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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인질, 탈출했다가 나흘 뒤 붙잡혔는데 석방…하마스 관대했던 이유

    러시아 인질, 탈출했다가 나흘 뒤 붙잡혔는데 석방…하마스 관대했던 이유

    지난 26일(현지시간) 밤 늦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러시아와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로니 크리보이(25)가 한때 하마스로부터 달아나려다 붙잡혔던 사실이 다음날 알려졌다. 그는 이스라엘 북부 카르미엘에 살면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일 슈퍼노바 음악축제 현장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가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납치 당했다. 그의 이모 엘레나 마지드는 현지 라디오 방송 칸 베트 인터뷰를 통해 조카가 붙들려 있던 건물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공격해 붕괴되는 틈을 타 감시자의 손에서 빠져나왔던 일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로니는 가자지구에 혼자서 나흘을 숨어 있다가 가자지구 주민에게 붙들려 하마스 대원들에게 넘겨졌는데 다행히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와 별도로 자유의 몸이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타임오브이스라엘(TOI)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로니를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엘레나의 말이다. “그는 국경에 가려고 했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 탈출할 수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그 지역에 가만 엎드려 여러 날, 나흘을 혼자 지냈단다. 나는 그에게 기분이 어땠냐, 밤에 악몽을 꾸지는 않았는지 물었는데 조카는 ‘들어봐요, 악몽 꿨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잘 풀렸어요’라고 답하더라.” 온 식구가 그의 행적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뜻대로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 닷새 뒤에야 이스라엘방위군(IDF)으로부터 로니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로니는 이마에 꿰맨 자국이 남아 있지만 몸 상태는 좋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외조부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이중 국적을 갖고 있었다. 다시 엘레나의 말이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어제 언론들이 (조카의) 국적을 놓고 상당한 혼동이 있었는데 이런 일은 적절하지 않다. 이스라엘 국민들을 상처받게 했다.”
  • 멜로니 伊 총리 파리 총회 불참…이스라엘, 사우디 등 돌려 伊 지지

    멜로니 伊 총리 파리 총회 불참…이스라엘, 사우디 등 돌려 伊 지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개최지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는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내일 프랑스 파리에 가지 않고 로마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가 불참하는 상황에 이탈리아 정부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아닌 마리아 트리포디 외무부 차관을 정부 대표로 파리 BIE 총회에 파견한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 때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의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올라 로마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에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파리를 방문해 막판 유치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점쳐졌으나 로마에 남기로 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28일 오전 9시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노조 대표들과 만난다.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의 프란체스코 로카 지사도 BIE 총회에 불참하고, 로베르타 안젤릴리 부지사가 대신 파리에 간다. 라 레푸블리카는 2030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로마의 패색이 짙어지자 멜로니 총리와 로카 주지사가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불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판세가 결정된 상황이라 멜로니 총리의 참석 여부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가 일찌감치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로마는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부산)의 경쟁 상대다. 결선 투표로 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와의 최종 표결에서 우리 측을 지지할 수도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로 결선 투표를 자신했으나 최근 들어 판세가 역전돼 한국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결선 투표에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일간 일 폴리오는 전했다. 유치전에서 후발주자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미국, 브라질, 슬로베니아, 아이티,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과 관련,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를 철회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국영 칸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칸 방송은 “이스라엘은 사우디 대신 이탈리아 개최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미국의 중재로 양국 관계 정상화가 추진되던 분위기에서다. 하지만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했고,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은 보복 및 하마스 소탕에 나선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다. 특히 사우디는 국제사회를 향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지 말 것을 촉구하는가 하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우려를 표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기우는 입장을 보였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엑스포 개최 지지를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BIE 총회는 182개 회원국의 익명 투표로 진행된다. 정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BIE 총회는 오전 9시 파리 시내 팔레드콩그레에서 시작된다. 오전에는 BIE 자체 의제를 다루고, 2030엑스포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절차는 이르면 오후 1시 30분 5차 경쟁 PT로 시작된다. 부산, 로마, 리야드 순으로 20분씩 진행한다. 이어 20분가량 휴식 시간을 갖고 오후 3시쯤 BIE 회원국 투표단이 총회장에 다시 입장하는데 신분 확인 등에 4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자투표기를 나눠주는 데 30∼40분가량 걸린다. 182개 회원국 가운데 분담금을 모두 납부한 회원국만 투표권을 행사한다. 현재 179개 회원국이 분담금을 납부해 투표권을 갖고 있고, 1개국은 투표 여부가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개국은 국내외 사정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대 180개국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인 120표 이상을 얻는 국가가 나오면 곧바로 2030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1, 2위 득표를 한 국가를 대상으로 2차 결선 투표를 실시하고 다수표를 획득한 국가가 개최지가 된다. 투표 시간은 1차와 2차 투표를 모두 합쳐 10분에서 최대 20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오후 4시 30분, 한국시간으로 29일 0시 30분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표에 참여할 BIE 회원국 수가 많다보니 돌발 변수 등으로 투표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엑스포 개최지 결정 선거에선 모두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국가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 풀려난 인질들 “제거 1순위 하마스 지도자, 우리 앞 나타나 다독거려”

    풀려난 인질들 “제거 1순위 하마스 지도자, 우리 앞 나타나 다독거려”

    이스라엘군이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경고해 온 하마스 지도자가 땅굴 속에 갇혀 있던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직접 만났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방송 채널12에 따르면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지하 터널에 갇혀 있던 이스라엘 인질 몇 명을 방문해 억양 없는 히브리어로 “안전하며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지난 주말 석방된 인질 중 한 명이 전했다. 이스라엘 보안 당국도 이를 확인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에 대한 기습 공격을 주도해 1200명 이상 숨지게 한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제거 1순위 인물로 2017년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로부터 가자지구 통치권을 물려 받았다.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휴전 협상도 그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 제거를 천명하면서 그를 ‘곧 죽을 운명’(dead man walking)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카타르와 미국 “휴전 이틀 연장” 이스라엘 확인 않고 “4차로 인질 11명 풀려나”

