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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산과 맛 똑같은디~ 밥상 오른 ‘양식 참조기’

    자연산과 맛 똑같은디~ 밥상 오른 ‘양식 참조기’

    ‘싸고 맛있는 양식 굴비가 식탁에 오른다.’ 회유성 어종인 참조기 양식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머잖아 ‘양식 참조기’가 밥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굴비의 고장인 전남 영광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참조기 양식이 시작됐고, 현재는 대량 종자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참조기는 상품성까지 갖추면서 대표적 양식 어류인 우럭·광어 등 대체 품목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4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영광 백수읍의 육상·가두리·축제식 양식시설에서 연간 100만~200만마리의 치어를 생산, 지역 어가에 보급하고 있다.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집단 폐사가 잦은 우럭·광어 등의 양식 어가들까지 앞다퉈 참조기로 품종 교체에 나서면 치어 분양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참조기는 수온 변화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기는 섭씨 18도 내외에서 가장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다. 하지만 섭씨 4.5도의 낮은 수온이나 34도의 높은 수온 등에서도 다른 연근해 양식 어종과 달리 집단 폐사 등이 발생하지 않는 등 양식이 훨씬 수월한 것으로 연구됐다. 또 1년이면 상품성을 갖춰 어가들에게 인기다. 해양수산과학원은 매년 2월쯤 참조기의 알을 채취, 부화시킨 뒤 치어가 5㎝가량 자라는 6월쯤 어가에 분양한다. 양식 어가는 치어가 100g정도까지 자라나는 같은 해 12월~이듬해 1월쯤 영광군 수협에 되판다. 즉 다른 어류와 달리 치어에서 상품성 있는 성어로 자라는데 1년이면 충분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영광지역에서 가공·유통된 굴비는 50t가량이다. 황남용 해양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참조기가 수온 변화에 잘 적응하는 강점 이외에도 치어 입식 6~7개월이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길이 21㎝(100g)까지 자란다”면서 “2년이 걸리는 광어·조피볼락 등에 비해 훨씬 경제성이 뛰어난 만큼 성장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영광군 등은 불법어업과 기술 발달로 인한 남획·지구온난화·바다 오염 등 해양 환경의 변화 탓으로 ‘금값’이 된 자연산 참조기를 빠르게 대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광군은 치어 대량 양식을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나서는 등 ‘굴비 고장’의 명성 지키기에 나섰다. 영광군 관계자는 “최근 참조기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참여자들이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지 못했다”면서 “바다환경 변화와 자원 감소에 대비해 양식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 한 바퀴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하기 좋은 봄입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이번 주는 심각한 중국발 황사로 인해 대기 상태가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해 평소 선명하게 보이던 산과 건물들이 뿌옇게 보일 때마다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모래폭풍이 일상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중국발 오염물질이나 국내 미세먼지 모두 다양한 원인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숲 가꾸기와 식목을 통한 녹지화입니다. ●산림 공익가치 年 221조원… 1인당 428만원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완화 수단으로 여겨지는 나무와 숲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식량 공급원, 땔감, 건축자재처럼 직접 이용되는 것은 물론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요즘은 나무를 직접 이용해 얻는 효용보다 간접적이고 공익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온실가스 흡수, 대기질 개선, 산사태와 가뭄 방지, 생물다양성 확보, 열섬효과 완화, 산림휴양 등이 대표적이지요. 지난해 말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221조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428만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과학자들은 온실가스인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나무와 숲이 하는 것만큼 효율이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보통 녹지화나 숲 가꾸기라는 말을 들으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산림학자와 조경학자들은 도심 녹지 조성을 할 때 대형 녹지공간을 덜렁 하나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도심 곳곳의 자투리땅들을 이용해 나무를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 중소형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로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삭막한 삶을 사는 도시민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내 정서와 지구를 위해 식물 키워 보기를 다음주 월요일은 나무를 심는 날, ‘식목일’입니다. 올해로 76회를 맞는 식목일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념일이 됐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매년 4월 5일의 일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3월로 식목일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예전 같은 나무심기 행사를 보기는 힘듭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정원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저서 ‘정원의 쓸모’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고립감, 소외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식목일을 맞아 식물 키우기에 나서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작은 나무 한 그루, 화분 하나를 가꿔 보는 행동이 크게는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edmondy@seoul.co.kr
  • “일본 벚꽃 만개 시기, 1200년 만에 가장 빨랐다”…원인은?

    “일본 벚꽃 만개 시기, 1200년 만에 가장 빨랐다”…원인은?

    일본 교토의 벚꽃 개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더니, 올해는 기상청 데이터 수집 역사상 가장 빠른 시기에 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벚꽃은 4월에 개화를 시작해 초·중순 경에 만개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점차 개화와 만개 시기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교토의 벚꽃 절정 날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3월 26일이었다. 교토를 포함해 올해 일본 전역의 12곳 이상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나왔다. 현지 기상청이 1953년부터 데이터를 수집한 이래로 가장 빠르거나 두 번째로 빠른 기록들이다.  이와 더불어 현지의 한 전문가는 올해 교토의 벚꽃 만개 시기가 1200여 년 전인 서기 812년 이래로 가장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오사카부립대학의 야스유크 야오노 박사는 오래전 일본 황실과 귀족, 주지사 등이 남긴 기록과 승려들이 남긴 일기 등을 토대로 과거의 벚꽃 개화 시기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1236년, 1409년, 1612년 3월 27일에 각각 벚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있었으며, 서기 812년 이후에는 올해의 절정 시기인 3월 26일보다 앞서는 기록은 없었다는 것이 야오노 박사의 주장이다. 아오노 박사는 온라인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통해 “과거 기록에 남아있는 벚꽃의 평균 개화 날짜는 800년대 초반부터 1800년대까지 약 1000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만개 날짜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빨라지는 벚꽃 개화 및 만개시기가 지구온난화 및 도시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벤자민 쿡 박사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한 인터뷰에서 “교토의 벚꽃 만개 기록은 꽃이 피는 현상과 봄철 기온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이는 기후변화 연구에 매우 높은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00년대 이래로 지구온난화는 조기 개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일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지만, 일부는 지난 몇 세기 동안 이어진 도시화 현상과 이로인한 열섬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마이클 만 교수 역시 “역대 벚꽃이 핀 시기에 대한 기록은 과학자들이 과거 기후를 재구성할 때 살펴보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라면서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지난 1000년 이래 전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토의 경우 지난 100~150 년 사이에 개화와 만개의 시기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1850년대의 평균 개화 일은 4 월 17일경이었지만 이후 4월 초까지 앞당겨졌다. 이 기간 동안 교토의 평균 기온은 약 3.4C) 상승했다. 한편 일본은 국화이자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인 벚꽃을 모티브로 한 도쿄올림픽 성화봉을 제작하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4일 길어진 여름, 7일 짧아진 겨울… 더워지는 ‘핫반도’

