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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연구진, 가장 쉬운 ‘미세 플라스틱 제거 방법’ 찾았다 [핵잼 사이언스]

    중국 연구진, 가장 쉬운 ‘미세 플라스틱 제거 방법’ 찾았다 [핵잼 사이언스]

    산모와 태아를 연결해주는 태반부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북극 한복판까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의 공습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90%까지 제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공개됐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지난대 연구진은 석회질로 불리는 탄산칼슘(CaCO₃) 성분이 0~300㎎/ℓ 포함된 수돗물을 채취한 뒤 폴리스티렌(PS)·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섞어 5분간 끓이고 식힌 다음 나노·미세 플라스틱 양 변화를 측정했다. 일반 적으로 미네랄 함유량이 많은 경수를 끓이면 탄산칼슘 등의 성분이 뭉치면서 하얀색 물질이 만들어진다. 실험 결과, 물을 끓여 수온이 높아지면 탄산칼슘이 나노‧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둘러싸면서 결정 구조를 만들어 응집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명 ‘캡슐화 효과’는 탄산칼슘 함량이 높은 경수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탄산칼슘 함량이 300㎎/ℓ인 물에서는 끓인 후 최대 90%가, 탄산칼슘 함량이 60㎎/ℓ 미만인 연수에서는 약 25%의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제거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곧 수돗물의 경우 끓이는 단순하고 쉬운 방법만으로도 최대 90%의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탄산칼슘이 일반 석회질처럼 쌓인다”면서 “이 물질은 닦아내 제거할 수 있고 물에 남아 있는 불순물은 커피 필터 같은 간단한 필터에 부어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물을 끓이는 간단한 방법이 수돗물 속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제거, 물을 통한 나노·미세 플라스틱 섭취 위험을 줄여줄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물을 끓여서 화학물질 등 몸에 해로운 것을 제거하고 마시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전통 방식에서 해당 연구를 착안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해당 방법이 수돗물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낸 만큼, 물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ACS) 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 최신호(29일자)에 실렸다. 에베레스트부터 산모의 태반까지...없는 곳이 없는 미세 플라스틱 한편,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21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은 피레네 산맥의 해발 2877m 지점에서 공기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모든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대류권에 속하는 해발 수천 m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닌다는 추측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 연구진은 기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내포한 공기 덩어리가 멀게는 북미와 남미 대륙에서부터 불어온 것으로 파악했다.2020년에는 영국 플리머스대학 연구진이 에베레스트와 주변 고지대 19곳에서 채취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에베레스트 해발 8000m 지점에서 미세플라스틱의 흔적이 발견됐다. 대체로 등산용 의류에 사용되는 리에스터(폴리에스테르)와 아크릴 및 나일론 등에서 부서져 나온 것이었다.최근에는 미국 뉴멕시코대학 연구진은 태반 조직 62개를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모든 샘플에서 크기가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샘플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플라스틱은 비닐봉지와 병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건설현장에서 주로 확인되는 것과 나일론은 10%를 차지했다. 연구를 이끈 뉴멕시코대학의 매튜 캠펜 박사는 “만약 미세플라스틱이 태반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 생명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환겨이 있는 모든 플라스틱이 분해돼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농도가 증가한다.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출력제어 문제 사라지나… 제주 전국 첫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3월부터 시범 운영

    출력제어 문제 사라지나… 제주 전국 첫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3월부터 시범 운영

    새달부터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입찰제도가 시범 도입돼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출력제어문제가 해소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제주도와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3월부터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입찰 및 실시간 시장제도’를 시범 도입한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원래 29일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제도 개선·보완을 위해 3개월간 미뤄졌다”면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입찰·낙찰 등 모의 운영을 해본 뒤 사실상 6월부터 본격 운영된다”고 전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도 “우선 3월부터 5월까지 모의운영을 한다. 이 기간에는 기존처럼 하루 전 시장구조만 반영하고 실시간 정산은 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둔다”면서 “사실상 6월부터 신규시장이 개설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한 뒤 2025년말 보완과정을 거쳐 그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범사업 의무 참여대상은 3㎽를 초과하는 풍력, 태양광사업자이다. 1㎽~3㎽의 풍력·태양광사업자와 VPP(분산자원을 하나로 모으는 가상발전소) 모집 중개사업자들은 시범사업 참여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생산한 전기를 높은 가격에 우선 구매했는데 앞으로 재생에너지도 원전·석탄·LNG 등 일반 발전기와 동등하게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 경쟁하게 된다. 특히 제주지역은 전기 설비용량의 40.7%, 연간 발전량의 18.29%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면서 이미 주력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급증에 따른 ‘과부하’ 에 따른 출력 제어(가동 중단)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입찰제도 도입이 제기됐다. 현재 제주도 재생에너지는 하루 전 시장 구조다. 이는 한시간 주기로 전력량을 예측하고 다음날에 대해 입찰시장 1회 개설후 입찰을 진행해 가격을 정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15분 단위 주기로 예측을 해 입찰하게 된다. 즉 하루 전 시장에서 계약된 양은 하루 전 가격으로, 실시간 변동량은 실시간 가격으로 정산하는 방법이다. 풍력과 태양광의 경우 전력 생산에서 불안정하고 날씨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루 전 계약량보다 부족하게 전력을 생산한 사업자는 실시간가격으로 전력을 사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반면 과발전한 경우에는 실시간 가격으로 팔아 계약을 이행하게 된다. 제주도 전력소비량은 2017~2021년 기준 연평균 시간당 5344㎾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3.2% 수준이다. 반면 생산량은 시간당 평균 5670㎾에 달한다. 한편 제주지역에서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단행된 출력 제어는 풍력의 경우 2021년 64회, 2022년 104회, 2023년 117회에 이르는 반면 태양광은 2021년 1회, 2022년 28회, 2023년 64회에 이른다.
  • 강원래 “중앙선 침범 차가 덮쳐, 하반신 마비…장애인 인정 못했다”

    강원래 “중앙선 침범 차가 덮쳐, 하반신 마비…장애인 인정 못했다”

