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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일본의 독도연가, 그 파장/한석현 정신개혁시민협의회 공동대표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으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혀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단불용’의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 인상적이다. 현안에 대한 대한민국 조야의 발끈은 100년 전 있었던 시마네 현의 독도 편입이 한일합방으로 이어진 고사를 떠올렸기 때문이겠거니와, 대통령의 언명은 나라 대표로서 취한 온당한 조치였다. 민망한 것은 양반세도에서 친일과 친미로 라인을 이어오며 이 땅에서 어른 행세를 해온 대한민국 내 시대주의 세력이 대통령 언명이 마치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경거망동이기라도 한 양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지각 있는 양식인이요 애국애족의 충정이 간직돼 있고서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지 어떻게 ‘일본 강점은 축복’이라는 따위 망발로 애국선열의 넋을 모독하고 대통령을 올려놓고 마구 흔들 수 있는가. 반민족 매국노 아류들과 하늘을 두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시큰둥하다. 일찍이 김·오히라 메모로 졸속 한 일협정 체결을 주도한 김종필씨가 ‘독도 폭파설’을 들먹여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바 있었거니와, 일본이 끊임없이 한반도 침략을 노려 호시탐탐해 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 근본 원인이 저들의 사나운 침략근성과 불리한 지정학 조건과 맞물려 있다는 진단을 이미 오래전에 내리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은 1년을 통틀어 지진과 해일, 태풍에 시달리지 않는 많은 날을 가지지 못하는 나라다.‘일본 열도 침몰설’로 신경이 어지간히 곤두서 있기도 하다. 전전긍긍하는 자국민에게 어떻게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머지 한반도의 징검다리를 건너 아시아로 진출하고 이를 발판 삼아 세계 제패로 치달으려는 정략 구도에 어설피 매달려 온 것이 침략국 일본이다. ‘적응의 명수’요 해바라기성 인간, 또는 약삭빠른 카멜레온이기도 한 저들은 같은 아시아권이면서 중·러 등과는 공생을 거부하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걸음 앞서 산업화를 이룬 서양에는 삽살개 모양 꼬리를 흔들어대곤 한다. 맥락은 지금까지도 연면히 이어지고 있다. 정말이지 이번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은 우리에게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 짝짜꿍이 되니 보이는 게 없어 작위로 부려보는 객기의 인상을 강하게 풍겨 준다. 이 무슨 치사찬란하고 음험 간교한 족속들의 추태만발인가. 그런데 우리의 외교 라인은 대일정책 기조에 일관성을 잃고 현상에 일희일비하는가 하면 쉬 뜨거워졌다 쉬 식는 냄비 기질을 드러내기 일쑤다. 일본의 실체를 꿰뚫지 못하고 침략 근성의 연원에 대한 근본 성찰에 미흡함이 있어 빚어진 결과가 아닐까. 외교적 차질이나 시행착오는 단 한번만으로 족하며 다시 실패의 전철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일본과의 군사교류협력의 즉각 전면 중단이다. 국익을 위해 제2의 한국전쟁 특수에 기대를 거는 저들이 북 핵 문제의 평화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끼어들지 못하게 차단의 벽을 쌓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석현 정신개혁시민협의회 공동대표
  • [씨줄날줄] 베를린 효과/이목희 논설위원

    근·현대 세계사의 주된 흐름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대치였다. 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해양국가의 패권에 독일-소련(러시아)의 대륙국가가 도전하는 양상이었다. 해양국가가 두려워하는 것은 유라시아 중심부를 제패하는 세력의 등장이다. 독일이 그를 노리다가 1·2차대전의 패배를 맛봤다. 이어 40여년간 유라시아 중심부를 지배한 옛 소련이 힘을 잃자 미국의 봉쇄정책은 중국쪽으로 방향이 옮아가고 있다. 유라시아세력이 밖으로 뻗는 길목은 4군데다. 동북아, 중부유럽·발칸반도, 중동·서남아, 동남아가 그곳이다. 근대 이후 큰 전쟁은 유라시아세력이 해양세력과 맞부딪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국전, 월남전이 유라시아 변방에서 벌어진 대표적 전쟁이다. 냉전종식으로 동북아에서 북한·러시아·중국의 대륙세력과 한국·미국·일본의 해양세력의 동맹구도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청와대측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을 발생시키는 지각판의 충돌을 예상하기 힘들 듯 유라시아 변방의 불안정은 여전하다. 양대 세력이 만나는 전형적 장소로 한국의 판문점과 독일의 베를린이 꼽힌다. 베를린에서는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로 대륙세력의 힘이 꺾였다. 엄청난 군사력이 밀집된 휴전선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 베를린은 깊이 참고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대륙국가 소련을 설득해 베를린장벽을 깬 옛 서독의 지혜가 아직 한국 정부에선 보이질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부터 베를린을 방문함으로써 남북관계와 관련해 관심을 끈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3월 남북경협, 한반도냉전 종식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선언’을 발표해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독일과 베를린은 분단 이외에도 한국 상황과 연관이 많다.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독일의 모범사례가 재강조되어야 한다. 독일은 또 수도이전의 선배다. 통일 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문제로 나라가 들썩인 끝에 ‘부분 이전’ 절충안을 채택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핵심부처가 새 수도로 이전했다는 것이다.‘동백림(동베를린)간첩단사건’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참여정부가 과거사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동백림사건도 진상이 새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효과가 주목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경제플러스] 그룹 종합광고회사 설립하기로

    현대·기아차그룹이 국내외 광고와 프로모션 등을 담당할 종합광고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룹측은 “지난해 말로 금강기획과 맺은 5년간의 광고대행 계약기간이 만료돼 현대·기아차만의 독창적인 광고를 일괄적으로 집행할 필요성이 있어 자체 광고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달 초 출범 예정으로, 광고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각각 1220억원과 911억원을 썼다.
  • 증권가 세력재편 ‘전초전’

    증권가 세력재편 ‘전초전’

    증권가에 최고경영자(CEO)급 전문인력의 교체 바람이 거세다. 본격적인 주가지수 ‘1000시대’를 앞두고 증권사의 통·폐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력이동과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시장 쟁탈전을 가속화시켜 강한 곳은 더욱 커지고 약한 자는 도태하는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서로 1등 확신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투자증권을 흡수·통합한 우리투자증권은 새 사장에 박종수 전 LG투자증권 사장을 선임했다.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2007년까지 고객 자산을 50조원으로 늘려 자산관리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300여명인 자산관리 영업인력을 선두업체들에 버금가는 600∼7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박 사장은 과거 대우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증권을 1등의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주인공이다. 오는 6월1일 한국투자증권을 흡수·통합하는 동원증권도 새 사장에 홍성일 한투증권 사장을 영입했다. 동원금융지주 김남구 사장은 “두 증권사가 합병하면 자산운용시장 점유율(펀드 수탁고 13%) 1위에 오르기 때문에 도전할 무대는 국내가 아닌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IB)”이라고 밝혔다.LG투신운용은 지난달 15일 백경호 전 KB자산운용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KB자산운용 새 사장에는 이원기 전 메릴린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발탁됐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으로 옮겼다. 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은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가 됐다. ●업계판도 변화의 전초전 증권사의 ‘별’이라는 리서치센터장도 새 얼굴로 바뀌었다. 우리투자증권 초대 리서치센터장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박천웅 전 모건스탠리 리서치헤드가 선임됐다. 대신증권 리서치본부장에는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이 발탁됐다. 미래에셋캐피탈 센터장의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부에서 발탁된 사례다. 교보증권 센터장에는 박영태 플러스자산운용 상무가 스카우트됐다. 증권사의 정보사령탑인 최고정보책임자(CIO·상무급)들도 재배치됐다. 대우증권은 신임 IT센터장에 유용환 부장을, 대신증권은 IT본부장에 김지은 팀장을, 삼성증권은 정보시스템팀장에 이용우 상무를 각각 승진, 발령했다. 올 들어 증권사의 3대 요직인 CEO와 투자분석책임자,CIO로 새로 자리를 옮긴 전문인력은 20여명에 이른다. 증권가에선 인력이동의 원인으로 ▲지난해 영업부진에 대한 쇄신 ▲올해 지수 1000선 안착에 걸맞은 전문가 영입 ▲치열한 자산운용 영업의 경쟁 ▲시장판도 재편 대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공세 대비 등을 꼽는다. 현재 증권가의 판도는 삼성, 대우, 현대 등 3대 증권사가 선두권을 움켜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증권사를 흡수해 몸집을 부풀린 우리투자증권과 동원투자, 정예주의를 내세우는 대신증권 등 3개사가 도전장을 낸 상태다.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최근 “자산관리 영업의 확대가 올해 경영 키워드인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라면서 수성(守城) 의지를 불태웠다. ●구조개선의 마지막 기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는 수익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결정이 곧바로 CEO의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CEO는 수억원대의 연봉을 보장받는 대신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창출하는지 여부에 승패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유일하게 1조원(1조 1766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1279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매출 9180억원, 순익 1169억원의 실적을 앞세워 대우증권을 제치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됐다.10위권 안팎에 머물던 동원지주의 통합증권사도 매출 4699억원, 순익 728억원을 내며 5위에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 비하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했거나 막강한 외국자본에 휘둘린 사례가 적다. 이 때문에 일부 군소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 취해 해묵은 과제인 구조조정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강창희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주식 위탁매매로 다시 푼돈을 벌게 되면서 지난해의 위기감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이번 증시 호황이 낡은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충고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마니아] 우리는 아줌마축구의 맞수

