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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金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국조 ‘산 너머 산’… 특위구성·조사범위 등 기싸움 예고

    [盧·金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국조 ‘산 너머 산’… 특위구성·조사범위 등 기싸움 예고

    여야가 25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 파장이 국정조사 국면으로 일정 부분 흡수된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로 여야 대립이 격화돼 6월 임시국회가 파국 위기에 내몰리자 한 발 물러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국정원과 관계없다”며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데다 현 정부가 아닌 전 정부의 책임인 만큼 정치적 부담감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기회에 국정조사로 정치적 부담을 털고 가자”는 기류도 강하다. 국정원을 감싸는 듯한 인상을 줘 불필요한 의혹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은 결과적으로 ‘선(先) 대화록 공개, 후(後) 국정원 국정조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도 일자리 창출 등 민생현안이 논의될 6월 임시국회를 외면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대신 회의록 공개에 대한 반격의 공간을 원내에 마련한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향후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고 해외·대북 파트에 집중하도록 국정원 개혁 여론까지 유도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여야가 가까스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특위 구성, 위원장 선임부터 신경전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위 구성을 정당별 의석수 기준으로 할지, 여야 동수로 할지부터 기싸움이 예상된다. 여야가 번갈아 특위 위원장을 맡는 관행상 이번 위원장은 민주당 몫이지만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초유의 국정조사라는 점에서 새누리당도 욕심을 내고 있다. 상대 당 저격수로 나설 위원도 관심이다. 새누리당에선 정문헌, 권성동, 김진태 의원 등이, 민주당에선 신경민, 정청래, 김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국조계획서에 포함될 조사 범위, 대상 기관, 증인 채택 범위를 놓고도 여야 간극이 크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 매관매직 의혹까지 파고들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범위를 국한시키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을 참고인·증인으로 부를지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대선 개입 의혹까지) 전체적으로 다 포함되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해, 민주당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부겸 전 의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도 전·현직 국정원장과 권영세 주중대사 등 대선 개입 의혹에 등장한 인물들을 무더기로 증인 신청할 공산이 크다. 조사가 시작되면 대선 개입 의혹 배후로 지목된 경찰·국정원 간부들과 새누리당 핵심인사들의 ‘커넥션’ 등 폭로전도 예상된다. 정상회담 회의록 진위 여부, 국정원 공개의 적법성을 놓고 공방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회의원 겸직금지’ 운영위 소위 통과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운영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국회의원은 겸직 금지 통보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학교수,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을 사직해야 한다.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은 겸직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단 겸직 금지 조항은 현 19대 의원에 한해 적용이 유예될 전망이다. 운영위는 이날 소위에서 겸직 금지 외에 영리행위 금지, 의원연금 폐지 등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심사했다. 앞서 교수 출신의 한 새누리당 비례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겸직 금지 대상에 교수를 포함하는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겸직 금지는 직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방편인데 현재 교수직을 휴직 중인 비례의원들은 학교에서 보수도 받지 않고 호봉 승급도 없다”면서 “교수 겸직 금지는 국회 입법 기능과 정책 대안 수립 및 행정부 견제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젊고 유능한 교수를 포함한 정책 전문가 영입을 위해 의원 임기 1회에 한해 교수 겸직을 허용하고 19대 의원에 한해 겸직 금지 소급 적용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 내 비례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다른 교수 출신 비례의원도 “학교로 장기간 복귀하지 않는 ‘폴리페서’들에 대한 조치는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교수 겸직 금지는 정책을 주로 담당하는 비례의원들에게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의사, 변호사는 의원 당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휴·폐업하고 4년 임기가 끝난 뒤 다시 문을 열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교수직은 그만두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당초 방안보다 대폭 후퇴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방안을 놓고 소위는 공정거래법 제3장(경제력집중 억제)에 규제 조항을 별도로 신설하는 대신 기존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을 보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재 9%에서 4%로 줄이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을 진주의료원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부인 폭행’ 류시원,법원에서…

    ‘부인 폭행’ 류시원,법원에서…

    부인을 폭행·협박하고 부인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혐의로 기소된 탤런트 류시원(41)씨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류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손바닥으로 부인의 뺨을 때린 적 없다”며 “부인에게 폭언을 한 적은 있지만 부부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말싸움이었다”고 주장했다. 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혐의에 대해서도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사는 직업 특성상 딸과 부인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부인의 휴대전화는 피고인 소유여서 애플리케이션 설치는 위치정보법 위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인이 류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이 녹음 파일을 듣기로 했다. 또 조씨를 불러 증인 신문도 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류씨는 부인을 수차례 때리고 허락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류씨는 자신을 고소한 부인을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류씨는 이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지만 취재진의 이어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새달 8일 원세훈·김용판 첫 공판준비기일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다음 달 8일로 잡혔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다음 달 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진행절차와 증거, 증인신청 등에 대해 논의한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준비기일 절차가 마무리되고 정식 공판에 들어가게 되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에서는 원 전 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범은 기소 후 6개월 내에 1심 선고를 하게 돼 있어 12월 중순 전에는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성범죄 친고죄 폐지, 피해자 신원보호와 함께

