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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플러스]

    ● 낙산사 화재4년 회고와 전망 포럼 강 원도 양양 낙산사(주지 정념 스님)는 10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낙산사 화재 4년, 회고와 전망’ 주제의 포럼을 연다. 강원도유형문화재 제75호 낙산사 공중사리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불교 성보의 문화재적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 탑에서 수습된 사리 1과와 원형 청동합(靑銅盒) 등 사리함과 다라니 19장, 불탑봉안문 4장에 대한 학술, 문화사적 검토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지구의 날 기념 생태신학 세미나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장윤재)는 23일 이화여대 진관에서 ‘기후 붕괴와 신앙적 응답’이란 주제의 ‘2009 지구의 날 기념, 생태신학 세미나’를 개최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신학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는 자리. 우택주(침신대), 김기석(성공회대), 김경재(한신대), 김은혜(장신대)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한다. (02)711-8905.
  • [특파원 칼럼] 중국 자원외교와 세계의 우려/박홍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 자원외교와 세계의 우려/박홍환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평소의 진중한 언행 때문에 속내를 읽기 힘든 인물로 꼽힌다. 중후한 풍채와 온화한 얼굴 등 외양까지 겸비했다. 그런 그가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다. 중남미 순방 중 멕시코 거주 화교들과의 간담회에서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함부로 중국을 비판한다.”며 중국의 자원독식 문제 등을 제기하는 일부 국가들을 향해 날 선 경고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13억 국민의 먹을거리 등 기본적인 것을 해결해 인류사회에 이미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연간 소득이 1000위안(약 20만원)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 아직 4300만명이나 남아 있지만 13억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해방시킨 것은 개혁개방 30년의 성과이자 중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씁쓰레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가난을 구제하고, 기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국가 및 지도자의 당연한 의무일 뿐 공치사의 대상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하에서 지금 전 세계의 눈은 그나마 경제의 동맥이 살아 움직이는 유일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 쏠려 있다. 미국을 위시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국이 갖고 있는 이런 ‘힘’ 때문일 것이다. 시 부주석의 강성 발언도 그 힘이 바탕에 깔린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이 연초부터 전 세계를 돌며 외교력을 과시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필두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 부주석,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 등이 그들 표현대로 ‘정월외교’에 진력했다. 후 주석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된 종합운동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교량 건설 자금을 대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풍요로워진 자신들이 가난한 국가들의 후원자로 나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쳐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시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연초부터 몰아치는 중국의 자원확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 중국은 지금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내세워 전 세계 자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석유, 철광석, 알루미늄…. 중국의 ‘아프리카 공들이기’ 등 외교전략의 배후에 자원확보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물론 내 국민들을 잘살게 하기 위한 산업을 가동하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데야 누가 뭐랄 일도 아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도 그런 행태 속에 지금의 위치를 확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13억명이라는 대인구가 몰려 있는 거대국가라는 게 딜레마이다. 13억명을 골고루 잘 먹이고, 잘살게 하는 데 필요한 그 많은 자원을 다 어디서 구해야 할 것인가. 중국인들의 풍요가 지구의 제한된 자원에 도대체 어떤 충격파를 가져올 것인가. 오죽하면 ‘중국의 가난은 인류의 재앙이고, 중국의 풍요는 지구의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최근 지인이 보낸 전자우편에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말씀 한 대목이 들어 있었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중국의 ‘이웃’들은 지금 풍요로워진 중국, 부강해진 중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의 가난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런 이웃들의 걱정에 마냥 성을 내기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구의 공동번영을 위한 지혜를 짜내는 데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박홍환 베이징 특파원 stinger@seoul.co.kr
  • [자치구 2009 핵심사업] 문병권 중랑구청장

    [자치구 2009 핵심사업] 문병권 중랑구청장

    “상봉 재정비촉진지구를 도시경관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고품격 도심으로 개발하기 위해 올 한해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입니다.” 문병권 중랑구청장은 3일 상봉재정비사업을 통해 상봉1·2동과 망우본동 일대를 상업, 업무, 문화 복합기능을 지닌 서울의 동북권 중심거점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망우묘지공원의 묘지 이전 추진과 중랑 생태문화공원 조성 등 ‘녹색도시 사업’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문 구청장은 “지역 개발과 공원화 사업을 통해 구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산업 부지에 48층 건물 분양 중랑구는 올해 초에 상봉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한 뒤 상반기부터 서둘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획에 따라 도로망이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하나씩 확충할 예정이다. 특히 상봉재정비촉진지구의 강원산업 부지에 초고층 복합건물을 짓는 공사가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상반기 안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구청장은 “초고층 복합건물은 지상 48층 높이 185m에 이르는 1개 동과, 지상 43층 높이 160m인 2개 동 등 총 3개 동으로 이뤄지며 3월쯤 분양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건물에 2만 6000㎡ 규모의 대형 학원가를 유치해 교육환경 개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하철 망우역은 쇼핑몰과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복합역사로 건립하기 위해 한국철도공사와 협의를 거쳐 현재 개발방식과 세부 시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중랑생태문화공원 5월 착공 추진 망우묘지공원의 묘지 이전을 계속 추진하면서 중랑생태문화공원 착공에도 적극 나선다. 망우리 공원은 서울 동쪽을 굽이쳐 흐르는 한강과 경기 남양주 일대, 불암삼, 수락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함에도 1933~73년에 안치된 묘지 때문에 ‘공동묘지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문 구청장은 “부정적 인식을 벗고자 올해 약 1000기 이상의 묘지를 비롯, 2010년부터는 약 4000기의 무연고 묘지를 이전할 계획이다.”면서 “묘지가 이전된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정비해 역사와 테마가 살아 숨쉬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우본동 241의 20 일대에 총 593억원을 들여 중랑생태문화공원도 조성한다.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한 결과 5월 착공을 앞에 두고 있다. 14만 7666㎡ 규모의 공원을 가족휴양, 생태학습, 청소년 문화, 숲 탐방존으로 나눠 조성할 예정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이·하마스 결의안 거부 “공격 지속”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현지시간)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가자 지구의 운명이 새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유엔 결의안을 거부하며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외려 지상작전 확대를 군에 지시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지상전은 기존의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일대에서 남부 라파와 칸 유니스 등에까지 파고들 전망이다. 공습 14일째인 9일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800여명. 이 중 257명이 어린이들이다. 부상자는 3200여명을 넘어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외국인 사망자도 처음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의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탱크 공격으로 2살 난 아들과 함께 희생됐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美 상원,이스라엘 지지 결의안 통과 이날 안보리는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퇴각과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1860호를 채택했다.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다. ‘이스라엘 편들기’를 계속해온 미국이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유엔 관계자는 이번 결의안은 “유엔 헌장 7조의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력은 없지만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었다. 결의안 채택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죽음의 공습을 퍼부었다. 9일 오전 안보내각회의를 가진 이스라엘정부는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휴전안을 거부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알 자지라 방송에서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해와 요구가 고려되지 않은 결의안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시민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결코 외부의 영향에 좌우된 적이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과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40여년간 유엔 결의안을 무시해온 전력(?)이 있다. 미국의 기권도 구속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날 미 상원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여전히 ‘하마스 책임론’에 집착했다. ●‘무용지물’ 된 국제기구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에 국제기구들은 힘을 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9일 열린 유엔인권위 긴급회의에서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 가능성을 감시하는 독립 조사단 파견을 요구했다. 8일 이스라엘군의 유엔 트럭 공격이 대표적인 예다. 유엔 트럭은 구호품을 받으러 가자 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에레즈 국경통과소로 향하다 포탄 두발을 맞았다. 운전사가 숨지고 두명이 다쳤다. 트럭은 유엔 마크와 깃발을 달고 있었다. 피격은 심지어 휴전시간대에 자행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건 직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측은 “유엔 건물과 직원 등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적대행위 때문에 가자 지구에서 벌여온 모든 구호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같은 날 이스라엘군의 비인도적 처사에 ‘충격’을 표시했다. ICRC측은 알 자지라 방송에서 “이스라엘이 공격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어린이 등 민간인들의 구조를 방해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연애시의 두 형식,기쁨의 윤리와 슬픔의 윤리 - 이병률과 김행숙의 시/박슬기