    가수 강원래가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에 대해 고백했다. 29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강원래는 가수 데뷔 이후 클론으로 구준엽과 함께 한 달 만에 1위를 했지만 ‘초련’ 발표 후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11월 초 부모님 댁에 가는 길이었다. 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온 검정색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 차가 불법 유턴을 하는 바람에 목뼈와 등뼈가 부러졌다. 또 갈비뼈 6개에 금이 가고 오른쪽 무릎부터 골반까지 대퇴부가 모두 부러졌다. 오토바이에 깔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에 가서 이틀 정도 전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한 달쯤 지나고 내가 어떤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 무뚝뚝하고 눈물 한 방울 안 보이시던 아버님이 ‘너는 장애인이 됐다. 다신 못 걷는다. 평생 휠체어 타고 살아야 하니 마음 단단히 가져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미래가 막막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설마’ 했다. 하지만 금세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 분노, 좌절, 수용 4가지 코스를 겪었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정했고, 분노하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며 좌절했지만 결국 수용했다. 이 시간이 4~5년이 걸린 것 같다”고 회상해 애잔함을 더했다.
  • “모자 1개 20만원”…대구 서문시장, 일본인에 ‘바가지 논란’

    “모자 1개 20만원”…대구 서문시장, 일본인에 ‘바가지 논란’

    일본의 유명 성인영화(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모자 하나를 20만원에 구매해 논란이다. 물가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오구라 유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국 전통 시장 처음 가본 일본 사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서울에서 대구를 여행하는 오구라 유나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 19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그는 한 모자 가게를 들렀다. 고양이 귀 모양의 털모자를 찾던 오구라 유나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모자를 집어 들었다. 가게 주인 A씨가 이 모자를 ‘밍크 모자’라고 말했다. 모자를 착용한 오구라 유나는 마음에 들어 하며 가격을 묻자 A씨는 “20만원”이라고 했다. A씨의 가격을 들은 오구라 유나는 깜짝 놀라 “너무 비싸다”라고 했다. 그러자 A씨는 “15만원까지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오구라 유나는 현금으로 13만원을 내고 이 모자를 샀다. 제작진이 “진짜 밍크냐”고 묻자 A씨는 “진짜 맞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뒤늦게 확인한 모자 가격표에는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오구라 유나가 모자에 만족감을 드러내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A씨가 외국인에 바가지를 씌워 판매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최근 바가지요금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광장시장의 한 순댓집에서 6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한 손님에게 교묘하게 1만원짜리 순대를 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판이 일었다. 최근 인천 소래포구에서는 대게 두 마리를 38만원에 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 사강, 남편상 후 첫 심경 고백

    사강, 남편상 후 첫 심경 고백

    배우 사강이 남편 49재를 맞아 장례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강은 2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여전히 비현실 같은 현실이 지나가고 있다”며 “49일 동안 난 오빠가 없는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야 했고 아이 생일을 위해 케이크를 사야 했고 졸업식을 위해 꽃을 준비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쁜 날 투성이라 더 마음이 찢어졌지만 의지할 수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있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프지만 쓰러진 오빠를 발견해 주시고 응급차를 불러주신 분들, 쉬지 않고 애써주신 구급대원 분들, 병원 의료진분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제대로 드리지도 못했다. 이 글을 못 보실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도와줬던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빠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와주신 모든 분, 지금도 넘치게 걱정해 주는 친구들, 많은 분. 진짜 너무너무 감사하다. 밥 잘 먹고 건강한 방식으로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사강은 남편의 봉안당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오빠답게 꾸며주고 왔다. 누가 와도 웃다 갈 수 있게”라며 “밉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내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이자 아무도 모르는 내 비밀을 아는 유일한 남자이자 내 20년 지기 친구”라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이어 “거기서는 아프지 마라. 우리 소흔이, 채흔이 여기서는 내가 지킬게. 거기에서는 오빠가 지켜줘”라고 남겨 먹먹함을 자아냈다. 사강의 남편 신세호씨는 지난 1월 9일 세상을 떠났다. 사강과 10년 열애 끝에 2007년 결혼한 신씨는 슬하에 두 딸을 뒀다. 고인은 결혼 전 비, god, 박진영 등의 댄서로 활동했으며 결혼 후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사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SBS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해 결혼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강은 1996년 KBS 드라마 ‘머나먼 나라’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인어아가씨’, ‘꽃보다 여자’, ‘발칙한 여자들’, ‘전설의 고향-사진검의 저주’ 등에 출연했다. 결혼 후에는 두 딸의 양육을 전담하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9년부터 드라마 ‘봄이 오나 봄’,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우아한 친구들’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 [길섶에서] 사람 마음