    [마니아] 우리는 아줌마축구의 맞수

    스포츠는 라이벌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다. 국제 축구에서는 ‘한국VS일본’이 그렇고, 국내 야구에서는 기업 라이벌인 ‘현대VS삼성’‘해태VS롯데’경기가 유독 재밌다. 또 사학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펼치는 축구·야구·농구 등의 경기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양교가 전통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대회가 창설되고 팀 창단이 늘어가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에도 라이벌이 있다. 창단 후 지금까지 전국대회와 지방대회를 막론하고 우승·준우승을 양분해 온 송파구립여성축구단(감독 김두선, 이하 송파팀)과 마포여성축구단(감독 신문선, 이하 마포팀)이 그들이다. 송파팀은 지난 1998년 창단한 생활체육 여성축구단 1호팀이다. 창단 3년만인 지난 2001년 전국대회인 ‘제1회 파필리오배’와 ‘제1회 송파구청장배’를 동시에 우승하며 국내 ‘최강’으로 부상했다. 송파팀은 이후 ‘제2회 파필리오배’와 ‘제2회 송파구청장배’‘제3회 여성부장관기’대회 등 굵직굵직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생활체육 여성축구 최고 팀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마포팀은 지난 1999년 6월 ‘신문선과 함께 하는 마포구여성축구교실’로 시작,2000년 7월 신문선(47·SBS축구해설위원)씨의 제안으로 팀을 창단하게 됐다. 마포구에 사는 신씨가 창단 이후 지금까지 감독을 맡고 있으며,2001년 처녀출전한 ‘제1회 파필리오배’에서 송파팀에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번번이 결승에서 송파팀에 져 준우승에 그친 적이 많았으나, 지난 2003년 ‘제2회 여성부장관기’와 ‘제1회 서울시연합회장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송파팀과 더불어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의 최강 자리에 올라 있다. ●창단 후 8차례 대결 송파팀과 마포팀은 창단 이후 첫 대결인 2001년 3월 ‘제1회 파필리오배’ 결승전을 비롯, 지금까지 공식경기에서 8차례 싸웠다. 역대 전적은 6승2패로 송파팀이 우세에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결승전만 무려 7차례다. 전국적인 대회가 매년 3차례 정도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치러진 모든 대회의 결승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송파와 마포가 맞붙은 셈이다. 두 팀이 ‘진정한 라이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보통 생활체육 여성축구 경기에서는 3∼5점차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경기 경험이나 조직력에서 팀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파와 마포팀의 경기는 2003년 12월 한겨울에 치러진 ‘제3회 킴스컵 결승’(3대1 마포 승)을 제외하면 나머지 7경기가 모두 1대0으로 승패가 갈리거나 승부차기까지 가야만 했던 막상막하의 경기였다. 비록 전적상으로는 송파가 우위에 있지만 양팀의 전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마포팀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마포구청 문화체육과 장종환 과장은 “축구 한·일전이나 다른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라이벌팀의 경기에서 전적은 무의미하다.”면서 “시합 당일 컨디션이나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라이벌 경기”라고 말했다. 감독이나 코치의 면면도 라이벌팀답게 경합을 이루고 있다. 마포팀의 경우 SBS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문선 씨가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면에서 송파를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송파팀의 감독은 전통의 축구 명문 동북고와 고려대를 거쳐 청소년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8강까지 오른 김두선(35)씨가 맡고 있다. 마포팀의 코치는 1993년 경희대 여자축구팀 창단멤버이고 현재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수진(32)씨가 맡고 있다. 또 송파팀은 경희대 시절 주전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수안나(27)씨가 맡고 있다. 양 코치는 경희대 졸업후 입단한 ‘숭민원더스’에서도 최강 공격수로 맹위를 떨친 바 있다. ●송파·마포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 “스포츠계에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송파여성축구단이라는 강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마포팀 역시 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죠.” 마포팀의 신문선 감독은 “송파팀과 마포팀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양쪽에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특히 우리나라처럼 척박한 생활체육 여성축구 풍토에서는 송파와 마포 같은 라이벌 팀이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라이벌인 송파팀에 대해 신 감독은 “전통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창단한 생활체육 여성축구팀답게 조직력과 팀 단결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송파팀 선수들 가운데는 현역 체육선생님을 비롯,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체육을 전공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은 아무래도 ‘완전 초짜’ 주부들보다는 감각이 다르고 이들이 속해 있는 팀은 경기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파팀의 양 코치는 마포팀에 대해 “공격에 투입되는 몇몇 선수들의 능력이 프로선수들 못지 않게 뛰어나다.”면서 “마포의 가장 큰 장점은 순간적인 공격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양 코치는 “탁월한 공격력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마포의 약점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뛰어난 일부 선수들에게 경기를 의존하기 때문에 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파팀 주장인 김정희(45·MF)씨는 “신문선 씨가 인정한 것처럼 우리팀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력이 탄탄하다는 것이다.”면서 “창단 때부터 송파팀에 몸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팀내 분란이나 싸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포팀 역시 ‘조직력’이나 팀 분위기만큼은 다른 팀 못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문선 감독은 “송파나 마포팀이 축구를 잘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로 즐겁게 운동하기 때문”이라면서 “‘건강증진’이나 ‘삶의 질 향상’ ‘돈독한 인간관계’ 등에 목표를 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승이 따라온다.”고 언급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치구 여성축구 현황 송파구립여성축구단과 마포여성축구단이 양분해 오던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송파와 마포에 이어 지난 2000년에는 동대문구가 여성축구단을 창단했으며, 이듬해인 2001년에는 중구가 여성축구단을 만들었다.2002년에는 은평·금천·강동·종로구에서,2003년에는 영등포구에서 여성축구단을 창단했다. 지난해에는 서대문·중랑·노원·동작구에서 각각 여성축구단을 창단해 현재 서울시에는 14개의 여성축구단이 있다. 송파와 마포를 제외한 다른 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종로팀이나 강동팀은 전국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저력을 보이고 있다. 마포팀의 신문선 감독은 “우선 팀이 10개 이상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실력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학이나 프로에서 활동했던 우리나라 1세대 여성축구선수들이 결혼이나 은퇴 이후 속속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생활체육 팀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송파나 마포의 우승 독식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예상은 지난 3월19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치러진 ‘제4회 킴스컵’대회에서도 맞아떨어졌다. 결승에는 마포팀과 경기도 안산시팀이 올랐으나 예상을 깨고 안산시팀이 2대1 승리를 거둬낸 것이다. 마포팀 관계자는 “안산시팀에는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실업팀인 ‘숭민원더스’나 대학팀인 ‘경희대’출신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순수 아마추어 아줌마들로 구성된 마포팀이 이정도 선전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규정을 정비해 선수 출신들의 비율을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빌딩 X파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빌딩 X파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잠실지역이 개발되고도 오랜기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주변은 ‘테크노마트’가 들어선 뒤 강남, 목동 등에 뒤지지 않는 노른자위 땅으로 손꼽히게 됐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빌딩 하나가 인근 지역의 위상을 새롭게 한 셈이다. 외환위기 초입이었던 1998년 4월 문을 연 테크노마트는 전자제품 전문상가를 중심으로 일반상품매장, 영화관, 식당가 등을 모두 갖춘 복합 전자상가라는 새로운 유통모델을 제시한 첫사례로 손꼽힌다. 테크노마트의 시도 이후 용산전자상가에도 영화관이 새로 들어서고 의류전문상가인 동대문 지역에도 전자제품 매장이 들어서는 등 유통업계에도 지각변화가 생기게 됐다. 도심부에 위치하지 않아 덜 알려졌지만 지하 6층, 지상 39층의 테크노마트는 높이 189m로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다. 연면적도 여의도 63빌딩의 1.6배인 7만 8568평에 달한다. 건물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만 66기, 엘리베이터는 36기로 준공 당시 단일 건물로는 가장 많은 보유대수를 자랑한 건물 중 하나다. 날씨에 따라 건물 외벽을 밝히는 조명의 색조가 바뀌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한강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영화 ‘쉬리’,‘자귀모’, 드라마 및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배경이 되기도 했다. 2∼8층까지는 전문 전자상가로 돼있고 1층에는 혼수생활명품관이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이어지는 지하매장에는 의류매장, 식당가, 롯데마트 등이 있다. 9층에는 전문식당가와 옥상공원인 ‘하늘공원’이 있다. 약 1000평인 이곳은 나무, 잔디 등이 오솔길, 벤치 등과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이곳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이다. 10층에 있는 ‘강변CGV11’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멀티플렉스(복합영화상영관)’다. 98년 개관 당시에는 단일 영화관으로는 가장 많은 11개의 스크린을 선보여 ‘극장가=종로’라는 공식을 단번에 깨뜨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15∼39층에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기업 및 관련단체가 밀집해 있는 벤처산업의 메카다. 한글과컴퓨터,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등 16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97년 정보통신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진흥구역’으로 지정됐고, 98년에는 서울시로부터 ‘벤처기업 집적시설’로 지정받았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월드이슈-지진공포 확산] 인도양 1~5년내 또 ‘쓰나미’ 가능성

