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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버설 발레단·국립 발레단 “봄맞이 화려한 群舞”

    국내 직업 발레단의 양 축을 이루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이 봄 무대에서 고전발레와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한 판 승부를 건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7∼31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백조의 호수’ 10년 결산 공연을 갖는 데 이어 국립발레단도 4월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새 수장 김긍수 예술감독의 취임 첫 작품으로 ‘지젤’을 올린다.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통하는 ‘백조의 호수’는 ‘잠자는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차이코프스키 3대발레.주역무용수의 고난도 테크닉을 요하는 작품으로 주인공 오데트·오딜 역은 모든 발레리나가 해보고 싶어하는 배역이다.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원전 안무를 그대로 따라 왕자가 악마 로트바르트를물리치지만 결국 죽게되고,오데트 공주는 이 슬픈 사랑에 절규한다는 비극적 결말을 택한다. ‘지젤’은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의해 초연된 이후 낭만주의 발레의 대명사 격이 된 레퍼토리.여성 무용수에 대한신비감을 최대한 극적으로 살린 게 특징이다. 두 작품 모두 ‘백색 발레’의 군무(群舞)를 갖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낭만주의 시대때 비롯된 ‘백색발레’(ballet blanc)는 여성 무용수가 어스름한 달빛 아래 흰색 의상을입고 춤을 추는 장면을 말한다.‘백조의 호수’ 군무와 ‘지젤’ 2막 윌리들의 군무는 발레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지젤 2막 윌리들의 숲,백조의 호수 중 호숫가 장면에서 24∼32명의 발레리나들이 똑같은 흰색 발레의상을 입고 일사분란하게 춤을 춰 장관을 연출한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은 여성 무용수들에게는 아주어려운 발레로,주역무용수는 1인2역을 해야 한다.‘백조의호수’에서 여자 주인공은 청순하고 가련한 백조 오데트와악마의 딸 오딜을 한 발레리나가 해내며 ‘지젤’의 경우 1막 초반에서는 순진하고 발랄한 시골소녀,1막 중반에서는 사랑의 배신으로 미쳐가는 비련의 여인,2막에서는 싸늘한 영혼으로 변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데트·오딜 역에 김세연 임혜경 이민정과 지그프리드역에 황재원,키로프발레단출신인 아르템 쉬필렙스키,핀란드 국립발데단 수석무용수 벨야예브스키 스타니슬라프 등으로 트리플캐스팅했다.국립발레단은 김주원,김지영 두 톱과 함께 새로운 지젤에,지난해 입단직후 주역 데뷔한 신인 윤혜진을 내세운다. 김성호기자 kimus@
  • [공무원 Life & Culture] 재경부 장태평 국장

    “시심(詩心)이 강한 사람들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남보다 많이 하게 되지요.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겁니다.옛 선비들이 시를 통해 공직자의 도리를 되새겼던것도 그런 이유 아니었을까요.”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장태평(張太平·53·부이사관) 상임심판관은 지난 연말 평생 소원을 이뤄냈다. 자기이름으로 된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 (도서출판 나비)를 펴냈다.고등학교 때부터 써온 300편가량의시 중에서 98편을 추렸다. 장 국장이 시에 본격적으로 눈뜬 것은 경기고 시절.문학청년들의 모임인 ‘서우회’(書友會)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그때 같이 활동했던 친구 중 한명이 국민가요 ‘아침이슬’의 주인공 김민기(金敏基·51)씨.이번 시집의 표지그림도 김씨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그림”이라며 그려주었다. 가장 애착 가는 시가 무엇이냐는 요청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시집 47쪽 ‘수박’을 펴보인다. “땅에 자랐어도/하늘을 닮은 수박/둥글고/시원하고/가슴 가득 붉은 노을을 지녔다.” 장애인들을 수박에 비유해 표현했다는 이 짤막한 시에는그의 소망이 녹아있다.어릴 적 그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번듯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이번시집 판매로 얻은 수익금도 모두 시각장애인들의 개안(開眼)수술 비용으로 내놓았다. 84년 사무관 시절,그는 천당의 문턱을 다녀왔다.밤샘작업을 한 뒤 집에 돌아와 의식을 잃었다.의사는 “간암인 것같다.”고 했다.그의 나이 불과 35세.하지만 정밀진단 결과 간에 물혹이 생겨 일어난 혈관종으로 판명됐다.처음으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그때 경험을 떠올리며지은 시가 ‘밥상에 남은 인생’. “간암일지 모른다는 의사 말에/어린 자식들이 애처로워/해놓은 일 너무 없어/10년만 더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17년이 지난 지금/배불리 먹고 난 다음/밥상에 남아 있는 내 인생.” 행시 20회(77년)로 경제기획원에 발을 들인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이름처럼 ‘태평’이었다.사람 좋아 보이는인상에 항상 표정에 여유가 넘쳤다. 혈관종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지 며칠 안돼 당시문희갑(文熹甲·65·현 대구시장)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이그를 불렀다.문 실장은 “몸도 안좋은 데 미안하다.”며농림예산을 맡으라고 주문했다.당시는 농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던 때.추진력 강한 사람이 필요했다.2년동안농공단지 조성,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등을 기획했다.94년말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현 재경부)으로 통합된 뒤에는 전공을 세제실로 옮겼다.때문에 국내 경제관료가운데 예산과 세제를 동시에 꿰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로 꼽힌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사설] ‘박근혜 탈당’과 정치권 파장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의원의 탈당은 12월 대통령선거를앞둔 정치권과 향후의 대선 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그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박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면서 내세운 명분과 그 속내를 두고 여러 갈래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1인 지배체제,이른바 ‘제왕적총재’를 타파하려다가 결국 한계를 절감한 나머지 당을 뛰쳐 나갔을 수도 있다.