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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굿바이 피카소/최광숙 논설위원

    “나를 위해 축배를” 현대 미술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임종 때 남긴 말이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살아생전에 부와 명예를 다 누린 것도 모자라 피카소는 자신의 말대로 사후에도 불멸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피카소는 다작으로 유명하다. 그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욕심으로 무려 5만여점을 남겼다고 한다. 201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라는 작품이 등장했다. 1932년 연인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그린 이 작품의 최종 낙찰가는 1억 640만 달러(1188억원). 200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억 410만 달러에 낙찰됐던 자신의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의 가격뿐만 아니라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까지 경신했다. 작품 값이 가장 높은 화가로 지난 13년간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 군림한 피카소가 중국 작가들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 프라이스’가 최근 발표한 ‘미술시장 트렌드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서화가 장다첸(1899~1983)과 치바이스(1864~1957)가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작가로 등극했다. 피카소와 앤디 워홀은 3, 4위로 밀렸다. 아트 프라이스는 “이제 우리는 피카소와 결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지 꽤 됐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미술의 독창성과 시대성이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면서다. 2006년 3월 뉴욕 경매 사상 처음으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에서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들의 작품은 ‘빈 캔버스’까지 예약될 정도였다. 이젠 그들도 장다첸과 치바이스 같은 근대 미술가에게 밀려난 신세다. 중국 현대미술 수집가로는 스위스 출신의 울리 지그를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인으로 주중 스위스 대사를 지낸 그는 1980년대부터 중국 미술을 주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350여 작가의 2000점을 수집했다. 반체제 성향의 중국 젊은 작가들의 화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모은 작품들이다. 그러다보니 그의 소장품을 빌리지 않고는 중국 현대미술 전시회를 여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때 그는 중국 미술가에 주목했다. 그의 안목은 적중해 100달러 하던 작품이 이젠 고가로 팔리고 있다. 그가 요즘 정연두·함경아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고 한다. 한국 미술 부흥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기대는 무리일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혁명, 도덕적 다수 품어라

    혁명, 도덕적 다수 품어라

    최강희 감독이든 김어준 총수든 패러디하자면 이 남자는 ‘닥치고 혁명’쯤 된다. 지배 전략에 대해 말로만 떠들어대지 말고 그 시간에 길거리에 나가 피켓이라도 한번 더 흔들라고 한다. 해서 그 어떤 좌파 이론가도 레닌만 못하다고 본다. 정치적 올바름만 읊어대는 고상한 이론가에 비해 어쨌든 레닌은 소수파(볼셰비키)임에도 혁명을 성사시키지 않았냐는 것이다. 레닌주의를 두고 “광기의 표출”이라 부르고, 20세기 공산주의를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윤리-정치적 대실패”라 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레닌과 ‘닥혁’을 외치는 이유가 뭘까. 이 남자, 슬라보예 지젝(63)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인디고연구소 기획, 궁리 펴냄)을 통해 답했다. 지젝은 영화판에서부터 슬금슬금 소문나기 시작해 요즘 가히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학계의 아이돌’. 일단 제목에는 ‘닥혁’ 냄새가 짙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지젝은 “근대적”임을 자처하고 “헤겔주의자”를 자임한다. “헤겔에 대한 아주 두꺼운 책을 쓰고 있다.”고도 한다. 지젝이 “여가 시간에 혁명하는 멋쟁이들”이라 조롱하는 기존 좌파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소리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 표현을 빌리자면 ‘우충좌돌’의 냄새가 더 강하다. 어째서인가. ●“정치에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근본주의자들” 지젝이 좌파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쫄지 마.’다. 승리를 두려워하지 말고 권력을 쟁취하라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두려워하지 말 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라는 점이다. 승리로 인한 제도권으로의 진입, 그 진입으로 인한 배반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세계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다. 지젝은 “오늘날 정치에 있어서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근본주의자들”이라고 일갈한다. 미국의 티파티, 유럽의 극우세력 준동, 한국 국가정체성론자들의 LPG(액화석유가스)통처럼 요즘 세상에서 정치적 열정이란 모두 극우세력들 차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면 그 시간에 좌파들은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 이 지점에서 지젝의 혹독한 비판은 시작된다. 동양사상을 끌어들여 조화로운 삶 운운하는 좌파들을 비판한다. 지젝은 아예 공자를 두고 “멍청이의 원형”이라 부른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조화란 어디에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생태주의를 “매우 이기적이면서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적”이라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역 중심의 소규모 대안 공동체를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작동해야 그들이 말하는 ‘지역적이고 자주적인 공동체’가 작동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이런 아름다운 얘기가 실제 성사되려면 “아주 강력한 주권국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철학자 강신주가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을 달리 해석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보통 무위자연과 맞물려 소국과민은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작은 나라로, 적은 백성으로 분할해 통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자그만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더 포괄적으로 강력한 권력, 다시 말해 제국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대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어쩌면 회피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지젝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다중’(Multitude) 개념도 부정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촛불 시위 등을 키워드로 하는 다중지성도 거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국가가 사라지고 다중이 스스로 지배하게 되는 최후의 순간이 올 것이라 예견하지만 사실 그 어떤 명시적 징후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적 모델”이라기보다 “종교적 언어”로 퇴화해 버렸다고 보는 것이다. “대의제를 제거하고 직접적 투명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이런 꿈은 불가능”하고 좌파들은 그런 꿈을 버려야 한다고 선언한다. 요즘 한국에서의 대의민주주의 논란이 떠오른다. ●“혁명을 원한다면 대가 지불하고 제도적 새 질서로 변환시켜야” 지젝은 아예 대놓고 “공적인 질서가 와해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문제의 핵심을 “자유의 느낌을 만끽하게 해주는 열광의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제도적 질서로 변환시킬 것인가.”라고 정리한다. “혁명을 원할 때 법과 사회적 질서를 재건하는 정치적 그룹”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다. 동시에 헤겔주의자임을 자처하고 헤겔에 관한 책을 쓰는 이유다. 다만 “혁명에는 원죄가 있다.”는 사실, “정치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지젝이 인터뷰와 별도로 쓴 기고문에서 알랭 바디우가 말한 ‘공백의 제의적 유혹’(Sacrificial temptation of the void)을 끌어다 대면서 진보를 통렬히 비판하는 데서 더 명백히 드러난다. ‘순백·순결·순수한 진보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언제나 소수자로 남으려는, 늘 패배하려는 진보가 떠올라 쓴웃음이 난다. 해서 지젝은 승리를 겁내는 좌파가 되지 말고 “스스로 도덕적 다수를 점하고 우리가 곧 법이자 윤리이자 도덕이라고 당당히 선포하라.”고 권한다. 레닌주의는 비판하되 레닌은 칭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젝 인터뷰는 인디고연구소가 앞으로 내놓을 ‘공동선(Common Good) 총서’ 가운데 1권이다. 지젝 이후 가라타니 고진, 알랭 바디우, 지그문트 바우만, 자크 랑시에르, 샹탈 무페 등 ‘뜨거운’ 학자들과의 인터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가라타니의 경우 이미 인터뷰를 마쳤고 영미권 제자들에게 비평까지 받아 올 가을쯤 묶어낼 예정이다. 바디우는 가을쯤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 박용준 인디고서원 팀장은 “연간 1~2권의 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디고연구소는 부산의 인문학 공동체 인디고서원에서 발전한 것이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94년 ‘제네바 합의’ 주도 로버트 갈루치 前 미국 국무부 차관보 단독인터뷰