    오늘부터 성폭행 범죄는 피해자 고소나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강간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으며, 13세 미만이거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죄도 마찬가지다. 강간죄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꿔 남성도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로 보호하는 등 성문화 인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한 성폭력 관련 법률을 개정해 시행하면서 생긴 변화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번 개정 취지가 피해자 인권 보호 및 국민의 안전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신원 노출 없이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곤 거점병원에 마련된 원스톱 지원센터 내 여성경찰이 고작이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익명 또는 가명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음을 성폭력 전담 수사팀 사무실 입구나 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 진술조력인 조기 양성 및 확대 운영도 시급하다. 진술조력인은 13세 미만 아동·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할 사람이다. 법무부는 우선 30~50명을 오는 12월 19일부터 배치할 예정이란다. 교육기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나, 조기 배치 및 증원이 필요하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에게만 지원하던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이번에 모든 연령의 성폭력 피해자에게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운영성과는 이 제도가 말뿐인 제도였음을 보여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사 결과, 이 제도를 이용한 성폭력 피해자의 31.2%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변호사와 연락이 되지 않고, 연락이 되어도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에게 연민을 드러내는 등 상담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이었다. 법무부는 이런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국선변호사 명부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들은 피해자 상담 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로서는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야 할 때, 피고인과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이 없도록 증인석 배치를 달리하는 등 공간배치에서부터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
  • [19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길에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기에 정말 항생제가 도움이 될까. 병의 원인균에 따라 정확한 용량과 기간을 지켜 항생제를 복용해야 내성균의 출현을 방지할 수 있다는데….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법을 알아본다. ■수목드라마 천명(KBS2 밤 10시) 원은 중종의 사면령으로 그간의 모든 시름을 벗고 다인과 랑, 이정환과 우영 모두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이호는 아우 경원대군을 위해서라도 문정왕후(박지영)가 용서를 구하길 권하지만, 문정왕후는 반성은커녕 더 패악을 부리며 독기를 드러내고 급기야 중종은 승하하기에 이른다. ■여왕의 교실(MBC 밤 10시) 하나(김향기)는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는 보미(서신애)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나리(이영유)는 ‘산들늦봄축제’에서 무대 중앙에 서기 위해 무용연습에 매달리고, 하나는 무용과 수업에 뒤처지는 보미에게 용기를 준다. 한편 6학년 3반 학생들은 마선생(고현정)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밤 10시) 10년 전 재판에서 만났던 꼬마가 수하라는 걸 알게 된 혜성. 그동안 자신을 지키려 애써온 수하의 마음을 알게 되고, 수하를 경찰서에서 빼내려고 수하의 신원보증인을 자처한다. 한편 혜성은 도연을 이기려고 쌍둥이 사건에 대한 변론 방향을 관우와 함께 논의하던 중 관우에게 영민함과 매너가 있는 것에 놀라고 만다.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신체 균형이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몸의 좌우, 앞뒤, 상하 대칭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핵심이다. 골반의 대칭이 맞지 않아 치마나 바지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경우 등 신체 밸런스의 불균형으로 초래되는 현상들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번 시간에는 신체 균형을 잡아 주는 생활 습관을 함께 소개한다.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신비로운 섬 수마트라의 미개척 정글 안에서 유인원처럼 생겼지만 사람처럼 걷는 생명체, ‘오랑펜덱’과 비슷한 형체가 포착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인원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정글에 살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증언을 쫓아 ‘오랑펜덱’의 정체를 밝혀낸다.
  • “성범죄자에 관용 없다” 처벌 대폭 강화

