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지도자들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전국동시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법적 대응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공화당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김정 여사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99
  • 기후위기 현실로… 깨달았다, 시민들만

    기후위기 현실로… 깨달았다, 시민들만

    2030년까지 탄소배출 45%로 줄여야세계 곳곳 기후파업에도 정치권 아랑곳2019년 태풍, 산불, 홍수 등 재앙 이어져유엔 기후 총회는 소득없이 빈껍데기 폐막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는 수십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상상 속 먼 개념이었다. 2019년은 기후변화가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걸 세계 대중이 깨달은 해였지만, 각국 정치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무시무시한 계산과 예상이 많이 나왔다. 3월 세계은행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까지 전세계에 이재민 1억 4300만명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10월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까지 줄이지 않으면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10년 동안 평균 1초에 1명 꼴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위기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이런 변화와 경고는 대중의 상상 속에 있던 기후변화를 현실로 불러냈다.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급진적 기후 운동인 ‘멸종 저항’이 일어난 것도, 당시 15세였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한 것도 지난해였다. 그러나, 2019년이 밝았을 때 달라진 건 없었다. 기대와 반대되는 소식만 빗발쳤다. 모잠비크엔 3월과 4월 사상 처음으로 한 계절에 두 번의 싸이클론을 겪어 수십억 달러 규모 피해를 봤다. 8월 브라질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은 세계 최대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기록적인 탄소를 배출했다. 9월 바하마도 사상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도리안’에 강타를 당했다. 10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다. 호주는 지금도 불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은 올해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나 기온, 강수량, 폭설 등 기록 1만 2000개가 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은 188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2019년 기후변화는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에서 수천 건의 기후 파업에 수백만명이 참여했다. 수만 건의 관련 시위가 일어났으며 지난 9월 마지막 두 주 금요일에 150여개국에서 참여한 기후파업엔 총 600만명이 참가했다. 툰베리는 지난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당신들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쳤다”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망치는 길을 선택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기후 행동을) 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를 쏟아냈다.하지만 시대정신도 세계 지도자들을 움직이진 못했다.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5차 유엔기후총회(COP25)는 탄소배출권 거래 등 핵심 쟁점과 관련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폐막일을 이틀 넘겨 가며 역대 최장 회의 시간을 기록했지만 ‘긴급행동이 필요하다’는 빈껍데기 합의문만을 남긴 채 15일 폐막했다. 2019년 새로운 ‘공포 시계’가 추가됐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줄이기 위해서는 2020년 말까지 각국 정책 입안자들이 합의를 끝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년 남았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트럼프 비판 복음파 잡지 편집자 잇따라 물러나 든든한 ‘뒷배’ 균열?

    트럼프 비판 복음파 잡지 편집자 잇따라 물러나 든든한 ‘뒷배’ 균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로 여겨지는 복음주의 교단을 대표하는 잡지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천 포스트’의 냅 나스워스 정치부문 편집자가 회사를 떠난 데는 교단 지도자들의 일치된 트럼프 지지가 작용했다고 영국 BBC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나스워스는 23일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어려운 결정에 내몰렸다”며 “발행인이 스스로를 팀 트럼프의 일원으로 만드는 논조를 채택했다. 이런 논조로는 잡지 편집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퇴사의 변을 밝혔다. 정치 부문 에디터로 10년 가까운 경력의 그는 트위터 해시태그로 #트럼프는 안돼(Never Trump)를 사용했다.BBC가 게티 이미지스 사진을 쓴 것이 눈길을 끈다. 여러 종파 지도자들로부터 성탄 축원을 받는 장면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으로 기용한 것이 복음주의 신도들의 표를 그러모으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말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또하나의 복음주의 대표 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의 마크 갈리 편집장은 사설 가운데 “대통령은 정적 중 한 명을 괴롭히고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국 지도자를 강압하는 데 정치적 권력을 사용하려 시도했다”며 “이는 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심각하게 부도덕하다는 것”이라고 밝히며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퇴직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진 갈리는 대놓고 트럼프가 대통령의 품위 기준을 떨어뜨리고 여성들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시인했다고 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잘못된 표현과 거짓, 비방의 연속이라며 도덕적으로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의 완벽한 예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많은 복음주의자에게 ‘당신이 누구이고 누구를 섬기는지 기억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저명한 복음주의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56년 발간한 잡지로, 이 매체에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집권당인 공화당의 근간이자 스스로 ‘미국의 주인’임을 자부하는 세력으로, 미국의 개척과 번영을 이룬 ‘미국 정신’의 원류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지난 3월 조사 때 78%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무역 장벽 강화, 동성애와 낙태 반대, 반 이슬람 행보를 보인 것은 이들을 의식한 행동이란 해석을 낳았다. 그런데 나스워스와 갈리의 트럼프 탄핵 주장은 트럼프의 뒷배에도 상당한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를 가져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복음파들이 당장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신도 가운데 3분의 2는 공화, 3분의 1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민주당 역시 낙태권 때문에 분열돼 있어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비난 여론에도 ‘손’ 감싼 모리뉴… 보호일까 불의일까

    비난 여론에도 ‘손’ 감싼 모리뉴… 보호일까 불의일까

    “손흥민 퇴장감 아니다… 뤼디거 경고감” 단순한 두둔 넘어 상대 맹비난해 눈길매든, 4년 전 강정호 태클한 코글란 옹호 팀 내분 막기 위해 외부적으로 편들어승리 지상주의로 페어플레이 훼손 우려손흥민이 지난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와의 경기에서 안토니오 뤼디거의 가슴을 발로 가격한 반칙에 대해 국내외 팬과 전문가 대다수가 비판을 쏟아냈지만 유일하게 손흥민을 적극 두둔한 사람이 있었다. 토트넘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었다. 그는 단순히 손흥민을 두둔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인 뤼디거를 마치 파렴치하다는 듯 맹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모리뉴는 “손흥민의 행동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한 뒤“오히려 뤼디거가 경고를 받아야 했다. 그는 갈비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뤼디거의 ‘할리우드 액션’을 비꼬았다. 이런 발언은 뤼디거의 할리우드 액션과는 별개로 손흥민의 플레이가 분명 비신사적인 반칙에 해당한다는 다수 여론과는 동떨어진 반응이었다. 그런데 선수의 위험한 플레이를 옹호하는 감독의 모습은 모리뉴뿐만이 아니다. 2015년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내야수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2루로 돌진하는 크리스 코글란의 비신사적인 슬라이딩으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누가 봐도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고의로 강정호의 다리를 노린 ‘살인 태클’이었다. 그러나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심각한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강정호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미안함이나 유감 표명도 없이 “코글란의 플레이는 지난 100년간 야구에서 해 왔던 플레이다. 아무 문제 없다”고 대놓고 옹호해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이 과격한 플레이를 범한 선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최후의 옹호자’로 나서는 이유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작게 보면 선수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고, 크게 보면 리더로서 해당 선수와 팀의 사기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모습일 수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감독들의 선수 변호는 일반 사회의 리더들에 비해서는 유별난 측면이 있다. 단순히 수세적으로 두둔하는 것을 넘어 공격적으로 옹호하거나 되레 상대방을 비난하기까지 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은 24일 몇몇 전·현직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한 듯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내부적으로 주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자기팀 선수를 비판하면 곤란한 입장에 처한다”며 “모리뉴 감독의 역성이 정의롭진 않지만 감독이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하면 팀이 파탄 난다. 내분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어 외부적으로는 선수를 편드는 지도자들이 많다”고 했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도 “본인들끼리는 혼낼 수 있어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에서 감독까지 선수를 비난하면 선수들이 안 따른다”며 “잘못된 플레이를 했어도 감독이 ‘나쁜 플레이다. 선수 자격이 없다’고 대외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론과 동떨어져 자신의 팀과 선수만을 위하는 감독들의 반응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 나아가 사회 전반의 정의로움에 대한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인사는 “선수의 잘못된 행동을 감독이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길게 보면 그 선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예수님 사랑·겸손에 사회문제 해답 있어”