    카타르와 미국 “휴전 이틀 연장” 이스라엘 확인 않고 “4차로 인질 11명 풀려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일시 휴전을 이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카타르가 밝힌 얼마 뒤, 이스라엘군(IDF)은 4차로 인질 11명이 풀려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일시 휴전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가 인질 11명의 신병을 하마스로부터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IDF는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 인질 11명이 우리 영토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전했다.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다 이날 풀려난 이스라엘인 인질에 프랑스 국적자 3명, 독일 국적자 2명, 아르헨티나 국적자 6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모두 이중국적으로 보인다. 성인 여성은 2명이고, 나머지 9명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다. 풀려난 미성년자의 아버지들은 아직 가자지구에 잡혀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인질로 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이스라엘도 이날 중 자국 교도소에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33명을 석방할 예정이다. 앞서 양측의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 외무부의 알안사리 대변인은 X를 통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휴전을 이틀 연장하는 데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도 중재자인 카타르, 이집트와 이틀 휴전 기간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확인하면서 “조건은 이전 휴전과 같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틀의 휴전 연장 합의를 확인하면서, 연장된 휴전 기간에 20명의 이스라엘 여성과 아동 인질이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 24일 오전 7시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나흘 휴전은 30일 오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또 종전 합의를 이어 하마스가 이틀 동안 이스라엘 인질 2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60명을 이틀에 걸쳐 풀어주게 된다.다만, 이스라엘은 아직 휴전 연장 합의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IDF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중재자를 통해 (휴전 연장) 합의를 조율하고 있다. 실행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시내각 예산안 승인을 위한 각료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질 석방과 하마스 제거, 가자지구에서의 위협 재발 방지 보장 등 핵심 목표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인질과 관련해 합의한 계획을 계속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그는 다만 앞서 일시 휴전의 이틀 연장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카타르와 미국 의 발표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군 장병들과 만나 휴전 이후 상황과 관련해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투로 복귀할 것이며, 전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우리가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동안, 적도 마찬가지 일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나흘의 휴전과 함께 이스라엘인 인질 5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하마스는 휴전이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이스라엘 인질 39명을 풀어줬고, 이스라엘은 3배수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117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 인질 외에 태국, 러시아 등 외국인 인질 19명도 따로 석방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휴전 연장이 희망적이지만, 인도적 구호활동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이번 휴전 연장이 고통받는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인도적 구호를 늘리게 해주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며 “하지만 추가로 주어진 시간 동안 가자 인구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합의된 휴전 연장 기간에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늘리기 위해 교전 중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의 평화와 존엄을 위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씨줄날줄] 자연환경 만족도/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연환경 만족도/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라는 개념은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이득을 주는 기능이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다. 이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 유엔 주도로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지구 생태계를 논의하는 ‘새천년생태계평가’(MA)를 통해 공식화했다. 경제학자들은 생태계의 가치를 공급·문화·조절·유지 등 네 가지 서비스 기능으로 나눠 계량화한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생태계서비스 대국민 인식 및 만족도’의 결과는 여러 가지로 흥미롭다. 생태계서비스의 네 가지 기능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항목은 ‘조절’ 서비스. 당장 레저와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생태계의 ‘문화’ 기능보다 건강한 자연환경을 제공해 주는 ‘조절’ 기능을 더 중시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기후위기 경각심이 높아져 생태계 가치에 대한 인식도 점점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복잡한 듯한 조사 결과의 핵심 맥락은 간단하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생태계 가치는 ‘내 집 주변 산책지’라는 얘기다. 17개 광역단체 중 자연환경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였을까. 제주도(61.8%)가 아니라 세종시(74.3%)였다. “집 주변에 공원이 많다”는 것이 만족도를 높인 결정적 배경. 세종시의 1인당 공원 면적은 57.6㎡로 17개 광역단체 평균(11.3㎡)의 5배가 넘었다. 세종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 금강수변공원 등 외지인들에게도 명소가 된 공원이 실제로 여럿이다. 도시가 어떤 형태로 변모하든 변함없을 인간 욕구는 걷는 행위, 산책일 것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산책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한 철학적 사유도 그런 욕구의 발로였을 터. 숲과 자연 속 걷기로 사유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장 자크 루소야 말할 것도 없고 철학자 발터 베냐민은 문명화된 도심을 정처 없이 걷는 행위까지 산책의 의미로 탐색했다. 출산율, 월평균 인구 증가율, 가구당 평균소득, 부동산 거래 외지인 증가 비율…. 지금까지의 각종 1위 기록에 ‘산책 도시’로서의 최고 위상까지 누리고 있는 세종시. 어쩌면 세종시는 현대인들이 갈급한 또 다른 형태의 ‘욕망의 도시’는 아닐는지.
  • [사설] 치안센터 통폐합 앞서 치안인력 확충해야

