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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사상’ 못박기…마오쩌둥 반열 오를까

    ‘시진핑 사상’ 못박기…마오쩌둥 반열 오를까

    18일 당대회 안건 사전 심의 당헌에 시진핑 이름 명기 쟁점 쑨쩡차이 등 당적 처분 논의도11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베이징의 징시(京西) 호텔은 경계가 삼엄했다. 공산당 권력의 중추인 200여명의 중앙위원들이 이날부터 18기 제7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7중전회)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중앙위원들은 대부분 부장(장관)급 이상 국가 고위직과 성장 이상 지방 지도자들이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7중전회는 시진핑 집권 1기를 뜻하는 공산당 18기의 해산과 집권 2기인 19기를 준비하는 회의이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확정될 대부분의 안건이 7중전회에서 먼저 심의된다. 바야흐로 ‘시진핑 2.0시대’가 7중전회를 기점으로 태동하는 셈이다. 7중전회의 하이라이트는 시 주석이 지난 5년 확립한 지도이념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이 ‘마오쩌둥 사상’·‘덩샤오핑 이론’처럼 ‘시진핑 사상’으로 명문화돼 헌법에 우선하는 당장(당헌)에 삽입되느냐, 아니면 장쩌민의 ‘3개 대표’와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처럼 이름은 삭제된 채 지도이념만 명기되느냐이다. 이는 시 주석이 중국 역사에서 어느 반열에 오르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치국이정’은 시 주석이 확립한 ‘4개 전면’(샤오캉사회 건설, 개혁심화, 의법치국, 종엄치당)과 ‘5위 일체’(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를 말한다. 중앙위원들은 ‘시진핑 사상’ 명문화를 놓고 7중전회 기간에 치열한 정치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사상으로 명기하는 것은 사실상 마오쩌둥처럼 종신제의 길을 트는 것과 같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은 ‘18대 이래 마르크스주의 이론연구 및 건설 작업 기록’이라는 장문의 글을 일제히 발표했다. 홍콩 명보는 이를 두고 “시진핑의 지도이념과 마르크스주의의 연관성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시진핑 사상’ 명기를 위한 군불 때기’라고 분석했다. 7중전회는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식에서 지난 1년 동안 선출된 2287명에 이르는 대표(대의원)들에게 제시할 정치(업무)보고도 심의·의결한다. 시 주석의 정치보고에는 집권 2기의 청사진이 담길 예정이다. 또 차세대 리더였다가 낙마한 전 충칭시 서기 쑨정차이 등 지난 1년 사이 낙마한 중앙위원 10명의 당적 처분도 7중전회에서 이뤄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 집권 이후 34명의 현직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기율 위반으로 낙마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낙마한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7중전회가 끝난 직후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는 19기 중앙위원들이 새로 선출된다. 이들이 25명의 정치국 위원을 뽑고, 정치국 위원들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7명의 상무위원을 뽑는다. 시 주석의 후계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새 상무위원의 면면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19기 1중전회에서 공개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여야, ‘남한산성’ 놓고 갑론을박…“단결할 때” vs “지도자 무능”

    여야, ‘남한산성’ 놓고 갑론을박…“단결할 때” vs “지도자 무능”

    여야 정치권이 8일 영화 ‘남한산성’을 놓고 엇갈린 감상평을 내놓고 있다.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남한산성의 역사적 배경을 현재의 북핵 위기와 연결하며 ‘군주의 무능’을 부각하는 반면 여권 인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영화는 1636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보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병자호란의 시대 상황을 지금의 북핵 위기와 견주는 것은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사가 주는 여운은 정치란 무엇인가, 외교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城)은 우리를 지켜 주기는 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는 지혜를 새기며, 민들레와 같은 끈질김을 떠올리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외교적 지혜와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는 감상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편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영화 속 병자호란을 현재의 북핵 위기와 관련 지어 지도자의 무능이 불러온 참사라고 평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북핵 위기에 한국 지도자들이 새겨 봐야 할 영화”라고 밝혔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선의 백성들을 죽음과 고통과 굴욕으로 몰아넣은 자는 무능하고 모호한 임금이었다”며 “역사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큰 교훈을 준다. 지도자의 모호성은 국가를 더 큰 위기에 빠트린다는 것”이라고 썼다. 야권 일각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정보력 부재를 현재의 국정원 개혁작업을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 시대에) 상설 정보기관만 있었어도 정세판단에서 무능은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국정원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국정원 개혁에 찬성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국정원 개혁보다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잡는 데 더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트럼프 “폭풍 전의 고요” 무슨 뜻?…“구체적 얘기 아니었다”

    트럼프 “폭풍 전의 고요” 무슨 뜻?…“구체적 얘기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회동에서 한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 발언이 그 해석을 놓고 논란을 낳고 있다.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전쟁을 리얼리티쇼의 ‘클리프행어’(cliffhanger·매회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속 드라마나 쇼)처럼 다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뒤 단체 사진촬영에 응하면서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라고 먼저 묻고 나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폭풍’의 의미에 대해 기자들이 “이란? IS(이슬람국가)? 어떤 폭풍인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을 피한 채 회의 참석자들을 가리키며 “이 방에 세계 최고의 군인들이 있다”라고만 했다. 또 기자들이 ‘폭풍’의 의미를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이 같은 애매한 발언을 둘러싸고 현지언론들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핵 합의안 파기를 위한 수순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대한 공세 강화 ▲북한이나 시리아와 관계된 행동 ▲미국에 접근하는 실제 폭풍 허리케인 ‘네이트’ ▲아무 의미가 없는 말 등의 설이 나돌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은 북한을 겨냥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손실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것이다. 여러분이 내게 폭넓은 군사옵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군 수뇌부 회의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이란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나 이란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한때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폭풍의 실체를 두고는 백악관 대변인도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갈팡질팡했다. 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쏟아진 질문의 4분의 1이 ‘폭풍’의 실체를 묻는 말이었다. 신문은 샌더스 대변인이 미국이 전쟁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우려하는 미국인들에게 폭풍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미리 말하지 않는다”고 처음에 답했다. 농담한 것이냐는 두 번째 물음에는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대통령을 극도로 심각하게 여겨도 된다”고 답했다. 세 번째 질문에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두고 백악관은 북한 같은 나라들에 최고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기자의 “북한? 그게 폭풍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한 예를 들었을 뿐”이라며 “말썽꾼들이 많다. 북한, 이란 등 여러 예가 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힌트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지적에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치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 혼란 속에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호스트의 습성을 내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CNN은 ‘트럼프가 잠재적 전쟁을 리얼리티쇼의 클리프행어처럼 다룬다’는 기사를 실어 배경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도자들에 둘러싸여서 ‘폭풍 전의 고요’를 말한 만큼 모종의 군사작전이 임박했다고 결론 내리는데 많은 논리적 비약이 필요하지 않다”며 “지금은 중대 국면을 맞은 북한과 이란이라는 2개의 상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대북 대화채널 가동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으며, 이란에 대해서는 내주 핵협정 불인증 선언을 할 것으로 WP가 보도한 사실을 이 방송은 상기시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을 모두 겨냥한 것인지, 둘 다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그의 발언이 의도적이라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쇼의 목표는 항상 드라마를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시청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클리프행어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명확한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그런 말이 전임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면 진짜 걱정했을 것”이라며 “트위터를 하는 대통령이 이제 육성으로 트윗을 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英, 상아 제품 매매 전면금지…골동품도 포함

