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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이 더워지면 한국은 추워진다

    북극이 더워지면 한국은 추워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이제는 지겹다는 이들이 많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온난화는 지금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북극은 다른 어느 곳보다 온난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북극의 온난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해수면 상승과 북반구 전체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 지역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 준다. 그러나 북극이 따뜻해지면 제트기류는 뱀이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사행(蛇行)한다. 제트기류가 사행 구조를 보이면 날씨가 정체되는 블로킹 현상을 유발하며 겨울철 한반도는 이상 한파에 시달리게 된다. 기상청은 최근 ‘3개월(11~1월) 기상 전망’을 통해 올겨울 이상 한파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북극 빙하 면적이 평년보다 작은 상태여서 북극의 찬 기운이 한반도에 유입돼 강추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 놨다.실제로 해수면 상승과 북반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북극 빙붕의 면적이 역대 가장 작은 상태이며 온난화로 인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덴마크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GEUS),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팀은 그동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북부 그린란드 빙붕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으며 1978년 이후 전체의 30% 이상이 사라졌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1월 8일자에 실렸다. 빙붕(ice shelf)은 빙하나 빙상 같은 얼음이 바다를 만나 평평하게 얼어붙은 거대 얼음덩어리로 1년 내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곳이다. 북부 그린란드 빙붕 8개 중 3개는 2000년대 이후 완전히 붕괴했고 남은 5개도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붕괴하고 있다. 그린란드 빙붕의 붕괴는 2006년 이후 해수면 상승에 17.3%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빙붕의 변화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해 북부 그린란드의 빙하·기후·해양 상호 관계를 볼 수 있는 기후 모델과 수천 장에 이르는 위성 사진을 결합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북부 그린란드의 빙붕 손실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해양 열 강제력 분석을 통한 예측에 따르면 빙붕의 녹는 속도는 이번 세기 말까지 계속 증가하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극단적 기상 상태와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빙하학자 로메인 밀란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 박사는 “북부 그린란드 빙붕의 대량 손실은 온난화로 인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빙붕 손실은 해수면 상승은 물론 북반구 기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중국과학원 대학, 미국 노터데임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토착종보다는 외래 침입 생물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학’ 11월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전 세계 육상, 해상, 민물 서식지에 사는 1852종의 자생 생물과 187종의 외래 침입종이 극한 기상 현상에 보이는 반응을 평가한 443개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육상 생태계에 서식하는 토종 자생 생물은 폭염, 한파, 가뭄에 외래 침입종보다 저항력이 약하고 민물 생태계에 서식하는 토착 생물은 한파를 제외한 모든 이상기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신생대 대표 ‘포항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된다

    신생대 대표 ‘포항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생대 식물 화석산지인 ‘포항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산지’가 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됐다. 경북 포항 동해면 금광리에 있는 금광동층은 1㎞에 걸쳐 두께 70m 내외의 소규모로 분포하는 퇴적암이다. 약 2000만년 전 동해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화산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시기에 다소 습윤한 기후조건에서 나뭇잎 등과 같은 부유 퇴적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퇴적하면서 다양한 종의 식물화석이 층층이 군집해있다.산출되는 식물화석 종이 다양하고 화석 밀집도가 뛰어나 한반도 신생대 전기의 퇴적 환경과 식생, 기후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연유산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기록되지 않은 종을 포함해 60종이 넘는 식물화석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메타세쿼이아, 너도밤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울릉도 특산종으로 알려진 너도밤나무와 일본이 원산지인 금송 등의 화석이 함께 산출돼 당시 일본이 한반도와 완전히 분리되기 전이었음을 추정하게 한다. 문화재청은 “이곳의 식물화석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생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향후 해당 지역이 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기후 변화 대응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교육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0일의 예고기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최종 지정된다.
  •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독일에서 세계신기록 경신 성공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독일에서 세계신기록 경신 성공