    94년 ‘제네바 합의’ 주도 로버트 갈루치 前 미국 국무부 차관보 단독인터뷰

    “북한이 영변 이외의 지역에 다른 핵 시설을 숨겨 놓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미 합의는 좋은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미 고위급회담 미국 대표로서 ‘북·미 제네바 합의’ 타결을 주도했던 갈루치 전 차관보는 현재 ‘존 앤드 캐서린 맥아더재단’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네바 합의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3개월여 만에 타결됐고 이번 ‘2·29 북·미합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2개월여 만에 전격적으로 타결됐다는 점에서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이번 ‘2·29 북·미합의’가 도출된 정황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다. 1994년에 김정일은 김일성 밑에서 북핵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었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 생전에 북핵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은은 왜 이렇게 서둘러 미국과 합의에 나섰을까. -그동안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과격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아버지 김정일이 할아버지 김일성이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합의에 나섰던 것처럼 김정은도 아버지가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는 차원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직후에도 나는 김정일이 과연 김일성이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군부와 권력핵심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 과격하게 나갈 필요가 없고, 따라서 대화를 택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이번 합의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경제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지원 등을 얻으려는 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면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이 영변 이외의 지역에 다른 핵시설을 숨겨 놓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안 그래도 지난번(2010년 11월) 방북한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에게 북한이 핵시설을 보여줬을 때 나는 그 점이 궁금했다. 그때 북한이 정말 모든 시설을 해커 박사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다른 핵시설을 갖고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들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을 사찰한다 해도 무의미한 것 아닌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일단 절차를 시작하고 나서 영변 외 지역에 다른 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그때 그것을 해결하면 된다. 이번 합의는 좋은 첫걸음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나. 아니면 뭔가를 얻어 내려고 대화에 나서는 척하는 것일까.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제공하는 것에 상응해 그들의 핵 역량을 지속적이고 느린 속도로 줄여 나갈 것이다. 그들이 핵무기를 제로(0)로 줄일지는 앞으로의 정치적 환경에 달려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북·미합의로 북한의 비핵화가 정말로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걸까. -북한의 핵 포기라는 미국의 목표에는 어떠한 모호함도 없다고 생각한다. 6개의 핵무기 제조에 성공해 놓고 스스로 핵을 포기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다. 남아공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핵사찰을 받으면서 핵시설을 해체하는 수순을 택했다. 그런 순차적 단계를 밟는 것도 북핵 문제에 나쁘지 않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번 북·미합의를 계기로 6자회담이 올 상반기에 재개될 수 있다고 보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지난번 베이징에서 북·미가 (물밑으로) 뭔가를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미대화가 급진전되면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외된다면 북한이 소외될 뿐이다. 지금 미국의 개입정책은 옳은 방향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내 꿈은 국대”

    “내 꿈은 국대”

    “메달이 걸려 있잖아요. 아파도 참고 뛰어야죠.” 제93회 동계체전 알파인스키 이틀째 대회전 경기가 열린 16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 야마가슬로프. 초등부 경기에 나선 조범희(12·울산 궁근정초)는 의기양양하게 스타트를 끊은 뒤 슬로프를 내달렸다. 통과해야 할 기문은 모두 22개. 전날 슈퍼대회전 금메달로 2연패를 달성해 자신감이 더했다. 나머지 세 종목에서 몇 개나 메달을 따느냐가 관건이었다. 알파인스키는 슈퍼대회전·대회전·회전·복합경기로 나뉜다. 슈퍼대회전은 슬로프 시작점과 종착점의 표고 차가 크고 기문이 14~17개로 적다. 기문을 통과하며 그리는 원과 호가 크고 완만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관건이다. 대회전과 회전은 하단부로 내려갈수록 기문이 많아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는 ‘쇼트턴’ 위주의 경기를 해야 한다. 7개째 기문을 통과하는 순간 조범희의 왼쪽 부츠가 스키판과의 연결부인 바인딩에서 떨어져 나갔다. 스키선수들이 보통 ‘터졌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체중과 활주 때의 속도 등을 감안해 설정한 바인딩 압력이 마찰과 충격에 느슨해진 것. 슬로프 아래에서 바인딩이 터졌을 때는 한쪽 발로라도 피니시라인까지 타고 내려올 수 있지만 이렇게 위쪽에서 잘못되면 100% 실격이다. 바인딩이 떨어져 나가면서 조범희는 부상까지 당했다.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메달이 날아간 건 둘째치고, 17일 회전과 복합 두 종목에 나설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조범희가 스키를 타기 시작한 건 두 살 때. 여덟살에 선수가 되기까지 요리조리 잔재주를 부리는 선수들을 유심히 봤다. 회전경기의 1인자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를 롤모델로 삼았다. 6년 뒤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는 소박하게 ‘출전’으로 잡았다. 만 15세 때 시작, 100점부터 차감하는 랭킹포인트를 잘 만든 뒤 출전권을 따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설천봉의 칼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조범희의 표정은 밝다. “(정)동현이 형이나 (박)제윤이 형도 중3 때부터 포인트를 쌓기 시작해서 이듬해 국가대표가 됐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요. 그러려면 우선 아파도 내일 경기를 뛰어야죠.” 무주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안전 특별구’ 중구