    英, 상아 제품 매매 전면금지…골동품도 포함

    세계 최대 합법적 상아 가공품 수출국인 영국에서 상아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영국 법무부는 6일(현지시간) 1947년 이전에 상아로 만든 가공품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예고했다. 영국은 이미 1990년 상아 가공품 거래를 불법화 했지만, 골동품으로 분류되는 1947년 3월 전에 만든 상아 가공품은 예외로 했다. 이번 입법 예고를 통해 이 예외조항마저 금지품목으로 포함시켰다.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은 이날 “상아 밀렵꾼에 의한 코끼리 개체 수 감소는 우리 시대와 인류의 수치다. 이 계획은 상아 밀매를 끝내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 영국이 앞장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상아는 재정적 이득이나 상태 상징의 상징물로 보아서는 안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보물 중 하나인 상아를 보호하기 위한 급진적이고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상아 가공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년 약 2만 마리의 코끼리가 도살되고 있는 상황이며, 영국은 합법적인 상아 가공품 수출 규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또한 코끼리 밀렵에 대처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서 밀렵꾼을 단속하고 코끼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인력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경단체인 ‘'스톱 아이보리 그룹’의 존 스티븐슨 대표는 “불법 무장 단체에 의한 밀렵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자연 유산이 파괴되고 공동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 우리가 직면한 이 전례없는 위기는 사람들이 상아 제품을 사지 않을 때에 비로소 멈추게 된다”면서 “정부의 중대한 조치를 환영하며 곧바로 강력하게 이행되기를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그는 또한 “영국 정부가 아이보리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코끼리의 의미있는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야생기금(WWF) 타니아 스틸 대표 또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루에 55 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가 죽고 있다”면서 “우리는 불법 상아 무역을 끝내는 세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범죄조직이 연루된 상아 밀매는 국제적인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문제다. 특정한 국가가 금지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전세계 지도자들과 중국, 동남아시아 공동체와 협력하여 불법 거래를 막고 불법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제적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앞서 불법 시장을 포함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올해 말 상아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거의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에 속속 짐싸는 기업들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에 속속 짐싸는 기업들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조만간 분리·독립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주요 기업들이 카탈루냐에서 벗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인 카이사방크를 비롯해 에너지기업 페노사, 대형은행 사바델 등이 법인 본사를 카탈루냐 제1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CNN 머니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이사방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객과 주주,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며 카탈루냐의 현재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이유로 본사를 발렌시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4위 은행인 사바델도 카탈루냐 본사를 알리칸테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연가스 기업인 페노사도 본사 이전을 결정하고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바이오기업 이리전 제노믹스가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고, 도히 인터내셔널 패브릭도 바르셀로나에서 빠져나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총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오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분리독립 안건을 표결하기로 했지만 지난 5일 스페인 법원은 이를 취소하도록 명령한 상태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정치인들이 법원의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회의를 강행한다면 강경 대응을 천명한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트럼프, 한미FTA 협상에 ‘미치광이 이론’ 적용지시

    트럼프, 한미FTA 협상에 ‘미치광이 이론’ 적용지시

    “당신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소. 당신이 만약 그사이에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나는 협정을 폐기할 것이오.”(트럼프 미 대통령이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에게 한 말) “잘 알겠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겠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 “아니오, 아니오.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당신이 한국 사람들에게 30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면 절대 안 돼요. 한국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그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미쳐서 당장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이요. 당신은 그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해요. 그런데 나는 진짜로 그렇게(한·미 FTA 폐기)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 모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해요. 한국 사람들에게 30일 얘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그런 말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 시간을 연장하려고 들 것이 아니겠소.”(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나서라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치광이 이론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이용했던 전략으로 대통령이 미치광이여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이미지를 상대국에 심어줘 상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외교기법이다.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쓰는 미치광이 이론을 동맹인 한국과의 한미 FTA 협상에서도 써먹으려 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Axios)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백악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한국에 FTA 즉각 폐기를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이 자리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소니 퍼듀 농무장관 등이 참석해 FTA 관련 논의를 한 회의였다. 악시오스는 이러한 트럼프의 협상전략에 대해 “단점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많은 전 세계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미친 자로 여겨지는 것을 자신의 자산이라고 보고있다”면서 “이 같은 수사는 동맹을 불안하게 하고 (북한 등) 적국에는 불필요하고 비의도적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만수 “이승엽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이치로처럼 성공했다”