아니면 자신의 대권 행보를 위한 명분쌓기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판단 아래 계획된 수순에 따라 탈당을 한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박 의원의 탈당이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한나라당에 미칠 영향이클 것이다.이회창 총재의 당 운영이 ‘정당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비판하는 김덕룡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인사의 연쇄 탈당 여부가 일차적인 고비가 될 것이다.다음으로 대선정국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의 크기는 ‘반 이회창 연대’로엮어지는 제3의 신당 태동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박 의원의 탈당에 따른 정국 전망에 관해 더 이상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그것보다는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탈당이 건전한 선거풍토 조성과 정당정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이와 함께 민주적인 정당 운영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역대 선거 풍토에서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는 지역 정서를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선거다.박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자벌써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영남후보론이 가시화되고있다고들 한다.남북 분단도 서러운데 또다시 동서 갈등을부추기며 전라도,경상도 타령으로 대선 국면을 지역 대결양상으로 몰아 간다면 한국 정치는 영원히 퇴보하고 말 것이다. 반세기가 넘은 헌정사를 돌아볼 때,정당정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특정인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의 생성·소멸이 무상했기 때문이다.특히 선거철만 다가오면 정치적 이념이나 이에 바탕한 정책 노선과는 아무 상관없이 몇몇 정치인들의 야합에 가까운 이합집산으로 합당과창당을 식은 죽 먹듯이 해온 것이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이념적 동질성과 좌표 설정도 없이 특정 인물 중심으로 제3의신당을 창당한다면 결국 붕당정치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덧붙여 한나라당은 박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제반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아울러 단일후보 추대 형식의 당 대선 후보 선출이 과연 국민적 공감을받을 수 있을 것인지 냉철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 빨라지는 中민주화 행보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중국의 민주화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이 21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인권·종교 등 민주화 문제를 집중 거론한 데다,민주화를 외면하고서는 국제무대에서 2008년 올림픽 유치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걸맞은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가까운 시일내 저명한 반체제 인사와 정치범등의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한편 인권 개선조치와 지하교회 등록규정 완화방안을 입안할 방침이다.지난 1983년 중국 당국에 체포된 티베트 출신의 수도자 지그메 상포와 97년 검거된 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 지하 가톨릭교회의 수즈민 주교 등 일부 인사들이 주요 석방대상자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화의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되는 측면도 있다.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의식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권문제 등에대해 이전보다 훨씬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중국인권연구회가 12일 창간한 격월간지 ‘인권(人權)’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잡지 ‘인권’은 여러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중국인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그중 가장 큰 문제는 ▲아직 3000만명 이상의 절대적 빈곤층이 상존하고 있으며 ▲15살 이상 사람들 중 8500만명 이상이 문맹이거나 반문맹의 상태이고 ▲법제도가 불충분한 데다 법집행마저 엄격하지 않아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다는 등이다.
  • [실패 대탐구] 제1부(3-1)美 ‘실패박물관’ NPW

    [앤아버(미 미시간주) 김균미특파원] 지난해 3월 미국뉴욕주 이타카에서 미시간주의 대학도시인 앤아버로 옮긴‘뉴프로덕트워크스(NewProductWorks:NPW)’는 ‘실패 박물관’으로 더 유명하다.자동차 전시장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는 10m쯤 되는 5단짜리 대형 선반 36개에 손때 묻은 7만여점의 수집품들이 빽빽이 진열돼 있다. 지난 1965년부터 37년간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시장개척에 실패한 각종 신제품들이다.박물관 설립자인 로버트 맥메스(70)와 아내이자 박물관장인 진(65)이 바로 손때의 주인공이다. 세 개의 벽면을 빙 둘러가며 세워진 진열대에는 식품 2만 6000여점,음료 8000여점,건강·미용용품 1만 3000여점,가정용품 6700여점,애완동물용품 1000여점과 일본·호주 등외국산 소비재 수백점 등이 진열돼 있다.