    [길섶에서] 사람 마음

    출퇴근길에 자주 자유로를 오가게 된다. 그런데 버스를 타면 직접 운전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이 하나 있다. 승용차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강이 버스 차창 밖으로는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런 모습에 출퇴근 시간의 지루함을 잊으려 한다. 그런데 자유로가 평일에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것은 어지간히 답답하다. 지난주에도 내가 사는 파주에서 당산역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다. 일산신도시를 지나며 한강이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는 장항습지의 풍경을 즐긴 것까지는 좋았다. 행주대교를 지나면서 슬슬 통행량이 많아지는가 싶더니 버스가 곧바로 굼벵이걸음을 시작한다. 성산대교로 건너가는 길목에는 2~3㎞나 줄지어 있다. 내가 탄 버스의 기사는 조금도 새치기할 마음이 없는 모범운전자다. 걷는 것과 다름없는 시간이 30분 이상 흐르자 성미 급한 손님이 나섰다. 그는 “버스는 앞질러 끼어들어도 다 봐주는데 왜 이렇게 가냐”고 했다.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한 나에게 웃음이 났다.
  •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위기의 철강, 호주에서 해법 찾기를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위기의 철강, 호주에서 해법 찾기를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우리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설립 취지문이다. 1968년 포항제철소가 설립된 이래 철강산업은 여러 차례의 석유 위기와 세계 경기침체에도 수출과 내수를 견인했다. 기술혁신도 이뤄 제품 다양화와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친환경 공법도 발전시켰다. 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거나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 기법도 발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 산업이라는 생래적 특성 때문에 전 세계 환경규제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비용을 수입 제품에 부과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철강기업들이 분기별 탄소배출량을 이미 EU측에 보고한 바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을 일으키는 국가에 대한 제재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이 협상 시한으로 설정돼 합의 실패 시 25%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고로 사용 비중이 70%, 수출 비중도 40%에 달해 탄소 통상규제에 특히 취약하다. 이러한 전방위 국제 규제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협의 과정에 정부가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어 철강기업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철강산업 경쟁에서도 근본적 한계에 도달해 장기적 철강산업 정책의 발상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 철강산업은 생산량을 줄이고 제품의 다양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해 철강 소비량도 줄여 가야 한다. 세계 철강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갈등 관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협력 분위기도 자체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런 방어적인 대응책은 기본이다. 점점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는 보다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발상이 요구된다. 국내 생산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특정 해외 생산기지를 물색해 전략적 해외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길은 어떤가. 주요 철광석 수입처인 호주에서 중간재인 슬래브를 생산한 후 이를 국내로 들여와 가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최근 호주는 중국 자본과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따른 정치적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대신할 장기적 파트너로 한국에 기회가 온 셈이다. 호주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종 글로벌 환경규제로부터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철강뿐만 아니라 농업 부문도 동반 진출할 수 있다. 우리의 농업기술과 자본을 광활한 호주에 투자하고 현지 커뮤니티 형성에도 기여하는 대가로 철강 부문의 우호적 산업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철강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에 대한 국내의 우려와 반감은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어차피 축소당하는 산업의 비중을 전략적 우호관계를 구축한 국가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경제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첨단 기술개발 센터와 컨트롤타워는 국내에 두고 범용 생산기지 위주로 호주로 진출시킬 수 있다. ‘실질, 실천, 실리! 철강은 국력!’이라는 구호는 철강 산업현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과 국민의식이 이런 실사구시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좌우 이념논쟁에 빠진 정치와 행정은 포항제철에 정부의 지분이 있으니 포스코는 기본적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인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좌우로 흔들리는 정치 상황에 따라 우리 철강산업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이 빠지는 호주에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자원은 유한하니 창의는 무한해야 한다. 진정한 민관협력 체제가 철강의 대외협력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실현돼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계 미술 풀어낸 열쇠는 ‘용’… 내 인생 2막 연 열쇠는 치열함” [서동철의 노변정담]

    “세계 미술 풀어낸 열쇠는 ‘용’… 내 인생 2막 연 열쇠는 치열함” [서동철의 노변정담]

    조형예술 대가의 ‘쓴소리’요즘 학자들 책 도판 위주로 공부‘전공 세분화’로 좁은 분야만 연구문제의식 없고 작품성 구별 미흡몰입 통해 펼친 ‘인생 2막’전공과 무관한 다양한 미술에 관심치열하게 쓰고 그리며 새 길 찾아 ‘필생의 연구’ 시작은 퇴직한 그날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2015년 서울신문에 ‘세계 조형예술 용(龍)으로 읽다’를 연재했다. 마지막회는 동양의 불상과 예수의 부활을 담은 서양 미술이 완전히 같은 원리로 표현돼 있음을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 문자언어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조형언어’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원리를 깨우치고자 3만점 남짓한 작품을 채색분석했다. 강 원장이 스스로 개발한 연구방법이다. 서울신문 연재 내용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더해 곧 책으로 펴낼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 강 원장을 세검정 어귀의 서울 부암동 연구실에서 만났다.강 원장은 대뜸 “요즘은 예술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학자가 별로 없다. 아름답다고 느끼면 애정을 갖는데 그런 게 없으니 애정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이나 박물관에 재직하고 있을 때는 열심히 연구 활동을 하던 미술사학자가 퇴임하면 새로운 학문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라지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학문적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면 연구를 그만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그는 그 배경의 하나로 ‘전공의 세분화’를 지목했다. “요즘에는 평생 자기 분야밖에는 모릅니다. 고려시대 불화도 전기불화와 후기불화로 나뉘어졌지요. 이렇게 세분화된 전공의 연구자들은 50대에만 접어들어도 더이상 문제의식을 갖지 못합니다. 너무나 좁은 자기 분야만 공부하다 보니 고려불화 전공자가 고려불화를 가장 모른다는 역설이 나타나지요.” 강 원장은 추사 김정희와 이중섭의 것으로 알려진 작품 가운데 가짜가 많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펴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주최로 2019년 중국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강 원장은 “출품작의 90%를 차지한 해괴한 글씨들을 진품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대담무쌍한 국제적 사기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중섭’ 전시회 때도 “대부분 구도가 엉망이고 선은 날림이며 색은 가벼워서 들떴으니 모든 요소가 힘이 없다. 경박하고 추해서 도저히 이중섭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비판했다. 강 원장은 “글씨나 그림의 문제를 지적하면 저를 가리켜 그분은 불교조각이 전공이라며 회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글씨나 그림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책의 도판을 보고 공부하니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저는 실제로 치열하게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린 만큼 가차없는 비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 시절 서예 동아리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30대이던 여초 김응현 선생 지도로 북위시대 비석을 글씨첩으로 만든 장맹용비첩(張猛龍碑帖)을 열심히 썼습니다. 임서(臨書)는 단순히 글씨를 옮겨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의 구성과 기운생동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입니다. 훗날 작품의 진위를 구별하는 데 큰 힘이 돼 주었지요. 사군자도 열심히 쳐서 조금씩 동양화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초는 저를 수제자로 키우려 했었지요.” 강 원장은 서예에 몰입하기 시작한 즈음 캔버스를 사서 서양화도 혼자 그리기 시작했다. 유화를 독학으로 그렸는데 옆집에 살던 서양화가 손동진 서울대 미대 교수로부터 ‘초현실적인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손 교수집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데생을 하고 유화도 그렸다. 이젤과 스케치북을 들고 산과 들로 오가며 전국을 안 다닌 곳이 없었다고 한다. 동서양의 예술을 혼신을 다해 체험하며 한때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문리대 독문과 출신이다. 평균 학점은 C였다고 한다. 석사학위도 없다. 그럼에도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으니 우리나라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1980년 미국에서 ‘한국미술 5000년전’이 열렸는데 클리블랜드에 이어 보스턴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클리블랜드박물관에는 특히 인도 불상이 많아 감상할 시간을 자주 가졌는데 다양한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지요. 보스턴에서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미술의 과도기적 양식’이라는 발표를 국제심포지엄에서 했는데, 하버드대의 존 로젠필드 교수가 다가오더니 대뜸 교환교수로 초청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내가 학위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박사과정에 들어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해서 수락했습니다.” 강 원장은 “미술사학과에 다닌 적이 없으니 미술사학 강의를 들은 적도 없었다”면서 “영어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강의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과 인도 미술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내용이 그리 들을 만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떤 나라 미술사 강의든 문제가 많음을 알고 있으니 오류에 가득 찬 강의에서 자유로웠다고 할까요.” 박사 논문을 쓰려고 하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미미하다는 깨우침이 일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석굴암이었다고 한다. 그는 석굴암의 불상 조각과 건축은 반드시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제강점기 경주박물관의 일본인 건축직 촉탁 요네다 미네지가 측정해 당나라 시대 자로 환산한 본존불의 치수도 반드시 무언가에 근거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불상 논문을 읽다가 숫자가 보이면 무조건 전화하라고 했다. 어느 날 대만 유학생 그레이스 옌이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를 여행하고 쓴 ‘대당서역기’에서 알 수 없는 숫자를 보았다고 했다. 신라 사람들이 석굴암 본존불을 부처가 깨달음을 이룬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리사원의 정각상과 같은 크기로 조성했음을 밝혀낸 순간이었다. 애초에 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간 것도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해를 그림과 붓글씨로 보내고 이듬해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학사편입이니 3학년에 들어가야 했지만 미학과 학점 40학점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유명세를 떨치던 김원룡 교수로부터 미술사학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 교수가 곧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게다가 고고인류학과 강의를 들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 학기 만에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967년 여름 서울대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작품도 볼 겸 유물카드를 쓰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조교에게 말했더니 대환영이었고요. 어둑한 수장고에서 유물을 관찰하며 카드에 유물 이름, 작품의 특성과 상태를 열심히 기록했습니다. 그때 정양모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서울대박물관 소장 회화의 낙관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조교에게 박물관 미술과에 사람이 필요하니 한 사람을 천거해 달라고 청한 모양입니다. 마로니에 벤치에서 정 선생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장 근무를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들어간 지 1년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냈다. 일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고 미술부 내부에 약간의 잡음도 있었다고 했다. 쉬면서 앞날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문득 경주를 떠올렸다. 당시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복직을 부탁하며 경주 이야기를 꺼내니 기특하게 여겼다고 한다. 경주는 좌천을 넘어 유배지였다는 것이다. 1970년 부임하니 관장만 있던 경주박물관의 제1호 학예직이었다. 옛 경주박물관 건물 옆에 조그만 가건물을 붙여 연구 공간으로 썼다. 강 원장과 경주, 나아가 신라의 오래된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강 원장은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됐고 2000년 그곳에서 정년퇴임했다. 퇴임 발표는 기와에 새긴 조각이 귀신이 아니라 용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귀면와(鬼面瓦)가 아니라 용면와(龍面瓦)라는 인식은 영기화생론의 기반이 됐다. 퇴직한 그날 필생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용이 세계 미술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20년이 지나서야 용의 입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조형언어’였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매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직진하고 있다”고 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나는 세상을 위해서 나가는 거야” 하고 스스로 다짐한다는 것이다. ■강우방 원장은 1941년 중국 만주 안둥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랫동안 재직하며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냈다. 이후 이화여대 미술사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퇴직한 뒤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열어 오늘에 이른다. 저서로 ‘원융과 조화’, ‘법공과 장엄’,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등이 있다.
  • [서울 on] 모두를 위한 골든타임