    4일 길어진 여름, 7일 짧아진 겨울… 더워지는 ‘핫반도’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반도가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30년 전인 1980년대보다 2010년대는 평균기온이 1도 가까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최근 30년 동안의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새 기후평년값(1991~2020년)을 발표했다. 기후평년값은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에 따라 10년 주기로 산출되는 기후 기준값이다. 지금까지는 2011년에 발표한 1981~2010년의 기후평년값을 사용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2.8도다. 30년 단위로 평균을 낸 평년값은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올랐지만 10년 단위 평균기온으로 보면 1980년대보다 0.9도나 상승했다. 주요 도시의 기온 역시 이전 평년값과 비교해 0.3~0.4도 상승했다. 평년기온이 가장 높은 곳으로는 서귀포(16.9도), 제주(16.2도), 부산(15.0도) 순이었다. 기온 상승에 따라 폭염과 열대야현상은 각각 1.7일, 1.9일이 증가했고 겨울철 한파일수는 0.9일 줄었다. 이와 함께 계절 길이변화도 컸다. 이전 평년보다 봄과 여름은 각각 4일 길어지면서 계절의 시작이 2~6일 정도 빨라졌다. 반면 가을은 1일, 겨울은 7일 짧아졌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바다의 수온도 크게 올랐다. 한반도 주변 수온은 2010년을 전후해 15.9도에서 16.7도로 0.8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봄꽃 개화 시기도 변했다. 최근 30년 동안 매화는 10~21일, 개나리는 2~6일, 진달래는 3~5일, 벚꽃은 2~6일이나 일찍 꽃망울을 열었다. 한편 26일 금요일 광주 지역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3년 3월 9일 26.8도, 2014년 3월 28일 26.2도에 이어 3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기온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지역의 경우 3월 최고기온 역대 5위까지의 기록은 모두 2000년대 이후에 세워졌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자치광장] 지역 주도 뉴딜정책, 선택 아닌 필수/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자치광장] 지역 주도 뉴딜정책, 선택 아닌 필수/유덕열 동대문구청장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결국 무분별한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저지른 원인 제공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시베리아 등에서 위협적인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자 기후변화와 산불 증가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온 상승과 산불 발생 위험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미래의 온도 상승폭을 2.0도에서 1.5도 수준으로 억제한다면 산불 위험 요인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온도 상승폭이 줄어들면 산불뿐만 아니라 폭우, 폭설, 폭염, 한파, 홍수 등 총체적인 기후 재앙 발생 확률도 낮출 수 있다. 전 세계가 온도 상승폭을 줄일 수 있는 탄소제로 정책에 집중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그린뉴딜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 동대문구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을 바탕으로, 지역이 주체가 돼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역 현황에 맞춘 뉴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초 뉴딜정책팀을 신설하고 ‘동대문형 뉴딜 종합 계획’도 세웠다. 이 계획에는 그린뉴딜 분야 5개 핵심 과제, 18개 중점 사업을 포함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뉴딜 분야 등 총 11개 핵심 과제, 31개 중점 사업이 실려 있다. 우선 우리 구는 대기오염 발생원 주변, 통학로, 주민 생활권 등 지역 곳곳에 숲을 조성하는 한편 친환경 빗물마을과 도시텃밭 등을 확충해 도심 내 생태계를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석유 중심 수송 체계에서 전기ㆍ수소 중심의 친환경 이동 수단 체계로 바꾸기 위해 행정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도입하고, 민간의 전기차ㆍ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 및 서울시와 지원 사업을 한다. 차량 도입에 맞춰 전기충전소 인프라도 확충해 나간다.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인, 마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 [금요칼럼] 매화에 대한 푸대접/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매화에 대한 푸대접/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사군자’라고 한다. 조선의 선비는 사군자와 소나무의 맑고 곧은 성정을 찬미하는 시문을 헤아릴 수 없이 썼다. 그중에서도 나는 매화시를 가장 좋아한다. 추위를 이기고 피어난 한 떨기 매화의 청향(淸香)이라니, 상상만 해도 어여쁘고 기특하다. 실학자 성호 이익은 매화에 관해 흥미로운 글 하나를 남겼다. ‘매화불입소’(梅花不入騷)인데, 중국의 옛 시인 굴원이 ‘이소경’에서 매화를 푸대접했다는 점을 기록했다(‘성호사설’, 제5권). 뜻밖의 사실이지만 중국 고대에는 소나무, 국화 그리고 대나무 세 가지가 문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매화는 그 대열에 끼지 못했단다. 고매한 매화가 사랑받지 못한 것을, 이익은 한탄했다. 매화 시인으로 손꼽히는 퇴계 이황이야말로 옛사람의 편견을 크게 섭섭해했다. ‘절우사시’(節友社詩)에서 퇴계는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도연명은 소나무와 국화, 대나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었으나 매화는 배제했는데, 왜 그랬단 말인가.” 그러고 나서 퇴계는 스스로 답했다. “도연명의 글에도 매화는 빠졌다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비판하지 않았으니, ‘이소경’만 탓할 일은 아니네.” 매화가 푸대접받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익은 한 가지 일화를 통해 그 궁금증을 풀었다. 16세기 정구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동산에 매화를 많이 심어 놓고 백매원(百梅園)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이른 봄날 최영경이란 큰선비가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최영경은 도끼를 가져다가 매화나무를 모두 베었다. “매화가 너무 늦게 피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비들의 기대와 달리 매화가 눈 속에 꽃을 피우는 일은 없다. 옛날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아직 겨울이 가기도 전에 청향을 내뿜는 매화의 고고함은 선비의 가슴속에나 있을 뿐이다. 날카롭기 짝이 없는 성호 이익의 진단은 이러했다. “내가 매화의 성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안에서 조심스럽게 보호해 기르지 않는다면 그 꽃은 복숭아나 오얏과 함께 피어나더라. 봄철은 꽃이 흔하므로 ‘이소경’에는 봄꽃을 하나도 넣지 않은 것이다. 굴원이 ‘이소경’을 지을 때 매화를 빠뜨린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고 짐작한다. 또 최영경으로 말하면 인품이 맑고 고상한 선비였는데, 그 역시 매화의 이러한 성질을 제대로 알았다고 생각한다.” 최영경은 남명 조식의 고제로 성품이 고고하고 절개가 있었다. 그 역시 눈 속에 함초롬히 핀 매화꽃을 고대했으나, 평범한 봄꽃에 불과함을 알고 실망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도끼질까지 할 필요야 있었을까. 이익은 최영경의 마음을 너그럽게 헤아렸다. 나는 조선 선비들이 쓴 매화시를 많이 읽었는데 “올해는 매화가 너무 늦게 피었다”라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는 구절을 자주 보았다.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삼월 초순이면 매화꽃이 만개하는데 과거에는 사정이 달랐던가 보다. 매화의 식생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선비는 이익이었으나 그래도 그는 매화를 퍽 좋아했다. 그는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한 시 한 편을 후세에 떡하니 남겨 놓았다(‘성호전집’, 제1권). 가장 사랑스러운 그대, 보는 이 없어도 스스로 피었네(最愛無人亦自芳) 꽃 중의 군자여, 그대와 함께 거닐고 싶소(花中君子與相羊) 가지 부여잡고 천천히 향기 마시면 밤 깊은 줄도 모를 것이오(扳條細嗅忘歸寢) 이 밤 내 걱정은 오직 하나, 그대 향기 놓칠까 봐 이는 조바심뿐이네(只怕通宵浪費香) 이익으로 말하면 퇴계 이황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았던 이라서 매화 사랑도 제대로 알았다. 그러나 세월은 모든 것을 바꿔 놓는 법, 이런 풍류를 아는 사람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을 듯하다.
  • 美, 중국산 없이 살 수 있나… 바이든 ‘反中 딜레마’