    광양시와 고흥군 홍보대사인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씨가 독일에서 세계신기록를 다시 썼다. 광양시는 지난 3일 조 씨가 세계생활체육연맹 바우만 총재 초청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자신이 세운 ‘얼음 위 맨발로 오래 서 있기’ 신기록에 도전해 ‘4시간 35분’을 기록하며 도전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조 씨는 지난 10월 7일 광양시 ‘제19회 광양 전통숯불구이’ 축제장에서 ‘4시간 30분’의 기록을 달성했었다. 이번에 또다시 그 기록을 넘어섰다. 이날 조 씨는 얼음 위 맨발로 오래 서 있기 퍼포먼스를 통해 각국 대표들이 보는 앞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EXPO) 유치를 응원했다. 전 세계에 지구 온난화로 심각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광양 출신인 조 씨는 국제환경운동가로 활동중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빙하를 뜻하는 ‘얼음’ 위에서 지구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를 표현하는 ‘맨발’로 오래 서 있는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도전에 성공한 조 씨는 “전 세계인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깊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며 “특히 각국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의 뜻도 함께 알려 더 기쁘다”고 전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자신의 고통을 인내하면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씨가 우리 지역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을 광양시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 [기고] 건물 화석연료 퇴출 시급하다/박창용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기고] 건물 화석연료 퇴출 시급하다/박창용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올해 3월 발간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표면온도는 1850~1900년 대비 1.1도 상승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난 100년의 기후 데이터에 근거한 홍수 대비 인프라가 최근 내린 폭우에 대응하지 못해 세계 각국 대도시에 물난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폭우, 폭염, 가뭄 등 기상이변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구가 온난화를 넘어 과열되는 상황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22년 서울시의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에 따르면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7%였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서 건물, 특히 냉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수 불가결한 것임을 보여 준다. 세계 주요국들은 건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뉴욕주는 2026년부터 7층 이하 신축 건물에 가스보일러 설치가 금지된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2024년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한다. 또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목표 달성에 있어 건물 열 공급 부문이 가진 중요성에 주목해 재생열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연면적 50㎡ 이상 신축 건물에 대해 재생열에너지를 의무화하는 RHO제도를 운영하고, 프랑스에서는 펀드를 조성해 2022년 재생열 프로젝트에 3억 5000만 유로를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열 공급 부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최근 건물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지열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지열에너지는 높은 효율을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넓은 부지와 외부로 노출되는 구조가 필수인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지열은 천공 깊이와 간격 등을 최적화해 단위면적당 높은 재생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설비를 지중화해 도심 설치도 가능하다. 다만 지열에너지는 높은 초기 투자비와 공사 기간 등이 걸림돌이라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특정 에너지원에 유리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독일과 같이 재생열에너지의 사용 비율을 일정 부분 의무화하는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지열에너지의 장점과 신뢰성을 인식하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발과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재생에너지의 활용, 더 나아가 탄소배출 저감과 환경위기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지자체, 정부 관련 부처, 관련 업체와 학계가 활발히 소통하고 제도를 보완해 지열에너지 적용 확대를 통해 대도시의 탄소배출 저감과 지구온난화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한다.
  • 기후의 습격에 주눅들지 말지어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면 축복 햇살 비칠지니[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기후의 습격에 주눅들지 말지어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면 축복 햇살 비칠지니[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과거에도 온난화를 경험했다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인류가 오랜 세월 기후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방사성 물질·플라스틱 등의 흔적이 지각에 남는 지질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현세를 ‘인류세’(人類世)라고도 한다. 이러한 기후와 환경 위기에 무심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최후의 날을 맞은 듯한 공포와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는 롤러코스터처럼 변곡선을 그려 왔지만, 인류는 회복력과 적응 능력을 강화하면서 역사를 맥맥이 이어 왔기 때문이다. ●고대 온난기와 소빙하기 기후변화는 사회·국가·문명의 흥망성쇠를 관장한다고 할 만큼 인류의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래서 때로는 기후변화가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대 로마 사회는 ‘기후 최적기’(기원전 200~서기 150년)로 불리는 시기에 발전을 거듭했다. 수 세기 동안 계속된 안정적인 기후가 지중해를 배후로 한 고대 로마 사회의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 시기의 온화한 기후는 포도와 올리브 재배 지역을 북쪽으로 넓혔으며 농업 생산성과 산출량을 늘려 줬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져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서기 6세기에는 일련의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 입자가 햇빛을 차단하여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 결과 연 평균기온이 1~ 1.5도 내려가 지난 2000년간 가장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 ‘고대 후기 소빙하기’로 불리던 이 시기의 뚜렷한 한랭기후는 농작물 생육 부진으로 이어져 기근과 면역력 약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에 당대 최강이던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541년 흑사병이 출현하자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기후 악화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어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빈번하게 이동하면서 감염병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감염병 확산으로 비잔티움 제국의 번성했던 국력도 상당 기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중세와 근대의 기후 롤러코스터 기후는 지속해서 변한다. 서기 1000년부터 300여년간 유럽은 ‘중세 온난기’를 맞았다. 온도가 20세기 전반기의 평균기온보다 1~2도 높아졌고 지금은 영구동토층으로 뒤덮인 북유럽의 그린란드가 당시에는 곡식 재배가 가능해 푸른 땅(the green land)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 기간에 유럽 인구는 약 3000만명에서 7000만~80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해져 이른바 ‘대(大) 개간 시대’가 열렸다. 중세 온난기는 유럽인에게 경제적 발전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다. 유럽은 ‘인구혁명’, ‘상업혁명’, ‘도시혁명’을 경험하면서 문명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고딕 성당들이 유럽 도시 곳곳에 세워지고 채색 유리(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햇살이 성당 내부로 비껴들어 왔다. 투명 유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햇살은 따사롭고 눈부셨다. 하지만 기후가 시샘이라도 하듯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춥고 습한 해가 많아졌고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수만 년 전의 대빙하기와 구별해 ‘소빙하기’로 불린다. 태양의 활동이 약해져 흑점 수가 줄어들고 여러 차례 일어난 대규모 화산 폭발로 화산재들이 성층권으로 퍼져 태양의 복사량이 떨어지면서 온도가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지구가 냉각되면서 토지가 건조해지고 황폐해졌다. 겨울에는 한파가 몰아쳐 호수와 강이 꽁꽁 얼어붙었고 결빙이 봄까지 지속되고는 했다. 겨울이 온화하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겨울에 템스강이 여러 번 얼었다. 신기한 자연 현상을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두꺼운 얼음층 위에서 화롯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가판대를 설치해 ‘빙상 박람회’를 했다. 하지만 지하 저장고에 보관한 포도주가 얼고 심지어 잉크병의 잉크도 꽁꽁 얼 정도로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무엇보다 소빙하기의 도래와 생태계의 변화로 겨우내 쌓인 눈이 녹으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써 우역(牛疫)과 같은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고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1314년의 경우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서늘했고 겨울은 유달리 길고 추웠다. 다음해에는 여지없이 대홍수가 나서 1322년까지 7년간 기근이 이어졌다. 이처럼 1347년 ‘유럽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재앙’인 흑사병이 유행하기 직전까지도 환경 재난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영양실조에 걸려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의 면역 체계가 저하된 상태에서 흑사병이 유행하자 유럽 인구의 최소 3분의1이 희생됐다.●기후 스트레스와 폭력 소빙하기에는 기후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겨난 우울증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타서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자 평소 사회적 소수자인 유대인을 향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주민들은 이를 빌미로 유대인을 박해했다. 반복되는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로 높아진 긴장감과 공포심을 다른 집단에 전가하려는 희생제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까지 유달리 추웠던 100여년은 마녀사냥의 시기로 불린다. 마법을 행사했다는 죄명으로 처형된 이들은 계절을 모르고 내리는 서리, 폭우와 여름철 우박 등의 기상 악화, 질병, 흉작, 물가 폭등의 책임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이 시기는 소빙하기로 이상 기후가 가장 극심하던 때였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마녀사냥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실제로 극심한 기상 악화로 흉작이 들면 대규모 마녀 화형이 진행됐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마녀재판 횟수가 급증했다. 그래서 마녀사냥은 도시보다 인구 밀도가 낮은 농촌과 산악 지대에서 더 자주 있었다. 기후가 좋지 않으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외진 곳일수록 주민들이 살아가기가 더욱 힘들어져 희생양을 찾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처형돼도 기후가 나아진 적은 거의 없었다. 마녀사냥은 소빙하기에 발생한 기후 이상의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였다. 그렇지만 기후 재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궁핍한 현실에 대한 심리적 무기력감, 사회적 불안감은 때로 민간 차원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공동체적 연대 의식으로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이타적 인간 군상을 그렸다. 역사적으로도 기후위기를 경험하던 16세기 후반 잉글랜드는 어려움에 빠진 이웃들을 위해 부유한 주민들에게 구빈세를 내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구빈법을 통해 일종의 ‘사회 연대세’를 도입함으로써 위기에 대처한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감염병 유행은 공동체의 결속과 가치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회복 탄력성 인류는 기후변화에 적응함으로써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온난기에는 경작지를 넓히고 농업 생산성을 높여 사회와 국가 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 고대 로마 공화정과 제정기의 영토 팽창, 중세 시대 십자군의 군사 정복도 온화한 기후 속에서 진행됐다. 콜로세움과 같은 로마의 거대한 건축물과 중세의 고딕 대성당 건축 역시 최적의 기후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에서 마녀사냥이 자행되는 동안에도 네덜란드는 기후 탄력 사회로 들어섰다. 소빙하기에 댐을 쌓아 간척지를 개간하고 농작물을 다양화하는 영농 혁신으로 기상 이변에 대처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보온성이 뛰어난 모피를 확보하려고 대서양 횡단 무역을 하면서 소빙하기가 절정에 달했던 17세기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물론 기후의 역사에서 ‘인류는 다양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적응해 왔다’는 교훈을 얻는 데 만족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나아가 이를 공론화해 인간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인 ‘탄소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혼란에 빠지기보다는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탤 때 희망찬 미래가 시작된다. 중앙대 교수·작가
  • [단독] ‘저출생·고령화 위기’ 국민 체감 높아졌지만, “집값”vs “양육 부담” 세대별 이유는 달랐다

