문제의 인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세계화의 진전으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거의 모든 국가들은 초기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의 혜택에 빠져 필요한 준비를 소홀히 하였다. 이제 세계는 보호무역주의와 자본통제로 축소균형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노정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화의 혜택을 늘려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향후 세계경제의 행방은 G20 국가들이 당면 이슈를 얼마만큼 다자간 이슈로 인식하여 해결책 마련에 적극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구실로 시간만 끌 경우 글로벌시스템에 걸려 있는 과부하는 필연적으로 급격한 조정을 수반하게 되고 모두에게 상당한 피해를 가져다줄 것이다. 분명하고도 급박한 상황은 국제금융의 초석인 달러화와 안전자산의 표상인 미국 국채가 모두 심각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이 지나치게 급속도로 저하되는 것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달러가치의 안정에 필요한 조정을 도와주는 다자간 노력이 조기에 가시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의 기준에서 ‘다른 나라’를 돕자는 차원이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의 시스템 안정을 위해 모두가 인식해야 할 과제이다. 대외흑자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지역은 공동으로 조율된 조정을 통해 자국화폐의 강세를 유도해야 한다. 수출 일변도의 성장에 가려졌던 서비스 및 사회복지 관련 낙후부문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은 대내외 적자축소를 위한 신뢰할 만한 계획을 발표하고 특별인출권(SDR) 등의 역할 제고를 통해 글로벌시스템의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해법을 모색해 가는 일련의 과정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문제의 올바른 인식과 필요한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이 아쉬운 때이다.
  • [터치 광저우] 중국은 왜 축구를 못할까

    [터치 광저우] 중국은 왜 축구를 못할까

    중국인들은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와 달리 슈퍼리그 경기에는 빈자리가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문제가 되는 암표가 프로축구 경기에서도 횡행한다. 암표를 사서 들어가도, 자리에 앉기 어렵다.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있다. ‘짝퉁’ 천국답게 암표도 짝퉁이다. 그만큼 인기가 좋다. 정부도 축구를 주요 국가 스포츠로 선정해 특혜를 주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이례적으로 선수들의 급여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축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 [포토] 코리안號 ‘종합 2위 목표’ 순항중 13억이 넘는 인구,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축구 열기, 정부의 지원 등 중국은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못한다. 왜일까. 중국인들이 축구 못지않게 좋아하는 것이 도박이다. 그래서 1994년 출범한 슈퍼리그는 부지불식간에 도박판이 됐다. 도박꾼들이 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팀 감독, 심지어 축구협회 간부들에게도 뇌물을 주고 승부를 조작한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일부 구단주가 양심적인 한국의 지도자들을 초빙하기도 한다. 현재 슈퍼리그에 이장수(54), 박성화(55) 감독이 각각 광저우 헝다와 다롄 스더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승부 조작이 일상화돼 있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도 짝퉁이다. 판돈이 큰 경기에서 도박꾼들과 손을 잡으면 연봉에 맞먹는 돈을 번다. 이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 누가 봐도 고의적인 자책골을 넣는 등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 시진핑 부주석 등 국가 최고 지도자의 지시로 축구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축구협회 회장 이하 간부들과 각 팀 감독과 코치 및 선수 등이 줄줄이 조사를 받고 경질되는 등 물갈이가 이뤄졌다. 그 결과 올해 아시안컵에서 중국은 한국을 3-0으로 꺾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축구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00만 위안(약 5억원)에 이른다. 중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수입이다. 광고 수익까지 더하면 재벌이 부럽지 않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돈이 축구 시장에 유입된 덕을 선수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억대의 연봉과 인기를 누리다 보니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굳이 해외 진출을 노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발전할 수 없는 환경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中 차기지도자 시진핑 첫 외유는 싱가포르·阿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뒤 첫 해외순방 지역으로 싱가포르와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싱가포르에는 시 부주석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급으로 극찬한 리콴유(李光耀) 내각고문장관이 기다리고 있고, 아프리카는 중국 지도자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지역이다. 특히 시 부주석이 공산당과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에 선임돼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뒤 첫 해외순방 지역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은 중국이 ‘시진핑 시대’에도 이 지역에 많은 공을 쏟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 부주석은 14일부터 11일간 싱가포르, 남아공, 앙골라, 보츠와나 등 4개국을 공식방문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시 부주석은 싱가포르에서 덩샤오핑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하고, 남아공에서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1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정책을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앙골라 등에서는 대대적인 물적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공세적 아프리카 중시 외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외교부장들은 관례적으로 신년 첫 해외순방을 아프리카로 정한다. 