    “예수님 사랑·겸손에 사회문제 해답 있어”

    25일 성탄절을 맞아 기독교계가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히 천주교와 개신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복하면서 온 세상의 평화와 나라의 안정을 염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더럽고 냄새나는 마구간 안에서 가축이나 동물에게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인 구유에 아기 예수님께서 누워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대화와 공존의 노력보다는 내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주님께서 알려주신 이 사랑에 세상의 불안과 불신, 불목과 다툼을 해결할 모든 해답이 있다”며 신앙 공동체에는 “솔선수범해서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도 사랑을 나누고 증거하자”고 전하고,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사회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인내심 있고 끈기 있는 대화를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25일 정오 명동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를 집전한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오셔서 정의와 평화의 새 세상을 여신 예수님을 우리 모두 기쁨과 설렘으로 온전히 마음에 모시자”고 전했다. 이홍정 총무는 “성탄의 계절에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생명의 성령께서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당하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때인 희년의 산 소망을 가득 부어 주시기를 기원한다”며 “이 땅의 모든 성도들이 주님의 약속의 말씀의 성취를 이 땅 가운데 이루어 나가는 하나님의 자녀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축복한다”고 전했다.한국교회연합(한교연) 권태진 대표회장도 “지금이야말로 성탄의 정신이 너무나 필요한 때”라며 “온 인류가 이번 성탄에 평화와 화해를 통해 서로 사랑으로 질서를 잡아 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특히 “우리 한국사회와 교회는 빛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겸손한 그리스도의 정신이 이 땅에 이뤄지는 성탄이 되길 소원한다”고 희망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손 퇴장에도 옹호한 모리뉴… 감독들의 딜레마