    [단독] ‘저출생·고령화 위기’ 국민 체감 높아졌지만, “집값”vs “양육 부담” 세대별 이유는 달랐다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기후위기 등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여러 위기 징후 중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체감하는 이슈는 무엇일까.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 보고서 ‘중장기 재정개혁과제 국민인식연구’에선 ‘저출생·고령화’가 꼽혔다. 각종 지표에 당장 영향을 미칠 악재로 정부는 ‘저성장’ 기류를 주목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야는 중장기까지 영향을 미칠 근본적인 악재에 닿아 있었던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생·고령화’를 꼽은 일반 국민은 47.9%였다. 이어 양극화(성별·직종·소득 격차·교육 기회 등) 23.6%, 저성장 18.5%,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 5.3%, 외교분쟁 3.2% 순이었다. 응답자의 65.5%는 ‘집값 등 주거 부담’을 가장 심각한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집값’을 고려한다는 건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기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이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뜻이다. ‘출산·양육 부담’과 ‘사교육 부담’을 심각하다고 인식한 사람은 각각 43.0%로 주거 부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젊을수록 ‘주거 부담’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20~30대의 75%는 ‘주거 부담’이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60대 이상은 ‘출산·양육 부담’이 더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 연령층 가운데 출산·양육 부담이 주거 부담을 앞선 건 60대 이상뿐이다. 이 보고서 검토 이후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는데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청약 과정에서 이들이 겪어 온 불이익을 해소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된 바 있다.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도 현 정부의 정책과 국민 인식 간 거리감이 포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은 가치에 기반한 (이념) 동맹”이라고 강조하던 시기에 보고서에 게재된 여론조사 등이 진행됐는데 국민들은 이 분야를 재정지출을 축소할 분야 중 하나로 꼽았다. KDI가 국민참여단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보고서에 담은 공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일반·지방행정’, ‘국방·외교통일’, ‘문화·체육·관광’ 순으로 재정지출 축소를 원했다. 보여 주기식 전시 행정이나 일회성 재정지출에 대해 부정적 기류를 드러낸 셈이다. 역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지출 항목도 있었다. 복지(71.8%)가 1순위, 고용(51.5%)이 2순위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재정지출을 향한 바람이 읽혔다. 3순위로 중시하는 분야 역시 세대별로 일상에서 중요시하는 사안에 따라 갈렸다. 사업체에 취업을 하는 20대는 연구개발(R&D·37.8%), 자녀를 키우기 시작하는 30대는 교육(44.1%), ‘경제 허리’ 40대는 고용(44.7%), 50~60대는 환경(31.1%)으로 조사됐다. 지출 증액 1순위로 꼽힌 복지 분야에서도 국민은 이미 확보한 재원의 효율화를 원했다. 국민 10명 중 6명(58.9%)은 ‘현 복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재원 확보 방식은 ‘지출 효율화’ 47.4%, ‘타 분야 재정지출 삭감’ 26.9% 순이었다. 정부가 야당의 재정 확대 요구를 거부하는 명분이자 현행 건정재정 기조에 힘을 싣는 결과로 분석된다.
  • 사우디 ‘사이언스파크’에 나무 심은 김건희 여사

    사우디 ‘사이언스파크’에 나무 심은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에서 ‘대(對)중동 세일즈 외교’에 집중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는 환경·문화예술 행보로 양국 교류 협력을 뒷받침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의 사이언스파크 부지에서 양국 수교 61주년을 기념하는 나무 61그루 중 마지막 한 그루를 심으면서 “양국이 경험을 공유하며 환경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식수에는 리야드 시장, ‘그린 리야드 프로젝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이언스파크에서는 탄소 저감, 육지·해양 보호를 위한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GI)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75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김 여사는 도시 녹지화와 산책로 조성, 관개시설 확충 등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지구온난화와 마주한 지금, 환경은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한국과 사우디가 공동 노력으로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22일에는 사우디 왕립전통예술원을 찾아 “양국이 문화 교류를 하는 것은 미래를 함께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여사는 예술원의 한국 도자·회화 작가 초청 워크숍, 한국전통문화대와의 학술 교류 양해각서(MOU) 체결 등 문화 교류 사례를 듣고 “협력 사업들은 양국의 전통 문화예술 발전과 미래세대 교류 협력 촉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또한 예술원이 운영 중인 사우디 전통 공예 프로그램과 전통 예술 관련 교육 훈련에 대해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나라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K팝이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을 잘 담고 있는 것처럼 사우디도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문화 콘텐츠를 더욱 키워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 사두’라는 전통 수공예 실습 현장을 둘러보고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정성이 느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 사우디 ‘그린 리야드’ 현장 찾은 김 여사 “환경은 시급한 과제”

    사우디 ‘그린 리야드’ 현장 찾은 김 여사 “환경은 시급한 과제”

    도시 녹지화 사업 현장서 관계자 격려리야드 사장 등과 식수 행사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중인 김건희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의 도시 녹지화 사업인 ‘그린 리야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사이언스파크 부지를 찾았다. 김 여사는 프로젝트 관계자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사우디가 더욱 생기 넘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며 “양국이 공동의 노력으로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도시 녹지화, 산책로 조성, 관개시설 확충 등 그린 리야드 프로젝트에 대해 청취한 뒤, “지금은 환경이 시급한 과제다. 지구온난화를 마주한 지금, 환경은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여사는 리야드 시장, 그린 리야드 프로젝트 대표와 함께 한·사우디 수교 61주년을 기념해 사이언스파크에 심은 나무 61그루 중 마지막 한 그루에 식수했다.
  • 알래스카 ‘대게 실종사건’…100억 마리 굶어죽었다 [핵잼 사이언스]

    알래스카 ‘대게 실종사건’…100억 마리 굶어죽었다 [핵잼 사이언스]