    美, 중국산 없이 살 수 있나… 바이든 ‘反中 딜레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전력 분야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뜻밖에도 이 약속이 중국 인권 문제 해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장 위구르족이 강제노동으로 생산하는 태양광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하면 자신의 핵심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돼 재선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이 정말로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경제를 재건하고 지구온난화에 빠르게 대처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열망이 국제 무역의 암울한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줄곧 “중국이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수용소에 가두고 강제노역을 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신장에서 생산하는 면화 제품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중국은 (인권유린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태양광 협회는 “신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을 자발적으로 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다. 미국 노동계도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신장이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절반 가까이 생산하는 ‘태양광 산업의 메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80%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이 가운데 50% 이상을 신장 지역이 맡는다. 미국에는 제대로 운영되는 태양광 관련 공장이 없다시피 하다. 태양광 산업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이미 ‘규모의 경제’로 들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산 제품을 쓰지 않고 미국의 패널 수요를 충당하려면 인도나 베트남 등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이는 나중에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고문을 역임한 마이크 매케너는 블룸버그에 “미국이 신장산 제품을 쓰지 않으면 ‘2035년 탄소배출 저감’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이 지역 폴리실리콘 수입을 허용하면 대중 인권 압박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돼 정치적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미국은 중국의 저렴한 공산품에 기대 거대한 소비경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결별을 앞두고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원숭이 꽃신’의 우화가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다양성 보존海 온난화 해결海 식량도 확보海...인류 고민 해결사로 주목받는 ‘바다의 힘’

    다양성 보존海 온난화 해결海 식량도 확보海...인류 고민 해결사로 주목받는 ‘바다의 힘’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체를 탄생시킨 곳이다.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고 면적은 약 3억 6200만㎢에 이른다. 인간 역시 바다에서 만들어진 단세포 생물에서 육지생물로, 다시 포유류로 진화했다. 이 때문인지 오랫동안 인류에게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바다는 인간에게 시련을 주거나 베일에 싸인 신비의 존재였다. 20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바다의 비밀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우주만큼이나 여전히 숨겨져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프리스틴 시스 프로젝트팀과 프랑스, 캐나다, 필리핀, 독일, 호주 6개국 연구자들로 꾸려진 국제공동연구팀은 해양 보전이 일석삼조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3월 18일자에 발표했다. 바다를 보호하면 ▲해양 생물 다양성 확보와 생태계 복원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식량 공급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저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 전체 바다를 가로, 세로 각각 50㎞ 단위의 격자로 나누고 해양 생물종, 탄소포화도는 물론 남획과 서식지 파괴 같은 환경 위협 정도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으로 해양보호구역(MPA)과 그 밖의 바다 상태를 분석했다. 해양보호구역은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 외에도 역사와 문화 유산,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필요성 때문에 국가나 지방정부가 지정해 관리하는 구역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의 2.7%가 MPA로 보호를 받는다.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바다의 21%만 전략적으로 보호하더라도 해양 생물 다양성 90%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보호구역을 전체 해양의 28%로 늘리면 식량을 590만t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흔히 저인망(트롤링) 어업이 바다 밑바닥 퇴적물에 저장된 탄소를 외부로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지 수치화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트롤링 어업은 매년 수억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바닷물에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전 세계 항공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버금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전체 바다의 3.6%만 트롤링 조업 금지구역으로 정하면 해양 탄소 배출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업 금지 구역 확대가 어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어업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보호구역 확대가 아니라 남획과 지구온난화라는 것이다.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트롤링 조업 금지 조치를 3년 동안만 지속해도 해양 생태계 복원 효과와 함께 어획량도 이전보다 800만t 이상 늘어난다. 특히 남극해 보전은 최적의 방법이라고도 제시했다. 해양생태학자 엔릭 살라 박사는 “인류가 전체 바다 중 단지 30%만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면 생물다양성 상실, 기후변화, 식량 부족 같은 인류 당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00년 만에 살인적인 가뭄 온 유럽’기후 재앙’ 현실로