    이만수 “이승엽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이치로처럼 성공했다”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이 2일 은퇴하는 이승엽에 대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이치로처럼 성공하는 타자가 됐으리라”며 아쉬워했다.이승엽은 3일 홈 구장인 대구에서 마지막 경기와 은퇴식을 치른다. 이승엽은 KBO 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펼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현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심정수와 함께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해서 연습하고 게임에 출전한 선수로 당시 나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있었다”며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의 아지기예 감독이 이승엽을 로 데리고 올 수 있느냐며 너무 매력적이고 좋은 타격을 한다며 감탄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지기옌 감독은 서양인 선수들보다 동양인 선수들을 선호했던 지도자들 중에서 한 명이었다고 한다. 동양인들은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다는 것을 많은 동양인들을 만나서 이미 알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이승엽을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지도자들의 눈에도 들었다고 이 전 감독은 회상했다. 이 전 감독도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했다면 이치로처럼 성공한 야구인이 됐을 거라 믿는다. 그 이유는 이미 여러 장면에서 증명이 됐다“며 “처음 메이저리그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해서 잘 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계대회에서도 이승엽의 화려한 타격을 증명한 것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이승엽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 전 감독은 “이승엽이 1995년 입단한 다음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며 “이때만 해도 갓 성인이 된 나이였기 때문에 이승엽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같이 훈련에 들어갔는데 이승엽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어떻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이렇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지? 게다가 기존의 한국선수들이 가진 타법이 아닌 전형적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타격하는 타법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전 감독은 “도대체 어떻게 어린 선수가 저런 타격폼을 가졌는지”라며 부러워했다. 이 전 감독은 이승엽의 최대 장점으로 맞고 나서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이 좋아 다른 어느 선수들보다 타점이 길다는 것을 먼저 꼽았다. 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타격 못지않은 부드러운 수비를 들었다. 어린 선수가 1루에 나가면 아무리 강한 타구나 어려운 타구가 날아와도 부드럽게 잡아내는 동작이 일품이었다. 이 전 감독은 “좋은 운동신경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엄청난 연습 벌레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며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연습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오늘의 이승엽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은 “또 한가지는 세밀한 야구를 하는 일본야구보다 힘으로 정면 대결하는 미국에서 야구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라는 것”이라며 “미국야구는 도망가는 야구는 잘하지 않고 거의 정면 승부 하는 스타일이다. 미국야구는 힘으로 대결하는 나라라면 일본야구는 정면 승부하는 것보다 약점을 파고들면서 야구하는 스타일이다”고 거듭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감독은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접는 것만큼 야구인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다. 그러나 선수생활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저력이 선수 이후의 인생 2막에서 분명히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며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일이 선배로서 흐뭇하고 기대가 되고 그동안의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김영중 기자 jeunesse@seoul.co.kr
  • 투표함 압수·고무탄 쏜 스페인 정부… 멀고 먼 카탈루냐 독립

    투표함 압수·고무탄 쏜 스페인 정부… 멀고 먼 카탈루냐 독립

    바르사 주요 투표소 강제 진압… 경찰·주민 충돌로 38명 부상 자치정부 수반 장소 옮겨 투표… 英 등 분리독립 도화선 될까 우려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1일(현지시간) 치러졌지만 경찰의 저지로 파행을 빚었다. 이번 투표 결과가 분리·독립을 꿈꾸는 유럽 내 다른 분리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도 초조하게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BBC,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1일 오전 9시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카탈루냐 제1 도시인 바르셀로나의 주요 투표소들에서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강제 압수 조치했다. 이날 투표소 곳곳에서는 투표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과정에서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쏘며 강제 해산하는 바람에 모두 38명이 부상해 치료를 받았다고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이 밝혔다. 이 중 35명은 가벼운 부상이고, 나머지 3명은 좀 더 심한 부상이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부상자는 9명이다. 당초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한 표를 행사하기로 돼 있던 지로나의 투표소에서는 경찰이 유리문을 깨고 강제 진입해 투표함을 수거해 갔다.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 정부의 물리력 행사에 투표할 수 없게 되자 다른 곳으로 옮겨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자치정부 측이 밝혔다.전날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 1만여명도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에 모여 카탈루냐 독립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 자리에서 푸지데몬 수반은 “10월 1일 우리는 미래와 만날 것이며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표 강행 의사를 재차 밝혔다. 자치정부 관계자는 “투표소는 준비가 됐으며 높은 투표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그동안 고위 관리 14명이 중앙정부에 의해 체포되고, 투표용지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유럽 국가들도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탈루냐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쪽이 크게 우세할 경우 이는 분리·독립을 꿈꾸는 유럽 내 다른 지역을 부추기는 계기가 돼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 스코틀랜드,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오는 22일 자치권 강화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될 예정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 등에서 분리 요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민감한 주제인 카탈루냐 주민투표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도 직접적 견해 표명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해 “스페인을 떠나려 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바르셀로나와 헤로나, 레리다, 타라고나 등 4개의 주로 구성된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지역이다. 원래는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 국가였으나 1714년 스페인에 강제 병합됐다. 병합 이후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 주류인 카스티야인들과 문화·역사·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300년간 지속적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민투표까지 강행된 것은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정부가 극심한 재정 적자로 긴축정책을 펴자 중앙정부에 막대한 세금을 내며 전체 예산의 19%를 책임지고 있는 카탈루냐의 불만은 커지기 시작했다. 세금은 가장 많이 내는데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예산 지원은 9.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세금을 줄여주고 자치권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거부당하면서 갈등은 폭발했다. 카탈루냐는 2014년 분리·독립을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를 치른 결과 81%가 찬성표를 던졌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기획 기사 많아져…공영방송 파업 보도 돋보여”

    “기획 기사 많아져…공영방송 파업 보도 돋보여”