    지난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알래스카 베링해에서 무려 100억 마리에 달하는 대게가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연구팀은 알래스카 지역에서 대량으로 사라진 대게의 원인을 밝힌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NOAA에 따르면 알래스카 지역의 대게는 수심 200m 미만의 해저에 살며 알래스카 어업에 연간 1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다주는 '효자'였다. 그러나 지난 2021~2022년에는 수익이 2400만 달러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실제로 지난 1975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베링해에서 가장 적은 수의 대게가 발견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이번 NOAA 연구는 그 원인을 밝힌 것으로 놀랍게도 정답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굶어죽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북극물은 대게와 같은 갑각류에게 이상적인 서식지가 된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이나 알래스카에 지속된 폭염이 기록적인 해수온도 상승과 해빙 감소를 일으켰다. 다만 이렇게 따뜻해진 물이 대게의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다. 폭염으로 인해 따뜻해진 물이 게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쳐 칼로리 요구량을 증가시키는 것.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수온이 0℃에서 3℃로 상승하면 대게의 에너지 요구량이 두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래스카에 폭염이 닥칠 무렵에는 개체수도 급증한 상태여서 한정된 먹이를 더 많이 먹기위해 게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아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논문의 주저자인 NOAA 생물학자 코디 슈왈스키는 "더위가 베링해의 먹이사슬 대부분을 파괴하면서 대게는 먹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면서 "알래스카 대게에게 벌어진 일은 기후위기가 급속히 가속화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시점이 되면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명품 에너지는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명품 에너지는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화석연료가 일으킨 지구온난화 재앙 시대에 등장한 그럴듯한 명품은 ‘절약’이었다. 절약의 도덕을 개인에게 씌우고 확보한 전기를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이용하면서 탄소 거래 등의 탄소 기반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 냈다. 이런 모델은 녹색기후기금을 통해 전 지구 차원의 도덕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명품이 등장했다. 녹색 옷을 입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라는 명품 소비는 기후재앙 극복 실천이라는 도덕성까지 확보했다. 에너지는 명품이기만 하면 마음껏 쓰면서도 기후재앙을 극복할 수 있고 심지어 산업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를 실천하는 개인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에너지 절약이 어떻게 기후변화 재난을 막는 시나리오에 연결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기후재난 극복 에너지 절약은 사회 현상으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일상 속 개인의 자아실현 모습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사수 실천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고 오직 사회 현상과 정치적으로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세계 시민은 그 어떤 에너지 정책과 기후 국제기구의 실천안에도 더이상 ‘심각하게’ 기대하지 않게 됐다. 일상 속 절약 실천과 기후재난 극복 시나리오 사이의 틈새 때문이다. 마치 석유 시대의 도래로 에너지 생산에서 밀려난 석탄 노동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노동자가 직접 캐내는 석탄에서 어떻게 채굴되는지 노동자는 알 길 없는 석유 시대 말이다. 석유 시대 이후 생산과 소비 연결선이 끊어져 생산 노동자 민주주의는 소비 민주주의로 이념이 건너갔다. 여전히 기후변화 정치의 중심인 영어권 서구 국가들과 이들이 주도하는 기후 국제기구는 이제 소비에 초점을 맞추어 재생에너지, 기후 실천안, 녹색기금, 탄소중립을 강조한다. 그 결과 석탄 시대 종식과 함께 에너지 생산에서 배제됐던 개인은 이제 소비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기후재난 극복은 요원하고 도덕으로 무장한 온갖 산업 성장 모델을 만든 거대 에너지 자본의 목소리만 높다. 그들의 현란한 이론 뒤에는 어김없이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돼야 공공이익도 확보된다는 자유방임주의 신자유주의가 자리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그렇게 자유를 신봉하면서 왜 전기 에너지 소비에는 개인이 에너지원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하지 않는가? 여기서는 효율을 따져 개인의 자유를 제약해도 된다면 이보다 더한 이율배반이 어디 있는가. 어떤 에너지가 명품인지 논쟁하는 순간 그 논리 속에서 성장이 지상 목표인 에너지 자본은 싹튼다. 그러니 대안은 오직 하나, 에너지원을 소비자 개인이 직접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 민주주의 개념의 재설계 없이는 그 어떤 기후재앙 극복 실천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쓴다 안 쓴다는 코드만 가진 에너지 소비로는 어림없다. 오히려 빅데이터 기반 빅테크와 에너지 정치에 이용만 당한다. 에너지 소비 민주주의 개념만이 기후재앙 극복의 유일한 대안이다.
  • 졸졸졸… 찌르륵… 소쩍소쩍… 건강한 자연, 소리로 증명하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졸졸졸… 찌르륵… 소쩍소쩍… 건강한 자연, 소리로 증명하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전에는 아침에는 울새, 검정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 등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속 한 문장입니다. 도시에서 새소리가 사라진 것은 꽤 오래된 듯싶습니다. 요즘은 도시를 벗어난 교외 지역에서도 가을 풀벌레 소리나 새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포함해 일상의 소리 환경 전반을 조경학에서는 음향 경관 또는 소리풍경(soundscape)이라고 합니다. 소리풍경은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소리뿐만 아니라 심상, 기억 속 소리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단순히 ‘물소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는 소리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청량함을 느끼게 되는 작용을 말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2월 발표한 ‘프론티어 2022: 소음, 대형 화재와 불일치’ 보고서에서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소리풍경입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인류의 일상과 보건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계획을 세울 때 긍정적 소리풍경 형성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에콰도르, 미국 공동 연구팀은 산림 관리에 있어서 소리풍경이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18일자에 실렸습니다.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해 산림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산림 생물다양성을 대규모로 감시하는 것이 보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은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표준화된 측정 도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연구팀은 자연 속 미세한 소리까지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DNA를 통해 여러 생물학적 요소를 판단할 수 있는 ‘DNA 메타바코딩’ 방식으로 생물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이 만들어 내는 소리풍경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에콰도르에 있는 버려진 농장부터 오래된 숲까지 다양한 산림에서 소리풍경을 녹음해 생물다양성을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고 정확하고 폭넓게 산림 생물다양성을 판단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요르크 뮐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 음향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이 산림 생물다양성을 감시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박사는 최근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라는 책에서 생태계 파괴는 인공 음이 자연의 소리를 덮어 버리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스컬 박사의 책이나 이번 연구를 보면 지구 생태계에 인공적인 소리만 남고 자연의 소리가 사라질 때가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경기지역 작년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온실가스는 증가

