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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인가 조울병인가

    우울증인가 조울병인가

    10∼20대 젊은 층 우울증 환자 중 30% 이상이 우울한 기분과 들뜬 기분, 정상적인 기분이 불규칙하게 교대로 나타나는 조울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 기분장애클리닉 하규섭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 뇌의약학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3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경기지역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16∼60세의 일반인 3356명(고교생 1963명, 대학생 761명, 일반인 63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조울병 선별 검사를 동시에 시행한 결과이다. 조사 결과, 전체 대상자 3356명 중 우울증세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17.4%인 584명으로 나타나 일반인 100명 중 최소한 17명은 우울증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심각한 우울증상을 보인 사람은 278명으로 전체의 8.3%에 이르렀다. 또 연령대별로 우울증세를 보이는 비율은 고교생이 22%로 대학생의 12.1%, 성인의 9.6%에 비해 훨씬 높았다. 중증 우울증 대상자도 고등학생이 10.7%로 대학생의 4.34%, 성인의 5.38%에 비해 두배 이상이나 돼 고등학생의 우울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세를 보인 584명 중 성인 16.4%(61명 중 10명)가 조울병 증세를 보였고. 고등학생 33.7%(431명 중 139명), 대학생 32.3%(92명 중 31명)에서 조울병 증세가 나타나 10∼20대 젊은 층에서 보이는 우울증의 경우 10명 중 3명은 단순한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사실은 조울병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고교생이나 대학생 등 젊은 층에서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반드시 조울병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우울증 평가에는 벡우울 척도를 이용했으며, 조울병 선별검사는 조울병 범주 장애진단검사와 기분장애 질문지 두 가지를 모두 이용했다. 벡우울 척도는 임상에서 자가보고용으로 흔히 사용되며, 국내에서 표준화 연구가 여러 차례 이뤄져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조울병은 기분이 우울한 시기와 들뜨는 시기, 정상적인 시기가 불규칙하게 교차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조울병의 우울기 특성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유사해 전문가도 쉽게 구분하지 못하며, 이 때문에 많은 경우 조울병이 우울증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조울병의 우울기 증세를 우울증으로 오인하여 항우울제 등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를 하게 되면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등의 역효과를 초래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규섭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30∼40대 이후에 주로 나타나지만 조울병은 10∼20대에서 우울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충동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10∼20대 청소년에게 우울증이 있으면 조울병에 의한 우울증세가 아닌지를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기백석)는 국민들에게 조울병을 바로 알리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8일부터 5일 동안 전국 31개 의료기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무료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문의(031)787-2130.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조울병이란 조울병은 기분이 심하게 들뜨고, 우울하지만 중간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보이는 1형, 심하지는 않지만 자주 기분이 들쑥날쑥하는 2형으로 구분한다.1형은 전체 인구의 1% 정도지만,2형 및 경미한 형태의 조울병은 3∼5%로 흔하다. 그러나 대부분 발견이 늦고 올바른 진단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자주 만성화한다. 특히 감정 변화가 심한 조울병은 환자의 자살률이 15%에 달해 조기진단과 정확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기분조절제와 비전형 항정신병약물 등 새로운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어 비교적 안전하게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얼굴 없는 가수’의 50년만의 외출 손인호씨는 대중들 앞에 일절 나서지 않았던 것은 물론 이미 톱 가수 반열에 오른 1955년 결혼 당시 부인조차 그가 가수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손인호씨의 가족은 부인 이선자 여사를 비롯해 3남1녀, 그의 음악적 인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장남 손동준씨가 뒤늦게 대를 이어 ‘사랑은 OX’라는 곡으로 데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네 아버지가 가수인 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요. 때문에 어릴 때 집에서 아버지 노래를 부르면 야단을 맞곤 했는데 밖에서만큼은 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비단 어머니뿐 아니라 당시엔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비하하기도 했고 유독 가수활동을 말렸던 어머니가 뒤늦게 제 가수 활동만큼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시는 걸 보면 전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수로 50년 후배인 손동준씨의 말이다. 취입된 노래만으로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가수 손인호씨는 정작 그 시각에 피 말리는 영화녹음현장에 매달려 있었다. 손인호씨는 우리나라 영화녹음 발전사의 산증인인 처남 이경순씨와 ‘한양녹음실’을 설립,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녹음한 영화는 무려 3500편 정도.50년대에서 90년대까지,40년간 제작된 한국영화의 70∼80%를 도맡았다. 물자 부족과 낙후시설로 인해 녹음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시기, 특히 필름은 ‘핏방울’이나 다름없이 귀했다. 당시는 ‘후시녹음’시절이라 이미 촬영된 생필름에 직접 녹음을 해야 하는 ‘피 말리는 작업’에 따르는 긴장감과 압박감은 엄청났다. 한 ‘씬’마다 음악과 음향효과, 그리고 연기자와 성우의 호흡과 감정을 맞추는데 몰입해야 했다. 게다가 이미 개봉날짜가 정해진 영화를 마무리하는 작업이기에 밤샘 작업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노래 취입 자체가 사실상 버거웠다. 결과적으로는 레코드사 전속가수로 한달에 몇 곡 이상은 반드시 녹음해야 하는 계약조건 때문에 그나마 여러 곡들을 취입, 남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일화도 많다. 지금처럼 다양한 특수음향효과음을 모아놓은 ‘sound effect(음향효과)모음집’이 없던 시절이라 효과음향들을 일일이 직접 녹음해 만들어내야 했다. 재래식의 무거운 장비를 들고 기적소리가 울리는 현장, 즉 안양 밖 수원 못 미친 지점을 찾아내 철도 밑에서 밤새 기다렸다가 비로소 시나리오에 적혀진 대로 ‘차가운 새벽을 가르는 적막한 기차소리와 서글픈 기적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스크린을 통해 재현해야 했다. 임시 방편으로 철판을 흔들거나 두들겨 산들바람부터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소리까지 만들어내야 했고 ‘백치 아다다’의 경우 화면 배경의 매미소리를 내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두셋이 셀로판지를 입에 물고 매미소리를 직접 흉내내야 했던 웃지 못할 일화도 부지기수이던 시절. 신상옥 감독의 ‘젊은 그들’에서 주인공 최무룡과 개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고민 끝에 실제로 개 네 마리를 직접 녹음실로 데려와 마이크를 목에 매달고 두 마리씩 편을 갈라 싸움을 붙이는, 말하자면 성우 대신 성견(聲犬)까지 동원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전투장면. 우리 측 무기와 상대 전투기소리는 물론 M1과 카빈소총, 그리고 따발총소리 역시 제각각 달라야 했다. 영화편집용 기기인 ‘무비올라(moviola)’가 없던 시절이라 영사기 렌즈로 한 프레임씩 필름을 검색해 그림에 맞춰 한방 한방씩 녹음, 일일이 소리맞추기를 해야 했다. 특히 그에게 대종상 녹음상의 영광을 안겨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경우는 등장인물도 많았고 또 소리의 원근감까지 정확히 묘사했던 작품으로 보름 이상 소요되었다.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에 ‘보통사람과 다른 귀’를 가지고 있어 작곡가 이봉조씨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손형사’.‘소리의 달인’ 손인호씨가 가수로서 노래를 취입할 때마다 마이크 앞에서 갖는 중압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짜깁기’가 불가능했던 시절 ‘마그네틱 녹음테이프’ 또한 혈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던 때인지라 취입 도중 반주나 노래가 틀리기라도 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오랫동안 ‘긴장감’에 숙련된 그였지만 녹음에 들어가기 전 아예 독한 술을 미리 마시고 노래를 취입하기도 했던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가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1년,75세 때 가요무대 특집방송 ‘얼굴 없는 가수 손인호 편’에서다.2003년 뒤늦게 가수분과에 입회,77세 되어서야 비로소 가수에 적을 둔 셈이고 재작년에는 40여년만의 신곡 ‘휴전선아 말해다오’를 발표했다. 이 노래가 결국 우리나라 최고령 가수의 취입곡이 되는 셈이다. 손인호 선생이 지난 4월12일 필자와 함께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그의 대표곡이자 동시에 해운대를 대표하는 노래 ‘해운대 엘레지’의 주인공이 노래 발표 50년 만에 첫 방문한 것으로 장남인 가수 손동준씨도 함께 동행했다. 지난 2000년에 세워진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앞에서 그는 사뭇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sachilo@empal.com
  • [깔깔깔]

