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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EFA 챔피언스리그] 독일의 독주

    [UEFA 챔피언스리그] 독일의 독주

    오는 26일 새벽 2시 45분. 2012~1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빅 이어’의 주인이 가려진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 둘 중에 누가 이기든 우승컵은 분데스리가의 몫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벌어진 대회 4강 2차전에서 아르연 로번의 결승골과 헤라르드 피케의 자책골, 토마스 뮐러의 쐐기골로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또 3-0으로 대파하고 여유 있게 결승에 합류했다. 지난주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잡은 뮌헨은 이로써 1, 2차전 합계 7-0의 파죽지세를 앞세워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결승. 지난해 첼시(잉글랜드)에 막혀 준우승에 그친 뮌헨은 12년 시즌 만의 대회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뮌헨은 ‘트레블’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컵을 확보한 뮌헨은 현재 UEFA 챔피언스리그와 DFB포칼컵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라 2개의 우승컵을 더 수집할 수 있다. 결승 장소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스타디움이다. 반면 1차전에서 체면을 구긴 바르셀로나는 홈팬 앞에서 영패,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뮌헨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해 벤치만 지킨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요리했다. 5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바르셀로나는 조급증에 스스로 무너졌다.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슈팅을 만드는 과정도 힘겹게 전개됐다. 전반 20여분을 넘기면서 페드로와 사비 에르난데스, 아드리아누가 잇단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엔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게 막혔다. 후반 2분 로번의 선제골을 얻어맞고 흔들리던 희망의 불꽃은 프랑크 리베리가 올린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수비수 피케의 자책골에 그만 꺼졌다. 1차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토마스 뮐러는 후반 31분 리베리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 7-0 대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동반 진출로 챔피언스리그 사상 첫 분데스리가팀 간 첫 대회 ‘맞결승’도 성사됐다. 뮌헨은 다섯 번째 우승에 , 도르트문트는 16시즌 만의 두 번째 대회 정상에 도전한다. 독일 클럽은 첫 대회인 1955~56시즌 이후 모두 7차례 우승, 스페인(13회)과 이탈리아, 잉글랜드(이상 12회)에 이어 네 번째 다승을 기록했지만 이번 결승으로 우승컵을 1개 더 보태게 됐다. 한편, ‘분데스리가 더비’를 3주 앞둔 5일 새벽 1시 30분 두 팀 간의 전초전이 벌어진다. 정규리그 33라운드. 승점 20점차로 일찌감치 뮌헨(승점 84)이 2위 도르트문트(승점 64)를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 다소 김이 빠졌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호재에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경기장은 다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국내 최대 IMAX 영화관 울산에 문 연다

    국내 최대 IMAX 영화관 울산에 문 연다

    국내 최대 규모 IMAX 영화관이 울산에 문을 연다. 새달 3일 초대형 IMAX관을 포함한 CGV 울산 삼산점이 개관하는 것. CGV울산삼산점은 울산 최대 상권인 남구 삼산동에 새로 들어선 복합쇼핑몰 업스퀘어 내에 10개관 규모로 입점한다. 무엇보다 경상도 권역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IMAX 최대 스크린과 최다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IMAX관이다. IMAX는 시각의 극대화를 끌어내는 거대한 화면과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재현하는 음향으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영사 시스템을 말한다. 가로 24.4m·세로14.1m(약 104평) 크기의 스크린과 좌석 502개를 보유한 CGV울산삼산점 IMAX관은 지금까지 국내 최대 IMAX였던 CGV왕십리점 IMAX(가로 22m·13.3m·98평/303석)를 뛰어넘는 규모다.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내 최대 영화관 CGV영등포점 스타리움관(가로 31.38m·세로 13m·123평/ 550석)에 육박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CGV울산삼산점 IMAX개관은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최대 화제작인 ‘아이언맨3’ 개봉 시기와 맞물려 아이언맨3를 IMAX로 즐기려는 경상도 권역 영화팬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후문. CGV울산삼산점은 이 밖에도 오감체험 특별관 4DX, 삼면 스크린 방식의 멀티 프로젝션 특별관 스크린X를 비롯해 진동좌석 비트박스, 연인석 스윗박스를 도입해 영화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반 상영관도 좌석을 지그재그로 배열해 관객의 시야를 트이게 하고 초대형 좌석인 와이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영화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했다. CGV울산삼산점이 지역 문화예술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점도 눈에 띈다. 울산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울산대 디자인대학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울산대 디자인대학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한편, CGV울산삼산점은 개관 기념 무료 시사회를 개최한다. 새달 1일과 2일 ‘트랜스포머2’와 ‘미션임파서블4’의 IMAX 시사회,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과 ‘미션임파서블4’의 4DX 시사회, ‘고령화가족’과 ‘콜렉션’의 미개봉작 시사회, ‘전설의 주먹’과 ‘광해’ 등의 화제작 시사회가 진행되는 것. 시사회 티켓 배부는 각 시사회 상영시간 1시간 전부터 현장 매표소에서 선착순으로 지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발로텔리 “레알 선수들, 내 여친과 성관계” 파격 공약