    [서울 on] 모두를 위한 골든타임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이달 초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가족 걱정부터 했다. 연휴가 끝나면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던 때였다. 가족이 석 달마다 대학병원을 방문해 진료받고 있는데, 혹시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다. 이때만 해도 ‘설마 집단행동이 일어날까’ 했다. 사태가 잘 마무리될 거라 막연히 믿었다. 3주가 지난 지금 상황은 생각보다 악화했다.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나선 정부와 이에 반발하고 나선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끝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필수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대거 떠나면서 ‘의료대란’은 현실이 됐다. 지금의 혼돈은 마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를 연상케 한다.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끌어올렸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표하던 것처럼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 숫자, 의료 피해 사례 건수를 발표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극적 타협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는커녕 정부와 의사단체는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때아닌 ‘의새’(의사를 비하하는 단어) 논란으로 감정 대립이 벌어지는가 하면 날 선 협박성 발언이 오가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29일을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전공의가 현장에 돌아오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를 비롯한 사법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정부는 지난 27일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를 고발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이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솔직히 말하면 국민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과 또 그에 대해 반발하는 의료계의 입장 차, 그리고 이 사안에 얽힌 이해관계에 대해 천천히 숙고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당장 치료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가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나와 내 가족이 언제 응급실을 찾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예전처럼 병원을 찾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동안 실제로 사회적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보호자들은 “정부와 의사 사이에서 서민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의료 피해가 발생하자 각계각층에서도 한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독교·불교 등 종교계가 연이어 “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환자를 둔 절박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는 여성계의 호소와 “생명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해 달라”는 아동·장애인 단체의 간절한 당부도 이어졌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이 27일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의사의 사회적 책무 수행을 강조하며 말했듯 의료계도, 정부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의료인들과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깊이 있는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골든타임이 지나면 더 큰 사회적 재난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희선 뉴스24 기자
  • 인구소멸·설 연휴 밥상 민심 기획 참신… 정치 보도, 균형감 더 신경써야