    1 잘못 보내진 연애편지 - 소통 불능이라는 아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 있어서 나는 그에게 편지를 쓴다.날씨 이야기이거나 나의 일상 이야기이거나하는 내용의 편지다.그런데 편지는 며칠 후 수신자 부재라는 빨간 도장을 얹고 되돌아온다.혹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는데 잘못된 번호라는 안내 방송만이 내게 대답해 줄 때,나는 망연히 슬퍼진다.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별’)라고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그런데,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다.이번엔 감옥에 면회를 와 달라는 내용을 담은 “어느 먼 지방 우체국 사서함번호가 적힌 편지”(‘아무것도 아닌 편지’)가 나에게 배달된다.봉투에는 버젓이 내 주소가 적혀 있지만,내 이름이 아니기에 나는 답장을 보낼 수가 없다.어찌할까 망설이며 오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가,나는 “새 봉투에 또박또박 그의 주소를 적고 편지를 밀어넣고 풀칠을 하”여 되돌려 보낸다. 며칠 뒤 편지는 되돌아온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편지를 보낸 이가 출옥했거나 아니면 그가 편지를 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나는 “그가 출감한 것으로 치자”라고 생각한다.편지를 받을 사람이 사라진 일로 그가 “모두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문자는 잘못 보내지고,편지는 받을 사람이 없다.당신이 떠났거나,죽었거나,혹은 나의 말을 거부하기 때문이다.나는 그래도 열심히 쓴다. 그러므로 이병률(‘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2003),‘바람의 사생활’(2006))의 시는 붉은 도장을 얼굴에 찍고 울먹이는 편지다.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나는 당신이 보고 싶고,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정성껏 썼다.답장이 오기는 왔는데 거기에는 비웃음과 냉소만 가득하다.전화를 걸었는데,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그럴 때 나는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해서 무서워지거나,당신에게 상처를 받아서 화가 날 것이다. 소년이 손에 칼을 꽉 쥐어서 피를 낸 다음에,은밀히 그것을 소녀에게 보여준다.자해하는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 다만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인데 소녀는 “연필이나 깎지 그러니?”(‘칼-사춘기 3’)라고 비웃어버린다.소년은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는” 소녀가 무서워진다. 아이들이 울자 “공기가 가시처럼 찌르나봐요”(‘우는 아이’)라고 무심히 말할 때,“우수수 이별 눈물/ 받아도 마음의 용수철은 움직이지 않”(‘정석가’)을 때, 건네진 마음의 신호는 당신의 표면에서 미끄러져버린다.김행숙의 시집 ‘사춘기’는 당신의 표면에서 튕겨 나와 당신과 나 사이에서 떠도는 언어들이다.귀신들과 여자들과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무수한 ‘사.랑.해.요.’와 ‘&.%.*.#’,그 어디로도 스며들지 못하고 떠도는 독백이자 대화.여기에는 내가 미쳤는지 당신이 미쳤는지 혹은 둘 다 미쳤는지 알 수 없지만,하여간에 서로가 존재하는 양식이 너무 달라서 결코 서로를 알아 볼 수 없는 사태가 있다.“우편물을 잘못 배달했을지도”(‘다섯 살을 떠나며’) 모르지만,무슨 상관이랴.어차피 전달되지도 못할 말인 것을.그래서 “그뿐입니다.언제나 그뿐이에요.그뿐.”이라고 털어버릴 수밖에 없는 체념이 여기에 있다.그래도 나는 열심히 신호를 보내고 모르는 신호를 받는다.그러니 김행숙(‘사춘기’(2003),‘이별의 능력’(2007))의 시는 외계어로 쓰인 편지다. 한 편에서 편지는 도달점을 찾지 못하고 영원히 떠돌고 있고,한 편에서는 누구도 해독하지 못할 내용을 담은 편지가 마구잡이로 보내지고 받아진다.즉,둘 다 편지를 잘못 보낸 것이다.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다르지 않은데,결코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둘은 소통 불능이라는 아픔에 빠져 있다.그러나 타인에게 건네는 말이란,늘 잘못 보내지는 편지가 아닌가? 소통 불능의 아픔은 애당초에 해결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그래도 이들은 또 다시 편지를 보낸다.어떻게 하면 당신의 응답을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그러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들의 시는 연애편지다. 잘못 보내진. 2 김행숙, 기이한 변신담 - 함께 사라져 희미해지기 당신이 미쳤거나 귀신들이어서,즉 나와 전혀 다른 존재 방식을 가진 존재들일 때 나는 그에게 도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그러나 그에게 도달하고자 한다면,존재를 겹쳐 놓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이러한 방법을 동일화라고 부르되,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하나는 내가 그들이 되는 방법이고,또 하나는 그들로 하여금 나를 닮도록 만드는 방법이다.전자의 방법을 취하는 자가 있어,그가 귀신의 언어로 말하고 귀신의 흉내를 낸다면 우리는 그를 광인이라고 부른다.그러나 광인은 아직 ‘인간’,즉 미쳤을 뿐인 인간이기에 귀신의 존재 형식을 따르지 못한다.그는 다만 ‘흉내’만을 낼 뿐이다.만일에 정말로 전자가 되고자 한다면,죽는 길밖에 없다.죽어서 귀신이 될지 어떨지는 알지 못하므로,여기에는 존재를 건 도박이 있다.그러나 존재를 걸고 도박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오랫동안 후자의 방법을 취해왔다.그것을 ‘계몽’이라고 부르거니와,계몽이란 나와 다른 존재 형식을 가진 타자들로 하여금 나의 존재 형식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그것은 ‘귀신들린 남자에게서 귀신 쫓기’다. 예수가 귀신들린 남자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려 할 때,그들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귀신들을 불쌍히 여겨,예수는 그들로 하여금 근처에 모여 있던 돼지떼들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귀신들이 돼지떼 속에 들어가자,남자는 살았으되 미친 돼지떼는 스스로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복음서가 전하는 이 이야기는 계몽이 미신을 몰아낸 서사이자,예수라는 동일성이 어떻게 “미친 것”들을 세상 밖으로 몰아내었는가에 대한 서사이다.그런데, 돼지의 몸 속에 들어가 스스로 바다에 빠져 죽었던 그 미지의 타자들이 “목욕하는 여인”에게 돌아와서,뻔뻔하게도 “그대와 내가 복수이니 우리네”(‘귀신 이야기 3’)라고 말한다. 귀신이 말하는 이야기란,이런 식이다.“너는 십 년 만에 비춰보는 내 거울이야.난 그때 네가 꼭 죽을 줄만 알았는데,그래서 유감없이 탈출했는데,같이 죽기에는 피차 지겨웠으니깐,이해해?”(‘귀신 이야기 1’) 귀신은 나에게서 10년 전에 탈출했다.아니 정확하게 10년 전엔 귀신과 나는 한 몸이었다.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해할 수 없다.또한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나는 “등을 구부릴 때,나는 의문형”(‘귀신 이야기 8’) 이 되는 방식으로 말한다.나는 왜 귀신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으며,왜 귀신에게 내가 아는 언어로 대답할 수 없는가? 그것은 귀신이 나에게서 쫓겨난 존재이므로,그로 인해 그와 나의 세계가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행숙의 시에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각각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그들은 결코 만날 수 없고 서로 소통할 수 없다.내가 보는 것은 “그를 비껴간 것”일 뿐이고,라디오에서 웃긴 이야기를 떠들어도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나는 “왜 웃는지 알 수 없”(‘타일’)다.마치 우리가 함께 모여 있는 공간에 여러 겹의 층이 있는데,우리는 각각 다른 층에 있어서 결코 만날 수 없는 것과도 같다.우리가 서로를 “총총히 관통해”도 “아무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이 세계에서 나는,그리고 당신은 다만 “분명히 장애물이 아니다.”(‘사소한 기록’)라는 정도의 인식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귀신들’인 것이다. 남자에게서 쫓겨나 울며 사라졌던 귀신들은 복음서의 명령을 어기고 돌아와 몰래 속삭인다.‘너와 나는 하나이니라’.돼지떼 속에 몰아 넣어 그들을 쫓아버린 계몽의 역사가 있었다.이를 니체를 따라 역사적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가 이 분리의 아픔을 넘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그것은 망각이되,아픔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역사적 기억을 잊는 일이다.너와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태를 망각하고,나아가 나에게 혹은 당신에게 붙여진 이름들,계몽의 전략이 구사한 ‘이름붙이기’의 역사를 망각하는 일이다. “매일 밤 나는 눈을 감으면서 세상이 감기는 걸 느끼”고,“이렇게 간단히 세상이 바뀌는 걸 뭐,”(‘기억은 몰래 쌓인다’)하고 중얼거린다.망각을 통해 세상은 눈을 감는 것과 함께 도르르 감긴다.물론 이러한 망각은 백치의 그것이 아니다.당신과 내가 결코 만날 수 없다는 조건 자체를 망각함으로써 아픔의 기원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기원은 이미 ‘나’라는 주체의 존재 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망각이란 나의 존재 자체를 망각하는 일과 동일해진다.나의 차원을 망각하고,당신의 차원을 망각해서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무한한 거리를 마치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릴 때 비로소 나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잊음,망각은 새로운 행위를 위한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눈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문에 나는 점점 이상해진다는 말을 들었다.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자세히 좀 말해줄래? 요즘은 거울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나는 아직 남아 있는데 마치 다 녹았다는 듯이.(‘눈사람’) 밤의 정원.저녁의 정원에도 정혜,은혜,미혜 같은 명찰이 붙여진 나무들이 잎사귀,그림자,잎사귀,그림자를 드리우나.정원의 여자들은 어디로 다 흩어졌나.//우리들은 어디에 모여서 한 사람이 되었나.우리는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이름들을 붙였다,뗐다,붙였다,투명테이프처럼.안녕.안녕.금방 버려진 이름들과 함께하였던 우리의 유머와 블랙.사랑과 블랙.우리들은 사랑스럽고 드디어 모호해진다.(‘한 사람3’) 눈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에 눈사람을 닮아 가는 화자는 눈사람에 한없이 가까이 가고 있는 중이다.눈사람이란 태양이 비치면 녹아버리는 것,눈사람이 녹아서 사라지자 그에게 가까이 가 있는 나는 “마치 다 녹았다는 듯이” 거울이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다.눈사람과 나는 이런 식으로 만난다.나는 녹아내려서 눈사람이 되고,나의 정체성의 상징인 얼굴은 사라지지만 여전히 나는 “남아 있는” 존재다.그러나 나로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눈사람들에게 얼굴을 나누어 준 형태로,즉 눈사람들 속에 남아 있다.이 눈사람들은 “은혜,정혜”와 같은 이름표들을 달고 있는 “나무”와도 같은 존재들이고,우리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다.붙였던 이름표들은 떼어도,붙여도 상관없는 얼굴들일 뿐이다.우리는 우리의 얼굴과 이름을 다 갖다 버리고서 서로에게 “달려오”고,그렇게 만나서 “우리들은 사랑스럽고 드디어 모호해”진다. 이 모호해짐,이것이 김행숙의 시에서 만남의 사태다.여기에는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 버리는 시도가 있다.그러나 이 만남의 사태는 내가 당신-사물을 끌어당겨서 나를 닮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내가 당신-사물들에게 가서 나를 버리고 당신-사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다만 이미 녹아내려 주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타자라고도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가”서 “함께 희미해”지는 일(‘다정함의 세계’)일 뿐인 것이다. 함께 희미해지는 방법,당신과 내가 동시에 사라지는 일이 망각의 능동적 행위와 결부될 때,이는 “어쩌면 포개질지도 모를”(‘귀신이야기 8’) 가능성을 겨냥한다.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포개진다는 것,그것은 둘이자 하나이고 하나이자 모든 것이 되는 방법이다.나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사라져서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을 수 없는 상태로 그리고,“끝까지 다 듣지 못했”다는 말조차 완결할 수 없는 상태로 사라지지만(‘더 작은 사람’) 나는 소멸되지 않는다.나는 “더 작은 사람,더 작은 개,더 작은 도마뱀”에서 “파동의 굴절,만져지는 빗방울,빗방울”이 되다가 “돌풍과 함께 지나가는 소나기”가 되는 변신의 끝에 모든 것이 되어 세계를 뒤덮어 버린다.이러한 만남의 사태에서 사람과 사물의 존재 형식의 구별이란 없다.끝없이 그 존재 형식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니 한 사람은 한 “개찰구”도 되고,“안내 방송”도 되고,“주차장”도 되고, “기둥”도(‘한 사람 2’) 된다.그리고 ‘고양이’가 된다. 어쩜 너는 고양이처럼 생겼구나.죽은 고양이 미미,죽은 고양이 샤샤,죽은 고양이 쥬쥬,저 골목과 함께 사라지면서 그림자가 되는 고양이 라라를 정말이지 군데군데 닮았어.그런 고양이는 불멸의 이름이야.그들은 희미하게 사라졌기 때문이지. (‘소녀 고양이군을 만나다’) 고양이가 되겠다고 집을 뛰쳐 나온 ‘고양이군’은 한 고양이이면서도 여러 고양이이다.죽은 고양이 미미,샤샤,쥬쥬,라라를 “군데군데” 닮은 고양이이기 때문이다.이 고양이는 고양이들이 서로 달려와 함께 희미해졌을 때 나타나는 고양이이다.고양이군은 미미이자 샤샤이고, 쥬쥬이며 라라인 동시에 그 어느 고양이도 아니다.이 고양이들을 합쳐 놓는다고 해서 고양이군이 되지도 않는다.즉,고양이군은 고양이군이면서도 다른 모든 고양이인 것이다.이러한 ‘변신’은 그러므로 한 고양이의 변태 양상이 아니다.애당초에 ‘고양이군’이라는 변신의 원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고양이군이 고양이가 되기 위해 집을 뛰쳐 나오기 전에도 “원래 고양이 새끼”(‘고양이군의 수업시대’)였던 것처럼 하나의 변신의 원천이 있어서,그것이 끊임없이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하나에 여럿이 덧붙여져서 나타나는 고양이인 것이다.그러므로 고양이군이 “불멸의 이름”(‘고양이군의 25시’)이 된다고 했을 때,이는 고양이를 초월하여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양이의 존재를 덮어씀으로써,덮어쓴 채 사라지면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사라지면서 생성되는 많은 것들은 오직 그 ‘흔적’들일 뿐이다.그것은 나의 흔적이자 나에게 덧붙여진 타자의 흔적이고,동시에 타자에게 덧붙여진 나의 흔적이다.나와 타자는,이 둘은 서로의 기원이 혼종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결코 같지 않다.이는 실로 변신하되 변신하지 않는 변신,기이한 변신담인 것이다.김행숙의 시에서 이 기이한 변신의 최종 형태는 “해변의 얼굴”이다. 이 얼굴은 “코는 한없이 옆으로 펴지고”,“귀는 늘어져 늘어져”(‘얼굴의 몰락’) 있는 이상한 얼굴이고,녹아내렸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얼굴의 높이”를 회복할 수 없는 얼굴이다.“녹아내리는,끝없이 다가오는,웅웅웅웅 끓어오르는,” 얼굴(‘소수점 이하의 사람들’)은 이렇게 녹아내려서 한없이 펼쳐진 평면이 된다.이는 “얼굴로부터 넘친 얼굴”이자,우리 모두가 밟고 지나가고 그 위에서 휴가를 보내는 “해변”(‘검은 해변’)인 것이다.이 얼굴은 나의 얼굴이 깨어지는 순간,즉 사라지는 순간 나타나는 얼굴이고 ‘다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해변으로서의 얼굴이다.그것은 나의 얼굴이자 다른 모든 것의 얼굴이다. 우리의 현재를 구성해 온 과거의 역사를 접어버리면,새로운 미래가 열린다.