    서울신문은 26일 ‘북핵 등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제98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서울신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회의에는 박재영 위원장(건국대 정치대학 초빙교수)과 김광태(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상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위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지난 한 달간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독자권익위 위원들이 제기한 의견이다.유경숙 위원 이번달엔 기획 기사가 많아져 파고들고 싶은 기사들이 많았다. 특히 9월 4일자 퍼블릭인 지면의 ‘물먹은 국토부, 물만난 환경부’ 기사는 4대강과 관련해 정권에 따라 바뀐 부처 입장 차이를 대조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 줬다. 9월 2일자 주말엔 지면의 ‘남자는 커피값 18% 더 내세요…남녀 임금격차 알리기 실험’ 기사는 호주 카페의 ‘남성세’ 도입이란 화제성 소재 선정과 정보의 전달력 측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재밌게 작성된 기사였다. 이상제 위원 좋았던 기사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기사와 퍼블릭인 지면의 육아휴직 관련 기사, 소년법, 비무장지대(DMZ), 종교인 과세 등이었다. 아쉬웠던 기사들은 ‘240번 버스기사’ 관련 보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오역과 관련한 온라인 기사였다. 8월 31일자 ‘신용평가 가점 챙기는 노하우’ 기사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채무불이행 기록 보존기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찬 위원 최근 양대 공영방송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신문은 8월 30일자 이후에 공영방송 개혁과 관련한 기사를 꾸준하게 보도하고 있다. 특히 9월 4일자 MBC 김민식 PD와 최승호 PD의 인터뷰 기사는 공영방송이 왜 문제가 됐는지 심층적으로 알게 해줬다. 8월 30일자 ‘내년 429조 ‘슈퍼예산’…일자리에 돈 확 푼다’ 관련 보도는 생애주기별 생활밀착형 주요 예산 분석을 통해 국가 예산 관련 통계수치들이 어떻게 구체화된 정책 실천으로 나타나는지 잘 보여 준 기사였다. 김광태 위원 한 달 동안 서울신문 지면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특종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는 기사들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북핵 위기 속에서 9월 6일자 최용규 부국장의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란 제목의 칼럼, 9월 14일자 이경형 주필의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칼럼, 9월 16일자 최광숙 논설위원의 ‘체코 패싱, 코리아 패싱’ 칼럼 등은 매우 공감이 가고 설득이 되는 글이었다. 9월 1일자 1면 ‘생리대 유해성 발표 ‘날림’이었다’ 특종 기사와 9월 11일자 1면 ‘용산 ‘60년사’ 미군에 통째로 내줬다’ 특종 기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감시견 역할과 현대사 기념물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의미 있는 기사였다. 소순창 위원 최근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한 주민투표 기사에서 스페인 중앙정부의 여러 가지 불법 문제에 대한 기사는 있는데 왜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하려 하는지에 관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9월 19일자 ‘소방직 국가직화…‘소방관 눈물’ 닦는다’ 기사와 관련해선 소방직을 국가직화한다고 해서 소방관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소방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본질적으로 다루는 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홍현익 위원 8월 30일자 ‘또 판 깨는 북…문 대통령, 대화 기조 속 단호 대응 양면전략’ 기사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를 담은 기사였다. 9월 7일자 ‘ADD 연구원의 눈물’ 칼럼은 한국의 지도자들이 국방 기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문제를 잘 짚었다. 9월 15일자 ‘국제기구 통한 대북지원 큰 틀에서 옳다’란 제목의 사설도 단지 타이밍이 문제였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용감하게 잘 쓴 글이었다. 박재영 위원장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과 관련한 기사들은 여론조사 등을 통한 심층적인 분석이 있었다. 9월 13일자 5면에 배치된 ‘곤혹…미소…난감’ 사진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세 사람의 상황을 잘 묘사했다. 정리 강윤혁 기자
  • [사설] 野 ‘참석할 이유’ 만들어야 할 5당 대표 회동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을 추진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에도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글자 그대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은 5당 대표와 만나 다른 문제도 아닌 지난주 ‘유엔 외교’의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을 존재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보수 정당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정치적 이유로 여권의 협조 요청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권도 국정 주도를 넘어서 국체 보전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야당을 설득하는 데 좌고우면할 이유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 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도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전력폭격기 B1B를 그제 동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띄우는 등 더욱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며 최소한의 공조를 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핵 공격이 현실화한다면 가장 중요한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국민 생존에는 관심 없다는 듯 온갖 정치 이슈에 경쟁적으로 불을 붙이며 대립하고 있다. 국제 공조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정작 우리 사회의 이견은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 영수회담이라면서 적어도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대승적 차원에서 당면 난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기대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자리가 대통령이 해외 방문 성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았나 정치권은 돌아봐야 한다. 폭발 직전에 이른 ‘정치적 압력’을 낮추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영수회담이라면 홍 대표의 주장처럼 야당 대표는 ‘들러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도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야당이 보기에도 충분히 ‘생산성 있는 자리’로 만들어 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홍 대표는 지난 7월에도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때의 안보 상황과 지금의 안보 상황은 홍 대표가 보기에도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양자 회동에는 응할 수도 있다는 뜻을 어제 밝혔다. 국민의 비판이 두려운 탓이라면 홍 대표는 정치적 흥정을 멈추고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하는 정공법을 보여 주기 바란다. 청와대도 ‘얻을 것’만 생각해서는 야당을 설득하기 어렵다.
  • [단독] [커버스토리] 美·日·加, 개별 납세…獨, 원천징수

    일반인과 동일… 특별 과세제 없어 獨, 공무원 간주… 국가서 월급 지급 선진국 클럽으로 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35개국이다. 이 가운데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는 몇 개국일까. 정답은 ‘1’이다. 오로지 한국만이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종교인은 일반인과 똑같은 소득세 납세의무자로서 연방세, 주세는 물론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 등을 부담한다. 미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한국인 목회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고발당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독일에선 종교인을 공무원과 유사하게 간주한다. 국가에서 종교인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종교인들은 원천징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한다. 재원은 신도들이 종교단체에 내는 교회세로 충당한다. 독일에서는 종교단체 신도들이 소득세의 약 8~10%를 별도로 납부하는 교회세 제도가 있다. 교회세는 교회 유지비나 사업비·건축비 등 교회와 관련한 여러 비용을 충당하는 재원이 된다. 교회세는 십일조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한 세금이다. 교회세는 신도 수에 따라 종교단체에 배분한다. 원칙적으로 교회세를 내지 않는 사람은 교회에서 제명당할 수 있다. 캐나다에는 종교인에 대한 특별한 과세제도는 없다. 대신 개별 납세자로서 일반인과 동일한 납세 의무를 진다. 종교인은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나 사례 등을 수입금액으로 신고, 소득세를 낸다. 소득이 없더라도 보조금 수령 등을 위해 신고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일본도 종교인에 대한 별도의 과세 규정 없이 개인과세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단에 속한 사원이나 성직자에게 완전한 면세 혜택은 물론이고 병역의무까지 면제해 준 사례가 하나 있기는 했다. 칭기즈칸과 그 후예들이 다스린 몽골제국이다. 몽골은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한 불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 등 모든 종교에 포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국정자문역으로 우대받았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기 이전에 종교를 제국 통치의 하위 동반자로 대우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장애인·성소수자…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연대”