    [사설] 치안센터 통폐합 앞서 치안인력 확충해야

    경찰청이 경찰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전국 치안센터의 절반 이상을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파출소 등과 거리가 먼 농촌 지역 등에 치안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들 지역에서 파출소와 치안센터가 주민 안전을 지켜 주는 역할을 해 왔는데 갑자기 치안센터를 없애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 반발이 커지자 경찰청이 폐지 시기를 연내에서 내년 상반기로 유예하기로 했지만 주민들 불안은 여전하다. 치안센터를 대거 폐지하기로 한 것은 ‘현장 중심 치안체계’로 경찰 조직을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조직을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경찰청은 곧바로 전국 952개 치안센터 중 576개를 폐지하는 안을 들고나왔다. 묻지마 폭행과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가 도심에서 잇따라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던 때였다. 물론 인구가 집중된 도심의 치안 강화는 중요하다. 현장 인력은 적고 내근직이 많은 경찰 조직의 재편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농어촌 지역에서 주민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해온 치안센터부터 폐지하는 건 전형적인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의 ‘현장 치안 집중’ 지시 취지에도 어긋난다. 국민들의 우려가 크자 경찰청은 치안센터 폐지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유예하고 폐지 대상도 479개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어렵더라도 예산을 확보해 일선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조직 개편도 기동순찰대 편성 등 조직을 늘리는 것보다는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현 파출소·지구대 구성원을 젊은 경찰관으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인구 대비 치안 수요만 따져 치안센터부터 없앨 일이 아니다.
  • [열린세상] 미국 패권 변화와 동아시아 확전 가능성/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열린세상] 미국 패권 변화와 동아시아 확전 가능성/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미국의 세계 패권은 유럽, 중동, 동아시아 세 전역(戰域)에서의 군사적 분쟁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 자국의 안보를 추구한다는 전략에서 비롯한다. 패권국 미국은 적성국을 억제하는 능력과 우호국을 통제하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면서 지역 도전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역내 세력 균형을 유지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실현해 왔다. 패권국의 억제 능력은 적성국이 현상 변경의 비용을 낮게 잡아 우호국의 영토를 침범할 가능성을 낮춰 왔고, 그 통제 능력은 우호국이 군사 행동의 위험을 저평가해 적성국의 주권을 유린할 개연성을 줄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중동, 동아시아에서의 ‘장기 평화’가 패권국 미국의 적성국 억제 능력과 우호국 통제 능력의 함수였던 연유다. 문제는 21세기 미국의 세계 패권에 기초를 둔 장기 평화가 세 전역에서 지속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패권국 미국의 유럽 전역 적성국 억제 능력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고,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의 양상은 패권국 미국의 중동 전역 우호국 통제 능력을 의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침공했고, 바이든 행정부의 반복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에 반하는 군사작전을 지속했다. 전자는 유엔 체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영토 보존’ 국제 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탈 행동이고, 후자는 유엔 체제의 다른 한 축인 ‘자기 결정’ 국제 규범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일탈 행동에 해당한다. 미국이 주조(鑄造)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유럽 전역에서 적성국 러시아가 맞서고, 중동 전역에서 우호국 이스라엘이 흔들 때 세계 패권의 물질적 토대인 억제 능력과 통제 능력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다. 유럽 전역과 중동 전역에서 발생한 미국 패권의 차질이 동아시아 전역에 전파되는 일은 어찌 보면 불가피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억제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만에 대한 통제 능력을 넉넉히 담보하고 있는지가 동아시아 전역에서 장기 평화의 지속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물음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만약 중국이 패권국 미국의 억제 능력 신빙성을 의심하거나 대만이 그 통제 능력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동아시아 전역에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혹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과 같은 군사적 분쟁이 발발할 확률은 결코 낮지 않다. 양안의 긴장 관계가 군사 충돌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그 파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을 자국 지역 패권 추구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일 미군 및 주한 미군의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유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결과 주한 미군을 한반도에 포획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북한의 회색 지대 분쟁 유발이라는 점에서 남북 관계의 긴장도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양안에서의 파국이 한반도에서의 충돌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전역의 확전 경로인 셈이다. 내년은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전역의 안정을 가늠할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기다. 그사이 내년 4월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른다. 대만의 독립을 지향하는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총통 선거 경쟁에서 앞서 있고, 미국의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경선 및 본선 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빈번이 접한다. 한국의 총선거를 치러야 할 후보자와 유권자는 얼마나 미국 패권의 차질과 동아시아 전역의 확전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기고] 치열한 AI 경쟁, 결국 인프라와 제도 싸움/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기고] 치열한 AI 경쟁, 결국 인프라와 제도 싸움/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지난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중국 등과 더불어 한국을 인공지능(AI) 10대 선도국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이 AI 강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AI 최강국인 미국,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진 반면 후발국들과의 격차는 미미한 수준이다. AI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우리만의 전략과 강점도 있어야 한다. AI의 경우 인프라와 제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로 모아진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프라와 제도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고 산업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인프라와 제도는 첨단기술 못지않게 발전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다른 나라에서 빌릴 수도 없는 그 나라 고유의 경쟁력 원천이다. 한국이 AI 시대 인프라와 제도의 강국이 된다면 기술과 인력의 부족함을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인프라의 힘은 한국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1990년대 말 인터넷기술도 없고 시장환경도 척박했지만 초고속인터넷이라는 통신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해 단번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같은 일이 AI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데이터 인프라와 컴퓨팅 인프라라는 보다 고난도의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데이터와 컴퓨팅은 AI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요소들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준비하는 데만 70%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고 한다. 데이터가 준비되면 가용자금의 대부분을 컴퓨팅 활용에 투입하는 것이 생성형 AI의 일반적 패턴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든 보다 빠르고 쉽게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든다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데이터 스페이스 전략에 공을 들이고 미국이 차세대 슈퍼컴퓨팅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제도혁신이다. 지난 한국의 정보기술(IT) 신화에서 아쉬운 점은 인프라까지는 잘 갖췄으나 제도혁신이 뒷받침되지 못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점이다. 핀테크, 공유차량서비스 등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우리가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규제시스템과 기득권으로 인해 해외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AI 시대에도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이 AI 강국이 되려면 제도혁신에 뜻을 모으고 함께 고통 분담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인프라와 제도혁신을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정책과제로 채택돼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갔고, 제도혁신을 위한 AI 법제정비단이 4년째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지구적으로 진행 중인 치열한 AI 경쟁이 결국 인프라와 제도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임을 생각하면 이런 한국의 노력이 머지않아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 [세종로의 아침] 늑대가 돌아다니는데도…/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늑대가 돌아다니는데도…/임병선 국제부 선임기자

    ‘무력감, 타협,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 그리고 본능적 의지 같은 것들만 사람들을 사로잡고, 이런 무관심과 노예들이나 보일 만한 절망감들이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누군들 믿을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 생경한 리투아니아 작가 알비다스 슐레피카스의 2011년 작품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양철북) 49쪽을 넘기다 무릎을 탁 쳤다. 기자 말년을 이런 황망한 일들을 기록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치면서도 매일 심연 속으로 끌려가듯 사망자와 피란민 숫자, 풀려난 인질 숫자를 헤아리며 보내고 있다. ‘무력감’은 걷잡을 수 없다. 70년 전 홀로코스트를 당한 이들의 후손이 저지르는 이 끔찍한 만행을 모두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다. 개중에 이스라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극우 장관들을 비판하며 한도를 넘지 말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따지면 남 일 대하듯 위선을 떨고 있을 뿐이다. ‘타협’은 사람들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 손쉽게 손을 내미는 심리 요법이다. 궁극적으로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잖아, 어찌 됐든 둘 중 어느 쪽이 문제를 깡그리 해결했으면 좋겠네, 그편이 낫겠네, 라고 책임을 떠넘긴다. 이것이 근본 처방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 어차피 인류는 절멸의 길을 가고 있다. 2만두 가까운 핵폭탄 탄두를 머리 위에 이고 있으며, 1년 9개월을 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강 건너 불구경이 됐고, 이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은 50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래도 지구는 돌아가네, 뭐 우리는 아무 일 없잖아, 한다. 유엔이나 미국, 국제사회는 이미 지도력 따위는 잃어버린 지 오래고, 사람들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여 인류는 스스로를 망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해서 사람들은 ‘무관심과 노예들이나 보일 만한 절망‘을 묵묵히 견뎌낼 따름이다. 앞의 작품에서 사람들은 ‘검붉게 휘몰아치는 강물 속으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그냥 자신만 생각하면서’ 그랬다. 슐레피카스의 서사는 독특하기 그지 없다. 영화 같고, 시와 소설의 중간쯤이다. 작품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말기 동프로이센, 지금은 사라진 나라다. 발트 3국을 건너 뛰어 러시아에 복속된 칼리닌그라드다. 먹을 것을 찾아 리투아니아 국경을 넘나드는 ‘늑대의 아이들’(wolfskinder)을 다룬다.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가 중심 도시였는데 가자지구를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번 전쟁에 이스라엘군이 썼던 것으로 알려진 백린탄이 처음 퍼부어진 곳이 쾨니히스베르크였다. 나흘의 휴전이 끝나가는 가자지구 전쟁은 지난 23일 기준 1만 4854명이 희생됐는데 여성이 4000여명, 아동이 6150명이다. 총을 들지 않은 이들에게 21세기 들어 가장 잔혹한 형벌이 내려졌다. 고성능 위성 유도 폭탄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거리낌 없이 퍼부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는 가자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암울하고 위태로운 책의 결말은, 당연하게도 친절하지 않다. 이 전쟁의 끝 역시 지금보다 훨씬 지독할지 모르겠다. 그 상황에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할 일이 있기는 한 건가 자꾸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번역자 서진석 말마따나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과오와 역사의 잔혹함과 인권유린과 인류의 무관심을 다양한 시어를 통해 곱씹는 수”밖에 없다. 늑대가 돌아다니는데도….
  • 녹지 나누고 수십년 주민 설득… 도쿄 메가시티 안 ‘상생’ 콤팩트 시티