벌써 20년째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아프리카에 갈 때마다 큼직한 선물보따리를 내놓는다. 지난해 11월 원자바오 총리는 이집트에서 열린 FOCAC 정상회의에 참석, “아프리카 국가들에 3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겠다. 빈곤 국가의 채무는 탕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런 선심의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선점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는 게 서방국가들의 판단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서울 G20회의-비즈니스 서밋] 장하준 “한국,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효과적”

    [서울 G20회의-비즈니스 서밋] 장하준 “한국,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효과적”

    장하준(47)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G20 서울 정상회의가 공정하고 효과적인 개발의제를 논의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거부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장 교수는 “나의 고향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상징적인 중요함이 있다.”라고 전제하고 “그것은 G20이 G7을 대체한 뒤 G7 국가 밖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이 만나는 첫 회의이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G20 회의의 당면과제와 관련해서는 “G20은 개발 의제, 특히 세계 최빈국에 대한 개발문제를 새로운 논점으로 찾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발 의제를 환영하기에 앞서 G20이 추진해야 할 개발이 어떤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일례로 들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개발 기적의 하나를 일궜다.”면서 50년 전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당시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파운드에 불과했던 것이 오늘날에는 1만 2000파운드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와 같은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경제개발을 목표로 한 인프라, 보건, 교육 등에 대한 투자가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제개발에 해악이 되는 정책들도 많이 실행했다.”면서 수출 보조금과 보호주의,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필요 이상의 공기업 활동, 특허권 및 지적재산권 보호가 부족했던 점, 국제 및 국내 금융부문에서의 강한 규제 등이 그것들이라고 꼽았다. 장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G7 국가들은 개발 의제에 대해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날의 ‘비정통적’ 정책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서울회의는 개발문제에 있어 역사에 기록될 만한 접근이 가능하다며 “한국 역사에 기반한 ‘서울 컨센서스’는 이미 신뢰를 잃은 (1990년대 미국식 시장경제의 기준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더 공정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G20 개발의제에서 산업정책이 간과된 점, 토지개혁과 자산 재분배를 위한 조치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 등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 G20회의-비즈니스 서밋] 글로벌CEO 말말말

    [서울 G20회의-비즈니스 서밋] 글로벌CEO 말말말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대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 걸맞게 세계 경제 운용의 해법에 대한 다양한 ‘말의 향연’이 펼쳐졌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 설비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 윈드시스템사의 CEO 디틀레우 엥엘(왼쪽)은 11일 개막총회에서 “1 곱하기 20은 20이라는 생각으로 20개 해결책을 생각하고, 20가지 목소리를 한 가지로 모으는 등 양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20개 국가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각자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야 글로벌 경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G20 국가 정상에게 1시간만 내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갑작스럽게 ‘공개 데이트’를 신청했다.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별 맞춤형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 차타드 그룹 CEO는 10일 환영 만찬 건배사에서 한국 어린이들이 G20 정상들에게 보낸 엽서를 소개하면서 사회·경제 지도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환기시켰다. 그는 “한 한국 어린이가 나중에 커서 대학 총장이 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이 글이 지금 우리의 마음을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날 오찬에서 건배를 제의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라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에서 내가 ‘글로벌’을 선창하면 ‘하모니’(조화)라고 크게 외쳐 달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경제단체 수장들도 촌철살인의 입담을 과시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주(오른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주제 토론 도중 “개발도상국에 저렴하면서도 좋은 의약품을 제공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이 업체들의 연구·개발을 돕는 것 등이 민간 지원을 진흥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한국에 ‘콩 심은 데서 콩 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상식적인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동주공제(同舟共濟)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사상 최대 규모였던 재작년 베이징올림픽. 