    발로텔리 “레알 선수들, 내 여친과 성관계” 파격 공약

    각종 기행으로 축구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가 또 다시 폭탄 발언을했다. 발로텔리는 28일(한국시간)스페인 언론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팀은 도르트문트”라면서 이색 공약을 내걸었다. 발로텔리는 “레알 마드리드가 도르트문트를 꺾고 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전원에게 내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5일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에게 1-4로 완패했다. 홈 구장인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3-0 이상으로 승리해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상승세를 미뤄볼 때 이런 결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로텔리는 과거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인터밀란에서 뛸 당시 팀을 맡고 있던 조제 무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이런 악연으로 미뤄볼 때 그는 패배 위기에 몰린 무리뉴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놀리기 위해 자신의 여자친구까지 들먹인 것으로 보인다. 발로텔리는 베네수엘라 출신 모델 케일라 에스피노사를 비롯해 베티 쿠라쿠(그리스), 소피 리드(영국), 사라 토마시(영국) 등 주로 유명 모델들과 뜨거운 관계를 가져왔었다. 또 미스 이탈리아 출신인 멜리사 카스타뇰리, 영국 포르노 배우 홀리 핸더슨 등과도 염문설을 뿌리며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여자친구였던 이탈리아 모델 라파엘라 피코가 “발로텔리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해 홍역을 앓기도 했다. 현재는 풍만한 엉덩이 라인으로 모델계의 샛별로 떠오른 파니 로베르트 네구에샤(벨기에)와 열애 중이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포기하지 마! 이 공과 절망도 차버릴 테니까

    포기하지 마! 이 공과 절망도 차버릴 테니까

    “조금만 더 뛰면 돼, 포기하지 마! 그렇지, 그렇지!” 26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 ‘와’ 하는 함성과 박수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등번호 16번을 단 박익규(54)씨가 인조 잔디 위에 설치된 훈련용 고깔들을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며 공을 드리블했다. 두 번의 왕복을 마친 박씨가 양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미소 지었다. 이날 운동장에선 오는 8월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나갈 국가대표를 뽑는 1차 테스트가 열렸다. 노숙인 21명이 지원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노숙인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의 창립자인 존 버드의 제안으로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시작된 풋살(미니축구) 대회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기존 5인제 풋살보다 규모를 줄여 골키퍼를 포함, 4명이 한 팀을 이뤄 15분간 경기를 치른다.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느낄 성취감을 통해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대회의 취지다. 우리나라는 2010년 브라질 대회부터 참가해 왔다. 축구에 대한 기본기뿐 아니라 성실성, 협동심 등이 주요 심사 요소다. 1차 선발된 뒤 3개월간 매주 3일씩 정기적인 훈련에 꾸준히 참여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한 번이라도 노숙인 쉼터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지원할 수 있다. 일부 축구화에 운동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온 지원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평상복 차림이었다. 이 가운데 지용현(45)씨는 핸드볼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체육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운동을 접었다. 식당 운영을 하다 실패하고 주먹 세계에 들어갔다가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2002년 출소 뒤 일용직 노동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포기하고 1년간 노숙 생활을 했다. 지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올해 최대 목표로 세운 것이 홈리스 월드컵 출전”이라면서 “한때 방황했지만 이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노력하면 살 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되새기곤 한다”고 말했다. 지씨는 타고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이날 기본기 테스트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26세 때부터 쉼터 생활을 해 온 김모(32)씨는 올해가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해 1차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일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체력 부족을 느껴 중도에 포기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 입문 테스트도 여러 번 받았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선수의 길을 걷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중도 포기한 것이 너무 아쉬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처음 40대 초반의 여성 지원자도 참가했다. 이 여성은 2010년 회사가 부도 나면서 2년간 노숙인 생활을 했다. 그러다 서울역 인근 자활센터에 입소해 새 생활을 시작, 현재는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한때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했던 이들에게서 좌절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참가자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나온 2011년 프랑스 대회 국가대표 출신 고태환(40)씨는 “한때 자살 시도까지 할 만큼 내 삶에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면서 “지원자들 모두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이곳까지 찾아와 테스트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에로스냐, 포르노냐.  아주 새로운 얘긴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사적 영역이 부각되면서 현대사회 풍경을 군도로 묘사하는 건 낯설지 않다. 가장 극단적 사례는 진정한 대화, 소통,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 남은 건 저마다 홀로 늙어 죽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해 대는, 히키코모리의 나라인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이다.  정작 서구 이론가들은 감정을 통한 연대,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 말이다. 이름 좀 있다 싶은 철학자들이 에로스 문제를 다루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아마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낸 우석훈일 게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친숙한 모든 관계가 유예되는 한국 사회에 짱돌이라도 던지라고 부추기는 책인데, 정작 책의 첫 장은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로 시작하니 말이다.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로도스 펴냄)는 포르노로 전락해 버린 현대사회 에로스 풍경들을 다룬다. 이미 몇몇 사람들 이름이 머릿속을 지나갔을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책 끝 부분에 가서 “아마 진실된 사회는 발전을 식상해 하면서 무언가에 쫓기듯 낯선 별을 정복하러 돌진하기보다 가능성들을 다 쓰지 않은 채 남겨둘 것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냥 놓아두기’, ‘무위’를 통해 에로스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인물로만 꼽아도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펴냄)의 한병철, ‘리퀴드 러브’(새물결 펴냄)의 지그문트 바우만이 툭 떠오른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장정일과 진중권의 비판도 떠오른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분석에 이은 내 탓이오를 외치는 해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결국 좀 배우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 얘기 아니냐는 평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혁명을 기획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평가 또한 자신만은 대중과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식상한 믿음 위에 서 있긴 매한가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우리 모두 단체로 다 가난해지고 비참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스토리 자체는 뻔한 감이 있음에도 일단 펴들면 쭉 읽게 되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입담 덕이다. 프로이트를 기본에 깔고 오디세우스의 배, 성 안토니우스의 광야,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쏟아지는 아가톤의 집, 하이데거의 오두막 등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다니는데, 무겁지가 않다. 한병철의 책이 종교적 잠언집 냄새를 짙게 풍기고, 바우만의 책에서는 묵직한 연륜의 냄새가 느껴진다면, 38살 여성 철학자가 쓴 이 책은 그냥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느낌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에로스는 넘쳐나지 않던가. 인터넷만 열면 여신, 베이글, 꿀벅지 등이 넘쳐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유행이란 천쪼가리로 가리는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기사 조선시대에도 여염집 아낙들이 기생패션 따라해서 골치였다 하니, 21세기에 룸살롱 패션을 천지 사방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리 놀랍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소리 더 늘어놨다간 꼴통 소리만 나올 판이니 일단 여기까지. 저자는 이렇게 광범위한 ‘전 사회의 포르노화 현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더 근엄해지고 더 금욕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금욕을 위해 벗는다. “향락의 극단성은 자유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충동포기의 증상”일 수 있다.  이제 하나씩 보자. 웰빙시대다. 골라먹는다. “콜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보며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회의 하층민들은 탐욕적이다. 그들과 거리를 취하기 위해 고상한 중산층은 품위 있는 금욕을 훈련한다.” 그 결과는? “많은 레스토랑이 고객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빈약한 먹거리를 엄청나게 큰 접시에 멋지게 담아내는 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음식은 이제 고객의 위보다는 그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음식의 향락은 포르노그래피적 행위로 전락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포르노를 소비할 때처럼 탐욕의 대상과 거리를 두며 음식 자체가 아닌 음식의 모사품을 즐긴다. 이것은 소외다.”  여가도 통제돼야 한다. 금연문화? “물론 건강에는 좋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자신의 더럽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공개적이고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느긋하게 즐길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퇴근 뒤 맥주 한잔의 여유는 사라지고 “요즘엔 목욕과 운동 이외에 드라마가 이런 기능을 맡는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강박증 환자가 되어 간다. 자기 연출, 자기 관리의 시대. 그러니까 여가 시간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하는 강박의 시간이다.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이다. “워커홀릭은 포르노그래피의 쾌락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신체들도 쉬지 않고 쾌락의 국민총생산에 최대한 기여하는 고성능 노동자다. 그렇게 본다면 포르노는 오히려 현대 노동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아무리 지쳐도 무서우리만큼 다시 의욕을 내는 신체들이다.” 일터에서 자아실현에 몰두하는 당신은 포르노 배우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프로이트의 책 ‘문화의 불안’을 불러낸다. 그는 어린 꼬마들이 불을 오줌으로 끄면서 노는 장면을 일러 “힘이 센 남근 상대와의 경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불은 끄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 “불을 보호하는 자만이 그 불을 운반할 수 있고 자기 뜻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게 인간 문명의 시작점이다. “불을 끄고 싶은, 오줌을 누고 싶은, 경쟁을 하고 싶은 유아적 욕망의 포기가 비로소 불의 위대한 문화적 정복을 가져왔다.”  불빛을 보자마자 바지춤을 주섬주섬 내리는 게 포르노라면, 에로스는 불을 끄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른 채 그 일렁이는 불빛과 함께 관능적인 춤을 추는 것이다. 일에 매진하느라 술, 담배 끊고 학원에 요가에 다이어트에 비타민제를 달고 살면서도 늘 우울한, 군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시 음미해봐야 할 삶이다. 1만 4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UEFA 챔피언스리그] ‘獨한 녀석’들, 메시 깬 다음 날 호날두 혼내줬다