    “장애인·성소수자…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연대”

    온·오프라인 서명 - 관련 토론회 등 계획 “약자와 연대하는 길 택해야” NCCK 성명 “역차별 모순” 보수 개신교계 반대 고수 종교 편향, 장애인 홀대, 여성 비하, 성소수자 박해….우리 사회의 편견과 홀대를 없애고 개선하자는 몸짓들이 분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본격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서명운동 등 연대에 나서는가 하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110개 종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제정연대)는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선포 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대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규정한 인간존엄과 평등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법”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즉각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특히 “평등과 인권, 반차별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한국사회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선언하고 온·오프라인 서명에 돌입하는 한편 공동체 및 지역간담회, 차별금지법안 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열겠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인종·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선진국들은 20~30년 전부터 차별과 증오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무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 권고해 입법이 추진됐으나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인 차별금지법 권고를 받았지만 결국 법 제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종교계에서는 그동안 불교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정 요구가 있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문화 다종교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생활영역에서 일어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의 국회 입법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연대활동도 불교계 시민단체가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정연대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및 종교평화위원회, 대한불교청년회,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등 불교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에 비해 보수 개신교계는 ‘결사 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성경에 명시된 세상의 질서를 왜곡한다는 ‘동성애’ 등을 내세워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역차별의 모순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교단 총회며 연합기관 회의를 통해 ‘차별금지법 결사 저지’를 공론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보적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전격 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NCCK는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제안’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현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한국교회는 지금 즉시 부당하게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광서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소통과 융합이 대세가 된 현대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배타와 불관용의 논리는 그것이 정치든 종교든 억지스럽고 불편하다”며 “정치·종교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유엔 보다 적극적 역할 필요”

    문재인 대통령 “유엔 보다 적극적 역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미국 동부시간)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안보위기 해법과 관련,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관통하는 3대 키워드는 ‘평화’ ‘촛불’ ‘사람’이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가장 부각시킨 것은 ‘평화’로, 전체 연설문에서 32차례나 언급됐다. ‘촛불’과 ‘사람도’ 10차례씩 거론됐다.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도발과 제재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면서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엔 헌장이 말하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해야 한다”면서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한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로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인 만큼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거듭 국제사회의 대화 요구에 응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설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나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리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시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면서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피란민의 아들인 자신을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이라고 표현하면서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촛불혁명’을 거론,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이고 민주적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국정철학을 설명하며 2012년 대선후보 당시 슬로건으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표현한 구호인 ‘사람이 먼저다’가 이번 총회의 주제인 ‘사람을 근본으로’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며 “새국민과 가계의 소득 증가에 경제정책의 중심을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사람중심 경제’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IOC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든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또 하나의 촛불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기조연설 전문 먼저 이 자리를 빌려 9월 19일 멕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우리 국민과 정부를 대표하여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세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해 온 모든 유엔 회원국과 유엔 직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로슬라프 라이착 제72차 총회 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의장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이번 유엔총회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대한민국은 ‘분쟁의 사전예방’과 ‘평화의 지속화’를 추구하는 유엔의 목표를 적극 지지하며, 총장의 재임기간 동안 유엔이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오늘 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유엔의 정신과 우리의 사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입니다. 유엔은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고, 지난 70여년간 인류 앞에 제기되는 도전들에 쉼 없이 맞서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과 기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입니다.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이제 그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앞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정신을 더욱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나는 이를 위해, 여러분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동쪽 끝 한반도와 한반도의 남쪽 나라 대한민국에 주목하기를 희망합니다. 나는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은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도전에 맞서며 인류가 소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마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던 촛불혁명의 풍경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십만, 수백만의 불빛들, 노래와 춤과 그림이 어우러진 거리 곳곳에서 저마다 자유롭게 발언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손잡고 집회장을 찾는 부모들의 환한 표정, 집회가 끝난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청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지, 그 모든 장면들이 바로 민주주의였고, 또 평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광장이었습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 자신도 오직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광장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폭력보다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입니다. 민주적인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들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뜻입니다. 나는 지금 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 힘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대한민국과 유엔은 늘 함께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으로부터 한국전쟁, 전후재건의 과정까지 유엔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1991년에 이르러서야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불과 한세대 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회원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높여왔습니다. 1993년을 시작으로 평화유지활동(PKO)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올해는 유엔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국으로서 분쟁의 근본원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난민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했고, 작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 ‘2000만불 공여국 클럽’에 합류하였습니다. 파리협정의 이행과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여성내각 30%를 달성함으로써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양성평등 실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욱 기여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가 대한민국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여러 해 동안 나의 정치철학을 표현하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을 해치는 경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의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것을 ’사람중심 경제‘라고 부릅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우리가 시작한 이 담대한 노력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개도국들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할 것입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 냉전 구조의 산물이었던 그 전쟁은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64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안정한 정전체제와 동북아의 마지막 냉전 질서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 그곳이 2017년 9월, 오늘의 한반도 대한민국입니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보다 나의 이 같은 신념이 국제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북한 핵실험 후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중단하게 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나는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원칙을 적시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유엔총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북한과 국제사회에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나는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사회의 노력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만큼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합니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합니다.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입니다.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입니다.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나는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와 ’신(新)북방경제비전‘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올림픽은 서기 394년을 마지막으로 1,500년이나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올림픽을 다시 부활시킨 힘은 평화에 대한 갈구였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분쟁의 한복판 발칸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의 감동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5개월 후,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2018년 평창은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입니다. 나는 냉전과 미래,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내년부터 열리게 되는 이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고작 100㎞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우의와 화합의 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평창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유엔이 촛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평화와 동행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그 절박한 호소를 담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합니다. 여러분의 발걸음이 평화의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내년 평창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21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유엔총회 연설…“미국·동맹 방어해야한다면 北완전파괴”