공간이 부족해 여러 제품을 겹쳐놓다 보니 제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맥메스는 영국 회사들에 미국 시장의 신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서 신제품을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제품자료와 샘플들이 모이면서 자료로서 가치가 커지자 지난 1990년 뉴욕주 이타카에 ‘신제품 전시장 및 교육센터’를 세웠다. 당시는 미국 기업들도 신제품 개발과 시장개척 과정에서빈번히 일어나는 실패사례들에 대해 별 관심을 기울이지않던 시절이었다. 초대형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조차도 1980년대 중반 출시했던 대표적 실패작 ‘뉴코크’의 샘플은 물론 사진조차보관하지 않았었다.때문에 맥메스의 신제품 전시장은 세계 유일의 ‘실패 박물관’으로서의 위치를 굳힐 수 있었다. 맥메스는 “이곳에 있는 제품들이 모두 실패작은 아니다. 신제품들을 모아놓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매년출시되는 신제품 중 80∼94%가 실패하기 때문에 이 곳 전시품의 대부분은 실패작들이다.‘실패 박물관’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그는 “수많은 회사들이 쏟아낸 실패작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고,같은 실수의 재발을 방지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막을 수 있다.”며 박물관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곳은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미리 신청을 해야만 관람할 수 있다.일반 관광객들은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다.특허분쟁에 휩싸인 기업의 변호사들과 신제품 개발을 앞둔 기업 담당자들이 주 고객이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특허권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조사작업일 경우,건당 최소 3000달러를 받는다.신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한 기업 고객들은 최소 2만 5000달러를 내야 한다. “요금이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질문에 맥메스는 “NPW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실패할 것이 확실한 신제품을 출시 직전에 철회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피한 기업들도 많다.”고 되받는다.그가 넘겨준 고객 명단에는 베스트푸즈,제너럴푸즈,켈로그,킴벌리 클라크,나비스코,프락터&갬블,레블론,SC존슨&선,유니레버,아사히맥주,미쓰비시,헨켈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포함돼 있었다. 박물관은 지난해 컨설팅회사인 아버 스트레티지그룹의 필 루스 사장에게 팔렸다.그는 수년전 한 과자회사 부사장일 때 이 곳을 방문했다가 수집품의 잠재적 가치를 꿰뚫어보고 사들였다. 루스 사장은 ‘박물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시품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중이다.분야별 목록을 CD로 제작해 고객들에게 유료로 제공하거나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해외망도 확충할 생각이다. kmkim@
  • ‘이무지치’ 창단 50돌 투어연주

    세계 정상의 실내악단 ‘이무지치’가 창단 50주년 기념투어연주를 한국에서 시작한다.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연주단체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의 음악인들이 모여 지난 52년 창단했다.“바로크 음악의 참 맛을 들려 준다”는 토스카니니의 격찬 속에 ‘바로크 음악의 사도’로 급성장한 악단은 젊은 연주자들을 새 단원으로 받아들여 80년대 이후부터는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은 물론,현대에까지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해 파헬벨의 ‘캐논과 지그’,드보르작의 왈츠등을 들려준다.20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22일 현대자동차 아트홀,24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오후 7시30분,(02)789-3726,3464-4998. 신연숙기자 yshin@
  • 北선박, 日순시선과 교전 침몰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수역을 침범해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기관포 사격을 받고 침몰한 괴선박은 마약이나 무기를 일본에 밀수출하는 임무를 띤 북한 배일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오전 8시쯤 가고시마(鹿兒島)현아마미 오시마(奄美大島) 북서쪽 동중국해 해상에서 침몰한 괴선박의 선원으로 보이는 2명의 사체를 발견,인양했다고 발표했다. 해상보안청은 또 “인양된 선원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공안당국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일본에 지금 시기에 공작원을 침투시킬 이유가 없고 배의 속도가 공작선과는 달리15노트에 불과하며 선원이 15명 정도로 많은 점으로 미뤄밀수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선원들이 배를 폭파,침몰시켰을 가능성이있고 지그재그로 도주했으며 선체의 모양이나 공격에 쓴총으로 미뤄 볼 때 북한 선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괴선박에 선체사격을 가하기는 1953년 홋카이도(北海道) 앞바다에서 옛 소련의 공작선으로 보이는 배에자동소총을 발사한 이후 48년 만이다. 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측 EEZ 내로 들어가 괴선박에 사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합법성 시비가 일 것으로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괴선박이 해저 100m 지점에 침몰해 있으며,현재 선체 인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marry01@
  • [대한광장] 다시 도덕과 정치를 생각한다