    [UEFA 챔피언스리그] ‘獨한 녀석’들, 메시 깬 다음 날 호날두 혼내줬다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이번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도르트문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프리메라리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며 결승 무대 접수에 나선 분데스리가 골잡이들이다. 레반도프스키가 25일 독일 지그날 이두나파크에서 혼자 4골을 터뜨리는 원맨쇼 끝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4-1로 격침시켰다. 저돌성과 동료 미드필더와의 절묘한 호흡, 개인기, 강력한 슈팅 등 자신의 모든 기량을 고루 드러내며 골 잔치를 벌여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다음으로 이 대회 한 경기에서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메시의 최다 기록은 지난해 3월 7일 레버쿠젠과의 대회 16강 2차전에서의 5골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인 레반도프스키는 여름 이적시장을 앞둔 분데스리가의 ‘블루칩’이다. 지난 시즌부터 뽐낸 폭발적인 득점력 덕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날까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27경기에서 2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6일 정규리그 호펜하임과의 원정 경기부터 지난 20일 마인츠와의 홈경기까지 12경기 연속 득점 행진 중으로 독일의 전설적 골잡이 게르트 뮐러(1969∼1970시즌 16경기)의 대기록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챔스리그 득점왕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10골이 된 레반도프스키는 메시(8골)와 토마스 뮐러(7골·바이에른 뮌헨)를 가뿐히 추월하고 이날 빛바랜 대회 50호골로 득점 선두를 유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2골·레알 마드리드)에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호날두는 0-1로 뒤지던 전반 42분 승부를 잠깐 원점으로 돌렸지만 이후 레반도프스키의 골 폭풍 앞에 초라한 존재감을 감췄다. 레반도프스키는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추면서 “4골을 넣어서 기분은 좋지만 목표는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란 각오를 다졌다. 현지 언론은 물론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도 “5월 25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결승에서 독일 팀끼리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며 분데스리가가 유럽 축구의 중심에 서 있음을 부각시켰다. 4강 2차전은 오는 5월 1일(뮌헨-바르셀로나) 캄프누와 2일 새벽(도르트문트-레알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꿀벌 군단’ 레반도프스키, 세계 최강 레알에 ‘독침’을 꽂다