    “성범죄자에 관용 없다” 처벌 대폭 강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성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서 매년 끊이지 않는 반인륜적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벌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005년 도가니 사건과 2008년 조두순 사건, 2012년 오원춘 사건 등 잔혹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경쟁적 수사에 따른 마구잡이식 수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시행되는 성범죄 관련 6개 법률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은 성범죄자 처벌 및 사후관리 강화, 피해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률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발찌법, 성충동 약물치료법 등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된 이래 60년 만에 피해자가 직접 성범죄자를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가 폐지된 것이다. 그동안 친고죄 조항 탓에 성범죄 피해자들이 오히려 ‘꽃뱀’으로 몰리거나 합의를 종용당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이웃들이 알게 되거나, 수사기관에서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소를 계속하고 있냐’며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19일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고소,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수사 기관이 직접 수사해 처벌하는 등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고소를 꺼리게 되는 친족 간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는 물론 처벌 대상도 확대됐다. 친족 간 성폭행의 경우 2008년 293건에서 지난해 469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인이 친인척일 경우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간단한 제보 등만으로도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범죄에서 친족의 범위에 ‘동거하는 친족’도 포함됐다. 피해자와 함께 사는 친·인척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친족으로 규정된 ‘4촌 이내의 친·인척’이 아니라도 단순 강간이 아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으로 분류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일부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됐고, 형량 감경 규정 삭제와 양형 강화 등을 통해 성범죄의 수사에서 재판까지 처벌을 강화했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과 강간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되면서 수사기관은 관련 범죄를 저지렀을 경우 범행 시기와 관계없이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수 있다. 또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인정해 형량을 줄여 주는 규정도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에서 배제했다. 구강,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등 기존에 형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던 행위에 대해서는 유사강간죄 조항을 신설해 징역 2년 이상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은 기존 ‘징역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으로 올렸고,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도 ‘징역 1년 이상’에서 ‘징역 2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성범죄자 등록·관리 창구를 법무부로 일원화하고, 성범죄자의 주소를 고해상도로 찍은 사진과 함께 건물번호까지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해 성인 남성에 대한 강간죄도 처벌할 수 있게 됐으며,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공중 화장실·목욕탕 등에 침입할 시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가 개시돼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피해가 커지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의 진술을 돕는 진술조력인제, 법원에 출석하는 피해자와 신고자를 보호·지원하는 증인지원관제는 아직까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단체들은 “경찰 수사·검찰 기소·법원 재판 단계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의점을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고 교육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용어 클릭] ■친고죄·반의사불벌죄 범죄가 성립해도 기소 등 처벌하려면 조건이 필요한 범죄다. 친고죄는 범죄의 피해자나 법률이 정한 고소권자가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으며,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 스노든 “美, 中 국가기관·기업 등 수백곳 해킹”

    스노든 “美, 中 국가기관·기업 등 수백곳 해킹”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이번에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지속적으로 중국을 해킹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미 언론과 정부기관에 대한 중국의 잇따른 해킹 공격 의혹으로 갈등을 빚어 온 주요 2개국(G2) 간 해킹 공방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은 지난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2009년부터 홍콩과 중국 본토에 있는 주요 공공기관과 대학, 기업, 학생들을 표적으로 해킹을 해 왔다”고 밝혔으며 언급된 대학은 홍콩 중문대학이라고 SCMP가 13일 전했다. 스노든은 NSA의 중국 관련 해킹 작전을 담은 문서를 공개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6만 1000건의 해킹 공격을 했으며 이 중 최소 수백건의 표적은 중국을 향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미국이 나를 추방하기 위해 홍콩 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넣고 있지만 나는 홍콩의 법을 믿는다”며 당분간 홍콩에 머물며 미 정부를 상대로 폭로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스노든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와 관련해) 유감이지만 제공할 소식이 없다”면서도 “중국은 인터넷 해킹 공격의 최대 엄중한 피해국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고 말해 중국을 해킹범으로 지목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지난 몇년간 미국은 피해자를 자처하며 중국을 해킹의 배후라고 비난해 왔지만 결국 이번 폭로로 미국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중국은 이번 일에 대해 미 정부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 세출위원회 사이버안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12일(현지시간) 개인의 이메일과 통화 정보 수집 활동의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통신감청 프로그램 덕분에 수십건의 잠재적 테러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알렉산더 국장은 “이 프로그램은 엄격한 지침과 철저한 감독하에 운용되기 때문에 안보와 사생활의 자유가 상충되지 않는다”며 NSA의 감시 활동에 법적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스노든의 개인사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그가 청소년 시절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한 ‘오타쿠’(한 분야에 광적인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노든이 2002년 미 메릴랜드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판매하는 ‘류하나프레스’의 웹사이트 편집자로 일했으며 회사 사이트 자기소개란에 ‘에도와도’(에드워드의 일본 발음)라는 애칭과 함께 “일본 사람, 총, 음식, 무술, 여자 그리고 격투게임 ‘철권’을 좋아한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복지부 “진주의료원 해산案 위법” 재의 요구… 홍준표 “거부”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와 보건복지부의 재의 요구를 모두 거절하고, 상위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문제가 없으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다음 주에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13일 홍 지사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관련해 그는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갈 의무가 없다”며 특위가 증인으로 채택하더라도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진주의료원 운영은 지방 고유 사무로 국정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국정감사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경남의회가 통과시킨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도록 홍 지사에게 통보했다. 