    손 퇴장에도 옹호한 모리뉴… 감독들의 딜레마

    전문가들 “감독 공개적인 선수 비난 어려워”손흥민이 지난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와의 경기에서 안토니오 뤼디거의 가슴을 발로 가격한 반칙에 대해 국내외 팬과 전문가 대다수가 비판을 쏟아냈지만 유일하게 손흥민을 적극 두둔한 사람이 있었다. 토트넘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었다. 그는 단순히 손흥민을 두둔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인 뤼디거를 마치 파렴치하다는 듯 맹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모리뉴는 “손흥민의 행동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한 뒤“오히려 뤼디거가 경고를 받아야 했다. 그는 갈비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뤼디거의 ‘할리우드 액션’을 비꼬았다. 이런 발언은 뤼디거의 할리우드 액션과는 별개로 손흥민의 플레이가 분명 비신사적인 반칙에 해당한다는 다수 여론과는 동떨어진 반응이었다. 그런데 선수의 위험한 플레이를 옹호하는 감독의 모습은 모리뉴뿐만이 아니다. 2015년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내야수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2루로 돌진하는 크리스 코글란의 비신사적인 슬라이딩으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누가 봐도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고의로 강정호의 다리를 노린 ‘살인 태클’이었다. 그러나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심각한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강정호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미안함이나 유감 표명도 없이 “코글란의 플레이는 지난 100년간 야구에서 해 왔던 플레이다. 아무 문제 없다”고 대놓고 옹호해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이 과격한 플레이를 범한 선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최후의 옹호자’로 나서는 이유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작게 보면 선수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고, 크게 보면 리더로서 해당 선수와 팀의 사기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모습일 수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감독들의 선수 변호는 일반 사회의 리더들에 비해서는 유별난 측면이 있다. 단순히 수세적으로 두둔하는 것을 넘어 공격적으로 옹호하거나 되레 상대방을 비난하기까지 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은 24일 몇몇 전·현직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한 듯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내부적으로 주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자기팀 선수를 비판하면 곤란한 입장에 처한다”며 “모리뉴 감독의 역성이 정의롭진 않지만 감독이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하면 팀이 파탄 난다. 내분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어 외부적으로는 선수를 편드는 지도자들이 많다”고 했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도 “본인들끼리는 혼낼 수 있어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에서 감독까지 선수를 비난하면 선수들이 안 따른다”며 “잘못된 플레이를 했어도 감독이 ‘나쁜 플레이다. 선수 자격이 없다’고 대외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론과 동떨어져 자신의 팀과 선수만을 위하는 감독들의 반응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 나아가 사회 전반의 정의로움에 대한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인사는 “선수의 잘못된 행동을 감독이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길게 보면 그 선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조선의 독립, 자유를 완성하기 위하여, 조선 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후 성공이 있을 때까지 왜적과 계속 투쟁하라! ” 만주를 호령하던 조선혁명군 사령관 양세봉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거둬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았지만 양세봉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양세봉은 1896년 7월 15일 평북 철산군 세리면 연산동에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마을 서당 문지기로 일하며 귀동냥으로 천자문과 논어, 명심보감 등을 익힌 것이 배움의 전부였다. 훈장의 안중근 의사 이야기는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양세봉은 죽음을 앞둔 안 의사가 남긴 “슬퍼하지 마라. 대장부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데 무엇이 슬프단 말이냐”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1912년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양세봉은 겨우 16세에 가장이 됐고 임재순과 결혼했다. 일제의 핍박이 심해지자 양세봉은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향했다. 흥경현(현 신빈현) 영릉가를 거쳐 한인 집단 거주지인 홍묘자 사도구에 정착했다. 1919년 4월 홍묘자에 있던 홍동학교 교장 이세일은 3·1운동 지지 시위를 주도했는데 양세봉도 동참했다. 이후 양세봉은 천마산대에 가입해 본격적인 독립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1920년 12월 최시흥이 청장년 500여명으로 조직한 천마산대는 경찰서, 면사무소를 습격하고 밀정과 일경을 처단하는 활동을 하던 항일 유격대였다.●“중국인, 관운장보다 유능한 장군으로 흠모” 천마산대는 일제의 공격을 받자 만주 유하현으로 가 광복군총영에 합류했다. 양세봉은 군기 검사관이 됐다. 그 뒤 만주 지역 독립운동단체들은 대한통의부로 통합, 무력 부대를 설치했는데 오동진이 사령장이었고 양세봉도 두령이라는 작은 자리를 맡았다. 1923년 5월 양세봉은 평북 창성을 습격하고 일본군 10여명을 사살하는 등 전투에 참여했다. 그 후 새로 출범한 참의부 소대장이 돼 압록강을 건너가 유격 투쟁을 이어 갔다. 평북 초산과 강계에서 일경 수명을 사살했고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경비선을 타고 압록강을 지나갈 때 저격을 지휘해 일제가 간담을 쓸어내리게 했다. 1924년부터 남만주에는 정의부가, 북만주에는 신민부가 설립돼 참의부와 함께 3부 체제가 됐다. 양세봉은 참의부 중대장으로 승진한 뒤 정의부로 옮겨 갔다. 3부는 1929년 4월 민족유일당 운동으로 우여곡절 끝에 국민부로 통합됐다. 흥경현 왕청문에 자리잡은 국민부는 조선혁명군을 창설했다. 국민부는 선민부 토벌에 나섰다. 조선민회라고도 불렸던 선민부는 한인 변절자들이 이끌고 있었다. 일제의 조종을 받아 독립군을 색출하고 가족을 살해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양세봉은 부사령을 맡아 선민부 지휘부와 지부를 습격해 우두머리와 일당을 모조리 죽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31년 9·18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이듬해 1월 조선혁명당과 군 간부 10여명이 회의 도중 습격을 받아 체포되고 이후 두 달 동안 간부 83명이 붙잡혀 혁명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지역 부대장들의 추천으로 양세봉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세봉 장군은 부대를 재정비하고 속성군관학교를 세우는 한편 조직적인 항일 투쟁에 나섰다. 또한 왕동헌, 이춘윤, 양희부 등 중국 지도자들과 협력해 ‘요령농민자위단’을 결성했다. 당취오가 총사령인 ‘요령민중자위군’과도 힘을 합쳐 자위군의 특무대 사령으로서 대일 연합작전을 벌였다. 괴뢰정부인 만주국 군대가 흥경현을 점령하자 연합부대는 20여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 탈환했다. 일본군은 400여명의 사상자와 500명 가까운 실종자를 냈다. ‘제1차 흥경혈전’이다. 그 중심에 양세봉 장군이 있었다. 다음달 일본군은 비행기까지 동원해 흥경으로 돌진해 왔다. 2차 혈전에서도 연합부대는 악전고투 끝에 일본군을 물리쳤다. 연합부대는 1932년 8월 청원현을, 다음달에는 석탄 탄광이 있는 무순을 공격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연합부대가 지나갔던 평정산 마을 주민 3000여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32년까지 한중 연합부대는 일만 연합군과 200여 차례 전투를 벌였고 장군은 그때마다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다. 한편으로 멀리 경상도까지 소부대를 보내 경찰서 등을 파괴하고 악질 경찰을 살해했다. 1932~1933년 압록강 주변에서만 26차례 파괴 공작을 벌였고 일본 군경 243명을 사살했다. 1933년 5월 서원준을 황해도에 밀파해 사리원 경찰서 등을 습격한 것은 신문이 호외로 다룰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럴수록 일제의 추격은 집요해졌다. 조선인 변절자를 이용해 혁명군을 체포하고 가족과 친구까지 살해했다. 혁명군 수백명을 처형해 머리를 매달았다. 장군의 체포에도 혈안이 돼 현상금을 걸었다. 1934년 3월 장군은 중국 동북인민혁명군 사령관 양정우와 연합했다. 장군은 공산주의에 적대적이었지만 항일을 위해 신념도 버렸다. 조선혁명군과 인민혁명군은 진주령 일본군 기차 습격, 노구대 격전, 쾌대무자 전투 등 연합작전에서 연전연승, 일본군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그해 9월 18일 일제의 지시를 받던 박창해는 장군과 면식이 있던 압동양을 보내 “저희 부대가 양 사령관께 오려고 합니다. 함께 가서 무기를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유인했다. 장군은 경호대원만 데리고 따라나섰고 일행이 소황구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서 압동양이 옥수수밭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매복하고 있던 일군들이 기습 사격을 가했고 장군은 가슴에 총탄 두 발을 맞았다. 장군은 “조선독립혁명을 완성하고 가지 못하는 나는… 민족의 죄인입니다”라고 자책하며 20일 오후 1시쯤 숨을 거뒀다. 15년 동안 풍찬노숙하며 일제와 싸웠던 영웅은 이렇게 희생됐다. 한인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며 슬퍼했다. 장군의 나이 38세였다.한인들은 시신을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평장(平葬)했다. 같은 달 26일 양세봉의 죽음을 알고 향수하자촌에 일군이 몰려와 한인 70여명을 모아 놓고 시신을 내놓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둔장(屯長)이 묘의 위치를 말하자 일군은 시신을 파내 놓고 마을 노인 김도선에게 작두로 머리를 자르라고 했다. 김 노인은 “나는 조선 사람이다. 조선 사람이 어찌 자기 사령관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단 말이냐”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그 자리에서 김 노인의 머리를 베고 장군의 머리를 가져갔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 없는 장군의 시신을 다시 고구려산성 아래에 묻었다. 장군은 전투에선 호랑이 같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계급을 불문하고 대원들을 평등하게 대했고 거친 밥을 똑같이 나눠 먹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발을 씻겨 주기도 했다. 배움이 부족한 ‘소작농 장군’이었지만 인격으로 감동시켰다. 장군의 비서였던 박윤걸(중국에서 작고)씨는 “중국인 이춘윤은 관운장보다 더 유능한 장군이라며 흠모했다”고 말했다.●김일성 아버지와 의형제… 가족들 평양에 정착 광복 후 북한은 장군의 가족을 평양으로 데려가 정착시켰다. 장군은 김일성의 아버지와 의형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1961년 후손들이 유골을 북한으로 이장했고 장군은 애국열사릉에 옮겨져 묻혔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도 이회영 선생 묘소의 바로 왼쪽에 장군의 가묘가 있다. 남북 양쪽 국립묘지에 묘소가 있는 독립투사는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 정부는 1962년 장군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조선의 독립, 자유를 완성하기 위하여, 조선 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후 성공이 있을 때까지 왜적과 계속 투쟁하라! ” 만주를 호령하던 조선혁명군 사령관 양세봉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거둬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았지만 양세봉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양세봉은 1896년 7월 15일 평북 철산군 세리면 연산동에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마을 서당 문지기로 일하며 귀동냥으로 천자문과 논어, 명심보감 등을 익힌 것이 배움의 전부였다. 훈장의 안중근 의사 이야기는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양세봉은 죽음을 앞둔 안 의사가 남긴 “슬퍼하지 마라. 대장부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데 무엇이 슬프단 말이냐”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1912년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양세봉은 겨우 16세에 가장이 됐고 임재순과 결혼했다. 일제의 핍박이 심해지자 양세봉은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향했다. 흥경현(현 신빈현) 영릉가를 거쳐 한인 집단 거주지인 홍묘자 사도구에 정착했다. 1919년 4월 홍묘자에 있던 홍동학교 교장 이세일은 3·1운동 지지 시위를 주도했는데 양세봉도 동참했다. 이후 양세봉은 천마산대에 가입해 본격적인 독립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1920년 12월 최시흥이 청장년 500여명으로 조직한 천마산대는 경찰서, 면사무소를 습격하고 밀정과 일경을 처단하는 활동을 하던 항일 유격대였다.●“중국인, 관운장보다 유능한 장군으로 흠모” 천마산대는 일제의 공격을 받자 만주 유하현으로 가 광복군총영에 합류했다. 양세봉은 군기 검사관이 됐다. 그 뒤 만주 지역 독립운동단체들은 대한통의부로 통합, 무력 부대를 설치했는데 오동진이 사령장이었고 양세봉도 두령이라는 작은 자리를 맡았다. 1923년 5월 양세봉은 평북 창성을 습격하고 일본군 10여명을 사살하는 등 전투에 참여했다. 그 후 새로 출범한 참의부 소대장이 돼 압록강을 건너가 유격 투쟁을 이어 갔다. 평북 초산과 강계에서 일경 수명을 사살했고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경비선을 타고 압록강을 지나갈 때 저격을 지휘해 일제가 간담을 쓸어내리게 했다. 1924년부터 남만주에는 정의부가, 북만주에는 신민부가 설립돼 참의부와 함께 3부 체제가 됐다. 양세봉은 참의부 중대장으로 승진한 뒤 정의부로 옮겨 갔다. 3부는 1929년 4월 민족유일당 운동으로 우여곡절 끝에 국민부로 통합됐다. 흥경현 왕청문에 자리잡은 국민부는 조선혁명군을 창설했다. 국민부는 선민부 토벌에 나섰다. 조선민회라고도 불렸던 선민부는 한인 변절자들이 이끌고 있었다. 일제의 조종을 받아 독립군을 색출하고 가족을 살해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양세봉은 부사령을 맡아 선민부 지휘부와 지부를 습격해 우두머리와 일당을 모조리 죽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31년 9·18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이듬해 1월 조선혁명당과 군 간부 10여명이 회의 도중 습격을 받아 체포되고 이후 두 달 동안 간부 83명이 붙잡혀 혁명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지역 부대장들의 추천으로 양세봉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세봉 장군은 부대를 재정비하고 속성군관학교를 세우는 한편 조직적인 항일 투쟁에 나섰다. 또한 왕동헌, 이춘윤, 양희부 등 중국 지도자들과 협력해 ‘요령농민자위단’을 결성했다. 당취오가 총사령인 ‘요령민중자위군’과도 힘을 합쳐 자위군의 특무대 사령으로서 대일 연합작전을 벌였다. 괴뢰정부인 만주국 군대가 흥경현을 점령하자 연합부대는 20여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 탈환했다. 일본군은 400여명의 사상자와 500명 가까운 실종자를 냈다. ‘제1차 흥경혈전’이다. 그 중심에 양세봉 장군이 있었다. 다음달 일본군은 비행기까지 동원해 흥경으로 돌진해 왔다. 2차 혈전에서도 연합부대는 악전고투 끝에 일본군을 물리쳤다. 연합부대는 1932년 8월 청원현을, 다음달에는 석탄 탄광이 있는 무순을 공격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연합부대가 지나갔던 평정산 마을 주민 3000여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32년까지 한중 연합부대는 일만 연합군과 200여 차례 전투를 벌였고 장군은 그때마다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다. 한편으로 멀리 경상도까지 소부대를 보내 경찰서 등을 파괴하고 악질 경찰을 살해했다. 1932~1933년 압록강 주변에서만 26차례 파괴 공작을 벌였고 일본 군경 243명을 사살했다. 1933년 5월 서원준을 황해도에 밀파해 사리원 경찰서 등을 습격한 것은 신문이 호외로 다룰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럴수록 일제의 추격은 집요해졌다. 조선인 변절자를 이용해 혁명군을 체포하고 가족과 친구까지 살해했다. 혁명군 수백명을 처형해 머리를 매달았다. 장군의 체포에도 혈안이 돼 현상금을 걸었다. 1934년 3월 장군은 중국 동북인민혁명군 사령관 양정우와 연합했다. 장군은 공산주의에 적대적이었지만 항일을 위해 신념도 버렸다. 조선혁명군과 인민혁명군은 진주령 일본군 기차 습격, 노구대 격전, 쾌대무자 전투 등 연합작전에서 연전연승, 일본군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그해 9월 18일 일제의 지시를 받던 박창해는 장군과 면식이 있던 압동양을 보내 “저희 부대가 양 사령관께 오려고 합니다. 함께 가서 무기를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유인했다. 장군은 경호대원만 데리고 따라나섰고 일행이 소황구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서 압동양이 옥수수밭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매복하고 있던 일군들이 기습 사격을 가했고 장군은 가슴에 총탄 두 발을 맞았다. 장군은 “조선독립혁명을 완성하고 가지 못하는 나는… 민족의 죄인입니다”라고 자책하며 20일 오후 1시쯤 숨을 거뒀다. 15년 동안 풍찬노숙하며 일제와 싸웠던 영웅은 이렇게 희생됐다. 한인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며 슬퍼했다. 장군의 나이 38세였다. 한인들은 시신을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평장(平葬)했다. 같은 달 26일 양세봉의 죽음을 알고 향수하자촌에 일군이 몰려와 한인 70여명을 모아 놓고 시신을 내놓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둔장(屯長)이 묘의 위치를 말하자 일군은 시신을 파내 놓고 마을 노인 김도선에게 작두로 머리를 자르라고 했다. 김 노인은 “나는 조선 사람이다. 조선 사람이 어찌 자기 사령관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단 말이냐”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그 자리에서 김 노인의 머리를 베고 장군의 머리를 가져갔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 없는 장군의 시신을 다시 고구려산성 아래에 묻었다. 장군은 전투에선 호랑이 같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계급을 불문하고 대원들을 평등하게 대했고 거친 밥을 똑같이 나눠 먹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발을 씻겨 주기도 했다. 배움이 부족한 ‘소작농 장군’이었지만 인격으로 감동시켰다. 장군의 비서였던 박윤걸(중국에서 작고)씨는 “중국인 이춘윤은 관운장보다 더 유능한 장군이라며 흠모했다”고 말했다. ●김일성 아버지와 의형제… 가족들 평양에 정착 광복 후 북한은 장군의 가족을 평양으로 데려가 정착시켰다. 장군은 김일성의 아버지와 의형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1961년 후손들이 유골을 북한으로 이장했고 장군은 애국열사릉에 옮겨져 묻혔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도 이회영 선생 묘소의 바로 왼쪽에 장군의 가묘가 있다. 남북 양쪽 국립묘지에 묘소가 있는 독립투사는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 정부는 1962년 장군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In&Out] 비장애인과 함께 가는 장애인체육 정책을/이석산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장