    녹지 나누고 수십년 주민 설득… 도쿄 메가시티 안 ‘상생’ 콤팩트 시티

    주거·의료·학교 한곳에 동선 최소화면적 3분의1은 공동의 녹지로 꾸며주민 일일이 설득 끝 34년 만에 완공 “국가는 도시 재개발 큰 그림 띄우고민간이 주도, 정부·지자체 뒷받침을” 지상 64층에 달하는 330m짜리 초고층 빌딩, 투자 금액 6400억엔(약 5조 6000억원), 개발 기간 34년. 지난 24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에 문을 연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아자부다이힐스의 핵심 건물인 ‘모리JP타워’는 오사카에 있는 ‘아베노 하루카스’(301m)를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 아자부다이힐스는 일본 마천루를 품은 공간이라는 점을 넘어 도쿄가 국제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이자 미래 도시의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서울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도시 안의 도시인 아자부다이힐스를 중심으로 한 도쿄 재개발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아자부다이힐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도쿄라는 메가시티 안에 주거와 일, 문화생활, 쇼핑과 여가를 모두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도시 속의 도시)를 구현했다는 데 있다. 주택, 상업시설, 사무실을 비롯해 게이오대 예방의료센터, 영국계 국제학교인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 등 의료와 교육 시설도 갖췄다. 아자부다이힐스를 상징하는 건물인 모리JP타워의 54~64층에는 럭셔리 리조트호텔 체인인 아만이 처음으로 시작한 주거 공간 ‘아만 레지던스 도쿄’가 들어서는데 91채 모두 팔렸다. 도쿄신문은 부동산 관계자의 전언으로 “최상층 펜트하우스의 가격이 200억~300억엔(1750억~2630억원)”이라고 보도했다.이 사업을 추진한 모리빌딩은 도쿄 재개발의 효시였던 아크힐스를 시작으로 롯폰기힐스, 도라노몬힐스 등을 세운 일본의 부동산 개발업체다. 기업이 재개발에 들어가는 초반에 추진한 건 의외로 300여 가구에 이르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작업이었다. 일본에서 재개발은 토지 소유자의 3분의2가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지만, 모리빌딩은 꽤 오랜 시간을 투입해 주민 대부분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또 경기침체와 도라노몬힐스 등 다른 개발이 겹치기도 했다. 1989년에 시작한 개발이 2019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올해에서야 완료된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모리빌딩은 지역 거주민도 외부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주민에게 다가갔다. 그 연결 고리가 바로 녹지였다. 아자부다이힐스 전체 면적 8만 1000㎡ 가운데 녹지가 2만 4000㎡로 3분의1이다. 여기에 과수원까지 조성했다. 미나토구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터라 한국이었다면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을지도 모르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보다는 지역 전체의 경쟁력 상승을 원했다. 아자부다이 지역 주민들이 지역 경쟁력을 개인의 이득으로 이해한 데는 올해 20주년을 맞은 ‘롯폰기힐스’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폰기힐스가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낡은 주택, 술집 등이 밀집한 어수선한 동네였다. 모리빌딩은 이 지역을 개발할 때도 500여 가구에 이르는 주민 한 명 한 명을 찾아 설득했다. 도심 재개발이 개발사가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사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되지만, 롯폰기힐스는 현지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며 함께 지역을 만들어 가는 상생형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20년 사이 롯폰기힐스가 들어선 후 롯폰기역 방문객은 2.2배 늘었고, 미나토구 거주자 수는 1.6배, 외국인 거주자 수는 1.2배 증가하는 등 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 됐다. 모리빌딩의 야마모토 마사 홍보실 과장은 “롯폰기힐스를 비롯해 아크힐스, 도라노몬힐스 등의 재개발 사례를 본 토지 소유주들이 우리의 개발 방식을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과장은 “도시 개발의 핵심은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라면서 “우리(민간)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도시 개발에 대해 국가가 전략화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뒷받침하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 커지는 휴전 연장 목소리… 이스라엘 반발 변수