    ‘꿀벌 군단’ 레반도프스키, 세계 최강 레알에 ‘독침’을 꽂다

    그야말로 ‘폭격’이었다. ‘꿀벌 군단’ 도르트문트의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폴란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켰다. 레반도프스키는 25일(한국시간)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혼자 4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등 최정상급 멤버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레반도프스키는 위치선정 하나로 최고의 골잡이가 된 AC밀란의 필리포 인자기(40·이탈리아)를 떠올리게 했다. 호날두 같은 화려한 개인기를 갖추진 않았지만 완벽한 위치선정에 이은 간결한 마무리로 상대팀에 비수를 꽂았다. 상대 수비의 육탄방어를 뚫고 다이빙슛으로 만들어낸 첫 골, 오프 사이드 트랩을 교묘하게 부수고 들어가 만들어낸 두번째골, 동료의 크로스를 받은 뒤 간결한 터치 동작으로 수비를 무너뜨리고 뽑아낸 세번째 골은 그의 다재다능한 득점 기술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를 농락하듯 가운데로 슛팅을 날려 골망을 흔든 ‘강심장’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꼽히는 호날두도 이날 한 골을 기록했지만 레반도프스키의 맹활약과 팀의 패배 앞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레반도프스키는 리오넬 메시(26·바르셀로나)에 이어 한 경기에서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로 챔피언스리그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메시는 지난해 3월 레버쿠젠(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5골을 몰아치며 최다 기록을 세웠다.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27경기에 출전해 23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페널티 박스 안 어떤 위치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올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명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 골을 널어서 기분은 좋지만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라면서 “목표는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의 2차전은 다음달 1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리밭/진동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리밭/진동규

    보리밭/진동규 겨울을 감 잡아내는 보리밭 얼었다 녹고 헐어 부풀어 오른 땅 지그시 밟아 부스럼 같은 것들 가만가만 땅바닥에 다독인다 땅 맛을, 땅 맛을 알아야 하지 발등을 덮어오는 황토 부풀었던 것들 보리밭에 보릿대로 나를 세운다 덧나지 말아야지, 잔등을 넘어 푸른 이내 마을로 내린다
  • [책꽂이]

    오리 이원익 그는 누구인가(함규진·이병서 지음, 녹우재 펴냄) 정치학 박사인 함규진과 오리 이원익의 12대 손인 이병서가 한데 힘을 합쳐 쓴 오리 평전이다. 오리는 명종, 선조, 광해군, 인조까지 임금 4명을 모시면서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 이괄의난, 정묘호란 등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다 받아냈다. 서애 유성룡마저 이순신을 버릴 때 홀로 이순신을 엄호했고, 대동법을 확대 실시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광해군의 폐모살제를 반대했을 뿐 아니라, 인조가 광해군을 참하려는 것을 막아내기도 했다. 네 임금을 모시며 관직을 이어갔음에도 남은 건 초라한 초가집 한칸뿐이었을 정도로 청렴함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그럼에도 오리는 오늘날 그리 유명하지 않다. 저자들이 분기탱천, 이 책을 쓴 까닭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오리가 국난의 시절 왕실 후손이었다는 점. 왕실과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에 왕들이 오리에게 의존하고, 오리가 충성을 다한 것이 그리 색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직접 행정을 수행한 관료들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 성리학적 논쟁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학파 위주로 역사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40여년간 재상으로서 국가를 운영한 오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저자들은 오리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전 과정을 복원해 뒀다. 1만 9000원. 리퀴드 러브(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액상’, ‘액체’, ‘유동하는’ 등의 번역어 대신 리퀴드(Liquid)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쓰는 걸 보니 이제 바우만과 그의 근대성 논의가 어느 정도 한국 독자들의 귀에 익었다 판단한 것 같다. 근대성을 리퀴드라 정의하는 저자답게 이 책에서 논의하는 주된 대상은 “유대 없는 인간”이다. 관계보다는 네트워크에 그치려는, 그럼에도 네크워크보다 관계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에 대한 소소한 스케치들이다. 사회학의 대가임에도 뭔가 대단한 분석과 처방을 내놓기보다 짙은 문학적 필체로 근대인의 멜랑콜리를 그려낸다. 근대인의 멜랑콜리, 그렇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샤를 보들레르와 발터 베냐민에다 덧대면서 이 책은 단지 그들을 인용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발 더 나아가 “나이가 들수록 아무리 어떤 사상이 위대하더라도 엄청나게 풍부한 인간의 경험을 포괄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아주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겸손한 태도 덕분일까. 개인에서 부부에서 자식에서 가족에서 공동체에서 세계시민사회까지, 사회학자답게 논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다 마침내 칸트의 세계정부론으로까지 치닫는데, 칸트의 세계정부론을 오늘날 되살린 인물로 꼽히는 가라타니 고진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1만 8500원.
  • ‘MB 동상’ SNS 소동…‘한서대서 찍은 사진’ 발단