    2000년 만에 살인적인 가뭄 온 유럽’기후 재앙’ 현실로

    유럽이 지난 2000여 년 중 가장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로마 시대에 서식했던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하고, 이를 살아있는 나무와 비교·분석해 기후의 변화 과정을 뒤쫓았다. 로마 시대의 기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이용된 것은 당시 우물 건설에 사용했던 자재의 잔해다. 중세 시대의 기후는 강 퇴적물에 보존돼 있던 참나무를 통해, 지난 100년간 근현대의 기후는 살아있는 오크나무 147그루의 나이테를 통해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나이테를 이용한 연구는 너비와 밀도를 이용해 기온을 추정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와 산소의 동위원소를 측정해 당시 수분이 얼마나 존재했는지를 추론하는 방식이 이용됐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유럽이 가장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시기는 16세기 초인데, 분석 결과 당시보다 현재의 가뭄 정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3년과 2015년, 2018년 유럽의 여름은 지난 2110년 동안 발생했던 그 어떤 가뭄 현상보다 더욱 심한 가뭄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연구진은 유럽에 닥친 살인적인 가뭄의 원인 중 하나로 인간 활동을 꼽았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극심한 고온 및 가뭄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 울프 뷘트겐 교수는 “지난 2000년 동안 이렇게 극심한 가뭄은 없었다는 것이 연구로 증명됐다”면서 “기후변화가 발생하면 극단적인 기상이 자주 나타나고, 농업과 생태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3년 가뭄 당시 유럽에서는 7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9년 발표된 ‘자연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서북미와 서유럽, 서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폭염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후변화는 겨울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10월 3일 영국의 강수량은 1891년 이래 가장 많았으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유사한 집중호우가 10배 이상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구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0년 전 그날 악몽의 후쿠시마… 30년 뒤에도 ‘죽음의 땅’

    10년 전 그날 악몽의 후쿠시마… 30년 뒤에도 ‘죽음의 땅’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 반도에서 동쪽으로 70㎞ 떨어진 해저 29㎞에서 거대한 재앙의 서막이 열렸다. 1900년 이후 전 세계 네 번째로 강한 지진인 규모 9.0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최대 높이 40.5m의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은 해안 도시와 바닷가와 인접한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쓰나미가 밀어닥치자 원전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과 수소폭발로 엄청난 방사능이 누출됐고,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되돌아봤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앞으로 30년간 추가 작업을 통해 손상되지 않은 핵연료를 회수하는 한편 녹아내린 핵연료의 파편을 제거하고 원자로를 분해해 오염된 냉각수를 폐기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파괴된 4기의 원자로 폐로 비용을 8조엔(약 84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0년 뒤에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손상된 4개의 원자로는 노심용융과 수소폭발로 모두 다른 형태로 손상된 상태다. 이 때문에 처리 방식과 기간도 모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상되지 않은 연료 회수 및 제거는 203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지만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을 제거하는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핵연료가 어떻게 손상됐고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년에 로봇을 이용해 2호기 바닥에 녹아내린 핵연료 일부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냉각수라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124만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이트를 거의 채우고 있어 보관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이외에 류테늄, 코발트,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각종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 방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한편 네이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전 세계에서 원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전했다. 사고 전에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원전 도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많았지만 사고 이후 원전 도입 신중론이나 반대론이 주를 이루게 됐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에 관한 특별보고서에서 원전의 필요성과 역할을 인정했지만 그 전제로 철저한 안전성 확보와 대중 수용성을 제시했다. 네이처는 현재 16개국에서 50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만 한국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네이처는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이용자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을 논의에서 소외시키고 있다”며 “원전이 탄소제로 사회를 구현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설계, 개발, 정책 결정 등 전 과정에 실질적인 대중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산불이 만든 미세먼지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독하다