    [월드이슈-지진공포 확산] 인도양 1~5년내 또 ‘쓰나미’ 가능성

    불과 몇 분 사이에 교량과 건물 대부분을 파괴하는 리히터 규모 8.0 이상의 강진과 그로부터 수시간 후 발생하는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이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로 30만명 이상이 희생된 지 불과 석 달 만인 지난 28일 이에 필적할 규모의 지진이 발생, 대재앙을 예고하는 시계 초침이 더욱 빨리 움직이는 느낌이다. ●빨라지는 재앙 시계의 초침 지난 28일과 같은 규모의 지진은 20세기 여섯 차례 발생에 그쳤다. 그 중 네 차례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알류샨 열도를 거쳐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지각의 경계지역에서 일어났다. 인구 밀집지역이 아니어서 인명 피해는 적었다. 지진이 잦기로 유명한 일본 열도와 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에서도 이처럼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 세기 들어 벌써 두 차례, 그것도 16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3개월 간격으로 규모 8.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일대 지질학자 제프리 박은 “누구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지난해 말 지진의 여진이 이렇게 강력한 규모로 올지 몰랐다.”고 경악했다. 이 일대에서 지난 1861년 강진때 발생한 압력이 지난해 말 분출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140년을 기다려온 힘의 압축이 있은 뒤 3개월 만에 또 다른 힘이 이를 메우기 위해 분출됐다는 설명이다. 1971년 캘리포니아 지진이 94년 같은 주의 노스리지 지진으로 이어지는 데 23년이 걸렸다.1990년 6월 이란 지진은 2003년 12월 2만 6000여명이 희생된 밤시(市) 참사를 불러왔다. 인도의 1993년 9월 지진은 1만 3000명이 숨진 2001년 1월 지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인도양 지진은 6분30초∼8분30초 동안 지속돼 일반적으로 지진이 3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는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분 넘지않던 지진 8분대로 길어져 이번 지진을 2주 전에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지질학자 존 매클로스키는 어떻게 규모 7.5대 지진의 도래를 경고할 수 있었을까. 그는 1998년 터키 지진 이후 아나톨리아 단층에 얹혀진 과잉압력을 측정,1년6개월 후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을 예측한 사례를 따랐다고 밝혔다. 매클로스키는 지난번 쓰나미때 좁게 돌출된 버마판이 인도·호주·순다판에 밀려 파열됐다가 이를 원상회복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며 그 연장선에서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과거 1500년 동안 일본 동남부에서 일어난 대지진 가운데 5개는 5년 안에 여진이 일어났고 2개는 1년도 안돼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전례를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1∼5년 안에 대형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어느 지역보다 안다만∼수마트라 일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수마트라 연안의 침강이 오랜 기간 지속됐고 비교적 취약한 두 개의 오세아니아 활성 단층이 위아래에서 압박해 왔다는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인도양 일대 지진활동이 199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압축된 힘이 분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측자료 축적·경보제 두마리토끼 잡아야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대재앙이 언제 어느 지역에 닥칠 것인지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 통신·전기·가스 등이 밀집된 도시나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폐기물 처분장 등이 들어선 해안 지역에 재앙이 덮칠 경우 그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 데이비드 오펜하이머는 “이번 지진에 해일이 동반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보다 심해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단층의 운동 방향이 동서가 아니라 남쪽으로 진행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같은 지진해일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각판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지금까지 안전지대로 분류돼온 한반도도 지난달 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엄습했을 때 부산 경남지방까지 심하게 흔들려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진 안전지대였던 한국조차 외국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자료를 축적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과 구호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문답으로 알아본 지진해일 미국의 지질조사국(USGS)은 웹사이트에서 지진과 지진해일 즉 쓰나미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지진 뒤에는 여진이 따르는가. -여진의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 여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진의 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진다. 지난해 말 리히터 규모 9.3의 인도네시아 지진 이후 이 지역에선 규모 6이상의 여진이 13차례나 관측됐다. 쓰나미를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보다 지진의 강도다. 지층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수평단층’ 지진보다 위아래로 어긋나는 ‘수직단층’ 지진이 해일을 일으킨다. 또한 깊은 바다보다 얕은 바다에서의 지진을 쓰나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규모 6.5 이하는 지진해일을 일으키지 않는다. 규모 6.5∼7.5는 지진해일을 유발하지만 파괴적이진 않다. 규모 7.6∼7.8은 진앙지 근처에서만 위험한 지진해일을 일으킨다.7.9 이상의 지진은 광범위한 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 대형 지진을 예측할 조짐은. -앞서 지진이 잦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 인도네시아 주변 인도양에선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40차례나 발생했다.2002년 이후에는 20차례가 넘는다.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 크기는. -길이는 최대 1200∼1300㎞에 이르고 진앙지에 직각을 이루는 지점의 너비는 100㎞ 이상 돼야 한다. 어긋난 단층의 규모는 20m 정도이고 지진으로 인해 오르내린 해저 표면의 높낮이는 10m에 이른다. 지난해 말 수마트라섬 지진의 강도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2만 3000개에 버금간다. 지진이 지속되는 기간은. -단층간 괴리 현상과 이를 느끼는 기간은 보통 3∼4분간이다. 지구의 자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고작해야 낮의 길이가 100만분의 2초 정도 짧아졌다고 한다. 지진해일 경고 시스템은. -하와이에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가 있으나 인도양에는 없다. 이 지역에서의 지진 사례는. -1900년 이래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2000년 수마트라섬 남부에서 관측된 규모 7.9다.1797년에 규모 8.4,1833년에 규모 8.7의 지진이 일어났다. 약 230년마다 한 쌍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는 통계학적 정설이 있다. 지진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가. -연관성은 논란거리다. 다만 지진 이후 용암이 아닌 진흙을 내뿜는 이화산(泥火山)이 폭발한 경우는 많다. 이번 지진에서도 일부 목격됐다. 주로 유전지대의 화산에서 나타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경보시스템 어떻게 돼가나 지진해일(쓰나미)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경보 시스템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제적 시스템 구축은 빨라야 내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 경보 시스템이 잘 갖춰진 태평양 지역과 달리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경보 시스템이 없는 인도양 국가들은 개별 국가 차원의 경보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 정보를 관련 국가들에 제공한 것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PTWC)였다. 일본, 하와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알래스카, 남미 연안 등에 이르는 태평양 지역은 1949년에 설립된 이 센터로부터 쓰나미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유엔은 지역 차원의 경보 시스템이 없는 인도양에 2006년 중반까지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적인 협력을 조율하며 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지난 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등 19개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자카르타에서 열린 ‘긴급 구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른 것이다.AP통신은 일부 경보 장비들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인도양의 쓰나미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자연재해 실무그룹 위원회’는 1400억원에서 28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국제적인 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고 최근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권고안은 오는 7월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 의장국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제안할 예정이다. ●印尼, 지진계25개·GPS10개 설치 쓰나미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인도양 국가들은 개별 국가 차원의 경보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가장 큰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는 610억원가량을 투입해 오는 10월부터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008년 완공 목표지만 우선적으로 25개의 지진계와 10개의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설치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일 과학기술자들을 참여시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312억원을 들여 2007년 9월 가동을 목표로 경보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이번에 설치하는 경보 시스템이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의 시스템보다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태국, 새경보시스템 주내 가동 태국은 경보 시스템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탁신 친나왓 총리는 지난 29일 “주요 언론사와 통신망에 연결된 쓰나미 경보 시스템이 1주일 내에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수마트라섬이 방패 역할했다”

    28일 발생한 지진이 지난해 12월 지진과 달리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을 동반하지 않은 것은 ‘진원(震源)이 깊었고 수마트라섬에 의해 지진의 힘이 흡수될 수 있는 지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움직이는 두 개의 지각판이 정면 충돌하지 않고 옆으로 빗기는 수평이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란 지진 직후의 추정에 비해 훨씬 구체화된 설명이다. 여러 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지난해의 지진보다 진원이 깊어 지진의 힘이 해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지진의 진원이 해저 밑 10㎞로 측정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30㎞가량으로 추정됐다는 점에서 해저까지 일종의 완충지대가 3배나 길었다는 것이다. 영국지질조사원(BGS) 브라이언 밥티 박사는 “해안에서 240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리히터 8.7의 지진은 대형 쓰나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서 “쓰나미가 없었던 이유가 진원이 더욱 깊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30일 보도했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의 지안 린 박사도 “진원이 얼마나 깊었는지 자료를 분석하는 데 2∼3일 걸릴 것”이라면서 “더 깊었던 것으로 나타나면 대형 쓰나미가 없었던 이유가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진의 힘이 수마트라섬에 의해 상당 부분 차단될 수 있는 곳에서 지진이 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린 박사는 지난해 지진은 수마트라섬 최북단 인근이 진앙이어서 진앙과 태국, 인도 등 피해 국가들 사이에 바다 외에 아무 것도 없었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남동쪽으로 160㎞가량 떨어져 수마트라섬이 방패막이 구실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히터 규모 9.3과 8.7은 파괴력에 있어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BBC방송 인터넷판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번 것은 지난해 12월 것보다 약 12∼15배 작은 규모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개미의 침공…지구온난화로 개체수 늘어

    개미의 침공…지구온난화로 개체수 늘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개미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공격 본능이 커져 인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과 파마나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최근 열대우림에서부터 냉대 툰드라지역의 665개 개미 군에 대한 조사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열대와 온대 등 따뜻한 지역은 냉대와 한대 등 추운 지역에 비해 개미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개체 수는 증가한다. 미국 49개 생태계 지역에서 일개미 수를 비교한 결과, 저온의 소나무지대에서는 63마리에 불과했지만 고온의 사막에서는 9000마리에 달했다. 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생명체의 생체 기능이 향상되고 충분한 먹잇감이 공급돼 개체 크기가 커진다는 일반적인 원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다. 이에 대해 국내 개미전문가인 유동표 박사는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개미처럼 작은 곤충은 오히려 다른 생명체의 먹잇감으로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크기가 줄어든다.”면서 “이같은 과정에서 종족을 보호하려는 본능도 강해져 더 뛰어난 번식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높은 온도가 생명체의 번식과 성장에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온난화로 공격적인 개미 증가 연구팀은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체 개미 가운데 일개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개미의 공격 성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 박사는 “역할분담이 철저한 개미집단에서 일개미는 먹이를 모아오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의)먹이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온난화가 전지구적 현상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떼지어 몰려다니며 곡식은 물론 사람까지 무차별 공격, 목숨까지 잃게 할 수 있는 ‘붉은 불개미’(fire ant)는 원산지인 남미를 비롯,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붉은 불개미와 유사한 종류인 ‘일본열마디 개미’가 서식하고 있다. ●향후 100년간 온난화 심화 특히 지구 온난화는 지난 세기보다 21세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대기연구소(NCA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난 2000년 수준으로 억제하더라도 지구의 평균 온도는 향후 100년간 0.4∼0.6도 상승한다는 것. 이는 20세기 동안의 온도 상승(0.6도)에 맞먹는 수준이다. 제럴드 밀 박사는 “이는 대기의 온도 상승이 해양과 지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시간의 지체’ 현상 때문”이라면서 “시간의 지체 현상 때문에 지구는 현재 온실가스에 의한 영향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톰 위글리 박사도 “물은 온도 상승에 따라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시간 지체로 인한 열팽창만으로도 해수면은 향후 100년간 11㎝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석은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현 추세를 감안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은 향후 50년 안에 지금보다 1.9∼11.5도 상승하고, 고위도 지방은 20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100년에는 겨울이 사라지고 봄, 여름, 가을 날씨만 계속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팀은 2100년 연평균 기온이 서울의 경우 현재 12.8도에서 18.8도, 부산은 14.9도에서 20.2도로 올라 더이상 겨울 날씨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개미는 비염·천식의 원인 개미의 수가 늘고 공격성이 강화되는 데다 크기마저 작아져 인류의 생활권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 개미는 지금도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이나 야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왕침개미’, 고층 아파트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애집개미’ 등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연구소 박중원 교수는 “황갈색 또는 등황색의 애집개미(몸길이 2∼3㎜)는 집안을 기어다니며 비염이나 천식 등을 유발한다.”면서 “이같은 사실은 최근 밝혀져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개미로 인한 질병이 증가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적갈색의 왕침개미(4∼5㎜) 침에 쏘이면 쇼크가 발생해 최악의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인도네시아 규모 8.7 강진] 지각판 수평운동…쓰나미 발생안해