    인구소멸·설 연휴 밥상 민심 기획 참신… 정치 보도, 균형감 더 신경써야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7일 제171차 회의를 열고 2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낸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 전’ 기획이 구체적인 사례와 실태를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해 몰입도가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기사 중에서는 20일자 ‘경제의창’에서 한국과 대만의 증시 상황을 비교한 부분이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했고, 4·10 총선 보도와 관련해서는 설 연휴 앞뒤로 진행한 ‘밥상 민심’ 관련 보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전문적인 정치·경제 용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주문했다. 또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균형감 있는 보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김재희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 전’ 기획을 잘 봤다. 서울신문이 주제를 잘 잡는 게 인구 문제와 동물권 문제 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잘 썼다. 소멸 5분 전으로 치달은 우리나라 인구 위기의 현장 사례를 발굴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부분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구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나 저출생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많아도 실질적인 대안을 발굴하는 기사는 적은데, 해당 기사는 지방의 교육 문제와 지역 소멸에 대한 혜안을 제시했다. 특히 5일자 지면에 실린 ‘380조 쏟아붓고도 0.72명’ 기사는 출산율 제고 정책의 문제, 제로섬게임의 한계 등을 논리적으로 잘 분석했다. 지방 인재 육성을 다룬 13일자 기사는 폐교 위기를 맞이한 강원 양양의 현북초등학교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 줬다. 이재현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 전’ 기획 가운데 5일자에 실린 원정 출산 관련 기사가 인상 깊었다. 한 지역의 출산지원금 제도가 제로섬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해 신선했다. 대책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출산율 증가를 목표로 하는 정책의 복잡성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아래 기사를 보면 모범으로 강진군 사례를 들면서 이 지역도 출산지원금을 통해 출산율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위 기사에서 제시한 비판적 시각과 일관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였다. 출산지원금만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접근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오히려 지자체가 출산지원금이 아니라 인프라 확충에 주력해 출산율을 증가시킨 사례를 분석하고 기사에 담았다면 보다 일관성 있고 심도 있는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허진재 이번 기사(1일자 1면 식물조직 저출산委 3개의 벽 깨야 산다)를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예산, 인력, 권한을 주지 않는 조직에 국가 최대 현안을 해결하라고 책임만 지운 건데 역대 정부가 위원회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지적한 좋은 기사였다. 이 기사 덕분인지 몰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위원회를 부총리급으로 편제·개편하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윤광일 저출생 같은 경우 논조의 일관성과 차별화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1일자 저출산위원회 기사가 1·3면에 크게 났는데, 이건 ‘5분 전’ 기획이랑 관련 없이 따로 취재한 기사였다. 기획을 긴 호흡으로 하다 보니 중복된 내용들이 나온다. 김재희 총선 기획에서는 설 연휴 기사가 눈에 띄었다. 총선 기사는 독자의 피로도도 높고 단독과 차별점 있는 기사를 쓰기가 힘들기 때문에 기획 콘셉트로 승부해야 한다고 본다. ‘총선 입맛 가를 민심 사첩반상’(9일자 1·3면) 기사가 총선을 앞두고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시의성과 콘셉트를 잘 잡았다고 본다. 정치 쟁점을 사첩반상으로 잘 정리했다. 설 직후 수도권·충청·호남·영남 시도위원장에게 들은 민심을 정리해 가족들이 나눴을 법한 내용(13일자 3면 “한동훈 효과” “명품백 분노”…여야 1년 만에 1%P차 초접전)을 다뤘다. 설 명절과 맞물려 기사 제목과 구성이 돋보였다. 허진재 총선 기사에서 이민영 기자의 ‘정치 인사이트’는 눈에 띄었고 바라던 기사였다. 언론에서 팩트를 전달하는 건 당연한 책무지만, 그것만 하다 보면 차별화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여의도 블라인드도 소프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화젯거리, 대화 소재로 좋았다. 다만 정치 인사이트가 3주마다 나와서 기간이 너무 길다. 총선도 있으니 더 자주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기사는 다른 곳에서 못 보는 것이다. 윤광일 정책 비교에 지면을 할애한 점도 돋보였다. 16일자(4면 한동훈 “목련 피는 4월, 다수당 돼 국가배상법 통과·이재명 “거점 국립대 9곳 투자해 서울대 10곳 만들 것”) 같은 경우에서도 양당 정책을 다른 매체보다 차별성 있게 보도하려는 게 보였다. 총선 보도에서 공천 관련 ‘가십’(흥미 위주)이 지나친 건 아쉬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보면 오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갈등을 다루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중심 사천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여당은 공천이 잘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오늘 기사를 보면 김건희 공천 얘기도 나오고 용산 핵심 이원모 비서관 같은 분들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너무 앞서서 어느 당이 문제 있다고 부각하면 다른 당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최승필 경제 기사 중에서 정말 창의적인 게 대만과의 비교 기사(20일자 19면 안보 지형 닮은 韓·대만…주주친화 정책에 증시 성적표 엇갈렸다)였다. 우리나라 증시가 밸류업(가치 향상)을 추진 중인데 그것과 맞물려 우리와 대만 상황이 대단히 유사하다. 소위 디스카운트돼 있는데 주력 산업이 반도체다. 그런데도 대만 증시가 우리보다 4배 높다는 건데 대만 전문가의 코멘트를 딴 게 의미 있었다. 최근 본 기사 중 가장 창의적인 기사였다. 주가연계증권(ELS) 기사에서는 적합성의 원칙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전세사기 기사에서는 ‘5대 체크리스트’와 ‘4대 요소’를 정리해서 보여 줬다. 김영석 서울신문이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려면 깊이가 있어야 하고 남들이 모르는 걸 보여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예컨대 2, 3일자 기사에 이동통신 3사(SKT·KT·LG U+)에 이어 제4이동통신사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건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28기가헤르츠는 뭘 할 수 있는지 등을 얘기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없었다. 총선 보도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뭔지, 통합형 비례정당이 뭔지, 위성정당은 왜 필요한 건지 등의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이걸 제대로 아는 국민은 10명 중에 1명밖에 안 될 거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이건 이런 의미가 있다는 걸 설명해 주는 박스 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 마크롱 파병론에 발칵… 美 “우크라 참전 없다”… EU도 비판… 러는 경고

    마크롱 파병론에 발칵… 美 “우크라 참전 없다”… EU도 비판… 러는 경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자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거센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미군 파병에 선을 그었던 미국은 참전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일축했고 러시아는 경고에 나섰다.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패배와 유럽의 안보 유지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며 파병 가능성을 꺼내자 러시아와 유럽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파리에서 20개국 고위 장관급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우리의 미래, 유럽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우리는 (미국) 없이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미 우크라이나전 파병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며 참전 가능성을 부인했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체코 등도 지상군 파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가 의회 비준을 받아 내면서 나토에 합류한 스웨덴도 난감해졌다. 자국 안보를 위해 러시아를 견제할 의도였지 전쟁에 적극 개입할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무기, 탄약 등만 제공할 것이며 군대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러시아도 즉각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 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면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 경우 가능성이 아니라 불가피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강도를 높여 답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상군 파병에 대해 지뢰 제거, 사이버 전투, 무기 생산 등의 작전을 의미한다며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할 수 있으며 어떤 가능성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버리고 유럽의 자체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귀국하는 길에 “우리는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을 낳았다. 그의 ‘자주적 외교 노선’은 때때로 역효과를 내는데, 이번 파병 주장도 마찬가지 평가를 낳고 있다. 그의 발언은 전쟁 2년이 지나면서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지원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탓에 불거졌다. 우크라이나는 한 달에 최소 20만발의 포탄이 필요하지만 유럽 총생산량은 5만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미군의 보호도 없을 것”이라고 나토 회원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급사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다음달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엄수된다. 지난 16일 나발니가 사망한 지 14일 만이다. 나발니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28일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장례식이 평화롭게 진행될지 아니면 경찰이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이들을 체포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용산, 용리단길 인근 주차장 200면 조성