세계를 깜빡 “정전”(‘정전’)시켜 버리고 당신과 나는 그 암흑의 거리를 넘어서 만난다.마구 달려와 잠깐 숨 죽였다가 팡!팡! 터져서 조각조각 떨어지는 얼굴들의 축제.분리의 사태라는 아픔의 기원을 망각하고,기어이 서로를 만나려는 열정에 찬 기쁜 얼굴들이 밤하늘의 폭죽처럼 마구 터져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3 이병률, 바람의 삶 - 당신에게 가지 않는 방랑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이 세계가 아예 마치 없는 것처럼 깜빡 잊어버릴 수 없다면,아니,서로 다른 언어로 떠든다는 사실은 모른 체하더라도,나의 말을 전할 수 있는 당신이 ‘거기’에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번 어느 가을날,/저는 열차를 타고/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편지를 띄웠습니다//5시 59분에 도착했다가/6시 14분에 발차합니다//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겨울이 왔고/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장도 열차’)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다.“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쓴 편지에는 아마 이런 내용이 덧붙어 있었을 것이다.‘부디 나와 주길 바랍니다’라고,혹은 ‘안 나와도 괜찮지만,혹시 시간이 된다면’.이 편지를 당신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당신은 나오지 않는다.나는 오지 않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당신을 기다린다. 5시 59분에서 6시 14분까지,15분 동안 길게 뺀 삶 위로 가을이 내리고 겨울이 내려 마음이 어둑어둑해진다. 이병률에게 삶은 온전히 한 사람을 만나고 잊는데 바쳐진다.“만나는 데 삼십 년”,“잊는 데 삼십 년”(‘생의 절반’)이 걸린다면,생의 절반은 “홍수이거나 쑥대밭”이어서 이 삶이란 온전히 슬픔의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신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할 것이다.혹시 당신이 그 자리에 없어서 나의 편지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니,당신을 찾아 내 편지가 도달하는 곳에 앉혀 놓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병률의 시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한다. 당신을 향해 가는 열차가 아니라,당신을 지나치는 열차를 탄 것처럼,그는 당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가급적 피한다. 그는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치자 “뒷걸음질”(‘累(루)’)을 치고,“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건네는 당신에게 가지 않는다.낯선 타국에서 만난 동양 사내가 말을 건네자 “고개를 저을 뿐 그에게 왜 혼자냐고 묻지 않”(‘동유럽종단열차’)음으로써 대화를 거부한다. 나는 당신과의 거리를 좁히기를 원하지 않는다.당신과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오히려 당신이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겹’) 그래서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했으면”하고 바란다.행여나 약속을 하더라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가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여한이 없겠다”면서,“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화분’)라고 고백한다.당신과 이별한 사태,멀리 있는 당신을 더 멀리 보내고 당신을 결코 만날 수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화자는 당신과의 거리를 점점 더 벌려 놓는다.이러한 방식을 아픔에 대한 ‘승인’의 방식이라도 해도 좋겠다.당신과 내가 이별한 상태,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론적 조건 자체를 승인함으로써 출발하는 것이다.여기에 걸려 있는 것은 오지 않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이후의 만남의 약속에 대한 열망을 무한히 확대하는 것이다.그러니 이러한 방식은 아픔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아픔에 복종하는 자는 아픔의 원인을 설정해 놓고 끊임없이 여기에 비난을 가하는 자이기 때문이다.비난은 아픔을 낳고,아픔은 다시 비난을 낳으니,이 사람은 결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아픔을 ‘승인’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수용하려는 자세,당신의 어떠한 존재 조건도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결의가 있다.나는 당신과 나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당신을 내가 원하는 자리에 놓겠다는 것은 당신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하도록 만들겠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나는 당신을 그렇게 다루기를 원하지 않는다.그러나 이는 내가 당신에게 한량없이 베푸는 호의가 아닌데,당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초 내가 맡은 일은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도화지에 옮겨 그리는 일이었다(…)처음 한 일은 붓으로 벽을 터는 일이었다 벽에다 말을 걸듯 천천히//도저히 겹치지 않는 다른 그림이 나왔다(…)벽을 찔러 조심스레 들어내어 박물관으로 옮기면서 육백여 년 동안 그려진 그림이 수십 겹이라는 사실에 미어지는 걸 받치느라 나는 가매지고 무거워진다 책 냄새를 맡는다 살 냄새였던가 (‘별의 각질’) 한 오만 년쯤 걸어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이 걸어왔다는 오만 년이, 오만 년 세월을 지켜온 지구의 나무와 무덤과 이파리와 별과 짐승의 꼬리로도 다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라면 그때 문득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갈 수 있겠느냐 (‘인기척’)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옮겨 그리는 일을 맡은 한 사람이 있다.그는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 밑에 숨어 있는 그림의 원본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싶었기에,“벽에다 말을 걸듯 천천히” 붓질을 한다.이토록 당신을 만나고 당신의 깊은 곳까지 알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천천히 말을 걸어야 하는 법이다.그런데 이렇게 말을 걸자,예기치 못하게 “도저히 겹치지 않는 다른 그림이” 출현한다.한 그림 밑에 그림이 있고,또 그 그림 밑에 다른 그림이 있어서 벽에 그려진 그림은 “수십 겹”인 것이다.여기서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애초에 원본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이러한 수십 겹의 그림을 무시하고 하나의 원본을 찾아내어 도화지에 옮겨 그린다면,그림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당신을 아는 일이 그러하지 않겠는가.당신은 오랜 세월 동안 겹겹이 쌓여 온 존재이니,섣불리 ‘이것이 당신이오’라고 말할 수 없다.말할 수 없기에,당신을 일러 수십 겹의 각질을 가진 ‘별’이라고 부른다.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다만 별을 둘러싸고 있는 ‘각질’일 뿐이다.그러니 화자는 그림을 도화지에 옮기지 못하고 벽 전체를 들어내면서 “미어지는 걸 받치느라” “가매지고 무거워진다”.당신을 알 수 없는 상태,결코 당신을 만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슬픔의 무거움이 여기에 있다. 당신은 도저히 내가 알 수 없는 존재로 나에게 모습을 드러낸다.육백여 년 동안 겹이 된 그림처럼 “한 오만 년쯤 걸어”서 나에게 온다.당신은 나에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르지만,나는 망설이고 망설인다.당신이 짊어진 그 오만 년의 세월이 온 세상을 다 걸어도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를 가졌기 때문이다.내가 당신의 제안에 혹하여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가”는 일을 떠맡아야 한다.그 죄란 당신이 걸어온 오만 년을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일을 가리킬 것이며,그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나에게 걸어 온 오만 년의 시간 동안을 다시 거슬러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만 년의 세월과 육백 여년의 시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당신과의 온전한 만남은 완전히 불가능하다.그것은 당신의 존재 조건이 그러하기 때문이며,그런 한에서 나는 이 이별의 사태를 나 자신의 존재 조건으로 받아들인다.이병률의 시가 이 이별의 아픔을 ‘승인’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하다.이 무한한 거리,만남의 불가능성을 온몸으로 승인할 때,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주변을 끝없이 배회하는 일 뿐이다.그것은 당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여행이 아니고,당신을 나의 목적지에 데려다 놓는 일도 아니다.차라리 당신을 지나치는 ‘방랑’이라고 부를진대,그 방랑은 “무심히 당신 앞을 수천년을 흘렀던”(‘바람의 사생활’) 바람의 삶이다.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떠도는 이 거대한 방랑은 마치 “서너 달에 한 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이되 “자신을 타이르는” 일이다.그렇지 않고서는 당신과 만날 수 없다는 이 아픔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끝없이 당신을 지나치는 방랑이,당신과 나의 거리를 끝없이 벌려 놓는 방랑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경로”이자,“문득 부닥친 한 목숨에게/뼈가 아프도록 검고 차가운 피를 채워넣는 일”(‘피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내가 알고자 하는 자리에 있지 않을 때,그래서 결코 도달할 수 없을 때 오히려 나는 당신에게서 점점 더 멀리 가고자 한다.그것은 당신을 떠나고자 하는 방랑이자 아주 먼 곳에서 당신을 만나고자 하는 방랑이어서,오직 당신을 스쳐 지나갈 뿐인 바람의 방랑인 것이다. 4 연애편지 전하기 - 사랑을 실현하는 윤리적 주체들 아픔의 사태가 있다.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편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자의 삶이 매달려 있는 고통이다.나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데,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나의 사랑은 수신자를 찾지 못해 영원히 허공에서 떠돌거나,결코 응답받지 못한 채 당신의 마음을 비껴나간다.결코 만날 수 없는 당신과 만나고자 하는 노력,이를 두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주체들은 결코 사랑을 실현할 수 없다는 고통과 마주친다.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주체들 앞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놓일 것이다. 당신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태를 수긍하고,아픔의 사태를 ‘승인’하는 방식과 아픔의 기원을 망각하여,아픔의 사태를 ‘거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이병률의 시를 아픔을 승인하고 당신의 주변을 떠도는 바람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김행숙의 시는 아픔을 거부하고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변신담의 세계다.그러나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두 가지 방식일 뿐이다.그러므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이들의 시는 연애시다.당신을 향한 사랑을 실현하는 방식인 것이다. 김행숙의 시에서 사랑은 오직 ‘사랑하라’라는 내면의 명령을 끝까지 추구할 때 실현된다.당신과 나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서,당신과 만나고 싶다는 주체의 욕망을 끝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이러한 주체는 당신을 향해 가는 길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파괴적인 주체다.내가 거주하는 세계를 접어 버리고,그 동안 나라고 믿어 왔던 나의 정체성인 얼굴마저도 없애버린다.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는다.그것이 나에게 어떤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는다.이런 주체에게는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것이 있어서,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그리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희생함으로써 사랑을 실현한다.그러므로,‘사랑하라’라는 마음의 명령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주체는 윤리적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달려가 만나고 싶지만 당신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 자 역시 사랑을 실현한다.이 사람에게도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것이 있다.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이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도 포함된다.나는 모든 것과 함께,사랑마저도 포기하면서 역설적으로 사랑을 실현한다.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에게 사랑만은 최후에 남는다.그것은 그가 가진 마지막 것이자 유일한 것이다.그러나 이 사랑마저 버리는 자에게는 사랑마저도 남지 않는다.그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바로 이 자리에서 사랑이 솟아오른다.사랑의 ‘절대성’을 포기함으로써,부정적으로 사랑을 실현하는 이 주체 역시 윤리적이다. 이 두 윤리적 주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아픔의 사태를 넘어선다.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자의 내면에는 오직 열정적 기쁨만이 자리하기 때문에 아픔에 포섭되지 않는다.또한 모든 것,결코 버릴 수 없는 것마저도 버린 자에게는 무한한 슬픔만이 있지만 그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기에 그는 아프지 않다.이를 두고 각각 기쁨의 윤리와 슬픔의 윤리라고 부를 수 있다면,이 윤리적 주체들은 아픔의 밖에 거주하는 자들이다.이들은 ‘도덕’적이지는 않지만,윤리적이다.이는 새로운 ‘감정 윤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윤리적 주체들은 자신들의 기쁨과 슬픔으로 우리 시의 지도 위에 뚜렷한 기압도를 그려 넣는다.소통 불능의 언어를 주고 받는 모든 ‘포스트 모던’한(이렇게 이름붙일 수 있다면) 시들이 그려 넣는 것은 아마 기쁨의 기압도일 것이다.자신의 욕망을 결코 양보하지 않는 시,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당신과 만나고자 하는 시들이 거칠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그들은 결코 다른 것들을 되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다른 한편에 한없이 슬퍼하는 시들이 있다.그들은 체념하고,그 체념으로 인해 슬퍼한다.그러나 이 체념은 패배적이지 않다.그들은 기쁨을 포기함으로써,당신과 만나는 사랑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기쁨의 기압도 옆에다 슬픔의 기압도를 그려넣는다.그러니 그 기쁨과 슬픔의 강도와 모양에 따라 크거나 작거나 네모나거나 동그랗거나 하는 다양한 기압도가 지금,현재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 [희망의 남극을 가다] 세종기지에서 온 아빠편지