    커지는 휴전 연장 목소리… 이스라엘 반발 변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4일 동안의 휴전과 인질·포로 맞교환 절차가 사흘째를 맞은 26일(현지시간) 휴전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남은 인질을 최대한 석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양측을 압박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휴전이 전쟁 주도권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날 풀려난 인질은 태국인 3명, 러시아인 1명, 키부츠에서 납치된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 소녀 애비게일 이단 등 17명이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도 석방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애비게일을 언급하면서 “그녀가 집에 있어서 다행”이라며 “그녀를 안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비게일의 부모인 로이와 스마다르는 지난달 7일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하마스의 총격으로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단 한 번 남은 인질의 맞교환에는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맞교환이 종료되거나 무산되면 전투 재개 태세를 갖추고 있던 양측이 곧바로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자지구 내 구호물품 공급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집트 정부는 전날 12만 9000ℓ의 디젤 연료를 실은 트럭 7대와 식량 의약품 등을 실은 구호 트럭 200대가 가자지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 번째 인질 교환도 11시간 동안 지연되면서 휴전 협상이 중단되고 전쟁이 재개될 수 있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휴전이 4일 이상 지속되면 하마스가 재정비할 시간이 더 늘어나 향후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작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곧바로 침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인질 추가 석방을 위해 임시 휴전을 연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이번 휴전을 내일 이후까지 이어 가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나고 인도주의적 도움이 가자지구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내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결국에는 모두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휴전 기간의 추가 연장 여부를 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하마스는 이날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휴전 기간을 늘리겠다는 안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하마스 측에 포로 50명을 추가로 석방하는 대가로 휴전을 연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통보했다”며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또 다른 명단을 받았으며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클라크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객원교수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도했지만 파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오히려 전쟁에서 질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휴전을 연장하고 인질 석방을 지속하라는 압박이 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지자체, 불법 파크골프장 양성화 안간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하천 주변에 불법으로 조성됐던 파크골프장을 양성화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폭증하는 파크골프 수요를 감당하려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기에, 대대수 지자체는 원상복구 후 하천 점용허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국가하천에 불법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56곳이었다. 지역별로 경남 22곳, 경북 14곳, 경기 6곳, 대구 5곳, 서울·부산 각 4곳, 울산 1곳이었다. 40곳은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으로 확장했다. 27일 서울신문이 확인한 결과 대다수 불법 파크골프장은 원상복구와 폐쇄 과정을 밟고 있다. 일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면적 1만㎡ 이상), 하천 점용허가, 개발행위허가 등 관련 행정절차를 이행하고 재개장을 준비 중이다. 한 예로 창원 대산골프장은 최종 90홀(13만 3000㎡) 재정비 공사를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창원시가 직접 관리·운영할 계획이다. 경북 구미시도 지역 내 파크골프장 243개 홀 중 70%가 넘는 180개 홀을 폐쇄하고 지난 6월 원상복구 조치 이후 허가된 63개 홀은 임시개장을 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는 서울·경기 내 불법 파크골프장들도 대부분 양성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한강 수계 불법 파크골프장은 5월 이후 총 16곳으로 집계됐다”며 “이 중 평택에 있는 1곳은 폐쇄했고 나머지는 하천 점용허가 등 양성화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불법 파크골프장은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다 보니 불법이 횡행했다. 파크골프장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일도 잦았는데, 애초 공적인 시설이 사유화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파크골프장이 횡행하는 일을 막으려면 국가하천 공간관리계획 공유, 착실한 조성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법상 하천 공간은 보존·복원지구·친수지구로 구분되고, 파크골프장은 친수지구에서만 가능하다”며 “각 지자체가 하천공간관리 계획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고 부서별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한 정치평론가는 “선심성 공약이 아닌 철저한 조성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고령층을 위한 다른 체육 인프라 확충과 공원, 국가하천 바깥에 파크골프장을 짓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시골이라고 범죄 없을까… 경찰 없는 동네 누가 살고 싶겠나”

    [단독] “시골이라고 범죄 없을까… 경찰 없는 동네 누가 살고 싶겠나”

    ‘경찰관 1명도 없는 마을, 주민들은 어떡하냐.’ ‘치안센터 폐지, 농촌엔 치안도 미래도 없다.’ 27일 찾은 충남 예산군 고덕면 치안센터 앞.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협의회 등 주민들이 치안센터 폐지를 반대하며 걸어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김성배(69) 고덕면 대천1리 이장은 “동네에 꼭 필요한 시설을 주민들 의견도 들어 보지 않고 한순간에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여기(치안센터)만 콕 집어서 없앤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지금도 5600명이 사는 고덕면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통시장과 저층 아파트, 미용실 등 있을 건 다 있는 비교적 큰 읍면동이다. 최근에는 주변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외지인 유입도 늘고 있다. 이곳 주변의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1000여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통계지리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고덕면은 경찰서·지구대·파출소에 있는 경찰이 10분 이내 출동하지 못해 취약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거주하는 주민의 비중이 100%다. 서울의 경우 이 비중이 1%에 그친다. 쉽게 말해 고덕면 주민 모두가 기존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상황에서 치안센터마저 폐지되면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경찰관 없는 마을, 충남 18%나 늘어 치안센터 폐지 계획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다른 읍면동도 마찬가지다. 서울신문이 경찰청의 폐지 검토 대상에 오른 치안센터를 시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충남은 전체 읍면동(285곳) 대비 경찰관서가 없는 읍면동이 104곳에서 115곳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없는 동네가 전체의 36.5%에서 54.4%로 17.9% 포인트나 늘어나는 것이다. 충북은 경찰 없는 읍면동의 비율이 50.8%에서 63.0%로, 전남은 37.0%에서 47.4%로, 경남은 53.7%에서 64.3%로 늘어나게 된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치안센터는 2019년 상시 근무자가 없어졌다가 1년 뒤인 2020년 치안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건의로 경찰관이 다시 왔다. 하지만 3년 만에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문무일(70) 우강면 창1리 이장은 “여러 번 건의해 경찰관이 배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폐지를 검토한다니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며 “이번에는 아예 치안센터 건물과 땅을 팔아 버리겠다는데, 그러면 이곳은 이제 경찰관이 없는 동네가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경찰, 건물·인력 효율화 내세우지만… 경찰은 치안센터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를 국유재산의 효율적 관리와 현장에 투입할 인력 확보라고 설명한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지난 8월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경찰은 범죄 대응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치안센터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들고나왔다. 치안센터는 2004년쯤 도보 순찰 위주의 파출소를 차량 순찰 중심의 지구대로 통폐합하며 일부 건물을 주민 민원 상담 등을 위해 남겨 두면서 생겨났다. 전체 치안센터 중 44.9%는 상시 근무하는 경찰관 없이 거점으로 지정해 경찰차가 순찰 중 대기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번에 폐지가 검토되는 상당수 치안센터는 경찰관 1~2명씩 일하며 지역사회의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읍면동 간 거리가 짧아 다른 읍면동의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범죄 대응이 가능한 도시와 달리 농촌 지역은 읍면동에 하나씩 있는 치안센터가 긴급한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때도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 ~2022년) 연평균 541건의 농산물 절도가 발생했지만 전체의 41.8%(226건)만 검거됐다. 이는 전체 절도 범죄 검거율(발생 건수 대비 검거 건수)인 62.4%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농촌은 인적이 드문 데다가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곳이 많이 초동 수사가 어려워 검거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히 치안센터가 대대적으로 감축 대상에 오른 충남(35.2%), 충북(41.1%)의 농산물 절도 검거율은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먼 동네 파출소가 우리 사정 알겠나” 주민 2100여명이 거주하는 충북 진천군 백곡면에서는 올해 초 마을에 하나 있는 낚시용품 가게에 도둑이 들기도 했고 지난달에는 주차돼 있던 자동차 유리창을 깨고 안에 있던 물품을 훔쳐간 절도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백곡면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종범(65) 이장은 “농촌이라고 범죄가 없는 게 아니다. 애써 키운 농작물을 훔쳐가는 경우는 부지기수”라면서 “경찰 시스템이나 효율성을 고려하는 취지란 건 알지만 젊은이마저 떠나가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마저 없어진다면 누가 이곳에서 살려고 하겠느냐. 시골에 산다고 보호받을 자격도 없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이 이장은 “치안센터가 없으면 멀리 떨어진 경찰들이 마을 사정을 알아 주겠나”라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을에 치안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 경찰, 농어촌 치안센터 폐지 미룬다지만… 구체적 해법찾기 한계