    집권층의 비리 의혹이 연일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한다.의혹을 받는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을 보면 하나같이 체면이나 염치는 저 멀리 던져버린 것 같다.연말이 다가오면서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마저 얼어붙는 느낌이다.국민의 정부 또한 스스로 변한 것은 없고 오직 개혁이라는 언어만을 앞세웠을 뿐임을 실감한다. 정치에 환멸을 느낄 때 나는 글래드스턴을 머리에 떠올린다.네 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글래드스턴은 영국인이 가장존경하는 정치가로 손꼽힌다.그는 보수적인 영국 사회의 개혁을 열망하였고,현실 정치에서 이 열망을 이루려고 노력한 이상주의자였다.19세기 후반 자유당은 그의 개혁노선에 힘입어 노동자계급에까지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러나 글래드스턴을 연상하는 까닭은 그의 탁월한 정치적 능력 때문이 아니다.참으로 기이한 점은 그의 내면 신앙과 도덕적인 삶 자체이다.그는 청년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일기를 썼다.그의 일기는 오랫동안 역사가들의 관심을 끌었지만,정작 전집으로 출판된 것은 1970년대 초의 일이다.그의유족들이 간행을 반대했기 때문에 늦어졌다고 한다. 후손들은 왜 출판을 꺼렸을까.간단한 메모와 단편적인 기술로만 이어진 일기 곳곳에는 ‘엑스’(X)라고 표기된 사람들과의 만남이 적혀 있다.놀랍게도 그 ‘엑스’는 모두 사창가의 여인들이었다.글래드스턴의 후손들은 위대한 인물이 오명을 뒤집어쓸까 두려워 감히 출판을 생각하지 않았던것 같다.일기를 들쳐본 사람은 다시 한번 그 내용에 놀란다.글래드스턴은 공직에 있을 때에도 저녁 무렵에는 평복을하고 사창가를 배회했다.그는 신분을 숨긴 채 버림받고 자학에 빠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그는 거리의 여인들과 만나,자신의 도덕적 열정으로 그들을 교화하고 설득하고자 노력했다.여인이 새로운 삶을 찾기로 약속하던 날의 일기에는 신에 대한 감사와 인간에의 굳건한 믿음으로 가득 차있다.성과가 없는 날의 기록은 회한의 언어만 나타날 뿐이다. 글래드스턴은 나의 한 친구와도 관련된다.역사를 전공하는 그 친구는 지난 십 수년간 글래드스턴에 몰두해 있었다.나는 그가 왜 글래드스턴에 집착하는지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4년 전 선거가 끝난 후에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나는 비로소 그 궁금증을 풀었다.그는 80년 5월 고향 광주에 있었다.상황이 절망적으로 변하던 날 밤에 그는 부모의 눈물어린 배웅을 받으며 몰래 광주를 빠져 나왔다.한 친구와 함께 철길을 따라 5㎞ 가량 곧장 뛰었다고 한다.그리고 유학을떠났다. 내성적인 성격에 평소 학생운동과도 거리를 두었던 그 친구는,그러나 유학시절 내내 가위에 눌리는 아픔을 안고 살았다.역사가는 그의 연구대상에 그 자신의 꿈과 열망을 투사한다고 하지 않던가.그는 글래드스턴에게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모양이다.아마도 그는 고향 출신의 한 걸출한 정치가의 잔영을 글래드스턴의 모습에 덮쳐씌우려고 했던 것 같다.적어도 그에게 그 정치가의 인생역정은 글래드스턴의 도덕정치와 동의어였다. 그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아마 이전의 감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 모른다.지난 4년의 세월은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지만,허나 지금부터라도권력자와 집권층은 다음과 같은 자명한 사실을 숙연하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이전의 그 정권 교체는 자신들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내 친구와 같은 그 무수하면서도 평범한 개인들의 꿈과 비원과 열망이 한데 모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을말이다. ■이영석 광주대교수·서양사
  • [굄돌] 허물어지는 추억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촌의 외가에는 큰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사랑채 옆의감나무에는 흔한 종류의 감이,마당 한 구석 측간 가는 길에있던 나무에는 길쭉한 모양의 감이 달려있었다.익기 전에 따서 삭혀 먹거나,홍시가 되도록 놔두다 장대로 따서 먹기도했다. 뒤뜰 너머 언덕 위는 대나무 밭이었다.울창한 대나무 숲 속을 걷는 일은 늘 흥분이었다.봄이면 숙모는 죽순을 베어서무쳐 주셨는데,심심한 듯하면서도 새롭던 맛을 그 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다.언덕에는 굴이 두 개 있었는데 무,배추,고구마 등을 넣어 두었다.어린 눈에는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었다. 여름에는 원두막에서 막 따낸 싱싱한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먼 들의 경치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도 있다.점심 때면 숙모가 만들어주신 뜨겁지만 고소했던 수제비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빨래하는 숙모를 따라 나섰다가 물살 급한 수로에 빠졌다.바로 연결된 수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그때 사촌형이 그 수통 속에 몸을 던져 나를 구해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서 등줄기가 늘 서늘해지곤 한다. 외가 앞에는 꽤 큰 연못이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가뭄이 심해 물이 많이 줄었다.동네 사람들이 연못에서 손으로 물고기들을 잡았다.사촌 형들이 큰 물통 여러 개가 차도록 고기를많이 잡아서 일가 친척들이 나눠 먹었다.특히 민물고기를 좋아하던 아버지는 사촌 형들이 삼십 리 떨어진 우리 집까지그 것을 갖고오자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큰집도 외가와 비슷한 시골이었다.감나무가 있었고 입구엔깨죽나무가 있었다.장대 끝에 잡아맨 낫으로 훑어낸 잎을 무침해서 먹었다.고소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나는 그 맛을 40년만인 지난해 어느 사찰에서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꽃바탕이라고 부르던 뒷산 공터에서 형과 누나들은 ‘하루’라고 부르던 공놀이를 했다.어리다고 끼워주지 않아서 구경만했다.겨울철 토끼 몰이의 기억도 묻어난다. 이제 큰집은 허물어져서 밭이 되었고 외가도 빈집이 돼서대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정녕 그 모든 것들은꼭 이렇게 사라져야만 하는것인가?▲나해철 시인 성형외과원장
  • 재경부 장태평 국장 시집 출간

    경제관료가 고교시절부터 써온 100여편의 시를 묶어 책으로펴냈다. 이달초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 재정경제부 장태평(張太平·52)국장. “일상 속에 깃들인 소박한 아름다움들을 노래해 보았습니다.바쁜 공직생활에 쫓기다 이제서야 겨우 30여년간 간직해온 시작(詩作)노트들을 한데 모을 수 있었습니다” 장 국장은 행시 20회로 77년 경제기획원에 발을 들인뒤 예산·공정거래·기획·국민생활·세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이번에 시집을 낼 만큼 짬을 얻은 것은 올초 시작한 국방대학교 파견근무 덕.지금도 고교 때부터 사귀어온 시 동호인들과 교류하고 있다.‘아침이슬’로 유명한 작곡가 겸 가수 김민기(金敏基)씨가 그 중 한사람으로 이번 시집의 표지그림을 그려주었다. 장 국장은 98년 12월에도 ‘기업구조조정과 세제지원’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그때에 이어 이번에도 판매수익금을 개안(開眼)수술 등 장애인을 위해 쓸 생각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여 당권파·쇄신파 갈등 심화