    경기지역 작년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온실가스는 증가

    경기지역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온실가스는 증가…보건연,4개 권역 대기성분 분석 경기지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도내 4개 권역별 대기성분측정소 운영 보고서’를 13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9년 26㎍/㎥에서 2020년과 2021년 21㎍/㎥,2022년 20㎍/㎥로 감소했다.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산업단지가 많은 평택은 1㎍/㎥ 감소한 23㎍/㎥, 해양성기후의 영향을 받는 김포는 4㎍/㎥ 감소한 21㎍/㎥로 낮아졌으나, 분지인 포천과 이천은 19㎍/㎥와 22㎍/㎥로 변화가 없었다. 초미세먼지의 성분구성 비율은 4곳 모두 이온 성분이 평균 50%로 가장 많고 이어 탄소 25%,중금속 3% 순이었다. 이온 중에서는 질산염,황산염,암모늄이 대부분으로 2021년과 비슷했다. 남·서부권역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높아졌다. 김포는 2020년 428.6ppm→2021년 441.5ppm→2022년 443.3ppm으로, 평택도 2020년 436.0ppm→2021년 445ppm→2022년 453.8ppm으로 점차 늘어났다. 기상청이 분석한 국내 이산화탄소의 연평균 증가율이 2.8ppm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가 더 많이 증가한 셈이다. 홍순모 도 보건환경연구원 미세먼지연구부장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려면 지역배출원과 오염원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존농도 증가, 고농도 미세먼지,지구온난화 등 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질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수컷의 정력 약화 부르는 핵심 이유, 알고 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수컷의 정력 약화 부르는 핵심 이유, 알고 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삶과 지속 가능한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 스트레스는 동물들의 생식 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생명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통합생물학과, 헬렌 윌스 신경과학연구소, 캐나다 맥마스터대 심리·신경과학·행동과학과, 워털루대 생명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번식기의 수컷 큰갈색박쥐(Eptesicus fuscus)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 10월 13일자에 실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박쥐는 각종 병원균의 온상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육상 생태계의 유지와 안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박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진다는 사실도 다양한 연구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번식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단기간 스트레스가 수컷 큰갈색박쥐의 뇌와 생식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박쥐를 한 시간 동안 등을 대고 누워있게 해 스트레스를 가한 뒤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코스테론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코르티코스테론은 8배 이상 급증했고 테스토스테론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또 정자 생성 세관을 검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박쥐는 약 25% 축소돼 정자 생성 능력이 줄었으며 생식기관은 동물의 혈액 내 스트레스 호르몬에 5배 더 민감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은 수컷 박쥐의 뇌를 측정한 결과 생식능력과 번식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주요 호르몬인 RF아마이드 관련 펩타이드를 더 많이 분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은 박쥐의 전반적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생식기관에서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도 새로 발견됐다. 단기간의 스트레스도 생식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조지 벤틀리 UC버클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기간 스트레스도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벤틀리 교수는 “환경 보호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번식기를 앞둔 수컷 박쥐는 스트레스에 특히 민감하다”라면서 “현재와 같은 지구온난화나 인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변화로 인해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능력에 영향을 줘 생물 다양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獨 ‘옥토버페스트’ 사라질까[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獨 ‘옥토버페스트’ 사라질까[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2주 동안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립니다. 올해는 지난달 21일부터 16일간 열렸습니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에 시작돼 올해로 213회를 맞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옥토버페스트를 찾는 방문객은 500만~600만명으로 집계됩니다. 축제를 위해 특별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도 제조해 제공한다고 합니다. 축제 기간 소비되는 소시지는 20만개 이상, 맥주는 약 500만ℓ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축제가 기후변화 때문에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코, 영국, 스위스 공동 연구팀은 유럽 맥주 생산 지역에서 핵심 재료인 홉의 생산량이 2050년까지 최대 30% 감소해 맥주 생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11일자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체코 과학아카데미 글로벌 기후변화 연구소, 체코 생명과학대, 체코 수문기상학 연구소, 마사리크대, 영국 로담스테드 연구소, 케임브리지대, 스위스 연방 연구소(WSL) 과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맥주는 물과 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소비되는 음료이자 가장 인기 있는 알코올음료입니다. 맥주에는 물, 맥아, 보리, 효모와 홉이 사용됩니다. 독일 일대에는 맥주를 만들 때 이 재료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법령까지 있습니다. 바로 ‘맥주순수령’입니다. 홉에는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향을 내는 ‘알파산’이 포함돼 있습니다. 알파산 함량은 맥주 품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고품질의 홉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환경조건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홉의 수확량과 알파산 함량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관련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 등 고품질 홉 재배 지역을 대상으로 1971년부터 2018년까지 홉의 수확량과 알파산 함량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994년 이후 홉 생산량은 연간 헥타르(㏊)당 0.2t 감소했고 홉의 알파산 함량은 약 0.6% 줄었습니다. 또 연구팀은 과거 기후 자료와 기후 모델을 결합해 미래의 홉 생산량과 함량도 예측해 봤습니다. 그 결과 2050년까지 맥주향을 내는 아로마 홉 생산량은 최대 18% 감소하고 쓴맛을 내는 알파산 함량은 20~31%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홉의 생산량과 함량의 가장 큰 감소는 주요 생산지인 독일 남부 테트낭과 슬로베니아 첼레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도 예측됐습니다. 연구팀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이런 감소세는 기온 상승과 빈번하게 나타나는 가뭄으로 인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를 이끈 울프 뷘트겐 케임브리지대 교수(환경 시스템 분석)는 “양질의 맥주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 임·농·축산 탄탄한 경기도… ‘바이오에너지 ‘부자 동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도의 ‘바이오에너지’ 잠재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에너지는 동식물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난방과 전기 연료 등에 활용하는 동시에 재생성까지 높아 탄소중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11일 경기연구원이 진행한 ‘경기도내 바이오에너지 잠재량 관련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도내 31개 시·군 중 침엽수와 활엽수를 활용한 임산 바이오에너지의 이론적 잠재량(이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높은 곳은 가평군(13만 1361TOE/년), 양평군(11만 1192TOE/년), 포천시(9만 6744TOE/년) 등 경기 북부지역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임산 바이오에너지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칩’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온실가스 감소 등 환경오염 저감 효과가 탁월하다. 나무 찌꺼기 등을 태워 직접적인 열을 얻거나 연소열로 증기를 만들어 난방열과 전기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임산에 이어 농산 바이오에너지 이론적 잠재량이 높은 곳은 화성시(4만 10TOE/년), 파주시(3만 1747TOE/년), 평택시(3만 194TOE/년) 등으로 확인됐다. 농산 바이오에너지는 옥수수와 볏짚 등에 열을 가해 에탄올과 합성가스 등을 만들어 자동차 연료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메탄과 같은 에너지 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축산 바이오에너지 이론적 잠재량은 안성시(4만 8480TOE/년)가 가장 높았으며, 포천시(3만 1734TOE/년)와 이천시(3만 1915TOE/년)가 뒤를 이었다. 도시폐기 바이오에너지 이론적 잠재량은 수원시(4만 1848TOE/년), 성남시(2만 8634TOE/년), 용인시(2만 7385TOE/년) 등 도내 대도시권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바이오에너지 잠재량이 높은 기초단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오에너지 활용 체계를 마련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도내 바이오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광역 시설 등의 운영을 검토하고 인센티브 지원 정책 등을 펼친다면 바이오에너지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지구 온난화 못 막으면 2100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최대 24% 줄어든다