    경찰, 농어촌 치안센터 폐지 미룬다지만… 구체적 해법찾기 한계

    치안센터의 문을 닫는 데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농촌 지역에 한해서만 폐지 대상 치안센터를 좀더 줄이고 주민 의견을 수렴키로 하는 등 일단 물러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불붙은 도시와 농촌 간 치안 형평성 논란과 치안 사각지대 우려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없어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27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효율적인 국유재산 관리 등을 위해 연내 일괄 감축을 추진했지만, 농촌 권역 주민의 치안 불안감 등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우선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 등 7개 광역시와 대도시권 지역 치안센터 202곳만 올해 안에 감축할 계획이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농촌권 치안센터 231곳과 도농복합지역 46곳 등 277곳은 주민 의견과 치안 여건을 검토한 이후 감축 시기와 규모, 폐지 여부 등을 원점에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경찰이 치안센터 폐지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닌 데다 대안을 제시한 상황도 아니라 추후 치안센터 폐지 기준 등을 두고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달 조직 개편과 함께 현재 치안센터 952곳 중 576곳을 연내 폐지한다고 밝혔다. 폐지 대상 치안센터에서 일하는 경찰관은 인사 시기에 맞춰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지구대·파출소 간 거리가 멀어져 농촌 지역에선 치안 사각지대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폐지되는 치안센터 상당수가 농촌 지역에 있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은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구대·파출소 9곳, 치안센터 81곳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하루아침에 500곳 이상을 한번에 폐지하게 되면 치안 서비스 공백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커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조차 “시민들이나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급속히 치안센터 폐지가 이뤄지면 치안 서비스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도 “경찰이 읍면 단위의 치안을 포기하면서까지 치안센터 부지를 반납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더라도 같은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안센터 폐지에 몰두하기보다는 기존 치안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율방범대 등이 국유재산인 치안센터 건물을 쓸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역마다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기에 치안센터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대”라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하거나 주민자치회 및 자율방범대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인력 부족이 문제라면 치안센터에서 전직 경찰이 자원봉사를 하거나 자율방범대가 센터를 거점으로 활동하도록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 北 ‘JSA 재무장’ 가능성 커… 軍 “상응 조치” GP 재구축 맞서나

    北 ‘JSA 재무장’ 가능성 커… 軍 “상응 조치” GP 재구축 맞서나

    北, GP 내 중화기 복구 확대 예고무반동총과 유사한 무기도 관찰합참 “신뢰 깬 건 北… 도발시 대응”서북도서 실사격 훈련 재개될 듯우발충돌 우려 속 대비태세 강화 북한이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다음날부터 군사적 조치 복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우리 국방부도 맞대응 원칙을 밝혀 강대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남북 간 우발적 충돌에 대한 군의 대비 태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7일 군에 따르면 북한의 군사적 조치 회복은 향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9·19 합의를 파기한다고 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치 복원을) 다 할 거라고 본다.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초소(GP)도 그 일부이고 점차 확대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군 GP 내 중화기에 대해서도 “무반동총과 유사한 무기도 식별되고 있다”며 “고사총 등도 현재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다 들여오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9·19 군사합의로 중지했던 모든 군사 조치를 재개하겠다”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를 전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은 5년 전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각각 DMZ 내에서 운영 중이던 GP 11곳 중 10곳을 완전히 파괴했고 1곳에서는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이에 따라 DMZ 내 GP는 북측이 160여곳에서 150여곳으로, 남측은 60여곳에서 50여곳으로 줄었다. GP 파괴와 함께 고사총, 무반동총 등의 중화기도 모두 철수한 바 있다. 또 우리 군은 북한이 GP 복원과 연계해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은 2018년 10월 25일부로 JSA 남북지역 초소, 병력, 화기를 모두 철수했다. JSA 내 북측 초소 5곳, 우리측 초소 4곳이 각각 철수했고 양측 병력과 권총, 소총(AK-47·K-2), 탄약 등의 화기도 JSA 밖으로 옮겼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런 군사적 조치에 대해 “대응 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군은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관련 조항을 해제하면서 군단급 무인기(송골매)를 MDL에 보내 북한군 장사정포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도 ‘비례성 원칙’ 아래 철거된 DMZ 내 GP 구축을 재개해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군도 GP를 복원할 것이냐’는 물음에 “적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깬 건 북한이어서 (우리 군의) 대응 조치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상응 조치를 할 것이고, 안 하는 게 더 바보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 백령도와 연평도 같은 서북 도서에서 중단됐던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북이 강대강으로 맞붙으면서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젊은 병사들이 피를 흘릴 확률이 높아진 것이고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면서 “(충돌 발생 시) 제대로 된 관리를 통해 더 큰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은 9·19 군사합의와 상관없이 그들의 계획에 따라 진행돼 온 것”이라면서 “(우리도) 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 軍 “‘만리경 1호’ 궤도 진입… 과거보다 기술적 진전”

    軍 “‘만리경 1호’ 궤도 진입… 과거보다 기술적 진전”