    민주당 내 당권파와 쇄신파 사이에 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개혁쇄신파 거의 전원이 참여하는 범개혁모임이오는 21일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자,당권을 쥐고 있는 당내 최대 규모 모임인 중도개혁포럼이 이에 맞서 이틀 앞선 19일 긴급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당 주변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당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가 정식 발족된 상황에서 이러한 장면이 연출되자,또 다시 당내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불어닥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양측의 충돌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김 대통령의 직접적당내 장악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그야말로 예측불허다.특히 이번 상황은 가깝게는 당의 시스템 쇄신 여부에서부터 멀게는 대선후보 선출구도에까지연결돼 있어 권력투쟁의 측면까지 엿보인다. 개혁파는 중도개혁포럼이 한광옥(韓光玉) 대표 및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구파에 연결돼 있으며,결국 이인제(李仁濟) 고문에 대한 지지를 굳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당권파는 개혁파가 세를 결집시키고 여론의 지원으로 판을 바꾼 뒤 노무현(盧武鉉)·김근태(金槿泰) 고문 등의 개혁성향 후보를 민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볼 때 민주당 내 세력이 중도개혁포럼과 범개혁모임으로 양분될 경우,여권 대선후보 경쟁은크게 당권파 대 개혁파,이인제 대 반(反)이인제 구도로 뚜렷하게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파는 지금 추세로 가면,‘이인제 대세론’이 굳어질것으로 보고,‘당 쇄신을 위한 특대위’가 출범했음에도불구하고 범개혁파 모임 출범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특대위에 쇄신파 의원이 예상보다 많은 4명이 포함되긴 했지만,중도개혁포럼 소속이 7명이나 되는데다 나머지 특대위원 대부분이 당권파와 가깝다는 점에서 ‘큰 흐름’을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선 범개혁파 모임의 출범은 일종의 시위효과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당권파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중도개혁포럼을 주도하고있는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18일 “모임을 갖는 것은 자유지만,그것이 대선구도와 연관돼 압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김상연기자 carlos@
  • 한국인 테너 첫 獨바그너극장 선다

    경북과학대 겸임교수이자 안동대 음악과에 출강하는 유영재(兪永在·41)씨가 한국 성악가 중 테너 가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5대 오페라극장 가운데 하나인 바그너극장 무대에선다. 8일 안동대에 따르면 유씨가 독일 바그너극장 전속 오페라 합창단 오디션에서 최종 합격해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바그너 오페라 페스티벌에 서게 됐다. 바그너극장은 독일 오페라 창시자이며 작곡가인 바그너(1813∼1883)가 세운 극장인데 현재 서울대 강병운교수와 재독 성악과 연광철씨 등 한국인 2명이 베이스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유씨는 내년 6월20일부터 두달간 독일 바이로이드에서 열리는 바그너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에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니벨룽의 반지’,‘지그프리드’ 등 10개 작품에서 모두 25차례 출연할 예정이다. 안동대를 졸업한 유씨는 영주 대영고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91년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학교에 입학,4년간 세계적인테너인 자니 라이몬드와 루치아노 베렝고 교수에게 사사받았다. 또 지난 97년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열린기념행사때 주최측의 초청으로 참가해 독창회를 갖기도했다. 유씨는 “세계 5대 오페라극장의 하나인 바그너극장에 서게 된 것은 성악가로서 대단한 영광이며 열심히 노력해 한국인의 음악적 재능을 세계에 과시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한찬규기자 cghan@
  • ‘로보트 태권브이’ CD 복원 김어준 딴지 총수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장편 만화영화 ‘로보트태권브이’가 25년만에 디지털로 복원된다.㈜딴지그룹(www.ddanzi.com)의 김어준(金於俊·34)총수가 3개월간의 작업끝에 총 8,000만원을 투입,85분 분량의 무삭제판 영화를 2장의 CD에 담아 부활시켰다. 김 총수는 “잊혀져가는 국내 만화영화에 대한 향수를 되찾고 싶어 디지털 복원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세대를 뛰어넘어 로보트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위해 소장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삭제판 CD 복원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원판필름은 미국으로 넘어갔고,80년대초 나왔던 비디오판은 상당부분 잘려있었다.지방극장에서 발견된 사본필름은 관리부실로 상영조차 할 수 없었다.김 총수는 “원작 제작자인 김청기 감독을비롯,태권브이 팬클럽 ‘신화창조’ 등의 협조를 얻어 국내모든 버전과 영문판 버전까지 입수,총망라하는 작업을 펼쳤다”고 말했다.저작권을 소유한 김 감독은 딴지그룹의 작품을 공식적인 복원CD로 승인했다. 완성된 CD는 자막과 함께 최고의 화질을 구현했으며,등장인물 ‘깡통’과 ‘메리’의 대결장면 등 20분짜리 미공개 영상도 보여준다.태권브이 음악을 작곡한 최창권씨,주제가를부른 최호섭씨 등의 인터뷰도 실렸으며 전체 대본 등이 담긴 소책자도 제공한다. 김 총수는 “지난달 첫 복원사업으로 출시한 고우영의 ‘디지털 삼국지’ CD도 3만장이 팔리는 등 호응이 크다”면서“2∼3개월마다 묻혀있는 문화작품을 발굴,디지털로 되살리는 복원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보트 태권브이 CD는 다음달 10일 정식 출시되며,다음달 6일까지 25%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판매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김대통령 “공조” 누누이 강조