그 화려한 개막식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 自遠方來 不亦乎·먼 데서 친구가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란 논어의 한 구절이 전광판에 새겨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퍽 이례적 장면이 TV로 전세계에 비춰졌다. 중국 수뇌부는 VIP석에 앉았지만 미국 부시, 러시아 푸틴,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등 해외 귀빈들은 단하에 앉았던 것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라고 한 언론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을 떠올렸다. 영상매체야말로 중국이란 용이 긴 잠에서 깨어났음을 지구촌에 알리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었다는 차원에서다. 전광판 속 논어의 한 구절과 국내외 정상 간 차별적 좌석 배치야말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의 부활’을 전하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표의문자인 한자에 대한 자부심일까. 중국 지도자들은 4자성어를 즐겨 사용한다. 자폐증과 다름 없는 문화혁명으로 황폐해진 중국을 수술할 때 덩샤오핑이 들고 나온 ‘흑묘백묘’(黑猫白猫)가 대표적이다. 덩은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로 인민들에게 개혁·개방을 설 득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외교 교섭 때도 고사성어로 관련국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서 천명한 ‘구동존이’(求同存異)가 단적이다. 저우는 “큰 공통점을 찾아 발전시키고 다른 작은 점은 덮어두고 나가자.”는 취지로 비동맹외교를 선도했다. 엊그제 G20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회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동주공제’(同舟共濟)란 말을 세번 거론했다. 회남자(淮南子)와 후한서 같은 중국 고전에 나오는 4자성어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함께 건너간다.’는 뜻이다. 이번 서울회의 참가국들에 보내는, 타협의 메시지라면 반길 만하다. 사실 세계경제 침체기에 각국은 이른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 hy-neighbor policy)을 들고 나오는 경향이 있다. 말 그대로 환율 조정과 보조금 지급으로 수출을 늘려 내 배를 불리는 대신 수입을 억제해 이웃의 배를 곯리는 자구책이다. 하지만 각국이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에 나섰을 때 전세계적 불황은 늘 심화됐다.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 미·중 등 강대국 간 환율전쟁이 상호 양보로 절충돼야 할 이유다. 후진타오 주석의 ‘동주공제’ 제안이 오월동주(吳越同舟)와는 다른 진짜 상생의 메시지이길 바랄 뿐이다.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kby7@seoul.co.kr
  • 지구촌 CEO 120여명 “녹색성장 대규모 투자” 한목소리

    지구촌 CEO 120여명 “녹색성장 대규모 투자” 한목소리

    G20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이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했다. 서울 행사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각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집결함으로써 ‘경제정상 회담’의 자리로 격상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민간 부문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서밋의 위상 강화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국내외 CEO들은 11일 총회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녹색산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G20, 신성장산업 발전 초석” 10일 밤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총재와 장젠칭 중국공상은행장,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등 글로벌 경제를 주름잡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240여명의 ‘경제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글로벌 경제계 인사들과 각국 CEO들은 대륙과 인종을 넘어서 ‘루 뒤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와인 잔을 기울이며 비즈니스 서밋의 첫날을 자축했다.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린 환영리셉션 및 만찬 행사에서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들이 입구에서 손수 참석자들을 영접했다. 국내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80여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1년 3개월 만인 지난 1일 경영 일선에 복귀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공식 행사로는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경기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민간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는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한 이유”라면서 “민간 부문의 건설적 의견이 반영되는 채널로서 비즈니스 서밋이 제도화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그룹 CEO는 “비즈니스 서밋을 G20 정상회의와 연계, 지도자들이 민간 부문의 견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글로벌 기업 CEO 120여명이 모이는 G20 비즈니스 서밋의 핵심은 녹색성장 분야. CEO들은 전날 공개한 사전보고서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각국 정상들에게 제안했다. 