    [In&Out] 비장애인과 함께 가는 장애인체육 정책을/이석산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장

    많은 사람이 장애인에게 운동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일수록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운동은 필수다. 장애인 정책에 있어 의료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기 쉽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의료 서비스와 운동을 병행하며, 운동은 장애인들의 사회 복귀에 촉진제로 작용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반다비 장애인체육센터’를 해마다 지역사회에 30개씩 건립하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시행에 들어갔다. 장애인들의 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시설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과 함께 가는 장애인체육’이 더 중요하다. 장애인 전용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을 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의 경우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이용 비율이 5대5로 잘 융화돼 있다.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스포츠센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다. 반대로 생각하면 비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을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의 체육시설을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문턱도 높을뿐더러 자격을 갖춘 지도자나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꼭 반다비 체육센터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향후 체육 공간을 만들 땐 장애인도 포함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배리어 프리’ 체육시설, 장애인 스포츠지도사 양성,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장애인스포츠 교육 병행 등 장애인들이 일반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장애인체육에 대한 지속성과 전문성 역시 필요하다. 5년간 150개가 만들어질 장애인체육시설이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에 기여했다고 자리가 주어지는 등 감투용으로 변질돼서는 곤란하다. 매년 임시로 보직을 맡기기보다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오랫동안 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장애인체육이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다. 장애인체육 지도자들이 자격증만 따고 의무 보수교육이 없는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 물리치료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경우는 의무 보수교육을 받지 않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그러나 장애인체육 지도사의 경우 권고 사항에 그친다. 현장에서는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만 보고 채용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장애 유형별 특성에 대한 이해, 인권 교육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현장에 지도자들이 아무리 많이 배치돼도 발전 없이 끝난다. 안정적인 임금 지원도 필요하다. 많은 현장 지도자가 10년 넘게 일하고도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현장을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제대로 된 임금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매번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져 다시 시작해야 하는 톱니바퀴 순환을 바꿀 수 있다.
  • 홍준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험지 압박·공천 배제 경고에 격앙