    [사이언스 브런치] 산불이 만든 미세먼지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오염물질 배출이 예년보다 줄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어서 건조한 날씨가 잦아지고 길어지면서 산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9년 하반기에 시작해 지난해 초까지 이어졌던 호주 대형산불도 그렇고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건조한 날씨들이 잦아지고 있어 산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UCSD) 스크립스해양연구소, 공중보건·인간장수과학부, 해양대기관리청(NOAA) 공동연구팀은 산불 연기가 만들어 내는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각종 분진들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사람의 호흡기에 더 치명적이라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일자에 실렸다. 산불 연기에는 PM2.5, 흔히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입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폐에서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를 관통해 혈류로 흘러들어가 혈관은 물론 주요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산불로 인해 만들어지는 PM2.5와 다른 배출원에서 나오는 PM2.5를 분리하기 위해 NOAA의 배출가스 위험지도시스템의 자료와 최근 14년 동안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자동차 배기가스를 포함해 산불 이외의 원인으로 만들어지는 PM2.5가 대기 중 10㎍/㎥ 증가할 경우는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자를 1%포인트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똑같은 양의 PM2.5가 산불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우는 입원 환자가 1.3~10%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특정 오염물질 입자의 크기가 똑같다고 해서 독성도 같다고 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산불의 영향은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번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로산나 아길레라 UCSD 스크립스해양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실험실 실험 수준으로 확인됐던 것을 실제 모집단 수준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길레라 박사는 또 “매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산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잦아지고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건조한 날씨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산불 조기감지시스템 구축과 함께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산불로 희생된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산불로 희생된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식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온실형 식물원뿐만 아니라 온실 형태를 띤 백화점과 카페 같은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온실은 노지에서 재배하기 힘든 식물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현재 도시에서는 그 의미가 변형·확대돼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나도 한때 온실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추운 겨울 온실 문을 열면 아열대의 열대우림으로도, 건조한 사막으로도 갈 수 있다. 온실은 오래전 인류가 먼 땅의 식물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 키우기 위해 만든 것이며, 식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의 공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온실에 관한 내 감정이 복합적이긴 하지만 이제 식물을 노지에서만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 됐고, 그렇게 온실을 둘러싼 현상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온실을 자주 찾게 됐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온실부터 소규모의 특정 식물만이 식재된 온실까지. 우리나라의 짧은 시설원예 역사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온실이 지어졌고,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나는 특히 대규모 온실보다는 특정 식물만 식재된 소규모 온실을 선호한다. 그중에는 호주 식물만 모아 둔 경기도 외곽의 ‘호주 온실’이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호주의 해변과 열대우림, 거대한 사막에 자생하는 식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방크시아, 바오바브나무, 아카시아, 병솔나무…. 이 중엔 유독 시원하고 강력한 숲향이 나는 식물, 유칼립투스도 있다.유칼립투스는 우리나라 플로리스트와 원예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식물이다. 꽃다발의 꽃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소재로 자주 쓰이며, 사람들은 집안에 유칼립투스 화분을 두는 걸 선호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봐 왔던 관엽식물과 달리 잎 색이 옅고 잎이 나는 형태도 독특하다.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로 유지돼 장식으로 선호한다. 나 역시 5년여 전 향초 회사로부터 아로마 오일 원료를 그려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레몬향이 나는 레몬 유칼립투스를 그린 적이 있다. 유칼립투스는 절화와 분화로 각광받기 전 이미 향수와 화장품, 약에 들어가는 오일 원료로 인기가 많은 허브 식물이었다. 화사한 꽃향이나 상큼한 과일향과 달리 진한 숲향이 느껴지는 데다 두통과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유칼립투스 오일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나 역시 레몬 유칼립투스를 그리는 동안 내 손에 물든 유칼립투스의 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평소 두통이 잦아 향기에 예민한 내가 유칼립투스를 그리는 동안에는 두통을 느끼지 못했고, 그렇게 유칼립투스와 그 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유칼립투스는 지난해 역사적인 시련을 겪었다. 호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때문이다. 이 산불로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 80%가 불에 탔고, 약 5억 마리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호주에는 약 100만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이 중 80% 이상이 지역 특산종이다. 유칼립투스도 호주 식생의 주를 이룬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유칼립투스속 660여종은 인도네시아와 뉴기니 그리고 필리핀까지 있지만, 대부분은 호주가 원산이다. 나무에 오일 함량이 많아 인화성이 높은 유칼립투스는 호주의 잦은 산불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나무 깊숙한 곳에서 싹이 발아하는 습성을 가진 채 진화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강력한 불길에는 속수무책이었고, 새로운 싹을 틔울 수도 없었다. 대형 산불로 그렇게 코알라의 서식지인 유칼립투스 숲 대부분이 사라졌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나라에서도 산불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경기도에서만 세 건의 산불이 났고, 이 산불은 모두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날 광릉숲에서 일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했던 것은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가 아닌 산불이었다. 산불만큼 식물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없다. 주변 연구자들은 산불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식물 연구에 회의가 든다고 했다. 나 역시 산불로 전소돼 버린 숲을 보고 있으면 내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되묻게 된다. 그곳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절대 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순 없으며, 나무가 자라는 데만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계절이 됐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도 있지만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는 풀도, 버섯도 그리고 작은 곤충과 동물도 살고 있다는 것, 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닌 이 생물들이란 점이다. 우리의 실수로 이들 삶의 터전을 망쳐선 안 될 것이다.
  • 산림청 “식목일 3월로 앞당기고 공휴일 검토”

    산림청 “식목일 3월로 앞당기고 공휴일 검토”

    정부가 현재 4월 5일인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고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서울신문 3월 1일자 1·2면>고 확인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올해 나무심기 추진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박 청장은 “지구온난화와 기온상승의 영향으로 나무 심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식목일을 3월로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타당성을 검토해 볼 시기가 됐다”며 “수목의 생리적 특성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국민 여론과 이해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첫 나무심기 행사는 지난 2월 24일 경남 거제 국유림 지대에서 열렸으며, 4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나무심기가 추진된다. 그동안 기온 상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나무심기를 4월에서 2∼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식목일을 조정하려면 행정안전부 소관 기념일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박 청장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으로 결정되면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어 필요하면 같이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 식목일에는 서울 남산 면적의 70배에 이르는 2만여㏊에 4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박 청장은 “올해는 탄소중립 선언 이후 처음 실시되는 나무심기 원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국민 모두가 나무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도시 외곽 산림에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숲 1068㏊와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인 산업단지 주변에 156㏊의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한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내 나무 갖기 캠페인’ 행사를 벌여 각 가정에서 한 그루씩 나무를 심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환자 더 힘들게 만든다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환자 더 힘들게 만든다