    대학교 교정에 서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 사진 한 장이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31일 충남 서산시 한서대에 따르면 본관 앞 이 전 대통령 동상 사진 한 장이 지난 30일 ‘한서대에서 찍은 사진’이란 설명과 함께 각종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사진을 여기저기 퍼 나르며 “이게 사실이냐”, “대학교에 동상이라니…북한 같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의심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페이스북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가 막 물러난 최고 권력자 동상을, 그것도 대학교에 세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경악이다”, “살아 있는 사람도 동상을 만들어 놓나”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서대가 본관 앞 역대 대통령 동상 구역에 지난 24일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추가로 세운 것을 누군가 그 동상만 찍어 올리면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한서대는 2011년부터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9명의 역대 대통령 동상을 설치한 뒤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추가했다. 동상 높이는 좌대 2m에 전신 청동상 3m로 모두 5m에 이른다.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중앙에 놓은 뒤 오른쪽에 윤보선 전 대통령, 왼쪽에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지그재그 순으로 설치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맨 오른쪽에 서 있다. 맨 왼쪽에는 학생들이 올라가 꿈을 키우라고 ‘한서인상’이란 빈 좌대를 설치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파닥파닥. 경남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금속성 볕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근육을 푼 흙, 툭툭 터져 오르는 기운들. 남녘은 완연한 봄이다. 이즈막, 납작모자에 옷깃을 닭 벼슬처럼 세우고 통영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잠시 묻어놓았던 내면의 풍류와 객기를 끌어내는 것이며 가슴속에 낭만을 채우는 일이다.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봄은 통영 도다리쑥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된장 살큼 푼 말간 국물에 통영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 국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딱 두 달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 그래서 통영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는다. 첫새벽. 시락국 집은 밤새 다찌에서 술을 마셨거나 서호시장 4시 경매를 끝낸 사람들이 아린 속을 움켜잡고 몰려드는 ‘해장 성지’다. 서성서성 포장마차에서 콩국과 빼대기로 허기를 때우는 모습도 흔히 만난다. 그 먹먹한 서민의 시간.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시켜놓고 객지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방 노란 냄비에서는 국물이 새벽잠처럼 끓고 토막 친 도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국물 속으로 던져진다. 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익숙하게 퍼내는 손놀림이 재봉틀 실 땀처럼 빈틈없다. 앞자락에 김 모락모락 오르는 도다리쑥국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해쑥 향이 멀미처럼 올라온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는다.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댄다. 봄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박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준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달다.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 통영 사내들은 복이 많다.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두부와 무쳐낸 톳나물이며 통멸치 젓갈, 간이 센 남도 김치가 국에 밀려 그대로 남았다. 30년간 맑은 국을 끓여왔다는 사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음식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아요.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말마따나 통영 도다리쑥국은 바다를 건너온다. 봄이 이른 욕지도나 한산도, 소매물도 등 섬에서 해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도 제법 나가서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맛을 아는 토박이 미식가들은 “2월 쑥국은 이르다”고 말한다. 도다리 살이 얇기 때문이다. 먼 바다 살집 두터운 도다리로 끓여야 국물 맛이 깊은데 2월 도다리는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용이다. 육지에서 늦은 쑥이 나오는 4월 초순 도다리가 더 뭉근한 맛이 나온다는 얘기다. “살갗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최고지요. 지금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 힘들어요. 바닥부터 싹 쓸어 올리는 고대구리 배로 조업할 때는 싸고 많았는데, 이 옴도다리로 끓인 쑥국의 깊은 맛은 궁중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4월로 가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멍게 때문이다. 이때가 돼야 멍게가 속이 차기 시작하니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멍게 비빔밥을 맛봐야 통영이 시리게 다가올 테니까. 거개는 멍게 비빔밥이 생물인 줄 알지만 제법 알려진 주방에선 속과 향이 그렁그렁한 ‘그해 5월 것만’ 쓴다. 숙성해놓고 1년을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적다. 갓 건져낸 멍게는 미끌미끌하여 밥과 겉돌아 비벼지지 않는다. 간을 하여 숙성시키면 참기름만 얹어 내도 그 향이 몇 시간 입안에 머문다. 멍게 비빔밥에 유곽을 넣는 곳도 있다. 유곽 얘기가 나오자 커피 집에서 만난 최진혁(62)씨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어머니 손맛이 떠올랐던가 보다. “유곽은 손이 많이 가서 예로부터 제법 사는 집이 아니면 해먹지 못하던 음식이에요. 개조개를 다져 된장에 물기 없게 볶아 내지만 본래는 개조개 외에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게살을 함께 썰어 넣었어요. 여기에 방아이파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개조개 뚜껑에 담아 숯불에 구워 낸 것이 정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내는 집이 없어요.” 도다리쑥국 나오는 집은 어김없이 졸복국을 낸다. 졸복은 크기가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 터지는 생선이다. 한 입 크기다. 하지만 속 달래는 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만한 것이 없지 싶다. 또 통영 대표음식 시락국은 장어머리를 푹 고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낸 건강식이다. 방아이파리나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500원에서 시작한 시장밥상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이다. 밥 말아 뚝딱 비우게 되는데,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밥상이다. 서호시장의 시락국 전통은 반찬이 뷔페식이다. 찬 통에서 스스로 덜어 먹는데 가짓수가 10여개는 된다. 그 외에도 어부들의 점심이었던 충무김밥이며 우짜, 꿀빵 등 종일 입에 달고 다닐 만한 ‘한 끼형 간식’이 수두룩하다. 먹을 것 천국이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선 길은 곳곳이 ‘꽃 편지’다. 통영의 바람은 너무나 달아서, 동백꽃처럼 붉어서 사랑도 피우게 되었으니 먼저 간 풍류객들 동선을 따라 가는 것도 봄날의 애상이지 싶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그녀 ‘경련’을 기다린 백석의 시가 핀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정운’의 맘을 얻기 위해 5000여통의 시를 부쳤다는 중앙우체국에서 ‘행복’이라는 시비를 읽어보는 일은 애잔한 즐거움이다. 잠시 스쳐간 사랑의 상처로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끝내 명정동에 안기지 못한 박경리의 아리고 쓸쓸한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숨어있는 곳이 통영이고 보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도 연정이 묻어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해는 길어지고 도다리는 살찌고 있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 중국 외교관과 패널은 안건마다 북한 두둔하며 제재위 논의도 방해했다