자원 개발을 위해 일관성 있는 규제의 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녹색산업 글로벌기준 정립 기대” 녹색성장은 비즈니스 서밋 행사 진행 과정에서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각국 정상과 CEO들은 11일 총회에서 무역투자와 금융 등 기존에 중시되던 주제와 동등하게 녹색성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0일 진행된 세계 최대 풍력발전 회사인 덴마크 베스타스사의 디틀레우 엥엘 CEO가 녹색 일자리 창출, 세계 최대 에너지관리 기업인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사의 장 파스칼 트리쿠아 CEO가 에너지 효율 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녹색성장의 위상을 말해 준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업은 비즈니스 서밋의 지속가능한 성장 논의를 실제 사업에 적용, 녹색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국내 기업들도 녹색성장 부문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녹색성장 분과 의장으로 논의를 직접 진행한다. SK그룹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30% 감축하는 것을 뼈대로 한 ‘환경보고서’를 지난 9일 내놓기도 했다. SK 외에도 삼성과 포스코,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등이 녹색성장 분과에 참여한다.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녹색성장이 경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만큼 이번 비즈니스 서밋이 각국 정상과 CEO들이 함께 녹색성장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류지영기자 douzirl@seoul.co.kr
  • [글로벌 시대] 희망의 현기증 /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글로벌 시대] 희망의 현기증 /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사흘 후면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 언론은 과거의 그 무엇보다 의미가 큰, 한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정부는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연예계 스타들이 정상회담 지지활동에 동원되었다. 대기업들도 사옥에 G20 참가자 환영 및 성공 기원 홍보물을 내걸었다. 마치 새로운 활력을 얻은 듯하며, 희망에 가득 차 있는 듯하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두 바쁘다. 한국의 연구소들도 그렇다. 그들은 서둘러서 이 행사의 경제적 효과를 이미 수백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이 행사에 얼마나 지출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밝히지 않았다. 물론, 이 행사에서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위상과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국민과 재원을 동원하는 능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지출되겠지만, 조직 측면에서 G20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들은 잘 알려졌다. 환율 조정과 국제무역 불균형 해소가 그것이다. 한국은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국가 간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펴왔다. 그리고 몇몇 전문가들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주회의 이후 타협의 전망이 어둡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 귀결에 이르는 길은 보기보다 그리 가깝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논쟁이 극히 격해질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세계적인 금융가들의 논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정부가 다른 나라 간의 분쟁을 해결해 주는 평화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배춧값이 폭등, 채소 시장에는 중국 배추를 사려는 주부들이 줄을 선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G20 정상회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차역의 보관함이 폐쇄되고 지하철 쓰레기통이 철거된 것을 두고 화내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기대도 있다. 그 누군가는 G20 정상회담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와 연관 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에 지속된 협상은 아직 아무런 결과도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지역에 대한 항공 정찰을 강화하고 추가로 전투기를 파견해 줄 것을 워싱턴 측에 요청했다. 기본적인 위협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를 명백히 보여준 셈이다. G20 서울 정상회담이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이 될 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을 세계에 알린 88 올림픽의 의미와 비견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응원을 통해 한국인의 결집력을 과시했던 2002 월드컵에 비견될 수 있을까? 이 두개의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한국에서 몇주에 걸쳐 진행되어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을 뿐 아니라 수만명의 외국인이 방문, 체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기껏 이틀 동안 열리는 G20 정상회담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국가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행사라고 해도 말이다. 금융세계의 게임법칙도 스포츠 세계처럼 명백하다. 그리고 때로는 금융 게임의 가치가 올림픽 금메달보다 훨씬 더 높기도 하다. 그러니 그 게임을 그저 공동선언 문구로 마칠 수는 없다. 비록 20개국 지도자가 서명한 공동선언이라고 해도 그렇다. 금융가들의 게임은 90분이 지나면 끝나는 축구게임이 아니다. 그 게임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또는 한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지 않는 한, 수년간 지속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타협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국가 간의 이해가 달라지면, 합의문은 그저 단순한 종잇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전의 기대는 ‘실망의 바다’에 잠기게 될 것이다.