    2021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 됐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전 세계는 ‘빼앗긴 들’이 돼 ‘봄’이라는 계절을 만끽할 여유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계절이라는 거대한 자연법칙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다. 모두가 기다리고 반기는 봄을 가장 먼저 그리고 고통스럽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그런데 알레르기 환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헨공과대(TUM) 생명과학부, 고등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빨라졌고 더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알러지학’ 2월 26일자에 발표했다.기관지 점막이나 코 점막이 예민한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콧물이 주르륵 흘러나온다든지 잇따른 재채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동물의 털, 진드기, 계절이 변화하면서 갑자기 찬바람이 불거나 기온이 올라가는 것 등 다양하다. 그중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철에 발생하거나 악화된다는 특성이 있다.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목련 같은 충매화는 공기 중에 잘 날리지 않고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데 버드나무, 사시나무, 오리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풍매화에는 바람에 씨가 멀리까지 잘 날아가도록 털이 붙어 있다. 흔히 이 털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씨와 함께 나오는 우리 눈엔 잘 보이지 않는 꽃가루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연구팀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가 언제부터 날리기 시작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일 뮌헨과 밤베르크 등 바이에른주 지역 6곳을 지정해 1987년부터 2017년까지 30년 동안 꽃가루와 관련한 자료를 분석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봄철 꽃가루 영향을 받는 기간이 지난 30년 동안 20일가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독일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꽃가루 영향을 받는 시기는 이보다 훨씬 빠르고 길어졌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풍매화 중 개암나무나 오리나무는 꽃가루를 날리는 시기가 매년 최대 2일씩 빨라지면서 30년 전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졌다. 꽃가루가 영향을 주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도 30년 전보다 보름가량 빨라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가 더워지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면 알레르기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꽃가루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아네트 멘젤 뮌헨공과대 교수(생태기후학)는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 준다”며 “시민과학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관찰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꽃가루와 지구온난화에 관한 연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고통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마스크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언젠가 다가올 코로나19 종식은 기쁜 일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인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도 그렇고 알레르기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꽃가루 문제도 모두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기후변화 만능설’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인간이 뿌린 불행의 씨앗이니 인간이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
  • “실험기구로 가득찬 화학실험실 이젠 옛 말”...화학실험도 인공지능으로 수행

    “실험기구로 가득찬 화학실험실 이젠 옛 말”...화학실험도 인공지능으로 수행

    ‘화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흰 가운을 입은 연구자가 시험관이나 비이커를 이용해 실험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화학실험도 이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실험을 먼저 한 뒤 실험실에서 검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플랫폼연구본부, 화학공정연구본부 연구팀은 인공지능(AI) 기계학습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가상실험을 실시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이전보다 수율을 10% 이상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반응 화학 및 공학’에 실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온실가스를 포집하거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특히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으로 바꾸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합성고무, 각종 건축자재, 접착제, 페인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원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메탄에 산소를 투입하지 않고 화학원료로 바꾸는 촉매공정은 기술수준이 높고 부산물이 많이 나와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1000도가 높는 고온, 가스 속도, 압력 등 다양한 조건에서 실시된 실험자료 250개를 수집해 다시 인공지능이 1만 번 이상 가상실험을 수행하도록 했다.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을 통해 온도, 속도, 압력, 반응기 구조를 미세하게 조절한 조건을 만들어 가상실험을 실시했다.연구팀은 이렇게 얻어진 가상실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의 ‘인공 꿀벌 군집(ABC)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자연에서 꿀벌들은 꿀이 있는 지역을 탐색하고 꿀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들에서 꿀이 많은 곳을 알아내 꿀을 찾고 모은다. ABC 알고리즘은 이처럼 여러 가상 실험조건을 탐색하고 어느 조건에서 어떤 실험결과가 나오는지 구체적 정보를 수집한 다음 그 정보들에서 더 좋은 실험결과가 나오는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3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수율을 20% 이상 높이는데 성공했다. 장현주 화학연구원 박사는 “공정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연구분야에서 250번의 실험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짧은 시간에 높은 수율의 반응조건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라며 “이번에 개발된 방법은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을 가상 환경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화학산업의 중요한 여러 반응에서 바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기억해요, 지구를 위한 10가지 행동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기억해요, 지구를 위한 10가지 행동

    미국 전역이 기록적 한파에 시름하고 있다. 시카고주는 45㎝ 폭설이 내렸고, 캔자스주는 영하 25도, 콜로라도주는 무려 영하 42도를 기록했다. 혹한을 경험해 본 적 없던 텍사스마저 영하 10도로 떨어지며 속수무책이다. 정유시설이 가동을 멈췄고, 휴스턴의 항만은 폐쇄됐다. 대개 가정에 난방시설이 없는 터라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재난’과 맞닥뜨렸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그의 선임고문 출신 톰 리빗카낵은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세 가지 마음가짐과 열 가지 행동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10년이 ‘운명을 좌우할’ 시간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인류가 최악의 사태를 벗어날 가능성을 50% 이상 높일 수 있다. 2050년까지, 이상적으로는 204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마음가짐으로 ‘단호한 낙관’, ‘무한한 풍요’, ‘철저한 재생’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단호한 낙관이다.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는 나쁜 소식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다른 미래의 실현 가능함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바탕이다. 자원을 두고 무한 경쟁하기보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무한한 풍요가 여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재생은 우리가 이미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다. 이제 10가지 행동방향을 숙지하는 일만 남았다. 그 시작은 옛 세상과 작별하기에서 비롯된다.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의 의식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끝없는 소비자로 만든다. 그 흐름에 맞서 깨어 있는 시민이 되는 일,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한다.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일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기후위기 해결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아직 미비하다. 저자들은 마지막 행동방향으로 정치 참여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오늘날 많은 나라의 민주주의가 기업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된다. 주권자로서 시민은 이에 휘둘리지 않을 정치인을 선택해 함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들의 주장이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궁극에는 0으로 줄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 해 보지도 않고 비관하지 말자. 지금 바로 지구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 [씨줄날줄] 텍사스의 폭설/문소영 논설실장