    ●변호사와 증인 한 변호사가 증인의 증언을 듣다가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신문을 했다. “담 높이가 3m나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증인은 지상에 서 있었고. 그렇다면 키가 160㎝밖에 안 되는 증인이 어떻게 3m나 되는 담 너머에서 피고가 한 행동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설명해봐요.” 증인이 짧게 대답했다. “담에 구멍이 있었습니다!” ●유형별로 본 여자 *올림픽 경기에서 양궁으로 금메달을 딴 여자? 활기찬 여자. *변비로 심하게 고통받는 여자? 변심한 여자. *금세 울다가 다시 우는 여자? 아까운 여자. *고스톱 치면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여자? 고고한 여자. *커피숍에 가면 꼭 창 없는 구석에 앉는 여자? 창피한 여자.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멋모르고 선 보증… 대신 갚으라는데

    Q채무 독촉을 받던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의 카드빚 2000만원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섰습니다. 친구는 잘 갚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카드회사 직원은 친구가 잘 갚는다고 서약하는 것일 뿐이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안심을 시켜서 보증서에 서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최근 파산신청을 하자 카드회사 직원은 채무가 저에게 왔다면서 갚으라고 합니다. 잘 모르고 보증했고 갚을 능력도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미영(25)- A보증은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자신이 이행할 것이라고 채권자에게 하는 약속을 뜻합니다. 주채무자가 파산할 때 보증인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증인이 즉시 주채무자와 같은 내용의 채무를 지는 것입니다. 다만 주채무자가 이자, 원금을 밀리지 않는 한 채권자는 보증인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렇지 않고 바로 보증인에게 추심하면 아무도 보증을 서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자들은 보증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부실 카드회사를 소유한 재벌 일가에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라고 채권단이 압박을 가해도 시장경제적 해법이 아니라며 강하게 뿌리치는 것을 보면 명백합니다. 바로 그 회사에 공적 자금이 투입될 때에는 시장경제를 주장하지 않았으면서도 말입니다. 민법은 착오로 생긴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본래 보증이라는 것은 주채무자가 갚지 않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므로 주채무자의 변제의사와 능력에 관한 착오는 보증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서미영씨는 “친구가 잘 갚을 줄 알았다기 때문에 이 보증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취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미영씨는 아무 것도 취득한 것 없이 채무만을 지게 된 부당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보증계약은 보증인에게서 채권자에게로 재산이 이전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 원인이 된 관계가 있어야 공정하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채무자의 불이행 사태를 담보해줄 것을 전제로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보증료를 지급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보험이 될 것입니다. 보증인이 주채무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을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서미영씨처럼 단순한 부탁에 의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채권자의 말을 믿고 보증을 선 경우에는 어떤 대가도 없습니다. 사유재산제도의 필연적 귀결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 쌍방이 대등한 판단력을 갖고 공정하게 거래될 것을 요구합니다. 대가의 불균형이 현저한데 그것이 일방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게 아니라면 그 효력은 부인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강자가 약자를 착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에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일반 규정이 있습니다.104조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제목 아래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미영씨는 나이가 어리니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있고 여기에 빚독촉을 받던 친구의 궁박한 상황,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에 넘어간 경솔함과 여기에 편승한 카드회사 직원의 적극적인 거짓말로 인해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착취에 해당하는 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이니 계약은 무효라고 하겠습니다. 변제능력이 없는 젊은 아가씨의 보증을 받는 것은 금융정책상으로 제재를 받는 행위입니다. 이와 같은 법리를 들어 보증채무의 이행을 거절하고 금융감독당국에 진정을 하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추심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코 잘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서미영씨는 또 적극적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갚지 못하게 된 채무 해결의 일반 원칙인 파산신청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증채무는 다른 채무에 비해 채권자가 면책에 반대할 명분이 크지 못합니다.
  • “흙탕물속 생수, 그게 종교 역할”