    27일 저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열린 여 3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부부 초청 만찬은 ‘공조’를 다지는 자리였다. 그러나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한때 ‘당부 거부’파문으로 만찬 내내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도 김 대표가 인사말을 할 때 만감이 교차하는듯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단합을 강조했다.먼저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서 제일성적이 안 좋은 것이 정치”라고 지적하고 “우리 민족의미래를 생각해 어려운 때에 정국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서로 협조해 나가자”고 3당 공조를 거듭 당부했다.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도 “3당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4월 16일 정책연합정신을 살려 민주주의와시장경제,생산적 복지라는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하는 데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호소했다. 김 대표도 건배사에서 “경제가 잘 되느냐가 우리 손에달려 있다”면서 “3당의 공조로 서로 신뢰하고 상대를 드높이는 그런 계기와 각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8·15 경축사에서 여야 영수회담을제안했는데 국민의 정치불신이 위험수위에 있고 그 타결을위해 건설적이고 건강한 정치를 위해 이 제안을 한 것”이라며 “국민이 만족스러운 회담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김윤환(김潤煥) 민국당 대표는 “여러 국정현안에서 서로공조하고 면밀한 협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대한광장] 초발심을 돌아보며

    가을은 새벽을 타고 온다.요즘 나는 새벽에 찾아오는 가을을 만나기 위해 좀처럼 새벽 예불을 거르지 않는다.한낮이면 다시 여름으로 돌변해 가을은 자취를 감추지만 새벽은 그래도 어김없이 가을의 모습이다.하루의 시작인 새벽을 통해 가을은 자신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낌새를 느끼며 새벽 도량에 서서 나는 출가 생활의 시작을 돌아보았다.그 무엇도 바람없이 오로지 순수하고 맑았던 마음의 그때를.새벽이면 일어나 불을 때 공양을 준비하고,졸린 눈을 비비며 경을 보던 그 시간은 행복했었다.누구에게나 즐겁게 마음을 낮추고,걸음걸이마저도 조심스럽던 그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높아만 보였다. 새벽 도량을 거닐며 나는 가만히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그리고 자신에게 묻는다.그런 날들이 다시 온다면 초발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때 그 모습으로 다시 그렇게생활할 수 있느냐고.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마음을 낮추고 소박하게 웃던 그날은 이제 추억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은 이제 내 마음속에서 늘기쁨의 빛으로 일렁이던 초발심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출가자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처음의 발심한 그 마음을 나는 애석하게도 잃어 버리고야만 것이다.오래 전 어느 절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새벽녘에 잔 자갈이 깔린 도량을 거니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시계를 보았다.아직 예불 시간이 되기에는 삼십 분이나 남아 있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그 절의 노스님이었다.모두 다 잠든 시간에 노스님만이 깨어 법당 주변을 돌며경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일찍 깨어 도량을 밝히는 스님의 모습을보면서 나는 노스님을 왜 큰스님으로 모두들 존경하는지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날이 밝고,나는 스님을 찾아 뵈었다.스님의 지나간 세월의 이야기 속에서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구절이 있었다.그것은 출가 후 오십여년 동안 단 하루도 새벽 예불을거르지 않았다는 말씀이었다.몸이 아플 땐 기어서라도 법당에 갔었고,머리가 아플 땐 머리를 싸매고서도 새벽 예불을 보셨다는 것이다.그리고 먼길을 떠나 다른 곳에 머물때에는 그곳에서도 홀로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모셨다고하셨다. 그것은 스님이 초발심의 수행자로 남아 있다는 뚜렷한 증거였다.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스님은 초발심의 그때를잊지 않고 굳게 지키고 계셨던 것이다. 스님의 방을 나오면서 나는 ‘존경’에 관해서 생각했다. 한 인간이 존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 세월의 빛이 얼마나 푸르러야 하는 것일까.오랜 세월 속에서도 그 푸름을 잃지 않을 때에라야 비로소 우리는 그를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다.존경은 이렇듯 오랜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올리는 지극한 찬사인 것이다. 세월은 때로 해일과도 같고,때로 유혹의 깊은 늪과도 같다.그 세월을 이기게 하는 것은 초발심의 굳은 맹세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세월의 유혹과 무게에 쉽게 무너진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누구나 다 처음에는 맑고 큰 뜻을 지니고 시작을 하지만그 시작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세월 속에서 때로는 퇴락하고 때로는 변색한 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입으로는 대의를 말하지만 행위는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은 초발심을 지닌 삶의 모습이 아니다.우리는 지금 존경심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끝’만을 바라보며 비방과 분열을 일삼고 있다. 고개를 돌려 ‘처음’을 보아야 한다.처음 그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존경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해는 언제나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다. 성전 옥천암 주지