    김정은 사흘간 운용상황 보고 받아北 ‘한반도·하와이·괌’ 촬영 주장엔 軍 “수개월 필요… 보여주기식 선전”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서 대응 논의 북한이 최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궤도에 진입했고 과거에 비해 일부 기술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고 국방부가 27일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1일 발사된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체가 현재 궤도에는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항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정찰위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반으로 한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우리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다만 “지난 5월 발사했다 실패한 1차 위성체가 조악한 수준이어서 몇 개월 안에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에는 다소 제한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상도를 6개월 만에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자도 북한이 2016년 2월 발사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거론하며 “그때와 비교하면 일부 기술적 진전은 이룬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만리경 1호로 한반도 전역뿐 아니라 미국 하와이, 괌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보여 주기 위한 선전 아니겠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보통 위성을 발사한 뒤 정상 촬영까지 4~6개월이 걸리는데 북한의 발표가 성급하다는 것이다. 군은 미국과 함께 북한 정찰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해 나갈 계획이다. 북한은 연일 정찰위성 발사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만리경 1호 운용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 일본, 영국 등 8개 이사국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 [단독] 읍면동 2977곳 경찰 1명도 없다

    [단독] 읍면동 2977곳 경찰 1명도 없다

    경찰 없는 읍면동 내년 352곳 늘어치안공백 우려 큰 농촌지역은 타격 경찰이 연내 조직 개편과 함께 치안센터 576곳을 문 닫기로 하면서 파출소·지구대·치안센터 같은 경찰관서가 단 한 곳도 없는 동네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추진안대로면 내년 350여곳의 읍면동에서 경찰이 사라진다. 충남 예산군은 현재 읍면동 12곳에 치안센터가 있는데 절반 넘게 폐지돼 5곳만 남는다. 경남 합천군도 지금 읍면동 17곳 중 16곳에 경찰관서가 있지만, 이 중 절반은 경찰관서가 없는 동네가 된다. 27일 서울신문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파출소·지구대·치안센터의 지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5063곳에서 경찰관서가 한 곳도 없는 곳은 현재 2625곳인데 치안센터 폐지 이후에는 2977곳으로 352곳이 증가한다. 경찰이 상주하지 않는 읍면동의 비율도 51.8%에서 58.8%로 높아진다. 치안을 담당할 관서가 없는 동네가 전국적으로 10곳 중 6곳에 이른다는 얘기다. 특히 경찰관서 폐지로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는 지역은 대부분 농촌인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전북 임실군은 읍면동 12곳 모두에 경찰관서가 있지만 치안센터가 없어지면 경찰이 없는 동네가 5곳이 된다. 충남 금산군도 이러한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읍면동이 4곳 늘어난다. ‘정부의 통계지리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경찰이 10분 이내에 출동하지 못해 취약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거주하는 주민의 비중은 충남 33.3%, 충북 25.8%, 강원 26.5%에 달한다. 서울은 이 비중이 1%에 그친다. 읍면동 간 거리가 먼 농촌 지역은 치안센터가 사라지면 긴급한 상황에서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는 치안센터가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데 집중 순찰에 대한 체계적 검증이나 구체적 보완책 없이 인력을 뺀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한국과 영국이 건넨 몸의 대화 ‘웨일스 커넥션’

    한국과 영국이 건넨 몸의 대화 ‘웨일스 커넥션’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무대 위에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늦은 줄 착각한 관객들이 화들짝 자리에 앉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무대 곳곳을 활보하던 무용수들이 어느 순간 진짜 공연을 시작한다. 정해진 시간에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전통적 공연 방식의 경계가 사르르 사라지면서 관객들의 감각이 한껏 예열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24~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 ‘웨일스 커넥션’ 중 ‘캔드 미트’는 1994년생 젊은 안무가 앤서니 멧세나의 작품이다. 붕괴 직전 상태에 있는 세상에 대한 견해를 탐구했다. 한 장르에만 국한하지 않고 연극, 춤, 음악이 탄탄하게 결합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가치, 세상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캔드 미트’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 소비지상주의, 과로의 숨 막히는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담았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어렵게 비틀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화염병을 던지는 듯한 퍼포먼스, 키보드를 두드리며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듯한 행동, “인권·삶·자유·억압·폭력·정규직·비정규직”을 반복해 외치는 무용수 등 사회의 갈등이 첨예하게 폭발하는 지점을 무대 위로 끌어와 예술로 승화시켰다. 원시 부족의 의식 같기도 한 집단 움직임부터 흥겨운 비트에 맞춘 K팝 댄스처럼 일사불란한 춤까지 몸짓의 폭도 다양하다. 8명의 무용수는 많은 현대인의 삶이 그렇듯 어떤 절박함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상황 속에 살아가는 개인들의 모습이 여러 폭에 걸쳐 다양하게 담겼다. 작품의 메시지는 무거울 수 있지만 멧세나 자체는 한없이 유쾌한 청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사진 요청에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대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관객을 행복하게 했다.‘웨일스 커넥션’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영국 웨일스국립무용단과 함께한 프로젝트다. 웨일스 대표가 멧세나였다면 한국 대표로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김보람이 나섰다. 김보람의 작품 제목은 ‘카타초리’. 그가 지어낸 말로 최초의 빛이라는 의미다. 김보람은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움직임 이전의 움직임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카타초리’는 웨일스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사무엘 질로비츠, 질 고, 피에트로 마조타가 함께 작품을 준비했다. 무대 위에 희미한 빛과 함께 세 무용수가 바닥에 누워 움직이는 것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태초에 막 탄생한 생명체처럼 무용수들은 겨우 빛을 감각하고 움직여 나간다. 바닥에서 점프하고 구르고 하는 것이 전부지만 그 보잘것없는 움직임으로부터 서서히 진화해 마침내 일어서서 춤을 추기까지 과정은 어떤 감동이 있다.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생명체의 진화를 정말 빠르게 돌려보는 느낌도 든다. 두 작품을 위해 멧세나는 4월에 오디션을 통해 한국 무용수들과 만났고 10월 초 한국에 들어와 함께 안무 작업을 했다. 김보람은 9월 웨일스를 방문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10월에 다시 방문해 개성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말은 통하지 않아도 양국이 몸으로 나누는 예술교류에 앞장섰다.
  • [단독]“치안센터 202곳만 우선 폐지”로 물러선 경찰…구체적 해법 찾기 한계