    “흙탕물속 생수, 그게 종교 역할”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 자리잡고 있는 중앙수도원은 원불교의 여성 원로 법사들만이 기거하고 있는 ‘금남의 집’이다. 원불교에 입교해 오랜 세월 수행과 포교, 행정일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70∼80대 여성 50명이 숙식을 같이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식처. 원불교가 최대 경축일인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둔 지난 18일 이 ‘금남의 집’을 개방해 원로 법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70세에 정년퇴임한 뒤 10∼15년간 이곳에 머물고 있는 법사들은 감찰원장을 비롯해 원불교 요직을 두루 거친 원불교의 산증인들. 원불교가 이곳에 터를 잡을 무렵 출가해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어려웠던 원불교 초창기의 상황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60년간 원불교에서 교역하면서도 월급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곳 수도원에 들어와 지금 매달 23만 8000원을 받고 있는데 호강이지요. 출가했을 때만 하더라도 쌀이 없어서 솔잎을 따 먹으며 연명할 정도였는데….”(84·균타원·신제근, 타원은 법랍 20수이상 교직자에게 주어지는 법호) “흔히 원불교는 흰저고리 검정치마 입은 사람들이 일군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바로 그 주역들이 아닐까 합니다. 오로지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서 다 자기에 맞게 쓸 수 있는 정법(正法)을 세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것이지요.”(85·성타원·이성신), 타원은 법랍 20수 이상의 교직자에게 주어지는 법호. 불쑥 찾아든 기자의 쏟아지는 질문에 처음엔 주저하다가 서로 질세라 말문을 연다. 정해진 시간의 참선을 빼놓곤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수행 이력 때문인지 쉽사리 몸과 마음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전국의 각 교당과 대학에 초빙돼 법문이며 강의를 하느라 바쁘단다. “바깥에서 보면 이곳에서 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할 일들이 많아요. 지난세월 줄곧 했던 것처럼 나를 다스리고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여생을 바칠 계획입니다.”(승타원·송영봉·80) 승타원은 1975년 달랑 지참금 100달러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온몸을 던져 미주지역 포교를 개척한 주역. 당장 호구지책이 어려웠던 시절, 가게 점원이며 꽃 만드는 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 이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곳 역시 사람사는 세상인 만큼 구제할 사람이 많더군요.17년 만에 처음으로 법당을 마련했을 때는 뛸 듯이 기뻤어요. 처음엔 주로 교포를 상대로 포교에 나섰지만 지금은 본토인 교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16세에 출가해 익산에서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를 오래 시봉했다는 성타원은 “한국인이 다 어려운 시절 음식불공을 없애고 남녀·신분차별을 배척한 소태산 대종사는 종교적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혁명을 주도한 큰 인물”이라며 “요즘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식인들이 줄지어 원불교에 입교하는 현상도 그같은 원력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아무리 오염된 흙탕물이라도 솟아나는 샘물만 있다면 그 물은 이내 맑아질 수 있지요. 종교란 바로 그 생수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만난 법사들은 한결같이 “세상이 혼란스러워 걱정이 된다.”면서 “그러나 흙탕물속 생수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아질 것이며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생수 같은 사람이 많다.”는 말로 기자들을 배웅했다. 글 익산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北인권문제 경협확대가 해결책”

    한명숙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18일 여야는 한 지명자의 사상·이념 문제와 외아들의 보직배치 특혜문제 등을 놓고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한나라당은 특히 ▲보직 특혜 문제 ▲1조원대 사기극 연루 다단계회사 행사 참석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나 결정적인 도덕적 하자로 부각시키지는 못한 인상이었다.●사상·이념 공방 한나라당은 증인으로 신청한 북한문제 관련 인사들을 앞세워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 등을 부각시키며 한 지명자의 대북관을 검증하려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대북 평화 번영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재원·이한구 의원은 “북한의 민주화나 보편적 인권보장, 국가범죄에 대한 비판은 외면한 채 북한을 감싸기만 하려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한구 의원은 “한 지명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비교해 사상은 오히려 더 좌측에 가 있는 것 같다.”며 공세를 폈고 같은 당 박형준 의원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식 정책으로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며 대북 접근 방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씨 어머니 최계월씨와 납북자 모임대표 최성용씨 등이 증인으로 나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탈북자 김영순씨는 공개처형이 수시로 일어나는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열악한 인권 실태 등을 증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라.”며 한 지명자를 엄호했다. 송영길·이목희 의원은 “사회·정치적 인권만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적 인권도 중요하다.”면서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연착륙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 지명자는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한 지명자는 또 “남북이 대치돼 있고 평화의 싹과 신뢰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군 보직변경 청탁의혹 공방전 한나라당은 전날에 이어 한 지명자의 군 복무 중인 아들의 군 보직변경 청탁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주호영 의원은 “아들의 편한 보직을 얻기 위해 고위층에 이야기를 했다는 제보를 고급 장교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 외아들의 소속부대 인사참모(한기희 소령)를 불러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요즘 신병배치는 컴퓨터로 무작위 선정이 되는 만큼 청탁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1조원대 사기극을 벌였던 다단계 회사의 행사에 한 지명자가 참석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와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지역구 행사라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있는 행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 지명자와 W사의 유착관계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한 지명자는 “고양시가 후원하고 관할 구청이 공식으로 허가한 지역구 행사(빛 엑스포)였으며 이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오일만 황장석기자 oilman@seoul.co.kr
  • ‘글리벡 기금’ 아직도 모르세요

    많은 사람들이 ‘기적의 백혈병 치료제’로 불리는 ‘글리벡’을 알지만 백혈병 환자가 ‘고가’의 이 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한국노바티스(대표 미터 마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새롭게 적용된 ‘글리벡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적용, 글리벡 보험 대상 환자의 본인부담금 10%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약값의 나머지 90%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이 약의 주요 적응증인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은 한 푼도 없는 셈. 그러나 이런 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이후 글리벡 무상 공급의 혜택을 본 환자는 모두 15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는 이 약의 적응증인 위장관기저종양(GIST)과 만성골수성 백혈병,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가 3000명에 이르지만 절반가량의 환자가 글리벡 기금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글리벡은 100㎎ 용량 1알에 2만3045원으로 하루 4알을 먹는 초기 환자의 경우 한달 약값이 276만원에 이른다. 글리벡 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한국 희귀의약품 센터 내 ‘글리벡 환자지원 프로그램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서류 심사를 거쳐 적정 여부를 판단한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희귀의약품센터 홈페이지(www.kodc.or.kr)나 글리벡 환자지원 프로그램본부(02-538-3305)로 문의하면 된다. 한국노바티스 피터 마그 사장은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더 많은 환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백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식스틴 블럭’ ‘인사이드 맨’ 서 이미지 대변신