김기남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여러 차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일방적으로 폐업과 법인해산을 위한 조례개정을 강행한 것은 의료법 제59조1항에 따른 지도명령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고보조금을 투입한 진주의료원을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그 잔여 재산을 경남도에 귀속하도록 한 조례 조항은 보조금을 사용목적과 달리 쓸 때 복지부 장관 승인을 거치도록 한 보조금관리법 제3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이날 진주의료원 해산조례안에 대해 복지부가 재의를 요구한 데 대해 “재의 요구가 도지사의 행위를 귀속하지는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지사는 또 “진주의료원을 다시 개원하거나 특성화 병원 등으로 바꾸어 문을 여는 것은 위장 폐업에 해당돼 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진주의료원은 매각한 뒤 그 금액으로 진주의료원 운영으로 생긴 부채를 갚고, 남는 돈은 모두 서민 의료와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에 사용할 것”이라고 처리 방향을 밝혔다. 아울러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상득, 김찬경 만나 돈 받을 여유 없었다”

    “이상득, 김찬경 만나 돈 받을 여유 없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득(오른쪽) 전 새누리당 의원을 돕기 위해 같은 당 이재오(왼쪽) 의원이 12일 항소심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6인회의’ 멤버로 꼽혔던 두 사람은 이듬해 총선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사이가 틀어진 적이 있어 이날 증언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의원은 “2007년 12월 12일 여당이 BBK 사건 특검법 강행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17일까지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국회부의장이던 이 전 의원이 자리를 비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의원의 증언은 그해 12월 중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만나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 전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당초 10분가량으로 예정됐던 신문은 이 의원의 적극적인 증언으로 40분 가까이 이어졌다. 앞서 김 전 회장은 대선을 앞둔 12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호텔 객실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3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하면서 “10~14일, 17~18일 가운데 하루”로 날짜를 특정했다. 재판부는 20일 결심공판을 연 뒤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동부 김영만 “감독이 선수들 모르게 승부조작 불가능”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강동희(47) 전 감독 측의 법정 증인으로 나온 원주 동부 김영만(41) 코치는 “감독이 선수들 모르게 의도적으로 경기에서 패하게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김 코치는 11일 오후 5시쯤 의정부지법에서 형사9단독 나청 판사의 심리로 열린 강 감독에 대한 4번째 공판에서 “플레이오프가 확정된 이후에는 통상 주전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거나 출전 시간을 줄여 휴식시간을 준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검찰 측은 ‘강 감독이 브로커에게 위증을 간접 회유했다’며 증거로 브로커의 녹취록을 제시했다. 검찰은 “강 전 감독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접견실에서 브로커와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를 만나 ‘브로커에게 (강 전 감독이) 3경기를 승부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수감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브로커의 녹취록을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녹취록만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감독 측 변호인은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맞섰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 26일과 3월 11일·13일·19일 등 모두 4경기에서 브로커들에게 4차례에 걸쳐 4천700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강 전 감독은 자신이 지휘하는 동부 원주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기 전인 2월 26일 SK와의 경기에서 1쿼터 승패를 조작했다는 사실 만을 시인하고 나머지 3경기 조작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5차 공판은 7월 4일 오후 5시 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주 동부 김주성(34) 선수가 강 전 감독 측 증인으로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미통신] 종양 무게가 어린이 체중…25kg 암덩어리 제거수술

    [남미통신] 종양 무게가 어린이 체중…25kg 암덩어리 제거수술

    엄청난 크기의 암덩어리를 달고 살던 여자가 성공적으로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버린 암덩어리를 달고 살던 여자는 그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생활해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아이레스 주의 아에도에 있는 한 주립병원이 42세 여자로부터 무게 25kg짜리 종양을 떼어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립병원이 제거한 종양으로는 가장 무게가 나가는 자이언트 종양이다. 그라시엘라라는 이름의 여자(42)가 병원을 찾아간 건 지난 1월이다. 언젠가부터 복부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지만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그는 수술 후유증인 줄만 알고 부풀어오르는 배를 그대로 방치했다. 하지만 증상은 단순한 후유증이 아닌 것 같았다. 복부가 점점 부풀어오르더니 숨을 쉬기도 힘들어졌다. 다리 밑으로도 혹이 생겨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던 그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지면서 뒤늦게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선 난소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병원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그에게 25일 동안 산소호흡기를 달아 보호하며 검사를 받게 한 뒤 제거수술을 받도록 했다. 여자가 떼어난 종양은 5살 어린이만큼 무게가 나가는 자이언트 크기였다. 140kg에 육박하는 거구로 수술실에 들어간 여자는 몸무게 110kg 홀쭉이(?)로 변신해 회복실로 나왔다. 25kg 종양제거수술 사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보건부가 병원기록을 살펴보다 뒤늦게 확인, 언론에 소개됐다. 사진=미누토우노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스마트폰으로 혈압·혈당·운동량 등 의료정보 제공 받아”