  • 후진타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밀어내고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올랐다. ‘11·2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위신을 잃게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해 3일 인터넷에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68인’ 명단에서 후 주석이 1위를 차지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후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2위에 머물렀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 포브스는 후 주석이 “세계 인구의 5분의1(13억명)을 거의 독재적으로 통제하는 최고 정치 지도자”라면서 “그는 서방의 지도자들과 달리 관료와 법원의 간섭 없이 강줄기를 바꾸고 도시를 짓고 반체제 인사들을 가두며 인터넷을 검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위로 내려앉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취임 후 2년 동안 광범위한 개혁안을 채택했으나 남은 임기 2년간은 자신의 의제를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2개국(G2) 정상에 이어 3위에는 세계 최대의 원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선정됐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올해 4위로 한 계단 내려갔으나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12위)보다 앞서며 “푸틴이 여전히 (러시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24위였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1위를 기록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1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고 있는가 등을 기준으로 평점을 매겼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핸드볼은 영화까지 나왔는데 잘하라”

    “핸드볼은 영화까지 나왔는데 잘하라”

    “중국 사람들이 볼 때 ‘한국선수들은 매너도 좋다. 항상 웃고 친절하고’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성적도 잘 내시고, ‘한국 젊은이들은 다르다’라는 평가를 받게 해주면 더욱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노민상 수영 감독에게 박태환 선수의 몸 상태를 물으며 “중국 선수를 경계해야 하는데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선수들에게는 “영화까지 나왔는데 잘하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선수들에게 직접 배식하고, 역도 국가대표 장미란 선수 등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며 격려사를 통해 아시안게임에서 선전을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수영연맹회장을 15년 가까이 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힘든 것을 안다.”면서 “여러분이 하는 그 모든 것이 우리 국민에게 사기를 크게 올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 대한민국은 세계 1등을 꿈꾸지 못했고, 그저 최대 목표가 아시아에서 1등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선수들은 세계 1등을 목표로 해서 뛰고 있다. 이게 바로 한국의 국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메달) 65개라는 목표가 있지만 더 많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선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줄날줄] 여성리더십/육철수 논설위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64년(재위 1837~1901) 동안 통치한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은 외모가 보잘 것 없었다. 당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아낙네들처럼 키가 작고 통통했으며 피부도 무척 거칠었다. 여왕 자신도 “내 키는 여왕 치고 너무 작은 것 같다.”며 평생 외모 치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해진다. 재위 중 9명의 자녀를 낳았고, 대영제국을 다스려야 했으니 공사다망하고 강단이 대단한 여성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따금 사납게 성질을 부리고 고집도 셌다. 이런 개인적 성향은 리더십에도 반영돼 강력한 권위와 왕권을 세웠으며 대영제국에 역사상 최고의 번성기를 가져다 주었다(바이하이쥔(白海軍) 저 ‘여왕의 시대’). 중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남성 권력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린 클레오파트라, 중국 역사상 걸출한 정치가로 꼽히는 측천무후, 전쟁에 굴하지 않은 합스부르크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현재 영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여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왕들의 리더십과 자질의 공통적 특징을 4가지로 정리했다. 비상한 두뇌로 남성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탁월한 지혜’, 결단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비범한 담력’, 시련과 좌절을 딛고 성공에 도달하는 ‘불굴의 의지’, 내정·외교에서 감탄할 정도의 처세를 ‘명철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런 고전적 여왕 리더십에 가장 근접한 현대 국가의 여성 지도자로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1979년 취임한 뒤 광산 근로자들의 고질적인 파업을 뿌리뽑아 이른바 ‘영국병’을 치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2년에는 포클랜드 전쟁을 지휘해 아르헨티나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남성 국가지도자들이 손도 못 댄 현안을 단숨에 처리하고, 전쟁 수행능력 또한 뛰어나 대처에겐 ‘철의 여인’이란 별명이 늘 붙어다닌다. 21세기 감성시대를 맞아 여성의 리더십은 ‘강하고 남성적인’ 데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기울었다. 다그치고 몰아치는 게 아니라 보듬고 살펴주는, 여성 본연의 리더십으로 돌아왔다. 