    [희망의 남극을 가다] 세종기지에서 온 아빠편지

    │킹 조지(남극) 박건형특파원│동토의 땅 남극에도 새해가 찾아왔다.남극 킹조지 섬 대한민국 세종과학기지에는 연구원 등 50여명이 이 시간에도 추위와 싸우고 있다.그들은 외로움,그리움과도 싸운다.2007년 12월 임신 3개월의 부인을 두고 먼 길을 떠나온 조리장 김종훈(사진 오른쪽·38) 대원과 100일을 갓 넘긴 아들 희원이를 떼어놓고 온 대기과학 연구원 김명광(왼쪽·31) 대원의 가족을 향한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새해를 맞아 두 사람이 지구 반대 쪽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kitsch@seoul.co.kr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연애하면서도 편지 한 통 없다가 남극에서 웬 편지냐고 생각하겠지. 지금 생각하면 시간 한 번 빨리 간다고 생각하지만 지낼 때는 하루가 일년 같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어.임신 3개월의 당신 떼어놓고 오면서 참 많이 울었지.아들 규민이 혼자 출산하고 산후조리하고 키운다고 마음 고생이 많을 것 같아.아기 키울 때는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아빠가 옆에 있어주지 못해 많이 서운하지.당신한테 지난 한해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야.귀국하면 미안한 것 다 갚아줄게.아직 얼굴을 직접보지 못한 우리 아들 규민이 동영상과 사진을 매일 보고 있으면 얼마나 가슴 미어지고 그리워지는지.진짜 내아들인가 믿기가 힘들더라.너무 잘 생겨서.  규민아.아빠는 규민이가 세상에 나올 때 먼 곳에 있었단다.지구의 남쪽 끝에서 네가 태어났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기쁘고 눈물이 나오던지.기도 많이 했단다.아빠가 귀국하면 정말 많이 놀아줄게.규민이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엄마 사랑 많이 받고 있어. 2007년 12월 선발대로 와서 남극이라는 환경에 적응한다고 힘들었지만 아빠는 규민이가 크는 동안 해 줄 얘기가 많아졌다는 점에 감사한단다.하루도 빠짐없이 대원들의 세끼를 책임지면서 보낸 시간들이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됐단다.우리 곧 만나자.아빠 못 알아보고 울면 안 된다. 규민이 아빠가 ●우리 아들 희원이에게 어느덧 첫돌을 지나 부쩍 자란 지금의 네 사진을 보면서 아빠는 충만한 삶을 느낀다. 꽉찬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 속 네 모습은 언제나 아빠에게 기쁨과 휴식을 가져다 주었지.아빠가 태어나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희원이 너란다. 지금 희원이 곁에서 같이 놀아주는 것도,안아주지도 못하고 네게 받은 선물을 고마워만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아빠는 널 사랑한단다. 아빠는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구나.햇살 좋은 날 희원이를 목말태우고 동물원에 가서 사진도 같이 찍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싶어.희원이가 좋아하는 바닷가에 가서 모래로 두꺼비집을 같이 만들어보고싶고,휴일엔 나란히 앉아서 실로폰도 같이 치고 도화지에 색연필로 그림도 같이 그리고,컵쌓기 놀이고 해보고 싶구나.박물관,공원에서 하는 축구,겨울 눈썰매 모두 적어놓고 있단다.아빠는 희원이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맘껏 해볼 만큼 새해에도 건강했으면 좋겠구나.그리고 주어진 것에 먼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삶은 풍족하단다.기쁘게 나눠주는 법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아들아.아빠는 이곳에서 희원이를 생각하며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을 마무리할 테니 희원이도 엄마랑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렴. 희원이 아빠가
  • ‘지구 살리기’ 나서다

    ‘지구 살리기’ 나서다

    지구 반대편. 어떤 이는 걷고 또 걸었다. 만신창이가 돼가는 지구환경을 구하겠노라 발길 닿는 데마다 나무를 심었다. 또 어떤 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좀 더 밀착할 수 있는, 이름하여 ‘친환경’ 생활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구의 미래, 인간의 내일을 걱정하는 책 두권이 나란히 서가에 꽂혔다.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지구를 걷는 사람(earthwalker). 지구환경을 살리려 근 20년째 ‘발바닥 둘’로 고민해온 영국인 환경운동가 폴 콜먼(53)의 별명이다. 병든 지구의 심각성을 세상에 일깨우겠다는 신념에서 그는 1990년부터 세계 곳곳을 걷기로 했다.‘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마용운 옮김, 그물코 펴냄)은 지난 여정을 스스로 다큐멘처리처럼 생생히 복기한 현장기록이다. 콜먼은 2006년 방한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여행을 한 적도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숲과 자연이 너무 좋아”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상선해군에 입대해 허드렛일을 시작했던 일화부터 소개한다. 가진 게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 찾은 해답이 ‘걷기’. 거기에 황폐화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실질적인 비책은 나무심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1990년 7월. 캐나다에서 남미까지 2년 동안 걷겠다는 계획을 처음 세웠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유엔 지구정상회의의 관심을 이끌어 내자는 계산을 했던 거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지구 탐사’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38개국 4만 3000㎞를 걸었다. 그동안 지구촌 곳곳에 그의 손으로 뿌릿발을 내리게 한 나무는 무려 100만 그루.2000년 콜먼의 의지는 다시 공고해졌다. 영국에서 중국까지 3만 3000㎞의 대장정에 올라 요소요소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10년 계획을 세웠다. 지금, 그 계획이 한창 진행형이다. 환경에 관심있고 잔잔한 여행기록에 흥미있다면, 단숨에 읽어내릴 책이다. 긴 여정에서 저자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쉼없이 에피소드를 엮었다.1만 2000원. ■ 리빙 그린 생활에 밀착한 보다 즉효적인 처방은 ‘리빙 그린(Living Green)’(그레그 혼 지음, 조원범·조향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 있다. 평범한 생활인인 지은이는 어느 날 빌딩증후군을 심각하게 앓으면서 친환경주의자가 됐다. 친환경 실천의 고민을 담은 책은 거실 한 쪽에 놔두고 짬짬이 펼쳐봄직한 생활가이드북이다.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 전문인 ‘에코숍’을 운영하는 저자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친환경 지침들로 책을 메웠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친환경 명제’들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 농약과 제초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기농 식품을 더 많이 먹을 것, 탄소배출 줄이기,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재활용하기, 천연 농약·세제 사용 등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권고들이 줄을 잇는다. 예컨대 어류를 먹되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피하라는 귀띔. 지방이 풍부한 한류성 어종은 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이나, 수은 등 환경독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끼의 양식연어 요리에는 다이옥신과 PCB(폴리염화비페닐)가 세계보건기구 1일 허용기준치의 3∼6배 들어 있다는 것. 가공식품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조깅을 할 때는 화학물질 덩어리인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는 장면은 ‘충격적’이라고도 꼬집는다. 저자는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옷은 당장 옷장에서 꺼내 버리라고 한다. 일반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 과정에는 맹독성 용해제인 헥산이 사용된다. 어쩔 수 없이 드라이클리닝을 이용해야 한다면, 비닐커버를 벗겨 실외에 서너시간쯤 걸어뒀다가 집 안으로 들이라고 조언한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차가운 로봇의 따뜻한 러브스토리

    차가운 로봇의 따뜻한 러브스토리

    ●생명체로 거듭나는 로봇에 초점 장난감(‘토이스토리’)에서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생쥐(‘라따뚜이’)까지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캐릭터를 창조해온 픽사는 9번째 작품인 ‘월·E’에선 로봇을 선택했다. 월·E란 이름은 쓰레기를 압축하는 지구 폐기물 분리 수거 처리용 로봇(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의 앞글자를 따 만든 것. 인간이 우주로 떠나버린 뒤 무려 700년간 홀로 지구를 지켜온 이 로봇에게는 어느 날 유사인격이 자리잡는다. 월·E는 매사에 호기심이 왕성하고 진한 외로움도 느낀다. 이런 그 앞에 나타난 외계 식물 탐사 로봇인 ‘이브’. 미끈하게 쭉 빠진 모습에 반한 월·E는 우주로 따라나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사도 별로 나오지 않는 이 두 로봇의 꽤 심각한 러브스토리에 동화되는 것은 생생하고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 때문.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쌍안경 모양에서 월·E의 얼굴 모습을 착안했고, 나머지는 기존의 쓰레기 압축기를 참조해 모터와 기어, 톱니바퀴 등을 배치하는 등 기능성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비록 로봇이지만, 머리 동작만 50여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과정이었다. 투박한 월·E에 비해 이브는 마디 없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다. 푸르게 빛나는 두 눈과 네개의 움직이는 부품으로 구성된 이브는 절제미까지 선보인다. 제작진은 인간과 비슷한 외모가 아니라 인간과 전혀 소통이 될 것 같지 않은 단순한 기계에 불과한 로봇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따뜻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아날로그 감수성, 환경의 소중함 일깨워 SF 애니메이션인 ‘월·E’를 보고나서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재와 주제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E가 인간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전구, 라이터, 소화기 등을 보물인 양 자신의 운송용 트럭에 옮겨 싣는 모습은 인류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에 극중에 자주 삽입되는 1969년대 뮤지컬 영화 ‘헬로 돌리’와 바비 맥퍼린의 히트곡 ‘돈 워리 비 해피’ 등은 70∼80년대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스탠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주로 70년대 SF영화를 시금석으로 작품의 분위기와 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서기 270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지구와 인간들의 모습은 황폐함 그 자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사라지고 쓰레기만이 하늘에 닿을 듯 고층 빌딩처럼 쌓여 있다. 미래 인간들은 호화 우주선에서 로봇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오히려 고향별인 지구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이들에겐 월·E가 지구에서 가져온 풀 한 포기가 인류의 희망을 의미한다. 이제 월·E는 인간이 파괴한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를 쥐게 된 지상 최후의 로봇인 셈이다. 변신로봇 ‘트랜스포머’ 같은 화려함이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심리도 없지만, 환경의 소중함을 가슴 깊숙이 일깨워 주는 것.‘월·E’가 그 어떤 슈퍼 히어로 영화보다 빛나는 이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은평 뉴타운 “60점이면 내집”

    은평 뉴타운 “60점이면 내집”