  • [사설] 內需 살리고 복지그늘 줄여야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진념 경제부총리 등 경제 각료와민주당의 경제관련 최고위원들이 6일 경기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하반기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內需)살리기와 대우자동차 매각 등 현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기로하고 여당은 이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우리는 먼저 당정이 국내 경기 활성화로 가닥을 잡은 것은옳다고 본다. 당초 예상보다 경기회복이 더딘 것은 선진국경기 침체의 골이 깊은데다 우리나라 수출도 부진한 탓이다.따라서 내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금융정책의한계가 이미 드러난 만큼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펴기로 한 것에도 이의는 없다. 다만 경기활성화대책이 ‘불씨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단기성,일회성 위주로 흐를까 걱정된다.그렇지 않아도진 부총리는 경기활성화 대책에 ‘제한적’이라는 꼬리를달았다.현재 경기전망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그의 판단에굳이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이왕 정부가 투자에 나설 바에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즉 경제잠재력비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무엇인가,또 침체기에 어느 계층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재정투자 방향을결정해야 한다.무엇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거나 성장세로 돌아설 때 경제에 병목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도로,교량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또 경기침체로 감원 바람이 불고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복지 그늘’이 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특히 저소득층이 경기 하강기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고생계기반이 취약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단기 고용대책도 중요하지만 학교,요양원과임대주택 등 기본 복지시설에 정부가 앞장서 투자해야 한다.경기활성화를 한다고 기업위주로 정책을 펴는 나머지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껏 마련한 구조조정의 틀에서 후퇴해서도안된다.내수확대,복지제도 정비와 구조조정 촉진이야말로집권후반기 현 정부와 여당이 주력해야 할 일이다.
  • 말 한마디서 ‘人間경영’ 배우기 책2권

    말 한마디는 한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또 기업 등조직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말 한마디는 이처럼 인간사회에서 중요한 파급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말 한마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다양한 실례로보여주는 책이 잇달아 나왔다. ‘리더로 키운 유태인 부모의 말 한마디’(문미화 지음,가야넷 펴냄,8,000원)와 ‘경영에 관한 재치있는 말들’(헤르만지몬 지음,더난출판 펴냄,1만5,000원). ‘리더로…’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해야 자유로운 사고와창조적인 응용능력을 갖춰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따뜻한 말한마디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작가 토마스 만,배우 찰리 채플린,은행가 조지프 샐리그만 등이 모두 유태계이다.이들의 이런 ‘성취’는 어린이 때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부모의질문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책은 따라서 경쟁을무작정강요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중감을 갖도록 장점을찾아주는 말,격려하는 말,신념을 심어주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라고 조언한다. 아인슈타인은 저능아로 따돌림을 당할 때 어머니가 “이 세상에는 너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그길을 찾아야 한다.너는 틀림없이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라고 격려한 말을 평생 잊지 않았다고 책은 소개한다. ‘경영에…’는 지혜와 통찰력이 담겨 있는 수많은 명언을싣고 있다.조직구성원에게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주고,사기를 올려주는 한마디 말들을 담고 있다.수많은 경구들은 자칫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그러나 휴가철을 맞아 바쁜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져 자신과 주변을 되살펴보고자 할 때,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박재범기자 jaebum@
  • [현장] 노조 무시 울분… 곡기 끊은 변호사