    홍준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험지 압박·공천 배제 경고에 격앙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한국당 총선기획단의 ‘대표급 지도자’의 험지 출마 압박과 공천 배제 경고에 20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은 이때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당 대표급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지역’ 출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당이 권고하는 전략적 지역이 아니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24년 이 당에서 정치하면서 당 공천에 단 한 번도 목을 맨 적이 없었다”며 한국당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갑과 동대문을 출마 경력 등을 거론했다. 또 “2014년 비리 친박(친박근혜)들 살리려고 나를 희생양으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너희가 올무를 씌워도 나는 무죄로 누명을 벗었고, 당 지지율 4%일 때 대선에 나가 원맨쇼로 24% 지지를 받아 당을 살렸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런 나를 무임승차한 탄핵 잔당 몇 명이 작당해서 공천배제 운운하느냐”며 “나는 공천에 목메어 말문 닫는 그런 비겁한 부류가 아니다. 마음대로 해 보아라”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특히 “보수 통합도 못 하면서 극히 일부 당내 탄핵 잔당들이 기존 당내 경쟁자조차 제거 하려는 음험한 술책으로 총선을 치를 수가 있겠느냐”며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17일 총선기획단 발표 직후에도 “내가 총선에 나가는 목적은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 나가는 것이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당에 그다지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쫓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엘 클라시코 열린 누 캄프 안팎에서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 시위

    엘 클라시코 열린 누 캄프 안팎에서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 시위

    두달 전 연기됐다가 열린 엘 클라시코가 진행되는 동안 카탈루냐 분리 독립 시위가 이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카탈루냐 지방을 대표하는 바르셀로나의 누 캄프에서 18일(이하 현지시간)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17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는 카탈루냐 독립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기장 안에서도 수천 명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스페인 연방정부와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이들이 “앉아서 대화”하라고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경기는 지난 10월 열릴 예정이었는데 스페인 대법원이 아홉 명의 카탈루냐 독립 시위 지도자들에게 최고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자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져 연기됐다. 분리를 원하는 이들은 주민투표를 합법적으로 하게 해달라고 바라고 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비밀 시위 집단 ‘민주적 쓰나미’는 10만개의 팻말을 팬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바람 빠진 공을 들고와 그 위에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를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기장 안의 많은 팬들이 팻말을 든 채 “자유”를 연호했다. 이 집단은 스페인 정부 관리들에 의해 범죄조직으로 분류됐다. 지난 10월 바르셀로나 공항의 대규모 연좌농성을 주도해 주요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경찰은 쓰레기통에 불을 지른 가면 쓴 시위대원들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 적어도 12명이 다쳤다. 179번째 엘 클라시코였던 이날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나 바르셀로나는 레알과 나란히 승점 36이 됐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리그 선두를 지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똑똑한’ 정부가 키운 34세 여성 총리/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똑똑한’ 정부가 키운 34세 여성 총리/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내 나이와 성별을 생각해 본 적이 결코 없어요.” 지난주 세계 최연소(34세) 여성 총리의 타이틀을 거머쥔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47세. 마린 총리의 탄생 배경에는 ‘작지만 강한’ 핀란드가 있다.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가 낯설지 않다. 이번에 마린 총리를 포함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중 4명이 30대다. 전체 200석 중 여성 의원이 93석에 달한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 교육을 시작하고 만 15세에 정당 가입, 18세에 투표권·피선거권을 갖는다. 마린의 경우 21세 때 사민당에 들어가 23세 시의원 도전, 27세 첫 시의원 당선, 30세 국회의원, 올해 재선을 한 뒤 교통통신장관이 됐다. 총리를 맡기에는 어린 나이로 보일 수 있겠지만 13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다. 여성 장관들 역시 풀뿌리 정치현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핀란드는 우리와 비슷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스웨덴과 소련에 번갈아 가며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소련과는 두 번의 전쟁까지 치렀다. 숲 말고는 천연자원도 거의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핀란드 지도자들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론은 ‘교육’이었다. 교육개혁을 통해 핀란드는 지식 기반 사회로 들어섰고, 그들이 지향하는 ‘평등’한 사회를 이뤄 냈다. 그 평등은 나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다리를 놓아 주는 ‘기회의 평등’을 사회 체제 전반에서 실현하는 것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와 어머니의 동성 파트너로 이뤄진 가족 속에서 마린이 당당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회적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 550만명의 작은 국가를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늘의 핀란드를 있게 한 핵심 요소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자율성과 기회 평등을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국가를 경영한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세계 4위’(2011년)로 발돋움했다. ‘똑똑한’ 핀란드 정부는 지금도 혁신의 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 조달 예산의 5%를 시장에 없던 새로운 혁신기술과 서비스 도입에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할 정도다. 우리는 어떤가.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30대 국회의원은 단 3명, 여성 의원은 52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정치는 남성의 영역이고, 젊은이들은 실업난에 허덕인다. 계층의 이동 통로가 돼야 할 교육의 불평등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인재도 키워 내지 못하고 혁신도 이뤄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사회가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사회를 개조하려는 고민보다 ‘표 되는’ 일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우리는 흔히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을 ‘복지 천국’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청년과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실용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국가 운영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bori@seoul.co.kr
  • 한국당 “지도자는 험지로”…홍준표 “NO”·김태호 “때 아니다”·이완구 “고심”

    한국당 “지도자는 험지로”…홍준표 “NO”·김태호 “때 아니다”·이완구 “고심”