    올 하반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노른자위 아파트들이 일제히 분양에 들어간다. 특히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런 곳으로는 서울의 은평 뉴타운, 경기의 판교·광교 신도시, 인천의 청라지구 등이 꼽힌다. 당첨권은 대부분 가점 60점대지만 단지나 주택형에 따라서는 낮은 점수로 당첨될 수도 있어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들 단지의 당첨 예상가능 가점을 알아본다. 서울 은평뉴타운 2지구 A공구에서도 가점제 아파트가 분양된다. 총 875가구 중 177가구가 7월 분양될 예정이다. 이 중 청약저축 가입자만 청약할 수 있는 112㎡ 59가구를 뺀 118가구만 가점제 대상이다. 닥터아파트는 예상가점 점수를 평균 58점으로 예상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60점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공급된 1지구 A-1블록 136㎡의 경우 최저는 58점, 최고는 69점이었다. 평균은 60점이었다. 하지만 분양물량이 적고 2지구의 교통여건이 1지구보다 좋은 점을 감안하면 점수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2지구는 통일로는 물론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이 1지구보다 가깝다.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서는 A20-2블록에서 대우건설이 948가구를 10월 말쯤 분양할 예정이다. 당초 9월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시행사 한 곳이 부도로 쓰러지면서 사업승인 절차에 차질이 생겼다. 주택형은 123∼337㎡로 모두 중대형이다. 청약가점제 실시 후 판교 첫 가점제 적용 단지여서 예전의 가점을 알 수가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65∼70점은 돼야 당첨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17일 “64점은 돼야만 당첨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서울이나 판교 인근의 분당, 수원 일대에서 많은 청약자가 몰릴 것”이라며 “70점은 넘어야 안정권에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도 올해 2개 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먼저 A-21블록에서는 울트라건설이 1188가구를 9월쯤 일반분양한다.113∼149㎡로 역시 가점제 실시 후 광교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아파트이다. 당첨 가점은 60점대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판교보다 10점가량 낮은 60점대 중반은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부사장은 60점대면 무난히 당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닥터아파트는 예상가점을 62점으로 산출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7월쯤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다. 호반건설이 호반베르디움(80∼113㎡) 2416가구를, 광명주택은 A15블록에서 광명샤인빌(110㎡) 263가구를 각각 분양한다. 분양가는 상한제가 적용돼 3.3㎡(1평)당 80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라지구는 블록이나 단지규모, 브랜드 등에 따라 가점에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A20블록에서 분양하는 호반건설의 ‘호반 베르디움’은 80∼113㎡로 이뤄진 2416가구 단지로 이 중 620가구를 7월쯤 분양한다. 닥터아파트는 가점을 56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2월 13블록에서 분양한 중흥S클래스 143㎡의 가점 평균은 33점이었지만 최고점수는 63점, 최저는 10점이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사육신(KBS2 오후 9시55분) 수양대군을 찾아간 한명회는 처음엔 박대를 받지만 곧 수양대군의 의중을 읽어 조정의 경계심을 늦추고 힘을 길러 권력을 쥘 수 있는 계략을 일러준다. 한편, 성삼문은 문종이 등극한 뒤 아내를 치료하고자 온천으로 요양을 보내는데, 뒤따라 붙은 한명회의 한량패들의 기습으로 차산부인은 중상을 입고 만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그 사람의 말은 지혜, 철학이 된다. 미국의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을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우리 증권가에도 투자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탄탄한 사람들이 있다.‘한국밸류 10년 투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펀드의 하나다. 이 펀드를 만든 이채원 전무와 함께한다.   ●다큐-여자(EBS 오후 7시45분) 40년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화가 조민자씨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 방황한다. 조씨는 수소문 끝에 핏줄을 찾아 나섰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퍼즐을 맞추듯 기억을 엮어 ‘280일’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SBS 오후 9시55분) 꽃다발을 숨기고 있던 준석은 수찬과 윤희가 노래방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표정이 굳는다. 준석의 차에서 내린 윤희는 혜미가 시비를 걸려고 하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며 준석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충고한다. 미희는 덕길이 선을 본 여자와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자 짜증을 내는데….   ●김치 치즈 스마일(MBC 오후 8시20분) 잡지사의 포토그래퍼를 맡은 혜영은 퇴근길에 ‘바바리맨’을 목격한다. 퇴근길 마중을 부탁하고 싶은데 남자친구인 기준은 출세의 끈을 잡겠다며 밤낮으로 정신이 없고…. 한편, 을동 손바닥의 어마어마한 힘을 목격한 수영은 병진에게 을동에게 맞고 자랐는지 묻자, 병진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넘어간다.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30분)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바다를 떠나 아마존 강에 살게 된 분홍돌고래는 베일에 싸인 동물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분홍돌고래를 발견한 취재진은 분홍돌고래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는 아마존 물의 원천을 확인하고 다양한 수중생물과 생명탄생의 현장을 확인해본다.
  • [서울광장] 평·돈쭝과의 결별/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평·돈쭝과의 결별/육철수 논설위원

    길이 단위 ‘1m’에 숨어 있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다. 나는 며칠 전에야 확실하게 알았다. 어떻게 그런 기준이 정해졌는지 학창시절 배웠을 텐데 기억이 통 안났다. 사실 그냥 편리한 대로 쓰면 됐지 깊숙한 배경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이달부터 평·돈 대신 법정계량단위인 미터법(㎡·g)을 시행하는 만큼, 왜 그걸 써야하는지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싶다. 미터법은 18세기 말 과학자들이 세계적 통용 단위를 연구한 끝에 찾아낸 것이다. 그들은 북극에서 적도까지 지구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1m’로 정했다. 길이표준으로 못박아 두려고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미터원기도 제작했다. 그러나 지구의 크기나 미터원기도 못 믿겠다며 1983년엔 진공상태에서 빛의 속도(2억 9979만 2458m/sec)를 이용해 표준을 다시 정했다. 그래서 지금은 빛이 진공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가 바로 ‘표준 1m’인 것이다. 이렇게 첨단과학으로 빚어낸 기본단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 중인 각종 재래식 단위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걸 보면 사회마다 관습은 참으로 뿌리 깊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계량단위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역사상 도량형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해서, 왕조가 바뀌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일이었다. 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큐빗(cubit)이란 길이단위가 쓰였는데, 그 기준은 우습게도 ‘왕의 팔뚝’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 결부속파법(結負束巴法)은 ‘건강한 농민의 손가락 마디’가 기준이다. 일제강점기에 쓰인 평·자의 기준은 일본의 전통 지적자(30.3㎝)다. 재래식 도량형이란 이렇게 권력자나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길이를 기준삼아 약속한 것이다. 그러니 잣대가 ‘고무줄’일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옛날 탐관오리들이 세금 매길 때 도량형을 악용한 사례는 역사책에 부지기수로 나온다. 그에 비하면 미터법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정확한 계량단위다. 미터법의 사용이 세계적 대세인 점은 그만큼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평·돈의 사용이 금지된 지 20여일이 지나자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불편하고 혼돈스럽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가 국민을 억지로 제도에 묶으려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나라경제를 생각하면 그렇게 악을 쓰면서 반대할 일은 아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계량 상거래는 연간 약 300조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1%의 오차만 생겨도 3조원의 부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이쯤 되면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통 일이 아니다. 비법정계량단위의 적용이 들쭉날쭉인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1근(斤)의 경우, 고기(600g) 다르고 과일(400g) 다르다.1마지기는 경기도(495㎡)·충청도(660㎡)·강원도(990㎡)가 제각각이다. 도량형에 관한 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도 미터법과 재래식 단위를 혼용할 정도이니 완벽한 통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계량단위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단지 익숙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비법정단위를 고집할 게 아닌 것이다. 신발 크기에 ‘문수’가 오래전 사라지고, 곡물 단위에 ‘되·말’이 없어진 것처럼 평·돈 대신 ㎡와 g도 자주 쓰면 편리하고 익숙해질 것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국민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정부도 서두르지 말고 국민 설득과 제도 확산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열린세상] 날씨에 관한 담론/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날씨에 관한 담론/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이제 날씨 이야기는 예사로운 화젯거리가 아니다. 그저 웃으며 말하는 언소(言笑)의 테두리를 벗어나 제법 무게를 실어야 할 담론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두고, 못하는 소리가 없다고 나무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온갖 기상 현상을 다 아우른 날씨는 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날씨가 까탈을 부리는 원인은 바로 기상이변에 있다.1997년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6가지 온실가스가 바로 날씨 변화의 주범이다. 이를 다시 걱정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패널(IPCC)’이 지난 2월 방콕에서 열렸다.120개국 2000명의 과학자들은 유엔이 창설한 이 모임에서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대로 두었을 때 2030년에는 9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성 전망을 내놓았다. IPCC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1∼3.5℃가 올라가고, 빙산이 녹을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를 돌린 적도 있다. 그래서 ‘포천’지는 장래 미국과 러시아의 잠수함이 숨을 만한 얼음 그늘을 잃는 전략상 피해를 들추기도 했다. 자못 엉뚱한 기사이기는 했지만,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온실가스의 역기능 현상을 밝히기까지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컸거니와, 시간도 꽤나 걸렸다.1957년 레벨과 쉬스라는 두 과학자가 논문을 발표할 때 화석연료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1958년부터 마우나로아 섬에서 관측한 대기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첫해에는 0.7이 늘었지만, 나중에는 두배인 1.5씩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 교토의정서에 이어 최근에 끝난 G8 정상회담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존 피해를 처음 증명한 과학자는 캘리포니아대의 셔우드 롤런드와 패서디나 제트추진연구소의 마리오 몰리나다.“겨드랑이에 뿌리는 탈취 스프레이어 때문에 세상의 종말이 올 것 같다.”는 말을 아내에게 지껄였다는 롤런드의 집념은 미국 정부가 프레온가스를 분사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프레온가스 영향을 받은 오존층에 실제 구멍이 뚫렸다는 몇몇 관측소의 보고는 결국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를 이끌어낸 것이다. 프레온가스 역시 처음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게 한 것이 고작 대비책이었다고 한다. 온실가스의 대기오염은 날씨를 변화시킨다. 또 기온과 강우량, 바람의 속도도 바꾸어 놓는다. 그리하여 어디는 긴 가뭄이 드는가 하면, 어떤 지역에서는 엄청난 장마가 진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는 3년 가뭄과 더위가 빚어낸 비극이다. 요즘은 계절이 돌아가는 사이클마저 깨지는 통에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더 더워지는 등 한랭(寒冷)과 온난(溫暖)의 리듬도 망가지고 있다. 고고학 연구와 맞물린 고기후(古氣候) 분석에 따르면, 기원전 1만년쯤의 빙하기를 정점으로 기원전 9000년쯤부터는 온난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기는 대개 4만년 정도로 추산되지만, 내일 곧 닥칠 장래 상황은 예측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어떻든 대기의 온실가스 측정은 지구를 유기체로 본 이른바 가이아 가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 옛 그리스인들이 지구의 역사를 크립토조익 에온(숨겨둔 생명)과 파네로조익 에온(보이는 생명체) 따위로 나눈 이치와 별다름이 없다. 이 유기체(생명체)의 지구상 한 모퉁이 한반도에도 긴 장마가 지는 장림(長霖)의 계절이 찾아왔다. 아직은 생명이 보이는 시대를 사는 현생인류의 오늘이야말로 미네르바의 부엉이 같은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녹색공간] 갇힌 행복과 나누는 행복/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이번 달부터 고급아파트 공용시설 전기요금 누진제를 시행하게 되면 고급아파트 전기료가 한 달에 최고 1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충격적인 이야기다. 한 사람의 최저임금보다 많은 액수다. 평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류층의 호화스러운 주택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단지가 그들만이 누리는 폐쇄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우주는 다름 아닌 집이라는 뜻이다. 집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상호 조화로운 관계로 기대어 살아가는 정주공간이다. 개인이 사는 집이 어울려 도시를 이루고, 도시들이 만나 지구를 구성한다. 이처럼 도시와 지구는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공동의 집이다. 그런데 개인이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서 누리는 쾌적과 편리가 커질수록 우리 공동의 집인 도시와 지구의 생존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월평균 전기요금은 3만∼4만원대다. 반면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상복합단지의 50평형 한 가정이 한여름에 내는 전기요금은 보통 60만원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자연 통풍과 같은 자연 순환을 차단하고 있으니 방마다 에어컨을 돌려 냉방을 해야 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려 공기를 순환시켜야 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을 오르내리기 위해 승강기를 작동해야 한다. 공용시설인 헬스장·골프장 등의 시설 이용과 건물 유지관리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야말로 기계와 에너지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호화주택이 늘어갈수록 도시는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고,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자원고갈 등으로 도시는 더 이상 우리의 공동의 집이 되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초고층 거대단지들은 더욱 기계와 에너지에 의존하고 외부환경과의 담을 두껍게 쌓아갈지 모른다. 이 단지들의 공용시설에 누진요금을 적용하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며 진정을 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화 사치재 사용과 과소비를 누리는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호화 주상복합단지가 공동의 필수시설이 아닌 호화스러운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의 시설에 드는 전기를 공동전기요금으로 싸게 내왔던 것을 바로잡아 일반 가정 요금처럼 누진 적용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는 이치다. 사회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우리 현실은 생계형 빛과 열조차 누리지 못하고 단전을 당해야 하는 가난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고, 공공의 이익과 이웃의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초호화 사치재와 부를 누리는 계층이 많아지고 있다. 높이 솟는 초고층 아파트처럼 부를 통한 신분상승이 마치 행복인 양 그 행복을 좇고 있다. 69층 고층아파트에서 무더운 날 전기가 나간 상상을 해 보자. 더워도 창문을 열 수 없고 숨 쉬기도 곤란한,1층에서부터 양동이를 이고 걸어서 하늘 꼭대기로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인위의 에너지가 아닌 자연의 힘으로 그 무엇도 해 볼 도리가 없는 불편과 비참함을 느껴도 행복한가. 물질의 안락과 과소비에 진정한 우리의 행복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맑은 공기와 싱그러운 흙 냄새 같은 자연이 주는 행복,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동의 집인 도시를 가꾸며 이웃과 나누는 행복이야말로 참 좋은 것이다. 지금도 지자체는 신도시마다 우뚝 솟은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느라 분주하다. 서로 어느 지역이 더 높이 올라가는가를 경쟁하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 참으로 멋없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도시행정의 전형이다. 호화주택에 사는 개인문제 이전에 주상복합단지 건설 같은,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도시계획, 주택정책을 펼치는 정부 정책과 건설회사의 이윤행위 욕망이 우리의 행복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 [녹색공간] 멸종을 택한 호주 원주민/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말로 모건은 호주의 여의사이다. 그녀는 한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초대받아 3개월간의 부족 성지여행을 마치고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펴내 호주 원주민들이 문명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 원주민 부족은 지상에서 사라지기로, 즉 아기를 안 낳아 스스로 멸종하기로 결정하고 이러한 결정을 문명인들에게 전할 메신저로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사람들이 땅의 영혼을 배반한 결과, 더위는 날로 심해지고 비 내리는 방식도 달라져 동식물의 번식이 크게 줄어들어 식량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국가간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앞으로 70여 년 뒤에는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할 것으로 예보했다. 말로 모건은 의사로 병원에 근무하면서 한편으론 삶의 의욕을 잃고 약물에 취해 지내는 호주 원주민 혼혈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직접 지원해 왔다. 어느 날 그녀는 한 원주민 부족의 초청을 받아 4시간이나 사막을 달려서 원주민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정화의식을 위해 원주민이 준 누더기 같은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으며 입었던 옷과 신발은 물론이고 운전면허증이나 현금, 반지, 다이아몬드, 시계 등은 모두 불속에 집어넣어야 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이 의식이 물질과 고정된 신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즉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을회의에서 원주민들은 그녀와 함께 대륙의 사막을 횡단하는 긴 여행을 결정했다. 모두 60여명이 참여한 여행의 목적지는 호주대륙 중앙에 있는 거대한 암석 근처의 지하동굴이었다. 이곳은 원주민들의 성지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기록된 박물관이다. 원주민들은 긴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식량을 전혀 갖고 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걷다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생각하고 주위를 살피며 나타난 벌레나 뱀, 개미, 견과, 과일, 씨앗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간단히 조리해 먹었다. 말로 모건은 처음엔 이런 음식들을 절대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며칠 뒤 살아 움직이는 벌레만 보아도 입맛을 다시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은 말수가 적었고 대부분 텔레파시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말이 거의 필요 없었다. 십여㎞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동족들과 텔레파시로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또한 문자를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기억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항상 서로 즐거운 놀이를 하며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다. 문명인들이 즐기는 달리기 시합같은 대부분의 스포츠를 놀이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한 사람만이 승자이고 나머진 다 패자여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주민들은 경쟁을 통해 패권만을 추구해온 문명인들을 ‘무탄트’ 즉 원래의 인간과 다른 변종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변종들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땅을 배반해 동식물이 줄어들어 식량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자손들에게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멸종을 결정했던 것이다. 얼마 전 유엔이 전 세계 과학자 2500명과 함께 연구해 발표한 충격적인 지구온난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기온이 지금보다 1도 오르는 2020년엔 먼저 개구리, 도롱뇽 등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연쇄적인 생태계 붕괴가 시작된다. 바다 속 산호가 하얗게 말라 죽는 백화현상은 이미 호주에서 시작됐고 바닷물이 더워져 서식지를 잃는 어류의 멸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2050년,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20∼30%가 멸종되고 2080년이면 대부분의 생물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 [OUR STORY] 질·주·본·능 모터사이클