    지구 온난화 못 막으면 2100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최대 24% 줄어든다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2100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최대 24%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변화로 전세계의 GDP가 감소하면서 우리 수출에 타격을 입고,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입 가격이 오르는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기후변화가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지구온난화, 글로벌 수요 위축시켜 우리 수출 타격 입힌다 김재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정선문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 이성태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와 함께 발간한 ‘BOK 이슈노트-수출입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인 지구온난화가 세계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수출입 경로를 통해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 간 기후 리스크 연구 협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가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전세계 GDP와 우리나라 GDP가 올해부터 2100년까지의 누적 감소율을 분석했다. NGFS 시나리오는 전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 온도상승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분석 결과 전 세계 GDP는 2100년까지 3.8%에서 최대 8.9%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됐다. 전세계 GDP 감소는 우리나라 교역 상대국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내 주요 수출품의 수출 감소를 낳을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자동차(-11.6∼-23.9%)와 정유(-9.7∼-19.1%), 화학(-7.6∼-15.7%), 철강(-7.2∼-15.6%) 업종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농축수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세계기상기구(IPCC)의 ‘SSP5-8.5’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한 결과 글로벌 농축수산물 가격은 평균온도 상승폭(1951~1980년 대비)이 1.5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하락하다가, 이를 초과하면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당초 온도가 낮은 경우 온도 상승은 작물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지만,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작물 생산성을 저하시켜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결국 지구온난화는 글로벌 농축수산물 공급 감소와 이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감소를 낳아 국내 산업 생산을 위축시키고 부가가치를 감소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지구 온난화가 농산물 수입가격 올려 특히 수입 농축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음식료품 제조업(-6.1%~-18.2%)과 음식 서비스업(-10.2~-17.9%),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6.6~-13.6%), 정유(-5.8~-11.6%), 화학(-5.0~-10.2%) 산업에서 생산 위축과 부가가치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낳고 향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김 과장은 “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은 자연재해에 의한 물리적 피해가 확대될 경우 해외 기후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국내 경제에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은 해외 기후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류는 ‘더위’ 때문에 OOO년 후 멸종한다” 연구결과 [핵잼 사이언스]

    “인류는 ‘더위’ 때문에 OOO년 후 멸종한다” 연구결과 [핵잼 사이언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 곳곳에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과학자들인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는 시기를 예측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의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대학 지리과학대학의 수석 연구원인 알렉산더 판스워스 박사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에 사는 모든 포유류가 대량 멸종에 직면하는 시기를 예측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 대륙의 생성 원리인 판구조론 및 그에 따른 기후모델로 예측해 봤을 때, 2억 5000만 년 이후에는 대륙들이 하나로 합쳐져 초대륙(판게아 울티마, Pangea Ultima)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초대륙이 된 이후에는 섭씨 40도 이상의 극심한 온난화가 발생해 사람 등 포유류가 살기 힘든 기후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대륙들이 서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화산활동이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산화탄소 수치는 현재의 2배가 되고, 태양 복사에너지도 현재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과정이 지구를 또 다시 가열시켜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가설이다.연구진은 초대륙 대부분이 주로 덥고 습한 열대지방에 위치하면서, 지구 대부분의 기온이 최저 40도, 최고 70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초대륙이 형성된다면, 포유류가 살 수 있는 땅은 지구 전체의 8~16%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섭씨 40도가 넘는 기온이 장기간 계속되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열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고, 이러한 기후조건은 포유류가 생존할 수 있는 생리적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포유류는 극한 추위를 겪으면 털이나 동면 등을 통해 더 낮은 온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한다. 하지만 극한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한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초대륙의 더위에 노출된다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간 활동에 의한 현재의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일부 지역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지구 대부분의 지역은 앞으로도 한동안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구를 이끈 판스워스 박사는 “포유류는 뛰어난 적응력과 회복력으로 신생대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 등을 견디며 약 5500만 년 동안 생존 영역을 넓혀왔다”면서 “그러나 2억 5000만년 후 거대한 대륙의 움직임으로 형성되는 초대륙의 극한 기후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지구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 물빛 위로 가을이 파도친다…별빛 아래 세월이 넘실댄다[권다현의 童行(동행)]

    물빛 위로 가을이 파도친다…별빛 아래 세월이 넘실댄다[권다현의 童行(동행)]