    서울 도심에 자리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짱’인 중구가 각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 특별구’로 변신한다. 구는 누구나 마음 놓고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4년까지 범죄 예방과 재난 안전, 화재 안전, 생활 안전 등에 중점을 둔 안전 특별구 사업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최창식 구청장은 “세계인 누구나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시 경쟁력을 갖춘 품격 넘치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주민과 유관 기관, 종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안전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안전 특별구 사업을 심의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범죄 예방을 위해 주민 중심의 ‘행복한 마을 지킴이’ 사업과 ‘꿈나무 지킴이’ 사업을 벌이고 지역 단체와 연계해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골목길 범죄 사각지대에 가로·보안등 1320개를 확충하고, 밝기를 높여 범죄에 취약한 골목길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능별로 분산돼 있는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를 한데 모아 구청 지하 1층에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 수해 취약 지역의 재난 예방에 721억원을 들인다. 서울광장 하수암거 보수·보강 등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지하주택 침수 예방을 위한 하수 역류 방지기를 설치한다. 신축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물은 이른 시일 안에 내진 성능을 보강하도록 했다. 소방차량의 원활한 진·출입을 위해 10곳의 도로 구조를 개선하고 개선이 어려운 25곳에는 비상 소화장치를 설치한다. 가스 안전 사고 우려가 높은 재래시장과 노점, 포장마차 등에 대해서는 매년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가스 누설 점검액 1만개를 배포한다. 노숙인,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을 위해 정기적인 방역 소독과 결핵 무료검진, 감염병 예방 교육도 강화한다.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과속 방지턱과 지그재그 차선 등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고, 안전한 어린이 등하교를 돕는 워킹스쿨버스도 연차별로 늘린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일본통신] 日프로야구팀 프리뷰 오릭스 버팔로스 편

    [일본통신] 日프로야구팀 프리뷰 오릭스 버팔로스 편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정규시즌 개막일은 3월 30일이다. 이대호가 속한 오릭스 버팔로스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야후돔 원정 3연전(30-4월 1일)을 시작으로 144경기 장기레이스에 들어간다. 올해 일본에서 활약할 한국인 선수는 센트럴리그의 임창용(야쿠르트)과 퍼시픽리그 이대호(오릭스) 그리고 소프트뱅크의 김무영(26)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팀간 전력 편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접전이 시즌 끝까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춘계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3월 3일부터 25일까지 팀당 16경기의 시범경기를 시작하는데 전체적으로 전력보강이 끝난 상황이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프로야구 12개팀의 프리뷰 시간을 마련했다. 네번째 시간은 지난해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한 오릭스 버팔로스다. ◆ 투수력 퍼시픽리그 6개팀의 3선발 까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짱짱한 투수들로 구성돼 있다. 즉 어느팀이 더 낫다고 판단할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4선발 이하는 어느팀이 가장 강할까. 의견이 분분할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 오릭스의 선발 전력이면 그나마 5선발까지는 가장 안정적인 투수들로 구성돼 있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먼저 올해 오릭스의 에이스는 변함없이 카네코 치히로(29)의 몫이다. 지난해 오릭스가 시즌 초반 리그 꼴찌에서 허덕일때 가장 필요했던 투수는 카네코였다. 춘계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했던 카네코는 시즌 중반 팀에 합류했음에도 결국 규정이닝을 채웠다. 10승 4패(155.1이닝, 평균자책점 2.43)를 거뒀던 카네코가 시즌 초반에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오릭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또한 불거품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2010년 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던 카네코의 올 시즌 목표 또한 다승왕이다. 이어 5선발까지는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테라하라 하야토-나카야마 신야-니시 유키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진출 첫해 8승(6패)을 올렸던 피가로는 시즌 막판 부진했지만 위력적인 구위 만큼은 꽤 매력적인 투수다. 올 시즌 지난해의 일본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10승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라하라는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오릭스로 이적해 와 꽃을 피운 투수다. 아마시절 고시엔에서 보여줬던 위력적인 모습은 차세대 일본야구 에이스를 장담했을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지만 프로 입단 후 기대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테라하라는 지난해 팀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170.1이닝)과 가장 많은 승리(12승 10패, 평균자책점 3.02)를 올렸고 그 어느때보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선수다. 나카야마는 지난해 일취월장 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선발 한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28경기)에 투입됐을 정도로 오카다 감독의 신임이 대단했던 나카야마의 성적은 8승 9패(평균자책점 2.94, 156.1이닝)다. 나카야마 역시 올 시즌 두자리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니시는 얼굴만 보면 아직 사춘기 소년 티를 벗어내지 못한듯 보이지만 오릭스가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려는 재목 중에 하나다. 올해 4년차가 되는 니시는 이제 겨우 21살에 불과하다. 지난해 니시는 130.2이닝을 소화하며 10승 7패(평균자책점 3.03)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할것으로 예상된다. 6선발은 경쟁체제다. 후보군에는 지난해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영광을 차지했지만 갈수록 부진했던 키사누키 히로시, 매 시즌 5선발 후보에만 머물렀던 콘도 카즈키, 그리고 2010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잠시 활약했던 좌완 에반 맥래인(29)이다. 이 투수들중 6선발 경쟁에서 밀려나는 선수는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시 롱 릴리프나 패전 경기 처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오릭스의 불펜은 선발 전력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 지난해 유달리 한점차 승부가 많았던 오릭스가 시즌 막판 세이부에게 3위 자리를 내준 것도 냉정하게 평가하면 불펜 투수들의 부진때문이었다. 오릭스는 이러한 팀 사정으로 인해 이번 오프시즌에서 지난해 세이부에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풀린 대만 출신의 슈 민체(35)를 데려왔다. 작년 슈 민체는 22홀드(평균자책점 1.98)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는데 그의 오릭스 합류는 팀의 약점을 메울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밖에 지난해 팀내 최다 경기에 출전(72경기)해 43홀드(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한 히라노 요시히사(27)와 요시노 마코토는 필승불펜 요원들이다. 마무리는 지난해 클로저로 완전히 돌아선 키시다 마모루(30)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키시다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만 5승 6패 33세이브(리그 2위)를 기록했다. ◆ 공격력 현재까지 돌아가는 추세로만 놓고 보면 이대호가 4번타순에 배치 될 가능성이 높다. 지그재그 타선을 감안하면 T-오카다 보다는 이대호가 4번타순에 들어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해 팀내에서도 이대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기에 시즌 초반에는 이대호가 4번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3번타순엔 주장이자 좌타자인 고토 미츠타카(33)- 이대호 - T- 오카다 순으로 중심타선을 이루게 된다. 오카다는 2010년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지만 지난해 기대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며 한때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기록한 16홈런은 팀내 2위였고 85타점은 최다다. T- 오카다가 2010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대호는 물론 전체적으로 팀 타선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것으로 예상 되기에 그에 대한 반등 역시 올 시즌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오릭스의 리드오프는 4년연속 퍼시픽리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사카구치 토모타카가 변함없이 지킨다. 지난해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97을 기록한 사카구치는 팀 득점의 시발점이다. 2번타순은 매우 유동적이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성적에 따라 주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며 중심타선을 지나면 6번엔 지난해 팀내 최다홈런(18개)을 기록한 외국인 선수 아롬 발디리스, 그리고 아키다 쇼고가 그 뒤를 형성할것으로 예상된다. 포수는 베테랑 스즈키 후미히로(36)와 신예 이토 히다카(22)가 번갈아 마스크를 쓸것으로 보인다. 9번은 오비키 케이지가 예상된다. 오릭스는 타팀과 비교해 기동력에선 상당히 아쉬움이 많은 팀이다. 대부분 팀들이 빠른 발을 보유한 선수들이 한두명 씩은 있지만 오릭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1번타자인 사카구치는 지난해 5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고토가 14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팀내 최다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거북이 팀이다. 오릭스 공격력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타선의 짜임새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물론 여기에도 숙제가 남아 있다. 올 시즌 T-오카다가 예년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것인지,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이대호가 과연 얼만큼 오카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가 올해 팀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만약 이대호가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일본에서도 보여준다면 개인 뿐만 아니라 오릭스 성적 역시 지난해 보다는 올라갈 것이다. 이미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올해 팀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올해가 감독계약 기간 마지막 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투타 모두에서 한번 도전해 볼만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만년 유망주였던 테라하라를 지난해 팀 최다승 투수로 올려 놓았듯이 2008년 퍼시픽리그 신인왕이자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도 출전한 바 있는 코마츠 사토시(30)마저 예년의 모습으로 돌려 놓는다면 당장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오릭스 입장에서 코마츠는 아픈 손가락 중에 하나다. 우승은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한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때 올해 오릭스가 우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A클래스(포스트시즌)에 들어갈만한 전력은 갖춘 팀이다. 지난해 오릭스는 시즌 중반부터 3위 자리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해 보였지만 세이부(0.5037)에게 막판 승률 단 1모(.5036)차이로 역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산본서 은백색 UFO 포착…의도적 대기촬영 성공