    [OUR STORY] 질·주·본·능 모터사이클

    여행은 간혹 누군가의 삶을 통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청년시절을 다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년 작)를 보면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스물세살의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체는 약 9개월 동안 모터사이클 한대로 라틴아메리카 대륙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점차 혁명가로 변모해 간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 여행의 이동수단으로 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모터사이클. 만약 체가 자동차로 여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도로여건 등의 제약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바람과 함께 호흡하며 대지의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아니었다면, 체가 느낀 세상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모터사이클은 스피드가 아니다. 바람을 가르고 질주해 본 사람이라면 모터사이클은 바로 자유란 걸 안다. 배가본드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모터사이클을 찾아 국제모터사이클쇼가 열린 대구를 다녀왔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국내 여성레이서 2호 전규정씨 “모터사이클요?제겐 심장과도 같은 존재죠.” 대구 국제모터사이클쇼 행사장앞. 늘씬하게 생긴 BMW의 F650GS한대가 멈춰섰다. 모터사이클에 앉은 라이더가 헬멧을 벗자 찰랑찰랑한 머리카락이 쏟아지듯 흘러내렸다. 당연히 남자였을 거라 짐작한 마초의 뒷머리가 띵하고 울리는 순간이었다.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그녀가 바로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여인, 전규정(37)씨였다. “2002년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 모인 400여대의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보는 순간, 타보고 싶다는 충동이 가슴속에서 불붙듯 일어났죠.”이후 모터사이클에 매달리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모터사이클연맹에서 지급한 레이서 자격증까지 소지하고 있다. 여성 레이서로는 국내 2호다.“모터사이클은 날 자유롭게 하고, 잡념에서 해방시켜주죠.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면 너무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내자신을 보게 돼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영화제목처럼요.” 그녀가 주로 찾는 곳은 강원도 양구와 구룡령 등의 굴곡진 도로들. 업-다운을 반복하며 리듬감있게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가 그리도 좋아하는 양구에서 하마터면 목숨마저 잃을 뻔한 대형사고를 겪게된다.“자동차밑으로 깔리면서 갈비뼈 7대가 부러졌어요. 갈빗대가 간을 찔러 적잖이 파열시키기도 했고요.”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얼른 체력을 회복해 다시 모터사이클을 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사고의 위험성때문에 모터사이클을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모터사이클을)포기하기에는 즐거움이 너무 커요.” 자신의 삶은 모터사이클 바퀴와 함께 굴러간다고도 했다. 생활의 중심이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모터사이클에 투자하기 위해서고, 밥먹는 것마저도 체력을 길러 오래오래 타기 위해서예요. 여느 여자들처럼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사는 데 시간과 돈을 쓰진 않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사회에 나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등, 평범한 여자로 살아가는 그녀의 어디에 이런 불꽃같은 정열이 숨겨져 있는 걸까.“‘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난 오늘도 달린다’가 제 좌우명이에요. 핸들에서 손을 놓는 날이 제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겠죠.”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타보고 싶은 기종이 뭐냐고 묻자 “MV 어그스타의 F4-1000”이라며 살포시 웃던 그녀는 다시 바람처럼 대구의 도로위를 질주해 갔다. ■ 이 가을 ‘명품’은 달리고 싶다 지난 6∼10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국제 모터사이클쇼’는 국내 유일의 모터사이클 축제답게 미국, 일본, 독일 등 7개국 200여개의 최신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수백만원대의 스쿠터에서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슈퍼 바이크까지, 전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제조기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가격이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국산 커스텀 바이크(창작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수제 모터사이클)는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국내 브랜드로는 토종 모터사이클의 자존심을 외치는 효성기계공업의 GT650과 GV650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최초의 국산 650㏄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자제어방식의 V형 수냉식 엔진이 장착됐다. 작년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80% 이상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T450(산악오토바이),MS3(스쿠터) 등의 신차들도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효성과 쌍벽을 이루는 대림자동차는 일체의 상용 이륜차를 전시하지 않고 다양한 튜닝이 가능한 T-50과 베스비 등 올해 출시한 스쿠터 제품들로만 홍보전을 펼쳤다. 다양하게 드레스업(dress-up)된 차량을 통해 수입브랜드와 한바탕 스쿠터 시장쟁탈전을 벌이겠다는 것. # 국내 단 두대 1억짜리 하이테크 머신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은 모터사이클의 대명사 할리 데이비슨은 1584㏄ 트윈캠 96엔진을 장착해 더욱 강력해진 파워를 자랑하는 2007년형 신모델들을 공개했다. 스트리트 바이크의 완성작으로 평가되는 ‘스포스터 50주년 기념모델’이 전시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2000대만 한정 판매된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400m 직선코스를 8.9초에 주파한다는 레이싱 전용 모터사이클인 디스트로이어. 국내에 단 2대밖에 없는 ‘하이테크 머신’이다. 가격은 대당 1억원 정도. BMW코리아가 전시한 바이크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공개된 네이키드 로드스터(엔진이 드러난 바이크로, 도심 주행에 적합하다)R1200R와 F800S,F800ST 등 3가지 모델이 집중조명을 받았다.R1200R는 1170㏄,2기통 박서 엔진을 장착해 109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85마력짜리 병렬 2기통엔진을 얹은 F800S와 F800ST는 각각 스포츠 성능과 투어링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이 세 모델은 모두 2007년초 국내에 판매될 예정이다. 최고급 스포츠 바이크의 상징인 이탈리아 두카티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영화 ‘매트릭스Ⅱ’에서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타고 질주했던 검은색 모터사이클이 바로 두카티의 바이크다. 레이싱 바이크를 기본으로 제작한 999R Xerox를 비롯해, 명품 사이클의 고전 몬스터와 한정생산판인 MH900E 등 총 6종류의 바이크를 선보였다. 특히 999R의 2기통 엔진에서 내뿜는 150마력의 폭발적인 힘은 마그네슘 재질을 사용해 깃털처럼 가벼운 999R를 마치 새처럼 날려보낸다. 일본의 야마하가 자랑하는 모델은 올해 데뷔한 YZF-R6. 연료분사를 1/1만 단위로 컨트롤하는 최첨단 장비덕에 배기량이 599㏄에 불과하지만 최대출력은 무려 133마력에 이른다. 흡사 레이싱 머신을 연상케 하는 뉴 R6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9초면 충분하다.8초가 지나면 속도는 시속 200㎞를 넘어선다.500㏄ 우유팩 크기에 불과한 조그마한 엔진이 내는 최고속도가 무려 시속 280㎞에 이른다. 이밖에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인기를 끈 스쿠터의 전설 베스파는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PX부터 현대적인 감각의 최신형 LX, 대형 투어링 스쿠터 모델인 GTS까지 베스파의 국내 수입 전 모델을 공개했다. 스즈키는 M1800 등 2007년식 모델을 전시했다. # 맞춤형 모터사이클, 커스텀 바이크 이제껏 국내에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커스텀 바이크도 20대가량 전시돼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을 즐겁게 했다. 미국의 대표적 브랜드인 커스텀 크롬의 국내 수입사인 이지라이더스와 국내 유일의 커스텀 바이크 생산업체 문차퍼스가 15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커스텀 바이크란 대량생산하는 일반 바이크에 비해, 구매자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 수제 바이크를 말한다. 구매자의 요구대로 만들어진 바이크와 판매자가 특이하고 개성있게 만들어 놓고 판매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이번에 전시된 커스텀 바이크 중에서는 문차퍼스에서 생산된 프로스트릿이 52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 “커스텀 바이크 이젠 수출할때” “커스텀 바이크는 일종의 금속공예품이죠. 그냥 오토바이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예술품이예요.”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을 배달하던 소년이 커스텀 바이크를 생산하는 어엿한 회사의 대표로 성장했다. 문차퍼스의 이현의(32)대표가 바로 그 사람. 이번 대구 국제모터사이클쇼에 처녀 참가해 출품한 작품(?)들 대부분을 그자리에서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모터사이클은 굉장히 감성적인 아이템이에요. 비록 집 한 채 없이 살아도 할리 데이비슨을 몰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죠. 커스텀 바이크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보였어요.”그래서 잘 다니던 자동차 부품회사도 그만두고 평소 알고지내던 엔지니어들을 규합해 문차퍼스를 설립했다. 그 첫 작품이 이번에 출품한 가마(gama)시리즈다. 여염집 색시가 일생을 통틀어 시집갈 때 단 한번 타는 가마에서 이름을 따왔다. 대부분 1000㏄가 넘는 대배기량 바이크들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차퍼시리즈는 평균 4000만원, 프로 스트릿은 5200만원을 상회한다.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은 물론, 부속품 대부분이 국내산이라는 것도 자랑거리. 벌써부터 해외 바이어들과의 상담건수도 늘고 있다.“커스텀 바이크를 만들 인재와 기술이 있는데 왜 수입관세 내고 비싼 바이크를 들여옵니까?오히려 이젠 수출을 해야 할 때죠.”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 대표의 눈은 어느새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 아바스 수반·하니예 총리 “내가 입양”