    ‘식스틴 블럭’ ‘인사이드 맨’ 서 이미지 대변신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뭉친 할리우드 스릴러물이 선보인다.‘식스틴 블럭’(16 Blocks·20일 개봉)과 ‘인사이드 맨’(Inside Man·21일 개봉).‘인사이드 맨’은 사회성 짙은 영화를 찍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다 덴젤 워싱턴·조디 포스터가 만났고,‘식스틴 블럭’은 러셀웨폰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도너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모스 데프가 힘을 합쳤다. 일단 폼은 난다. 그런데 할리우드도 왕년의 스타들이 나오는 스릴러물이 계면쩍었을까. 제법 많은 반전과 트릭을 숨겨놨음에도, 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변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스 데프 vs 덴젤 워싱턴 할리우드 영화 속 흑인은 대개 끊임없이 떠벌려대는 수다쟁이거나 대책없는 낙천주의자로 그려진다. 거기서 떨어져 있는 배우라면 단연 덴젤 워싱턴이다. 흑인이지만 심지가 굳고, 고뇌하고, 이지적인 배역들을 맡아왔다. 아카데미가 계속 외면하다 2002년에야 남우주연상을 준 이유를 거기서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인사이드맨’에서 맡은 형사 ‘키스 프레지어’ 역은 이 틀을 깬다. 그는 영화 내내 끄덕끄덕대며 걸어다니고, 랩식으로 대사하고, 마누라와는 지분거리며 논다. 반면 모스 데프는 ‘식스틴 블럭’에서 흑인의 전형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알려졌다시피 원래 배우로 데뷔했다가 그런 흑인의 전형성이 싫어 활동 무대를 음악으로 옮겼다. 사회성 짙은 가사를 읊는 최고의 프리스타일 래퍼로 이름을 날리다 최근 영화쪽으로 다시 진출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에디 벙커’를 다소 모자라고, 바보 같을 정도로 낙천적인 뒷골목 흑인으로 그려낸다. 영화 내내 이상한 톤에다 혀짧은 소리로 대사를 처리하는 게 인상적이다. ●브루스 윌리스 vs 조디 포스터 반면 할리우드 영화 속 백인 주인공은 대개 천하무적 슈퍼맨·슈퍼우먼들이다. 못 하는 게 없고, 하다 못해 멋있거나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브루스 윌리스는 ‘식스틴 블럭’에서 술에 찌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배불뚝이 퇴물형사 ‘잭 모슬리’로 나온다. 그러니 늘상 휘청대는 걸음걸이에, 세상만사 귀찮다는 말투로 일관한다. 일부러 10㎏ 이상 몸무게를 늘리고 구두에다 자잘한 돌멩이를 넣어서 걸어다녔단다.‘다이하드’에서 인상적이었던 ‘날쌘돌이’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조디 포스터도 이지적인 배우로 기억된다. 사실 얼굴부터가 이지적이긴 하다.‘인사이드 맨’에서 맡은 매들린 화이트역은 그러나 돈이 굴러 다니는 곳이라면 어디든 붙어먹는 더러운 거간꾼이다. 얼굴에 철판 깔고 상대를 적당히 속여넘겨야 하는 인물이다. 능숙한 부드러움이 요구되는 이 연기를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해낸다. ●도심은 정글이다 두 영화는 또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 한복판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식스틴 블럭’은 법정에 증인으로 설 에디를 호송해야 하는 잭과 동료경찰들간 다툼을 그린다. 알고 보니 에디는 동료경찰의 비리를 법정에서 진술할 예정이었다. 경찰서에서 법정까지의 거리는 불과 열여섯 블록. 그러나 거대한 빌딩과 수많은 사람과 차들이 넘쳐나는 도심은 이제 생존을 위한 정글로 변한다.‘인사이드 맨’도 뉴욕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은행강도사건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누가 죽고, 얼마나 많은 돈을 털렸냐고?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 것도 털리지 않았고 아무도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하는 순간부터 그 밑에 깔린 사연과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만 완성도 면에서는 ‘인사이드 맨’이 더 후한 점수를 얻을 듯.‘식스틴 블럭’은 매번 위기상황과 탈출을 만들어내지만 스토리보다는 편집에 의존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높지 않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식 선악구도가 유지되다 보니 뻔한 구석이 있다. 반면,‘인사이드 맨’은 정말 정글의 논리에 충실하게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을 그려내기에 긴장감을 한껏 높인다. 리처드 도너와 스파이크 리라는, 두 감독의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두 영화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사람] 전풍일 前 IAEA 원자력발전국장

    [이사람] 전풍일 前 IAEA 원자력발전국장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한국원자력연구소 근처의 적오산. 매일 점심 때면 50∼60대 ‘노인’ 5명의 이색 산행이 눈길을 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반바지만 걸치고 맨발로 산을 오르는 ‘적오산 산적’이다. 처음 보는 이들은 민망해 눈길을 돌리기도 한다. 한번은 연구소 여직원이 사내 인터넷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을 정도로 ‘화제’는 화제다. 적오산 산적 가운데 유난히 ‘펄펄’ 나는 사람이 있다. 전풍일(63) 박사. 우리나라 원자력정책의 산 증인으로 유엔기구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장으로 10년간 근무하다 2년 전 정년퇴임했다. 2003년 12월 오스트리아 빈에 취재갔다 전 박사를 만난 지 2년 반만인 지난 5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더 건강하고 젊어 보였다. 어떻게 지내셨느냐는 첫 말에 ‘적오산 산적’ 얘기를 꺼냈다. 왜 그렇게 ‘파격적인 산행’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고, 함께 산행하면서 인화력도 키우고, 밖에서 한발 떨어져 조직을 볼 수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화단결’과 ‘건강’은 전 박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1962년 신설 학과였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원자력 분야와 인연을 맺은 전 박사는 1968년 한국원자력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37년간 한 우물만 팠다. 원자력이 에너지산업의 미래라고 확신하는 그는 퇴임 후 정부에 원자력정책 관련 국제자문을 하며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식과 경험, 후배들에게 전수하고파” 전 박사의 이력은 우리나라 원자력 정책이 걸어온 길과 통한다.1968년 원자력연구소에 들어가 1972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분석보고서 분석 및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우리나라 장기 원자력기술 자립계획을 작성하고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설계 및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원전표준화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전력기술협력회 구성에 관여하고 원자력연구소의 원전설계 및 핵연료설계기술 국산화사업에 참여하는 등 평생을 우리나라의 원자력정책과 함께 해왔다.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자력발전국장으로 부임한 뒤 10년간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세계 원자력발전 방향,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및 가동률 향상을 위한 국제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일을 해왔다.4세대 원자로 개발 등 국제공동연구에도 참가하고 있다. 전 박사는 처음 IAEA에 갔을 때 5명에 불과했던 한국인 정직원이 2004년 30명으로 늘어났고,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도 세계 5∼6위의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2월 ‘친정’인 원자력연구소로 돌아와 소장 자문역할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별과정에서 강의를 맡고 대학들에서 원자력 관련 특강도 틈날 때마다 하고 있다. 물론 경험과 지식을 살려 계속 현직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솔직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변에서 연구기관장 공모에 나가라고 권했을 때 거절했다. 각 분야의 주축이 50대이고 이들이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비슷한 연령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또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도 못마땅했다. 대신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며 후진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싶다.”며 후진양성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전 박사는 특히 국제기구에 진출할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사고방식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느냐가 조직 전체를 위해 중요하다. 둘째는 성실성이고, 셋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을 갖추라.”고 당부했다. ●“조직 인화단결엔 운동이 최고” 전 박사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인화단결’로 옮겨갔다. 그는 가는 곳마다 모임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단합을 다지기로 유명하다. 운동이 조직의 단결을 가져오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빈에 있을 때 한국인 직원들에게 골프를 권했다.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주말 새벽에 부부가 동료들과 함께 골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화력이 생기고 생활에 활력소는 물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커져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된단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도 전 박사의 ‘골프 제자’로 알려져 있다. 주말 엘바라데이 사무총장과의 ‘라운딩’이 한국인 과학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암암리에 심어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그의 운동, 골프 사랑은 운동 그 자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화단결이라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특출한 인물,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구성원들과 합의해 전반적으로 조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가 중요하다. 중심에는 인화단결이 있다.” 로플린 KAIST총장의 중도하차나 황우석 교수 사태 등의 근본 원인도 ‘인화’의 결여에서 찾고 있었다. ●“과학은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결실” 그는 지나친 성과주의도 경계한다.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면 과욕을 부리게 되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과학은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열매를 거둘 수 있다.”면서 “앞으로 8∼10년 뒤에는 그동안 과학분야에 투자한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낙관했다. 산·학·연 교류가 지금처럼 말만 앞선다면 ‘절반의 성공’에 그칠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품고 사는 전 박사는 내일도 새벽 6시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 전풍일 박사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원 원자력공학 석·박사 ▲1968∼1989 한국원자력연구소 근무, 원전설계본부장·원전사업단장 등 ▲1989∼1991 과학기술처 원자력안전심사관, 원자력국장 등 ▲1994∼2004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발전국장 ▲2005∼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초빙강사, 원자력연구소 위촉연구원, 한국과학재단 GEN IV 사무국 국제협력조정관,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이상 비상근) 글 김균미 사진 정연호기자 kmkim@seoul.co.kr
  • 에버랜드 30주년 생일선물 푸짐해요