    [단독]“치안센터 202곳만 우선 폐지”로 물러선 경찰…구체적 해법 찾기 한계

    치안센터의 문을 닫는 데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농촌 지역에 한해서만 폐지 대상 치안센터를 좀더 줄이고 주민 의견을 수렴키로 하는 등 일단 물러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불붙은 도시와 농촌 간 치안 형평성 논란과 치안 사각지대 우려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없어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27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효율적인 국유재산 관리 등을 위해 연내 일괄 감축을 추진했지만, 농촌 권역 주민의 치안 불안감 등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우선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 등 7개 광역시와 대도시권 지역 치안센터 202곳만 올해 안에 감축할 계획이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농촌권 치안센터 231곳과 도농복합지역 46곳 등 277곳은 주민 의견과 치안 여건을 검토한 이후 감축 시기와 규모, 폐지 여부 등을 원점에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경찰이 치안센터 폐지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닌 데다 대안을 제시한 상황도 아니라 추후 치안센터 폐지 기준 등을 두고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달 조직 개편과 함께 현재 치안센터 952곳 중 576곳을 연내 폐지한다고 밝혔다. 폐지 대상 치안센터에서 일하는 경찰관은 인사 시기에 맞춰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지구대·파출소 간 거리가 멀어져 농촌 지역에선 치안 사각지대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폐지되는 치안센터 상당수가 농촌 지역에 있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은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구대·파출소 9곳, 치안센터 81곳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하루아침에 500곳 이상을 한번에 폐지하게 되면 치안 서비스 공백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커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조차 “시민들이나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급속히 치안센터 폐지가 이뤄지면 치안 서비스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도 “경찰이 읍면 단위의 치안을 포기하면서까지 치안센터 부지를 반납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더라도 같은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안센터 폐지에 몰두하기보다는 기존 치안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율방범대 등이 국유재산인 치안센터 건물을 쓸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역마다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기에 치안센터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대”라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하거나 주민자치회 및 자율방범대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인력 부족이 문제라면 치안센터에서 전직 경찰이 자원봉사를 하거나 자율방범대가 센터를 거점으로 활동하도록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 [단독] “농촌엔 치안도 미래도 없다”…충남, 경찰 없는 읍면동 비율 17.9%p↑

    [단독] “농촌엔 치안도 미래도 없다”…충남, 경찰 없는 읍면동 비율 17.9%p↑

    ‘경찰관 1명도 없는 마을, 주민들은 어떡하냐.’ ‘치안센터 폐지, 농촌엔 치안도 미래도 없다.’ 27일 찾은 충남 예산군 고덕면 치안센터 앞.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협의회 등 주민들이 치안센터 폐지를 반대하며 걸어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김성배(69) 고덕면 대천1리 이장은 “동네에 꼭 필요한 시설을 주민들 의견도 들어 보지 않고 한순간에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여기(치안센터)만 콕 집어서 없앤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지금도 5600명이 사는 고덕면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통시장과 저층 아파트, 미용실 등 있을 건 다 있는 비교적 큰 읍면동이다. 최근에는 주변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외지인 유입도 늘고 있다. 이곳 주변의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1000여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통계지리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고덕면은 경찰서·지구대·파출소에 있는 경찰이 10분 이내 출동하지 못해 취약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거주하는 주민의 비중이 100%다. 서울의 경우 이 비중이 1%에 그친다. 쉽게 말해 고덕면 주민 모두가 기존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상황에서 치안센터마저 폐지되면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치안센터 폐지 계획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다른 읍면동도 마찬가지다. 서울신문이 경찰청의 폐지 검토 대상에 오른 치안센터를 시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충남은 전체 읍면동(285곳) 대비 경찰관서가 없는 읍면동이 104곳에서 115곳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없는 동네가 전체의 36.5%에서 54.4%로 17.9% 포인트나 늘어나는 것이다. 충북은 경찰 없는 읍면동의 비율이 50.8%에서 63.0%로, 전남은 37.0%에서 47.4%로, 경남은 53.7%에서 64.3%로 늘어나게 된다. 충남 당진시 우강면 치안센터는 2019년 상시 근무자가 없어졌다가 1년 뒤인 2020년 치안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건의로 경찰관이 다시 왔다. 하지만 3년 만에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문무일(70) 우강면 창1리 이장은 “여러 번 건의해 경찰관이 배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폐지를 검토한다니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며 “이번에는 아예 치안센터 건물과 땅을 팔아 버리겠다는데, 그러면 이곳은 이제 경찰관이 없는 동네가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경찰은 치안센터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를 국유재산의 효율적 관리와 현장에 투입할 인력 확보라고 설명한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지난 8월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경찰은 범죄 대응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치안센터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들고나왔다. 치안센터는 2004년쯤 도보 순찰 위주의 파출소를 차량 순찰 중심의 지구대로 통폐합하며 일부 건물을 주민 민원 상담 등을 위해 남겨 두면서 생겨났다. 전체 치안센터 중 44.9%는 상시 근무하는 경찰관 없이 거점으로 지정해 경찰차가 순찰 중 대기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번에 폐지가 검토되는 상당수 치안센터는 경찰관 1~2명씩 일하며 지역사회의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읍면동 간 거리가 짧아 다른 읍면동의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범죄 대응이 가능한 도시와 달리 농촌 지역은 읍면동에 하나씩 있는 치안센터가 긴급한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때도 있어서다.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541건의 농산물 절도가 발생했지만 전체의 41.8%(226건)만 검거됐다. 이는 전체 절도 범죄 검거율(발생 건수 대비 검거 건수)인 62.4%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농촌은 인적이 드문 데다가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곳이 많이 초동 수사가 어려워 검거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히 치안센터가 대대적으로 감축 대상에 오른 충남(35.2%), 충북(41.1%)의 농산물 절도 검거율은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2100여명이 거주하는 충북 진천군 백곡면에서는 올해 초 마을에 하나 있는 낚시용품 가게에 도둑이 들기도 했고 지난달에는 주차돼 있던 자동차 유리창을 깨고 안에 있던 물품을 훔쳐간 절도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백곡면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종범(65) 이장은 “농촌이라고 범죄가 없는 게 아니다. 애써 키운 농작물을 훔쳐가는 경우는 부지기수”라면서 “경찰 시스템이나 효율성을 고려하는 취지란 건 알지만 젊은이마저 떠나가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마저 없어진다면 누가 이곳에서 살려고 하겠느냐. 시골에 산다고 보호받을 자격도 없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이 이장은 “치안센터가 없으면 멀리 떨어진 경찰들이 마을 사정을 알아 주겠나”라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을에 치안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농촌권 치안센터 231곳과 도농복합지역 46곳 등 277곳은 주민 의견과 치안 여건을 검토한 이후 감축 시기와 규모, 폐지 여부 등을 원점에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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