    “유엔 북한제재위원회에서 중국 외교관과 중국 패널은 모든 안건마다 북한을 두둔하며 실질적인 논의 진행을 방해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과정을 지켜본 우리 외교관의 눈에 비친 중국의 모습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위원을 맡아 대북제재 논의에 참여했던 문덕호 외교통상부 아프리카중동국장과 주유엔대표부에서 대북 제재를 담당했던 임갑수 국제기구국 팀장이 28일 공동으로 펴낸 ‘유엔 안보리 제재의 국제정치학’에 언급된 내용이다. 저서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 패널은 그동안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개인 및 단체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고 수차례 추가 제재 지정을 촉구했지만 중국 패널의 반대로 매번 무산됐다. 전문가 패널에서 다수결로 합의된 2010년 북한 핵활동 보고서도 중국 패널이 반대해 최종보고서 자체가 비공개됐다. 당시 중국을 제외한 모든 패널이,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우라늄농축 관련 보고서를 인정하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중국 패널이 헤커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최종 서명을 거부해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문 국장과 임 팀장은 “중국은 북한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활동 자체를 통제하기를 원했다”며 “안보리에 제출되는 보고서도 반드시 사전에 점검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이뤄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관련된 특수 물질과 부품 운송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일관되게 부인하며 현지 조사를 거부했다. 문 국장은 “2009년 9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출신과 한국·일본 측 인사가 참여한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설치 후 중국 현지조사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 부품을 조달하는 북한 남천강 무역회사와 무기수출업체인 조선광업개발무역(KOMID)은 2009년 안보리 제재 대상에 등재된 이후에도 여러 개의 위장 이름을 쓰며 중국 내 중개상과 협력사를 동원해 제재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북한의 WMD 금융거래에 베이징, 홍콩, 마카오의 중국계 은행과 위장 기업이 연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북제재 기피증에는 자국의 피(被)제재국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현재까지도 미국과 유럽연합(EU)한테 무기금수 조치 제재를 받고 있다. 문 국장은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대북제재가 북한 핵능력 구축을 방해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는 만큼 북한 최고위급을 타깃으로 한 스마트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24명의 환상적인 군무

    24명의 환상적인 군무

    정교하고 아름다운 군무로 정평이 난 유니버설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로 관객을 만난다. 새달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백조의 호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올 시즌 첫 작품. 2010년 이후 해외와 지방에서 공연했던 터라 서울에서는 3년 만에 선보이는 셈이다. 첫날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인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이 오데트·오딜과 지그프리드를 연기한다. 9일은 이용정-오동탁(낮 공연)과 김채리-이승현(밤 공연) 커플이 나선다. 10일 공연은 연기력과 기량을 고루 갖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무대에 오른다. 11일 캐스팅은 주목할 만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 강예나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에반 매키가 호흡을 맞춰 노련한 연기력이 충만한 무대가 기대된다. 12일에는 키가 크고 선이 아름다운 팡 멩잉이 오데트로, 홍콩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후왕 젠이 지그프리드로 무대에 오른다. 이날 공연은 독특하게 오데트와 오딜을 나누어, 이용정이 오딜로 나선다. 공연의 백미는 역시 아름다운 백조 군무다. 달빛이 비치는 푸른 호숫가에서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 24명이 춤추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군무는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장관이다. 지난해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남아공 조벅극장 만델라시어터 공연 후 “튀튀 천국에서 온 한국인의 정교한 예술”(투나잇 리뷰), “무용수들이 관객을 홀렸다”(더 소웨탄) 등의 찬사를 받았다. 공연 전 문훈숙 단장이 무대에 올라 쉽고 재미있는 감상법을 전한다. 최승한이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다. 1만~10만원. (070)7124-1737.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111세 피아니스트의 굴곡진 인생악보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1903년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공한 상공인이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어머니는 유명한 화가 및 작가들과 교류했다. 그중에는 구스타프 말러,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지그문트 프로이트 같은 인물들도 있었다. 알리스는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유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브람스, 리스트, 쇼팽 등 불후의 거장들을 사사한 제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콘서트를 여러 번 열었고 1931년 사업가이자 음악가인 레오폴트 좀머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1943년 7월 알리스와 남편, 아들 라파엘은 나치에 의해 테레진 수용소로 보내진다. 테레진은 대규모 수용소로 아우슈비츠 등 동유럽 전역에 있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장으로 가는 환승역이었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이 허기와 질병, 고문에 시달리며 죽어갔고 이곳에 수용된 유대인 15만 6000명 중 1만 7505명만 살아남았다. 테레진에 억류되는 동안 알리스는 동료 수감자들을 위해 100회 이상 연주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비밀리에 피아노 교습을 했다. 어머니와 남편, 친구들은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알리스와 아들만 살아남아 1949년 이스라엘로 이주한다. 46세에 히브리어를 배우고 새 삶을 개척하면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곤 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레너드 번스타인, 아이작 스턴 등 걸출한 음악가들이 참석했다. 한 세기 이상 극한 고통을 겪으며 살았지만 111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바흐,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의 악보를 보며 매일 세 시간씩 연주를 하면서 지나온 자신의 처절했던 삶을 반추한다. 신간 ‘백년의 지혜’(캐롤라인 스토신 지음, 공경희 옮김, 민음인 펴냄)는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이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알리스 헤르츠좀머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살면서 세월과 국가의 경계를 넘고 죽음을 초월한 한 여성의 서사적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음악적 재능으로 테레진 수용소의 동료 수용자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여전히 피아니스트이자 교사로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인터뷰로 얻어낸 알리스의 회고담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인생의 지혜와 충고들이 담겨 있다. 10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수용소의 삶 등 그가 육성으로 전하는 내용들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박창훈 ㈜프리미어 대표 “지속적 기술투자·신모델 개발 10년내 상업용 세계 1위 달성”