    [인도네시아 규모 8.7 강진] 지각판 수평운동…쓰나미 발생안해

    28일 밤(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근처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8.7로 지난해 12월26일 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9.0의 지진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규모 8.7은 지난 100년간 발생한 지진 중 7위를 차지할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니아스섬의 가옥 70%가 파괴되고 1000∼200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이번 지진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스리랑카, 인도 등에 지난해처럼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나미 없었다” 인명피해 줄어 미국 하와이에 있는 국제 쓰나미 정보센터는 29일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며 “이번 지진으로 쓰나미가 일부 기록되기도 했지만 파괴적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 국립기상청(NWS) 산하 태평양쓰나미경고센터도 지진 발생 2시간만에 “진앙 근처에서 대규모 쓰나미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록 호주나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등은 해수면 상승 등 위험이 상존해 있지만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인 까닭에 쓰나미가 일어나도 그렇게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직단층 없었고 해수면도 얕아서 지진이 엄습한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 지진 규모가 지난해 말 수준에 육박한다는 소식에 대규모 쓰나미로 이어질까봐 여러 나라의 공포가 극대화됐지만 결과적으로 재앙은 면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규모가 강력하다고 반드시 쓰나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규모뿐만 아니라 수직단층이 생겼는지 여부, 진앙이 지표면에 가까운지 여부, 수심이 깊어 물의 흐름을 얼마나 동반할 수 있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이 이번 지진에서 어떤 지각판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쓰나미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수직단층이 없었고 수평단층 운동만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해 남아시아를 휘몰아쳤던 쓰나미는 보통 1년에 4㎝씩 이동하던 지각판이 무려 13.9m나 움직인 결과 일어났다. 수백년 동안 이뤄질 지각운동이 단 몇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길이 560㎞, 폭 150㎞에 이르는 단층이 움직이면서 수직과 수평 운동이 동시에 일어나 최고 20m 높이의 파도를 일으켰다. 물론 수평단층에서도 소규모 쓰나미가 발생한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수평단층에서는 쓰나미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지난번 강진과 이번에 진행된 단층운동이 정반대 방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쓰나미 가능성 없나 그러나 대략 10년에 6건 정도 발생하는 쓰나미의 90%가 태평양에서 일어나며 규모 6.75의 지진에도 쓰나미가 뒤따른다는 점을 들어 향후 이 정도 규모의 여진이라도 쓰나미를 몰고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관건은 역시 ‘잠수함 지진’이라 불리는 수직단층 활동이다. 규모가 작더라도 융기된 지각의 영향으로 해수가 일순간에 들어올려졌다가 엄청난 양의 해수를 연안지대에 밀어붙이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실리콘으로 그린 그림

    판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오이량(43)이 실리콘으로 그림을 그렸다. 인간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판화작업을 통해 형상화해온 그가 이제 실리콘을 매재(媒材) 삼아 새로운 실험을 펼친다. 30일부터 4월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초대전에서 작가는 모두 40여점의 ‘실리콘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가 실리콘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하지만 실리콘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대규모로 작품전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업은 고단한 수공을 요구한다. 실리콘을 얇게 펴 바른 뒤 그것을 스파게티 면발처럼 가늘게 잘라내어 캔버스에 다시 실리콘을 이용해 붙이는 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말랑말랑한 ‘돌’ 실리콘이 화사한 색깔의 옷을 입고 한 점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실리콘은 탄소보다 크고 무거우며 납보다 가벼운 원소다. 지각의 약 28% 정도가 실리콘으로 이뤄져 있다. 인체에 해가 거의 없고 곰팡이가 슬지 않으며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작가는 이같은 실리콘의 장점을 최대한 작품에 응용한다. 실리콘 속에 녹차, 자개, 황토, 숯, 솔잎 등 천연재료 가루도 섞어 넣는다.‘웰빙 회화’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실리콘 그림과 함께 은판화 작품도 내놓는다. 주역을 바탕으로 삼라만상의 생성원리를 점과 선을 이용해 표현한 것으로, 작가는 “보는 이들에게 복을 주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한다.(02)725-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뇌도 운동시키면 똑똑해진다

    뇌도 운동시키면 똑똑해진다

    사람은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재도, 둔재도 될 수 있다. 고3 수험생이라면 이른바 ‘사당오락’(四當五落·4시간 자고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그러나 잠을 안 자고 공부하면 집중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 즉 공부의 ‘양’은 많아지지만,‘질’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뇌를 검사한 결과, 뇌의 시상신경이 거의 모두 손상됐다. 즉 사당오락은 비과학적인 ‘우격다짐’에 지나지 않는다. ●사당오락은 불변의 진리다? 수면 중에는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현상(REM·Rapid Eye Movement)이 나타난다. REM수면 중에는 척수신경 및 운동뉴런이 강하게 억제돼 몸은 마비상태에 가까워지는 반면 뇌의 활동은 활발해져 대뇌 혈류 및 산소 소모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REM수면 상태에서는 소음에 반응이 없지만, 이름을 부르는 등 의미있는 일에는 반응하게 된다. 고려대 인지과학연구소 한종혜 박사는 “REM수면과 비REM수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한 주기는 90분가량이며, 주기마다 20∼30분이 REM수면”이라면서 “뇌는 REM수면 중 스스로 반복학습하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암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학습내용은 영구적으로 기억되기 전에 뇌 속 중간에 자리잡은 ‘해마’에 임시 저장된다. 이 때문에 해마를 다치면 다친 이후의 일은 기억할 수 없어 방금 만난 사람도 돌아섰다 다시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 된다. 한 박사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면 해마는 학습내용을 장기기억창고로 잘 보내게 된다.”면서 “또 장기기억력 향상에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머리 큰 사람이 똑똑하다? 현재 인류의 뇌 용량은 1400㎤가량이다.150만년전 호모 에렉투스는 900㎤에 불과해 뇌 용량이 클수록 지능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4만년전 크로마뇽인은 현대인과 비슷한 1300∼1400㎤였다.1만년전 네안데르탈인은 1500∼1750㎤로 오히려 현대인보다 뇌가 컸다. 그렇다면 뇌의 무게와 지능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남자는 1350∼1400g, 여자는 1200∼1250g이기 때문에 뇌의 무게와 지능이 비례한다면 남자는 여자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경우 뇌의 무게는 1230g에 불과했다. 한 박사는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능력과 공간 지각력을 좌우하는 뇌의 두정엽 부분이 일반인보다 15% 넓었다.”면서 “다른 똑똑한 사람의 뇌를 검시한 적이 없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지능은 뇌의 크기와 무게보다 신경세포 밀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턴은 왼쪽 이마 윗부분과 오른쪽 이마 아랫부분이 도드라졌으며, 베토벤 역시도 왼쪽 이마가 볼록했다. 이는 뇌의 어느 부분을 잘 쓰는지가 얼굴 모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왼쪽 이마가 튀어나온 ‘짱구’는 생각을 깊게 하고 언어나 수리를 동원해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중 왼쪽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즉 머리의 크고 작음보다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셈이다. ●천재는 타고난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처럼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법도 있기 마련이다. 뇌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호르몬 분비 등이 달라지게 된다. 최근 국내 주요 대학 재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좋아하는 과목부터 공부 ▲과목별로 번갈아 공부해야 집중력 향상 ▲전체 흐름 파악한 뒤 중요 내용 암기 ▲학습능률 높이는 주말 취미생활 등이 공부 비결로 꼽혔다. 실제로 어떤 것에 대한 의욕은 뇌의 전두엽 부분을 자극한다. 한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도 뇌의 각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면 뇌의 특정 부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쉽게 피로하지 않는다. 또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외운 내용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이를 이미지화하면 더 오래 기억되며, 명상과 적당한 휴식은 긴장과 스트레스 등을 이완시켜 뇌를 활발하게 만든다. 공부에 왕도(王道)는 없다고들 하지만, 왕도는 뇌를 자극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있는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盧대통령 ‘선전포고’에 日 “상황 심각하다”

    盧대통령 ‘선전포고’에 日 “상황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내놓은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 드리는 글’은 대일 외교전 선전포고문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한 톤이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시정을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면서,‘외교전쟁’이란 용어까지 사용한데서 노 대통령의 의지가 함축돼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사 왜곡의)뿌리를 뽑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더이상 묵과 못해” 노 대통령은 ‘다케시마의 날’ 선포, 역사교과서 왜곡 등의 일련의 행동이 몰지각한 국수주의자의 행위가 아닌 일본 전체의 목소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일본이 지금까지 한 반성과 사과를 모두 백지화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미래를 향한 평화와 번영의 구도라는 한·일관계가 깨지고 패권 대결구도로 가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우려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외교전 불사 입장 천명으로 한·일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일본이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장기화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역사의 대의에 부합하게 처신하고 확고한 평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연계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한·일정상회담도 불투명한 것 같다.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대해 “기본적으로 일정을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협의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안 나오기까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안 처리 강행을 전후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노 대통령이 국민에 드리는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것은 19일부터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4∼5일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조세형·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의견을 듣고 난 직후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한·일관계 해법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이 침묵을 깬 것은 꼬여 있는 북핵문제 때문일 가능성과 국내여론용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날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판도는 변화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日 “상황 심각하다” 당혹감 역력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관계 대국민 담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한국내의 반일기류를 ‘일회성’으로 치부하려던 조야가 23일 노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급변, 긴장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노 대통령의 담화가 일본측에 알려진 뒤 행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독도 및 러시아·중국과의 영토분쟁 등 주변국과의 외교갈등을 묻는 질문에 “일시적인 대립관계일지는 모르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스기우라 세이켄 관방부 장관은 정례기자회견에서 “서로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측은 냉정하다. 한국민의 감정은 일견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노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다. 다카시마 하쓰히사 외무성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들었다.”며 “당국자들이 정밀분석하고 있으며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를 향해 화해의 정신으로 마음속에 맺힌 것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특히 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직접 시정요구의 형식이 매우 파격적인 것이라는 반응이다. taein@seoul.co.kr
  • 잭슨 “재판 1분 늦었으면 양호하죠?”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46)이 또다시 법정에 지각 출두했다. 잭슨은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 법정에서 속개된 성추행 사건 심리에 출두 예정 시간보다 1분 정도 늦게 나왔다. 잭슨은 측근 2명의 팔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법정에 들어올 수 있었고 허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뻣뻣하게 걸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재판정에 나오길 거부하다가 로드니 멜빌 판사가 강제 구인 명령을 내리자 놀라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1시간 늦게 법정에 나온 적이 있다. 지난 2003년 네버랜드 저택 침실에서 잭슨이 15세 암투병 소년을 성추행했는지를 따지고 있는 이번 재판은 원고 소년과 가족이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유명인의 돈을 노리고 황당한 소송을 제기했었다는 점이 확인돼 원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 “日열도 지진 열외 없다”