    에버랜드 30주년 생일선물 푸짐해요

    에버랜드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죠. 축하할 일이네요. 그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국민 모두에게 기쁨과 활력을 심어줬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갖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요.30세가 스스로 우뚝 선다는 뜻에서 이립(而立)이라고도 부른다죠. 앞으로도 변함없이 희망과 웃음을 안고 국민들 앞에 ‘우뚝’ 서주길 바래요. 다시한번 생일 축하해요. 1976년 4월17일은 국민들 관심 속에 국내 최초의 가족공원이 개장된 날이다.‘용인자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에버랜드’의 효시였다. 이는 우리나라 가족 놀이문화의 심지에 불을 지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에버랜드’ 하면 남녀노소, 가족과 연인에게 늘 새로움과 즐거움을 안겨다 주는 곳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래서 오는 17일 서른번째 생일을 맞아 푸짐한 경품행사를 마련했다. 에버랜드 30년 역사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인 홍금강 앵무새 ‘콩돌이’를 내세워 미리 알아보기로 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안녕하세요. 저는 에버랜드의 귀염둥이 콩돌이에요. 제가 처음 자연농원으로 왔을 때가 7살이었나, 에구 기억이 오락가락 하네요… 벌써 제가 불혹에 다가선 서른 일곱이걸랑요. 아직도 마음은 20대인데….ㅋㅋ. 처음 동물원에서 봤던 그때 코 흘리개 꼬마들이 이젠 어엿한 아빠, 엄마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모습을 보면 참 감개무량합니다. 변함없이 저를, 아니 우리 식구들을 많이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개장 30주년을 맞아 ‘감사보다 더 큰 사랑’이란 주제로 특별 행사를 마련했지요. 3000발의 불꽃놀이, 자선 패션쇼, 대형 콘서트, 김수환 추기경 방문 등 놓칠 수 없는 초대형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우선 15일 오후 여섯시에는 지난주 중국 상하이 패션쇼를 마치고 돌아온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자선 패션쇼’가 40여분 동안 펼쳐집니다. 에버랜드 캐릭터와 연예인 등 30명의 모델이 화려한 130벌의 의상을 입고 아름다운 꽃송이와 어우러집니다. 패션쇼가 끝난 후에는 성악가 임웅균씨의 힘있는 목소리와 이수영 등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특별 콘서트’가 여러분을 더욱 흥겹게 하겠지요. ‘토요일은 밤이 좋아.’라는 노래처럼 16일 저녁엔 오세요. 밤 9시부터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쇼 ‘올림푸스 판타지’가 끝나면 에버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3000발의 불꽃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수놓을 겁니다. 정말 정말 기대하세요. 또 멀티미디어 쇼에 동원되는 레이저와 서치 라이트 12대가 특수 효과를 함께 해 여러분을 환상적인 밤의 세계로 ‘퐁∼당’ 빠뜨릴 겁니다. 생일인 17일에는 에버랜드의 임직원과 메인 캐릭터 라스타, 라이라, 공연단원 등 전원이 정문에서 여러분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또 오전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사랑과 축복을 나눌 겁니다. 이게 끝이냐고요, 아니지요.3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매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 오후 2시 세계의 주요 카니발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128명의 인원,10m 높이의 플로트(퍼레이드 카),670m의 퍼레이드 길이 등 규모와 내용에서 국내 최대이니까 놓치지 마세요. 유럽의 댄스와 서커스 기술이 어우러진 카니발 엘리시온은 58명의 단원이 펼치는 아찔한 묘기와 특수 무대 장치가 압권입니다. 매일 12시10분, 오후 4시30분,6시40분입니다. 또한 18세기 프랑스 왕실의 결혼식을 컨셉트로 신규 제작한 퍼레이드 ‘웨딩 셀러브레이션’, 새들을 테마로 한 ‘버드 파라다이스’도 꼭 한번 들러보세요. 저도 거기에 있으니까 꼭 아는 척 하기예요. 조련사 동생(나이가 저보다 어림)들이 부르네요. 그럼 이만. 참, 궁금하실 것 같아 그러는데요. 지난 30년간 저를 보고 간 사람은 무려 1억 4500만명이 넘어요.ㅎㅎ
  • 폭력남편 살해사건 당신의 선택은?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린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부인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검사는 아내가 남편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그런 의도를 갖고 남편 목을 졸랐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견딜 수 없는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던 중 무심코 일어난 행위라고 맞선다. 과연 당신의 선택은? 12일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에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법’에 따라 국민이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형사모의재판이 열렸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 300여명과 배심원들의 눈과 귀는 유무죄를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렸다. 배심원석에는 이날 별도로 구성된 영화감독 임권택씨, 시인 김용택씨, 영화배우 장미희씨 등 문화·예술인 9명이 관할 지역내에서 무작위로 뽑힌 일반인 9명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아내의 살해의도를 판단하는 것.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자료와 피고를 직접 수사한 경찰관, 아들, 이웃주민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를 유심히 살펴 보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적으면서 꼼꼼히 살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는 재판 진행 중 틈틈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정당방위’의 개념 등을 설명하며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목이 졸려 사망하면 입안과 눈동자 등에 핏자국이 생긴다.”는 생리학적 지식 등을 접한 배심원들 중 일부는 용어가 생소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과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배심원들은 평의에 들어가 다수결 원칙을 따라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배심원단 모두 피고가 처음부터 남편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 폭행치사죄만 인정해 의견이 일치했다. 재판을 지켜본 강모(20·여)씨는 “법대생이라 용어가 낯설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내년부터 5년 간 배심ㆍ참심 혼합형 국민참여 재판제도를 시행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2012년부터 완성된 형태의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씨줄날줄] 색의 정치/이목희 논설위원