    산본서 은백색 UFO 포착…의도적 대기촬영 성공

    설 연휴인 지난 23일 오후 5시 18분 군포시 산본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 대기촬영을 시도 중이던 국내 유일의 UFO헌터 허준씨가 UFO로 추정되는 은백색의 둥근 물체를 육안발견 후 카메라에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맑은 하늘이었지만 영하 9도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오후 4시부터 의도적 대기촬영을 위해 기다리던 중 5시 17분께 수리산쪽 방향으로 은백색을 띤 동그란 물체가 정지 상태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허준씨는 그동안의 경험상 직감적으로 UFO임을 알아채고 곧바로 추적 촬영을 하려했으나 초점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뷰파인더 상에서 물체를 놓친 허준씨는 잠시 대기하다가 1분 후 재차 물체가 전방 상공에 갑자기 출현한 것을 발견, 비로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이때가 5시 18분께 화각 상단에 잠깐 포착된 후 47초대에 이르러 제대로 화각안에 줄곧 추적 촬영할 수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 2명도 동시 목격을 했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촬영영상은 1분 26초였다. 촬영자인 허준씨의 목격담에 의하면 비행물체는 거의 70도 가까이 고개를 치켜든 상태에서 포착됐고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매우 영롱한 은빛을 발하는 둥근 물체가 공중에 정지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목격의 진술내용은 촬영당시 지나가던 동시목격자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다. 목격자인 정순구씨는 “물리법칙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처럼 보였다. 동체가 일직선으로 가는게 아니라 약간 지그재그로 유선형으로 비행하다가 갑자기 시야에서 순식간에 없어졌다. 기존에 봐왔던 비행기 동체같지는 않았고 유백색의 유리구슬처럼 영롱한 색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이 영상을 분석한 한국UFO조사분석센터(www.kufos.net) 서종한 소장은 “우연히 포착한 것이 아닌 의도적 대기촬영을 시도하던 중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촬영자와 동시목격자의 증언이 일치하며 기존의 풍선, 항공기, 인공위성(ISS)일 가능성에 대해 관측시간대, 발광현상, 비행패턴, 비행 경로, 물체의 출현 및 사라지는 모습 등 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이들 물체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고 말해 일반적인 잘 알려진 물체(IFO)일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공위성의 경우 대낮에는 육안관측으로 거의 볼 수 없으며 육안관측이 가능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이날 새벽 1시 11분대와 2시 48분대, 그리고 14시 19분대에 각각 관측되는 걸로 확인돼 UFO의 촬영 시각대인 17시 18분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 아님을 확인했다. 또한 항공기일 가능성에 대해 UFO가 지나간 경로를 항공기가 지나가는지 여부, 항공기 동체의 일시적인 빛 반사일 가능성, 동시간대에 보이는 항공기의 색깔 비교 등을 검토한 결과 산본 쪽 상공에서는 비행기 동체가 육안식별이 가능할 만큼 형태가 보이며 색깔 역시 검은색으로 촬영되거나 긴 붉은색 꼬리를 끄는 레드 플레어현상을 동반하여 쉽게 구분이 가는 반면 이 물체는 전혀 그런 모습을 띠지 않고 사라지기 직전까지 시종일관 매우 강렬한 은백색의 밝은 광채를 유지하였고 갑작스런 소멸을 보여 기존의 풍선이나 비행기일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사진·영상=한국UFO조사분석센터 제공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아프리카서 ‘뿔’ 달린 신종 독사 발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뿔달린 신종 독사가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과학 사이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0~2011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오지 숲에서 시행된 생물 다양성 조사에서 발견된 마틸다의 뿔 독사(Matilda’s horned viper)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트렌토 자연과학 박물관과 야생동물보존협회(WCS)가 공동으로 발견한 이 뿔독사는 몸길이 약 60cm짜리로 아프리카 숲살모사에 속하며 학명은 아더리스 마틸다(Atheris matildae)로 명명됐다. 공개된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뿔독사는 검정과 노랑색의 지그재그 무늬가 특징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좀더 검정색이 많으며 머리가 크다. 또한 이 독사의 눈빛깔은 올리브색이며 뿔처럼 튀어나온 비늘이 강한 인상을 준다. WCS 탄자니아 지부장의 말을 따르면 이 변종은 이미 멸종 위기에 노출돼 있다. 서식지인 산림은 이미 100㎢ 이하인 상태이며, 산림 개발 등의 영향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리스트에서 “멸종 우려 IA류(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는 종)로 분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 신종 독사는 지난달 6일자 국제동물분류학회지 ‘주택사’(Zootaxa)를 통해 발표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스톤헨지보다 800년 앞선 석기시대 신전 발굴