기업에서 모성경영, 핑크리더십 같은 게 잘 먹혀드는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 시대에 여성 국가지도자 16명이 동시에 나온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며칠 전 브라질에서 또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 나라 국민도 어머니처럼 자애롭고 따뜻한 영도자를 무척 기다렸나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웰컴 투 서울] ⑧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웰컴 투 서울] ⑧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질주하는 코끼리’(인도를 상징) 뒤에 그가 있다.” 푸른 터번에 흰 수염과 구레나룻이 ‘트레이드 마크’인 만모한 싱(78) 총리는 부상하는 인도를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 속에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재무장관으로서 1991년 시장경제체제 본격화와 대외개방 확대를 축으로 하는 신경제정책을 도입, 경제를 개혁시킨 주역인 데다 총리로서도 인도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다. ●2004년 이후 6~9% 고속성장 달성 그는 첫번째 총리 재임 시절(2004~2009년) 9%가 넘는 평균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잠자는 코끼리’를 깨워냈다는 평을 받았다.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6.7%(2008~2009년), 7.4%(2009~2010년)의 고속성장을 달성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성장 중시 정책 속에서도 그는 농촌 및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균형 잡힌 분배정책으로 국내 지지기반을 넓혔다. 대외적으로 시장경제와 친미 정책을 취하면서도, 제3세계 등 비동맹권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균형외교로 인도의 위상을 높였다. ●정책 예측성 높여 외자 유치 촉진 의견 수렴과 이해당사자들 간의 조정에 무게를 두면서 정책을 걸러내고 숙성시켜온 그의 인내와 조화의 리더십은 성공의 바탕이 되고 있다. 정책을 채택하기 전에 입안된 정책 구상을 공개해 몇달 이상 여론 수렴을 거친다. 결정은 더디지만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는 탓에 시행된 정책이 뒷걸음질치거나 후유증을 겪는 예는 적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져 외국 투자도 촉진됐다. 이 같은 그의 ‘조용한 조화의 리더십’은 소련식 계획경제의 늪에 빠져 있던 인도경제의 체질을 변화시켜 ‘질주하는 코끼리’로 변모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환율전쟁 속에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하며 루피화 절상을 용인해 해외 투자 유입 확대라는 실리를 취한 것도 그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싱 총리가 말하면 다른 나라 모든 지도자들이 귀를 기울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임태희 대통령 실장 “G20뒤 MB·孫대표 회담 건의”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여야지도자와 만나도록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G20이 잘 끝나고 결과도 좋아야 하겠지만, 이 대통령이 G20 이후 (여야지도자들에게)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G20 이후 이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동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안에서 미국이 불만을 가진 부분과 관련,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자동차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다고 들었다.”면서 “(협정문) 본문에 있는 내용은 아니고 본문에는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자감세’논란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이 논란 이전도, 이후도 입장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세금을 최대한 덜어주려고 하고, 정부는 세금을 받을 만큼 받으려고 한다. 그것이 기본인데 지금은 (국회와 정부의) 입장이 반대”라면서 “이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고 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결국 북한에 달려 있다.”면서 “(북한이) 뭔가 변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의 방향은 다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정국’논란에 대해서는 “(최근)검찰 사건들은 내부고발로 공교롭게 수사를 안 할 수 없을 만큼 공개된 제보로 이뤄졌다.”면서 “청와대가 무슨 주도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사정드라이브한다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인 천신일 회장이나 장광근 전 사무총장 건도 있지만, 검찰의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것”이라면서 “유리알처럼 투명한 세상이다. 투명하게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론] 안중근 유해와 국가 정체성 바로세우기/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시론] 안중근 유해와 국가 정체성 바로세우기/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국제 심포지엄’에서, 안 의사의 유해가 영원히 사라진 듯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뤼순 감옥 부근에 있던 묘지가 아파트 단지 개발로 유실되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중국과 북한에서 수차 유해 발굴을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고, 결정적인 단서를 쥔 일본은 자료를 내놓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우리 정부도 2008년에 뒤늦은 발굴 작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안중근 의사가 어떤 분인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여러 유형의 독립운동을 실행했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침략의 주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안 의사는 체포되어 조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거사했으므로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로 취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일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료 자원 변호도 허가하지 않았다. 