    이기혁(70)씨는 30년째 당뇨와 고혈압·고지혈증을 앓고 있으며, 당뇨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으로 4년 전부터는 혈액투석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탓에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진료때마다 혈당 및 콜레스테롤·신장기능수치 등을 물어 자신의 노트에 기록했다. 매일 집에서 혈압·혈당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던 이씨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콩팥 이식수술을 받았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도입 후에 수술한 이씨는 달라진 병원 서비스에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건강기록이 모두 제공돼 예전처럼 기록을 메모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모든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혈압·혈당·운동량 등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니 건강관리도 이전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었다. 전용 터치모니터를 통해 침대에서 자신의 치료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씨는 “병원에 입원하면 치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환자들이 힘들어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내가 병원과 의료진에 의해 24시간 관리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수시로 환자에 대한 각종 검사정보를 조회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이씨는 수술 직후 한때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2일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당시 담당 외과 교수는 새벽에 이씨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지체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의 혈압과 호흡, 응급검사 결과 및 CT영상까지 확인하며 치료계획을 세웠다. 이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환자 상태를 안정시켰다. 이씨는 “혈액투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컸지만 첨단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놀라웠다”면서 “이런 변화가 다른 병원으로 빨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甲중의 甲’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甲중의 甲’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A 의원. 어느 해인가 대법원과 법무부에 신임 판사와 검사들의 프로필을 요구했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고 자료를 건넸다. 그랬더니 “기혼과 미혼을 구분할 수 없으니 미혼자들을 구별해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혼기가 찬 딸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신상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이었다. 이후 한 남자 판사를 지목해 반강제적으로 맞선 장소에까지 끌어낸 A 의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댔고, “지방법원 말고 재경지법 판사를 소개해 달라”며 ‘더 잘나가는’ 판사를 추가로 요구했다. 국회의원의 ‘권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광범위한 업무 영역 때문이다. 대개의 갑을(甲乙) 관계는 특정한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연쇄적인 갑을 관계의 구조 속에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국회의원의 업무 영역은 전방위적이어서 어느 관계에서든 우위에 선다. 그 어떤 ‘슈퍼갑’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영향력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 지방의회에까지 미친다. 장차관을 오라가라 할 뿐만 아니라 호통을 칠 수 있는 권위를 가졌고, 지방의 슈퍼파워인 자치단체장과 또 다른 권력자인 지방의원들의 정치적 생사여탈권인 공천권을 쥐고 있다. 대법원과 법무부를 통해 국가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사법권에까지 위력을 자랑한다. 국회의원들은 종종 ‘연대’ 형식으로 에너지를 통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감이나 청문회, 국정조사 때다. 상임위의 이름으로, 국회의 권능으로 ‘민간인’을 줄줄이 소환한다. 몇 차례 면박을 당해 많이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아직도 증인석의 민간인을 은근히 겁박하는 장면은 사라지지 않았다. 총수 수십 명을 소환 명단에 올렸다 내렸다 하며 대기업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때 이들은 ‘울트라 슈퍼갑’이 된다. 울트라 슈퍼갑 국회의원의 이 같은 우월적 행태를 직접 겪어 본 이들은 요즘 여의도를 휩쓸고 있는 ‘갑을 입법’ 광풍에 쓴웃음을 짓곤 한다. 울트라 슈퍼갑으로서의 우월적 위치는 그대로 누리면서 자신들에게 을인 또 다른 갑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갑을 관계법은 궁극적으로는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갑과 을 사이 권리의 폭을 좁히는 일이 돼야 하는데, 지금 국회는 ‘갑에게 어떤 벌을 씌울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문제 인식부터 잘못됐는데 기형적인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갑으로서의 우월적 위치에서 내려온 뒤 공공 분야와 민간기업 등에 그것을 요구해야 맞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것 없이 기업들에 징벌만 내릴 생각을 해서야 문제가 바로잡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회의원들에게 특권을 준 이유는 행정부 견제 과정에서 성역 없이, 신변 보호의 걱정 없이 업무를 수행하라는 취지인데 그 특권이 개인적으로 쓰이고 있어 또 다른 소외감과 박탈감을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갑을 관계법 논의가 한창인 요즘 국회 의원회관 내 세미나실과 관련 의원실은 문전성시다. 여기저기서 은밀하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들이 넘쳐 나고 있다. 울트라 슈퍼갑인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을들이 공연히 바빠지고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울트라 슈퍼갑(甲)인 국회의원들의 1차적 을(乙)은 공무원들이다. 행정부 감시라는 1차적 소명감이 근원적인 갑을 관계를 형성해 왔다. 예산권을 쥐고 휘두르면서 부처 인사에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시끄럽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무원들은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여당과는 주요 정책마다 당정협의를 거쳐야 하고 법안 통과 등의 과정에서 일을 쉽게 하려면 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절대적이다. 그래서인지 국회는 공무원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댄다. 서류를 보내고 전화로 설명해도 충분한 것도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불러들인다. A국장은 “일종의 ‘군기 잡기’라고 보면 된다. 