    스톤헨지보다 800년 앞선 석기시대 신전 발굴

    석기 시대의 환경과 건축·생활양식을 알게 해 줄 귀중한 유적이 영국서 발굴돼 전 세계 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BBC2 채널의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고고학자 연구팀은 그레이트브리튼섬 북쪽 앞바다의 오크니제도에서 석기시대 사원으로 보이는 대규모 건축물들을 발굴해냈다. BC 3000~BC 2000년 경의 신석기 유적지로 알려진 오크니제도에서 이 같은 큰 규모의 사원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특히 신석기시대의 대표 건축유적으로 알려진 스톤헨지보다 800년 앞선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발굴팀은 이곳에서 석기시대 사원으로 추정되는 돌 건축물 14채를 발견했으며, 100여 채가 땅속에 더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과거 스톤헨지가 신석기문화의 대표 유적지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발굴을 통해 타이틀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만큼, 이번 발굴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이랜즈 앤 아일랜즈 대학의 고고학자 닉 카드는 “이번 발굴로 석기시대 사람들의 신앙과 세계관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곳은 고고학자들의 꿈의 장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요크대학교의 마크 애드먼드 박사도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면서 “일부 건축물은 스톤헨지보다 800년이나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일부 건축물에서 지그재그로 그려진 붉은색 선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석기시대 예술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오크니 지역의 사원발굴은 단 10%가량만 진행된 상태며, 유적지 전체의 정확한 연구와 검토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中 부동산 기업, 제주 러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들이 제주의 의료관광사업에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한국의 앞선 의료 기술과 제주 관광이 어우러지면 곧 불어닥칠 중국인들의 웰빙 열풍을 타고 제주에서 대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최근 중국 상하이 녹지그룹유한공사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 9000㎡에 조성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가운데 웰니스 파크와 연구개발파크 부지 100만㎡를 중국인을 겨냥한 ‘의료 휴앙지’로 단독 개발하고, JDC는 사업 추진에 따른 행정지원 및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녹지그룹은 올해 중국 현지의 부동산 개발 1위, 기업평가 87위의 대기업이다. 앞서 중국 장쑤성의 중대지산그룹은 국내 기업들과 함께 ‘서우컨소시엄’을 구성, 지난 11일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타인의 상처와 슬픔 소통으로 어루만져

    타인의 상처와 슬픔 소통으로 어루만져

    “제가 속한 언어공동체로 돌아올 때마다 이 공동체가 얼마나 뜨거운 곳인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서교동 북클럽에서 만난 허수경(47) 시인은 고국에 돌아와서인지 활기찼다. 올해 1월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으로 고국 땅을 밟은 지 1년여 만에 이번에는 시가 아닌 장편소설 ‘박하’(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그가 터키 하튜샤에서 6년간 머물며 고고학 공부와 함께 탄생시킨 작품은 시가 아니라 소설이었다. 시가 아닌 소설을 쓰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언어공동체와 떨어져 살면서 ‘말의 감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느꼈어요. 잊겠다가 아니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말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세 번째 소설 ‘박하’는 탄생했다. ‘박하’는 사고로 아내와 아이 둘을 잃은 출판 편집인 이연이 주인공이다. 공허함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연은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다. 그곳에서 고고학자 이무의 기록을 접한 그는 기록을 따라 터키로 향한다. 소설은 시 한 편으로 마무리된다. ‘…박하 향기가 네 상처와 슬픔을 지그시 누르고/ 너의 가슴에 스칠 때/ 얼마나 환하겠어, 우리의 아침은// 어디에선가 박하 향기가 나면/ 내가 다녀갔거니 해줘’ “우리 모두가 상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우리의 상처만 보고 남의 상처는 보려 하지 않아요.” 허수경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상처와 상처 사이에 대한 소통을 말하고자 했다. 그는 소설가로서의 행보에 대해 “저는 시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라는 문학사를 출발하게 해 준 건 시고 그것을 완성하게 해 줄 것도 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응축된 시어로 투명함과 순수함을 발하는 독일 시인 파울 첼란(1920~1970)의 시를 번역하고 있다. 언제나 뒷문을 열어 놓고 살아가고 있다는 그에게 번역 작업이 새로운 길을 제시할지 아니면 시인으로서 삶을 계속 이어 나갈지를 알려 줄 이정표가 될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본통신] 이대호 영입한 오릭스, 리그 우승 가능성은?

    [일본통신] 이대호 영입한 오릭스, 리그 우승 가능성은?

    오릭스 버팔로스는 만년 하위권이란 이미지가 강한 팀이다. 1936년 한큐군을 시작으로 한큐 베어스, 한큐 브레이브스(1947), 오릭스 브레이브스(1989), 오릭스 블루웨이브(1991)를 거쳐 2004년 긴데쓰 버팔로스와의 합병으로 인해 현재 오릭스 버팔로스가 됐다. 지금까지 오릭스는 리그 우승 12회와 일본시리즈 우승 4회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 들어 꼴찌만 5차례, 그리고 포스트 시즌 진출은 단 차례(2008) 밖에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퍼시픽리그 약체팀중에 하나였다. 또한 오릭스가 배출한 최고의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의 미국진출로 인해 그 인기마저 같은 지역의 한신에게 밀리다 보니 성적과 팬층 역시 타팀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오릭스의 행보를 보면 강팀으로의 도약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 부임 후 뚜렷한 전력보강은 없었지만 올 시즌 첫 승률 5할을 넘었고 이것은 2위를 기록했던 2008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최고의 성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투타 밸런스는 꽤 안정적인 편이다. 이대호의 오릭스 입단으로 인해 그동안 갈증이었던 우타거포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것도 전력 보강중 하나로 손꼽을만 하다. 이러한 오릭스의 행보에는 올 시즌엔 반드시 A클래스(포스트 시즌 진출)에 들겠다는, 더 나아가선 리그 우승을 노리겠다는 오카다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오릭스의 전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앞으로 남은 스토브리그에서의 선수 이동 상황들을 지켜봐야 겠지만 오릭스의 전력은 지금동안 보여줬던 모습들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오릭스 에이스인 카네코 치히로가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리그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엔 부상으로 인해 초반부터 전력에서 이탈했던 카네코는 시즌 중반 1군에 합류했음에도 규정이닝과 더불어 10승을 기록했다. 올해 오릭스는 승률에서 단 1모 차이로 3위 자리를 세이부에게 내줬다. 그렇기에 만약 카네코가 초반부터 부상없이 풀 시즌을 치뤘다면 3위 이상의 성적은 당연했을 것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카야마 신야(8승, 평균자책점 2.94)를 비롯해 강속구 투수 테라하라 하야토(12승, 평균자책점 3.02) 알프레도 피가로(8승, 평균자책점 3.42) 니시 유키(10승, 평균자책점 3.03)로 이어지는 선발 5인방은 타팀에 비해 모자람이 없는 투수력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오릭스 유니폼을 입는 백차승과 더불어 키사누키 히로시, 콘도 카즈키와 같은 예비 선발 전력들도 있다. 올 시즌 후 오릭스는 마이크 헤스먼, 이승엽과 같은 외국인 타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대호가 입단하긴 했지만 남은 외국인 선수 쿼터 가운데 쓸만한 선발 투수감을 데리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오릭스의 투수력은 리그내 최상급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 와다 츠요시(전 소프트뱅크), 스기우치 토시야(소프트뱅크), 다르빗슈 유(니혼햄)가 퍼시픽리그를 떠날 것이 확실한 내년시즌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오릭스 마운드는 올해 보다 더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타선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리드오프이자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갖춘 ‘골든글러버’ 사카구치 토모타카와 주장인 고토 미츠타카는 여전히 건재하며 이대호가 입단하면서 이대호- T-오카다-아롬 발디리스 로 이어지는 중심타자의 지그재그 타선 역시 가능해졌다. 일각에선 이대호가 T-오카다(23)를 제치고 내년시즌 4번타자로 나설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중심타선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좌타자 T-오카다가 4번에 그리고 우타자인 이대호와 발디리스가 각각 3,5번 타순을 맡는 것이 효과적이란 분석도 있다. 올해 오릭스의 팀 타율은 .248로 리그 4위였다. 팀 홈런수도 76개로 4위에 머물렀는데 이대호가 가세함으로 인해 얼만큼 팀 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지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초반 적응이 관건이긴 하지만 발디리스를 제외하곤 팀내에서 믿음직스런 우타자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카다 감독이 왜 그렇게 이대호를 목놓아 외쳤는지를 알수 있다. 오릭스의 중심타선은 선수들의 연령대를 감안하면 리그 팀들 가운데 가장 기대가 큰 팀이기도 하다. 지난해 홈런왕(33개)에 올랐지만 올 시즌 다소 부진했던 T-오카다의 기량회복도 내년시즌 이대호의 일본 성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이유다. 오릭스는 스토브리그에 들어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남은 기간동안 또 어떤 선수를 영입해 팀 전력을 완성할지 가장 기대가 되는 팀중에 하나다. 오카다 감독은 오릭스와 3년계약을 맺었다. 내년이면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3년째가 되는데 내년 시즌 우승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는 것도 계약 기간 마지막해에 모든 걸 쏟아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이대호는 이런 오카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그리고 오릭스는 오카다 감독의 의지대로 내년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릴수 있을 것인지 오릭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北, 핵 소형화 기술 없다”