    트럼프, 유엔총회 연설…“미국·동맹 방어해야한다면 北완전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전 세계의 엄청난 인명을 죽게 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임을 이해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가속하는 북한에 대해 임계점을 넘을 경우 군사옵션을 가동, 전면 보복에 나설 것을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사옵션은 아직은 최종 수단으로 남겨두면서 북핵 해법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과 김정은 정권이 화를 자초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동시에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타락한 정권보다 자국민의 안녕에 대해 더 많은 경멸을 보여준 이들은 없다”면서 “북한 정권은 자국민 수백만 명의 아사와 감금, 고문, 살해와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김정은 정권을 ‘인권 침해국’으로 강력히 비난했다. 또 “우리는 그 정권이 무고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학대한 나머지 귀국한 지 며칠 만에 죽는 것을 목격했으며 독재자의 형이 금지된 신경가스로 국제공항에서 암살되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어떤 나라들이 그런 정권과 무역을 한다면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 위협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미사일 도발을 ‘가미카제식 자살행위’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최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거론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해준 데 감사하지만 우리는 (대북압박을) 더 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 경고에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대통령이 2500만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위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에도 강했지만 이날 연설은 동맹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점,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점 등 2가지 측면에서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과거 ‘화염과 분노’ 발언은 단순히 김정은과 그의 정부를 제거하려는 위협으로 해석됐지만 ‘완전 파괴’는 북한 인민에게 그들의 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절멸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신호를 준 것 같다”며 “몹시 중대한 발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우선할 것”이라며 다자협력보다는 자신의 국정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나는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누구에게도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겠다. 강력한 주권 국가들이 그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함께 이란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타결을 주도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는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장한 부패한 독재정권”이라며 “우리는 잔인한 정권이 위험한 미사일을 증강하는 한편 위험한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란 핵 합의)이 결과적으로 핵 프로그램 건설을 위한 보호막을 제공한다면 그 합의를 지킬 수 없다”며 이란과 서방 간의 핵 합의의 파기까지도 불사함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헛방 놓기’ 더이상 없게/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헛방 놓기’ 더이상 없게/이동구 논설위원

    모 대학 교수는 사석에서 종종 “모든 게(모두가) 헛방이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정치든 사회 분야 이야기든 경청하다가도 이치에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쑥 ‘헛방’이란 한마디로 좌중을 한바탕 흔들어 놓는다. 그렇다고 참석자들이 기분 나빠하거나 당황해하지는 않는다. 그 교수의 지적이 결코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은 어떤 여건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그것은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집권 정당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떠벌리고 실행되는 일은 별로 없이 헛방만 놓는 정부와 집권 정당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특히 인사 문제는 다른 정책 공약과 마찬가지로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인사 소외감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역대 정권마다 인사 문제는 국민을 실망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정농단도 문고리 3인방 등 인사 문제에서 싹이 자랐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선거과정이나 취임 초엔 탕평인사, 공정한 인사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지만 막상 인사 뚜껑이 열리고 나면 실망을 안겨 주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헛방’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역대 정권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과정을 답습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이나 취임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드, 보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당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도 인사만큼은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약속들을 믿는 국민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사잡음이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의 낙마를 비롯해 그동안 장·차관급의 고위 공직자 7명이 검증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역대 어느 정권보다 참혹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장과 임원 인사는 새 정부의 도덕성과 정치 철학을 더욱 의심케 할 여지가 크다. 여당은 야당 시절 때부터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절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법률이 정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을 임기 만료 전에 해임했다가 엄청난 야당의 비난에 직면했고, 결국 소송에서 패소한 예도 있었다. 얄궂게도 지금도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공공기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또 ‘헛방’이 된 셈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은 임기를 보장받는다.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해 경영 합리화와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해 줌으로써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런 선의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법은 무시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한 기자회견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노골적으로 법을 무시하고 내 편만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정부와 한치도 다를 바 없는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더구나 최근 잇따르는 감사원 등 사정 당국의 공공기관장 비리 발표는 인위적인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약속들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권이 바뀌거나 시대가 변하면 과거의 인물은 물갈이되는 게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검찰총장이 바뀌면 동기나 선배 기수가 물러나는 것이 관행화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이치에 맞다. 그렇다면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든지,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에 맞추든지, 1년 단위로 축소하든지, 임기를 보장하든지 특단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의 인사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헛방 놓기’(미덥지 아니한 말이나 행동)부터 해야 하는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yidonggu@seoul.co.kr
  • “한·미동맹 철석같다, 걱정 안 해도 돼… 좀더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미동맹 철석같다, 걱정 안 해도 돼… 좀더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미 입장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기지가 필요한 데 대해 공동 이익을 가지지만, 방위비를 놓고 더 분담해라, 충분하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도 서로 유리하게 하겠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이런 차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한·미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한·미 관계를 (이전의) 일방적 관계에서, 우리도 우리 몫을 하는 좀더 대등한 관계로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밤 뉴욕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린 뉴욕·뉴저지 동포 300여명과의 간담회 마무리발언에서 “한·미동맹 걱정도 해 주셨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철석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전적으로 미국에 맡겨 놓고,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는 처지였는데 이젠 우리도 나서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되도록 하면서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동포들의 우려가 크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국제사회 지도자들과 중점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동포 여러분께서도 안심하실 수 있도록 어려운 길이지만,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뉴욕에서 촛불을 들었던 동포들의 노력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미동포의 자주독립을 위한 애국의 결의가 지난겨울 맨해튼과 뉴저지 거리 곳곳에서 촛불집회로 다시 타올랐다”면서 “조국을 잊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도 잊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동포들이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뉴욕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것과 관련, “올림픽이 지난겨울 혹독한 정치적 격변을 겪은 우리에게 치유의 올림픽이 되고 나아가 평화와 통합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뉴욕 지역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동포들이 대거 초청됐다. 문 대통령은 “월가와 정보기술(IT) 산업분야, 유수 발레단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동포들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라면서 “여러분의 성공은 한민족의 자랑이자 740만 동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고 미래에 도전하는 영감과 용기의 원천”이라고 격려했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유럽 “북한 미사일 도발, 국제안보 위협”…안보리 결의 이행, 추가 독자제재 강화