    “아빠, 아빠, 아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베이트 라히야에 사는 11세 소녀 후다 갈리야는 지난 9일 저녁 가족과 함께 해변 산책을 즐기다 이스라엘군의 포탄 공격을 받고 아버지와 5명의 형제자매, 의붓어머니를 한꺼번에 잃었다. 유혈이 낭자한 현장에서 13구의 시신과 다친 가족 사이를 돌아다니다 아빠 알리(49)의 시신을 찾아내 절규하는 갈리야의 모습은 방송국 카메라에 포착돼 전세계에 방영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갈리야가 이제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비극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이스마일 하니예 총리는 10일 그녀를 입양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두 사람은 이스라엘 적대 정책에 종지부를 찍는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지만 이 불쌍한 소녀를 돕자는 뜻에는 이견이 없었다. 갈리야의 생모 함디야(42)는 크게 다쳤지만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버지가 없을 경우 고아로 인정받는 관습이 있다. 같은 날 가자지구의 미국인 중학교 졸업식에서는 학생회장 야스민 알 쿠다리(17)의 제안에 따라 갈리야를 신입생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교가 파한 뒤 갈리야는 아빠가 일하는 농장에 들러 함께 귀가할 정도로 그를 자랑스러워했다고 급우들은 입을 모았다. 그녀는 지금 살던 마을에 돌아와 이모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11일에는 생모가 입원해 있는 가자시티의 병원을 찾았다. 이모는 18개월 전 역시 이스라엘군의 포탄이 딸기밭에 떨어져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또다른 조카 하딜(8)을 키우고 있어 “난 딸기밭 순교자와 해변 순교자의 엄마”라고 개탄했다. 그녀는 “이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세존봉 기암비경에 넋을 잃다

    세존봉 기암비경에 넋을 잃다

    1998년 첫출항한 금강호를 타고 다녀온 지 8년만에 금강산을 다시 찾았다. 천하절경의 봉우리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는 ‘금강산의 꽃’, 세존봉(世尊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금강의 주봉(主峰)인 비로봉(해발 1638m)을 등진 채 외금강 한가운데 자리잡은 세존봉(해발 1160m)은 수많은 집산연봉들이 한눈에 들어 오는 곳. 감춰진 금강산의 진짜 속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금강산 산행의 주류를 이루는 구룡연 코스와 만물상코스의 산행시간은 불과 4시간 남짓.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때문에 8시간은 족히 걸리는 세존봉 코스가 최근들어 등산 마니아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구룡폭포에서 출발해 비사문∼세존봉 전망대∼동석동까지 무려 15㎞에 달한다. 곳곳에 난코스가 산재해 사전에 신청해야만 등반이 가능한 곳이다.계절은 초여름. 이제 마악 ‘봉래산(蓬萊山)’으로 옷을 갈아 입은 금강산 세존봉으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글 사진 금강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른 아침부터 뭔가 못마땅한 듯 잔뜩 찌푸려 있는 봉래산. 세존봉은커녕 숙소 인근의 낮은 산봉우리들조차 짙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그렇지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는 일. 구름에 가린 세존봉이 굽어보고 있는 온정리를 출발해 등반길에 올랐다. # 온정천 계곡물은 평화의 실내악 노오란 마늘쫑 꽃이 만개한 황토빛 밭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온정천 계곡. 산행의 출발점이다. 맑디 맑은 계곡물이 바위를 휘돌아 나가는 소리가 마치 실내악 연주를 듣는 듯하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 입는 산이니 계곡물의 연주도 항상 같은 곡조는 아닐 터. 한 시인의 찬사처럼 가뭄때와 장마때가 다르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면서는 또다른 곡조로 연주할 게다. 앙지대와 옥류동, 연주담 등 연이어 펼쳐진 비경들의 자태에 반쯤 넋이 빠진 채로 구룡폭포에 다다랐다. 신라의 천재시인 최치원이 “천길 흰비단이 드리운 듯하고 만섬 진주알이 쏟아지는 듯하여라.”라고 노래했던 바로 그곳. 세존봉으로 오르는 출발지이기도 하다. # 장엄한 세존봉에 숨을 멈추다 지친 다리를 쉴 틈도 없이 북측 안내원의 뒤를 따라 산행이 계속됐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이다. 급경사를 이룬 돌계단이 끝이 안 보일 만큼 놓여져 있다.‘stairway to hell’. 지옥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면 딱 이런 모습 아닐까. 그나마 짙은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모습을 드러낸 하늘이 힘을 돋운다. 다리에 쥐가 날 즈음 도착한 비사문.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것 같은 돌무더기위에 잠시 숨 한자락 내려놓았다. 저 멀리 보이는 상팔담과 바위투성이의 봉우리들. 어떤 것은 억센 씨름꾼의 허벅지처럼 우람하고, 또 어떤 것은 시골아낙네의 둔부처럼 둥글기도 하다. 한점 흙이라고는 없는 바위틈에도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삭막한 바위를 푸른 생명으로 요동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위로 오를수록 봉래산은 숨겨둔 비경을 하나둘 내보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집산연봉들의 장엄함. 모퉁이 하나를 돌 때마다 때론 웅장하고, 때론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기암괴석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밭은 숨을 내뱉으며 오르고 또 오르니 이윽고 정상. 발아래로 펼쳐진 수직단애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뒤편으로는 비로봉이 준봉들을 거느린 채 제왕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아직은 남쪽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지만 다음엔, 반드시 다음엔 올라야 하는 곳. 정상의 능선을 따라 천화대(天花臺)라고 불리는 세존봉 전망대로 향했다. 준봉들이 도열한 봉래산의 웅혼함을 서툰 글솜씨로 담아내기엔 손이 부끄럽다. 가슴 뻐근한 감동에 이젠 탄성조차 나오지 않는다. 봉래산이 여느 산과 같던가. 통일의 열망과 민족의 온갖 애환이 서려 있는 산 아니던가. 지구의 천장이라는 에베레스트보다야 훨씬 낮겠지만 감동만큼은 오히려 더 높다. 비로봉 오른쪽으로 도열한 채하봉 능선과 백련폭포, 연주폭포가 합쳐진 합수목폭포 등의 아름다운 풍광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천가닥 만갈래로 뻗어나간 집선봉의 바위절벽은 가슴 한구석을 베어내는 듯하다. 칼날 같은 날개로 마치 부메랑처럼 구름바다 위를 유영하는 이름 모를 새들. 활을 잡아당긴 모습과 같다고 해서 장전항이라 불렸던 고성항. 그리고 구름바다 너머로 또 하나의 짙푸른 동해바다가 경이로운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 봉래산 낙락장송, 가슴에 담고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하산에 나섰다.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92m짜리 철계단을 내려와 천천히 동석동으로 향했다. 오르는 길에 비하면 내려가는 길은 훨씬 수월한 편.10여분쯤 내려갔을까. 집선봉을 다 가릴 만큼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가 떠억하니 버티고 서있다. 사육신중 한사람인 성삼문이 그토록 되길 원했던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인가. 큰 키에 좌우로 펼친 나뭇가지의 자세가 제법 장하다. 미인송으로도 불리는 금강송 군락지가 또하나의 볼거리. 청량한 솔향기와 함께 죽쭉뻗은 시원한 금강송의 모습에 땀이 절로 마른다. 금강송 군락지를 나서면 곧바로 신계천. 가슴까지 서늘하게 하는 신계천물로 목을 축이며 다시한번 뒤를 돌아봤다. 기어오를 힘이라도 있거들랑 꼭 한번은 올라가 봐야 하는 곳. 세존봉이 우뚝 서 있었다. # 수정봉 산빛깔도 보러가세요 빠른 시간내에 탁 트인 전망을 만끽하고 싶다면 수정봉(해발 773m)이 0순위. 세존봉 못지않은 전망을 품고있어 인기가 높다. 예로부터 수정이 많이 난다는 곳. 일출과 일몰 때면 수정이 햇살을 반사해 산빛깔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고 전해진다. 오는 6월 중순부터 일반에 상시개방할 계획. 현재는 예약을 해야 오를 수 있다. 문의 (02)3669-3000,(033)681-9400. # 알면 좋은 몇가지 신규시설물:오는 7월1일 김정숙 휴양소를 리모델링한 외금강호텔이 문을 연다. 성수기 숙박난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9월경엔 금강산 골프장도 시범개장한다.18홀 규모. 먹을거리:고성항 이북에서만 잡힌다는 털게가 요즘 제철. 고성항 횟집에서 털게찜 1㎏에 45달러를 받는다.13㎏짜리 초대형 광어는 300∼400달러. 금강산호텔옆의 금강원은 북측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꿩만두, 흑돼지, 섭죽, 냉면 등이 제공되는 코스요리가 25달러.
  • 수완지구 8977가구 8월말 동시분양 실시