민감한 일이 생길 때면 장차관이나 국장급 이상은 국회로 출근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포의 국감 시즌… 1명당 1.5t 트럭 분량 서류 요구 국회로 불러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공무원들과 협의하고 다그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역구 민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정부의 입법안은 봉이다. 논의 단계부터 쏟아지는 상임위원회 위원들의 각종 지역구 민원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민원 없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상임위는 온갖 트집을 잡아 통과를 지연시킨다. 올 초 법안 처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앙 부처 B과장. 모 의원이 부르더니 “지역구 복지시설에 가보니 시설이 낡았더라.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입법이 걸려 있다 보니 무시할 수 없었다고 B과장은 토로했다. 결국 다른 예산을 빼다가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B과장은 “유권자 눈에는 그 의원이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누군가의 피해를 전제로 한 것이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성공한 민원은 의원의 의정활동보고서에 자랑스럽게 올라갔다. 군기 잡기의 절정은 국정감사 때다. 국회의원들의 자료요청 욕구는 끝이 없다. 10년치 자료는 물론이고, 수십년 전 개청·개원 자료를 모두 달라는 의원도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모 부처는 한 의원에게 각종 요청 서류를 1.5t 트럭 한 대에 꽉 채워 전달한 사례도 있다. 중앙 부처의 C과장은 “피감 기관과 의원실의 갈등 원인은 자료 제출 문제가 거의 대부분”이라면서 “국정감사 일정이 임박하면 일부 의원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청한 자료를 하루 만에 달라는 주문은 그나마 ‘양반’이다. C과장은 “의원실에서 언론 등에 배포한 자료에 수치나 내용이 틀릴 때가 더러 있는데, 이를 알려 줘도 수정하지 않고 버틸 때는 정말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국회 입법조사관들이 입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야근하는 날이다. 검토보고서는 상임위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초안을 만드는 ‘관행’ 때문이다. D과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검토보고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있으면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불문 길들이기… 불쑥 호출했다 도로 취소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 공무원들은 더 고된 육체 노동이 필요해졌다. 국회의 호출 한 번에 왕복 6시간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과장은 길바닥에서, 사무관은 세종청사에서 서울 간 국장을 기다리다 시간 보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얼마 전 세종청사의 한 부처 장관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후에 세종청사에서 집무를 보다가 국회 측으로부터 “상임위 소위 회의가 두 시간 뒤에 열리니 꼭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오후와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충북 청원군 오송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잠시 뒤 국회에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회의가 연기됐으니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던 중 열차에서 안내 멘트가 나왔다. “잠시 뒤 도착할 역은 서울역입니다.” 한 부처 E국장은 “최고위직에게도 ‘오라 가라’ 할 정도인데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어떻겠느냐”면서 “낭비되는 행정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경제 부처 F국장은 지난 3일 임시국회가 열린 뒤 줄곧 ‘3분 대기조’ 생활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비서관들이나 전문위원들이 언제 호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도 20분 법안 설명을 위해 4~5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다. 과장을 대신 보낼 수도 없다. “‘급’이 맞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기 때문이다.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수석전문위원이 부르면 부처 국장급이, 의원 비서관이 호출하면 과장과 담당 사무관이 간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F국장은 “국회 대응을 잘못해서 법안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검토보고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어떤 때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돌아가라고 한 뒤 다음 날 다시 부르는 일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가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한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오락가락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골치 아픈 취업 시즌… 은근슬쩍 이력서 보내 압박 국회의원들에게 목줄을 잡힌 또 다른 대표적인 을은 기업이다. 과거 기업들은 영향력 있는 주요 의원들을 주로 상대했지 이름 없는 초·재선 의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좌관들의 경우 거물급 보좌관들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계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만나고 상대해야 할 인사들이 크게 늘었다. 정책이 중요시되면서 언제부턴가 중진 의원실에서도 자료 요구와 함께 담당 임직원을 찾는 보좌관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각종 민원이 정비례해 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취업철은 가장 대표적인 민원 시즌이다. 이력서가 쌓이기 시작한다.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 때는 의원들의 책을 사 줘야 한다. 먼저 요구하는 의원실도 많다. 대기업들은 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자체 소화를 하거나 기증하는 일도 많다. 모 대기업 임원 G씨는 “사실 정치인이 선거철에 맞춰 쓴 책들은 남 주기도 뭣할 정도여서 처치하기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예술행사를 두고 민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후원하는 콘서트의 표를 좀 사달라는 식이다. 그는 “기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한번은 2장(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표만 사 주는 거면 사실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특정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큰 건도 있지만 하청과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을 건설업체에 요구하는 경우다. 민원을 다 들어주지 못할 사정에 놓인 담당자의 입장이 무척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학연이나 지연, 친분관계 등에 따라 의원들이 직접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하는 일도 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H씨는 “통상 이런 경우에는 이른바 큰 건이라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에도 국정감사는 피곤한 때다. 