    우리 선거판이 흑백에서 벗어나 알록달록해진 때는 1987년 대통령선거였다. 신문에 컬러지면이 생기고, 컬러 TV방송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치른 직선제 선거였다. 당시 여당의 노태우 후보는 보수파가 애용하는 파란색을 택했다. 김영삼(YS) 후보는 적홍색, 김대중(DJ) 후보는 노란색, 김종필(JP) 후보는 녹색으로 유세장을 뒤덮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DJ의 노란색.DJ는 대선에서 3등을 했지만 다음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제1야당을 만들어내면서 ‘황색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정치에서 이전부터 색깔론은 있었다.18세기말 프랑스대혁명에서 급진파들은 빨간 깃발을 애용했다. 그것이 러시아로 건너가 공산혁명의 대표색이 되었고,‘빨갱이’ 논쟁은 한국정치에서 지금까지 이어진다. 한국인 스스로 의미를 둔 첫 정치색은 노랑이었다.YS·DJ가 노란색을 민주화 추진의 상징으로 삼아 전두환 정권 타도에 손을 잡았다. 군사정권의 색깔공세에 시달렸던 DJ는 노란색을 고수, 평화와 통합의 이미지를 주려 했다. 사상문제에 자유로웠던 YS는 빨간색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다가 파란색으로 변신했다. 1노3김 대결 이후 색은 보수·진보를 나눔과 동시에 지역으로 구분되었다. 파랑은 보수진영이면서 영남쪽을 대변했다. 노랑은 진보·호남을 상징했다. 녹색은 충청권의 보수쪽이면서 파랑·노랑 누구와도 합작할 수 있는 색이 되었다. 현재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색깔은 노랑,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파랑이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후보들이 소속 당색을 멀리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보라색, 경기지사 예비후보 진대제 전 정통장관은 파란색을 각각 자신의 색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오세훈 전 의원은 녹색이 뼛속까지 박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색깔파괴’는 한국정치의 기회이자 위기라고 본다.‘87년 체제’의 후유증인 지역대결·이념대립을 희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화·과학기술·환경 등 다른 차원의 색깔정치를 편다면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기성정치 혐오증을 이용해 튀고 보자는 식이라면 무책임하다. 엉터리로 덧칠하면 결국 회색, 검정색이 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8시30분) 놀이는 어린이의 학습이자 보람이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배움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자물쇠를 열어준다. 또한 놀이를 함께 하면서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개선되기도 한다. 놀이가 수업인 샌프란시스코 과학놀이 체험전과 아이가 엄마와 놀이를 통해 공부하는 가정을 찾아간다.   ●다큐-맞수(EBS 오후 9시30분) 홍학사에서도 날개가 부러진 홍학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는데, 결과는 치료불가. 서미려 사육사의 가슴은 아프기만 한데 그 와중에도 새로운 공연준비에 바쁘다. 엄기영 사육사도 컴퓨터 업무처리를 배우기 시작, 서울대공원 최초로 공연을 시도한 파충류관의 후배 사육사를 만나 공연방법을 연구한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이효리를 닮은 ‘얼짱 선생님’, 깜찍 발랄한 ‘어린이 얼짱 1위’, 외모 순으로 치면 벌써 대학 갔을 것 같은 ‘얼짱 재수생 1등’, 엽기발랄 ‘얼짱 모녀 1위’,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예쁜 남자 1등’, 사진발로 얼떨결에 얼짱된 ‘웬일이니 얼짱’이 등장한다. 이 중 단 한 명의 얼짱 대회 우승자를 찾는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MBC 오후 9시55분) 갑작스런 승희의 키스에 놀란 복실. 이성을 되찾은 승희는 뭔가 수줍게 말을 꺼내려는 복실에게 가자며 가방을 챙겨든다. 승희를 찾던 정훈은 승희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서려 하지만 뒤따라 오는 복실을 보고 멈칫 선다. 정훈의 차를 타고 집에 가던 복실은 승희의 태도에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봄의 왈츠(KBS2 오후 9시55분) 이나로부터 재하와 필립이 자기 때문에 멀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은영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다. 마지막 하루를 보내는 재하와 은영. 재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은영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필립은 은영의 결심에 마음이 아프다. 재하를 보내고 싶지 않은 이나는 지숙과 계획을 세운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중년의 적신호, 담석증. 소화불량이나 복통과 같은 위장질환 증세와 비슷해 담석증인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급성담낭염이나 급성췌장염을 일으키고 심지어 담석 합병증에 의해 담도암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담석증의 증상과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임명 동의안 시한 넘기나