    세계적인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14일 북한의 경수로 건설에 대해 “경수로 내부가 복잡한데 이런 원자로에 대해 북한이 경험이 없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영변을 방문,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목격했던 그는 이날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조찬포럼에 참석, ‘6자회담 교착과 북한 핵 개발의 가속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경수로 봉쇄시설이 건설 중이고 돔은 거의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며 “걱정되는 것은 경수로 건설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외부 협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자체적으로 건설하고 있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까다로운 원자로 가공 경험이 없어 재난 발생 시 전혀 준비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에서 다뤄질 핵안전 의제에 북한 원자로도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헤커 소장은 “북한은 플루토늄 24㎏ 정도와, 핵무기 4~8개를 가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무기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장착하는 것은 어렵다.”며 “소형화하려면 핵실험을 해야 하는데 (실험할) 플루토늄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농축 우라늄 실험을 할 가능성은 있다.”며 “우라늄 농축은 외부에 숨길 수 있고 풀루토늄보다 수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핵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기로에 선 북한… ’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저자와 차 한 잔] ‘기로에 선 북한… ’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김정은 체제는 확고하며 안정됐다. 나이와 경험만을 갖고 그의 권력 장악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9일 “김정은은 2009년부터 당·군·정 엘리트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됐으며 최고위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광범위한 권력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나온 ‘기로에 선 북한, 김정일의 선택’(한울 펴냄)은 “김정은 체제의 구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서 정 위원 등 현대북한연구회 회원 8명이 함께 펴냈다. 8명의 전문가가 북한 경제 변화 등 7가지 주제로 북한의 오늘과 내일을 보려 했다. 정 위원은 ‘김정은 후계 체계의 공식화와 북한 권력 변동’을 첫 장에서 소개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고 얼마나 유지될까. -김정은은 최고위 핵심 엘리트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 위원 30명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9년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음으로써 북한 엘리트들에 대한 감시 통제권도 갖게 됐다. 김정일은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운 뒤 군대 지도권을 넘기기 시작했고, 북한군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 제3차 당 대표자 회의를 계기로 그를 도와 북한을 이끌어 갈 파워 엘리트 그룹을 새로 충원해 북한 체제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췄다. 김정일이 당장 사망하더라도 10여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후계 체제의 특징은. -더 군사주의적이고 모험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면서도 경제를 중시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실리를 위해서는 급격한 정책 변화도 수용하고 있다. 군사 공격 우려도 커졌다. 남북관계 및 대미 정책이 지그재그식으로 급변할 수 있고 초강경과 실용적인 유화정책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경제를 희생시켜 군수공업·국방을 강화하는 ‘선군·후경(先軍後經) 정책’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군대와 경제를 동시에 중시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김정은의 권위가 미치나. -2009년 말 화폐개혁으로 북한 국민들 사이에 ‘애써 모은 돈을 국가가 빼앗아 갔다.’는 피해의식이 퍼져 있다. 당과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강하다. 이는 새 지도체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후계 체제는 북한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전례 없이 나타나고 있다. CNC(컴퓨터 수치제어)라는 영어 이니셜이 2009년부터 노동신문에 등장하더니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도 나왔다. 첨단기술과 실용주의 강조를 비롯해 경제적 자본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난 속에 사회주의 평등교육이 무너지고 특권층 자제들이 다니는 특수·영재학교가 번성하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스위스에서 4년 반 동안 중·고교 생활을 한 김정은은 ‘자본주의는 악’이란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알고 있어 장기적인 체제 생존을 위해 개방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권력 기관에서 30~40대 엘리트들이 핵심 간부로 부상하고 있고, 젊은 세대가 수혜 계층이 됐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되면서 3대혁명소조 운동이 전개된 것과 유사하다. →대중 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주 외교에서 대중 편승 외교로 바뀌고 있다.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대북 전략도 바뀌었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을 바꾸기 위해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에서 황금평 개발 등에 관여하고 있다.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北 “영변 새 경수로 조만간 가동”

    북한이 자체 건설한 영변의 새 경수로를 조만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통신은 10일 “전적으로 국내 기술과 자원을 통해 만든 경수로가 가동되는 시점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고 보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북한이 신설 원자로를 국제사회에 공개한 이후 1년 만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2일 북한 영변을 방문한 미국 과학자들에게 영변의 신설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 공장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새 원자로를 2012년에 가동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았던 스티븐 보즈워스 터프츠대학 법학 외교전문대학원 학장도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즈워스 학장은 10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도발행위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아무도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더욱더 위험한 일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뒤 도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를 지속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즈워스 학장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 이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테스트 등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나꼼수 비켜라” 보수진영 방송 ‘명품수다’ 선보여