    용산, 용리단길 인근 주차장 200면 조성

    서울 용산구가 주차난 해소와 주차환경 개선을 위해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주차장 조성에 나섰다. 구는 지난 26일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와 삼각지변전소 개발부지를 임시 공공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강로1가 231-30 일대 총 8626㎡ 면적의 개발부지에 200면 규모의 개방주차장(자주식 노외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은 젊은층이 즐겨 찾는 삼각지 ‘용리단길’에 있어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불법 주정차로 주민 갈등이 심해지고 단속 요청 민원도 잦다. 이에 구는 인근 유휴부지를 확인하고 토지 소유주인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와 수차례 논의해 개발 예정 부지를 별도 매입 없이 임시 공공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3년으로 하며 이후 토지 매각이나 개발사업 착공 전까지 매년 1년씩 연장하기로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앞으로도 지역 내 유휴부지나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등 주차난을 완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양천, 무주택 청년 월세 240만원 지원

    양천, 무주택 청년 월세 240만원 지원

    서울 양천구는 구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들을 위해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2차 신청자를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12개월분의 월세를 월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하는 이 사업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22년 8월 처음 시작됐다. 구는 1차 사업으로 청년 211명에게 총 3억 6000만원을 지급했다. 2차 지원 대상은 19~34세 청년 중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청년통장 가입자여야 한다. 최근 증가하는 월세 비용을 반영해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70만원 이하(1차 60만원 이하)인 주택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범위를 확대했다. 신청 기간은 지난 26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1년간이며 필요한 서류를 구비해 ‘복지로’ 홈페이지나 관할 주민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이기재(사진) 양천구청장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에 기여할 이번 사업에 많은 관심과 신청을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촘촘한 청년 지원정책을 적극 발굴, 추진해 청년의 내일이 기대되는 양천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헌재 “임대차 갱신 청구권·전월세 상한제 합헌”

    헌재 “임대차 갱신 청구권·전월세 상한제 합헌”

    이른바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임차인(세입자)의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과 공익에 비교해 임대인(집주인)의 재산권 침해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28일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등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2020년 7월 31일 개정된 임대차법은 임차인이 2년의 추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실거주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계약갱신청구권)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계약 당사자가 차임(월세)이나 보증금 증액을 요구할 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전월세 상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헌재는 이 조항들의 ▲입법 목적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최소화 ▲공익과의 균형성 등을 따진 후 “임차인의 주거 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해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는데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은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제한과 비교해 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 헌재는 “임대인의 사용·수익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행사 횟수(1회)와 법정 존속 기간(2년) 등 제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해 기본권 제한을 완화하는 입법적 장치도 충분하다고 봤다. 해당 조항에는 임차인의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하거나 차임을 연체하거나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사유가 규정돼 있다. 헌재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차임 증액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계약갱신요구권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고 했다. 인상 자체를 금지하지 않을뿐더러 갱신된 계약기간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인상률 제한인 5%가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개정법 시행 당시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개정 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부칙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사적인 계약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은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법적 규율을 가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치솟던 전셋값을 잡고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임대차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 [단독] “지방의료 붕괴, 의대 증원만으로 해결 안 돼… ‘공공 자치 의대’ 필요”

    [단독] “지방의료 붕괴, 의대 증원만으로 해결 안 돼… ‘공공 자치 의대’ 필요”

    기존 40개 의대 대상 공모로 선정필수의료 인력 전원 선발해 지원日 성공 사례로 ‘2류 의사’ 반박도“지속적 인력 확충 시스템 갖춰야” “지방의료 붕괴는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필수의료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공공 자치 의대’를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로 40년간 의술을 펼쳐온 조준필 군산의료원장(65·전 대한응급의학과 회장)은 28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지방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조 원장은 지역 필수의료 붕괴 위기와 관련, “좋은 인력들이 계속 들어오는 대학병원과 달리 지방의료원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경쟁력을 잃어간다”면서 “열악한 정주 여건과 적은 인구, 지속적으로 인력 확충할 방편도 없어 의사를 뽑으려면 급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낮은 수가 등 구조적 문제 속에 (의대 증원과 같은) 하나의 처방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사들이 꼭 필요한 곳(필수·지방의료)에 남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데 새로 의과대나 공공의대를 세우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렵다”면서 “기존 의대 중 공모를 통해 특정 의대는 필수의료분야에 필요한 입학생 ‘전원’을 선발하도록 하고, 국가는 시설과 교수진을, 지자체는 장학금을 지원해 지방 의료사각지대에서 일정 기간 복무하도록 한다면 지역과 공공병원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연 2000명씩 늘린다면 ‘2류 의사’가 양산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시행해본 결과 6년 교육과정을 통해 상당수가 좋은 성적으로 의사 시험에 합격했고 일정 기간 지역사회 의사로 일하면서 기반을 잡았다”면서 “지역이탈 등 실패 사례도 있지만 이를 잘 보완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장담했다. 조 원장은 코로나 이전 90%대 병상가동률을 자랑했던 군산의료원이 코로나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기존 80~90%의 환자들을 다 전원시키고 위기 극복에 애썼는데 2년 반이 지나니 나간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공공의료기관 유지 비용은 상당한데 400여개 병상 중 환자는 170~180명만 운영 중이라 적자 회복에 어려움이 있고 다른 지역의료원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출연기관임에도 국가도 지자체도 지역의료원에 대한 투자가 충분치 않았다”면서 “대부분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지역의료원들을 경쟁력 없게 방치하지 말고 지역사회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22년 개원한 군산의료원은 500여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는 전북의 거점 공공의료기관이다. 의료대란 속에서도 이탈자 없이 40여명의 전문의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 태아 성별, 임신 32주 전에도 알 수 있다