    [향토기업 특선] 박창훈 ㈜프리미어 대표 “지속적 기술투자·신모델 개발 10년내 상업용 세계 1위 달성”

    “상업용 냉장고는 가정용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소비자 기호에 따른 신속한 모델개발과 출시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는 생산기반 시설과 설비투자에 역점을 뒀지만 앞으론 제품개발과 시장확대에 전력을 다할까 합니다.” 박창훈(52)대표이사는 17일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내수는 물론 미국과 아시아 지역 등 해외시장 확대에 사운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실제로 10년 이내에 세계 상업용 냉장고 생산 1위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까지 2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꾸준히 연간 2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그룹사인 터보에어가 중국, 미국 등지에 보유한 생산기지의 제품, 부품, 기술력 공유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런 효과로 이미 미국 내 ‘딜러 마켓’ 점유율이 2위에 오를 만큼 위상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비용절감과 제품 표준화가 가져다준 긍정적인 효과다. 이를 토대로 대규모 소매 체인점 등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현지그룹 유통망인 터보에어가 있기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는 “냉동·냉장 쇼케이스는 베이커리, 꽃가게, 의료용, 급속 초저온 냉장 분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신모델 개발로 이들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매년 국내외 유명 전시회에 신개발품을 내 보내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지역의 한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했고, 올부터는 소년 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엔 직원들이 한두달 안에 그만두는 등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최근 파견직 근로자 3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올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며 “아직은 회사가 중소기업이지만 이곳에서 직원들이 삶의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복지향상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北, 곧 核실험·미사일 동시도발 가능성”

    “北, 곧 核실험·미사일 동시도발 가능성”

    북한이 올해 한두 차례 더 핵실험을 하겠다고 중국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이 곧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결합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북한을 7차례 이상 방문해 핵시설을 직접 참관하는 등 미국에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학자로 평가받는 헤커 박사는 15일(현지시간) CISAC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문답식 자료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이번 3차 핵실험은 2009년 2차 핵실험 당시의 2배가량 위력인 것으로 추정되며, 성공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단기간 내에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은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서쪽 갱도와 남쪽 갱도 둘 중 한 곳에서 3차 핵실험을 했다면 추가(4차) 핵실험을 할 갱도가 아직 하나 더 남아있는 셈”이라면서 “북한이 곧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하나의 정치적 효과를 위해 두 번의 실험을 하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2일 “미국이 끝까지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보다 강도 높은 2차, 3차 대응으로 연속조치들을 취해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해커 박사는 “아마도 추가적인 핵실험을 한다거나, 아니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결합한 형태의 도발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이 가하는 위협이 크게 신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한발짝 더 다가서는 것을 의미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무기라는 것은 다른 나라를 위협할 수는 있어도 실제 사용은 (북한)정권이 붕괴에 직면했을 때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이 이번 3차 핵실험의 노하우를 이란에 파는 것”이라면서 “만약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의 핵무기 생산 노하우를 얻는다면 국제사회에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에 가까이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 우라늄탄 1~2개 보유 추정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무기를 1~2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함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탄 보유 수준에 관심이 쏠린다. 동북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헤커 박사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은 숨겨 놓은 시설이 있어 HEU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 억지력을 질량적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생산이 한정된 플루토늄을 더는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우라늄을 더 만들게 될 것이고 소수의 폭탄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HEU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말은 천연 우라늄을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농축시킬 수 있는 기술력과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은 매우 정교하고 현대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에 대해 헤커 박사는 “인공위성 발사 자체에는 성공했으나 ICBM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고 수차례 발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군 관계자는 6일 “북한의 우라늄탄 등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추정하고는 있으나 농축시설 규모나 시설 등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보유 개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다만 북한이 양질의 우라늄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약 2600만t으로 플루토늄과 달리 충분한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 북한이 2010년 2000대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만큼 이에 근거해 연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라늄탄 한 개를 만드는 데 HEU 15~20㎏이 필요한 만큼 산술적으로 1~2개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탄의 경우 북한이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6~7개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아덴만의 영웅’ 청소년 교육자로 인생2막