    젊은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맞서 보수 진영이 유사한 형식의 방송 ‘명품수다’로 맞불을 놓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0·26 보궐선거 등을 겨냥한 ‘나꼼수 보수 버전’인 셈이다.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명품수다는 지난 18일 첫 방송을 탔다.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장, 박성현 인터넷 문화협회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석수경씨 등이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각종 의혹들을 비판했다. 명품수다 측은 “정치·경제·문화·연예·국제 문제를 모두 논할 예정이며 비속어를 남발하며 천박함을 친밀감으로 위장하는 방식은 사절”이라면서 “콘텐츠의 부재를 공연히 목청을 돋우는 어법으로 돌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품위있게 망가지는 새로운 토크쇼가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나꼼수’는 김어준 딴지그룹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출연하고 있다. ‘가카(각하) 헌정 방송’이라는 컨셉트 아래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유럽은행들 살려보겠다” 獨 - 佛 합의

    독일과 프랑스가 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은행 자본확충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다음 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이달 말까지 유로존 안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1시간여의 회담을 마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자본확충 조치는 모든 유럽 은행에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달 말 내놓을 종합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유럽 은행의 자본확충 ▲유로존 내 경제협력 가속화 ▲그리스 부채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독일 DPA통신은 유로존 내 고위급 재무관료들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을 지난 7월 21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21%에서 6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오는 14~15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와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는 유럽통합을 위한 추가 제안도 제출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는 EU 조약(리스본조약)을 개정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25일에는 EU·중국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중국이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하지만 합의 도출이 만만하진 않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 유럽 은행에 대한 공동 출자에 반대하는 독일은 시장에서 증자를 하거나 각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반면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떨고 있는 프랑스는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는 유로존 각국이 출자한 EFSF를 활용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을 이유로 당초 17~18일 열릴 예정이던 EU 정상회의를 2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조치와 은행 자본확충, EFSF 효율성 제고와 관련된 구체적 수단들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각 내년, 내후년 선거를 앞둔 독일, 프랑스 내부의 정치적 갈등도 걸림돌이다. 독일 야당 사회민주당(SDP)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는 정부가 은행에 두 번째 구제금융에 나서느니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렁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지난 2009년 G20회의의 정신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특별기고] 요즘 신세대는 짜증난 V세대/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특별기고] 요즘 신세대는 짜증난 V세대/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미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미국 회사들은 신규고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직원을 감원하는 추세여서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9.1%로 현재 무려 1400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청년 실업률이 미국 전체 실업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학을 졸업하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요즘 신세대들은 인생의 주요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미국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44%가 주택을 사들일 계획을 훗날의 일로 미루겠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23%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지금 고민할 내용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신세대들에 대해 LA 타임스는 ‘짜증난 세대’(Generation Vexed)라는 의미로 ‘V세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V세대’들은 정치인들과 기성세대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많이 가지고 있다. V세대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국가 부채 한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정치인들과 기성세대들의 경제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엘리샤 토머스는 “안정적인 수입과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괜찮은 직장을 얻으려고 전공을 몇 차례 바꿨지만 그러한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허탈해했다. 뉴욕의 세인트 로런스 대학에 다니는 존 글래스도 “우리 세대만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억울해했다. LA 타임스는 미국의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요즘 신세대들이 패스트푸드점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도전과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중반에 신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등장한 ‘X세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 붐’ 시대가 지나고 태어난,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미지의 세대’(Unknown Generation)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등장한 ‘Y세대’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미래를 개척하는 다양성을 지닌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신세대를 인터넷과 휴대전화·유튜브·페이스북 등 다양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서로 지그재그로 연결된 세대라는 의미로 ‘Z세대’, 즉 ‘디지털 원주민 세대’로 불렀다. 이렇게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신세대의 기발한 개성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신세대들은 희망이 사라지고 경기침체 탓에 꿈에 재갈을 물린 세대라는 의미의 ‘짜증난 V세대’로 불리고 있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절반(50%)이 현재 젊은 세대의 삶의 질이 지난 세대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짜증난 V세대’는 혹독한 실업률로 말미암은 경제적 기회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은커녕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과 짜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정치권과 경제계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의 짜증을 없애 주어야 한다.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기성세대를 포함한 국가 전체에 큰 재앙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쪽빛 데칼코마니 융프라우를 걷다