    유럽 “북한 미사일 도발, 국제안보 위협”…안보리 결의 이행, 추가 독자제재 강화

    유럽 각국의 정부와 지도자들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한 지 나흘 만에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강력 비난했다.유럽 각국은 “충격적인 도발”, “국제안보와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또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고, 북한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또 하나의 충격적인 도발”이라면서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고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또 EU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독자적으로 준비중인 추가 대북제재안을 서두를 것이라며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결의에 대한 또 하나의 무모한 위반이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은 이웃국가와 국제 항공 및 선박의 항로를 위협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양 정권이 다시 한 번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새로운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지역 안정과 국제 평화,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행보를 중단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며 “이탈리아는 유럽 및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제 몫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한반도의 추가적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또 다른 도발적 미사일 발사에 깊이 우려한다. 우리는 그러한 도발적 행동 지속을 단호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면서도 “모든 당사국이 새로운 반응과 맞대응을 수반하는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혀, 서방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체코 패싱’, ‘코리아 패싱’/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체코 패싱’, ‘코리아 패싱’/최광숙 논설위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현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보면 2차 대전 직전 유럽의 체코슬로바키아를 떠올리게 한다. 나치가 유럽을 집어삼키기 위한 야심을 처음 드러낸 곳은 체코슬로바키아였다. 히틀러가 독일의 국경 지역인 체코의 수데텐란트 지역을 요구하자 2차 대전 발발을 우려한 영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 정상들은 1938년 뮌헨에서 만나 체코를 나치에 넘기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뮌헨협정으로 체코는 나치에 복속됐다. 당시 협상을 주도한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이제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공언했지만 1년도 안 돼 히틀러는 2차 대전의 포화를 열었다. 서양, 강대국, 남성, 지배층 위주로 기술되는 게 역사다. 뮌헨협정도 마찬가지다. 나치에 체코를 팔아넘긴 열강의 관점에서 이 협정은 ‘평화를 애걸하면 비극을 초래’, ‘위장 평화에 대한 경고’, ‘가짜 평화협정을 믿은 지도자들의 오판’ 등의 교훈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약소국 체코로서는 뮌헨협정은 나라를 빼앗긴 ‘굴욕’, ‘치욕’이다. 당사국 체코를 쏙 빼고 열강들이 야합해 자신의 영토를 강탈했기 때문이다. 체코인들이 뮌헨협정을 ‘뮌헨늑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체코와 군사동맹을 맺은 프랑스마저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렸기에 ‘뮌헨의 배신’으로도 불린다. 2000년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체코 출신이다. 그는 외교관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강대국들이 자기들끼리 결정을 내리고 체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늘 듣고 컸다고 자서전에서 밝혔을 정도로 뮌헨협정은 체코슬로바키아인에게는 뼈아픈 역사다. 뮌헨협정으로 체코슬로바키아는 나중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분열되고, 서구 열강의 배신 트라우마로 소련과 동맹을 맺으면서 결국 공산화되는 비극을 맞았다. 79년 전 ‘체코 패싱’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뮌헨협정 당시와 지금이 다르고, 한국의 위상 역시 체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대국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여전히 작용하고 강대국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더구나 체코가 자국의 안보를 처음에는 프랑스, 나중에는 소련과의 군사동맹에 의존했듯이 우리의 안보 역시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한다. 한·미 동맹의 균열로 미국이 우리를 ‘배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하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같은 미·중 간 빅딜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며 ‘운전자론’을 폈지만 ‘코리아 패싱’의 그림자가 더 크게 보이는 현실이다. 북한 문제를 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작 문 대통령을 건너뛰어 아베 일본 총리와 더 자주 통화하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국들의 긴박함 속에 당사자 한국의 설 자리는 좁아 보인다. 어떤 경우든 우리의 입장을 외면한 채 강대국끼리 북핵 해법을 논의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적어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 엉뚱하게 인도적 지원 같은 엇박자 행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북 지원 발표 다음날 북은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를 국제적 조롱거리로 만들지 않았는가. 이제 한반도 상황은 예측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빗장을 걸어 잠가서도 안 되지만 대북 유화책만으로는 이 극한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히틀러는 뮌헨협정 후 “적들은 별 힘없는 작은 벌레들이나 마찬가지다. 난 뮌헨에서 그런 모습을 봤다”고 했다. 전쟁을 피하려는 적들의 나약함을 간파하고 그는 전쟁을 일으켰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간만 더 키우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든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두려움만 있지 북과 싸워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없다. 나라를 잃고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망명을 해야 했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약소국은 자국을 위해 싸워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bori@seoul.co.kr
  •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지구촌은 매 3초당 1명이 실향민이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쟁, 폭력, 박해로 세계 실향 난민이 6560만 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전해 대비 30만명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의 난민과 실향민이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난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말까지 대한민국에서 난민과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1807명이며 난민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6861명이다. 이는 2015년 말까지 누적된 1463명의 난민 및 인도적 체류자, 5442명의 대기자에서 다시금 증가한 것이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중국인 망명 신청이 5년 새 5배로 늘어난 사실이다. 2015년도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은 모두 5만 7705명으로 5년 전(1만 617명)의 5.4배로 늘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UNHCR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SCMP는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권을 잡은 이후 중국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수천 명 수준으로 증가하다 2014년 한 해 1만 5669명이 늘어났다. SCMP는 “2014년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외국인 순위에서 중국인이 시리아·이집트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미국서 난민 지위획득 외국인, 중국 1위 캐나다 난민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 1738명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91명이 망명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 사유로는 중국 당국의 종교탄압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호주 이민부도 지난해 중국 국적자 146명에게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보호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8월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정당 활동가 민주당의 간부인 람쯔킨(林子建)은 중국 국가 안전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납치된 후 폭력과 고문을 당해 홍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공공방송 RTHK,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람쯔킨은 “그들은 나에게 ‘기독교인이냐’고 묻더니 ‘국가와 종교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면서 십자가 모양으로 스테이플러를 찍었다”면서 기자 회견장에서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끔직한 스테이플러 자국을 공개했다. 그는 “고문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가 11일 새벽 깨어나 보니 교외 해안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감금한 사람이 4~5명으로 현지 광둥어가 아니라 표준어(푸퉁화·普通話)로 얘기했다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람쯔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허용한 ‘1국 2체제’에 반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유심히 주목되는 부분이 “기독교인이냐?”를 따졌다는 점에서 종교박해 의도를 지울 수 없어 보인다. 