    총선기획단 “대표급, 전략 지역 권고”현직 황교안 험지 여부는 미정홍준표 “왈가왈부 하지 마라”김태호, 고향 거창 출마 확고이완구 “동반당선 기여가 우선”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최고위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올드보이’의 컴백 채비가 분주한 가운데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지도자급 인사들의 내년 총선 험지 출마를 압박했다. 총선기획단은 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당 대표급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지역’ 출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 대변인 전희경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 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전략적 거점 지역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와 지역 평가에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서면 의석을 뺏어올 수 있다고 분류한 지역구다. 이 의원은 발표 후 “저희가 말한 부분이 어느 분들께 해당하는지 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예비후보로 등록한 분들도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공식화한 김 전 최고위원, 부산·경남(PK) 지역 중 한 곳에 출마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홍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홍 전 대표는 즉각 “왈가왈부 하지 마라”고 일축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나는 이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고대 로마의 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며 “당이 어려울 때마다 앞장서서 대여(對與) 전사를 해왔고 지난 탄핵 대선 때는 궤멸 직전의 당을 살리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또 “내가 총선에 나가는 목적은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 나가는 것이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 그다지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쫓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황교안 대표를 겨냥했다.김 전 최고위원도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접지 않을 계획이다. 이날 총선기획단의 발표에 따르면 김 전 최고위원이 출마를 예고한 지역은 현재 한국당 강석진 의원이 현역의원인 곳으로 전략적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신문 통화에서 “마음이 무겁다. 사람들이 잠룡이니 지도자급이니 하지만 내가 나를 잘 안다”며 “지금 내가 뭔가 희생할만한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당의 희생 요구를 피하지 않았고, 늘 해왔다”며 “총선 이후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일도 많이 전개될 것이고, 역할에 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이 전 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 자체를 고심 중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세종시 등 여러 지역이 거론된다. 이 전 총리는 서울신문 통화에서 “출마한다면 개인의 당리당략이 아니라 동반 당선에 기여해야 한다”며 “현재 혼미한 중앙정치 상황이 정리되면 당의 입장도 고려하고, 종합적인 총선 승리 전략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대전, 세종, 충남 등 충청 지역 어디 하나 만만한 곳이 없다. 구청장, 시의원을 민주당이 전부 갖고 있어 현역 의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충청권 전략 지역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총선기획단은 전직 지도자급에는 ‘험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정작 황 대표의 출마와 관련해선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도전할지 비례대표로 출마할지도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도자가 판단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며 “기준에 해당하면 (추후 발족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수납원이 총리 되는 멋진 나라” 최연소 총리의 품위 넘친 ‘한 방’

    “수납원이 총리 되는 멋진 나라” 최연소 총리의 품위 넘친 ‘한 방’

    “수납원 출신이 총리가 되는 핀란드가 자랑스럽다.” 정치적 힐난에 이보다 멋지게, 품위있게 ‘한방’을 먹일 수 있을까? 세계의 현역 총리 가운데 최연소인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를 이웃 나라 에스토니아의 70대 내무장관이 ‘여점원’(sales girl)이라고 조롱했다가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했다. 발트해 건너 핀란드를 마주 보는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 마르트 헬메(70)는 마린 총리와 연립정부를 꾸린 정당의 지도자 등 넷이 모두 35세 이하 여성인 점을 들어 직무능력에 의문을 표했다. 극우성향인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EKRE)의 당수인 헬메는 15일 당 라디오 토크쇼에 나와 “이제 우리는 한 젊은 여점원이 총리가 되고 다른 거리의 활동가들과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이 내각에 합류한 걸 본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스스로 불우한 여건에서 자랐다고 말해왔다. 싱글맘 밑에서 성장했는데 사실은 동성 부부였다는 말이 있다. 가족 중에 최초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현금 수납원으로 일해 돈을 모아 공부를 했고,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헬메 장관의 모욕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트위터에 “난 핀란드를 엄청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여기선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공부해서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이룰 수 있다. 가게의 현금 수납원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같은 여성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해 사과하려는 자신의 뜻을 마린 총리 내각에 전해 달라고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는 블루칼라 노동자(육체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난 모든 종업원, 상인, 기업가들이 하는 일을 매우 존중한다”고 덧붙였다.에스토니아 야당은 16일 헬메 장관이 핀란드 지도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총리가 장관 해임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문화와 언어에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지만 2008년 러시아와 옛 그루지야(지금은 조지아)를 놓고 핀란드 대통령이 에스토니아 대통령에게 ‘옛 소련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헬메 장관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면 낮은 사회적 신분에도 정치권의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들고 싶었는데 일부가 오해를 했다고 둘러댔다.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은 총선에서 17.8%를 득표해 연립정부 안에 들어갔는데 “순혈 에스토니아인”을 보호하겠다고 표방할 정도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낸다.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아들 마르틴과 함께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뒤집은 백인 우월주의 손가락 제스처를 따라 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동성혼 합법화, 정의는 기다리지 않는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동성혼 합법화, 정의는 기다리지 않는다