    물놀이 싫어하는 아이를 못 봤다. 그럼에도 둘째의 물놀이 사랑은 유별나다. 백일 무렵부터 조리원 동기들과 아기수영장을 다녔던 게 이유일까. 돌이 지나 워터파크에 데려갔더니 수시로 잠수를 시도했다. 잠깐이 아니라 수초를 버티며 물속을 탐험했다. 반나절을 꼬박 놀아도 지치지 않았다. 여름이면 부지런히 물놀이를 즐기지만 녀석에겐 성이 찰 리 없다. 가을이 왔다는 소식에 “그럼 이제 바다 못 들어가요?” 제일 먼저 물었다. 오랜만에 찾은 강원 속초에서 첫 번째 목적지로 외옹치항을 골랐다. 잘 여문 햇살이 물결 따라 번지고 듬직한 바위마다 시원스레 파도가 부서지는,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가을바다의 매력을 녀석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외옹치(外瓮峙)는 대포동 끝자락에 위치한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이다. 외옹치란 지명은 항아리를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옹치산에서 따온 것인데, 정겨운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아담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7번 국도가 놓이기 전까지 대포에서 속초 시내로 들어가려면 이 고갯길을 이용했다. 언덕을 따라 밭둑이 다닥다닥 계단처럼 붙어 있어 ‘밭둑재’로도 불렸다. 북쪽에서 사용하는 ‘밭뚝’이란 단어도 종종 들리는 걸 보면 실향민 도시 속초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외옹치 주민 대부분은 조상 대대로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토박이들이다. 덕분에 양지 바른 곳에 서낭당을 짓고 3년에 한 번씩 마을 입구에 장승을 깎아 세우는 토속문화를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단다.산책로 따라 바다 위를 걷는 기분 속초에서 가장 작은 항구로 꼽히는 외옹치항에는 10여개의 난전횟집들이 있다. 대부분 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근처 대포항이나 동명항이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면, 이곳 외옹치항은 속초 사람들이 활어회를 먹으러 오는 현지인 맛집이랄까. 최근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고 외옹치바다향기로가 조성되면서 횟집들도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인가, 취재 때문에 만났던 문화관광해설사도 외옹치항의 오랜 단골이라고 했다. 혹여 개발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는 아닐까 싶었는데, 배에서 갓 내린 싱싱함과 넉넉한 인심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외옹치바다향기로는 이곳 외옹치항에서 시작해 외옹치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2018년에 완공된 산책로는 총길이 2.011㎞로, 일부 계단이 있긴 하나 대부분 평탄한 코스여서 아이와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어른 걸음으로는 30분 남짓, 아이와 함께여도 편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난 이제 걷는 거 싫은데!” 투덜거리던 아이는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와아, 진짜 바다네?” 금세 신난 얼굴이다. 산책로 아래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뭐야, 바다에는 못 들어가는 거예요?” 또 금방 실망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는 바다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지만, 해안 절벽을 따라 놓인 산책로는 발아래서 하얀 파도가 부서져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다. 바다와 너무 가까워 염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정도다. 실제로 난간과 난간을 연결하는 브래킷이 부식돼 지난겨울 산책로 일부 구간 출입이 금지됐다. 현재는 모두 복구돼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은 날에는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는 반드시 기상을 확인해야겠다. 아이가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새 떼를 보고 “펭귄이다!” 소리쳤다. 윤기 나는 까만 몸에 얼굴 근처 하얀 털, 널찍한 물갈퀴가 언뜻 보면 펭귄을 떠올리게 하는 가마우지다. 가마우지는 원래 겨울마다 속초를 찾는 대표적인 철새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먹이활동이 용이해지자 속초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 지금은 텃새가 됐다. 특히 외옹치해수욕장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 조도는 급격히 늘어난 가마우지 떼의 주요 서식지가 되면서 황폐화됐다. 강한 독성을 지닌 배설물이 쌓여 오랜 세월 섬을 지키던 소나무들이 껍질이 벗겨진 채 고사한 것. 이에 반가운 철새였던 가마우지를 사살 가능한 유해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마우지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을 전해 듣자 아이도 한숨을 푹 내쉰다. “지구가 따뜻해진 건 사람 때문 아니에요? 가마우지는 여기서 사는 게 좋았을 뿐인데…. 하지만 가마우지 똥 때문에 죽은 소나무도 불쌍하고. 에휴, 너무 어려운 문제네요.”해안철책선 너머 절경을 마주하다 산책로 중간에 접어들자 난간 대신 길게 늘어선 해안철책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이 지역은 무려 65년 동안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하면서 동해안의 경비는 더욱 삼엄해졌고, 이곳 또한 군인들이 철책선을 두르고 방어하는 군사지역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당시 사용했던 초소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으로 이곳에 관광객들을 위한 해안산책로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민족 분단의 비극적인 현실을 잊지 않고자 일부 구간의 해안철책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설명이 인상 깊다. 고향이 강릉인 나는 중학생이었던 1996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직접 경험했다. 실제 적의 도발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가장 강력한 경계조치인 ‘진돗개 하나’가 선언될 만큼 긴박한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지만, 어린 내게는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진돗개가 실제 개가 아니었다는 것도 대학에 와서야 알았다. 친구들과 “북한에서 무장공비가 내려왔다는데 진돗개 한 마리로 잡을 수 있을까?”, “백 마리쯤은 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제법 진지하게 걱정했던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아이에게 엄마의 경험을 들려주자 “그럼 엄마도 북한군을 봤어요?” 눈이 동그래진다. “북한군은 못 봤지만 북한군을 잡으려고 터트린 조명탄은 봤지. 엄마가 살던 집이 안인이랑 가까워서 밤새 터트린 조명탄으로 대낮처럼 밝았어.”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처절한 조명탄조차 어린 나는 불꽃놀이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어쩌면 아이에게도 분단의 슬픔은 저 녹슨 철책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졌다.떠나온 고향 그리며 먹던 애환의 맛 산책로 곳곳엔 바위 이름을 소개한 안내판이 있다. 주민들이 배를 타고 나가 소풍을 즐겼다는 마당바위, 물개들이 쉬어 간다는 해구바위 같은 재미있는 이름들이다. 요즘 한글 공부에 열심인 아이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읽는다. “우와, 엄마 여기에 물개들이 있대요!” 한글을 익히는 건 조금 천천히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또 이렇게 글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걸 보니 그조차 엄마의 욕심 아닐까 싶다. 작은 것 하나라도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외옹치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이곳 역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2005년 여름 간이해수욕장으로 개방됐다. 이때도 군사지역인 관계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웃한 속초해수욕장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검은 바위와 쉴 새 없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 맑고 투명한 물빛이 어우러져 그만의 매력을 즐기기 좋다. 아이는 기어코 바다에 발을 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리춤까지 옷이 젖어 버렸지만 “엄마, 난 이제 가을바다가 더 좋아요!” 그 말간 웃음에 더이상 말리지 않기로 했다. 바람결에 아이 웃음소리가 멀리, 더 멀리 퍼져나갔다. 고민 끝에 다음 목적지는 아바이마을로 정했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도 지역 피란민들이 바닷가에 움막을 짓고 모여 살았던 것이 아바이마을의 시작이다. 이들이 속초에 정착한 이유는 단 하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제일 가깝기 때문이다. 아바이마을이 있는 자리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땅이다. 그만큼 척박했지만 쫓겨날 걱정이 없으니 피란민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돼 주었다. 남자들은 고깃배를 타고 여자들은 포구에서 생선을 손질해 주고 받은 내장으로 젓갈을 담가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원래는 함경도 지역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속초의 이색 먹거리로 통하는 명태식해와 회냉면, 아바이순대 등이 유명해진 이유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아바이마을과 시내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갯배도 이색 체험거리다. 요즘 속초를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핫플레이스, 칠성조선소다. 통유리창 너머로 시원스레 펼쳐진 청초호 풍경과 맛있는 커피 때문에 꼭 들러 봐야 할 카페로 인기인데, 사실 이곳엔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조선소가 박물관·놀이터·카페 변신 조선소는 말 그대로 배를 만들거나 고치는 곳이다. 칠성조선소는 1952년 북에서 피란 온 배 목수 고 최철봉씨가 처음 세웠다. 한국전쟁 직후 속초는 어업이 주를 이뤘고, 덕분에 칠성조선소도 수많은 어선이 드나들며 크게 번창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어획량이 줄고 어업인구도 감소하면서 칠성조선소는 설 자리를 잃어 갔다. 결국 2017년 여름, 65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손자가 조선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조선소는 이제 작은 박물관과 놀이터 그리고 카페로 재탄생했다. 또 마당 한쪽에는 그림책과 다양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살롱도 들어섰다. 아이와 함께 마음에 드는 그림책 한 권을 골라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걸음을 쉬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소한 감자전 향기와 골프 게임을 재미있는 골프장도 있다. 1963년에 처음 문을 열어 2대째 운영 중이라는 보광미니골프장이 그 주인공.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 콘크리트 미장으로 코스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공이 굴러가는 길이 때론 울퉁불퉁하고 홀의 모양도 일정하지 않다. 게임 규칙도 일반적인 골프와는 좀 다르다. 홀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인 코스가 있는가 하면 홀마다 점수가 달라 더 재미있다. 17개 코스에 붙여진 이름도 흥미로운데, 공이 언덕을 타고 올라가 경치를 즐긴다는 ‘동경탑’부터 공이 구르는 모습이 마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아폴로’까지 개성 넘치는 코스들이 가득하다. 마지막 18홀은 휴게소다. 갓 부쳐 낸 고소한 감자전 덕분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골프 게임이 완성된다. 이 골프장의 주인 역시 평양 출신의 실향민 고 이춘택씨다. 1·4후퇴 때 속초로 내려온 그는 북한 송도해변에 미니골프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속초는 물론 강원도에서도 최초의 골프장이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온 가족이 함께 60년 세월을 품은 골프장에서 색다른 골프를 경험해 보자.영금정서 즐기는 ‘거문고’ 파도 소리 밤에는 영금정 야경을 즐겨 봐도 좋겠다.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금정의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는데, 원래 이곳은 사방이 절벽을 이룬 큰 규모의 돌산이었다고 한다. 이 돌산에 영금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 때문이다. 바위로 밀려드는 파도가 부서지며 신비로운 거문고 소리를 냈다고 하는데,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밤마다 선녀들이 내려와 이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곤 했단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속초항의 개발과 함께 영금정은 제 모습을 잃고 만다. 항구를 만들기 위해 돌산을 부수고 석재를 함부로 채취했던 것. 훼손된 영금정을 그리워하던 주민들은 1997년 직접 성금을 모아 돌산 정상에 정자를 지었다. 해변에 자리한 정자는 이후에 새롭게 지은 것으로, 이곳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하늘과 바다뿐이라 ‘망망대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밤에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색다른 정취를 더한다. 여행작가
  • 하룻밤 꿈처럼… 절경 간직한 남극해[그 책속 이미지]