    [씨줄날줄] 텍사스의 폭설/문소영 논설실장

    한겨울 추위가 북반구에 몰아쳐도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쯤 되는 미국 텍사스에 며칠째 폭설이 내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고온건조한 기후라 전력 시스템도 붕괴됐다고 한다. 화력발전소는 정지됐으며, 풍력 발전기의 터번은 얼어서 멈추었다. 지난 15일 정전으로 430만 가구와 사업장에 전력 공급이 차단됐다니 텍사스로서는 몹시 심각한 상황이다. 대규모 순환 정전으로 전기는 각 가정에 할당제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줄어 원유 생산을 줄였는데, 이제 와서 난방연료 수요를 대려니 원유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30년 만에 눈이 내렸으니 대비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그 결과 108중 추돌 사고도 발생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여름에 맞춰 나무로 지은 집들은 겨울에도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지만 난방장치는 잘 작동하지도 않는다. 텍사스 포트워스시는 가전 플러그는 다 뽑아 놓고, 창문엔 커튼을 치며,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전기가 들어와도 실내 온도를 높이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텍사스의 이번 한파는 북극에 머물러야 하는 차갑고 건조한 극소용돌이가 남하한 탓이라고 한다. 알래스카보다 기온이 더 낮았다. 기후의 역습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종말을 맞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핵전쟁,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지구온난화, 즉 기후변화를 꼽았다. 빙하기에 비해 현재 지구의 온도는 섭씨 6도 더 높다고 한다. 겨우 6도 높다고 문제가 되겠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상 생물들은 수백만년 동안 천천히 기온에 적응해 왔기 때문에 1도의 오르내림으로 생물의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 빌 게이츠도 최근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란 책을 냈다. 연간 510억t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제로(0)로 만들어야 하는데, 전기 생산에 27%, 제조에 31%, 사육과 재배에 19%, 교통과 운동에 16%, 냉방과 난방에 7%가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질문한다. ‘기후변화’는 정치권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회피하려고 만들어 낸, 위기감을 덜 주는 말이지만, 인류가 각성하려면 빌 게이츠처럼 재앙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 기후 문제를 현재처럼 다룬다면 ‘인류세’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 미국 에너지 산업의 심장인 텍사스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한겨울에는 더 춥고, 한여름에는 더 덥고 더 긴 장마가 지속되는 한국 날씨를 고려해 에너지 관련 시설들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원전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추진하는 녹색에너지가 과연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대안인지도 점검할 대상이다. symun@seoul.co.kr
  • 한파의 역습, 美 에너지 시스템 무너뜨렸다

    한파의 역습, 美 에너지 시스템 무너뜨렸다

    73%가 눈에 덮여… “1조여원 규모 재난”텍사스 영하 18도 등 2000여곳 최저기온 반도체 공장 정전… 글로벌 차량 수급 차질“에너지시스템 기후변화 속도 못 따라가2050년 남동부 전력 수요 35% 증가할 것”북극 지방에서 몰아닥친 이상 한파로 미국이 꽁꽁 얼어붙으며 연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2000여곳에서 최저기온 기록이 깨진 데 이어 ‘사막과 폭염의 도시’로 알려진 남부 지방 텍사스마저 눈보라에 뒤덮였다. 풍력 터빈 등 전력 공급원까지 얼어 수백만 가구가 정전이 됐는데, 도시 에너지 시스템이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웠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알래스카,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 48개주 전체 면적 중 73%에 눈이 쌓였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미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주민 1억 5000만명에게 겨울 폭풍 경보가 내려졌고, 최소 23명이 동사와 빙판길 사고 등으로 숨졌다. 기상학자 타일러 몰딘은 “이번 한파는 올해 들어 첫 10억 달러(약 1조 1020억원) 규모의 기상 재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번 혹한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머무른다. 하지만 온난화로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더워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며 한파를 몰고 온 것이다. 특히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는 텍사스주는 이날 영하 18도를 기록하며 1931년 이후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극지방 알래스카(영하 16도)보다 낮은 온도다. 한파 대비가 돼 있지 않은 지역이라 전력 공급 문제도 커졌다. 발전 시설이 멈추면서 18개주 550만 가구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중 텍사스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다.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17일 새벽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은 1998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이다. 주변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인피니언도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는 이번 미국 정전 사태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파로 인한 인명·인프라 피해가 잇따르며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 시스템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력망은 미래의 위험을 예측해 설계하지만, 기후변화는 빨라지고 있다”며 “현재 시스템은 과거와 다른 극한의 기후 상황에 직면하고 더 심각한 고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봤다. 최근 한 연구에선 폭염, 홍수, 물 부족 등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2050년까지 미 남동부 지역에서만 전력 수요가 35%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한파는 미국 유가를 1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리는 등 에너지 산업에도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 오른 60.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또 상당수 정유업체가 시설을 폐쇄하면서 미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해당하는 정제유 공급이 끊겼다. 미 기상청은 20일까지 맹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한국전기연구원 친환경 가스 적용 전력 개폐장치 국내최초 개발