해당 기업과 정책적 연관성이 큰 정부 부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료를 압박해 올 때가 많다. 한 이동통신사의 I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할 때 이동통신 관련 원자료는 업체에서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 각종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자료 요청이 일시적으로 몰리다 보니 담당 부서는 다른 일을 못 할 정도”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총수 소환’이다. 국감이 시작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그룹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해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논란이 되는 사안과 크게 관계가 없고, 실무진 선에서 처리가 가능한데도 굳이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의원들의 ‘기업 길들이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국감에 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던 한 대기업 임원 I씨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회장과 사장 수십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면서 “다 부르려 한 게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한데 기업의 신뢰와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강아지 부르듯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의원들의 영향력은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서 각종 관변단체 인사에까지 미친다. 여기에 국립대와 산하기관 수장부터 비서까지 인사 청탁을 하기도 한다.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장차관 등을 부르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파워’를 우회적으로 보여 주는 셈이다. 부처종합
  • 푸틴 러시아 대통령, 류드밀라와 이혼…“오랜 별거뒤 품위 있는 이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류드밀라와 이혼…“오랜 별거뒤 품위 있는 이혼”

    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대통령이 부인 류드밀라(55)와 이혼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발레 공연을 관람한 뒤 국영 방송인 24TV를 통해 자신들은 갈라섰으며 결혼은 끝났다고 밝혔다. 푸틴 부부는 1983년 결혼했으며 20대인 두 명의 딸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류드밀라와 별거했다는 오랜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류드밀라는 “우리 공동의 결정이었다. 우리는 거의 만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결혼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혼했느냐는 질문에 류드밀라는 “품위 있는 이혼”이라고 답했다. 이날 푸틴과 류드밀라 모두 법적으로 이혼했는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두 사람 이혼사유는 부인 류드밀라의 대중공포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부부는 2012년 5월7일 세 번째 대통령 취임식에서 함께 모습을 보인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올해초 푸틴 막내딸 예카테리나 푸티나는 한국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루머에 휩싸였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이튿날 네 사람의 척후들은 시간차를 두고 말래 도방을 떠났고, 신기료 장수로 변복한 길세만은 맨 나중에 내성 길에 올랐다.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말래에서 샛재까지 걸으면 바릿재와 찬물내기를 지나 산길로 시오리 남짓했다. 양식 전대 하나만 뱃구레에 차고 아침선반에 발행하였으니, 딱 중화참에 맞추어 샛재 숫막거리에 당도하였다. 싸리나무 울타리 뒤로 몸을 숨기고 숫막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늙은 중노미는 보이지 않았고 주모 월천댁이 봉당에 혼자 앉아 결이 나간 동자박을 들고 바늘로 꿰매고 있었다. 정주간에는 찌그러진 널쪽문이 곧장 떨어질 듯 거북하게 걸려 있었고, 담벼락에는 망태와 광주리 몇 개가 걸려 있었다. 마당 귀퉁이에는 누렇게 삭아 가는 평상이 놓여 있었다. 그 뒤쪽으로는 당나귀 서너 필을 매어 둘 만한 작둣간이 있었다. 그 작둣간 뒤로 썩 비켜선 으슥한 구석에 거적문을 단 뒷간이 바라보였다. 식주인을 정하고 유숙하는 길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길세만은 가만히 숫막으로 들어섰다. 패랭이 벗고 물미장 치우고 옹구바지 행색인 길세만을 월천댁은 금세 알아보지 못하고 어디서 어디로 가는 뉘시냐고 물으며 다가왔다. 대꾸는 않고 히죽히죽 웃고 있는 그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난 뒤에 누군지 알아차린 월천댁은 놀라고 기가 차서 그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야단을 떨었다. 미행 중이라는 것을 귓속말로 알려 주고 중화를 걸게 먹은 다음 햇살이 따가운 툇마루 귀퉁이에 걸쳐앉아 낮잠을 달게 자는 척 헛코를 골기도 하였다. 월천댁이 안심하고 이웃에 방아품을 팔러 간다며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길세만은 골방 문을 가만히 열고 구월이를 불렀다. 등을 바람벽에 붙이고 앉아 버선볼을 받던 구월이가 화들짝 놀라 외짝 바라지를 열었다. 난데없이 입귀가 돌아가도록 웃고 있는 길세만을 발견하고 수인사는커녕 삼이웃이 떠나가라 부아통을 터뜨리며 마실 간 어미를 불렀다. “어허 내가 환한 대낮에 무슨 해코지라도 할 줄 아는가. 구면인 사람 보고 왜 그렇게 악증인가. 우리가 한두 해 알고 지내는 사이인가?” 구월이는 문고리를 잡은 채로 길세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암팡지게 쏘아붙였다. “여러 해 알고 지냈다 해서 처자가 혼자 있는 방 앞에 와서 사람을 놀라게 합니까.” “내가 구월이에게 찍자를 부리자고 불렀던가. 날 너무 홀대하지 말게.” “홀대고 뭐고 수작 마시고 잽싸게 봉노로 돌아가시지요. 삼이웃이 눈치채면 체면 깎이는 봉변당하십니다.” 톡톡히 무안을 당한 길세만의 얼굴이 원숭이 밑구멍처럼 벌게졌다. “이제 겨우 이팔 처자가 말대답 한 가지는 모질게 씹어 뱉는구만.”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요.” “나도 아직 핫아비도 아닐뿐더러 끗발이 죽지도 않았네. 마음 한 가지만 다잡아 먹으면 처녀장가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일세.” 그 말을 구월이가 말씨 곱지 않게 되받아치며 돌쩌귀가 부서져라 문을 처닫으면서 고시랑거렸다. “난봉꾼 주제에 마음 다잡아 보았자 사흘이겠지요.” “어허, 봉패로세. 평소 숙객으로 지내는 사이라, 일차 상면해서 인사 수작이나 나누자 했는데, 빼죽거려서 무안만 당했네. 소행머리하구선.” “남녀가 유별한 것은 적막강산에 살고 있는 아녀자라 해서 다르지 않은데, 땅거미가 지려는 시각에 편발 처자가 거처하는 뒷방 문앞에 와서 상면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립니까. 소금 짐 지고 다니는 행상이라 해서 범절조차 없을까요. 지분거리지 말고 썩 비키세요.” “어허, 촌닭이 관청 닭 눈 빼 먹는다더니.” “초상 술에 권주가라더니, 댁의 반죽도 남 못지않네요.” 숫막 뒷골방에 거처하면서도 봉노에서 주고받는 농지거리를 귀동냥한 탓이리란 생각은 들었다.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다소곳하기 그지없었던 처자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성깔이 소태 같았다. 듣고 보니 말은 옳았으나 왠지 제 풀에 울화가 치밀었다. 당장 뛰어들어 귀쌈을 눈물이 쑥 나오게 때려 주고 싶기도 했으나, 방아품 팔러 갔던 월천댁이 돌아오면 소동이 커질 것 같아 시치미 떼고 냉큼 돌아서고 말았다. 길세만은 누가 듣고 있지도 않은데 혼자 중얼거렸다. “지미, 콧등이 그렇게 셀 줄은 미처 몰랐네. 운수 사나운 놈은 밀가루 장사하면 바람이 불고 소금 장사하면 비가 내린다더니 천상 내가 그 꼴이군.”