    밤새 큰 비가 쏟아졌던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건너편 횡단보도 앞의 ‘천막 농성장’. 지난 12일부터 단식 농성중인 김칠준(金七俊·43) 변호사는 농성장 앞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법을 다루는 자신이 왜거리로 나와 단식하고 있는지를 소리높여 설명하고 있었다. 농성장 바닥에는 스티로폼이 깔렸고 그 옆에는 ‘레미콘노동자,노동조합 인정을 위한 단식농성 13일째’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생수와 소금만으로 13일을 버뎌온 김 변호사는 “정부와노동법이 노조를 인정했는데도 업체가 막무가내로 버티고있을 뿐 아니라 검찰은 이런 업주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고발됐음에도 모른 척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운송노조 합법성의 근거로 ▲지난해 9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점 ▲중앙지방노동위와 인천·경기·서울지방노동위 등이 레미콘 운전자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적시한 사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레미콘업체가 제기한 노조원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점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노동부장관도 지난달 초 레미콘 업주들의부당해고행위 등에 대해 구속수사를 촉구했으나 검찰은 외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레미콘 업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레미콘차량으로장사하는 이들이 어떻게 노동자냐”면서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법이 잘못 판단한 만큼 수용하지 않겠다는자세다. 법무법인 다산(경기도 수원)의 대표변호사인 김 변호사는지난 97년부터 ‘중소기업법률센터’를 설립,중소기업인들의 법률적인 어려움을 지원하고 있어 레미콘 업주들의 어려움도 잘 이해하는 편이다.그러나 법을 무시하는 업주들의‘횡포’는 참을 수 없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김 변호사는 “업주들처럼 버틸 때까지 버틸 각오”라면서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그립다”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박록삼 사회팀기자
  • 덧없는 삶, 그래도 진실은 있다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될 ‘인생은꿈’(김광림 연출)은 스페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페드로 칼데론 바르카의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인생은 꿈처럼 허망하다’는 칼데론의 현실인식에 바탕한 작품이지만 인생이 비록 꿈처럼 덧없어도 소중한 것이고,완전한 것에 대한 갈망과 고뇌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무심하게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은 크게 보면 두 개의 줄기로 진행된다.저주받은 불길한예언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아들을 감옥에 넣어야 했던 폴란드 왕 바실리오와 그의 아들 지그문트에 얽힌 이야기가그 하나고 또다른 줄기는 자신의 잃어버린 명예와 정체성을 찾기위해 모험에 나서는 로자우라의 이야기다. 끔직한 폭군이 될 것이란 예언을 듣고 아들을 탑에 가두는폴란드왕 바실리오, 출생의 비밀도 모른채 하인 클로탈도의 감시를 받으며 자라나는 왕자 지그문트, 모스크바 공작아스톨프에 의해 유혹당한채 버려지는 로자우라, 로자우라가 오래전 헤어진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바실리오의 하인 클로탈도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결국 2명의 자식(지그문트, 로자우라)과 2명의 아버지(바실리오,클로탈도)의 삶과 꿈, 진실과 거짓 사이의 대립과 갈등으로극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번 무대에선 복잡하게 연결된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정교하게 분석되고 있는게 특징이다.원작과는 다르게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대사들을 연극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코러스를 대거 도입했다. 바로크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키타 리코더 바이올린 첼로 건반으로 스페인 궁정음악을 연주하며 극중에서 인형과 실제 배우의 움직임이 투영되어 보여지는 그림자극도 색다른 볼거리다. 김성호기자 kimus@
  • 해외무대서 활약 무용수들 초청공연

    한국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해외 무용단으로 진출한 세계적인 스타급 무용수들이 대거 입국해 한 무대에 선다.다음달14∼15일 이틀간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20년전 한국을 떠나유럽 무대에서 활약중인 첫 해외진출 무용수 허용순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독일 등에서 건재한 9명이 한국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준다. 발레에서는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에서 활약중인 해외진출 1세대 허용순을 비롯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류지연과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배주윤,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강예나,미국 네바다 발레단의 곽규동,미국 애틀란타 발레단의 김혜영,미국 새너제이 발레단의 최광석이눈에 띈다. 현대무용 쪽에서는 피나 바우쉬가 이끄는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 소속 김나영과 프랑스 장-클로드 갈로타 무용단의 김희진이 등장한다. 김나영은 지난해 서울 공연에서 한차례 모습을 비쳤고 김희진은 오는 10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최 SIDance 세계무용축제의 초청작 ‘마르코 폴로의눈물’(갈로타 무용단)에 주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들의 레퍼토리에 함께 출연하기 위해 파트너들도 함께따라온다.볼쇼이 발레단의 콘스탄틴 이바노프,독일 수잔네링케무용단의 예스터 암브루시노, 뒤셀도르프 발레단의 외르크 지몬, 새너제이 발레단의 마리아 제이콥스, 애틀란타발레단의 차오 첸이 그들이다.한국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원국이 동참한다. 프로그램 내용과 일정은 다음과 같다. ▲7월14일 오후7시,15일 오후7시 ‘차이코프스키 파드되’(강예나.이원국), ‘하나 그리고둘’(김나영.에스터 암브루시노),‘해적’(김혜영.차오 첸),‘익명의 사회’(김희진), ‘에스메랄다’(배주윤.콘스탄틴 이바노프),‘지젤’(류지연.곽규동),‘코펠리아’(마리아 제이콥스.최광석),‘카르멘’(허용순.외르크 지몬)▲7월15일 오후3시 ‘차이코프스키 파드되’(강예나.이원국),‘백조의 호수’중 지그프리트 왕자의 솔로(곽규동), ‘하나 그리고 둘’(김나영. 에스터 암브루시노), ‘유쾌한 정원’(김혜영),‘익명의 사회’(김희진),‘여인에 대한 에튀드’(류지연),‘코펠리아’(마리아 제이콥스.최광석),‘둘을 위한 솔로’(허용순)김성호기자 k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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