    쪽빛 데칼코마니 융프라우를 걷다

    얼마전까지 우리가 스위스를 돌아보는 방법은 주로 ‘관광’이었습니다. 기차나 곤돌라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는 것’ 위주였습니다. 최근 걷기 열풍이 불면서는 스위스의 진면목을 걸어서 살피려는 움직임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 중심에 스위스의 아이콘, 융프라우가 있었지요.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여정입니다. 이제 여기에 치즈와 초콜릿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탭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스위스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여정입니다. 바로 그렇게 삶과 풍경이 어우러질 때라야 비로소 온전히 스위스를 돌아본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스위스관광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반보다 작은 스위스 안에 조성된 하이킹 패스(path)가 6만㎞를 넘는다. 지구를 한 바퀴(약 4만 120㎞) 반쯤 돌 수 있는 거리다. 트레일은 2만개 정도 된다. 우리의 둘레길 같은 하이킹 코스들이 거미줄처럼 나라 전체를 촘촘하게 감싸고 있는 셈이다. # ‘유럽의 지붕’ 열차만 타지 말고 걸어보면… 스위스 하이킹의 핵심으로 꼽히는 융프라우 일대에도 76개의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다. 저마다의 취향과 산행 능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융프라우 하이킹은 대부분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터라켄은 ‘두 개의 호수 사이의 마을’이란 뜻으로, 융프라우의 배후지 역할을 한다. 기차는 인터라켄 오스트역을 출발해 라우터브룬넨(796m)과 클라이네 샤이데크(2061m) 등을 경유해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오른다.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평탄하게 이어지던 철길은 라우터브룬넨부터 궤도 사이에 톱니바퀴가 놓이기 시작한다. 기차를 타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동안 차창은 풍경화가 된다. 슈타우바흐 폭포 등 풍경의 보고들이 벽화처럼 내걸리는데,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다. 오를 땐 기차 오른쪽, 내려올 땐 왼쪽에 앉는 게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선 저 유명한 융프라우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내년이면 설립 100주년이 되는 유서 깊은 철길이다. 산악열차에 오르면 ‘처녀’란 뜻의 융프라우(4158m)와 수많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 북벽(3970m), 묀휘(4107m) 등 알프스의 고봉들이 어깨를 맛댄 풍경과 마주한다. 산악열차는 약 2㎞는 초원지대, 7㎞ 남짓한 거리는 아이거와 묀휘의 암벽을 뚫은 터널을 지난다. 소요시간이 50분에 달할 만큼 천천히 오른다. 고산병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고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터널 구간 중 아이거반트(2865m)와 아이스메어(3160m) 등 두 곳에서 각각 5분씩 정차한다. 아이거 암벽 속에서 알프스 전경을 내려다보는 맛이 각별하다. 종착역은 융프라우요흐다. ‘요흐’는 우리의 ‘재’와 비슷한 뜻으로, 융프라우와 묀휘 두 산자락이 내려와 만난 자리를 뜻한다. 역 밖의 플라토 전망대나 빙하지대로 이어지는 뒷문이 전망 포인트. 역 위쪽의 스핑크스 전망대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와 22㎞를 뻗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알레치 빙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고산증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이때만큼은 싹 가신다. 융프라우 하이킹은 산악열차나 곤돌라 등으로 고산 지역에 오른 뒤 되짚어 내려가는 형태가 많다. 그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는 ‘아이거 융프라우 워크’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열차를 타고 내려오다 아이거 글래쳐(2320m)에 내려서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걷는다. 융프라우와 아이거, 묀휘 등의 거봉들을 줄곧 등에 지고 내려온다. 앞쪽으로는 알프스의 산자락들이 마루름을 좁히며 다가선다. 스위스 목동들이 만들었을 것 같은 지그재그 코스는 하이킹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쉽다. 1시간 남짓 걸린다. # 그뤼에르 치즈… 스위스 삶의 정수 스위스를 대표하는 식품은 치즈와 초콜릿이다. 그 둘의 명산지가 프리부르 지역이다. 스위스 연방을 이루는 26개 주(칸톤) 가운데 한 곳이다. 치즈와 초콜릿 생산 농가는 프리부르 지역 가운데서도 특히 그뤼에르 주변에 몰려 있다. ‘치즈 데어리 패스’(Cheese Dairy Path) 등 전통 치즈와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도 그뤼에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인터라켄에서 그뤼에르까지는 ‘골든패스 파노라믹’ 등 기차를 바꿔 타며 이동한다. 스위스는 하이킹 패스 못지않게 철도 시스템도 그물망이다. 46개 철도회사가 총연장 5102㎞의 철로를 통해 스위스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관광객들이 어렵지 않게 4000m 가까운 산을 오르고, 꼭꼭 숨겨진 풍경들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1876년 첫 운행을 시작한 ‘골든패스 파노라믹’은 전원마을 츠바이짐멘에서 그뤼에르를 지나 레만호(湖)를 품은 몽트뢰까지 이어져 있다. 스위스 특유의 전원풍경을 차창에 달고 가는 노선으로, 스위스 기차여행의 정수로 꼽힐 만큼 줄곧 빼어난 풍경과 동행한다. 인터라켄이 독일어권 지역이라면 프리부르는 프랑스어권 지역이다. 특히 그뤼에르는 지역적으로 프랑스와 가깝다. 문화 또한 프랑스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고마움의 뜻을 전할 때 독일어 ‘당케 쉔’보다 프랑스어 ‘메르시 보쿠’가 더 잘 어울린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는 그뤼에르에 대해 ‘거의 1000년 전부터 만들어온 경질 치즈’라고 적고 있다. 지명이 그 지역의 음식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변한 것이다. 치즈 데어리 패스는 그뤼에르를 출발해 해발 1100m의 몰레종 마을까지 다녀온다. 그뤼에르에서 몰레종 마을까지는 5.7㎞, 왕복 4시간쯤 걸린다. 여기는 그러니까, 예쁜 수직 세상쯤 되겠다. 잣나무와 낙엽송 등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있다. 그 아래는 들꽃 세상이다. 노란 민들레와 꽃반지 만들던 토끼풀 등 익숙한 녀석들은 물론, 어린아이 손톱보다 작은 들꽃들이 지천이다. 산길에서는 너나 없이 친구가 된다. 꼬장꼬장한 빨강 머리 독일 할머니도, 배불뚝이 스페인 아저씨도 수줍고 정감 있는 눈인사를 건넨다. # 해발 수천m에서 듣는 워낭소리 40분 남짓 산길을 오르면 워낭소리가 들리고 얼룩무늬 젖소들이 눈에 띈다. 스위스에선 이처럼 해발 수천m 고지대에서 소를 방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저지대 농가들이 싱싱한 풀을 찾아 고원의 초원지대로 올려 보낸 소들이다. 소떼는 봄에 올라와 가을이면 내려간다. 이들이 이동하는 것을 ‘포야’라고 부른다. 가을에 소떼가 내려올 때면 마을마다 축제가 펼쳐진다. 특히 그뤼에르의 중심지인 불에선 만국기를 걸듯 워낭으로 마을 하늘을 장식해 뒀다. 여간 이채롭지 않은 풍경이다. 몰레종 마을까지 가는 산길은 전형적인 스위스 시골 풍경을 담고 있다. 우리와 닮은 듯, 또 다른 풍경에 넋이 쏙 빠진다. 산길 중간의 ‘몽제롱’은 치즈에 식빵을 적셔 먹는 퐁듀로 유명한 집이다. 퐁듀 한 그릇에 17~19스위스프랑(약 2만 1000~2만 3000원)을 받는다. 몰레종 마을에서도 전통 수제 치즈 제작과정을 살펴보거나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초콜릿과 함께하는 길은 ‘치즈&초콜릿 트레일’로 불린다. 그뤼에르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샤르메가 출발지. 초콜릿 박물관이 있는 브로크(Broc)까지 약 11㎞를 걷는다. 넉넉한 몽살뱅호(湖)와 고전 전쟁영화에서 봤음직한 수력발전소,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야운바흐 협곡을 따라 걷는다. 글 사진 인터라켄·그뤼에르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전기는 220V를 쓴다. 우리와 다른 형태의 콘센트(3점식)를 쓰는 곳이 많다. @산악지대가 많으므로 보온성이 좋은 가벼운 옷과 등산화, 선글라스, 선블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스위스 패스가 무척 유용하다. 기차는 물론 버스, 유람선까지 이용할 수 있다. 산악철도나 케이블카는 할인혜택을 받는다. 스위스 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참조. @스마트폰 소지자는 스위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갈 것. 현지에서 여행서적 몫을 톡톡히 한다. @인터라켄 시내는 자전거로 돌아보기 딱 좋다. 인터라켄 서역(west), 호텔 등에서 대여해 준다. 1~2시간에 14스위스프랑(CHF). 1CHF(이하 프랑)는 약 1230원. @음료수 등 잡화를 살 때 ‘COOP’ 매장을 이용하면 싸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컵라면을 맛볼 수 있다. 7.5프랑. @브로크의 카예 네슬레 초콜릿 공장 입장료는 10프랑이다. 초콜릿 생산 공정 등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비교적 싼 초콜릿 매장도 마련돼 있다. @그뤼에르 고성(古城)은 스위스 국민들이 두 번째로 자주 찾는 고성이다.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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