    ‘아덴만의 영웅’ 청소년 교육자로 인생2막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60)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대학생이 된다. 석씨는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에 지원해 최근 합격했다. 청소년교육과는 청소년 상담 전문가나 교육자로 제2의 인생을 열려는 사람들이 많이 지원해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학과다. 석씨는 6일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제2의 인생을 교육자로 봉사하며 살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은 입시에 너무 매달려서 그런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약한 것 같다”면서 “전문적인 공부를 통해 그들의 건전한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석씨는 197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 입대, 5년 4개월간 복무한 뒤 하사로 전역했다. 1977년부터 외항선을 타기 시작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있었던 2011년 1월까지 40여년간 바다생활을 했다. 1급 항해사 자격증을 따는 등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지만 평생을 바다에서 지내는 바람에 대학과 인연은 맺지 못했다. 석씨는 2011년 1월 15일 삼호주얼리호가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자 시간을 벌기 위해 지그재그로 운항하고 해적들의 위치와 상황을 우리 해군에 몰래 알려주는 등 선원 21명이 무사히 구출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해적들의 보복으로 복부 등에 심한 총상을 입었고 그 후유증으로 더 이상 배를 탈 수 없게 됐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DB를 열다] 1963년 전남 목포 부두의 마차행렬

    [DB를 열다] 1963년 전남 목포 부두의 마차행렬

    1961년 작 ‘마부’는 네 남매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홀아비의 삶을 그린 영화다. 김승호가 주연으로 역할을 맡은 홀아비의 직업은 마부다. 말이 끄는 수레, 즉 마차로 짐을 옮겨 주고 운반비를 받는 직업이다.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차량이 부족했을 때 마차는 그 대용 수단이었다. 사진은 1963년 1월 목포 부두에서 운반할 짐을 기다리는 마차들이다. 마차는 나무로 만든 수레에 못 쓰게 된 트럭 바퀴를 달아서 만든다. 짐을 잔뜩 실은 마차를 끌어야 하는 말은 혹사당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몹시 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면 마부는 지그재그로 마차를 몰면서 헉헉대는 말에게 심하게 채찍을 휘두른다. 마차는 아스팔트 도로를 다닐 수밖에 없어서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심심찮게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아주 드물게 마차 음주운전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술을 마신 마부가 말에게 마구 채찍질을 하는 바람에 말이 날뛰어 마차가 행인들을 치고 택시를 파손한 사건이 대구에서 실제로 있었다.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면서 마차는 사라져갔다. 삼륜차, 용달차 같은 작은 화물트럭들에 밀려 마차는 변두리에서 연탄이나 실어나르는 신세가 된다. 그런 일감마저도 빼앗겨 1970년대 후반쯤 마차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최근 서울 청계천에 관광용 마차가 나왔다가 동물 학대 논란이 일어 운행이 중단되었다. 옛날 마차를 끌던 말의 노동 강도는 관광마차와 비교가 안 된다. 이 시대에 짐을 잔뜩 실은 마차가 서울 거리에 등장한다면 동물 애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돈줄 죄고 배 뒤진다… 더 센 대북제재안 검토

    돈줄 죄고 배 뒤진다… 더 센 대북제재안 검토

    한·미·중 3국이 북한 3차 핵실험 강행에 대비해 물밑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강도 높은 대북 대응 조치를, 중국은 우리 정부 측에 “중국도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핵실험 저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유엔 차원의 대북 조치와 관련해 “우방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채택된 대북 결의안 2087호에 ‘중대한 조치’가 사전 경고돼 있고, 추가 도발에 대한 자동 개입을 명시한 ‘트리거 조항’이 강화된 만큼 전면적인 금융·해운 제재의 강제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장즈쥔 외교부 상무(수석) 부부장을 만나고 이날 귀국한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유지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데 양국의 인식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 추가 제재 논의 여부에 대해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는 새로운 제재 방안을 포함한 여러 제재안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의 핵실험에 나설 경우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진전을 억제하는 제재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87호에 적용된 ‘캐치올’(catch-All) 조항에 따라 UEP와 연관된 장비 및 물자 반입을 차단하는 북한 관련 해상 검색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과 같은 포괄적인 금융제재 조치도 검토될 수 있다. 북한은 대북 제재와 선제타격론이 불거지자 강력한 대응을 공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라는 거수기를 발동해 반공화국 ‘제재결의’를 조작했다”며 “오늘의 대조선 적대행위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해와 규범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만큼 그에 대응하는 우리(북한)의 선택도 적대세력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우라늄농축 시설을 처음 확인한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서 20~50킬로톤(㏏) 수준의 폭발력을 실험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 번 실험할 때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기반으로 수소폭탄(핵융합)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20~50㏏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위력인 15㏏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는 북한의 핵능력 수준에 대해 “북한이 위협적 언사를 늘어놓지만 아직은 초보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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