    임명 동의안 시한 넘기나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깜깜 무소식’이다. 한 총리 후보의 당적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로 시한 내 처리는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임명동의안을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2일 안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고,15일 안에 청문회를 개최하고,20일 안에 인준 표결 등 임명동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따라서 국회법에 따르면 오는 19일이 ‘데드 라인’인 셈이다. 그러나 10일 현재 여야는 ‘첫 단계’인 인사청문특위 위원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11일 만나 인사청문회 등 4월 임시국회 현안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회동에서도 당적 문제를 놓고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두 사람이 극적으로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더라도 인사청문회에 참석할 증인은 청문회 시작 5일 전까지 출석 요청을 해야 하므로 ‘졸속’ 또는 ‘지각’ 처리가 불가피하다. 한편 한 총리 후보는 지난달 27일 이후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보름째 ‘칩거 아닌 칩거’를 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난주 업무보고를 모두 마쳤으며, 이번주부터 청문회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 대외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점심 식사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이웃한 식당에서 해결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하고 있는 등 정력적으로 대외활동을 하던 국회의원 때와는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새하얀「드레스」의 신부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분장되어 있었다. 좀 허탈스러워 보이는 신랑 역시 구리빛으로 그을은 얼굴로 신부곁에서 바싹 「폼」을 곤두세웠다. 주례는 엄숙하게도 「팬츠」차림- 「비키니」의 賀客(하객)들이 뙤약볕아래 열심히 모여들었다.『그럼 지금으로부터…』역시 반라의 사회자는 쓰윽 한번 이마의 땀을 쓸어냈다. 8월6일「바캉스」가 뒹굴던 萬里浦(만리포) 해수욕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臨海(임해)결혼식이 해조음의 장엄한「웨딩•마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대히 베풀어졌다. 극단「架橋(가교)」의 집단 바캉스 예식 하루전에 사발 통문 신랑 李昇珪(이승규•30)군. 신부 金素野(김소야•25)양. 공식 초청객은 극단「架橋(가교)」의 전「멤버」와 극작가 李根三(이근삼)씨 내외. 이밖에 40, 50명의 벌거숭이들이 말하자면 不請(불청) VIP가 되어, 이 매력적인 해변의「웨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랑 李昇珪군은 극단「가교」의 대표이자 연출자. 신부 金素野양 역시「가교」의 홍1점「히로인」.「가교」는「뮤지컬」『미련한 팔자 대감』의 전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이곳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1주일째의 야영「릴랙스」를 즐기고 있는 참이었다. 결혼식 하루 전인 5일 저녁 이들에겐 난데없이 한장의 사발통문이 띄워졌다. 李昇珪군과 金素野양이 내일아침 바닷가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것. 다음 공연작품의「리허설」이 아니냐고 처음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것이 연극이 아니라 實演(실연)이란 것이 밝혀 졌을 때 야영「몽고•텐트」속에서는 함성이 터졌다.『브라보』! 「가교」의 중견 金東昱(김동욱)이 달려들어 가위로 신랑의 머리를 깎았다. 金相烈(김상열), 車寬 (차관), 朴瓊賢(박경현) 등「멤버」는 만리포 해변과 숲속에 아무렇게나 핀 꽃들을 한아름 꺾어와 신부용「부케」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진홍의 해당화와 샛노란 들국화, 산나리꽃 도라지꽃의 곱고 요염한 몸매가 한아름의 꽃다발이 되었다. 박인환(朴仁煥) 김정필(金正筆) 尹文植(윤문식) 탁명식(卓明植) 尹元一(윤원일)등은 예식장「헌팅」을 위해 나갔고 일부는 야전용 A「텐트」(2인용)로「무디」한 新房(신방)을 꾸몄다. 피로연용으로 한말의 막걸리와 10병의 맥주, 10병의「콜라」가 주문되었다. 현지 조달한 主禮(주례)님도 팬츠에 남방 차림 주례 역시 한국 최초의 현지 의뢰. 마침 서울 草洞(초동)교회 趙香祿(조향록)목사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 야영을 하고 있었다. 聖劇(성극)을 과거에 많이 공연한「가교」로서는 趙목사와도 옛 인연이 있어 쾌락을 받았다. 모든 준비 완료. 『도시의, 도무지 그 케케한 숨막힘에서부터 벗어 나고 싶었던 겁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을 우리의 결혼식에서 만이라도 숨쉬고 싶었어요. 무슨 가정의례준칙이라든가 어서픈「쇼•맨십」같은, 소영웅주의를 좇자는건 절대로 아니었어요. 시끄러움이 싫어 예까지 왔는데 기자 양반한테 들키다니 이거 억울합니다』 신랑은 차라리 웃어 버렸다. 8월6일 아침, 간밤의 소나기가 농담처럼 떠나버린 만리포 옆 속칭 천리포 해수욕장 일각에서 이들의 결혼식은 올려졌다. 좀더 자세히 이날의 결혼식 실황을 지상중계해보자. <10시25분>하얀「드레스」의 신부가 입장했다. 신부 대기실은 사방 1m남짓의 바윗덩이 세개가 포개진 해변모래사장끝. <10시26분> 신랑 신부 인사. 이때부터 주위에서 수영을 즐기던「비키니」들이 모여들기 시작. <10시28분>약력소개. 사회자는『산과 바다와 여러분이 두사람의 맺음의 증인』이라고 말했다. <10시30분>예물교환. 신부에겐 자수정반지가, 신랑에겐 만년필이 주어졌다. <10시31분>趙香祿(조향록)목사의 주례사. 趙목사는「팬츠」와 남방으로「드레스•업」(?) 한채『좀 더 좋은 연극을 해 달라』고 간곡한 주례사 一席(일석). <10시37분>신랑신부에게 꽃다발 증정.「가교」의 정신적후원자인 李根三씨 영애 유리, 유원양이 신랑 신부에게 각각 하나씩. <10시38분>「가교」의 團歌(단가)제창.『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 이 세상엔 희망이 있네! 희망이 있네』.「狂人(광인)들의 祝祭(축제)」에 나온「인서트•뮤직」을 그대로 단가로 채택 한 것. <10시41분>李根三씨 축사.『성실한 가정을 꾸미라』는 당부. <10시45분>『만복의 근원이신 하느님…』趙목사의 축도. 신랑 신부와「가교」「멤버」들은 물론 구경하러 모인 남녀노소의「비키니」들이 모두 눈을 감고 기도에 참여하는 異變(이변)이 일어났다.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축복「두드」. 신부목에는 소라 목걸이 조각배로 드라이브 하고 만리포에 「바캉스」를 즐기러 왔다는 李杜鉉(이두현)교수 (민속학)가 이번 해변 결혼식 유일의 축의금을 보내왔다. 역시 휴가를 왔다는 TV「탤러트」尹啓榮(윤계영)군은 신부의 목에 한아름의 소라 목걸이를 걸어줬고. 피로연이 현장의「비치•파라솔」밑에서 떠들썩하게 벌어졌다. 모두가 총각인「가교」의「멤버」들은 퇴장하는 신랑 신부를 향해 5색「테이프」대신 5색 물보라를 튕겼다. 「가교」동료들의 축하의 사연도 갖가지. 『바다는「세트」, 해변이 무대, 등장인물 여자1 남자1, 연출 극단「가교」, 공연시간 20분, 가장 아름다운 이 공연을 축하함』(金相烈) 『출렁이는 파도는 아름다운 축가, 신랑 신부의 배역이 좋다. 얼마나 행복한 결혼 공연인지-』(車寬) 『신방은「텐트」속, 어떻게「텐트」를 뚫고 들여다보지?』(金東昱) 드라이브를 해야겠는데 우선 「하이웨이」가 그 천년의 모래사장엔 없었다. 자동차도, 운전사도, 북악「스카이웨이」도 없는데, 마침 나룻배가 저쪽 쥐섬을 뒤로하고 달려 오는게 아닌가.「가교」의「올•멤버」가 승선하고 신랑 신부가 직접 노를 잡았다. 「가교」는 65년 5월『데모스테스의재판』을 창립 공연으로 창단한극단. 창단이래 『퇴비탑의 기적』『요나의 표적』, 『몽땅털어 놉시다』, 『노부인의 방문』, 『광인들의 축제』,『미련한 팔자 대감』등의 중요공연을 가졌고 특히『몽땅 털어놉시다』는 68년도 최고 관객동원을 기록하는등 저력과 열의로 모여진 극단. 이번 만리포에서의 집단 야영도 실은 9월 중순께 공연 예정인「살롱•드라마」『旅人宿(여인숙)의 一夜(일야)』(로드•덴세니 作)와 역시 10월 중순께 공연하려고 한『불만의 도시』(劉賢鍾(유현종) 작)등 두 작품의 공연준비가 그 목적이었다. 2, 3년동안「로맨스」 를 꽃피워온 李昇珪•金素野「커플」의 이번 결혼식은『자연속에서 우리들만의 의식을 갖고 싶다』던 오랜 그들의 소망이 시기적으로 합일되어진 것뿐. 「바캉스」異變이랄까. 이날의 진기한 해변 결혼식은 신방인2인용 A「텐트」속의 촛불이 조용히 꺼짐으로써 그따갑던 막이내렸다.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조선인 학살 증언에 평생 바쳐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밝히고 증언해 온 일본인이 한국을 찾았다. 전남 영암에서 8∼11일까지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에 재일교포·일본인 등 150여명과 함께 처음으로 영암을 찾은 야키가야 다에코(사진 왼쪽·92·여). 그는 영암군의 환영 만찬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한국을 위해’라는 자작시를 낭송한 뒤 일본이 한국에 역사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학교에서 백제(영암) 출신의 왕인박사가 처음으로 미개의 나라인 일본에 문자를 전한 것으로 배웠다.”면서 “두 나라는 이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이고 일본은 한국을 위해 힘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죄를 솔직하게 정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암운은 걷히지 않는다.”면서 “가깝고 가까운 한국을 실현하는 일이 일본의 번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야키가야는 초등학교 교사 시절 관동대지진(1923년) 때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 등 만행을 목격하고 1993년에는 조선인과 중국인 대학살 70주년을 맞아 증언과 집회를 여는 등 역사적 진실에 대한 산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혁신도시 후유증 2題] 춘천-강원도 법정공방 시작