    60년대 이후 서구에서 미시적 정의 등장 외면받던 인종·생태·젠더·장애·성 등 부각 “국민적 합의 안 됐다”동성혼 허용 안 돼 국민은 누구이며 누가 정당성 부여하나 성적 지향은 성소수자의 인간적인 권리 美 동성혼 제도화 이후 자살 시도율 급감 정치인·기독교인은 정의실현에 장애물 ‘억눌린 사람들’ 복귀 선언하는 촛불 돼야“정의는 기다리지 않는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이다. 정의 실현이란 어떤 특정한 때를 기다려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긴급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그런데 정의 실현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정의 실현’이라는 말을 도처에서 쓰고 있다. 그래서 정의 실현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상투화돼서 그 고귀한 의미가 오히려 퇴색해 버렸다. 그러나 그 의미가 퇴색되고 남용되고 왜곡됐다고 해서 정의 실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남용되고 퇴색된 의미를 재구성하면서 소중한 가치를 재탄생시켜야 한다. 정의 실현의 중요성을 되살리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질문하는 방식을 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의 실현이란 무엇인가”라는 연역적 접근의 물음이 아니라 “‘누구의 정의’, ‘어떠한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가”라는 귀납적 물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정의라는 말은 고대부터 사용돼 왔다. 그러나 고대부터 이어져 오던 거대 이론으로서의 정의는 현대에 들어서서 다양한 모습의 구체성을 지닌 정의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연역적 접근에서 나오는 커다란 범주에서만 정의를 논의할 때, 정의에 관한 거대 이론을 창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대 이론으로서의 정의가 지닌 한계가 있다. 권력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의는 배제되고 외면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정의 논의가 지닌 지독한 한계다. 정의에 대한 거시적 접근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차별적 정황들에 개입하는 정의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 모두 요청되는 이유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서구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미시적 정의 개념들은 거시적 정의 개념에서 배제된 주변부인들에 대한 정의 문제의 긴급성을 부각시켰다. 소위 ‘억눌린 사람들의 귀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억눌린 사람들의 귀환’은 인종 정의, 계층 정의, 생태 정의, 젠더 정의, 장애 정의, 또는 성 정의 등과 같은 미시적 정의 개념들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전통적인 거시적 정의 개념에서 외면되고 배제됐던 정의들의 그 중요한 의미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거시(巨視) 정치만이 아니라 미시(微視) 정치 또한 거시 정의만이 아니라 미시 정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대통령은 소수자 정책을 어떻게 펼 것인가,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11월 19일 한 TV 방송에서 열린 대통령과 국민의 대화 프로그램 ‘국민이 묻는다’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통령은 “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차별하면 안 된다고) 찬성하지만, 동성혼 문제는 아직 합법화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답했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은 단지 구호를 외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차별의 매우 구체적인 정황들에 개입하면서 차별이 더이상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그 차별의 대상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차별을 넘어서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단순한 낭만적인 모토가 아니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원론을 제도화하고 입법화하지 않을 때, 그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은 결국 “차별해도 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된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동성혼은 여전히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고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차별하면 안 된다’의 탈낭만화, 그리고 정치화가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제도적 개혁을 모색하고자 할 때 종종 소환되는 개념이 있다. ‘국민적 합의’ 또는 ‘국민적 정서’라는 말이다. 지극히 기본적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권리로서 동성혼 역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허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소환되는 ‘국민’은 누구이며, 그들의 ‘정서’ 또는 ‘합의’의 정당성은 어떻게 누가 부여하는가. 부언할 필요조차 없이 ‘성적 지향’은 인간이 지닌 다양한 존재 방식이다. 이러한 상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호혜를 베푸는 것도, 특별대우를 해 주는 것도 아니다. 성소수자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인간이 다양한 성적 지향을 지닌 존재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한국의 국민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적 현실을 개선하고 그들의 결혼을 합법으로 만드는 정의 실현을 ‘국민적 합의’라는 말로 계속 유보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노예제도의 폐지 또는 여성의 참정권과 교육권의 허용 등과 같이 계층 정의, 인종 정의, 그리고 젠더 정의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특정한 이들만이 아닌 ‘모든’ 이들의 평등을 확산하고자 하는 변혁적 의식을 지닌 소수들의 투쟁, 그 소수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이들, 그리고 결정권을 지닌 정치 지도자들의 과감한 결단 등에 의해 다양한 정의 실현을 제도적으로 확장하는 제도적·법적 변혁이 가능해 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동성 결혼이 헌법에서 보장받는 권리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2015년 6월 26일이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1999년 1월부터 2015년 12월 동안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사이의 성소수자들의 자살 시도율이 7% 감소했다. 또한 동성혼의 법제화를 실제로 시행한 주에서는 14%가 감소했다. 매해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가 13만 4000명이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정치인, 종교인들에게 동성혼 문제는 처리해야 할 ‘이슈’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이 있다. 성소수자들에게 이 문제는 ‘생명’에 관한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존재 방식을 부정하고, 그것에 근거해 그들을 ‘2등 인간’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성소수자들의 동성혼 합법화는 이성혼 합법화처럼 단지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정의 실현에 관한 절실한 문제다. 지금도 곳곳에서 사회적 차별과 질시, 배제와 폭력에 의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성소수자들이 있다. 그들은 ‘이슈’가 아닌 살아 있는 ‘생명’이다. 국가·사회·종교가 그들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할 때 결혼 당사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가 13만 4000명이나 감소했다는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통계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회에서 정의 실현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건 기독교인들과 정치인들이다. “동성애는 메르스처럼 격리해야 한다”며 “동성애·이슬람 반대하면 누구와도 연대”하겠다는 전광훈씨가 예외적인 별난 목회자가 아니라는 점이 한국 기독교의 미래 전망을 절망적으로 만든다. 그뿐인가. “동성애, 동성혼, 차별금지법 허용 반대 운동을 벌어야 한다”고 곳곳에서 주장해 온 정치인 김진표 의원도 실상 예외적인 ‘별난’ 정치가가 아니다. 무수한 ‘전광훈들’ 그리고 무수한 ‘김진표들’이 종교, 교육, 정치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 혐오,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며, 포괄적인 ‘정의 실현’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방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혐오주의자가 ‘국민적 합의’를 대표하는 존재들인가.민주주의의 주요 가치인 개별인들의 자유와 평등을 확장하고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의미에서의 포괄적 정의 실현이 ‘국민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유보돼서는 안 된다. 오늘도 국민적 합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불법화하는 종교·교육·정치에 의해 무수한 생명들이 사회적 죽임을 당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그리고 여의도에서 촛불을 든 이들이 보여 줄 수 있는 국민적 합의의 정체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 국민적 합의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장과 보호를 분명하게 지지하는 ‘포괄적 정의를 위한 촛불’이 돼야 한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인권유린을 경험하고 있는 모든 ‘억눌린 사람들의 복귀’를 선언하는 ‘포괄적 정의 실현의 촛불’로 확장돼야 한다. 국민적 합의는 자동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창출돼야 하는 과제다. 정의는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려서도 안 된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서에 사는 9~18세 모두 모여라…‘청소년을 위한 미리 크리스마스’

    서울 강서구는 오는 21일 오후 2~6시 청소년 아지트 1호점 ‘펀펀(FUNFUN)한 놀이터’에서 ‘청소년을 위한 미리 크리스마스’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역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청소년 송년 파티다. 9~18세 강서구 청소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아동참여위원회·청소년운영위원회·강서꿈드림(학교 밖 청소년) 등 평소 나뉘어 활동하던 지역의 모든 청소년 단체들도 참가한다. 청소년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진로 상담, 보물찾기 등이 진행된다. 새해 소망을 목판에 새기는 ‘우드버닝’, 송년 팔찌 만들기, 가상현실(VR) 체험, 보드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놀이도 마련된다. 펀펀한 놀이터는 강서청소년회관에 있으며, 휴게실·게임방·VR룸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리며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베를린 묘 파헤쳐졌는데 히틀러 참모 하이드리히 묘로 추정

    베를린 묘 파헤쳐졌는데 히틀러 참모 하이드리히 묘로 추정

    나치 SS 친위대 간부였으며 유대인 학살의 실질적인 설계자로 아돌프 히틀러가 아끼는 참모 가운데 한 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묘가 파헤쳐졌다. 독일 베를린 경찰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베를린 정중앙에 있는 무연고자 공동묘지의 인부들이 주인 이름이 명기되지 않은 묘 하나가 파헤쳐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유해는 그대로 있었고 묘 뚜껑만 열렸다. 경찰은 이런 무람한 짓을 벌인 이들을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BBC가 16일 전했다. 1942년 체코 레지스탕스에 의해 살해된 하이드리히는 유럽 유대인들의 대량 학살을 기획한 인물이었다. 그는 같은 해 1월 히틀러의 대량 학살에 대한 최종 솔루션이 입안된 반제(Wannsee) 회의 의장을 맡았다. 이때 기획된 대로 유럽을 중심으로 유대인 600만명에 대한 학살이 진행됐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베를린에 진주한 연합군은 이름 있는 나치 지도자들이 무덤 주인임을 표기하지 못하게 했다. 나치 동조자들이 성지로 만들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따라서 그의 묘를 특정해 파헤친 것은 내부적으로 묘소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던 이들의 소행일 것으로 짐작된다. 비슷한 사건은 2000년 베를린의 니콜라이 묘지에서도 있었다. 극좌파 단체가 1930년 암살된 나치 공수부대원 홀스트 베젤의 묘라고 주장하며 파헤친 뒤 순교자로 떠받들며 나치 찬양가를 불러댔다. 이 단체는 베젤의 두개골을 스프레 강에 던져 버렸다고 주장했는데 경찰은 묘의 주인이 베젤의 아버지라면서 두개골은 물론 어떤 유해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살자란 별명으로 통하던 하이드리히는 아버지는 작곡가이자 오페라 가수인 리하르트 브루노 하이드리히, 어머니는 작센 왕국의 드레스덴 궁정의 궁정 고문관을 맡은 음악 연구자 게오르크 오이겐 크란츠 교수의 딸 엘리자베트 아나 마리아 아말리아 크란츠다. 이런 영향으로 하이드리히는 나치 주요 임무를 행하면서도 일과를 마치면 음악으로 피로를 풀곤 했다. 하인리히 히믈러 SS 친위대장 밑에서 제3제국 방첩부대를 책임 졌으며 히틀러는 그를 “철의 심장을 지닌 남자”로 불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42년 5월까지 보헤미아와 모라비아를 통치했으며 리무진을 타고 가다 영국 첩보기관이 훈련시킨 체코 레지스탕스들의 손에 당했다. 부상 며칠 뒤에 숨을 거뒀다. 그의 암살을 다룬 영화가 저유명한 ‘새벽의 7인’이었다. 나치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레지스탕스를 지원한 루디체 마을을 파괴하고 마을의 모든 남성 170여명과 청년들을 살해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집단 수용소로 보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툰베리 ‘열차 바닥’ 사진, 영어로 잘못 옮긴 표현 등 흠결 찾기 바쁜 어른들