    |도쿄 이춘규특파원|20일 발생한 후쿠오카 앞바다 지진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니가타주에쓰(新潟中越) 지진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지진경계의 공백지역’에서 발생,“일본열도에 지진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특히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번 지진의 진동이 한국 거의 전역에서 감지돼 한국도 지진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후쿠오카, 야마구치현 등은 부산과 지척지간이다. 이번 지진은 니가타주에쓰 지진에 이어 비교적 지진활동이 적다고 여겨진 지역에서 일어났다. 후쿠오카 기상대에 따르면 1890년 관측 개시 이래 후쿠오카현 내에서 관측된 지진은 진도 4까지다. 진도 6 약(규모 7.0)은 관측 사상 최대였다. 후쿠오카 앞바다에서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700년 이키앞바다 지진 이후 처음. 이번 지진을 일으킨 미지의 단층은 유라시아지각판에 속해 있다. 도쿄대학 지진연구소나 국토지리원에 의하면 북서에서 남동으로 뻗어 거의 수직에 가까운 단층형태다. 도쿄대 연구소는 길이 약 15㎞, 깊이 15㎞의 단층이 최대 1.4m 어긋난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지리원은 길이 30㎞, 깊이 약 20㎞의 단층면이 약 0.6m 어긋났다고 봤다. 해저지각내부에서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진에 수반하는 해일(쓰나미)이 관측되지 않았던 것은 상하 방향의 움직임이 작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횟수가 적은 지역이라도 장기적으로 지진이 없는 곳은 없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21일 정오 현재 1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옥 800여채가 전파 또는 반파됐고,2800여명의 주민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휴일 전국 지진공포…주민들 한때 대피소동

    휴일 전국 지진공포…주민들 한때 대피소동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홍희경기자| 일요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진동이 감지돼 시민들이 한때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이날 지진은 지난 1978년 충남 홍성에서 일어난 규모 5.0도의 지진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진동이 감지된 이래 가장 범위가 넓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20일 오전 10시53분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북서쪽 45㎞ 해역의 해저 9㎞ 지점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어 이날 오후 7시 52분 등 세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진도 4.5도 규모의 여진이 있었다. 지진의 여파로 부산과 광주·서울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에서 건물과 창문 등이 흔들리거나 화재가 발생하고 일부 시민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기상청은 “지진이 부산에서 165㎞ 떨어진 대마도와 후쿠오카 사이 바다에서 발생했다.”면서 “부산에서는 4∼5도의 진동이, 서울에서는 민감한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인 2도의 진동이 감지됐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은 오전 11시20분에 남해안과 동해안, 제주도에 지진해일주의보를 내렸으나,1시간10분 만인 낮 12시30분 해제했다. 기상청은 “이번 해저지진이 지각의 수평 움직임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다행히 지진해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최북단 지진계측기가 있는 철원에도 지진파가 전달됐지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경기 북부 일부 지역과 북한에서는 진동이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진해일 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1996년 2월17일 이후 9년 만이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지진 발생후 5분이 지난 오전 10시58분 후쿠오카시 해안과 나가사키현 이키, 쓰시마 일대 해안에 쓰나미(지진 해일) 주의보를 발령했다가 정오쯤 해제했다. 이날 지진으로 규슈 전역의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으며 후쿠오카현에서 75세 할머니가 무너진 벽에 깔려 숨지고, 최소한 45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taei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0)전국의 길지 (상)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0)전국의 길지 (상)