    태아 성별, 임신 32주 전에도 알 수 있다

    헌재 “태아 성별 아는 건 부모의 권리”… 남아 선호 쇠퇴도 영향 태아 성별이 나오면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부모가 알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임신 8개월 전에는 의사가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 주는 것을 금지했는데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로써 1987년 제정된 성감별 금지 조항은 37년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28일 태아 성감별을 금지하는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이 조항은 바로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은 남아선호사상 쇠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함께 양성평등의식이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민의 가치관과 의식의 변화로 전통 유교사회의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과거에는 태아의 성감별이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들·딸 선호 구별이 없어지면서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과거엔 둘째아나 셋째아의 경우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남아 비율이 높았지만, 2014년부터는 셋째아 이상도 자연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의 정상범위 내에 도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 줌으로써 부모가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는 성별 고지 탓이 아닌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행위가 문제라고 짚었다. 헌재는 “성 선별 낙태 방지와 태아의 생명 보호는 낙태와 관련된 국회의 개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듬해 말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 그러나 입법시한까지 법이 고쳐지지 않아 불법 소지가 있는 임신 말기 낙태 수술도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이 같은 재판관 다수 의견의 주된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 없이 허용하기보다 32주라는 현행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국가는 낙태로부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태아의 성별 고지를 앞당기는 개정을 함으로써 (태아 생명)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 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결과가 돼 타당하지 않다”며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할 필요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은 남아 선호에 따른 선별 출산과 성비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당시 조항은 시기와 무관하게 의료인이 태아의 성감별 결과를 알려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2008년 헌재가 이 조항에 대해 사실상의 위헌을 뜻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09년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대체 법안이 입법됐다. 이번 헌재 결정은 임신한 배우자를 둔 변호인 등이 2022년과 지난해 의료법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내려진 판단이다. 청구 당시 이들은 이미 암묵적으로 성별을 알려 주고 있고 경찰 수사도 거의 없는 등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사 단체 역시 32주 규제에 의학적 근거가 없고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사전 행위 격인 성감별을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꿈… 두 소년의 따뜻한 우주여행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꿈… 두 소년의 따뜻한 우주여행

    아득한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을 여행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이런 낭만적인 꿈은 여러 작품을 통해 실현됐는데 대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다. 1980~90년대 한국에서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고 다양한 패러디물을 탄생시켰다. ‘은하철도 999’에 영감을 준 원작이 있으니 바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다. 1930년대 발행됐으니 벌써 90년이나 흘렀지만 우주를 여행하는 멋진 이야기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한 설렘을 준다.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은하철도의 밤’은 원작을 뮤지컬 버전으로 각색한 창작 작품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 초연해 2022년 4월 앙코르 공연을 선보였고 지난해 12월 다시 개막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우주여행을 선물하고 있다.이탈리아의 어느 작은마을. 앞을 보지 못하는 조반니는 아버지가 실종된 후 인쇄소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간다. 그가 사는 마을에는 7년마다 은하수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를 앞두고 조반니 앞에 어렸을 적 친구인 캄파넬라가 나타난다. 축제에 가자는 캄파넬라의 제의를 애써 거절한 조반니는 인쇄소로 가는 길에 마음을 바꾼다. 하지만 축제현장에서 그를 비웃는 소리와 수군거림에 방향 감각을 잃는다. 가까스로 캄파넬라의 도움을 받지만 이내 눈부신 섬광과 함께 정신을 잃는다. 조반니가 깨어난 곳은 은하철도 999였고 그때부터 환상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된다. ‘은하철도의 밤’은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함께 은하 정거장을 출발해 북십자성과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전갈자리, 켄타우루스자리를 지나 남십자성까지 여행하는 과정을 아름답고 흥미롭게 그려낸다. 캄파넬라가 다양한 인물로 변신하며 조반니의 여행을 풍성하게 꾸미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번진다.아버지에 얽힌 어떤 비밀을 찾아가는 신비로운 여행에서 조반니는 다양한 상황과 이야기를 접하며 차츰차츰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앞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처지일지라도 도망치거나 숨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하나면 충분히 빛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은하철도의 밤’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날 삶을 꿈꾸고 용기 내게 하는 작품이다. 여행을 하고 나면 한층 더 단단하고 성숙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관객들은 조반니의 여행을 함께하며 한 뼘 자란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 따뜻한 이야기가 가진 힘은 관객들의 가슴에 별처럼 오래오래 빛나는 여운을 남긴다. 원작과는 설정이 다르지만 바뀐 설정이 공연을 보고 나면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2인극이지만 2인극 같지 않은 풍성한 등장인물은 무대를 꽉 채우고, 우주여행의 설정에 맞는 화려한 영상과 기차임을 보여주는 무대장치들은 시각적으로도 특별한 감성을 준다. 3월 3일까지.
  • “문제아라 불린 내 아이… 편견에 갇혀 ADHD 진단받기 주저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문제아라 불린 내 아이… 편견에 갇혀 ADHD 진단받기 주저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ADHD 자녀 둔 엄마들의 이야기 ‘280조원’ 정부가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15년간 쏟아부은 돈이다. 매해 떨어지는 출산율을 붙잡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가운데 정작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돌볼 방법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뤄졌다. 그러는 사이 F코드(정신과적 질병코드) 진단을 받은 국내 아동·청소년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엄마들은 “F코드를 받은 아이를 ‘아픈 아이’가 아니라 ‘나쁜 아이’ 취급하는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태어날 아이를 늘릴 걱정만큼 태어난 아이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정서·행동 문제가 있는 가정의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해 정신 및 행동 장애의 일종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세모’(별난 아이)와 ‘터틀이’(느린 아이)라고 부르는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진단받고 나서 거의 죽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키울지 막막했어요. 교사일 때 ‘문제아’라고 불리는 애들을 보면서 부모 탓을 한 적도 있는데, ADHD 아들을 키워 보니 부모를 탓하는 게 얼마나 잔인한 건지 알겠더라고요.” 12년차 중등 교사이자 초등학교 3학년 ADHD 아들을 둔 엄마인 이정민(35·가명)씨는 지난달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ADHD가 됨으로써 갑자기 제가 주류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ADHD라면 집중력이 낮아 성적이 안 좋고, 과잉행동 때문에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강한데, 공부를 못하고 인기도 없다는 건 한국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교직 생활에서 만났던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의 부모를 탓했던 과거를 후회한다고도 말했다.교육 전문가라고 자부해 왔지만 아들의 ADHD 증상을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역시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들이 다섯 살 때부터 어린이집에서 과잉행동을 자제하지 못해 힘들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자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너무 예민하다’고만 생각했다. 이듬해 야외활동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들이 일곱 살이 된 해, 새학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으로부터 또다시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전화를 받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자 이씨는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고 ADHD라는 진단명을 손에 쥐었다. 선생님의 첫 권유부터 병원에 가기까지 2년이나 걸린 셈인데, 교사조차 자신의 자녀의 정서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긴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 마침내 병원에 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편견이다. 이씨는 “진단받기까지도 힘들었는데 가족들의 편견하고도 싸워야 한다는 게 힘들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애를 정신과까지 데려갔어야 했냐’, ‘네가 긁어부스럼 만드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주변의 이런 반응을 겪은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아이의 정서·행동 장애 진단 사실을 밝히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서울신문이 ADHD 자녀를 둔 학부모 21명을 대상으로 ‘담임 교사에게 자녀의 ADHD 사실을 밝혔느냐’고 물었을 때 절반 이상(12명)이 ‘아니요’라고 답했다. 응답자 등 대부분은 교사가 색안경을 끼고 자신의 자녀를 바라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답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교사의 관찰을 ADHD 진단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권장하는 나라도 있다. 교사야말로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보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교사가 ADHD 진단을 추천하면 진료비를 깎아 주는 제도가 있다. 2012년쯤 이 나라에 살았던 김재윤 위드인넷 대표는 “유럽의 의료비는 비싸지만 ADHD 검사의 경우 교사 추천서를 지참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수도권으로의 의료 인프라 쏠림도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적기 치료를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다. 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이씨는 “저희 지역엔 소아정신과가 아예 없다”며 “근처에 있는 다른 도시로 갔는데 그마저도 소아정신과가 아니라 성인들이 가는 정신건강의학과였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 있는 유명한 병원의 초진 예약은 1~2년 대기가 기본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정서·행동 위기학생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교육시스템 속에선 이들이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과목마다 교사가 바뀌는 중·고등학교에선 수업에 더욱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중3 ADHD 아들을 둔 김모(50)씨는 “과목 수가 많아지는 고등학교 입학이 벌써 두렵다”면서 “마감 기한이 있는 수행평가나 팀프로젝트에 굉장히 취약한 애들이라 수시는 이미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미국의 경우 ADHD를 진단받은 학생이 대입자격시험(SAT)을 볼 때 추가 시간을 주거나 진단서를 제출할 경우 별도의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해 주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별도의 지원책이 없다.
  • “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죽은 새끼 들어올리는 어미돌고래의 애타는 모정