    호남지역의 최대 택지지구인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의 공동주택이 광주에선 처음으로 오는 8월 말 동시분양에 들어간다. 26일 광주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분양에는 코오롱건설·GS건설 등 서울 및 지역 건설사 11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물량은 8977가구에 이른다. 총 면적 140만평인 수완지구는 광주의 서북부 관문에 위치해 있으며, 호남고속도로 및 광주 제2순환도로(내년 개통 예정)와 가까워 교통여건이 뛰어나다. 특히 단지 안에 풍영정천이 흐르고, 택지의 22.7%인 32만평의 녹지를 그대로 살렸다. 또 인근 하남공단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을 막기 위해 공단과 택지지구 사이에 폭 50m의 완충 녹지를 조성했다. 인구 밀도 역시 ㏊당 172명으로 일산 176명, 분당 198명보다 낮다. 택지 내에는 초등학교 9개, 중학교 5개, 고등학교 4개 등 모두 18개 학교가 들어선다. 수완지구에 건설될 아파트는 모두 2만 4000여가구에 이르며, 거주 인구는 8만여명으로 호남 최대 택지지구로 꼽힌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평당 500만∼550만원 선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그 이상의 평형은 마감재와 옵션에 따라 건설사별로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베란다 확장형’이어서 실평수보다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마니아] 스킨스쿠버 동호회 실버씨

    [마니아] 스킨스쿠버 동호회 실버씨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우주 유영과 닮았다. 물속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부력 상태에 놓인다. 무중력과 비슷한 체험이다. 20㎏짜리 장비 무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늘을 날 듯, 우주를 여행하듯 자유롭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암벽 등반과 닮았다. 다이버는 파트너와 생사를 공유한다. 공기가 부족하면 나눠주고, 위험하면 안전한 곳으로 구출한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파트너는 평생 친구로 남는다. 올 여름휴가 때는 잠수여행을 떠나보자.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지난 14일 강남구 대치동 프리존 다이빙센터. 잠수풀에서 공기통과 호흡기, 물안경 등을 착용한 다이버들이 잠수를 즐기고 있다. 물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길 몇 시간씩 반복하는데도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5m 깊이라 물은 시퍼렇다.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이버들은 오랜 친구처럼 물과 자유자재로 대화를 나눴다. ●회원 1000여명 ‘거대 조직´ 이들은 스킨스쿠버 동호회 실버씨(Silver Sea) 회원들이다.1000여명이 등록한 온·오프라인 모임이며 100여명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장비를 대여하고, 강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성범 스킨스쿠버 강사는 “다이빙의 매력은 하늘을 나는 것과 비슷한 자유스러움”이라고 설명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부력 상태에 놓입니다. 그러면 우주를 여행하듯 자유롭게 물속을 탐험할 수 있죠.”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물과 호흡하는 것, 그게 매력 포인트란다. 동호회 회원인 연세대 마취과 김기준 교수는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바다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국의 문화와 자연을 접하듯 바다를 체험하면 시야를 넓힐 수 있단다. “공기 등 늘 곁에 있어 소중한 줄 몰랐던 것을 감사하게 되죠. 욕심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제주도 해안 연산호는 한폭 수채화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 해외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 동해안, 남해안에도 빼어난 수중환경이 가득하다. 특히 제주도 주변 연산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무지갯빛 산호가 물결따라 춤을 추면 움직이는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최근 버려진 그물이 많아지면서 동해안 바다물이 탁해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김 강사는 “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론자가 된다.”고 말했다. ●비행기·승용차보다 안전 다이빙은 위험한 취미가 아니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손사래를 쳤다. 다이빙 사고 중 절반은 부주의한 기구 사용이고,30%는 질병,15%는 기후조건 때문이란다. 상어 등 해양생물 사고는 5% 미만이라고 했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고 욕심내지 않으면 사고날 위험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승용차나 비행기보다 훨씬 안전하단다. 김 강사도 “‘혼자 다니지 않는다. 모르는 생물을 만지지 않는다.’는 두 원칙만 지키면 다이빙은 안전한 레크리에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을 못해도 마찬가지다. 잠수복이 물에 뜨도록 만들어져 물에 빠질 염려가 없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즐기는 방법을 배우면 그만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 게다가 여성이 남성보다 스쿠버 다이빙에 적합하다고 김 강사가 말했다. “근육이 없으면 산소 소모량이 적고, 지방이 많으면 추위에 강해 물속에서 오래 견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합니다.” 장비 무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균 무게가 20㎏ 이상이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것은 다이빙 전과 후 육상에 있을 때 뿐이다. 덕분에 요즘은 스쿠버 다이빙 수강생 10명 중 7∼8명이 여성이다. 장비가 200만∼300만원으로 비싸지만, 요즘은 빌릴 수 있는 곳이 많다. 김 강사는 부부가 함께 다이빙을 즐길 것을 권했다.“물속에서 파트너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공기가 부족하면 나눠주고, 위험하면 안전한 곳으로 구출해 줍니다. 그런 경험을 공유한 부부라면 평생 믿고 의지하며 살지 않겠습니까.” 올 여름휴가 때는 잠수여행을 떠나 보자.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구청서 배우면 저렴해요 마포구와 송파구가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 강사가 소수 정예로 가르쳐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강료도 저렴한 편이다. 마포구는 다음달부터 매주 토요일 낮 12시∼오후 5시 30분 실버씨 다이빙센터에서 강좌를 마련한다. 직장인 10명을 대상으로 4차례 진행한다. 참가비는 2만원이고 공기통 사용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개강 때 수영복과 필기도구를 갖고 참석하면 된다. 문의 (02)330-2508. 송파구는 다음달 12∼17일 오후 7∼9시 잠실 올림픽 잠수풀에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킨스쿠버’를 강의한다. 정원은 10명이고 초등학교 3학년에서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다. 회비는 9만원. 오는 25일 송파구 체육문화회관 1층 접수처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준비물은 수영복과 세면도구. 문의 (02)402-9621∼2. ■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취미 잠수에는 스킨 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이 있다. 스킨 다이빙(skin diving)이란 해녀처럼 간단한 잠수도구(수경, 스노클, 오리발)만 갖고 자신의 폐활량 한계 내에서 자맥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스쿠버(SCUBA)란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머리글자를 모은 약칭으로 우리말로는 ‘수중자기호흡기’라 해석된다. 압축공기탱크와 레귤레이터(호흡기), 옥토퍼스, 게이지, 부력조절기 등을 이용해 수중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두 가지 방법을 합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라 부른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려면 반드시 C카드(C-card)를 소지해야 한다. 정식으로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습과정을 이수했음을 증명하는 것. 정해진 강습과정에 참가해 모든 과정을 규정대로 마쳐야 발급받는다. 국내·해외 바닷가 잠수여행을 떠나려면 C카드가 필수다. 없으면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 다이빙 활동을 허가하지 않고 간단한 체험 다이빙만 할 수 있다. 다이버들이 흔히 C카드를 자격증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교육과정을 마쳤다는 수료증에 더 가깝다. ■ 도움말 실버씨(Silver Sea)와 한국잠수협회
  • [책꽂이]

    |실용| ●성공적인 부모 리더십(짐 테일러 지음, 노혜숙 옮김, 더난출판 펴냄) 아이를 ‘성취형 인재’로 키우기 위한 부모의 기술을 소개.‘꿈의 코스’로 불리는 마라톤 서브스리(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를 달성했을 정도로 도전적인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바로 ‘포지티브 푸싱(positive pushing, 긍정적 강제력)’, 즉 아이의 성공을 위해 밀어붙일 필요가 있을 땐 확실히 밀어붙이라는 것이다.1만원. ●위인과 천재는 어머니가 만든다(유안진 지음, 다시 펴냄) “하나님은 언제나 어디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어머니를 만들어 주셨다.” 유대 격언집에 있는 말이다. 유대인들에게 어머니는 ‘창조의 여신’이다. 물론 유대인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아버지가 호주이며, 교사라는 말과 아버지라는 말이 똑같이 ‘호루마’일 정도로 아버지의 위엄과 권위는 절대적이다. 책은 보통 아이를 위인과 천재로 키워내는 유대인의 특별한 가정교육을 소개한다.8500원. ●한국인의 부자학(김송본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역사학자 강만길은 그의 저서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에서 “개성상인은 봉건사회 천년 동안 실질적인 시장의 주역이며 ‘전위세력’이다.”라고 했다. 이 책엔 이같은 ‘천년 부자’ 개성상인의 상혼을 비롯해 조선 실학자의 경영해법, 장돌뱅이의 지혜가 녹아 있다. 한국인의 상인정신을 연구해온 저자는 세상에 바로 서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것은 곧 인무신불립(人無信不立, 신의가 없는 사람은 바로 서지 못한다)과 가난한 자의 빈 주머니라고 강조한다.1만 6000원.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이시형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는 자기의 직업을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독설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운명이겠거니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자. 처칠이 91세까지 장수한 것도 낙천적 기질과 함께 일을 즐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5월5일은 ‘international no diet day, 즉 다이어트에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는 날. 미국인들은 이 날 체중계를 부숴버리고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비만이 그만큼 절박한 이슈라는 얘기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들려주는 생활혁명 지침서.1만원.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경영(데이비드 아커 지음, 이상민 등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개념화한 저자(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의 대표적 저서. 브랜드 자산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브랜드 충성도를 비롯해 브랜드 인지도, 지각된 품질, 브랜드 연상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전략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브랜드 경영활동을 통해 브랜드 에쿼티가 증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2만 5000원. ●탄수화물 중독증(잭 캘럼 등 지음, 인창식 옮김, 북라인 펴냄) 탄수화물 중독증, 즉 ‘신드롬 X’라는 신종 유행병으로 인해 당뇨병과 심장병이 크게 번지고 있다.‘신드롬 X’는 슈퍼 박테리아 같은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들을 먹음으로써 촉발되는 병이다. 흰 설탕과 흰 밀가루, 흰 쌀, 그리고 이들을 이용한 가공식품으로 대변되는 정제 탄수화물은 빠르게 소화돼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급격히 끌어올린다. 설탕과 정제 곡류, 가공식품이 부른 신종 유행병에 대해 설명.1만 2000원. |유아·아동|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존 버닝햄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펴냄) 평범한 아이 에드와르도는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에 자꾸만 심술쟁이 못된 아이로 변해가는데…. 어른아이 모두 칭찬과 격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그림책.4세 이상.8500원. ●둘이 많다고?(안네게르트 푹스후버 글·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펴냄) 두 아이를 둔 엄마곰, 세 아이를 둔 아빠사자, 아이 넷의 엄마 두더지…. 저마다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특별한 느낌을 얘기한다. 엄마아빠에게 모든 아이들은 다 특별하고 소중한 인격체. 5세 이상.9000원. |초등·청소년|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가네코 미스즈 글, 서승주 옮김, 소화 펴냄) 지은이는 일본의 동요시인. 엇비슷한 내용의 창작동화집, 서구의 번역동화 대신 단아한 정서가 돋보이는 일본의 동시집 한권 아이에게 권해보면 어떨까. 이국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시집이 어른아이에게 두루 읽힐 만하다. 초등 고학년 이상.6000원. ●지식은 힘-환경(장수하늘소 글, 김효진 그림, 언어세상 펴냄) ‘지식은 힘’시리즈 세번째.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환경과 관련한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사회 과학 실과 도덕 체육 등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테마 101가지를 퀴즈 형태로 설명한다. 초등3년 이상.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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