    ●정북창의 십승지론 지난 호를 읽은 정감록 산책의 독자들이 인터넷상에서 한바탕 격론을 벌였다. 어느 독자는 전라도의 십승지는 지리산 하나가 아닐 거라며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해 누구는 전라도에 길지가 여럿인 것은 사실이지만 십승지는 지리산 하나뿐이라고 못 박았다. 아닌 게 아니라 정감록에는 전국 각지에 산재한 수십 개의 길지가 일일이 언급돼 있고, 전라도에도 길지가 물론 여러 군데 있다. 그런데 십승지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열 곳의 길지를 말하는 것이며 그 대부분은 경상도에 위치한다. 충청, 강원, 전라도에도 몇 개의 십승지가 있지만 전라도 몫은 지리산 하나다. 어떤 독자는 난리가 일어날 때 십승지로 피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정감록에 딸린 ‘북창비결’을 언급해가며 십승지 무용론을 폈다. 북창비결은 흔히 북창 정렴(1506∼1549)의 저술로 본다. 유·불·선에 두루 능통했다고 하는 정렴이 과연 북창비결의 저자인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십승지에 관한 그의 주장은 아래와 같았다. “십승지지(十勝之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쓸데가 있기도 하고 쓸데가 없기도 하다.” 설사 십승지에 들어가더라도 효과가 반드시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북창은 “내 자손들은 산에 올라가지 말고 물에 들어가지 말 지어다.”라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십승지를 총체적으로 부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한다. 하지만 북창은 “양쪽으로 끊어진 산맥, 물이 깊은 곳 섬에 숨어라.”고도 했다. 요컨대 북창비결은 길지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았으나 정감록의 십승지론을 근원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궁기’가 있다 열째 십승지는 태백산(1567m)이다.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태백시 경계에 우뚝 솟은 태백산. 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정상에 우뚝한 영산이다. 태백산은 소백산과 더불어 십승지의 자궁 노릇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남사고 역시 내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정감록을 보면 이심은 이렇게 말했지. 곡식 종자는 삼풍(三豊)에서 구하고 인종(人種)은 양백(兩白)에서 구한단 거야. 양백이란 태백산과 소백산이지.‘남격암’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랬지. 여러 산들 중에서 소백산(小白山)이 으뜸이라고 말이야. 장차 금강산 서쪽, 오대산 북쪽은 12년간 도둑의 소굴이 되고,9년간의 수해와 12년간의 병화가 있다고 보았을 때 오대산 남쪽에서 길지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남격암’에서도 북쪽의 땅들은 좋지 못하다 했고, 정북창도 충청도와 강원도는 살 수가 없고, 경기도 동쪽에서는 어육(魚肉)이 난다고 말했거든. 바로 그런 위기의 시절에 태백산과 소백산이 사람을 살린단 말씀이야.‘경주이선생가장결’을 보더라도 비슷한 말이 있고,‘토정가장결’에도 역시 똑같이 돼 있어. 달리 말해 정진인(鄭眞人)의 백성은 소백산과 태백산 밑에서 나온단 예언이야. 두 말할 나위 없이 십승지(十勝地) 중에서도 특히 2산의 기운을 직접 받는 곳이 단연 으뜸이지. 신기하게도 ‘택리지’에도 비슷한 설명이 나와.2산은 고래로 3재(수재, 화재 및 풍재)가 없기로 이름나서 국가에서 사고(史庫)를 두었다고 했거든. 태·소백산은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살기라곤 전혀 없거든. 난 특히 소백산을 사모했지. 소백산 아래 말을 내려 절을 올리며 이렇게 인사를 드렸었지.‘이 산은 정녕 사람을 살리는 산이옵니다(此活人山也).’ 글 가운데서도 난 태·소백산이 피난에 제일가는 땅이라고 밝혀두었어.‘정감록’을 읽어보면 태·소백 사이에 예전에 행세하던 양반들이 복고한다, 후세 사람으로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면 2산 사이에 자손을 숨겨야 한다고 했는데 모두 내 말에서 비롯된 걸 거야.” 남사고의 편지를 읽고 헤아려보니 ‘정감록’이란 비결은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태백산과 소백산에 얽힌 신화와 전설, 남사고를 비롯한 예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점차 수렴되어 정감록이란 예언서를 일궈낸 게 틀림없다. 얼핏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남사고의 편지글은 쉴 새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정감은 이런 말을 했어. 이 난세를 당하여 궁궁(弓弓)이 가장 이롭도다. 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시겠나? ‘경주이선생’에 보면 그 답이 있네. 지도(地道)를 얻어 병진(丙辰)에 금강산(金剛山)에서부터 기운을 바라보고 근원을 찾아 헤매다 어느 새 삼척부(三陟府)에 도착한다고 했어. 거기서 신(辛)·술(戌)의 방위를 따라 오십천우이(五十川牛耳) 사이를 향했더니 태백산(太白山)이란 거야. 태백산에서 백여 리 바깥을 바라보면 깊은 숲 속에 아직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크고 작은 궁기(弓基)란 걸세.‘토정가장결’에도 역시 같은 말이 되풀이된다네. 이 어찌 실없는 말이겠는가? 모름지기 인간 세상에서 몸을 피하는 데는 산도 이롭지 않고 물도 이롭지 않다고 정감록은 말하네. 오로지 양궁(兩弓), 궁궁 또는 활활이 가장 좋다는 거야. 바로 그 궁기가 태백산 아래 백여 리 지점에 있다 하네. 이 아니 좋을손가?” ●강원도의 길지 최고의 길지인 궁기는 태백산에 가까운 곳에 있다! ‘남격암’은 태백산 밑 강원도 영월 정동 방향의 상류를 가리켜 어지러운 일이 생겼을 때 종적을 숨길 만하다고 했다. 그 곳이 혹시 궁기란 말인가? 이상한 일이지만 영월의 정동 상류는 수염 없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면 소용없다고 했다. 방향이 정동인데다 상류라면 양기가 극히 성한 곳이다. 남성에게 적합한 길지란 말인데 ‘수염 없는 사람’이란 승려, 환관, 아이, 또는 여자라 부적절하단 말이다. 한편 ‘피장처’에선 정선을 길지로 지목하기도 한다. 정선은 높은 산에 파묻힌 모습이 무릉도원과도 같다고 했다. 한편 정선은 지형이 험준해 방어에 유리한 곳이라고도 한다. 남자 한 사람이 관문을 충분히 지킬 만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감록이 말하는 길지는 피난지다. 그러나 정선의 경우는 천연의 요새란 점에서 이채롭다. ‘남격암’엔 백두대간의 본류에 해당하는 강원도 산간의 길지가 두어 개 더 있다. 명산 오대산(五臺山,1563m)과 상원산(上元山)이 그렇다. 상원산은 비교적 덜 유명한데, 정선군 북면과 북평면에 걸쳐 있으며 적설량이 무척 많은 곳이다. 금강산에서 태백산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또 몇 군데 길지가 있다.‘남격암’은 “평평(平平) 울울(蔚蔚)”이 가장 길하다고 했다. 북평, 평해, 울진, 울산 등을 가리킨 것 같다.‘피장처’에도 강릉, 삼척, 평해, 울진이 숨기에 좋다 한다. 이밖에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보미산(補彌山)과 유량산(有良山)도 길지로 거론됐다. 이쯤에서 다시 남사고의 편지를 계속 읽어 보자.“과연 ‘두사총비결’에도 태백산의 지맥들이 길지로 언급돼 있네. 홍천군에 가면 약수산이 있지. 삼봉약수로 꽤 유명한 곳이야. 양구군 동면의 대아산은 또 어떻고? ‘피장처’에선 낭천읍에서 동북쪽으로 가면 대미촌과 소미촌이 있다고 했네. 깊고 궁벽한 곳인데 경치가 아주 그만일세. 그 부근에서 오시동, 칠천동, 흑어연, 청하산을 찾아도 좋네. 숨어 살 만한 곳이지. 그밖에 양평과 철원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에 또 하나의 길지가 있어.‘피장처’에선 어영창 동쪽 기슭에서 물길 따라 30리를 들어가면 된다고 했어. 대개 두 물이 모여드는 곳에 길지가 많지.‘화악노정기’에선 낭천에 있는 광현에서 남쪽으로 물길 따라 15리를 내려가면 산이 머리를 돌이키는 곳이 있는데 손씨 6형제가 피난할 곳이라고도 했어. 이렇듯 오대산 쪽에서 서울을 향해 서쪽으로 나오다가 어느덧 춘천에 이르게 되지. 춘천에서도 기린곡은 가장 깊고 궁벽해 난을 피할 만 하네. 춘천과 낭천이 만나는 곳에 불곡이란 곳도 있어. 역시 한 세상의 풍파를 피하기에 최고라네. ●동굴로 연결된 신선세계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신선세계도 있다는 군.‘북두류노정기(北頭流路程記)’에 자세히 나와 있지. 강원도 평강읍(平康邑)으로 흘러드는 구곡천(九谷川)이 있지 않나. 물길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면 청화산(靑華山)이 나오지. 거기서 태산 골짜기 40리를 휘감아 들어가게. 그러면 눈앞에 천장폭(千丈瀑)이 버티고 있네. 폭포수에 뛰어들어 머리로 물길을 뒤집어쓰고 두어 걸음만 들어가 보게. 한 석굴(石窟)이 나올 걸세. 그 석굴은 길이가 10리라네. 이 석굴을 걸어 지나면 드디어 명랑한 한 세계가 펼쳐지네. 동네 입구엔 5장이나 되는 높은 비석이 위용을 뽐내고 있지. 신선계는 상대(上臺)와 중대(中臺) 그리고 하대(下臺)로 나뉘는데 170여 호가 여기 산다네. 모두 6개 마을이야. 예부터 조선의 숱한 방외지사(方外之士)들이 동경해온 이상세계라네. 한 때 나도 그 곳을 찾아 나섰으나 아쉽게도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네. ‘피장처’에도 흡사한 이야기가 있어. 들어보겠나? 소양강 물길을 거슬러 얼마를 올라가면 한줄기 물길이 골짜기 입구에 있는 어느 바위 벽 사이에서 용솟음쳐 쏟아지는 곳이 있네. 재빨리 나무 사다리를 구해 바위틈으로 기어들어가게.20리쯤 바위 밑을 꾸불꾸불 파고들면 마침내 눈앞이 트이고 한 동리가 나온대. 이 마을엔 생선과 소금이 귀해 속세의 사람들은 살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있긴 해. 태백산 아래 있다는 궁기나 물밑 동굴로 이어지는 신선세상은 좀체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아주 난점이야. 정말 그런 이상세계가 있기나 한지, 솔직히 말해 나도 모르겠어. 오죽이나 세상살이에 지쳤으면 백성들은 그런 위안거리를 만들어냈을까. 생각할수록 백성들이 가엾기도 하고 영특하게도 생각되네.” ●영남의 길지들 “소백산에서 힘차게 뻗어 내린 몇 개의 산줄기는 다시 영남에 수많은 길지를 만들어 놓았다네.‘남격암’은 우선 조령(鳥嶺,548m)부터 말하고 있네. 조령이라면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가 아니겠나. 새재라고도 하고 문경새재라고도 부르지. 요새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영남이라는 이름도 실은 조령과 큰 관련이 있네. 소백산의 아들에 해당하는 죽령(竹嶺,689m)과 조령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영남 아닌가. 영남은 상고 적에 신라 1천년의 중심이었지. 그밖에 ‘남격암’은 영천을 길지라 말했는데 일리가 있어. 영천은 한민족의 영산인 소백산에 가까워. 북쪽엔 보현산(1124m), 서쪽엔 팔공산(1193m), 동쪽의 운주산(806m)이 에워싸며 높이 솟아 있고, 남쪽엔 금박산(432m), 구룡산(675m), 사룡산(685m) 등이 버텨 있어 포근히 감싸인 분지라, 과연 영천은 명당이로고. ‘남격암’은 수산(首山)을 길지라 말하기도 하네. 영양군에 있는 수산 말일세. 있잖은가? 저 유명한 17세기 조선 여성계의 거인 안동장씨부인의 남편 이시명도 바로 그 수산(首山)에 숨어 살았다고 하지 않나. 이 수산(首山)을 요샌 수비산(首比山)이라 부른다며? 선비가 숨어 살며 힘을 기를 만한 곳이 또 있네. 역시 ‘남격암’에 적혀 있지만 금오산(金烏山)이 아주 그만일세. 영남 팔경의 하나인 이 산 아래 유명한 채미정이 있다네. 이 정자야 물론 영조 때 후학들이 건립했다고 하지만 본디는 야은 길재 선생이 숨어 살며 제자들을 길러낸 곳이지. 금오산이 있는 선산군은 인재의 보고라네. 조선 인재의 절반이 영남에서 나온다 하고 다시 그 절반이 선산에서 출생한다 하지 않던가. 아직도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 역시 금오산 기슭에 서 있다네. 말을 하면 끝이 없네. 남쪽으로 뚝 떨어져 오늘날 경상남도 산청군에도 길지가 있어. 조선시대 단성현 북면과 동양면 등은 경치가 절승하고 산골이면서도 남강을 거슬러 생선과 소금이 모여드는 곳이라 사람이 살 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네.” ●충청도의 길지 남사고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의 길지는 태백산 또는 소백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길지의 절반 이상은 2산에서 사방 200리 이내에 집중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경상도 단성이나 강원도 춘천처럼 2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길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은 멀리 2산에 연원을 두되 각기 제 나름으로 명산의 칭호를 누릴 만큼 위엄을 충분히 갖춘 경우다. 남사고는 그 점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그럼, 그러하고 말고! 길지를 결정하는 조건이 바로 그런 것이네. 우선 충주의 월악산을 보게나. 이 산은 ‘피장처’에도 기록된 곳이지만 소백산의 친자식이나 다름없네. 제법 가까이에 있단 말씀이야. 충청북도 충주와 제천·단양에 걸쳐 있는 월악산은 신령스럽기 한이 없다네. 임진왜란 때 왜병이 가까이 오자 번개가 일고 천둥이 쳤어. 그 바람에 산 아래 송재, 덕산 등 마을엔 왜병이 전혀 침입하질 못했어. 이렇게 땅의 기운이란 대단한 걸세. 속리산(1058m)도 꽤 영험하지. 이 산은 소백산에서 서남쪽으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미 그 자체가 명산이야. 충청북도 보은군(報恩郡)·괴산군(槐山郡)과 경상북도 상주군(尙州市)의 경계에 있는 이 산을 광명산이라고도 하고 소금강산이라고도 하지 않나.‘남격암’에선 뭐라 했던가? 보은(報恩)의 속리산 아래 증항(甑項) 부근은 난리를 당할 때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도 다치지 않을 땅이라고 했어. 하지만 대대로 보존할 땅은 아니라고 했거든. 왜냐? 일조량이 적어 농사가 어렵기 때문이야. 그런가 하면 ‘남격암’은 속리산과 더불어 계룡산을 손꼽았지. 계룡산이 명산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알려져 있고 백소장이 이미 설명한 바라 나로선 말을 아끼고 싶네. 속리산이나 계룡산은 말이지. 이미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참 멀리 떨어진 곳이야. 거기서 서남쪽으로 계속 치닫다 보면 산세가 매우 엷어져 지맥이 끊어지다 시피하게 돼. 약해진 용맥은 충청도 바닷가에 이르러 다시 부활하네.‘남격암’이 일컬은 내포(內浦)의 비인(庇仁)과 남포(藍浦)가 그런 곳이야. 내포는 들이 넓고 산이 야트막해 정다운데다 바다가 가까워 물산이 풍부해. 진정 살기 좋은 곳일세. 이러한 길지는 자손만대 영구히 머물 만한 참으로 귀한 땅이야. 속리산과는 사뭇 다른 곳이라네.” 남사고의 안내를 받아 ‘정감록’의 길지를 하나씩 헤아려 보니 곳곳에 명당이요, 명당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이곳 아니면 절대 안 될 곳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호남과 경기지방의 길지 순례는 다음 호에서 계속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김영일 재판관 “국민기본권이 헌법 장식물이냐”