    툰베리 ‘열차 바닥’ 사진, 영어로 잘못 옮긴 표현 등 흠결 찾기 바쁜 어른들

    스웨덴의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오랜 해외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녀의 발언이나 트위터 표현을 문제 삼는 이들이 따라 붙고 있다. 먼저 툰베리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열차를 타고 스웨덴으로 가는 길에 객차 바닥에 앉아 가는 사진을 올렸다. 큰 짐가방들에 둘러싸인 채 창밖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열차를 이용해 독일을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벅찬 감정을 토로했다.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 차 요트로 대서양을 건넜고, 다시 역시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 마드리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 25에 참석하고, 이탈리아 토리노를 떠나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독일철도(DB)가 발끈했다. 툰베리가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일등석에 앉아 갔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시간 엄수로 유명했던 DB는 최근 몇년 동안 연착이 잦고, 출발 직전에 갑작스럽게 운행이 취소되며, 비싼 요금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민감했던 듯하다. DB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레타에게.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줘서 고맙다”며 “당신의 일등석 칸에서 직원들이 해준 친절하고 능숙한 서비스를 언급해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 보도자료를 배포해 툰베리가 “프랑크푸르트부터 계속 일등석에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그러자 툰베리도 “(스위스) 바젤을 출발한 기차에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는 두 대의 다른 객차 바닥에 앉았다”며 “(독일) 괴팅겐을 지난 뒤에야 난 자리에 앉았다. 이것은 물론 문제가 아니며 나는 결코 문제라고 한 적도 없다”고 트윗을 날렸다. 이어 “기차를 타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붐비는 기차는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진행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 도중 “세계 지도자들은 여전히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그들이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벽에 밀쳐놓고(put them against the wall)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 브레이트바트를 비롯한 우파 매체들은 ‘벽에 밀쳐놓는다’는 표현이 젊은 혁명가들 사이에 폭력을 옹호하는 은어라며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난했다.브레이트바트는 또 집회 당일 툰베리의 노란색 우비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툰베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툰베리는 “어제 세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촉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스웨덴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긴 스윙글리시(swenglish)”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어로 ‘누군가를 벽에 밀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라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이 매체 출신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유엔 ‘기후 리더십’ 실종…2주 회담에도 결국 노딜

    온난화에 수몰 위기 국가들 외면 당해 美·中·러시아 등 기후변화 소극적 대응 기후변화에 대항하기 위한 유엔 기후 회담이 2주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치고도 아무런 합의를 찾지 못했다. 주요 국가들이 서로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회담이 ‘노딜’로 끝나며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기후 리더십’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AP통신 등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글로벌 탄소 시장 등 중요한 결정 사항을 모두 내년으로 미루기로 하고 15일 막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초 13일 폐막할 예정이었던 COP25는 이틀간의 추가 협상 끝에 내년 영국 글래스코에서 열리는 차기 총회까지 새로운 탄소 감축 계획을 회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는 내용 등에만 합의했다. 이번 COP25는 역대 가장 긴 시간 개최된 총회가 됐지만, 결국 중요한 결정을 1년 뒤로 미루고 끝나고 말았다. COP25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의 25번째 회의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겠다는 국가와 그와 반대로 소극적인 국가들 간 이견이 드러나며 볼썽사나운 신경전만 노출됐다. 중요 의제인 탄소 배출권 시장에 대한 논의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연안의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다고 BBC는 전했다. 앞서 유엔은 22차 당사국총회(COP22)에서 지구 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손실과 피해에 관한 바르샤바 메커니즘(WIM) 계획을 승인하고 추진해 왔지만, 이번 COP25에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WIM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판 대상이 된 국가들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도주의적 기부자 역할을 해 왔다”고 반박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세계자원연구소의 헬렌 마운트포드 부대표는 “이번 총회는 전 세계 국가 지도자들이 과학계와 거리의 시민들의 요구와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트럼프 “친구랑 영화나 봐라”, 그레타 툰베리 “좋은 영화 보고 있음”

    트럼프 “친구랑 영화나 봐라”, 그레타 툰베리 “좋은 영화 보고 있음”

    스웨덴의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트위터 계정의 프로필 정보를 바꿨다. 매사에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다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멘션을 남기자 이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기후변화 운동에 앞장서는 툰베리를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12일(현지시간) “너무 우스꽝스럽다.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관리 문제부터 치료해야 한다. 그런 다음 친구랑 옛날 스타일의 좋은 영화나 보러 가라. 진정해 그레타, 진정!”이라고 놀렸다. 그러자 툰베리는 트위터 계정 프로필 정보 란에 “분노관리 문제를 치료해야 하는 10대, 현재 진정 중이며 친구랑 옛날 스타일의 좋은 영화를 보고 있음”이라고 수정했다. 툰베리가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지도자들이 자신을 깎아내린 것에 대꾸하기 위해 트위터 프로필 정보를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피랄하(Pirralha’로 바꿨는데 이 말은 포르투갈어로 ‘새끼’란 뜻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그녀가 브라질 원주민들의 곤경을 만천하에 떠벌인다고 비난하면서 쓴 표현이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그레타는 아마존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인디언들이 죽어나간다고 말해왔다. 언론이 이런 종류의 피랄하에게 그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에는 “친절하지만 들은 건 없는 10대”라고 바꿨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기자회견 도중 자신을 가리켜 한 표현이었다. 그 한달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UN 기후변화 회의 도중 감동적인 연설 동영상을 게재하며 냉소적으로 “그녀는 밝고 휘황한 미래를 갈망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처럼 보인다”고 이죽거리자 그걸 그대로 프로필 정보로 바꿨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실세’ 등장하는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정권의 실세와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또다시 비리 의혹에 휩싸여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우리들병원 권력형 특혜대출 의혹’이다. 여권 인사와 가까운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김 회장의 전남편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과 함께 사업을 했던 신혜선(63)씨는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원장과 은행권 사이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우리들병원 대출 과정에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원장과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및 그의 측근들과 가깝게 지낸 인물들로 이번 의혹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버닝썬 경찰총장’으로 불리는 윤규근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등장한다. 신씨 등이 주장하는 의혹의 핵심은 이 원장이 2012년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의 특혜성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측이 신씨와 김 회장이 2009년 공동으로 260억원을 대출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던 이 원장을 연대보증인에서 빼주는 등 서류를 위조했으며 이 문제를 신씨가 쟁점화하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축소·은폐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 의원과 윤 전 행정관, 양 원장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대화 내용을 녹취하기도 했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정 의원과 윤 전 행정관은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양 원장은 ‘곧 금감원장 인사가 나니까 그 후에 살펴보도록 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천주교 영세를 받은 순교자 이승훈 베드로(1756~1801)의 7대손인 신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주선하는 등 대선 과정에서 기여했고, 양 원장과 정 의원에게도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은 이 사건을 감찰 무마 의혹, 하명 수사 의혹과 함께 문재인 정부 3대 의혹 사건으로 쟁점화할 태세다. 이 원장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 과정을 조사하면 사실관계는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다면 현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