  • 여야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합의… 가계빚 정책 청문회도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가계 부채 급증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가계 부채 정책 청문회’도 열린다.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6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 관련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공공의료 국조는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 방안 등을 강구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진주의료원 국정조사’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 증인 출석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증인 출석 여부는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국정조사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정책 청문회는 기획재정위원회를 주관 상임위로 하되 필요하면 관련 상임위와 연석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정책 청문회인 만큼 ‘생활정책 청문회’로 진행해 정쟁적 성격의 청문회를 지양하고 실질적인 청문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는 이와 함께 일본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남북 관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남북관계발전특위’도 설치한다. 6월 국회 법안 처리는 기존 여야 합의 사항을 존중하면서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민생 관련 법안 등을 중점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사항대로 정무위 소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과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일명 FIU법)을 우선 처리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또한 지난 3월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여야 합의 사항 가운데 상반기 중 또는 6월 국회 내 입법을 완료하기로 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운영위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국회 쇄신 관련 법안은 이번 회기 내에 처리키로 했다. 의원 겸직 금지, 의원연금 폐지, 국회 폭력 방지 관련 법안을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6월 임시국회는 기존 합의대로 6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30일간 열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4일에 새누리당, 5일에 민주당이 한다. 한편 강창희 국회의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는 국무위원들이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에 올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를 통해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경남도,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반발

    여야가 31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에 대해 전격 합의하자 경남도가 국정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무효화 투쟁에 나선 보건의료노조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남도는 지난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고유사무여서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범위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국가위임사무로 한정돼 있어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문제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상이지 국정조사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홍 지사 측은 “국정조사 세부 일정이나 의제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여야가 진주의료원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국정조사 자체는 진주의료원 폐업 때문에 추진된 것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경남도나 홍 지사가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열어 홍 지사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도의회에 심의보류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인 새누리당은 오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조례를 처리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강력 저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일각에서 국정조사 중 진주의료원 재개원 가능성을 없애는 조례를 처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폐업의 부당성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은 지방사무라고 계속 주장하는데도 국정조사가 합의된 것은 국회가 (진주의료원 문제를) 공공의료 전반의 운명을 좌우하는 국가적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라며 “국정조사가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공공의료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경남도와 홍 지사가 왜곡과 비방, 거짓말을 일삼아 왔다”면서 “국정조사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면목동 층간소음 살인사건 국민참여재판 가보니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했는데 두 아들과 남편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아랫집 여성의 내연남이 휘두른 흉기에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어머니 박모씨는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두 아들을 보낸 뒤 19일 만에 남편까지 잃었다. 중풍으로 평소 혈압이 높고 당뇨까지 앓던 남편은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박씨는 가해자와 얼굴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한사코 증언을 거절해 왔다. 재판부는 박씨가 증언하는 동안 가해자를 법정 밖에 대기시키기로 약속하고 박씨를 증언대에 세울 수 있었다. 박씨는 “피고를 죽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내 아들들이 소중하듯이 사람 목숨은 다 귀중하기 때문”이라며 흐느꼈다. 명절인 설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9일 발생한 ‘면목동 층간소음 형제 살인사건’의 공판이 24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열렸다. 피고인 김모(45)씨는 내연녀 박모(49)씨의 아파트 앞 화단에서 박씨 집 위층에 사는 노부부의 아들 김씨 형제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월 15일 구속됐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김씨가 범행을 시인한 만큼 김씨의 유죄 여부가 아닌 양형에 모아졌다. 10명의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 서류들과 양측 증인들의 증언 등을 면밀히 살펴 김씨의 범행에 계획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했다. 양측 증인들의 진술은 차이가 있었다. 내연녀 박씨는 숨진 김씨 형제가 먼저 욕설을 하고 밀치는 등 폭행을 해 우발적으로 범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김씨 형제의 아버지는 생전 진술에서 “김씨가 처음부터 악질적으로 말하고 두 번씩이나 올라와 아들들을 데리고 나간 것으로 보아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배심원들은 목격자인 아파트 경비원과 인근 주민의 진술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 서류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했다. 검찰은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길이 약 22㎝짜리 흉기의 날을 증거품으로 제시했다. 범행 과정에서 휘어지고 부러져 피해자의 주변에 떨어져 있던 것이다. 목격자들은 진술서에서 “김씨가 범행 직후 피해자의 얼굴을 수차례 발로 차고 나서 박씨의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검사가 증거 자료로 피해자들의 부검 사진을 제시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부 배심원들은 얼굴을 돌리고 눈길을 피하기도 했다. 재판장인 형사13부 황현찬 판사는 “배심원 여러분께 피해자의 사진을 보여 주는 것은 범인의 수법을 자세히 보고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 판단하게 하기 위한 것이니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김씨가 심장 등 급소를 수차례 찌르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결혼 2개월 된 형과 3살 된 아들을 둔 동생을 살해해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죽게 하는 등 피해자 가정에 극심한 고통을 입혔다. 또 범행 뒤 도주하는 과정에서 유흥을 즐기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정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내연녀의 집에서 지냈던 피고인이 층간소음의 피해 당사자라고 볼 수 없고, 범행 수법이 잔인했으며, 피고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흉기를 준비해 다시 피해자들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범행에 계획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다만, 피고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음에도 평생 벌금형 외에 큰 전과가 없다는 점은 배심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예비배심원 1명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 중 6명은 김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1명은 사형, 2명은 징역 35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층간소음이 김씨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번 사건은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이후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들이 제안되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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