    김영일 재판관 “국민기본권이 헌법 장식물이냐”

    11일 정년퇴임식을 가진 헌법재판소 김영일(65·사시 5회) 재판관은 수도이전 위헌결정 등을 비난한 정치권에 “헌재 결정을 폄하하는 지각없는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헌재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담은 여당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김 재판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헌재의 결정을 폄하하는 의견이 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권을 겨냥한듯 “이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민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대단히 의심된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김 재판관은 또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로 재판관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헌재는 법의 고유한 의미를 찾고 헌법정신을 해석,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면서 “이는 오랜 세월 법을 해석하고 국민 기본권을 지켜온 법률가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김 재판관은 또 “재판관의 정치적 감각은 헌법을 해석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헌재 결정까지 나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헌정 질서가 무너지고,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의 장식물로 몰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재판관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쪽에 섰었다. 지난달 호주제 관련 민법 조항에 대해선 “우리 고유의 부계혈통주의 전통”이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9) 십승지란 어디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9) 십승지란 어디인가

    “나로 말하면 흔히 서양의 대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에 견주어 조선 최고의 예언자라 불리는 남사고(南師古·1509∼1571)라오. 호는 격암(格菴)이라 했고, 학문을 업으로 삼았으되 평생 유가(儒家)의 경전이라곤 그저 ‘소학(小學)’을 즐겨 읽었을 뿐, 그밖엔 온 마음을 쏟아 역학·풍수·천문·복서(卜筮)·관상 등을 즐겨 배웠고, 마침내 도통해 대예언가 소리를 듣게 된 거였지. 오늘날에도 ‘남사고비결’이니 ‘격암유록’이란 비결 책을 내가 쓴 것으로 다들 믿고 있다던데. 그야 어쨌든 내 예언은 항상 정확히 들어맞았소.1575년(선조8) 조정이 동서 양편으로 분당될 것을 난 미리 짐작했고, 뒤이어 임진왜란(1592)이 발생할 것도 진즉에 알고 있었소. 사람은 영물이라, 열심히 도를 닦아 이루지 못할 게 그 무어겠소? 풍수에 관심이 깊은 나는 조선8도의 명산을 빠짐없이 둘러보았고, 그 결과 미래까지 꿰뚫어보는 안목을 얻었다고나 할까.” 남사고는 정감록 산책을 함께하고 싶었는지 과거로부터 내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는 남사고 자신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해놨다는 이른바 십승지(十勝地)에 대한 설명이다. 남사고는 본래 십승지의 원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정감록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돼 있는지는 사실 미지수다. 십승지란 난세에 “몸을 보전할 땅”이며 복을 듬뿍 주는 길지(吉地)다. 남사고는 편지의 서두에서 예언서 가운데 가장 체계적으로 십승지의 문제를 다룬 ‘감결’의 성격을 논의한다. 노대가의 안광이 날카롭다. ●감결의 성격 “정감이 이심과 이연 형제와 더불어 방방곡곡을 유람하면서 조선의 국운을 예언한 대화체 예언서가 바로 ‘감결’ 아니겠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감은 천문에 밝았고 이심은 아마 풍수에 정통했나 보오. 그런가 하면 이연은 세상사를 이모저모 따져 두 사람의 말을 보충한 것 같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세 사람이 금강산에서 유람을 시작, 삼각산을 거쳐 다시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가 가야산에서 대화를 마친단 점이야. 서북쪽에도 묘향산, 구월산 같은 명산이 많은데 거기엔 발길이 전혀 미치지 않아. 이걸 보면 정감록은 서북지방을 버려진 땅으로 본 모양이야. 그와 대조적으로 태백산과 소백산을 몹시 중시하고 있어. 하긴 이 3두 산이 백두대간의 허리니까. 또 하나 재밌는 점이 있어.‘감결’은 역사상 한국의 수도가 평양, 송도, 한양, 계룡산, 가야산으로 옮긴다고 봤다는 점이지. 나라의 중심이 남쪽으로 이동한단 말인데, 남부지방이 한반도의 중심이란 이야기야. 그렇담 요새 행정수도를 공주 연기 쪽으로 옮긴다고 야단들인데 그도 그럴듯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어. 여하튼 말세엔 천지가 온통 전쟁, 질병, 경제대란, 환경파괴 등으로 한바탕 진통을 치르게 돼 있다고 하지. 바로 그때 십승지를 찾아가야 하는 거야. 십승지는 전쟁과 흉년이 들지 않으므로 지각 있는 사람은 당연히 십승지로 들어가야 옳겠지. 글쎄, 나도 알아. 십승지가 과연 특정한 공간이냐 아니면 어떤 특수한 정신적 단계냐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단 걸 말이지.” ●십승지의 으뜸 풍기 금계촌과 예천 금당동 십승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논쟁을 남사고와 벌이고도 싶지만 그는 내게 그럴 겨를을 안 준다. 대신 그의 편지는 십승지를 하나씩 직접 거론한다. “이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를 하나씩 소개해 보자고.‘감결’의 내용을 줄기로 삼고 그밖에 다른 예언서들도 참고한다면 설명이 제법 들을 만할 거야. 첫째가는 곳은 풍기(豊基)지.‘토정가장결’에서도 풍기를 피난처로 손꼽았어. 내가 쓴 걸로 돼 있는 ‘남격암산수십승보길지지(南格菴山水十勝保吉之地)’에선 산수가 은밀한 태백·소백 두 산의 그늘이 남쪽으로 드리워진 풍기라고 했어. 풍기의 예에서 보듯 한국 최고의 길지는 태백산과 소백산에 포근히 안겨 있단 말야. 난 또 풍기의 길지를 기천(基川) 차암(車岩) 금계촌(金鷄村)이라고 좀더 자세히 밝혀놓기도 했어. 금계촌은 마을 북쪽에 소백산이 있고 산 아래 두 개의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이야.‘피장처’에도 역시 같은 말이 나오지. 물론 내가 지금 언급한 ‘남격암’ 등의 비결 책들은 모두 정감록의 일부야.” 풍기 금계촌이라면 나도 잘 안다. 이미 답사를 다녀온 곳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의 답사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다. 남사고의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풍기 못지않은 곳이 예천(醴泉)이야.‘토정가장결’에도 예천이 나와 있지.‘남격암’에선 예천에서도 금당동(金堂洞) 북쪽이라고 제법 자세히 밝혔어. 그러고 보면 내 책이 다른 비결서에 비해 역시 가장 세밀해. 금당동은 사실 큰 길에서 가까워. 십승지로선 이례적인 경우인데 그래도 병란이 미치지 않아 여러 대에 걸쳐 평안을 누릴 만한 곳이야. 다만 임금이 이쪽으로 피난을 올 경우엔 화가 미쳐.” 아마도 남사고는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 봉화까지 피난했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물론 엄밀한 의미로는 ‘남격암’을 남사고의 저서라 주장할 근거가 없고 그저 속설일 뿐이다. ●경상도의 십승지 남사고의 설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십승지를 선정하는 1차적인 기준은 풍수다. 특히 백두대간 가운데서도 태백산 이남에서 길지를 구하고 있다. 십승지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풍기와 예천은 행정구역상 경상도에 속한다. 둘째, 셋째, 넷째 그리고 여덟째 십승지도 역시 그러하다. 적어도 십승지의 절반은 경상도에 있단 말이다. 경상도는 퇴계 이황을 비롯해 큰 선비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라 세평이 좋아 그렇게 된 점도 있겠다. “십승지의 둘째는 안동(安東) 화곡(華谷)이야.‘남격암’에선 화산(花山)의 북쪽에 이른바 소령고기(召嶺古基)가 있다고 했고 그곳은 내성현(奈城縣)의 동쪽, 태백산의 양지바른 곳이라고 토를 달았어.‘두사총비결’에선 그저 영가(안동)의 백운산이라 했고,‘토정가장결’은 그저 안동이라고만 썼는데,‘피장처’엔 경상도 내성현의 북면, 안동 북면 소라고기부 동쪽과 극히 양지바른 서쪽이라고 말했지. 비결 책마다 십승지의 설정이 꽤 다르게 돼 있군. 어느 쪽이 맞느냐 하는 문제는 단언하기 어렵지. 사람들 생각이 서로 다른 걸 어떡하겠어? 셋째 십승지는 개령(開寧)의 용궁(龍宮)인데, 어느 비결에도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마 한때 각광을 받았지만 그 뒤론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나봐. 넷째는 가야(伽倻)라고.‘남격암’엔 가야산 밑 남쪽에 만수동(萬壽洞)이 있다며 그 둘레는 200리가량 되어 몸을 보전할 수 있지만 가야산의 동북쪽은 나쁘다고 했어. 만수동이란 이름은 사실 각지에 다 있었어. 만 살까지 살 수 있는 마을이라니 이름이 좋지 않아? ‘감결’이 여덟째로 꼽는 십승지 봉화(奉化)도 역시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가까운 곳이지.‘남격암’도 봉화를 언급했어. 열 번째 십승지도 태백 즉, 태백산이라 했지만 강원도 쪽보다는 경상도를 중시한 느낌이고, 심지어 아홉 번째 십승지인 지리산도 전라도에만 속한 것은 아니거든. 이렇게 보면 십승지의 대부분은 경상도 땅에 있다고나 할까.” ●충청도의 십승지 “충청도엔 모두 세 곳의 십승지가 있지. 모두 소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어.‘감결’이 다섯째로 언급한 단춘(丹春)이 우선 주목되네.‘남격암’은 단양(丹陽)군의 영춘(永春)에 있다고 했고,‘피장처’에선 춘양면의 땅이 아름답다고 하면서 단양 가차촌을 거론하지. 깊고 기이하고 경치 좋은 곳이라는데 그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아무도 모를 거야. 여섯째 십승지는 공주(公州) 정산(定山) 마곡(麻谷)이야.‘남격암’은 공주의 유구(維鳩)·마곡 두 물줄기 사이로 보았지. 그 둘레가 백리나 되는데 전쟁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요즘 거론되는 신행정수도가 바로 이쪽이지. 명당이야! 그런데 말이야, 내 후배인 이중환(李重煥·1690∼1752)은 ‘택리지’에 이런 말을 적어 놨더군. 무성산(茂盛山·공주의 서쪽 산)은 차령의 서쪽 지맥의 끝이다. 산세가 빙 돌며 마곡사와 유구역을 만들었다. 그 골짜기의 마을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이 많고, 논이 기름지며, 목화, 수수, 조를 심기에 알맞다. 사대부와 평민이 한 번 여기 들어와 살게 되면, 풍년과 흉년을 잊는다. 생활이 넉넉하게 돼 다시 이사를 떠날 염려가 적다. 대체로 낙토(樂土)라 하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내 말을 인용했어.‘남사고는 십승기란 글에서 유구와 마곡의 두 강 사이가 병란을 피할 만한 땅이라 했다.’고 말이지. 내 십승기는 결국 유실됐지만 여하튼 난 십승지를 피난지로만 봤어. 그런데 이중환의 안목은 나보다 깊었던 거야. 백성을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단 말야.” 이중환은 1721년에 일어난 신임사화(소론이 노론을 무고한 사건)에 연루돼 유배형을 받았다. 그 뒤 그는 다시 등용되지 못한 채 평생 전국을 유람했다. 그의 책 ‘택리지’ 가운데는 십승지 가운데서도 유독 유구와 마곡에 관해 상세한 설명이 있다. 이중환은 기후가 좋고 물산도 풍부해 양반은 물론 평민까지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 지역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밖에 일곱째 십승지는 진천(鎭川)의 목천(木川)이야. 역시 백두대간의 한 마디지. 그런데 말이야, 다른 비결 책들엔 목천에 대한 설명이 조금도 없어. 이처럼 십승지라 해도 사람들의 선호도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어.” 남사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른바 십승지란 것은 일정하게 고정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보기만은 어려운 것 같다. 다음 기회에 좀더 알아볼 생각이지만, 비결 책마다 십승지에 준하는 수많은 명당이 열거돼 있다. ●전라도의 십승지 “전라도 땅에 있는 십승지는 하나뿐이야.‘감결’이 아홉째로 언급한 운봉(雲峰) 두류산(頭流山)이 그거지.‘남격암’엔 이를 지리산이라고도 했고 더욱 구체적인 설명도 나와 있어. 운봉 땅 두류산 아래 동점촌(銅店村) 백리 안은 오래오래 보전할 수 있는 땅이라고 말이야. 이곳에서 장차 어진 정승과 훌륭한 장수들이 연달아 나온다고도 했어.‘토정가장결’에서도 운봉의 두류산은 지형이 기이하고 아름답기가 궁기(弓其)만은 못해도 편안하고 한가로이 몸을 보전할 수 있다고 했어. 궁기란 나중에 말하겠지만 한국 최고의 명당인데 지리산은 그 다음이란 뜻이야. 내가 사랑하는 후배 이중환도 지리산을 극찬했어.” 내가 택리지를 살펴보았더니 이중환은 이렇게 말했다.“지리산은 남해 가에 있는데, 백두산의 큰 줄기가 끝나는 곳이다. 그래서 일명 두류산이라고도 한다. 세상에서는 금강산을 봉래(蓬萊)라 하고 지리산을 방장(方丈)이라 하며 한라산을 영주(瀛洲)라고 하는데 이른바 삼신산이다.” 이중환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리산에 태을성신(太乙星神·하늘 북쪽에 있어서 병란, 재화 및 생사를 다스리는 신령한 별)이 산다고 믿었다. 그밖에 여러 신선들이 그 산에 모인다고도 생각했다. 지리산은 계곡이 깊고 크며 땅이 기름진 데다 골짜기의 바깥은 좁으나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가면 넓어지기 때문에 백성들이 숨어 살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산속 깊은 데서도 농사가 잘 돼 승속(僧俗)이 섞여 산다는데 별로 애쓰지 않아도 먹고 살기에 문제가 없단다. 이중환은 지리산 사람들은 흉년을 모르고 살므로 아예 그 산을 부산(富山)이라고 불렀다. 지리산을 백두대간의 종착점으로 인식한 점에서 이중환의 생각은 ‘정감록’의 지리관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중환은 정감록에 미처 언급되지 못한 중요한 사실도 거론했다. 사람들이 지리산을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는 점, 그리고 지리산 주변의 경제 여건이 좋다는 점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난세에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 ‘택리지’의 설명은 이어진다.“지리산 남쪽에 화개동(花開洞·악양동의 동남)과 악양동(岳陽洞·지리산 남쪽 섬진강변)이 있다. 두 곳 모두 사람이 사는데 산수가 아름답다. 고려 중엽에 한유한(韓惟漢)은 이자겸(李資謙)의 횡포가 심해지자 화가 일어날 것을 짐작했다. 관직을 버린 채 그는 가족을 이끌고 악양동에 숨었다. 조정에서는 그를 찾아 벼슬을 주려고 했으나 한유한은 끝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가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신라말의 대학자 최치원도 신선이 돼 가야산과 지리산을 왕래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했다. 선조 때 한 스님이 지리산의 바위틈에서 종이 한 장을 주웠는데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동쪽나라 화개동은 병 속의 별천지(東國花開洞 壺中別有天)/신선이 옥 베개를 밀고 일어나 보니 이 몸이 이 세상에서 벌써 천년을 지냈구나(仙人推玉枕 身世千年).” 이중환의 말로는 그 필적이 최치원의 것과 동일했다 한다. 남사고 역시 내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이중환은 신선의 땅 지리산에서 최고의 복지로 만수동(萬壽洞)과 청학동(靑鶴洞) 두 곳을 손꼽았지. 만수동은 조선후기에 구품대(九品臺)로 알려진 곳이요, 청학동은 매계(梅溪)란 말야.18세기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출입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리산 북쪽도 나쁘지 않아. 경상도 함양 땅인데 그곳의 영원동(靈源洞·지리산 반야봉 북쪽), 군자사(君子寺·함양군 마천면 군자동) 그리고 유점촌(鍮店村)을 일찍이 난 복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 ●도계(道界)를 뛰어넘은 십승지 지리산에 관한 이중환과 남사고의 설명을 음미해 보니 지리산을 전라도만의 십승지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겠다. 만수동, 청학동 등의 지명은 누구도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군자사 등은 행정구역상 엄연히 경상도 땅이었다. 사실 지리산은 조선시대에 전라 경상 2도에 걸쳐 있었으므로, 도계를 초월한 십승지로 보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따지고 보면 지리산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가장 큰 마디인 소백산도 그러했다. 특정한 지역이 과연 십승지가 될 만한가 하는 문제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곳이 백두대간에 속한 명산이 빚어놓은 명당이냐 하는 것이었다. 십승지에 대한 남사고의 설명은 다음회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우리가 먹는 지하수는 800년전 물