윌리엄 니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중국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의 SNS 검열과 언론통제 강화, 인권 변호사와 반체제 인사 단속과 같은 움직임이 더욱 심해졌다”며 “인권 보호와 법치 강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부 방침에 중국 출신 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SCMP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체제 전복 등의 혐의로 인권 변호사 248명을 한꺼번에 연행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영적 투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12년 중국의 새 지도부 확립 이후 종교별 박해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의 종교적 부흥과 억압, 저항’이란 부제를 단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개신교에 대한 탄압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신장 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의 회족 무슬림(이슬람교도)과 비슷한 추세로 악화됐다면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종교탄압에서 보다 강화됐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이 강화되면서 특히 개신교에 대한 탄압의 수위가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초부터 기독교 교세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지방정부부터 종교적 박해 수위를 높여온 것이다. 저장성의 경우 2000여 곳의 교회당 십자가를 철거한 상태이다. 개신교 신자의 소송을 담당한 인권 변호사들의 활동이 제한되는가 하면 성탄절을 비롯한 교계 연례행사들도 금지됐다. 2016년 봄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서 “종교를 통한 외세의 침투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현 중국의 종교탄압 배경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중국 정부는 파룬궁(法輪功)을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사이비 종교로 지정하고 불법적인 사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부에 파룬궁 수련자가 증가되면서 파룬궁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우려에 대한 배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수만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노동 수용소나 감옥에 감금됐으며, 많은 수련자가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룬궁은 중국의 종교 탄압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 내 이슬람교 역시 탄압을 받고 있다. 중국 서북 지방에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그 대상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이슬람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구르족과 중국 당국과의 충돌이 그동안 세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티베트 불교도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미 오래전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의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독립을 추진 할까 봐 노심초사 긴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 막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종교 지도자들을 감금하고 그 자리에 대신 공산당 당원을 앉히는 등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 난민신청 증가는 ‘종교 탄압’ 원인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처럼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등 11개 나라를 종교 자유와 관련한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목한바 있다. 최근 중국의 전능하신 하나님교회(전능신교, 全能神?會) 신도들의 국내 난민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1992년 이후 중국당국의 전능신교 종교 탄압으로 핍박을 피해 국내로 망명해 오고 있다. 본격적인 탄압이 이뤄진 2014년 이후 2년 동안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인원이 3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전능신교 난민 신청자에게 아직도 난민으로 인증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내 난민과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3일 ‘국경 없는 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윌리 포트레(Willy Fautre) 대표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했다. 국경 없는 인권(HRWF)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국제비영리단체로 민주주의 옹호, 법치주의, 사회 정의, 인권, 종교 신앙 자유를 내세우는 세계적인 인권 단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원의 불합리한 난민 지위 인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중국에서 종교적 탄압과 박해로 난민 지위 요청이 거절당한 난민들에 대해 난민 지위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행정심판마저 기각돼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경 없는 인권, 한국정부에 긴급공개서한 보내기도 이어서 이번 8월 3일에는 한국 정부에 긴급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7월 27일까지 강제 출국 명령을 내린 중국 난민 26명에 대해 출국 명령을 긴급히 폐지할 것과 이들에게 정치적인 망명 허락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다. 국경 없는 인권은 현재 전 세계 20 여개국에 진출한 전능신교와 함께 중국 내에서의 박해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국제 사회와 단체에 국제법에 근거한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난민들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전능신교의 포교 등 종교 실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종을 강요받고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인들을 체포하여 고문 등의 물리적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인들은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탄압은 전 교인에게 광범위하게 행하여지고 있으며 교인들은 체포를 피해 중국 각지로 피신을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도 탄압과 체포가 전개되어 더 이상 피신할 곳이 없자, 한국에는 난민 제도가 인정되고, 난민법도 공포된 것이 전해져 종교적 박해에 의한 난민신청으로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토록 기대했던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난민이 인정되고 있고 난민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법무부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와 중국의 집중적 난민유입문제를 고려하여 위축되고 경직된 입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관련 법조인들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경우 교인들 개개인에 대한 난민인정 여부를 숙고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법원판례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법원의 경우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으로서 중국에서 체포, 구금 등 박해 증거의 충족요건의 부족한 점과 또 여권을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사유를 들어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의 하나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여권법 등을 고려했을 때 여권 발급받은 사실을 난민 인정 제외 사유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역시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사유는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과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불균형적인 요소들로 보인다. 그동안 파룬궁 수련생은 한국법무부의 불인정처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그 이후 상당수의 파룬궁 수련생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전능신교 신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상당수가 난민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동안 난민 신도들의 진술에 따르면 교인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법적 평가를 받지 못하여 중국으로 송환된다면 곧바로 체포되어 또다시 개종을 강요당하고, 핍박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종교는 보편적 기본권, 박해 안 돼 현실적으로 종교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통치와 관련하여 정치체제가 지니는 기본 속성과 성격에 의해 다양한 시각 차이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자로 자신의 출신국 밖에 있으며, 박해의 공포로 인하여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거나, 또는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한다. 유엔난민기구는 출신국 밖에 있으면서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생명의 위협, 일반화된 폭력으로 인한 자유와 신체적 위협 혹은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들의 이유로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이들도 보호 대상자로 삼고 있다. 인권은 사람이 사람이기에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종·국적·성별·종교·정치적 견해·신분이나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 워치’(Human right Watch)의 소피아 리처드슨(Sophia Richardson)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모든 종교 활동을 제한하고 탄압하고 있지만, 중국 내 종교 활동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종교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의 인권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 국가가 마음대로 부여하고 또는 빼앗는 그런 권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Richardson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약과 또 중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었다. 유엔이 인도적 위기 해결에 힘쓰는 활동가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선포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인도주의란 절망에 빠진 일면식도 없는 이웃을 위해 그들이 다시 인간다운 복리를 누릴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돕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전 세계 국가 및 시민들에게 인도적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날이다. 지금도 재난과 전쟁, 종교적 박해에 시달리는 지구촌 이웃들을 기억하며 정부와 시민들이 난민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권 외면과 정치적인 회피로 인한 인도주의의 위기를 뛰어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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