그의 순국일은 1910년 3월 26일이다. 유언 가운데 한 구절은 이렇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그 ‘국권’이 회복된 지 65년이 지났건만 우리는 유언을 지키지 못했다. 시대적 비극의 주인공이 된 그 가족들도 돌보지 못했다. 그 형제와 자녀들은 이용 당하고 박해 받으며 궁핍하게 살았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경고가 우리의 눈앞에 있다. 사실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은 단순한 역사의 유물을 발굴하는 일과 그 등급이 다르다. 그것은 외세에 훼손된 민족정신을 복원하고, 그로부터 환기되는 공동체 의식과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과업에 해당한다. 미국이 무명의 미군 유해 1구를 발굴하고 인양하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목격한 사람이면, 국가에 목숨으로 공헌한 일개 국민을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교훈을 얻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국가 정체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렬한 반성이다. 독립 유공자를 기리고 유적지를 보존하는 노력이 외형적 전시(展示)의 방식이 아니라 민족혼의 계승이라는 본질에 닿도록 그 면모를 일신해야 옳다. 국민 다수가 이를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로 점검했으면 좋겠다. 국가 지도자들에게 이러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는 해상지도를 모르는 선장에게 배를 맡긴 꼴이다. 다다음 세대를 위하여 국사교육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의 역사를 학교 수업과 진학 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둔단 말이며, 이는 도대체 어느 누구의 발상에서 비롯되었는가. 오늘의 교육 당국은 마땅히 후세의 사필을 두려워해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막는 방법도 결국은 국사교육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설명해도 우이독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역사의식을 망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국사수업을 안 듣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자란 세대가 안중근을, 윤봉길을, 안창호를, 그 애국정신을 알기나 하겠는가 말이다. 일제와의 타협이 전제된 기미독립선언서는 가르치면서 불의한 지배자와의 전면 투쟁을 내세운 조선독립선언은 교과서에 싣지 못한 것이 우리의 과거사였다.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며 교육하는 의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우선 과제이다. 민족의 자긍을 이끈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과거의 교훈을 현실 속에 받아들일 때, 비로소 국가는 변화하는 세대를 넘어 올곧은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영향력이 확대되어도, 이 정신적 영역의 자기 확신과 정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선진 국가의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 [웰컴 투 서울]⑦ 후진타오 中 주석

    [웰컴 투 서울]⑦ 후진타오 中 주석

    후진타오(68)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중국의 굴기(우뚝 섬) 이후 세계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親民 리더십… 강인함 갖춰 상하이엑스포 개막 전야제가 열린 지난 4월 30일 밤, 엑스포 현장 대형 전광판에 ‘후거하오(胡哥好·후진타오 형님 안녕하세요)’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카리스마를 강조했던 전임 지도자들과는 달리 후 주석이 어떻게 친민(親民) 리더십을 다지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이미지 뒤에는 단호함과 강인함이 감춰져 있다. 티베트자치구 당서기 시절이던 1989년 3월 그는 티베트인들의 대대적인 저항운동이 일어나자 철모를 쓰고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잇따라 터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위기를 맞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3년 뒤인 1992년 가을 제14기 당대회에서 그를 장쩌민 이후의 ‘4세대 지도자’로 낙점한 데에는 이런 강단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무대에서도 후 주석은 이런 외유내강형 지도자에 속한다는 평이다. 2006년 봄 그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상당한 외교적 수모를 당했다. 환영행사 때 타이완 국가가 연주되는가 하면 연설 후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던 후 주석의 소매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잡아끄는 모습도 연출됐다. 하지만 후 주석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날 오찬에서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에게 당나라 시성 두보의 시 ‘망악(望嶽)’을 들려줬을 뿐이다. 4년 만인 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국가 이익을 지키는 단호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줬다.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정상화해 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압박을 “외부 압력으로는 절대로 못 하겠다.”며 못을 박았다. ●‘환율 공세’ 적극 방어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다자와 양자외교를 분담하는 중국에서 경제와 함께 정치·외교적 이슈까지 망라하는 G20은 오롯이 후 주석의 몫이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후 주석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선진국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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