    우리가 먹는 지하수는 800년전 물

    지구상에는 13억∼14억㎦의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있지만, 지구의 질량과 비교하면 40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구가 생성됐을 당시에는 바다는 물론 물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명체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고 있는 물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오는 22일 세계물의 날을 맞아 물의 순환계를 알아본다. ●물의 기원은 지구 내부? 우주? 우선 화산 폭발과 함께 땅속의 물이 뿜어나와 바다를 만들었다는 학설이 지난 1894년 제기된 이후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산가스 성분의 60%는 수분으로 여기서 나온 수증기가 공기 속에 섞여 있다가 지구가 식으면서 물방울로 바뀌어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지구상의 물은 지구가 화산 활동을 통해 토해낸 수분의 양과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화산가스 속의 수분은 해저 지각의 틈을 통해 수분이 용암층에 흘러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일 뿐, 바다가 생기기 전에는 화산가스에 수분이 별로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물보다 용암층의 비중이 높아 물이 용암층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미국 아이오와대 루이스 프랭크 박사는 지난 1986년 물이 유성에 실려 지구에 들어왔다는 학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학설은 처음에 비웃음의 대상이 됐지만,10년 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많은 양의 물이 유성에 실려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주성분이 물인 집채만한 크기의 유성이 매일 몇 만개씩 지구 인력권으로 들어와 지구 상공 수천㎞에서 분해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십억년간 우주로부터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면 바다를 채울 만도 하다. ●물은 ‘카멜레온’ 사해는 왜 물 위에 누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백두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천지는 왜 물이 마르지 않을까. 그 해답은 물의 순환에 있다. 물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증발·응결·강수·유수 등을 통해 물의 상태와 분포는 변하게 된다. 즉 사해는 건조하고 햇빛이 따가워 증발량은 많지만 유입량이 적어 소금 성분이 많이 남고, 천지 아래에는 흘러 나오는 화산 지하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 물의 97.2%는 지구 표면의 70.8%를 덮고 있는 바닷물이다. 바닷물은 태양에너지 등의 영향을 받아 증발하며, 위도 40도 이하의 저위도 해역이 증발량의 80%를 차지한다. 증발한 수증기는 응결돼 구름이 되고 다시 비나 눈으로 내린다. 이 중 90%는 바다에,10%는 바람에 의해 육지에 각각 떨어진다. 대기 중의 수증기를 모두 응결시킨 물의 양, 즉 전 지구의 가강수량은 지구표면을 25㎜ 정도 덮을 수 있다. 지상으로 떨어진 물의 65%는 증발해 대기 중으로 돌아간다. 또 일부는 식물에 흡수된 뒤 잎을 통해 증산되며, 일부는 지표면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물이 되고, 일부는 토양 속으로 침투돼 지하수가 된다. 물은 이같은 변화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물은 ‘굼벵이’ 빙하는 육지 넓이의 11%를 덮고 있으며, 육수 부피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물의 총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빙하의 양이 증가하면 해수면은 낮아진다.1만 8000년 전 빙하기의 빙하는 지금보다 3배 정도 많아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130m 정도 낮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천물 등 지표수는 육지 넓이의 3%에 불과하다. 반면 땅밑에 드넓게 분포하는 지하수는 8만 3000㎦, 생명체 속에 포함된 물은 1000㎦로 각각 추정된다. 지하수의 속도는 지역이나 깊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루 수㎜에서 수m에 불과해 평균 체류시간이 800년에 달한다. 하천물과 달리 지하수의 체류시간은 길어 한번 오염되면 원상태로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한방울의 기름은 25ℓ의 물을 마실 수 없게 만든다. 태양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상의 바닷물인 해양심층수는 그린랜드에서 발원,2000년을 주기로 각 대양을 순환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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