    하룻밤 꿈처럼… 절경 간직한 남극해[그 책속 이미지]

    192년 전인 1831년 12월 어느 날 잉글랜드 플리머스항에서는 남아메리카와 태평양의 지질조사와 해역 탐사를 임무로 한 비글호가 출항했다. 배에 오른 젊은 박물학자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까지의 여정을 ‘비글호 항해기’로 엮어 내고 당시 관찰했던 것들을 후일 ‘종의 기원’으로 완성했다. 이 책은 10년 전인 2013년 선의(船醫)로 한국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해 남극해를 누볐던 한 외과 의사의 기록이다. 왕복 4만㎞를 3개월 동안 항해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아라온호 항해기’라고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항해 기간을 ‘하룻밤의 꿈’ 같다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글과 사진을 통해 보이는 남극의 바다와 하늘,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앨버트로스, 바다제비, 고래, 황제펭귄, 젠투펭귄 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최근 남극 바다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현실과 책 속 10년 전 풍경을 비교해 보면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 난지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 이제 꽃길만 걸을 마포

    난지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 이제 꽃길만 걸을 마포

    늦더위를 식혀 줄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8일 오후, 시원스레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핀 붉은색의 탐스러운 꽃들이 시민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난지 테마관광 숲길에서는 이곳에 처음 만개한 상사화와 꽃무릇을 즐기기 위한 축제인 ‘난지별곡,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 열렸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비롯한 시민, 관광객 등 450여명이 참석해 구민들의 참여로 만든 상사화 삼행시 동영상을 시청하고 1000개의 상사화 등불을 뜻하는 천상의 점등식으로 초가을 낭만을 만끽했다. 축제 이름은 박 구청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난지별곡은 ‘청산에 살어리랏다’라는 시구로 알려진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때 98m의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에 ‘애틋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상사화와 꽃무릇을 심어 청산처럼 아름다운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았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의 개발과 풍요의 찌꺼기를 받아낸 거대한 쓰레기 무덤이었다. 소설가 정연희는 1984년에 쓴 ‘난지도’에서 “인간의 삶에서 부스러기가 되어 나온 주검들의 산이다. 그 산에 살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맹렬하게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썩어가는 일과 썩어가는 냄새뿐이다”라고 묘사했다.30년이 흐른 지금 난지도는 실개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꽃과 풀, 나무가 자라는 난지 테마관광 숲길로 거듭났다. 박 구청장과 구민들은 지난 4월부터 메타세쿼이아길 1㎞ 구간에 마포구민 인구수와 같은 화초류 37만 포기를 심었다. 박 구청장은 “오랜 기간 희생을 강요당한 37만 마포 구민의 눈물과 인내를 꽃송이 하나하나에 오롯이 담아 새기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상사화와 꽃무릇을 비롯해 보랏빛 맥문동 등 개화 시기가 서로 다른 11종류의 꽃을 심어 난지도를 사시사철 꽃이 피는 곳으로 만들었다. 메타세쿼이아와 꽃이 한데 어우러진 길에는 지역 시인들의 대표작인 시 50편을 내걸어 ‘시인의 거리’로 꾸몄다. 한강 변과 가장 가까운 쪽에는 맨발 걷기가 가능한 야자 매트를 시공해 ‘소곤소곤 길’을 조성했다. 번잡한 도시를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자는 취지다. 난지도를 되살리기 위해 애써 온 마포구는 하루 1000t의 쓰레기를 태울 수 있는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을 상암동에 짓기로 한 서울시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일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기존 750t 규모 소각장 옆에 새 소각장을 더 짓겠다는 정책 발상은 합리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선전 포고를 했다. 이날 이후 박 구청장은 매일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은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각장 신설 저지는 전시 상황과 다름없다는 각오 때문이다.박 구청장은 “쓰레기가 늘어나는 만큼 소각장 수를 늘리면 된다는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기존 소각장 설비의 성능 개선을 통해 가동률을 현재 78%에서 100% 이상으로 늘리고 재활용률을 높일 소각제로 가게와 획기적인 폐기물 감량이 가능한 전처리 시설의 전국 설치를 강력히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피시설 전담반(TF)을 운영 중인 구는 구민 다수의 동의서를 받아 기존 소각시설 운영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구는 소각장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에 1일 소각량과 가동시간, 소각 방식, 성상 형태, 인력 운용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환경보호가 더이상 표어 속 공허한 외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소각이라는 일차원적 해법보다 지금 당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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