    한국전기연구원 친환경 가스 적용 전력 개폐장치 국내최초 개발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히는 SF6(육불화황) 가스를 대체하는 친환경 가스와 이를 적용한 72.5kV 31.5kA급 개폐장치(Switch·전류 흐름을 막거나 계속 흐르게 하는 일종의 스위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KERI는 신전력기기연구센터 송기동·오연호 박사팀이 기존 SF6를 대체하는 친환경 저탄소 가스를 적용한 전력기기 개폐장치 설계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SF6 가스는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절연성능과 계통에 고장이 발생하면 고장전류를 차단하는 아크소호 성능이 다른 가스와 비교해 월등하게 뛰어나 전력기기 분야에서 50년 넘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SF6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CO2(이산화탄소)의 2만 3500배에 이르고, 한번 대기에 누출되면 무려 3200년을 존재하며 지구 대기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SF6를 대체한 개폐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SF6 대체가스를 개발했지만 일본은 가스의 유전자변이, 미국은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KERI가 개발한 친환경 개폐장치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 아닌 지구상 자연에 존재하는 CO2와 O2(산소)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한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다. KERI는 완벽한 친환경 대체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로 인체에도 무해할 뿐만 아니라 가스 비용도 기존 SF6 가스보다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절연성능과 차단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설계기술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KERI 연구팀은 친환경 개폐장치를 우리나라 전체 72.5kV 개폐장치에 적용할 경우 연간 온실가스 600만t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ERI는 이번에 개발한 개폐장치를 소규모 분산전원 간 계통 연계를 위한 송전선망에 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 개발자인 오연호 박사는 “SF6 대체가스와 이를 적용한 전력기기는 그동안 해외 선진업체가 주도한 고난도 기술 영역이었는데 KERI는 선진업체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무해한 가스와 개폐장치를 개발해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개발한 기술은 72.5kV급 이하 배전급 개폐장치 뿐만 아니라 145kV급 이상 초고전압 기기에도 확장해 적용할 수 있어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ERI는 원천기술과 관련한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한데 이어 핵심설계 기술을 145kV급 개폐장치에 확대 적용해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ERI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초고전압 개폐장치 세계 시장규모는 3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ERI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탄소중립 선언과 신 기후체제 출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에 따라 세계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 전기전문연구기관으로 경남 창원에 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블루드래곤, 블루보틀…기이한 ‘푸른 바다생물’ 호주 해변 총출동 (영상)

    블루드래곤, 블루보틀…기이한 ‘푸른 바다생물’ 호주 해변 총출동 (영상)

    바닷속 작은 청룡 ‘블루드래곤’ 등 기이한 푸른빛을 띠는 바다생물이 호주 해변에 총출동했다. 13일(현지시간) 호주 ABC뉴스는 호주 동부 해안에 수백 마리 규모의 부표생물 군집이 밀려들었다고 전했다. 해양생물학 전공 대학생 로렌스 셸레는 올여름 강한 북동풍을 타고 이동하는 부표생물 군집을 따라다녔다. 퀸즐랜드주에서 시드니까지 생물 군집을 추적한 그는 지난주 기이한 바다생물 수백 마리를 발견했다. 보기 힘든 부표생물 군집을 떼로 목격한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셸레는 “시드니 롱 리프 해변에서 ‘푸른 함대’를 전부 포착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호주 해변에 단체로 몰려온 푸른빛 바다생물은 종류도 다양했다. 3~5㎝ 크기로 생김새가 용을 닮아 ‘블루드래곤’이라 불리는 파란갯민숭달팽이(Glaucus atlanticus)도 여럿이었다. 셸레는 “은회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윗면이 등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배나 다름없다. 블루드래곤은 거꾸로 떠다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우산 하나에 여러 명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푸른우산관해파리(Porpita porpita)도 시드니 해변에 도착했다. 푸른우산관해파리는 우산 모양의 덮개가 단추 같기도 하여 ‘블루버튼’이라고도 불린다. 해파리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히드라충 폴립들이 한데 모여 만든 하나의 군체다. 덮개 부분이 키틴질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며, 폴립들은 이 덮개에 매달려 생존한다. 폭풍우가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해변으로 밀려들지만 오래 살지는 못한다.푸른색 병을 이고 다니는 것 같은 모습 때문에 ‘블루보틀’이라 불리는 작은부레관해파리(Physalia utriculus)도 눈에 띄었다. 블루버튼과 마찬가지로 자포동물문 히드로충강이다. 블루보틀을 구성하는 각각의 작은 개체 히드라충 폴립들은 저마다의 기능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어떤 폴립은 독을 분비해 물고기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촉수를 형성하고, 어떤 폴립은 먹이를 소화하고, 어떤 폴립은 번식을 담당한다. 또 다른 폴립은 방향을 잡는 돛 역할을 하는데 바람에 따라 어떨 때는 오른쪽 폴립에, 어떨 때는 왼쪽 폴립에 돛이 펼쳐진다. 이를 두고 호주환경교육협회 해양과학자 사라-조롭웨인 박사는 “바람을 탈 줄 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바이올렛 바다 달팽이(Janthina janthina)도 나타났다. 셸레에 따르면 점액으로 뒤덮인 거품 덩어리를 분비하고 그 덩어리에 의존해 바다를 떠다닌다. 특이한 점은 블루드래곤과 더불어 블루버튼, 블루보틀 등 다른 ‘푸른 함대’ 일원을 먹고산다는 점이다. 특히 블루드래곤은 자신보다 3배는 큰 블루보틀을 섭취, 그 안에 든 독침 세포를 흡수하여 저장한 뒤 재사용할 줄도 안다.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를 씹어먹은 뒤 손가락과 발가락에 해파리의 독성을 방어용으로 저장했다가 사용한다. '푸른 함대'끼리 서로 먹고 먹히는 치열함이 엿보인다. 셀례는 시기와 장소 모두 맞아떨어져야만 ‘푸른 함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호주 해변에서는 이런 ‘푸른 함대’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롭웨인 박사는 “최근 몇 년 새 ‘푸른 함대’가 부쩍 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달의 주기도 주효했을 거라고 말했다. 롭웨인 박사는 “만유인력에 따른 조수간만의 차, 바람의 방향, 수온 등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연구해보니 보름달이 뜨고 난 후 푸른 함대가 밀려들더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달의 주기가 해양생물 생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보름달이 뜨고 난 뒤 4~5일 동안 산호 산란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이들 '푸른 함대'는 왜 다 파란색일까. 롭웨인 박사는 위장술로 보고 있다. 바다 표면에 둥둥 떠나니는 탓에 포식자에게 노출되기 쉬운 약점을 바다와 비슷한 색으로 보완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다른 부표생물 군집과 잘 섞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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