    “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죽은 새끼 들어올리는 어미돌고래의 애타는 모정

    죽은 새끼를 끌어올리는 돌고래 한마리가 또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다큐제주·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은 28일 낮 12시 57분쯤 대정읍 일과리 앞바다에서 죽은 새끼를 끌어올리는 남방큰돌고래 한마리의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남방큰돌고래는 태어난 지 하루이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새끼로 추정된다. 어미가 본능적으로 새끼를 살리기 위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들어올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새끼가 그 과정에서 숨을 쉬는 행위를 못했거나 태어나자 마자 질식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육지동물은 새끼가 죽으면 어미가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지만 수중 포유동물인 돌고래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추모를 하게 되는데 바로 그 과정인 것 같다”면서 “새끼가 부패할 때까지 추모하다 놓아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어미가 죽음을 부정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직감적으로 놓아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는 “크기로 봐선 갓 태어난 것 같다”면서도 “혹시 미숙아로 태어났을 가능성도 있으며 어미가 외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뱃속에서 죽어서 태어났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최근 돌고래 관광 선박들이 돌고래 가까이에 접근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경우, 특히 임신한 돌고래인 경우 외적인 스트레스로 유산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미는 새끼를 등에 업고 오랜시간 장례 의식을 치른다”면서 “주둥이로 새끼를 들어올릴 때 호흡여부를 진동으로 감지하기 때문에 새끼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지난해 3월, 5월에 이어 8월 15일에는 대정읍 무릉리 인근 해상에서 죽은 새끼 돌고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남방큰돌고래를 발견하는 등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죽은 돌고래를 며칠 간 수면 위로 끌어올리거나, 등에 업은 어미 남방큰돌고래들이 관찰된 바 있다. 당시 관광선박 4척이 하루종일 돌고래를 따라다녀 어미 돌고래가 새끼를 힘겹게 업고 다니는 영상이 포착돼 비난을 샀다. 한편 돌고래연구팀은 29일 다시 대정읍 일과리 일대에서 어미돌고래를 드론 등으로 관찰할 예정이다.
  • 헌재, ‘임대차 3법’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합헌…“입법 목적 정당”

    헌재, ‘임대차 3법’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합헌…“입법 목적 정당”

    이른바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임차인(세입자)의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과 공익에 비교해 임대인(집주인)의 재산권 침해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28일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등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2020년 7월 31일 개정된 임대차법은 임차인이 2년의 추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실거주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계약갱신청구권)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계약 당사자가 차임(월세)이나 보증금 증액을 요구할 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전월세 상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헌재는 이 조항들의 ▲입법 목적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최소화 ▲공익과의 균형성 등을 따진 후 “임차인의 주거 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해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는데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은 임대인의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제한과 비교해 크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 헌재는 “임대인의 사용·수익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행사 횟수(1회)와 법정 존속 기간(2년) 등 제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해 기본권 제한을 완화하는 입법적 장치도 충분하다고 봤다. 해당 조항에는 임차인의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하거나 차임을 연체하거나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사유가 규정돼 있다. 헌재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차임 증액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계약갱신요구권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고 했다. 인상 자체를 금지하지 않을뿐더러 갱신된 계약기간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인상률 제한인 5%가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개정법 시행 당시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개정 조항을 적용하도록 한 부칙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사적인 계약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은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법적 규율을 가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치솟던 전세값을 잡고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임대차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에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에 위반된다며 잇달아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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