    강원도 원주시 혁신도시 입지선정을 둘러싼 첫 공판이 열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초단체(춘천시)가 광역단체(강원도)를 상대로 행정행위의 위법여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이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어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일 혁신도시 최종입지 확정처분 취소소송 첫 공판이 열린 춘천지법 재판장 밖에는 도와 춘천시 관계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궁금증 해소와 재판의 투명성을 위해 이례적으로 법정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을 시작으로 3∼4회가량의 변론을 더 진행한 뒤 선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고결과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지방선거가 끝난 6월에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서류심리보다는 원고와 피고측의 구술 주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7일 2차 공판에는 혁신도시심사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서 당시 상황과 심사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춘천시가 강원도를 상대로 제출한 심사당시 녹취록과 심사위원 전원의 점수정보 공개청구 결과도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혁신도시 문제가 도민들의 관심사인 만큼 향후 재판기일 변경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등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회플러스] 법정난동 3000만원 국가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박영하)는 7일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피고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B(50·여)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B씨는 지난해 4월 서울동부지법 3호 법정에서 열린 자신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남편 황모(50)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증인 선서서를 쓰던 중 황씨가 미리 준비해 온 흉기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 계획심리제 새달 도입

    서울중앙지법은 다음달부터 형사사건 첫 공판 기일 전에 사건의 쟁점과 증거조사 일정, 선고예정일 등을 공판심리 계획표에 담아 당사자에게 예고해주는 ‘계획심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재판 진행일정에 맞춰 대비한 뒤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계획심리제도를 사건이나 사안이 복잡해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건, 선거범죄 등의 형사사건에 우선 적용키로 했다. 법원은 또 계획심리제도 실시로 변호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국선변호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계획심리 제도는 최근 법원이 검찰과 함께 다음달 초부터 시행키로 한 증거 분리제출 제도의 현실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차용증서 없이 꿔준 돈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39)

    [사연] 차용증서 없이 꿔준 돈 고2에 재학중인 17세 여학생입니다. 1년전에 같은 반 친구 숙이가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다고 돈을 좀 빌려 달라기에 아는 아주머니로부터 3만원을 7푼이자로 얻어다 주었읍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지금까지 그 얻어 준 돈때문에 갖은 욕설과 고통 시련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고 하루 한시도 편할 날이 없으셨읍니다. 요즘 동네 소문에 듣자니 빚이 굉장히 많고 돈을 벌고서도 주지 않는 집이라 합니다. 차용증서 같은 것을 받지 않고 돈을 꾸어 주었읍니다. 어떡해야 받을지 막연합니다. 이달로 빌려준지 1년5개월입니다. <춘천 경희> [의견] 타협안을 내 보세요 생각할수록 딱한 사정이군요. 법적(法的)으로는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실할 경우면 몰라도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다면 보증인(이 경우는 단순보증)인 경희양에게는 갚을 책임이 없읍니다. <변호사 한승덕(韓勝憲)> 그러니까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에게 독촉하게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사정이 딱한 모양이군요. 가령 보증인(경희양)이 채권자로 하여금 소송을 걸도록 종용하고, 경희양이 증인이 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채권자가 소송을 할경우 인지대가 몇백원 들겠는데 그 정도의 비용은 경희양이 부담해도 좋겠지요. 억울하고 분하지만 망신을 되도록 작게 하는 방법은 이자가 더 늘기 전에 어머니와 경희양이 우선 갚아 놓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회수하는 것일줄 압니다. 그리고 그 숙이란 친구에게는 3~4만원짜리 계나 적금을 들어 갚아 달라고 타협안을 내보세요. 한달에 3~4천원씩 12개월쯤이면 갚아질 수 있읍니다. <Q> [ 선데이서울 69년 8/3 제2권 31호 통권 제4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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